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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조경비평상 심사평
    월간 환경과조경이 주최한 ‘2023 조경비평상’에는 세 편의 원고가 접수됐다. 지난 11월 17일 본지 세미나실에서 김모아 기자, 남기준 편집장, 배정한 편집주간이 토론하며 심사한 결과, 올해에는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 비평은 일상의 글과 다르다. 논문과도 구별된다. 게다가 조경비평은 조경 행위의 결과물인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공간 또는 현상을 기술, 해석, 평가하는 작업이므로 쉽지 않은 글쓰기 장르다. 하나의 조경 작품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중성의 물체가 아니다. 작품을 생산한 설계자와 설계 작업의 과정, 작품이 구현되는 부지의 성격과 맥락, 장소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환경, 장소에 쌓인 시간과 역사, 공간을 쓰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 당대의 라이프스타일과 미감이 뒤엉켜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한 편의 글에서 이 모든 것을 포착해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 달리 말하자면, 구체적인 주제와 선명한 관점, 일관성 있는 논리 전개와 고유한 주장이 있어야 조경비평의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심사에서 읽은 원고 세 편은 모두 주장이 분명한 편이었지만, 주장하고자 하는 논점을 명료하게 끌고 나가는 구성력이 약했다는 점에 심사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환경과조경428호(2023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메리 크리스마스
    “동시 접속한 인원이 12,194명입니다.” 유명 아이돌 콘서트나 프로 스포츠 결승전 같이 인기가 많은 공연이나 경기의 티켓을 구매할 때 종종 보는 문구다. 그런데 이 문장을 콘서트, 경기 티켓팅(ticketing)이 아닌 어느 공간을 가기 위한 입장표 구매 사이트에서도 만나게 됐다. 바로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더현대 서울에 꾸며진 해리의 꿈의 상점(La boutique d’Harry)이다. 더현대 5층 한가운데 있는 이곳은 매년 12월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작년은 해리와 곡물창고라는 주제로 꾸려졌고, 올해는 유럽의 어느 상점 골목을 표현했다. 작년에는 현장에 가야 마을에 들어갈 수 있는 표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입장표를 뽑기 위한 대기 번호가 600번대라는 말을 듣고 가고 싶은 마음을 접었다. 올해는 온라인 티켓팅이 있다는 소식을 접해 티켓팅 오픈 시간에 맞춰 5분 전부터 대기했지만, 나보다 빨랐던 1만 명에 밀려 올해도 가긴 글렀다. 크리스마스에 진심이 된 지는 나름 오래됐다. 넘길 달력이 한 장 밖에 남지 않아 마음이 뒤숭숭해져서 그런지, 유난히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홀려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11월부터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캐럴로 채워진다. 서울에서 처음 크리스마스를 보낸 곳은 명동이었다. 인파에 밀려 무빙워크를 탄 듯 몸이 저절로 움직였던 기억이 강렬했지만, 스피커를 타고 흘러 나왔던 캐럴과 구세군 자선냄비 앞에서 울리던 종소리로 가득했던 그때의 그 분위기는 크리스마스의 매력을 느끼기 충분했다. 휴학 시절에 하고픈 목표 중 하나가 ‘사계절 담기’였다. 덕수궁 은행나무 길부터 석촌호수 벚꽃 길까지. 최대한 다양한 풍경을 담고자 했었다. 겨울을 담을 스폿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골랐다. 청계천, 종로 등 유명한 장소뿐 아니라 카페 안 등 서울 곳곳의 트리를 수집했다. 트리 사진을 한 장, 두 장 모으다 보니 특유의 크리스마스만의 따뜻한 분위기와 한 해를 잘 마무리했다고 자축하는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사진 프레임에 지나가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들이 걸려 크리스마스 트리를 온전히 담기 힘들었다. 그래서 사람이 얼마 없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기도 했다. 동네에 롯데‧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처럼 유명하진 않지만 주민들이 많이 찾는 쇼핑몰이 있다. 나에겐 이 쇼핑몰은 봄에는 근처 하천변에 핀 벚꽃을 보러가는 명소이자 여름에는 에어컨이 빵빵한 더위 피난처이자 가을‧겨울에는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곳이다. 나가고 싶은데 멀리 가기 싫으면 자연스럽게 이곳에 온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쇼핑몰을 다니다가 새로운 공간을 찾았다. 꼭대기 층에 영화관이 있는데,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을 발견했다. 건물과 건물을 잇는 브리지인 줄 알았는데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니 옥상정원이 있었다. 방문객들의 쉴 공간인데 아직 이곳의 정체를 잘 모르는 듯 사람이 많지 않았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반짝이는 나무를 하나 발견했다.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 머리에 별을 단 큰 나무와 몇 그루의 작은 나무에 흰 불빛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유명 쇼핑몰처럼 크리스마스 소품 등을 활용해 화려하게 꾸며 놓진 않았지만 여기에서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벤치에 앉아 주변을 찬찬히 둘러봤다. 트리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 사랑하는 이와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사람, 아이와 신나게 뛰어다니는 사람 등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날의 그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온전히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어쩌면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체력이 좋았던 시절이여서 크리스마스 풍경을 담으려 열심히 돌아다녔을지도 모른다. 체력이 금방 떨어지는 요즘도 여전히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올해는 어디서, 어떻게 보낼까 고민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에 가야만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젠 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밥 한 끼 먹는 것,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쉬는 것도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올해도 그 옥상정원 트리 옆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케이크 한 조각 먹어야겠다. (조금 이르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행복하세요. 저도 행복할게요.
    시침과 분침이 하나의 직선이 되는 순간, 저녁 여섯 시는 세상 모든 직장인을 설레게 한다. 특히 평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금요일이면 더더욱. 주말의 정확한 정의는 토요일과 일요일이지만, 사실 마음속에서는 금요일 사무실 문밖을 나가는 찰나부터 휴일이 시작된다.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는 지금은 금요일 오후 다섯 시 반, 삼십 여 분 쯤 뒤면 집으로 달아날 수 있다. 그 발걸음이 둥둥 떠다니는 풍선처럼 가벼워야 하는데 조금 묵직한 까닭은, 내일 있을 연례행사 때문이다. 김장철이 돌아왔다. 집에 가면 갓과 쪽파를 다듬고 반으로 갈라 적당한 크기로 잘라야 한다. 벌써 어깨가 뻐근해지는 기분이지만, 일 년 내내 무사히 김치를 얻어먹기 위해, 또 모든 게 끝나면 식탁에 오를 따끈한 수육을 생각하며 조금만 참기로 한다. 생전 관심도 없던 김치 만드는 방법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 건, 내가 아무리 흉내 내려 해도 엄마가 만든 김치찌개를 따라 끓일 수 없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엄마가 알려준 방법대로 해도 그 맛이 도무지 나지 않는다. 그나마 찌개는 두 스푼, 물 두 컵 같이 나름의 계량법이라도 있는데 김치처럼 그 양이 커지면 따라 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갓하고 쪽파는 대야에 이만큼 찰 정도로, 고춧가루는 이만치, 액젓은 대야 가장자리를 따라 서너 바퀴 돌려서, 새우젓은 숟가락에 봉긋하게 올려서 짭짤하겠다 싶을 만큼, 설탕은 탈탈탈……. 뭐 어쩌라는 거지. 온갖 모호한 표현들을 듣고 있으면 그냥 평생 엄마 옆에서 살아야지 그런 결심이나 든다. 과학자들은 대체 저런 감을 익히는 방법은 개발 안하고 뭐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또 이런 막연한 표현을 계량화해주는 기술이 개발되면 반가울까? 편하기야 하겠지만, 입맛을 돋우는 효과는 좀 적을 것 같다. 나는 “김장 끝나면 김치 칼로 자르지 말고 길게 죽죽 찢어서 삶은 돼지고기 요만하게 잘라서 싸먹자”는, 친근한 단어들로 무장된 표현에 침을 꼴깍꼴깍 넘기는 사람이니까. 트위터리안(트위터에서 엑스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영 입에붙지 않는다) 중에 마포농수산쎈타(@mapo_nongsusan)를 참 좋아한다. 주로 올리는 건 해 먹은 음식의 사진. 날이 추울 때 순두부찌개, 비 오는 날에 파전 같이 딱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을 올려 날 미치게 만든다. 더불어 구수한 말투로 곁들이는 레시피가 일품이다. “미나리 돌돌돌 만두도 돌돌돌 버섯도 돌돌돌 맛 좋은 한돈 앞다리살루다가 뭐든 돌돌 말아 데굴데굴. 냄비에 숙주 듬뿍 깔구 액젓 쪼로록 다진 마늘 퐁 10분만 끓여주셔요. 요건 뭔가 싶다가도 스윽 갈라 보면은 짜란. 고기쌈도 사람도 속을 봐야 알지요. 밥 챙겨먹어요. 행복하세요. 저도 행복할게요.(각주 1)” “야채의 자연스러운 단맛은 마음을 살살살 풀어주고 그래요. 맑은 국물에 양배추 숭덩숭덩 돼지완자 동그르르 퐁당. 참깨드레싱에다진 마늘 요만치 땡초 대파 쫑쫑쫑 라조장 찔끔. 참깨 소스 퐁 찍어다가 덥석. 요게 아주 그냥 끝도 없이 들어가거든요. 밥 챙겨먹어요. 행복하세요. 저도 행복할게요.” 어떻게 따라 만들지 막막하지만 그래도 각종 숫자와 단위로 무장한 요리법보다 저런 표현들을 따르고 싶어진다. 조금은 다른 맛이 나더라도 심지어 실패하더라도, 레시피 말미에 붙은 말처럼 나름대로 행복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인기에 힘입어 레시피북(『밥 챙겨먹어요, 행복하세요』, 세미콜론)도 출간한다는 소식에 바로 들었던 생각은 혹시 내가 좋아하는 그 말맛이 평범한 요리책처럼 정제되는 과정에서 사라졌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다행히도 기우였지만 말이다. 조현진과의 인터뷰(94쪽)에서, 여리고 아름다운 식물의 예쁨에 대해 말하다보니 내 손길에 의해 사라져버린 문장들이 떠올랐다. 조경설계를 다루는 전문지 특성 때문에, 가끔 식물에 대한 여러 수식어는 문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라져버리곤 한다. 예를 들어,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리고 가느다란 초화류’는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초화류’와 같이 정돈된다. 완전히 뜻이 같진 않지만 비슷하다는 이유로 사라져버린 표현들이 어쩌면 누군가에게 지루함을 느끼게 하진 않을까. 조경의 주요 소재인 식물에 대한 관심을 꺼트리지는 않을까. 식물에 대한 낭만적 언어를 그대로 살릴 수 있는 꼭지를 하나 마련해도 좋을 것 같다. 조금 이르게 새해에 해야 할 일 목록의 한 줄을 채운다. 각주 1.이 지면과 딱 어울리는 문장은 아니지만, 2023년을 행복하게 마무리하기를 바라며.
  • [COMPANY] HDC랩스
    HDC랩스는 HDC그룹의 공간 AIoT(인공지능융합기술) 기업으로, HDC아이콘트롤스가 HDC아이서비스를 흡수·합병한 뒤 이름을 바꿔 새롭게 출발한 기업이다. 2021년 HDC랩스는 기업 슬로건인 리:디파인(re:define)(사람들의 모든 생활과 가치를 아우르는 공간 솔루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간, 미래, 삶을 재정의한다)을 실현하기 위해 조경 전문 브랜드 ‘디플로라(D'Flora)’를 론칭했다. 그간 쌓아온 디자인 빌드형 공간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과 스마트 기술의 결합을 시도하는 디플로라는 공간 트렌드를 이끌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가능한 공간과 시설물을 선보인다. 디플로라는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기술을 통해 실내외 맞춤 식물상flora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외부 공간뿐 아니라 실내, 테라스 등 적용 공간에 한계를 두지 않고 스마트 바이오필릭 솔루션을 제시한다. 디플로라 테라피 갤러리, 공간에 기술을 더하다 지난 10월 28일, 신길 센트럴 아이파크에 디플로라 시스템을 적용한 ‘디플로라 테라피 갤러리’가 들어섰다. 디플로라 테라피 갤러리는 하이파크시티 일산 아이파크 1단지(2021년 11월 완공)에 선보인 바 있는 치유정원에 디플로라 시스템을 적용해 업그레이드한 온실형 티하우스다. 중앙 잔디마당에 위치한 디플로라 테라피 갤러리는 온실형 티하우스와 정원으로 구성된다. 잔디마당 앞에 흐르는 계류를 바라보도록 온실형 티하우스를 배치하고, 식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능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얻어 힐링을 꾀할 수 있는 정원을 조성했다. 정원에서 식물의 공기 정화, 꽃과 잎에서 나는 향기를 통한 아로마 테라피, 색채를 이용한 컬러 테라피, 식재 질감을 통한 센서리 테라피 효과를 볼 수 있다. 온실형 티하우스에 적용한 디플로라 시스템의 장점은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인력에 의존해 시설물을 관리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자동 제어 시스템으로 식물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습 방지용 미관수 로직이 적용되어 있어 습도 값에 따라 자동 및 강제 관수가 이루어진다. 가스 센서는 각종 미세먼지와 공기 질을 측정한다. 이 기록을 한국환경공단 공식 측정소의 미세먼지 데이터, 바이오임피던스 센서에 의해 측정된 식물 건강 지수와 함께 표출해 사용자에게 내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로써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인력과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으며, 조경 하자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HDC랩스 관계자는 “스마트 바이오필릭 솔루션 제공을 위해 스마트 조경 관리 시스템과 사용자 모드 결합 등 단계적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디플로라를 통한 지속가능한 그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G-DX)(Green 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해 앞장서고 있으며, 향후 확장성과 혁신적 발전을 위해 HDC현대산업개발과도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HDC랩스는 지난 7월 애프터레인과의 업무 협약를 통해 디플로라 시스템을 본격화하고, ‘식물 관리 환경이 자동 조절되는 스마트 가든 시스템’에 대한 특허 출원 및 우선 심사 신청을 지난 9월 완료한 바 있다. 글 김모아 사진 HDC랩스 TEL. 1899-1909 WEB. www.hdc-labs.com
  • [PRODUCT] 자연과 교감하는 놀이터 ‘파브르 곤충기’ 창의력과 상상력을 높이는 안전한 놀이터
    어린이들이 도심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놀 수 있다면 어떨까. 이제 놀이터는 더 이상 단순한 놀이와 탐구의 장소가 아니라,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며 자연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장소다. 예건의 복합놀이시설 브랜드 아이붐I-BOOM은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 놀이터를 제작한다. 파브르 곤충기 놀이터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탐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다양한 놀이 기구를 이용해 신체 능력을 발달시키고 친구들과 협력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만든다. 곤충 조형물은 아이들의 시선을 끄는 동시에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다양한 놀이 유닛을 조합해 대형 놀이터부터 소규모 공원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놀이 기구 높이가 다양해 고학년부터 저학년까지 모든 어린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통합 놀이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그간의 노하우를 적용해 아이들의 부상 등을 고려해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했다.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촉감의 1~2등급 목재를 사용해 아이들의 정서를 함양시키고 오감을 키울 수 있게 한다. TEL. 02-324-0070 WEB. www.iboom.co.kr
  • 바람, 풀, 그리고 정원 2023 서울정원박람회 월드컵공원 하늘공원에서, 10월 6일부터 12일까지
    지난 10월 6일부터 12일(상설 전시는 11월 15일까지)까지, 2023 서울정원박람회가 월드컵공원 하늘공원에서 개최됐다. 이번 정원박람회의 주제는 ‘바람, 풀, 그리고 정원’으로, 개최지인 하늘공원의 억새밭을 떠올리게 한다. 같은 주제로 전문가·학생·시민이 조성한 정원을 선보이고, 정원산업전과 정원문화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선사했다. 억새밭 사이로 초청정원, 전문 정원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가정원, 조경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만든 학생정원, 정원을 좋아하는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모아정원, 이벤트 성격의 소규모 정원인 포토가든 등 40개의 정원이 조성됐다. 초청정원은 2022년 서울시 조경상 대상을 수상한 조용준 소장(CA조경기술사사무소)이 만들었다. 올해 작가정원 금상은 ‘자연과의 조우: 기운생동氣韻生動’의 이상수 소장(스튜디오201)이 차지했다. 이상수는 “설계만 거의 15년을 해왔지만 직접 시공을 하는 건 처음이라 어려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분이 도움을 주어 수상을 할 수 있었다”며 사무실 식구들과 홍광호 소장(리스케이프), 차용준 소장(지오가든), 안성연 소장(피오니홈앤가든)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번 정원박람회는 하늘공원의 대표 가을 행사인 서울억새축제(10월 14일~20일)와 함께 열려 정원박람회를 잘 모르는 일반 방문객도 정원 문화를 가볍게 체험하고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의 주거 형태 절반 이상이 아파트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녹지, 정원, 풀, 숲 등의 공간은 로망”이라며 “이런 녹지를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도록 도심 곳곳에 더 많이 만들어 나가는 게 시의 사명이다. 서울정원박람회를 서울시의 대표 문화 관광 상품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에게 다양한 방식의 여가를 선사한 정원박람회의 정원 중 초청정원과 작가정원을 소개한다. 초청정원, 소리의 정원, 조용준 소리의 정원은 억새 군락 속 드러나지 않는 지름 9m의 콘크리트 원판이다. 1.2m 높이로 띄운 원판은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고, 쓰레기 산이었던 하늘공원의 자연과 인공의 소리를 담고 있다. 2023년 7, 8월 두 달 동안 채집한 소리를 세 개 주제로 분류해 정리했다. 소리를 탐구하는 것은 또 다른 부분의 자연을 이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QR코드를 새긴 11개의 반사판을 원판을 따라 배치했다. 원판의 QR코드를 찍거나 앱스토어를 이용하면 ‘소리의 정원’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조용준이 채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원판 중심에는 하늘공원에서 자라는 식물들로 만든 25개의 레진 아트 작품을 설치했다. 소리의 정원에 담긴 다양한 하늘공원의 소리는 땅의 과거와 현재를, 인공과 자연을, 정원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환경과조경427호(2023년 11월호)수록본 일부
  • 2023 대구정원박람회 파워풀 대구, 정원과 함께하는 미래도시/대구 금호강 하중도에서, 10월 13일부터 10월 17일까지
    금호강의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2023 대구정원박람회(이하 정원박람회)가 10월 13일부터 5일간 대구 금호강 하중도에서 개최됐다. 이번 정원박람회는 ‘파워풀 대구, 정원과 함께하는 미래도시’를 주제로 시민에게 정원 문화를 소개하고 알리는 시간을 마련해 하중도를 대구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고자 했다. 대구시 산림녹지과가 주최한 이번 정원박람회는 대구에서 열리는 첫 번째 정원박람회다. 개최 장소인 금호강 하중도는 강의 퇴적물이 쌓여서 만들어진 섬이다. 원래는 쓰레기가 방치된 버려진 땅이었는데, 유채꽃과 억새, 코스모스 등을 심어 강의 생태계를 복원한 생태 공원으로 거듭났다. 이번 정원박람회는 금호강의 아름다운 수변과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코스모스 들판을 배경으로 학생정원 등 다양한 전시정원과 프로그램을 마련해 대구 시민들에게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 공했다. 정원토크쇼 지난 9월 6일, 정원박람회 개최를 맞이해 사전행사인 정원토크쇼를 경북대학교 글로벌플라자 경하홀에서 진행했다. ‘정원을 가꾸는 마음’이라는 주제로 국내 정원 전문가 3인의 강연을 통해 정원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시민, 학생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봉찬 대표(더가든), 박원순 실장(국립세종수목원 전시원), 이병철 부사장(보성그룹)이 강연자로 참석했다. 김봉찬 대표는 ‘자연에서 배우는 정원’이라는 주제로 장소의 혼, 습원의 풍경 등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자연이 만들어 내는 경관과 정원 사례를 공유했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틈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 베케의 400년 된 돌담이 전해주는 감동, 야외 주차장 인근에서 자란 띠가 자연스럽게 바람에 흔들리며 만들어 내는 경관 등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신비로운 자연의 경관과 더불어 정원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 설명했다. 김봉찬 대표는 “정원이 자리할 땅과 하늘을 어떻게 더 신비롭게 느껴지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태도가 정원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정원을 만들고자 한다면, 다른 사람이 만든 정원을 보러 다니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내가 지닌 땅이 최고가 되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실장은 ‘정원의 발견: 상상 그 이상의 정원’을 주제로 에덴동산, 자연주의, 픽처레스크 등 세계 정원의 역사와 흐름을 살펴보고 다양한 정원 연출법을 소개했다. ‘화들짝 나비가 돼 꽃을 만난다’라는 주제로 전 세계 나비를 볼 수 있는 나비 정원, 해수면이 높아지고 바다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표현한 바다 정원 등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연출한 전시정원에 대해 설명했다. 박원순 실장은 정원을 조성할 때 어느 요소 하나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정원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말했다. 이병철 부사장은 ‘정원의 해석’을 주제로 정원의 예술성에 주목했다. 부차트 가든(Butchart Garden), 스토우 가든(Stowe Garden), 솔라시도 등을 소개하며 각 정원의 예술성과 특징에서 비롯되는 정원의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아가 정원이 주목받는 현상에 대해서 말하며 정원의 다양한 매력을 더욱 널리 알리려면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 청중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원박람회 시민정원 및 학생정원 참가자를 비롯해 정원에 관심이 많은 시민이 참석한 만큼 정원 조성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강연자들은 정원 분야 선배로서 조언을 건넸다. 이병철 부사장은 남의 정원을 따라 만드는 것보다 나만의 정원 만들기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김봉찬 대표는 성급한 접근 대신 꾸준한 작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성실하게 작업을 이어 나갈 수 있는 끈기의 중요성을 말했다. 박원순 실장은 무리하지 말고 작은 구역이라도 가꾸며 정원에 대한 취향과 지식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환경과조경427호(2023년 11월호)수록본 일부
  • 정영선, 2023 제프리 젤리코 상 수상 제59차 IFLA 세계조경가대회,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지난 9월 28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케냐 나이로비에서 제59차 IFLA 세계조경가대회가 개최됐다. 같은 날 스톡홀름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한국의 조경가 정영선이 제프리 젤리코 상(IFLA Sir Geoffrey Jellicoe Award 2023)을 수상했다. 제프리 젤리코 상은 조경계획과 설계, 관리, 교육 등 조경 전 분야를 대상으로 세계적 수준의 업적을 선보이거나 활동을 펼친 조경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2005년 피터 워커(Peter Walker)를 시작으로 2009년 버나드라수스(Bernard Lassus), 2011년 코넬리아 한 오버랜더(Cornelia Hahn Oberlander)까지 4년마다 한 명의 수상자를 선정했고, 그 다음해부터는 매년 한 명의 수상자를 뽑고 있다. 올해 심사위원단과 IFLA 의장은 “정영선은 조경 분야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탁월한 업적을 이룬 전문가이며 서양에서 유래된 낯선 개념의 조경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번역해냈다. 또한 청계천 복원, 선유도공원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과 도시의 조화를 추구하고, 건조 환경에 자연의 과정을 통합하며, 과거 산업 유산을 지우기보다 새로운 디자인의 일부로 만드는 세계적 트렌드를 예측해 한국 조경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러한 작업에서 오늘날 조경 분야의 주요 관심사인 회복탄력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읽어낼 수 있다. 정영선의 작품은 세계적 영향을 끼쳤고 조경이라는 직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영선의 탁월한 설계 능력과 시적 감성, 50여 년간 쌓아온 전문성이 수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환경과조경427호(2023년 11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7번 국도의 꿈
    10년 안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7번 국도 종주’다. 강원도 고성부터 부산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 위를 날렵한 이름과 다르게 귀여운 생김새를 자랑하는 오토바이 ‘슈퍼커브’로 누비고 싶다. 무면허 뚜벅이의 작은 소망이라고 할까. 사실이런 소망을 갖게 된 건 순전히 동해에 대한 추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눈 뜨면 모든 세상이 논과 밭,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바다는 내게 오랜동경이자 미지의 세계와 같았다. 이러한 미지의 세계에 처음 발을 디뎠던 곳이 동해였다. 오래된 탓에 가족과 함께 처음 갔던 동해의 그 해변 이름은 흐릿하지만, 첫 바다를 봤던 순간의 감각은 여전히 선명하다. 조금 도톰한 카디건을 꺼내 입고 싶은 볕이 따사로운 가을 오후, 적막한 몽돌해변의 반짝 거리는 몽돌과 찰싹거리며 부딪히는 파도, 어떤 미사여구 대신 아름답다는 문장을 발음할 수밖에 없는 드넓은 바다 앞에서 가족과 함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던 풍경. 그 풍경이 유년 시절의 기억 속에 인처럼 박혀있다. 종주를 계획한 건 다시금 동해의 풍경을 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됐지만, 사실 일종의 임장이다. 부동산을 사기 위해서 현장을 둘러보는 행위인 임장처럼 아름다운 동해를 감상하며 나중에 터를 잡을 곳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서울처럼 불이 꺼지지 않는 화려한 도시, 한적한 산과 들이 있는 시골도 좋지만,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10여 년 남짓을 살아보니 약간 감흥을 잃었다고 할까. 그래서 시간, 돈, 체력이 허락한다면 눈 뜨면 탁 트인 바닷가가 보이는 도시에서 터를 일구며 살아보고 싶다. 대상지가 있다면 콘셉트가 있어야 하는 법. 만약 바닷가 도시에 나의 공간을 만든다면 1층은 서점, 2층은 작업실 겸 집으로 만들고 싶다. 그래서 가끔 레퍼런스 삼을 만한 공간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최근 발견한 곳은 평창동에 위치한 일중의 집 보현재(이하 보현재)다. 보현재는 한국을 대표하는 명필, 국필이라 불리는 서예가 김충현을 기리며 그의 생가를 개조해 만든 전시 공간이다. 우리글에 관심과 애정이 컸던 김충현은 일제강점기 시절 한글 서예 교본을 편찬해 한글 서예의 명맥을 이어 나가게 했으며, 한글과 한문을 넘나들며 서예의 조형적 완벽함을 추구했다. 그의 글씨는 궁궐, 미술관 등 다양한 건축물 현판에 사용됐는데, 경복궁 영추문 현판 역시 그의 작품이다. 보현재는 그가 생전에 작업실 겸 생활 공간으로 사용했던 1층과 현재 전시 공간으로 쓰이는 2층으로 구성된다. 글자 하나를 적더라도 그림처럼 의미와 심상을 담았는데, 가령 돌 석 자와 같은 한자를 적을 때도 획의 굵기를 조절해 돌의 거친 질감을 표현했다. 글자 하나에도 정성을 다하는 그가 머물렀던 공간엔 작은 소품부터 시작해 공간 구석구석 그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궁의 창살 무늬를 좋아했던 그는 1층의 미닫이문 창살을 궁의 창살을 그대로 본 떠 만들고, 북악산이 훤히 보이는 1층 앞의 소박한 뜰과 수석과 수목, 화초 모두 직접 가꾸고 조성했다고 한다. 또한 한옥의 차경처럼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창이 참 많았는데, 도자기 등 단아한 소품과 어우러진 창은 담박한 정서를 표현한 한 폭의 수묵화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내 공간을 만들게 된다면 언제든 바다와 주변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을 많이 내고 싶다. 수목과 수석이 가지런히 놓인 보현재의 뜰처럼 1층 서점 앞뜰에는 그늘을 드리우는 아름드리나무를 심고, 나무 아래에는 의자를 세 개 정도 놓고 싶다. 숲속 오두막에 살았던 미국의 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고독, 우정, 친교의 의미를 담은 의자를 놓았던 것처럼. 최종적으로 나의 공간을 박영석의 말(2023년 10월호)(각주 1)처럼 장소로 만들고 싶다. 내게 첫 바다였던 동해가 추억이 깃든 장소로 다가왔던 것처럼. 나의 소망으로 시작한 공간이 모여드는 이들에게 바다와 함께한 자그마한 추억과 감각을 선사하는 모두의 장소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이 꿈이 이면지에 적은 낙서처럼 허무한 몽상에 불과할지, 실현 가능한 계획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대단한 일을 할 거라는 착각 속에 살라는 박찬욱 감독의 말처럼 거창한 계획을 한번 세워본다. 각주 1. 장소는 좀 더 인문학적 측면에서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거나, 형태가 없는데도 자신만의 감각으로 인지되는 곳을 칭하기도 하고요.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땅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
    현장 학습을 빙자한 교실 밖 나들이는 대체로 어지러움과 구토로 마무리되곤 했다. 집에 차를 모는 사람이 없어서였는지, 나는 어린 시절부터 차멀미가 심했다. 심할 때는 지하철을 오래 타다가도 구역질이 치밀어 중간에 내리기 일쑤였다. 특히 차량의 시트나 엔진에서 풍기는 냄새에 민감했는데, 학생 여럿을 실어 나르는 버스에는 늘 내가 싫어하는 냄새가 가득했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관광버스에서 괴로워하던 내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현장 학습을 통해 만난 그 어떤 풍경도 멀미와 잠의 충격을 이기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물론 모든 답사가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산 중턱을 오르다 본 아직 다 자라지 못해 손바닥보다 작은 단풍잎이 겹쳐진 독특한 모양이나 새하얀 눈밭에서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위로 죽죽 자라 있던 자작나무 풍경은 사진첩뿐 아니라 아직도 머릿속에서도 선명하다. 그런데 언젠가 봤던 주상절리의 모습이 어땠는지는 흐릿하다.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16쪽)는 아니었지만 대학 졸업반 시절 주상절리를 보러 간 적이 있다. 환공포증이 있는 터라 오래 들여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어쨌든 신비롭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단단하게 솟은 육각기둥을 보며 연필심을 초미세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저것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구경하다가 근처 바위에 올라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의자가 아닌 어딘가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김밥을 먹었고, 강한 바람에 스러져 도르르 굴러가는 생수통을 줍기 위해 바위 위를 걷다 미끄러질 뻔했다. 내가 무얼 했는지는 잊지 않았는데, 주상절리가 바다와 어떤 모양으로 관계 맺고 있었는지, 어떤 점이 내가 신비롭다고 느끼게 했는지는 희미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쁜 기억은 아니었지만 좀 허무해졌다. 누구나 갈 수 있는 장소를 취재하게 될 때면 SNS나 블로그를 통해 방문객의 반응이 어떤지도 함께 살펴보곤 한다. 특히 주상절리는 인기가 많은 관광지이자 문화재니까 많은 사람의 의견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상했던 글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이제 사라져버린 야자수, 종려나무, 주상절리와 관계없는 조형물에 정을 붙였을 수 있으니 불만스러울지도 모른다고. 천연기념물의 본모습과 상관없이 개인의 원 경관은 각기 다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몇 문장 앞에서는 조금 머뭇거리게 됐다. 큰 나무 한 그루가 없어 땡볕을 걸어야 하고, 음료와 음식을 먹을 만한 장소가 없고, 기념사진을 찍을 만한 명확한 시설물이 없다는 점이 천연기념물과 문화재의 가치를 떨어뜨릴 만한 것인가. 겐부도 공원(58쪽)을 다시 들여다봤다. 바닷가의 절벽인 중문대포해안과 비교하면 겐부도 공원은 강 주변에 놓인 산이라는 특성이 너무 달랐지만 지향점은 비슷했다. 주상절리를 사람들이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것. 포장재의 색을 바꾸고 관람에 시각적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난간이나 부속 건물의 존재를 최소화했다. 케이스-리얼은 주상절리를 감상하는 공간에 스테이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주상절리라는 주인공을 보기 위해 찾아온 관람객이 무대에 올라선다니 조금 아이러니하지 않나 싶었지만, 무채색의 견고하고 묵직해 보이는 스테이지를 보는 순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관람객이 오롯이 주상절리를 관찰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스테이지에 오르면 눈앞에 펼쳐진 경관을 최선을 다해 해석해야만 될 것 같았다. 공들여 잘 만든 스테이지는 관람객을 관찰자가 아닌 주체성을 가진 주인공으로 만든다. 특별한 감상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는데도, 그저 대상을 온 힘을 다해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것만으로도. 김아연 교수는 여러 철학 용어를 쓴 이유에 대해 "무언가를 주장하는 것보다 땅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28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경가의 태도가 담긴 공간과 분위기는 사람들의 몸가짐을 바꾸어놓기도 한다. 천연기념물과 문화재에 필요한 건,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어놓는 약간의 덜어냄과 조금의 덧댐이면 충분한 것 같다. 그것만큼 어려운 게 없지만 말이다.
    • 김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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