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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들꿈섬 운영계획·시설구상(2차) 공모 Nodeul Dream Island Competition for Management: The 2nd Phase
    운영계획·시설구상 공모경과 및 심사평 색다른 공모 방식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노들꿈섬 운영계획·시설구상(2차) 공모’의 결과가 지난 11월 24일 발표되었다. 노들섬은 용산구 이촌동과 동작구 흑석동을 연결하는 한강대교 중앙에 있는 약 12만m2 크기의 섬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시민들은 고운 모래밭이었던 노들섬 동쪽을 ‘한강 백사장’이라고 부르며 여름엔 강수욕장으로, 겨울엔 스케이트장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노들섬의 풍경이 지금처럼 변화하게 된 것은 한강 개발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1970년대 한강대교 건설 및 한강종합개발로 인해 노들섬은 콘크리트 호안으로 둘러싸인 인공 섬이 되었다. 섬의 규모는 기존 3만m2에서 크게 확장되었지만 서울의 아름다운 명소이자 시민들의 휴양지였던 한강 백사장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노들꿈섬 공모는 서울 복판에 있지만 멀리서 바라보고 스쳐 지나가게 되는 고립된 섬이자 인공과 원초적 자연이 혼재한 노들섬을 시민의 참여와 경험이 축적된 섬으로 만들고자 하는 공모전이다. 노들꿈섬 공모는 기존의 건축·조경 공모와 다르게 섬의 기획과 운영 방식에 대한 공모가 선행하고 이에 필요한 시설의 성격과 규모가 그 결과에 의해 제시된다. 또한 기존의 위탁 운영자 선정 공모 방식과 달리 구조물을 먼저 지어놓고 제3의 운영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공모에 당선한 기획에 의해 섬의 운영 방식이 결정되고 구조물이 지어지며당선안 제안자가 운영을 맡게 된다. 노들섬은 서울시 재원으로 필요한 시설과 공간을 조성하기 때문에 적정운영비를 회수하면서도 공익 가치를 실현하는 책임 의식이 있는 운영이 요구된다.
    • 조한결
  • CNOOC 센터 CNOOC Center
    중국 해양 석유 공사China National Offshore Oil Corporation(CNOOC)는 중국 최대의 해양 원유 및 천연 가스 생산 회사로,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 국유 자산 감독 관리위원회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국영 회사다. 1982년 베이징에 본사를 설립했으며 원유와 천연가스의 생산뿐만 아니라 탐사, 개발, 판매에 힘쓰고 있다. 빌려오다 베이징에 위치한 CNOOC 센터의 부지 내에는 총 세개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대지의 대부분을 건물이 차지하고 있어 외부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단지의 남동쪽과 남서쪽 코너에 위치한 공간과 대상지를 둘러싼 경계 녹지를 제외하면, 사람이나 자동차가 통행할 수 있는 작은 공간 밖에 남지 않는다. 제한적인 부지에 외부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건물의 힘을 빌려오는 방법’을 디자인 전략으로 삼았다. 단순한 구성 요소 CNOOC 센터는 과장된 표현이나 억지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공간이다. 이 공간은 바닥 포장, 벤치, 잔디, 식재 등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를 통해 건물 고유의 특성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건물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 외부 공간은 CNOOC 센터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뿐만아니라 흩어져 있는 작은 공간도 건축물과 어울리도록 유기적으로 통합되었다. DesignR-land Beijing Yuanshu Institute of LandscapePlanning and Design Project DesignZhang Junhua, Bai Zuhua, Yang Ke, Li Jing,Chen Yixin, Zhao Na Enforcement DesignZhang Junhua, Hu Haibo, Yang Ke,Cheng Tao, Chen Yixin, Xia Qiang,Chen Jiayun Special DesignMa Aiwu(Construction),Yang Chunming(Lighting), Bai Xiaoyan(Architecture),Tian Shan(Water supply and drainage) ConstructionShiji Hengyuan Construction Company, 3rdMunicipal Construction Company LocationShaoyaoju, Chaoyang District, Beijing, China Area3.3ha ClientChina National Offshore Oil Co.; Beijing Xinyuan Zhucheng Estate Development Co., Ltd. Design Period2012. 4. ~ 2013. 6. Completion2014. 5. PhotographsR-land
    • R-land Beijing / R-land Beijing
  • 티안 가든 Tian Garden
    대조의 즐거움 중국 보르타라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위치한 몽골자치구의 현급 시이다. 넓이 7,802km2에 인구 26만 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로 중가리아Dzungarian 분지 남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북쪽과 서쪽은 카자흐스탄에 접해 있다. 당나라 때 신장에 쌍하도독부가 설치되어 처음으로 중국의 영향을 받게 되었으며 1954년 7월 13일 중화인민공화국이 보르타라에 자치주를 설치했다. 보르타라는 몽골어로 ‘갈색 목초지’를 의미한다. 보르타라에 위치한 티안 가든은 본래 도시 관리국의 관리 하에 있던 도시 속에 위치한 숲이었다. 설계 당시 숲속 나무의 간격이 너무 좁아 수목의 성장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건조해 가뭄이 잦은 신장에서 이 숲은 마을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때문에 숲과 나무를 최대한 보존하되 ‘둘러봄’과 ‘머무름’이 동시에 가능한 공간을 설계의 목표로 삼았다. 티안 가든은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의 공간이다. 공원 방문객은 총 다섯 개의 출입구―북·동·서쪽에 한 개씩, 남쪽에 두 개―를 통해 어느 방향에서든 공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각 출입구로부터 뻗어 나오는 구불구불한 길은 공원 안의 모든 길과 연결되어 있다. 이 길을 통해 사람들은 공원의 모든 공간을 돌아볼 수 있다. DesignR-land Beijing Yuanshu Institute of LandscapePlanning and Design Project DesignZhang Junhua Enforcement DesignZhang Junhua, Bai Zuhua, Hu Haibo,Wang Chaoju, Jing Siwei, Zhang Hui, Wang Honglu, YanXiaojiao, Ma Li, Li Doudou, Huang Ying Special DesignZhu Tong(Construction), YangChunming(Lighting), Bai Xiaoyan (Architecture) ConstructionShenzhen Wenke Landscape Co., Ltd. XinjiangBranch ClientBole Urban Planning Bureau LocationBole City, Bortala, Xinjiang, China Area0.63ha Design Period2012. 10. ~ 2013. 3. Completion2013.10. PhotographsR-land 장쥔화(Zhang Junhua)는 1998년 일본 치바 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칭화 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를 거쳐 2004년부터 일본 치바 대학교 원예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4년 R-land 베이징 위안 수경관 계획 설계 사무소(R-land 北京源树景观规划设计事务所)를 설립하여 경관 계획, 공공 및 레저 공간, 테마 디자인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고급 부동산 경관 조성에 대한 자문이나 설계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허 베이성 한단스 자오왕청 유적 공원(河北省邯郸市赵王城遗址公园), 중관 촤이신정원(中关村创新园), 산둥청 국가 습지 공원(山东荣成国家湿地), 시안다탕부예청(西安大唐不夜城), 베이징 자동차 박물관(北京汽车博物馆), 룽후 옌란산 공원(龙湖滟澜山), 톈진 퇀 보호수 정원(天津团泊湖庭院), 초상 자오상 자밍룽위안 단지(招商嘉铭珑原), 위안양아오베이 단지(远洋傲北), 중젠훙산시구 단지(中建红杉溪谷), 시산이호위안 별서 단지(西山壹号院) 등이 있다.
    • R-land Beijing / R-land Beijing
  • 포트 비 베흐텐 국립 수면선 박물관 National Waterline Museum Fort bij Vechten
    비 베흐텐 요새Fort bij Vechten는 1867~1870년 새 네덜란드 수면선Nieuwe Hollandse Waterlinie을 구성하는 46개의 요새 가운데 하나로 조성되었다. 이 수면선은 길이 85km, 폭 3~5km의 군사 방어선으로 범람 구역, 요새 그리고 성곽 도시의 독창적인 시스템을 구성한다. 1995년 이래로, 42,000헥타르에 달하는 방어선 전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UNESCO World Heritage listing의 후보로 지명되었고, 2005년에는 네덜란드 국립 기념물Dutch National Monument로 공표되었다. 산림부가 소유한 비 베흐텐 요새는 새 네덜란드 수면선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요새로, 재생 프로그램에 포함되었다. 막사와 탄약저장고로 구성된 요새는 2006년부터 천천히 복원되었고 새로운 국립 수면선 박물관National Waterlinie Museum이 조성되었다. West 8과 Rapp+Rapp 아키텍츠는 위트레흐트 주의요청으로 2006년부터 이 요새의 재생과 박물관의 조성 과정에 참여했다. 오랜 시간 방치된 풀 덮인 구조물들―대상지의 10%를 차지하는 모든 건물들이 파묻혔다―에는 잡초가 마구 자라났다. 넓은 해자에 둘러싸여 고립되어 있는 대상지에는 수많은 희귀 및 멸종식물이 자라고 있다. 요새를 원 상태로 복원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물을 복원하고 박물관을 조성했다. 마스터플랜 마스터플랜의 내러티브 개입은 하늘에서뿐만 아니라 요새의 지붕에서 볼 때도 명확하게 가시적이다. 폭 80m에 길이 450m의 띠가 대상지를 가로질러 뻗어있는데, 이것은 1880년 경 본래의 불모지 상태로 복원되었다. 1.5m 폭의 입구 길은 6m 높이의 방어용 언덕을 해부하듯 절개한다. 방문객들은 새로운 옥외 박물관에 도달하기 위해 운하를 가로지르는 우아한 다리를 건너서 방어용 언덕의 좁은 단면을 통과하게 된다. 이 흥미로운 경로는 방문객들을 박물관 내부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50m 길이의 새 네덜란드 수면선의 옥외 모형으로 이끈다. 비 베흐텐 요새의 19세기 전쟁 기계를 그대로 보여주어 새 네덜란드 수면선의 규모를 느낄 수 있다. 17헥타르의 요새는 자연과 문화적 가치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고 가지각색으로 변형된다. 박물관의 물리적이고 촉각적인 개입은 대지미술가인 마이클 하이저MichaelHeizer와 로버트 스미스슨Robert Smithson의 아이디어에 바탕을 두었다. Landscape ArchitectWest 8(Masterplan Phase, InteriorPublic Spaces,Planting and Lighting) Design TeamAdriaan Geuze, Christian Dobrick, Freek Boerwinkel, Katharina Posselt, Kees Schoot, Perry Maas PartnersRapp+Rapp(Competition Phase), JonathanPenne Architects(Masterplan Phase, Restoration Phase 2,Reconstruction Strip, Signage and Underground PavilionEL), Bunker Q(Restoration Phase 1), K2 Architecten(Bridge,Coupure and Info Pavilion Y), Parklaan and AnneHoltrop(Car Park, Castellum Fectio and UndergroundMuseum) ClientProvince of Utrecht LocationBunnik, Netherlands Area17ha Design & Realisation2006~2015 Total Budget€18 million PhotographsJeroen Musch, Marcel Köppen, Luuc Jonker,Maikel Samuels West 8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기반으로 뉴욕과 벨기에에 지사를 둔 도시·조경 설계 전문 오피스다. 1987년 설립된 이래로 대규모 도시 및 환경 설계 프로젝트에서부터 워터프런트, 공원, 광장, 정원, 시설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와 성격의 프로젝트를 다루고 있다. 복잡한 디자인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조경가, 건축가, 도시설계가, 산업디자이너 등 70명이 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고 있으며 종합적이고 다학제적인 접근을 통해 디자인을 수행하고 있다. 로테르담 쇼부르흐플라인(Schouwburgplein), 암스테르담 보르네오 도시설계, 런던의 업무단지 치스윅 파크(Chiswick Park), 스위스 이베르돈레반 2002 엑스포등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 West 8 / West 8
  • [칼럼] 같은 꿈, 다른 하늘 Column: The Same Dream Under Another Sky
    험난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다. 지난 해 막바지는 조경기술자의 자격에 관한 국토부의 법률개정으로 시끄러웠다. 그 와중에 밴드와 카톡 회의의 홍수 속에서 우연히 마주한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재욱 사무국장의 말이 명쾌했다. 그이의 말중 “과거 건설 호경기 시절 건축과 토목의 그늘 아래에서 조경은 노력을 안 해도 혜택을 많이 입었습니다. 건설 불황기인 지금, 건축, 토목 기술자도 일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작년 건축, 토목 특급기술자 조항을 넣은 것이지 담당자의 단순 실수나 오해가 있어서가 아닙니다”라는 구절이 정말 마음에 확와 닿았다. 산림은 물론이고 땅을 다루는 모든 건설 분야에서 일은 없고 사람은 많은 것이다. 정말이지 옛날 누구 말과는 정반대로 땅은 좁고 할 일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지금은 건설 불황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건설 불황이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그리 정확한 말은 아니다. 불황기라는 말은 곧 또는 나중에 좋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은 말이다. 선진 국가의 경우, 건설 분야가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5%정도다. 우리의 경우에는 최악의 기간이었던 2012년과 2013년에 3%대였다. 그때는 불황기가 맞았다. 그전까지는 건설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20% 이상을 상회하며 우리나라의 전체 경제를 견인했다. 거짓말 같던 호황기를 불과 십 년도 못 누리고 불황을 제대로 맞은 것이다. 재작년 그리고 작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건설 경기가 다소 호전되어 건설 분야의 비중이 선진국의 경우처럼 4~5%대로 올라왔다고 한다. 최악의 불황기가 지나고 살짝 경기가 좋아지는 상황에 있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더 좋아지지 않고 이대로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강하다는 것이다. 주택 경기가 다시 살아나고 그래서 한 번 더 건설 경기를 정상으로 끌고 갈 기회가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설사 그런 호황이 다시 온다 하더라도 그건 일시적일 것이 틀림없거나 결코 오지 않는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건설 경기는 일시적으로 회복될지도 모르지만 곧 다시 선진국형 고착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일이 줄었다는 문제 외에도 또 다른 문제는 현재 너무 많은 사람들이 조경을 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졸업생이 너무 많은 것이다. 우리의 일 양이 더 늘지 않고 지금 수준에서 고착화될 것이라고 본다면 냉정하게 얘기해서 서너 개 대학의 졸업생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는데, 우리는 무려 50개에 육박하는 대학에서 조경 전공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졸업생을 줄이거나 현재 실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른 분야로 전향하는 것이 어렵다면, 그래서 현재의 실무 인력을 최대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게 어렵다면, 남아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모든 인력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아내는 것이다. 우리의 장점은 실무 인력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훈련이 잘 되어 있고 혹독한 경쟁 속에서 성장해 왔다는 점이다. 우리의 조경 인력이 해외로 나갈 수만 있다면. 내 경험으로 볼 때 그들은 어느 환경에서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반년 동안 외국 도시의 조경 일을 수주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반년이 지나서야 겨우 계약 시점까지 와 있고 곧 최종 계약 과정을 진행할 요량이다. 설계 견적을 무려 11번이나 보내야 했고 설계비에 대한 밀고 당김의 실랑이도 적지 않았다. 6개월이 지난 아직도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이번 경험으로 톡톡히 알게 된 것은 일개 조경설계사가 외국의 발주처와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경우 따져보아야 할 계약서만 하더라도 무려 50개가 넘는 조항이 담긴 30쪽짜리의 영문 문서인데다가, 모든 조항 하나하나의 내용이 정말 꼼꼼히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사항들이었다. 종합엔지니어링회사나 대형 건축설계사무소 같은 곳은 해외 업무 전담팀이 조직되어 있고 그러한 전담 팀이 계약 서류나 세금 관계 그리고 법규 사항을 조율할 수 있다. 하지만 크지 않은 조경설계사무소가 그정도 인력을 갖추기는 불가능하다. 모든 설계사무실이 영어를 편하게 말하고 쓰고 서류를 작성하고 법규를 검토할 수 있는 인력을 보유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외국 일을 수주하는 건 만만치가 않다. 그렇지만 우리의 미래는 오직 밖에 있고 그 외에는 대안이 없다. 밖으로 나갈 우리의 실력은 충분하니밖으로 나갈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조경사회나 한국조경학회 또는 관련 단체가 외국 일을 수주하고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조직이나 모듈을 마련할 필요가 절실하다. 전시성 이벤트나 불필요한 행사는 과감히 줄이고 좀 더 필요한 곳에 에너지와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직접적인 도움이 안 되는 행사라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행사는 줄이되 그 행사에 들어갈 돈과 시간을 한 곳에 모아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외국 설계 수주 지원팀―영어도 도와주고, 세무 사항과 법규를 검토해 주고, 장애물이 될 수도 있는 프로젝트 전액 보험(project liability insurance)도 보증해 줄 수 있는 팀― 같은 것이 절실하다. 필요하다면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모든 설계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을 수도 있다. 대신 그 돈을 실질적 해외진출에 도움이 되는 곳에만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행사를 너무 많이 한다. 대부분 소모적이고 전시적이다. 의도는 안 그렇겠지만 결과가 그렇다. 에너지와 자원은 행사에 소모해버리고 정작 일을 수주해서 미래를 도모하려는 노력은 미미하다. 건축, 토목 그리고 산림과의 싸움에서 실익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옛날의 영화를 무조건 되돌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철 안든 아이처럼 행동할 때가 아니다. 냉정하게 우리 것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인정하되 대신우리 것이 될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개척해야한다. 어느 회사가 외국으로 나간다고 동시에 모두 나가려고 노력하지는 말자. 대신 처음 나가는 회사에 힘을 모아줄 필요는 있다. 그 회사가 잘하면 일은 또 생길 것이고 새로 생기는 일들을 다음 회사가 맡으면 된다. 처음 회사가 다 맡을 거라고? 아니다. 분명히 장담하건대 다른 회사도 일을 맡게 된다. 한번 뚫린 곳은 어떻게든 알려지고 나누어지게 된다. 처음이 어려운 것이다. 처음 간 사람은 선두주자라서 아무래도 더 많은 일을 하겠지만 다음 사람들은 선두주자가 개척해 놓은 인프라를 따라 걸으며 더 좋은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제발이지 우리의 같은 꿈이 다른 하늘에서도 값지게 펼쳐질 수 있으면 좋겠다. 진양교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조경학과 및 도시지역계획학과에서 공부했으며, 강원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에서 1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2002년부터 CA조경기술사사무소를 열고 실무의 최전방을 절절하게 체험하고 있다. 2010년 봄부터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의 전임교수를 겸하고 있다. 주요 설계 작품으로 하늘공원, 한강 반포공원 등이 있으며, 저서로 『기억과 상징으로의 여행』, 『건축의 바깥』 등이 있다.
    • 진양교[email protected] /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CA조경 대표
  • [에디토리얼] 조경 문화 발전소를 꿈꾸는 환경과조경 Editorial: laK , Cultural Generator of Landscape Architecture
    다시, 새로운 한 해의 문을 연다. 새해 첫 표지의 시안 다섯 개를 놓고 벌인 편집부와 디자인부의 토론은 아주 간단히 끝났다. 강렬한 빨간색 솔리드 바탕에 힘찬 검은색 활자를 간결하게 새긴 디자인을 거의 만장일치로 선정했는데, 정작 모두의 눈길을 멈추게 한 건 상징적인 숫자 333이었다. 2016년 1월호가 333호임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환경과조경』은 한국 현대 조경의 살아있는 역사다. 1982년 7월, 계간 『조경』으로 창간되었고, 1987년 1월(통권 15호)부터는 격월간으로 간행되었다. 1992년 1월을 기점으로 『환경과조경』이라는 제호를 쓰며 월간으로 탈바꿈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333권을 내는 동안 한 차례의 결호도 내지 않은 『환경과 조경』은 한국 조경의 성장사를 기록해 왔을 뿐만 아니라 동시대 조경의 쟁점을 조명하고 그 경계를 확장해 왔다. 2013년 10월(통권 306호), 박명권 발행인 체제로 옷을 갈아입은 『환경과조경』은 리뉴얼 프로젝트를 거쳐 2014년 1월(통권 309호), ‘landscape architecture korea’라는 영문 제호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선언했다. 새로운 『환경과조경』은 조경언론으로서의 분명한 정체성과 건강한 독립성을 바탕으로 ‘조경 문화 발전소’를 꿈꾸며 지난 2년간 매진해 왔다. 진노란색 솔리드 표지의 309호를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리뉴얼 호의 첫 쪽에 밝힌 세 가지 비전, 즉 ‘한국 조경의 문화적 성숙을 이끄는 공론장’, ‘조경 담론과 비평을 생산하고 나누는 사회적 소통장’, ‘세계적 동시대성과 지역성을 수용하고 발굴하는 전진기지’라는 비전을 스물 네 권의 내용과 형식을 통해 얼마나 충실히 실천했는지 자성하며, 그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와 따끔한 충고에 깊이 감사드린다.2016년에는 세 가지 비전을 한층 더 정제된 콘텐츠로, 한결 더 섬세한 디자인으로 구현하고자 한다. ‘매달 첫날을 기다리게 하는 잡지, 받자마자 소중한 두 시간을 빼앗는 잡지, 한 달에 세 번은 다시 펼쳐보는 잡지, 과월호도 다시 뒤적이게 하는 잡지’가 되기 위해, 늘, 새로운 출발점에 설 것을 약속드린다. 333호의 특집 기획으로 용산공원 프로젝트의 현재 상황을 짚어본다. 30년에 가까운 기지 이전 논의와 공원화 과정의 정점이었던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2012년) 이후, 오히려 용산공원 조성 사업에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관심도 사라지고 쟁점도 실종되었다. 정부는 진행 과정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국회는 기본설계비로 책정된 예산을 몇 년째 삭감해왔다. 조경·건축·도시설계 등 전문가 사회도 침묵했다. 시민이 참여할 여지가 없었음은 물론이고 참여할 시민의 존재 자체도 없었다. 그 사이 ‘전작권전환계획’이 변경되어 2020년대 중반까지 한미연합사가 기지 내에 잔류하게 되었고, 미군의 이전 일정도 계속 연기되고 있다. 이런 사정을 놓고 볼 때 사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본설계안대로 공원이 실현될 수 있을지, 계속 축소되고 있는 공원 계획 면적이 더 잠식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적지 않다. 이번 특집은 지난 해 11월 말에 용산공원 시민포럼 준비위원회가 개최한 한 심포지엄을 계기로 기획되었다. 이 심포지엄은 국가 주도의 프로세스 속에서 수면아래로 가라앉아버린 용산공원에 대한 민간과 시민의 관심을 다시 촉구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장기적인 용산공원 조성 프로젝트에서 지금 우선 중요한 것은 다시 이 땅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환기시키고 여러 쟁점에 대해 토론하는 일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특집의 내용과 그 행간이 읽혀지기를 바란다. 용산공원에 얽혀있는 이슈가 원체 다양하고 복잡하다보니 모든 측면을 다 짚어 내지는 못했지만 이번 특집이 다각적인 후속 논의를 낳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색적인 공모 방식으로 주목을 끌었던 노들섬 공모의 2단계―운영계획과 시설구상― 결과를 싣는다. 일반적인 설계공모와는 다르게 기획과 운영에 대한 제안을 먼저 공모에 부친 이번 공모의 당선자는 추후 노들섬을 운영하게 된다. 서울 한가운데에 고립된 섬 노들섬이 3단계―공간과 시설조성―까지 이어질 후속 공모를 통해 시민의 참여와 경험이 축적된 ‘꿈의 섬’을 꿈꿀 수 있을지 계속 주시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 호에 담은 West 8의 근작에도 시선을 집중할 만하다. 19세기 후반 네덜란드 새 수면선waterline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비 베흐텐 요새를 창조적으로 복원한 이 프로젝트는 폐허, 문화유산, 박물관, 대지미술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쟁점들을 조경 설계를 통해 하나의 언어로 엮어내고 있다. 새해를 여는 333호, 새로운 연재 세 편의 막이 열린다. 민성훈(수원대학교 도시부동산개발학과 교수)은 문화 현상이자 산업 분야이자 학문 분과인 조경을 경제학의 눈으로 읽어낼 1년 예정의 연재 ‘조경의 경제학’을 시작한다. ‘신지도제작자’와 ‘모바일홈 프로젝트’를 비롯한 다수의 전시 기획으로 주목받은 심소미(독립 큐레이터)의 연재 ‘떠도는 시선들, 큐레이터 뷰’는 타이페이의 도시재생과 문화적 풍경을 첫 소재로 다루며 우리의 시선을 초대한다. 장기 연재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두 필자의 결심에 감사드리며, 독자 여러분의 많은 피드백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의 아홉 번째 주자는 시애틀올림픽 조각 공원의 설계 실무자로 잘 알려진 서예례(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오피스 오브 어반 터레인즈 디렉터)다.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표지 시안의 숫자 333이 남긴 흥분감(?)을 애써 누르며 새해를, 새롭게, 시작한다.
  • [CODA] 판타스틱 빌리지, 해방촌? Is Haebangchon a Fantastic Village?
    “우리 토요일에 파티 해.” “무슨 파티” “『남산골 해방촌』 발간 파티!” 파티에 초대한 B는 잡지의 발행인이다. 해방촌에서 9년간 살고 있는 (겨우 9년밖에 안돼서 동네에서 명함도 못 내민다는) B는 4년 전부터 일 년에 두세 호씩 ‘남산골 해방촌’이란 이름의 동네 잡지를 만들고 있다. 아홉 번째 잡지를 내면서 이번에는 행사를 좀 크게 벌려보겠다며 거창한 초대장을 보냈다. 전부터 B가 해방촌에서 주민들과 이런저런 모임을 갖는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심드렁했던 난 이번에는 3월호 필자인 S가 온다는 소식에 금쪽같은 토요일 저녁 맥주 한 패키지를 사들고 해방촌으로 향했다. 남산과 용산미군기지 사이에 자리한 산동네(?) 해방촌은 녹사평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천생 길치인 나는 그날도 휴대폰의 지도 앱을 보면서 쩔쩔매고 있었는데, 친절하게 모임 장소까지 안내해준 한 주민 덕택에 헛걸음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색다른 친절을 한 번 경험했다고 해방촌을 정이 넘치는 ‘도시 마을’의 반열에 올려놓고 싶진 않았지만, 꿀렁꿀렁 언덕을 오르는 마을버스 안에서 역시 좀 남다른 동네라는 생각이 스쳐 갔다. 토속적인 이름과 달리 해방촌이 주변의 이태원, 경리단길, 한남동 등에 이어 핫하고 힙한 플레이스로 떠오른 지도 몇 년이 지났다. 미군과 외국인들이 많이 오가고, “스타벅스 하나 들어설 번듯한 땅이 없는” 이 지역의 낮은 임대료는 젊고 자유로운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들을 불러들였다. 개발이 비껴간 오래된 동네의 오밀조밀한 분위기에 다양한 사람들이 조용히 스며들며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제는 들썩거리는 임대료에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협을 피해갈 수 있을지 우려도 피어나는 동네다. 모임 장소는 해방촌 오거리에 있는 한 정보디자인협동조합의 카페 공간이었다. 모인 사람들을 살펴보니, 해방촌에 거처를 두고 있거나 작업실을 꾸리고 있는 아티스트나 디자이너, 일러스트나 카툰을 그리는 이들, 연주자 등이다. 그리고 해방촌을 설계 스튜디오의 사이트로 삼았던 건축학과 학생들 여럿과 교수들도 몇몇 참석했다. 발간 파티의 첫 번째 순서는 『남산골 해방촌』 9호 글쓴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B는 ‘해룡빌딩’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해룡빌딩이 어디더라’ 알고 보니 B의 기사는 나 같은 외지인은 몰라도 해방촌 주민들은 모두 아는 ‘뚜레쥬르(가 1층에 입점한) 빌딩’ 탐사기였다. 해방촌에서 가장 높은 3층짜리 근생인 해룡빌딩은 1969년에 지어진 건물로 겉에서는 눈치 채기 어렵지만 안에 들어서면 부동산개발회사와 예술가 작업실이, 디자이너 사무실과 교회가, 그리고 야밤에 음악을 틀어가며 파티를 벌여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옥상 공간이 동거하는 야릇하고 오묘한 공간이란다. “우중충한 2층의 복도 양옆으로 한쪽에는 뭔가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물건들과 에너지로 가득 찬 작업실이, 한쪽에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바둑을 두시는 기원이 나란히 배치”된, 마치 오래된 동네를 무대로 토박이 어르신들과 문화와 예술을 업으로 삼는 젊은 이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살고 있는 해방촌의 풍경을 축소판처럼 보여주는 건물이다. 옆자리에 서 있는 잘생기고 스타일 좋은 청년에게 동네 주민이냐며 말을 붙여 보았다. 해방촌에서 세탁소 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단다. 건축을 전공했다는 그는 한 눈에 보기에도 고전적인 세탁소 사장님은 아니었다. “여기 해방촌에는 단기로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서 이들이 세탁을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그가 운영하는 ‘론드리 프로젝트Laundry Project’는 독특한 공간 구성과 세련된 인테리어로 혹은 마치 “뉴욕에 갔을 때 봤던 공간”으로 이미 블로거나 인스타그래머들에게 유명한 카페였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없어지는 게 세탁소잖아요. 꼭 이런 형태가 아니더라도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역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그의 비즈니스 모델이 대기업과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 등이 주도하는 변화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까? 해룡빌딩도 그의 카페도 계속 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만큼 걱정이 앞선다. 해방촌과 이런저런 연을 맺고 있는 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동네 잡지를 훑어 보니 역시 해방촌의 예술가들과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기사가 빠지지 않았고, 해방촌 도시재생사업 회의 참관기, 건축학과 학생들의 (과제)작품 등도 실려 있었다. 그 밖에는 해방촌에서 추운 겨울을 나는 법이나 병원과 운동에 관한 생활 정보, 감나무가 있는 집 취재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이 50쪽 남짓한 이번 호를 채우고 있었다. 잡지 제작비 모금을 위한 작은 바자회와 우크렐레의 반주에 맞춘 노래 등 마지막 축하 공연까지 파티의 분위기는 내내 따뜻했고 마치 동아리 모임을 연상케 했다. B는 “비슷한 사람들이 친구가 되니 동네에 좀 더 애착을 가지게 돼.” 또 그러다보니 잡지뿐만 아니라 작은 이벤트도 하게 된다며 그간의 해방촌살이를 들려줬다. “결국은 비슷한 분야에 종사하거나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모이기 마련이네요. 해방촌에 오랫동안 살았던 원주민들과는 섞이기 어려울 것 같아요.” “원주민이라서가 아니라, 세대와 가치관이 달라서 같이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을 굳이 하나로 묶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어떤 글에서 읽었는데, 합일의 공동체가 아닌 차이의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인상적이었어. 다종다양한 그룹들이 그 차이를 인정하고 느슨하게 연대하는 것” B와의 대화에서, 이번 달 서예례 교수의 ‘그들이 설계하는 법’의 “생동적이고 아름다운 도시란 다양한 취향이 상충적으로 공존하는 도시다”라는 대목이 떠오른다. TV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중 얼마 전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은 그 어느 때보다 가족과 동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옛 추억을 더듬게 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으나 2016년을 사는 나에게 봉황당 골목과 평상이 상징하는 가족 같은 이웃과 오순도순 세상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삶은 이제는 실현불가능한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지금 우리가 찾는 마을은 분명 그때와는 다른 형태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혹시 해방촌이 그런 대안적 공동체의 단서를 보여주지 않을까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날 기다리던 S는 배를 한 상자 들고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경제학을 전공한 후 대중문화와 산업을 연구했던 그가 요즘 발표하는 논문의 주제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음악에 대한 저서를 내던 그가 갑자기 왜 지역에 대한 연구로 돌아섰을까 궁금했다. “사실 나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홍대의 음악 산업과 문화에 관심이 있었는데, 홍대가 핫한 동네로 부상하면서 아티스트들이 밀려나는 것을 보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미리 홍보하자면 문화예술과 부동산이 결합하고 충돌하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그의 관찰과 통찰은 3월호 특집에서 만날 수 있다.
  • [편집자의 서재] 메밀꽃 필 무렵 Editor’s Library: When Buckwheat Flowers Blossom
    벌써 2016년의 첫 달이 끝나가고 있다. 새해가 오면 으레 지난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일 년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약속을 잡고 해야 할 일과 사고 싶은 것 등의 목록을 적었다. 새해 준비의 마지막은 책상에 앉아 지난 일기장의 첫 페이지를 펼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2015년 버킷 리스트’라는 거창한 제목 아래로 여러 항목이 줄줄이 달려 있다. 실천에 성공한 항목 옆에는 별이 그려져 있고, 그렇지 못한 항목 옆은 텅 비어 있다. 별의 개수를 세며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다가 문득 한 항목에서 시선이 멈췄다. 봉평 메밀꽃 축제 다녀오기. 몇 년째 버킷 리스트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별이 그려져 있지 않은 항목 중 하나다. 아직 메밀꽃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메밀꽃에 대한 환상이 있다. 몇 년 전 인터넷에서 ‘글로 배웠어요’라는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시리즈 중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와 ‘화장을 글로 배웠어요’가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시리즈의 핵심은 무언가를 ‘글’로 배운다는 것에 있다. 글로 배운 화장법은 갓 스무 살이 된 대학생을 아줌마로 만들고, 글로 배운 연애는 좋아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엉망으로 망쳐놓았다. 글로 배웠기에 생기는 환상과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실의 갭이 웃음을 유발했다. 많은 사람이 공감했고 이는 실제 연애를 못하는 사람을 돕는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 연애를 글로 배운 한 남자의 서툰 연애보고서』1라는 책의 발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메밀꽃에 대한 환상도 이처럼 만들어졌다. 나는 메밀꽃을 책으로 배웠다. 사실 『메밀꽃 필 무렵』은 1990년대 컴퓨터를 좀 배웠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접해볼 수밖에 없는 글이다. 한컴타자연습(1997년도 버전)이라는 타자 검정 프로그램에 사용됐던 소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방과 후 컴퓨터 수업을 들었고,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 전 항상 타자 연습을 했다. 『메밀꽃 필 무렵』은 따옴표가 많아서 타자를 치기 까다로운 글이었고, 제한된 시간 내에만 타자를 쳐야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 때문에 항상 소설의 초반부만 읽게 되었다. 장터를 들볶는 열기와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볕이 소설의 전부인 줄 알고 지내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책을 제대로 읽었다. 그때 이 책이 여름 낮의 시골 풍경으로 가득 찬 소설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 소설은 매력적인 인물, 흥미진진한 이야기, 섬세한 심리 묘사 대신 낭만적인 시골의 풍경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작가 이효석이 평창에서 보고 자란 시골 장터, 논 사이로 가느다랗게 뻗은 길, 그 위를 나귀와 함께 걸어가는 노인 등 생생한 시골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소설이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면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밤중의 산길이 뿜는 묘한 매력은 장돌뱅이허생원이 동이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놓게 만든다.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2 시적으로 표현된 밤하늘을 밝히는 달과 푸른 달빛에 젖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풍경은 소설의 어설픈 부분을 모두 메꾸어 버린다. 본래 물레방앗간은 전근대 한국 사회에서 농촌의 에로티시즘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묘사는 허생원과 어떤 여인이 물레방앗간에서 나눈 하룻밤의 사랑을 순수하고 애절한 장면으로 바꾸어 버린다. 그 관계로 인해 태어난 동이가 아버지와 같은 장돌뱅이라는 직업을 택해 살아가고 그 아버지와 우연히 시골 장터에서 만나게 된다는 서사 구조의 부족함도, 왼손잡이는 유전적 형질이 아니기에 허생원과 동이의 부자 관계를 암시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도 잊게 만든다. 만약 인물의 설정이 독특하거나 이야기의 인과 관계가 명확했다면 이효석의 탐미적인 풍경 묘사가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허생원과 동이의 대화로 더듬어지는 희미한 과거의 이야기가 산길을 더욱 몽환적으로 만든다.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3이라고 한 허생원의 말처럼 말이다. 푸른 달빛과 청량하게 울리는 나귀의 방울 소리가 내게 메밀꽃은 서늘한 공기 속에서 빛나는 꽃이라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만지면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지고, 손에 남은 꽃의 잔해를 핥으면 짠맛이 날 것 같다. 서늘한 가을이라기에는 이른 9월에 열리는 봉평 축제에 다녀오면, 메밀꽃에 대해 품고 있던 환상의 일부가 깨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평 메밀꽃 축제 다녀오기’를 ‘2016 버킷 리스트’에도 적었다. 그 옆에 별 표시가 새겨질지 그 여부는 내가 환상이 아닌 현실과 마주할 준비가 되었는지에 달려 있다.
  • 오래된 미래를 걷다 서울역 고가 착공 기념, 3차 시민 개방 행사
    서울시와 고가산책단은 지난 2015년 12월 25일 서울역 고가도로 3차 시민 개방 행사인 ‘review-preview展: 오래된 미래를 걷다’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착공 이후 더 이상 볼 수 없는 서울역 고가도로의 마지막 모습을 시민에게 선물하고 새롭게 태어날 2017년의 모습을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행사 당일 고가도로 전 구간 바닥에서 우리만화연대의 만화가와 예술가 30여 명이 작업한 그림을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을 위해 우리만화연대는 개방 행사 일주일 전부터 고가에 미리 올라가 필요한 밑 작업을 했다. 기본 설계안의 화분 형태와 위치를 실제로 반영해 그린작품이다. 앞으로 다양한 수목이 들어설 자리에 만화가들의 작품은 물론 시민들이 자유롭게 그려 넣은 그림과 새해 소망이 채워졌다. 이 작품과 더불어 고가 상부전 구간에 설치된 헬륨가스 풍선과 도로 입구에서 배포된 산타 모자가 성탄절에 고가도로를 찾은 시민들을 반겼다. 서울역 고가의 마지막 인사다. 이날 고가 위에는 플라워 숍, 책방, 카페 등도 들어서 시민들은 미래의 고가 보행로를 실감나게 상상할 수 있었다. 고가산책단의 도보 여행 프로그램인 ‘산책버스’는 서울역 고가를 함께 걸으며 서울역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진행됐다. 겨울 분위기에 걸맞은 버스킹 공연 또한 고가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네 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3만 명이 넘는 인파가 참여해 서울역 고가도로의 마지막 모습을 배웅했다. 1970년에 완공되어 45년간 서울역 옆자리를 지킨 서울역 고가도로는 2015년 12월 13일 자정, 노후화로 인한 안전 문제와 보행로 전환 사업을 위한 상판 철거공사를 위해 폐쇄됐다. 작년 국제 공모에서 비니 마스Winy Mass의 ‘서울수목원’이 당선된 이후 서울역 고가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사업의 근본적인 필요성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교통 문제, 시민들과의 소통 부족 등 다양한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시와 고가산책단은 여러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 다각도의 활동을 펼쳤다. 먼저 지역 주민은 물론 시민과 교류하기 위해 2015년 5월, 2차 시민 개방 행사 ‘고가에서, 봄’을 열었고, 10월에는 서울역 인근 생활 주민과 함께 기획한 ‘서울力 가을산책’을 개최했다. 또 지역 주민 및 상인회와 정기 간담회를 진행하며 사업 이후 바뀔 지역 및 경제 환경에 대한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했다. 교통, 관광, 지역 산업, 예술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기 위해 고가산책단의 ‘고가포럼’은 최근 노들꿈섬 운영계획·시설구상공모에서 당선된 어반트랜스포머UT(Urban Transformer)와 함께 서울역 고가도로 재생을 주제로 국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역 주변 지역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고가산책단은 2015년 8월 17일 『보고서 ㄱ』을 창간했다. 이 간행물에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했다. 사진, 인터뷰, 그래픽 등 다양한 형식으로 기록된 그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서울역고가가 폐쇄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인접 지역의 교통 문제와 남대문 상인의 상권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1월 13일, 서울역 일대의 노숙인 중 일부를 고가 공원화 공사 인력으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시민들이 제안했던 계획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2016년 4월 상판 철거를 시작해 6월부터 본격적인 공원 조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 ASLA Best Books 2015 ‘2015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10권의 조경 서적
    미국조경가협회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 (ASLA)는 매년 12월 ‘올해의 책ASLA Best Book’ 10권을 선정한다. 조경 설계와 도시, 환경에 관한 최신 이슈를 다룬 책이나 학술적으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 또는 새로운 주제를 신선한 시각에서 접근한 책이 주로 선정된다. 다음에 ‘2015 올해의 책’ 10권을 소개한다. 1. 『30:30 조경』 Meaghan Kombol, 30:30 Landscape Architecture, Phaidon Press, 2015. 영국의 디자인 서적 출판사인 파이돈Phaidon은 『30:30 조경』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조경가 30인과 그들이 추천하는 차세대 신진 조경가 30인을 소개하고 있다. 총 20개국의 국제적 조경가들이 소개되었는데, 제임스 코너James Corner와 조지 하그리브스George Hargreaves, 마사 슈왈츠Martha Schwartz, 아드리안 구즈Adriaan Geuze, 캐서린 모스바흐Catherine Mosbach 등은 물론 한국 조경가 박명권이 포함되었다. 60인의 조경가가 자신의 디자인 철학과 조경관은 물론 조경의 중요성과 창조성에 대해 설명한다. 500장 이상의 작품 이미지와 일러스트도 수록되어 있다. 2. 『지속가능한 개발의 시대』 Jeffrey D. Sachs, The Age of Sustainable Development , Columbia University Press,2015. 『지속가능한 개발의 시대』는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이자 글로벌 개발에 관한 세계적인 저명 학자인 제프리삭스Jeffrey D. Sachs의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제안을 담고 있다. 삭스는 해결하기 힘든 극빈, 환경 악화, 정치·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강력하고 실행적인 틀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제안한다. 삭스는 학생에서부터 행동주의자, 환경론자, 정책 발의자를 포괄하는 이 책의 다양한 독자들에게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여러 정보와 아이디어, 다양한 방법과 기준을 제시해 준다. 특히 지속가능성의 ‘실천’에 방점을 두고 있다. 3. 『아름다운 빗물 시스템 디자인: 폭우를 창조적으로 관리하는 법』 Stuart Echols and Eliza Pennypacker, Artful Rainwater Design: Creative Ways to Manage Stormwater , Island Press, 2015. 점차 예측 불가능해지는 급격한 기후 변화의 시대. 폭우를 관리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폭우 관리 시스템의 디자인 전략은 대개 아름답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스튜어트 에콜스Stuart Echols와 엘리자 페니패커Eliza Pennypacker는 미적 가치를 희생하지 않고도 빗물 및 폭우 관리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이른바 아름다운 빗물 관리 시스템 디자인Artful Rainwater Design(ARD)이다. ARD는 기능적이면서도 매력적이며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디자인의 빗물 집수 시스템을 가리킨다. 이 책은 성공적인 여러 ARD 사례를 담고 있다. 4. 『진정한 정원: 현대 자연주의 조경 설계』 Richard Hartlage and Sandy Fischer, The Authentic Garden: Naturalistic and Contemporary Landscape Design , Monacelli Press, 2015. 『진정한 정원: 현대 자연주의 조경 설계』는 “미를 위한 미beauty for beauty’ sake”의 기조를 따르는 미국 전 지역의 정원 60개를 소개하고 있다. 정원을 진정한 것 the authentic으로 만드는 식재는 설계를 리드하고 이용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이며, 정원 식물의 정교한 선택은 정원에 적절한 장소감을 안겨 준다. 안드레아 코크런Andrea Cochran, 레이먼드 정글스Raymond Jungles, 크리스틴 텐 아이크Christine Ten Eyck등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유력한 조경가들이 설계한 정원을 250장 이상의 화려한 컬러 이미지와 함께 실은 책이다. 5. 『Extrastatecraft: 인프라스트럭처 공간의 힘』 Keller Easterling, Extrastatecraft: The Power of Infrastructure Space, Verso, 2015. 예일 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인 저자 켈러 이스터링Keller Easterling은 인프라스트럭처의 역할을 “우리 주변의 공간을 조직하는 숨겨진 룰”이라고 표현한다. 인프라스트럭처는 단지 지하 매설 수도관이나 케이블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자유무역지구나 스마트시티, 교외 지역과쇼핑몰까지도 포함한다. 『Extrastatecrafe: 인프라스트럭처 공간의 힘』은 도시의 일상을 조정하거나 통제하며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인프라스트럭처의 힘에 주목한다. 그러한 힘이 어떻게 정부나 중앙기관의 영향권을 넘어서는지 주목하는 이 책은, 도시 공간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 양식에 미치는 인프라스트럭처의 영향력을 통찰하고 있다. 6. 『프레데릭 로 옴스테드 설계 기록지』 Charles E. Beveridge, Lauren Meier and Irene Mills eds., Frederick Law Olmsted: Plans and Views of Public Parks(The Papers of Frederick Law Olmsted) ,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2015. 이 책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가 설계한 70개 이상의 공원 프로젝트 설계 개념을 정리한 기록지이며, 총 129장의 컬러 도판을 포함해 470장이 넘는 다양한 이미지를 수록하고 있다. 특히 옴스테드의 스케치와 연구, 석판화 및 유화 작업, 역사적 사진과 프로젝트에 대한 종합적 묘사문 등 다채로운 자료를 수집한 방대한 기록물이다. 센트럴 파크, 프로스펙스 파크Prospect Park, 파크웨이 시스템, 보스턴 에메랄드 네클리스Emerald Necklace 등 주목할 만한 옴스테드의 작품과 작업을 살펴볼 수 있다. 7. 『자연의 발명: 알렉산드르 폰 훔볼트가 본 새로운 세계』 Andrea Wulf, The Invention of Nature: Alexander von Humboldt’ New World, Knopf, 2015. 안드레아 불프Andrea Wulf는 『자연의 발명』에서 알렉산드르 폰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의 잊혀진 삶을 재조명한다. 훔볼트는 19세기 독일의 통찰력있는 자연주의자이자 탐험가이자 과학자로 각 대륙에서 기후에 따라 변하는 식생 지대의 유사성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유발하게 될 지구의 기후 변화를 예견했다. 훔볼트의 여러 제안들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켜 근대 이후의 환경주의를 만들어냈다. 저자인 불프는 이 책에서 훔볼트를 통해 통찰할 수 있는 자연에 대한 핵심적 이해 방식들을 역설하고 있다. 「뉴욕 타 임즈」 올해의 책 10권 중 하나로 선정된 책이기도 하다. 8. 『리처드 하그의 조경: 모던 스페이스에서 도시 생태 디자인까지』 Thaisa Way, The Landscape Architecture of Richard Haag: From Modern Space to Urban Ecological Design , University of Washington Press, 2015. 리처드 하그Richard Haag는 시애틀의 개스 워크 파크Gas Works Parks와 블로델 리저브 가든Bloedel Reserve Garden으로 널리 알려진 조경가로, 조경가의 영역을 디자이너이자 행동주의자로 그리고 “실천을 변화시키는 스승”으로 재구성했다. 책의 저자인 사이자 웨이Thaisa Way는 하그의 작업들을 과거 50년간 미국 전역에서 이루어진 조경 영역의 실천 변화라는 맥락 내에서 해석한다. 하그는 9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시애틀에서 조경가로 활동 중이며 경관의 회복 및 재생 프로젝트 작업을 통해 조경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9. 『파이토: 부지 복원과 조경 설계의 원칙과 재료』 Kate Kennen and Niall Kirkwood, Phyto: Principles and Resources for Site Remediation and Landscape Design, Routledge, 2015. 『파이토』는 오염된 부지에 대한 설계 가이드로, 식물환경복원phytoremediation과 식물생태공학 phytotechnology 개념을 제시하며, 식물을 통해 부지의 오염 물질을 흡수하거나 제거 또는 완화하는 사례들을 다룬다. 저자인 니얼 커크우드Niall Kirkwood와 케이트 케넨Kate Kennen은 이미 오염된 대상지를 정화할 수 있는 식재 방법, 대상지의 오염 방지를 위한 식물생태 공학적 식재 설계 등 실제 조경 프로세스에 적용될 수 있는 실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준다. 또한 다양한 표와 사진, 상세한 삽화는 오염 물질의 제거뿐 아니라 부지의 미적·환경적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준다. 10. 『포스트-야생의 식재』 Thomas Rainer and Claudia West, Planting in a Post-Wild World: Designing PlantCommunities for Resilient Landscapes, Timber Press, 2015. ‘회복탄력적 경관을 위한 식물 군락 설계’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포스트-야생의 식재』에서 저자 토마스 라이너Thomas Rainer와 클로디아 웨스트Claudia West는 회복탄력적 식재 설계를 위한 창의적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경관을 아름답게 해 줌은 물론 회복탄력적이게 해 주는 식물은 무엇일까? 라이너와 웨스트의 조언을 통해 우리는 정원이 자연과 대립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협업적 관계에 있는 것임을 생생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