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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올해의 조경인 [특별상]: 김남춘
Kim, Nam Choon (사)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회장, 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 교수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조경가기후변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자연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폭우나 폭설 등 자연재해의 빈발로 자연환경 훼손이 심각해지면서 자연을 보호하고 복원하기 위한 기술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조경학과 교수가 자연환경 보호에 앞장 선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것은 개인으로서도 매우 의미가 있는 사실이지만, 사회적으로 조경분야의 위상을 높인 하나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국가에서는 1978년부터 자연보호헌장을 선포해 자연환경 보호에 앞장 선 이들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는데, 김남춘 교수는 환경부와 함께 ‘생태계보전협력금반환사업’이 초기에 정착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고, ‘자연마당 조성사업’ 등의 활동에 주력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다. 이외에도 자연환경복원발전재단을 설립해 환경복원분야의 사회적,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특히 비탈면 녹화 지침을 제도화함으로써 이전까지 무분별한 녹화가 이루어지던 비탈면에 다양한 식생 연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어떠한 사업이든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조경분야가 주도하는 환경복원의 제도적 틀을 만드는데 더욱 주력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환경, 생태 복원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관련 제도마련에 힘쓰면서도 실제 복원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조경설계와 시공의 역할을 정립하는 일과 자연환경을 어떻게 시민들에게 접근시켜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복지차원에서 생태와 복원으로의 접근 시도‘생태계보전협력금반환사업’은 환경이나 생태의 중요성을 알리고, 생태복원분야의 기술발전을 이루기 위해 김남춘 교수가 주력해서 추진한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김 교수가 이 사업에 주력한 까닭은 자연환경 복원사업을 활성화함으로써 균등한 생태복지를 제공하고, 생태복원 관련 신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자연마당 조성사업’이다. 그는 도심지 안에 버려진 땅을 회복시키는 이 사업을 통해 도시민들에게 질이 높은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김 교수는 이 사업이 “자연환경과 관련된 모든 요소들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생태복원기술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높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사업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예정으로, 공원과는 또 다른 생태광장 또는 마당 같은 공간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견되어 조경분야에서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남춘 교수는 지난 한해 가장 이슈가 되었던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의 당선팀인 ‘West 8 + 이로재 컨소시엄(미래를 지향하는 치유의 공원)’의 일원으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컨소시엄 내에서 식재설계 및 복원과 관련한 역할을 맡아 (사)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를 통해 생물다양성 증식의 명장을 비롯한 생물, 생태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용산공원 대상지의 생태계를 깊숙이 파고들어 공원에 접목시키려 노력했다.“앞으로 들어서게 될 용산공원은 우리나라 생태복원기술이 총망라된 만큼 살아 숨 쉬는 한국의 대표적인 국가공원이 될 것입니다. 조경 설계와 시공부문에서도 생태적인 측면으로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듯 환경복원 작업에서 다양한 시도를 선도하는 그에게서 자연환경 보호에 대한 남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다.
환경복원분야에서 조경의 역할을 확대하는 교량으로서그는 현직 교수인만큼 교육자로서의 책무에도 충실하게 임했는데, 특히 환경복원 육성을 위한 조경분야 인재양성에 열의가 높다. 조경을 전공하는 학부생들에게 생태적인 마인드를 정립시키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 강의에 전념하고 있으며, 대학원 박사과정에서도 환경복원 전공과목들을 중점 강의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에는 직접 환경조경학과 대학원을 설립, 국내 최초로 환경복원전공을 개설하여(1998)년 많은 조경인들이 자연환경관리 및 생태복원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 여름에는 (사)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를 통해 ‘환경복원학교’라는 교육프로그램을 신설해 각광을 받았는데, 환경복원 및 생태 관련 전문가들로 강사진을 꾸려 현직 환경부 고위직도 직접 와서 수강할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또한 그는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자연공원기본계획(안) 수립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는 기존에 ‘보존’ 위주로 이루어지던 자연공원정책이 ‘현명한 이용’ 측면으로 변화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를 통해 조경의 참여 기회가 늘어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는 “현재는 조경분야의 위기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경이 지금보다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경복원, 생태에 대한 이해를 더욱 높이고 환경복원과 생태적인 측면을 발전시켜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거죠. 조경하는 사람들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문제에 대해서 지금보다 많은 생각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하며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를 이끄는 동안 우리 조경분야의 일자리와 문화, 먹거리를 만들어내는데 더욱 주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환경, 생태복원분야가 조경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내다보며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환경복원의 전문성을 갖춘 조경가 배출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환경복원분야를 통해 조경의 운신 폭을 넓히고자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를 시도하며 노력하고 있다. 오늘도 땀 흘리는 그의 뜨거운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이러한 그의 노력이 기폭제가 되어 환경복원분야에서 조경의 영역 확대가 가속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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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올해의 조경인 [특별상]: 황지해
Hwang, Ji Hae(주)뮴 대표
남다른 그녀, 황지해전 세계 정원 예술가들의 꿈의 무대이자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첼시 플라워쇼에서 지난해 한국의 전통화장실을 주제로 한 ‘해우소 가는 길’로 아티즌 가든(Artisan Garden) 부문 최고상과 금상을 동시에 수상해 전 세계 정원마니아들을 놀라게 했던 황지해 작가. 한국인 최초의 수상자이자 첼시 플라워쇼 사상 처녀 출전으로 수상자가 된 유일한 인물인 그녀가 2012년 또다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올해 또다시 출전한 첼시 플라워쇼에서 ‘고요한 시간: 비무장지대 금지된 정원(Quiet Time: DMZ Forbidden Garden)’으로 쇼가든 부문(200㎡ 규모 대형정원)에서 금상을 수상하여 2회 연속 진출, 2회 연속 금메달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운데 이어, 영국왕립원예협회 회장상의 초대 수상자가 되는 등 첼시 180여 년의 역사를 통틀어 찾아보기 힘든 진기록을 세운 것. 특히, 올해 신설된 영국왕립원예협회 회장상은 첼시 전체 참가자 800여 개 기관 중 최고작에게 수여되는 명예로운 상으로, 한국정원이 첫 수상작이 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와 전통, 기록을 중시하는 영국사회에서 또 한 번의 이변을 만들어 낸 점은 황지해 작가만의 능력이자 한국문화계에 큰 쾌거가 아닐 수 없다.“저에게 이런 소중한 마음을 써주신 분들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권유와 격려라고 생각하고 주어진 자리에서 더욱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진실 되게 살아가는, 가난하지만 부유한 예술가들과 그리고 우리 조경인들과 이 기쁨을 함께 하겠습니다.” 2012년 이례적인 수상기록을 세워 “디테일의 귀재”, “세계 가드닝의 흐름을 자연주의로 회귀시키는 중요한 전환점”, “첼시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작품 중 하나” 등의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지해 작가. 이젠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수상보다 올해의 조경인 수상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순박한 미소를 전하는 그녀는 과연 조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조경, 정원 그리고 정원문화“자연과 함께하는 조경가가 가장 본질적이고, 현실적이며, 열정과 미래를 향한 혜안을 가진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잃어버린 가치와 화해하고 회복시키는 작업이 조경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조경분야는 균열과 상처가 있는 곳에 영혼을 어루만질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해 주는 세상에서 가장 고상한 언어로 말하는 분야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그녀의 말에서 정원과 조경에 그녀 스스로 부여한 높은 이상과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국제대회에서의 수상은 당연히 이러한 생각에 황 작가만의 풍부한 감성과 예술적 재능이 더해져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된 결과지만, 사실 첼시 플라워쇼나 국제정원박람회에 나가는 것은 하나의 정원을 조성하는 ‘공사’의 개념이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제를 정하고 디자인을 도출해, 컨셉에 맞추어 국내에서 반출한 식물의 개화시기를 맞추는 등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정원문화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요원한 한국의 사회적 상황에서 함께 출전할 스폰서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아야하는 실정이다 보니 참가하는 작가 1인에게 부과되는 부담은 상상 그 이상이다. “지난해 해우소를 마치고 스폰서와 지속적인 연락과 타진을 해나갔습니다. 올해 사이트 배정이 확정되었고, 긍정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는데, 순탄히 진행되다가 믿고 있었던 마지막 스폰서까지 잃게 되어 한동안 공황상태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광주시장님을 비롯해 남광건설, 호반건설 등 지역의 기업들과, 런던의 펜셔너들과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마음을 모아주어 70명의 기부자와 함께 DMZ Garden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순수하게 작품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술이나 체력적인 문제보다 예산과 관련한 어려움이 더욱 크고, 출품무산위기에 대한 불안감에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지 크나큰 압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2011, 2012년 첼시 플라워쇼의 연속 수상 및 2012년 최고상 수상은 물론, 첼시 플라워쇼 수상 경력을 가진 세계 각국의 정원 디자이너들이 세계 최고의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2012 일본 가드닝 월드컵 초청 및 수상, 2013년 쇼몽국제정원박람회 초청 등 자그마한 체구에 가냘픈 몸의 동양 여성이 세계 언론을 집중시키고 유럽 정원분야에 한류를 이끌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앞으로 한국 정원문화와 산업의 관심을 끌어올릴 촉매제이자 밝은 청사진이 보이는 듯하다.
작가 황지해의 꿈황지해 작가는 현재 (주)뮴의 대표로서 국내에서의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국제대회들에 대한 관심도 늦추지 않고 있으며, 2012년 첼시 플라워쇼 출품작인 DMZ Garden이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파크에 영구적으로 유치됨으로써 정원이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적인 활동과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꿈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어려서 막연하게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막상 작가라는 말을 듣다 보니 부끄러워지더군요. 글 쓰는 작가들은 고전이 되는 명서를 남기는데, 저는 글 쓰는 것이 서툰 대신 좋은 책 한 권 같은 정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원이 문화와 산업에 있어 두루 중요한 원론적인 이유는 정원이 선진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로망이자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문화예술의 결정체이기 때문 아닐까요.” 한국의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와 상관없이 뛰어난 감성과 실력을 겸비한 잠재되어있는 작가들의 생각과 표현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황지해 작가는 현재 우리 정원문화의 한 단계 비상을 꿈꾸며 순천만정원박람회에 집중하고 있는데, 다가오는 순천박람회가 그런 계기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분주했던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그녀의 꿈과 열정에 이번 제15회 올해의 조경인 수상이 모든 조경인들의 기대와 응원으로 더해져 한류 조경작가로서의 정원문화 외교에 보다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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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조경계 10대 뉴스
Top 10 News of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20121. 용산공원 설계공모, 국가공원법 발의 등 국가공원 가시화 근접2. ‘소통’을 화두로! 조경 관련 단체 다양한 시도 눈길3. 도시농업 품은 경기정원문화박람회4. ‘2012년’에 담겨진 한국조경사5. 조경과 대중의 연결을 위한 서울시의 시도 돋보여6. 황지해 작가, DMZ 정원으로 첼시 플라워쇼 최고상 수상7. 도시숲, 도시텃밭 등 조경 관련 법, 제도 제·개정에 따른 논란8. 최초의 조경직 국가공무원 드디어 선발돼9. 시민참여시대의 확산, 수원그린트러스트 출범10.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본지는 매년 송년 특별기획으로 조경 관련 단체장 및 본지 자문위원, 편집위원들과 함께 국내 조경계 안팎에서 있었던 주요 조경계 뉴스들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20여 개 가까운 후보들 중에서 논의 과정을 거쳐, ‘용산공원 설계공모, 국가공원법 발의 등 국가공원 가시화’, ‘조경 관련 단체, 소통을 위한 다양한 시도’ 등을 비롯하여 최종 10대 뉴스를 선정하였으며, 이외에 ‘황지해 작가, DMZ 정원으로 첼시 플라워쇼 최고상 수상’, ‘2012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조경과 대중의 연결을 위한 서울시의 시도’ 등이 비중 있는 이슈로 검토 되었습니다. 2012년 조경계 10대 뉴스의 주요내용과 월별 주요 뉴스 일지를 통해 한해를 되돌아보고, 2013년을 새로운 마음으로 준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지면을 빌어 조경계 10대 뉴스 선정에 참여해주신 선정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ach year, ELA has selected “Landscape Architecture News of the Year” with the heads of landscape architecture organizations, and our consultants and editorial staff. Out of the 20+ nominees of this year, top 10 major news stories were selected after discussions, which include “Yongsan Park Design Competition” and “Gyeonggi Garden Culture Exhibition” In addition, urban forest act and the legislation and changing of other landscape architecture related laws and regulations were also discussed as one of the important issues. The feature article on top 10 news stories and monthly hot issues will hopefully provide a chance to look back over the year and prepare for the year a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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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을 마무리하며
한국 조경 40돌. 그러나 생일상은 없었다. 아니 예년보다 밥상이 신통치 않았다. 힘들 줄 짐작했었지만 정말 어려운 한 해였다. 그런데도 ‘조경 자격증이 노후보험’이란 현수막이 도심의 자격증 학원 앞에 걸려있다. 중장년층 취득 자격증 순위에선 조경기능사는 4위를 달리며 조경을 유망 업종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렇게 배출된 기능인들이 전문건설업을 쉽게 등록하여 조경공사업 업체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2010년 현재 1,451개).
조경은 과연 그렇게 노후를 보장해 주는 산업인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반적인 건설경기 퇴조 속에 조경이란 배는 올 한해 요동을 쳤다. S엔지니어링은 작년 말에 크게 휘청거린 뒤 지금도 회생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또 다른 엔지니어링은 휴대폰으로 인원감축을 알린다는 흉흉한 소문이 연초부터 떠돌았다. 지켜보는 이들의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올해 조경 분야에서는 협력사 담당자가 갑자기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경영난에 어쩔 수 없이 직원을 줄인 곳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은 설계사무소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원인은 일감 감소이다. 설계물량 감소는 곧 시공물량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긴 한숨이 나온다. 그나마 행정·혁신도시 건설과 4대강 사업에 의존하여 겨우 버텨온 건설사들에게 올 겨울은 빙하기의 시작처럼 여겨진다.
지금의 어려움보다 더 큰 문제는 흐릿한 앞날에 있다. 어려움은 항상 기대와 희망으로 극복할 수 있는데 말이다. 한국건설경영협회가 10월에 연 ‘2013년 건설시장 환경변화와 대응발표회’에서 내년도 전망이 나왔다. 국내 건설시장이 올해보다 1.3% 증가에 그칠 것이라 한다. 건설을 비롯한 모든 시장의 확대는 수요 증가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수요 증가에 반하는 저출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그 미래는 지금 일본의 모습이다. 저출산 문제는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고용불안, 교육비 부담, 주택문제 등의 사회문제와 도미노처럼 연결된다. 얽히고설켜 쉽게 풀지 못하는 난제들이다. 헝클어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해결한 알렉산더의 지혜가 아쉽기만 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환경과조경>은 연속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한국조경의 오늘을 진단하다’가 지난 8월부터 진행되었다. 어려움을 서로 나눔으로써 힘을 얻기 위함이었다. 넉 달에 걸쳐 조경의 각 축을 이루는 여러 실무자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상에서 모였다. 문제점 인식과 진단,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을 얘기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3040세대가 이끌었다. 이들은 조경계의 허리층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이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연령대이다. 그러나 ‘끼인 세대’로서 먹고 살기 각박하여 사실상 조경분야와 관계된 일은 관심 밖이라는 말이 나왔다. 뜻밖이었다. 여기저기서 이렇게 튀어나오는 자조어린 언어에서는 현실에 대한 당혹감이 그대로 묻어있었다. 그동안의 공급과잉에 중독되어 더 크게 성장할 동력을 키우지 못했다는 자성도 나왔다. 때문에 ‘풍성한 현상설계나 턴키와 같은 설계 중심의 발주방식으로 조경설계의 르네상스임을 의심하지 않았지만…’이라는 회상에서는 “우리가 거품에 취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이를 ‘소탐대실’로 표현했다. 조경계 내부의 문제점으로 인접분야와 비교되는 낮은 기술 전문성이 지적되었다. 그럼에도 조경계 내부의 소통과 교육 시스템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지금도 도시숲과 도시농업 등으로 밀고 들어오는 외부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매체가 그 분야의 이슈를 꺼내서 건드려야 한다는 언급은 언론 입장에서 매우 교훈적이다. 조경계 전체의 어려움 속에서 매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내부적인 어려움은 외부적인 의존을 낳고, 그 과정에서 언론의 독립성이 훼손될 빈틈이 생긴다. ‘현재의 매체가 산업계와 함께 움직이는 것 같다’는 지적은 그러한 징조의 포착이리라. 건축계의 〈공간(space)〉지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광고를 일절 싣지 않고, 국제적 수준의 매체로 발전시켰다. 물론 공간건축설계사무소의 물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건축인의 관심 부족으로 지금 경영난에 봉착해 있다. 매체는 항상 분야의 고른 발전을 위해 독립성을 지켜야 하고, 시장에선 그 노력을 지켜주어야 함을 잘 보여준다.
뒤를 이은 50대 조경인들의 좌담회에서는 3040세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미 기성 조경인으로 우뚝 선 분들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난 20년간 조경의 황금기를 구가했지만 솔직히 우리 자신의 노력으로 만든 성과가 아니었다.’는 자성은 비슷하였다. 3040세대가 언급한 조경설계의 르네상스가 실은 비정상적인 물량 폭주에서 비롯되었음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그런 거품을 양산했던 아파트 건설경기의 둔화를 자연적인 사회진화현상의 결과로 해석했다.‘눈앞의 이익’이나 ‘당장의 어려움 회피’에만 매달리지 말자. ‘비전’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이 기회에 먼 시야로 우리 분야의 고유한 가치를 확인하고 재정립해 나가자.’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한편, 두 분의 설계종사자는 좁은 시장의 한계를 ‘해외로의 진출’로 뚫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설계품의 신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다. 해외시장 진출은 3040세대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이었다. 해외 진출을 위한 걸림돌인 회사규모나 자본력의 한계 극복을 위해 합자회사운영방식으로 공동투자, 운영관리와 같은 구체적인 제안까지 나왔다.
해외 한인 조경가들의 SNS토론은 조금 관점이 달랐다. 앞의 두 집단과는 다른 얘기들이 많았다. ‘한국적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치부하여 성토한 열성 독자까지 있었다. 그러나 원래가 타자적인 시각에서 한국 조경의 민낯을 보고자 한 기획이었다. 한국 조경에 대해 ‘틀에 박혀있다.’ 혹은 ‘스타일과 빛’에 대한 논의의 부재가 지적되기도 했다. 그 원인도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클라이언트의 폭이 좁다. 둘째, 프로젝트의 타입이 적다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이것 역시 근본적으로 시장의 한계에서 비롯됨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시공인과 교육인의 목소리에서도 흘러나왔다. 그것은 막연한 낙관론, 외형적 성장에 도취, 화수분의 시대 등으로 표현되었다. 모두 지난 시대에 대한 자성이다. 특히 ‘조경의 전문성을 높이는 등의 경쟁력 향상에 게을리 하였다.’는 반성은 앞서 다른 집단에서도 공통되게 나왔던 고백이다. ‘무늬만 전문인’이라는 말로서 전문성 부족을 꼬집었다. 10년 전인 2000년에 440개였던 조경공사업체수가 2010년에 1,451개로 늘어났다. 이렇게 급증한 조경업체가 과연 더 나은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그렇지만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개발과 조성의 토건시대에서 복지와 문화의 시대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조경이 새롭게 가치를 인정받고 새로운 업역을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는 긍정적 해석도 나왔다.
발전은 변화에서 비롯되며 자성은 변화를 추동한다. 여기에 이번 논의의 의미가 있다. 4회에 걸친 기획 논의가 40돌을 넘어가는 한국 조경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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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경의 오늘을 진단하다(4)-지상좌담: 조경시공분야의 현재와 미래
Present and Future of Landscape Construction Field
한국에 조경이 도입된 지 이제 40년이 되었다. 사람의 나이로는 불혹(不惑)이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論語, 爲政篇)에서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 보면서 삼십이립(三十而立), 서른에 삶의 기초를 세우고,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 즉 마흔이 되어 남의 의견에 현혹되지 않고 정진한다는 뜻이다. 사람에 비유하면 조경분야도 든든한 기초 위에 전문적 영역으로서 자리매김하고 미래 발전을 위해 나아갈 시기이다.지금까지 조경분야의 발전을 보면 순조롭게 급성장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IMF 위기 등의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일부에서는 조경분야의 위기에 대해서 말하기도 했지만 올림픽게임, 신도시 개발 사업, 주택경기 활성화 등은 조경분야의 외형적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빨리 자라는 속성수(速成樹)는 목질이 무르고 급속한 경제성장이 사회적 문제를 동반하는 것처럼 급성장은 후유증을 동반하게 된다. 요즘 조경분야의 모습은 심상치 않다. 따지고 보면 예고된 문제들이고 우리는 막연한 낙관론에 빠져 있었다. 외형적 성장에 도취하여 조경의 전문성을 높이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경쟁력을 높이는데 게을리 하였다.2010년대 들어서면서 주택건설 경기 침체 및 공공부문 공사 발주 감소로 인해 불경기를 겪고 있으며, 지금 닥친 불경기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그동안의 거품이 꺼져가는 고통스럽지만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설령 주택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지라도 과거와 같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건축, 산림, 산업디자인 등 인접분야의 공격(?)으로 조경의 영역이 공공환경, 도시림, 공공디자인 등으로 잠식되고 있다. 불경기와 인접분야의 공격적 영역 침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다시 조경이 무언가라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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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경의 오늘을 진단하다(4)-지상좌담: 새로운 조경의 시대로…
To the Era of the New Landscape Architecture
요즘 경제가 정말 안 좋긴 한가보다. 모두들 만나기만 하면 불경기 이야기다. 조경분야도 마찬가지다, 일이 없다, 돈이 안돈다, 먹고 살 일이 막막하다, IMF 때보다 더 힘들다, 직원들을 대부분 정리했다, 조경으로는 힘드니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 등등 모두들 하나같이 너무 힘들다는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토로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는 비단 조경분야만의 문제가 아니고 건설분야 전반의 문제임에도 왜 유독 조경분야만 그리 읍소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 조경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조경분야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위기에 봉착해있는 게 분명한 것 같다. 조경의 위기와 대안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꾸준히 논의되어야만 하는 필연적인 문제다.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바뀌면서 조경분야 또한 그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변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작금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번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다.
올 상반기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2012년 건설경기 전망과 업계의 대응계획’을 보면 응답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45.4%가 올해 건설경기가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경영여건은 지난해보다 어려울 것이란 응답이 63.0% 나왔으며 이에 대한 이유로 65.7%가 일감부족을 꼽았고, 자금조달 애로와 원자재 상승 등 비용증가를 지적했다. 건설경기 회복시기에 대해서는 ‘언제 풀릴지 기약 없다’는 답변이 41.9%로 가장 많아 미래가 불투명하며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에서 조경은 건설분야에 속해 있기 때문에 조경의 위기도 건설경기에 의해 많이 좌우되고 있다. 그렇지만 IMF 위기 때에도 조경만큼은 나름 호황기를 누리면서 오히려 분야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조경에 일감이 늘다보니 업체도 늘고 조경기술자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렇지만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건설경기 침체의 여파는 호황을 누리던 조경계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계획이나 설계분야의 일감은 물론 시공분야의 일감마저 급격히 감소하는 등 조경이 생긴 이후 최대의 위기로 인식될 만큼 심각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들은 경비절감 및 인력축소 등의 허리띠 졸라매기 방식으로 어렵사리 버텨오고 있지만 수주난 및 자금난의 가중으로 사업을 접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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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경의 오늘을 진단하다(4)-지상좌담: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For the Future of Our
격세지감이라고 할까? 참으로 긴 터널을 빠져 나온 것 같은 느낌이다. 월간 <환경과조경> 창립 30주년이라…영겁으로 보면 찰나조차 되지 않는 보잘 것 없는 시간이겠지만 3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그 수많은 세월을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 오면서 조경분야의 대변인 역할을 해 온 월간 <환경과조경>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필자는 K-water한국수자원공사에서 30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시공업체인 미류개발주식회사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지 10개월 차 밖에 되지 않는 풋내기다. 한국조경의 오늘을 진단함에 있어 감히 시공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간절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여 펜을 들긴 했으나 막상 생각을 정리하려니 역시 만만하지가 않다. 그래서 굳이 시공분야만을 놓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생각을 정리해 볼까 한다.
앞서 3040 집담회, 지상좌담, 해외 한인 조경가들의 SNS 토론에서 한국조경의 현실에 대해 많은 유익한 이야기들이 다루어졌고, 조경분야의 미래를 위한 많은 이야기들에서 걱정과 희망이 뒤섞여 있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10년 전, 20년 전에 논의된 것이 현재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생각을 달리한다. 분명 그때의 이슈와 오늘의 이슈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그 내용면에서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고 그 위상 또한 과거와는 비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던 것처럼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서 대비만 잘 한다면 그렇게 비관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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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경의 오늘을 진단하다(4)-지상좌담: 조경회고전망
Retrospect and Prospects of Landscape Architecture
현실 1. 풍요에서 빈곤으로…내가 졸업했던 1980년대 중반기에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취업난이 있었다. 중동 특수라는 분위기에 휩싸여 외화벌이를 하러 갔던 선배들이 귀국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었고, 아직은 이렇다 할 조경업체가 없어 이중고를 겪어야 했었다. 자격증을 취업증으로 알아 4학년을 끝낼 즈음에는 꽤나 많은 학생들이 자격증을 2~3개쯤 가지고 있었지만, 취업으로 연결되는 것은 거의 없었다. 나와 같이 졸업을 한 사람들 중에 지금은 엔지니어링 회사의 부사장으로 있는 한 사람이 이 분야로 진출한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점은 당시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짐작케 할 것이다. 게다가 당시에 자격증이 없었고, 지금도 없는데…그때는 아직 시작을 하지 않았던 시기였고, 지금은 시작했다가 쪼그라들었다는 점에서 보면 상황은 분명히 다르다. 당시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하나 있다. 내게는 전력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어느 날 그 친구에게 독일인 기자가 찾아왔었단다. 그 기자는 만일 경부고속도로를 자신의 국가에서 건설했다면 아직도 만들고 있을 거라고 했단다. 기초를 착실하게 만들다보니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고, 그래서 아직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을 거라는 의외의 생각이었다. 이 도로는 지금도 계속적인 땜질을 하고 있고 구간 전체를 바꾸는 공사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기자는 이 도로로 인해 다른 분야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효과를 낳았고, 이것이 경제발전의 보이지 않는 동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던 것이다. 지금의 청계천에는 복개도로도 고가도로도 없다. 그렇지만 1970년대의 사람들에게 그것들은 경제발전의 상징이었고 최고의 기능을 가진 시설이었다. 비록 당시에는 이렇다 할 업체군을 형성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조경분야 역시 그 속도전의 대열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시공과 설계를 동시에 시행하고, 심지어는 설계 없는 시공도 빈번하게 시행되었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건설이라는 시장 속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했을 것이다. 속도전은 많은 양을 단기간에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질을 생각할 수 없는 양적 충족의 시대에 필요한 개념인 것이다. 취업자리가 부족하기는 했으나 조경업이 번성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던 시기였던 것이다.
그러던 상황이 2000년을 지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였고, 2010년을 전후로 해서는 공동주거단지를 비롯한 각종사업으로 인하여 끝이 없을 듯했던 화수분의 시대가 되었다. 창업을 하기만 하면 돈이 되었다고 하니 보통 화수분이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화수분이었다. 속도전과 화수분이 만났으니 그 시장은 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이 된다. 산지를 개발하여 농공단지를 계획했던 어느 지방에서 산주에게 50여 명의 조폭들이 돈이 된다는 정보를 듣고 찾아왔었단다. 그곳에 있던 소나무를 사들이기 위해서였다니, 조경이라는 분야가 가히 황금알을 낳는 화수분이었던 것임에 틀림이 없었던 듯하다. 지금은 어떤가? 화수분이 깨진 지는 꽤나 된 듯하고, 덕분에 속도는 전혀 필요 없어 보인다. 거의 모든 설계업의 한 시절을 풍요의 호수로 만들어 주었던 공동주택시장이 물고기조차 퍼덕거리는 다 써버린 저수지가 되었다. 당연히 이에 동승하였던 우리 역시 명절 전날 밤 바닥난 쌀독을 앞에 놓고 있는 종갓집 며느리 신세가 된 듯하다. 어떻게 하면 갈라진 저수지에 물을 넣고 바닥난 쌀독을 채울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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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경의 오늘을 진단하다(4)-지상좌담: 조경은 녹색복지와 녹색서비스의 기반이다
Landscape Architecture is Based on Green welfare and Green Services
“이제 조경은 단순히 단어적 의미인 ‘조경(造景)’, 즉 경관을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다양한 물리적·사회적 문제와 인문학적·자연과학적 문제를 복합적으로 해결하는 종합적인 설계과정이라고 봅니다.” ‘제9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대상에 선정된 경희대 환경조경디자인학과 팀(오지운, 이영미, 최소현)의 말이다. 조경을 진단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사회가 워낙 급변하기도 하지만 문제들이 중첩적이기도 하고 예상하기 어려운 변화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진단을 정확하고 치밀하게 해야 효과적인 처방전을 작성할 수 있는데 날카롭지 못한 진단과 처방 정도로 글을 정리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대해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2012년 12월은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정치적 선택의 중요한 시기이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미국 대선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정치, 경제, 사회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이다. 조경분야도 전환기의 변곡점에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고, 전반적으로 치유가 필요하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높은 자살률과 저출산, 학교폭력, 성범죄, 청년실업 등으로 우리의 삶이 편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살률은 얼마나 삶이 힘든가, 출산율은 미래가 어떤지를 나타낸다고 한다. 이는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지표들이다. 돌파구가 필요하고 사회 전반적인 치유를 위한 처방전이 요구된다. 경제상황이 어려운 것 또한 우리를 힘들게 한다. 저성장의 지속이 예견되고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던 세계경제도 동력을 잃고 있다. 사실 최근 예측되고 벌어지는 사회경제적 상황을 보면, 조경분야의 앞길을 보랏빛으로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라는, 경험해 보지 않았던 늙어가는 모습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지방세수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특단의 조치와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어려워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급속한 고령사회 진입과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함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 인구역전현상 발생 등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동이 예상되고 있는데,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총부양비 증가와 노동인구 감소에 따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지방재정의 악화는 조경산업의 위축을 초래하고 신규 조성사업의 물량감소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그래서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개발과 조성의 토건시대에서 복지와 문화의 시대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조경이 새롭게 가치를 인정받고 새로운 업역을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변화는 쉽지 않다. 익숙함이 변화의 반대말은 아니지만 우리가 변화하는데 있어서 장애물이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도전, 그리고 가지고 있던 것을 버려야 새로 채울 수 있다는 변화의 아픔을 우리는 겪어야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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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1: 한국조경의 오늘을 진단하다(3)-해외 한인 조경가들의 SNS 토론
본지에서는 창사 3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조경의 오늘을 진단하다’라는 타이틀로 연속특별기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경분야의 한 단계 성장을 위한 다양한 자성과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국내외 실무자들이 느끼는 한국조경의 위상 및 문제점, 인근분야가 생각하는 조경분야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논의된 다양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대안제시 및 향후 한국조경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과 비전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지난 8월호(3040 집담회)와 9월호(지상좌담)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세 번째 기획으로 해외에서 활동 중인 조경가들이 바라보는 한국조경의 위상에 대하여 SNS 토론회를 진행하였습니다. 현재 해외에서 활동 중이거나 실무 경험이 있는 조경전문가와 인근분야 전문가 등 9명이 토론자로 참여했으며,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페이스북을 이용해 온라인상에서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진행을 맡아주신 차태욱 소장(Supermass Studio)님을 비롯한 참여해주신 토론자 여러분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진행 _ 차태욱․Supermass Studio토론자고미진·전 AECOM 근무김상목·N.E.E.D. Architecture, 건축가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전 SWA 근무박수정·PWP Landscape Architecture박진희·SsD, 건축가성정환·PQNK정재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조윤철·PH6 Design Lab(이상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