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금천 폴리파크 Geumcheon Polly Park
    이슈 금천 폴리파크는 4천 세대가 새로 입주하는 동네에 기부채납 방식으로 지어진 공원으로, 아파트 입주민의 앞마당인 동시에 구청의 뒷마당이 되는 곳이다. 금천구 내에 크고 작은 공원이 50여 개나 있음에도 그 공원들의 존재감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폴리를 매개로 한 공원 브랜딩branding을 시도했다. 공원이 조경 설계 과정을 거쳐 탄생하지만 사실 디자인적 요소를 공원 안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불만족스러운 시각에서 출발했다고도 할 수 있다. 조경과 건축 사이 건축가와 함께 대화하고 스케치를 하며 건축물의 위치를 정하고, 공원의 프레임을 완성했다. 건축물은 부지에서 볼륨이 가장 큰 요소이며 커뮤니티 활동의 중심이기에 공원의 중요한 경관 요소landscape element가 된다. 공원과 건축물의 경계를 없애는 설계 전략을 통해 건축물은 문화 공간이자 언덕이 된다. 건물에 설치한 폴딩 도어를 열면 실내와 실외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진다. ...(중략)... 기획 프로젝트데이(심영규), UIA 건축사사무소(위진복) 조경 기본 계획 PH6 DESIGN LAB(조윤철) 조경 실시 설계 조경디자인 린 건축 설계 UIA 건축사사무소(위진복) 위치 서울특별시 금천구 독산동 금나래중앙공원, 도하공원(소공원) 면적 19,393m2 공사비 30억 원(소공원 포함) 완공 2016. 11. 조윤철은 피에이치식스 디자인랩(PH6 DESIGN LAB) 대표이며 미국공인 조경가(Registered Landscape Architect)다. 홍익대학교 건축공학부에서 조경 설계와 도시설계를 가르치고 있으며, 미국 애틀랜타 소재 비영리 재단인 그린란드 글로벌 액세스(Greenland GlobalAccess)의 디렉터로서 개발 도상국의 도시계획을 담당하고 있다. 위진복은 한국에서 건축학부를 수료하고 런던 AA 스쿨(AA School)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마이클 홉킨스(Michael Hopkins) 사무소,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gers) 사무소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2009년부터 서울에서 유아이에이 건축사사무소(UIA: Urban IntensityArchitects)를 운영 중이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삼성동 업무 시설, 광주유니버시아드 수영장, 독산극장, 광주 운암동 주상 복합, 고려대학교 파이빌 등이 있다. 심영규는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과건축 전문지 『SPACE』에서 기자로 일했다. 이후 건축 기획사 프로젝트데이(Project Day)를 차려 건축 PD로 전향했다. 전시나 출판뿐 아니라건축가와 클라이언트를 연결하는 플랫폼, 행사 기획 등 비즈니스 플랫폼도 기획하고 있다. *환경과조경350호(2017년6월호)수록본 일부
    • 조윤철 PH6 DESIGN LAB 대표 / UIA, PH6 DESIGN LAB, 프로젝트데이
  • 공원, 기획이 필요한 시대 금천 폴리파크와 우리 공원 문화에 관한 이야기
    공원 설계란, 개념을 부여하는 기획부터 이용과 운영까지 고려하는 과정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디자이너가 마주하는 현실 세계는 그리 녹록하지 않다. 재능기부 (혹은 열정페이), 층층이 이어지는 갑을 관계 (혹은 협업이 아닌 하도 관계), 분야 간 이해 부족, 지난한 행정 절차 등 체념하고 적당히 타협하게 하는 요소는 많다. 여기 건축가와 조경가, 그리고 코디네이터라는 낯선 조합으로 견고한 관행에 균열을 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11월 개장한 ‘금천 폴리파크’가 그들의 결과물이다. 햇빛이 따사로운 5월 어느 날, 위진복 소장, 조윤철 대표, 그리고 심영규 PD를 한남동의 조용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동안 그간의 안부를 확인하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진척을 보고하거나 상의하는 수다가 이어졌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공식적인 인터뷰 시작을 알렸다. 진지하게 ‘금천 폴리파크’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며 인터뷰를 시작한 이들은 이내 자유롭게 우리의 공원을 만들고 이용하는 문화에 대한 생각을 쏟아냈다. ...(중략)... *환경과조경350호(2017년6월호)수록본 일부
  •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Banpo Acroriver Park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반포명원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는 조경 특화 설계로 진행되었다. 대개의 아파트 재건축 프로젝트가 그렇듯 오랜 시간 수많은 수정 작업을 거쳐 완성된 기존 설계안은 분양 안내 책자를 통해 재건축조합과 입주민의 뇌리에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따라서 조경 특화를 위한 제안 내용은 하나하나 원안과 비교하며 설득해야 했으며, 더 나아가 주변 프리미엄 아파트 단지 조경과는 확연히 다른 차별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설계의 시작은 조경적 연출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이야기와 테마를 찾는 것이었다. 반포盤浦라는 지명은 마을에 흐르는 개울이 서리서리 굽이쳐 흐른다고 하여 ‘서릿개’라고 부르던 데서 유래했다. 이러한 지역의 이야기와 풍경, 또한 정원에 대한 시대적 욕구를 반영해 ‘반포명원盤浦名園’이라는 콘셉트로 설계를 진행했다. 서릿개의 풍경은 400여 미터에 달하는 공공 보행로인 서리길을 중심으로 어린이놀이터, 마당, 휴게 공간 등의 커뮤니티 공간에 스며들도록 했다. 주동으로 위요된 여섯 개의 클러스터 공간에는 세계의 명원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정원을 계획했다. 공적인 성격의 서리길주변에는 놀이터와 잔디마당 등 활동적인 공간을 배치했고, 안쪽의 클러스터 공간은 조용한 정원으로 계획했다. ...(중략)... 조경 설계 (주)CA조경기술사사무소(진양교 대표, 정문정 소장, 소진 실장, 문상민 팀장) 건축 설계 에이앤유건축사사무소(주) 시공 대림산업(현장: 김영민 부장, 조흥철 과장, 신유진 과장 / 본사: 이순지 차장) 조경 식재 케이지에코(유지호 소장) 조경 시설물 한설그린(한종휘 소장) 놀이ㆍ휴게 시설물 청우펀, 원앤티에스, 에코밸리, 이음디엔아이 발주 신반포1차재건축주택조합 위치 서울시 서초구 반포2동 2-1번지 일원(신반포1차 재건축) 대지 면적 68,853m2(15개동 1,612세대) 조경 면적 29,934m2(녹지율 43.5%) 완공 2016년 8월 CA는 ‘Common Associates’의 약자로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설계를 지향하는 설계 스튜디오’를 의미한다. CA조경은 사람과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땅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작은 시간 잇기와 단순한디자인을 추구하는 설계 철학을 바탕으로 도시 환경 설계부터 공원, 워터프런트, 광장, 주거 외부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와 성격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하늘공원, 반포한강공원, 청계천 복원, 무주태권도원, 국립생태원 생태체험관, 경상북도청사, KEPCO본사 신사옥, 창원 경상대학병원 등이 있다. 대림산업은 건설 사업 70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으로, 국내시공능력평가 55년 연속 10대 건설사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건설사다. 2000년 아파트 브랜드 ‘e편한 세상’을 론칭한 후 ‘ACRO’라는 최고급 브랜드의 프리미엄 주거 단지 조성을 핵심 사업으로 이끌어나가고 있다. 대림산업이 지향하는 ‘품질과 실용’을 근간으로 조경 분야에서는 친환경을 바탕으로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공간 구현에 힘쓰고 있다. *환경과조경350호(2017년6월호)수록본 일부
    • 정문정 CA조경 소장, 문상민 CA조경 팀장 / CA조경, 대림산업
  • [그들이 설계하는 법] 자연과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균형 3
    모듈 시스템 셀로CELL · O를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안개 관수, 모듈 시스템, IoT사물인터넷 기술이다. 첫째, 셀로는 수경 재배의 가장 진보된 방법 중 하나인 에어로포닉스(aeroponics)―수경 재배에서 발생하기 쉬운 뿌리의 산소 부족과 배양액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재배법― 중에서도 물 입자를 가장 작게 만들어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안개 관수 방식을 사용해 식물의 생장을 돕는다. 이러한 안개를 이용한 관수 방식은 단순 녹화뿐 아니라 수직 농장 등 농업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되는 기술이며, 식물과 함께 미세 먼지 등 공기를 정화하는 바이오 필터의 효과 또한 기대되는 기술이다. 둘째, 직관적인 조립식 모듈형 시스템인 셀로는 무한한 이용의 확장이 가능한 동시에 식물을 조립하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한다. 셋째, 제품, 센서, 무선 통신, 데이터 처리 기술이 접목된 IoT 기술은 1차적으로 무선 원격 제어와 식물 환경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하며 유지 관리 자동화와 관리 비용 최소화를 실현할 수 있게 한다. 게다가 2차적으로 식물 재배와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도시 녹화, 도시 농업 등과 연계한 지식 정보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셀로라는 제품을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 즉 안개 관수, 모듈 시스템, IoT 기술이 각각의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연재에서 소개한 셀라CELLA와 셀로는 그 형태와 기능은 다르지만 단위 모듈로 이루어진 모듈 시스템이라는 공통적 성격을 지닌다(자세한 내용은 『환경과조경』 2017년 4월호 “자연과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균형”, 5월호 “자연과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균형 2” 참고). 직관적 조립과 해체가 가능하고 다양한 적용이 가능한 모듈 시스템은 최근 국내외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개발되고 있으며 건물과 그 입면, 가구와 인테리어 시스템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 모듈 시스템은 최소 단위 (모듈)를 이용해 점점 더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구현하는 동시에 사용자의 요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모듈 시스템이 꾸준히 등장하는 데에는 몇 가지 배경과 이유가 있다. 첫째,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며 우리 삶의 형태 또한 점점 다양해진다. 다양함과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큰 것보다 작은 것이 유리하다. 둘째, 재사용과 재활용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다. 자본주의 도시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기물 문제에 대한 하나의 대안은 사용-해체-재사용이 용이한 것들을 점차 늘리는 것이다. 셋째, 범용적인 동시에 맞춤형(customized) 성격을 가진 물건에 대한 소비가 증가한다. 자신의 욕망과 요구에 맞게 사용하다 상황이 바뀌거나 싫증날 때 여차하면 되팔거나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탄력적 물건, 즉 일종의 플랫폼적 제품과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다. 또한 모듈 시스템은 생산 비용 절감과 품질 확보 등 산업적 측면에서도 의의가 있다. 이러한 모듈 시스템에 있어 아이디어와 기획, 디자인과 설계, 제작과 생산 전 과정에 디자이너 혹은 설계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지금보다 더 놀라운 제품과 공간이 만들어지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 확신한다. 2016년 여름, 필자가 튜터로 참여한 조경디자인캠프에서 김지학, 박선영, 이지은 학생은 ‘클럽 아일랜드(Club Island)’라는 작품을 통해 한강의 인공 섬을 타입별로 모듈화하고 그 조합으로 다양한 경관과 프로그램을 생성해냈다. 2017년 가을,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강의한 ‘멀티미디어와 조경’ 수업에서는 외부 공간에 설치할 수 있는 ‘무엇’을 주제로 모듈 시스템을 적용한 디자인을 실험적으로 진행했다. 학생들은 몇 가지 최소 모듈로 스트리트 퍼니처, 파빌리온 등을 구현했는데, ‘실제로 만들어도 충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듈 시스템은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더 진화하고 발전해나갈 것이다. 도시의 다양한 공간에,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 앞으로 또 어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모듈이 등장할지 기대된다. 자연 가치 내가 일하는 회사이자 현재 셀로의 최종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세계수프로젝트는 2016년 한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새로 시작하는 회사를 모두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스타트업은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창업 기업을 뜻하며 자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작은 그룹이나 프로젝트성 회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즉 스타트업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는 데 주력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스타트업은 이미 존재하는 구조와 틀을 깨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세계수프로젝트는 셀로를 개발하면서 창업 공모전, 창업 지원 사업, 데모데이(demoday)에 참가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는 동시에 스타트업으로서 가능성을 검증 받았다. 그 과정에서 참으로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만나게 되었는데, 분야를 막론하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한 가지가 있음을 발견했다. 비전 또는 미션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하는 그것은 바로 가치(value)다. ‘우리는 어떠한 가치를 창출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들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 가치는 첫 번째 연재에서 언급한 ‘선택의 기준이 되는 중요성’, 두 번째 연재에서 언급한 상상의 질서 속의 ‘실재하는 것과 같은 가치 기준과 체계’와 같은 것이다. 즉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 또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믿고 따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가치를 설명한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나와 우리가 하는 일은 그 중요함과 얼마나 가까운가. 셀라와 셀로의 개발, 그리고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운영하는 과정은 그러한 핵심 가치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의 관심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그들이 관계하는 자연으로 구체화되었으며 동시에 우리 일상에 한층 가까워진 ‘자연 가치’에 기반한 혁신에 주목하게 되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자연 가치(value based on nature)’는 자연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고 구현하기 위한 일련의 기준과 체계를 말한다. 자연 가치에서 ‘자연’은 추상적이자 확장적인 개념으로 특정한 사물이나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예컨대 자연-인간의 ‘관계’와 그 관계에서 발생하는 ‘현상’ 또는 ‘물질’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자연이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IoT 기술을 장착한 가정용 식물 재배기, 자동 관수 시스템을 갖춘 에어로포닉스 농업 모듈과 같은 새로운 제품을 통해 보다 쉽고 편리하게, 그리고 더욱 밀접하게 자연을 경험하게 하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수직 농장이 있는 마트, 식물로 뒤덮인 건물, 자연으로 채워진 호텔과 레스토랑, 지하 공원 등과 같은 혁신적 공간을 통해 일상에서 자연을 보다 가깝게 그리고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즉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며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자연, 공급자 중심이 아닌 공유하고 연결되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수요자 중심의 자연이 새로운 제품, 공간, 서비스를 통해 등장하고 있다. 자연 가치는 이러한 일련의 현상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다. 이와 같은 자연 가치 기반의 혁신을 추구하는 세계수프로젝트는 자연과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균형을 비전으로 자연과 도시의 일상이 놀랍게 연결되는 제품, 공간,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다. 우리는 자연이 도시의 일상에서 ‘있으면 좋은 것(good to have)’이 아닌 ‘꼭 필요한 것(must have)’이 되기를 바란다. 자연이 우리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중요한 기준이 되며, 모두가 자연을 즐겁고 건강하게 향유하는 변화를 꿈꾸고 상상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 가치에 기반한 사고 체계는 셀라와 셀로라는 제품과 시스템을 넘어 자연스럽게 공간과 서비스로 확장된다. 공유 정원 공유 정원(social garden, 가제)은 현재 세계수프로젝트가 기획, 실험 중인 아이디어로 ‘누구나 집이나 직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자연으로 둘러싸인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보다 풍부해지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해외 사례 조사를 통해 공간이 부족한 도시에서 자연 환경을 늘리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도시에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과 그 공간을 이용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가능성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서울을 대상지로 진행한 아이디어 구체화 단계에서 우리가 주목한 공간은 도시에서 이용되지 않고 방치된 대표적 공간, 바로 옥상이다. 우리는 지금껏 진행되어 온 정부, 공공, 대형 건축물 중심의 옥상 녹화 방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했다. 공유 정원, 즉 공유 경제를 활용한 도시 정원 모델의 개발이 그것이다. 공유 정원은 ‘중소형 옥상 녹화·옥상 정원’의 ‘보편적 확산’을 위한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공유 정원 조성의 모듈화 기술을 통해 옥상 공간의 설계와 조성 자체를 모듈화, 표준화, 재사용함으로써 설계와 조성 방식의 변화를 추구한다. 또한 옥상 맞춤형 콘텐츠의 개 발과 함께 옥상 공간을 건물주와 임차인의 폐쇄적 공간이 아닌, 모두를 위한 오픈형 다목적 공유 공간이자 수익성 높은 사업 공간으로 변모시킴으로써 소유와 사용 방식의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현재 공유 정원 1호이자 첫 번째 테스트베드가 세계수프로젝트 기획, 조경설계사무소 HLD 설계, 지오가든 차용준 소장의 시공으로 조성 중에 있다. 약 700여 개의 박스 모듈로 만들어지는 정원과 그 정원을 이용하는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서울의 공원·녹지 면적은 167.65k㎡(행정 구역 605.21km2 대비 27.7%)이나 그중 대부분(75%)이 도시 외곽에 편중되어 집이나 직장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공원·녹지, 즉 생활권 공원·녹지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1인당 생활권 공원 면적을 미국과 비교해 볼 때 서울 5.24㎡, 뉴욕 14.12m㎡로 시민 1인당 생활권 공원은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권고 최저 기준 9.0m2에 크게 미달한다.”(서울통계정보시스템, 2014) 반면 “서울시의 전체 옥상 면적은 166k㎡로 이 중 민간 주도로 보급형 옥상 공유 정원이 가능한 면적은 55k㎡(총 옥상 면적 대비 33%)로 추정된다. 만약 이 모든 옥상 공간이 녹화, 정원화된다면 서울시의 생활권 공원의 총면적 54k㎡와 동일한 규모의 생활 녹지가 새롭게 생겨나는 것이다”(서울정책아카이브, 2015). 공유 정원이 이와 같은 가능성을 열어 주는 하나의 의미 있는 시도가 되기를 희망한다. 자연 감각 자연은 나에게 늘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삶이 다르게 느껴지는 그 어떤 순간에 자연이 있었다. 자연은 어제와 다른 나를 발견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그러한 기분을, 감각을 나누고 싶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느끼고 싶다. 자연을 매개로 하는 새로운 제품, 새로운 공간,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브랜드와 가치를 계속 고민할 것이다. 새로운 상상을 계속 하고 싶다. 자연과 도시의 일상이 만나는 곳에서. 지금까지 셀라와 셀로, 공유 정원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소개했다. 지면을 열어준 『환경과조경』, 이 글을 읽은 독자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많은 조경인들에게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이 있거나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분은 꼭 연락 주시길 바란다.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이 글과 관계하는 ‘그들’과 공유하고 싶은 질문으로 ‘그들이 설계하는 법’ 연재를 마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연과 조경가가 생각하는 자연의 차이는 무엇인가? 자연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필수재인가? 조경 설계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조경 스타트업이 있다면 어떠한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가? 조경 회사의 혁신은 어디에서 발생할까? 딱 한 가지 자연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조경가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은 무엇인가? 조경가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무엇인가? 조경가로서 상상의 끝은 어디인가? (연재 끝) 백종현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미국 하버드 대학교 GSD에서 조경 설계와 도시설계를 공부했다. 다목적 조경 모듈 셀라(CELLA)를 개발하여 2014년 레드닷 디자인에 선정됐고, 한국인 최초로 캐나다 국제정원박람회(The International Garden Festival, 2013)에 초청됐다. 2016년 조경 스타트업 세계수프로젝트를 창업하여 자연과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
  •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 홍수가 바꿔 놓은 디테일
    한적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호수 공원이다. 하지만 ―어느 공사 현장이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공원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보이는 것처럼 늘 평화롭지만은 않았다. 이번 호에서는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에 초점을 맞춰 디테일을 다시 읽어보고자 한다. 2016년 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이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당시 토목 공사가 어느 정도 완성되어가고 있던 호수 일대가 완전히 물에 잠겨 버렸다. 한꺼번에 많은 빗물이 호수로 유입되면서 아직 안정되지 않았던 호수 주위의 경사면들이 무너졌다. 호수의 수위가 상승하자 호수의 물결이 더 활발해져 2차 침식이 일어났고, 물과 함께 떠내려 온 진흙이 배수로와 배수 입ㆍ출구를 막아 복구가 더뎌졌다. 완공을 불과 수개월 앞두고 일어난 예기치 못한 큰 사건이었다. 곧바로 사태 파악에 나섰고, 수변 사면의 피해 상황과 원인에 따라 침식이 일어나지 않은 구간, 호수 밖에서 유입된 우수로 침식이 일어난 구간, 호수 내부의 파도로 침식이 일어난 구간 등으로 피해를 유형화했다. 지형 작업이 끝난 호수는 동서 방향으로 길게자리 잡고 있는데, 관련 시설과 프로그램의 배치에 따라 북쪽의 수변은 활동적인 프로그램 중심의 공원을, 남쪽의 수변은 자연 서식지 중심의 공원을 제안했다. 홍수의 피해는 시설물이나 포장을 위해 단단하게 기초를 다진 구간보다 서식지 조성을 준비 중이던 흙 사면에 집중되었다. 그 결과 북쪽 수변의 일부 구간과 남쪽 수변의 전 범위에 걸친 넓은 구간에서 피해를 입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략)... 안동혁은 뉴욕에 위치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활동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현재 회사에 8년째 근무하면서 Philadelphia Race Street Pier, 부산시민공원, London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Hong Kong Tsim Sha Tsui Waterfront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0호(2017년 6월호) 수록본 일부
  •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강만생 사려니숲길위원회 위원장 모두를 위한 숲길
    제주는 곧 한라산이다. 우선 느낄 수 있는 것은 도와 시의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제주에서의 삶의 영역은 어디에 살던지 간에 섬 전체에 걸쳐 있다. 그러한 사실은 모종린 교수의 지적처럼 제주를 우리나라의 유일한 ‘라이프스타일 도시’로 만든다. 일과 휴식이 지근거리에서 이루어지는 이곳에서, 경관과 자연은 생활의 일부이자 제주인의 굳건한 토대, 정체성을 형성한다. 그 결과 제주도에는 개발 자본뿐만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창조 계층이 몰려들고 있다. 다수의 연예인도 그중 일부다. 욕구의 변화는 지금까지의 소극적 행복 추구를 거부한다. 육지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던 삶에 대한 적극적 개척이 이루어 낸 제주 문화는 대한민국의 진보적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으며,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도시적 이노베이션을 제시한다. 한편으로는 급격한 도시화에 대한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도로 공사, 신축 건물,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가는 풍경은 멀미를 일으킬 정도다. 빠르게 소비하고 떠나버리는 제주에 대한 안타까움을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의 물결 속에서 천천히 음미하는 제주 본래의 모습, 가려져 있던 한라산 문화를 찾으려는 노력 또한 함께 진행되어 왔다. ...(중략)...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 및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에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0호(2017년 6월호) 수록본 일부
  • [명사들의 정원 생활]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기보다 정원사이기를 바란 실천적 이상주의자
    미국 조경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국가 이상과 민주주의의 이념적 기초를 다진 정치가로 평가된다. 건국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그는 정치뿐만 아니라 예술, 과학, 교육, 원예, 건축, 조경 등 실로 광범위한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화려한 정치가의 길보다는 농부 혹은 정원사로서의 삶을 더 선호한 듯하다. 부친과 장인으로부터 광대한 농장을 물려받은 그는 평소 신념이기도 한 ‘자영농 중심의 민주주의 국가’ 실현을 꿈꾸며 농부이자 정원사로 살기를 바랐다. 스스로를 조경가라고 한 적은 없지만 제퍼슨은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이란 용어가 생기기 전부터 조경가로 활동한 이로 평가된다. 당시 신생국 미국에서는 대농장 등에서 이탈리아나 프랑스식 기하학적 정원이 유행하고 있었을 뿐 조경에 대한 별다른 인식이나 시도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고전적 미와 낭만주의 전원 이상에 매료된 제퍼슨이 특별히 심취했던 것은 팔라디오식 건축과 영국의 풍경화식 정원이었다. 제퍼슨의 자연관과 정원관 자연에 대한 제퍼슨의 생각은 크게 기독교, 정치 철학, 과학이라는 세 가지 다른 출발 지점을 갖는다. 자연은 인간의 이성적 관찰로 가치를 탐구하고 지적으로 체계화하는 대상으로서 인간 사회와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합목적적 자원이라는 것이 제퍼슨을 비롯한 당시 엘리트들의 기독교적 자연관이었다. ...(중략)... 성종상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한 이래 줄곧 조경가의 길을 걷고있다. 연구소와 설계사무소에서 기획부터 설계, 감리에 이르는 실무를두루 익힌 후 지금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93 대전세계엑스포 조경계획 및 설계, 인사동길 재설계, 용산국립중앙박물관 조경설계, 신라호텔 전정 설계 및 감리, 선유도공원 계획및 설계, 용산공원 기본구상,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마스터플랜, 천리포수목원 입구정원 설계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 풍토 속 장소와 풍경의 의미를 읽어내고 그것을 토대로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위한조건으로서 조경 공간이 지닌 가능성과 효용을 실현하려 애쓰고 있다. *환경과조경350호(2017년 6월호)수록본 일부
  • [이미지 스케이프] 하늘을 걷다
    오늘 하늘 보셨나요?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니 잠깐 고개 들어 하늘을 보는 것도 못하고 삽니다. 늘 우리 위에 있지만 평소에는 잘 인식하지 못하는 그런 게 하늘인가 봅니다. 그나마 조경을 전공한다는 핑계로 공식적으로 공원에서 가끔 하늘을 보는 호사를 누립니다. 주변의 다른 전공 교수님들이 꽤 부러워하십니다. 이번 사진은 ‘북서울꿈의숲’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드림랜드’라는 놀이동산이 대형 공원으로 탈바꿈한 곳입니다. 설계공모 때 명칭은 아마 강북대형공원이었을 겁니다. 지금은 서울 북부 지역을 대표하는 공원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곳입니다. 개장 초기엔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전망대에는 이병헌과 김태희 브로마이드가 있습니다. 이젠 뭐 둘 다 유부남, 유부녀. 이 공원에는 멋진 곳이 많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글래스 파빌리온 앞에 있는 창포원과 그 주변 공간입니다. 선큰sunken된 창포원에서 잔디 쪽을 보면 산책로 너머로 바로 하늘이 보입니다. 마치 산책로 뒤로는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도시를 멀리 떠나와 있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거기 앉아 있으면 정말 기분이 좋아집니다. ...(중략)...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0호(2017년 6월호) 수록본 일부
  • [시네마 스케이프] 카페 소사이어티 공원, 발명과 진화
    어릴 적만 해도 공원에 가는 일이 특별한 행사였다. 양장점에서 맞춘 옷을 입고 동생과 브라보콘을 들고 어린이대공원 분수 앞에서 찍은 초등학교 시절 사진이 여러 장 있다. 중학교 교복을 입고 남산 팔각정 앞에서 찍은 사진과 덕수궁에서 찍은 가족사진도 남아 있다. 공원이 일상과 가까워진 것은 결혼 후, 아이들을 키우면서부터다. 집 근처 보라매공원에서 첫 아이가 걸음마 연습을 했다. 아이들이 자전거나 롤러 블레이드를 처음 배운 곳도 공원이다. 아이가 밥 먹기 싫어하면 밥에 김을 묻혀 만든 간단한 주먹밥을 싸들고 공원에 가곤 했다. 뛰어노는 아이 입에 밥을 물려주며 시간을 보내다 빈 도시락을 들고 돌아오는 길이 뿌듯했다. 아이들은 청소년이 되자 나와 공원에 가는 대신 친구들과 어울려 테마파크나 극장에 갔다. 나는 동네 친구와 가끔 운동하러 공원에 들르지만 요즘은 미세 먼지 때문에 그마저도 시들해졌다. 가까운 들과 산으로 소풍 다니던 우리 경우와 달리 서구에서는 일찍이 공원이 기획되었다. 도시 공원은 19세기 영국에서 왕실 정원이 개방되며 처음 생겼지만, 공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대표 선수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다. 한 번도 뉴욕에 가보지 않은 사람도 센트럴 파크 이미지에 친숙하다. 마천루를 배경으로 키 큰 나무와 드넓은 잔디밭, 뛰노는 아이들과 조깅하는 세련된 뉴요커들. 이 전형적인 공원 풍경이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거대한 센트럴 파크 전체가 조작된 자연이라는 점. 원래 자연이 풍성했던 곳을 공원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황폐한 진흙땅에 동산을 만들고 나무를 심고 바위를 옮기고 연못을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중략)...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에 가고 싶은 공원, 한 도시를 상징하는 공원, 도시와 함께 진화하는 공원, 그런 공원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 이번 글은 2017년 5월 27일 선유도공원에서 열린 ‘공원학개론’ 중 필자가 강의한 ‘공원은 발명되었다’의 내용을 짧게 줄인 셈이다. * 환경과조경 350호(2017년 6월호) 수록본 일부
  •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 혼종적 내러티브의 집합체
    어린 시절 가지각색의 와펜이 촘촘히 박힌 친구의 걸 스카우트 띠가 부러워, 수행 활동에 따라 학교에서 지급하는 와펜을 ‘반칙’으로 구하려 했던 적이 있다. 친구와 함께 수소문한 결과, 동네와 조금 거리가 있는 일명 ‘배다리’란 곳에 가면 수십 가지 종류의 걸 스카우트 와펜을 구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신이 나서 원정을 가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문제는 배다리가 정확히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물어물어 찾아가려 했지만, 어른들은 한결같이 그저 이 근방이다, 심지어 같은 자리에서도 여가 배다리다, 저가 배다리다, 하는 것이었다. 결국 가게를 찾지 못하고 나중에 부모님 차를 타고 가서야 와펜을 구할 수 있었다. 부모 없이 동네를 떠나본 적이 별로 없던 시절 겪었던 혼란이었지만, 성인이 되어 지역 기반 예술 프로젝트를 위해 다시 배다리를 찾았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행정 구역 상에 존재하는 이름이 아니었기에 당시 프로젝트를 같이 하던 작가들과 함께 ‘배다리’가 어디인지 지역 주민에게 지도를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주민들이 그린 배다리의 영역은 제각기 달랐다. 이로 인해 우리는 ‘지역’이란 무엇인지 각자가 생각하고 있던 정형적인 무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은 비단 배다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모네 가게가 있던 ‘석바위’ 역시, 정확히 석바위가 어디냐 하면 도통 명확한 경계를 그려낼 수 없었다. 그것은 분명 어떤 위치 감각은 있지만, 어디까지가 그 동네이고 그렇지 않은가는 결국 개개인의 기억과 인식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있어 석바위는 이모네 가게가 있던 곳 근방이지만, 누군가에게 석바위는 그곳이 아니라 그 근방 다른 곳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내가 자란 이 동네만이 아니라, 행정 구역보다는 마을이나 동네 이름이 더 친근했던 시절 전국 어느 곳에나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구’, ‘◯◯동’과 같은 행정 구역이 좌표의 영역이라면 ‘◯◯마을’이나 ‘◯◯동네’는 인식의 지도인 셈이다. 그리고 그 인식의 지도는 사람들 개개인과 그들 사이에 형성되는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정보이자 기억, 내러티브의 집합체인 것이다. ...(중략)... 진나래는 미술과 사회학의 겉을 핥으며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게으르게 활동하고 있다. 진실과 허구, 기억과 상상, 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흐리고 편집과 쓰기를 통해 실재와 허상 사이 ‘이야기-네트워크-존재’를 형성하는 일을 하고자 하며, 사회와 예술, 도시와 판타지 등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기술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지점에 매료되어 엿보기를 하고 있다. 2012년 ‘일시 합의 기업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를 공동 설립해 활동했으며, 2015년 ‘잠복자들’로 인천 동구의 공폐가 밀집 지역을 조사한 바 있다. www.jinnarae.com *환경과조경350호(2017년 6월호)수록본 일부
    • 진나래 [email protected] / ‘일시합의기업 ETC’, ‘잠복자들’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