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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산 롯데캐슬 골드포레 Yeonsan Lotte Castle Gold Forêt
    연산 6구역은 남쪽의 금련산과 인접하여 쾌적한 환경에 놓여 있지만, 남북을 기준으로 단차가 20미터가 넘는 부지였다. 단지 남쪽에는 미관을 해치는 나지가 있어 이에 대한 해결책도 필요했다. 단차 극복과 차폐를 설계의 주안점으로 삼았다. 단지 중앙에 평지의 오픈 스페이스를 확보하고 외곽부와의 단차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동선을 1/12의 구배로 계획하고 옹벽 등 불량한 경관을 차폐하는 다양한 공간을 계획했다. 설계 콘셉트는 ‘블루 포레 파크(Blue Foret Park)’다. 풍성한 녹음의 숲과 푸른 물결을 담은 리조트풍의 외부 공간을 만들고자 다양한 특화 공간을 계획했다. 단지 중앙에 물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는 세 개의 수 공간(레이크플라자, 포레스트밸리가든, 블루펀가든)을, 주동 사이사이 공간에 특색을 더하는 네 가지 정원(그라스스트림가든, 갤러리 가든, 파인퓨어가든, 테라스가든)과 수종별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다섯 가지 테마 숲(사계숲, 파인숲, 동백숲, 굴거리나무숲, 배롱나무숲)을 마련했다. 금련산맥은 기장군의 달음산에서 영도구의 봉래산까지 이어지는 산맥이다. 대상지 배후에 위치한 금련산맥을 형상화한 석가산을 단지 중앙 광장(레이크플라자)에 조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공간을 전개해 나갔다. 거의 모든 주동에서 석가산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위치를 선정했다. 산맥의 형상을 구현하기 위해 면적 500제곱미터 이상의 산수 정원에 넉넉한 규모의 석가산과 생태 연못을 조성했다. 퍼걸러와 바 테이블, 티 하우스 등을 더해 이용자의 편의를 높이고, 정원을 한 바퀴 빙 둘러볼 수 있는 순환 산책로를 통해 다양한 공간을 하나로 엮었다. 레이크플라자와 인접한 두 가지 수공간은 공간의 연계성을 한층 높인다. 남쪽에는 풍부한 녹음과 자연형 계류가 있는 포레스트밸리가든을 마련했다. 마치 물이 석가산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경관이 연출되며, 단지 중앙부터 외곽까지 구불구불하게 뻗어 나가는 녹지의 형상으로 좀 더 자연스러운 자연 풍경이 펼쳐진다. 북쪽에는 물놀이 시설을 갖춘 어린이 놀이터를 조성했다....(중략)... *환경과조경388호(2020년8월호)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 제이티이엔지, 롯데건설 디자인연구소 시공 롯데건설 조경 시공 경원필드 위치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834-4번지 일원 면적 대지 면적: 47,672m2(1,230세대) 조경 면적: 22,972m2 완공2020. 7. 사진 유청오
    • 제이티이엔지 + 롯데건설
  • [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 그래스호퍼 연대기 Ⅱ
    변신 Ⅱ 카프카의 ‘변신’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변한 것이 아니라 주인공 스스로가 변했다고 믿는 정신 착란 상태였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레고르가 경제력을 잃자 나태해져 있던 가족들이 지금까지의 고마움은 잊고 갑자기 벌레 보듯 그를 바라보게 된 거라는 해석도 있다. 변신은 물론이거니와 ‘학술원에의 보고’와 ‘시골의사’ 등 그의 다른 단편들에서도 카프카는 아무것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물론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우리는 언제나 꽤 아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처럼, 그런 방식이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위대한 표현 방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스호퍼 연대기를 시작하고 나서 나 또한 실존적 모순에 빠지고 말았다. 내가 그래스호퍼를 알기 때문에 연재를 하는 것인지, 그래스호퍼에 대해 말해야 하기 때문에 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래스호퍼를 잘 안다고 추켜세워 주는 것을 사람들은 현대적인 유머처럼 즐기고 있는 것인지. 20대 이후에는 늘 결국 아무것도 의미 없을 거라는 근본적 허무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그러면서도 이 연재를 시작한 뒤 온갖 그래스호퍼 영상을 밤마다 보고 있는 나 자신이 이해가 안 간다. 이건 내가 아니다.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 어느 시점에선가 정말 벌레로 변해버린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그 시선들이 사실은 진짜 나를 바라보고 있던 건지 도 모른다. 목록 Ⅱ 그래스호퍼로 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계속 나열해보겠다. 하지만 한 달쯤 지나 생각해보니 사실 그게 맞는 목록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스호퍼에 그래놀라와 요거트를 타서 단백질이 풍부한 저칼로리 디저트를 만든다고 한들 누가 뭐라고 할까. 그런 고민을 결국 떨쳐내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그래스호퍼를 잘 알기 때문에 연재를 하는 사람인지, 잘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잘 알아야 하는 건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취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것들이 언제나 인생을 망치지만. 지난 연대기에서는 그래프 매퍼로 로프트를 하는 예시를 들어 파라메트릭 모델링을 진행하는 기초 구조를 설명했다. 이번에는 그 스크립트를 몇 단계 발전시켜 하나의 프로젝트 모델을 완성해보겠다. 그림 1은 스크립트의 전체 구조다. 00_Loft Base가 모델링의 기본 서피스를 구축하는 섹션이고, 여기에 논리 구조별로 01_Tween Surface, 02_Wood Generator, 03_Fish-Wave Maker 섹션을 단계적으로 구축해 모델을 발전시켰다. 1번부터 설명해보겠다. 트윈 서피스 트윈 서피스(Tween Surface)(그림 2)는 트윈 커브(Tween Curves)라는 명령을 사용해 두 개의 입력 커브 사이에 연속성을 갖는 새로운 면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선을 내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해 생성한다는 거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곡면의 연속성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라이노의 모든 커브 관련 명령어는 커브를 구성하는 정보들을 재구성해 새로운 결과 커브를 구축한다. 트윈 커브는 2개의 입력 커브 사이에 몇 개의 중간 커브를 만들지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면 A에서 B로 향하여 형태와 곡률의 연속성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변하는 커브들을 만든다. 나는 우선 A와 B 사이의 가상의 면을 7개로 나누는 참조 값을 대입해(레인지, Range 사용) 6개의 중간 커브를 만들었다. 그리고 입력 커브들을 포함 0에서 7번까지 총 8개의 커브를 0에서 6번, 1에서 7번의 두 그룹으로 나누고(시프트, Shift 사용) 그래프트Graft를 사용해 데이터 구조를 맞춘 뒤 로프트로 7개의 기본 서피스를 만들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88호(2020년 8월호)수록본 일부 나성진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GSD에서 조경을 전공했다.한국의 디자인 엘,뉴욕의 발모리 어소시에이츠(Balmori Associates)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West 8의 로테르담과 서울 지사를 오가며 용산공원 기본설계를 수행했다.한국,미국,유럽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파트너들과 함께 얼라이브어스(ALIVEUS)라는 대안적 그룹을 열었다.
  • [공간잇기] 흐릿한 고향 땅, 이야기 지층을 찾아서
    내 고향이니까 다시 돌아왔죠 멀리 북한 땅까지 한눈에 보이는 소이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철원평야는 과거 철원 시가지가 있던 곳이자 사방이 탁 트인 넓은 평원이다. 한국전쟁 때 피난 갔다 고향 땅이 그리워 다시 돌아왔다는 1928년생 임희순 할아버지는 더 이상 번성했던 구철원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없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송두리째 사라진 고향은 이제 기억에만 존재해 이따금 꺼내 볼 뿐이다. 철원에서만 15대를 이어온 임 씨 집성촌에서 태어난 임 할아버지는 “철원은 대대로 땅이 비옥하고 좋아 쌀농사가 잘되서 어릴 적 가난하고 없이 살아도 흰 쌀밥만큼은 배부르게 먹었다”고 회상한다. 피난 가서 처음 보리밥을 접해 기름진 고향 땅이 더욱 그리웠다는 그는 친척이자 이웃이던 동네 사람들과 마당에 모여 쌀로 온갖 음식을 만들어 먹던 기억을 풀어놓는다. 마당의 모습, 가족 구성원, 멀리 보이던 석양과 초가집에 대해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이야기하며 마치 그날 그때로 되돌아간 듯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철원역에 있는 쌀 저장 창고에 쌀 포대를 실어 나르던 일본군 트럭을 뒤따라 쫓던 기억부터, 학창 시절 철원역에서 금강산전기철도 타고 금강산으로 소풍을 갔던 추억, 해질녘 한달음에 뛰어올라 바라보던 숨 막히게 아름다운 철원평야와 시가지 풍경이 아직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에 선하다. 모두 사라진 지 오래지만 할아버지에게는 절대로 잊히지 않는 애틋하고 번성했던 고향의 일상 풍경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일상의 장소, 철원평야 일상이란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의미한다. 개인과 역사, 사회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상호 관계성을 탐구하는 일상사 연구의 거장 알프 뤼트케는 역사 속 이름 없는 대다수 사람의 삶은 고난 속에서 일궈낸 생존의 역사이며 ‘역사 속의 일상들(historische altage)’이라 했다. 또한 역사학자 세르토(M. de Certeau)는 역사가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흔적을 마을과 같은 일상의 장소에서 찾는다고 했다. 일상에 대한 탐구는 단순하거나 단편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개인이 영향 받고 관계 맺는 생활 속 모든 대상과의 유기적 상호 관계를 세밀히 관찰해야 한다. 임 할아버지의 경험과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고향의 마당, 골목, 평야, 석양의 모습은 유년 시절 일상의 장소에 관한 기억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회가 담긴 이야기 속 철원역, 일본군, 쌀 저장 창고와 철원평야는 묵직한 역사의 흔적이기도 하다. 거시적인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받은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가 하나둘 모여 고향 땅의 흔적을 찾아주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의 지층을 드러내는 중요 단서가 된다. 일상의 장소란 우리 주변의 평범한 환경이자, 자연적이고 문화적인 대물림 속에서 사람들과 관계 맺고 교류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환경을 말한다. 개인이 애착을 갖는 일상의 장소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수집하고 이를 역사·문화적 맥락에 놓는 일은 평범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비무장지대DMZ 접경 지역인 철원은 정치적, 지리적 특성이 마을 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대표적 장소다. 남북이 번갈아 통치했던 수복 지구라는 특성과 1953년 정전협정 같은 사건은 철원의 역사·문화적 환경 조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굴곡진 역사의 철원평야를 터전으로 삼은 주민들의 일상이 녹아든 사라진 장소, 그곳에 얽힌 평범한 이웃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피할 수 없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 처절한 일상은 자유와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88호(2020년 8월호)수록본 일부 서준원은 열다섯 살부터 대학 졸업 후까지 뉴욕에서 약10년간 생활했다.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s School of Design)인테리어디자인학과에서 다양한 주거 공간에 대해 공부했고,한국인의 생활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를 수료했다. SOM뉴욕 지사, HLW한국 지사, GS건설,한옥문화원,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등에서 약16년간 실내외 공간을 아우르는 디자이너이자 공간 연구자로 활동했다.한국인의 참다운 생활 환경을 위한 디자인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품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 공간 연구를 위해 곳곳을 누비며‘공간 속 시간의 켜’를 발굴하는 작업을 긴 호흡으로 해오고 있다.
  • [북 스케이프] 정원, 제3의 자연
    존 딕슨 헌트(John Dixon Hun)t가 『그레이터 퍼펙션즈(Greater Perfections)』의 앞부분에서 가장 심도 있게 다루는 내용은 ‘정원이란 무엇인가’다. 모두가 아는 단어라도 일상과 학문에서의 쓰임이 다르니 그럴 때일수록 정의를 내리는 일이 중요하다. 정원에 대한 수많은 정의가 있으나 형태(둘러싸임)와 성격(즐거움 혹은 생산), 자연적 요소와 문화적 요소의 결합 등이 공통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원으로 보면 정원은 항상 위요되어 있거나 어떻게든 주변과 달라 보인다. 그렇다면 정원과 달리 보이는 주변은 어떤 곳이며, 어떤 이유로 정원은 다르게 보이는가? 르네상스 시대의 정원 연구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예술로서의 정원에 관한 논의는 르네상스 인문학자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이들은 정원을 ‘제3의 자연(terza natura)’이라 칭했다. 헌트 등의 연구자들이 정원 이론 연구에 도입한 이 개념은 16세기 중엽의 르네상스 인문학자인 야코포 본파디오(Jacopo Bonfadio)와 바르톨로메오 타에조(Bartolomeo Taegio)등이 사용한 신조어다. 『그레이터 퍼펙션즈』에서 헌트는 본파디오의 서간문을 주로 인용한다. 동료 인문학자 플리니오 토마첼로(Plinio Tomacello)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본파디오는 고향 가르다 호숫가에 있는 자신의 시골집을 설명한다. 고대 로마의 소 플리니우스(Pliny the Younger)의 레토릭을 모방한 이 서간에서 그는 우선 주변 경관을 보고, 호숫가와 비탈로 시선을 돌리고, 이어 정원을 묘사한다. 그의 정원은 신화 속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이나 알키노오스 왕의 정원처럼 과일이 풍성하며 행복하고 축복받은 곳이다. 이는 마을 사람들이 노력해 이룬 것으로, 자연이 예술과 결합되고 나아가 예술과 같은 성질을 띠게 됐다. 본파디오는 그 결과 ‘제3의 자연’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용어를 따로 설명하진 않는다.1 타에조 또한 예술과 자연이 결합해 그 사이에 서 제3의 자연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만 한다. ...(중략)... 각주 1. Jacopo Bonfadio, Lettere famigliari di Jacopo Bonfadio, Brescia: Presso JacopoTurlini, 1746, pp.12~20. *환경과조경388호(2020년 8월호)수록본 일부 황주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하고,미술사학과에서 풍경화와 정원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박사후 연수를 마쳤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 종로 우리동네 놀이터 설계공모 한수그린텍·오파드건축연구소 팀, 제드건축사사무소·한국공간디자인학회 팀 당선
    종로 지역 곳곳에 자연과 어우러진 어린이 놀이터가 새롭게 마련될 예정이다. 지난 4월 종로구는 지역 어린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특색 있는 놀이 공간을 마련하고자 ‘종로 우리동네 놀이터 조성사업 설계공모’를 개최했다. 사업 대상지를 동부권과 서부권으로 나눠 근린공원 내 놀이터와 야외 생활 체육 시설 등 11개 공간을 선정하고, 그중 자연환경이 우수하고 이용률이 높은 여섯 개 부지(청운공원, 평창2운동장, 수송공원, 원서공원, 창이놀이터, 숭인공원)에 대한 공모를 진행했다. 참가자는 동부권 혹은 서부권 부지를 선택해 세 개의 놀이터를 계획해야 했으며, 주변 자연과 지형을 활용한 놀이 시설을 계획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 설계의 주안점이었다. 김선아(SAK건축사사무소), 유재춘(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김효영(서울시 공공건축가), 안병호(PMI건축사사무소), 최상훈(롯데건설 CM사업본부), 편해문(놀이터 디자이너), 이현삼(서울시 조경과), 박신규(서울시 건축기획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6월 9일 심사를 진행해 권역별 당선작을 선정했다. 서부권에는 한수그린텍·오파드건축연구소 팀이, 동부권에는 제드건축사사무소·한국공간디자인학회 팀이 선정됐다. ...(중략)... *환경과조경388호(2020년8월호)수록본 일부
  • 진주백년공원 구 진주역 복합문화공원 조성 설계공모 당선작, 스튜디오201 설계
    구 진주역사가 지역 특색을 살린 문화 공원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2012년 주약동에 있던 진주역이 가좌동으로 이전하며, 기존의 역사와 폐선로는 오랜 시간 활기를 잃은 채 방치되어 있었다. 진주시는 이 유휴 부지를 낙후된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공원으로 만들고자 ‘구 진주역 복합문화공원 조성 기본 및 실시설계 공모’를 개최했다. 시민의 휴식과 정서 함양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역사 문화 자원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과 연계한 관광 거점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대상지 인근으로 자리를 옮길 국립진주박물관과의 연계성, 주민 생활 환경 개선, 생태 환경 보존 및 역사 자원 정비도 요구됐다. 지난 3월부터 석 달간 진행된 공모에 7개 작품이 제출됐고, 6월 22일 열린 심사에서 스튜디오201의 ‘진주백년공원’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입상은 스튜디오 엠오비(2등작, 상금 3,600만원), 플로건축사사무소(3등작, 상금 2,700만원), 비에스환경디자인그룹(4등작, 상금 1,800만원),CA조경(5등작, 상금 900만원)이 차지했다. 심사위원회는 진주백년공원은 “일반적 문화 공원의 형태를 뛰어넘어 단절된 역사와 문화를 다시 잇는 공원으로 설계됐으며, 구 진주역의 흔적을 잘 살리면서도 편안한 공간으로 구성됐다”고 평했다. 당선팀에게는 설계권이 주어지며, 올해 중으로 설계를 마무리해 2021년까지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진주백년공원 구 진주역 부지는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는 폐쇄된 공간이었다. 이 땅을 문화를 담은 공원으로 조성해 도시 변화로 인해 소외되었던 구도심을 되살리고자 한다. 완결된 형태의 공원이 아닌, 구도심의 변화와 새로운 시설 및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빈 공간이자 열린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8호(2020년8월호)수록본 일부
  • [편집자의 서재] 도큐멘테이션
    부끄러운 건지 슬픈 건지 모르겠지만, 책을 만드는 나도 좀처럼 책을 읽지 않고 있다. 책보다 더 최신이고 유용하며 무엇보다 흥미를 돋우는 것들이 너무 많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시시각각 구미를 당기는 콘텐츠가 올라오고, 넷플릭스와 왓챠 같은 OTT 서비스에는 볼거리가 차고 넘친다. 그러다 문득, 손바닥만 한 화면 속 무한한 세계가 공허하고 LTE의 속도감에 급 피로해질 때 그제야 책에 눈을 돌린다. 일단 클릭하게 만드는 광고나 추천 영상이 없는 책 속 시간은 스마트폰보다 한층 느긋하게 흐른다. 클릭, 재생, 공유로 바빴던 손가락에겐 때에 맞춰 종이를 넘기는 단순 업무가 주어진다. 손끝에 닿는 종이의 촉감이 오랜만이라 어색하기도 하지만 곧 나만의 속도로 활자와 이미지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뇌가 말랑하던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쓰지 않아서인지 화면을 통해 무언가를 읽고 이해하는 일은 영 더디기만 하다. 돌고 돌아 책의 영향권 안에 다시 들면 진화가 덜 된 호모스마트쿠스2에서 간만에 제 기능을 하는 호모사피엔스가 된 기분이다. 『도큐멘테이션』1은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10년(2007년~2017년)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묘한 매력을 가졌다. 누드 사철 제본으로 실로 엮인 종이의 단면이 책등에 그대로 드러나고, 모든 페이지는 180도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600쪽이 만드는 두께감에 비해 의외로 가볍고 재생용지의 거친 듯 보드라운 촉감과 구수한 냄새는 친숙하다. 책의 물성을 극대화한 외관에 비해 구성 방식은 아이러니하게도 SNS를 닮았다. “먹고 노는 일, 일에 대한 생각 등이 사용자가 올리는 순서대로 게재”3된 페이지를 죽 나열하면 하나의 인스타그램 피드처럼 보일 것이다. 누군가의 SNS 계정을 통해 그사람에 대해 대강 알 수 있듯이 특별한 구분 없이 지면에 포개진 사진들은 조경가 박승진의 일과 일상을 예사롭게 드러낸다. 도면, 모형, 작업 테이블, 출장과 여행 중 만난 소소한 풍경은 감각적이면서도 일상적이다. 그에 반해 어둡고 잔뜩 흔들린 사진, 공사 현장, 출장 중 묵은 숙소, 특별할 것 없는 거리 풍경은 흔히 볼 법한 사진이다. 박 소장이 난생처음 퍼머를 하며 찍은 셀피나 (그를 패닉 상태에 빠뜨린) 18대 대통령 개표 방송 화면은 책보다는 SNS와 어울린다. 대부분 사진이고 실린 글을 다 합쳐도 30쪽에 불과한 책쯤이야. 금세 읽겠다는 예상과 달리 생각보다 오래 잡혀 있었다. 박승진의 글은 단순하면서도 깊이가 있어서 찬찬히 보게 되는 그의 작품과 닮아 있다. 글에 종종 등장하는 목욕탕과 맥주처럼 소소한 만족감을 주는 문체에 정이 갔고, 자연과 땅에 대한 고민의 말들 앞에서는 죽죽 밑줄을 긋고 싶었다. 속도를 내지 못한 데는 책의 생김새도 한몫했다. 어느 페이지든 활짝 펼쳐지니 종이 한 장 가득 채운 사진 에 눈이 좀 더 오래 머물렀다. 사진에 대한 설명은 맨 뒷장의 색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일일이 쪽수를 확인하며 사진과 정보를 대조하는 일은 아날로그적 감각을 자극했다. 사전을 보듯 종이를 뒤적이는 경험은 수고스럽지만 싫진 않았다. “무의미한 과장과 무책임한 소거”가 동반되지 않은 사진들은 시간의 무게를 담고 있었다. 막 시작한 프로젝트, 마무리에 접어든 프로젝트, 기본 설계를 다시 조정해야 하는 프로젝트, 준공된 프로젝트, 준공 후 점검하는 프로젝트. 저마다 다른 시제를 가진 수 개의 현장을 동시에 다뤄야 하는 고단함, 하나의 공간이 완성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이 책장을 넘기는 느린 손을 통해 어렴풋하게 체감됐다. 막연한 긍정 혹은 암울한 이야기로 종이책의 미래를 점치는 일은 이제 조금 촌스러운 유난인지도 모르겠다. 세계적인 아트북 출판사 슈타이들Steidl의 대표 게르하르트 슈타이들은 어반라이크(Urbanlike)와의 인터뷰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관계는 논쟁이 아니라 논의에 가깝다고 말했다.4 책은 아날로그의 산물이지만 정교한 만듦새를 구현하거나 홍보를 하는 데 디지털 기술의 덕을 크게 보고 있으므로 공존에 가깝다는 것이다. 영상으로만 전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듯 책만이 주는 이야기와 경험이 있다. 이번 호에는 지난 7월 오픈과 동시에 조경가들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열렬히 채운 ‘브릭웰(Brickwell)정원’이 실렸다. 소식을 뒤늦게 전하는 아쉬움은 뒤로 하고, 인스타그램 속 공간이 종이를 통해 색다르게 각색되길 바라본다. 460×275mm의 지면에 놓인 박승진 소장의 다정한 글과 일련의 시퀀스로 배열된 사진들이 ‘어 이거 봤던 건데’ 하는 독자에 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각주 정리 1. 박승진, 『도큐멘테이션』, design studio loci, 2018. 2. 스마트 시대의 기기와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사용하며 일과 삶의 영역을변화시키는 신인류를 뜻하는 말 3. 김모아, “조경가의 일과 일상 사이”, 『환경과조경』 2018년 4월호, p.140. 4. 『어반라이크』 40호, 어반북스, 2020, p.49.
  • [CODA] 멀리서 대화하기
    긴 비 소식이 싫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마른장마에 바싹 타들어 간 할머니네 밭의 고춧대가 어른거렸으니까. 또 여름비만이 주는 순간들이 좋았다. 적당히 서늘한 온도로 콧속을 적시는 바람이라든가 화단 옆을 지날 때 나는 흙내 같은 것들. 그거면 엉망으로 젖어드는 바짓단과 걸을 때마다 물을 찍찍 뱉는 운동화쯤은 기꺼이 견딜 수 있었다. 그래서 우산이 뒤집혀 비를 흠뻑 얻어맞고도 그럴 수도 있다고 웃어넘기다, 무심코 들여다본 휴대폰 속 뉴스에 당황했다. 여름이면 곧잘 놀러 갔던 항구 도시가 빗물에 잠기고 있었다. 캐리어를 들고 낑낑대며 오르내렸던 지하철역 계단이 흙탕물 폭포로 변한 모습을 먼 나라의 풍경처럼 지켜봤다. 간판이 나뒹굴고, 산이 무너지고, 차량이 흙더미에 깔렸다는 이야기가 꼭 시차가 큰 지구 반대편의 소식을 듣는 것처럼 드문드문 이어졌다. 괴상했다. 분명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 곳곳에 머무는 이들을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시대인 줄 알았는데. 열차를 타고 몇 시간만 달리면 도착할 곳이 까마득히 아득하게 느껴졌다. 폭우 관련 뉴스를 보기 위해 손가락으로 액정을 두들기며 평온한 온라인 세계를 누비다 우리를 잇고 있는 이 얄팍한 연결망을 다시 생각해봤다. COVID-19로 촉발된 언컨택트(uncontact)에 대해서도. 두 해 전부터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로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문화 동향을 예리하게 관측해온 김용섭은 언컨택트를 “불편한 소통보다 편리한 단절을 꿈꾸는 현대인의 욕망”1이라 설명한다. 이제 사람들은 “끈끈하게 스킨십하거나 만취하지 않아도 충분히 관계를 형성하는 시대”2를 원하고 “언컨택트는 우리가 가진 활동성을 더 확장시켜주고, 우리의 자유를 더 보장하기 위한 진화 화두”이며 “비대면의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욕망의 문제”라는 것.3 무조건적 단절이 아니라 직접 만나지 않아도 소통에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언컨택트의 핵심이라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얼마 전 진행한 ‘제36기 환경과조경 통신원 랜선 간담회’ 얘기다. 따스한 봄에 만나려던 계획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조금 늦추어지나 했더니 한 계절이 끝나도록 거듭 약속을 미루게 만들었다. 언제까지 가느다란 가능성에 기대어 있을 수는 없어서 큰맘 먹고 온라인 형식의 간담회를 기획했다.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질문도 주고받아야 하니 줌 화상회의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마이크를 차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만 놓으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우선 생각보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었다. 거대한 장비들이 꽤 많은 자리를 차지했고, 카메라 시야를 가리지 않는 범위에서 동선을 짜다 보니 오히려 무대가 좁아졌다. 음향 역시 문제였다. 크지 않은 세미나실에서 마이크를 사용하니 하울링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스피커에서 빠져나온 소리가 다시 마이크로 들어가지 않도록 때에 맞춰 스피커를 껐다 켜기를 반복해야 했다. 즉 사회자와 발표자가 마이크를 쓸 때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침묵 속에서 기사 쓰기의 기초에 대해 설명하다 모니터 속 60여 쌍의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의 심정이란. 같은 공간에 있지 않다는 점은 생각보다 많은 감각을 앗아갔다. 학생들이 집중을 하고 있는지는 둘째 치고, 내 말이 이해는 되는지 혹 이야기가 지루하지는 않은지 분위기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이런 불안감이 염소 울음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드러날까봐 애꿎은 생수병만 열심히 비워댔다. 처음이라 여러 부분에서 어색했을 텐데도 귀 기울여준 학생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한다. 아직 서툴고 낯설지만 이 모든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니까. 대신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조금 더 마음을 쓰기로 다짐해봤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소통은 쉽게 누군가를 소외시키곤 하니까. 더불어 전국의 의미 있는 소식들이, 또 작지만 가치 있는 공간들이 알려지지 못한 채 잊히지 않도록 좀 더 바삐 눈을 굴려봐야겠다. 각주 정리 1. 김용섭, 『언컨택트』, 퍼블리온, 2020. 2. 같은 책, pp.70~71. 3. 같은 책, pp.86~87.
  • 감각적인 휴게 시설물 ‘문 오아시스’ 기온과 대기질을 조절하는 미스트 분사 장치를 갖춘 티 하우스
    토인퍼니싱(Toin Furnishing)은 토인디자인의 실용주의 디자인 브랜드로,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실내 가구의 개념을 외부까지 확장한다. 도시 환경과 어우러져 이용자에게 편리함을 선사하는 시설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티 하우스와 퍼걸러 같은 복합 휴게 시설물부터 자전거 보관대, 벤치, 쓰레기 집적소 등 일상에 꼭 필요한 편의 시설물을 통해 디자인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최근 출시된 ‘문 오아시스(Moon Oasis)’는 보름달을 연상시키는 원형의 입구가 특징적인 휴게 시설물이다.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휴식을 즐기는 낭만에서 모티브를 얻어, 세련된 디자인의 티 하우스로 재탄생시켰다. 이용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입구에 미기후를 조절하고 미세 먼지를 저감할 수 있는 미스트 분사 장치를 설치했다. 더불어 냉난방 시설, USB 전원 포트, 다용도 테이블 등을 갖추고 있어 이용자들의 다양한 활동을 수용한다. 측면부는 폴딩 도어로 구성되어 필요에 따라 창을 열어 실외까지 공간을 확장해 이용할 수 있으며, 내부 조명이 있어 야간에도 안전하다. TEL. 02-533-3720 WEB. www.toinpld.com
  • [에디토리얼] 먼지 쌓인 앨범 속 빛바랜 공원 사진
    우연히 본 포스터 한 장에 마음이 흔들렸다. 모처럼 공모전에 나가보자. 떠들썩한 국제 설계공모가 아니라 사진을 찾아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시민 공모전이다. 서울시 공원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하나로 열린 ‘장롱 사진첩 속 남산 찾기.’ 유년의 추억을 소환하는 일은 언제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창고처럼 쓰는 수납장을 뒤져 먼지 쌓인 어릴 적 앨범들을 꺼냈다. 남산 사진이 몇 장 있을 텐데, 남산에서 열린 사생 대회에서 지금은 서울시교육청 교육정보연구원으로 쓰이는 옛 어린이회관 건물을 그려 상 탄 기념으로 찍은 사진만큼은 분명히 있을 걸로 확신했는데 도통 찾을 수 없다. 대신 어린이대공원에서 찍은 빛바랜 사진 몇 장을 발견했다. ‘어린이는 내일의 주인공, 착하고 씩씩하며 슬기롭게 자라자’라는 대통령 친필이 새겨진 기념비 앞에서 찍은 사진, 정문 지나면 바로 나오는 분수대와 하얀 조각상들을 배경으로 한 사진, 국내 최초의 롤러코스터인 ‘청룡열차’에 열광하는 사진. 아마 197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세대는 다 엇비슷한 사진들을 가지고 있을 거다. 반바지 밑에 하얀 타이츠 신고 재킷을 걸치는 게 당시 어린이들의 공원 나들이 패션이었다. 어린이대공원 자리는 마지막 황제 순종의 비 순명황후 민씨의 능 터였고, 1927년에는 서울컨트리구락부의 18홀 골프장이 들어섰다. 능동 골프장을 교외로 옮기고 어린이를 위한 대공원을조성하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는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속전속결 공사로 이어졌고, 1973년 어린이날, 광활한 녹색 초원과 놀이동산을 갖춘 어린이대공원이 문을 열었다. 당시 신문을 보면 개장일 오후 세 시에 입장객이 60만 명을 넘었고 정문 옆 미아보호소는 3백 명 넘는 아이들로 넘쳐났다. 분수대 앞의 내 사진에 새겨진 날짜도 같은 해 5월의 어느 일요일이다. 유난히 뜨거웠던 햇살과 발 디딜 틈 없는 인파에 잔뜩 겁을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서울시 기획관리관이었던 고 손정목 교수의 기록에 따르면, 제작 비용을 줄이느라 돌을 쓰지 않고 콘크리트 위에 석고를 바른 이 분수대와 조각상은 세종로 충무공 동상의 조각가 김세중의 작품이다. 1996년 서울을 처음 방문한 마이클 잭슨이 이 조악한 분수대에 반해 똑같은 작품을 자기 집 정원에 설치하려고 작가를 수소문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어린이대공원은 남산공원, 삼청공원, 사직공원 같은 산지형 자연공원이 공원의 전부였던 서울에 대형 도시공원의 시대를 열었다. 1976년의 기사를 보면 서울시민이 가장 많이 놀러 가는 곳 1위가 창경원(1년에 198만 명)이고 2위는 어린이대공원(117만 명)이었다. 어린이대공원은 동부 서울의 지도를 다시 그리게 했다. 서울시내 어느 곳에서도 한 번만 갈아타면 어린이대공원에 갈 수 있도록 시내버스 노선이 개편됐고, 대공원에 가는 버스 번호는 500번대로 통일됐다. 한적한 교외였던 능동, 중곡동, 뚝섬, 화양리 일대에 개발 열풍이 불었다. 공원이 도시의 구조를 바꾼 대표적인 사례다. 한 뭉치 사진을 보며 옛 기억의 파편들을 맞춰보다 마침내 신발 끈을 묶었다. 얼마만일까. 오랜만에 다시 찾은 어린이대공원은 흑백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이다. 인근의 서울숲보다 훨씬 한산해 쓸쓸하기까지 한 풍경은 수십 년 세월 동안 고치고 덧댄 시설과 공간의 콜라주다. 여러 시간대가 탈색된 채 겹쳐져 있다. 거의 50년 전의 지형과 조각품들에 불과 3년 전에 만든 ‘맘껏놀이터(김’ 아연 설계)가 병치되어 있다. 1970년에 지은 골프장 클럽하우스(나상진 설계)는 철거 직전에 살아남아 시간의 흔적을 견뎌내며 ‘꿈마루’(조성룡과 최춘웅 설계)로 부활했다. 마이클 잭슨이 사랑한 분수대는 그 시절 그대로고, 1980년대를 연상시키는 퇴락한 놀이동산 한구석엔 1세대 청룡열차가 부식된 채 전시되어 있다. 후문을 빠져나오며 통일교 재단 리틀앤젤스회관을 마주하고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어린이대공원 근처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음을. 시험이 끝나는 날이면 대공원 후문으로 몰려가 선화예고 여학생들을 훔쳐보다 공원 숲속으로 담 넘어 도망치던 한 무리의 십대가 그곳에 있었다. 공원 아카이브 프로젝트 ‘장롱 사진첩 속 남산 찾기’ 포스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번 달에는 설계공모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모은 기획물 “공모의 한 수”를 특집으로 기획했다. 초대에 응한 열다섯 팀 조경가들에게 감사드린다. 유튜브로 심사 과정이 생중계됐던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 설계공모’의 수상작 지면에도 많은 관심 기울여주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