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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DUCT]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쉼터, 스카이네스트 다양한 이동 동선과 공간의 효율성을 꾀한 퍼걸러
    오늘날 퍼걸러는 단순한 쉼터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와 기능으로 입체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도시 환경과 어우러진 휴게 및 편의 시설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토인디자인의 스카이네스트(TIP-950)는 2층 구조의 전망대형 퍼걸러로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휴식을 제공한다. 스카이네스트는 다양한 이동 동선과 효율적인 공간 배치에 중점을 두었다. 안정적인 스틸 구조물에 강화 유리와 하드우드 마감을 더했다. 1층에는 평상, 벤치 등을 배치해 시설물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나선계단 또는 슬로프를 통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보통은 나선계단을 통해서 빠르게 2층 전망대로 이동할 수 있지만, 노약자와 휠체어 이용자는 계단으로 오르기 어렵다. 이처럼 거동이 불편한 이용자를 위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슬로프를 마련했다. 슬로프의 경사나 난간 높이, 회전 구간 폭 등은 모두 BF인증 기준에 맞춰 디자인됐다. 야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충분한 밝기의 조명을 적용했다. 2층 전망 공간은 주변 경관을 360도 즐길 수 있도록 펜스를 전면 강화 유리로 처리했다. 펜스 및 유리 벽면 내측에 배치한 바 테이블에 앉아 주변 경관을 둘러볼 수 있다. TEL. 02-533-3720E-MAIL. www.toinpld.com
  • 한국과 스위스의 자연환경과 건축 문화를 교류하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산수인물의 도시’ 전
    ‘수교’란 나라와 나라 사이에 교제를 맺는다는 뜻이다. 한국은 많은 나라와 수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선시대 이전에도 중국, 일본과 같은 근접 국가와의 교류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수교가 이루어진 것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수교국은 16개국에 불과했지만, 1960년대 이후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독립한 수많은 신생국들이 유엔 회원국이 되고, 국제 사회에서 정통성을 획득하기 위해 많은 나라와 수교 관계가 되면서 그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1973년 평화 통일 외교 정책 선언을 하면서 할슈타인 원칙이 철회되고 수교 대상 국가가 확대됐다. 현재 한국은 192개국과 수교를 맺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고 있다. 한국전쟁의 영향으로 수교를 맺은 나라도 있다. 1963년 02월 11일, 한국은 스위스와 수교 관계가 됐다. 스위스는 중립국 지위로 한국 전쟁 종전 후 판문점의 중립국감독위원회(NNSC)에 대표를 보냈으며, 현재까지도 약 700여 명의 군인과 관료를 파견해 한반도의 평화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은 스위스와 1971년 투자보장협정 체결 이후 2005년 EFTA 자유무역협정, 2008년 과학기술협력협정 등 다수의 협정을 체결했다. 2014년에는 직업 교육, 기초 과학, 정밀 기술, IT 기반 등 양측 간 비교우위 분야를 중심으로 11건의 양해 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강화됐다. 2023년은 한국과 스위스 수교 60주년의 해다. 이를 기념하고자 두 나라에서 많은 행사가 개최됐다. 4월에는 서울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에서 스위스정부관광청이 주최한 ‘스위스 봄거리 축제(Swiss Spring Street Festival)’가 열렸다.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스위스 주요 지역의 풍경을 재현해 스위스의 문화, 역사, 자연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었다. 두 나라 간 문화 교류의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도 열렸다. 주한 스위스대사관과 서울시가 기획한 ‘산수인물山水人物의 도시’ 전이다. 전시는 산수인물화에서 출발한다. 깊은 자연 속에 홀로 유유자적하는 풍류인의 모습, 유토피아적 회화는 전형적인 산수인물화의 한 장면이다. 자연은 인간을 품었고, 인간은 인공물로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자연은 최초의 건축이고, 건축은 자연을 궁극적 모델로 삼는다. 전시는 ‘첩첩산중’과 ‘아케스트’ 두 구역으로 나눠 인간을 둘러싼 지구적 스케일의 자연환경과 건축적 스케일의 실내 환경을 동시에 다룬다. *환경과조경423호(2023년 7월호)수록본 일부
  • 조경사 제도와 조경학 교육인증제 추진에 나서다 한국조경협회·한국조경학회·한국조경가협회 주최, ‘조경사 제도 도입을 위한 세미나’ 개최
    2022년 5월 13일 국토교통부는 ‘제2차 조경진흥기본계획’을 고시하면서 ‘조경설계 자격 및 면허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경사 제도(가칭) 추진을 위한 연구 및 조경사 제도의 효과적 운영 관리와 자문을 위한 체계를 마련하고, 조경사 법령 제정에 따라 건설산업 및 설계업 등록 관련 제도에 대한 제도 개선 협의를 병행하며, 기존 조경기술사 개편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조경설계 자격 및 면허 제도의 추진과 기존 조경기술사 개편안의 검토 소식이 들려온 지 1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제도 성립의 명확한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5월 26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조경사 제도 도입을 위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세미나는 이해인 소장(HLD), 이윤주 소장(LPSCAPE), 이남진 소장(VIRON),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의 발제와 김아연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가 좌장을 맡고 박명권 대표(그룹한어소시에이트), 염철호 부원장(건축공간연구원), 최원만 대표(신화컨설팅)가 참여한 토론이 진행됐다. 조경사 제도와 조경학 교육인증제의 필요성 이해인 소장은 ‘현행 조경설계 자격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현행 자격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조경 교육을 받지 않았거나 실무 경험이 없어 조경 실무에 필요한 지식, 기술, 능력을 입증 받지 않은 사람들이 조경설계 및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조경 자격제도가 유명무실해짐에 따라 조경 발전의 동력과 기반을 잃고 있다. 조경기술사, 조경기사 등의 자격은 조경 전문가가 조경을 수행하는 면허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조경 전문가의 일거리를 줄이고, 일거리가 하도급으로 되어가는 불리한 조건을 조성한다. 또한 조경 전문가의 필요성과 수요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킨다. 이 소장은 이러한 문제를 탈피하기 위해 “조경설계·계획을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 기술, 능력을 갖춘 조경 전문가들을 인증해 주는 조경사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주 소장은 『환경과조경』(2022년 8월호)에 소개한 인터뷰를 언급하며 ‘해외 조경설계 자격제도와의 비교’에 대해 발표했다. 이 소장은 인터뷰에서 영국과 독일의 조경사에게 조경사 자격 취득의 이점과 각 나라의 자격증 취득 과정에 대해 물었다. 두 사람은 이 시험을 준비한 여정이 자신에게 전문적으로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공간을 만들어 나갈지에 대해 심사관들에게 많은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자격제도 취득에 관한 교육과 실질적 능력을 중요시 한다. 한국 조경사 제도 역시 자격증 취득이 목적이 아닌 취득 과정이 보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남진 소장은 작년 5월 고시된 제2차 조경진흥기본계획에 적힌 조경설계 면허 및 자격 제도의 추진 배경을 말하며 ‘조경사 자격제도의 신설 제안’을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설명했다. 아직까지 조경설계사무소는 건축사무소로부터 하도급 형태로 프로젝트를 받고 있는 실정이며, 건축사무소는 전문 조경가가 아닌 사람에게 아르바이트 형태로 조경설계 도면을 그리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젊고 경쟁력 있는 신진 조경설계 전문가가 책임 기술자로서 직접 설계에 참여하기 어려워 자격을 대여하는 불법 및 편법의 방법으로 하청 받아 진행되는 사업도 많다. 이 소장은 이러한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조경사법’을 제정하고 ‘조경진흥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만이 대지안의 조경, 도시공원 및 녹지의 설계와 공사감리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의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조경사 또는 조경사사무소에 소속된 조경사’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배정한 교수는 ‘조경학 교육인증제의 필요성과 방향’을 주제로 조경학 교육인증제가 왜 필요한지 설명했다. “교육인증제는 조경사 제도와 관계가 깊다. 조경사 제도의 자격 및 면허 응시의 필요조건은 조경학 교육 인증을 받은 조경학과의 졸업이다. 의대를 나와 의사가 되는 것처럼 교육인증제는 전문학위와 자격제도를 통해 조경(학)의 체계를 명확하게 확립할 수 있다”며 교육인증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국조경학회와 한국조경협회가 조경학 교육인증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 현황 조사와 국내외 사례 연구, 인증 기준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2025년에는 공론화 및 심화 연구 진행을, 2026년에는 제도화를 실행할 계획을 밝혔다. *환경과조경423호(2023년 7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따릉이를 타며
    좋은 문장이란 뭘까. 웅숭깊은 사유를 드러내는 문장? 적절한 재치와 비유를 담고 리듬감이 있는 문장? 아 마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좋은 문장에 대한 정의나 선호가 달라질 것이다. 내 기준에 서 좋은 문장이란 마음을 동하게 하거나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생생한 문장이다. 최근 나를 움직이게 했던 문장 하나를 꼽자면 소설가 김훈이 쓴 『자전거여행』의 첫 문장이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길 위에서 한번쯤 자전거 페달을 밟아본 이라면 무릎을 탁 치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문장에 놀라며, 담백한 어조로 본질에 가닿는 그의 문장력이 부러웠다. 어느 시인이 질투는 나의 힘이라고 했던가. 김훈의 문장은 진짜로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의 문장력은 훔칠 수 없지만, 자전거라도 열심히 타다 보면 어떤 영감이 깃들지 않을까 싶어 매일 자전거로 퇴근한다. 사실 그의 문장이 계기가 된 건 맞지만 비단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점점 몸에서 기습적으로 세력을 불리고(?) 있는 내장 지방과의 결별을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헤어질 결심을 실천하기 위해 찾은 운동이 바로 따릉이 타기였다.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고, 회사에서 집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1시간 남짓의 시간은 운동 시간으로 아주 적당했다. 정기권을 구매하면 교통비도 아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강의 수변을 따라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하며 누빌 수 있는 것이 좋았다. 물론 운동의 측면에서 보면 헬스장에서 하는 쇠질에 비할 바는 안 되지만,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심정으로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회사에서 집까지 가려면 한강변보행네트워크(2022년 12월호, 이하 보행네트워크)의 일부 구간을 반드시 거쳐야만 했다. 첨엔 이를 둘러볼 여유보다는 페달 밟기에 급급했다. 아무리 베테랑 운전자라도 초행길엔 긴장하는 것처럼 15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 자전거 운전자인 나도 “지나가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쏜살 같이 지나가는 MTB 자전거 무리에게 길을 내주느라 바빴다. 괜히 앞을 지나가는 외제차를 보면 박을까 봐 덜컥 겁부터 나는 운전자의 심정이라고 할까.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후 미처 실현되지 못했던 설계안, 수해 입은 이야기 등 잡지에 실렸던 내용을 다시금 떠올리며 보행네트워크의 각 구간별 공간을 천천히 둘러봤다. 고요히 흘러가는 한강을 보며 물멍을 때리거나 벤치에 누워 하늘멍을 때리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공간의 틈마다 뿌리 내린 야생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을 보며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하는 빈티지 물건처럼 자연스럽게 멋이 들어가는 공간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높이에 조성된 공간 덕분에 한강을 다채로운 각도에서 즐길 수 있었다. 실개천을 유유자적 떠도는 오리부터 다리와 도로가 교차하는 한강 수면 위에 스며드는 노을과 반짝이는 윤슬, 저멀리 보이는 남산타워까지 한강을 둘러싼 풍경을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구경할 수 있었다. 이따금 날씨가 좋은 날엔 따릉이를 세워두고 잠시나마 공간에 앉아 멍을 때리며 오랫동안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각 공간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어쩌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따릉이 퇴근을 매일 지속할 수 있었던 건 강바람의 역할도 컸다. 특히 페달을 밟으며 힘겹게 가파른 언덕을 오른 후 내리막을 달릴 때 두피 사이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강바람은 가파른 오르막이 주는 허벅지 고통을 잊게 하는 고마운 존재였다. 생색내지 않고 조용히 무거운 짐을 기꺼이 덜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처럼. 어느 건축가는 도시의 길을 걸을 때 비로소 삶과 도시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소설가 김훈은 전국 방방곡곡을 자전거로 누비며 안장 위에서 바라본 삶과 도시를 기행문에 담아냈고, 바람 부는 해안 도시를 거닐던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생의 의지를 환기시키는 “바람이 분다. 살아야지”라는 문장을 시에 남겼다. 그들 모두 삶과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 기웃거렸던 플라뢰느(Flâneur)였다. 나 역시 플라뇌느로서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무릎 관절이 허락하는 동안 따릉이를 타며 한강의 수변이 품은 고유한 아름다움을 잘 간직하고 싶다. 오늘도 안장 위에서 무거운 몸을 움직이며 이런 소박한 의지를 다진다. “바람이 분다. 다이어트 해야지.”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비록 잘 세팅된 편안함을 빌리는 형식일지라도, 복잡한 도시 생활로부터 이격된 약간의 여유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지 모른다.
    혼자는 좋은데 외롭고 싶지 않고, 아늑해야 하지만 답답한 건 싫다. 뭘 어쩌라는 건지 싶지만 원래 마음은 그런 거다. 일단 혼자가 되려면 집을 떠나야 했다. 동생과 방을 함께 쓰고 있고, 거실은 묘하게 엄마의 공간이니깐. 카페나 도서관, 공원의 벤치도 좋지만 맘 편히 눕고 싶다는 욕구가 치밀 때는 곤란했다. 내 마음대로 음악을 듣고, 내킬 때 밥먹고, 원할 때 일어나서 졸리면 잠드는 며칠의 시간이 필요하다 느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앞뒤가 바뀐 계획을 세우게 된 거다. 그러니까, 어딘가를 보고 느끼고 싶어서가 아니라 혼자 머무를 공간과 시간이 필요해서 여행을 가기도 한다는 얘기다. 작년부터 여러 스테이를 묶어 소개하고 싶었었다. 스테이는 조경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가깝게 느끼는 시설이니까 더. 기획이라는 게 일찍 시작한다고 해서 일찍 마무리되지 않는다. 시간이 넉넉하면 곧장 가면 될 길을 굳이 뱅뱅 돌아가는 일을 벌이기도 한다. 원고 몇 편을 곁들인 특집이 좋을까, 여러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데서 만족하는 게 나을까, 스테이 프로젝트를 많이 해본 조경가의 인터뷰를 함께 실어볼까. 답이 나오지 않아 결국 하고 싶은 게 뭔지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기를 쓰다보면 어지러운 마음이 정돈되던 걸 떠올리며.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하는 게 여행지라면 그 다음이 숙소일 것이다. 숙소의 시작은 낯선 곳에서 몸을 누이고 다음 날을 위해 재충전을 하는 장소였다. 하지만 이제 숙소는 목적지 그자체의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여행지보다 호텔의 부대시설에서 휴가를 보내는 즐기는 호캉스(호텔+바캉스)를 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긴 시간을 머무르며 또 다른 삶을 즐길 요량으로 한 달 정도 머물 집을 찾는 사람도 있다. 휴가에서 ‘머묾’이 갖는 역할이 커지고, 소비 방향이 소유보다 ‘경험’으로 바뀌며 숙소의 역할도 바뀌어 가고 있다. 외부 공간도 당연히 그에 따라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안락하고 편안하지만 일상과는 조금 다른 색다름을 느낄 수 있는 스테이의 조경은 어때야 할까.” 그간 찾아둔 프로젝트 목록을 다시 뒤지고 나니 결심이 섰다. 조경을 장식 요소를 넘어 머무름과 경험의 공간으로 여기는 스테이가 많지 않았다. 몇 해 뒤에는 스테이 특집을 꾸릴 수 있기를 기대하며 다시 편집계획서를 매만졌다. 교정지를 들여다보며 나의 여행은 어떠했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맨몸으로 이슬을 맞는 노숙은 자발적이고 적절한 안전을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실행해 보고 싶은 로망”(74쪽)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자연과 멀어지는 게 싫다고는 할 수 없었다. 여러 번 부산에 다녀왔지만 부산에 가면 꼭 바다를 들렀으니까. 호텔 창으로 화려한 야경이나 해변, 뒷산의 풍경이 보이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도심의 야경도 나쁘지 않았다. 이 마음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내가 어디에 있는지 감각하고자 하는 욕망이었다. 그리고 그 힌트는 늘 실내가 아닌 바깥에 있었다. 여행객들이 발을 디디고 선 곳을 깨닫게 하려는 설계들이 눈에 띄었다. “마을 경관과 지역 자생종의 기준에 맞는 수종을 선정하고”, “둥근 길의 오른쪽 부분에 논 경관의 연장 요소로서 진퍼리새와 솔새를 식재”한 호지는 점차 힘의 질서에 따라 자연의 모습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30세를 훌쩍 넘은 목련을 중심으로 설계된 하도문 속초의 “툇마루에 걸터앉아 남쪽을 바라보면 열십자 목구조 사이로 시원하게 펼쳐진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와온에는 “제주 곶자왈 숲의 식생을 형상화” 한 곶자왈정원과 “제주의 초지와 그리스 경관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컴포트하우스 후정이 있고, 퍼즈 글램핑장의 “침실에서는 먼 산의 풍광을 마음껏 조망할 수 있으면서 인접 동에서의 불편한 시선은 적절히 차단”된다. 롯데호텔 부산은 빌딩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공간 내부의 경험에 집중해 설계됐지만, 김태경은 “가급적 호텔과 리조트는 그 지역만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잠자리와 욕실의 청결을 중요시하는 내게 여전히 캠핑은 내키는 여행 방식이 아니다. 하지만 박승진이 미국 스카우트 캠프장에서 두 달간 스태프로 일하며 겪은 낭만을 며칠의 여행으로 훔쳐올 수 있다면, 견딜 만할지도 모르겠다. “비록 잘 세팅된 편안함을 빌리는 형식일지라도.”(77쪽)
  • [COMPANY] 일진글로벌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국가정원권역을 수놓다
    지난 4월 1일,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이하 순천만박람회)가 개최됐다. 순천만박람회의 시작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 순천만박람회는 아름다운 식물을 전시하고 정원 관련 용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생태계의 보존을 꾀하고 정원을 국민의 복지를 위한 녹지로 인식하게 만드는 박람회로서 큰 의미를 가졌다. 일진글로벌 역시 정원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순천만박람회에 주목했다.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화훼 연출 부분에 대한 제안 공고를 마주했을 때는 설렘과 열정으로 가슴이 뛰었다고 한다. 일진글로벌은 “전 세계인의 쾌적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기획부터 설계, 제작, 시공이 이르는 조경 토털 솔루션을 제안하자”는 목표로 공모에 임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 2등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공을 들인 만큼 아쉬움도 컸지만, 이 경험을 발판 삼아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정원은 무엇인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원은 무엇인지 탐구하며 새로운 화훼 연출 방법을 연구해왔다. 2023 순천만박람회 개최 소식은 10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력을 선보일 기회였다.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순천만국가정원 화훼연출 용역’에 도전했고, 그 결과 계약 업체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2023 순천만박람회장은 자연을 지향하는 순천만습지권역, 정원 문화 확산을 꿈꾸는 도심권역, 순천만습지를 보호하고 도심 팽창을 완화하는 국가정원권역으로 나뉜다. 국가정원권역에는 세계정원, 테마정원, 참여정원 등이 조성됐다. 그리고 길과 길을 연결하는 길목, 호수를 내다볼 수 있는 데크, 너른 녹지 등 박람회장 곳곳에 일진글로벌이 만든 정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정원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알려주는 표시판 하나 없지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꽃이 조화롭게 핀 이 정원에 모여들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순천만박람회에 다녀간 기록을 남기고 있다. 국가정원권역에 일진글로벌이 조성한 정원은 총 다섯 개다. 각기 특징은 다르지만, 모두 너른 녹지 위에 펼쳐진 화려한 초화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조성됐다. 박람회장의 탁 트인 자연 풍경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조화롭고 다채롭게 식물을 식재해 화려함을 더했다. 더불어 모든 정원의 이름을 순수 한국어로 지어 ‘한국성’을 강조했다. ‘라온 정원’은 국가정원권역의 초입에 위치한다. 나뭇잎을 형상화한 녹지 패턴 속에 ‘즐겁다’라는 의미를 담을 수 있도록 패턴정원, 향기정원, 과실정원, 락가든, 그라스정원을 조성했다. 정원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나무의 잎맥에 해당하는 공간을 거닐게 되는데, 이 잎맥을 잔디로 포장해 자연 속을 산책하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순천만호수 인근에 조성된 ‘나르샤 정원’은 본래 거대한 흑두루미 꽃 조형물이 있던 곳이다. 시야를 가리고 있는 조형물을 철거하고, 순천호수정원과 봉화언덕을 향해 탁트인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정원으로 재탄생시켰다. 다섯 개 정원 중 유일하게 조형물이 설치된 곳이기도 한데, 세월의 흐름에 따라 멋스러워지는 코르텐 스틸로 만든 흑두루미가 파란 하늘, 맑은 호수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꽃보라 정원’은 네덜란드정원을 리뉴얼한 정원이다. 문화, 건축, 미술 등 다양한 콘셉트의 포토존형 정원을 튤립 모양의 패턴을 즐길 수 있는 정원으로 재조성했다. 덕분에 튤립이 피어나지 않는 계절에도 다양한 꽃으로 그린 튤립 패턴을 통해 네덜란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동천에서 정원드림호(보트)를 타고 내리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수문 출입구에 ‘윤슬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정원 이름처럼 햇빛이나 달빛에 반짝이는 호수의 잔물결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꽃과 데크를 이용해 배 모양의 전망대를 연출했다. 이때 배는 순천시민이 순천만박람회장으로 들어올 때 이용하는 교통수단, 즉 연결고리라는 점에서 순천만박람회의 목표 중 하나인 삶의 공간과 정원의 연결을 상징하기도 한다. ‘천국의 꽃계단 정원(드림 정원)’은 다섯 개 정원 중 조성이 가장 까다로웠던 공간이다. 평평한 땅 위에 만든 다른 정원과 달리 계단식의 지형을 다지고 조성해야 했다. 동선을 어떻게 계획할지, 하나의 단을 어느 정도 높이로 쌓아 올려야 할지, 사람들이 안정감을 느끼며 꽃을 감상하기에 좋은 화초의 높이는 어느 정도인지 끊임없이 테스트했다. 60% 이상의 수종을 대품종으로 선정해, 지면에서 올려다보았을 때 관람객의 다리가 가려지도록 연출했다. 덕분에 마치 꽃의 품속에서 사람들이 거니는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일진글로벌은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날씨 변화와 기온 변화에 따른 식물의 생육 관리를 뽑았다. “박람회 개최가 4월 1일인데, 기온이 낮은 3월 중순에 식재할 수 있는 화훼 수종이 다양하지 않았다. 풍성하고 다양한 봄꽃의 향연을 느끼기엔 턱없이 종류가 부족했다. 그래서 4월 중순부터 5월 사이에 개화하는 다양한 식물을 난방이 이루어지는 하우스에서 빨리 생육할 수 있도록 재배했다. 다소 단조로운 수종으로 조성하는 패턴정원과 다르게,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가진 입체감 있는 정원으로 만들고자 봄에만 120가지 수종을 식재했다.” 정원 조성이 끝난 후에도, 이를 관리하는 일이 이어졌다. “식물이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날씨와 기온을 고려해 식재했 지만, 박람회장 개장 직전까지 눈이 내리고 꽃샘추위와 서리가 찾아들었다. 고민 끝에 아름다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꽃을 여러 번 교체했다.” 순천만박람회는 많은 이에게 회사의 기술력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진글로벌은 기업의 색채를 또렷하게 드러내기보다 순천만박람회의 지향점에 어우러지는 정원을 조성하는 것을 택했다. 순천만박람회에 참여한 다양한 이들의 노력이 하나의 방향을 향할 때 더 큰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만 완성도 높은 정원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 어떠한 형태로 조경 산업이 발전할지 알 수 없지만 일진글로벌은 색다른 시도를 계속할 예정이다. 탄탄한 경험으로 다진 새로운 기술력을 바탕으로, 10년 뒤 순천만박람회에 또 다시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글 김모아 사진 일진글로벌 TEL. 032-566-6611 WEB. www.iljinglobal.co.kr
  • [PRODUCT] 상상력을 키우는 ‘안녕! 보노보노 조합 놀이대’ 만화 속 주인공들과 함께 뛰어놀다
    어린이 놀이터는 인지 및 언어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사회 정서 및 신체 발달을 위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그래서 놀이터는 어린이가 맘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될 필요가 있다. 조경 시설물 브랜드 ‘미소’는 기존 놀이터 디자인에서 탈피해 친근하고 창의적인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불러일으키고, 아이들에게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놀이 시설물을 선보이고 있다. 미소의 ‘안녕! 보노보노 조합 놀이대’는 애니메이션 ‘보노보노’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해당 애니메이션 주인공 보노보노가 사는 숲을 놀이터로 재현했다. 커다란 트리하우스와 자연 소재를 활용한 놀이 시설물 등은 보노보노가 사는 숲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곳곳에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조형물로 설치해 찾아내는 재미를 제공하고, 캐릭터 조형물과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어 일종의 포토존 역할을 한다. 트리하우스 안 반원형 곡선의 계단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어 어린이의 신체 능력 향상과 더불어 인지 발달에 도움을 준다. 2층에는 원통형 슬라이드를 설치해,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며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주요 놀이 공간인 트리하우스 내부에 아이들이 여름철의 뜨거운 햇빛을 피해 휴식할 수 있도록 놀이 테이블 세트를 설치했다. TEL. 070-7797-8344 E-MAIL. [email protected]
  •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 현대건설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다 김용대·이한희·이정열·최승현 인터뷰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은 현대건설이 추구하는 일상의 곳곳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다채로운 삶의 경험을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적용한 단지다. 블루밍 아일랜드, 다이내믹 필드, 그랜드 포레스트로 단지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차별화된 방향성을 제시했다.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의 조경 시공을 담당했던 김용대 현장 소장(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이한희 매니저(현대건설 익스테리어팀), 이정열 차장(장원조경), 최승현 부장(조경사엔앤씨)을 만나 조성 과정의 뒷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자연, 사람, 쉼 김용대 소장은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을 ‘자연’, ‘사람’, ‘쉼’이란 키워드로 설명했다.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인천의 자연을 담고 입주민들에게 여유로움과 쉼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고자 했다. 뛰어 놀고 운동하는 동시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동선을 만들었다.” 이는 김소장의 시공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학교, 회사 등에서 열심히 달리고 다시 돌아오는 곳이 집이다. 집은 편안하고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는 집뿐 아니라 단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쉼과 여유를 더 크게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아파트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공들인 공간 중 하나로 어린이 놀이터를 꼽았다. “삼각형 형태의 대형 정글짐이 있는 어린이 놀이터를 조성했다. 처음에는 어린이들이 이 놀이터를 좋아할지 의문이 있었다. 특히 다른 놀이터와 달리 규모가 크고 높이가 높아 어린이들이 잘 놀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오픈하니 다른 동네 아이들까지 놀러와 즐겨주었다. 한 아이가 꼭대기까지 과감하게 올라가니 다른 아이들도 따라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시작은 두렵지만 한 발짝씩 나아가는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환경과조경422호(2023년 6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메타버스로 보고 듣고 즐기기
    “I’m on the Next Level……” 케이팝을 자주 듣는 사람이라면 이 가사에 한쪽 팔을 꺾어 ㄷ자를 만들 것이다. 에스파의 ‘Next Level’로, ㄷ자 춤과 함께 유행을 선도했던 노래다. 에스파는 지금까지 의 아이돌과 다른 독특한 콘셉트와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메타버스를 결합한 아이돌이다. 그룹명 에스파(aespa)는 아바타(avatar)와 경험(experience)의 앞 글자를 딴 ae와 양면이라는 뜻의 aspect를 결합한 명칭이다. 3D를 기반으로 창조된 가상 세계인 플랫(FLAT)에서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 아이ae를 포함한 8인조(인간 멤버 4명+ 아바타 멤버 4명)로 활동하고 있다. 에스파의 데뷔 티저 영상은 꽤나 충격이었다. ‘아바타가 멤버라니, 메타버스가 콘셉트가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적잖이 놀랐다. 영화나 드라마에 실제와 혼동하기 어려울 정도의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이 적용되는 것에 적응하고 있던 찰나인데, 아이돌의 활동 방식에까지 기술의 여파가 미치다니, 심지어 아바타가 실제 사람과 대화하고 춤을 추다니. 이런 기술은 볼 때마다 놀랍다. 사실 메타버스를 처음 접한 건 중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때 가입자가 3,6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플랫폼인 싸이월드다. 집에 돌아오면 컴퓨터를 켜 싸이월드에 접속했다. 내 취향을 엿볼 수 있는 1평도 안 되는 미니홈피와 아바타. 미니홈피에 들어가면 어젯밤에 누가 어떤 말을 남겼을까하는 기대감으로 먼저 방명록과 일촌평을 확인했다. 한 명도 방문하지 않은 날도 있었고, 꽤 많은 지인이 찾아온 적도 있었다.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친구들과 서로의 미니홈피를 하루에 열 번씩 방문하자는 딜(?)을 하기도 했다. 싸이월드에선 현금 역할을 하는 도토리가 있었는데, 명절에 받은 용돈의 3분의 1로 이 견과 전자 화폐를 샀다. 배경음악BGM을 사는 데 대부분의 도토리를 투자해 내 심정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으로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곤 했다. BGM보다 공을 들인 부분은 일촌명이다. 일촌명은 일촌을 맺는 사람 이름 앞에 수식어처럼 적히는 것인데, 드립력(?), 창의력 혹은 그 사람과의 관계성을 엿볼 수 있었다. 새로 일촌을 맺는 사람과는 사전에 몇 가지 후보를 가지고 어떤 일촌명으로 설정할지 꽤 진지하게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싸이월드와 많은 시간도 보내고 추억도 쌓았는데, 이 미니홈피가 메타버스의 일종이라는 건 최근에 알았다. 당시는 메타버스라는 단어도 생소했고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다. 나에겐 방과 아바타를 꾸미고 BGM을 고르는 하나의 재미였다. 그래서 인지를 못했던 것 같다. 최근에 들어서야 인공지능AI, CG, 메타버스 등이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자주 쓰는 용어가 됐다. 4월 1일,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이하 순천만박람회)가 개최됐다. 취재 차 순천만박람회에 방문했다. 자료 조사하던 중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바로 메타버스로 순천만박람회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기해서 바로 메타버스 박람회에 접속했다. 아바타에 별명을 설정하면 입장 준비 완료. 그린아일랜드를 걸으며 박람회장인 순천만국가정원으로 들어간다. 박람회장 곳곳을 둘러봤는데, 여러 공간 중 경관정원과 노을정원에서 아바타를 조작하던 손가락을 멈췄다. 그래픽으로 구현된 노을과 화려한 꽃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직접 가보니 오천그린광장과 그린아일랜드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 메타버스로 담지 못하는 광활함과 청량감이 나를 반겼다. 오천그린광장 잔디밭에 앉아 광장을 살펴보았다. 건물 속 꽉 막힌 풍경과 달리 뻥 뚫린 이곳은 편안해 보였다. 돗자리를 깔아 피크닉을 즐기고, 자전거로 동천을 내달리고, 그린아일랜드를 산책하는 모습들은 메타버스가 아닌 그곳에 직접 가야 만끽할 수 있는 풍경이란 걸 깨달았다. 수많은 메타버스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 가볼 수 없는 곳을 체험해보기도 만나기 어려운 이를 접하기도 한다. 『환경과조경』도 메타버스로 보는 상상을 해봤다. 소개되는 공간을 그래픽으로 구현해 둘러보고, 필자들을 화상으로 만나는 등 잡지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구절을 형광펜으로 밑줄 긋는, 이미지를 오려 따로 보관하는, 종이를 넘기면서 읽는 그 특유의 책 맛을 메타버스로는 재현하긴 어렵지 않을까. 책으로 펼쳐보는 상상력은 무한하니깐.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만약 아무도 묻지 않는다면 나는 알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여러 동네를 쏘다닌 결과를 바탕으로 나만의 지도를 만들고 있어야 했다. ‘우리가 행동하면, <모두가이동할지도>’를 발견한 4월 중순부터, 미리 계획을 세웠더랬다. 모두가이동할지도는 기부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 하나로, 이동 약자를 위한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 경사로가 설치된 곳, 매장 입구에 턱이 없는 곳의 사진을 찍어 카카오맵에 업로드하면 참여가 완료된다. 인증된 장소에는 카카오맵 내에 ‘이동약자접근’이라는 표시가 생긴다. 설계공모 지침과 설계 설명문에서 배리어프리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보며 내 일상 속 장소가 얼마나 이동 약자에게 친화적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건 예상과 달리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슈퍼항체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로 인해 어그러졌다. 2023 순천만박람회를 다녀온 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목이 따끔거린다 싶더니 확진이었다. 격리를 마치고 나니 마감이 코앞, 멍한 머리로도 이대로 글감을 찾지 못하면 망하는 상황이라는 건 인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초조한 내 앞에 구원자처럼 나타난 게 바로 『조경개념사전』(123쪽 참조)이었다. 세상엔 수많은 종류의 책이 있지만, 사전은 유독 특별하게 느껴진다. 어떤 단어를 찾기 위해 책장을 뒤적이고 넘기는 행위 자체를 포함한 개념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얇은 종잇장을 넘기면 나던 바스락대는 소리와 오래된 종이 특유의 냄새를 떠올리게 하는, 내게는 그 어떤 인쇄물보다 단연코 아날로그적인 대상이다. 갑자기 무슨 사전이냐 할 수 있는데, 2022년은 한국에 조경이라는 학문이 들어온 지 5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를 기념하며 여러 행사와 사업이 진행됐는데, 『조경개념사전』 편찬 작업도 그중 하나였다. 의아했던건 조경용어사전이 아닌 조경개념사전이라는 점이었는데, 서문에서 “단순한 용어 정의나 낱말 풀이식의 책이 아닌 하나의 용어에 담겨 있는 다중적인 가치와 미래 전망을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책”으로 집필 방향을 설정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향점에 따라 『조경개념사전』은 조금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됐다. 우선 차례가 두 개다. 가나다순 차례 뒤에, 영역별 차례라는 독특한 형태의 목록이 있다. 여섯 개의 영역은 조경학의 기본 갈래에 따라 설정되어 있어서, 영역별 목차를 따라 읽으면 조경의 한 분야를 가볍게 훑어볼 수 있다. 보통 사전이 단어의 뜻과 예문, 유의어, 반대어 등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이 사전은 길게는 8쪽에 달하는 긴 글과 참고 이미지로 단어를 설명한다. 필요에 따라 다른 사전에서 정의한 단어의 뜻을 적어 놓기도 했다. 읽을거리가 꽤 되다보니 찾는다는 표현보다 그야말로 읽는다는 표현이 훨씬 어울리는 사전이다. 시집처럼 마음 내킬 때 꺼내어 손 가는 지면부터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사전에 담긴 단어의 수는 총 126개다. 차례에서 호기심을 일게 했던 단어는 조경과 큰 관련이 없어 보이거나 품고 있는 뜻이 너무 방대해 어떻게 해설했을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 일반 명사들이 었다. 그중 하나가 ‘맥락’이었는데, 펼쳐본 지면에 쓰인 설명이 꽤 근사했다. “맥락(context)은 라틴어(contexere)에서 유래했다. 조경 디자인이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는 절대 없다. 조경이 다루는 외부 공간을 둘러싼 환경이 항상 존재한다. 조경 재료와 패턴, 공간의 형태와 활동은 맥락 안에서 직조되고, 이는 다시 주변 환경의 일부가 된다.” 물론 이 사전은 조경이 무엇인지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건 조경이 무엇인지 묻는 행위를 계속할 수 있는 유형의 작업물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다. 시간이 무엇이냐 묻는 질문에 아우구스티누스가 내놓았던 답이 떠올랐다. “만약 아무도 묻지 않는다면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누가 설명을 하라면 나는 알지 못한다.” 뒤늦게 전염병에 시달리다 막 빠져나온 탓일까, 마주치는 모든 문장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싶어진다. 우리가 조경을 모르는 까닭은 누군가 묻고 있기 때문이다. 조경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이 다양해진다면 더욱 좋겠다. 개정판, 확장판, 애장판 등 답할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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