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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 5-1생활권 스마트 조경 설계공모] 스마트온 파크
공원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문화적으로 현대와 미래 세대의 요구를 보장해야 하는 공간이 되었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공원이 어떻게 변화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고찰했다.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목표로 공원의 세 가지 비전을 세웠다. 첫째, 더 스마트한 공원을 만든다. 생태 및 문화 환경과 스마트 문화 콘텐츠의 융복합을 통해 독자적인 공원 문화를 생산한다. 둘째, 더 편리한 공원을 만든다. 개인형 이동 수단부터 새로운 교통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스마트 모빌리티를 도입해 공원과 도시 간 이동을 돕는다. 셋째, 더 지속가능한 공원을 만든다. 대상지는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고 녹지축이 연결되는 생태 거점이다. 이 풍부한 자연환경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공원을 조성하고자 한다.
전략
스마트 기술을 경험하는 온파크: 생활, 학습, 생태를 테마로 한 리빙온파크(livingonpark), 에듀온파크(eduonpark), 에코온파크(ecoonpark)를 계획했다. 각 공원은 세종시의 도시 구조와 같이 환상형 구조를 띠며, 각 특성에 맞는 스마트 중심 시설을 갖추고 있다. 리빙온파크의 미디어테라스는 이용자가 생산하는 스마트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플랫폼이며, 에듀온파크의 아카이브큐브에서는 증강현실,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역사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에코온파크의 에코네스트econest는 사용자 기반의 조류 탐구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생태 플랫폼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94호(2021년 2월호)수록본 일부
-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 경동엔지니어링 + 사람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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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 5-1생활권 스마트 조경 설계공모] 천정가도
세종시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도시 플랫폼을 구축해 기존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첨단 인프라와 혁신 기술로 일상의 질을 높이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스마트 기술을 이용해 만든 천개의 정원과 아름다운 길, ‘천정가도(天庭佳道)’를 제안한다. 대상지를 상징하는 세 개의 공중 가도를 거닐며 새로운 경관을 맛보게 하고, 자연 훼손을 최소화해 생태적 건강성을 높이고,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해 독특한 정체성을 확립한다.
전략
천정가도를 위한 세 가지 기본 방향을 세웠다. 첫째,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 스마트 정원을 조성한다. 뉴노멀을 맞이해 오랜 시간 체류하기보다 가벼운 산책 등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생활형 공원을 계획한다. 더불어 첨단 네트워크를 이용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 둘째, 역사와 함께 하는 정원을 조성한다. 합호서원을 중심으로 한국 고유의 선과 색, 가락이 지닌 감성과 계절의 변화가 보여주는 서정적 풍광을 통해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담은 도시 이미지를 구현한다. 셋째,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숲 정원을 조성한다. 풍성한 녹지를 따라 다양한 공간이 어우러진 생태 환경을 제공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94호(2021년 2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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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스테이트 클래시안
HILLSTATE CLASSIAN
땅 읽기
힐스테이트 클래시안(HILLSTATE CLASSIAN)은 1,476세대를 수용하는 대규모 주거 단지다. 하지만 인근의 종교 시설과 공원이 단지로 향하는 시선을 분산시키고, 레벨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성된 계단이 입구성을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남향으로 배치된 주동은 외부 공간을 분절시킨다. 주변 신길 재개발촉진지구에 들어서게 될 다른 주거 단지와의 차별화 방안도 필요했다. 단지로 들어서는 입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분리된 외부 공간을 하나의 주제로 연결하는 전략을 마련하고자 했다.
집으로 들어서며 만나는 숲의 경관
도시화로 고밀도 적층형의 주거 단지가 들어서며 도시는 자연을 가까이할 수 없는 형태로 변해왔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아파트 단지는 21세기 도시에서 커다란 숲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넓은 오픈스페이스와 다양한 수목을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더 특별해지는 숲을 조성하고자 했다. 단지의 콘셉트는 컬러풀 모던 아트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의 색이 더해지는 숲과 현대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힐스테이트 클래시안만의 숲을 계획했다.
오색의 단풍으로 물든 숲, 붉은 꽃으로 만개한 숲, 하늘을 향해 뻗은 짙은 초록의 숲 등 다채로운 숲을 단지의 첫인상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 숲들은 계단을 올라 단지로 진입하는 사람들에게 극적으로 변화하는 경관을 선사하고,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경관 요소가 된다.… (중략)
*환경과조경394호(2021년 2월호)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 라모디자인그룹(강성규, 최진아, 박희성, 주안나, 이소혜, 황지은)
조경 시공 현대건설
식재 시공 다원녹화건설
시설물 시공 조경사엔앤씨
놀이 시설 청우펀스테이션
특화 정원 I.N.G엘(이남철)
위치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로28길 9 일원
완공 2020. 10.
라모디자인그룹(Lamo Design Group)은 2003년에 설립되었다. 경관(landscape)과 모자이크(mosaics)의 영문 앞 글자를 조합해 만든 ‘라모’는 우리 삶을 채운 경관의 조각들을 조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스터플랜부터 조경 및 도시계획, 주거 단지 등 다양한 스케일과 유형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대지가 들려주는 소소한 속삭임, 사회적 요구, 변화하는 삶을 반영하는 실용적 풍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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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개봉작 상영기] 설계공모의 뒤끝
선택받지 못한 결정체
지난 연말 동심원조경에 잠시 다녀왔다. 종무식을 앞두고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춘천 시민공원 마스터플랜 설계공모’에 당선된 승자들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안계동 대표에게 공모의 뒷이야기를 들으며, 총성 없는 전쟁터에 발을 담그지 않아 다행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그 판에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이 들었다. 당선되지 못한 입상작들을 보며 여러 팀의 고뇌와 열정을 상상했고, 한편으로 예전에 참여했다 떨어졌던 공모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가슴 한 켠이 시려왔다.
선택받지 못한 설계공모 낙선작. 한국 조경의 역사가 해를 거듭할수록 설계공모 출품작들이 쌓여가지만 세상에 드러나긴 어렵다. 당선작 공고문의 맨 위에 있지 못해 의미가 없다고 하기엔 아까운 결과물들이다. 한 설계사무소의 철학과 자존심, 모든 역량이 담긴 성과는 결과를 떠나 존중받고 알려질 필요가 있다. 설계공모는 당첨이 보장되지 않는 복권이라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고 위로하기엔 너무나 많은 사람의 영혼을 끌어 모은 결정체이기에 아쉬움이 크다.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나는 1년에 두 번 정도 설계공모에 참여하고 있다. 실시설계 프로젝트와의 균형을 고려해 감을 잃지 않을 정도로, 대신 의미 있는 공모를 잘 선별해 참여하고자 한다. 최근 참여한 공모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아쉬운 것은 2018년의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 마스터플랜 국제공모’다. 폐조선소의 인프라를 그대로 남겨둔 부지가 매력적이었으며 여러모로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과제였다. 통영이라는 도시와 대상지인 폐조선소가 그러했고, 산업 유산을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이면서 부지 성격상 대규모 오픈스페이스를 품고 있는 점이 그러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94호(2021년 2월호)수록본 일부
이남진은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졸업하고,동심원조경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현재 조경기술사사무소 바이런(VIRON)을 이끌고 있으며,좋은 설계는 좋은 회사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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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스케이프] 인류 최초의 환경 파괴범, 길가메시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가 찾아왔고, 변화를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멀지 않았다는 불안한 예측마저 낯설지 않게 들려온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다시 살피며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길가메시(Gilgamesh)를 만나게 된다.
길가메시는 고대 수메르의 전설적인 왕이다. 그의 행적은 오랫동안 노래로 전해졌고, 이를 점토판에 설형 문자로 새긴 것이 인류 최초의 문학 작품인 『길가메시 서사시(The Epic of Gilgamesh)』다.1 이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보다도 이천 년 앞서 쓰였고, 신화와 문학, 전설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길가메시의 3분의 2는 어머니처럼 신이지만, 3분의 1은 아버지처럼 인간이다. 신에 가깝지만 완전한 신이 아니기에 인간의 조건인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이를 넘어서고자 분투했으나 실패한 인류 최초의 ‘히어로’로서 그의 행적은 수없이 노래되었다. 하지만 생태적 관점으로 보면 길가메시는 최초의 환경 파괴범이며, 톨킨J. R. R. Tolkien이 사루만에 대해 쓴 표현을 빌리자면 ‘나무 도살자’다.
길가메시는 강력하고 거대하고 현명하며 고귀했으나 또 소란스럽고 거만하며 충동적인 젊은 폭군이었다. 어느 날 그는 당시 장례 관습에 따라 성벽 너머 강으로 시체를 띄워 보내는 풍경을 보았다. 처음으로 두려운 생각이 든다. 모든 걸 다 가졌어도 죽으면 모든 게 사라지는 것이다. 죽음 후에도 남는 것, 즉 명예에 대한 욕구가 생긴다.
그는 삼나무 산의 나무를 베어 오겠다고 선언한다. 당시 메소포타미아에서 나무는 귀한 자원이었다. 큰 재목을 구해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모험이자 업적이었다. 큰 나무가 자라는 숲은 신들의 영역이기에 이곳의 나무를 자른다는 말만으로도 우루크의 사람들은 두려움에 떤다. 게다가 길가메시가 가려는 삼나무 산은 신들의 지배자인 엔릴의 영토다. 엔릴은 삼목이 우거진 거대한 숲을 보호하기 위해 괴물 후와와(또는 훔바바)를 숲에 두고 일곱 개의 후광을 부여했다. 후와와가 외치는 소리는 거대한 홍수이고 그의 입은 불덩이인 데다가 그의 숨은 바로 죽음이니, 숲에 들어가는 이는 누구든 병으로 쓰러진다. 우루크뿐 아니라 서구 문명에서는 오랫동안 숲 자체를 두려워했다. ‘야만적인’, ‘흉포한’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새비지(savage)는 ‘숲’이라는 뜻의 라틴어 실바(silva)에서 유래한다. 후와와는 숲에 살기에 신의 대리자가 아니라 악한 괴물로 여겨진다.… (중략)
*환경과조경394호(2021년 2월호)수록본 일부
황주영은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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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바꾼 도시의 풍경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 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4월 11일까지
올림픽과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는 한 나라의 모습을 바꾸어 놓곤 한다. 서울의 풍경도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올림픽에 앞서 1980년대에 이룩한 민주화와 경제 발전의 성과를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도시 경관이 필요했다. 63빌딩, 장교빌딩 등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도심을 따라 줄지어 들어섰고, 버스정류장 표지판 등 세세한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가로 환경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이처럼 올림픽이 건축과 디자인 업계에 불러온 반향은 경제, 사회, 문화에도 여파를 미치며 우리 생활 전반에 변화를 일으켰다.
지난해 12월 17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최된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은 1980~1990년대에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급격히 성장한 한국의 시각 및 물질 문화의 기반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올림픽 이펙트’, ‘디자이너, 조직, 프로세스’, ‘시선과 입면’, ‘도구와 기술’의 4부로 구성되는데, 올림픽이 촉발한 도시, 환경, 건축, 사물의 급격한 변화를 사진,도면, 스케치, 영상 아카이브와 작품 300여점으로 시각화했다. 다양한 매체는 단순히 변화의 양상을 짚는 데 그치지 않고 당대의 시각 문화, 물질문화, 인공물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산되고 수용되었는지 살펴보라고 권유한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중앙홀 바닥에 펼쳐진 기하학적 패턴과 빛과 색이 점멸하는 LED 화면이 발길을 붙든다. 진달래, 박우혁이 연출한 가상의 무대 ‘마스터플랜: 화합과 전진’이다. 이들은 건축과 디자인, 경기장의 공통점이 선과 단위가 교차하며 만들어진다는 데 주목해 올림픽 당시 건축 및 디자인의 패턴을 중첩해 바닥에 풀어놓았다. 그 위에 끊임없이 반짝이며 원근과 시점의 혼란을 주는 모니터와 운동하는 소리와 일상의 소리가 뒤섞여 흘러나오는 스피커를 설치했다. 이 반복적 패턴은 매스 게임, 경기 규칙과 경기장의 규격, 끝없는 훈련, 미디어의 반복 메시지 등을 연상시키며 올림픽이 현재 사회 시스템에 끼친 영향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94호(2021년 2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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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흔한 도시 풍경
돌아보면 도시를 이루는 어떤 것도 처음부터 자연스럽진 않았다. 1900년 4월, 조선의 밤을 희미하게 밝히던 등불 대신 종로 네거리에 최초의 가로등이 켜진 것처럼 말이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지금 거리를 채우는 형형색색의 조명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안서후의 ‘가로 세면대’가 보여주듯 세면대가 늘어선 거리 풍경 또한 머지않아 일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홈 트레이닝 시대에 운동 기구가 인테리어의 일부가 되거나 공간 활용을 위해 변기는 필요할 때만 꺼내 쓰게 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가까운 미래 서울의 주거 상상도를 공유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아파트, 오피스텔, 원룸과 같이 공간 구성이 보편화된 건물들로 포화 상태인 서울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할까. ‘아파토피아(Apartopia)’ 전은 균질한 서울의 주거 환경과 도시민의 다양한 요구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간극에 주목한다. 작가들은 서울을 일종의 실험 공간으로 삼고 여덟 가지 키워드(수납, 침대, 변기, 세면대, 운동 기구, 부엌, 스크린, 화분)를 미래 대도시의 단초로 삼아 독특한 건축적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는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주최하는 ‘DDP 오픈큐레이팅’의 일환이다. 재단은 2020년 ‘집과 디자인(Design for Home)’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전시 기획안을 공모해 4개의 기획안을 선정했고, 그 첫 번째 전시로 ‘아파토피아’를 선보였다.… (중략)
*환경과조경394호(2021년 2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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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파크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 조경 설계공모 당선작, 신화컨설팅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가 뉴노멀 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형태의 외부 공간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20년 10월, LH는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 조경 기본 및 실시설계 공모’를 개최했다. 대상지는 서울시 강남구 수성동 187번지 일대로, 면적이 386,479m2(조경 면적 87,570m2)에 달하는 공공주택지구다. 설계 목표는 세 가지였다. 첫째, 수서환승센터를 중심으로 대모산, 탄천 등 다양한 녹지를 연계해 녹지 네트워크의 중심지를 만든다. 둘째, 여가와 휴식을 위한 공원과 오픈스페이스를 확보하고, 입체적인 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해 차별화된 랜드마크를 조성한다. 셋째, 정원 디자이너와 협업해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가능한 공공 정원을 계획함으로써 도시의 새로운 매력 요소를 발굴한다.
공모는 약 한 달간 진행되었고, 같은 해 12월에 열린 심사에서 신화컨설팅의 ‘어나더 파크(The Another Park)’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당선팀에게는 설계권이 주어진다.… (중략)
*환경과조경394호(2021년 2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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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식물 문답』 조현진 작가 인터뷰
소년은 게임보다 길가에 핀 야생화를 보는 일이, 만화책보다 식물 도감을 읽는 것이 더 좋았다. 어렴풋한 유년 시절의 기억 속에도 언제나 식물이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보던 다큐멘터리 속 꽃의 개화 장면, 성당 한 구석에 피어 있던 백합, 토끼에게 따다 주었던 토끼풀 같은 것들이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식물을 관찰하고 공부했고,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식물의 세계에 더욱 빠져들었다. 소년은 자라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남기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다.
“다른 사람과 식물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식물 문답』의 저자 조현진이 책을 펴낸 계기를 설명했다. 식물에 대한 시시콜콜한 지식과 경험이 쌓일수록 그에 관해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 욕심도 쌓여갔다. 친구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답하듯, 식물에 얽힌 소소한 궁금증과 이야깃거리를 독자에게 묻고 답하는 식의 책을 구상했다. 식물 애호가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세밀화와 질문을 싣고, 뒷장에서 답과 부연 설명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행위가 곧 대화처럼 느껴지기를 바랐다. … (중략)
*환경과조경394호(2021년 2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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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마지막 수업
언제부턴지 모르겠지만 바닥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정확히는 바닥에 있는 무언가를 확인하는 행동이다. 사람, 자동차, 쓰레기, 풀… 길 위엔 많은 것이 있다. 개중 대체로 작고 움직이지 않는 것들을 본다. 실은 보고 싶지 않다. 그런데 보지 않으려 하니 오히려 눈이 더욱 밝아진다. 일단 눈에 띄고 나면 그게 뭐가 됐든 ‘한때 살아 있던 것’만은 아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나는 길 위의 쓰레기를 보면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 되었다. 쓰레기는 떨어지기 전후의 이야기를 상상하지 않아도 되니까.
어떤 날은 날개, 어떤 날은 꼬리였다. 친구와 걷다 골목 한가운데 맨홀 위에 펼쳐진 날갯죽지와 깃털을 보았고, 4차선 간선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줄무늬를 이루는 등허리와 꼬리의 털을 보았다. 운이 안 좋다느니 조심성이 없다느니 같은 말은 할 수 없었다.
길 위에 놓인 것들을 생각하다 전설처럼 이름만 전해져 오는 존재들이 떠올랐다. 이를테면 이빨을 드러내는 것들, 날카로운 발톱과 뿔 같은 게 달린 것들. 혹은 작고 징그러운 것들, 쉽게 부서지는 것들. 수백 년에 걸쳐 이룩한 도시의 규칙과 질서, 안전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살기 좋은 곳’이라는 말은 오직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거였다.
그래서 ‘인간이 아닌 생물체가 살만한 곳’을 만들라는 ‘생물체 설계공모’(26~47쪽)는 좀 충격이었다. 일차적으로 사람을 배제하고 어떤 공간을 만들라는 요구 자체가 낯설었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은 크게 새삼스러워졌다. “인간이 아닌 생물체를 의뢰인으로 선택하고 그의 요구 사항을 규정”하고 “의뢰인의 삶을 개선하는 장소, 구조, 사물, 체계 또는 과정을 설계”하라는 공모의 전제는 ‘생태 공간’, ‘서식지 조성’ 같은, 그간 수없이 배우고 들어온 말을 다르게 풀어쓴 것뿐이었다.
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20편의 짧은 영상으로 구성된 ‘마지막 수업’ 시리즈. 영상 속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데 열심이었다. 영장류학자 이윤정은 긴팔원숭이가 특히 좋아하는 나무 열매를 알려주었고, 극지 연구자 이원영은 젠투펭귄이 친구들과 소통할 때 내는 ‘꽉꽉’ 소리를 따라했다. 그들은 영상에 직접 출연하지 못하는 동물을 대변하는 듯했다. 해충으로 여겨지는 곤충이 왜 해충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인도네시아 숲 인근 전깃줄에 왜 원숭이들이 죽은 채 매달려 있는지, 바이러스와 잘 공존하고 있던 박쥐가 왜 전염병의 원흉으로 지목받게 됐는지 따위의 이야기였다.
생태학자 김산하는 야생동물의 정의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동물을 이야기할 때 너무 당연한 말처럼 생각하면서도 잊고 있는 게 뭐냐면, 동물은 서식지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냥 있어야 하는 정도가 아니라 ‘동물=동물+서식지’의 개념이라는 거죠. … 서식지와 동물이 아예 하나의 개념으로 묶여 어떤 관계망을 갖지 않고서는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동물, 그것이 야생동물입니다.” 뿐만 아니라 흔히 피라미드 구조의 먹이사슬 정도로 생각하는 생태계에는 포식, 피식, 공생, 편리공생, 별 상관없는 사이, 기생과 같은 온갖 관계가 무수히 중첩되어 있어서, 어떤 동물의 멸종은 하나의 소우주가 사라지는 것, 모나리자 같은 명화가 불타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호소했다. 이윽고 덧붙인, 현존하는 포유류 중 4%만이 야생동물이라는 숫자가 무척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여기저기서 더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더 아름답고 친환경적인 도시, ‘사람 중심’의 스마트 도시, 자율 주행의 상용화가 코앞이라는 소식이다. 잘 닦인 길을 보며 길 위의 모나리자들을 생각했다. 그들이 한때 머물렀을 바위틈, 땅속의 굴, 물풀이 무성한 늪, 우거진 덤불을 생각했다. 문득 누군가 바라고 기대하는 모든 것들이 그저 시시하게만 느껴졌다.
‘마지막 수업’은 2020년 생명다양성재단이 주최한 생태 교육 프로젝트다. 김산하, 이윤정, 이원영, 장이권, 최재천이 강사로 참여해 짧지만 굵직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강의 영상은 생명다양성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www.youtube.com/c/TheBiodiversityFound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