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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식물 문답』 조현진 작가 인터뷰
    소년은 게임보다 길가에 핀 야생화를 보는 일이, 만화책보다 식물 도감을 읽는 것이 더 좋았다. 어렴풋한 유년 시절의 기억 속에도 언제나 식물이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보던 다큐멘터리 속 꽃의 개화 장면, 성당 한 구석에 피어 있던 백합, 토끼에게 따다 주었던 토끼풀 같은 것들이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식물을 관찰하고 공부했고,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식물의 세계에 더욱 빠져들었다. 소년은 자라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남기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다. “다른 사람과 식물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식물 문답』의 저자 조현진이 책을 펴낸 계기를 설명했다. 식물에 대한 시시콜콜한 지식과 경험이 쌓일수록 그에 관해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 욕심도 쌓여갔다. 친구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답하듯, 식물에 얽힌 소소한 궁금증과 이야깃거리를 독자에게 묻고 답하는 식의 책을 구상했다. 식물 애호가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세밀화와 질문을 싣고, 뒷장에서 답과 부연 설명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행위가 곧 대화처럼 느껴지기를 바랐다. … (중략) *환경과조경394호(2021년 2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마지막 수업
    언제부턴지 모르겠지만 바닥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정확히는 바닥에 있는 무언가를 확인하는 행동이다. 사람, 자동차, 쓰레기, 풀… 길 위엔 많은 것이 있다. 개중 대체로 작고 움직이지 않는 것들을 본다. 실은 보고 싶지 않다. 그런데 보지 않으려 하니 오히려 눈이 더욱 밝아진다. 일단 눈에 띄고 나면 그게 뭐가 됐든 ‘한때 살아 있던 것’만은 아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나는 길 위의 쓰레기를 보면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 되었다. 쓰레기는 떨어지기 전후의 이야기를 상상하지 않아도 되니까. 어떤 날은 날개, 어떤 날은 꼬리였다. 친구와 걷다 골목 한가운데 맨홀 위에 펼쳐진 날갯죽지와 깃털을 보았고, 4차선 간선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줄무늬를 이루는 등허리와 꼬리의 털을 보았다. 운이 안 좋다느니 조심성이 없다느니 같은 말은 할 수 없었다. 길 위에 놓인 것들을 생각하다 전설처럼 이름만 전해져 오는 존재들이 떠올랐다. 이를테면 이빨을 드러내는 것들, 날카로운 발톱과 뿔 같은 게 달린 것들. 혹은 작고 징그러운 것들, 쉽게 부서지는 것들. 수백 년에 걸쳐 이룩한 도시의 규칙과 질서, 안전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살기 좋은 곳’이라는 말은 오직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거였다. 그래서 ‘인간이 아닌 생물체가 살만한 곳’을 만들라는 ‘생물체 설계공모’(26~47쪽)는 좀 충격이었다. 일차적으로 사람을 배제하고 어떤 공간을 만들라는 요구 자체가 낯설었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은 크게 새삼스러워졌다. “인간이 아닌 생물체를 의뢰인으로 선택하고 그의 요구 사항을 규정”하고 “의뢰인의 삶을 개선하는 장소, 구조, 사물, 체계 또는 과정을 설계”하라는 공모의 전제는 ‘생태 공간’, ‘서식지 조성’ 같은, 그간 수없이 배우고 들어온 말을 다르게 풀어쓴 것뿐이었다. 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20편의 짧은 영상으로 구성된 ‘마지막 수업’ 시리즈. 영상 속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데 열심이었다. 영장류학자 이윤정은 긴팔원숭이가 특히 좋아하는 나무 열매를 알려주었고, 극지 연구자 이원영은 젠투펭귄이 친구들과 소통할 때 내는 ‘꽉꽉’ 소리를 따라했다. 그들은 영상에 직접 출연하지 못하는 동물을 대변하는 듯했다. 해충으로 여겨지는 곤충이 왜 해충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인도네시아 숲 인근 전깃줄에 왜 원숭이들이 죽은 채 매달려 있는지, 바이러스와 잘 공존하고 있던 박쥐가 왜 전염병의 원흉으로 지목받게 됐는지 따위의 이야기였다. 생태학자 김산하는 야생동물의 정의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동물을 이야기할 때 너무 당연한 말처럼 생각하면서도 잊고 있는 게 뭐냐면, 동물은 서식지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냥 있어야 하는 정도가 아니라 ‘동물=동물+서식지’의 개념이라는 거죠. … 서식지와 동물이 아예 하나의 개념으로 묶여 어떤 관계망을 갖지 않고서는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동물, 그것이 야생동물입니다.” 뿐만 아니라 흔히 피라미드 구조의 먹이사슬 정도로 생각하는 생태계에는 포식, 피식, 공생, 편리공생, 별 상관없는 사이, 기생과 같은 온갖 관계가 무수히 중첩되어 있어서, 어떤 동물의 멸종은 하나의 소우주가 사라지는 것, 모나리자 같은 명화가 불타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호소했다. 이윽고 덧붙인, 현존하는 포유류 중 4%만이 야생동물이라는 숫자가 무척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여기저기서 더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더 아름답고 친환경적인 도시, ‘사람 중심’의 스마트 도시, 자율 주행의 상용화가 코앞이라는 소식이다. 잘 닦인 길을 보며 길 위의 모나리자들을 생각했다. 그들이 한때 머물렀을 바위틈, 땅속의 굴, 물풀이 무성한 늪, 우거진 덤불을 생각했다. 문득 누군가 바라고 기대하는 모든 것들이 그저 시시하게만 느껴졌다. ‘마지막 수업’은 2020년 생명다양성재단이 주최한 생태 교육 프로젝트다. 김산하, 이윤정, 이원영, 장이권, 최재천이 강사로 참여해 짧지만 굵직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강의 영상은 생명다양성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www.youtube.com/c/TheBiodiversityFoundation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귀여워할 때만 나를 사용해도 좋아
    닫히지 않던 마스크 상자가 헐거워졌다. 다시 상자를 채워야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지난해의 혼란이 떠올랐다. 금요일마다 약국 앞에 줄을 서고, 방 안에 틀어박혀 달고나 커피를 휘젓고, 벚꽃놀이는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속 풍경으로 대신했다. 일상이 멈추자 지구가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고요를 찾은 브라질 해변에 바다거북이 찾아오고 인도의 한 공장이 기계를 가동하지 않으니 호수에 홍학 떼가 날아들었다는, 그런 소식들 말이다. 그래서 적어도 인간들이 거리를 두고 지내는 동안 동식물들은 행복할 줄 알았다. 어떻게든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인간들이 또 무언가를 죽이고 있는 줄은 정말로 몰랐다. ‘생물체 설계공모’의 ‘달 빛 파티’(28쪽)가 다룬 맹그로브투구게 이야기다. 맹그로브투구게(이하 투구게)는 아시아 연안에 서식한다. 먹을 순 있지만 살이 적어 인기가 없고, 4억5천만 년을 견디고 살아남은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이렇게 강인한 생물체의 멸종을 걱정하게 된 이유는 그들의 혈액이 세균에 매우 민감한 면역 체계를 갖추고 있어 백신의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매년 수많은 제약 회사가 수십만 마리의 투구게를 채혈하고 바다로 돌려보낸다. 일정량의 피만 얻고 본래 있던 곳으로 보내준다고 하니 얼핏 평화로워 보이지만, 바다로 돌아온 투구게 중 상당수는 더 살아가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김정화 박사가 투구게는 “갑각류가 아닌 협각류”고 “삼엽충을 닮은 생물체”라고 설명했지만, 내 눈은 이미 푸르스름한 조명과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수면이 만든 신비로운 패널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었다. 투구게라니, 꼭 투구 모양의 모자를 뒤집어 쓴 꽃게의 모습이 상상되지 않나. 신이 나 인터넷 검색창에 일곱 글자를 적어 넣었다가 펼쳐진 이미지에 소름이 돋은 팔뚝을 열심히 문질러야 했다. 투구게는 꼭 외계 생명체처럼 생겼다. 가오리처럼 납작한 몸체를 가졌는데, 게보다 거미나 전갈에 가까운 생물체임을 증명하듯이 온몸이 딱딱한 석회질 갑각으로 덮여 있다. 긴 꼬리가 달려 있고, 배에는 거미의 다리와 꼭 닮은 다리 여섯 쌍이 나 있다. 징그럽게 생겼다는 감상은 곧 섬뜩함으로 바뀌었다. 제약 회사 연구실의 벽에 투구게를 묶어 놓고 공장처럼 피를 뽑아내고 있는 사진 때문이었다. 투구게를 향했던 시선이 인간의 행위로 옮겨갔고 혐오감이 일었다. 투구게가 보편적으로 귀여워 보이는 외형이었다면 내 생각이 인간의 행동이 혐오스럽다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었을까. 아마 투구게를 불쌍히 여기는 데 더 오랜 시간을 쏟지 않았을까. 기리보이의 노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에게 “귀여워할 때만 나를 사용해도 좋아”라며 애정을 갈구한다. 노래의 제목은 ‘호구’, 필요할 때 또 귀여워할 때만 날 찾으라는 게 사실 자신을 아무렇게나 내다 버리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할 시절 인간은 동물과 동등한 생물체로 살았다. 하지만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삼고 반려동물로 들이는 과정에서, 동물을 보호하고 돌봐야 하는 대상으로 이미지화해왔다. 이제 사자와 호랑이, 곰 같은 맹수들에게도 귀엽다는 표현을 쏟아낸다. 여러 매체와 동물원이 그들을 귀여워하도록 만들었다. 귀여움은 어떤 대상에게 쉽게 마음을 붙이게 하지만, 대체로 내게 해를 끼치지 못하는 무해한 대상에게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다. 귀여워하는 어떤 생물의 삶에는 보통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동물원의 동물들이 어떤 일과를 보내는지 궁금하지 않은 것처럼, 내가 투구게를 파란 피가 흐르는 묘하고 가여운 동물로 바라 보려 했던 것처럼. 또 다른 당선작 ‘파묻힌 땅’(32쪽)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이 작품은 호랑이도롱뇽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전용 터널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그존재를 느끼게 한다. “도롱뇽의 울음소리, 움직임, 굴을 파는 행동은 소리, 바람, 바닥 패턴, 불빛 등으로 재현되고, 인간은 온몸을 동원해 이를 감지한다.” 생물체 공모가 요구한 것은 인간이 아닌 생물체가 살 수 있는 장소, 구조, 사물, 시스템, 프로세스였다. 그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는 것은 ‘파묻힌 땅’이 제시한 것처럼 생물체의 존재를 어떤 이미지도 씌우지 않고 인식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물리적 공간은 낡기 마련이지만, 어딘가에 뿌리를 내린 생각과 인식은 점점 자라날 테니까.
  • [PRODUCT] 주거 단지에 소통과 여유를 선사하는 ‘복층형 티하우스’ 안락한 휴게 공간과 전망대를 갖춘 티하우스
    주거 단지의 외부 공간은 쾌적한 출퇴근길과 귀갓길을 넘어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공원이자, 이웃 간 소통이 이루어지는 마을 광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세인환경디자인의 복층형 티하우스는 단지 외부 공간에 요구되는 다양한 역할을 충족하도록 돕는다. 단순한 그늘 쉼터에서 벗어나 이용객의 다양한 활동을 수용하고, 계절에 관계없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 복층 구조의 티하우스는 안락한 모임 공간과 전망대를 갖추고 있어 작은 카페를 연상케 한다. 1층에는 폴딩 도어를 설치해 개폐가 유연한 환경을 조성했으며, 넓은 6인용 테이블이 있어 노트북 사용이나 소규모 모임에 적합하다. 야외 테이블이 있는 티하우스 왼편에는 온도를 낮추는 미스트가 설치되어 더운 여름철 바깥 활동을 장려한다. 2층에서는 탁 트인 전망을 즐기며 소파에 앉아 한층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족 혹은 이웃과 삼삼오오 모여 소소한 티 타임을 갖고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플랫폼이 되길 바랐다. 내구성을 고려해 철골 프레임을 구조재로 사용했으며,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꾀하고자 외벽은 하드 우드, 고밀도 목재 패널, 석재로 마감했다. 향후 여러 유형의 조경 공간에 부합하도록 다양한 모델을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다. TEL. 02-877-8811 WEB. www.seindesign.co.kr
  • ASLA Best Books 2020 ‘2020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10권의 조경 서적
    다사다난했던 2020년 한 해 동안 인종적 정의, 환경 보건, 기후변화 대응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도서들이 쏟아졌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집에서 연말연시를 보내야 한다면, 미국조경가협회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ASLA)가 발표한 ‘올해의 책ASLA Best Book’을 탐독하며 새롭고 담대한 아이디어를 발견해보는 건 어떨까. 미국조경가협회는 매년 그해 출판된 환경, 도시, 조경 분야의 도서 중 주목할 만한 책 10권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2020 올해의 책’을 소개한다. 1. 흑인 경관은 소중하다 Walter Hood, Grace Mitchell Tada, Black Landscapes Matter, University of VirginiaPress, 2020. 조경가이자 예술가인 윌터 후드Walter Hood, 작가이자 교육자인 그레이스 미첼 타다Grace Mitchell Tada가 코피 분Kofi Boone, 오스틴 알렌Austin Allen, 루이스 모징고Louise A. Mozingo, 도시계획자 모리스 콕스Maurice Cox와 같은 선구적인 흑인 조경가의 글을 모은 책이다. 사진과 렌더링 이미지와 어우러진 다양한 에세이가 수록됐다. 중요하지만 논의되지 않았던 미국의 흑인 경관사를 탐구하며 장소를 연구하고, 기리고, 보존하기 위한 강력한 논리를 펼친다. 후드는 “흑인 경관이 소중한 이유는 재생이 가능renewable하기 때문”이며, “새로운 해석과 이야기를 통해 이 경관들을 찾아내고, 발굴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기념하며 우리 자신의 초심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경가와 설계가는 보다 솔직하고, 내재된 다양성을 존중하며, 높은 포용성을 지닌 경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 흙건축의 예술: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Jean Dethier, The Art of Earth Architecture: Past, Present, and Future, PrincetonArchitectural Press, 2020. 500쪽에 달하는 이 방대하고 흥미로운 책은 우리의 집과 마을을 만들 때 굽거나 굳히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흙을 사용할 것을 주장한다. 수천 년에 걸쳐 다양한 문명권에서 쓰인 생흙은 지속가능한 건축 자재 중 하나다. 흙건축에 오랜 기간 열정을 쏟은 장 데티어Jean Dethier(전 퐁피두 센터 큐레이터)는 수많은 글감을 한데 엮으며 온 대륙에 걸친 흥미로운 흙건축 사례를 발굴한다. 생흙으로 빚어낸 건축은 고대의 왕국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여섯 번째 챕터 ‘현대의 창의력Contemporary Creativity’은 오늘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중요한 해결책으로서 흙건축 기술의 잠재력을 드러낸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연상케 하는 흥미로운 사진들과 건축적 행동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함께 수록됐다. … (중략) *환경과조경393호(2021년 1월호)수록본 일부
    • 윤정훈
  • [기웃거리는 편집자] 식물알림장
    편집자 Y는 오늘도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바쁘다. 잡식성 취향이라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기획하고 기사 쓰는 게 일이니, 뭐라도 봐두면 언젠가 써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온오프라인을 돌아다닌다. 요즘 재미를 붙인 건 뉴스레터 구독이다. 윈도우 XP 시절의 뉴스레터는 이메일로 날아드는 촌스러운 소식지에 불과해 곧장 휴지통행이었지만 윈도우 10 시대의 뉴스레터는 구독자 취향에 꼭 맞는 유용한 정보를 그러모아준다.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온라인에서 1차로 발행된 콘텐츠를 보기 좋게 재가공하는 식인데, 사회 초년생을 위한 사무 용어(‘뽀시래기의 지식 한 장’)부터 고슴도치가 알려주는 시사 이슈(‘뉴닉’), 아침 댓바람부터 친구에게 공유하게 만드는 별별 심리테스트와 영상(‘앨리스미디어’)까지 다양하다. Y의 구독 목록에는 조경스러운 것도 있는데, 24절기에 맞춰 한 달에 2번 발행되는 ‘식물알림장’이다.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정작 이름은 모르)는 식물에 대한 소개부터 익숙한 식물에 관한 깨알 상식이 잘 버무려져 있다. 다만 뉴스레터의 정체는 다소 베일에 싸여 있다. 샐러드연맹이라는 조직의 한국 지부장인 ‘웅’이라는 곰이 발행한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누가 어쩌다 이런 뉴스레터를 만들게 된 걸까? 궁금증이 돋은 Y는 조심스레 접선을 시도했다. 웅, 당신은 누구인가요? 샐러드연맹은 어떤 단체죠? 제 본업은 수도권 한 식물원의 가드너에요. 웅은 제 페르소나 중 하나에요. 저는 웅이기도 하고 웅이 되고 싶은 동물이기도 합니다. 샐러드연맹은 초식 동물들이 자기가 먹는 식물을 잘 알지 못한다는 데서 만든 식물 정보 교류 모임이에요. 내가 먹는 식물이 어떤 색의 꽃을 피우는지, 풀의 맛이 시기마다 달라지는 이유 등을 알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점차 먹는 식물보다 식물 자체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지금은 더 많은 동물에게 식물이 재미있다는 것을 전파하기 위한 단체로 바뀌었답니다. 동물들의 식물 정보 교류 모임이라, 독특한 세계관이네요. 왜 ‘사람’을 굳이 ‘동물’이라고 지칭하나요? 우리가 식물 앞에서만큼은 그저 식물을 먹거나 이용하는 동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어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옳고 그름을 구분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사람들의 의견은 분열되고 있어요. 식물을 대할 때만큼은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샐러드연맹의 가입자들은 모두 동물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식물알림장에서도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를 의식적으로 빼려고 해요. 식물알림장은 어떤 동물들이 만드나요? 뉴스레터 디자인은 디자이너 구름이 맡고 있고, 콘텐츠 작성은 저 혼자 하고 있어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식물과 관련된 작당을 시도하기 위해 함께할 멤버를 찾고 있어요. 샐러드연맹의 행보에 관심 있는 분은 연락주세요. “식물하는 삶의 즐거움을 알리자”가 뉴스레터의 목표네요. ‘식물하는 삶’이란 무엇인가요? ‘식물하다’는 식물을 다루는 모든 행위를 포함해요. 원예, 가드닝이라는 단어는 다소 한정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도시에 사는 2030 세대는 가드닝을 할 시간적 여유도 없고, 흙은 물론이고 빛도 잘 못 보잖아요. 집 근처 산책, 책 읽기, 등산 등을 통해 충분히 식물을 가까이하는 삶을 살 수 있어요. 저마다의 상황에 맞게 식물을 삶에 스며들게 하는 행위를 식물하는 삶이라 생각하고, 이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샐러드연맹의 슬로건은 “알면 맛있다”에요. 그런데 정작 식물알림장에는 먹을 수 없는 꽃이나 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던데요. ‘알면 맛있다’는 ‘알면 사랑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해요. 식물을 알면 알수록 더 맛있게 먹는 것은 물론이고 식물을 더욱 사랑하게 될 거예요. 먹는 식물은 아직 다루고 있지 않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봄에 단원들과 함께 냉이 캐는 대회를 열고 싶어요. 열심히 캔 냉이로 반찬도 만들어보고요. 웅은 현재 식물알림장 활동만 하고 있지만 식물과 관련된 투어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이라며 더 이상의 답변은 다음을 기약했다. 이 비밀스러운 조직의 정체를 밝혀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잠시 재밌는 작당에 가담했다는 생각에 간만에 달뜬 기분이 들었다.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문장은 꺼내 쓰는 거야
    빈 화면에서 깜빡이는 커서가 날 놀리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오늘도 할 말 없지? 쥐어짜야 하지? 곧 마감인데! 커서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박자에 맞추어 내가 만든 걱정거리를 노랫말처럼 붙이다 보면 서러워서 눈물이 찔끔 날 것 같다. 기자라면서 고작 잡지 한 면 채우는 일을 이렇게 괴로워하다니. 게다가 지금은 2020년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읽고 보는 데 게으르고 쓰는 데 더더욱 성실하지 못했던 나를 돌아보면 긴 한숨을 뱉지 않을 수가 없다. 글이 술술 쓰이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점은 명확하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또렷한 날에는 쉽게 채워지지 않을 것 같던 널따란 공백이 순식간에 가득 찬다. 머릿속을 나도는 생각들을 마구 꺼내서 순서를 맞추어 정렬하고 살을 덧붙이는 것만으로 그럴듯한 얼개가 만들어진다. 가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량 바깥으로 삐져나와 가다듬어야 할 때는 괜히 뿌듯해지기까지 한다. 과일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던 음료가 농도 짙은 생과일주스로 바뀌는 순간 같아서 늘 설렌다. 그렇게 수월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날에는 문장이 만들어진다기보다 이미 완성되어 있던 것처럼 툭 튀어나온다. 특히 오랜 시간 품었던 생각을 풀어놓을 때는 더. 반년 전 즈음, 코다CODA가 잘안 풀려 친구에게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놓으니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연하지, 원래 문장은 꺼내 쓰는 거야.” 마음속에 담아둔 의문과 생각들을 길을 걷고, 해가 뜨고 지는 걸 보며 천천히 문장으로 완성시켜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라는 말이었다. 학부생 시절 교수님이 친구에게 해주었다는 그 말이 내 안으로 날아와 콱 꽂혔다. 긴 시간 공들여 만든 문장이 더 설득력 있고 아름다운 건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니 문제지만 말이다. 이따금 퇴근길 아무 생각 없이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다 저 문장이 떠오르면 괜히 마음이 분주해진다. 뭐라도 생각해야 할 것 같아서 허겁지겁 최근에 본 책이나 영화들을 뒤적여보지만 재밌었다, 지루했다 같은 단편적인 감상들만나열될 뿐이다. 수필이 “그 제재가 무엇이든지간에 쓰는 이의 독특한 개성과 그때의 무드에 따라 ‘누에의 입에서 나오는 액이 고치를 만들듯이’(피천득, ‘인연’) 써지 듯, 무언가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능력 또한 그러하겠지 여기니 씁쓸해졌다. 얼마 전 최영준과의 인터뷰에서 저 말과 꼭 켤레를 이루는 것 같은 답변을 발견했다. “생각을 8시간 정도 하고 1시간 이내에 그리려고 해요. 오늘 저녁에 설계안을 그려야 한다면, 전날 아침부터 계속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거죠. 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설계안을 발표하는 과정까지 시뮬레이션해요. 발표를 논리적으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생각이 정리되면 그림은 절대 도망가지 않아요.”(본문 60쪽) 그 말들을 꼭꼭 씹으며 새해에는 무언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겠다고 다짐했다. 메모해두지 않아도 도망가지 않는 문장들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의지가 불타오른다. 여유가 없다고 둘러대기에 나는 이미 시간은 만들면 생긴다는 진실을 알고 있다.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문장 하나하나를 조금 더 오래 마음속에 붙잡아두고자 기획한 꼭지다. 우리는 언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넘쳐나는 글 속에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달마다 묶어내는 이 잡지의 지면은 물론, 책뿐 아니라 그 책을 소개하는 문구,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친 광고의 카피, 영화나 드라마에서 흘러나오는 대사, 심지어는 엄마가 툭 내뱉은 잔소리에까지 반짝이는 것들이 숨어있다. 그런데 쉽게 발견된 문장들은 그만큼 쉽게 휘발되어 버린다. 너무 사소해서 쉽게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문장들을 매개로 조경의 이야기를 또 조 경 변두리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누구나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문장들이 조경을 일상과 동떨어진 무언가로 느끼는 이들에게 조경을 친숙하게 느끼게 하는 계기를 제공해주기를 기대해본다. 물론 편집부의 소소한 나날도 계속 들려드릴 계획이다.
  • [PRODUCT] 스마트폰으로 손쉬운 관리가 가능한 ‘모바일플랜터’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이동식 대형 화분
    잦은 미세먼지와 폭염으로 인해 도심 속 나무의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지자체에서 도심 곳곳에 크고 작은 숲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온통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에 큰 나무를 식재할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동식 대형 플랜터인 ‘모바일플랜터’를 이용하면 땅을 파헤쳐 수목을 이식하지 않고도 공간을 작은 숲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광장, 도로, 교량뿐만 아니라 토심이 얕은 인공 지반, 호텔 로비 등의 실내까지 어떤 장소에도 놓을 수 있으며, 공간 분위기에 맞는 플랜터 외부 마감재를 선택할 수 있다. 모바일플랜터에는 플랜터에서 잘 자라도록 별도로 훈련된 나무가 심기기 때문에 나무가 죽거나 병에 걸리는 등의 하자 발생 위험도 낮다. 배수와 통기가 우수한 구조로 설계됐으며, 일반 토양 대비 하중이 1/3가량 낮은 혼합 토양을 사용해 옥상에 설치해도 건물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또한 50m/s의 풍속에도 견딜 수 있어 길가나 너른 광장에 두어도 안전하다. 또 다른 특징은 플랜터에 접목된 사물인터넷IoT 기술이다. 플랜터 내부에 설치된 센서가 토양습도와 온도, 염도를 감지해 애플리케이션으로 정보를 전달해준다. 자동 관수 시스템을 추가로 설치하면 손쉽게 적정 토양 습도를 유지할 수 있다. TEL. 02-571-7581 WEB. www.mobileplanter.co.kr
  • 72시간 프로젝트 올해의 주제 " "을 나누자
    쓰임 없이 방치된 주변의 자투리 공간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72시간 프로젝트’가 올해로 9회를 맞았다. 2012년 바트얌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비엔날레Bat-Yam International Biennale of Landscape Urbanism의 ‘72시간 어반 액션72 Hour Urban Action’을 벤치마킹한 ‘72시간 프로젝트’는 올해까지 78개의 공간을 재정비하며 특색 있는 도시재생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제2회 경관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고, 2019년 ‘대한민국 국토대전’의 도시재생 및 생활SOC 분야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2012년 ‘테이크 어반 인 72아우어즈Take Urban in 72 hours’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최했다가 2013년부터 일반 시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로 명칭을 바꾸어 진행했다. 올해부터는 72시간 이내에 작품 조성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을 ‘72시간 프로젝트’로 다시 한 번 변경했다. 올해의 대상지는 중랑천 산책로변 공터 1개소(성동구 송정동 72-1 일대), 주택가 및 도로변 자투리땅 2개소(중랑구 상봉동 276-15, 노원구 상계동 1252-2 일대), 공원 내 공터 1개소 (은평구 불광동 247-4 일대), 법원 앞 공개공지 1개소(양천구 신정동 313-1 일대) 등 총 5개소다. ‘ 을 나누자’를 주제로 대상지를 새롭게 탈바꿈시킬 다양한 아이디어가 요구됐다. 시는 지난 5월 작품을 접수 받고, 1차 서류 심사와 2차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진행해 총 43개의 시민팀 중 5개의 참여팀을 선정했다.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액션을 진행했으며, 폐회식은 10월 23일 서울시청 본관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모든 팀이 한 자리에 모여 프로젝트 진행 과정과 최종 결과물을 소개했고, 심사 결과에 따른 상장 및 상금 수여식이 있었다. 심사 기준은 작품의 창의성, 내구성, 조화성, 성실성, 유지·관리 측면이었다. 대상(상금 800만원)은 ‘수직관계’가 받았다. 우수상(상금 각 400만원)은 ‘모였SWU’와 ‘7272뱅뱅’, 장려상(상금 각 200만원)은 ‘팀.에이.넘Team.A.NAM’과 ‘시밀러Similar’가 차지했다. 시민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팀.에이.넘’에게는 인기상(상금 100만원)이, 미디어 매체를 활용해 창의적 면모를 보여준 ‘모였SWU’에게는 UCC상(상금 100만원)이 추가로 수여됐다. 코로나19와 40일간의 긴 장마 속에서도 새롭게 태어나 도심에 활력을 자아내고 있는 다섯 개의 작품을 소개한다. 곁을 나누자 수직관계의 ‘해우소 옆 해우소’ 성동구 송정동 산책로변은 공중화장실과 주택 사이에 위치해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다. 세 면이 옹벽과 건물로 둘러싸인 데다 관리되지 않은 울창한 가로수가 그늘을 드리워 공간을 더욱더 음침하게 만들고 있다. 수목 아래에는 잡풀들이 마구잡이로 자라고,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가 악취를 풍겼다. 수목을 정리해 개방감을 확보하고 공중화장실 및 보행로와의 분명한 경계를 만들고자 했다. 인근 조적조 건물의 표면이 벗겨져 나왔다는 발상에서 출발해 붉은 벽돌을 쌓아 가벽을 만들었다. 이때 인접 주택과 충분한 간격을 두어 소음 등의 문제를 방지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92호(2020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가을 단풍을 닮은 놀이터 성동구 도선어린이공원 모험 놀이터
    울퉁불퉁한 바닥에 낡은 놀이 시설만 덩그러니 놓여 있던 공간이 가을의 정취와 물씬 어우러지는 어린이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지난 11월 5일 서울시는 코오롱, 세이브더칠드런, 성동구와 함께 추진한 ‘민관협력 창의어린이놀이터 사업’을 통해 새롭게 단장한 성동구 도선어린이공원 모험 놀이터를 공개했다. 코오롱은 2016년부터 본 사업을 후원해 노후 놀이터를 창의어린이놀이터로 개선해 왔으며, 세이브더칠드런은 주민협의체 ‘놀세이버’를 구성해 사업 전 과정을 주민과 함께 실현하고 아동의 놀 권리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올해는 시민 공모를 통해 대상지를 모집했다. 수많은 대상지 중 어린이 이용 시설이 많아 놀이 수요가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놀이터 및 놀이 기구가 부족한 도선어린이공원을 최종 대상지로 선정했다. 지역 아동 센터, 어린이집 등 관련 기관과 학부모를 비롯한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창의놀이터 운영협의체’를 구성해 놀이터의 설계와 시공에 참여를 유도했다. 놀이터 조성 실무를 맡은 가이아글로벌은 아동 디자인단에게 워크북을 서면으로 발송해 대상지의 현황, 현재 놀이터에 대한 만족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와 놀이 행태 등을 파악했다. 아이들은 다양한 형태의 놀이 기구를 제안했다. 특히 크고 긴 미끄럼틀을 그린 아이들이 많았다. 2층 이상의 규모에 연령에 따라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는 디자인도 눈에 띄었다. 단일 놀이 시설보다는 여러 놀이 시설을 연결한 조합 놀이대를 원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놀이 시설 외에도 알록달록한 나무와 꽃, 직접 식물을 키울 수 있는 공간, 문화와 연령,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다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요구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92호(2020년 12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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