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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파주가든] 빅 282
282의 발음이 이파리와 닮았다는 점에 착안해 설계 개념을 설정했다. 자연과 도시의 두 공간이 융화하는 과정을 정원에 담아내고(‘2’82), 여덟 가지 잎 색을 활용해 계절별로 다른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게 수목을 식재하고(2‘8’2), 큰 잎과 작은 잎의 모임을 형상화한 시설물을 배치했다(28‘2’).
큰(big) 이파리를 정원 콘셉트로 설정했다. 큰 이파리 모양으로 퍼걸러를 만들어 정원의 문주이자 랜드마크로 삼았다. 이 조형물은 정원에 방문한 시민들을 환영하고 정면의 언덕(자연)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한다. 운정중앙공원에서 정원까지 오는 길에 있는 은행나무를 떠올리도록 은행 잎 모양으로 벤치를 만들었다.
*환경과조경439호(2024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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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가 만든 도시] 제도가 만든 도시
연재를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 됐다. 여러 법제도가 어떤 목적과 수단으로 시행되며 어떤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는지에 관심을 가져 왔고, 그간 몇몇 연구와 수업에서 다루기도 했다. 그러나 이 주제로 열두 번의 글을 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생각해 두었던 ‘거리’가 금세 떨어져 솔직히 고백하자면 중복해서 등장한 소재도 있다. 연재 전에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연재를 하면서 알게 된 것도 많다. 쓰고 지우기를 무한 반복하며 문장을 짓는 나의 대책 없는 글쓰기 방식에 대해서도 반성했다. 참 무모한 도전이었고, 부끄러움을 평생 지고 가야할 것 같다.
마지막 원고에 이르러 이 연재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 돌이켜보며 열한 편의 원고를 찬찬히 다시 읽어 보았다. ‘제도는 정당한가, 그리고 효율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연재를 시작한 이래, 도시 제도와 우리 도시 공간의 ‘크기’, ‘비움’, ‘다양성과 통일성’, ‘생로병사’, ‘소유’, ‘자연’, ‘기능’, 그리고 ‘역사’에 관여하는 바를 이리저리 헤집었다.
특히 여러 현실 공간의 사례와 기사를 많이 다루려 했다(그림 2). 대개는 우리 도시 제도가 만든 공간 현상의 부정적 결과를 들추며 제도의 불완전함과 부작동, 나아가 부조리를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첫 원고에서 ‘제도는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질문했지만, 역시나 비판이 쉽기 때문이다. 전보다 더 나은 도시 공간을 만드는 데 기여한 도시 제도도 많고, 제도 자체도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왔는데 그런 부분은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각 꼭지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용들을 되짚어 보면 다음과 같다.
도시의 ‘크기’에 관여하는 제도는 ‘최소’, ‘최대’ 같은 기준으로 도시의 웬만한 공간 요소의 크기를 재단한다. 우선적으로는 더 높고, 더 넓은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개인의 욕망을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선으로 제한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그러나 동시에 ‘크기’에 관여하는 제도는 더 높고, 더 큰 도시를 향한 우리 사회의 집단적인 욕망을 수용하고 혹은 부추기며, 작은 공간에 더불리하고 가혹하게 작용하는 ‘이중 플레이’를 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내 방 창문의 크기부터 도시의 크기까지, 도시 공간의 크기를 정하는 제도가 못하는 것이 있다. 도시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도시 자체의 ‘크기’에 관여하는 현대의 도시계획 제도는 오로지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전제하고 그에 맞춰 도시를 넓혀 짓는 물레라서 거꾸로 돌아가지 않는다. 인구가 감소하는 만큼 이미 만들어진 도시를 합리적으로 줄여나가기 위한 도시계획 제도는 사실상 아직 없다. 그러나 인구 감소를 넘어 소멸을 우려하는 지방 소도시에서도 기성 시가지 밖 새로운 땅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을 허용하는 물레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어 사실상 도시를 늘려가고 있는 셈이다.
도시의 ‘비움’에서는 공공이 마련하는 ‘공동의 비움’과 민간이 대지 단위에서 확보하는 ‘개별의 비움’ 간의 균형에 대해 질문을 제기했다. 우리 도시의 주거지에서 단지형 아파트가 점점 더 우세해지는 상황은 도시가 공유하는 비움이 아닌 외부에 배타적인 비움이 늘어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도시 안에서 그 분포와 역할이 다른 두 비움 간의 적정한 배분이나 상호 관계에 대해 도시 제도가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공동의 비움’을 만드는 제도와 ‘개별의 비움’을 만드는 제도는 각각 움직인다.
*환경과조경439호(2024년 11월호)수록본 일부
유영수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로재와 기오헌에서 건축 실무를 경험했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에서 도시 디자인과 사회과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병행했다. 현재는 인천대학교 도시건축학부에서 법, 제도, 현대 도시설계 이론, 스튜디오를 가르치고 있다. 건축과 도시를 아우르는 스케일에서 개별적인 공간 현상과 법제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고, 계획과 디자인의 역할을 확장하기 위한 이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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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륙순환 도시주의] 바당 가는 길
“바당서 나오당 다쳐시녜”
바당밭으로 들어가는 길 위 이씨 삼춘(삼촌의 제주 방언)의 한 팔이 굽어 있었다. 푸른 깁스가 무심히 그의 팔을 감쌌다. 수확한 물건을 들고 오던 삼춘은 젖은 현무암에 미끄러졌고. 그 와중에도 삼춘은 성한 한 팔로 갈퀴를 쥐고 사락거리는 검붉은 톳을 바당밭 앞 시멘트 도로에 펼치고 있었다. 해녀는 바다와 땅을 오간다지만 인간은 본래 땅 위에 사는 동물이다. 숨을 쉴 수 있고 두 발로 설 수 있는 안정적인 2차원의 땅과는 달리, 바다는 잠시 숨을 참고 방문하는 중력과 부력 사이의 3차원 공간이다. 그 둘을 오가는 데는 다양한 기술(테크닉과 테크놀로지)이 필요하다. 호흡을 참고 내쉬는 기술(숨비질), 한기를 견디는 기술, 물건을 채집하고 물 밖으로 운반하는 기술(테크닉)부터 물에 떠서 잠시 기댈 곳이 되어주는 테왁, 잡은 물건을 넣는 망사리, 고무옷, 물안경과 같은 도구, 몸을 덥히는 불턱이나 목욕을 할 수 있는 탈의장, 바당밭 진입로와 해녀배가 접안할 수 있는 항구와 같은 기반 시설까지(테크놀로지). 이러한 기술들은 다양한 관습과 제도와 맞물려 바당밭을 오랫동안 가꿔왔다.
첫 번째 글 “잠수하는 풍경”에서 필자는 해륙순환 도시주의를 해녀가 땅과 바다를 연결시키듯 건축과 조경이 수면 위아래의 다양한 행위자들의 (부가)생산물들을 호혜 교환하는 지역적 시스템으로 정의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과 제도로써 고무옷과 금채기, 바당밭 진입로와 물마중을 살펴보려 한다. 그리고 필자가 참여한 물마중의 경험을 통해 땅과 바다를 연결시키는 기술로써의 ‘길’과 해녀 공동체와 바깥 사회를 연결하는 사회적 연결로써의 ‘길’을 새롭게 상상해보겠다.
고무옷과 금채기
땅과 바다를 오갈 수 있게 하는 많은 기술 중에서 해녀의 물질을 가장 많이 변화시킨 것은 1970년대 고무옷의 도입이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해녀들은 물적삼과 물소중이라고 부르던 무명이나 광목 소재의 작업복을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물질에 최적화된 디자인이었지만 젖은 무명이나 광목은 바다 속 한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해녀들은 물에 들어가기 전, 중간, 후에 언 몸을 녹이기 위해 바다로 들어가는 길목에 불을 피우는 자리인 불턱을 만들었다. 불턱에서 몸을 녹이고 들어가도 작업 시간은 30분에서 한 시간 내외였다. 자신의 숨 길이와 추위로 인한 작업 시간의 한계가 자연스럽게 바당밭의 고갈을 방지했다.
하지만 짧은 물질과 불턱으로 몸을 녹이던 작업 리듬이 고무 잠수복의 도입으로 바뀌었다. 일본에서 사온 고무옷을 입은 해녀들이 3~5시간 작업을 하며 4배에서 5배 더 많은 물건을 수확하자 이 기술의 도입을 반대하는 해녀들이 생겼다.(각주 1) 그들은 갑자기 증가한 생산성으로 인해 “물건이 씨가 말라”버릴 것을 걱정했다. 고무옷 도입을 찬성하는 해녀들은 고무옷이 가져온 열적 편의(thermal comfort)와 생산성의 향상, 경제적 이득을 우선시했다. 해녀 공동체는 이러한 논쟁을 고무옷과 함께 자원 고갈을 방지할 여러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그간 불문율로 존재했던 관습을 ‘공동어장관리규약’으로 문서화해 물질 시간을 제한하고, 계절에 따라 건질 수 있는 물건의 종류와 크기 등을 규정하고, 자치 기구를 두어 이 규칙을 집행·감독했다. 예를 들어 해녀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뿔소라의 경우 산란기인 6월부터 9월까지 채집을 금했고(금채기), 7cm 이하의 소라는 잡거나 판매하지 않음으로써 지속가능하게 했다. 채집하는 양을 조절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녀는 바당밭에 ‘씨’를 뿌리기도 한다.
바당밭 내의 ‘자연 양식장’을 두어 소라나 전복, 해삼의 작은 개체들을 풀어주고, 이것이 자랄 때까지 그 구역에서 물질을 금지했다.(각주 2) 또한 해초의 경우, 돌미역이나 톳, 그리고 비료로 사용하던 듬북까지도 특정 기간에는 채집을 금지해 이것이 충분히 자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해녀들은 “공유의 비극을 넘어” 바당밭을 보존해올 수 있었다.(각주 3)
유학생에서 일손으로
2020년 9월 27일, 종일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렸지만 별반 건진 것 없이 돌아가는 길이었다.검은 현무암이 펼쳐진 해안가 멀리 작은 검은색 매스가 서 있었다. 오름을 닮아 둥근 지붕을 가진 단층 건물은 현무암으로 마감되어 있어 마치 그곳에서 솟아난 듯 했다. 정면에 걸린 ‘제주시수산업협동조합 삼양어촌계 잠수탈의장’이라는 손글씨 현판이 정겨웠다. 문을 두드리니 한 해녀가 나왔다. 그는 몸이 안 좋아 물질을 나가지 못했다면서도 내가 해녀 건축과 풍경을 연구한다고 말하자 탈의장과 불턱을 보여주었다. 탈의장에는 여럿이 동시에 씻을 수 있는 큼직한 공용 목욕탕이 있었고 작은 거실, 그보다 더 작은 부엌이 딸려 있었다. 이젠 더 이상 쓰지 못한다는 불턱은 옆집 창고가 입구를 막고 있어 접근이 어려웠고 태풍에 반쯤 무너져 있었다.
어느덧 동료들이 물에서 나올 시간이 되었다며 따라가겠느냐고 묻기에 냉큼 따라나섰다. 해안가 돌길을 따라 걸으니 멀리 해녀들이 물 밖으로 망사리를 이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뒤로는 20대로 보이는 관광객 두 명이 해안가 의자에 앉아 구경하고 있었다. 급히 사진을 마저 찍고 망사리를 건져내는 데 손을 보탰다. 소라가 가득 담긴 망사리는 20kg은 거뜬히 나가는 듯했다. 망사리 그물을 들면 그 사이로 튀어나온 소라뿔이 몸을 찔렀고, 거기서 떨어지는 물이 현무암을 더 미끄럽게 했다. 겨우 언덕을 올라 도로 위 리어카에 실었다.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 사이, 큰 목소리로 얘기하는 해녀들에게서 수확의 흥분과 땅으로 돌아왔다는 기쁨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정신 차리고 보니 리어카를 끌고 있었다.
“게난 여기서 뭐햄서(그러니까 여기서 뭐하느냐)?” 한 삼춘이 뒤에서 리어카를 밀며 물었다. 미국서 건축 공부하는데 해녀의 디자인과 풍경을 연구한다고 하자 별반 말이 없었다. 이후 이어지는 질문들. “결혼은 해시냐(했느냐)”, “여자 친구는 이시냐(있느냐)”, “무사 머리는 여자추룩 그자락 길렁다념서(왜 머리는 그렇게 여자처럼 길게 하고 다니느냐)?” 결혼은 아직이며 여자친구는 없다고 하자, 삼춘들은 나지막한 탄식과 함께 그 원인이 내 머리 길이 때문이라는 명쾌한 결론에 도달했다. 이 아찔하고 흥겨운 대화에 함께 웃다 보니 탈의장에 도착했다. 삼춘들은 즉시 소라를 크기에 따라 분류하고, 일부는 삶아 살만 꺼내고 껍질을 버렸다. 생물로 팔 것은 바닷가 웅덩이를 창고 삼아 그 속에 넣어 보관했다. 일이 끝나가자 이씨 삼춘이 수고했다며 내게 작은 문어 한 마리와 소라를 검은 봉지에 싸주었다.
해녀가 바다에서 나올 때 마중 나가는 것을 ‘물마중’이라고 한다. 보통 이때 육지에서 기다리던 남자들이 물건을 건지고 옮기는 일을 돕는다. 물에서는 부력으로 뜨던 물건들이 물 밖에서는 무거워지기 때문에 일손이 더 필요한 것이다. 내가 갔던 날도 한 할아버지가 나와서 물건 건지는 일을 함께했다. 그날 우연히 물마중을 나가게 된 인연으로 나는 삼양 삼춘들을 자주 찾아 만나고일하는 모습을 기록하며 삼춘들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3월쯤 아예 삼양으로 이사를 갔다. 그러나 한동안 삼춘들을 볼 수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갈 때마다 다음에 찾아오라며 돌려보냈고, 포기할까 고민하던 2021년 4월 14일, 장문의 편지를 써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찾아갔다. 텅 빈 탈의장 주변을 걷다 보니 잠수회장이었던 이씨 삼춘이 저 멀리 바당밭 진입로에서 날 보고 손짓했다. 팔에 깁스를 한 삼춘은 바다에 들어가지 못한 대신 수확한 톳을 한 팔로 고르게 너는 중이었다. 시간 있으면 도우라는 말에 오랜만에 쓸모가 있어진 나는 그날부터 삼일 내리 삼춘들과 톳을 수확했다. 보통은 남편이나 아들 등 다른 남자들이 일을 돕는다는데, 삼양 3동에서는 첫날 임금을 받고 일하던 한 남성을 제외하고는 오직 나와 대여섯명의 삼춘들이 전부였다.
톳 수확은 물의 흐름을 따라간다. 썰물이 시작되면 삼춘들은 톳을 수확해서 빨간 포대에 담은 후 더 깊은 바다로 나아간다. 어느 정도 무거워지면 포대를 근처에 두고 계속 전진한다. 밀물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돌아오면서 하나씩 육지로 옮긴다. 톳이 파도에 떠내려가기 전에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쉴 수 없다. 삼춘들은 계속 톳을 담고, 나는 계속 뭍으로 날랐다. 20kg 내외의 톳 한 포대를 들고 현무암 지대를 지나가는게 쉽지 않았다. 현무암 표면은 거칠지만 물과 이끼로 미끄러웠고, 겉에서 보기에는 안정적이어도 밟으면 흔들리기 일쑤였다. 이씨 삼춘처럼 나도 넘어져서 바지가 찢어지고 무릎이 까졌다. 일하는 게 영 불안한 나를 보며 삼춘들은 길을 일러주었다. ‘보기엔 다 검은 돌이지만, 걸어 보면 흔들리지 않는 길이 있다.’ 오직 노동으로 익힌 길. 3일차 작업이 끝나자 머리 긴 일꾼이 쓸 만했는지 늘 까칠하던 한 삼춘이 번호를 쓰고 가라고 했다. 그러곤 빳빳한 오만 원 권 두 장을 쥐어 주며 내게 여기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길
근대화가 한창이던 1980년대 제주, 해녀들은 바당밭 작업로를 포장함으로써 바당밭 풍경을 바꿔 나갔다. 검은 현무암 사이로 회백색 시멘트가 틈을 메꾸었고, 두터운 선이 되어 바다와 육지를 가름했다. 그 길 위로 해녀들은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걸었고, 물차(운송 트럭)는 해안가 더 깊이 들어와 바다 창고에서 물건을 건져 갔다. 하지만 시멘트 포장은 돌 틈에서 살아가는 소라와 거북손, 게와 같은 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시멘트의 생산과 운송, 폐기에 있어서도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두 환경을 연결하는 다른 길도 있지 않을까?
해륙순환 도시주의적 제안은 소라 껍데기로 길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 소라나 전복 껍데기는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고 바닷가 주변이나 폐기장에 버려진다. 1920년대 일제 식민지 시절 이러한 껍데기를 가공해 단추로 재활용하는 공장이 제주에 있었지만 1980년대에 문을 닫으면서 껍데기는 쓰레기가 되어 버려졌다.(각주 4)해녀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많은 음식점의 경우에는 해산물 껍데기를 모아 폐기물 업체에 넘기는데 이 중 일부만이 비료나 자개의 재료로 재활용됐다.(각주 5)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제주도는 몇 마을에 분쇄기를 도입해서 껍데기를 갈아 비료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다양한 기관들이 자원화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각주 6)나는 뿔소라 껍데기를 조간대 길의 골재로 사용해보는 것을 상상해본다.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뿔소라 껍데기는 겉에 나있는 뿔과 나선형의 형태 덕분에 압력이나 충격에 강하다.(각주 7)또한 그껍데기를 쌓았을 때 뿔이 맞물리고 단단하게 결합한다. 해녀들이 자주 오가는 길목에 3차원 지오넷을 설치하고 그 속을 소라 껍데기로 채우는 것이다. 이런 길은 해녀들의 작업을 조금이나마 덜 위험하게 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길은 관광객이나 다른 주민에게 산책로가 될 수도 있다. 그 길 위에서 해녀가 아닌 사람들도 땅과 바다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면, 바다에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일이 조금 더 쉬워진다면, 더 많은 사람이 해녀의 일에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며 파도와 사람들의 걸음으로 소라 껍데기가 깨지고 부서졌을 때, 그 길을 새롭게 채우는 것도 하나의 의례가 될 것이다.
해녀 공동체는 신규 해녀의 부재, 물질 소득과 농어촌 인구의 감소 등의 이유로 사라져가고 있다. 해녀 평균 연령은 이미 2020년에 70대를 넘어섰고,(각주 8)제주 해녀 인구는 1970년 1만 4,143명에서 2023년 2,839명으로 급감했다. 해녀학교가 신규 해녀를 양성하고 있지만, 실제로 어촌계에 가입해 해녀가 되기란 어렵다. 최소 물질 일수를 채워야 하고 기존 공동체의 동의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각주 9)직업인으로서 해녀를 양성하는 것이 해녀의 소멸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면 조금 느슨하고 열린 공동체는 어떤가? 길 위해서 만나는 것이 시작이 될 수 있다. 문화유산으로서의 해녀가 아니라 우연히 마주친 이웃으로, 관광객이 아니라 물마중 나오는 지인으로서. 조금씩 우연히 함께 걷다 보면 연결될 테니.
**각주 정리
1. 고광민,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속의 해녀 연구”, 『무형유산』 6, 2019, p.232. 김경돈, 류석진, “비배제성과 경합성의 순차적 해소를 통한 공유의 비극의 자치적 해결방안 모색: 제주도 동일리 해녀의 자치조직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정치연구』 20(3), 2011.
2. 안미정, 『제주 잠수의 어로와 의례에 관한 문화인류학적 연구: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문화전략을 중심으로』, 한양대학교 박사 학위논문, 2007, p.119.
3. 엘리너 오스트롬, 『공유의 비극을 넘어』, 알에이치코리아, 2010. 해녀 공동체가 어떻게 오스트롬이 정리한 지속가능한 공유 자원의 여덟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는 노우정의 『제주 해녀공동체의 특성과 지속가능한 마을어장 관리』(제주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21)를 참조.
4. 장태욱, “군수시설에서 통조림공장, 도시재생까지 요동치는 근대 유산”, 「서귀포신문」 2019년 3월 18일.
5. “버려지던 굴, 조개 껍데기 새로운 소득원 된다”, 해양수산부 보도자료, 2023년 1월 12일.
6. 김태홍, “서귀포시, 소라, 성게 껍질 해양오염방지 농가 퇴비로 재활용… 파쇄기 지원”, 「제주환경일보」 2022년 2월 28일.
7. 권예슬, “자연계 최고로 단단한 소라껍데기의 비결은”, 『동아사이언스』 2016년 2월 18일.
8. 이진호. “‘은퇴자가 신규해녀의 10배, 제주 해녀 인구 3000명대 붕괴’ 소멸해가는 해녀, 그 속의 작은 움직임들 지켜내야”, 「한경」 2024년 3월 25일.
9. 위의 글
강준호는 존재와 제도가 만든 풍경을 읽는 건축가다. UCLA에서 건축과 미술사를 복수전공한 뒤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GSD)에서 건축학 석사를 마쳤다. 이후 게럿 도허티(Gareth Doherty) 교수의 비평적 조경 디자인 연구소(Critical Landscapes Design Lab)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해안 지역의 기후 변화 인식을 조사했다. 현재 건축가와 정원사로 일하며 조경과 건축을 함께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junho_s_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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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디자인 오피스] 서도
축적된 랜드스케이프를 탐구하고 재해석해 장소에 새로운 연속성을 부여하다
오피스의
시작
사무실을 시작한 건 설계를 하다 보면 장소가 지닌 정체성을 단순히 컴퓨터 화면과 종이의 결과물로 구현할 수 없다는 갈증 때문이었다. 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게 디자인 빌드였다.
사무실 개소 후 첫 디자인 빌드 프로젝트는 보리(Voree)였다. 보리는 서해라는 서사가 담긴 랜드스케이프와 농경 문화가 스며 있는 장소다. 이 지역이 가진 독창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지역의 고유한 질감을 디자인에 반영하고자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해의 석양과 청보리, 메밀의 생산적 경관을 감상하는 공간이 만들어졌고, 지속가능한 로컬리티가 형성됐다. 클라이언트, 건축가, 조경가, 시공자가 긴밀하게 협의했다. 덕분에 보리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드러나는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장소의
탐구와 해석
오랜 세월 동안 장소는 생태학적 요소와 인문학적 요소로 인해 고유한 모습으로 변화한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이을 수 있게 현 시점에 필요한 순기능을 디자인 요소로 도입해 지속가능한 경관을 만들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조성된 공간은 긴 생명력을 지니게 되고 동시대의 공유 공간이 된다.
보리는 영광군 백수해안도로 한편에 위치한 작은 카페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지역의 고유한 랜드스케이프를 발굴하는 과정을 가졌는데, 그때 해안가의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 청보리, 해안 절벽과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잠재적 자원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을 새롭게 조성하기보다는 기존 경관을 온전히 이어갈 수 있는 설계를 하며 지역 고유의 질감을 유지하고 주변 자연 경관에 순응하게 했다. 전면에 긴창이 설치된 건축물에서 석양과 청보리밭의 파노라마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차경을 통해 방문객이 건축물 내부에서 자연 경관을 감상하고, 외부로 나와 자연의 경이로움과 서사적 풍경을 직접 경험하길 바랐다. 이를 위해 외부 공간으로 안내하는 유입 요소가 필요했다. 청보리밭에서 해안 절벽의 파도 소리와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두 곳을 결절점으로 설정했다. 결절점에는 인근 지역에서 자란 팽나무를 식재했으며, 목재 오브제를 설치해 방문객의 흥미를 유발하고 진입을 유도하고자 했다. 그늘목 아래에 서면 서해의 환상적인 해질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고유한
질감 찾기
땅의 기억과 흔적
장소의 고유한 질감은 땅의 기억과 흔적에 새겨져 있다. 용산어린이정원 프로젝트에서는 현장에서 독특한 반달 패턴의 담장을 발견했다. 반달 형태의 콘크리트 블록을 패턴화해 이 장소의 고유한 색상과 질감을 표현했다. 아이들의 생각을 담을 수 있는 반달 모양의 낙서판, 가족들이 담소를 나누는 반달 테이블, 다채로운 활동을 유도해 생동감을 불어 넣는 두더지 잡기, 용산 미8군 클럽무대에서 모티브를 얻은 무대 놀이터 등 독특한 패턴의 디자인을 통해 이 지역의 기억과 흔적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시경원(時景園)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했다. 대상지는 고봉산의 낮은 구릉지에 야생 초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그 지역이 지니고 있는 경관적 특성과 땅의 흔적을 존중하여 장소가 지니고 있던 기억에 어긋나지 않고 온전히 이어갈 수 있도록 그 지역의 식생 경관을 그라스와 암석 소재를 활용해 디자인했다.
소재의 물성
재료의 물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소재를 활용해 디자인한다. 재료 본연의 질감을 감상할 수 있으며, 시간 변화에 따라 재료의 물성도 함께 변화해 단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암석은 지역마다 색상과 질감이 다르다. 예부터 마을의 담장에 쓰인 돌은 집터, 경작지에서 나오기도 하고, 주변 산이나 강가에서 주워 오기도 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지역마다 석재의 특성을 구분했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암석을 활용해 디자인에 적용한다. 목재도 종종 활용한다. 목재는 시간의 물성을 잘 나타내는 소재다. 영구적이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연으로 환원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감과 질감의 물성이 변화한다. 주변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 사람의 피부가 닿는 곳에는 목재를 주된 소재로 활용한다.
식물
식물로 고유한 질감을 만들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자연스레 씨가 떨어져 오랜 시간 동안 천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식생 경관을 아무리 비슷하게 묘사하더라도 본연의 모습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최대한 유사하게 연출하기 위해 주변 식생을 관찰하고 관련 문헌 조사를 진행한다. 대상지 인근 지역의 생태 조사 보고서를 참고하다 보면 지역 자생종과 식생 환경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기초 자료를 토대로 기후 조건, 생육 환경, 수급 여부를 고려해 수종을 선정한다.
인문학 관련 문헌을 조사하면 식물에 담긴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끼는 맨땅이 드러나 식물이 전혀 없는 곳에 가장 먼저 나타나 다른 생물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는 식물로 알려져 있고, 과거에는 아기 기저귀 재료로 사용됐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식물이다.
이렇듯 식물에 담긴 이야기는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생태학적, 인문학적 특성을 고려해 수종을 선정하고 식재 디자인을 한다. 식재 디자인은 다양한 색감을 이용한 화려하고 돋보이는 식재 패턴보다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의 색감을 이용해 자연이 주는 서정적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다.
보태니컬
커뮤니티
사람들이 자연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쁜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자연이 전해주는 위안과 환기의 시간을 갖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태니컬 커뮤니티(botanical community)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식물을 매개체로 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인사이드 아웃 가든(Inside Out Garden)은 친근한 영화 캐릭터와 정원이 결합된 형태로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자연을 이해하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아홉 가지 색깔이 전하는 식물 이야기를 통해 불안한 마음을 잠시 잊고 마음 속 평온함을 느끼길 바랐다.
대상지는 한강의 서사적 풍경을 차경할 수 있는 입지적 특성이 있다. 한강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도록 눈높이보다 낮은 수종을 식재해 열린 시야를 확보했다. 또한 퇴적층이 형성된 토양으로 원활한 배수가 힘든 구조였다. 토양 치환 및 마운딩을 통해 배수를 원활히 하고 땅의 지력을 높여 생육 환경을 개선했다. 휠체어와 유모차가 진입할 수 있게 보행 동선 폭을 1.5m 이상 확보해 누구든지 편하게 접근하게 했다. 보행 편의성, 내구성을 고려하여 워싱 콘크리트로 바닥을 포장했다. 캐릭터가 위치한 곳에는 높이가 낮은 암석을 함께 배치하여 잠시 걸터앉아 쉴 수 있게 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등장하는 감정들의 아홉 가지 색깔을 고려해 아홉 가지 색상 구역을 형성했다. 진입부는 웰컴 정원으로 기쁨을 상징하는 옐로우 존으로 설정했다. 구역마다 색깔을 고려해 식재를 연출했다. 열매가 붉은 계열인 산사나무와 팥배나무는 레드 존, 보라색 열매가 있는 뽕나무를 퍼플 존, 단풍색을 고려하여 계수나무를 오렌지 존에 식재했다. 관목과 초화류는 구역별 색상을 고려해 식재했다.
자연이 전해주는
환기와 쉼의 여백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다가 멎는 곳에서 죽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 꿈이오.” 무용(無用)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비생산적인 무용한 것들을 잊고 살아갈 때가 많다. 그래서 땅과 물, 빛과 바람, 자연의 생명력을 만나는 곳에서 잃어버렸던 무용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우리의 삶이 자연으로부터 다시 회복되길 바라며 설계에 임한다.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나지막한 언덕이 있는 헤아림(林) 정원에 들어오면 새소리와 꽃내음 등 자연이 전해주는 생명력과 무용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지내온 능수버들나무와 산들바람이 부는 언덕이 있다. 능수버들나무 테이블에 앉아 자연이 주는 느긋한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나무와 꽃, 돌담이 있는 언덕에 오르면 정원의 풍경과 한강이 전해주는 쉼의 여백을 느낄 수 있다.
정원의 중점이 되는 버드나무 경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색감이 화려한 식재보다는 암석을 활용한 연출로 버드나무를 강조했다. 능수버들 나무 아래에는 커뮤니티 테이블을 설치해 담소와 간단한 식음 공간으로 활용하고 테이블 하부의 일부를 개방해 휠체어 이용자도 불편함 없이 이용하게 했다. 브랜드 슬로건과 BI에서 모티브를 얻은 돌담을 조성해 해당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돌담의 높이는 눈높이보다 낮게 해 시각적 개방성을 강조했다. 정원에는 인위적 시설을 배제하고, 돌, 나무, 꽃 등 자연 소재를 활용해 아이들이 건강하게 놀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아카이빙
오피스의
미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매번 반복적인 문구를 쓰게 된다. 주변 경관에 순응, 지역 고유한 색상과 질감, 온전히 이어가는 디자인, 진귀하고 화려함이 강한 수종보다는 인근 지역 환경에 적응한 수종 중심으로 식재, 자연 소재 등등. 돌이켜 보면 이 모든 게 16년 동안의 실무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와 이치라는 생각이 든다.
옛 우리 선조들이 그렸던 ‘원(園)’의 모습은 수려한 산과 맑은 물이 흐르고 양지바른 곳에 터를 잡아 경관을 감상하는, 그야말로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풍경이다. 정원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주변 경관의 일부가 되는 정원을 그려낸 것이다. 우리 정서에 맞는 정원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원고를 쓰기 위해 예전 자료들을 살펴보며 잠시 잊고 있었던 랜드스케이프가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울림이 있었던 시간을 보냈다. 스튜디오 명칭을 리스케이프 대신 서도라고 새로 바꿨다. 이름에 담긴 뜻처럼 지혜와 이치를 탐구하고 장소에 새로운 연속성을 부여하는 랜드스케이프를 그려나가고 싶다.
서도(諝道, 구 리스케이프)는 자연과 사람이 함께 머무는 곳을 작업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2020년에 문을 열어 조경설계, 정원 디자인 빌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도는 한자로 ‘지혜’와 ‘이치’란 뜻을 담고 있으며, 장소에 축적된 랜드스케이프의 본질적인 탐구와 해석을 통해 새로운 연속성을 부여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LH 공공주택 작가정원, 팜 보리(Farm Voree), 신사동 사옥 건축 외부 공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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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의 도시공원 이야기] 기념과 기억 사이
에피소드 1. 용산공원에서 내셔널 몰까지 12시간 15분
오전 5시 10분, 우려와 달리 눈이 번쩍 뜨였다. 몇 달을 기다려온 출장이다. 올해 ASLA(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미국조경가협회) 대회가 워싱턴 DC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으쌰으쌰 발표 자료를 만들어냈다. 동료 발제자들과 용산공원의 시민 참여에 관한 다양한 켜를 다루는 교육 자료를 준비했는데, 과연 이게 먹힐지 모르겠다는 의문과 열심히 준비해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는 마음이 공존했다. 사실 여러모로 조경과 연관 있는 도시인만큼 그냥 간다고 해도 누가 뭐라 하겠냐만 왠지 모르게 ‘대회’, ‘학술’, ‘답사’라는 키워드를 끼고 가야 양심이 덜 아프다.
집 현관에서 워싱턴 DC 숙소까지 비행 시간 열두 시간을 포함해 꼬박 열여덟 시간이 걸렸다. 발표 준비를 완벽하게 못 했다는 걱정도 잠시, 파란 하늘과 듀폰 교차로 광장(Dupont Circle) 주변 예쁜 역사 유적지들이 마음을 들뜨게 했다. 역시 집 바깥은 즐겁다.
내셔널 몰이 ‘몰’인 이유
몰(mall)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모습이 쇼핑몰이다. 긴 보행로 양측으로 상점가가 길게 늘어선 실외 또는 실내 공간. 하지만 녹지를 양옆으로 둔 긴 가로도 몰이라고 부른다. 후자에 해당하는 몰의 어원은 16세기와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오늘날 크리켓의 원형인 펠-멜(pall-mall) 게임에서 따왔다는 설이 유력하다.(각주 1) 실제로 그 모습을 그린 그림을 보면 그제야 어원을 납득할 수 있다. 판더페너의 그림은 녹지 공간 사이 선형으로 길쭉한 경기장을 담고 있다. 손잡이가 긴 나무 망치로 공을 쳐서 멀리 위치한 골대로 가게 하는 게 게임의 목적이다. 즉 ‘녹지를 양옆으로 둔 선형의 넓은 가로’라는 점에서 이 공간이 오늘날 공원이나 오픈스페이스의 몰이 된 것이다. 이 어원을 염두에 두면 결국 몰이란 녹지를 양옆에 둔 넓은 직선형 오픈스페이스라고 정리할 수 있다.
**각주 정리
1. 이탈리아어로 공과 나무 망치를 의미한다.
*환경과조경439호(2024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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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학교 조경도시학과 50주년 기념 디자인 벤치와 정원
‘사랑과 나눔’ 슬로건으로 지역 사회에 기증
1973년 신설된 청주대학교 조경도시학과는 조경학과 도시계획학을 기반으로 국토 환경을 계획, 설계, 시공, 관리하기 위한 전문가 양성을 도모한다. 국토와 환경 전반에 걸친 다양한 교육과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깊은 역사를 지닌 조경도시학과의 설립 50주년을 맞이해 9월 26일부터 이틀간 50주년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옥화자연휴양림 휴양관에서 진행된 ‘동문한마당’에서 자랑스러운 청주인 50인 감사패 수여, 50주년 슬로건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선후배 간의 친목을 다지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조경도시학과는 50주년을 기념하고 정원 문화 확산과 지역 사회 공헌에 기여하고자 청주시가 주최하는 ‘2024 청주 가드닝 페스티벌(이하 가드닝 페스티벌)’에서 참여정원을 조성했다. 또한 동문들이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벤치 50개를 기증했다.
*환경과조경439호(2024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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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도시 인천
인천공원페스타, 10월 8일부터 12일까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도심 녹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이 제시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자체가 정원도시를 비전으로 삼아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 한편 인천은 조금 다른 관점으로 도시 녹지시스템을 살피며 공원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 10월 8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인천공원페스타에서 인천이 지향하는 공원도시의 틀을 엿볼 수 있었다. 인천공원페스타의 주제는 ‘소래, 인천의 꿈, 대한민국 미래공원’으로, ‘인천시민의 날’ 행사와 함께 진행됐다. 행사 첫날인 10월 8일, 송도국제도시 G타워 대강당에서 로버트 해먼드(Robert Hammand)의 특별 강연 ‘소래 도심 오아시스, 사회 인프라를 통한 인간과 자연의 연결’이 진행됐다. 해먼드는 맨해튼의 버려진 고가 철도를 도시공원으로 탈바꿈시킨 하이라인의 공동 설립자다. 그는 뉴욕 하이라인과 허드슨 강의 리틀 아일랜드(2022년 2월호) 사례를 소개하며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인프라가 현대 도시 생활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래습지생태공원이 인천의 웰빙 인프라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환경과조경439호(2024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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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다음을 꿈꾸는 반란
평소 관심이 없던 야구에 호기심을 갖게 하는 영상을 보게 됐다. 땡볕으로 달궈진 야구장의 홈 플레이트까지 전속력으로 달리고, 공을 잡기 위해 온몸을 던지고, 있는 힘껏 방망이를 휘두르고, 때론 패배의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땅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며 울고, 짜릿한 승리에 포효하는 까까머리의 소년들. 처음엔 만감이 교차하는 승패의 순간을 잘 담아낸 스포츠 영화 예고편인 줄 알고 봤는데, 알고 보니 2024 고시엔(Koshien) 하이라이트 영상이었다.
고시엔이 대체 뭐길래. 소년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대회가 열리는 구장의 이름에서 유래한 고시엔은 일본 고교 야구대회로 봄과 여름에 개최된다. 3,700개에 달하는 고등학교 야구부 중 지역 예선을 거쳐 올라온 49개의 팀이 우승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특히 올해 여름 고시엔은 한국계 고등학교 최초로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의 우승은 ‘꼴찌들의 대반란’에 가깝다. 창단 초기엔 제대로 야구를 배운 선수가 한 명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운동장이 없어서 정식 훈련을 위해 다른 운동장을 빌려야 했고, 34 대 0이라는 굴욕적인 대패를 당하기도 했다.(각주 1) 역설적으로 대패를 안겨준 상대 팀 선수 고마키 노리쓰구(Komaki Noritsugu)는 고등학교 졸업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교토국제고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후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올해 우승 직전까지 테이프로 감은 야구공으로 연습할 만큼 사정이 좋지 못했다. 그들의 사연을 접한 한국의 한 프로야구단이 연습공을 후원했다는 미담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들의 우승이 따뜻한 환대와 열정이 빚어낸 결과인 것 같아 고시엔 영상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감동에 잠시 허우적거리는 와중에 고시엔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우연히 발견했다. 드라마 ‘하극상 야구 소년’은 내일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만년 꼴찌 야구부가 ‘고시엔 진출’이라는 하극상을 일으키는 과정을 다룬다.(각주 2) 형이 이루지 못했던 고시엔 진출이란 꿈을 대신 이루기 위해 야구부에 입단한 동생,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직무 정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위해 부원들의 장단점과 상대 팀의 약점을 꼼꼼하게 파악해 부원들에게 건네는 감독, 빠른 속도로 에이스로 성장해 나가는 후보 선수를 위해서 자신의 선발 투수 자리를 기꺼이 양보하는 만년 에이스, 아파도 아픈 티를 내지 않고 선수들의 마음을 보듬고 사기를 올려주는 코치.
스포츠 영화의 클리셰인 꼴찌의 반란과 성장이란 서사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면서도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았다. 이 꼴찌들의 반란이 좋았던 건 도파민을 자극하는 짜릿한 대반전이라는 점도 있지만, 단순히 시합의 스코어로 단박에 평가할 수 없는 숫자 너머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과 시련을 이겨내고 하나의 그라운드 위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전력 질주하며 경기장 안팎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괜히 뭉클했다. 과장을 보태자면 대반전이란 결과를 완성해 나가는 지난한 과정이 아름다운 반란으로 다가왔다고 할까.
가을은 반란의 역사를 쓰는 야구 시즌이기도 하지만, 젊은 조경가의 계절이기도 하다. 젊은 조경가 수상이 조경가를 단박에 평가하는 단일한 잣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탈하거나 한눈팔지 않고 용기와 끈기를 갖고 자신의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서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아름다운 반란을 꿈꾸는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 정도는 되지 않을까.
어쩌면 청춘의 특권은 반란일지도 모른다. 기존의 질서를 뒤집고, 무모한 꿈을 꾸며, 한계를 넘고 자 노력하는 이들 모두 청춘이다. 하극상 야구 소년의 주인공인 야구부 감독은 숱한 패배와 시련을 딛고 고시엔 진출이란 꿈을 이룬 후 이런 말을 한다.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진다고 끝이 아니란 겁니다. 반드시 다음이 있습니다. 다음을 목표로 하는 한 우리는 끝나지 않습니다.” 올해 젊은 조경가 접수(마감은 11월 4일까지)를 놓쳤거나 수상을 못했더라도 다음을 꿈꾸는 조경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음을 꿈꿀 수 있다면 모두가 청춘이고, 모두가 젊은 조경가다. 그렇다면 고시엔 우승처럼 미래의 한국조경도 빛나는 대반전이란 다음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각주 정리
1. 홍석재, “25년 전 0-34 패배 안긴 선수가 감독으로…교토국제고 강자 우뚝“, 「한겨레」 2024년 8월 23일.
2. 2018년 고시엔에 진출한 하쿠산 고등학교 야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당시 일본 언론은 이를 ‘일본 제일의 하극상’으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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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그것들이 때로 밖에서 닫히거나, 안에서부터 단단히 걸어 잠길 수 있다는 건
훈화 말씀 같은 건 적지 말자고. 땡볕이 여과 없이 꽂히던 운동장, 끝도 없이 이어지던 교장 선생님의 느릿한 목소리를 떠올리며 늘 다짐하곤 한다. 유치한 자기반성을 담은 글, 같잖은 가르침을 전하는 듯한 글은 일기장에나 적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자신이 없었다. 너무 엄청난 소식에 복합적인 감정이 몰려와서일 테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 최초 수상자인 것은 물론이고, 아시아 여성으로서도 처음, 유색인종 여성으로서는 두번째 수상이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아 눈만 껌뻑였고, 친구들과 메신저로 떠들면서 서서히 현실의 감각을 되찾았다. 보탠 것도 없으면서 내가 상을 받은 것 마냥 기뻤다. 본 적 없는 서점 오픈런 사태와 밤새 기계를 돌렸다면서도 미소를 숨기지 못 하는 인쇄소 사장의 인터뷰를 보면서는 독서 붐이 잡지에까지 영향을 미쳐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망상을 했다. 멈추고 싶었지만 한강이 최근 루소의 『식물학 강의』를 읽고 있다는 인터뷰가 허무맹랑한 상상을 부채질했다.(각주 1)
대구와 광주. 이달에는 유독 취재 장소가 서울에서 멀어 버스와 기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다.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도 여정이 남아 있을 때면 스웨덴 한림원의 심사평을 꺼내 읽었다.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했다. 그녀는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고리에 관한 독특한 인식을 시적이고 실험적인 현대 산문으로 표현한 혁신가다.” 한강이 다루는 소재 때문일까, 그의 책을 읽고 있으면 참 사람이 징그럽고 싫어진다. 연약함을 핑계로 사람은 어디까지 폭력적이고 악랄해질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면 나라는 존재도 혐오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한강의 소설 쓰기에 늘 동력이 되었던 게 인간이기 때문인지, 싫어도 계속해서 골몰하게 된다.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저는 언제나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그리고 산다는 게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자꾸 생각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고민을 매번 다른 방식의 소설들로 다루고 싶어했고요. …… 생각하고 서성이고 고민하고 질문하고 길을 잃고 우회하고 되돌아오고……. 그런 일이 소설을 쓰는 일이라고 지금도 느낍니다. 그렇게 질문들을 다루는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라고요.”(각주 2)
맥락 없이 느껴지더라도 그냥 좋아하는 한강의 소설을 소개하고 싶었다. 마침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과 잘 어울리는 『희랍어 시간』. 언어를 잃은 여자와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이야기가 고요 속에서 흘러간다. 이소연 문학평론가는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나의 이야기”라고 이를 바꾸어 말하기도 했다. 이때 언어는 세상과 만나는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한 사람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무언가다. 언어를 점차 잃을 때마다 조금씩 여자의 정체성과 존재 자체가 무너지는 소리, 절대 들릴 리 없는 그 소리가 내게는 침묵이 만든 공백 속에서 천둥처럼 울려댔다.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침묵이라면, 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끝없이 긴 문장들인지도 모른다”(각주 3)는 문장을 만나고 난 뒤로는 눈이 쌓인 풍경을 마주하면 눈의 차가움보다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소리의 감각을 먼저 느낀다.
너나 할 것 없이 말하고 소리내기 바쁜 시대에 닫힌 입술이 갖는 힘을 생각한다. “가끔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우리 몸에 눈꺼풀과 입술이 있다는 건. 그것들이 때로 밖에서 닫히거나, 안에서부터 단단히 걸어 잠길 수 있다는 건.”(각주 4) 여자의 말은 “침묵은 능동적인 것이고 독자적인 완전한 세계”(각주 5)라는 막스 피카르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연필을 쥔 손을 찬찬히 움직여 스케치북 위에 그려내는 행위 같았다. 동시에 온전히 나의 결심으로만 닫아버릴 수 있는 눈꺼풀과 입술이 내게 있음을, 그것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새삼 깨달았다.
“길었던 하루가 끝나면 침묵할 시간이 필요하다. 난롯불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하듯, 침묵의 미미한 온기를 향해 굳은 손을 뻗어 펼칠 시간이.”(각주 6) 언젠가 그 적막의 시간을, 지금은 사람이 몰려 잠시 문을 닫은 한강이 운영하는 ‘책방오늘’에서 보내고 싶다.
**각주 정리
1. 김유태, “고단한 날, 한 문단이라도 읽고 잠들어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매일경제」 2024년 10월 11일.
2. 위의 글
3. 한강, 『희랍어 시간』, 문학동네, p.174.
4. 위의 글, p.161.
5. 막스 피카르트, 최승자 역, 『침묵의 세계』, 까치, 2010.
6. 한강, 『흰』, 문학동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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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현대적 감성의 블록 로드페이버
자연스러운 돌 포장 패턴의 보도블록
다양한 기능과 형태를 갖춘 보도블록이 등장하며 여러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20년대부터는 여러 색이 혼합된 블렌딩 블록이 주목받았다. 정형화된 정사각형 블록에서 벗어나 한 가지 색상으로 다양한 규격의 블록을 조합한 멀티 블록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규격에도 불구하고 멀티 블록은 블록과 블록 사이의 간격이 좁다. 또한 다양한 규격이지만 단조로운 직선 형태로 구성돼 기존의 정형화된 블록과 비교해서 눈에 띠는 디자인적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
자연친화적 기능성과 시대적 흐름에 맞춘 디자인을 지향하는 보도블록 디자인 브랜드 ‘리비오블록’은 차별화된 블록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한림로덱스와 공동으로 개발한 ‘로드페이버(Road Paver)’는 블록 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각기 다른 형태의 블록을 불규칙하게 배치해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낸다. 블록 간 간격이 명확한 선은 자연스러운 돌 포장 패턴을 만들고, 블록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게 해 빗물 투수성을 높인다. 용도에 따라 투수성과 불투수성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고, 충분한 휨과 강도를 갖추고 있다.
정형화된 블록에서 벗어나 색상과 표면 질감을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냈다. 옐로우, 베이지, 그레이 등 다섯 가지로 구성된다. 각 색상은 세 가지 안료를 절묘하게 혼합해 만든 것으로 색상이 가진 고유한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한다. 표면의 요철은 햇빛에 반사되며 다채로운 인조 사암의 질감을 재현한다. TEL. 02-6928-5588 WEB. www.ribi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