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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정원을 말하다
‘정원사의 시간’ 전, 4월 1일~6월 25일, 블루메미술관
우리는 고즈넉한 자연 풍경을 두고 느림의 미학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빠름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흐름 속에서도 식물은 정직한 속도로 묵묵히 자라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여유를 찾고 싶을 때 공원을 방문하고, 정원이나 작은 화분을 가꾸며 심신을 달래기도 한다. 왜 자연 속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될까? 이 같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간성에 주목한 전시가 블루메미술관Blume Museum of Contemporary Art(BMOCA)에서 개최됐다. 4월 1일부터 6월 25일까지 열리는 ‘정원사의 시간’ 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3년 4월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개관한 블루메미술관은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비영리 사립 미술관이다. 특히 소통의 과정을 중요시 여겨 느린 호흡으로 현대 미술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힘쓰고 있다. ‘정원사의 시간’ 전은 블루메미술관의 설립자인 백순실 관장의 바람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평소 정원 가꾸기를 즐기는 정원사이기도 한 그는 “식물에 의해 건물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며 정원의 가치에 눈뜨게” 됐고, 이번 전시를 통해 정원 가꾸는 일의 가치와 의미가 보다 널리 퍼져 나가기를 바랐다.
강운, 김원정, 김이박, 임택, 최성임 등 다섯 명의 작가는 회화, 드로잉, 설치 예술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정원에서 식물을 기르는 행위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50호(2017년 6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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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리버파크, 고급 주거 단지 조경의 새 장을 열다
이순지ㆍ김영민, 대림산업
한강변에 자리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는 대림산업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아파트 브랜드의 첫 번째 단지다. 아크로리버파크는 수준 높은 아파트 조경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며 설계와 시공 모두에 각별한 공을 들인 고급 주거 브랜드다. 그 결과 입주민들의 호응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난 상태. 대림산업에서 각각 설계와 시공을 담당했던 이순지 차장과 김영민 부장(현재 국립세종수목원 공사 부장), 두 파트너를 현장에서 만나 그 성공 비결을 들어 보았다.
설계대로 시공한다
이순지 차장은 남다른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로, ‘설계대로 시공한다’는 원칙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설계를 그대로 구현하기보다는 시공하기 편한 디테일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또 놀이터나 수생ㆍ육생 비오톱과 같이 법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시설들이 똑같은 디자인으로 귀결되고, 식재는 늘 심는 하자 적은 수목을 택하다보니 어딜 가든 비슷비슷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획일적인 아파트 조경을 벗어나기 위해 CA조경과 함께 철저하게 특화 설계를 하면서 그간 보아왔던 선진 사례 못지않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단다. 관행을 뛰어넘는 일은 의지만 있다고 되지 않는다. 김영민 부장은 설계사무소에 프레젠테이션을 요청해, 여러 협력사들이 시공 전에 설계의 개념을 공유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식재, 시설물 등 여러 파트의 소장들이 각자 나름의 생각이 있었겠지만, 설계 의도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진 덕택에 정확한 시공을 할 수 있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50호(2017년 6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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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의 미래를 그리는 새로운 시도
박영석 플레이스온 대표
용산공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19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전문가와 국민이 함께 용산공원의 청사진을 그리는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1.0(이하 라운드테이블)’의 첫 번째 행사를 개최했다. 5월부터 11월까지 총 여덟 차례의 공개 세미나를 개최할 뿐만 아니라 용산공원 프렌즈 그룹으로 성장할 청년 프로그래머도 양성할 계획이다.
그간에도 용산공원에 관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공청회, 세미나, 포럼, 설문 조사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그렇다 할 성과는 얻지 못했다. 과연 라운드테이블은 그동안의 시도와는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라운드테이블 진행을 맡고 있는 박영석 대표(플레이스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두터운 논의를 얇고 밀도 있게
올해 초, 독일에 머물고 있던 박영석 대표는 국토부 관계자에게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국토부가 용산공원 기본설계와 조성 과정의 다양한 이슈를 전문가와 함께 토론하고 국민에게 공개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관계자는 박 대표가 ‘플레이스온Place_On’과 도시 공간 연구 집단 ‘빅바이스몰Big by small’을 통해 수행한 노들꿈섬 공모, 마을만들기 사업 등에서 쌓은 노하우가 좀 더 유연한 방식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라운드테이블의 실무를 부탁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50호(2017년 6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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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서재] 희랍어 시간
수영을 처음 배우던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기대와는 달리 몸이 자꾸만 가라앉았다. 키 판을 쥔 손의 힘을 빼라는, 그러면 몸이 저절로 떠오를 거라는 선생님의 조언이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물을 잔뜩 먹었고 결국 돌아오는 셔틀버스 안에서 울음이 터졌다. 같은 버스에 탄 처음 보는 아이들이 나를 위로해줬다. 고맙다기보다는 창피했다. 도망치고 싶었다. 아마 그때 내게 필요했던 건 울지 말라는 말이 아닌 혼자만의 시간, 또는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종종 여백이 주는 따뜻함에 대해 생각한다. 차량이나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소음이 적어 이어폰 없이 걸어도 좋았던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이나, 말없이 긴 시간을 함께 걸어도 어색하지 않았던 친구와의 하교 길, 전철이 한강을 건널 때면 핸드폰이나 신문에서 시선을 옮겨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 채우지 않고 비워두는 공간이나 시간은 내게 작은 위로로 다가온다. 한강의 소설 『희랍어 시간』도 그랬다. “어두운 곳에서 글을 쓸 때 윗문장에 아랫문장을 겹쳐 쓰지 않으려고 가능한 넓게 간격”(각주1)을 둔 것 같은 문장들은 여백이 많은 시를 떠오르게 한다. 마음만 먹으면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단단하지만 아름답게 정제된 문장을 읽다보면 절로 호흡이 느려진다. 시를 읽듯이 문장들을 곱씹다 보면 사람들이 북적이는 출근길 지옥철도 금방이었다.
『희랍어 시간』은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와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여자의 이야기다. 눈과 입. 세상을 받아들이는 감각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잃은 (혹은 잃을 예정인) 둘은 서서히 세상에서 고립되어 간다. 아니, 스스로를 고립시킨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남자는 10대 시절부터 가족과 함께 독일에서 이민 생활을 했다. 은연중에 행해지는 인종 차별은 그를 고독에 빠뜨렸고, 그러던 중 찾아온 첫사랑은 그의 메마른 삶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어리석은 실수로 사랑은 끝나버리고 그는 한국에 홀로 돌아와 희랍어 강사로 일한다. 여자는 문자의 형태, 단어가 주는 느낌, 심지어 발음할 때의 입 모양까지, 언어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인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그녀는 학창 시절 이유 없이 실어증을 앓는다. 다행히도 낯선 언어인 이탈리아어를 접하며 기적처럼 실어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몇 년 뒤, 어떤 전조도 없이 다시 실어증이 찾아온다. 이혼 후 하나뿐인 딸의 양육권을 박탈당한 그녀에게 말하는 법을 되찾는 일은, 딸을 되찾을 수 있는 가느다란 희망이었다. 그녀는 학창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희랍어 강좌를 신청한다.
희랍어 수업은 남자와 여자가 유일하게 만나는 시간이다. 하지만 시선이 부딪치거나 둘 사이에 대화가 오가는 일은 없다. 다른 학생이 여자가 시를 썼다고 알리자, 궁금해하며 여자에게 다가서는 남자의 행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쏠린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여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강의실을 박차고 나가고, 급히 따라 나간 남자는 사과한다. 소설이 중반부를 넘어가도록 닿지 않던 둘은 이야기의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서로 마주한다. 그들은 언어나 표정 대신 “기척”으로 소통한다. 방안은 어둡고 사방은 고요하다. 안경을 써도, 쓰지 않아도 똑같이 느껴질 어둠 속에서 남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는 이야기에 대한 감상이나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가끔씩 “…내 말이 들리나요?”, “…거기서, 듣고 있나요?”(각주2) 물으면 여자가 다리나 손을 움직이며 소리를 내 자신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려온다. 『희랍어 시간』의 문장처럼 긴 여백을 두고 드문드문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둘은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한다. 남자는 “문득, 그럴 수밖에 없는 듯, 어둑한 공기 속에 떠오른 그녀의 희끗한 얼굴을 향해 다가선다. 견딜 수 없이 떨리는 왼팔을 들어, 처음으로 그녀의 어깨를 안는다.”(각주3)
마감을 앞둔 토요일,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기대 속에 서울로 7017이 개장했다. 인터넷 뉴스로 현장 사진을 보던 나도 저녁 7시 즈음 회현역으로 향했다. 만리동광장에 설치된 공공 미술 작품 ‘윤슬’에서 진행되는 개장 특별 프로그램 ‘윤슬 사용법’을 보러 가는 길에 고가도 구경할 셈이었다. 고가에 진입한 지 오 분도 지나지 않아 후회했지만 말이다. 이십여 분간 구경한 것이라곤 내 앞에서 걷는 사람들이 입은 티셔츠 등판에 그려진 무늬와 가끔씩 길을 가로막으며 등장한 거대한 콘크리트 화분이었다. 만리동광장에 도착해 관람한 ‘윤슬 사용법’은 내게 충격을 주었다. 스테인리스 스틸 루버 아래 선큰 공간, 공간을 이루는 2,800개의 계단 위를 무용수와 어린이 퍼포머가 오가며 퍼포먼스를 펼쳤다. 상대의 동작을 따라하거나 쫓는 등 놀이처럼 느껴지는 퍼포먼스에 공연을 보던 어린이들도 자연스럽게 그 무리에 끼어들어 놀기 시작했다. 비어있는 공공 공간에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촉매제를 던져 사람들을 퍼포먼스에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고 싶었다는 안무가의 의도가 성공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였다. 웅장한 느낌을 주던 선큰 공간은 단 십여 분 만에 아이들이 얼음땡이나 공놀이를 하는 놀이터로 바뀌어 있었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니 이번 호의 프로젝트 중 ‘금천 폴리파크’의 소개 글 일부가 떠올랐다. 공원을 설계한 조윤철 대표는 “세부적인 공간은 이용자들의 계절별 이용 행태나 햇빛의 방향에 따라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복잡한 구성이나 소모적인 개념, 어휘는 배제”했고, “결국 공원의 풍경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은 공원을 즐기는 사람들의 다양하고 여유로운 모습일 것”(각주4)이라고 말한다. 갓 개장한 서울로 7017의 성공 여부를 따지기엔 아직 이르지만, 조금만 사람이 몰려도 정체되는 구간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 같아 버거워 보인다. 걷기 위한 길이지만, 어딘가에 여백을 두어 시민이 점차 바꾸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 놓았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1. 한강, 『희랍어 시간』, 문학동네, 2011, p.148.
2. 위의 책, p.169.
3. 위의 책, p.181.
4. 이번 호의 “금천 폴리파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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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말맛과 글맛
고민은 지난 5월호 특집 ‘빅데이터와 도시’에서 시작되었다. 한 필자가 보내온 원고에서 기획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건축, 도시, 조경 계획 분야의 연구자와 실무자들에게는 낯선 딥러닝에 관한 내용을 다룬 글이었다. 글쓰기라면 건조한 논문이 익숙한 필자임이 분명한데, ‘-습니다’나 ‘-요’ 같은 격식, 비격식의 종결 어미를 섞어 높임법을 구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쉬운 비유와 사례를 곁들였다. 분명 가볍지 않은 내용을 독자에게 친근한 목소리로 이해시키려는 구성 전략처럼 보였다.
원고를 앞에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환경과조경』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해라체’로 문체를 통일하고 있다. 이는 청자(독자)를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방식으로, 일종의 무표정한(중성적인) 표현법이다. 독자와 일정 정도 심리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정보를 적절한 무게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지에 어울린다. 독자를 높이지는 않지만, 독자 외에 다른 이들을 높이지도 않는다. 높여 표현하기 위해 ‘-시-’나 ‘께서’, ‘님’ 따위를 쓰지 않아서 글이 간결해진다는 장점도 있다. 평소의 원칙에 따라 원고를 모두 ‘해라체’로 바꿔놓고 보니 이상하게 딱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필자가 원래 보내온 대로 원고를 복구했다. 그런 ‘삽질’을 해놓고 보니, 높임말을 고수하고 싶어 하는 필자들이 종종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서 우리가 ‘해라체’를 쓰는 좀 더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높임말을 쓰고 싶어 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알고 싶어졌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마감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태평양 건너에 살고 있는 필자에게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이번 원고에서 높임말을 쓰신 이유가 친절하고 쉽게 느껴지는 전달을 위한 전략인가요?” “음… 말씀하신 이유 외에도, 서양 언어에서 상하관계보다는 친소 관계에 따라 표현을 달리 하기도 하고, 반말인 ‘thou’가 점차 사라지고 일종의 존칭인 ‘you’만 남는 현상을 보면서 한국어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또 문어文語인 ‘해라체’와 입말 사이의 괴리가 지나치게 크다는 생각도 있었구요.”
몰랐다. 영어에 높임말이 없는 게 아니라 한국어에 반말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화는 우리 언어가 우리 사회의 수직적 상하 관계를 반영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말투 혹은 글투의 차이가 은연중에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논문을 뒤져보니 흥미로운 주장을 찾을 수 있었다. 인지철학자 김광식 교수(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는 한국 사회에 널리 퍼진 수직적 문화를 바꾸기 위해 ‘반말공용화’를 제안하고 있다.(각주2) 그는 한국 사회에서 윗사람은 공공연하게 반말을 하고 아랫사람은 높임말을 하면서 실질적 불평등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하여 아랫사람이 반말을 할 수 있어야 몸에 밴 순종의 문화를 걷어낼 수 있다는 급진적(?) 주장을 펼친다. 그래서 문어체 반말을 구어체 반말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면 “너는 대통령이다”라고 쓰거나, “너는 대통령인가?”라고 쓰고 말하자는 것이다. 김광식 교수의 주장에는 말의 형식이 말의 내용보다 행동 방식을 바꾸는데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현재 『환경과조경』의 편집 원칙은 사회적 평등을 실천하고 있는 셈인가? 하지만 만약 내가 “주간, 에디토리얼 원고를 빨리 주시오”라고 말한다거나, 혹은 김모아 기자가 나에게 “코다 원고는 아직인가?”라고 말한다면?! (과연, 말할 수 있기는 할까) 김광식 교수의 말처럼, 머리로 이해한다고 몸까지 저절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내용과 형식의 관계다. 『환경과조경』의 여러 원고 중에도 이러한 관계를 생각해 보기에 적절한 사례가 있다. 바로 주신하 교수의 ‘이미지 스케이프’다. 이 연재 꼭지는 『환경과조경』에서 거의 유일하게 고정적으로 높임말을 쓰고 있다. 서정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사진 한 컷과 짧은 글로 이루어진 지면이다. 편집자 P는 ‘이미지 스케이프’의 원고를 ‘해라체’로 바꿔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문체를 바꾸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서 애써 바꿔보았더니, 참 사소한 내용처럼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P는 “이 경우는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구나, 내용보다 형식이 더 중요하구나” 깨달았다고 한다. 높임말이라는 형식으로 인해 다정한 느낌, 혹은 친절한 감성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감성’을 얹어서 전달하는 ‘다정한 『환경과조경』’은 어떨까 상상해보게 된다.
최이규 교수의 인터뷰 꼭지,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사례다. 이 지면에는 교정의 원칙을 뛰어넘는 구어가 표현된다. 분명 문법에는 어긋나지만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울려 퍼지는 문장을 보고 있으면, 들고 있던 빨간 펜을 내려놓게 된다.
어느새 이번 호도 마감이다. 이번 달도 간결하고 무게 있는 글, 다정한 글, 펄떡이는 활어 같은 글들을 가다듬어 한 권의 잡지로 세상에 내놓는다. 독자 여러분에게는 어떤 글이 마음에 가닿을지 궁금하다.
1. 이 제목은 문체에 관한 단서라도 얻어 볼까 해서 자료를 뒤지던 중 발견한 한 문학 평론에서 빌려온 것이다. 민명자, “말맛과 글맛”, 『수필시대』 3, 2008, pp.280~288.
2. 김광식, “한국사회에 반말공용화를 묻는다: 인지문화철학자의 반말 선언”, 『사회와 철학』 28, 2014, pp.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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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주)토인디자인의 퍼걸러, ‘자연을 담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안락한 소통 공간
최근 주거 단지에서 이웃 간의 소통을 중요하게 다루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단지에 퍼걸러를 많이 설치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퍼걸러도 오늘날의 스타일에 맞추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퍼걸러는 목재나 철재를 사용하며 직선적이고 정형적인 형태로 디자인된다. (주)토인디자인은 이러한 기존의 이미지를 버리고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퍼걸러 디자인을 제시했다.
(주)토인디자인이 새롭게 런칭한 브랜드 ‘유레스트U-rest’는 자연에서 얻은 자유로운 느낌을 담은 퍼걸러 ‘자연을 담다’를 선보였다. ‘자연을 담다’는 미래적일 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앞으로도 (주)토인디자인은 다양한 유레스트 디자인을 제안하며 퍼걸러 디자인의 트렌드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TEL. 02-533-3720 WEB. www.toinp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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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새로운 발견, 쉬운 전달
빅토리아 시대의 의사 존 스노우John Snow가 만든 ‘런던 콜레라 지도’, 지금도 설계 스튜디오에서 꼭 소개되곤 하는 맵핑mapping의 고전이다. 빅데이터와 각종 첨단 기법으로 무장한 현대 역학epidemiology의 토대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19세기 런던의 상하수도 시스템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정화되지 않은 생활 하수가 상수도로 유입되기 일쑤였고, 콜레라를 비롯한 여러 수인성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창궐했다. 1854년, 소호를 중심으로 콜레라가 다시 유행한다. 스노우는 발병자와 사망자가 나온 집, 인근의 수도 펌프를 면밀히 조사해 지도에 일일이 표시했다. 이 단순한 맵핑을 통해 놀라운 규칙성이 발견됐다. 브로드 가의 특정한 펌프를 중심으로 콜레라가 돌고 있었던 것이다. 멀리 떨어진 곳의 발병자는 브로드 가의 펌프에서 물을 공수해 먹은 사람이라는 사실도 밝혀내게 된다. 데이터 공간 맵핑을 통한 새로운 발견을 바탕으로 그는 지역 이사회를 설득해 문제의 펌프를 폐쇄하는 성과를 거둔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16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2013년,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 앤디 커크Andy Kirk는 스노우의 맵핑 작업에서 다시 새로운 발견을 한다. 이 지도를 보면 유독 맥주 공장 인근에만 사망자가 없는데, 그는 아무런 데이터가 없는 이곳의 의문을 푼다. 물 대신 직접 만든 맥주를 마셨기 때문에 콜레라에 감염되지 않은 것이다. 스노우가 자신이 수집하고 구축한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발견을 했다면, 커크는 오히려 지도 위의 데이터 공백 지대에서 새로운 발견을 한 셈이다.
이번 호 특집 ‘빅데이터와 도시’를 편집하며 데이터 맵핑의 고전격인 이 런던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빅’데이터이든 ‘스몰’데이터이든, 빅데이터의 시각화visualization이든 빅데이터를 이용한 도시 리서치와 디자인이든, 가장 중요한 잠재력은 결국 ‘새로운 발견’이다. 데이터 시각화나 맵핑의 또 다른 가능성은 복잡한 정보를 쉽게 이해하게 해 주는 데 있다.
‘복잡한 정보의 쉬운 전달’을 대표하는 고전적 사례는 이번 호 본문(38쪽)에도 실린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지도’다. 역사상 최고의 인포그래픽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이 맵핑은 프랑스 도시공학자 샤를 미나르Charles Joseph Minard의 1869년 작업이다. 나폴레옹 군대가 러시아로 진격했다 퇴각한 과정을 재현한 이 지도를 보면, 42만 명 넘는 규모로 출발한 병력이 러시아에 도착했을 때 이미 25% 이하인 10만 명으로 줄어들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후퇴는 더 어두운 색으로 나타냈고, 퇴각에 영향을 준 기온과 주요 날짜가 하단에 추가로 맵핑됐다. 나폴레옹 군대는 결국 만 명 정도만 귀환했다. 만 명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완전히 망했다는 느낌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지도는 원정군의 경로, 규모, 위치, 이동 방향, 기온, 날짜, 전투명 등 다층적 정보와 그 양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이 복잡한 정보를 글로 쓰고 표로 정리했다면 아마 대부분은 읽고 이해하기를 포기할 것이다. 미나르 맵핑의 강점은 직관적 표현 방식에 있다. 선의 굵기와 방향으로 복합적 데이터를 전환해 아주 쉽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5월호의 ‘빅데이터와 도시’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최근의 다양한 시도가 도시의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어떤 통찰을 줄 수 있는가, 또 더 나은 도시 환경을 설계하는 데 어떤 방법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비롯됐다.
필자 김승범 박사가 말하듯, “도시 빅데이터의 매력은 바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남긴 흔적이라는 점”이며 그것의 “시각화는…직관적 탐색의 훌륭한 도구”다. 복잡하게 얽힌 데이터를 ‘아름답게’ 변환해 전달하는 그의 최근 작업들은 그야말로 아름답다. 황용하 박사는 딥러닝과 환경 계획의 연계 지점에서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시도를 소개하며, 앞날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활용보다 기본에 초점을 둔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디자이너 소원영은 도시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도시 데이터를 이용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방법을 다루고, 또 디자이너가 경계해야 할 데이터 시각화의 왜곡, 누락, 편향성 등의 문제를 짚는다. 김충호 박사는 환경 설계 분야에서 빅데이터가 지니는 가능성과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빅데이터에 대한 시대적 강요가 아니라, 빅데이터에 대한 비판적이고 자발적인 탐색”이며 “빅데이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시각과 창의성”이라는 그의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네 필자가 전하고 있는 빅데이터 기반 도시 리서치와 시각화의 현재와 그 의미를 가늠하는 데 있어서 고전의 교훈, 즉 새로운 발견과 쉬운 전달은 여전히 유효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연하게도, 서영애 소장은 호주로 입양된 인도의 미아가 구글 어스로 25년 만에 고향 집을 찾은 실화 ‘라이언’을 이달의 ‘시네마 스케이프’에서 다룬다. “집을 찾은 건 다행이지만, 가만히 앉아서 세상 어디든 볼 수 있게 된 우리가 얼마나 더 행복해졌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는 마지막 문장이 계속 머릿속을 떠다닌다.
5월 19일 ‘공원의 재발견’부터 11월 18일 ‘용산공원이라 쓰고, 서울이라 읽는다’까지 총 여덟 차례의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이 열린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한국조경학회와 플레이스온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 본지는 후원 역할을 맡았다. 열린 소통과 공론화에방점을 두고 있는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도시학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김세훈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책 『도시에서 도시를 찾다: 좋은 도시를 바라보는 아홉 개의렌즈』가 본지의 자매 출판사 ‘도서출판 한숲’에서 출간됐다. 2015년 1월호부터 12월호까지 『환경과조경』에 연재한 “그들이 꿈꾼 도시, 우리가 사는 도시”를 대폭 수정하고 보완한 책이다. 영광스럽게도 이 책의 추천사를 부탁받아, 뒤표지에 짧은 글을 보탰다. “도시는 복잡한 곳, 도시의 삶은 고단한 과업, 도시의 설계와 경영은 난제. 그래서 우리는 역으로 좋은 도시를 꿈꾸고 찾는다. 『도시에서도시를 찾다』는 많은 도시설계가와 도시학자들이 답을 구하는 데실패한 질문에 다시 도전한다. 좋은 도시란 무엇인가? 그러나 해법을 구하는 방법이 새롭고 다르다. 이상이나 규범에 매달리지 않는다. 도시라는 변화무쌍한 세계를 읽는 아홉 개의 열린 프레임을 제시한다. 어느 창으로 세계를 볼지,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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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구통계 생산과 빅데이터
우리나라는 5년에 한 번씩 인구주택총조사라고 불리는 센서스 조사를 실시한다. 가장 최근에 실시한 센서스는 2015년에 있었는데, 이때 조사된 인구의 크기와 특징은 우리나라 통계의 기본이 되는 기준통계를 만들어내는 데 사용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우리나라의 총인구수 혹은 가구원 수 그리고 각 시도와 시군구의 모든 인구 관련 통계들이 바로 이 센서스를 통해 조사된 인구를 기반으로 추정된 것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 지역 인구의 수를 측정할 수 있는 두 가지의 통계가 존재한다. 하나는 이 센서스 인구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등록 인구다. 센서스는 실제로 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를 나타내는 통계이고, 주민등록은 말 그대로 그 지역에 주민등록을 둔 사람들의 수를 나타내는 통계다. 농촌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이 두 가지 통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젊은 인구의 이주가 많고 분가하여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도시 지역에서는 두 통계의 차이가 작지 않다.
그런데 최근 센서스를 조사하는 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한 집에 실제로 몇 명의 사람이 사는지, 나이는 어떤지, 성별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특성을 함께 조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가호호 방문 조사가 필요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가가호호 방문 조사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난 2015년부터 통계청은 ‘등록센서스’라는 방법을 도입하여 센서스를 실시했다(사실 이 사실을 아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가가호호 방문을 통한 사회 조사 방법 대신 사용한 등록센서스는 가구대장, 주민등록, 출생신고, 사망신고, 혼인신고, 이주신고 등 다양한 신고와 등록 통계들을 조합해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수와 특성을 추정해낸 통계다.
우리가 현재 통계청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2015년의 우리나라 전체 인구뿐만 아니라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의 인구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은 실제 조사된 통계가 아니라 등록센서스를 통해 추정된 통계인 것이다.
실측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등록센서스 결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가가호호 방문 조사의 어려움이 실존하는 상황에서 등록센서스는 최선의 대안임에 틀림없다. 뿐만 아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등록센서스는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지니고 있는 주민등록 자료에 그야말로 링크가 가능한 모든 자료를 통합하여 생성된 통계로서 우리나라 정부가 만들어낸 가장 대표적인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로서 등록센서스는 정부가 분절적이고 독립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통계와 정보들이 함께 엮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단순하게 서로 다른 통계들을 기계적으로 연계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생성되고 있던 대규모 국가 통계를 대체할 수 있는 정보도 함께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빅데이터의 활용도를 보여준 좋은 사례다. 아직까지는 기존 센서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들만 산출하여 공개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법이 적용되어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무궁무진한 정보를 제공하는 명실상부한 빅데이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구를 측정해낼 수 있는 또 다른 빅데이터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통신사의 통신망 정보다. 통신사의 기지국에 접속된 통신망의 수를 활용하여 소규모 지역의 인구 수를 추정할 수 있다. 특히 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수보다는 한 시점에 그 지역에 실제로 머물고 있는 사람의 수를 헤아릴 때 이 데이터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등록센서스는 그 지역에 실제 살고 있는 사람의 수를 나타낸다. 하지만 이는 정주 인구일 뿐 실제로 어떤 시점에 경제 활동을 위해 혹은 그냥 지나가기 위해 그곳에 있는 사람의 수가 아니다. 비즈니스에 활용 가치가 더 큰 것은 아마도 정주 인구의 크기보다 낮에 그 지역을 오가는 사람의 크기일 것이다. 빅데이터로서 통신사의 통신망 정보는 이 유동 인구를 파악하는 매우 유용한 빅데이터다.
아직까지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2016년 『한국인구학회지』에 발표된 연구 “스마트센서스의 가능성 모색”은 모든 사람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각종 센서를 활용하여 센서스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가가호호 방문하여 사람들을 조사하는 대신에 사람들이 스마트센서스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깔기만 하면 애플리케이션이 알아서 스마트폰의 센서를 통해 얻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용자의 거주지와 직장 등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인구수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한 지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지, 그들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혹은 낮에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일은 도시를 설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정보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빅데이터가 인구를 ‘측정’하는 데 활용될 것이다. 이 측정은 단순한 ‘카운트’를 넘어서 인구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포함할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빅데이터가 인구통계 생산에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조영태는 2004년부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인구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이며, ‘BK21 플러스 모바일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융합형 보건인재양성사업단장’을 맡고 있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에서 인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유타 주립대학교에서 2년간 조교수 생활을 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인구학적 관점에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과, 빅데이터 혹은 모바일 환경이인구 및 보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최근인구학적 관점에서 미래 사회를 조망한 책 『정해진 미래』(북스톤,2016)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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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와 도시
Big Data & City
이달의 특집 주제는 ‘빅데이터와 도시’입니다. 최근 각종 도시 리서치, 정책 구상과 계획, 예술 분야에서도 빅데이터를 이용하려는 시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또 공공 데이터Open Government Data가 점차 개방되면서 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아니어도 ‘셀프 분석Self-Service Analytics’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시티smart city,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과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등 매일매일 쏟아지며 업데이트되는 기술적 이슈에 이미 ‘빅데이터’라는 용어는 철 지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빅데이터가 지금처럼 이름 붙여지고 관심을 받기 이전부터 데이터는 존재했고,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일은 계속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빅데이터 열풍의 크기만큼 도시, 조경, 건축 분야에서 이러한 정보와 기술이 어떤 가능성을 가지며, 또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는지 충분히 관심을 가졌는지는 의문 부호가 따릅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도시를 읽고 또 보여주는 것에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혹은 데이터를 분석해 시각화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계획과 설계에서 시각화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데이터의 시각화는 단순히 분석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일까요? 혹은 어떻게 그 과정에서 새로운 통찰을 끌어낼 수 있을까요?
이번 지면에서는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도시 리서치와 시각화, 계획 등의 현재 수준과 사례, 이슈 등을 점검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분석과 시각화의 다양한 단면을 탐구하는 연구자, 계획가, 디자이너들의 프로젝트와 빅데이터를 둘러싼 그들의 통찰을 살펴보았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이번 특집이,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다가서기 어려운 분야처럼 느껴졌던 (빅)데이터를 이해하는 데 작은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천만 명이 지도 위에 그린 그림 _ 김승범
새로운 분석 도구, 딥러닝의 진화 _ 황용하
모으고 보여주는 만큼 알게 될 거야 _ 소원영
빅데이터와 환경 설계에 관한 커다란 질문 _ 김충호
데이터 시각화를 위한 매뉴얼 _ 소원영, 황용하, 김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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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와 도시] 천만 명이 지도 위에 그린 그림
2016년 전국 동 단위 인구 이동 시각화
데이터 홍수의 시대다. 3년 전 즈음만 해도 연속지적도와 같이 GIS 프로그램에서 쓸 수 있는 셰이프shape 파일을 개인이 얻으려면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야만 했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이미 공개된 데이터 종류가 무척 많아서 한 번씩 살펴보기도 힘들다. 없다고 생각했거나, 유료로 구해야 했거나, 습득 절차가 복잡했던 데이터들이 어느새 전면 무상 다운로드로 바뀌어 있다. 2013년 10월 시행된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르면 공공 데이터를 이용한 영리 행위도 가능하다. 이제 데이터의 습득과 이용 여부는 순전히 개인의 몫으로 넘어왔다. ...(중략)...
김승범은 대규모 공공 건축물 생산 과정에서 불거지는 대중 담론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브이더블유랩(VW LAB)의 대표로 공간 데이터나 그와 관련된 텍스트 언어를 분석하고 시각화해 데이터가 드러내는 인간의 욕망과 행위를 탐구하고 있다. 2016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부 큐레이터로서 건축물대장 데이터를 중심으로 법적 제약 조건과 짓는 행위의 관계를 분석했다.
* 환경과조경 349호(2017년 5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