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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작: 44 Saints Memorial 44 순교 성인 기념 공원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설계경기
다음의 3가지 장소성을 이번 프로젝트의 개념으로 제안한다. 그 첫 번째는 ‘기념적 장소’다. 과거 천주교 신자 처형의 역사를 승화하여, 복잡한 서울에서 뚜렷이 드러날 수 있는 단순 명료한 기념 장소를 제시하고자 한다(기억과 계승, 단순성).
두 번째는 ‘역동적 장소’다. 종교적 경건성과 역사적 기념성의 조화를 이룰 뿐만 아니라, 일상을 영위하는 시민의 실질적 휴식 공간으로서, 풍요롭고 역동적인 공공의 문화 체험 장소로 만들어가고자 한다(문화 퍼포먼스와 휴식).
마지막은 ‘개방적 장소’의 개념이다. 이 기념 공원이 역사를 추억하는 물리적 오브제로만 조성되기보다, 그 희생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거기서 비롯되는 자유의 정신을 미래로 열어가는 소통의 장소로 만들고자 한다(소통과 전파).
2개의 축을 설정하고 대지를 4개의 크고 작은 광장으로 분할했다. 약현성당에서 중앙일보 사옥을 연결하는 동서 축과 숭례문과 충정로 지역을 잇는 남북의 두 축을 십자로 교차시켜 기념 광장과 현양탑 마당, 리사이 클링 광장, 잔디 광장으로 공간을 나누었다.
이 기념 공원 계획은 개인의 경건한 종교적 경험을 고조시킬 뿐 아니라, 역사적 기억과 더불어 우리 사회가 갖는 다양한 공공의 가치를 획득하고자 한다. 새롭게 제시되는 ‘44 순교 성인 기념 공원’은 복잡한 도심에서 작고도 낮게, 그러나 지반에 깊이 박혀 마치 사리탑과도 같은 순교의 표석으로 드러난다. 성聖과 속俗, 희생과 자유, 과거와 현재, 열림과 닫힘의 대립이 가로 세로로 만나 화해하는 듯한 십자가 형상은 나지막이 대지를 관통하며 온누리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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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작: Memorial Wall 추모의 벽, 역사의 현장을 기억하다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설계경기
도시
디자인 개념은 장소의 경계를 구체화하여 추모 공간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이는 잊힌 공원의 역사와 종교적 신념을 위해 싸웠던 순교자들을 현재 우리의 일상에 연결해 준다. 이 장소의 역사는 도시에 속하는 것과 제외되는 것 사이의 끊임없는 투쟁으로 진화해 왔다. ‘포함된다/제외된다’의 역설적인 상황이 프로젝트에 대한 개념적 접근(안/밖)의 출발점이 된다. 현재 공원의 사방은 모두 도시 조직(대로, 철도, 고가 도로, 대규모 상가)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따라서 대지의 경계를 물리적인 한계선으로 구체화함으로써 현장의 역사를 기념함과 동시에, 역사 공원을 내면의 평화를 찾기 위한 하나의 고립된 장소로 만든다. 이러한 장소에서 ‘부재’는 새로운 형태의 공공 공간을 창조하며, 상업적이거나 피상적인 사건들로부터 분리되어 자연과 역사 모두에 연결된다.
경계
경계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역사와 관계를 맺으며 명상할 수 있도록 하는 투과성 있는 벽이 된다. 추모의 벽은 주 순환로 역할과 기능적인 서비스 공간의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공원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두 가지 형태의 기념비적 요소를 수용한다.
서소문 밖 형장에서 순교한 44위의 순교자들은 추모의 벽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다. 각각의 순교자는 지붕을 지지하고 있는 6m의 직사각형 돌기둥으로 표현된다. 추모의 벽은 사람들이 순교자에 대해 기억하고, 동시에 영적인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각각의 기둥에는 특정 순교자를 추모하는 내용을 담은 추상적인 청동 주물 조각이 설치된다.
십자가의 길14 Stations of the Cross은 예수 십자 행로의 열네 자리(십사처十四處)를 공간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14개의 성전이 역사 공원 전체 경계에 흩어져 자리 잡고 있다.
장소
역사 공원은 물리적 경계인 ‘추모의 벽’으로 둘러싸여 새로운 형태의 공공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곳은 처형의 현장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편안하게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공원이 될 것이다. 따라서 땅 위로 드러나는 것은 성당의 존재를 알리는 세개의 탑과 순교자를 추모하는 광장뿐이다.
- 이소우건축 + PWFERRETTO / 이소우건축 + PWFERRE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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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작: En-City Engraving the Park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설계경기
서소문 밖 역사 유적지는 죽음의 장소다. 억울한 죽음에 대한 공간이고, 그중 성스러운 신념을 놓칠 수 없어 순교한 44인의 성인으로 대표되는 신념과 정의의 죽음에 대한 장소다. 죽음의 공간 조성의 목적은 죽은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함만은 아니다. 그들이 목숨을 담보로 지키려 했던 믿음이 생존하길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믿음의 생존은 시대의 절망을 견디는 희망이 된다. 그렇기에 죽음은 희망이고, 그 희망은 다가올 미래의 정의에 대한 이야기다. 그 희망의 싹으로 말미암아 현시에서의 불의와 불신, 그리고 부정이 정의와 신념을 더럽히지 못한다. 이는 결국 현재에 대한 이야기다.
죽음으로 지킨 그들의 신념은 일상 속에 함께 할 수 있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도시에서 그 흔적은 실체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정신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공공 공간 속의 일상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장소성의 회복이고, 소외된 공간이 기념비적 성격을 갖추고 도시로 복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 대상지의 지상은 공원으로, 지하는 화훼 단지 및 공영 주차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공모전은 역사, 문화, 종교적 의미를 함유하고 있는 대상지의 장소적 특성을 살려 시민들이 친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역사 공원 조성을 목표로 한다. 또한 순교 성당, 광장 및 기념전시관을 포함하는 순교 기념 공간으로서의 성격을 함께 요구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공간과 시간이라는 건축 요소의 대명제 외에 어떤 표현 수단도 적절치 않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대상지가 요구하는 기념성과 일상성을 단위 공간의 스케일과 비례 그리고 공간을 구획하는 재료의 성질과 그의 적층을 통해 완성하려 노력했다.
기념 공간은 표고 37m 레벨의 지표 위아래 즉, 땅속과 땅위의 관계를 연결해 땅속으로의 수렴과 땅위로의 발산의 매개 요소로서 작동한다. 땅위 7천여 평의 일상적 공원은 산개된 단위 공간의 벽으로 느슨하게 분할되어 시선과 움직임을 단속하기도 하고 유도하기도 하며, 일상적 도시에 휴식의 공간을 제공한다.
- 윤승현 / 인터커드 + 보이드아키텍트 + 레스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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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밖 역사유적지 설계경기
추모와 일상의경계에서
서소문 근린공원이 역사 공원이자 순교 성지로 탈바꿈할 밑그림이 그려졌다. 서울시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올해 2월 27일부터 6월 27일까지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설계경기’를 진행했다. 국내 건축사 대상 공개경쟁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설계공모에는 총 296개 팀이 참가 신청을 했으며, 79개 팀이 작품을 제출했다. 심사위원회는 지난 6월 30일 입상작 7점과 입선작 8점을 최종 선정했다. 실시설계권이 주어지는 당선작에는 인터커드(대표 윤승현) 컨소시엄의 ‘En-City’가 선정되었다.
서소문공원은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조선 후기 44명의 성인이 순교한 성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크게 주목받던 곳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설계공모의 목표는 기존의 근린공원을 역사 공원화하는 동시에 기념 성당과 전시관, 광장 등의 종교 시설을 마련하여 성지라는 장소의 의미를 사회적으로도 공고히 하는 작업이다.
이번 설계공모는 과정과 형식면에서 한두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보인다. 우선 공개심사를 통해 소통에 열린 자세를 취했다는 점이다. 설계공모 운영위원회는 7팀의 최종 결선작을 선정한 후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심사 과정 중 일부를 일반에 공개함으로써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설계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 공모로 진행된 점도 의미가 있다.
그간 해외 디자이너가 설계해 장소의 맥락이나 역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독특한 형태만 남았다는 논란에 휩싸인 공공 공간이 많았다. 물론 이는 단순히 외국 작가가 설계를 맡는 것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설계자가 대상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조차 마련되지 못했다거나, 스타 건축가의 참여가 몰고 올 세간의 관심과 브랜드 효과에만 연연한 주최 측의 탓도 크다. 그에 비해 이번 공모는 최대한 많은 국내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서소문 밖’의 역사적 의미와 도시적 조건
설계공모의 대상지가 자리한 서소문 밖 네거리 일대는 조선 시대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외래 문물이 유입되는 경로였다. 이곳에는 17세기부터 칠패시장과 서소문시장이 형성되었으며, 동측은 중국으로 통하던 육상 교통로인 의주로에 접하고 있어 도성 밖의 상업 중심지로 발전했다. 또한 조선 시대 국가 중죄인들을 처형하던 ‘서소문 밖 형장’이 위치했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형장의 위치는 지금은 복개된 만초천변과 서소문 밖 네거리사이로 추정되는데, 이곳에서 홍경래의 난, 갑신정변, 동학농민혁명 등 국사범들이 주로 참형되었다. 특히 천주교 신자들이 이 형장에서 죽임을 당했는데, 새남터가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성직자들의 순교터였다면 서소문 밖은 평신도들의 순교터였다. 신유박해(1801년, 순조1년) 40위, 기해박해(1839년, 헌종 5년) 41위가 순교했으며, 병인박해(1866년 이후)에도 많은 신자들이 죽임을 당해, 세계 가톨릭 역사에서 중요한 성지로 주목받고 있다(이곳에서만 100여 명의 천주교 신자가 처형당했고, 이중 44위가 성인이 되었다). 1891년 박해가 끝나자 순교자들을 기리기 위해 서소문 성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인근 언덕에 약현성당(1892년, 사적 제252호)이 한국 최초의 서양식 벽돌조, 로마네스크, 고딕 혼합식 건물로 완성되었다.
그러나 근대 사회로 진입하면서 일제의 도시계획에 의해 부근의 성곽과 함께 서소문이 철거(1914)되고, 경의선(1920)이 지나가고, 북쪽의 서소문로를 따라서는 고가차도(1966)가 놓인다. 또한 고층 건물에 둘러싸이면서 이 대지는 점차 도시적 맥락에서 고립된 섬이 되어간다. 이렇게 뚜렷한 장소의 특색이 없는 가운데 1976년 서소문공원이 개원하고, 지하에는 쓰레기 처리장(1999), 공용 주차장, 꽃 도매상이 들어서는 등 이후로도 많은 것들이 덧붙여졌다. 그 결과 현재 서소문공원은 철도의 소음과 쓰레기 처리장의 악취가 뒤섞여 있는 열악한 환경의 공원이 되었다. 이곳이 성지임을 알리는 표지는 순교자를 기리는 현양탑(1984, 1999)이 유일하다.
‘서소문 밖’의 성지화 배경
이렇듯 현재의 서소문공원은 인근의 상인들이나 주민, 노숙자들이 찾는 근린공원으로 역할하고 있지만 성지에 걸맞는 천주교 행사를 수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 설계공모는 3년 전 서울대교구가 중구청에 제안하면서 시작된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서소문공원의 성지화는 기초 지방자치단체인 구청에서 단독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일로, ‘관광자원화사업’의 형식을 빌어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법적인 요건을 갖추게 된다. 이를 통해 국비와 시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고,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울성곽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 600년 성곽도시 서울의 재발견 사업 및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지난 해 선포한 서울의 도보성지 순례길과 연계할 예정이다. 더불어 기념 성당과 전시장 같은 시설을 갖추기 위해 본래 근린공원이었던 설계대상지를 역사 공원(2014.02.06)으로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진행하는 등 복잡하고 신중한 과정을 거쳤다. 공공공간에 성당을 짓는 일은, 이곳이 기존 사회 체제의 불합리함에 대항하여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장이었다는 견해에도 불구하고, 특정 종교를 위한 공간이라는 오해와 비난을 피해야 하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성당이 적극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성지를 기념하는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는 난제에 직면하게 된다.
1등작 En-City
인터커드 + 보이드아키텍트 + 레스건축
2등작 Memorial Wall
이소우건축 + PWFERRETTO
3등작 44 Saints Memorial
코마건축 + 이은석
3등작 가시
엔이이디 건축 + 건축농장
가작 Groundscape
원오원아키텍스
가작 서소문역사공원
유원건축 + Sapienza-Università di Roma
가작 홍예
오피스박김 + 동우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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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작: Culture Casting Tank
마포석유비축기지
본연의 구축과 활용
역사는 연속성을 가지고 있고, 그 연속성은 공간에 남는다. 그렇다면 새로운 변화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그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가.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을 거치며 정부는 비상용기름을 보관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해 석유비축기지를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석유를 비축하던 오일 탱크는 그 기능을 잃어갔고, 그 주변에는 월드컵경기장, 하늘공원 같은 문화 공간들이 생겨났다. 오일 탱크가 자리한 이곳도 이제 문화 공간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계획을 하기 전에 공간이 갖고 있는 기억을 충분히 사유하고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적정한 방식으로 계획이 이루어질 때, 도시는 비로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마포석유비축기지, 이 공간은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고 어떤 방식을 통해 새롭게 탄생할 수 있을까? 시간이 흘러 녹슬어버린 재료나 탱크의 형태가 갖는 조형적인 상징성이 중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원래 공간이 무거운 액체를 담기 위해 계획되고 사용되었다는 데 있다. 우리는 그 본연의 구축과 활용의 연장선상에서 공간을 만들고자한다.
오일 탱크와 새로운 공간 사이의 관계
가능성possibility: 원형의 오일 탱크 안에 새로운 구조와 슬래브, 벽을 만들기보단 기존의 액체를 담던 탱크라는 특성을 활용했다. 콘크리트는 액체가 굳어 강성을 가지는 재료다. 또 그 형태와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필요한 공간을 남겨둔 채, 액체 상태의 콘크리트를 부어 구조와 일체화시킨다.
전환transition: 계획되는 프로그램에 걸맞는 이상적인 규모와 형태로 거푸집 틀을 제작하고, 액체를 붓는다. 실린더 안의 액체는 고체가 되고 새로운 공간이 탄생한다.
유체 고정fluid fixation: 유체의 움직임을 정지시킴으로써 내재되어 있던 가능성이 드러난다. 부유하고 있던 공간들은 유체를 고체로 치환함으로써 남겨진다. 이런 간단한 구축 방식을 통해 쉽고 경제적인 공간이 창조된다.
정지된 움직임stiffened movement: 출렁이던 콘크리트 주물의 움직임이 멈추게 되면 가능성으로만 존재했던 공간의 형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축된 이 공간들은 실질적인 건축 공간으로 전이되고, 사람들의 동선을 담아낸다. 비움과 채움이 동시에 존재한다.
- 시스템랩 그룹 건축사사무소 / 시스템랩 그룹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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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작: Park T6
마포석유비축기지
T6 = 5(탱크 + 탱크 진입 터널) + 1수반
Park T6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며 문화적으로 활성화되고 실질적으로 모든 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한다. 현재의 지형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현존하는 각각의 탱크를 문화를 위한 장소로 변환시키는 것을 설계의 목표로 했다. 시민들은 숨겨진 도시의 보물을 찾는 탐험자로서 문화장터가로(마켓스트리트)를 통해서 공원을 만나게 된다. 8%이내의 경사로 구성된 문화장터가로는 새로운 문화 활동의 장으로 다섯 개의 탱크를 엮어준다. 광장과 건축구조물의 중심으로서, 하늘과 도시의 풍경을 하나의 그림으로 담아내는 수반water tray을 여섯 번째 원인 T0의 옥상 정원에 설치한다.
Park T6 시스템
Park T6는 유기적 생태 순환 체계에 의해 운영된다. 지하 저수조에 1차로 집수된 지표수는 습지원(T1) 침전조를 통해 정화 과정을 거쳐 공연장(T2)의 냉난방에 쓰이고 수반(T0)을 채우는 등 공원 내 시설 곳곳에서 재활용된다. 습지원을 통해 정화된 공기는 인접 공연장(T2)으로 흘러가고, 습지원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은 가든센터(T0)에서 판매된다. 물의 공급과 순환은 자동양수펌프(ram pump)를 이용하여 인공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
문화장터가로의 활동과 시설
진입로의 경사는 8% 이내로 설계하고, 단지 내의 모든 장소를 무장애 공간으로 계획했다. 문화장터가로의 포장면에는 장터가 열릴 때 모듈화된 좌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패턴으로 영역을 구분하고, 크고 작은 차양 막을 설치할 수 있는 기둥을 세울 수 있도록 하여 장터와 가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화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탱크의 변화
T0(수반): 공원 외부의 중심적인 공간으로 편의 시설과 카페테리아로 내부가 구성된다.
T1(습지원): 다섯 개의 탱크 가운데 가장 작은 탱크로 습지원을 조성한다. 전체 Park T6의 생태적인 재생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T2(다목적 퍼포먼스 공간): 공연을 위해 중앙 부분의 기둥만 제거하는 대신에, 지붕을 트러스로 보강하고, 이 구조물에 조명 및 음향 설비를 설치해 공연 및 전시가 가능한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한다.
T3(정보도서관): 기존의 옹벽과 탱크 사이에 생기는 2.9∼9m의 환상형 공간에 정보도서관을 조성한다. 도서관, 독서 공간, 강의실 그리고 그 외의 지원 공간으로 이루어진 4.5∼6.6m 층고의 2개 층 공간으로 구성되며 옥상 정원으로 통로가 이어진다.
T4(전시 공간 II): 특별 전시실로 상설 전시 공간인 T5와 인접해 구성된다. 채광과 천장 설치가 가능하도록 새로운 천장 구조체 층을 더해 이 공간을 배경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대형 설치미술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다.
T5(전시 공간 I): 파크 센터 광장으로부터 연결되어 공원방문자가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공간으로 공원의 역사를 전시하는 상설 전시장으로 구성된다.
- 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 / 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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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작: Petro: Reading the Story of the Site
마포석유비축기지
영역의 구분
오일 탱크 구축 영역은 인공의 흔적이 구축된 하나의 암반 덩어리다. 탱크를 구축할 때 형성된 인공 지형의 토사를 걷어내고, 묻혀있는 구축 과정의 흔적을 발굴한다. 절개 암반의 순수 형상이 공간 계획 및 형상 계획의 본질이 된다.
일정폭의 선형을 유지하던 도로 영역은 탱크 시설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공간의 변화에 따라 형상이 변화한다. 시설 지원 기능이 프로그램화되고 상부 영역과 하부 영역의 연계 영역으로서 계획 부지의 모든 움직임을 담아내고 조율한다. 은행나무, 배수로, 인공물의 흔적을 존치하며, 주요 시설 프로그램이 배치된 오일 탱크 구축 영역(상부 영역) 및 도시 영역과 적극적으로 연계한다.
주차장 부지는 바닥의 재료인 콘크리트만이 공간을 점유하고 있으나, 단지 전체의 진입 영역으로서 다양한 기능이 도입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추후 생태 영역으로 계획할 것을 제안한다.
핵심 개념
석유비축기지를 구성하는 요소는 암반 절개지, 콘크리트 구조물, 오일 탱크다. 이 세 가지 핵심 요소의 결합 방식이 설계의 핵심 개념이다. 인공 지형을 걷어내면서 노출되는 암반 절개지의 형상은 과거의 석유비축기지 구축 과정과 현재의 문화비축기지 구축 과정이 연결되는 핵심 고리다. 여기에는 석유비축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했던 과거의 기억을 복원하는 작업이 수반된다. 석유비축기지 인공 구조물이 형성되기 직전의 순수한 암반절개지rock funnel의 형상은 새로운 문화비축기지 시설 계획의 출발점이 된다.
콘크리트 구조물은 다양한 공간 개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축 요소다. 탱크 구조물의 기초 지반을 이루기도 하고, 시설 관리 영역의 기능을 하는 외부 옹벽과 일체화되어 탱크 외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콘크리트 구조물은 독립적인 용기basin로 존재한다.
탱크 자체를 보강하거나 구조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탱크 사용의 공통 원칙으로 삼는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탱크가 부식되어 가는 것을 수용해 계획 단지 내에서는 별도의 코르텐스틸 등을 사용하지 않고, 산화과정을 모방하지 않는다.
기존 탱크 #1: 퍼포먼스 서클Performance Circle
기존 탱크를 철거하고 남겨진 콘크리트 구조물에 유리벽과 지붕을 새로 입혀 진입 터널을 조성한다. 터널 내부로 들어갈수록 천장이 높아지면서 점차 넓은 공간이 드러난다. 내부는 200석 규모의 좌식 공연장으로 신발을 벗을 수 있는 마룻바닥을 설치한다. 터널을 통해 공연장으로 들어서면 옹벽 구조물 상단으로 절개 지형의 암벽 형상이 극적으로 인지된다.
- 알오에이 건축사사무소 / 알오에이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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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석유비축기지 재생 및 공원화 사업을 위한 국제설계경기
공원화 사업 진행 경과와설계경기 심사평
서울시 마포구 매봉산 자락에는 131만 배럴의 석유를 비축했던 5개의 탱크가 자리 잡고 있다. 1970년대 두차례 석유 파동을 겪으며 정부는 10만1,510m2(서울광장면적의 약 8배)에 달하는 비축기지를 구축하고 석유를 저장해왔는데, 2000년 상암월드컵경기장이 건설되면서 용도 폐기되어 14년 동안 기억 속에서 잊힌 채 그 흔적만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던 차에 박원순 시장 취임이후 마포석유비축기지 활용 방안 연구가 시작되었고, 아이디어 공모 및 공개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지난 1월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기본구상안이 발표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지난 5월 20일부터 8월 12일까지 ‘마포석유비축기지 재생 및 공원화 사업을 위한 국제설계경기’를 진행했고, 8월 25일 당선작을 발표했다. 공모전에는 95개 작품이 제출되었으며, 16개국 53인의 외국인 건축사를 포함해 총 227명의 건축사가 참여했다. 그 결과 알오에이 건축사사무소 팀이 제출한 ‘Petro: Reading the Story of the Site(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가 1등작으로 선정되어 실시설계권을 획득했다. 2등작에는 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 팀이 제출한 ‘Park T6’가 선정되었으며, 시스템랩 그룹 건축사사무소가 제출한 ‘Culture Casting Tank’가 3등작으로 뽑혔다.
마포석유비축기지는 당선작을 바탕으로 기본 및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공사 과정을 거쳐 2016년 말 개장할 예정이다. 이번 설계공모의 대상지는 서울시가 발표한 기본구상 1단계에 해당하며, 1단계 안을 바탕으로 추후 2단계 주차장 부지 일대를 개발할 계획이다.
다음은 마포석유비축기지 국제설계경기의 심사평 전문이다.
“마포석유비축기지에 흩어져있는 기름 탱크를 한번이라도 찾아본 건축가라면, 그 공간이 선사하는 매력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 강렬한 이끌림 때문에 국내외의 많은 건축가들이 이번 설계경기에 참여했을 것이다. 심사위원들 모두 현장을 가보고는 남아있는 기름 탱크를 설계의 주제로 삼은 설계경기의 취지에 크게 공감하고, 마포석유비축기지가 내포하는 미래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심사위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염두에 두었던 사항은 참여한 건축가들이 기름 탱크를 포함한 기존의 상황을 얼마나 주목하며 설계안을 전개했는 가였다. 그 상황에 주목한다는 것은 단지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보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난 역사와 현재의 상태 그리고 미래의 재생 사이에서 역동적인 사유를 건축을 통해 전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사위원 사이에서 이번 설계안이 지녀야할 미덕으로 논의되었던 것으로는, 건축적 물리적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미래의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 단지 탱크를 이용한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환경에 대한 이해 속에서 장소를 만들어내는 것, 철골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탱크의 구조물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찾아내는 것, 표현에 있어서는 설계한 공간에 대한 생생한 이미지가 아니라, 생각과 논리, 구법과 기술을 충실히 담은 도면과 드로잉이 갖추어져 있는 것 등을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1등작은 마포석유비축기지의 역사에 주목하고 있다. 1970년대 다섯 개의 탱크가 언덕에 지어지는 과정과 오랜 세월 버려져 있는 현재 상태의 간격을 새로운 설계안을 통해 새롭게 채우고 있다. 공간의 기억에 주목한 이 설계안은 ‘건축의 고고학’을 전개하고 있다. 건축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고자 하는 ‘시간의 건축’, 동시에 이 땅의 잠재력을 가장 단순한 방식을 통해 되살리는 ‘장소의 건축’을 제안하고 있다. 탱크와 풍경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탱크와 풍경이 하나가 된 유일한 작업으로 평가받았다. 과도한 설계를 자제하면서 이 땅이 지닌 고유한 지형의 잠재력을 최대로 이끌어 낸 작품이다. 2등작은 공원으로서의 석유비축기지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물의 순환, 자연의 식생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질 시민들의 구체적인 행위를 잘 짜인 시나리오를 통해 구현하고 있다. 탱크가 갖고 있는 공간의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콘텐츠와 이미지를 제안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공간이 갖고 있는 ‘다른 가능성’, 즉 비어있는 공간이 지닌 가치를 지속시키는 데에는 한계를 갖는 안이 되었다. 3등작은 절제되고 아름다운 표현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주조(캐스팅)라는 개념을 통해 탱크를 새로운 건축으로 변환시키려는 강력한 건축가의 의지를 매력적인 공간의 형상을 통해 충분히 드러냈다. 그 과정에서 건축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 장소를 만들어 내는 방식을 압도하고 말았다. 결국 비어있던 탱크가 지녔던 잠재력은 캐스팅된 공간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아홉 개의 가작은 장소를 만드는 방식에 있어서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주요 시설을 탱크의 외부에 배치하고 탱크의 빈 공간에 들어오는 빛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안, 단순한 표현으로 탱크의 보강 방식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안, 탱크가 지닌 유적으로서의 의미를 강조한 안, 생태적 관점에서 탱크와 구조물을 제안한 안 등, 각각의 안들은 우리가 되새기고 싶은 건축의 중요한 관점을 내포하고 있다.”
1등작 Petro: Reading the Story of the Site
알오에이 건축사사무소
백상진, 김경도(알오에이 건축사사무소) + 이재삼(팀텐 건축사사무소) + 허서구 + 홍찬기,
박정현, 이일성, 김태형, 윤성원, 조현만
2등작 Park T6
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
김성한, 김형연, 이주호, 김성욱, 우형민, 남창우, 김현준, 최명수, 최은별(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
+ 김필수(오픈플러스) + 성주은, 이진진(연세대학교) + 김아연, 이세희, 허재희, 최진호,
신희정(서울시립대학교)
3등작 Culture Casting Tank
시스템랩 그룹 건축사사무소
홍택, 손을식, 박현수, 임병식, 홍서진, 황성연, 김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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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황토현, 모두가 평등한 땅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설계공모
황토현은 농민과 혁명의 기억이 오롯이 새겨진 현장이다. 우리는 과거 시제의 서술과 상징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체험하는 기억’으로 황토현과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고자 한다. 장소에 깃든 기억을 ‘지금, 여기에’ 되살리는 공원이란 방문자가 스스로 거닐고 살피고 더듬으면서 장소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공원이다.
세 가지 이야기
폴Poles - 십만의 목숨, 십만의 폴: 농민군의 죽창을 떠올리게 하는 대나무와 기둥 등 수직적 요소를 도입해 부지 전체를 하나로 엮어주고 조형미를 부여한다. 또한 ‘10만’이라는 숫자를 통해 10만 농민의 희생을 직접적으로 느끼도록 한다.
루프Loop - 모두가 평등한 세상, 평등한 +29.5: 29.5m 레벨의 루프는 산발적으로 흩어진 기존 시설을 위계가 없는 하나의 공원으로 통합하며, 동등한 레벨을 따라 걷는 경험을 통해 ‘평등’이라는 이념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게끔 한다. 이 루프에서 모든 프로그램이 발생하고 엮인다. 루프 자체가 곧 기념 공간이다.
필드Field - 평등을 위해 피 흘린 전장, 황토현: 자연상태 그대로의 드넓은 초지, 그 거친 질감을 통해 전장을 체험하도록 한다. 초지의 계절 변화와 수위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게 되며,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 간극을 뛰어넘어 동학의 의미를 투영할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한다.
다층적인 경관
동학의 평등사상에 입각한 위계 없는 루프를 따라 돌며 공원의 체험이 이루어진다. 루프의 연속적인 흐름은 폴, 필드와 만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성격의 기념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완결된 하나의 기념 공원을 형성한다. 루프를 돌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노출되는 거친 초지는 그 자체의 물성을 통해 끊임없이 과거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반면, 필드에서 바라보는 루프는 일종의 ‘지평선’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동학농민혁명이 이루고자 했던 ‘평등’이라는 가치를 환기시킨다. 폴은 루프와 필드를 넘나들면서 두 요소를 시각적, 공간적으로 엮어준다.
기억을 되짚는 여정
Intro. 혁명의 불꽃 만석보: 방문자가 가장 먼저 만나는 디자인적 요소는 가로막힌 황토벽이다. 황토벽 사이로 난 틈새로 들어가면 벽 위로 올라가는 램프를 만나게 된다. 이 램프를 따라 서서히 오르면 비로소 동학을 기념하고 체험하는 공원으로의 여정이 시작된다.
01. 모여드는 농민들: 황토벽에서부터 동학의 평등 이념을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레벨 29.5m의 루프가 시작된다.
- 그룹한(박명권) + 사이건축(박인영, 이진오) + 배정한(서울대학교) + 최혜영(West 8) + 이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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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상: 黃土峴 들풀, 하늘을 보다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설계공모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위해
1897년 동학농민혁명, 들풀과 같이 가장 낮은 자리의 농민들이 스스로 자신들 삶의 주인임을 선언하며 역사의 전면에 나선다. 인내천人乃天 즉, 신분이나 빈부의 차별을 벗어난 인본주의 사상의 전파로 농민들은 스스로를 의지하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 일어난다.
2014년 가을, 땅과 함께 평생을 살다 땅으로 스러져간 농민들의 염원을 땅에 담는다. 땅을 세워 인간으로서의 삶을 위해 의연히 일어선 그들의 뜻을 기리고, 한길 땅 속 내림으로 그들의 값진 희생을 추모한다. 갈라진 땅 틈으로는 그들이 가슴에 담았던 하늘을 투영한다. 땅 결 사이로 솟아오른 들풀의 이미지처럼 동학농민혁명의 정신과 가치는 방문객의 다층적인 경험 속에서 구현되고 전파된다.
높고 낮음이 없이 누구나 동등한 희망을 위해
사발통문은 은유적으로 높고 낮음 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세계를 꿈꾼다. 기존시설과 새로이 들어서는 시설 각각에 영역과 방향성을 부여한다. 이들은 주체와 객체의 구분 없는 사발통문처럼 독립된 경관 요소로 작용하되, 전체가 모여 대상지에 하나의 새로운 질서를 부여한다. 중요한 전술적 거점이었던 도교산, 사시봉(농민군 주둔지), 황토현(관군 주둔지), 그리고 혁명의 도화선이었던 만석보와 배들 평야 등의 지형 속에 산재된 기존 시설 사이에 새로운 시설과 동선을 배치한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땅과 함께 숨 쉰 땅의 사람들을 위해
대상지의 황토는 붉다. 모든 양분이 용탈되고 철분만이 남은 외국 사막의 붉은 색이 아니라 갓 태어나 암석에 들어있던 무기 성분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우리나라 최대 곡창 지대를 지탱하는 혈기 왕성한 젊음의 붉은색이다. 이 붉은 땅과 함께 살아온 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주목한다. 산자락 완만한 남사면에서 계절따라 다양한 색채의 작물을 키워내고 밭 귀퉁이 소나무 그늘 아래서 땀을 식힌다. 드넓게 펼쳐진 작물 사이로 굽이굽이 난 붉은 빛 황톳길은 열린 하늘과 대비를 이뤄 인상적인 경관을 만들어 낸다. 황토는 땅에 뿌리내린 농민의 색깔이며 질감이다.
- CA조경(진양교) + 동부엔지니어링(이문규) + 동우건축(김인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