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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으로 그린 한 폭의 그림 마이아트뮤지엄, ‘프랑코 폰타나: 컬러 인 라이프’ 전
    ‘사진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사진’이란 표현은 흔히 좋은 작품을 빗대는 수사로 자주 쓰인다. 이 수사가 붙은 작품은 사진과 그림이란 장르가 추구하는 전형성에서 벗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컬러 사진의 선구자로 평가 받는 이탈리아 사진작가 프랑코 폰타나(Franco Fontana)는 그림 같은 사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폰타나는 인테리어 쇼룸을 운영하면서 틈날 때마다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며 지인으로부터 빌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체코 여행 도중 우연히 도심에서 선명한 빨간색이 인상적인 빈티지 차량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 작품이 바로 ‘프라가 1967’로 폰타나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폰타나는 이 작품을 찍으면서 사진작가로서 운명을 직감적으로 느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색에 대한 고찰을 시작했다. 1960년대 초반의 사진가들은 주로 흑백 사진을 찍었는데, 폰타나는 당시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고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의 투명도를 과소 노출해 한폭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기존의 관행과 고정관념을 뒤집는 그의 스타일은 이탈리아 사진 역사에 큰 변화를 불어 넣었고, 뉴욕 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갤러리에서 전시를 선보였다. 페라리, 베르사체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명성을 쌓으며 이탈리아 대표 사진작가로 거듭났다. 폰타나의 작품과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2022년 9월 30일부터 2023년 3월 1일까지 열렸다. 이번 전시는 폰타나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고찰하는 예술적 주제이자 그의 인생 철학이 담긴 삶의 풍경 122점을 선보였다. 랜드스케이프, 어반스케이프, 휴먼스케이프, 아스팔토로 이어지는 네 개 섹션은 자연과 도시, 인물 등이 등장하는 일상적 풍경을 여러 각도에서 포착한 작품을 소개한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수평과 수직의 선과 그림자, 자연의 장엄한경관 속 선명한 색과 패턴의 조화는 마치 회화를 보는 기분을 선사한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 전
    초등학생 시절, 동네 담벼락에서 심심치 않게 재개발 예정지임을 알리는 커다란 안내문을 발견하곤 했다. 종종 그 위에 붉은 스프레이로 재개발을 반대하는 글귀가 적혔다. 갈등은 아주 오래 지속되었고, 내가 대학에 입학할 즈음이 되어서야 주택 철거가 슬그머니 진행되기 시작했다. 특별할 것 없는 곳이지만, 내 유년 시절이 담긴 공간이 모두 스러진다는 말에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골목길을 헤맸던 기억이 난다. 부지런하지 못해 추억이 깃든 동네의 모습을 전부 담는 데 실패하고 아쉬워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서울에는 재개발로 고향을 잃은 실향민이 생각보다 많다. 1월 13일에 개최된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는 그렇게 사라져버린 공간과 그 속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서울의 재개발 예정지를 담은 196점의 사진을 선보였다. 신성하게 하다 그리스어로 ‘신성하게 하다’를 의미하는 뮈에인(myein)은 전시의 핵심을 담은 단어다. 신성화하려는 대상은 부동산 투기, 도시 재개발에 밀려 ‘누추한 환경’이나 ‘저소득층의 주거’로 잘못 계층화되고 기억 속에서 삭제되기까지 한 삶의 터전이다. 물리적 공간을 넘어 공동체적 이웃을 담았던 장소의 가치를 발굴하고 드러냄으로써 잃어버린 공간을 다시 신성하게 만들고자 했다. 뒤에 붙은 오목렌즈는 “과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포함하는, 더 넓은 전망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근시안을 교정하기 위해, 우리 마음속 오목렌즈의 배율을 더 높게 하자고 제안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전시 소개문 중). 기억 풍경 김정일은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 입학했다. 사진을 공부하기 시작한 1980년대 초 그는 한 기사를 접한다. “1982년 어느 날 신문 지면에, 지금으로 말하면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40여 개의 개발 지구가 발표됐다. 투기의 시작이며 빈부의 격차가 벌어진 시발점이다. 이 신문 쪽지를 가지고 한군데씩 지워가며 촬영을 다녔다. ‘사실성’, ‘기록성.’ 사진을 시작할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소리다. 진실, 기록, 재현, 소외……. 늘 내 머리에 있던 단어들이다.” 서울에 막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던 과도기적 풍경은 그의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훗날 김정일은 이 작업에 ‘기억 풍경’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제목처럼 사진 속 모습은 이제는 기억에만 남아 있는 풍경처럼 아득하고 그리운 느낌을 자아낸다. 그중 1981년 12월부터 1982년 2월 겨울날을 포착한 공간과 인물 53점을 전시했는데, 모래가 가득 쌓인 공터를 놀이터 인양 누비는 아이들,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판잣집 앞 에 놓인 용도 불명의 고무대야, TV 수신 안테나를 이어 만든 빨래줄 등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삶을 어떻게 꾸려갔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두가마를 기억하며
    내게는 오랜 동반자 ‘두가마’가 있다. 얼핏 이름만 들으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축구 선수 같아 보이지만, 사실 전혀 상관없다. 사물을 의인화해서 부른다는 것이 조금 민망한 일이지만, 두가마는 나의 필름 카메라인 오토보이의 이름이다. 이 카메라에 이름을 붙인 건 나름의 사연이 있다. 전쟁을 겪은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가보처럼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 형제가 태어날 무렵, 여행과 사진 찍기를 좋아했던 아버지가 우리 형제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서 사셨다고 했다. 당시 쌀 두 가마니를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그 카메라가 우연히 내게 쥐어졌을 때 그 사실을 알게 됐고, 두가마란 거칠고 투박한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필름 카메라의 이름을 그렇게 정해버렸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꽃이 된다고 어느 시인이 말하지 않았나. 아버지의 고장 난 카메라를 구태여 고쳐 쓴 것은 일종의 작은 도피였다. 당시 졸업을 앞두고 자기소개서를 수십 번 고쳐가며 회사에 원서를 넣었는데, 힙합 오디션의 래퍼들처럼 합격 목걸이를 척척 받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가진 것 중에 유일하게 고쳐서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필름 카메라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물론 제한된 컷 수 때문에 셔터를 신중하게 눌러야만 하고, 인화한 사진을 보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불편함도 있었다. 그래도 정말 맘에 드는 장면을 찾아가는 재미, 할당된 컷 수를 다 채웠을 때 필름이 감기며 돌아가는 소리, 상상 이상으로 잘 나온 사진을 받았을 때의 쾌감이 참 좋았다. 수전 손택의 표현을 빌리자면, 필름 카메라는 당시 내게 세상의 모든 걸 잊고 떠나게 할 수 있는 우주선과 같았다. 서툰 솜씨로 사진을 찍다 보니,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궁금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잡지 『지큐』에서 소개된 사진가 한영수의 작품을 보고 속으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1세대 광고 사진가였던 그는 6·25전쟁 이후의 도심을 흑백 사진으로 담았다. 전쟁이 남긴 폐허의 상흔 속에서도 활기차게 뛰어노는 거리의 아이들, 젊고 당당한 신여성, 중절모의 멋쟁이 신사까지 다양한 피사체를 세련된 방식으로 다루며 거리의 희망을 환기했다. 절망의 폐허가 짓누르는 고통 가운데 옥상의 민들레꽃처럼 버티고 있는 희망을 사진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동시대의 거장과 비견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깔끔한 구도는 덤으로 좋았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그의 작품을 소개했던 장우철(당시 지큐 에디터, 현재는 사진작가)의 사진 전시에서 한영수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감흥을 느꼈다. 스텝을 밟는 유도선수의 발을 찍은 사진은 고요한 호수와 같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은 폭발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강렬했다. 이에 대해서 황인찬 시인은 “식물은 꿈틀거리는 것처럼 찍어놓고, 인간은 한없이 정물에 가깝게 담는다”라고 표현했다. 이후 어느 행사에서 우연히 만난 장우철에게 어떻게 작품을 찍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사진은 피사체에 가하는 폭력일 수 있어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하고, 자연스러운 그림이 나올 때까지 충분히 기다리며, 결과는 비명처럼 폭발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라고 답했다. 두가마를 고쳐서 쓸 때만 해도 이처럼 사진을 찍거나 보는 게 낙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필름 사진 찍기를 취미로 이렇게 오래 할 줄 정말 몰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필름 카메라의 매력과 걸출한 두 명의 사진가를 알려준 두가마를 얼마 전 불의의 사건으로 잃어버렸다. 그는 쌀 두 가마의 값어치를 톡톡히 한 후 이름을 따라서 코트디부아르(?)로 돌아갔는지, 좋은 곳으로 소천했는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사라진 그를 떠나보내며 이렇게 긴 글을 써봤다. 앞으로 사진을 더 열심히 찍어 그에게 받은 은혜를 갚고자 한다. 그래서 새로운 카메라를 물색 중이고, 이미 카메라의 이름도 정해두었다. 바로 구방심救放心이다. 이름에 담긴 뜻처럼 흩어진 마음을 모아서 희망찬 마음으로 봄에는 출사를 나가려고 한다. 잃어버린 두가마와 함께했던 추억을 기억하며.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사람들은 다 노래가 되기 위해 살아요
    지구는 둥글고 태양 주변을 천천히 공전하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니까. 특정 시간에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은 둥그렇게 한정된다. 내가 이쪽 동그라미에서 한낮을 살고 있을 때 반대편의 세계는 빛 없는 어둠에 빠진다는 거다. 과학 시간에 배웠기에 믿고는 있지만 사실 이 시차의 존재를 체감할 때는 많지 않다. 지구 건너편에서 월드컵, 올림픽 같은 세계적 축제가 열리기도 하지만 잠이 더 중요한 내 겐 별 의미가 없다. 가끔 친구의 닦달에 못 이겨 어둑한 새벽에 눈부시게 환한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축구를 보기도 했는데, 카메라가 푸른 하늘과 작렬하는 뙤약볕을 비춰줘도 좀처럼 실감이 안 났다. 스크린 속 세상은 꼭 영화나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나와는 동떨어진, 더 과장해 말하면 다른 차원의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같았다. 그런데도 가끔 나와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이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해외에 있는 사람과 교류하며 메일을 주고받을 때다. 메일 도착 시간에 업무 중이라고 보기에는 터무니없는 숫자(보통 해뜰 기미도 없는 새벽이다)가 찍혀 있는데 첫인사가 “퇴근 후 즐거운 저녁 보내길 바란다”이거나, 나는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는데 저쪽은 눈이 쌓여 출근에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한다든가. 수많은 시간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이 둥근 구체를 하나의 지구라 여겨도 되나 궁금해지고, 대지의 표면을 따라 흐르는 시간의 축을 상상하면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스뇌헤타 특집을 진행하면서는 나보다 여덟 시간 뒤를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내가 퇴근할 무렵이면 그들이 막 사무실에 도착하기 시작했고, 특집 기획을 논의하고 확인하는 메일이 이어달리기의 배턴처럼 오갔다. 그 시차가 처음에는 매우 신기하게 느껴졌는데, 퇴근길 휴대폰에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뜨면 다른 시간대에서 함께 일하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나는 건 스뇌헤타 인스부르크 스튜디오의 이슬과 함께한 줌 회의다. 이슬은 이번 특집 기획을 더 풍성하고 재미있게 꾸릴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뿐 아니라 오슬로 스튜디오와의 원활한 소통에 큰 도움을 주었는데, 줌 회의 또한 그의 제안이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일은 글로 대화하는 것과 너무 달랐다. 통신의 문제였겠지만, 조금씩 끊어지는 영상과 싱크가 살짝 어긋난 오디오는 오스트리아와 한국의 거리를 가늠하게 했다. 당시 이슬은 마이크가 달린 헤드폰을 쓰고 커다란 목재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그 장면이 뭐라고 이슬이라는 이름이 구체적인 배경과 사연을 가진 사람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회의가 끝난 후 문득 궁금해져 인스부르크 스튜디오의 주소를 검색해 주변 사진을 찾아봤는데, 어느새 붉은 벽돌 건물이 가득한 길을 거닐며 일상을 보내는 인스부르크 스튜디오 직원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무엇이 궁금해지는 순간, 호기심을 갖게 되는 장면은 참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구나. 스뇌헤타의 프로필과 설계 철학 지면에 사무실 풍경과 연례행사로 산을 오르는 직원들의 모습을 실은 게 뿌듯해졌다. 이번 호를 매만지는 내내 두 사진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강 한가운데 섬을 향해 물 위를 고요히 걷는 사람의 뒷모습(트라엘비코센 경관로)과 산에서 마치 나뭇가지가 자라듯 뻗어 나온 전망대(페르스펙티벤베그 전망로). 강과 산, 전혀 다른 대상지를 다루고 있지만 두 작품은 닮았다. 지형을 조작하거나 나무를 가득 심거나 거대한 시설을 배치하는 대신, 그 자체로 완벽한 주변의 경관을 둘러볼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작은 장치들을 삽입했다. “문화와 물성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희석하는 도구이며, 현재에 과거를 녹이고 존재하는 것에 존재하게 될 것을 녹아들게”(22쪽) 하 는 조경의 힘이 절절히 느껴진다. 허연 시인이 말했다. “사람은 다 노래가 되기 위해서 살아요.”1 그는 그래서 그 노래를 받아 적기 위해 애쓰며 시를 쓴다. 조경이 해낼 수 있는 것 중 가장 멋진 일이 노래가 되지 못한 경관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 아닐까. 앞의 문장을 썼다 지웠다 반복한 이유는 “조금 비판적으로 본다면 건축에 비해 조경의 색이 잘 안 보이는 것 같기도”(102쪽) 하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돋보이기보다 다른 것을 더 드러내기 위해 한걸음 물러난 것은 눈에 띄지 않기 마련이고, 우리는 너무 쉽게 그 존재들을 잊는다. 각주 1. 유희경, “사람들은 다 노래가 되기 위해 살아요 그 노래를 받아 적고 싶었어요”, 『쿨투라』 2021년 2월호, p.23.
  • [PRODUCT] 사계절을 즐길 수 있는 물놀이터, 아쿠아포레 환경 감수성을 높이는 자연 친화 놀이터
    빌딩 숲이 들어선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물과 자연을 접하기 쉽지 않다. 아이들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놀이터에서 물과 자연을 친숙하게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가이아글로벌의 아쿠아포레(Aqua-fore)는 아까시 원목을 활용한 물놀이 시설로 물과 자연을 놀이터에서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 아쿠아포레는 사계절 내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물놀이 시설이다. 보통 물놀이 시설에는 습윤 환경에서의 내구성 등을 고려해 철재와 HPL 등 합성 소재를 사용하는데, 상대적으로 차가운 느낌 때문에 겨울철 이용률이 떨어진다. 반면 아쿠아포레의 아까시 원목은 공간에 따뜻한 분위기를 불어 넣으며 물놀이 설비가 가동되는 여름 외에도 놀이터를 즐길 수 있게 한다. 또한 아까시 목재는 특별한 가공을 거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어린이의 흥미와 모험심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아이들의 환경 감수성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2050 탄소중립선언’에 따라 목재 제품의 활용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까시 목재는 탄소 상쇄 효과가 높아서 지구의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 악어, 물고기, 야자수 등 다양한 동식물과 자연환경을 놀이터에 구현함으로써 아이들의 환경 감수성을 높인다. 대표 제품인 악어 조합 놀이대(게으른 악어)와 아기 물고기 조합 놀이대(아기 물고기의 바닷속 여행)는 2022년 11월에 준공한 성남 금광동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에 설치됐다. TEL. 02-521-3875 WEB. gaiaglobal.co.kr
    • 가이아글로벌
  • [에디토리얼] 인류세의 조경, 작은 실천을 향한 첫걸음 12
    겨울이 매년 더 추워지고 있다. 추워도 너무 춥다. 한반도의 겨울에 한파가 찾아오는 건 계절 변화에 따른 일반적 현상이지만 전 지구적 기후변화의 여파로 겨울 추위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구 온난화로 녹은 해빙과 한반도 주변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해 북극 한파가 남하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 해수면 상승, 생물 다양성 감소, 물 부족, 자원과 에너지 고갈 등 서로 연결된 복합적 난제가 지구와 인류의 운명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20년 여름, 역사상 최고를 기록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이상 기온은 한국 면적의 20퍼센트에 달하는 땅을 불태웠다. 2021년 중국 허난성에는 1,000년 만에 최대량의 폭우가 쏟아졌다. 기후 재난과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은 과도하게 커진 인류의 힘과 감당할 수 없는 욕망으로 인해 지구 시스템의 균형이 붕괴되었다는 점을 실감하게 했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드러내고 있는 지구 환경의 다층적 변화와 균열은 지난 1만 년의 홀로세(Holocene)가 끝나고 이른바 ‘인류세’라고 지칭되는 새로운 지질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린다. ‘인류(anthropos)’와 지질학의 시대 구분 ‘세(-cene)’를 합친 말 ‘인류세(Anthropocene)’는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이 2000년에 제안한 이후 이 시대의 새로운 화두가 됐다. 인류세는 인간이 지구 환경을 바꾸는 지질학적 힘이 된 시대, 다시 말해 지구 역사에서 과거 어떤 시대보다 지구 시스템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이 지배적인 시대 상황을 뜻한다. 지질학을 비롯한 지구과학에서 제기된 인류세 논의는 생태주의 환경 운동, 탄소 저감을 위한 지구공학, 환경 정책과 정치학, 탈탄소 경제학, 포스트휴머니즘과 탈인간중심주의, 신유물론, 마르크스 생태학, 인류세 페미니즘, 생태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의제로 확산되고 있다. 인류세는 인류가 이룬 문명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역사적 상찬이 아니라, 지표면 형태의 변화, 종 다양성 감소, 기후변화 등 동시다발적 위기 상태가 낳은 지구 행성과 인간 삶의 절멸 상황에 대한 경고다.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이 다가오고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속속 나온다. 하지만 인류세가 인류의 종말을 목도하는 시대가 될 수도 있다는 섬뜩한 경고가 이어지는데도 우리는 구체적인 행동과실천에 선뜻 나서지 않는다. 인류세 위기의 규모가 인간의 지각 범위를 뛰어넘기 때문에 인식과 실감이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내가 죽고 난 뒤 먼 미래에 닥칠 일이라고 여긴다. 인류세의 위험은 치명적이지만 비가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과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 사이에 큰 인지적 부조화가 있는 것이다. 행동과 실천을 가로막는 또 다른 이유는 어차피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비관과 회의에 있다. 마치 타조가 평야에서 맹수나 사냥꾼을 만나면 모래에 머리를 파묻어버리는 것처럼 우리는 인류세의 위기를 외면하거나 회피하곤 한다. 이러한 인지 부조화와 회피의 문제를 넘어서려면 인류세 위기에 대한 일상적 관심을 촉발하고 공감하게 할 이야기와 상상력이 필요하다. 과학적 연구와 기술적 해법, 정책적 수단만으로는 행동과 실천을 끌어내기 힘들다.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와 계산, 과학적 관찰과 모델링을 통한 사실 확인과 예측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새로운 상상력으로, 구체적인 공감의 서사로 번역할 수 있어야 피부에 와닿는다. 바로 이 지점에 인류세를 사는 조경가의 작은 역할이 자리한다. 이번 호 ‘어떤 디자인 오피스’ 스튜디오테라(대표 김아연) 편에서 인류세와 조경을 연결하는 소중한 접점을,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의 첫걸음을 만날 수 있다. 본문에서 따와 다시 싣는다. “팬데믹과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지금, 다양한 정책적, 전문가적 해결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데, 이런 해결책들은 행정가, 정치인, 기업인,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자연을 대하는 대중의 태도가 바뀌어야 비로소 이러한 정책들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일상에서 자연을 더 잘 이해하고 자연에서 감동을 받고, 그래서 나와 자연을 이어주는 계기들을 계속 만들어가는 일일 것이다. 여기에 조경이라는 예술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 자연이 가지는 본연의 예술성을 드러내는 일 혹은 자연을 예술적으로 체험하는 일이 궁극적으로는 인류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서서히 변화시키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조경과 예술은 지구를 살리는 실천으로 만날 수 있고, 그 실천에 우리는 동참하고 있다”(113쪽).
  • [풍경감각]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해도 될까?
    어떤 영화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밀양’이나 ‘올드보이’, ‘이터널 선샤인’ 같은 명작을 나열하지만, 사실 가장 즐겨 보는 건 아무래도 로맨틱 코미디(이하 로코)다.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나 ‘러브 액츄얼리’는 물론, 왓챠 평점 기준 2점대(왓챠는 5점이 만점이다) 작품까지도 로코라면 무조건 챙겨보는 시절이 있었다. 단지 연애를 하고 싶어서 보았던 건 아니었다. 오늘보다 내일이, 내일보다는 모레가 훨씬 더 구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던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코 속 등장인물들은 서로 오해하고 티격태격하면서 위기에 봉착하지만, 어떤 작품에서든 결말에 이르면 문제는 풀리고 모두가 행복한 얼굴로 웃는다. 대략 두 시간 동안 펼쳐지는 뻔한 스토리와 허술한 대본, 어색한 연기는 모두 선물과도 같았다.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서양미술사』 서론에서 이야기한다.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 데에 잘못된 이유란 없고,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가 보고 있는 그림을 즐기게 해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라고. 영화도, 그리고 다른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해피엔딩을 기다린다.
  • 인포멀가든 Informal Garden
    인포멀가든, 카페 울주군 두서면은 지리적으로 울산광역시의 최북단에 위치하며 동서남북으로 두동면, 상북면, 언양읍, 경주시 내남면과 접한다. 농공단지가 입주해 일부 산업 시설이 있으나 주민 다수는 농업과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울산시의 광역화로 전형적인 농촌이었던 울주군도 도시화를 겪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두서면은 여전히 농촌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인포멀가든은 이 농촌 지역에 카페, 베이커리, 어린이 야외 놀이 학습터(숲놀이터), 고 심수구 작가(건축주의 외삼촌) 작품 수장고 및 전시장 등 여러 시설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그 첫 순서로 진행한 카페의 외부 공간 조경을 의뢰받아 설계와 공사를 진행했고, 2022년 9월 완공되어 카페만 시범 운영 중이다. 현재는 심수구 작가―싸리나무 가지를 한데 모으고 깎아 패널 위에 하나하나 손으로 붙이는 작업을 해서 ‘싸리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의 작품을 보관할 수장고와 전시관을 짓기 위한 허가 작업이 진행 중이다. 드러내지 않게 드러냄 건축가의 설계 의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농업과 축산업을 겸해 온 두서면에서는 곡물 저장 창고와 축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축사의 특징, 즉 채광과 환기에 유리한 긴 덩어리 형태, 값싼 재료로 신속하게 짓기 위해 같은 모듈이 반복되는 산업 시설물의 전형적인 특징을 차용했다.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는 농민들의 삶의 터전과 이질적인 상업 시설이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할지 고민했다. 즉,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와 품위, 즉 ‘격’을 갖추고자 한 것이다. “인포멀가든 카페는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축사나 창고를 그 원형으로 한다. 특별한 것이 없는 단순한 형태, 대수롭지 않게 사용되는 금속 파이프, 경사 지붕과 선홈통까지. 이곳은 주변 환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존재들의 집합체다. 세 채의 건물이 만드는 개방적 외부 공간을 통해 이 장소는 주변과 조우한다. 소리 없이 그곳에 오래 있고자 한다”(이세웅 아파랏체 건축사사 무소 소장). 상업 공간의 조경 대상지에 가보자마자 고민에 빠졌다. 커피로, 공간의 힘으로만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기획력이 부족해 보였다. 사업성에 공감하지 못했다. 과연 조경으로 이 문제를 보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상업 공간에서 흥행은 어떠한 디자인적 가치보다 더 본질적인 것이다. 상업 영화의 흥행성과 같은 것 아닐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최고의 흥행을 꾀하자는 것이 아니라, 투자 대비 수익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흥행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주제와 각본이 흥미로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배우 캐스팅이 설득력 있고 장면 연출이 지루하지 않아야 하며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기도 해야 하며, 유쾌하면서 긴장감도 유발해야 한다. 의도된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장치와 기법을 동원하는 매우 전문적이고 섬세한 작업, 어느 정도의 기승전결이 필요한 작업이 분명하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대상지의 높이 차를 이용해 흥미를 갖게 하는 공간을 계획했으나, 건축의 설계 방향과 배치를 흔드는 설계안이었다. 설득과 대립 과정을 반복하다 우리의 제안이 흥행성은 보장할 수는 있어도 건축의 방향성과 조화를 이루지는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다 바위틈에 자라는 야생화, 추운 겨울 눈 속에서 피어나는 설중화의 모습에서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넘어 보이지 않는 생명력과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어떤 기업이 브랜드 철학을 갖춰 이미지를 넘은 정체성을 갖게 될 때 품위가 만들어진다. 그런 기업에게 소비자들은 좀 더 관대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친환경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그래서 빗물을 빌리고 되돌려주고 활용하는 기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것을 비의 건축술이라 한다. “비의 건축술의 목표는 본래 자연의 토지가 가진 빗물을 머무르게 하고, 하늘과 땅으로 되돌리는 힘을 되살리고자 하는 것이다”(일본건축학회, 『비의 건축술』, 기문당, 2012). 넓고 긴 카페 지붕으로 떨어진 빗물은 건축의 루프 드레인(roof drain)을 통해 모인다. 루프 드레인 끝에서 시작해 돌담 위에서 끝나는 7개의 콘크리트 수로는 빗물을 사면 아래로 이동시킨다. 이때 돌담의 높이로 인해 수로 끝에서 낙수하는 물을 감상할 수 있다. 떨어진 빗물은 계획된 물길의 지형을 따라서 가장 낮은 쪽에 위치한 웅덩이에 모인다. 이 웅덩이는 대상지의 거대한 집수정이다. 웅덩이에 채워진 빗물은 서서히 흙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거나 증발되어 수증기로 되돌아간다. 가둬진 물은 대상지의 미기후를 조절하고 수생 식물과 수변 식물, 다양한 곤충과 동물을 키워낸다. 수면을 조망할 수 있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보이지 않는 자연의 순환 과정을 느낄 것이다. 수직적, 병렬적 공간 구조 인포멀가든의 외부 공간은 건축 계획에 의해 카페 후면부, 카페 전면부, 퍼걸러(차양 시설) 구간으로 나뉜다. 세 개 영역은 수직적인 벽이나 담장이 아닌 높이 차이로 인해 구분된다. 영역 간의 높이 차이로 인해 경사면이 발생했고, 자연스럽게 평지는 이용 구간이 되고 사면은 식재 구간이 되었다. 각 영역은 철제 계단이나 자연석 계단으로 연결된다. 영역 간의 이동은 수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영역 안에서의 이동은 수평적이다. 건축의 방향과 평행으로 놓인 세 개 영역의 포장면은 머름의 공간과 길의 역할을 병행한다. 머무는 공간과 이동하는 공간을 구분하기 위해 포장을 달리했다. 이동 중심의 구간은 보행의 불편함이 없도록 화강석 판석으로, 머무는 공간은 천천히 걷도록 유도하는 사고석으로 포장했다. 식재 계획, 메시지를 담은 공간 남향인 대상지는 대부분 그늘이 없는 양지고 경사면이 있다. 이 조건을 고려해 직사광선과 건조한 환경의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식물들을 선정했다. 습기가 많은 물가, 웅덩이 주변과 빛이 들지 않는 건물 하부에 맞는 식물을 별도로 선정했다. 느릅나무, 무궁화, 대나무, 귀룽나무, 단풍나무, 버드나무, 참빗살나무, 보리수나무, 병꽃나무, 사철나무, 등골나무 러시안세이지, 솔정향풀, 수크령, 알케밀라, 터리풀, 코만스사초, 큰꿩의비름, 털수염풀, 땅채송화, 섬기린초, 순비기나무, 일당귀, 큰바늘꽃, 타래붓꽃, 제비동자꽃, 무늬해국, 몰리니아, 바이텍스, 실목련, 물싸리, 산오이풀, 꼬랑사초 외 약 90종 15,000본의 식물을 심었다. 이솝 성수점을 시작으로 강릉의 호지 스테이, 인포멀가든까지 빗물 활용과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프로젝트에 담기 시작했다. 작은 공간에서 벌인 설계 행위는 공원 같은 큰 프로젝트와 비교하면 실질적으로 매우 미미한 효과를 낼 것이다. 다만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업 공간이기에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만 있어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상업 공간으로서 인포멀가든의 흥행 성공 여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답을 내리기 이른 시점이다. 시간이 지나고 식물들이 자리를 잡아 몇 해가 흐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사람들이 알아보리라 믿는다. 이번 프로젝트는 다른 분야와 대립하기보다 우리의 것을 내려놓고 다른 가치관을 수용한 상태에서 작업을 할 때 한 번도 그려보지 않았던 디자인이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새로운 디자인은 다양성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오현주·이범수 인터뷰 지속가능성을 말하는 일상의 조경 인스타그램을 통해 안마당더랩이 전국 방방곳곳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보고 있다. 이번에는 울산이다. 프로젝트를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오현주(이하 주) 인포멀가든의 카페 건물을 지은 아파랏체 건축사사무소에서 의뢰가 왔다. 현재는 카페만 있지만, 추후 뒤편으로 숲유치원, 양옆으로 베이커리, 미술 작품 수장고 및 전시장 등이 들어서 복합문화단지로 거듭날 것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현재 카페 외 다른 공간의 조경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범수(이하 수) 사실 특별한 계기는 없다. 보통 건축 공간을 짓다 조경의 필요성을 느낀 건축설계사무소가 연락을 해오는 식이다. 충북 단양의 카페산도 그런 경우였다. 수도권 외의 공간을 설계하겠다는 포부가 있다기보다 안마당더랩이 주로 진행하는 성격의 프로젝트 수가 수도권 외의 지역에 더 많을 뿐이다. 보통 건축사사무소는 어떤 경로를 통해 연락해오나. 수 이전에 함께 프로젝트를 한 건축사사무소가 우리를 추천하는 경우도 있고,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고 연락을 주기도 한다. 주 인스타그램이 상상 이상으로 큰 창구 역할을 한다. 작품 사진을 보고 서로 팔로우하고 있다가 적당한 기회가 생기면 연락해오는 식이다. 프로젝트 수주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업로드도 신경을 쓰고 있다. 건축 계획이 선행된 상태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라 아쉬운 점이 있을 것 같다. 대상지 한가운데에 카페 건물과 퍼걸러가 들어서 있어 조경의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부지 크기 자체가 작아 보인다. 수 그 점이 아쉬워 퍼걸러를 빼거나 축소해 전면을 모두 조경 공간으로 쓰는 안을 제안하기도 했었다. 단순히 조경 공간을 많이 확보하려는 게 아니라 퍼걸러와 사면이 크게 공간을 차지한 배치가 방문자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을지, 사업성이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도 중요하지만 상업 공간인 만큼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들이고 어떻게 앉게 하고 어떻게 쉬게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사면이 대부분이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게다가 사면에 나무를 심기 힘 들어 그늘을 만들기도 어려웠다. 퍼걸러의 규모가 작아지면 가파른 사면의 경사를 조정할 수 있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건축에서 퍼걸러가 가진 역할과 의미가 우리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컸다. 주 카페가 높은 곳에 지어지다 보니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자칫 권위적인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이 퍼걸러가 중간에서 시선을 한 번 끊어주어 위압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수차례의 논의 끝에 건축의 배치를 따르기로 결정했고 두 번째 안을 그리기 시작했다. 설명처럼 카페 레벨과 퍼걸러 레벨을 연결하는 경사가 꽤 가파르다. 지반 안정화와 식재 작업이 쉽지 않았겠다. 수 식물의 뿌리 활착으로 결국 잡힐 거라 생각하지만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비가 오면 조금은 쓸려내려 가는 구간이 있지만 곧 해결될 것이다. 사면에 심으면 뿌리분이 흙 밖으로 노출되어 분이 큰 교목은 식재할 수 없었다. 한 해 두 해가 흘러 관목이 뿌리를 내려 안정화가 될 때까지 쓸려 내려간 흙을 다시 올려주는 식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 건축이 제안한 동선의 형태가 많이 바뀌었다. 경사면을 따라 하나의 동선으로 통합되어 있던 계단이 위쪽은 자연스러운 형태의 언덕과 디딤돌, 아래쪽은 경사 위를 지나는 가벼운 느낌의 철재 계단으로 변했다. 수 건축 배치를 보면 외부 공간이 카페 후면부와 전면부, 퍼걸러 구간으로 나뉜다. 동선이 굉장히 수직적이 될 수밖에 없어서 지루하지 않은 동선을 짜는 데 집중했다. 카페 건물의 위압감을 완화할 수 있는 지역성을 고려한 부드러운 포장재를 택하고 싶어 위쪽에 녹지와 어우러진 디딤돌을 두었다. 건축의 붉은 색이 강렬하기 때문에 눈에 띄기보다는 주변과 잘 어우러지고 사람들에게 거부감이 없는 형태와 질감을 가진 화강석 판석을 택했다. 사면보다는 카페 전면부와 퍼걸러 구간의 판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판이 두드러지고 두 판 사이에 계단이 가설물처럼 얹혀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축사를 모티브로 한 카페 건물과도 어우러지게 경량화한 철재 계단을 구상했다. 소재보다는 계단의 개수를 고민했다. 주 처음에는 퍼걸러 구간부터 카페까지 한 번에 올라오게 할 계획이었다. 중간에 참을 만들면 사면도 그만큼 깎아내야 하고, 그러면 경사가 더 가팔라지니까. 그런데 쉬지 않고 계단을 한 번에 올라오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보니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 결국 계단 중간 참을 만들되 사면은 깎지 않았다. 사면과 계단이 조금 엇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용 측면을 더 고민한 결과다. 이미 건축주의 주택과 주차장이 대상지 주변에 들어서 있고, 복합문화단지로의 미래를 생각하면 도로와의 차폐뿐 아니라 확장 가능성을 고려한 계획이 필요했겠다. 주 앞으로의 과제다. 지도로만 보면 주변 자연을 카페 내부로 끌어들이기 좋아 보이지만 실제 대상지에 가보면 차경을 할 만한 좋은 경관을 찾기 힘들다. 남서쪽은 고운산이 보여서 전망이 좋지만, 다른 부분은 축사가 차지하고 있다. 베이커리와 어린이 야외 놀이 학습터 등이 들어올 부지와 카페 부지가 도로로 다 끊겨 있어서 이 공간을 어떻게 한 단지로 읽히게 할지 고민 중이다. 카페 건물 앞에 놓인 긴 벤치가 인상적이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더 많은 테이블과 벤치를 놓고 싶어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설득했나. 주 건물의 긴 형태와 결을 맞춰 디자인한 벤치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해당 판의 폭이 테이블과 의자를 놓기에는 조금 좁았고, 머물기보다는 이동하는 곳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외부 공간이 있는데 앉을 곳이 없는 건 비합리적이다. 그래서 긴 벤치를 설계했다. 루프 드레인이 시작되는 곳에서 벤치 역시 시작하게 해, 사람들이 빗물이 웅덩이로 흐르는 과정을 더 가까이에서 보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테이블을 놓지 못한 게 마음이 쓰여 간이 테이블도 디자인했는데, 카페 운영 사정을 보아 설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수 벤치를 디자인하며 스스로 의문을 많이 던졌다. 이 판에 파라솔과 테이블, 벤치가 들어서면 선형의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가 깨지게 된다. 하지만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앉을 공간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주 건축주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다. 운영하면서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당연히 파라솔이 들어서야 한다. 그래서 고정적인 시설물을 만들기보다 최소한의 벤치를 가장 잘 어울리는 형태로 배치하고, 가변성 있는 가구를 통해 건축주가 답을 만들어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놓았다. 벤치가 사면과 상당히 가까이 놓여 있는데, 사람들이 사면을 등지고 앉기를 의도한 것인가. 주 사면과 가까운 쪽을 보면 어느 정도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곳에 발을 두고 앉으면 고운산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벤치 형태가 이용하기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중간 중간 벤치를 끊어 사람들이 들어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면 조금 편했을 테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깨지게 된다. 경사면의 계단과 달리 여러 가지를 감수하고 디자인 측면을 택한 것이다. 수 이 벤치는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설이다. 테이블과 의자 세트를 가져다 놓으면 선반이 되기도 할 것이다. 또 공간을 경계 짓는 울타리 역할도 한다. 벤치가 없으면 아이들이 사면으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다. 도면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카페 건물이 바닥에서 띄워진 형태고 그 아래에 다양한 음지 식물이 심겨 있다. 사면을 등지고 앉으면 건물 아래에 식재된 이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루프 드레인과 선홈통을 타고 흐른 빗물이 모여 만들어지는 연못이다.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궁금하다. 수 빗물 홈통을 밖으로 노출시킨 루프 드레인은 건축의 계획이다. 본래는 이 루프 드레인을 타고 내려온 빗물을 집수정으로 모아 대상지 밖으로 배수시킬 계획이었으나, 우리는 루프 드레인에서 나오는 빗물을 이용하자고 제안했다.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며 시대적 화두인 지속가능성을 프로젝트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솝 성수점과 강릉의 호지 스테이에서 비슷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참이었다. 레인가든이라는 시스템을 상업 공간에 담아 어떤 효과가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일반 시민들이 선홈통이 왜 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수직적으로 드러난 루프 드레인의 선이 매력적이기도 했다. 빗물 홈통을 타고 들어온 물, 그냥 경사를 따라 흐른물, 주변 도로에서 유입된 물이 모두 최하단의 연못에 모인다. 일부 집수정에 모인 빗물도 이 연못으로 흘러 들어오도록 연결시켰다. 연못에 일정 수위 이상 물이 차오르면 인근 하천으로 빗물이 빠져나가게 된다. 오염된 빗물이 바로 하천으로 흘러들지 않으니 수질 오염 방지의 효과도 있다. 그 과정에서 땅으로 스며든 빗물은 지하수 문제를 해결할 것이고, 증발한 빗물은 미기후 조절 효과를 낼 것이다. 이솝 성수점과 호지 스테이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우배수 시스템을 만드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 텐데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나. 주 의도한 것은 아닌데 근래 계속 물과 관련된 작업을 해왔다. 어쩌면 시리즈처럼 볼 수도 있겠다. 첫 번째 작업이 이솝 성수점인데, 이곳도 지면보다 땅을 꺼트려서 비가 오면 물을 고이게 했다. 이후 작업한 호지 스테이는 비가 오면 비의 양에 따라서 지형이 낮은 곳부터 잠기는 구조의 정원이다. 여름철 우기에는 땅이 완전히 잠기기도 하고, 물이 스며들어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기도 하고, 때로는 바짝 말라있다. 완공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사실 인포멀가든을 포함해 설계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수 비가 많이 오는 날 걱정이 되서 잠을 못 잔 적이 있기는 한데, 현재까지는 아무 문제없다. 오히려 조성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법적으로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배수 처리 시설이 있기 때문에 자연 배수를 꾀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집수정이 모든 대지에 꼭 필요한 시설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연못의 방수 처리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고 들었다. 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 기획인데 인위적으로 방수 처리를 하는 것 자체가 맞는지부터 고민했다. 수 물은 고이면 썩는다. 수생 식물이 정화한다 하더라도 여름이면 녹조가 생긴다. 결국 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에 닿았다. 하지만 이곳이 상업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 기간 동안은 물이 차 있는 경관이 필요했다. 그래서 완벽하지 않은, 어느 정도 물이 새는 방수가 적당하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쉬운 시공법은 콘크리트 방수 패드를 치는 것이지만, 너무 완벽한 방수라 물이 새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시트 방수를 했다. 처음에는 빗물이 담긴 지 3일도 지나지 않아 물이 전부 빠져버려 걱정했는데, 침전물이 공극을 막으며 물이 빠지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비 가 오랫동안 오지 않는 시기도 고려해 산의 실개천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조금 흘러들 수 있도록 보완하는 작업도 해놓았다. 식생은 어떤 식으로 구성했나. 대상지 주변에 산이 많은데 이런 곳에 정원을 만들 때 주변 식생을 고려하는지, 오히려 주변에서 볼 수 없는 식물을 택하는지 궁금하다. 주 대부분 전자다. 주변 식생을 조사하고, 주변의 식생과 대상지를 연결시키려고 노력한다. 대상지 북서측에 대나무가 굉장히 많이 자라는데, 거기에 착안해 카페 뒤에 대나무를 심었다. 식물을 선택하는 기준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하나는 주변 식생이다. 그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으니 그 환경에서 잘 살 것이라 생각하고 수목들을 선정한다. 두 번째는 경비다. 수목과 식물의 가격 자체도 중요하지만 운반비 역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 중 하나다. 수 인포멀가든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기청산식물원에 방문해 식생을 조사했다. 자생 식물은 무엇이 있는지 인근 산에는 어떤 식물이 분포되어 있는지 봤다. 본격적인 식재를 위해 울산과 부산에 있는 농장을 다녔는데 크기가 큰 무궁화와 사철나무가 엄청 많았다. 알아보니 한때 유행해 잔뜩 심었지만 유행이 끝나며 팔리지 않은 나무들이었다. 마침 관목이 많이 필요했는 데,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었다. 주 대상지 주변 도로의 경관을 가려줄 수목이 필요했다. 보통은 교목을 쓰면 차폐가 잘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교목은 하부에 가지가 아닌 목대만 노출된다. 사람 눈높이는 지하고에 머물러 있으니 차폐 효과가 없다. 필요한 건 긴 세월 동안 크게 자란 관목이다. 보통은 규모가 큰 관목을 구하기 쉽지 않은데, 운 좋게도 울산과 부산의 농장에 팔리지 않고 재고처럼 쌓여 있는 사철나무와 무궁화 대형목이 가득했다. 수 예산이 빠듯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평지에 식재를 하면 줄기들이 중첩되어 보여 밀도를 조금만 높여도 풍성해 보이는데, 사면에서는 그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특히 위쪽 단에서 내려다보면 더욱 허전해 보인다. 웬만한 개수의 나무로는 풍성한 느낌을 낼 수 없고, 높은 밀도로 식물을 심어야 한다. 카페 건물 하부도 다 녹지다. 보행로인 몇 부분을 빼면 모두 녹지인 셈이다. 예상보다 예산이 많이 투입된 프로젝트다. 도면을 보니 마운딩에 필요한 토량을 산출한 그림이 있더라. 정확한 시공을 위해 도면을 그리는 노하우가 따로 있나. 주 언덕을 만들며 시행착오를 통해 몇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보통은 건축에서 제공한 도면을 믿고 그에 따라 토량을 산출하는데, 현장 상황과 다른 경우가 많다. 반드시 직접 찾아가 레벨이 어떤지 확인해야 한다. 수 단순하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결국 조경 도면을 만드는 이유는 공간의 완성도를 높이고 공사비를 책정하기 위해서다. 인포멀가든 같이 개인 클라이언트인 경우의 장점은 여백이다. 어느 정도의 공사비를 잡아놓고 현장에서 얼마든지 설계안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좀 더 규모가 큰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설계와 시공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고, 설계자가 현장에 계속해서 있을 수 없으니 변수가 발생했을 때 시공과의 긴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면에서 다양한 표현 방식을 추구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현장에서 시공까지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목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쓰는 원형 심벌을 그리지 않는다. 나무를 기울어지게 심고 싶다면, 기울어진 나무를 위에서 본 모양을 그린다. 원하는 사항을 도면이 아닌 현장에서 그림과 말로 협의할 수 있다. 하지만 당연히 납품하는 도면을 그릴 때는 이 방식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카페에서 머무르며 바라볼 만한 풍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 경관 포인트로 삼은 지점이 있나. 주 인포멀가든은 예상보다 내부 지향적인 곳이다. 바깥 경관보다는 대상지의 안쪽을 바라보게 되어 있다. 아쉬운 점 중 하나가 도로에서 인포멀가든을 처음 맞닥뜨리는 순간 인포멀가든 내부 공간이 한눈에 읽힌다는 점이다. 공간에 들어서 보이지 않던 곳을 천천히 경험하게 만드는 시퀀스도 중요한데 그 가치가 확 줄어 아쉽다. 하지만 이범수 소장과 그런 대화를 하기도 했다. “이 땅이 조경 단독 프로젝트로 주어졌다면 이런 디자인 못했겠지.” 수 협업으로 끌어낸 결과인 것 같기도 하다. 인포멀가든은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디자인이다. 조경가마다 결이 있기 마련이고, 그간 그린 도면을 살펴보면 비슷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런데 건축가의 배치를 받아들이고 건축가의 시선에서 바라보자 마음먹으니, 한 번도 그려보지 못한 선들이 나왔다. 평소에는 이렇게 수직적이고 강한 선을 권위적이라 생각해서 잘 쓰지 않는다. 클라이언트의 안목도 큰 역할을 했다. 장식으로서의 조경보다 사회적 메시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고 4~5년이 지나면 이곳이 훨씬 좋은 공간이 될 거라고 믿어주었다. 이곳저곳에서 카페와 스테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 10년 넘게 살아남는 곳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비슷비슷한 공간에 싫증내기 시작할 테니까. 만약 인포멀가든이 서울이나 수도권이 놓였다면 더 빠른 시간 내에 주목받았을 것이다. 울산에서 원하는 것은 좀 더 화려하고 즐길 거리가 많은 문화 공간인 것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분명히 화려함과는 다른 가치가 점점 돋보이는 공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답을 듣다보니 안마당더랩의 결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주 예전에는 축을 비튼다든지 판을 쪼개는 디자인을 자주했는데 작년부터는 안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수 어쩌다보니 비슷한 결의 선이 그려지는 것이지 시그니처처럼 무언가를 남기진 않는다. 안마당더랩이 나와 오현주 소장의 사무실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또 공간 만들기는 나의 예술성과 작가 정신을 발휘하는 작업이라기보다 클라이언트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예술성도 좋지만 우선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주 둘이서 사무실을 운영할 땐 이 때문에 다투기도 했다. 지금은 이범수 소장의 의견에 동의한다. 카페 공간 같은 상업 공간을 다룰 때 무엇을 가장 중요시하나. 수 클라이언트의 생각과 주어진 공간이 어떠한 성격인지 정확히 파악하려 한다. 사실 사업주의 생각과 브랜드의 정체성이 또렷하다면, 이를 따라가는 것만으로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에는 사업주가 가져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주 이 소장이 잘한다. 나는 오히려 그런 면에서 무딘 편이다. 수 어떤 노하우가 있다기보다는 계속해서 생각한다. 만났을 때의 말투와 취향, 했던 말들을 생각하면서 어떤 것을 좋아할지 고민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첫 PT에 굉장히 공을 들인다. 그 PT에서 클라이언트의 마음에 드는 것을 내놓게 되면 다음 과정이 큰 문제없이 흘러가기 마련이다. 주 클라이언트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조경의 깊은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도 지양하는 편이 좋다. 상업 공간에는 수많은 가치가 공존하기 마련인데, 조경을 최우선의 가치로 이야기하며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꽃 하나가 더 피어난다고 커피 한 잔이 더 팔리는 건 아니니까. 더불어 전문 용어보다는 클라이언트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경의 가치를 과도하게 강조하는 순간 클라이언트는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한 인터뷰에서 대중과 친숙한 조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중에게 친숙한 조경이란 무엇인지 의견이 궁금하다. 주 친숙한 공간은 사람들을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을 오래 붙잡아두는 공간에서는 치장 여부보다 주변과 얼마나 맥락이 잘 닿아 있고,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수 “대중에게 친숙한 조경”이라는 표현은 조경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적은 현실을 이야기하며 했던 말이다. 좋은 조경 작업이 대중들이 접근 가능한 지점에서 벌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내서 찾아가야 하는 공간보다 일상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카페에서 좋은 조경을 마주하게 되기를 바라고, 좋은 작업을 하는 조경가가 그런 공간을 설계했으면 한다. 클래식 음악이 훌륭하지만 대중음악도 클래식 음악과 구별되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안마당더랩의 작품이 대중에게 조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사진 유청오 디자인 팽선민 글 오현주·이범수 안마당더랩 소장 조경 설계 안마당더랩 조경 시공 시설물 및 포장: 메이크더 식재: 안마당더랩 건축 설계 아파랏체 건축사사무소 대지 면적 1,924m2 조경 면적 1,574m2 위치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서면 차리 292 완공 2022. 8. 사진 진효숙 안마당더랩(Anmadang the Lab)은 상생의 가치 아래 균형, 단순, 조화, 대비, 스토리, 실용성, 합리성 등 다양한 디자인 철학을 담아 외부 공간을 기획, 설계, 시공하는 디자인 작업실이다.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지속가능한 것에 관심이 많다. 좋은 공간이 우리의 삶을 개선시킨다고 믿는다. 오현주는 안마당더랩의 공동 소장이다.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에서 조경을 전공하고, 기술사사무소 렛과 그람디자인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6년부터 조경 지식을 기반으로 외부 공간을 기획, 설계, 시공하는 디자인 작업실 안마당더랩을 이끌고 있다. 인간 중심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공간을 삶의 배경으로 만들고자 한다. 예술성과 대중성의 중간 지점에서 새로운 환경을 제안하는 것이 목표다. 이범수는 안마당더랩의 공동 소장이다. 한경대학교 조경학과에서 조경을 전공하고, 비오이엔씨와 조경디자인 이레(현 디자인스튜디오 이레)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6년부터 안마당더랩을 이끌고 있다. 새것보다 오래된 것, 격이 느껴지는 것들, 진정함 속의 우아함, 철학이 깃든 것들을 좋아한다.
    • 안마당더랩
  • 새로운 한국 조경 50, 기록과 비전
    “지난 50년간 한국 조경은 도시와 경관, 지역과 환경, 삶과 문화의 틀과 꼴을 직조하며 발전을 거듭했지만, 자료의 저장과 성과의 기록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 다음 50년, 한국 조경의 시선으로 도시와 경관을 둘러싼 글로벌 이슈를 대면하고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가기 위한 필요 조건은 지난 50년의 성과, 작품, 제도, 교육, 인물을 촘촘히 기록하고 면밀히 저장하는 체계적 아카이브입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소실되고 있는 자료와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수집, 정리, 공유, 소통하는 범 조경계 차원의 기획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입니다. 새해를 시작하며 『환경과조경』의 편집도 ‘한국 조경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하고 내일을 설계하는’ 아카이브에 비중을 둘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2023년 1월호 ‘에디토리얼’을 통해 올해 『환경과조경』의 편집 방향을 공유한 바 있습니다. 이번 특집은 그 아카이브 작업의 시작입니다. 한국 조경이 태동한 지 50년이 된 2022년을 보내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50년을 맞이합니다. 다가올 50년을 위한 설계안을 그릴 때입니다.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관찰하며 자성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첫 작업으로 한국조경학회와 한국조경협회의 새 목표를 담은 글을 싣고, 2022년의 의미 있는 사건들을 기록합니다. 2013년 제정된 ‘한국조경헌장’이 새로운 조경의 좌표를 제시할 수 있도록 현재 사회의 요구에 맞춰 개정됐습니다. 변화 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개정 전후의 헌장 전문을 수록했습니다. 박승진의 글에서 유럽, 아시아–태평양, 아메리카 지역 조경 헌장의 형식 및 내용과 개정 과정에서 오간 논의 사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조경50 비전플랜’은 새로운 50년을 모색하기 위한 선언입니다. 조경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은 제25회 올해의 조경인 인터뷰를 통해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은 미국의 자연과 공원을 관리·보존하기 위해 100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며, 싱가포르, 중국, 미국 디트로이트의 여러 기관과 지자체는 50년 계획을 설정하기도 한다. 한국도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환경과조경』 2022년 12월호)며 긴 시간을 내다보는 비전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수립 과정을 담은 이유직의 글을 통해 조경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전문 분야이자 미래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기술 분야로서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연말 선유도공원 이야기관에서 열린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 한국 조경 50년 기념전+IFLA 한국 개최 성과전’을 지면으로 중계합니다.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협회, 한국 조경 50년 기념전+IFLA 한국 개최 성과전 추진위원회
  • [새로운 한국 조경 50, 기록과 비전] 다시 도약하는 조경
    올해의 1월도 작년의 1월과 다름없는데 무게감에서 확실히 다름을 느낀다. 2022년 초에 있었던 한국조경학회장 선거가 온라인으로 치러졌기에 모든 것을 글로만 준비해서 그런가, 올해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한국조경학회 공식 홈페이지 인사말에 ‘다시 도약하는 조경, 조경의 심장이 되겠다’고 적었다. 한국 조경 50주년 기념 행사장을 나오면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지 깊은 생각에 빠졌다. 학회는 항상 조경 분야의 핵심적 존재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심장이 되겠다는 것이 뭐 그리 새로운 약속이고 결심인가. 다섯 번의 10년, 한 세기의 중간 지점 등 50년의 의미를 찾자면 끝이 없다. 상징적인 시간을 통과하는 지금, 우리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은 1789년에 취임했다. 환호 속에서 내딘 첫 발이었지만 대립과 갈등은 외화내빈의 극치였다. 특단의 조치로 새 수도 건설을 계획했고, 대통령 관저 기공식은 야심찬 통합의 출발 신호였다. 공사가 늦어져 자신은 입주도 못하고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John Adams)가 첫 주인이 되었으나 수도, 난방, 램프, 방수 등의 문제로 건물은 엉망이었다. 영국과의 전쟁, 남북전쟁을 거치며 몇 차례 훼손도 발생했다. 율리시스 그랜트(Ulysses Grant)와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대통령이 대대적 보수 공사를 했으나 물이 차고 벽에 금이 가는 등의 구조적 문제는 계속 노출됐다. 이에 따라 해리 트루먼(Harry Truman) 대통령은 골조만 남기고 해체 수준의 대공사를 시행했다. 아름다운 모습의 백악관과 그 앞뜰은 250여 년이 지나고서야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50년의 시간은 우리를 성숙시켰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어쩔 수 없는 노화를 가져왔다. 몸이 따라오지 못하는 심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제26대 한국조경학회 회장단은 젊어지는 것을 우선으로 선택했고 사무실도 바꿨다. 몸을 바꿔야 심장도 활기차게 기능을 할 수 있다. 녹색자원부의 필요성을 학회에서 논의한 적 있다.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 환경부, 산림청, 국토교통부의 기능을 하나로 집약시킨 행정부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이미 세계는 방향을 정했고 변속 기어를 올리고 있다. 브렉시트는 EU와 영국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기후변화에 기반한 경제 구조 개편은 이것의 또 다른 양상이다. 빅토리아 시대 이후 얻은 ‘해가 지지 않은 나라’에서 해가 없어졌다. 산업혁명의 중심에 있음으로써 해의 주인이 되었던 영국에 더 이상 해가 뜨지 않게 된 것이다. 해를 끌어내야 했기에 영국은 환경 문제를 거론했지만 미국을 포함한 몇몇 경제 강대국이 외면해버림으로써 다시 해가 뜨는 것은 요원해 보였다. 그러나 삶의 터전을 오염시킨다는 세계의 손가락질에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닌 한국도 세계와 약속했고 더디긴 하지만 발을 내딛고 있다. 조경의 세상은 어떠한가. 녹색을 다루는 분야이므로 조경은 예외라고 생각하는가. 2022년 말 조경계 원로와 차 한 잔 마시는 자리가 있었다. 산림청의 가치에 대하여 오랜 세월의 경험을 말해줬다. 도시에서의 쓰임새에 대한 노선배의 혜안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산림청과 함께했던 도시숲 입법화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출발이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조경계의 무원칙, 무지, 무례한모습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어둠의 세상을 봤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던 전쟁이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제라도 반성하지 않으면 그 어둠의 터널은 돌아오지 못할 수직 갱도가 될 수도 있음을 가슴 깊이 새긴다. 코로나19는 세계인에게, 코로나19와 인구 성장 마이너스는 한국인에게 처음으로 안겨진 생소한 장벽이다. 코로나19는 백신과 약제를 개발하면 극복할 수 있지만 인구 절벽에는 특효약이 없다. 신의 한수로 인구가 갑자기 늘어나더라도 최소한 20년 이상 대학과 사회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학과 업은 지금까지 각자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인구 절벽 앞에 서 있는 지금, 누구 하나의 노력으로는 극복이 안 되기에 지금까지 취한 자세와는 헤어질 결심이 필요하다. 인구가 늘어나던 시대에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았기에 문제의 초점은 다음 단계 진출을 위한 경쟁이었다. 이제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공급선을 뚫어야 하고 자원을 찾아야 한다. 국가가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을 만드는 동안 업계는 취업 자원을, 대학은 입시 자원을 발견해야 한다. 학회는 학계와 업계의 중간에서 이를 찾는 매개 역할을 하려 한다. 인턴제의 활성화, 초·중·고등학교와 대학 졸업자, 퇴직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운용, 퇴직 교수들의 자원화 등 조경을 사회적 교육 차원으로 바꾼다면 이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광역단체장들의 공약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정원 조성이다. 산림청을 중심으로 정원 조성 사업에 많은 투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원사 양성을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공원까지는 몰라도 정원은 모든 이에게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조경의 영역이다. 초등학생부터 퇴직자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도구가 손 안에 있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이들에 대한 교육은 조경이라는 세상을 넓힐 수 있는 미래 산업이 될 것이고,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확실한 방안이 될 것이다. 소량 다품종이라는 조경 분야의 특성이 약점이 될 수밖에 없었고 IT나 AI, 가상 공간 등 첨단화가 조경의 입지를 약화시킨 것처럼 보이지만, 정원과의 적절한 접목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조경 산업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학회는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업계와 함께 하는 장을 만들 계획이다. 지난 50년간 해왔던 학회의 사업을 업계와 함께하는 사업으로 문을 열고자 한다. 최종 사용자이며 본체인 업계와 CPU로서 학계가 함께할 수만 있다면 스마트한 조경 세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학자들의 공간인 학회를 업계와 머리를 맞대는 공간으로 열려 한다. 방향은 명확하다. 한국조경학회 홈페이지 인사말을 옮기며 글을 마무리한다. “우리는 멀리 가야 합니다. 빨리 갈 필요는 없습니다. 함께 발굴하고 함께 교육하고 함께 세상을 넓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합시다. 우리의 자산인 훌륭한 두뇌 자원을 하나로 응집해 ‘함께’라는 조경호의 컨트롤 타워가 됨으로써 한국조경학회는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김태경은 서울시립대학교를 졸업하고 1999년부터 강릉원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조경 계획과 설계, 조경 미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지역 재생의 수단으로 정원의 가치를 인식하고 홍천에서 정원 마을 만들기를 실험 중이다.
    • 김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