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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스케이프] 공공의 정원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개막했다. 이번 박람회는 2013년 첫 개최 이후 10여년 만에 이루어진 것인데, 그 사이 정원은 대중에게 상상 이상으로 가까워졌다. 대한민국 국민의 주거가 아파트 일색이 되면서 정원은 그저 중장년의 노스탤지어가 될 것이라 여겼는데, 그 예상 또한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다만 지금의 정원이 과거와 다른 건 개인 주택의 부속 공간을 넘어 대중이 함께 향유하는, 이른바 공공 정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 정원으로 직역할 수 있는 퍼블릭 가든(public garden)은 새로운 용어가 아니며, 도시의 공공 공원(public park)만큼이나 오래된 개념이다. 정원이론가 황주영은 왕실과 귀족 소유의 정원(garden)과 파크가 대중에게 개방되어 공원이라는 도시 시설로 치환되는 과정은 물론, 도시의 다양한 녹지 공간의 발전 양상을 문화사 시선으로 통찰한 바 있다. 스퀘어, 산책로, 공동묘지, 위락 정원 등의 공원·녹지가 도시에 탄생하고 진화하며 궁극에는 근대 도시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장치가 되기까지 그 흐름을 사회와 문화의 콘텍스트로 설명하는 그의 글을 읽고 나면, 정원과 공원이 유럽의 근대화 과정에서 얼마나 복잡하게 분기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유럽의 현상과 형식을 학습하며 도시 근대화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조선은 동아시아의 여느 국가처럼 근대 도시 시설의 이식 과정이 비교적 단순했다. 공원과 공공 정원이 함께 들어왔지만, 우리는 기능과 성격을 구별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식민지기를 맞이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후, 대한제국의 지식인들은 여러 경로로 유럽, 중국, 일본, 미국으로 넘어가 다양한 신문물을 경험했다. 그들은 서구 공원을 방문하고 시민, 자연, 공공, 위생에 관한 생각을 기록으로 남겼다. 더 나아가 서재필, 윤치호 등은 독립협회를 결성하고 독립공원 조성을 시도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계획대로 만들지는 못했다. 이후 단체마저 해체됐기에, 도시 녹지의 성격을 어떻게 규명하고 실천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반면, 외지인은 허락된 구역 안에 곧바로 도시 녹지를 조성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퍼블릭 가든이었다. 1883년 상하이를 거쳐 조선에 입성한 러시아 건축·토목기술자 사바친(Afanasy Ivanovich Seredin-Sabatin, 1860~1921)은 1888년 ‘대한조선인천제물포각국조계지(大朝鮮仁川濟物浦各國租界地)’ 계획도를 작성했고, 러시아인, 독일인, 일본인, 영국인 거류 구역 사이에 퍼블릭 가든을 구획했다. 지금은 자유 ‘공원’이 됐지만 계획 당시 개념과 이름은 퍼블릭 가든이었다. 퍼블릭 가든은 외교관이자 의료선교자였던 미국인 알렌(Horace Newton Allen, 1858~1932)이 작성한 서울 정동의 조계도에도 등장한다. 정동극장 자리에 있던 퍼블릭 가든은 테니스 코트로 사용됐다.
참고문헌
이시카와 미키코 저, 이용태 역, 『도시와 녹지』, 도서출판 현진기획, 2004.
황주영, 『근대적 발명품으로서 도시공원: 19세기 후반 런던과 파리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4.
조선총독부, 『재조선각국거류지평면도(在朝鮮各國居留地平面圖)』, 1911.
인천부, 『인천부사』, 1933.
그림 출처
1. 인천부, 『인천부사』, 1933.
*환경과조경421호(2023년 5월호)수록본 일부
박희성은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중 문인정원과 자연미의 관계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역사 연구자들과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면서 근현대 조경으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했다. 대표 저서로 『원림, 경계없는 자연』이 있으며, 최근에는 도시 공원과 근대 정원 아카이빙, 유네스코 세계유산 제도와 운영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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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으로 읽는 조선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조선, 병풍의 나라 2’ 전
흔히 전통 혼례, 제사 등 엄숙한 행사의 배경으로 사용되는 병풍은 때론 중심이 되지 못하고 희미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을 비유할 때 쓰인다. 하지만 병풍은 예로부터 족자, 화첩, 두루마리 등과 같이 한국의 회화장르 중 하나였으며, 조선은 병풍의 나라로 불릴 만큼 병풍으로 제작된 회화 작품이 많다.
조선시대의 병풍은 한옥에서 유용한 인테리어 요소였다. 온돌 구조의 난방을 사용하는 한옥은 특성상 벽에 윗바람이 들 수밖에 없는데, 병풍은 이 윗바람을 막는 가림막 역할을 했다. 또한 접었다 펼 수 있어 파티션처럼 공간을 쉽게 분할할 수 있다. 기능성과 함께 미감을 갖춘 병풍은 마치 현시대의 미드 센추리 모던 양식의 소품처럼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인테리어 소품이었다.
보통 전통 회화 전시는 화가나 작품에 집중하지만,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린 ‘조선, 병풍의 나라 2’는 병풍이란 장르에 집중했다.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전시에서는 15개 기관 및 개인이 소장한 50여 점의 병풍을 모아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사용 및 제작 주체에 따라 나눈 민간 병풍과 궁중 병풍, 제작 시기에 따른 근대 병풍을 소개해 조선 병풍의 계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민간 병풍에서는 개성 넘치는 미감과 자유분방한 형식을 느낄 수 있고, 궁중 병풍은 조선 왕실의 권위와 품격을 드러내며, 전통을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계승한 한국 근대 화단의 일면을 병풍으로 보여준다.
개인과 나라, 시대적 변화를 읽다
민간 병풍의 자유분방한 표현 방식에서는 양반, 서민 등 다양한 개인들의 소망과 취향, 그리고 개성이 읽힌다. ‘평생도8폭병풍’은 문관으로 급제한 상류층 사대부 양반의 일생을 그린 병풍으로 과거 시험 급제, 결혼, 관직 생활, 노후 등 전형적인 삶의 통과 의례를 다루며 관료의 성공적인 삶에 대한 염원을 담아냈다. 다양한 동·식물이 조화롭게 그려진 ‘백납도10폭병풍’과 원숭이, 코끼리 등 이국 동물을 포함해 다양한 동물을 그린 ‘백수도10폭병풍’에는 당시 유행한 박물학의 영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외에도 효·제·충·신 등 유교의 핵심 가치를 드러내는 문자를 타이포그래피처럼 병풍에 그려 넣거나, 『구운몽』이나 『삼국지연의』처럼 인기 소설의 내용을 묘사한 그림을 병풍에 그려 독특한 개성을 보여줬다.
*환경과조경421호(2023년 5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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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통신원, 함께 내딛은 첫 걸음
제39기 환경과조경 통신원 간담회
제39기 환경과조경 통신원 간담회가 4월 8일 그룹한빌딩에서 개최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온라인으 진행되다가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돼 그 의미가 남달랐다. 환경과조경 통신원은 지난 1985년부터 39년간 이어져 온 전국 최대 규모의 조경 관련 대학생 네트워크로, 각 대학 소식과 지역 정보를 월간 『환경과조경』, e-환경과조경을 통해 전달해왔다. 또한 선후배 간의 교류를 통해 조경 관련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설렘과 열정 가득한 첫 만남
환경과조경은 매년 통신원 임기를 시작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선·후배 통신원들이 모이는 오리엔테이션으로서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1부 공식 행사와 2부 선배 통신원들과 함께하는 커리어 데이로 진행됐다.
박명권 발행인(환경과조경)은 축사를 통해 “통신원은 환경과조경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반자며, 중요한 소통 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조경의 성장 신화를 기록하고 조경의 새로운 영역과 쟁점을 발굴하고 그 경계를 확장해 나가는 데 통신원의 참여가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활발한 활동을 당부했다.
39기 통신원은 총 23개 학교에서 34명의 학생이 선발됐으며, 전국 기장에는 서유석(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과 심우진(강원대학교 생태조경디자인학과)이 선출됐다. 서유석은 “코로나19로 줄어들었던 통신원 내 다양한 활동을 활성화시키며 이를 지원하는 지주 같은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심우진은 “1985년부터 이어져 온 유서 깊은 통신원 활동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활동에 임하고, 다양한 조경 활동과 공간을 탐구해 나가는 통신원이 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지역 기장에는 서울·경기·강원 지역에 김기태(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와 김아윤(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이, 경기·충청 지역에 정혜인(한경대학교 조경학과)과 한나라(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가, 영남 지역에 차인영(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과 이지은(부산대학교 조경학과)이 각각 선출됐다.
*환경과조경421호(2023년 5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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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도시는 길고 인생은 짧다
만약 무인도에서 들을 수 있는 곡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고르고 싶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마지막 황제’(1988) 등 국내외 수많은 영화의 OST를 제작한 영화 음악의 거장이다. 그의 음악을 선택한 이유는 내적 평화가 필요할 때 들으면 마치 힘겹게 올라간 산 중턱에서 마주치는 산바람처럼 마음에 큰 위로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열정이 남달랐으며 자연의 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들었다. 비 오는 날 양동이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빗소리를 듣거나, 두꺼운 빙하 사이를 흐르는 물소리를 채집하기 위해서 직접 극지방에 방문하는 등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악을 만들었다. 심지어 쓰나미가 지나간 후 폐허가 된 현장에서 발견된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쓰나미란 자연이 조율한 악기를 통해 자연 본연의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는 이유로 사람의 조율을거치지 않은 폐허의 잔해 속 날것의 피아노를 그대로 연주했다.
그가 폐허 속 악기에 음을 붙여 자연의 언어를 복원했던 것처럼, 서울의 쇠락한 골목길에 도시재생을 통해 새로운 도시의 언어를 만드는 곳이 생겼다. 힙스터의 성지로 거듭나기 이전의 성수동이 갖고 있던 고즈넉한 골목의 정취가 아직 남아 있는 송정동에 ‘1유로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이 생겨났다. 1유로 프로젝트는 유럽의 도시재생 모델 중 하나로 방치된 공간을 1유로로 대여해 주는 프로젝트인데, 임차인들의 리모델링을 통해 변신한 공간은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처럼 송정동 1유로 프로젝트는 미래 가치에 투자한 임대인과 좋은 라이프스타일이 좋은 도시와 세상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브랜드들이 모여 탄생했다. 도시의 달리기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는 ‘런더풀’, 음식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이욱정 PD가 운영하는 푸드 콘텐츠 브랜드 ‘요리인류’, 공유정원으로 경험하는 정원 문화를 전파하는 ‘서울가드닝클럽’ 등 입점한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과 행사 등을 각 브랜드가 직접 리모델링한 공간에서 경험하고 즐길 수 있다. 빌라로 쓰였던 기존 공간을 활용해 옛날 복도형 아파트처럼 긴 복도를 중심으로 각 브랜드를 배치한 덕분에 공간을 탐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리모델링 이전의 사진을 비치해, 기존 공간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공간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공간을 둘러보며 이번 호의 차오프라야 스카이파크(52~63쪽)가 떠올랐다. 차오프라야 스카이 파크는 방콕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동안, 구현되지 못한 채 도시의 흉물로 남아버린 스카이 트레인 철도를 새로운 도시공원으로 탄생시킨 프로젝트다. 기존 구조물을 단순히 폐허로 여겼다면 재개발의 논리에 따라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상지를 미완성의 꿈으로 바라보며 기존 구조물을 존중하는 방식의 디자인을 택했고, 이는 방콕의 도시재생에 새로운 가능성과 미래를 안겨다 주었다.
사랑했던 자리마다 폐허라고 한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도시는 필연적으로 사랑과 이별을 오가듯 폐허와 재개발을 오간다. 도시가 남긴 폐허는 첫사랑의 추억처럼 돌이킬 수 없는 기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류이치 사카모토가 폐허 속에서 피아노를 통해 노래를 들려주고, 방콕에서 도시 한복판에 놓인 흉물의 가치를 재발견해 새로운 선형 공원을 탄생시키고, 송정동의 야트막한 골목에서 새로운 도시재생의 빛을 쏘아 올리고 있는 것처럼 폐허를 허무는 대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다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 돌아갈 수는 없지만, 추억은 영원한 첫사랑처럼.
평소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문장을 좋아했던 류이치 사카모토는 대중의 마음에 오래 남을 음악을 남긴 채 얼마 전 짧은 인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사람은 늙고, 도시는 노후할 수밖에 없다. 모든 노인을 꼰대로 여기면 안 되는 것처럼 모든 도시의 요소를 자본과 개발의 잣대로만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리학자 에드워드 렐프가 “장소는 본래 의미의 중심으로서 삶의 경험으로부터 구축된다. 장소에 의미를 불어넣음으로써 개인과 집단과 사회는 공간을 장소로 만든다”라고 말했듯, 도시에는 장소가 필요하다. 맥락과 의미를 존중하는 장소를 만드는 도시재생이 필요하다. 도시는 길고, 인생은 짧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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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그리고 확실한 리듬이 없다면 사람들은 그 글을 계속 읽어주지 않겠지
매대 앞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진다. 무항생제 계란, 동물복지 특란, 신선한 왕란. 여러 문구들 속에서 고심하다 가장 저렴한 것을 집어 들 때면 자꾸 이 지면의 값을 생각하게 된다. 올해 초 잡지 가격을 인상하며, 꽤 깊이 고민했다. 물가와 인건비 상승 등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권당 2천 원이면 1년에 2만4천 원이나 된다. 500원 차이에도 동물복지 같은 단어를 포기해 버리는 나를 떠올리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2만2천 원을 지면 수로 나누면 한 쪽에 약 135원이다. 꼭지마다 성격이 다르니 모든 지면이 같은 값을 가질 순 없다. 특히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은 정보 전달에 주력하는 지면도 아니고, 머리 식히며 가볍게 읽기 좋은 덤 같은 꼭지다. 50원 정도의 값을 매기려다 주말 오전에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내가 가여워져 100원 정도는 쳐주자고 혼자 정했다. 웃기게도 그 순간부터 또 이 지면이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길어야 2분이면 후루룩 읽어버릴 수 있는 이 글이 100원을 받고 팔만 한 것일까.
“같은 돈 내고 더 오래 보면 가성비가 좋은 것 아닌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던진 질문이다. 아직도 보지 않았지만,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캐릭터 생김새와 상영 시간 때문에 일었던 논란은 잘 알고 있다. 13년 만에 나온 아바타 2편의 러닝타임이 무려 190분이나 되었던 것. 캐머런은 인물 관계와 감정에 초점을 맞추느라 길어졌다고 설명했지만, 190분을 꼼짝없이 의자에 앉아 스크린만 쳐다봐야 하는 관객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불만이 계속 일자 캐머런은 자신의 아이가 OTT에서 한 시간짜리 에피소드를 다섯 번 연속으로 보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러니 자신의 영화는 가성비가 좋은 게 아니냐는 거다.
관람 방식이 전혀 다른 OTT 콘텐츠와 영화를 비교하고 영상의 길이와 티켓 가격을 연관시키는 게 이상하지만, 그만큼 자기 영화에 자신 있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가벼운 해프닝인 줄 알았는데, 이후에 일어난 논란들이 재미있다. 아바타의 투자 배급사 뉴NEW의 양지혜 이사는 “재미있게 잘 만 들었다면 핵심 관객은 기꺼이 시간과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적 경험보다 OTT를 더 선호하는 관객까지 잡아당길지는 물음표”라며 확신하지는 못하는 투였다. 영화시장 분석가 김형호는 “관건은 긴 러닝타임이 아니다. 에피소드를 빨리 전환해 한 영화를 마치 여러 번 체험하도록 해준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는 영화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오히려 OTT 콘텐츠와의 차별화를 위해 더 긴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1 캐머런이 러닝타임이 9시간에 달하는 아바타 3편의 가편집본을 넘겼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하나의 주제를 여러 번 체험하게 하는 것이 긴 영화의 성공 요인이라는 대목에서 잡지를 생각했다. 형식이 꽤 비슷하다. 잡지의 상영 시간은 어떻게 될까. 먼저 장편 소설 읽을 때의 내 모습이 어떤지 생각해봤다. 책 읽는 시간은 일상 패턴과 연관된다. 아무래도 여유가 있을 때 읽는다. 시간을 내 읽기도 하지만, 내가 원할 때 그 흐름을 끊을 수 있다. 반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30분만 읽고 일어나야지 다짐해도 너무 흥미진진하면 책장을 덮지 못한다. 책갈피가 이동하는 속도는 내 여유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일상이 바쁘고 고되면 한자리에서 잘 움직이지 않는다.
잡지는 소설과 달리 읽어야 하는 순서가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한 꼭지를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 영원히 펼치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같다. 여러 성격의 콘텐츠를 담아야 할 뿐 아니라, 일상에 녹아 호흡하기 위해서는 지치거나 질리지 않게 해줄 리듬감도 필요하겠구나. 잡지에 읽어야 할 글이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는 리뷰를 만나면 서운하기도 했는데, 숨 쉴 틈을 달라는 부탁이었구나 깨닫는다. “음악이든 소설이든 가장 기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리듬이다.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그리고 확실한 리듬이 없다면 사람들은 그 글을 계속 읽어주지 않겠지. 나는 리듬의 소중함을 음악에서 (주로 재즈에서) 배웠다”는 하루키의 말은 잡지에도 적용된다. 그래서 일상의 리듬을 좀 더 흥겹게 해줄 새로운 꼭지를 준비하고 있다는 예고를 슬쩍 흘려본다. 한 달 동안 잡지에 꽂힌 책갈피가 이리저리 바쁘게 옮겨 다니길, 매대 앞에 선 당신이 ‘조경 문화 발전소’라는 문구를 포기하지 않길 바라며.
각주1. 손효주, ““상영 시간 3시간 10분”…‘쇼트폼’ 대세 역행하는 ‘길고 긴 영화’들이 온다”, 「동아일보」 2022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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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모험심과 호기심을 키우는 캐빈타워
다양한 높이에서 모험을 즐기는 놀이터
자연은 아이들에게 친환경 놀이터나 다름없다. 예건의 복합놀이시설 브랜드 아이붐I-BOOM은 도심에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친환경 놀이터를 제작한다. 여러 놀이 유닛을 다양하게 조합한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흥미로운 모험을 즐기며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각 유닛에 적용한 1~2등급 목재는 고유의 따뜻한 색감과 촉감으로 아이들의 오감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캐빈타워는 기존 조합 놀이대의 형태에서 벗어나 튼튼한 기둥 위 높은 오두막집을 브리지로 연결한 모험 놀이 시설이다. 다양한 놀이 요소를 가진 육각형의 오두막집을 여러 방향으로 연결할 수 있는데, 다양한 높이의 구조물로 조합이 가능하며 안전하고 튼튼한 것이 장점이다.
과거의 아이들이 높은 나무를 오르내리며 놀았던 것처럼 다양한 높이의 놀이 구조물을 오르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정서적 만족감을 주며, 오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체가 단련된다. 투명·불투명 슬라이드는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로 빠른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유닛의 구성에 따라 대형 놀이터나 소규모 공원에 도입이 가능하고, 높이가 다양해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통합 놀이 공간이다.
TEL. 02-324-0070 WEB. www.ibo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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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1982년생 이야기
1982년에 태어나 21세기의 문을 열며 조경학과에 입학했던 그들이 마흔의 문턱을 넘었다. 이번 호에는 국내외 조경설계사무소, 조경시공사, 엔지니어링사, 건설회사, 지방자치단체, 대학 강단에서 다채로운 삶을 꾸려온 ‘82년생 김조경’ 열두 명을 초대했다.
1982년생이 친숙한 건 10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 소설이자 350만 관객을 모은 영화인 ‘82년생 김지영’ 덕이겠지만, 사실 그들이 탄생한 해는 한국 현대 조경사와도 인연이 깊다. 1982년은 『환경과조경』이 창간한 해다. 한국조경학회 창립을 기점으로 잡는다면 한국 조경의 10주년이며, 한국조경연합회가 세계조경가협회IFLA에 가입한 해이기도 하다.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던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같은 해에 개장한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렸고, 김재박의 동점 ‘개구리 번트’와 한대화의 역전 홈런으로 한국 대표팀은 우승을 하고야 말았다. 한국 야구의 황금세대로 불리는 82년생 선수로는 이대호, 추신수, 오승환, 김태균이 있다. 내 머릿속 82년은 온통 야구뿐이지만, 사실 이 해는 정치 환경이 요동치고 사회와 문화가 급변하던 시기의 한복판이었다.
서슬 퍼런 5공화국 초기인 1982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은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미명 하에 사회를 통제하고 인권을 탄압했다. 반포대교 개통, 서울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교대역 구간 개통도 82년이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교복에서 해방되고 두발 자율화가 전격 시행된 것도 기억할 만한 일이다. 야간통행금지 폐지도 빼놓을 수 없다.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포클랜드 전쟁이 발발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인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가 출시되어 ‘보는 음악’의 시대를 열었다. 1982년을 대표하는 대중가요로는 윤수일의 ‘아파트’를 꼽아야 한다. 물론 이용의 ‘잊혀진 계절’, 전영록의 '종이학’, 윤시내의 ‘DJ에게’,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산울림의 ‘내게 사랑은 너무 써’ 등 수많은 히트곡도 82년생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 해에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는 ‘애마부인’이지만, ‘록키3’, ‘람보’, ‘사관과 신사’, ‘ET’ 같은 외화에 몰려든 인파에는 비할 바 아니었다.
이번 특집에 참여한 82년생 조경인 고은진, 김정화, 김정훈, 김현정, 박진구, 송동근, 윤호준, 이한희, 채장원, 최동원, 최영준, 최효욱과 동갑인 연예인 중에는 김민희, 손예진, 한가인, 정지훈, 이준기, 현빈 등 지금도 맹활약하고 있는 스타가 유달리 많다. 해외 셀럽을 한 명만 꼽자면 단연코 앤 헤서웨이다. 뉴욕타임스가 정의한 밀레니얼 세대가 1981년생부터 1996년생까지니,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MZ 세대의 문을 연 큰언니, 큰형인 셈이다.
‘82년생 김조경’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1989년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폴란드,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등 동유럽 공산주의 정권들이 도미노처럼 차례로 쓰러졌다. 이들이 중학생이 된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세계화 원년’을 선언했다. 첫 지방선거가 실시되어 민선 지자체장 시대가 열렸다. 케이블 다채널 시대가 개막했고, PC통신이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드디어 인터넷이 대중화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95를 발매해 IT계의 대혁명이 일어난 것도 같은 해의 일이다. 이들이 고등학생이 된 1998년은 전년 말에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로 대다수 국민이 구조조정과 실업난의 고난을 겪은 흑역사의 절정기였다. 이 해를 전후로 H.O.T., S.E.S., god, 젝스키스, 신화, 베이비복스, 핑클 같은 1세대 아이돌 그룹들이 대거 데뷔해 대중문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82년생 김조경’들이 대학 조경학과 신입생이 된 2001년, 대망의 21세기가 시작됐지만 뉴욕발 9.11 테러는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마침내 IMF 시대를 졸업했고,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해 한국은 동아시아의 항공과 물류 허브로 도약했다. 사용자 1천만 명을 넘어서며 휴대전화가 대중화되었고, 이른바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 2001년 연말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82년생 김조경’들이 대학 생활을 하거나 사회 초년생이던 시기, 국내외를 막론하고 조경의 지형과 판도가 꿈틀거렸다. 21세기의 문을 열며 진행된 다운스뷰파크, 프레시킬스, 하이라인 등의 국제 설계공모가 조경 이론과 실천의 변화를 재촉했고,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선유도공원, 서울숲, 한강르네상스를 횡단하며 한국 조경의 변신 프로젝트가 펼쳐진 것도 이 무렵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2기 신도시가 촉발한 대형 사업은 ‘조경의 시대’라는 표현을 낳기도 했다. ‘82년생 김조경’들은 역동적인 조경의 시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성장했지만 정작 그들이 30대에 접어든 때부터는 한국 조경의 외적 환경이 위축되는 역설을 마주하기도 했다. 21세기의 개막과 함께 조경을 공부하고 다양한 직군에서 조경의 길을 걸어온 열두 명의 이야기는 한국 조경 50년사의 근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생생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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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감각] 적당한 거리
자주 다니던 수목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물은 복수초 같았다.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진노랑상사화, 흰 꽃을 피우는 희귀한 진달래, 종을 정의할 때 기준으로 삼는 기준표본목문배나무 등 특별한 사연과 가치를 가진 식물들이 많지만, 몰려든 사람들이 줄까지 서서 구경하는 건 복수초가 유일했다. 복수초 주변에는 사람의 접근을 막는 울타리가 있다.
꽃 필 무렵의 복수초는 키가 한 뼘도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바닥에 뒹구는 낙엽 틈에 꽃이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꽃을 보기 위해 쪼그려 앉은 채 울타리 창살 틈으로 팔을 뻗고, 카메라 배율을 최대한 높여 사진을 찍는다. 꽃이 작고 울타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휴대폰 카메라에 자세히 담기지 않는다. 괜히 이 울타리가 답답하고 성가시다.
울타리는 복수초를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복수초는 해가 바뀌면 가장 먼저 피는 꽃이라 겨우내 꽃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앞다퉈 찾는다. 그런데 복수초는 크기가 작아 꽃이 노랗게 피기 전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해가 없으면 꽃잎을 닫아버리기에 꽃을 보러온 이들의 발길에 꺾이고 밟힌 꽃봉오리가 여럿이었을 것이다. 울타리 속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복수초가 피어난다. 가까이 보고 싶고 울타리는 답답하지만, 멀리서 복수초를 본다. 노란 꽃잎이 햇빛에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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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조경
고은진 서울시 노원구 푸른도시과 주무관
김정화 네바다주립대학교 라스베이거스 캠퍼스 건축대학 교수
김정훈 동림종합조경 현장소장
김현정 HEA 부소장
박진구 크랙넬 어소시에이트 디자이너
송동근 부영주택 조경부 팀장
윤호준 조경하다열음 소장
이한희 현대건설 익스테리어팀 매니저
채장원 조경, 디자인 진심 소장
최동원 한국수자원공사 공간경관처 경관계획부 과장
최영준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최효욱 유신 레저조경부 차장
막 조경학과에 입학한 신입생이 선배에게 하는 단골 질문은 필시 이것일 것이다. “조경학과 졸업하면 무슨 일 하나요?” 모두가 궁금해할 법한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답변하기는 쉽지 않다. 조경설계사무소, 엔지니어링, 조경시공사, 건설사, 공무원, 공기업, 연구소와 같은 답안을 내놓을 수도 있고, 조경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조금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다. 좀 더 심화된 질문에는 답하기 더욱 어렵다. “그 직업은 무슨 일을 하나요?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답하고자 1982년에 창간한 환경과조경과 동갑인 “82년생 김조경”의 현재를 추적했다. 조경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떤 길을 걸어 지금의 삶에 도달하게 되었을까. 다채롭게 삶을 꾸리고 있는 김조경들의 이야기가 졸업 후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 어떤 길을 택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작은 나침반이 되길 기대하면서.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82년생 김조경에게 던진 공통 질문
1 어제 하루(혹은 한 달) 동안 무슨 일을 했나요.
2 조경을 전공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3 지금의 직업을 선택한 이유와 그 과정을 알려주세요.
4 일을 하며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5 지금의 일을 해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6 만약 지금 대학생이라면 무엇을, 왜 해보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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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조경] 고은진
좋은 사람과 어울려 베풀 수 있는 일
1 현재 몸담고 있는 노원구청에서 내가 맡은 일은 공원 리모델링 사업과 재건축 등으로 새로 만드는 공원의 방향을 협의하는 일이다. 오래되고 낡은 공원을 직접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의견을 들어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과정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계획부터 설계, 시공,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를 수 있다. 물론 각 과정의 전문가는 따로 있지만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성과물을 창출할 수 있는 직업을 찾기 쉽지 않다. 그렇게 재조성된 공원에 이용자들이 “좋아요”라고 반응할 때 느끼는 감동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을까. 그럴 때면 얼른 아이 손을 잡고 가서 엄마가 만든 공원이라고 마음껏 자랑하고 싶어진다.
2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대학과 전공을 정한다는 게 어린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한창 유행하던 필통 만들기를 하며 재미를 붙였던지라 실용 디자인 분야가 눈에 들어왔고 그중 눈에 띈 건 건축학과였다. 당시 서울시립대학교는 건축과 조경이 학부로 묶여 있었다. 별 뜻 없이 여러 수업을 듣던 중 이름도 생소했던 조경이라는 학문을 접했을 때 새로 눈이 떠지는 듯했다. 자연을 담아 디자인을 하다니! 그렇게 운명처럼 조경학을 선택하게 됐다.
*환경과조경420호(2023년 4월호)수록본 일부
고은진은 노원구청 푸른도시과에서 일하고 있는 7급 공무원이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9급 공무원으로 입사했다. 보통 조경이나 산림을 전공한 이들이 선택하는 녹지직은 산과 공원, 녹지를 관리하고, 주민을 위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또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직업이다. 물론 불법 행위 단속을 해야 하는 고달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