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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영화 같은 장면을 기록하다
이경준 사진전: 원 스텝 어웨이
“도시 모습과 사람들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그런 모습들을 프레임 안에 담는 작업을 해오고 있고요. 제가 경험하면서 느낀 것이나, 제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들을 사진에 담아내고 있습니다.”(각주 1) 도시 관찰자이자 일상을 하나의 패턴으로 포착하는 창작자 이경준의 시선으로 살펴본 뉴욕과 서울의 일상 속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의 개관작인 ‘이경준 사진전: 원 스텝 어웨이(One Step Away)’에서 그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익숙한 도시 풍경을 멀찍이 포착해 낯설고도 아름다운 장면들로 담아내는 이경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전시는 작가가 주로 생활해 온 서울과 뉴욕을 배경으로 곳곳의 일상을 담은 250여 점으로 구성된다. 회색 도시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순간부터 사람들이 점, 선, 면으로 연결되는 순간, 싱그러운 녹음과 함께 휴식하는 순간까지. 네 개 챕터를 통해 누구에게나 익숙한 도시의 공간들이 이어진다. 바쁘게 혹은 단조롭게 반복되는 도시 풍경이지만,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본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우리의 삶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이자 패턴으로 포착하다
물리치료사이자 프리랜서 포토그래퍼인 이경준은 2018년부터 뉴욕에서 살아왔다. 그가 처음 사진기를 든 건 고등학생 때다.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가족, 친구, 일상을 담기 시작하다가 대학생이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했다. 새로운 환경과 학업에 지쳐 힘든 시기를 보내던 그는 우연한 기회로 사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높은 곳에서 바라본 도심 속 풍경에 위로를 받았다. 위에서 바라본 도시 모습에서 새로움을 느끼면서 작업의 영감을 얻기 시작했다. 건물의 기하학적 구도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색감, 사람들의 섬세한 움직임.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본 세상은 거대한 유기체 같았다. 이러한 시선의 전환은 청년 이경준의 단조롭던 삶에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이경준은 높은 곳에서 그리고 멀리서 바라본 도시 속 풍경을 담아내는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만들었다. 도로 위 차선, 건널목, 표지판, 신호등 그리고 그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패턴을 포착하는 이경준의 스타일은 세계적 기업과 브랜드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뮤지션 구원찬, 죠지와의 앨범 표지 작업,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헬무트 랭(Helmut Lang)과의 컬래버레이션 등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환경과조경437호(2024년 9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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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미디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환경과조경, 한국조경신문과 인수 합병
환경과조경은 ‘주간 한국조경신문’과 함께 조경 미디어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지난 8월 1일부터 환경과조경은 주간 한국조경신문을 인수 합병해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한국조경신문은 2008년 창간된 주간 조경 전문 매체다. 그간 조경인의 권익과 조경 분야의 소통 및 정보 공유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국내 언론 지형의 빠른 변화 속에서, 16년간 두 차례의 휴간과 복간을 거듭하며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동안 한국조경신문을 이끌었던 김부식 회장(한국조경신문)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힘을 잃지 않은 건 많은 조경인의 지지와 격려 덕분이었다고 말하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된 것에 대해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혁신하지 않으면 소멸되는 오늘의 현실에서, 4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환경과조경과의 합병을 통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조경의 가치와 품격을 한층 더 높여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과조경437호(2024년 9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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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미스터 코모레비
미스터 토일렛(toilet). 짐작컨대 이름만 들으면 중세 프랑스 왕실 소속 관리로서 아프리카 대륙 여행 중 지역 원주민의 생활 습관에서 영감을 얻어 현대 화장실의 시초가 되는 건물을 만들어 화장실을 뜻하는 영어 토일렛(toilet)의 유래가 된 사람처럼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물론 화장실과 연관이 없는 건 아니다. 대체 그는 누구이며, 어쩌다 저런 별명을 얻게 된 것일까.
그는 고故 심재덕 수원시장으로 화장실 문화 운동에 평생 헌신하며 한국 공중화장실의 수준을 높인 인물이다. 평소 더러운 화장실에 대한 관광객들의 불만에 마음이 쓰였던 심 시장은 2002 한‧일 월드컵 개최를 준비하며 공중화장실 환경 개선을 도모하는 캠페인을 적극 추진했다. 당시 이 캠페인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한국 공중화장실 역사의 큰 전환점이 됐다. 2007년 그는 암 투병 와중에도 세계화장실협회(World Toilet Association)(WTA)를 발족시켜 화장실 문화 개선 운동에 앞장설 정도로 진심을 다했다. 음악이 들리거나, 향기가 나고, 작은 그림과 좋은 문구가 걸려 있는 공중화장실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 깨끗하고 아름다운 화장실 만들기에 진심이었던 그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각주 1)
시간이 흘러 미스터 토일렛만큼 화장실에 진심인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배경으로 추진된 더 도쿄 토일렛(The Tokyo Toilet)(이하 도쿄 토일렛) 프 로젝트는 어둡고, 더럽고, 냄새나고, 무섭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공중화장실 공간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다.(각주 2) 안도 다다오 등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모여 17개의 화장실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들어가서 문을 잠그면 불투명해지는 특수 제작 유리로 만든 화장실, 수도꼭지를 다양한 높이에 배치해 남녀노소,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손을 씻을 수 있게 만든 화장실 등 저마다 개성을 드러낸다. 공식 홈페이지도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3D 뷰를 통해 화장실 외부부터 내부까지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게 했다. 화장실 변기를 구경하는 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궁금하다면 둘러봐도 좋을 것 같다.
이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시도를 선보였다. 도쿄 토일렛을 소개하기 위한 영화를 제작했는데, 그 영화가 바로 최근 개봉한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다. 영화는 도쿄의 화장실을 묵묵히 쓸고 닦는 중년 청소부의 평범한 일상을 담아낸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자판기 캔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며, 그날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팝송을 들으며 출근하고, 때때로 필름카메라로 코모레비(木漏れ日)(각주 3)를 담아내고, 저녁엔 단골 가게에 들러 식사를 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다 까무룩 잠든다. 소소한 일상의 편린을 통해 반복된 일상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쁨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사실 메시지보다 영화를 담아낸 형식이 좋았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를 선택한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보통 이런 공간 프로젝트는 다큐로 만들어 설계를 맡은 스타 건축가의 서사를 쫓아가거나, 비슷한 사례를 모아 하나의 메시지를 던지는 형태로 빠지기 쉬운데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전형적인 방식에서 벗어났다. 대신 상상력 한 스푼을 더해 어쩌면 어딘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삶 속에서 중요한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도쿄 토일렛을 은근하게 보여준다.
미스터 토일렛과 도쿄 토일렛 이야기의 공통점은 바로 태도다. 외면 받는 것을 외면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것을 함부로 대하지 않은 것. 박보나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의 태도가 도시의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만들어 냈다고 할까. 이번 호에 소개한 프로젝트에서도 그런 태도가 읽힌다. 탄소 저감을 위해서 목재 트러스를 활용한 하이라인-모이니한 커넥터(30쪽), 민관 협력을 토대로 저비용과 친환경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브지리풋 스트리트 공원(58쪽)을 설계한 조경가들은 기후 위기 시대의 과제를 외면하지 않고 도시의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이들에게 미스터 코모레비란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코모레비처럼 반짝이는 태도를 가진 이에게 주는 나만의 작은 헌사이자 훈장이라고 할까.
**각주 정리
1. 최혜경, “심재덕 씨의 뒷간 라이프”, 『행복이 가득한 집』 2008년 3월호.
2. 최은화, “모두를 위한 공중화장실: 더 도쿄 토일릿”, 『공간』 2020년 11월호.
3.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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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응원한다, 내를 그리고 느그를
여름밤을 참 좋아했다. 해가 지면 천천히 식는 공기, 서서히 어두워지는 하늘은 여름 저녁에만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요즘 같아선 그 풍경이 다 미화로 만든 거짓 기억인가 싶다. 더운 데다 습도까지 높아 새벽녘이 되어도 온몸이 축축하다. 그래도 또 여름을 그리워할 게 분명하다. 내게 여름은 무언가 낭만적이고 아득한 존재다. 여름 같은 대상이 또 있는데, 바로 학생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언제까지 남의 삶을 나의 청춘인양 여기며 먹먹해 할지 모르겠지만, 교복을 입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보면 가슴이 둥둥 울린다. ‘스윙걸즈’와 ‘훌라 걸스’가 그랬고, ‘땐뽀걸즈’(각주 1)와 닮은 ‘빅토리’가 그랬다.
배경은 1999년, 경상남도 거제. 나의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생활 반경과 생각의 너비가 딱 발 닿는 곳까지밖에 이르지 못했는데, 필선은 거기서부터 나와 참 다른 사람이었다. 힙합을 너무 사랑해서 발 디딘 곳 모두를 무대로 삼는 필선은 단짝 미나에게 말한다. “거제가 좁다”고. 가뜩이나 좁은데 춤을 출 곳마저 없다. 일 년 전 사고를 일으켜 정학을 당하고 댄스 동아리 해체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런 둘 앞에 세현이 나타난다. 그가 전학 오기 전 서울에서 치어리딩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묘책이 떠오른다. 만년 꼴찌 축구부를 응원한다는 명목으로 치어리딩 팀을 꾸려 연습실을 확보하자!
꽤 많이 본 익숙한 문법이었기에 자연스레 다음 장면이 상상됐다. 힙합을 추고 싶은 필선과 세현의 갈등과 화해, 처음에는 응원부를 무시하지만 점점 그 효과를 보는 축구부, 축구부의 승리에 기뻐하는 치어리딩 팀, 그런 내용 아니겠나. 그런데 어라? 필선이 벌써 치어 댄스를 춰야 한다는 걸 납득하고 세현과 화해한다. 응원부 ‘밀레니얼 걸즈’가 벌써 그럴듯한 치어리딩을 해낸다. 축구부의 모습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스크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깨달았다. 어떤 춤이냐가 문제가 아니다. 이들에게 춤은 투쟁이다. 자신이 오롯이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자리를 얻어내는 싸움.
치어리딩할 때 밀레니얼 걸즈는 가정 속에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춤에만 집중한다.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한 동작을 하고 동선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지 연습하고 다투고 소리 지르고 뛰고 웃는다. 그 순간만큼은 어떤 외부 요소도 끼어들 수 없다. 여동생들을 돌보며 짜장면 집 장사를 돕던 장녀도, 틈틈이 다림질을 해야 하는 세탁소의 딸도, 태권도장 일은 돕지만 여자라서 태권도는 배울 수 없는 딸도 사라진다. 그 한가운데 선, 축구부 에이스의 동생이 아닌 세현이 제 이름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거제 조선소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응원하는 장면이 낯설어서 좋았다. ‘땐뽀걸즈’와 ‘빌리 엘리어트’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제에서 자랐다면 누구든 한번쯤 일자리로 생각해보는 이곳에서 밀레니얼 걸즈는 하늘을 향해 쭉쭉 뻗는 팔과 바닥을 세게 구르는 발동작으로 시위대를 응원한다.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안쓰럽지만 애써 웃어 보이는 표정을 짓는 대신, 다른 곳에서 했던 그대로의 치어리딩을 펼친다. 그렇게 밀레니얼 걸즈는 응원을 전하는 사람을 넘어, 조선소의 투쟁자와 같은 위치에서 연대를 펼치는 완전한 투쟁자가 된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 밀레니얼 걸즈가 치어리딩 내내 지어보이는 미소에서 무해한 상냥함 대신 앞으로 강하게 치고 나아가려는 결연함을 읽게 된다. 그들이 춤을 추며 응원하는 행위를 좋아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혹 깨닫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봐 필선이 말한다. “응원한다, 내를 그리고 느그를.” 현실이 영화 같을 순 없다는 걸 충분히 안다. 게다가 빅토리는 축구부의 경기 결과 외에는 영화 속 투쟁자들이 승리를 쟁취해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웃으며 엔딩 크레디트를 볼 수 있는 이유는 승리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사실도 알기 때문이다. 박범수 감독이 승리의 정의가 꼭 고루할 필요가 있냐며 빅토리는 “그 개개의 의미 있는 승리가 모여 전보다 조금 더 나아지는 이야기”(각주 2)라고 말했듯이. 처서가 지나니 이른 아침이면 열기가 덜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사계절 중 두 번째 계절이 저문다. 온 계절이 다 흐르기 전에 남들은 이해하지 못해도 나만의 “까리한” 승리가 모여 전보다 나은 일 년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중얼거려본다.
**각주 정리
1. 땐뽀걸즈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다음을 참고. 김정은, “땐뽀걸즈, 버티는 청춘에 관하여”, 『환경과조경』, 2017년 11월호, p.143.
2. 김영재, “제목이 ‘빅토리’인 이유 “승리의 정의 꼭 고루할 필요 있나요?”, 파이낸셜투데이 2024년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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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모두를 위한 무장애 퍼걸러와 야외 테이블
차별의 문턱을 낮추는 열린 휴게 공간
우리 사회는 장애와 비장애인이 서로의 다름을 의식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공존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간에서 장애 유무가 차별의 요소로 작용할 때가 있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으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생활 공간을 만드는 조경 시설물 브랜드 ‘미담’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사용자가 무장애 환경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쉼터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쉼터를 통해 장애인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편리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활동 공간을 마련했다. BF 퍼걸러와 BF 야외 테이블은 휠체어의 크기에 맞춘 곡선형 디자인을 통해 휠체어 이용자의 활동 반경을 확보한다. 스툴이나 일반 벤치를 배치해 보호자, 또는 이웃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무장애 휴식 공간은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쉴 권리를 보장한다.
기능성뿐 아니라 시각적 요소를 고려한 디자인을 시도했다. 돋보일 수 있는 강한 색상으로 주변 공간과 차별화를 꾀하기보다는 모두가 평등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란 의미를 담아 주변과 어우러지는 색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모두는 같은 존재라는 걸 인식시키고, 차별 없이 어울리며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철재 프레임에 목재를 더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용적인 수납을 위해 테이블 옆에는 가방 걸이를 설치했다.
TEL. 02-6951-1041 WEB. www.mi-d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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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너나들이 놀이터
도심권 용산가족공원 거점형 어린이 놀이터 조성 설계공모 당선작
서울시는 2021년부터 권역별 거점형 어린이 놀이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단편적 놀이 시설로 구성된 놀이터에서 탈피해, 아이들의 창의성을 향상하고 폭넓은 활동을 유도하는 놀이터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추진해 성공을 거둔 ‘창의 어린이 놀이터 재조성사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26년까지 시내 5개 권역에 1개소씩 거점형 놀이터를 조성할 계획으로, 현재 광나루한강공원(2022년)과 보라매공원(2024년)의 놀이터가 완공됐다.
지난 4월 공고된 ‘도심권 용산가족공원 거점형 어린이 놀이터 조성 설계공모’는 도심권 어린이 놀이터의 특색있고 독창적인 우수 설계안을 발굴하고자 진행됐다. 잔디 광장 옆에 자리한 기존 놀이터와 주변 유휴 공간(약 3,700m2)을 대상지로 제시했다. 공모 지침은 공원의 기존 이용 행태를 존중하고, 놀이 시설이 서로 연계되어 확장성을 갖는 놀이터 설계안을 요구했다. 또한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모험 및 체험 활동을 수용할 뿐 아니라, 보호자를 비롯한 인근 시민이 휴식과 산책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복합 여가 공간을 제시해야 했다.
김수연(인터조경기술사사무소), 김현민(스튜디오일공일 엘앤씨), 민병욱(경희대학교 교수), 유송영(현대건설), 이남진(바이런), 진승범(이우환경디자인), 최혜영(성균관대학교 교수)의 심사 결과, 당선작은 유엘디조경설계사무소의 ‘용산 너나들이 놀이터’가 차치했다. 입상작에는 지엘에이디자인의 ‘용산가족공원 상상나래’와 조경설계호원의 ‘용산놀이마을’이, 가작에는 해율조경설계사무소의 ‘놀이의 거미줄’과 스케이프나인의 ‘벙커(Bunker 185)’가 선정됐다. 이 중 당선작을 간략히 소개한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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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평공원 2단계
도시와 공원을 연결하는 녹지 보행 네트워크
지난 5월 대유평공원 2단계 조성이 완료됐다. 대상지는 조선시대엔 정조가 설치한 국영농장 ‘대유둔전’으로 활용됐고, 1960년대에는 연초제조창이 들어서며 근대 산업화의 터전이 됐던 곳이다. 하지만 2003년 담배공장 폐쇄 후 20여 년간 도심을 단절시키는 장애물로 전락했다.
수원시는 이러한 대상지를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주고자 했다. 2017년 해당 부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면서 초기 단계부터 부지 중심에 공원을 두었다. 덕분에 대규모 공동주택단지와 대형 상업 시설이 자리 잡은 부지 가운데에 누구나 이용 가능한 대규모 공원을 조성할 수 있었다. 에이치이에이(HEA)가 설계한 대유평공원은 2021년 10월 말 1단계 준공(『환경과조경』 2022년 8월호)을 완료하고, 지난 5월 17일 2단계 조성을 마쳤다. 시대 변화에 따라 막히고 단절됐던 대유평이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새롭게 거듭나게 된 것이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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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영선 업고 튀어
비가 많이 자주 오는 요즘이다. 비를 보면 생각나는 노래들이 있다.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 아이유의 ‘레인 드롭(Rain drop)’, 태연의 ‘레인(Rain)’. 최근엔 이 노래들을 제치고 이클립스의 ‘소나기’가 비 오는 날 플레이리스트 꼭대기를 차지했다. 정작 노래 가사엔 ‘비’란 단어가 다섯 번밖에 등장하지 않지만, 나의 애착 곡들을 제칠 수 있던 이유는 이 노래의 배경 때문이다. 최근 선풍적 인기를 이끈 ‘선재 업고 튀어’의 ost다. 드라마 애청자로서 소나기를 듣고 있으면 비를 맞고 있는 류선재에게 노란 우산을 씌어주는 임솔이 생각나며, (나의 추억인 마냥) 그들의 이야기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류선재 역할을 맡은 변우석의 피지컬, 서로만 바라보는 두 주인공의 서사, 과거와 미래가 이어지는 섬세한 연출 등 다양하지만, 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한 가장 큰 이유는 타임 슬립이다.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 팬 임솔이 최애인 류선재를 살리기 위해 15년의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간다. 타임슬립 연도가 2008년인 점이 드라마를 보게 했다. 나에겐 2008년은 이마를 뒤덮은 풀뱅 앞머리와 머리카락 끝이 귀와 닿을 정도의 C컬로 말린 풍성한 버섯 머리가 유행하던 학창시절이다. 그네 의자에 앉아 무제한으로 제공되었던 생크림을 바른 식빵을 먹기 위해 갔던 캔모아 카페, 캠코더나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화려한 자막과 효과로 편집한 UCC 등. 그 당시 내가 직접 가던 장소와 했던 것들이 드라마에 나오니 반갑기 짝이 없었다. 시대 배경이 흥미를 불러 일으켰고 두 주인공의 반전 같은 사랑 이야기가 드라마에 과몰입하게 만들었다(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하는 바람에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다. 이 이야기는 2회 엔딩부터가 진짜다).
선재 업고 튀어를 보면서 타임 슬립이란 장르를 언제 알게 된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나의 처음은 2012년에 방영한 ‘옥탑방 왕세자’다. 이 드라마는 조선시대의 왕세자 이각과 신하 3인방이 세자빈 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중 현대로 타임 슬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조선시대 사람이 현대 신문물에 적응하는 과정이 재미있고, 과거의 관계가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드라마를 통해 타임 슬립이란 단어를 처음 접하고 어떤 의미인지도 알게 됐다. 그러면서 나 혼자만의 타임 슬립 붐이 일었고 타임 슬립 드라마와 영화는 다 챙겨 봤다.
타임 슬립 영화, 드라마를 보면 타임 슬립으로 과거와 미래 중 어디로 갈지 고민하곤 한다. 둘 다 가고 싶어 고르기 어렵지만 과거에 마음이 더 기운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개발되지 않은 땅을 사 한탕 크게 누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최근 어느 할머니의 말로 인해 속물적 이유 말고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의 주인공인 조경가 정영선이다. 전시 연계 학술행사인 ‘정영선이 만든 땅을 읽다’에서 진행된 ‘정영선과의 대화’는 정영선이 날것의 대상지를 마주한 그때 그 당시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특히 포스터 한가운데를 차지한 바위가 상상력을 키웠다. 이 바위는 남해 사우스케이프의 암각 동산으로, 정영선은 암각 동산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이 바위를 없애보려고 했지만, 깨다 지쳤는지 그대로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가서 보니 이 바위가 너무 좋더라고요. 보자마자 이 바위를 없애지 않고 다듬어, 주변을 두른 건축물의 다른 고유 기능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물과 꽃을 더”(44쪽)해 만들었다고 했다. 이를 들으면서 정영선이 마주했던 다듬지 않은 바위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이때로 타임 슬립해 정영선 옆에 서서 그와 똑같은 시선으로 바위를 보며 그의 고민의 소리를 듣고 싶어졌다.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을 뿐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대상지를 처음 마주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
이런 마음이 생긴 게 정영선의 말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독 더 오락가락하는 비 때문에 기후가 정말 위기구나를 실감하는 요즘이라서 날것의 자연을 만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솔이가 선재를 살리기 위해 선재를 업고 튄 것처럼, 자연을 구하기 위해 (정)영선을 업고 튀어야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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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낭만은 그런 것이다 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
기대만큼이나 걱정되는 마음도 컸다는 걸 고백한다. 어떤 변명을 해봐도 자격지심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지만 말이다. 조경이 나무 심는 일로 인식되지 않길, 당연히 예쁠 수밖에 없는 식물을 무기로 공간을 치장하는 일로 여겨지기를 않길,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로 보이길. 정영선이 식물을 손수 심고 작은 정원을 가꾸며 기뻐하는 소박한 할머니처럼 비춰지기보다 그의 작업 영역이 전 국토 곳곳에 퍼져 있는 모든 공공 공간이라는 점이 드러나기를 바랐다.
그래서 자꾸 표제를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땅에 쓰는 시’. 이 낭만적인 수사들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꾸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너무 감성에 치우친 표현이 아닐까 하고 들여다봤더니 마냥 틀린 말은 아니었다. 조경학과에 입학한 뒤 들은 첫 수업에서 조경의 정의를 배웠었다. “자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름답고 유용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한 종합 예술 과학.” 아름답고 유용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형성하는 일은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한 일일 것이다. 시는 운율, 울림 같은 음악적 요소와 언어의 특성을 이용해 문학 작품 중에서도 회화적 특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장르이니 종합 예술이라 말해도 어색하지 않다.
이제 해결되지 않은 건 ‘과학’이다. 깨닫고 나니 생명, 자연, 식물, 지구, 기후 위기 같이 사람들에게 더 닿기 쉬운 어휘에 밀려 설계, 계획, 마스터플랜, 도면 등 과정을 담은 단어들이 저 먼 곳으로 밀려나면 어떡하나 시키지 않은 우려가 시작됐다. 늘 그렇듯 사서하는 걱정을 떨치기가 더 어렵기 마련이다.
조경의 목표와 결과는 잘 설명된 셈이다. 결국 조경의 작업 과정을 이야기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 배정한은 “많은 언론 기사와 인터뷰는 정영선의 조경을 ‘땅에 쓰는 시’로 비유하곤 한다. …… 그러나 ‘시’라는 어휘가 연상시키는 감상적인 의미가 그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작업을 낭만적인 영역에 가둬버릴 위험도 있다”고 말한다. 이어 정영선의 여러 말을 인용하며 “그가 말하는 시는 지사, 즉 땅의 시공간적 맥락을 섬세하게 이해하는 태도의 다른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정리하며 “정영선의 작업을 정영선 고유의 경관으로 만드는 것은 부지의 조건과 맥락을 세심하게 독해하고 섬세하게 연결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땅에 쓰는 시’로 비유되기도 하는 그의 태도는 ‘관계’ 혹은 ‘관계 맺기’에서 가장 명확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22쪽) 이를 통해, 시라는 단어가 조경의 결과물이 아닌 그 과정에 집중했기에 선택된 단어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우리는 정영선의 작업을 시라 일컫기보다 작업 태도와 그 과정을 더 많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김아연은 정영선 조경 속 “식물 하나하나가 시의 언어”이며, 그의 “손을 거친 장소는 특유의 미적 감성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25쪽) 정영선의 작품은 단순한 형식을 다루는 것을 넘어 서식처에 기반을 둔 생태계를 품은 생태 미학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그의 작품에서 본래 자연이었던 것과 설계한 것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김아연의 말처럼 “정영선의 작품은 예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 대경관이 주는 숭고미에 가깝기 때문이다.” 즉, 정영선 조경의 아름다움은 자연의 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영선은 “조경은 땅에 쓰는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고,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 깊은 울림이 뜻하는 바는 김아연이 말한 대경관이 주는 숭고미와 결이 같을 것이다. 스스로자自, 그러할 연(然)이라는 한자에서 볼 수 있듯 자연스러움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아모레퍼시픽사옥과 같이 ‘보이는 정원’(각주 1)도 있다. 하지만 대상지의 규모가 커질수록, 생태계의 원리를 더 깊이 따르고 그 흐름이 진짜 자연을 향해 흐를수록, 정영선의 작업처럼 자연과의 경계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면 조경은 더욱 보이지 않게 될 확률이 높다.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방법은 조경을 잘해서 사람들이 절로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 아무도 묻지 않아도 또 듣고 보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조경 작업 이야기를 하는 것. 피곤하고 고되지만 그 방법뿐이다. “낭만은 그런 것이다”. 조경을 떠나지 않는 이상 “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이다.(각주 2)
**각주 정리
1. 이명준, “비평: 정원섬, 보이는 정원”, 『환경과조경』 2018년 8월호, p.30. “조경이 ‘보이지 않는다(invisible)’고 할 때,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담는다. 하나는 설계한 경관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하여 대중에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간 예술로 인식되면서 동시에 생태적 성능을 지닌 경관을 만들기 위한 조경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 랜드폼을 디자인하는 실험이 빈번하지 않은 국내에서 아직 조경은 시각적으로, 그리고 인식적으로 충분히 보이지 않았다. 조경은 좀 더 보일(visible)필요가 있다.”
2. 김경주의 시 ‘드라이아이스’의 한 구절. 문득 어머니의 필체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그리고 나는 고향과 나 사이의 시간이 위독함을 12월의 창문으로부터 느낀다/낭만은 그런 것이다/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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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삼원색처럼 다채로운 쉼터, 써클 트리오 퍼걸러
이용자의 다양한 행태를 수용하는 다목적 쉼터
하나의 퍼걸러 안에서 다양한 공간적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예건의 휴게 시설 전문 브랜드 ‘푸르너스(Prunus)’는 다양한 이용자의 행태를 고려하며 자연을 비롯한 외부 공간과의 조화를 꾀하는 휴게 시설을 제작한다.
써클 트리오(Circle Trio) 퍼걸러(이하 써클 트리오)는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 단지 내 오작공원에 조성한 대형 조합 퍼걸러다. 학생 기숙사인 직녀관과 견우관 사이 오작공원 중심부에 위치한 써클 트리오는 학생과 교직원의 창의적 활동과 휴식, 친목 도모를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조성됐다.
써클 트리오는 주변을 감싸고 있는 박스 형태 건축물의 단조로운 경관을 상쇄할 수 있는 원형의 셸터로 디자인됐다. 크기가 다른 3개(대, 중, 소)의 원형 퍼걸러를 삼원색 다이어그램처럼 배치했다. 각 공간에는 학생과 교직원의 다양한 휴식과 학습 행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든 테이블, 평상, 바 테이블 등 다양한 휴게 시설물을 설치했다. 또한 퍼걸러 지붕의 높낮이를 다르게 해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봤을 때 지붕 선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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