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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
디 뮤지엄 개관 특별전, 2015. 12. 5. ~ 2016. 5. 8.
대림문화재단의 새로운 도전
2015년 12월 5일, 새로운 문화·예술 아지트를 꿈꾸는 디 뮤지엄D MUSEUM이 문을 열었다.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대림문화재단이 대림미술관―한국 최초의 사진 전문 미술관인 한림미술관을 2002년 서울로 이전해 현재의 대림미술관으로 재개관했다―과 10주년을 기념하여 개관한 프로젝트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2012년에 개관해 국내 젊은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에 이어 새롭게 선보이는 디 뮤지엄은 감각적인 전시와 교육·문화 프로그램 등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남동 독서당로의 야트막한 오르막에 자리한 디 뮤지엄을 향해 걷다 보면 무지개를 발견할 수 있다. 구름한 점 없는 하늘과 아파트 벽에 걸린 무지개를 보며 생긴 의문은 디 뮤지엄 건물 앞에 선 후에야 풀리게 된다. 디 뮤지엄 건물의 한 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홀로그램 포스터가 뿜어내는 오색의 빛은 ‘공간을 채우는 빛’이라는 전시의 주제를 알리는 동시에 디 뮤지엄에 온 것을 환영하는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지며, 명도가 다른 회색 블록을 쌓아올린 듯한 독특한 건물의 외관도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빛의 장악력
디 뮤지엄의 전시장은 기둥이 없는 공간으로 설계되었고 4m부터 최대 8m 높이의 구조로 변형할 수 있어 변화무쌍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이런 구조적 특징 덕분에 ‘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Spatial Illumination–9 Lights in 9 Rooms’을 기획한 손명민(디 뮤지엄 수석 큐레이터)은 예민한 소재인 ‘빛’을 위한 전시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개관일에 진행된 아티스트 토크에서 손명민은 “빛은 간섭을 받기 쉬운 소재이기에 완벽한 공간이 필요했다”며 독립된 9개의 방이 만들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색으로 사람의 눈을 현혹하다가도 흑·백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단순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빛은 우리의 인식과 감각에 색다른 자극을 준다. ‘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전은 이런 빛의 속성이 예술적 표현의 매체로 진화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빛이 확장되는 과정
9개의 방을 잇는 단 하나의 복도는 관람객이 정해진 순서대로 작품을 만나도록 하는 의도적인 장치이며, 이 순서를 통해 관람객은 방을 지날 때마다 색, 소리, 움직임과 같은 감각적인 요소를 통해 감성을 자극받는다. 점차 자극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한 차원 높은 공간을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다. 마지막 작품을 끝으로 어둠과 빛이 반복되던 전시 공간을 빠져나오면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방의 네온 폼스Neon Forms는 순수한 빛을 체험하게 한다. 백색광을 내뿜고 있는 네온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빛 그 자체지만 불규칙한 선을 그리고 있어서 낯설게 느껴진다. 세리스 윈 에반스Cerith Wyn Evans는 전작을 통해 세상 모든 것의 ‘덧없음’을 이야기했다.
그의 대표작 거품 방울을 파는 행상인Bubble Peddler―일본 가부키에서 기요모토 음악에 맞추어 추는 격렬한 춤을 표현한 작품―에서는 화려하지만 금세 터져버리는 거품을 이용해 존재의 무상함을 표현했다. 반면 네온 폼스는 작가가 일본 전통극 ‘노’에서 연기하는 배우의 움직임을 네온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일시적인 움직임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의 복잡하게 얽혀있는 네온이 그리는 선을 따라가다 보면 춤을 추는 배우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세상만사의 덧없음에 대한 멜랑콜리를 느낄 수 있다.
정면에서 보면 평면처럼 느껴지는 프라이머리Primary는 작가 플린 탈봇Flynn Talbot의 말처럼 “작품에 가까이 가면 이것이 깊이 있는 3차원 작품”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다. 빛의 삼원색인 RGB―빨강, 초록, 파랑― 광원을 삼각뿔 형태의 오브제에 투영시킨 이 작품은 빛과 조각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색과 형태를 보여준다. 작가는 빛과 사람의 연결을 목표로 작업을 해 왔다. 이런 작가의 경향은 사람의 손이 닿아야만 빛을 내는 조명을 비롯하여 서울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인 컨투어 미러Contour Mirror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등고선과 지문의 모양에 착안해 만들어진 조명이 설치된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안에서 작품이 아닌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관람객이 잠시 거울 앞에 멈추어서 자신안의 빛을 발견하고 내면을 성찰하기를 원했다.
다음 방에서는 어윈 레들Erwin Redl이 빛으로 세운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LED와 전구를 이용한 공간 중심적 작업을 해왔다. 이런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가상 공간과 현실 공간에서 오는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 원형으로 촘촘히 배치된 광섬유에서 발현되는 빨강과 파랑의 빛줄기는 원기둥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무형의 빛이 만든 선으로만 이루어진 이 건축적공간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내뿜는 동시에 보는 이를 압도한다. 라인 페이드Line fade가 만들어 낸 공간 안으로 들어서면 원기둥 밖에서 작품을 바라봤을 때와는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네 번째 방에 들어서면 작품을 감상하기 전 신발 위에 덧신을 착용해야 한다. 바닥을 포함하여 오직 하얀 벽으로 이루어진 세 공간에 투영되는 형광 빨강, 초록, 파랑 빛은 몽환적인 뮤직비디오에나 나올 법한 장면을 연출한다. 옵아트―옵티컬 아트(optical art)의 준말로 기하학적 형태와 색채를 이용하여 시각적 착각을 다루는 예술 장르―의거장인 카를로스 크루즈-디에즈Carlos Cruz-Diez는 색과 빛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으며 1960년대부터 선보여온 크로모세추레이션Chromosaturation에는 수년간의 작가의 연구가 응축되어 있다. 이 작품의 이름은 색채를 뜻하는 크로마chroma와 포화도를 의미하는 세추레이션saturation의 합성어이다. 색채로 가득 찬 이 비현실적인 공간은 다양한 색상을 동시에 받아들이게 해 관객에게 혼란을 준다.
1층의 전시 공간을 모두 둘러보고 다음 작품을 보기위해 방문을 열면 머리 위에서 빛이 쏟아져 내린다. 샹들리에 형태로 제작된 미러 브랜치Mirror Branch는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 설치되었다. 나뭇가지 모양의 샹들리에에 달린 수천 개의 미러 디스크mirror disc는 그위에 설치된 조명을 다양한 방향으로 반사한다. 계단을 천천히 오르며 벽에 드리워진 나무 형태의 그림자와 빛을 즐기다 보면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숲 속을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빛은 반사될 때 비로소 드러난다’라는 개념에서 출발한 이 스튜디오 로소Studio Roso의 작품은 빛과 그림자를 통해 공간과 작품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내러티브를 보여준다.
여섯 번째 방의 문을 여는 순간 화려하게 빛나는 타일과 음악 소리에 넋을 빼앗긴다. 수백 개의 육각형 타일로 이루어진 천장에 투사된 다양한 빛의 패턴과 바닷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웅장한 사운드는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에서 제페토 할아버지가 탄 배를 삼켰던 고래의 뱃속을 떠오르게 한다. 툰드라Tundra는 이 벌집 모양의 타일이 고래의 뇌세포라고 상상하며 고래가 움직일때마다 세포들이 반응하는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마이 웨일My Whale은 “바다 깊숙한 곳에 빠진 듯한 분위기를 조성해 사람들이 몰입하기 쉽도록 만든 작품”이라 말했다. 본래 브루조브 호 선박에 설치되었던 작품처럼 바닥에 깔린 카펫에 누워 작품을 감상할순 없지만, 빛과 음악에 집중하면 작품이 선사하는 공감각적인 경험에 푹 빠져볼 수 있다.
2011년 프랑스 리옹Lyon의 ‘빛의 축제La fete de lumiere’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돌풍Bourrasque은 프랑스 어로갑자기 불어 닥친 바람을 의미한다. 마치 종이가 바람에 의해 하늘로 휘날리는 순간을 포착한 것 같은 이 작품은 관객에게 과거에 겪었던 돌풍과 관련된 일을 떠올리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등의 감성적인 경험을 가능케 한다.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실내로 작품이 이동되면서 본래 리옹 신청사 앞에 설치되었을 때보다 생동감은 덜하지만, 공간이 주는 고요함으로 인해 시간이 멈춘 듯한 강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폴 콕세지Paul Cocksedge가 작품을 구현한 방법이다. 원래 빛은 구부러지지 않지만, 작가는 최첨단 소재인 발광 시트를 이용해 종이만큼이나 가볍고 유연해 보이는 조명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CMYK 램프CMYK Lamp는 관객이 가지고 있던 빛과 그림자에 대한 과학적 상식을 깨부순다. 학창시절 배운 그림자는 빛의 반대 방향에 맺히며 하나의 광원에는 하나의 그림자가 생긴다는 빛의 원리와는 달리, 데니스 패런Dennis Parren이 만든 작품의 그림자는 세 가지의 색을 가지고 있으며 세 방향으로 뻗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지점에 설치된 작은 빨강, 초록, 파란 조명을 찾을 수 있어 작품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작가는 이처럼 간결한 구조물을 통해 빛의 메커니즘을 구조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했다. 바로 옆에 설치된 공간에서는 이 작품과 같은 원리를 이용한 그림자 놀이를 할 수 있다. 움직임에 따라 색이 퍼지는 방향과 그 크기가 달라지는 그림자를 통해 작품의 원리를 몸으로 체험하며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 방에서는 선과 면으로 구성된 그래픽이 일으키는 착시 현상을 볼 수 있다. 직각으로 세워진 두 개의 벽 위에 붉은색과 흰색 선 그리고 사각형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겹쳐지면서 양파 껍질 같은 다층의 시각적 조합을 만들어 낸다. 이 2차원의 그래픽은 부피와 깊이를 가진 3차원의 공간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앞서 소개한 툰드라의 마이 웨일처럼 이 작품 또한 사운드와 영상이 결합된 작품이다. 올리비에 랏시Olivier Ratsi는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을 다른 차원으로 끌고 가기를 원했다. 또한 작가는 어니언 스킨Onion skin을 통해 작품이 보여주고 있는 공간이 정말 실재하는 것인지 우리의 착각일 뿐인지, 우리가 공간을 인식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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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의 시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나는 예술가들
제7회 서울시창작공간 국제심포지엄
‘비엔나’하면 ‘모차르트’를, ‘앤디 워홀’하면 ‘뉴욕’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예술가와 도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도시는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활동의 무대이며, 예술가는 도시의 문화적 취향과 수준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예술가가 사랑하고 가꾸는 도시는특유의 예술적 분위기 덕분에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명소가 되고 상권이 살아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도시 개발의 시대가 지나가고 도시재생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예술가는 도시재생 사업의 첨병 역할을 떠안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예술가들은 지역 명소화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인해 공들여 가꿔온 터전을 잃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가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야기하는 주범으로 혹은 젠트리피케이션의 희생자로 인식되며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사이에서 복잡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11월 27일,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열린 제7회 서울시창작공간 국제심포지엄은 ‘예술가,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도시재생’이라는 주제로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예술가와 도시의 관계를 고찰했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문화재단과 금천예술공장이 주관한 이번 심포지엄은 임대료가 저렴한 작업실이 절실한 예술가들의 입장, 젠트리피케이션을 앞서 경험한 외국 도시들의 사례, 서울이 앞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할 방향 등에 관해 국내외 경제학자, 지리학자, 정책 입안자, 예술가 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을 마련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이해
모 일간지에서 2015년의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젠트리피케이션’을 꼽을 만큼1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는 지난 한 해 크게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은 1964년 처음 쓰이기 시작한 역사 깊은 단어다. 이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라스Ruth Glass는 주택 개보수와 그로 인한 사회 계급적 변화와 주택 점유상의 변화를 의미하는 단어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사용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발견되며 늘 저소득층을 몰아내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뉴욕이나 런던 중심부에서 창고나 공장을 개보수해 아파트나 작업실로 만드는 로프트 컨버전loft conversion이나 정부 정책과 자본이 주도하는 도시 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뉴빌드 젠트리피케이션new-build gentrification의 경우는 기존 공간이 애초부터 주거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간점유 계층의 대체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commercial gentrification(기존의 상점과 카페들이 훨씬 더 거대한자본을 가진 고급 소매점이나 프랜차이즈 등으로 대체되는 현상)의 경우 격렬한 사회적 저항을 유발한다.‘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과 결과: 그것은 언제나 저소득 계층을 몰아내는가’라는 주제로 발표한 크리스 햄넷Chris Hamnett(킹스칼리지런던 지리학과) 교수는 “새로운 중산 계층의 유입도 없고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도 없는 버팔로, 디트로이트, 피츠버그와 같은 도시들은 오히려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기를 바랄 것”이라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늘 똑같은 형태를 취하지 않으며 원인도 제각각이고 그 결과도 동일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위험하며 “우리가 어느 시대, 어떤 현상을보고 있는지 섬세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
국내에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논의는 어디까지 왔을까?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쓰이고 있는 데 비해 이 현상에 대한 세밀하고 구체적인 연구는 아직 빈약한 수준이다. ‘왜 지금 젠트리피케이션인가: 국내 젠트리피케이션 논의의 유행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한 이선영 박사(킹스칼리지런던 지리학과)에 따르면 국내 언론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는 공간이 가진 고유의 분위기와 특색으로 명소가 된 북촌, 서촌, 경리단길, 홍대, 이태원, 대학로, 가로수길 등의 지역에서 오랫동안 터를 닦아온 원주민, 상인,예술가 등이 급격한 임대료 상승 때문에 그 지역을 떠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되고 있다. 이는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던 서구의 젠트리피케이션 담론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사실 젠트리피케이션 자체는 한국에서 새로운 현상이아니다. 그동안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 대신에 도시재개발, 주택재개발, 도시재생 등과 같은 용어로 이 현상을 설명해왔을 뿐이다.2 이날 토론에 참석한 박태원 교수(광운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최근 언론에 의해서 사용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는 주택계급의 변화에 주목하는 서구의 개념에서 탈피해 개념이 과잉되어 부정적인 인식을 확대·재생산하고 편향된 프레임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외국의 젠트리피케이션과 구별될 수 있는 한국적 젠트리피케이션의 특성이 발견되는지, 발견된다면 어떤 특성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던졌다. 이선영 박사는 과거엔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재개발이 행해졌지만 오늘날에는 도심과 그 주변의 도시재생이 이루어지면서 이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항하는 주체가 주거세입자에서 상가 세입자로 변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주거 세입자의 경우는 도시 외곽이나 다른 도시로 저렴한 주거지를 찾아 떠나는 대안이 존재하지만, 불평등한 임대차 계약 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는 상가세입자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선영 박사는 “과거 ‘도시재개발’이라는 용어가 중립적인 의미로 쓰였다면 최근 국내에서 유행처럼 쓰이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는 계급화에 대한 부정적 효과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문화 소비에서 문화 생산으로
거대 자본의 진출로 인한 과도한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과 상가 세입자, 지역 예술가들이 터전을 떠나기 전까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한 지역은 특색 있는 지역적 정체성과 예술적인 감성으로 소위 ‘뜨는 동네’로 주목을 받으며 주변 지역민의 부러움을 사던 곳이다.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끌던 동네가 하루아침에 몰락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런던 헉스톤Hoxton의 사례를 들어 ‘문화 소비 주도 도심 재생 전략의 문제점’을 발표한 앤디 프랫Andy Pratt(런던시티대학교 문화경제학과) 교수는 이러한 지역에서 조성되는 문화 유형은 생산이 아니라 소비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마파크가 관광객을 다시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새로운 놀이 기구에 계속 투자해야 하는 것처럼 문화적 생산보다는 ‘체험 경제experience economy(소비자에게 독특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나 관광에 기반을 둔 도시의 문화 시장은 매우 협소하며 지속가능한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다. 앤디 프랫 교수는 문화 생산이 이루어지는 창조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도시의 문화 경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문화 산업을 대상으로 한 훈련을 제공하며 재정을 전략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술가와 도시재생, 혹은 젠트리피케이션
국내 도시 행정가들도 문화의 생산가이자 창조적 계급인 예술가가 도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들을 유치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예술가들이 도시에 정착하고 뿌리내리게 하기 위한 배려는 부족한 실정이다.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대한민국 곳곳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는 바로 ‘문화’다. 2014년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된 13개소는 모두 예술가를 사업의 중심에 놓고 이들을 활용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그중 8개소 이상은 예술 창작 공간 혹은 이와 유사한 시설을 조성하려고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예술가들은 지역 명소화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첫 희생자가 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문화적 도시재생 정책으로서의 창작 공간 사업과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제로 발표한 김연진 연구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예술가들이 지역에 온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 원인으로 창작 공간의 근본적인 기능 상실을 지적했다. 창작 공간은 예술가의 안정된 창작 환경을 확보하고 예술적 컨버전스의 장으로서 기능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도시재생 사업으로 조성되고 있는 창작 공간은 본래 기능보다는 도시재생의 수단으로 이용되며 관광과 연계된 상업 지역, 예술 소비지로 기능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과 이에 따른 문화백화현상을유발한다는 것이다. 김연진 연구원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는 없겠지만 성수동, 연남동 등을 포함한 몇몇 지역에서는 자발적으로 상생 조약을 체결하거나 젠트리피케이션이 예견되는 지역의 토지 및 건물 소유의 주체가 되는 ‘공익형 알박기’,3 예술인협동조합 주택 사업 등의 대안을 실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최근 이슈로 떠오른 주제를 다룬 만큼 접수 이틀 만에 사전 예약이 종료되었고 심포지엄당일에도 수십여 명의 현장 대기자가 줄을 서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번 심포지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그만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많은 시민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문제가 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심포지엄 말미에 방청객으로부터 ‘본인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시작되고 있는 지역에 사는 예술가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이 패널들에게 던져졌다. 인디밴드들이 뭉쳐 거대 자본에 맞서 홍대앞 음식점 두리반을 지켜낸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파티51’을 제작한 영화감독 정용택은 영화와는 다른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지금 마포 주민으로 살고 있는데, 그렇다면 저도 은평구로 넘어가야죠. 어떻게 고리를 끊을 수 있겠습니까.” 다큐멘터리가 기록한 두리반의 치열한 생존기보다현실은 더 냉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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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 시민포럼의 첫 걸음
용산공원의 현재를 묻다
조순의 여의도공원, 고건의 월드컵공원, 이명박의 서울숲과 청계천, 오세훈의 DDP, 박원순의 서울역고가에 이르기까지, 민선으로 자치 단체장이 선출되기 시작한 이후 ‘대형 공원’ 조성은 단체장의 대표적 치적 사업이 되었다. 당연히 임기 내 완공이 필수적이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중도 사퇴하여 ‘서울시장 = 대형 공원 임기 내 완공’의 공식이 깨졌을 뿐이다. 그러나 최초의 국가공원의 지위를 부여받은 용산공원은 공원화 구상이 발표된 지 10여 년이 흘렀건만 (한미연합사 잔류 문제 등으로 인해) 아직 정확한 부지 면적조차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규모라면 여느 대형 공원 못지않은데 말이다. 물론 대상지가 안고 있는 난제가 여타의 공원과는 비교 불가능한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미군이 여전히 남아 있다. 불도저식 빠른 개발이 아니니 다행이라고 여길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확고하고 체계적인 큰 그림에 따라 여유 있게 진행되고 있다기보다는 돌발 변수때문에 일정이 늘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길이다.
그럼에도 ‘용산기지 공원화 구상’(2005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2007년), ‘용산공원 아이디어 공모’(2009년), ‘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2011년 고시),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2012년) 등을 거치며 용산공원 프로젝트가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2016년에는 종합기본계획에 이어 두 번째 법정 계획인 ‘공원조성계획’의 수립이 예정되어 있고, 이는 2017년에 최종 승인 및 고시된다. 정부가 공원 완공 시기로 발표한 2027년까지 어떤 다른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특별법까지 제정된 만큼 사업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다.
더딘 진행이 호재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시민 참여와 운영·관리 방안이 바로 그중 하나다. 어쨌거나 시간적 여유가 생겼으니 말이다. 2012년 국제공모 이후 열린 ‘용산공원 시민사회 대토론회’(1차: 2012년 10월 30일, 2차: 2013년 3월 15일)에서 시민 참여와 운영 방안에 대한논의가 있었지만, 조성 계획은 여전히 중앙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시민 사회와의 소통도 그리 원만해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정보가 공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계획 변경―한미연합사 잔류 및 지하철역위치 이전 등―이 이루어지는 중이며 공원의 기능과 면적도 축소될 가능성이 잔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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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도시공원의 운영 관리와 시민 참여
용산공원의 현재를 묻다
공공적인 대형 공원을 위한 상상적 기획
2015년 11월 2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했던 용산공원 국제 심포지엄을 끝으로 ‘용산공원 시민포럼 준비위원회’는 공식적인 활동을 마무리했다. 2015년 2월 용산공원 조성 부지를 세계 기념물 감시World Monument Watch(WMW)에 등재하기 위한 작업에 참여 하면서 ‘용산공원’을 처음 맞닥뜨린 후 10개월 만이다.익히 들어 익숙하지만 아직은 실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공원, 용산공원을 함께 그려 나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이 글은 용산공원과 관련해 ‘무엇인가’를 처음 기획하던 때부터 심포지엄을 마치고 다시 ‘우리의 공원’상을 모색하는 출발점에 선 현재까지 과정상의 결과물이며, 실재와 비실재로 경험한 장소에 관한 것이다.1 시작은 이러하다. 2015년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 도시공원 컨퍼런스International Urban Parks Conference에 참석했다.2 미국 각지에서 모인 1,000여 명의 도시공원 커뮤니티 리더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도시공원의 디자인과 개발 방식, 운영·관리를 위한 프로그램, 재정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컨퍼런스가 개최된 샌프란시스코는 용산공원 계획의 벤치마킹 사례로 접했던 프레시디오가 있는 곳 이라 한층 기대가 높았다. 도시의 확장에 따라 도심지와 인접하게 된 프레시디오 공원은 도시의 활력과 공원의 여유가 공존하는 생경한 장소였다. 습관적으로 계획가·설계가의 관점에서 공원을 들여다보던 경직된 사고에 경고등이 켜졌다. 도시 삶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촉매제인 도시공원의 역할을 다시 반문하기시작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완전히 공공적인 대형 공원을, 다시 말해서 모든 시간대에 모든 장소에 무료로 접근 할 수 있고 전적으로 공공의 자금에 의해 운영되는 대형공원을 찾아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어느 정도 이러한 현상은 공원의 물리적 스케일과 사회적 복잡성의 영향이다.”3
줄리아 처니악과 조지 하그리브스가 펴낸 『라지파크 Large Parks』에서 존 비어즐리는 공공적인 대형 공원의 위기를 지적한다. 이미 민관 파트너십public-private partnership에 의한 도시공원 조성과 운영관리의 당위성이 많은 사례를 통해 논증되었고, 최근에는 확장된개념의 공원 거버넌스가 논의되고 있다. 그동안 장소만들기place-making 관점에서 추진해 온 공공 주도의 순차적 방식―1단계: 정책 수립(policy), 2단계: 자금 투입 및 조성 (finance and place-making), 3단계: 관리(maintenance)―은 재고되어야 한다. 공원의 100년, 그 이상을 바라보는 국가공원을 만드는 일에 새로운 관점과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용산공원의 조성·계획 과정에는 20년 이상 논의되어 온 깊고 넓은 담론의 층위가 있다. 현재 용산공원 조성은 기본계획과 설계공모 당선안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용산공원 주변 지역의 관리·계획 수립 역시 추진 중에 있다. 현재 시점에서 용산공원 계획에 대한 이슈와 쟁점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도시공원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프레시디오를 사례로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도시공원의 혁신과 새로움을 모색하는 상상적인 기획imaginative enterprises.4 하나의 사례가 둘이 되고 연이어 늘어나 지난 11월 심포지엄에서 도시공원의 운영관리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확인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글은 심포지엄 기획 시 고려했던 관점을 공유한다. ‘좋은 공원의 계획과 설계, 그리고 이후 단계에서 누가 어떻게 공원을 운영·관리하는가.’, ‘그리고 이를통하여 어떤 가치를 창출해 내는가.’ 네 가지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는 자족적 도시공원 운영관리 모델을 실험하고 있는 시드니 하버국립공원이며, 두 번째는 연방 정부 산하 조직으로 출발하여 독립적인 트러스트 조직이 운영·관리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세 번째는 시와 민간 조직의 연대를 통해 점진적으로 조성되고 있는 시애틀의 맥너슨 공원, 마지막으로 시민 주도 단체가 정부의 유휴 부지 개발 계획을 저지하고 공원으로 지켜낸 베를린의 템펠호프다.
시드니 하버 국립공원: 자족적 공원 모델의 지향
시드니 동북쪽 연안에 위치한 시드니 하버 국립공원Sydney Harbour National Park은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이민자의 역사가 시작된 상징적인 장소이며, 남태평양연안으로 연결되는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지니고 있다. 군사 방어 기지가 점유했던 장소를 1990년대 후반 공원으로 변모시킨 사례다. 시드니 하버 국립공원은 시드니 하버 연안 250km를 따라서 위치하고 있는 6개의 수변 지역―울위치 항구와 파크랜드(Woolwich Dock & Parklands), 플래티퍼스 뉴트럴 베이(Platypus Neutral Bay), 차우더 베이(Chowder Bay), 미들 헤드(Middle Head), 조지 하이츠(Georges Heights), 노스 헤드 생크추어리 맨리(North Head Sanctuary Manly―과 2개의 섬―코카투 섬(Cockatoo Island), 스네퍼 섬(Snapper Island)―을 포함한다. 코카투 섬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는 17세기 말 대영 제국 시대에 건설된 교도소 수용 시설과 18~19세기의 산업 시설, 군사 방어 시설을 포함하는 역사·문화 유산이 있다. 특히 코카투 섬의 교도소 터Convict Site는 대영 제국 식민지에 조성된 11개의 교도소 시설 가운데 하나다. 호주 독립 이전의 역사를 보여주는 네거티브 유산으로 유럽 식민지 세력의 확장을 위해 동원되 었던, 수천 명의 청교도 죄수의 생활상을 조명하는 유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1980년대 후반까지 공공의 출입이 제한되었고, 군사 기지 폐쇄 이후에는 유보지인 상태로 방치되었다. 1990년대 초 호주의 연방 정부는 이 지역에 업무·상업 기능 복합 재개발을 구상했고, 민간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부지에 위치한 역사·문화적 자원의 가치와 자연 환경 복원의 필요성을 인식한 지역 사회는 거세게 반발했고, 공원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결국 호주연방 정부는 부지 매각을 금지하는 특별법을 재정하기에 이른다.
심주영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2015년 용산공원 시민포럼 준비위원회에 참여했다. 학부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도시의외부 공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도시의 삶에서 필요한 좋은 공원을 위해 지속가능한 도시 공원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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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e 22의 용산기지탐색사事
용산공원의 현재를 묻다
우리는 왜 경계지를 걷는가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용산기지 안을 십여 명의 일군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차선책으로 담벼락에 최대한 밀착해 있는 경계지를 걷기 시작했다. 한 뼘 두께의 회색 담벼락. 그 안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이고 그 밖은 ‘세상의 중심이요’를 부르짖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시 용산구의 땅이다. 하지만 그 어느 쪽 땅도 감지하기란 쉽지않다.
용산국가공원 조성 과정 또한 아직까지는 일반인의 참여가 불가능하다. 미군기지의 회색 담벼락처럼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국가가 만들고 있는 공원은 그들의 권력과 이데올로기로 이 땅을 비밀리에 설계하고 있는 맥락에서 엇비슷해 보인다.
우리는 누구도 주문하지 않은 이 땅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해 걷기 시작했다. 걷기는 금단의 땅이 보내는 ‘출입금지’ 경고문의 두려움을 조금씩 거두어 주었고 경계지에 쌓여 있는 삶의 장소를 정독하게 해주었다. 반복된 걷기는 마주하는 사실을 살로 녹이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고 결국 이곳의 특수한 역사가 빚어낸 현재를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걷기를 계속하면서 이 땅에 관심 있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땅의 미래를 논의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다. 이렇게 큰 땅을 온전히 나의 땅으로 상상해 보는 것.
이 땅은 원래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승천하는 쌍용쟁주형雙龍爭珠形의 길지란다. 이렇게 멋진 땅은 마땅히 ‘모두의 공원’으로 환생해야 할 뿐 아니라 어쩌면 분절된 한반도를 되찾는 더 큰 일의 예행연습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 온전한 땅의 반환은 서두르되 국가가 혼자 빠른 길을 가려한다면 우리는 다 같이 멀리 가는 길을 끊임없이 제안하고자 한다.
경계지를 걸으며 나눈 이야기들
2013년 가을, 미군기지 담벼락을 마주하고 이루어진 ‘피크닉 세미나’ 이후 담벼락에 최대한 밀착해 걷는 워킹투어세미나 ‘굿네이버스’, ‘봄나들이’, ‘같이가입시더’, ‘땅쇼’, ‘왜 이태원인가’를 진행했다. 역사적 사건과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이 땅에 관해, 미래에 초점을 두고 공공의 오너십을 논의한 이야기들을 짧게나마 소개해보고자 한다.
Gate 22는 용산미군기지 반환과 관련하여 비워질 미래의 땅의 모습을 고민하는 연구 모임 예술가 집단이다. 기지 내 공식 게이트가 21개인 점에 착안,모두에게 열린 상상의 게이트를 상징하는 Gate 22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기지 부지의 미래를 논의하는 공공 플랫폼을 만드는 데 관심을 두고있다.
www.gate22.org, cafe.naver.com/gate22, www.facebook.com/gate22.org
- 홍서희 www.gate22.org / Gate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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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 설계, 어디까지 왔나
용산공원의 현재를 묻다
2009년 용산공원 아이디어 공모전부터 용산공원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으니 벌써 6년이 넘었다. 국제공모 당선 이후 본격적으로 몸담은 기간만 치더라도 3년. 사랑의 유통기한은 지난 셈이다. 그런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사랑의 감정은 더 이상 없는데 프로젝트와 헤어질수 없다니, 당황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사랑의 빈자리를 정, 우정, 동지애 같은 감정이 열심히 채우고 있음을 안다. 낯설고, 한편으로는 서글프지만, 오히려 상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따지고 보면 정도 사랑의 일종이 아니던가.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
용산공원 프로젝트는 이미 많이 알려진 대로 1990년 6월 한국과 미국이 용산기지 이전에 대해 기본합의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공원화의 서막이 열렸다. 2003년, 한미 정상이 용산기지 이전 이행에 대한 합의서를 의결했고 이듬해 이를 대한민국 국회가 비준하면서 공원화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마침내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발표되고 용산미군기지 본체 부지의 공원화가 선포되었는데, 이는 1991년부터 국무조정실, 서울시, LH, 한국조경학회,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등 다양한 기관과 학계가 수행해 온 연구가 축적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선행 연구들은 공원의 기본 구상뿐만 아니라 주변 도시와의 상생, 재원 마련, 단계별 개발, 시민 참여 등의 방안도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한 바 있다.
사실 한국의 사회적 환경과 업무 문화에서 한 프로젝트가 20여 년간 지속되어 온 것은 특이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성숙한 논의를 통해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기위한 전략적 행위였다기보다는 아직 미군기지가 반환되지 않아 공원 조성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 어렵다는 현실의 부산물로 보인다. 물론 오랫동안 논의하고 연구하여 공원의 구상이나 전략 등 내용적 측면에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틀이 구축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공원이 실제조성되기까지 여전히 많은 절차와 단계가 남아 있다. 정부는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국토교통부에 ‘용산공원 조성추진기획단’이라는 별도 기구를 신설하여 공원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자 했지만 7년이 흐른 지금, 이 프로젝트는 아직도 ‘공원조성계획’ 단계에 머물러있는 상태다. 특히 계획된 일정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데, 2012년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에서 당선된 West 8 + 이로재 + 동일기술공사는 그 해 10월 국토교통부와 공원조성계획 및 기본설계 계약을 체결해 프로젝트에 착수했지만 현재까지 공원조성계획도 완료하지 못한 실정이다. 공원조성계획 및 기본설계는 총 30개월 계약으로 2015년 4월에 끝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그간 예산 미 반영 및 제반 여건 변화로 인해 계약 공정의 70% 정도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다행히 2016년 예산은 요청한 만큼 배정받게 되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계약 기간 연장이 불가피해졌고 상황이 또 어떻게 변할지 알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언제 공원조성계획 및 기본설계 단계가 끝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이 계약이 끝난다 하더라도 실시설계 단계가 기다리고 있고 토양오염 정화라는 변수도 남아 있어 실제 공원이 일반에게 공개되는 것은 훨씬 더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이다.
제약과 한계
물론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느릿느릿 진행됨으로써 생기는 시간적 여유를 잘 활용한다면 프로젝트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20여 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채 본격적 공원화에 착수한 것은 분명 이 프로젝트가 가진 한계다. 물론 어떤 프로젝트도 미래를 완벽히 예상하고 모든 것을 준비한 후 시작할 수는 없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를 한다 하더라도 상황은 언제나 바뀌기 마련이고 결국 문제에 맞닥뜨릴 때 마다 조정하고 해결해 나가면서 순간순간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최혜영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AECOM(전 EDAW)을 거쳐 West 8 뉴욕 오피스에서 거버너스 아일랜드(Governors Island)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2012년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에서 팀의 당선을 이끌었고 현재 서울과 로테르담을 오가며 용산공원 기본설계 및 공원조성계획 수립 프로젝트 리더로 일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이며, 친환경건축물 인증제 공인 전문가(LEED A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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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의 추진 과정과 계획 그리고 여전히 남은 궁금증
용산공원의 현재를 묻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용산공원
얼마 전,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이 1년 더 늦춰져 2017년 완료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1 공원의 완공 시기는 종전대로 2027년으로 유지되었다고 하지만, 2년이 남았다는 미군기지의 반환이나 12년이 남은 공원 완공 시점이나 뿌연 안개 속 흐릿한 물체처럼 손에 잡히지 않고 멀게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다. 2012년 4월,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를 통해 용산공원의 조성이 곧 가시화될 듯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귀환일정을 확신할 수 없는 공원의 부지는 여전히 미지의 땅이고 금단의 영역이다. 들어가 보지도 못했는데 공원을 어떻게 만들고 운영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 한미 관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는 용산공원의 운명은 공원화에 대한 모든 담론을 끊임없이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붙잡고 용산공원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면 어김없이 ‘잘 모른다’ 혹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이러한 대답은 전문가나 일반인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떻게 생겼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언제쯤 볼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는데 마음을 주기도 어렵고, 그래서 함께 할 미래를 그리기도 느닷없다. 용산의 회색 담벼락은 그저 늘 그 자리에 있는 벽으로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국제공모로 부풀어 올랐던 용산공원에 대한 관심은 다시 수면 저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런데 2015년 9월 국토부는 용산공원의 콘텐츠 발굴을 위한 수요 조사를 실시했고, 11월에는 용산공원시민포럼 준비위원회가 ‘용산공원의 운영관리와 시민참여’를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그에 앞서 7월에는 서울시가 ‘용산공원의 세계유산적 가치 규명을 위한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러한 일련의 이벤트는 용산공원 조성계획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용산공원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음을 환기했다.
그래서 준비했다. 아는 만큼 관심도 생긴다고 용산공원의 조성이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인지, 아니라면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인지, 그래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기 위해 용산공원의 내일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현 단계를 점검해 보았다. 몇 가지 사실 확인을 위해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공식적인 질의서를 보냈고, 그 답변과 관련 자료들을 통해서 질문의 답을 구성해 보았다.
용산공원 조성은 과연 진행되고 있는가
2012년의 국제공모 이후 과연 용산공원 계획은 구체 화되고 있는 것일까? 현재 국제공모 당선팀은 기본설계 용역을 진행 중이다. 용산공원 조성은 2007년 7월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하 특별법)에 근거한다. 이 특별법에 따라 2011년 10월 ‘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당시국토해양부)는 2011년 말부터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를 실시하여 그 다음 해 당선작으로 ‘West 8+이로재+동일기술공사’의 설계안 ‘미래를 지향하는 치유의 공원Healing: The Future Park’을 선정했다. 설계공모 직후에는 2015년 중반까지 기본설계가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예산 배정 문제와 주변 여건 변화를 이유로 기본설계 기간이 연장되었다.
현재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2017년 상반기까지 공원조성 계획을 수립하고, 2018년까지 사업자 선정 및 실시 계획 수립을 거쳐 2019년부터 공원 조성 공사 1단계를 착공할 예정이다. 잔여 부지의 공원화와 주변 지역과의 연계 등은 2027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공원조성의 기본 전제인 용산 미군기지 이전 시점에 관해서 국토부는 “국방부가 주한미군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중에 있으며, 국방부에 따르면 2016년까지 평택기지 건설이 마무리되고 2017년까지는 미군 부대 이전이 대부분 마무리되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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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의 현재를 묻다
Present Challenges of Yongsan Park
지난 2012년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이후 현재 용산공원 조성은 어떤 단계에 와 있을까? 현재 용산공원의 기본설계가 진행되고 있으며 콘텐츠 발굴을 위해 부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시민들뿐만 아니라 의외로 많은 전문가들사이에서는 공원의 상에 대한 정확한 합의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군기지 이전 일정이 불확실하다는 현실이 공원에 관한 논의를 지난하게 만들거나 미지의 영역으로 밀어버리기도 한다. 용산 관련 논의에서 최근까지도 되풀이되어 제기되는 문제는 그 땅에 들어가 보지 못한 상황에서 공원화 논의는 ‘성급하다’는 의견이다. 혹은 ‘모른다’, ‘궁금하다’는 이야기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 용산공원의 추진 과정과 계획 그리고 여전히 남은 궁금증 _ 김정은
• 용산공원 설계, 어디까지 왔나 _ 최혜영
• Gate 22의 용산기지탐색사 _ 홍서희
• 해외 도시공원의 운영 관리와 시민 참여 _ 심주영
• 용산공원 시민포럼의 첫걸음 _ 김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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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와 디테일] 자연석 쌓기 유감
안정적인 외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는 수평이 맞는 평평한 상태의 공간이다. 물론 약간의 경사가 있는 환경이 더 흥미로울 때도 있지만. 경사가 있는 외부 공간을 수평으로 만들어 사용 가능한 땅을 더 확보하는 방법은 옹벽을 세워서 그 앞의 공간을 늘리는 것이다. 이때 옹벽이라는 구조물이 쓰인다.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만들기 위해 일정 깊이로 땅을 파고 콘크리트 등의 견고한 구조물을 땅 속에 단단히 고정시킨 후, 그 위에 벽을 세워서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 주는 방법이다. 옹벽은 공정이 복잡하므로 공사에 사용할 수 있는 땅이 충분할 때 가능하기 때문에 장소가 협소하거나 토압으로 인한 구조적인 위험이 있는 공간에서는 사용하기가 번거롭다. 그래서 조경 분야에서 소규모 경사를 처리할 때는 자체의 중량만으로 토양의 압력을 받아내는 자연석 쌓기를 많이 사용한다. 시내 어디에서든 경사가 조금이라도 있는 곳이면 이 기법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돌과 돌 사이에 석간수라고 불리는 나무를 식재하기 때문에 회색의 콘크리트 옹벽보다 사랑받는 듯하다. 왜 그런 것일까 생각해보면 아마 자연스럽다는 게 그 이유일 것이다. 인공의 대명사인 콘크리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자연의 상징인 돌이라는 소재에 초록의 나무까지 곁들일 수 있으니 그 자연스러움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자연 소재의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자연 소재의 나열이 자연스러움에 대한 미학적인 정당성을 줄 수 있을까.
이대영은 여기저기 살피고 유심히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작고 검소하며 평범한 조경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영남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우대기술단과 씨토포스(CTOPOS)에서 조경의 기초를 배웠다. 조경설계사무소 스튜디오엘(STUDIO L)을 시작하고 작은 작업들을 하고 있다. www.studio8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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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감] 알뜨르비행장
알뜨르비행장 부지를 보기 전까진 제주에서 평평한 들판을 보리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들판을 보며 내 고향 김제평야를 떠올렸고, 전쟁과 죽음보단 평안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릴 적 평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문이다. 그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군더더기 없는 형태와 최소한의 기능을 담은 수문은 과하지 않고 비례도 완벽했으며 들판 한가운데 서있는 조형물로도 손색이 없었다. 알뜨르 격납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행기를 감추기 위해 게 껍질처럼 최소한의 체적을 가진(물론 은신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겠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이 조형물 못지않았다. 때론 토목 구조물이 절대적인 단순함으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들판에 점점이 박혀있던 수문 구조물이 격납고의 유니크한 형태와 아스라이 오버랩된다. _ 김용택
김용택 소장이 쓴 글이다. 아마 10월호나 11월호에 알뜨르비행장이 다뤄졌다면 ‘공간 공감’ 멤버들의 휴대전화 속에만 영원히 잠겨 있었을 멘트다. ‘공간 공감’ 필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답사를 하고 한자리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 후, 하루나 이틀 동안 공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후 단체 카톡방에 단상을 올렸다. 다섯 모두가 비슷한 시선과 문제의식을 내보여, 각각의 단상에 변별점이 없었던(달리 표현하면 읽는 재미가 덜했던) 경우도 있었지만, 휴대전화의 저장 장치 속에만 묻어두기에는 아까운 경우가 많았다. 실험적으로, 이번 호는 그 단상만으로 한 호를 꾸렸다. 담당 에디터의 요청 탓이다. 답사의 목적지가 아니었던 알뜨르비행장을 다룬 것도 그의 제안이다. 지난 호에 실린 ‘환경조경대전’ 수상작 중에서 무려(?) 2작품이나 알뜨르비행장을 다루었다며 이번호 대상지로 강권했다. 다섯 명의 카톡 단상을 싣다보니, 부득이 일부만을 발췌했음을 밝혀둔다.
이 연재를 위해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대학교정욱주 교수와 서울시립대학교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하여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며, 2014년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유쾌한 답사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