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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창업: 취업 그리고 창업에 대한 소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청년실업이 심각해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글로벌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 세계 청년층의 12.7%가 실업상태이며, 특히 청년층이 실업상태에 빠질 확률이 중장년층의 3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청년 실업자 수는 110만 명을 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조경학과를 졸업한 학생들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조경을 전공한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매년 2,000여명 이상 꾸준히 배출되고 있지만, 취업하기가 과거에 비해 많이 어려운 형편이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조경학과 학생들이 마주하는 현실이 과거에는 어땠으며 현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scene1. 2006년 조경학과 학생화가를 꿈꾸며 미대 입학을 준비하던 이모씨는 부모님과 담임선생님의 반대로 OO대학교 조경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반수를 하거나 전과를 할 생각을 가지고 있던 이모씨는 학교를 다니면서 점차 조경이 자신의 적성과 맞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눈에 보이는 경관을 직접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을 찍어 두었다가 실제 그 대상지 위에 새로운 경관으로 창출해 낸다는 것이 멋진 일이라 느끼게 된 것이다. 또한 명문대나 인기있는 학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곳에 취업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취업에 대한 걱정 또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조경학과를 졸업하면 자신도 대지를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조경가가 될 것이라는 꿈을 갖게 되었다.
scene2. 2012년 조경학과 학생4학년이 되어 졸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씨는 요즘 자신이 이 학과에 다닌 것을 후회하고 있다. 다른 학과로 진즉에 옮겼으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거라는 생각들로 가득하다. 그동안 조경은 전망이 좋으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분야라 굳게 믿고 4년을 버텨왔는데, 취업이라는 벽에 가로막혀버렸다. 입학할 당시에는 조경관련업체들에 인력이 부족할 정도였는데, 지금에 와서는 기존 인력들마저 쳐내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이모씨는 마지막 남은 학기를 휴학하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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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창업: 창업도전기
간략한회사소개2011년 3월에 창업한 주식회사 그린스테이션입니다.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의 박병찬(23)과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박병훈(21)이 공동으로 창업하여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업종분야는 야외벽면녹화 및 GreenWal조성, 실내공간 입체녹화 등 입니다.
창업도전계기생태녹화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입니다. 당시 고등학교에서 논술 프로그램을 듣다가 알게 된 지구온난화라는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제 스스로도 지구온난화와 그에 관련된 여러 책을 읽으면서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교토의정서와 생태면적률 제도 등 지구온난화를 대비하기 위한 국내외의 여러 정책들에 대한 조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공부를 통해 환경문제는 여러 첨단 환경 기술에 의해 해결할 수도 있지만 녹지 확보를 통한 식물 개체수 증대와 같은 자연친화적인 방법 역시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녹지를 확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 것이 오늘날 그린스테이션의 시작입니다. 이후 외국문헌과 자료를 통해 외국에는 벽면녹화 Greenwal시스템이 굉장히 활성화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나라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 녹지의 효율적 확보를 위해서는 벽면녹화시스템의 도입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했습니다.당시 우리나라 역시 벽면녹화 혹은 측면녹화기술들이 2~3년 전부터 갓 도입되기 시작한 시점이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벽면녹화시스템의 실태를 직접 조사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벽면녹화공법이 설치된 곳이라면 모두 가서 조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조사하러간 시스템마다 대부분 녹지기능을 상실하고 있었습니다. 설치당시에는 푸른 벽면을 연출하고 녹지 확보도 가능하지만, 대부분 일년이 못되어 식물들이 모두 죽고 식생기능을 상실한 것입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식물이 식재공간에서 잘 견딜수 있는 생태학적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하는데, 기존에 설치된 벽면녹화시스템들은 복잡한 구조와 다양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순간의 아름다움만을 보여주게 될 뿐 한철이상을 녹화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새로운 벽면녹화시스템을 고안해 보기로 했습니다. 저는‘생태학적 관점, 지속가능한 녹화를 가지고 벽면녹화를 설계하기로 했고 그 방법으로 식물이 깊이 뿌리를 내려 사계절에 견딜 수 있도록 토담구조를 조성하였습니다. “녹색토담”이라고 이름 붙인 이 토담구조는 각종 발명대회에 참가해서 많은 상을 받았고 여러 특허들도 등록되면서 우수성을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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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창업: 창업도전기
간략한회사소개그람디자인은 2008년 7월에 창립하여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작은회사이다. 현재는 5명의 인원이 사무실을 이끌어 가고 있으며, 조경계획 및 설계를 주요업무로 하고 있으나 좀 더 넓은 분야의 디자인을 시도하고자 하는 기업이다. Gram이란 이름은 말그대로 심각하지 않고 무겁지 않은 가볍고 이해하기 쉬운 심플한 디자인을 추구하며 작은 차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작은 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로, 작은 공간이라 하더라도 소중한 것을 아끼고 작은 가치가 모여 커다란 의미가 되는 공간 조성에 가치 기준을 두고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다양한 턴키와 실시설계를 수행하였고, 특히 지난해에는 한글글자마당 현상공모와 저수지 수변개발 디자인공모,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실내․외정원공모에서 수상하며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창업도전계기우선 창업의 형태가 동업이다 보니 각자의 계기는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공통된 계기는 ‘디자인에 대한 갈증’이었다. 각자 규모도 크고 좋은 직장에서 생활했지만, 자신이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디자인에 대한 갈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작은 프로젝트라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손수 해보고 싶은 점이나 조경분야로 한정짓지 않고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쏟아내는 일들을 하고 싶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여러 가지 어리석은 의문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솔직할 것 같다.“우리는 유학파도 아니고 가방끈도 짧은데 과연 남들이 인정해주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것 인가?”“대체 경력은 몇 년째인데 실제로 만들어진 것을 본건 몇 개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기본계획은 다른팀이 했는데 왜 실시설계는 우리 팀이 해야 하나?(혹은 그 반대)”“이 회사는 이런 일을 잘하고 저 회사는 저런 일을 많이 하고…, 그럼 다양한 경험을 위해 회사를 자꾸 옮겨 다녀야 하는 건가? 아니면 이미 적응한 직장을 내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나?”창업 동지들과 술자리에서 종종 안주삼아 나누던 창업이야기가 몇 년이 흐르자 점점 구체화되어갔다. 생각해보면 무모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그런 면이 없었다면 창업은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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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창업: 창업도전기
간략한 회사소개2002년에 이지텍이라는 회사를 설립해서 2005년에 (주)누리넷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계획 및 지역컨설팅을 시작한 것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농촌지역개발컨설팅이란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관광, 마케팅, 교육, 정보화 등을 통해서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서 활성화가 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컨설팅 하는 일을 말합니다.
창업 도전 계기저는 조경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학부 때는 여느 조경학과 학생들처럼 조경기사 취득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실기시험에서 한 번의 고배를 마신 후에 조경기사를 취득했으며 졸업 후에는 나의 부족함을 좀 더 채우고자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조경 설계가를 목표로 한 것으로 대한민국 조경인의 한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학위를 취득함과 동시에 IMF라는 커다란 시련이 조경 설계가가 되려는 저의 꿈을 가로막았습니다. 당연히 내 미래의 모습은 조경 설계가나 계획가가 되어 조경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이 모든 꿈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 순간에 신기루처럼 날아가 버렸습니다. 아마 이 시기 대한민국 조경업계의 전반적인 현실은 지금 조경계가 맞고 있는 상황보다 몇 배는 더 힘든 시기였을 겁니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처럼 우리의 삶은 변화의 연속이고, 그 변화 가운데 위기와 기회는 돌아가며 우리에게 찾아온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조경가의 꿈을 키워오던 저에게 이 위기는 조경학을 베이스로 한 내가 두 번째로 잘 할 수 있는 GIS/RS를 기반으로 환경문제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환경컨설턴트라는 새로운 일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이 일을 바탕으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농촌지역컨설팅을 주로 하는 ‘Local designer’ 라는 새로운 업종으로 이끌어 주는 결정적인 기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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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창업: 창업도전자에게 보내는 메시지
최근 국내의 한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층(15∼29세)의 체감실업률은 21.9%로, 전체 연령대의 체감실업률인 11.3%의 두 배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전체 실업자 309만4000명 중 청년층이 108만8000명에 달한다는 슬픈 현실은, 바라보는 기성세대들도 청년실업자들 못지않게 마음이 착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실 속에 젊은 패기만 믿고 취업에 대한 돌파구로 창업 전선에 뛰어든 청년들이 늘고 있으나 실패와 좌절 등 그에 대한 부작용도 큰 상태이다. 특히 통계를 보면 청년 창업은 단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자영업 등 실패 가능성이 높은 업종에 집중되어 있고,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에서는 오히려 20~30대가 소외되고 있다. 정부 인증 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 중 20~30대 청년층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1.12 파이낸셜 뉴스)또한 지난 3월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창업실태를 조사한 결과 창업자의 57.5%가 이공계열 전공으로 나타났는데, 이공계열 청년들은 참신하고 번뜩이는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창업에 필요한 핵심사항을 제대로 알지 못해 창업을 주저하거나 창업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최근 우리 조경 분야도 국내 건설경기 불황으로 인해 많은 예비 졸업생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진로를 잃고 방황하거나 차선책으로 창업의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훈련도 안하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처럼 무모한 일이다. 창업을 위해 우리가 준비하고 생각해야 할 몇 가지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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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창업: 창업 관련 실무정보
현실적으로 조경 관련 산업분야의 창업은 주력 사업목적의 선택, 사업자금의 규모, 자신의 전문지식과 경험분야에 따라 매우 다양한 사업범위, 사업규모, 업종을 선택하게 된다. 예를 들면 한국표준산업분류표에 따르면 건물주위, 도로변, 정원, 공원등의 환경조성을 위한 각종조경용 식물 식재 및 유지관리 활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경우 ‘서비스업’으로 분류되고, 건축물 주변 및 공원 등의 환경조성을 위하여 인공연못조성, 석축 조경시설 및 기타 조경용 시설물을 건설하는 경우 ‘건설업’으로 분류된다. 또한, 단순하게 조경수를 유통하는 경우는 ‘도소매업’으로 분류한다. 그러므로 이 모든 창업관련실무정보를 각각의 산업분류별, 사업규모별로 세분하여 제공하는 것은 한정된 지면상 제한적이므로 보다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창업 준비사항 위주로 내용을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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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힘, 건축의 힘
Power of Landscape Architecture, Power of Architecture서문인천 배다리 지역이 건축계의 전국 이슈가 된 것도 벌써 2년의 시간이 지났다. 2010 도코모모코리아 디자인 공모전의 대상지로 배다리가 선정되면서 전국의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과 설계사무소 직원들 1천 개의 팀, 3천여 명이 참여하여 배다리 산업도로 건설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그 상처 난 현장에 천 개의 건축과 조경, 도시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쏟아내었던 것이다. 공모전 시행을 전후하여 공사 중지를 선언한 바 있던 인천시의 정책은 그 후로도 오락가락하며 진정을 보이지 않고 있어 지역민들의 투쟁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외로운 진행형 위에 있다.그러나 평자가 느끼는 위기 의식은 다른 지점에서 비롯한다. 그것은 현재 이 지역의 문제가 더 이상 건축계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시기 같은 이슈의 동반자 역할을 자임했던 조경계에서도 이 지역의 문제가 재론되고 있음을 들어본 적이 없기에 더더욱 그러하다.지역 환경문화를 다루는 전문가 집단의 관심이 사라진 현장의 공허함 뒤에는 늘상 건축과 조경계 공히 생산적인 담론의 구조화에 대하여 필요를 강조하는 만큼 실재적이진 않다는 현실적 한계를 재확인케 된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혹자는 그런 행태를 철새에 비유하기도 한다.철새들이 휩쓸려 다니며 모이사냥을 하는 생존의 방식을 통해 저들 생명체의 일회적 주기성만을 보는 것이 아닌 매해 같은 지역을 경유하며 생존과 번식을 향유하는 지속성의 가치를 발견해야하듯 건축과 조경계가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는 철새들의 본성을 제대로 읽어내야 할 것이다.지금 배다리에선 소수이지만 지역의 문제를 바로 보고 지역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주민과 문화예술인들이 배다리역사문화마을만들기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전문가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사이 저들은 스스로 도시를 공부하고, 건축을 공부하고, 조경을 공부해오고 있다. 동시에 싹쓸이식 뉴타운 개발을 찬성하는 일단의 동네주민그룹과 대립하며 배다리가 지닌 역사문화적 장소성을 견인하기 위하여 저들은 오늘도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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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과 한국 조경
The Landscape Urbanism and/in Contemporary Landscape
지난 10년 간 한국 조경이 그려온 역동적 풍경과 불안정한 지형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landscape urbanism)과 넓은 면적의 교집합을 갖는다.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경 담론으로 급부상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실시간으로 수입되어 때로는 우리의 도시적 상황에 자연스럽게 겹쳐지기도 했고 또 때로는 몸에 맞지 않는 어색한 옷처럼 우리의 설계 환경에 덧입혀지기도 했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 수사나 구호의 수준을 넘어 이론적·실천적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 채 여전히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라벨만을 달고 있는 지금,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라는 렌즈를 통해 조경의 지식 지형을 파악하고자 해 온 필자는 일종의 부채 의식을 느끼고 있다. 일면 자기 비평으로도 읽힐 수 있을 이 글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과 한국 조경이 만나는 지점에서 노출되고 있는 몇 가지 난맥을 점검하고 교정의 향방을 제시해 보고자 하는 의도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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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조망의 정치사회학
Political Sociology of Landscape조경 일반론
사전 계획에 따라 인위적인 경관을 조성하는 조경술은, 빼어난 볼거리를 향한 인류의 꾸준한 수요로 지탱된다. 조경의 결과는 미술처럼 독립된 결과물로 귀결되지 않고, 조경이 관계하는 지역의 빛 기온 대기 등과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관람자의 감각을 자극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장소 특정적(site specific) 예술의 결정판쯤 될 것이다. 때문에 조경의 성패를 가늠하는 건 주변 지리와 건축물과의 조화로 귀결되곤 한다. 조경이 흔히 도시 계획의 일부로 환원되어 통제될 때 선명한 로드맵이 잡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흔히 실내 공간에서 관전자를 1대1로 대면하는 것이 미술품의 기본 공식이어서, 미술이 실외 조경에 기여하는 여지는 그런 사정으로 인해 매우 적다.조경이 주변을 아름다운 경관으로 만들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처럼, 잊힐 만하면 보도되는 사회 고위층의 조망권 소송은, 유려한 경관을 방해 받지 않고 소유하려는 권한을 둘러싼 법정 분쟁이다. 훌륭한 조망권은 주거지의 품질을 좌우하는 기준으로 간주되며 주택 매매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아름다운 경관의 소유와 고위층은 밀접하게 연결된다. 전 세계에 조성된 초대형 조경 사업이 왕족 계급의 정원에 집중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서 잔디는 기하학적 패턴으로, 수목은 원통형으로 다듬어져 있는데, 이런 차별화된 조경 스펙터클과 그것을 바라볼 권한은 평민과 왕족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인류는 자연 조망권 말고도 인위적으로 조성된 스펙터클을 갈구한다. 다종다양하게 변형된 구경꺼리의 제공은 곧 정치적 우위의 보장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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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플랫폼, 조경 비평에 거는 기대
‘2011 대한민국 조경비평대상’과‘초대비평가전’을 마무리하며
‘인문학의 위기’를 걱정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인데, 요즘은 ‘인문학의 부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 우리는 급변하는 시기의 한가운데에 서 있음이 분명하다. 기술과 효율을 중시하던 성장주의 시대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텍스트는 보다 명시적이고 보다 요약적이면서 실질적으로 유용한 지식과 정보였다. 요즘 새삼스럽게 관심 받는 텍스트는 ‘요약’보다 ‘전체’이고 ‘가공’된 정보보다 ‘원전’이라고 한다. 기술과 효율의 시대가 완전히 종말을 고한 것은 아니지만 그 전과는 다른 매우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느끼고 있다. “아예 플랫폼 자체가 바뀌었다”고도 한다. 새로운 플랫폼 위에서 경쟁력의 원천은 ‘창의’라는데 의견을 모은다. CEO들은 인문학 강의 듣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춘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창의적 사고와 만나는 것이소셜 네트워크 사회의 관건이며, 창의는 인문학으로부터 나온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소셜 네트워크 사회의 새로운 플랫폼과 인문학을 관계짓기하는 것이 다소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 ‘기술을 너무 중시한 것이 인문학의 위기 요소’였다는 진단에 어떤 반기가 가능할까. 다만 이는 기술과 인문학이 동반자 관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관계성 만큼은 ‘참’이 아닌지.
인문학의 부상, 조경 비평의 봄은 오는가인접 분야로부터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시달려 온 조경가들, 특히 비평이나 이론에 대한 경시가 팽배했던 조경 분야도 최근 이를 만회하는 변화들은 있었다. 설계 이론을 이해하려고 하고, 설계를 하면서 철학적 사유와 손을 잡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조경 스스로의 변화의 폭에 비해 조경이 원하는 이상은 더욱 높아져 있다. 여전히 조경 비평은 가뭄이고, 또한 여전히 학교와 회사는 기술적인 툴을 가르치기에 급급한 것도 현실인데, 과연 조경가들의 높아진 열망은 실현될 수 있을까. 다른 것은 몰라도 ‘조경 비평’이 조경을 문화로 정착시키고, 조경가의 사회적 위상과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열망에 있어서 독이 아닌 약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양적인 발전 속에서도 항상 위기를 부르짖었던 조경의 허약함은 지금 소셜 네트워크 시대의 변화 속에서 더욱 가중될 것이기에 시기적으로 다급한 과제이기도 했다. 어쨌든 이 모든 것들이 바로 2012년 새해부터 “조경 비평”을 화두로 열게 된 이유이자 정황들이다.
2011 대한민국 조경비평대상지난해 본지는 신진조경비평가 발굴을 위한 ‘2011 대한민국 조경비평대상’을 개최하고, 이와 함께 기성 비평가들의 수준 높은 글을 독자들에게 선물하기 위한 ‘초대비평가전’을 기획해 진행해 왔다. 우선 2011 대한민국 조경비평대상은 “조경 산업의 가시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독 비평 문화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것에 전문 언론으로서 안타까움을 느껴 공모전을 개최하게 되었다”고 개최 배경을 밝힌 바 있으며, 또한 “다양한 시선과 풍부한 해석들이 조경과 조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하며, 특히 조경 건축 도시 미술 국문학 분야의 젊고 진취적인 신진 비평가들”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공지하였다. 공모전의 목적은 이상과 같이 ‘조경 비평 문화의 활성화’와 ‘조경과 다른 분야 간 통섭적인 비평 문화를 개척’하는 것이었다. 공모전의 결과는 다음 호 본지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초대비평가전공모전이 신진 비평가들을 발굴하는 장이라면, ‘초대비평전’은 건축 도시 미술 등 조경 및 조경 유관 분야의 기성 비평가들로부터 원고를 받아 게재하는 기획이다. 특히 건축 미술 등 기성 비평가들의 조경 비평 참여는 절대적으로 비평의 양이 부족한 조경 분야에 읽을거리와 담론을 제공할 수 있으며, 조경 분야의 비평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키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고, 또한 기존 조경 비평 문화에는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 기대하였다. 이에 조경 분야에서는 배정한 교수(서울대, 조경비평가), 건축 분야에서는 전진삼 소장(와이드AR, 건축비평가), 미술 분야에서는 반이정 평론가(미술평론가)를 초대하였으며, 약 3개월 정도의 여유롭지 못한 집필 기간임에 불구하고 흔쾌히 청탁에 응해 주셨다. 이번 기획에 초대된 비평가들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필자가 아니라 각 분야에서 비평 문화의 지형을 확대하는 구체적인 활동 및 집필을 해 온 ‘전문성’을 겸비한 ‘비평가’들로 이루어졌다. 이번 호에 세비평가들의 비평문이 소개되며, 이번 기획을 통해 더 많은 조경가들이 비평에 관심을 갖고, 비평에 좀더 관대한 여건이 성숙되길 바라며, 무엇보다 비평 자체의 활성화가 촉진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