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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3차 Hillstate Lake Songdo 3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3차는 기존 송도 신도시의 확장으로 새롭게 조성되는 송도랜드마크시티 프로젝트 일환으로 조성됐다. 대상지는 남북으로 뻗은 긴 유선형 대지로 서측으로 서해와 서해대교, 동측으로 워터프런트 호수와 학교가 위치하며, 남북측에 공동주택이 자리잡고 있다. 기존 송도 신도시가 가지고 있는 도시적 선형에서 벗어나 유선형의 대지 형상과 서해, 송도 워터프런트 호수의 자연적인 곡선을 모티브로 삼았다. 이를 통해 기존 송도 신도시의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와 송도랜드마크시티의 예술적 감성이 만나는 럭셔리움Luxrium을 주제로 새로운 도시 아이덴티티를 만들고자 했다. 럭셔리움은 풍성한 녹음과 입체적인 경관의 연속적 배치를 통한 파노라마 경관과 조형적인 형태의 예술성을 가진 공간과 시설을 통해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단지를 만드는 개념이다. 단지의 남북으로 펼쳐진 중심 공간은 유선형 디자인을 통하여 공간, 수목, 시설물의 조형미를 살리고 커뮤니티 프로그램 공간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주민들의 이용성과 단지의 예술성을 최대한 고려해 계획했다. 외곽을 순환하는 산책로는 완충 녹지, 학교, 주변 단지 등 주변 환경과 도시 인프라를 고려해 서측 숲길과 동측 생활 가로로 계획했다. 단지 중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공공 보행로는 서해와 서해대교를 잇는 통경축을 형성한다. 공공 보행로 입구 광장은 유선형의 주민 커뮤니티 시설과 조화로운 형태의 상징적인 경관을 만들어 단지의 랜드마크 공간으로 조성했다. *환경과조경428호(2023년 12월호)수록본 일부 글 김종민 기술사사무소 예당 소장 사진 유청오 조경설계 기술사사무소 예당 시공 현대건설 조경 식재 주원조경 조경 시설 원앤티에스 놀이 시설 원앤티에스 위치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397-5번지 규모 1,100세대 대지 면적 66,046.6m2 조경 면적 26,186.39m2 준공 2023. 10. 2006년 기술사사무소 예당은 재주가 많은 사람이 모여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새롭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지향하며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기 위해 최고의 가치를 만들고 가슴으로 느끼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조경으로 보다 나은 미래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다른 분야와의 유기적인 설계를 지향하며 주거 및 공공 공간, 조경, 호텔 및 리조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기술사사무소 예당+현대건설
  •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Columnar Jointing Area, Jeju
    수평적 깊이와 트멍경관 상부 공원은 덮개가 아니다. 현재 공원 부지를 덮고 있는 흙을 걷어내면 응고된 지구의 속살이 수평적으로 드러난다. 고고학자의 자세로 섬세하게 표토를 걷어내어 수직 경관으로만 바라보던 주상절리를 맨발로 걷는 일은 대자연과 내가 만나는 가장 친밀하고 근원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수직은 수평과 관계 속에서 극적으로 경험된다. 우리가 제안하는 ‘수평적 깊이’로서 상부 공원은 주상절리의 수직성을 만나는 조형 언어이자 대지의 존재 방식이다. 인간의 고유한 자세를 특징짓는직립 보행으로 수평선에 직각으로 선 인간은 비로소 세계와 관계에서 새로운 지위를 획득한다. 그러나 거대한 수직 경관을 마주한 인간은 집단적으로 또 다른 수평선을 이루며 지질학적 숭고미를 생성한다. 주상절리는 하나의 액체 상태의 덩어리가 고체로 성상이 바뀌면서 발생하는 틈의 경관이다. 틈은 빈 공간을 만들고 빈 공간은 새로운 생명이 점유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우리는 지질학적 시간이 만든 틈새를 서서히 메꿔가는 생태계와 문명의 시간을 수평적 공간으로 번역하고자 한다(설계공모 당선작 ‘수평적 깊이와 트멍경관’ 작품설명서 일부). 수평선에 가장 가까운 절벽 끝에 다시 선다. 설계공모를 시작하며 방문한 지 꼭 5년만이다. 설계공모를 관통했던 생각이 얼마나 유효했으며 어느 정도 살아남았는 지 돌이키는 마음이 쓸쓸하다. 공모 당선안과 비교하면 절반의 완성이라 부르기도 부끄럽지만, 지질 유산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시작하는 첫걸음이라는 믿음에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고민을 대표해 그 과정을 짧게 기록하고 공유한다. 자연으로 되돌리는 7년 여정의 기록 제주도 기념물 제50호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는 2005년 1월 6일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 제443호로 승격됐다. 주상절리대 경관 개선 사업의 시작은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2012년 제주도의 문화재 안내판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제주도 문화재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하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제주에서 개최된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 초대된 건축, 조경,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들은 주상절리대를 방문해 혼잡한 상부 공원과 관람 데크를 돌아보고 문화재와 유리된 디자인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토론했다. 2017년 아름지기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자연 및 문화유산 공공디자인 개선 업무협약을 맺고,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에 관련된 주요 보존 및 정비 사업, 디자인 관련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상호 협력을 약속하고 첫 대상지로 주상절리대를 선정한다. 주상절리대가 가장 개선이 시급한 문화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중문 주상절리대 관람로 개선 및 주변환경 정비사업 종합계획’을 수립하며, 분야 책임을 맡았던 정욱주 교수(서울대학교)와 이민아 소장(건축사사무소협동원)을 이후 과정의 MP로 위촉한다. 종합계획을 통해 아름지기와 연구진은 주상절리 상부 공원의 구성과 시설이 지질 유산의 잠재력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공원의 방향성을 재설정하는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단언한다. 이에 기초해 국제설계공모를 실시하고, 2018년 11월 30일 당선작인 ‘수평적 깊이와 트멍경관’을 선정한다. 2019년 4월 본격적으로 설계를 시작, 2021년 2월 1일 문화재심의를 조건부 통과하며, 2021년 11월 실시설계를 완료한다. 다음해 2022년 10월 1단계 사업에 대한 공사를 시작해 2023년 9월 개장했다. 주상절리대는 중문관광단지 2단계(동부) 조성 사업 부지에 속한 유원지로서 ‘씨가든’이라는 이름으로 지정된 곳이었다. 이 사실이 나중에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에 대해 과업을 시작할 당시 전혀 알지 못했다. 디자인의 초점과 방법론 과업의 목표는 제주 고유의 원경관을 회복하고, 자연 유산의 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관람 환경을 조성하고 시설물을 개선하며,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제주도 천연기념물 일대 경관 개선 사업의 선례를 만드는 것이다. 설계 팀은 당선 직후 앞으로 펼쳐질 지난한 과정을 예상하며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수정 요청에 대처하며 설계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다짐하는 다섯 개의 계획 방향과 15개의 설계 원칙을 수립했다. 계획 방향: 첫째, 열린 박물관 구현. 하나의 열린 박물관으로서 지질 경관의 공감각적 체험과 정보의 습득, 그리고 주체적인 탐구가 전역에서 펼쳐질 수 있도록 핵심 기반 시설을 제공한다. 둘째, 시간성의 공간화, 원경관의 회복. 지질학적 시간성과 용암의 흐름, 응고 등 주상절리대의 형성 과정을 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원시적 지질 경관을 회복한다. 셋째, 제주 고유 경관의 중첩과 전개. 대자연과 지질경관의 바탕 위에 주상절리대 기반의 지역 문화 경관과 자연 발생적 식생 천이 과정 등 생태 경관을 조화롭게 재구성하여 전개한다. 넷째, 인공과 자연의 대비와 조화. 인공 구조물은 주상절리대의 체험과 감상의 차원을 높일 수 있도록 지질 경관에 보다 적극적이고 수평적이며 가역적인 방식으로 개입한다. 다섯째, 공공성 강화. 유료 구간을 재편해 주상절리대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강화하며 구역 간 시각적·공간적 단절을 최소화한다. 원칙의 구현: 원칙을 지키는 과정에서 뿔소라, 돌고래, 테우 조형물과 각종 포토스폿 시설물이 사라지고, 올레길과 주상절리를 가르는 담장이 낮아졌다. 외래 식물을 제거했고, 복잡한 포장과 휴게 시설이 단순하게 정비됐다. 기존 110m 길이의 관람 데크는 140m로 연장되며 주상절리대의 다채로운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점이 추가됐다. 비로소 몽돌해안을 관람 데크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용암이 만들어낸 다양한 제주 해안 경관의 지질학적 일체성을 시각적으로 연결하게 됐다. 진입하면서 마주하는 첫인상은 용암이 만들어낸 제주의 돌들과 해안 식생이 대경관으로 자리 잡는 시간의 풍경으로 대체되었다. 관람 데크와 펜스는 경관의 수직성을 훼손하지 않고, 주상절리와 재료적 대비를 통해 원래의 고유한 것과 인공적으로 덧댄 것을 명확히 구분했다. 각종 시설물에 압도당해 있던 지질 경관의 품격을 서서히 되찾아가는 과정을 시작한 것이다. 지질 탐사와 설계: 가장 큰 설계 개념은 이질적인 상부 공원의 덮개를 없애 주상절리로 이어지는 용암 덩어리의 속살을 수평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불가피하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암반층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했고, 통상적인 레벨 측량과 더불어 지질 탐사를 시작했다. 암반 측량을 위해 처음 채택한 방법은 굴절법 탄성파 탐사다. 굴절법 탄성파 탐사는 탄성파를 인공적으로 발생시켜 각 수신점에 도달하는 직접파와 선두파의 초동주시를 통해 작성된 주시곡선에 나타나는 직선들의 기울기로부터 지층의 속도를 결정해 지층경계면까지 깊이를 계산하는 원리를 적용한다. 이를 토대로 노출 구역에 대한 중간 설계안을 도출해 문화재 심의에 접수했다. 허가 조건으로 노출 구간에 대한 추가 탐사가 요청되어, 실시설계 과정에서 지표투과레이더(Ground Penetrating Radar)(이하 GPR) 탐사를 추가적으로 수행한다. GPR은 10~100cm 파장의 극초단파를 물체에 발사시켜 반사되는 전자기파를 수신해 물체와의 거리, 방향, 고도 등을 알아내는 레이더를 이용하여 지표, 지반상태, 매설물 등을 탐사하는 것이다. GPR 탐사로 추정한 암반의 깊이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탄성파와 GPR 탐사 결과의 차이를 설계 과정에서 냉철하게 검토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공사 과정에서 표토를 제거하고 암반을 노출하는 과정에서 암반이 매우 깊어 관람로 레벨과의 차이를 현장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서귀포시의 의견이 있었다. 일부 노출된 암반을 활용하고 레벨 차이를 이용한 굴곡 있는 지형으로 연출할 수 있다는 설계팀의 입장과 달리, 지역 전문가들의 자문을 근거로 다시 복토해 평탄 지형을 만들고 암석 경관을 연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주상절리 덩어리를 수평적으로 노출시키는 개념은 희석됐지만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현무암과 그 사이를 점유하며 천이를 진행할 해안 식생 경관의 대경관을 처음 상상에 가깝게 조성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검은돌밭은 이렇게 탄생했다. 설계의 전개와 변형: 설계 초기, 기념물과 유적의 보존 및 복원에 관한 국제 헌장인 ‘베니스헌장’을 탐독했다. 자연유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복원의 태도에 대한 시사점이 컸다. 한편으로 문화재 현상 변경의 5대 경관 지표인 장소성, 일체성, 조망성, 마루선, 왜소화의 관점에서 우리의 과업을 되짚어보았다. 원경관을 회복하여 장소성을 강화하고, 주상절리대를 왜소화시킨 불필요한 시설을 제거해 지질 경관을 극대화한다. 다양한 주상절리 유형과 해안 식생대를 조망하도록 시선을 다각화하고, 현 건축물들의 불규칙한 마루선을 상부 공원의 수평적 경관과 조화되도록 간결하게 만든다. 그리고 용암의 흐름을 가시화하고 마을과의 연계성을 존중해 문화재의 맥락과 일체성을 제고한다. 주상절리대에서 지켜야 할 원칙들을 도출했고 이 원칙이 디테일까지 연결되도록 노력했다. 그중 가역적 구조와 재료의 구분, 주상절리의 수직성과 해안 경관의 수평성은 디테일까지 가져가야 할 중요한 원칙 중 하나였다. 원칙을 디테일까지 가져가는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수많은 논의와 쟁점이 노출됐으며 상충되는 의견들 사이에서 대안을 선별하는 작업은 갈등을 초래했다. 현장에서의 의사결정은 긴박했고 모두의 상황이 절박했다. 제주도이니 건축물과 관람 데크에 현무암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문 의견이 많았다. 중간 설계까지 데크재 대안으로 검토했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는 예산과 시공성의 문제로 무산되었다. 강두훈 주무관이 대안으로 시멘트를 주 성분으로 쓰는 관급 자재를 제안했는데, 기성품으로는 색과 마감이 현장과 맞지 않았다. 다행히 주상절리대의 중요성을 공감한 해당 업체가 우리가 원하는 색, 마감, 규격을 커스텀 제작해줄 수 있다고 해 공장 테스트를 거쳐 현장에 설치했다. 펜스 역시 골칫거리였다. 펜스 디자인의 원칙은 최소한의 디자인을 통해 주상절리의 수직성과 대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었다. 염분에 의한 부식 때문에 철재에 대한 우려가 컸다. 다시 목재로 가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기존 관람 데크에서 경험한 것처럼 목재를 쓰면 부재가 두꺼워져 경관을 압도하기 때문에 좋은 대안이 아니었다. 유지·관리의 어려움을 서귀포시가 기꺼이 받아들여 철재로 결정하고 변경된 데크재와 하부 구조에 맞는 디테일로 변경 설치했다. 올레길과 검은돌밭을 가르는 낮은 콘크리트 담장은 검은돌밭의 간결한 바탕이자 대비를 위해 도입된 것이지만 지역 전문가의 의견에 의해 돌담으로 수정됐다. 건축물의 상실: 설계안의 핵심은 지질 유산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와 체험의 방식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건축물은 설계안의 핵심이었다. 설계 과정에서 방문자센터와 판매동의 2개 신축 건축물이 사라졌다. 1차 실시설계까지 완료된 상황이었다. 문화재심의 과정에서 건축물이 해안선에서 후퇴하고 규모는 축소됐지만 주상절리로 나아가는 체험의 시퀀스와 살아있는 지질학적 풍경을 건축물 내부로 가져오는 방법은 살아남아 있었다. 경관적, 교육적, 운영적 차원에서 건축물이 갖는 중요성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했다. 문화재심의 조건부 통과 후 인허가 절차를 밟는 동안 서귀포시로부터 절망스러운 연락을 받았다. 중문관광단지 개발사업시행승인(변경) 검토 협의 과정에서 ‘씨가든’으로 지정된 대상지가 중문관광단지 2단계(동부) 지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의한 환경보전방안 검토서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1996년에 작성된 환경보전방안 검토서는 주상절리층의 균열 또는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해안선에서 100m 이내 시설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협의를 통해 변경의 여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위원들의 불가 의견에 따라 건축물 없는 설계 대안을 다시 마련해야 했다. 대상지 대부분 영역이 해안선 100m 이내였기 때문이다. 실시설계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성찰적 경관과 성찰적 과제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고비를 넘어왔다. 이 지난한 과정이 앞으로의 과정, 비단 주상절리대의 2단계 사업뿐만 아니라 제주의 수많은 관광지와 문화재 정비, 나아가 한국 국토의 자연 및 문화 유산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일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장 이후 뿔소라 조형물을 왜 없앴느냐, 아직 검은돌밭은 왜 흙밭이냐, 관람로가 짧다 등 여러 민원에 현장을 지키는 여러 분들이 힘들어한다. 대중의 인식과 태도가 변화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앞으로 유지·관리의 원칙을 가지고 변화에 대처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현장의 부산스러움에서 한걸음 물러나 밟아온 과정을 성찰하고 성과와 한계를 숙고해 과장 없이 기록하는 일이 자연유산을 다루는 다른 과업에 참조점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아름다운 주상절리대를 바라보며 가졌던 첫 마음으로 돌아가 제주 고유의 아름다움, 국토의 품격을 향상하는 데 작은 디딤돌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가져 봐도 좋지 않을까. 이 과정에 동참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진행 김모아 디자인 팽선민 김봉찬·김아연·송민원·신준호·안형주 인터뷰 덜어내는 설계와 회복하는 경관 컨소시엄이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되었다. 어떤 역할을 기대하며 구성했나. 김아연(이하 연)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공모’(이하 주상절리대 공모)의 독특한 요구사항 중 하나가 디자인 감독이라는 특별한 포지션을 지정해 팀을 꾸리라는 것이었다. 디자인 감독으로서 자연과 지질유산을 철학적으로 다루고 싶었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와 지향과 태도를 공유할 수 있는 팀을 꾸리고 싶어 아뜰리에나무와 엠디엘을 초대했다. 건축가 김종규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가 먼저 연락을 주어서 설레고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 최종훈 소장(NIA건축)은 이 지난한 과정을 함께해준 동지다. 제주의 일인 만큼 제주의 경관과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지역 전문가와 함께하는 게 핵심이겠다는 생각에 김봉찬 대표에게 전화를 했고 흔쾌히 수락해주어 팀을 완성할 수 있었다. 설계의 기본 방향이 묻혀 있던 것을 꺼내 보여주는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발밑 공간에 대한 확신이 있었나. 연 초반 아이디어 회의 때 김봉찬 대표가 제주도는 조금만 땅을 걷어내면 암반이 잘 드러나고 이 대상지도 그런 상황일 거라고 의견을 던져주었다. 그 순간 팀원 모두가 ‘아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다는 걸 서로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당시 상부 공원을 비롯해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이하 주상절리대)를 뚜껑처럼 덮고 있는 모든 것들이 주상절리대와 이질적이었다. 이를 걷어내 가려져 있던 암반을 드러내고, 용암의 흐름을 일체성 있게 보여주는 것을 설계 핵심 개념으로 삼게 되었다. 김봉찬(이하 찬) 제주에서 여러 프 로젝트를 하며 제주 토양과 용암 지대에 대한 경험이 쌓인 상태였다. 주상 절리대가 있다면 반드시 어딘가에 용암이 흘러나온 모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가벼운 추정에 불과할 수 있는 의견인데도 김아연 교수를 비롯해 팀원들이 보내준 지지에 감동했었다. 신준호(이하 호) 스누피가든의 암석정원을 만들며 비슷한 작업을 했던 터라 걱정을 덜했다. 설계 과정에서 이 암석정원의 시공 사례를 보여주며 토양을 걷어낼 때 암반이 손상되는 걸 걱정하는 문화재위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연 현장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암반이 더 깊이 있어 대책 회의를 한 적이 있다. 더 깊게 흙을 파내다보니 예상보다 주동선과 레벨 차이가 커진 상황이었다. 설계팀은 오히려 드라마틱한 경관이 연출될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서귀포시는 암반을 다시 흙으로 덮기를 원했다. 찬 제주도에서 흙을 파내 암반을 드러내는 조경설계를 할 수 있는 이유는 토양 특성 때문이다. 반도인 국내 육지 지역에서는 흙을 파내면 물이 고여 진흙탕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제주도의 경우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토양이라 일반적으로 배수가 잘된다. 이번 프로젝트에 더 많은 암반을 드러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난하게 오갈 수 있는 평지를 만드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아마 가파른 암반 지형을 만드는 데 다들 낯섦을 느낀 것 같다. 결국 기존 레벨로 흙을 덮게 되었는데, 만약 원래 의도대로 흙을 더 파서 일부 암반을 노출했다면 지금보다 극적이고 사면의 풀밭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어 신비스러운 공간이 연출됐을 것이다. 주상절리대 공모에 제출한 작품 이름이 ‘수평적 깊이와 트멍경관’이다. 서정적인 느낌이지만, 달리 보면 희미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송민원(이하 원) 보여주고자 한 것이 명확했기에 다른 작품명 후보는 없었다. 현장 설명회와 답사를 다니며 주상절리대는 물론이고 바다 가까운 곳까지 내려가 볼 기회가 있었는데, 수직 기둥이 주는 깊이감이 예상한 것보다 더 크고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저 먼 바다에서는 그러한 기둥도 수평적으로 보이고 바다의 수평선과 평행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 경험을 통해 수평적 깊이와 틈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설계 개념이 잡힌 뒤에는 땅을 걷어내고 만들어진 틈을 어떻게 잘 채워 나가고 그 틈을 어떻게 잘 보여줄 것인지 고민했다. 한창 고민을 하던 중 신준호 소장이 제주어로 틈이 트멍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틈보다는 트멍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더 제주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 트멍은 실제로 제주도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트멍 국수처럼 가게 이름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골목시장을 트멍장이라 일컫기도 한다. 틈을 트멍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제목이 주는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 예상했다. 연 주상절리는 용암이 공기와 바다를 만나며 틈이 생긴 결과물이니 트멍은 중요한 키워드였다. 그 용암이 수직 형태로 굳기 전까지는 수평으로 흐르게 된다. 따라서 수평과 수직, 이 두 개의 관계를 제목에서 표현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설계설명서는 심사위원을 설득하는 매체이기도 한데, ‘이소케팔리’를 비롯해 철학 용어를 많이 사용했더라. 설계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원 철학적 표현과 글이 중요했지만 현장 사진을 비롯해 심사위원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콜라주, 투시도 등을 많이 사용했다. 연 이 프로젝트에서는 무언가를 주장하는 것보다 땅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심사위원들이 그 의도를 읽어준 것 같다. 호 주상절리대 공모의 특성 중 하나는 대규모 문화재를 대상으로 하는 경관 설계공모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개별 시설이나 구조물을 강조하기보다 대상지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경관이 더 잘 드러나도록 무언가를 덜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설계설명서 역시 그런 태도를 담고 있는 문서이고, 팀원들도 모두 동의해 이견이 없었다. 오히려 나중에 다른 팀의 작품들을 보며 “저렇게 과감할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랐다. 대상지에서 색이 주는 느낌이 강하다고 느꼈다. 까만 바닥과 파란 바다. 설계팀이 대상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낀 감각이 궁금하다. 무엇을 보강하고 무엇을 덜어냈나. 안형주(이하 주) 처음 현장에 간 날 바람이 강하게 불고 비도 좀 왔었다. 밑에서 치는 파도가 상부 공원까지 넘어오는 것을 보면서, 주상절리는 이미 고형화됐지만 그틈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현상들, 변형과 침식, 풍화 작용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자연의 현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자연이 주는 숭고함도 중요하지만, 주상절리대라는 거대한 자연이 한순간이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졌다는 걸 잘 풀어내고 싶었다. 원 나는 붉은 바닥 포장과 각종 조형물에 시선을 빼앗겼다. 주상절리와 상관없는 야자수, 돌고래와 뿔소라 조형물 등이 오히려 이 공간의 주인공 같았다. 이때의 충격이 뭔가를 더하기보다 덜어내는 설계를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 같다. 설계 주안점 중 하나가 원 경관과 그 가치 회복이다. 누군가는 종려나무와 야자수가 자라고 다양한 조형물이 있던 주상절리를 원 경관이라 여길 것 같은데, 이 회복의 기준 시점을 어떻게 설정했는가. 우리는 흔히 관광지하면 그늘이 있고 앉아서 무언가를 먹고 마실 수 있고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을 떠올리는데, 이런 요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찬 사실 주상절리뿐 아니라 한국 관광지 대부분이 대상지의 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감동을 끌어내기보다는 대상지와 아무 연관 없는 요소를 둔다. 바꿔야 한다. 기존의 종려나무와 야자수, 포토존 역할을 하던 시설물이 없어지며 많은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크게 소리 내지 않을 뿐 새롭게 바뀐 주상절리대의 모습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다. 부정적인 민원만 고려하는 것은 종합적인 평가라고 볼 수 없다. 원 체험은 주상절리대에서 제법 떨어져 있는 주차장에 들어선 시점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주차장에서부터 주상절리대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관람 데크까지 이어지는 체험의 과정이 중요하다. 관람 데크까지 가는 길 중간에 매점이 하나 있는데, 매출 향상을 위해 사람들이 오래 머무르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여기저기 놓여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사람들은 주상절리대가 언뜻 보이는 관람 데크에 다다르고 나서야 극적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는 관람 데크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경험이 좀 더 연속성을 갖기를 바랐다. 주상절리대까지 걸으며 용암이 흘러 바다에 이르러 주상절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기를 바란 것이다. 종려나무, 야자수, 여러 조형물이 이 체험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해 요소이기 때문에 없앤 것이지 싫다거나 한 게 아니다. 지금도 전체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남아 있다. 이곳의 변화가 좋은 반응을 얻게 된다면, 2단계 사업 부지에서도 경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요소를 제거하자고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체험이 중요한 곳인 만큼 스토리텔링이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원 처음 현장 답사를 갔을 때 주차장에서 팀원들을 만났는데, 우리가 밟고 있는 주차장도 사실 주상절리라는 대화를 나눴다. 보이지 않지만 발 딛고 있는 땅부터 먼 바다가 보이는 곳까지 하나의 커다란 주상절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주차장에서부터 주상절리대를 향한 기대감이 점차 커지게 만들고 싶었다. 검은돌밭이나 결국 실현하지는 못한 건축물도 이런 경험의 확장을 생각하며 계획한 것이다. 주상절리가 대경관인 만큼 하나하나의 요소에 집중하기보다 전체적으로 잘 어우지게 만들고 수평적 경관과 그 가치를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주 새로운 경험과 시퀀스에 초점을 맞춰 설계를 했다. 만약 이곳이 공원이었다면 전망대나 관람 데크 디자인에 더 신경 썼겠지만, 주상절리대라는 천연기념물을 바라보는 곳이기에 입구에서 주상절리대에 이르는 과정과 몰입을 위한 배경과 장치에 주안점을 두고 설계를 했다. 연 결국 주상절리는 용암이 흘러 바다로 가는 여정이다. 용암이 흐르는 방향에 맞춰 사람들도 흘러가기를 바랐다. 콘크리트를 주요 재료로 쓰고 싶었던 이유도, 액체 상태가 굳어 단단해진다는 물성이 액체로서 용암이 굳어 고체인 주상절리가 되는 점과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디자인 전략 중 하나가 오래된 것과 새로 생긴 것, 수평과 수직, 어둠과 빛, 가까운 곳과 먼 곳, 높음과 낮음, 밀폐와 개방, 부분과 전체, 작은 것과 큰 것 등의 대비와 반전이었다. 이 대비와 반전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어디라고 생각하나. 호 지금 당장 가장 강한 대비를 느낄 수 있는 곳은 관람 데크라고 생각한다. 검고 거친 질감의 현무암 위를 가로지르는 관람 데크의 날카로운 선이 만드는 시각적 대비감이 뚜렷하다. 새로 조성한 진입 공간 또한 시간이 지나 식물이 자라나면 단단하고 묵직한 콘크리트 포장과 부드럽게 흔들리는 녹지의 대비감이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해안의 식생을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검은돌밭에 암대극(Euphorbia jolkinii)을 주로 심었는데, 일반적인 식물과 달리 여름철에 휴면을 하고 겨울철 생장과 개화를 하기 때문에 그 존재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바위틈 식재를 위해 작은 규격의 식물들을 충분한 간격을 두고 식재했기에 당장은 다소 비어보일 수 있지만, 2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지금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원 설계를 하면서 베니스헌장을 자주 읽고 참고했다. 헌장에 따르면 새로 덧댄 것은 기존의 것과 대비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인공적인 것은 더 인공적으로 표현해야 기존의 것들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기며 설계했기에 좀 더 명쾌한 대비가 가능했다고 본다. 주 소나무숲이 떠오른다. 소나무숲을 통과하는 산책로를 길고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전망대를 향해 빠져나왔을 때 느끼는 개방감이 더욱 커지게 계획했다. 실제로는 계획했던 것만큼 긴 선형의 산책로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실현되었다면 숲의 안과 밖의 대비감이 더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관람 데크의 높이나 너비, 폭, 색상 등을 어떻게 정했는지 궁금하다. 연 우선 설계공모안에서 매우 많이 바뀌었다. 기존 관람 데크를 철거하고 나니 예상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시공 팀이 정밀하게 현황을 측량하면서 설계안을 다시 다듬었고, 그때그때 현장에 맞게 결정한 부분도 있다. 많은 고민을 하며 설계했지만 시공을 할 때서야 드러나는 밑의 지형이나 시공의 문제는 예측할 수가 없다. 현장에서 발주처와 시공 팀이 노력해준 덕분에 관람 데크를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다. 원 주상절리로 통칭해 부르고 있지만,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의 종류를 서너 개 정도로 나눌 수 있다. 검은돌밭에서 시작해 몽돌해안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종류를 순서대로 다 볼 수 있도록 경로를 설계하면서 길이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시공하면서 실제 길이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관람 데크가 주상절리를 감상하는 데 방해 요소가 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단체 관광객이 한번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폭이 넓고 많은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넓은 장소도 계획해야 했다. 그래도 기존의 관광 형태처럼 최단거리로 주상절리를 보고 기념사진을 찍고 바로 돌아 나오는 식의 체험이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설계를 해나갔다. 새로운 데크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난간을 철거하고 바닥만 남아 있던 관람 데크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수평의 경관을 아무 방해 없이 바라볼 수 있어 좋았지만, 안전 문제를 고려하면 난간을 세우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소재의 경우 주상절리를 잘 볼 수 있게 하는 것만큼 해안가에서 얼마나 오래 잘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했다. 한꺼번에 여러 학교 학생들이 단체 방문하는 경우도 있으니 관람 데크의 하중과 경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연 목재가 무게는 가볍지만 시각적으로 두꺼운 느낌이 드는 소재라 되도록 쓰지 않으려 했다. 원 소재는 물론 설계 측면에서 최대한 데크가 가볍고 얇아 보이게 하는 데 신경을 썼다. 색도 주상절리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무채색을 사용했다. 특정 각도에서는 관람 데크 난간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정 각도에서는 관람 데크 난간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 난간의 형태와 모양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아주 많이 했다. 기존 관람 데크의 난간 살이 두꺼워서 주상절리를 온전히 바라볼 수 없었기에 더 세심하게 설계했다. 열 가지가 넘는 대안을 실험했다. 3D 모델링을 한 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며 난간 살이 서로 겹쳐지며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폭과 간격을 조정했다. 난간의 구조가 어느 정도 완성됐을 즈음에는 손에 닿는 부분에 별도의 소재를 올릴 것인지, 소재를 올린다면 어떤 형태로 손에 쥐어지게 할 건지 고민했다. 최종적으로는 단축이 길지 않은 반타원 형태의 목재를 난간에 덧대 손잡이로 삼았다. 주상절리대 공모 당선작이 발표된 뒤 ‘조경이상, 조경 난상’이라는 토크쇼가 열렸었다. 그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두는 조경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당시 김아연 교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남겼다. 그때의 관점은 지금도 유효한가. 연 여전히 유효하다. 건축이 무언가를 만들고 세워 증명해야 한다면 조경은 본래 있던 것을 덜어내면서도 전문성이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디자인 분야다. 특히 주상절리대나 문화재, 천연기념물 같은 자연 유산을 다룰 때, 원래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해 무엇을 없애야 하는지, 인공적인 것을 어떻게 덧대야 하는지는 디자이너만이 고민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하며 도면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증명하려고 하지 말자고 계속 되뇌었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가치이자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찬 지구는 원래 아름답다. 주상절리는 특히 세계적인 지질 유산에 속할 정도의 핵심 경관이다. 무언가를 붙이는 순간 군더더기가 된다는 건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실인데, 욕심 때문에 자꾸 세우고 눕히는 일들을 벌여온 게 아닐까. 본질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경관’ 설계공모라는 점이 참 독특했다. 일반적으로 주상절리를 대상으로 한 공간을 설계할 경우 ‘지질공원 설계공모’를 열 테니 말이다. 공원 설계와 경관 설계는 어떻게 다른가? 주 공간을 설계한다기보다는 원래 있던 것들을 더 잘 보이도록 만드는 일이다. 원 설계를 할 때 타이틀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설계 과정에 큰 차이는 없었지만 공원 설계를 할 때 사람들이 어떻게 쉬게 하고 놀게 할지를 고민한다면, 이 프로젝트에서는 어떤 장면을 보여주고 그 장면을 통해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게 할 것인지 더 고민했다. 호 공원 설계와 경관 설계를 구분지어 생각하지는 않았다. 공원에서는 사람들의 행위와 프로그램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설계한다면, 경관 설계는 땅과 하늘 등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로운지 설명하고 풀어내는 과정 같았다. 주상절리대 공모는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열렸다. 그 과정이 설계를 하는 데 도움이 됐나. 가장 도움이 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연 기본계획을 수립한 연구팀이 주상절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뤄야 하는지 원칙을 잘 정리해 공모지침서에 실어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연구 성과를 우리가 구현한 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름지기의 역할도 중요했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을 추적하다보면 아름지기와 만나게 된다. 아름지기는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을 지키고자 하는 비영리 문화재단인데, 주요 사업 중 하나가 궁궐 안내판 디자인 개선 사업이다. 이 사업의 영향으로 궁궐의 안내판이 문화재의 품격에 맞는 디자인을 갖추게 되었다. 문화재를 방문한 사람들을 통해 그 효과가 증명되자 많은 지자체가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제주도도 이에 관심을 가진 곳 중 하나였고, 제주도 문화재의 안내판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로 출발한 사업이 공공 디자인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그 첫 번째 대상지로 주상절리대를 다루게 된 것이다. 아름지기의 노력과 역할이 우리가 이 주상절리를 떠난 뒤에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디자인 팽선민 글 김아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사진 연수당, 유다연, 황덕우(이내) 현장 설계 및 지원 디자인 감독: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엠디엘(송민원, 안형주), 연수당(신준호, 나양현), 더가든(김봉찬) 설계공모 및 1차 실시설계 디자인 감독: 김아연 조경설계: 아뜰리에나무, 엠디엘, 더가든 건축설계: 김종규(한국예술종합학교)+M.A.R.U, NIA건축(최종훈) 발주 서귀포시청 관광지관리소 기획 및 코디네이션 재단법인 아름지기(신지혜, 전수현, 이은정) MP 정욱주(서울대학교), 이민아(건축사사무소협동원) 시공 세운(박성주, 강주현, 공재복), 일일종합건설(최잠석) 김아연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동대학원, 미국 버지니아대학교건축대학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조경설계 실무와 설계 교육을 넘나드는 중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 개선사업 설계팀의 디자인 감독을 맡았다. 자연과 문화의 접합 방식과 자연의 변화가 드러내는 시학을 표현하고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일을 중요시 한다. 김봉찬은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고,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했다. 2007년 더가든을 설립해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아 왔다. 이번 인터뷰에는 줌 화상 회의로 참여했다. 송민원은 동아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시공과 설계를 아우르며 작은 공간부터 큰 경관까지 다양한 스케일을 다루는 데 흥미를 가지고 2015년부터 엠디엘(MDL)을 이끌고 있다. 신준호는 서울시립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6년간더가든에 근무하며 김봉찬과 베케, 아모레성수, 모노하한남, 피크닉 어반포레스트가든 등 다수의 정원 작업을 했고, 『베케, 일곱 계절을 품은 아홉 정원』을 공동저술했다. 2021년 연수당(然樹堂)을 설립해 나양현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안형주는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스튜디오테라 인턴으로 시작해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 설계공모 당선과 함께 스튜디오테라의 소장이 됐다.
    • 김아연
  • 진주 철도문화공원 Jinju Railway Culture Park
    도시재생 2012년 진주시는 주약동에 있는 진주역사를 가좌동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구 역사 주변 지역을 활성화하고 경전선 철도 폐선 유휴 부지를 활용할 방안이 필요했고, 2020년 ‘구 진주역 복합문화공원 조성 설계공모’를 진행하게 됐다. 대상지는 폐선 유휴 부지 전체에 대한 기본계획 중 1단계 복합문화공원 부지에 해당된다. 향후 복합문화공원 부지 옆으로 진주국립박물관이 이전되고, 시민광장과 도시숲, 문화거리가 조성될 예정이므로 대상지뿐 아니라 유휴 부지 전체를 아우르는 접근이 필요했다. 진주역으로 이용된 과거 100년 동안 주약동과 강남동은 철도로 인해 물리적으로 단절되었다. 이로 인해 두 지역은 도시 성장 과정에서 서로 다른 경관을 갖게 됐다. 두 지역을 연결하는 횡적 연결, 앞으로 개발될 부지와 철로가 놓인 대상지와의 종적 연결을 통해 공원의 골격을 형성했다. 또한 진주역의 장소 특성을 보여주는 흔적을 최대한 보전해 지역 주민이 추억을 회상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 조성되는 공간이 오랜 시간의 켜가 쌓인 기존 공간의 흔적과 어우러지도록 배치에 공을 들였는데,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거나 대비를 통해 조화를 이루도록 방향을 잡았다. 설계공모가 진행된 2020년 초봄, 대상지는 잡석과 잡풀이 무성하고 텃밭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철도문화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난 대상지는 이제 지역 주민의 문화·휴게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주변 주거지의 모습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과거 1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앞으로 성장할 100년을 지역 주민과 함께 가꾸는 공원이 되길 기대한다. 장소 가치의 재발견 100년간 철도 시설로 이용된 대상지에는 철도 부지의 흔적뿐 아니라 교통 시설로 대상지를 이용하며 지역 주민들이 그곳에 쌓은 추억이 남아 있다. 진주역은 교통수단이자 물자의 이동 통로였을 뿐 아니라 강철수, 김수정 등 지역 출신 만화가의 작품 속 배경 소재로 활용된 곳이다. 부지 내 차량정비고에 남겨진 한국전쟁 당시 총탄의 흔적은 시대의 상처를 보여준다. 또한 철길의 빠른 흐름은 지역의 동서 흐름을 막고 도시 단절을 가져왔으나, 철도 부지로 이용되기 전 대상지는 세 지역(주약동, 망경동, 강남동) 주민들의 만남과 교류가 활발하던 장소였다. 한 세기의 기억을 간직한 대상지에 새로운 것을 더하기보다 그 자체의 흔적을 찾아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진주역사, 차량정비고 외에도 기관차의 방향을 돌려주는 전차대, 여행의 설렘과 기대감을 더하는 철도 승강장, 경계부에 식재된 은행나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진주역 뒤편에 중심을 잡고 있는 느티나무 정자목 등은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진주 시민의 기억에 남아 있는 곳이다. 이러한 공간의 바탕위에 지역 주민의 문화를 담는 공간의 기능을 부여했다. 진주역 이전 후 10년간 방치되면서 철거된 선로, 승강장 그늘막(셸터) 등을 복원해 산책과 휴식 공간으로 활용했다. 시민들은 일상에서도 과거 대상지의 특성을 직접 느끼며 세대 간 추억을 공유하거나 과거에 대한 향수를 향유할 수 있게 된다. 구 역사와 차량정비고, 플랫폼 공간 등은 과거의 추억을 기억하고 미래의 문화를 담는 전시 및 공연 공간으로 재활용했다. 식재 전략 대상지에 남아 있는 나무들은 다양한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진주역사 뒤편에 남은 느티나무 정자목에서 우리는 기차를 기다리는 승객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여행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소로 이용되었을 나무의 모습을 상상했다. 철도 부지 경계부에는 키 큰 은행나무가 열식되어 있다. 이 나무들은 수벽이 되어 공간을 양분하고 공간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건물 주변에 심긴 향나무의 굵고 구불구불한 줄기에는 다양한 과거의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만 같다. 최대한 이 수목들을 보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일부 수종은 이식해 과거의 경관을 유지하도록 방향을 잡았으며, 과거 대상지 주변 지역에 자생한 오동나무, 대추나무, 대나무 등을 추가 식재 수종으로 정했다. 기존 수목을 보존하며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을 조화롭게 연결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첫째, 동선마다 다른 식재 테마를 부여하고, 수종이 다른 수목 군락을 통과하며 방문객이 자연스러운 변화를 감상하도록 한다. 둘째, 수벽 역할을 하는 기존 은행나무가 지역 문화 시설로 활용될 차량정비고와 잔디마당을 둘러싸 위요감을 형성하도록 한다. 이때 열린 잔디마당의 공간감을 해치지 않고 시각적으로도 인상적인 경관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둔다. 대상지 종단으로 배치되는 주 동선은 과거 철로가 놓였던 장소에 약 400m의 커뮤니티 가로로 배치했다. 가로 양쪽에 메타세쿼이아를 열식해 강한 축선을 만듦으로써 옛 철로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S자형 보조 동선에는 서부해당화를 식재해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했다. 이는 추후 조성될 진주국립박물관 및 시민광장과 대상지를 자연스럽게 연계할 것이다. 대상지 중심부에 분리되어 있는 전차대와 잔디마당을 수종의 단순화와 정형적 식재 패턴으로 연결하고자 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맹꽁이의 대체 서식지로 조성되는 습지원에는 인근 맹꽁이 서식지를 참고하고 생활사를 고려해 갯버들, 물억새, 애기부들, 부처꽃, 꽃창포, 수선화 등을 식재했다. 습지원 남측으로 대상지와 함께 성장하는 백년의 숲에는 편백나무를 식재해 녹음과 그늘을 제공하고 남측의 자전거도로와 연계했다. 이러한 식재 계획을 통해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의 공간감을 극대화하고, 초화와 그라스로 계절의 변화와 자연스러운 경관을 연출하고자 했다. 포장과 시설 설계 과거의 흔적, 부분적 복원, 새롭게 조성되는 시설 간의 시간적 깊이의 차이와 이질성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시설물의 배치와 자재, 디테일을 고민했다. 최대한 재료 본연의 물성을 보여줄 수 있는 스틸, 목재, 콘크리트를 주요 소재로 선정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스틸의 부식과 목재의 색상 변화를 통해 기존 흔적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 전차대는 당초 커뮤니티 지원 시설과 접목한 야외 공연 시설로 계획했으나 차량정비고와 새로운 건축물 간 배치 문제, 전차대 자체의 희귀성을 고려해 최대한 보전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주변 환경을 투영하고 감상할 수 있는 미러폰드와 안개분수로 재설계된 전차대는 정적 공간이면서 과거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철거된 철로와 승강장의 그늘막은 주민들의 기억을 회상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데 중요한 시설로 판단해 커뮤니티 가로와 승강장에 복원하는 방향으로 계획했다. 또한 철로를 잘 표현해주는 요소로 선로, 침목(나무, 콘크리트), 자갈 등을 다양하게 변형해 시설과 포장 설계에 반영했다. 커뮤니티 가로에는 철로를 복원하고 레일과 ㄷ형강을 포장 경계재로 활용해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복원된 철로에는 작은 정원과 휴게 시설을 결합해 다양한 활용을 모색했다. 포장재는 최대한 단순하게 선정하고, 복잡한 패턴보다 중성적 패턴을 도입해 대상지의 기존 흔적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공간의 분위기, 이용도에 따라 포장재를 달리했다. 주로 블록 포장과 콘크리트 포장을 사용하고 대상지의 종적 방향성을 살려 줄무늬 패턴으로 계획했다. 진행 김모아 디자인 팽선민 이상수·고태영·김영덕 인터뷰 변화를 수용하는 유연한 공원 세 설계사무소가 하나의 사무실을 쓰고 있다. 서로 어떤 관계인지,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상수(이하 수) 고태영 소장과는 스튜디오일공일에서 함께 일했다. 김영덕 소장과는 대학원에서 만났는데, 나보다 한 살 많지만 동기였기에 같이 공부했었다. 고태영(이하 영) 진주 철도문화공원 프로젝트 전에도 세 사무소가 공동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왔었다. 특히 건축공모 컨소시엄에 조경 팀으로 참여하면 업무량이 많지도 않고 부담이 적은 편이라 종종 참가했었다. 세 사무소 모두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시점에 ‘구 진주역 복합문화공원 조성 설계공모’(이하 진주역공원 공모) 소식을 접했는데, 이 공모를 할지 말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투표를 진행했었다. 찬성표가 많아 참가를 결정하게 됐고, 규모가 큰 조경 설계공모라 꽤 공을 들여 계획안을 만들었다. 수 우리 셋의 관계를 잘 표현해주는 단어는 ‘협동조합’이라고 본다. 설계사무소를 다니면 일은 바쁜데 월급은 넉넉지 않아 부침을 느끼기 쉽다. 세 소장 모두 개인 사무소를 차리게 됐는데 여러 사무소가 함께 사무실을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소 운영 경비도 절감이 되고, 이익 일부를 운영에 필요한 공동 자금으로 모을 수도 있다. 후에 사업을 확장하게 되면 이렇게 모은 자금을 이용할 계획이다. 정원 사업을 하고 싶다면 공동 자금으로 농장을 만드는 식으로 말이다. 사실 설계사무소를 다니다 보면 미래가 막막할 때가 있다. 퇴사하지 않고 남아 소장 자리까지 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중간에 견디지 못한 인재가 조경 분야를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직원들을 자신의 사무실을 차릴 수 있는 인재로 양성하고자 한다. 7년 차가 넘은 직원은 조경기술사를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고민 중이다. 현재는 세 개 사무소가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지만, 나중에는 네 개 혹은 다섯 개 사무소가 함께할 수도 있다. 그러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 커지고, 사무소 규모가 작아 큰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도 사라질 것이다. 영 사실 사무소 개소를 꿈꾸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경우 우리처럼 협동조합 체제를 이용하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함께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일을 배울 수도 있다. 개인이 추구하는 방향의 작업도 계속할 수 있다. 변호사가 하나의 법인 아래에서 각자의 일을 수행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세 소장의 주특기가 다를 것 같다. 공모를 진행하면 이에 따라 특정 부분을 담당하기도 하나. 수나는 설계공모 프로젝트를 주로 해왔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실시설계에서 부족함을 느낀다. 고태영 소장의 경우, 정원도 직접 시공하고 현장 설계에 강한 편이다. 김영덕 소장은 설계뿐 아니라 엔지니어링, 인허가 업무를 두루 경험해왔다. 덕분에 서로의 강점이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해준다. 세 사무소의 직원들도 궁금한 점이 있으면 경계 없이 묻고 답할 수 있어 좋다. 모두가 배치안을 한 번씩 그려보고 토론을 한다. 이를 취합해 최종 마스터플랜을 만든다. 만약 당선될 경우, PM(프로젝트 매니저)과 메인 디자이너를 정하고 몇몇 직원이 서포트 하는 형식으로 일을 이어나간다. PM을 비롯한 팀의 형태는 각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상황과 개수에 따라 유기적으로 조정함으로써 균형을 맞추고 있다. 영 공모를 진행할 경우, 세 사무소가 하나의 회사가 되어 일을 한다. 사무소의 구분 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공유하고 발전시켜 최적의 안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누구는 마스터플랜을 그리고, 누구는 디테일을 발전시키고 하는 식을 지양하고 있다. 대상지가 철도와 역사라는 강력한 콘텐츠가 있는 땅이다. 이처럼 특성이 강한 대상지를 다룰 때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 김영덕(이하 덕) 공모지침 자체에서 어느 정도 대상지 활용 방안과 틀을 정해놓은 상태였다. 의외로 현장에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부지 경계를 따라 일렬로 늘어선 키 큰 은행나무와 전차 사이의 땅 같은 요소였다. 오랜 시간이 축적되어야만 만들어지는 것들이라 이러한 요소를 살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영 발주처가 요구한 조건이 모두 납득이 갔다. 맹꽁이 서식처라는 생태적 요소, 철도 역사와 차량정비고 같은 문화재적 요소 모두 보존 가치가 충분했다. 아쉬운 건 우리가 사는 곳이 서울과 경기권이다 보니 진주라는 대상지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진주시 총괄계획가와 도시국장, 공무원이 단기간에 파악할 수 없는 대상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어 큰 도움이 됐다. 대상지의 특성이 강한 곳을 설계할 때 딱히 고려하는 점은 없다. 철도와 같은 역사적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어느 대상지든 숨은 콘텐츠가 있기 마련이고, 모든 대상지가 도시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심도 있게 분석한다. 수 대상지는 워낙 색이 강한 땅이고, 우리 모두 그 땅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 생각은 당선 후 더 강해졌다. 사실 대상지를 분석하기는 하지만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은 아니기에 사람들이 그 땅을 어떻게 이용해왔는지 살피기 어렵다. 진주시 총괄계획가와 도시국장을 만나 진주역이 사람들의 생활 통로이자 지역의 작은 역사를 담아왔던 공간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대상지의 가치와 그곳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더 깊게 느끼게 됐다. 현장을 처음 마주했을 때, 보호수나 박물관도 좋았지만 공간 자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역사로 들어가면 나타나는 플랫폼, 플랫폼에서 이어지는 얕은 경사로, 기차를 기다릴 때 햇빛을 가려주는 그늘막 같은 것들 말이다. 첫인상에서 느낀 감각이 방문자에게도 전해지도록, 오래된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요소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설계를 했다. 짓는 과정에서 사라진 게 많아 역사와 차량정비고 앞 잔디마당이 좀 끊긴 느낌이 들어 좀 아쉽다. 덕 그래도 마스터플랜과 현재 시공된 모습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진주시가 우리를 믿어준 덕분이다. 대상지가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다. 관점에 따라 선형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면으로도 읽히는데, 어떤 공간이라고 인식하고 설계했나. 영 철도라는 선적 요소가 가장 크게 느껴졌다. 철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분진을 막기 위해 경계를 따라 심은 키 큰 은행나무도 선의 느낌을 더 강조해주고 있었다. 조금 끊겨 있기는 하지만 대상지 전체에 열식된 은행나무가 긴 선을 그리고 있었다. 반면 지형에 따라 나뉜 공간들은 면적 느낌이 강하다. 지형이 낮은 공간은 자연스럽게 논밭으로 쓰이며 습지화되어 맹꽁이 서식처로 변한 반면, 높은 단은 과거 대상지가 철도로 이용되었을 때 깔렸던 자갈과 쇄석으로 인해 건조하다. 그로 인해 공간이 크게 구분이 된다. 도시적 맥락에서 바라봤을 땐 선형 공원이 맞지만, 그 속에 배치된 공간들은 면적 특성을 갖는다. 낙후된 원도심 한가운데 있는 공원인 만큼,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한 곳이다. 동선의 큰 틀은 어떻게 잡았나. 수 지역과 지역을 잇는 방법을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이미 대상지에 철도라는 강력한 요소가 있고 본래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던 공간이라 길을 터주기만 하면 지역과 지역을 이을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가진 곳이었다. 게다가 지구단위계획 차원의 자전거도로가 이 공원을 관통하고 있고, 2단계 사업이 완료되어 대상지 북측에 국립진주박물관이 들어서면 더 많은 사람이 공원을 오가게 될 것이다. 철로라는 물리적 선은 사라졌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이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게 되는 것이다.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던 지점은 100년간 철로에 의해 단절되었던 동쪽과 서쪽 마을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길을 두어 연결하기보다는 주변 맥락에 어울리는 기능을 공간에 부여하고자 했다. 2단계 사업에 따르면 국립진주박물관뿐 아니라 공원의 경계를 따라 문화 가로가 들어서게 된다. 이러한 가로와의 연결을 고려해 동선을 그리고 다듬어 나갔다. 영 공원 내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를 계획할 때 고민이 많았다.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본래 선로가 놓였던 자리에 자전거도로가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철도문화공원에서는 선로를 보존해 일종의 테마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기존 자전거도로의 선형을 자연스럽게 받게 되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길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오랜 고민 끝에 자전거도로를 바깥으로 조금 우회해서 돌리고 보행자 전용 도로는 따로 두었다. 덕 필지의 경계에 따라 길의 선이 바뀌기도 했다. 공모 당시 제출한 계획안에서는 대상지 동서를 연결하는 동선이 꽤 뚜렷하고 강한 편이었다. 그런데 도시국장이 이곳이 역으로 사용되기 전에는 강남동, 주약동, 망경동이 만나는 지점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필지선을 따라 마실길을 조성하고 길이 만나는 곳에 마실마당을 조성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었다. 수 의견에 따라 동선을 정리했지만, 본래 계획했던 동선의 고즈넉한 느낌이 사라져 좀 아쉽기도 하다. 소재나 수목 선정에서 진주라는 지역 특성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면? 덕 진주에서 생산되는 청석이 있는데, 앉음벽이나 옹벽에 이 소재를 반영하고자 했다. 과거 대상지에서 많이 자랐다던 오동나무와 대나무도 주로 사용했다. 대상지 옆에 망진산이 있는데, 그 산에서 자라나는 수종을 최대한 반영하려 했다. 맹꽁이 서식지가 있는 습지의 경우에는 최대한 보존하되 생태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데만 집중했다. 이외에도 서부해당화, 이팝나무, 편백나무처럼 지역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수목을 많이 선정했다. 철로의 흔적을 남긴 곳은 그 선형을 강조하듯 수목을 일렬로 심었다. 선을 강조해야 할 때 녹지 폭이나 수 목의 크기와 종류는 어떻게 정하나. 수 질문에 꼭 맞는 답은 아니지만, 정형적 설계는 시공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공공 프로젝트에서 가로수 외의 수목을 선이나 격자 모양으로 심는 것을 상당히 꺼리는 편이다. 여러 프로젝트에서 흔히 트리 캐노피라고 부르는 공간을 설계했었다. 나뭇가지가 서로 겹쳐진 그 아래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는 모습을 상상하고 설계한 것인데, 실시설계 단계에서 사라지곤 한다. 한국에서 정형적 패턴으로 구성된 숲을 찾기 굉장히 힘들 것이다. 덕 아마 이 프로젝트 역시 대상지에 철로가 없었다면 긴 선형의 식재 계획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영 개인적으로 조경이 하는 여러 일 중 식재 설계가 가장 어렵게 느껴진다. 경력이 10년 이상은 되어야 식재 설계를 좀 알게 되는 것 같다. 설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주변 경관이다. 대상지를 주변 경관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만들지 생각하고, 주변 경관이 열려 있는지 닫혀 있는지에 따라 설계로 풀어야 할 숙제가 달라진다. 공간에서 축이 중요하다면 어떻게 강조할지 고민하는데, 수목도 그 방법 중 하나다. 정형적 식재 설계를 하려면 우선 나무의 키가 큰 게 좋다. 등 간격으로 배치할 때 규칙적인 느낌이 나야 하고 수형이 예쁜 게 좋다. 조건에 맞춰 쓸 수 있는 나무를 추리다 보면 그 종류가 많지 않다. 메타세쿼이아, 튤립나무, 은행나무 정도다. 수 이런 대형목의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공사비나 유지·관리 비용 때문인지 식재 설계에 반영했을 때 원안이 살아남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예산이 넉넉한 민간 프로젝트가 아닌 공공 프로젝트에서는 더욱 그렇다. 철도문화공원의 경우에도 수목 규격이 기존에 계획한 것보다 작아졌다. 대상지에서 자라고 있던 은행나무를 어떻게든 보존하려고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오래된 수목이 사라지고 꼬챙이처럼 볼품없는 수목이 심기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았다. 마스터플랜에서 전차대를 활용한 원형 전망대가 꽤 중요한 요소로 보였는데, 현장에 가보니 없더라. 수 원형 전망대에 얽힌 사연이 많다. 공모에 참여할 당시에도 전망대를 넣느냐 마느냐로 의견이 갈렸다. 영 선형의 부지에 놓인 원형의 선이 주는 느낌이 꽤 강하다보니 고민이 많았다. 토의 끝에 넣는 걸로 결정이 됐는데, 원형 전망대에 올라 공원 전체와 전차대 내부 모두를 조망할 수 있기를 바랐다. 덕 공모 당시에 제안했던 건, 주변 지형과 전차대 시설의 단차를 활용해 야외 공연장과 커뮤니티 지원 시설을 배치하고 그 둘레를 따라 공연과 공원의 성장을 관찰하는 원형 데크 전망대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설계안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커뮤니티 지원 시설의 위치가 차량정비고와 대비를 이루면서도 공원에 들어섰을 때 한눈에 보이지 않는 어울림 마당 쪽으로 옮겨지게 됐다. 커뮤니티 지원 시설이 사라지니 원형 전망대가 가진 의미가 약해졌다. 전차대가 한국에 딱 두 곳 밖에 없는 희소한 시설이라,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설계안을 수정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더해졌다. 여러 고민 끝에 전차대 구조물 자체를 거의 손대지 않는 선에서 수면에 주변 경관을 담을 수 있는 미러폰드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열차의 방향을 돌려주던 시설의 선은 미러폰드 위를 건널 수 있는 브리지로 활용했다. 본래 사람들이 모여드는 활기찬 공간에서, 과거의 역사의 모습을 추억하며 조용히 머물다 갈 수 있는 정적인 공간으로 바뀐 셈이다. 수 본래 기획 의도가 사라져 좀 아쉬운 부분이다. 과거의 시설(전차대)과 새로운 시설(커뮤니티 지원 시설)을 연결하는 원형 보행로를 둠으로써, 100년의 과거와 새로운 100년이 만나는 듯한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다. 철도문화공원으로 인해 주변 지역이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이 전망대에 올라 지켜보고, 커뮤니티 지원 시설과 연계해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칠 수 있게 함으로써 공원의 코어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도록 배리어 프리 설계도 해두었는데 함께 사라졌다. 미러폰드로 설계를 변경하며 최대한 주변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손을 봤지만, 동선 체계나 경관 측면에서 살짝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동선의 경사가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맹꽁이 서식처를 이전했다가 다시 되돌리기 위해, 공사를 부분적으로 나눠 진행하다 보니 길과 길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 생긴 문제다. 보행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완성도가 조금 낮아 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설계설명서에 쓰인 “완결된 형태의 공원이 아닌 새로운 시설과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공간으로 빈 공간이 있는 공원을 만들고자 한다”는 표현이 인상 깊었다. 공모 당선 후 약 3년이 흘렀는데, 앞으로 이 주변이 어떻게 변해갈 것이라 예상하나. 수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공원에 건축물이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건축물 안에서 일어나는 프로그램이 커뮤니티 활동의 촉진제 역할을 해준다. 지금도 차량정비고에서 열리는 세미나와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앞서 100년이라는 단위를 많이 썼는데, 그만큼 단기간에 큰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주변 지역에 비어있던 공간들에 사람들과 새로운 콘텐츠가 천천히 들어차길 기대한다. 덕 역사 앞에 광장이 조성되고 도로가 확장되고 주차장이 만들어지면서 작은 변화를 목격하고는 있다. 한산했던 공원에 좀 더 많은 사람이 오가고, 비어있던 건물에 카페가 들어서고 있다. 철도문화공원 주변에 특히 세월의 흔적이 담긴 오래된 건물이 많다. 주약동 옆쪽에서는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오래된 목욕탕을 카페로 바꾸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철도문화공원 주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영 차량정비고와 더불어 야외에도 전시를 할 수 있는 가벽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이 지역 작가나 학생들의 전시 장소로 쓰일 거라 기대하고 있다. 전시가 개최되면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니, 가벽 앞쪽에 빈 잔디밭을 조성해 놓았다. 도시공원에서 가장 다양한 기능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잔디밭이라 생각한다. 이곳에서 내가 생각지 못한 여러 활동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국립진주박물관이 들어서면, 이를 중심으로 도시가 또 다시 바뀌어갈 것이다. 어찌 보면 철도문화공원은 박물관을 지원하는 서브 공간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언제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공간으로 설계한 것이다. 수 우리가 그린 계획을 마스터플랜이라 부르지만, 사실 우리가 마스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사는 곳이 아닌 공간을 설계하는 경우에는 더욱 더. 대상지에 몇 번 답사 가는 것만으로 그 지역 주민의 생활상이나 그곳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늘 완벽한 공간을 설계하기보다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한다. 디자인은 다른 이가 손댈 수 없는 창작물이라는 태도를 지양한다. 디자인 팽선민 사진 유청오 글 이상수, 고태영, 김영덕 사진 유청오 조경설계 SDHO Group 건축설계 건축사사무소 소솔 토목·조경 시공 영진건설조경, 하림종합건설 건축 시공 인성산업개발(진주역), 종합건설현범(차량정비고), 만도건설(복합커뮤니티) 전시 설계 및 제작 설치 이담 발주 진주시 위치 경상남도 진주시 강남동 245-110번지 일원 면적 42,077m2 준공 2023. 6. SDHO Group(스튜디오이공일 조경기술사사무소, 디자인가든,조경설계 하운, 오스케이프)은 이상수, 고태영, 김영덕, 오태현이 2020년 공동의 가치와 상생을 목표로 함께 시작했다. 각기 다른 디자인 설계 방안을 협의, 논의, 비평 과정을 거쳐 이상적인 외부 공간의 설계, 시공으로 이어지게 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그룹이다. 설계뿐만 아니라 가치와 방향을 함께하는 다른 조경가에게도 열려 있으며, 공동의 이익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사무실 모델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상수는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건축학과 조경학을 복수전공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조경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신화컨설팅과 씨토포스를 거쳐 스튜디오일공일을 공동 창립했으며, 2016년부터 스튜디오이공일을 설립해 서남권 국회대로 상부공원, 구 진주역 복합문화공원, 목마·신트리 공원 리모델링 설계공모에 공동 당선되며 조경가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태영은 동국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 대학원에서 부동산개발학을 배우는 중이다. 서인조경, 동일기술공사, DSK LA, 씨토포스, 조경설계 이화원 등 국내외 설계사무소에서 다양한 민·관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력을 바탕으로 2014년 디자인가든을 설립했다. 현재 도시공원, 공동주택, 일반 건축 분야 조경설계와 더불어 LH가든쇼, 경기정원박람회 등에서 작가로 활동하며 설계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김영덕은 단국대학교 식물자원학부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유림조경기술사사무소와 성호엔지니어링, 정엔지니어링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2020년부터 조경설계 하운을 운영하고 있다. 경관과 장소의 탐구를 통해 책임감과 균형 있는 디자인으로 환경설계에 접근하고 있으며, 도시, 조경, 건축 등 외부 공간을 대상으로 계획과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 SDHO Group
  • 대구 대봉교역 금호어울림 에듀리버 Daegu Daebonggyo Station Kumho Oullim Edu River
    대구 대봉교역 금호어울림 에듀리버는 대구 남구 이천동에 있으며 6개동 433세대 규모의 단지다. 차량이 들어올 수 있는 두 개의 출입구, 버스 정류장과 맞닿아 있는 한 개의 부출입구와 네 개의 보행자 출입구가 있는 개방된 형태를 띠고 있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 구성원들이 이곳에서 여가 활동을 즐기고 일상을 영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다. 단지의 첫인상, 맑은숲쉼터 이천동이란 동명은 ‘배나무 샘’에서 유래됐다. 수령이 60여년 된 정갈한 수형을 가진 돌배나무를 공간의 중심에 배치했다. 4월 중하순에 작은 흰색 꽃이 가득 핀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봄마다 노란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는 산수유는 줄기 아랫부분에 많은 가지를 뻗는 다간형 수목으로 선정해 녹음이 짙게 드리워지도록 했다. 그 주변에는 키가 큰 소나무 군락지를 조성해 병풍에 둘러싸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양한 관목과 조경석, 초화류, 여러 소품으로 기분 좋은 단지 첫인상을 갖게 했다. 경계석을 생략한 현무암 판석이 비정형 녹지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그 경계를 따라 녹색 잎 끝을 붉게 물들이는 홍띠를 배치해 가장자리를 도드라지게 했다. 오후에 강한 햇빛을 받는 위치에 작은 물방울을 뿜어내는 미스트 폴과 노즐을 설치해 입주민들이 쾌적한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미스트는 미세먼지를 지표면으로 떨어트림으로써 주변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어 청량하고 쾌적한 산책을 가능하게 한다. *환경과조경425호(2023년 9월호)수록본 일부 글 조재운 와이에스개발 대표이사 사진 유청오, 조재운 조경 기본설계 그린에이드 조경 특화설계 와이에스개발 시공 금호건설 조경 시공 와이에스개발 놀이·휴게·운동 시설 아우라이앤에이, 세인환경디자인, 디자인파크 위치 대구광역시 남구 이천동 281-1번지 대지 면적 16,422m2 조경 면적 4,787m2 완공 2023. 8. 와이에스개발은 조경 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작업을 통해 외부 공간을 기획, 설계, 시공한다. 쾌적하고 편안한 주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차별화된 공간 연출을 추구한다.
    • 와이에스개발
  • 남악신도시 모아엘가2차
    남악신도시는 전남 영암호 주변의 목포시와 무안군에 걸쳐 개발되고 있으며, 전라남도청과 각종 유관기관이 이전되면서 행정타운과 함께 급성장하고 있는 서남부권의 신도시다. 모아엘가2차는 40% 이상의 풍성한 녹지율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남악지구를 관통하는 남창천의 지천과 인접해 이후 조성될 어린이공원과 경관녹지까지 단지의 경관요소로 담아내는 녹색주거단지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조경은 풍부한 녹지를 기반으로 남도의 기후조건을 활용함으로써 상록활엽수를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며, 매립지인 대상지 특성과 무안의 지역적 상징체계를 접목하여 연꽃을 테마로 공간 및 통합시설물계획을 진행하였다. 특히 연꽃의 이미지를 활용해 단지 곳곳에 배치된 엘가퍼골라는 브랜드이미지가 성장하고 있는 모아엘가의 새로운 조경요소가 될 전망이다. 연화운무(蓮花雲霧) 무안의 상징인 백련과 영암호의 운무를 테마로 한 중심공 간으로, 보행자출입구에서 인접공원까지 단지 중심축을 따라 풍성한 녹지를 확보하고 산책동선을 조성했다. 주민복지시설 전면에는 연꽃을 형상화한 커뮤니티 쉼터엘가퍼골라를 조성하고, 녹지축의 종점에는 생태계류와 작은 석가산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공원으로의 경관적, 물리적 연결성을 높였다. 돌 틈 사이의 안개분수가 만들어내는 운무가 계류와 어울려 운치를 자아낸다. 녹색주거 조금 떨어져서 단지를 바라보면 주거동 사이의 녹지축이 훤히 보인다. 주거동의 측벽이 노출되는 부분에는 낙락장송 을 군식하여 끊어질 듯 이어지는 짙은 초록의 스카이라인에 먼저 눈이 가게 된다. 가까이 다가가 단지 입구로 들어서면 잘 생긴 소나무를 뒤로하고 후박나무 가로수와 제주팽나무 등 짙은 녹음수가 푸르름을 더한다. 단지 내 녹지들은 마운딩 처리가 되어 공동주택단지의 인공지반환경 특성상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식재토심을 최대한 확보하였다. 또한 하층식재에 특별히 공을 들여 토양유실을 방지하고 입체적인 녹지경관을 유도하고 있다. 녹색그늘 모아엘가는 외부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시설보다는 식재에 훨씬 비중을 많이 두었다. 휴게공간에도 퍼골라와 같은 시설물보다는 가급적 녹지를 늘려 그늘식재를 활용한 쉼터로 조성했으며, 운동공간 역시 포장경계를 없앤 친환경 흙포장을 도입해 자연스럽게 인접 녹지와 어울리도록 하였다. 건강산책로 단지의 동쪽 경계를 따라 흐르고 있는 남창천의 지천은 경관녹지와 어린이공원으로 조성되어 녹지의 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으며, 인접한 중고등학교까지 연결되어 학생들의 등하굣길로 이용되고 있다. 건강산책로는 이 녹지의 켜를 이어 남북방향으로 단지 내 주요 외부공간들을 연결하고 있으며, 어린이공원과는 직접 연결되어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Architect _ Moa Housing Construction Co., Ltd Landscape Architect _ Gaia Global Co., Ltd Location _ Apartment Houses Block 21, Namak-ri, Samhyang-eup, Muan-gun, Jeollanam-do Area _ 28,406m2 Landscape Area _ 12,100m2 Completion _ 2013. 09. Photograph _ Park, Sang Beak Editor _ Lee, Hyeong Joo T ranslator _ Ahn, Ho Kyoon
    • 이형주
  • 성수동 코너 19, 25, 50 Corner 19, 25, 50
    부동산 개발과 성수동 성수역과 뚝섬역 근방 성수동 일대는 도심권과 강남권을 잇는 서울 제3의 업무지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해마다 오피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신축, 증축, 리모델링 등 건축 공사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부동산 개발 일변도의 성수동 풍경은 역설적으로 이 지역에 질 좋은 공공 공간을 새로 공급하는 가장 큰 동력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흔히 공개공지로 불리는 공공 공간은 건축주에게 용적률 추가 획득 등 혜택을 줘 부동산 가치를 높일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공공의 어메니티 증진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해 민과 관이 상호 윈윈하는 대표적 도시계획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성수동 일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공개공지를 포함한) 민간의 질 좋은 외부 공간이 건축 및 인테리어와 더불어 부동산 가치를 올리는 핵심 요소임을 증명하고 있는 곳이다. 때문에 많은 부동산 디벨로퍼가 양질의 디자인을 제공하는 조경가와 건축가를 찾고 있으며, 이는 조경 분야의 양적, 질적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성수동 코너(이하 코너) 19, 25, 50 프로젝트도 이러한 상황에 기인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다. 홍콩의 저명한 부동산 디벨로퍼가 한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투자를 시작했는데, 첫 번째 타깃이 바로 성수동 일대였다. 성수동 일대 세 곳 필지를 구입해 오피스 건물을 신축하게 됐고 우리가 조경설계를 담당하게 됐다. 2018년 처음 설계에 착수했고 코너 50을 마지막으로 세 건물을 모두 준공한 시점이 2022년이니, 설계에서 시공까지 총 4년이 소비된 비교적 긴 호흡의 프로젝트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외부 공간의 다양한 기능적·미적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설계를 한 우리가 직접 시공해야 함을 여러 사례를 보여주며 역설했고, 결국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 시공까지 맡게 되다 보니, 조경설계의 기본 프로세스(계획설계-기본설계-실시설계)를 다 밟은 뒤에도 건물 골조가 완성될 즈음부터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다양한 생각을 공사에 담아낼 추가 설계를 진행하게 됐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으나, 클라이언트와 얼굴을 맞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계획안을 다듬어 나간 것이 계획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공통의 조형 언어, 개별적 변주 세 대상지는 성수동 구석구석에 떨어져 있지만, 클라이언트는 프로젝트 기획 초기부터 세 건물을 연동해 사용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나아가 세 프로젝트를 하나로 엮는 일련의 브랜딩 작업(글꼴, 캐릭터, 가구 등)을 통해 건물이 가질 유무형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일례로 클라이언트는 코너 19, 25, 50을 상징하는 동물 캐릭터를 직접 디자인하고, 이를 건물 테넌트 구성 및 인테리어 콘셉트와 연결해 사용하기도 했다. 클라이언트는 건축과 조경에 비슷한 요청을 했는데, 세 건물이 공통의 조형 언어를 갖추되 각각의 개성을 담은 디자인을 원했다. 이에 건축가는 성수동을 상징하는 대표 소재인 벽돌 및 격자창을 공통 재료와 조형으로 선정해 디자인에 통일성을 부여했다. 우리는 전통 한옥 대청마루에서 발견되는 격자를 응용한 포장 패턴을 사용했다. 조형은 대청마루 격자 패턴으로 통일하되, 재료의 색상이나 마감에 차이를 두어 각 프로젝트의 개성은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를 진행했다. 그 결과 코너 19는 진회색 콘크리트와 전벽돌, 코너 25는 사비석과 회벽돌, 코너 50은 회색 콘크리트와 고흥석이 변주를 위한 주 재료로 선정됐다. 쿨하고 힙한 이장님 강아지, 코너 19 코너 19는 세 프로젝트 중 대지 면적이 가장 작다. 클라이언트는 각 건물을 상징하는 동물 캐릭터와 콘셉트를 설정했는데, 코너 19는 ‘쿨하고 힙한 이장님 강아지’다. 이는 단순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 테넌트 타깃에 그대로 적용되는 중요 콘셉트다. 만화 카페, 멀티숍, 재즈바 등 성수동의 힙한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하는 상점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연결된다. 조경설계의 물리적 대상은 지상 1층과 옥상이다. 지상 1층은 서울시 건축조례 상 ‘전면 조경’으로 명명된 곳 인데, 클라이언트는 이곳에 적절한 녹지를 조성하는 것을 조건으로 건물 용적률에 인센티브를 획득한 상태였다. 따라서 광장형 공간보다는 녹지와 어우러진 작은 쉼터를 만드는 설계가 필요했다. 꽃이 매력적인 서부해당화와 개회나무를 이용해 공간의 얼개를 짜고, 하부에는 설유화와 미스김라일락 등으로 풍성함을 더했다. 포장은 진회색 콘크리트 워싱 마감과 전벽돌을 이용해 공통의 조형 언어인 대청마루를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전용 면적이 좁은 관계로 이용자 시선에서는 잘 읽히지 않는다. 포장 가장자리에 설치한 석재 벤치는 고흥석 통석을 자연면 마감 처리해 사용했는데, 매끈한 질감이 넘쳐나는 성수동 도심과 대비되는 거친 질감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옥상정원은 지상 1층 구성과 사뭇 다르다. 멀티숍, 재즈바, 다용도 오피스 등이 건물의 주요 테넌트로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어 중소 규모의 다양한 모임을 돕는 몇 개의 포켓 공간을 만드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평상, 벤치, 선베드 등 포켓 공간과 연동해 독특한 공간감을 만들어낸 것이 큰 특징이다. 후면부 식재 공간에는 다간형 마가목을 공간의 전체 배경이 되는 주재료로 사용해 공간에 통일감과 구조미를 부여했다. 게으르고 느긋한 요리사 토끼, 코너 25 F&B를 주 테넌트 타깃으로 설정한 코너 25는 세 프로젝트 중 중간 규모 프로젝트다. 테넌트 타깃과 조경 계획의 자연스러운 연계를 위해 제안한 콘셉트는 ‘지상의 유실수정원’과 ‘옥상의 텃밭 정원(edible garden)’이다. 지상 1층에는 이른 봄에 연분홍색 꽃을 연달아 피우는 유실수(매화나무, 살구나무)와 벚나무을 식재했고 그늘이 드리우는 작은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건물 외벽은 황색벽돌로 치장 마감됐는데, 이 톤에 맞추기 위해 사비석 벤치를 선택했다. 벤치는 매화나무와 살구나무 아래에 위치해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작은 쉼터가 된다. 옥상정원 중앙에 자리한 유리 온실에는 공유 주방이 들어설 예정인데, 주방에서 쓸 식재료를 옥상정원에서 직접 키울 것을 제안해 클라이언트의 호응을 얻었다. 다만 전체적으로 토심이 부족해 옥상정원의 큰 틀을 토심 확보를 위한 플랜터로 구상해야 했다. 영미권 텃밭정원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물조리개, 삽 등 정원 도구의 재료인 함석을 주 재료로 사용했고, 옥상정원의 콘셉트를 은연중에 드러내는 함석 플랜터를 제안했다. 한국에서는 함석을 고속도로 가드레일이나 전봇대 외장재 등에 주로 쓰기 때문에 값싼 공업용 소재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영미권에서는 아름다운 도금 무늬와 풍화 후 나타나는 고급스러운 질감 때문에 도시 공간에서 흔히 쓰인다. 다만 우리조차 익숙한 소재가 아닌 까닭에 설계 도면에 스펙 명기가 부족했고, 금속 제작사의 노하우 부족, 디자인 감리 미흡 등의 이유로 인해 의도했던 마감 완성도에 다소 미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꼼꼼하고 호기심 많은 만능 맥가이버 펭귄, 코너 50 코너 50은 세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다. 이곳은 코너 19와 코너 25 대지 면적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면적을 가진 만큼, 지상 1층 공개공지도 비교적 넓었다. 두 개 옥상정원과 건물 층별로 조성된 테라스와 실내 정원까지, 조경에서 다룰 수 있는 인공 지반의 모든 유형을 고민한 프로젝트다. 공개공지를 포함한 지상 1층 외부 공간은 단정한 생울타리와 높은 캐노피를 형성하는 튤립나무로 공간의 기본적 틀을 짰다. 장식적이고 자잘한 디자인을 지양하고 공간 디자인 교과서에 나올 법한 ‘바닥과 천정의 형성’이라는 클래식한 원리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공간감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코너 50의 공간감을 지배하는 요소는 단연 튤립나무다. 높은 지하고와 단정한 수형, 적벽돌과 병치되는 단풍까지. 우리가 원하는 코너 50 공개공지의 공간감을 만들기 위한 최적의 재료라 할 수 있다. 다만 설계 단계에서 이식의 어려움, 천근성, 하자 등 여러 가지 이슈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많은 부침을 겪었다. 준공 뒤 1년 반이 지난 지금, 튤립나무의 생육은 많은 이들의 걱정과 달리 아주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 튤립나무와 함께 지상 1층 디자인의 큰 단초로 제시한 것은 다름 아닌 단차다. 보도에서 건물 출입구까지 약 50cm 단차가 있었는데, 이를 몇 개 기단으로 나눠 넓은 광장형 공간으로 조성했다. 이 공간은 코너 프로젝트의 공통 조형 언어인 대청마루 패턴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으로 진회색 콘크리트 워싱 마감과 고흥석 판석을 패턴화해 적절히 사용했다. 건물 남측과 북측 옥상에는 각각 옥상정원이 있다. 남측 옥상정원은 깨끗한 판석 포장과 다간형 화살나무 캐노피로 이루어진 정갈한 휴게 공간으로 연출했고, 북측 옥상정원은 조망이 좋은 관계로 주변을 두루 전망할 수 있는 긴 앉음벽과 개방감 있는 화단 및 휴게 공간을 조성했다. 대조적 분위기의 두 옥상정원은 한층 차이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관리차 옥상정원을 방문할 때마다 이용자 행태를 비교 관찰하는 편인데, 설계 당시 의도한 방식으로 두 정원을 잘 이용하고 있는 것을 목격할 때면 뿌듯함을 느낀다. 자본과 공공 공간 조경설계를 업으로 삼은 이래, 꽤 많은 부동산 디벨로퍼를 만나왔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부동산 개발업은 ‘거대 자본을 투입해 단 시간에 건물을 올려 유무형 가치를 만든 뒤 이를 되팔아 일정 이상 수익을 남기는’ 냉철하고 차가운 분야라고 인식했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가 건축, 인테리어 및 조경 공간을 통해 여러 말랑말랑한 생각들을 만들고, 이를 사업에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의 인식이 꽤 구식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들이 동시대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고 이를 장소성과 연결해 마케팅 수단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조경설계를 하는 우리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다. 이는 조경설계가 단순히 공간을 직조하는 설계 행위 자체뿐 아니라 민간 자본의 브랜딩, 마케팅 방식 등 주변 분야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많은 정책 결정자와 공공 공간, 정원, 녹지 확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관 주도 아래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 서울 시내에 수많은 공공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조경 분야 성장으로 보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공공 공간의 양적, 질적 수준을 높이는 작업을 순수히 공익적 차원, 관의 차원, 메가 프로젝트 차원에서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부동산 가치를 높이기 위한 민간 투자자의 자발적 공공 공간 조성 욕구를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게다가 민간은 공공보다 대체로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디자인 방식이나 재료와 마감 선정에 있어 훨씬 더 자유로운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시도가 질 좋은 공공 공간 탄생 가능성을 더 높인다. 하나둘 마치 점조직처럼 이곳저곳에 발생하는 성수동의 다양한 공공 공간이 성수동 일대 외부 공간의 전반적 완성도를 자연스럽게 올리고 있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도시민이 점심 식사 후 가볍게 커피 한 잔 사서 들러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서울 시내에 많이 필요하다. 조경가가 그 선두에서 큰 역할을 해 나갔으면 한다. 정욱주·원종호 인터뷰 도심 속자연을 설계하다 위치가 떨어져 있는 세 건물을 연동하고, 그 가치를 높이는 독특한 프로젝트다.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정욱주(이하 정) 우란문화재단(2016)에서 시작된 인연이 성수동 코너(이하 코너) 프로젝트까지 이어졌다. 우란문화재단을 설계한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와는 2014년부터 함께 일하고 있다. 미팅 차 더시스템랩에 방문했는데, 사무소 한편에서 장난감 레고로 만든 것 같은 건물 모형을 발견했다. 격자창과 벽돌을 활용해 건물 외형 디자인을 실험 중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게 됐고 우리에게 조경설계를 제안하게 되면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세 건물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읽히게 하는 전략이 있다면? 원종호(이하 원) 클라이언트는 공통의 조형 언어를 갖추되 각각의 개성을 담은 디자인을 요구했다. 건축가는 벽돌과 격자창을 공통 재료로 선정했지만 세 건물 색은 다르게 했다. 우리도 콘크리트와 통석을 공통 요소로 활용하면서 대청마루의 패턴으로 조형을 통일했다. 그리고 건물과 조경 공간이 하나의 공간으로 읽힐 수 있게 건물 색감과 조화로운 조경설계를 했다. 코너 25 정원에는 노란색 계열의 건물 분위기에 맞추고자 사비석 통석 벤치를 배치했다. 코너 19는 전체적으로 흰색 계통인데, 같은 색을 쓰기보다 흰색과 대비되는 검은색을 활용한 설계를 하고자 했다. 그래서 진회색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정 코너 50의 경우 법으로 정해진 생태면적률을 지켜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벽돌을 쓰지 않고 인조 화강석 블록을 사용해야 했다. 코너 50은 붉은색이 특징인데, 붉은 계열의 인조 화강석 블록으로 설계안을 만들어보니 원하는 방향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테스트를 해보고 클라이언트와의 상의를 통해 회색 계열의 콘크리트를 사용하게 됐다. 지금 돌이켜보면 기존 녹지의 녹색과 건물의 붉은색 그리고 회색 포장이 건물과 외부 공간의 조화를 이뤄낸 것 같다. 세 곳 모두 옥상정원이 있다. 오피스의 특성에 따라 옥상정원을 달리 설계한 부분이 있다면? 정 옥상정원에서 최대한 다양한 행위를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세 옥상정원 중 가장 특색 있는 곳은 코너 25 옥상정원이다. 다른 옥상정원과 달리 이곳에는 유리 온실이 있어 이 온실을 공유 주방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직장인에게 옥상에 올라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회식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주고 싶어 주방에서 사용하는 식자재를 키우는 텃밭정원을 콘셉트로 제안했다. 코너 19는 공유 오피스로 다양한 유형의 오피스가 입주할 예정이었다. 회사에서는 사람들이 모이는 일이 많은데 많은 인원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옥상정원을 광장형 공간으로 조성했다. 긴 벤치를 배치하고 빈 공간을 확보해 크고 작은 행사를 옥상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벤치 앞에 여러 테이블이 놓여 있어 이곳에서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코너 50은 남측(12층)과 북측(13층) 두 곳에 옥상정원이 있다. 한 곳은 개별적으로 휴식을 취할 공간으로, 다른 한 곳은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했다. 특히 클라이언트가 옥상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중요시 여겼다. 남측 옥상정원은 전망이 좋아 이곳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쉴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바닥을 0.9m 들어 올려 계단을 만들고 스탠드를 조성해 높은 곳에서 먼 곳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 곳을 우리는 ‘멍석(멍 때리기+石)’이라 부른다. 코너 25 옥상정원의 화단 모양과 코너 19 옥상정원의 벤치 디테일이 독특하다. 원 코너 25 옥상정원 화단을 처음 계획할 때 여러 계획안을 그리고 고민했다. 그러던 중 정 교수님이 악어 등껍질 모양처럼 선을 그렸고 그 선형을 발전시켜 W모양의 화단 배치안이 완성됐다. 코너 25 옥상정원은 공유 주방이 있어 삼삼오오 모여 먹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포켓 공간을 만들고자 했는데, W 모양 덕에 화단 앞 틈새 공간이 생겼다 이 틈새에 벤치를 두고 테이블을 놓아 사람들이 모여 앉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정 코너 25 옥상이 ㄷ자 모양이어서 화단을 배치하기가 어려웠다. 처음 설계한 화단 위치는 지금과는 반대였다. 클라이언트가 도면을 보더니 배치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한강 앞 아파트에 살지 않는 이상 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어려운데, 코너 25 옥상에서는 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는 한강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지금 위치로 화단을 옮겼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해주고 싶어서 벤치 모양도 많이 고민했다. 코너 19 옥상정원에는 세 개의 벤치가 있는데, 그중 두 벤치는 편히 누워 쉴 수 있도록 계획했다. 목업 작업을 통해 1대1 스케일로 곡선형 벤치 도면을 출력해봤다. 출력한 벤치에 직원들이 누워보면서 편안한 모양을 찾아갔다. 최대한 편안하게 누울 수 있도록, 그리고 누워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각도를 조절하며 설치했다. 다른 하나는 평상 모양의 벤치로, 널브러져 누워 쉴 수 있도록 유도했다. 코너 19 지상 1층에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맞닿아 있던 현대테라스타워의 펜스를 철거하고 생울타리 식재를 제안한 점이 인상 깊다. 코너 50 옥상정원에 꽤 큰 화살나무를 심었는데 토심 확보가 어렵지는 않았나. 정 코너 19는 현대테라스타워 옆에 위치해 있어 두 건물의 지상 1층 공간이 맞닿아 있다. 두 공간을 구분하는 형광 녹색 펜스가 놓여 있었다. 다른 건물의 공간이지만 하나의 공간으로 보이게 하고 싶어 최연욱 이사(스타프라퍼티코리아)와 함께 현대테라스타워에 찾아가 펜스 철거를 제안했다. 현대테라스타워 지상 1층에 수생 비오톱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데 펜스가 풀의 성장을 억제할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방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펜스 철거 이유를 설명했다. 다행히 관계자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고 펜스를 철거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인연이 되어 현대테라스타워 앞 공개공지 리모델링 조경설계를 담당하게 되었다. 원 코너 50 옥상정원을 처음 설계할 때 층층나무, 때죽나무, 쪽동백나무로 식재 계획을 세웠다. 계획안대로 시공을 하기 위해 적절한 나무를 찾아다녔는데, 우리가 원하는 수형의 나무가 없을 뿐더러 하자 발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정 교수님과 함께 대안 수종을 고민했다. 그러다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에 심었던 화살나무가 떠올랐다. 정 2010년 서울그린트러스트의 의뢰로 만든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 정원의 수목들은 우리가 관리하고 있다. 그곳에 심겨진 화살나무 20여 그루가 재건축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10년 동안 자란 화살나무는 수고가 4~5m이며 잎이 무성하다. 우리가 찾던 수형이었고, 폐기하기보다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복지관측 동의를 얻어 10여 그루를 코너 50 옥상정원으로 옮겨 심었다. 복지관 재건축이 끝나면 새로운 공간에 맞는 수목을 기증할 예정이다. 원 화살나무는 느티나무, 소나무처럼 대형 교목은 아니지만 키가 높게 자란다는 걸 잘 모르고, 옥상정원 생육에도 적절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화살나무는 잔뿌리가 많아 활착이 잘되고 하자가 거의 없는 장점이 있어 옥상이란 환경에서도 잘 적응한다. 그래서 코너 50 옥상정원의 주요 수목으로 선정했다. 복지관에서 가지고 온 화살나무들은 현재 코너 50 옥상정원에서 잘 자라는 중이다. DWP 하늘정원,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옥상정원 등 옥상정원 조경설계를 많이 했다. 옥상정원 설계에 접근하는 방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 옥상은 많은 잠재력을 품고 있는 곳이다. 높은 곳에 위치하니 전망이 좋고, 공공 공간이 될 수도, 건물 주인들만 이용할 수 있는 사적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조경설계 의뢰가 오면 지상 1층 공간에만 설계를 요구했고 옥상은 설계 대상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공간에 조경설계를 하게 되고 지상 1층에서 실내 정원, 옥상정원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옥상정원(2014)과 DWP 하늘정원(2017)은 옥상의 활용성을 알린 계기가 된 프로젝트다. DWP 하늘정원을 조성할 때 건축주가 옥상에 정원을 만든다는 것을 의아해했는데, 막상 완공된 정원을 보니 공간 활용 가치가 높아진 것 같다며 좋아했다. 전국의 옥상정원 개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옥상이 지닌 환경과 옥상의 활용성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건축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원 옥상 조경설계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다. 옥상은 인공 지반이므로 식물을 식재하기 위해 토심을 확보해야 한다. 토심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는 데, 이것이 옥상정원 디자인의 출발점이 된다. 정 옥상정원을 조성할 때 주로 지면을 일정 높이로 띄워 토심을 확보한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옥상정원을 조성할 때 1.3m 정도 지면을 높여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계단, 스탠드 등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코너 50 옥상정원에도 이와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어떻게 보면 서울대학교 옥상정원의 미니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옥상이라는 제한된 공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고 있다. 흔히 완공된 직후보다는 세월이 흐른 뒤 모습이 진정한 풍경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유지·관리 계획이 중요하다. 정 유지·관리는 또 다른 프로젝트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클라이언트와 처음 상의할 때 완공 후 2~3년 동안 우리가 직접 관리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2~3년을 제안하는 이유는 지주목 때문이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활착해 잘 정착하기 위해선 2년 정도의 세월이 필요하고 지주목이 이 과정을 도와준다. 2년이 지나 지주목을 제거하면 설계 당시 기대했던 모습이 구현되었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도 있고, 이 시기에 이르면 정원도 어느 정도 안정되어 클라이언트가 관리하기에 큰 무리가 없기도 하다. 원 도심에 위치한 정원을 잘 유지·관리하려면 관수가 중요하다. 예전에는 관수 시설이 선택 사항이었지만 이제는 필수 요소 중 하나다. 물을 주는 빈도, 물의 양, 스프링클러 사용법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으므로 클라이언트와 관리자에게 자세히 이야기해주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관리자가 바뀌게 되고 관리가 잘 안 되는 일이 다반사다.유지·관리는 도심 속 정원뿐 아니라 다른 공원, 정원에도 해당되는 문제이므로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우리도 더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디자인 팽선민 사진 유청오 글 원종호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 소장 사진 유청오 조경설계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 조경시공 성수동 코너 19, 25: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 광합성, 쌔즈믄 성수동 코너 50: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 조경시공서화, 쌔즈믄 건축설계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 발주 스타프라퍼티코리아 위치 성수동 코너 19: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2가 314-19 성수동 코너 25: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1가 656-25 성수동 코너 50: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2가 273-50 대지면적 성수동 코너 19: 418m2 성수동 코너 25: 480m2 성수동 코너 50: 1,500m2 완공 2022. 6.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JWL)는 2014년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다. 도시 규모의 마스터플랜부터 작은 주택 정원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공간을 계획하고 설계한다. 화려하고 눈에 띄는 디자인보다 대상지가 적절하게 작동할 정도의 적정 조경을 원칙으로 설계에 임하고 있다. 정욱주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디자인 대학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WRT, Olin Partnership, Field Operations 등 국내외 설계사무소에서 10년가량 실무 경력을 쌓은 뒤, 2005년부터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4년부터는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의 디자인 디렉터 활동을 겸하고 있다. 원종호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에서 설계의 기본을 익혔으며, 현대건설에 근무하며 해외 현장에서 시공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의 소장으로 다양한 규모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 JWL
  • 신반포 르엘 Sinbanpo LE|EL
    신반포 르엘은 330세대로 규모가 작은 단지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분절된 작은 공간들을 확장해 하나의 큰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했다. 파티오 리미티드(Patio Limited)라는 콘셉트로 단지 내 안뜰에 작은 리조트와 같은 감성을 더하고자 했다. 워터 파티오 주민 공동 시설 주변은 이용성이 높은 공간으로 입주민의 요구를 반영해 수경 시설과 산책로 및 휴게 공간이 통합된 장소로 계획했다. 서리서리 물이 흘러 서릿개로 불렸던 반포지구의 지역 특성을 녹여내기 위해 하천의 흐름에 초점을 맞춰, 직선을 최대한 배제하고 물결의 곡선 형태로 전체 공간을 구성했다. 단조로울 수 있는 형태에 다양한 단차를 이용해 입체감을 더해 시선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스러운 경관을 조성했고, 동선의 흐름 또한 물길의 흐름처럼 유연하게 유도했다. 수경 시설과 티하우스를 중심으로 산책로와 휴게 공간을 조성해 다양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환경과조경424호(2023년 8월호)수록본 일부 글 장동혁 라모디자인그룹 설계팀장 김승태 롯데건설 조경토목팀장 사진 유청오 특화설계 라모디자인그룹 시공 롯데건설 조경 식재 및 시설 다원 휴게 시설 스페이스톡, 데오스웍스 놀이 시설 원앤티에스 위치 서울특별시 서초구 잠원동 52-2 외 1필지 규모 330세대 대지 면적 12,053.8m2 조경 면적 4,839.83m2 준공 2023. 6. 라모디자인그룹의 ‘라모’는 랜드스케이프와 모자이크의 합성어(landscape+mosaics)로 우리의 삶을 채우고 있는 많은 경관과 조각의 조합을 뜻한다. 2003년에 설립되어 마스터플랜부터 조경 및 도시계획, 주거 등 다양한 규모와 유형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대지가 들려주는 소소한 속삭임, 사회적 요구, 변화하는 삶을 담아낼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설계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 라모디자인그룹+롯데건설
  • 청량리 롯데캐슬 스카이-L65 Cheongryangri Lotte Castle SKY-L65
    청량리 롯데캐슬 스카이-L65는 동대문구 청량리4 재정비촉진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신축 공사로 지어진 주상복합아파트로, 청량리역으로 바로 접근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근 청량리역이 서울 동북부 철도의 중심지로 변화함에 따라, 동대문구 재정비사업이 꾸준히 이슈로 떠오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주상복합단지인 대상지는 지상부에는 공공성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했다. 또한 약 6,000m2에 달하는 옥상 공간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공동주택 조경과 차별화된 설계를진행했다. 지상층_클라우드 플라자 65층에 달하는 초고층 아파트에 걸린 청량한 바람 따라 구름이 흘러내린 정원이라는 콘셉트를 설정했다. 입구에 서면 한눈에 보이는 곳에 폰드를 단단이 쌓아 올려 유선형 구름 모양의 수반을 만들었다. 폰드 마감에 사용한 검은 석재는 반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주변 풍경을 수반 안에 담는다. 본래 평평했던 녹지에는 언덕을 만들어 볼륨감을 형성하고, 주변에 큰 규격의 소나무를 교차 식재해 도심 한가운데 호수 안에 구름이 걸린 숲속을 연상케 하는 경관을 만들었다. 지상층_소나무숲 스탠드 정문 우측에 조성된 소나무 군락지 안의 느티나무는 아파트 단지의 랜드마크로 손꼽힌다.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5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고목으로, 줄기와 가지가 뻗어나가는 형상에서 강렬한 힘이 느껴진다. 충청지방에서 굴취해온 이 수목은 수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 3일간의 훼손 방지 작업을 거쳐 단지에 들어서게 되었다. 주변에는 소나무 등 상록 교목을 배식해 겨울에도 황량하지 않은 풍경을 연출하고자 했다. 여름 느티나무의 청량한 녹음을 입주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그늘이 드리우는 곳에 앉음벽을 조성했다. *환경과조경424호(2023년 8월호)수록본 일부 글 노용연 우리엔디자인펌 설계팀장 문상용 롯데건설 조경토목팀장 사진 유청오 조경 기본설계 아텍플러스 조경 특화설계 우리엔디자인펌 건축 설계 해안건축, 건원건축 시공 롯데건설 조경 시공 다원 위치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로 27 대지 면적 26,330.2m2 조경 면적 6,477.94m2 준공 2023. 7. 우리엔디자인펌의 ‘우리엔’은 우리(Uri)와 환경(Environment)의 약자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환경을 지향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우리엔이 꿈꾸는 세상은 삶이 빚어내는 정겨운 이야기를 담은 따스한 소통의 장이다. 자연 속에서 호흡하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한다. 나아가 무절제한 훼손으로부터 되살아나는 자연, 그 네트워크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꿈꾼다.
    • 우리엔디자인펌+롯데건설
  • 롯데호텔 부산 야외수영장 Lotte Hotel Busan Swimming Pool
    한국 정원 문화와 수영장 땅콩 모양으로 배치한 철쭉 등 관목 군락, 다채롭게 어우러진 하부 식재 위에 자리 잡은 곡간형 조형 소나무, 그리고 그 속을 굽이치는 산책 동선. 한국 정원이라고 정의하기에는 너무 거창하지만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일상적 조경 공간의 전형이자 익숙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듯 너무나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어쩌면 클리셰라고 부를 수도 있을 정원의 모습에서 출발했다. 이 글은 우리가 제안한 수영장에 관한 이야기다. 대부분의 리조트와 호텔 수영장은 넓게 트여 개방감 있는 구성을 기반으로 그 자체의 스케일을 자랑하며 많은 사람이 모여 물놀이를 즐기는 활동적 공간으로 조성된다. 기존 수영장의 전형들에 대해서 반감이나 거부감은 없었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정원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과의 사색적 교감을 수영장 공간을 통해 더욱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자연과 깊게 교감하는 사유의 정원으로서의 수영장, 그 지점이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었다. 온전히 몸을 담그는 자연 정원을 산책하며 식물을 바라보고 풀 내음을 맡으며 자연 속을 걷는 것은 매우 직접적인 자연과의 교류다. 이러한 교류를 프로젝트의 목표이자 공간에서 제공하는 주요 경험 중 하나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우리가 다뤄왔던, 혹은 완성도 있게 조성된 기존 정원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자연과의 소통조차 여전히 자연이라는 대상과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간접적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사람들은 수영장이라는 유형의 공간에서 최대한 살갗이 자연과 맞닿은 채로 물 속에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물이라는 자연 그 자체에 온몸을 담그며 느끼게 된다. 이만큼 자연과 직접 강렬하게 교감하는 공간이 있을까. 오감의 활용과 공감각적 체험. 조경을 학문으로 접하면서부터 실무적으로 여러 난관을 돌파하고 있는 지금까지 설계를 하며 가장 자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이 개념을 실질적으로 적용할 기회라고 여겼다. 동시대의 사람들이 갈구하는 자연에 대한 요구를 채워주는 정원이라는 유형, 자연 소재 중 가장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면서도 다른 그 무엇보다도 자연 그 자체를 깊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물의 공간 수영장. 이 둘을 접합하는 접근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핵심 전략이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설계 과정에 들어갔다. 산책하는 수영장 자연 속을 천천히 걷고 또 걸으며 만나는 정원으로 수영장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우선 공간 전체의 골격을 흔들어야 했다. 우리의 의지도 그러했지만 발주처의 요구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했다. 앞서 제안된 해외 설계사무소의 설계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했으며, 산책이 가능한 수영장의 레이아웃으로 구성했다. 정원은 크게 식물과 교감하는 구간, 물과 교감하는 구간으로 나뉘어 있으며 굽이굽이 산책하며 식물과 물을 만나게 되는 길을 정원 형태로 조성하였다. 그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물 속에 들어가 유영하기도 하고, 또 어느 지점에서는 불현듯 마주친 정원 속에서 쉴 수도 있다. 더불어 전체 공간 속 다양한 시점에서 미학적으로 만족할 수 있도록, 수영장이라는 주어진 프로그램을 더 풍성하게 경험하도록 섬 형태의 녹지들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공간들을 분리했다. 식재 설계 시공의 현실성을 고려해 교목의 수량을 극도로 제한했다. 목대가 굵은 다간형 교목을 심어 소수의 수량만 활용하면서 야생적이면서도 풍성한 공간감을 만들었다. 공간 전체를 시각적으로 장악하는 주요 수종으로 제주도에서 온 종가시나무를 선정했다. 다간형 상록수이며 제주도에서 자라는 뿌리가 깊지 않은 천근성 수종이라 현장의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할 최적의 수종이었다. 본래 공간 전체에 단일 수종으로 종가시나무만 식재해 단일 경관이 주는 웅장함을 연출하고자 했으나, 방문객들에게 더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호텔 측 의견을 수용했다. 종가시나무와 홍가시나무를 주요 대교목으로 정했고, 작은 포인트 수목으로 꽃이 여러 번 피는 산다화, 물가를 향해 조형적으로 가지를 뻗어내는 곡간형 해송을 중앙부에 식재했다. 예상보다 녹지 구간의 폭이 협소했다. 충족해야 하는 수영장 면적뿐 아니라 선베드 등의 좌석 수가 수영장 운영의 핵심적인 부분이기에 녹지 폭을 다소 좁게 계획할 수밖에 없었다.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도 최대한 풍성한 자연을 연출하기 위해 부피감이 크면서도 거친 질감으로 야생미를 발휘하는 식물들이 필요했다. 대표적으로 팔손이는 볼륨감이 우수할 뿐 아니라 넓은 잎들이 겹쳐 깊이감을 자아내기에, 차지하는 면적에 비해 매우 깊고 풍성함을 연출하는 주요 수종으로 이용했다. 중앙부 섬 형태의 녹지 구간은 대부분 치자나무 한 수종으로 군락을 조성했다. 하나의 수종으로 구성한 군식은 구불구불한 형태미를 드러냄과 동시에 작은 면적이지만 대경관을 보여준다. 치자나무 군락 사이사이에 독립수로 식재한 설류화는 반듯한 초록의 면 위로 거친 질감이 대비를 이루며, 이른 봄에는 하얀 꽃의 덩어리가 되어 또 다른 경관 포인트를 만들어 낸다. 교목뿐 아니라 모든 관목과 지피 초화는 현장에서 설계사 감리 하에 위치와 방향을 정했다. 설계자로서 현장을 방문하고 손으로 드로잉하며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세심하게 식재 수종과 위치를 정했지만, 배식만큼은 최종적으로 현장에서 결정한다. 실제 현장에서 느껴지는 공간감, 현장으로 배송된 실제 식물의 형태와 느낌 등을 면밀히 봐가며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식물들을 재배치했다. 완성된 후 정원의 식물은 언제나 그렇듯 우리가 의도한 것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만들어 간다. 포장과 시설물 설계 포장 소재 선정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맨발로 다녀야하는 수영장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쓰이는 데크나 타일 혹은 판석 석재가 아닌 철평석 부정형 판석 포장을 제안했다. 호텔 건물 7층에 위치한 400평 남짓한 공간에 깊은 자연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거친 느낌의 포장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설계자 스스로 확신을 갖기 위해 두세 달간 철평석 포장이 보일 때마다 맨발로 걸어보았다. 발주처와 운영팀 모두 수영장 운영 본연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공간 전체의 콘셉트를 지키는 데 힘을 실어 주었다. 결국 흑색 철평석 포장이 수영장의 주요 포장재로 선정됐다. 벽면을 포함한 석재 시설물들의 디자인 콘셉트는 같은 석종에 다양한 마감 처리를 적용해 일관성을 갖춘 통일감 속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벽체 마감은 포천석으로 통일하되 피죽 마감, 자연면 마감, 잔다듬, 거친 정다듬 등 다양한 마감과 줄눈 디자인을 통해 공간적 위계와 다양성을 부여했다. 수영장으로 진입하는 계단도 마치 평상을 연상시키는 패턴을 적용하고 다듬기 정도에 따라 마감의 세밀한 변화를 주었다. 일부 벽체는 스타코 마감과 종석긁기 마감의 거칠기 정도 차이로 패턴을 구현했다. 조경설계 팀이 건축과 인테리어를 포함한 프로젝트 총괄 PM 역할을 수행했다. 수영장과 맞닿은 레스토랑 건물, 스파 공간, 화장실과 사우나 시설 등 수영장을 이용하는 동안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건축물의 입면 설계까지 조경에서 제안했다. 조경 시설물은 기성품을 배제하고 제작에 기반한 설계를 진행해 구조 검토까지 포함한 과정을 수행하였고, 수영장에 놓일 야외 가구 선정도 조경이 진행했다. 타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이 부족하지만 과업을 수행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도움 받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 타 업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정원으로서의 수영장’이라고 해야 할지 ‘조경으로서의 수영장’이라고 해야 할지 표현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조경과 정원을 분리하고 다른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필자는 둘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 필자 개인의 취향에 따라 정원이라는 용어를 선택했는데 표현의 오해가 없길 바란다. 모든 과정에서 설계사의 본래 의도와 디자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노력한 발주처에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더불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 준 이향지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과 설계를 진행하며 설계 의도부터 소재 선정까지 마음껏 디자인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활동적 물놀이 공간으로서의 수영장이 아닌 차분하고 사색적인 산책형 정원으로서의 수영장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이용되길 희망한다. 진행 금민수 디자인 팽선민 김태경·이향지 인터뷰 자연과 교감하는 도심 정원 주택정원, 공원, 리조트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김태경(이하 김) 해외 설계사무소의 설계안대로 공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식재 설계를 도와달라는 발주처의 요청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발주처가 수경 시설과 정원이 어우러진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며 수영장을 새로운 콘셉트로 기획해 보자고 제안했다. 평소에 식물과 정원을 토대로 다른 장르와의 콜라보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재밌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았다. 오픈된 넓은 풀과 데크가 있고, 가구들로 구성된 개방감 있는 수영장으로 만들고자 했던 기존 설계안을 재검토하며 새로운 방향의 설계안을 만들어 나갔다. 발주처와의 여러 논의를 통해서 자연과 교감하며 산책하는 정원을 보여주는 수영장을 완성할 수 있었다. 수영장을 정원으로 재해석한 것이 새롭다. 이향지(이하 이) 이용자들이 수영장에서 얻고자 하는 경험 자체를 다르게 해석해 봤다. 공간을 설계할 때 지역의 맥락을 고려해 정체성을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이 바닷가 도시인만큼 바다의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를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상지는 바다에서 다소 떨어진 도심 지역이기에 오션뷰를 가진 호텔만큼 바다의 감흥을 느낄 수 없는 장소였다. 대신 도심 속 호텔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산책 등 정적인 활동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을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선택한 요소가 바로 정원이었다. 일상 속 정원처럼 낯설지 않게 언덕을 만들거나 식재를 해 더욱 친밀하게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 수영장을 일종의 도심 정원으로 만든 것이다. 물론 발주처가 이러한 콘셉트에 흔쾌히 동의하고 지원한 덕분에 가능했다. 김 조경은 자연과 교감하는 장소를 만드는 일이다. 자연과 교감한다는 것은 감각 기관을 통해 소통하는 일이다. 숲에 들어갔을 때 좋은 이유는 풀 내음과 피부를 스치는 바람, 적당한 온도와 습도 등 오감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키우는 화분을 통해 식물과 교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입체적인 경험이다. 이러한 자연과의 교감을 체험할 수 있는 작은 스케일의 공간 중 하나가 정원이다. 마찬가지로 수영장은 물속에 몸을 담그며 물이란 자연과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는 장소다. 호텔에서 오래 전부터 수영장이 유용한 요소로 활용됐던 것도 이러한 점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특성을 적극 활용해 수영장과 정원의 결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둘 다 자연과의 교감이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물 사이사이를 걸으며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 식물과 교감하고, 물에 몸을 담근 채 걸으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산책의 정원’을 만들고자 했다. 정원 공간을 섬 형태 녹지를 중심으로 나눈 이유는 무엇인가? 이 섬 형태로 녹지를 설계할 때 굉장히 여러 번 그리면서 각도와 위치 등을 고심했다. 우선 섬 형태로 녹지를 구성한 이유는 산책할 때 시야의 개폐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주고 싶었다. 숲 사이로 들어가서 걷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물이 잘 안 보이기도 하고, 탁 트인 수공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등 작은 공간이지만 다양한 보행 경험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또한 산책할 때 걷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걷고자 하는 모든 길과 모든 요소가 보이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모든 길이 뻔히 보이는 길을 걷는 게 아니라 걷다가 새로운 공간을 마주치도록 굽이치는 곡선 형태로 중심 동선을 조성했다. 수영하며 뛰어놀 수 있는 수영장보다 유유히 산책하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물속에서도 걸으면서 공간을 둘러볼 수 있게 일반 수영장에서 볼 수 있는 장방형이 아닌 곡선 형태로 수영장 풀을 만들었다. 특정한 포인트가 아니면 수공간 전부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물 안에서 극적으로 자연을 느끼며 산책할 수 있다. 김 대상지는 지상층이 아니라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호텔 7층 옥상으로, 주변의 빌딩 숲에 둘러싸여 있어서 밖의 전망보다는 공간 내부에서의 경험이 중요했다. 내부에 들어와서 섰을 때 진짜 숲속에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섬 형태의 녹지를 중첩해 녹지 너머로 서 있는 위치에 따라 공간이 가려지고 보이도록 연출했다. 굽이치는 동선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공간을 구성해 다양한 전이 경험을 유도했다. 자쿠지 등 다양한 공간을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구성했나? 이 전체적으로 한눈에 보일 수 있도록 연출했다. 수영장의 자쿠지에서 키즈존까지 이어지는 곡선의 형태가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했다. 자쿠지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인 만큼 정원의 가장 깊은 숲에 배치해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선베드 등 수영장에는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요소가 있다 보니 녹지의 폭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식물의 높이나 식물의 잎사귀들이 만들어 내는 밀도를 통해서 공간의 깊이감을 형성해 작은 공간에서도 밀도 있게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수영장 자체는 인공 지반 위에 조성된 테라스 공간이지만, 전체적으로 실제 자연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싶었다. 플랜터에 심긴 나무가 주는 인위적인 느낌을 덜어내기 위해서 토심에 상관없이 플랜터를 사용하지 않고 식재했다. 진짜 숲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땅에 뿌리 내린 나무의 형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건축물의 입면 등에 여러 가지 마감 방식으로 패턴을 구현했다. 김 조경가의 역할 중 하나는 자연을 재해석한 공간을 통해 자연을 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일 석종을 이용해 건축물 입면부터 시작해서 바닥 포장까지 다양한 방식의 마감으로 패턴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자연 속 계류의 경관을 표현하고 싶었다. 서울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의 계류에 가면 군데군데 나무도 있고, 깎아지른 큰 절벽도 있고, 석종은 같지만 마감이나 형태, 물성, 색감이 전부 다 다른 돌들이 흩어져 있지 않나. 이처럼 자연 속에서 단일한 석종의 다양한 마감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모티프로 삼아 이 프로젝트에 구현했다. 건축과의 협의를 통해 밝은색 화강석으로 석종을 통일하고, 마감과 패턴은 각 공간의 위계에 맞게 다양하게 처리해서 하나의 덩어리로 이루어지지만 단조롭지 않도록 만들었다. 거친 질감의 철평석 부정형 판석을 수영장에 사용하면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이 자연을 구현한 정원 속에서 딛는 땅들이 거친 자연 안에 놓인 대지처럼 느껴지기를 바라며 철평석 부정형 판석으로 바닥 포장을 했다. 철평석이란 소재를 수영장에 적용하면 운영상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한강 반포지구에 있는 다양한 철평석 포장을 맨발로 걸어보며 철평석 특유의 질감을 느껴봤다. 온몸으로 경험해 보면서 이 정원이 가진 특유의 자연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예상했던 우려와 달리 발주처에서 운영상 어려움보다는 공간의 완성도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었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보자며 의기투합한 덕분에 철평석 부정형 판석을 바닥 포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건축과 인테리어를 아우르는 PM을 맡았다. 이 프로젝트의 특 수성 덕분이다. 수영장을 중심으로 수영장을 둘러싼 건물 벽면을 포함한 전체적인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전체 디자인이 통일성을 갖도록 조율하는 총괄 디자이너가 필요했다. 발주처도 수영장과 건물을 따로 분리하지 말고 정원으로서 기능할 수영장의 배경을 맘껏 제안해 보라고 독려하면서 건축과 인테리어를 아우르는 역할을 맡게 됐다. 특별히 PM이란 공식 직함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디자인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이런 역할을 처음 맡게 되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고, 많이 반성했다. 건축과 인테리어등 타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다행히 건축 쪽이 많은 도움을 줬다. 앞으로 PM과 같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으려면 타 분야에 대한 지식 습득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다년간 다뤘던 주택정원 프로젝트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나? 김 기본적으로 주택정원은 스토리나 맥락, 이용자, 땅의 위치 등 모든 것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설계할 때 실제 보이는 공간감이나 디테일이 중요하다. 또한 일상의 공간이기 때문에 튀는 요소 없이 점점 예뻐지고 질리지 않게 하는 요소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은 규모의 상업 공간에서는 주택정원에서 경험했던 공간감이나 디테일을 많이 사용하지만, 그리는 선이나 디자인은 조금 더 과감하게 시도하는 편이다. 또한 365일 내내 머무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공간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해서 이용자들이 짧은 시간에 감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하려고 한다. 상업 공간을 설계할 때 공간의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들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첫인상을 설계에 어떻게 반영했나? 김 전형적인 수영장의 풍경을 정원으로 해석해 전반적으로 독특한 경관을 자아낸다. 수영장인데 수영장 같지 않다고 할까. 하지만 이러한 경관을 진입하는 입구부터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6층에서 수영장으로 올라오는 계단은 보통의 호텔 로비처럼 만들었다. 수영장으로 진입하는 입구에서 자연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며 공간에 대한 힌트를 일절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계단으로 올라와서 수영장을 처음으로 마주할 때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경관이 펼쳐지도록 만들었다. 이용자에게 공간의 첫인상을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주고 싶었다. 최근 리조트, 호텔 등 큰 규모의 상업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러한 공간에서 나타나는 현재 조경 트렌드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 조경이 일종의 프리미엄 역할을 한다. 호텔이나 리조트는 객실에서 보이는 전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객실이 좋은 전망을 전부 가질 수 없다. 좋은 뷰를 가진 객실은 높은 가격으로 책정된다.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객실의 가치를 좀 더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조경을 활용한다. 높은 가격을 책정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뷰로 인한 객실 간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프리미엄 장치로 작동하는 것 같다. 호텔 등 상업 공간에서 조경 공간이 필요한 이유는? 이 조경 공간은 상업 공간에서 가성비 있는 투자다. 건축이나 인테리어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큰 공간적 경험을 창출한다. 특히 요새는 카페, 복합문화공간 등 다양한 상업 공간이 많이 생겨나면서 정말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도심 내에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작은 면적이라도 자연과 교감을 꾀할 수 있고,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조경 공간이 상업 공간에 들어서면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좋은 요소가 될 것이다. 특히 요즘 세대는 좋은 장소에 가서 좋은 시간을 보낸 걸 사진으로 남기고 SNS에 공유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조경 공간이라면 상업 공간의 매출과도 연계되는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 상업 공간에서 조경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호텔이나 리조트는 그 지역에 놀러 오거나 쉬러 오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장소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가급적 호텔과 리조트는 그 지역만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어야 한다. 조경은 지역의 기후나 지역적 맥락을 고려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호텔이나 리조트 조경 공간을 작업할 때는 공간을 통해 그 지역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지역에 대한 이해를 돕는 스토리텔러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디자인 팽선민 사진 유청오, 부산 롯데호텔+얼라이브어스 글 김태경 얼라이브어스 소장 조경설계 얼라이브어스 발주 부산 롯데호텔 시공 경원필드 CM 롯데CM 사업본부 위치 부산시 부산진구 가야대로 772 면적 1,600m2 완공 2022. 12. 사진 부산 롯데호텔+얼라이브어스 얼라이브어스(ALIVEUS)는 현대 도시를 만들어가는 건축, 조경, 도시재생, 문화 기획에 기반을 둔 디자이너 그룹이다. 평등한 커뮤니케이션과 유연한 관계를 바탕으로 이상적인 학제간 디자인을 추구하며, 이러한 방식이 도시의 다양한 문맥에 더 좋은 디자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태경은 고려대학교에서 생태공학을, 하버드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미국과 한국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부터 얼라이브어스를 운영하고 있다. 디테일과 식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다듬어진 공간의 미감에 주목한다. 이향지는 동아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한 후, 중국에서 기초 실무를 경험하고 한국에서 다년간 설계 경력을 쌓고 있다. 현재는 얼라이브어스의 구성원으로 일하고 있다.
    • 얼라이브어스
  • 호지 Hoji
    하늘 호 땅 지: 굿모닝 굿나이트 호지는 시골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건물을 재해석한 공간이다. 호지에는 손님이 머무는 공간인 둥근집, 긴집, 팔각집, 이렇게 세 가지 형태의 건물이 있다. 그 옆에 호지를 운영하는 가족의 집과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공용 공간을 합해 다섯 개의 건물로 구성된다. 모든 집은 땅에서 허리춤 높이로 떠 있고, 같은 높이의 둥근 길이 다섯 개의 집들과 이어져 있다. 적당한 거리감으로 떨어져 각각이 분리되기도, 둥근 원을 따라 하나로 연결되기도 한다. 가장 편안한 사람과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도, 해질녘 산책을 하거나 아침을 먹으러 이동하는 길에는 둥근 원 위를 따라 이웃과 스치며 걷게 되는데, 마치 담이 없는 작은 마을 같다(호지 홈페이지의 소개 글 일부). 건축 이야기 서재원 소장(에이오에이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의 설계 의도를 정리해보면, 최근 흔히 만들어지는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공간과 과한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조용한 시골 마을 속 소박하고 겸손한 공간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그는 호지가 머무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상기하게 하는 동시에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호지의 건물이 주변 집들보다 크면 안 됐고, 세련되기보다는 둔탁해야 했으며, 시골에서 흔히 보던 것이었으면 했다. 시골에서 보이는 창고나 비닐하우스, 원두막은 대게 자립한 오브제 형태가 많은데, 이를 독립된 형태의 건물로 표현했다. 이 건물들이 재현이 아닌,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도 아주 생경하지 않은, 머무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기억을 소환하는 정도이길 원했다. 그 결과 건축물은 중립적인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간단한 대칭을 따르는 디자인으로 구성됐다. 투박한 외부와 반대로 온통 나무로 덮인 내부 공간에서는 첼로 악기상자 안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Space』 2022년 12월호 참조). 정원의 방향성: 식물의 터전 건축과 맥을 같이 하고자 호지의 정원은 스타일이나 조형성에 초점을 두지 않고, 생물과 환경, 그 속의 연결과 다양성에 기반을 둔 곳으로 계획했다. 본래 터가 가진 특성과 변화된 환경에 어우러지는 다양한 식물을 선별해 심었다. 이곳에 뿌린 내린 식물은 곤충, 새, 야생 생물과 함께 먹이사슬의 연결고리 안에서 살아가게 된다. 새로 심은 식물이 주변 식물과 경쟁, 때로는 공생하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도록 계획했다. 새순이 돋아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잎이 갈변해 떨어지기까지의 모습은 우리의 삶을 닮기도 했다. 현재 우리가 보는 호지 정원의 모습도 이들이 살아가는 생의 한순간이다. 그 모습이 아름답든 추하든 그저 삶과 죽음 사이의 과정일 뿐이며, 이를 통해 사람들이 보이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랐다. 발아래 정원 땅과 물길, 여린 풀들 위로 살며시 놓인 듯한 둥근 길 위에 서면 발아래의 정원을 내려다볼 수 있다. 건축이 계획한 떠 있는 둥근 길은 식물이 살고 있는 공간에 대 한 존중으로 읽힌다. 정원에 들어가 좀 더 가까이에서 식물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커다란 원형의 길을 따라 걸으며 주변 풍경과 식물의 시퀀스 변화를 보는 것도 꽤 즐겁다. 떠 있는 둥근 길 밑에는 그늘이 생겨 작은 그늘 식물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 주인 집 강아지도 뜨거운 날에는 이 길 밑을 찾는다. 식재 식재 수목 선정 기준은 마을 경관을 이루는 수종과 지역 자 생종이었다. 정원의 구조와 배경이 될 가장 큰 교목은 주변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종으로 선정해 주변 과 잘 어우러지게 했다. 그리고 강릉 지역에서 잘 적응 하고 자생하는 수종을 택했다. 예를 들면, 타입 1-마을 경관 수목(회화나무, 이팝나무, 단풍나무 외), 타입 2-마을 경관 수목이면서 독립수(계수나무, 중국단풍, 외), 타입 3-마을 경 관 수목이면서 과실수(자두나무, 감나무, 산수유 외), 타입 4- 지역 자생종(마가목, 개암나무, 참죽나무, 국수나무, 옻나무 외), 타 입 5-지역 자생종이면서 대상지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수종(버드나무, 싸리나무 외), 타입 6-지역 자생종이면서 상 록이며 차폐 기능을 가진 수목 등 마을 경관과 지역 자생종의 기준에 맞는 수종을 선정하고 각 수목의 특 성을 구분해 정리했다. 대상지를 입구 중심으로 봤을 때 오른쪽은 논 경관, 위 쪽은 계절마다 감자, 파 등이 심겨 바뀌는 밭 경관을 가지고 있다. 이를 고려해 초화와 관목을 심었다. 둥근 길의 오른쪽 부분에 논 경관의 연장 요소로서 진퍼리 새와 솔새를 식재했다. 밭 경관을 올려다보는 팔각집, 긴집, 둥근집의 바깥 마당에는 초화 식재를 최대한 줄 이고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시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대관목을 심었다. 땅을 잔디와 토끼풀로 덮고자 했는데, 공사비 절감을 위해 씨 뿌리는 방법도 계획했다. 씨를 뿌리는 식재 방 식은 발아가 돼서 자라기까지 물과 잡초 관리에 심혈 을 기울여야 한다. 호지 정원의 핵심인 중앙은 야생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식물로 구성했다. 건축의 콘크리트가 가진 거친 질감과 섬세한 식물 잎의 부드 러움이 균형을 이루길 바랐고, 정원이 아닌 자연의 모 습과 더 가까웠으면 했다. 땅의 건습도에 따라 내건성 식물(순비기나무, 매화오리나무, 바이텍스, 붓들레아, 좀새풀, 멍석딸기, 사초류, 톱풀 외), 호습성 식물(버드나무, 골풀, 창포류, 꼬랑사초 외), 그늘 식물(고사리류, 풍지초, 휴케라 외)을 식재했다. 주인집과 가장 가까운 구간에는 허브 식물 위주로 심었다. 물웅덩이: 둠벙 호지의 터는 본래 그늘이 없는, 뜨겁고 매우 건조한 땅 이었다. 토질이 모래 같았고 그래서 물이 빨리 빠질 것 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와 사 초류, 여러 잡풀이 자생하고 있었고 비가 오면 빗물이 며칠을 빠지지 않고 고이는 구간이 있었다. 지하수위가 매우 낮아, 비가 올 때 순간적으로 지하수위가 높아지 며 물이 고이게 되는 현상으로 보였다. 모래 성질의 흙 은 물을 쉽게 빠지게 하는 만큼 물이 거꾸로 타고 오르 기도 좋았던 것이다. 방수를 하지 않았는데도 비가 많 이 오면 물이 열흘 이상 차 있기도 했다. 그래서 자연 스럽게 물이 고이도록 일부 구간의 땅을 꺼트려 물이 담기는 그릇, 즉 물웅덩이를 만들었다. 물이 찬 웅덩이 의 모습은 주변 농경지에서 볼 수 있는 ‘둠벙’ 같기도 하다. 자연으로의 정원 호지의 건축주는 숙박 시설을 지으며 자본주의의 최고 가치인 효율성과 생산성을 따지지 않았다. 건물의 수와 배치뿐 아니라 대지의 중앙 공간을 자연에 양보했다. 그로 인해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더 많은 가치를 얻었다 고 생각한다. 호지 정원은 점차 힘의 질서에 따라 자연의 모습으로 바뀌어갈 것이다. 배식 계획의 아름다움 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통제와 가꿈이 필요하 겠지만, 특별한 형태를 만들지 않았기에 조성 초기의 모습을 유지하려 애쓸 이유도 없다. 강한 것은 억제하 고 약한 것은 도와주며 균형을 잡아가면 될 일이다. 그리고 호지 정원에는 조명이 없어 밤에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수많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하늘에서 쏟아 지는 듯한 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글 오현주, 이범수 안마당더랩 소장 조경 설계 안마당더랩 조경 시공 안마당더랩 건축 에이오에이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위치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신왕길 78 대지 면적 3,361m2 건축 면적 436.86m2 조경 면적 2,924.15m2 완공 2022. 6. 사진 박성욱, 진효숙 안마당더랩(Anmadang The Lab)은 이범수, 오현주가 2016년 설립한 디자인 작업실이다. 소속 디자이너들과 함께 외부 공간을 기획, 설계, 시공하고 있다. 자연의 질서를 따르고 여러 가치를 존중하는 설계를 통해 균형감을 잃지 않는, 선명하지만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가려 한다.
    • 안마당더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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