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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젊은 조경가_최윤석
재 료 의 가 치 를 발 견 하 며 공 간 의 쓸 모 를 고 민 하 고 장 소 를 만 드 는 관 계 기 술 최윤석은 경희대학교에서 환경조경디자인을 전공했다. 선진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레저부에서 실무를 익히고 2008년 그람디자인을 설립했다. 아이디어와 디자인에서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명쾌함을 추구한다. 2011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정원사친구들(gardening friends)은 정원 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작업을 통해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장소 만들기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조경 설계도 하고 정원 시공도 하며, 조경가로서 어떤 장소나 소재의 가치를 발견해서 돋보이게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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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디자인 오피스] 조경사무소 사람과나무
사람, man 사람에게는 누구나 경험하는 공간이 있다. 어떤 사건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장소 자체가 감명을 준다. 뇌리에 남은 공간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그 공간을 다시 가보고 싶은 장소로 만들어준다. 다양한 경험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이 설계를 거쳐 하나의 장소로 만들어지고, 우리가 의도한 대로 어떤 사람에게 소중한 장소로 기억에 남는 경험과 즐거움을 주는 설계를 하는 사람. 우리가 꿈꾸는 디자이너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순수 예술을 하는 예술가가 아닌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것을 적정하게 제시하는 설계가(디자이너)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조경사무소는 나를 위한 예술 활동이 아니라 엄연히 클라이언트가 있고,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해결책을 최적의 비용으로 도출해 요구한 것 이상의 만족을 줄 수 있는 설계로 평가받아야 하는 프로페셔널 집단이다. 나무, tree 무성한 잎은 한낮 뙤약볕 아래에 쉴 수 있는 그늘을 제공하고, 형형색색의 단풍은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게 해주며, 한 줄로 늘어선 가로수는 나그네의 길을 인도하고, 한데 모인 숲은 대자연이 되어 청정한 공기를 제공하고, 아픈 땅을 치유해준다. 누구나 다 아는 나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사무실 이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의 기본적인 도구가 나무이기 때문이다. 여러 장점이 많은 나무도 물, 햇빛, 토양이라는 매개체가 없으면 생명을 잃는 피조물에 불과하다. 나무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우리의 밥벌이 수단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사무실의 모습이기도 하다. 잘 만든 설계로 장소와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제공하며, 그 결과로 얻은 과실을 우리 사무실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사무실의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물, 햇빛, 토양이 되어 함께 사람과 나무를 잘 키워야 한다. 그렇게 튼튼하게 자란 나무가 다시 우리 사람들에게 좋은 양분을 돌려주는 그런 오피스가 되길 원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과나무’다. 전지적 참견 시점 우리는 공동주택, 리조트 단지, 공원 등 규모가 큰 대상지를 설계한다. 업무 특성상 이용자나 클라이언트를 직접 만나는 소규모의 프로젝트가 아니므로 설계 결과물이 이용자들에게 닿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러한 시차 안에서 하는 일련의 노력이 우리의 설계 과정이며, 어느 예능 프로그램 제목처럼 전지적으로 참견해 시‧공간을 뛰어 넘고자 노력한다. 공간이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이용자가 공간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상호 간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한 디자인을 고민하고, 분석하고, 예측한다. 최적의 설계안을 도출하기 위해 거치는 모든 연속적인 과정이 우리의 설계 과정이다. 다만 우리는 어디까지나 참견자일 뿐 직접적인 이용자가 아니기에 우리의 설계와 완성작 사이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이 부분이 항상 아쉬우므로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시공 모니터링(이용자의 행태와 환경 변화에 따른 공간의 변화 과정), 선진 답사, 현장 조사와 설문 과정 등 최소한의 간접 경험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파트너십 업무 방식은 크게 계획설계과 실시설계로 분류하여 진행하고 있다. 공모, 현상 등 경쟁 프로젝트 및 계획이 필요한 디자인 파트와 실시설계 및 일반 프로세스 업무를 담당하는 실시 파트로 구분했으며 직원들의 성향에 따라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현재 이 방식은 완성도 높은 설계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운영 방안이며,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형할 수 있도록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역량 있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운영할 때도 있지만, 그보다 조직(팀)이 공동 업무를 통해 만드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팀워크와 관계성을 매우 중요시한다. 개인의 사적인 삶은 지향하지만, 이기적이고 불성실한 행동은 지양한다. 이러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이름이 알려진 스타 설계가가 없어도 내실 있는 성과와 경쟁력으로 클라이언트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부한다. 현재까지는 전통적인 직급 체계를 가지고 있으나, 이것은 단지 질서와 에티켓을 위한 것이지 디자인 과정에서의 직책은 무의미하다. 더 합리적인 디자인에 따라 설계 방향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다 함께 맞춰가고 있다. 물론 경험과 노하우는 경력이 많을수록 더 있겠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는 지위 고하가 없으므로 디자인 브레인스토밍에서는 수평적인 대화와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기나긴 과정 2016년 봄, LH의 설계공모로 시작한 세종2차 e편한세상(DL) 프로젝트는 공동주택치고는 그나마 빠르게 2021년 준공되어 주민들이 입주했다. 공동주택 프로젝트는 계획, 설계를 거쳐 공사하고 입주하는 그 기간까지 기나긴 시간이 필요하다. 공동주택의 특성상 건축을 필두로 다양한 협력 공종의 협업을 통해 땅을 나누고, 때로는 분산된 토지를 다시 합치고 그 안에 머무를 사람들의 특성(분양, 임대) 및 세대수를 정하고, 무엇보다도 그 생김새가 도시와 어울리는지를 전문가 집단이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기간에 조경가는 법적으로 필요한 녹지 면적과 교목, 관목의 수를 추산하고, 세대수에 따른 부대시설(놀이터)을 어떤 디자인으로 할지 고민하고, 그 도시가 정한 법률에 부합된 설계인지를 평가(사업 승인)받고 나서야 실제 공사를 위한 실시설계를 한다. 이러다 발주처의 상황이 바뀌거나 감독관이 변심(?)하면 원래대로 할지, 옆집보다 더 좋게 해줄지 말지(특화설계)를 고민한다. 시간과 비용에 대한 검증이 끝나면 드디어 공사를 시작한다. 건설 공사의 마지막 작업인 조경 공사가 완료되면 도면대로 시공됐는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사람들이 하나둘씩 입주한다. 오늘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 단지는 몇 년 전에 설계해 납품한 것일까. 준공된 곳을 가서 보면 우리가 설계한 곳이 맞는지 머뭇거리거나 촌스러운 디자인에 손발이 오그라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는 의도대로 시공되어 반가울 때가 많다. 무엇보다도 그곳을 이용하는 아이와 부모의 밝은 미소를 보면 따뜻한 마음이 들며 조경가로서 뿌듯하다. 아쉬워서 기대되는 2019년 가을, 평소 친하게 지내던 건축사무소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바쁘냐? 재미 있는 프로젝트 하나 있는데 시간되면 네가 꼭 해줬으면 좋겠다.” 늘 그렇듯 해외 프로젝트의 실행 확률은 반반. 제주 프로젝트 이후 대규모 리조트 단지 설계에 목마르던 때라, ‘콜’을 외치고 시작한 베트남 호치민 프로젝트. 아무것도 없는 대상지의 면적이 몇 헥타르라는 기초 데이터만 가지고 건축과 함께 진행하며 경계 내에서 이쪽으로 풀빌라, 여기엔 워터파크, 저쪽에는 도시와 조경, 때로는 건축 배치 및 입면까지 간섭(?)하며 즐겁게 프로젝트에 임했다. 아쉽게도 기본계획 마스터플랜과 동영상 편집까지 마무리하고, 최종 기본계획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위한 현지 출국을 일주일 남기고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하늘길이 막히고 두세 달의 기다림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금세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버렸다. 직원들과 해외 답사 겸 나들이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더더욱 아쉽다. 이제 코로나19가 슬슬 풀리고 있으니 다시 추진되길 기대해본다. K-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와 비전 2030 한국의 공동주택 브랜드와 완성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베트남 등 동남아에 진출하여 최고급 주거 단지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장점인 주거 설계 능력과 노하우를 살려서 조경 설계를 하나의 브랜드처럼 만들어 진출해보고 싶다. 더 나아가 건설사나 건축이 아닌 조경가가 주도해 계획, 설계부터 시공까지 토털 디자인을 한 멋진 작품을 만들어서 케이팝(K-Pop)이나 케이푸드(K-Food)처럼 조경 산업도 하나의 글로벌한 콘텐츠가 되도록 도전해보고 싶다. 현재 조경 외에 디자인 분야의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여 더욱 심도 있는 설계와 더불어 영역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조경 분야도 점점 더 다원화되고 영역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설계 하나만을 고집해서는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마저 힘든 시대다. 동시에 그린 비즈니스 시장은 더욱 수요가 팽창하고 있으므로 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의 태생은 조경 설계이므로 그 뿌리는 유지하되, 영역의 확장을 통해 조경 그 이상을 넘볼 수 있는 토털 디자인 회사로 진일보하여 앞으로의 10년을 맞이하고자 한다. [email protected] 조경사무소 사람과나무는 자연 공간에 대한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을 모토로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사고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고 있다. 다가오는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보다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열정적인 자세로 일하고 있다. www.mnt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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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스케이프] 창경궁 대온실 건립과 진화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芙蓉地) 권역을 지나 불로문(不老門)을 향해 가다 보면 우측 담장 너머 창경궁 북측에 자리한 대온실이 보인다. 조선의 궁궐에서 하얗고 투명한 대형 유리 온실을 본다는 사실 자체가 낯선 일이라, 사람들은 이 느닷없는 대온실의 등장에 각양각색으로 반응한다. 조선의 궁궐에 근대 건축물이 있으니 신선하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식민지 유산이니 철거가 마땅하다, 궁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은연중에 궁궐은 오직 조선다운 전근대 풍경이어야 한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지만, 개항 이후 가장 급진적으로 변한 곳은 다름 아닌 궁궐이다. 잘 알려진 경운궁(덕수궁)의 석조전이나 정관헌, 경복궁 집옥재, 창덕궁 희정당 등 전각 내외부를 장식하고 있는 다채로운 재료와 문양, 조명, 가구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창경궁의 대온실과 프랑스식 자수화단, 분수의 앙상블과 대칭적 마감은 경운궁 석조전 일대의 경관만큼이나 근대적이다. 1909년에 조성된 대온실은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 건립 계획이 결정된 이후 가장 먼저 만든 시설이다. 대온실의 설계자는 원예학자 후쿠바 하야토(福羽逸人, 1856~1921)인데, 대온실 정면의 자수화단과 분수는 누가 설계하고 조성했는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건축가가 아닌 원예학자가 대온실 설계를 했으니 주변 조경도 함께 다뤘을 수 있고, 아니면 온실 시공을 한 미상의 프랑스 회사가 조경을 담당했을 가능성도 있다. 후쿠바 하야토는 프랑스와 독일에서 수학한 후 본국으로 돌아와서는 신주쿠교엔(新宿御苑)의 식물원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1896년 식물원에 최초로 서양식 온실을 건립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창경궁 대온실 설계는 신주쿠교엔의 대온실 건설의 경험이 토대가 되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신주쿠교엔의 서양식 온실은 1945년 미국의 폭격으로 소실되어 지금은 옛 사진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데, 창경궁 대온실은 이 온실의 1/4 규모로 작지만 외관은 매우 닮았다. 참고문헌 문화재청, 『일본 궁내청 소장 창덕궁 사진첩』, 2006. 문화재청, 『창경궁 대온실 기록화 조사 보고서』, 2007. 김정은, “일제강점기 창경원의 이미지와 유원지 문화”, 『한국조경학회지』 43(6), 2015, pp.1~15. 김정화, 『우리나라 식물원의 기원과 진화』,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7. “昌慶苑植物園 培養室開放 西洋化를 公開”, 「중앙일보」 1932년 3월 6일.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museum.seoul.go.kr) 문화재청 홈페이지(www.heritage.go.kr) *환경과조경416호(2022년 12월호)수록본 일부 박희성은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중 문인정원과 자연미의 관계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역사 연구자들과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면서 근현대 조경으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했다. 대표 저서로 『원림, 경계없는 자연』이 있으며, 최근에는 도시 공원과 근대 정원 아카이빙, 세계유산 제도와 운영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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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과 정원에 대한 탐색
제2회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부 아이디어경진대회
지난 11월 9일, 한국종합기술 사옥에서 ‘제2회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부 아이디어경진대회’(이하 한국종합기술 경진대회) 시상식이 개최됐다. 한국종합기술 경진대회는 건설 관련 엔지니어링 산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학생들의 인식을 제고하고자 마련됐다. 조경학과 대학생·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참가 가능하며, 팀을 구성할 경우 5인 이하로 꾸려야 한다. 참가자는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부에 입사 지원 시 인센티브 부여 및 대외 활동 인정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주제는 천 가지 이야기를 담는 수목원과 정원이었다. 다양한 정원박람회가 개최되고, 국가정원과 정원 콘셉트의 여가 공간이 대두되고 있음에 따라 성숙한 정원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정원·수목원 조성 계획을 발굴하고자 했다. 수목원과 정원에 대한 개념은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따라야 했다. 24개의 작품이 접수됐고, 사전 심사와 본 심사를 거쳐 네 작품이 대상(1점), 최우수상(1점), 우수상(2점)을 받았다. 대상 수상의 영예는 배가원(강릉원주대학교)·배지훈(서울대학교)·이다빈(서울시립대학교)·조다은(전남대학교)의 ‘언플래트닝(Unflattening)’이 차지했다. 최우수상에는 김서영·김은주·이서현·이지은·황지은(계명대학교)의 ‘°클리메이트 °체인지’, 우수상에는 박성은·이주영·이현승(경희대학교)의 ‘비스포크 알버리텀(Bespoke Arboretum)’과 송모빈(경희대학교)의 ‘식물상영관, 걸어서 이야기 속으로’가 선정됐다. 심사는 박상천(한국종합기술 국토개발본부 본부장), 김인관(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부 부서장), 이태선(경기도청 공원정책팀 팀장), 진혜영(국립수목원 전시교육연구과 연구과장), 최원만(신화컨설팅 대표), 이시영(배재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윤영조(강원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가 맡았다. 대상작 언플래트닝은 지상은 물론 활동의 영역을 입체적으로 확장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며, 수평적 경관으로 주벽 맥락과 호흡하고 역사와 지역적 층위를 다층적으로 분석해 정체성 있는 설계 전략을 세웠다는 평을 받았다. 대부분의 출품작은 완성도가 높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도시와 함께 성장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 수목원에 대한 고민, 수목원과 정원의 기능에 대한 이해, 수목과 식재 연출의 장기적 성장 방안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상작을 비롯해 사전 심사에서 선정된 10개 작품은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부 공식 블로그(blog.naver.com/keccland)에서 볼 수 있다. *환경과조경416호(2022년 12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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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디에스디삼호 조경나눔공모전
용산 주상복합단지 조경 디자인 학생 아이디어 공모
지난 11월 10일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주최 및 주관하고 디에스디삼호와 환경과조경이 후원한 ‘용산 주상 복합단지 조경 디자인 학생 아이디어 공모(2022 디에스디삼호 조경나눔공모전)’ 심사 결과가 발표됐다. 대상지는 서울 용산구 문배동의 특별계획구역에 들어설 주상복합단지다. 주상복합단지는 공동주택, 업무 시설, 상업 시설이 혼합된 형태로 토지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지만, 협소한 외부 공간과 초고밀 환경이라는 한계도 있다. 공모 목표는 1층의 선형 보행 가로를 활성화하고 단지 내에서 녹지 공간 경험을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주변 도시 조직과의 원활한 연결을 꾀하는 것이다. 총 39개 팀이 참가를 신청했으며, 28개 팀이 작품을 제출했다. 대상은 배유진·이동향·제갈갑성(경희대학교)의 ‘트라이 앵글(Try Angle)’이 차지했다. 대상작은 용산 삼각지의 지형적 특성을 모티프로 해 자연과 문화, 교통의 세 가지 축 중심에서 도시인의 삶을 담아내는 주상복합단지를 제안했다. 반경 600m 내에 위치한 녹지와 교통을 연결하는 삼각형의 축을 설정했다. 축을 중심으로 공공과 개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녹지를 계획하고, 주민 간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해 미래지향적 도시 공동주택을 보여주고자 했다. 단지 내부에는 선형 보행로를 중심으로한 숲길과 주변 연계의 광장을 제안했다. 위요감을 선사하는 선형의 산책로, 입주민과 방문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최우수상은 하지윤·김선태·김소은·이다영·정세영(전남대학교)의 ‘뉴 웨이브 어반 리버(The New Wave_Urban River)’와 박성은·김사무엘·이주영·주솔·지유신(경희대학교)의 ‘프리즘 메모리(Prism Memory)’가 수상했다. 우수상은 신재호·서지원·양수미·정해윤·황예인(경희대학교)의 ‘시프트 유어 라이프(Shift your Life)’, 정지윤·권수현·김소연·김은주(계명대학교)의 ‘블루밍 인 크랙(Blooming in the Crack)’, 조혜영·김가은·김유선·유다현·최수현(경희대학교)의 ‘링크:에이지(LINK:AGE)’가 수상했다. 가작은 왕자룡·왕천기·유흔이·장핵위(계명대학교)의 ‘도시·사막 오아시스’, 신민승·권봉기·김민성·박성현·이채빈(계명대학교)의 ‘데일리 룩(Daily look)’, 정영진·권용조·김태영·이민서·이희수(배재대학교)의 ‘팬테리엄(Phantarium)’, 한지원·김가영·김나경·원유나·임창규(경희대학교)의 ‘팔레트(8alette)’, 신서영·나소영(서울여자대학교)의 ‘믹스 집(Mix Zip) 세대’로 선정됐다. *환경과조경416호(2022년 12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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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라떼는(나 때는), ‘대한민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다’라고 배웠다. 어렸을 때는 계절마다 특색이 확연히 다르다는 그 말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 줄 몰랐다. 스무 번 넘게 네 개의 계절을 흘려보내고 나서야, 기후위기로 계절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는 요즘에서야 사계절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똑같은 공간을 다른 공간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이 힘을 완성하는 데 가장 큰 한 몫을 하는 요소가 나무라고 생각한다. 나무 한 그루를 시간의 간격을 두고 보면 지금이 봄인지, 겨울인지 눈치 챌 수 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바닥에 떨어져 있던 은행 열매 특유의 냄새에,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나무를 보고 나서야 가을이 저물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유독 경계를 넘는 순간이 아쉬운 계절이 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다. 특히 형형색색의 모습을 띄었던 나무들이 가지만 남기고 조금은 황량한 풍경으로 바뀔 때면 꽤나 아쉽다. 그래서 가을이면 곧 사라질 그 모습을 담기 위해 단풍이 가득한 곳으로 종종 떠나곤 한다. 작년 이맘때, 경복궁에 있는 몇 백년 된 은행나무 앞에서 가을을 즐겼던 추억이 생각나 이번 가을도 종로에서 보내게 됐다. 올해 종로는 조금 달랐다. 3년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복원한 향원정과 취향교를 볼 수 있었고, 새 단장을 위해 2020년 11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광화문광장이 재개장했다. 작년에는 공사 안내판을 사진에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였다면, 올해는 많은 관광객을 피해 사진을 찍는 게 최대 난관이었다. 그래도 원래의 모습을 갖춘 향원정과 취향교, 그리고 새 광화문광장 덕분에 작년과는 비슷한 듯 또다른 느낌의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똑같은 곳이었지만 그 날은 색다른 풍경을 보았다. 종로 일대를 거닐던 중 꽉 막힌 빌딩 풍경을 씻어준 공간을 지나쳤다. 처음 본 공간이여서 우리 가족 모두 여기가 어디냐며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곳에 들어갔다. 조형물에는 ‘열린송현 녹지광장’이 적혀있었다. 드넓은 잔디밭과 야생화 군락이 우리를 맞이했다. 초·중·고등학생일 때에는 현장 학습으로, 대학생일 때에는 조경사 수업의 일환으로 수없이 방문했던 경복궁과 그 일대였는데, 이곳은 처음 보는 곳이었다. 열린송현 녹지광장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있던 미지의 땅이었다. 경복궁 동 쪽 일대는 본래 송현(松峴)이라는 이름처럼 소나무가 많은 왕실 소유 언덕이었다. 임진왜란 무렵 부마와 외척들 거주 공간으로 변모했고, 조선 말기에 이르면 권문세가 집들이 들어선다. 1910년대에는 친일파 윤덕영 일가가 송현동 땅 대부분을 소유했다. 이후 조선식산은행 차지가 돼 직원 숙소로 쓰였다. 해방 뒤 미국 정부가 이 땅을 양도받아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가 들어섰고 폐쇄적인 돌담이 둘러쳐졌다.1 이후 여러 기업의 소유가 되었다가 서울시 땅으로 넘어오게 됐다. 서울시는 향후 ‘이건희 기증관(가칭)’ 건립이 본격적으로 착수되기 전인 2024년까지 이 공간을 열린 녹지 공간으로 임시 개방하기로 했다. 짦은 시간이지만 서울광장의 약 3배 면적인 열린송현 녹지광장은 서울 시민의 녹색 쉼터이자 열린 광장이 되어줄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풀꽃‧1’, 나태주) 공간도 그렇다. 오래 보아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듯, 수없이 지나가던 곳에서 어느 날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공간을 발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똑같은 출퇴근길에 우연히 새로운 카페를 발견하는 일은 어제와 다른 오늘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남들보다 조금 빨리 알게 된다면 그 기쁨은 배가 된다. 추운 겨울, 이불을 박차고 일단 나가고 보자. 혹시 모른다. 새로운 공간을 발견할지도. [email protected] 각주1.배정한, “금단의 땅에서 도시의 여백으로”, 「한겨레」2022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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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무해한 텍스트가 필요한 만큼, 그 경계를 넘나드는 텍스트도 필요하다
내 집이 생겼다. 침대와 책상만 들여도 빠듯한 단칸방에서 출발해 이제는 방이 무려 두 개다. 물론 자금이 부족해 돈을 빌렸고 갚고 있다. 치솟는 금리에도 큰 걱정을 하지 않은 건 너구리 사장이 나를 주민대표라는 그럴듯한 직함으로 부르며 노예처럼 부려 먹기는 해도 이자 없이 돈을 융통해준 덕분이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닌텐도 게임 ‘모여라 동물의 숲’(이하 모동숲)을 시작했다는 말이다. 시기를 놓친 결핍은 영원히 채울 수 없다던데, 내가 충족하지 못한 어린 시절의 욕망 중 하나가 나만의 방이다. 그래서인지 유튜브에서 룸 투어나 방 꾸미기 영상을 즐겨보는데, 이 알량한 알고리즘이 나에게 모동숲 확장 콘텐츠 중 하나인 해피홈 파라다이스 게임 영상을 추천 목록에 띄운 게 문제였다. 내 집과 섬을 꾸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귀엽게 생긴 동물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인테리어를 해줄 수 있다. 친구가 같이 해달라며 조를 때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는데(통신 연결을 통해 서로의 섬에 놀러 갈 수 있다), 난생처음으로 거금을 주고 게임기를 샀다. “나무 심어서 섬도 꾸밀 수 있어.” “조경학과라고다 나무 좋아하는 거 아니거든.” 동생의 말에 삐죽대며 답해놓고는 웃기게도 섬에 열심히 나무를 심고 있다. 우리 섬에서는 오렌지가 자라는데, 더 다채로운 풍경이 욕심나서 이 섬 저 섬으로 놀러 다니며 복숭아와 야자열매를 주워 와 곁에 심었다. 식물 씨앗과 묘목을 파는 늘봉이가 마을회관 앞에좌판을 펼치면 부리나케 뛰어가 주머니를 탈탈 턴다. 일주일에 한 번 물을 갈아주는 게 고작인 내 스킨답서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자연의 변화를 살아있는 식물보다 이 화면 속 가짜 섬에서 더 생생히 느끼고 있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내가 체감하는 계절의 변화는 찬바람의 세기 정도다. 물론 가로수의 잎이 돋아난 걸 보며 봄을 실감하고, 손톱만 했다가 손바닥만큼 자란 잎이 드리운 그늘에서 뙤약볕을 피하고, 바싹 마른 낙엽이 발밑에서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일 년이 또 지나가는구나 생각하지만 그 풍경이 내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어마어마하진 않다. 그런데 퇴근 후 전원 버튼만 누르면 만날 수 있는 픽셀로 구성된 섬은 ‘너 시간이 가는 건 알고 살아?’ 하고 묻듯이 나날이 변하는 자연의 풍경을 보여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푸릇푸릇했던 나무가 군데군데 물든다 싶더니 바람에 나뭇잎을 떨구기 시작했고, 풀숲에서 튀어오는 곤충과 낚싯대에 낚이는 물고기의 종류가 바뀌었다. 겨울이 왔구나, 생각했다. 또 다른 매력은 안온함이다. 이웃인 동물 친구들은 항상 다정하다. 너구리 사장이 준 소소한 퀘스트를 해내면 보상이 주어진다. 이 세계에서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노동은 늘 정직한 대가로 돌아온다. 악당을 물리쳐 세계를 구하는 대단한 서사는 없지만, 작은 성공의 경험이 적층되며 현실에서 맛보기 힘든 기쁨을 안겨준다. 돈을 제때 갚지 못한다고, 집을 더 크게 늘리지 않느냐고 비난하는 이도 없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비일비재한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해한 장소처럼 느껴진다. 날이 추워졌으니 캐릭터에게 코트를 입혀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아직 내 옷장에서 도톰한 코트를 꺼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겨울이 아무리 따뜻해도 수능 한파는 피할 수 없다고 믿었는데, 올해는 그 말도 비껴갔다. 이를 깨닫고 난 뒤로 게임에 접속하면 종종 이 세계에는 기후변화 같은 건 찾아오지 않겠지 같은, 무익한 의문이 떠올랐다. 정제되어 아름다운, 무해한 세계의 유해함에 대해서도 자꾸 묻게 됐다. 그래서 역시 매끈하게 다듬어진 조경 공간의 사진도 좋지만, 수해로 인한 실패와 성찰의 과정을 담은 ‘한강변 보행네트워크’(18~53쪽) 같은 지면이 더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무해한 텍스트가 필요한 만큼, 그 경계를 넘나드는 텍스트도 필요하다. 유해함을 제거해서 표백된 세계로 놔둘 것이 아니라 무엇이 어떻게 나쁜지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 비평이 하는 일”1이니 말이다. 되도록 현실을 잊지 말고 살아야지, 이왕이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진짜 세계를 욕망해야지 다짐하지만 자꾸 게임 속 세계가 현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동물 친구들의 다정함이 너무 따스했던 탓일까. [email protected] 각주 1. 허윤, “유해한 것에 대해 더 시끄럽게 이야기하자”, 『릿터』 38호, 2022,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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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자연과 교감하는 기쁨뜰 야외학습장
숲 속에서 자연과 함께 숨 쉬며 학습하는 공간
최근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으로 형성된 학교 이미지에서 벗어나 담장 없는 학교, 운동장의 야외학습장 등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 내는 학습 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안디자인의 기쁨뜰 야외학습장은 교실을 벗어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수업을 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를 통해 자연 속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감성적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지붕이 있어 우천 시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야외 환경을 고려해 오염에 강한 징크 패널과 HPL을 외부 마감재로 사용했고, 브라운, 베이지 톤의 색깔을 사용하여 주변 숲 속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180인치 롤 스크린과 스피커가 기본으로 제공되고, 이용자가 직접 가져온 빔 프로젝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전원 콘센트가 마련되어 있다. 롤 스크린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상부로 올려 보관할 수 있으며 조명과 연계된 전원 스위치로 에너지 낭비를 방지하도록 했다. 야간에는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영화를 감상할 수 있어 마치 캠핑장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탠드 하부의 유휴 공간에는 보관소를 만들어 기자재나 유지 관리에 필요한 물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이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성도 고려했다. 5~6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계단형 좌석이 총 5열로 구성된다. 총 25~3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고 지면과 닿은 1열에 휠체어 주차 공간을 마련해 장애인, 노약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측면에는 난간을 설치하여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TEL. 02-2069-2422 WEB. www.aiandesi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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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광장의 공원화
벌써 6년이 지났다. 그해 가을은 광장의 계절이었다. 가을을 넘겨 이듬해 봄이 움틀 때까지, 광화문광장을 촛불로 타오르게 한 집회에 연인원 1,500만 명이 참가했다. 차디찬 계절의 뜨거운 광장을 통과하며 『환경과조경』은 특집 ‘광장의 재발견’을 기획했다(2017년 3월호). 특집 서문 일부를 다시 옮긴다. “……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래 최대의 인파, 광장의 역사를 새로 쓴 날 …… 우리는 광장을 뒤덮은 인파를 보며 주체적 시민의 힘에 압도되기도 하고, 그 축제적 가능성에 전율하기도 한다. 한국의 도시민에게 광장은 익숙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러나 1960년 4.19 혁명을 통해, 긴 침묵 후 1987년 6월 민주화 시위를 통해 시민이 주체가 된 광장을 발견했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과 촛불집회를 통해 우리는 광장을 매개로 집단적 정치 참여를 축제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폭발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광장이 형성되고 있는 지금의 광화문광장 현상은 광장과 광장 문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 여러 공공 공간 가운데 광장만큼 일상적 이용과 비일상적 이용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공간이 있을까. 광장만큼 도시와 장소의 맥락, 정치와 역사적 상징과 관련된 공간이 있을까.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광장이 녹음을 드리운 공원과 유사한 오픈스페이스로 변신하는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김정은, 당시 편집팀장). 4년 전 여름, 만든 지 10년도 안 된 광화문광장을 천억의 예산을 들여 뜯어고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잃어버린 역사성 회복’과 ‘시민의 일상과 조화된 보행 중심 공간화’라는 석연치 않은 명분을 앞세운 서울시는 많은 전문가와 시민 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강행했다. 왜,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하는지 소통과 토론을 생략한 채 정치 일정에 맞춰 완공 시점을 못박고 과속으로 질주한 사업. 누가 봐도 전시성 포퓰리즘의 산물이었다. 급기야 2019년 초,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 결과가 발표됐다. 『환경과조경』 2019년 3월호는 당시 에디토리얼의 제목처럼 “새 광화문광장, 토론은 이제 시작”이기를 바라며 당선작 ‘깊은 표면’과 수상작들을 무려 다섯 편의 비평문과 함께 게재했다. 2020년 여름, 토건 시대에 버금가는 속도로 사업을 주도하던 서울시장이 광장에서 사라졌다. 공사는 이미 시작됐지만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새 시장은 10년 전 자신이 만든 광장에 새 옷을 입혔다. 숙의와 합의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직진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결국 올해 8월 초, 공원의 옷을 입고 일단락된다. 서울시 보도자료의 머리글은 “녹지 면적 3.3배로 늘어난 ‘공원 품은 광장’”이다. 광장의 1/4을 녹지로 채웠고, 녹음이 풍부한 편안한 쉼터에서 일상의 멋과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5천 그루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역사성 회복과 접근성 향상을 명분 삼아 시작된 공간 정치 프로젝트가 자연 브랜드와 휴식 아이템이 한가득 연출된 공원으로 귀결된 셈이다. 8월의 광장은 나무 그늘 밑에서 더위를 식히는 시민들, 바닥분수에서 첨벙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10월의 광장 위에선 다시 누군가를 퇴진시켜야 하고 또 누군가를 구속해야 한다는 외침이 맞붙어 충돌하고 있다. 봉건 왕조의 흔적과 근현대사의 파편이 흩어져 쌓인 혼돈의 장소를 낭만의 광화문‘공원’으로 교정할 수 있을까. 선한 공간의 대명사인 공원으로 모순의 광장을 구원할 수 있을까. 이번 호에는 지난한 굴절과 수정 과정을 겪으며 마무리된 새 광화문광장 당선작 ‘깊은 표면’의 최종안을 싣는다. 설계자 조용준의 디자인 노트와 이명준, 정평진 두 비평가의 글을 함께 싣는 것은 광화문광장이 여전히 우리의 토론을 초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광장의 필요충분조건이 좋은 설계인 것은 아니다. 광장은 천천히, 아주 느리게 만들어진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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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감각] 틈
평소보다 짙은 그림자가 아른거렸다. 학교 화장실에는 그리 환하지도 어둡지도 않은 하얀 전등이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고, 평범한 회색 가벽이 화장실 두 칸을 나누고 있었다.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가벽과, 가벽에 붙은 화장지, 그리고 지나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어수선하게 흩어져 보였다. 그날 밤 가벽과 바닥 사이의 한 뼘 채 되지 않는 틈에는 여러 개의 그림자가 모여 만든 검고 선명한 그림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휴대폰을 쥔 손이 불쑥 튀어나와 찰칵 셔터 소리를 냈다. 설계 스튜디오로 돌아와 숨을 골랐다. 다음날까지 결과물을 제출해야 했고, 늦은 시간이지만 환하게 불이 켜진 설계실에는 과제를 하는 동기들이 모여 있었다. 안심이 되었다. 가벽 아래로 손을 뻗어 사진을 찍은 사람이 누구였는지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모른다. 혹시라도 해코지를 할까 무서워 따지기는커녕 누구인지 확인조차 못했고, 옆 칸에 있던 사람이 문을 열고 나간 뒤 발자국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화장실에서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도 낯선 화장실에 갈 때면 바닥과 가벽 사이의 틈에서 아른거리는 그림자에서 눈을 뗄 수 없다. 길게 늘어져 흐늘거리는 휴지 그림자 위로, 금방이라도 카메라를 쥔 낯선 손이 불쑥 솟아오를 것 같아서다. 10cm도 되지 않을 그 틈을 막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보면 손이 닿을 듯한 높이의 낮은 가벽도, 벽면의 크고 작은 구멍도 전부 신경 쓰인다. 오래 전 짙은 그림자의 주인을 향해야 할 화살을 작은 틈에 돌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천장부터 바닥까지 모두 막아주는 매끈하고도 완전한 벽을 자꾸만 상상하게 된다. 글·그림 조현진 | 연필 드로잉에 디지털 채색 조현진은 조경학을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다. 2017년과 2018년 서울정원박람회, 국립수목원 연구 간행물 『고택과 어우러진 삶이 담긴 정원』, 정동극장 공연 ‘궁:장녹수전’ 등의 일러스트를 작업했고, 식물학 그림책 『식물 문답』을 출판했다. 홍릉 근처 작은 방에서 식물을 키우고 그림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