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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가의 기록법] 과정의 기록, 재가공의 기록 기록 생활
    1 일정한 기록 습관을 갖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의무적으로 썼던 일기에는 흥미가 생기지 않았고, 중고등학교 시절 동창에게 보여주던 야한 소설은 관심을 받는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지만 성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들자 오래가지 않았다. 파란만장했던 이십 대에는 순간순간 북받치는 감정을 쏟아내기 위해 심경을 기록한 일기 형식의 글부터 여러 표현에 공들인 시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생각과 감정을 적었다. 하지만 자취방을 자주 옮기면서 이러한 기록물을 챙길 여유는 없었다. 대학 시절에는 트레이싱지에 설계안과 도면을 그려 청사진을 만들고, 포토샵으로 졸업 작품 패널을 제작하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실감하며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아카이빙 노마드(nomad)’로 살았다. 유학 직전, A3 파일철에 보관해온 드로잉들을 스캔해 데이터로 정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회사 서버에 흩어져 있던 수많은 설계 흔적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이렇게 디지털 아카이빙 생활이 시작됐다. 7년 동안의 프로젝트 폴더 속 먼지 쌓인 데이터를 다시 정리하면서 내 설계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부유하던 생각의 조각들이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하나의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기록은 갈 길 잃은 설계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되었고, 이를 계기로 나는 기록 정착민이 됐다. 유학길에 오르면서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한번에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프로젝트가 끝나거나 어떤 사건이 완료되면 그때그때 바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년 남짓한 기록 생활 속에서 두 번의 외장하드 고장으로 인해 기록물을 삼중으로 저장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1. 개인적인 프로젝트나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데스크톱 메인 드라이브와 외장하드(P)를 함께 사용하며, 작업된 파일을 두 공간에 동일하게 저장한다. 2. 매년 말, 작업을 완료한 폴더 속 불필요한 파일을 지워 용량을 가볍게 한 뒤 보관용 외장하드(S)에 저장한다. 3. 데스크톱 메인 드라이브(바탕화면)에서 자료를 지우고, 외장하드(P)에는 남겨둔다. 세 개의 저장 공간(데스크톱, 외장하드 P, 외장하드 S)을 활용하며, 컴퓨터 또는 외장하드 고장에 대 비해 모든 파일을 항상 두 공간에 저장하고 있다. 2 설계 결과물은 완결된 텍스트, 설계안, 이미지로 구성된다. 그런데 최종 설계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고 미완성의 드로잉이 생겨난다. 이러한 부산물은 최종 결과물만큼이나 중요하며, 이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보관하는 것은 설계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나의 기록물은 결과물과 함께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을 모두 포함한다. 초기에 트레이싱지에 그린 아이디어 스케치, 2D와 3D로 만든 여러 대안, 프로젝트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표현 방식을 시도한 이미지, 스케일을 확인하기 위한 모형 사진, 시공 과정의 사진, 준공 뒤 계절과 날씨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풍경을 찍은 사진 등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준공 뒤 모니터링까지 모든 것을 기록한다. *환경과조경435호(2024년 7월호)수록본 일부 조용준은 서울시립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기본 및 실시설계를 이끌고, 워커힐 더글라스정원 기본 및 실시설계, 이스탄불 하천 회복 프로젝트, 종로구 통합청사 설계공모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개인 자격으로 즉흥적 기획, 전시하지 않는 그래픽 작업 등을 즐기기도 한다.
  • [조경가의 기록법] 백업으로부터의 자유 기록 생활
    1 한국, 호주, 미국의 다섯 개 회사에서 일한 이력이 있다. 현재 근무지인 필드 오퍼레이션스에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특정 회사를 대변하기보다 BIM을 사용한 지난 7년간의 개인 경험을 토대로 글을 작성한다. 기록 루틴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미시적 단계부터 시작하자면, 실무에 몸담은 지 13년 차가 되니 어느 시점에 프로그램 충돌이 일어나도 업무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저장하는 게 몸에 뱄다. 갑자기 사무실 전기가 나가거나 프로그램이 꺼지면, 그 순간을 기지개를 펴고 동료와 담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정도다. 분명히 20분 이내에 나도 모르게 저장을 했을 테니까. 그 다음 단계는 날짜가 바뀔 때 파일을 새로 저장하는 것이다. 특히 프로젝트 초반에는 라이노를 통해 수많은 디자인 아이디어를 테스트해 보고 지우기를 반복하는데, 과거에 버린 옵션이 다시 거론되고 되살아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일단 보존해 놓는다. 디자인이 최종 확정되면 그동안 보존해 두었던 수많은 라이노 파일들을 정리한다.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파일은 과감하게 지우려고 노력한다. 프로젝트 폴더를 간결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서버의 메모리 용량도 줄이기 위함이다. 중요 설계 단계를 마칠 때는 납품한 파일과 도면집을 모두 모아서 특별히 지정된 폴더에 아카이브해 둔다. 프로젝트로서 작업물을 기념하기 위함인데, 유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 “우리가 전에 어떻게 했었지?”하고 참고할 때 자주 찾는 폴더가 되기도 한다. 2 래빗을 이용한 3D 모델링과 도면 작업, 삽화 렌더링에 대부분의 업무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기록물의 종류가 래빗과 루미온에 치중되는 편이다. 래빗이라는 소프트웨어에 전반적인 3D 모델뿐 아니라 디테일, 도면집, 수량 산출, 협력사 3D 모델이 모두 내재되다 보니 래빗 파일만 주기적으로 백업해도 프로젝트의 핵심 디자인 정보를 보존하는 효과가 있다. 설계 세부 자료나 도면집을 보고 싶을 때 래빗 파일을 통해 열람할 수 있다. 필드 오퍼레이션스를 비롯한 많은 조경 회사가 루미온이라는 렌더링 프로그램을 쓴다. 루미온에 익숙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실사에 가까운 삽화를 빠르게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포토샵에 대한 의존도를 비약적으로 낮췄다. 루미온 파일만 있으면 수십 장의 삽화를 수십 분 내에 재생산할 수 있다. 이처럼 도면집과 삽화를 빠르게 재생산할 수 있게 하는 핵심 파일, 즉 래빗과 루미온을 중점적으로 아카이브한다. 라이노, 프레젠테이션, 보고서 등의 문서도 있는데, 이것들은 보통 작업했던 폴더 내에 그대로 남겨 보존한다. *환경과조경435호(2024년 7월호)수록본 일부 이홍인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의 오피스박김, 호주의 맥그리거 콕샐(McGregor Coxall)과 하셀(Hassell), 미국의 하트 하워튼(Hart Howerton)에서 경력을 쌓은 뒤 필드 오퍼레이션스(Field Operations) 뉴욕 오피스에 입사해 BIM 전문가로서 래빗을 실무에 도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테크놀로지를 빠르게 접하고 이를 통해 어떻게 실무 효율과 완성도를 올릴 수 있을지 탐구하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다.
  • [조경가의 기록법] 생존 기록 기록 생활
    1나의 기록 생활과 기록 루틴 대부분은 과업 일정, 업무 내용, 아이디어, 개인 생활 등 조경 작업과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대로 말하면 기록하지 않으면 작업과 생활 유지가 어려울 만큼 건망과 망각이 심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필수 행동이 기록인 것이다. 즉, 기록은 나의 생존 또는 존재 그 자체다. 인문학적으로 가치 있는 시와 소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사료, 우주의 원리를 밝히는 수학 공식과 같은 기록이 아니라 오래전 인류가 살기 위해했던 사냥, 채집, 은폐·엄폐, 이동, 수면 등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생존 그 자체로서 기록 루틴은 단순하다. 생각나는 그 즉시, 일정이 잡힌 바로 그때 그곳, 협의한 내용 그대로,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내용이 틀림이 없이 공유될 수 있을 만큼 정확하게 기록한다. 하지만 운전, 보고, 회의, 미팅, 협의, 현장, 통화 등 즉시 기록할 수 없을 때는 따로 시간을 내 기억을 더듬으며 정리한다. 그만큼 정확할 수 없으므로 운전, 미팅 중의 통화 내용은 상대방에게 메신저나 메일로 정리해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다소 미안하더라도 부탁하는 편이다. 잘못 기억하거나 약속을 못 지키는 것보다는 낫다. 업무와 관련된 기록 루틴은 생존 기록과 다르게 복합적이다. 업무와 관련된 메일과 카카오톡 대화, 보고 자료, 설계 도면, 공사 내역서, 디자인 노트 등을 꼼꼼히 되새기면서 일정과 업무 내용을 정리해야 틀리지 않고 일을 진행할 수 있다. 업무 내용 크로스 체크를 위해 통화나 대화 등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사무실 가운데 회의용 테이블에서 수기로 번호를 매겨가며 기록한다. 하지만 이 루틴도 늘 지키기 쉽지 않다. 회사 운영과 개인 영달을 위해 다양한 성격의 일을 하다 보니 루틴이라는 안정 상태를 유지하는 행위가 사치일 만큼 바쁜 시기와 시점이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관련된 기록은 미루고 미루다 늘 막바지에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름대로 늘 새롭고, 이전의 나와는 달라야 하고, 주어진 대상지는 어렵고, 기간은 늘 촉박하다. 그래서 최대한 최신 정보를 습득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결정을 하다 보니 늘 막판에 가서야 개념에 맞는 디자인을 정하고 형태를 잡는다. 미리 잡고 나서도 막바지에 바뀌는 경우가 있다 보니 디자인 결정을 함부로 미리하지 않도록 루틴을 만든 것이다. 답변의 끝에서 질문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기록과 루틴이란 단어가 불편하고, 흔쾌히 원고 청탁에 응했지만 몇 주 동안 글쓰기가 어려웠다. 그 이유를 답을 하면서 찾게 됐다. 나에게 기록이란 생존과 관련된 것이기에 다루기 어려웠던 것이다. 루틴이란 안정된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한 행동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늘 불안정한 상태와 관계를 이겨내야 하는 나에게는 아주 어려운 질문이었다. 2기록물을 아카이브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한 건 아니지만 기록을 하다 보니 아카이빙된 것들이 생겨났다. 그러다 기록물의 가치를 알게 됐다. 별거 아니더라도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서 설명되지 않는 무형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기록물 종류는 직접 만들어 쓰는 디자인 노트, 모든 일정이 담긴 종이 캘린더, 빠질 수 없는 인스타그램, 디자인 작업의 출발이자 끝인 옐로 페이퍼, 늘 지니고 있는 스마트폰의 메모장, 총 다섯 카테고리다. 첫 번째, 직접 만들어 쓰는 디자인 노트다. 회사 이름을 붙여 ‘라디오 노트’라고 부른다. 조경 생활 초기부터 수년간 사서 쓰던 다양한 노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만들어 쓰게 됐다. 원하는 노트 조건은 간단했는데, 선이 없고, 크기가 크지도 작지도 않고, 두께가 두꺼운 듯 안 두꺼워야 했다. 간단한 조건 같지만 이를 충족하는 노트가 어디에도 없었기에 회사 근처 제본 집에서 필요할 때마다 만들어 쓴다. 노란 빛 나는 미색 A4 용지 100장 정도를 레자크 재질의 표지로 열 제본하면 두께 1cm 정도가 되는데, 이를 B5 크기로 재단해달라고 한다. 이 노트는 각종 업무 와 업무 순서, 상세 스케치, 보고 내용 등 조경 업무 전반을 다 기록하는 아카이빙 자료다. 두 번째, 업무·개인 일정을 담은 종이 캘린더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캘린더와 일정 관련 애플리케이션은 쓰지 않는다. 손과 펜으로 종이에 직접 적어야 그나마 그 상황이 이미지로 남아 기억되는 편이다. 애플리케이션에 쓰면 기억에 남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모든 일정을 종이 캘린더에 적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옮겨가지 않은 유일한 기록이다. 덕분에 바쁜 삶이 시각적으로 그대로 인식돼 바쁜 삶이 말뿐 아니라 실제임을 주변에 쉽게 증명할 수 있기도 하다. *환경과조경435호(2024년 7월호)수록본 일부 김지환은 영남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씨토포스와 스튜디오 엘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는 조경작업장 라디오의 대표다. 스스로를 작업반장, 설계공이라 칭하듯, 설계와 시공 사이의중재자(신호등)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해 그 관계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사회적 대기업을 만들어 도시 내 모든 디자인을 손대고 싶어 하는 야망과 유명 건축가와 조경가의 작업을 보며 절망과 환호를 즐기는 이상주의적 성향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더욱 견고하게 한다고 믿는다. 때론 못다 한 말을 해시태그로 덧붙이기도 한다. #라디오에이스 #정원작가 #은근히낯가려요 #조경뚱
  • [조경가의 기록법] 조경가의 드로잉, 설계적 상상과 탐험의 기록 기록 생활
    ‘조경가의 기록법’이란 특집 제목을 보고, 떠올린 이미지는 조경설계를 가르쳐 준 선생님의 낡은 수첩이었다. 정확히는 수첩이 아니라 수첩 커버인데, 선생님은 매년 속지를 교체하면서 계속 쓰는 가죽 수첩 커버를 사용했다. 군데군데 손때 묻고 세월의 흔적이 담긴 수첩. 지금도 선생님은 기억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면 그 수첩을 꺼내서 한두 문장 짧게 메모하곤 한다. 부끄럽게도 제자인 나는 기록에 그다지 충실하지 못하다. 연초에 문득 드는 생각이나 기억하고 싶은 문구를 메모하고자 작은 수첩을 사곤 하는데, 연말에 펼쳐보면 깨끗한 백지가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텍스트 중심의 기록에 서툰 내게도 나름의 기록법은 있다. 바로 설계 작업의 중간적 기록인 드로잉이다. 이런 드로잉들은 좀처럼 다른 이들에게 드러나지 않는다. 대게 완성된 공간의 사진이나 정제된 도 면들이 먼저 외부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하기보다 자신만의 기록법을 묻는 4번 질문의 답인 드로잉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드로잉을 텍스트보다 많이 쓰는 편이며, 설계 초반 단계부터 완성 단계에 이르기까지 주로 사용하는 기록 매체다. 크로키-콘셉트 플랜-플랜팅 플랜-플랜팅 스케치로 이어지는 순차적인 설계 작업 기록이 그것이다. 4크로키, 대상지에서 이루어지는 첫 번째 상상의 기록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직접 해설하며 연주하는 영상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음악은 연주자가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시작되었다(It’s already started)”라고 말하며, 공중에서 맴도는 선율을 살포시 끌어당기듯이 건반 연주를 시작하는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 또한 새로운 대상지를 만난 순간, 비슷한 맥락으로 혼자만의 상상에 빠지곤 한다. 대상지를 바라보며 그곳에 이미 어떤 장소가 펼쳐지고 있다고 상상한다. 이미 새로운 모습을 갖춘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며 시끌벅적한 소리가 나는 풍경을 상상한다. 그리고 이내 그 순간의 상상을 놓치지 않으려고 현장에서 빠르게 크로키로 그 장면을 기록한다. 크로키는 일반적으로 회화의 드로잉 기법 중 밑그림에 해당한다. 대강의 윤곽만 빠르게, 간결한 선으로 그려내는 기법인데 조경가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현장에서 느낀 감정을 글로 기록하기보다는 크로키 같은 빠른 스케치로 남기는 방식을 선호한다. 글로 적으려면 생각을 정제해 언어로 환원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서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크로키는 더 직관적이고 빠르다. 또한 생생한 감정과 구체적인 상(像)을 기록하기 쉽다. 크로키는 이런 면에서 대상지에서 이루어지는 첫 번째 상상의 기록이다. 콘셉트 플랜, 다양한 대안을 탐색한 발자취로서의 기록 최근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늘 이야기하는 말인데, 디자인은 결국 디자이너가 자기 이야기를 전달하는 행위이며, 그 이야기를 다른 이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디자이너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 매체 중 하나가 플랜이다. 플랜은 공간의 전체 구성과 배치, 나아가 서사적 흐름까지도 하나의 이미지 내에 종합적 시각 정보로 함축한다. 그래서 어떤 프로젝트에서 플랜의 변화 과정만 훑어보더라도 전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대략 유추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의 설계 스튜디오에서는 플랜의 기록을 중요하게 다룬다. 플랜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최종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로 작성한 것이든지 손으로 작성한 것이든지, 표현이 거칠든지 정교하든지 여부에 상관없이 가급적 모두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누군가에게 공개되는 최종 마스터 플랜이 나오기 전에 다양한 콘셉트 플랜이 작성된다. 콘셉트 플랜은 주요한 아이디어 중심으로 핵심 내용만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다수의 대안이 제시된 뒤 선택과 발전의 과정을 거친다. 마치 새로운 황야를 탐험하는 탐험가가 남긴 발자국처럼, 콘셉트 플랜은 설계가가 프로젝트라는 여정 동안 한 단계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간 흔적을 담은 기록물이다. *환경과조경435호(2024년 7월호)수록본 일부 최재혁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조경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정원과 조경설계 실무를 익혔다. 2017년 오픈니스 스튜디오(Openness Studio)를 창업해 생태적 관점을 바탕으로 정원, 공공예술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 [조경가의 기록법] 숨 쉬듯 관찰하고, 꾸준히 기록하기 기록 생활
    1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고 나름의 아름다움을 찾는 일은 나의 행복이며 오래된 습관이다. 어릴 적 살던 집 베란다 테이블 위에는 몇 가지 물풀이 사는 항아리 뚜껑이 있었는데 햇살이 드는 오후면 그 곁에 앉아 반짝이는 물 표면이나 송사리의 움직임, 생이가래 잎의 잔털을 오래도록 바라보곤 했다. 지금도 그때의 감각이 생생한데, 여전히 나는 물이 고인 곳이 있으면 가던 길을 멈추고 가만히 들여다보곤 한다. 관찰한 것을 기록하는 일은 나의 일상에 큰 즐거움이다. 군인 시절, 훈련과 행사의 사진을 찍는 일을 맡았던 나는 부대의 작은 초지에서 진행하는 훈련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봄, 가을이면 매주 같은 훈련장을 방문했었다. 그 당시 무엇보다도 눈에 띄었던 것은 작은 풀들의 변화였다. 민들레와 제비꽃으로 가득하다가도 한 주가 지나면 봄맞이꽃이 땅을 덮고, 여름 장맛비에 가끔 웅덩이가 생기다 가을이면 붉게 물든 띠가 들판을 뒤덮는 모습. 시기마다 풍경은 바뀌었지만, 이듬해가 되면 풀들의 돌림 노래가 반복됐다. 그 풍경을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었기에 훈련장으로 가는 고된 발걸음에는 늘 약간의 기대가 묻어 있었다. 오늘은 어떤 풍경일지, 작년에 본 흰 솜털 같은 띠꽃을 올해는 언제 만날 수 있을지. 어쩌면 나는 일상에서 시간을 들여 관찰하고 돌볼 것이 필요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관찰하고 기록하고 기억하며 다시 돌아올 무언가를 기다리는 일은 나의 일상을 더 풍요롭게 했다. 기록 행위는 나와 관찰 대상이 처한 상황에 따라 느슨해지기도 하고 중단되었다가 다시 시작되기도 했지만, 나의 일상에는 관찰하고 기록하는 무언가가 늘 있었다. 관찰을 통해 발견한 것은 손에 든 아이스크림 같아서 금방 녹아버렸다. 기억이 잊히지 않도록 바로 먹던지, 냉동실에 넣어두던지 해야 한다. 먹는 것이 기록물의 행태로 정리하는 행위라면 냉동실에 넣는 것은 정리를 미뤄두고 일단 기록한 것을 보존하는 행위 같다. 쉽게 말해 숙제를 미루는 것, 관찰할 때마다 미루지 않고 부지런히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만, 일상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다 보니 머릿속 냉장고에는 점점 먹지 못한 아이스크림이 늘고 있다. 2새, 나무, 풀꽃, 벌레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들 삶의 꼴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은 늘 즐겁다. 작은 생명들이 어떻게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지, 지구와 태양의 위치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또 사람은 어떻게 이들과 만나왔으며 오늘 이곳에서는 어떻게 자연과 만나고 있는지, 알면 알수록 경이롭고 아름답다. 오랫동안 잘 정리한 기록은 무심코 지나치던 현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게 도와주기 때문에 관찰한 것을 성실히 기록하고자 한다. 새의 경우 이버드(eBird)나 네이처링(Naturing)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관찰한 새의 종류와 개체 수를 사진과 함께 기록하는데, 더 알아낸 정보나 자세한 관찰 내용은 노션(Notion) 애플리케이션에 정리한다. 캘린더 기능을 활용하면 탐조한 날짜에 맞춰 계절별 도래 양상을 내가 찍은 사진과 함께 기록할 수 있어서 좋다. 식물 기록의 경우 조금 더 복잡한데,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속이나 과 수준에서 공통된 특성과 서식처별 특징, 분포, 기타 생물 분류군과의 관계, 발견한 관련 문헌이나 도감의 내용을 한 곳에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몇 년 전, 노션의 ‘데이터베이스’ 기능을 활용한 지금의 기록 플랫폼을 만들었다. 정원 만들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로는 정기적 정원 기록 역시 중요한 기록물 중 하나가 됐다. 최지은과 함께 만든 제2회 서울식물원 식재 설계 공모전의 ‘37.5N 126.8E’가 그 시작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방문했는데, 돌볼 곳이 늘다 보니 요즘은 계절에 한 번 가는 게 고작이다. 요즘은 집에서 가까운 광야숲1과 작년에 조성한 장안동 늘봄어린이공원의 작은 정원을 자주 찾는다. 바쁠 때는 겨우 몇 분, 여유 있을 때는 몇 시간을 어슬렁거리며 오늘은 어떤 변화가 있는지 관찰하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잘못된 것과 잘된 것 무엇인지 파악하고 예상하지 못한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찍은 사진은 프로젝트별 폴더에 날짜순으로 저장해두며 필요한 경우 노션의 기록 플랫폼에 정리한다. 3정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다. 작업물의 경우 많은 사람이 경험했듯 폴더나 파일명에 ‘최종’, ‘수정’을 우수수 덧붙이며 증식시킨다. 때로 어떤 게 ‘진짜 최종’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더군다나 요즘은 너무 바쁘다 보니 늘어나는 파일들을 제때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모니터링이나 탐조하며 찍은 몇 백 장의 사진은 제때 정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작 필요한 사진을 찾기 정말 어려워진다. 노션에 깔끔하게 정리하기 어려울 때는 당일 찍은 사진을 넣은 폴더명에 날짜와 인상적인 관찰 내용을 적어 다시 찾을 때 도움이 되도록 한다. 4나만의 특별한 기록 방법은 없지만 좋아하는 방식은 있었다. 학생 때는 무엇이든 노트에 연필로 기록하는 것을 선호했다. 작은 노트 하나를 늘 가지고 다니며 아이디어든, 일기든, 짧은 글이나 낙서든, 뭐든 다 적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뒤로는 디지털 파일을 정리할 곳이 필요했다. 블로그, 구글 문서, 드라이브 등 몇 가지 매체를 경험했고 지금은 노션 애플리케이션에 안착했다.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만 있으면 기록할 수 있고,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성 녹음, 인터넷 링크 등 다양한 형태로 정리할 수 있다. 서로 연결할 수도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더불어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올린 파일을 원본으로 다운받을 수 있고 기록의 일부는 간편하게 웹 링크의 형태로 사람들에게 공유하거나 함께 편집할 수 있다. 5지금은 다양한 사람과 협업하고 개인 작업도 하다 보니 작업물의 경우 폴더를 구분하게 된다. 누구와 함께한 작업인지에 따라 크게 폴더를 구분하고, 그다음은 프로젝트 성격과 상관없이 시작된 날짜와 프로젝트 이름을 적은 폴더에 파일들을 넣어 정리한다. 6인스타그램은 많은 사람과 한번에 소통할 수 있는 창구다. 간편하게 소식을 전할 수 있고 내가 본 예쁜 것들을 자랑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 2022년에 포트폴리오 삼아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작업물을 한 곳에 정리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 나를 파악하기 좋은 곳이지만 정리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요즘은 거의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2년쯤 지났으니 새로 수행한 프로젝트를 올릴 시점일지도. *각주 1.SM엔터테인먼트의 후원으로 마인드풀가드너스 등 여러 주체와 협업해 조성한 서울숲 내 정원이다. 도심 생물 다양성 및 생태 감수성 증진을 목표로 삼은 곳이다. 역시 최지은과 함께 설계하고 여러사람과 협업해 만들었으며 올해 5월 확장 공사를 마쳤다. 신영재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조경설계사무소 HLD에서 4년간 근무했다. 현재는 생태적 정원설계 및 시공 스튜디오 초신성과 디자인·아트 스튜디오 madswanattack(미친백조의공격)의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 심연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찾고 그들이 자리할 곳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조경가와 시인은 닮았다고 생각한다. 작고 여린 것들이 쉬이 잊히는 옹색한 시대에 정의로운 인간이 되기 위해 고민해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 국제지명 설계공모 International Invitational Design Competition for Nodeul Global Art Island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 국제지명 설계공모 노들섬의 출발은 인공섬이었다. 1917년 용산 이촌동과 노량진을 잇는 철제 인도교를 놓는 과정에서 모래 언덕에 석축을 쌓아 인공섬을 만들었고 중지도라 명명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노들섬 동쪽의 고운 모래밭은 ‘한강 백사장’이라 불리며 여름엔 강수욕장으로, 겨울엔 스케이트장으로 이용됐다. 노들섬의 풍경이 변화하기 시작한 건 1970년대 한강 개발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한강대교 건설 및 한강종합개발을 통해 노들섬은 콘크리트 호안을 두른 또 다른 모습의 인공섬으로 변모하게 된다. 한강대교의 한중간에 자리 잡은 12만m2의 공유지는 풍부한 잠재력을 지닌 땅임이 분명했다. 이때 풍부한 잠재력은 노들섬 자체가 지닌 땅의 힘과 정체성이 다소 흐릿하다는 사실을 품은 표현이기도 하다. 그 사실을 보여주듯 빈 섬을 대상지로 다양한 개발 계획이 시도되고 무산되기를 반복했다. 2004년 이명박 서울시장의 ‘서울 오페라하우스’는 노들섬에 처음으로 ‘음악’을 들이려는 시도였다. 오페라라는 콘텐츠를 도출하게 된 과정은 알 수 없으나,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물 위에 뜬 유선형의 건물이 청사진(장 누벨 설계)으로 제시됐다. 그 뒤 과도한 공사비로 첫 삽도 뜨지 못하던 사업은 2008년 오세훈 서울시장에 의해 ‘한강예술섬’으로 이름을 바꿔 재추진된다. 하지만 이 역시 큰 사업비와 그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을 증명하지 못해 결국 무산된다. 2015년 노들섬은 조금 다른 국면을 맞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전의 노들섬 개발과는 다른 방식을 꾀하겠다는 듯 세 단계(1차 운영구상 공모, 2차 운영계획 및 시설구상 공모, 3차 공간 및 시설 조성 공모)에 걸친 공모를 계획했다. “노들섬 총괄계획가 서현 교수에 따르면 3차에 걸친 노들섬 공모는 시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 관행에 대한 반성과 공모 과정 자체를 혁신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 엘리트가 나서서 어떤 종류의 건축물을 집어넣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한 후, 이를 통해 결과물을 결정하는 것은 구시대적 방식”(각주 1)이라는 것. 그 결과, 엠엠케이플러스(김지훈, 문동환)+맹필수(서울대학교)+오엠엠건축사사무소(박남규)+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박경탁)의 설계안이 실현되어 복합문화공간 노들꿈섬이 완성됐다. 2023년 2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매력적인 서울시를 만들기 위해 도시·건축 분야의 디자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노들섬 등 공공시설 네 곳을 디자인 건축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노들꿈섬이 완공된 지 불과 5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이라 명명된 프로젝트는 사전공모 제도가 적용된 ‘선 디자인 후 사업 계획’ 방식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국내외 건축가 7명을 초청해 ‘노들 글로벌 예술섬 디자인 공모’(2023년 4월)가 우선 진행됐다. 서울시는 이 공모의 참여작을 대시민 포럼과 전시 등을 통해 공개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바탕으로 다시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 국제지명 설계공모’(2024년 4월)를 추진했다. 공모 참가 자격은 국내 건축사로 한정됐다. 국내에 사무소를 개설하지 못하는 외국 건축사 면허 소지자의 경우, 한국 건축사사무소와 공동으로 응모해야 했다. 공모는 대상지를 공중부, 지상부, 기단부, 수변부로 나눴다. 공중부와 지상부는 공중 보행로를, 기단부와 수변부는 수변 문화 공원을 갖추어야 한다. 노들섬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고, 강변에서 보다 강을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또한 계획 방향에 담긴 네 가지 질문을 이번 공모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공중부어떻게 노들섬을 새로운 아이콘으로 만들 것인가. ‘아이콘’을 물리적 형태의 랜드마크로 볼 것인지, 강력한 문화 프로그램으로 볼 것인지 등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른 해법이 도출되겠지만, 지침은 어찌되었든 공중부에서 노들섬 동쪽과 서쪽의 유기적 연결을 꾀할 것을 요구한다. 단순한 보행교를 놓는 것이 아닌 노들섬을 하나의 섬으로 인식시킬 수 있으며,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공중부를 계획해야 한다. 지상부어떻게 노들섬을 일상생활에서 시민이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 것인가. 동측은 보전과 이용을 함께 고려한 체험할 수 있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정원(내추럴 가든)으로, 서측은 복합문화공간을 기본으로 하되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더라도 다양한 일상 활동이 가능한 공간(라이프 가든)으로 계획해야 한다. 기존 건물, 맹꽁이 숲 등의 자연·생태 현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단부지상부-수변부를 오가며 어떻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할 것인가. 계단, 엘리베이터보다 좀 더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담긴 입체적 공간을 계획해야 한다. 특히 노들섬 수위 변화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다층적 공간으로 계획해야 하는데, 그 예로 바운드리스 쇼어, 팝업월을 제시했다. 5~9m에 달하는 옹벽을 시각적 흥미를 유발하고 인지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미디어 시설물로 활용해야 한다. 수변부물과 섬이 만나는 경계 부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섬 가장자리를 수위 변동 또는 퇴적에 따라 자연적으로 변화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노을을 배경으로 공연 감상이 가능한 수상 예술 무대를 포함해야 하고, 물을 적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했다. 서울시는 당선작으로 ‘소리 풍경(Soundscape)’을 선정했다. 소리 풍경은 노들섬이 가진 본질적인 장소성을 살려 기존 건축물을 최대한 존치해 주변부를 계획하고, 스테인리스 커브 메탈을 활용한 다양한 곡선으로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장 톰 메인(Thom Mayne)은 “단순히 공모 자체뿐 아니라 더 큰 틀의 시각에서 노들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작품마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심사했다”고 말했다. 소리 풍경이 핀포인트 방식으로 기둥을 세우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며 최소한의 간섭만으로 공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공모에 대한 종합의견서와 심사위원의 심사평은 프로젝트서울 누리집(project.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당선 팀과 오는 7월 설계 계약을 체결하고 기본·실시 설계를 진행한 뒤, 내년 2월에 공사를 시작해 2025년까지 1차 조성(수변부 팝업 월, 수상 예술 무대, 생태 정원), 2027년까지 2차 조성(공중부 및 지상부 보행로 및 라이프 가든) 완료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 당선작소리 풍경(Soundscape)_토머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2등작구름_위르겐 마이어(Jürgen Mayer H.)+위르겐 마이어 운트 파트너 건축사무소(J. MAYER H. und Partner, Architekten)+토문건축사사무소 참가작 하나의 무대(The One Stage) _신승수+디자인그룹오즈건축사사무소 프롬나드 링(Promenade Ring) _강예린(서울대학교)+건축사사무소에스오에이+ 최영준(서울대학교) 더 리플즈(The Ripples) _비야케 잉겔스(Bjarke Ingels)+BIG(Bjarke Ingels Group)+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셰어링 노들(Sharing Nodeul) _김찬중+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정욱주(서울대학교)+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 숨 _나은중+유소래+네임리스건축사사무소+오픈니스 스튜디오 주최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 위치 서울시 용산구 양녕로 445, 446 일대 면적 119,854m2 (군사 시설 부지 740m2는 제외) - 상단부: 60,078m2, - 하단부: 59,036m2 공모 방식 국제지명공모 설계 범위 증축 설계 개요 상단부(공중 보행로): 공중부, 지상부 - 대지 면적: 60,078m2(도로 7,378.2m2 포함) - 증축 면적: 2,500m2 이내(기존 연면적 9,349m2) - 건폐율 60% 이하, 용적률 200% 이하, 층수 12층 이하 - 주차 대수: 법정 주차 대수 이상(기존 법정 주차대수 88대, 기존 주차 현황 99대) 하단부(수변 문화 공간): 기단부, 수변부 - 부지 면적: 59,036m2 예정 총공사비 2,557억원(제경비 및 부가세 포함) - 상단부: 2,310억원 - 하단부: 247억원(수상예술무대 특장공사비 5,368백만원 포함) 예정 설계용역비 13,966백만원(각종 인증 및 부가세 포함) 지명초청비 및 보상금 지명초청비: 8천만원(각 팀당) 당선작(1점): 기본 및 실시설계 계약체결 우선협상권 2등작(1점): 4천만원 참가작(5점): 지명초청비 운영위원 강병근(서울시 총괄건축가, 운영위원장, 공공건축관리자) 구자훈(한양대학교 교수, 도시설계) 윤세한(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 임재용(OCA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 진양교(홍익대학교 교수, 조경 및 경관 계획) 이승무(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사회·문화) 심사위원 톰 메인(모포시스 대표, 심사위원장) 김용화(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영화감독) 벤 반 베르켈(유엔스튜디오 대표, 건축) 이정훈(조호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 정현태(뉴욕공과대학교 교수, 건축) 조용준(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조경) 최문규(연세대학교 교수, 건축)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서울시, 참여 팀 **각주 정리 1. 김세훈, “노들섬, 공모 과정을 실험하다”, 『환경과조경』 2016년 8월호, p.91.
  • [노들 글로벌 예술섬] 소리 풍경 Soundscape
    노들섬의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하고 사람들을 풍부한 경관 경험으로 이끄는 노들섬의 비전을 제시한다. 소리 풍경은 모두를 위한 이벤트, 예술, 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일 년 내내 도시가 내는 소리와 에너지를 대변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접근 방식 중심부에만 집중하는 것을 넘어 섬 전체에 생동감을 불어넣고자 했다. 섬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노들섬의 공중부, 지상부, 기단부, 수변부 사이에 상호 작용을 만드는 법을 모색했다. 그 결과 섬의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만들고 조수의 변화에 따라 번성하며 생물 다양성이 풍성한 경관을 만드는 ‘워터 업(water up)’이라는 방식을 도출해냈다. 네 개 층의 상호 작용을 통해 섬 전체를 탐험할 수 있는 다양한 연결고리를 만들고, 예술적인 개입을 통해 섬을 활성화시켰다. 그 결과 수변에서는 더 부드럽고 차분한 자연적인 섬을, 하늘에서는 활기찬 섬을 만나게 된다. 부유하는 풍경 소리 풍경은 노들섬 위에 떠 있는 하나의 부유하는 풍경으로 구성됐다. 물결 치는 듯한 형태의 음파가 울려 퍼지며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따라 펼쳐진 산의 형상에 반응한다. 이로써 산과 물, 섬이 한데 어우러져 시적 구도를 만들어낸다. 워터프런트에서 시작돼 스카이 워크 캐노피로 이어지는 하이킹 코스는 음악을 즐기며 독특한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노들섬의 자산 노들섬은 다양한 경관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공중부, 지상부, 기단부, 수변부의 네 개 층으로 강을 탐험하고 보존하며 도시를 되돌아보는 등 자연을 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특히 잠재력에 비해 활용되지 못하고 있던 수변 공간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활성화시키고, 강과 부드럽게 연결하는 게 설계의 핵심이었다. 서울의 7개 산에 대응하는 7개의 부유하는 섬을 구성했다. 각 섬은 직교하는 꽃잎 형태의 여러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꽃잎 구조물은 아래의 건물 그리드에 대응하는 중앙 기둥으로 지지된다. 작동하는 생태계 노들섬의 기능 향상을 넘어 새로운 기능과 기존 기능이 서로 소통하게 만들고자 했다. 노들섬은 섬 전체가 하나의 생태계, 즉 다양한 활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 네트워크가 되어야 한다. 예술적 개입부터 즉흥 공연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높이의 공간을 연결해 다양한 활동을 강화하는 방법을 도출했다. 공중부: 섬에 왕관을 닮은 플랫폼을 씌우는 것이 아니라, 아래 공간과 본질적으로 연결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섬을 하나로 묶어 기능적인 이벤트 센터로 탈바꿈시킬 뿐만 아니라, 그 활동을 위쪽으로 확장하는 공중 플랫폼인 스카이 워크 캐노피를 구상했다. 지상부: 기존 인프라를 개선하고 현재의 노들섬을 존중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어떤 구체적인 개입이 기존 인프라를 활기찬 문화 커뮤니티로 변화시키고, 스카이 워크 캐노피가 어떻게 아래 공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 분석했다. 기단부: 노들섬 둘레의 대부분은 거친 형태의 길이 차지하고 있다. 이곳을 날씨와 조수의 변화에 따라 모습을 바꾸며 필요에 따라 팝업 활동을 열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꾸었다. 수변부: 과거 한강에서 수영과 레크리에이션을 즐겼던 것처럼, 다시 도시와 시민이 강과 수변에서 즐길 수 있는 혜택을 되찾을 수 공간을 설계했다. 랜드마크가 아닌 목적지 스카이 워크 캐노피의 위뿐만 아니라 그 아래에서 일어나는 활동에도 주목했다. 이 캐노피는 노들섬을 새로운 이벤트 장소로 탈바꿈시키는 배경이 될 것이다. 아레나 규모의 이벤트를 열 수 있는 수변 원형 극장과 기단부의 광장은 활동적 테라스, 발코니 네트워크, 상단의 박스형 공간으로 둘러싸여 있다. 작고 친밀한 순간: 스카이 워크 캐노피의 공중 산책로에 마련된 전망대, 좌석, 예술 설치물은 길을 따라 거닐다 예상치 못한 발견의 순간을 마주하게 한다. 유연한 플랫폼: 서쪽 클러스터의 플랫폼 일부는 독립적이거나 문화적 여정의 일부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유연한 실내 환경과 결합된 야외 테라스는 일련의 실내 및 실외 전시 공간을 형성하며 아래 아트센터와 수직으로 연결된다. 야외 상영장: 기단부의 벽을 활용해 만든 통합 프로젝션 구역에서 낮 동안에는 예술 프로그램을 저녁에는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영상 상영을 즐길 수 있다. 길에서 뻗어 나와 강으로 이어지는 플랫폼에서 한강과 주변 경관을 배경 삼아 이 벽을 바라볼 수 있다. 일몰 공간: 부드러운 물결 모양의 지형으로 다듬어진 서쪽 잔디밭은 휴식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다. 잔디밭 위를 가로지르는 캐노피는 사람들을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하고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공중 무대: 공중 무대는 주요 공연 공간과 연결하거나 독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이벤트 공간이다. 캐노피 형태에서 따온 독특한 무대 디자인은 필요에 따라 벗겨낼 수도 있다. 새로운 노들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일련의 순간을 만드는 데 주목했다. 수변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강과 노들섬의 풍경을 반사하는 캐노피 아래를 거닐고, 서울 도심의 계곡을 하이킹하고, 유연한 음악 공연장에서 휴식하는 등 노들섬은 놀라운 경험의 장이 될 것이다. 섬세한 기반: 캐노피를 동쪽의 맹꽁이 숲 위에 배치해 하부 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방문객이 기존 나무의 캐노피 사이를 거닐 수 있도록 설계했다. 휴식 공간과 전망대에서는 숨막히게 아름다운 경치와 아침 일출을 맛볼 수 있다. 지속가능한 표면: 자연주의적 접근 방식을 적용한 부드러운 조경 공간을 갖춘 공중 플랫폼은 유지 보수와 물 사용량 감소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이 야생 초원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경관을 보여줄 뿐 아니라 데크 포장과 비교했을 때 조성과 유지·관리가 훨씬 쉽다. 상호 연결된 네트워크: 대상지 전체의 높이를 신중하게 재조정했다. 더불어 타이들 브리지에서 출발해 기단부 계단, 기둥을 감싸는 나선형 계단, 내부에 숨겨진 승강기에 이르기까지 섬 전역을 탐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캐노피와 기둥: 스카이 워크 캐노피의 기둥 크기와 캐노피 폭이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하고, 기둥 가까운 곳에 나무를 심어 최적의 구조를 만들었다. 타설 콘크리트로 계획한 기둥 표면은 독특함 질감을 보여주는데, 아티스트와의 협업 등을 통해 이 벽면을 바꿈으로써 노들섬에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다. 기단부 팝업 월: 팝업 월은 가장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기단부의 옹벽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기존 옹벽에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유연하게 변화하며 계절적 요구 사항에 대응할 수 있는 통합적 장치를 삽입했다.
    • Thomas Heatherwick+ Heatherwick Studio+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노들 글로벌 예술섬] 구름
    노들섬은 예술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서울의 대표 공간으로 발돋움할 잠재력이 있는 땅이다. 한강의 품에 안긴 노들섬은 도시의 활기와 자연의 평온을 위한 사회적 장소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자연과 문화를 융합하고 도시의 혁신적인 정신을 표현하기 위해 자유로운 형태의 구름 구조를 디자인하고, 대상지의 독특한 지형을 고려해 섬 가장자리의 형상을 반영한 곡선형 디자인을 시도했다. 대상지 전체를 아우르는 유동적이고 연속적인 디자인은 구름의 구조와 연계된다. 특히 복합문화센터 지붕 위에는 예술 산책로와 함께 새로운 예술 공간, 공연 및 야외 조각 전시 공간을 연출했다. 공중부에 조성한 구름 구조물 등은 서울의 혁신성과 미래지향성을 표현하는 상징이자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이다. 도시와 자연을 잇는 태피스트리 섬의 지형에 단단히 고정된 수변부, 기단부, 지상부는 굽이치는 지형 윤곽과 매끄럽게 조화를 이룬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주변 환경과 소통하며 물과 육지의 역동적인 관계에 몰입하게 된다. 지형 윤곽은 강과 육지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시민들이 주변 환경의 유동성을 받아들이게 유도한다. 섬의 독특한 지형에 맞춰 세심하게 설계된 이 곡선형 디자인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매끄럽게 수용한다. 수상 무대에서는 강의 리듬과 공명하며 역동적인 문화 공연이 펼쳐지고, 인근의 전망대는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해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과 교감하며 평온과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수변 지반을 확장시킨 수상 플로팅 플랫폼은 탐험 등을 통해 역동적인 수변 공간에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 공공 수영장은 휴식과 활력을 되찾는 고요한 안식처로 기능한다. 이 혁신적 풍경의 중심에 위치한 작은 항구 데크는 미래 도시를 향한 관문으로서 교통 기술을 발달시키고, 도시 내 연결성을 높인다. 이를 통해 새로운 노들섬은 과거와 현재, 도시와 자연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로서 현대와 전통이 조화롭게 융합된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전체적인 접근법은 섬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강과 도시 사이의 고유한 연결성을 기념한다. 세심한 디테일 디자인을 통해 도시와 자연이 태피스트리(tapestry)처럼 직조된 새로운 노들섬에 일관성을 만든다. 이를 통해 물리적 경계를 뛰어넘어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실현하는 모델로 만들고자 했다. *환경과조경435호(2024년 7월호)수록본 일부
    • Jürgen Mayer H.+ J. Mayer H. und Partner Architekten+ 토문건축사사무소
  • [노들 글로벌 예술섬] 하나의 무대
    한강 최초의 인도교인 한강대교를 떠받치는 노들섬은 일평균 18만명 시민이 마주하는 서울의 중심 공간이다. 노들섬 반경 2km 안에는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와 용산국제업무지구, 한강공원 및 용산공원이 있지만,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접근하기 쉽지 않아 머물기보다는 통과해 가는 교통섬이 됐다. 노들섬은 지난 10여 년 간 도시농업공원, 복합문화공간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했다. 노들섬의 역사를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를 꼽으면 생태, 음악, 그리고 시민 참여가 아닐까. 세 개의 키워드를 토대로 새로운 노들섬을 연결된 섬이자 언제나 무대가 되는 곳으로, 시민이 만들어가는 정원으로 둘러싸인 하나의 무대로 만들고자 한다. 루프의 둥지 새로운 노들섬을 서울을 360도 전망할 수 있고 개인 이동 수단을 타고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무대로 조성하고자 했다. 1km 길이의 보행로 스카이 루프와 생태 루프를 엮어 만든 이 무대는 마치 수많은 브리지를 엮어 만든 커다란 둥지와 닮았다. 그늘을 만들고 비바람을 막는 동시에 빗물을 모아서 다양한 식물을 길러내는 생태 루프는 스카이 루프 안쪽에 미기후를 형성해 새와 나무, 사람을 모으고 연결한다. 18개의 수직 이동 코어로 지지되는 30m와 40m 높이의 스카이 루프 사이에는 다양한 형태의 공연장으로 기능하는 옥외 공간을 마련했다. 기존 건물 옥상에는 계단형 테라스, 잔디마당, 생태예술정원 등이 위치한 소셜 가드닝 플랫폼을 만들고, 이곳을 중심으로 스카이 루프, 기존 건물, 중앙 광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중앙 광장 아래에는 수변으로 열린 커다란 아트리움 라운지와 선큰 마당을 두어, 어느 곳에서나 강과 도시를 배경으로 만남과 놀이가 펼쳐지는 열린 공간을 조성했다. *환경과조경435호(2024년 7월호)수록본 일부
    • 신승수+디자인그룹오즈건축사사무소
  • [노들 글로벌 예술섬] 프롬나드 링 Promenade Ring
    단절된 순환, 고립된 장소들, 조각난 섬 노들섬은 동쪽과 서쪽이 단절된 두 개의 섬이다. 서측 문화 시설과 동측 자연 요소는 무관하게 존재한다. 동측 맹꽁이 숲은 섬에서 소외되어, 방문자는 시설이 집중된 서측 노들마당에만 머문다. 이는 노들섬을 통해 만나게 되는 한강의 경험을 제한하고 섬의 가능성을 축소시킨다. 2km에 달하는 노들섬 둘레에 지상부와 기단부를 연결하는 요소는 4개소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옹벽 안쪽과 외부가 나뉘고 섬의 많은 부분이 수변 공간과 단절된다. 인공섬인 노들섬은 자연화된 영역의 범위가 얼마 되지 않는다. 특히 동측의 옹벽과 콘크리트 호안은 강의 경험을 삭막하게 한다. 프롬나드 링 ‘프롬나드 링(Promenade Ring)’은 노들섬에 이미 존재하는 자연 요소와 문화 시설을 이어주며, 조각난 섬을 하나의 섬으로 만드는 경관 경험의 루프다. 이 루프를 기반으로 하나의 노들섬을 만들기 위한 다섯 가지 전략을 세웠다. 하나의 섬을 위한 순환 고리, 프롬나드 링: 섬의 동서 양안을 강하게 묶어 통합하는 보행 체계인 프롬나드 링을 제안한다. 이 링은 섬의 모든 곳에 도달하며 고립을 해소하는 일종의 보행 고속도로다. 인공화된 섬의 재자연화, 자연의 후광: 낮은 제방을 기초로 삼아 섬 경계에 플랜터를 쌓는다. 이로써 선형 공원을 연장하고, 하안을 늘려 물을 담고, 수면 위 새로운 경계에 수생 비오톱을 품을 수 있다. 섬 안팎의 상호 전이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밴드: 섬의 경계를 보행로, 전망대, 전시장 등 다양한 건축 요소와 결합된 프로그램 밴드로 만든다. 밴드는 경험을 파편화하지 않으며 다양한 감각의 층위를 형성한다. 수변과 지상부의 수직적 연결, 링의 내외부를 수평 연결하는 총체적 매개 장치: 한강대교 남북단에서 건너 온 보행자가 섬 입구에서 바로 순환에 합류할 수 있게 한다. 4개소의 입체 교차로에서 노들섬 보행 체계에 바로 올라탈 수 있으며, 이곳에서 섬 곳곳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 링에서 지상부 및 옹벽 아래 자연형 순환 공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여러 수직 동선을 최소 100m마다 계획한다. 링과 기존 시설을 잇는 연결로를 계획하고, 체험형 가든(맹꽁이 숲)과 같은 레벨에서 언제든 숲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확장된 판과 숲을 조망하며 머물 수 있는 좌석을 마련한다. 노들 프롬나드 링과 한강공원 노들지구: 노들섬의 위 아래를 연결하는 프롬나드 링은 한강을 새로운 방식으로 거닐게 한다. 한강 오픈스페이스의 선적 네트워크에서 노들 프롬나드는 잠수교, 한강연결공원과 함께 한강을 즐기는 입체적인 보행 명소가 된다. 노들섬 둘레를 따라 펼쳐지는 다채로운 소공원들의 집합은 한강공원 노들지구로서 한강공원의 새로운 목적지가 된다. 이는 노량~흑석 생활권에 한강변 공원을 제공하고 여의도와 반포를 잇는 구심 역할을 한다. *환경과조경435호(2024년 7월호)수록본 일부
    • 강예린(서울대학교)+SoA+최영준(서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