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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의 도시 문법, 조경 문화로 읽다] 대구 골목길에 대한 인상 비평
    석류나무, 콩국 냄새, 오페라, 고요하고 바람이 정체된 밤공기. 대구의 골목길 인상들이다. 사뭇 소박하다. 대구란 도시는 한 쪽으로 치우치는 정치색을 제외하고는 딱히 뭐라 연상 작용이 없는 곳이다. 본인들 외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도시랄까. 어지간해서는 좀처럼 올 일이 생기지 않는 도시. 부산, 제주, 속초처럼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라이프스타일 도시 근처도 못가는 무척 심심한 도시다. 대도시지만, 그 흔한 호텔 체인도 없다. 노보텔이 있다 없어지고, 최근에 매리어트가 하나 생겼다. 아마 한국에서 재미없는 도시 뽑기 경기를 한다면 1, 2위를 다툴 만한 라이벌은 대전 정도 외에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구에 와서 할 만한 유일한 소일거리는 구도심의 골목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그 골목길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냐 묻는다면, 그런 건 기대하지 말고 그냥 잠자코 걸어볼 수는 있다고 하겠다. 대구는 무채색의 도시다. 약간 거무스름한 회색이랄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도시. 대구에 처음 왔을 때 느꼈던 고요함이 아직 뇌리에 남아있다. 늦여름이었고, 머물던 게스트하우스 근처 골목을 돌아다녔다. 마치 도시만 남겨두고 모든 사람들이 휴거해 버린 분위기는 적막함 이상의 정체된 흐름이었다. 분지라 그런가. 고요함에도 색이 있다면 아마 검회색일 것이다. 일전에 대구의 어바니스트이자 대한민국 최초로 근대골목지도라는 걸 만든 역사 연구가인 권상구에게 외지인으로서 느끼는 대구의 도시색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한동안 대구시가 공식적으로 내세웠던 도시 브랜드가 ‘컬러풀 대구’였는데, 나는 이 말이 더없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고 대답했다. 정치적 쏠림에 대한 시니컬한 농담인지, 아니면 지루한 도시에 대한 반어법적 표현인지, 다양성에 대한 뜬금없는 강조라니. 목표와 현실이 이렇게 수만 광년 떨어져 있어도 되는 것인가. 대구는 채도가 낮은 도시고, 굳이 그걸 감출 필요가 없다. 단단한 무채색은 세련되고 깊다. 요즘 대구에서 오픈하는 새로운 상업 공간들은 꽤나 감각적이고, 그건 블랙으로 요약된다. Green is the new black(초록이 새로운 표준이 되다)이라고 하지만, 여기서는 나무조차도 회녹색이다. 조용히 골목을 걸으면서 메뉴가 적당하고 디자인이 괜찮은 카페에서 공간과 시간을 즐기는 것. 내가 추천할 수 있는 유일한 팁이다. 낮에는 더위 탓에, 어느 정도 어두워진 밤거리를 걷는 것을 권한다. 습기에 눅진해진 공기 사이를 헤쳐 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대구는 천만그루 나무 심기 등 나름 도시 녹화에 신경을 썼다고 하는데, 생활자로서 특별히 무성한 도시라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 오히려 나에게 대구의 일반적인 골목은 가끔 촘촘히 박혀있는 붉은 석류열매와 함께 연상된다. 예전에는 사과가 유명했다고 하지만, 이제 대구와 사과를 연관 짓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주택가를 걷다보면 종종 만나는 주렁주렁 열린 과일이 석류다. 붉게 익은 석류와 땅에 떨어져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과육은 아마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그 아래에서 평상을 짓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쉬고 있는 노인들을 볼 수 있다. 석류는 이란 근처의 중동이 고향이니, 한반도에서는 무조건 남부 수종이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바람이 적은 대구에서 잘 적응했다. 팔공산과 비슬산 줄기에 둘러싸인 분지라는 지형적 특성은 기후 외에도 독특한 역사적 궤적을 만들었다. 대구 시내는 한국의 대도시 중 거의 유일하게 한국전쟁의 직접적 피해를 겪지 않은 곳이다. 미8군 사령부의 제공권 덕에 폭격이 덜하기도 했고, 육상 전투가 낙동강 전선에 한정되었기에 연합군이 지켜낸 마지막 요충지였다. 부산의 경우에 수많은 피난민들이 자리 잡으면서 일종의 난개발이 진행된 것과 달리 대구는 일제가 계획한 도시 구조를 이어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1960~1970년대, 섬유가 주축이 된 공업화와 국가산업단지 조성 또한 성서와 서대구 지역에서 꽤나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다. 초량 일대에 남아있던 적산가옥이 빠르게 소실된 부산과는 대조적으로, 대구는 군산과 함께 상당량의 일식 가옥을 보유한 도시이기도 하다. 북성로 일대는 일본식 상점가인 마치야에서 해방 후 소규모 공업사 골목으로, 최근에는 다시 예전 가옥의 복원을 통한 재생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일본인들이 철수하자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자를 재활용하여 금속과 전기, 공구 등을 취급하는 제조업이 사뭇 어울리지 않는 목조 적산가옥에 자리 잡게 되었다. 100년 가까이 된 건물 안, 온갖 기계의 굉음과 기름때가 거뭇거뭇한 설비 사이에서 작업 중인 수작업 장인들, 일명 브리콜레르bricoleur. 이들의 존재가 부각된 것은 소위 국가적으로 창조경제를 외치던 때였다. 개인이 가진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소규모 공업사의 존재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북성로는 일찍부터 일종의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로 기능해 온 셈이다.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그려 가면 물어물어 그걸 제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북성로 어디에선가 찾을 수 있다. 발명이나 디자인, 혹은 그저 만들기에 취미를 가진 사람에게 이곳은 영감을 주는 곳이다. 서울로 치면, 을지로나 성수동, 부산의 신암로 같은 곳이랄까. 하지만 막상 북성로에서 뭘 만들기는 쉽지 않다. 업주들이 고령화되어 현장에서 통용되는 은어와 그들만의 용어를 알아듣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체계화된 검색 도구가 없어 온종일 발품을 팔아도 허탕을 칠 때가 많다. 권상구는 현장에서 쓰이는 단어들을 수집하여 요즘 우리가 알아들 을 수 있는 말로 풀어낸 책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단지 지나간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나 단순히 지적 취미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술자와 기술을 데이터베이스화 하여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명맥이 끊어질 손기술들이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후계자들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고 양성하는 일이다. 적산가옥이라는 과거의 유물보다 거기서 쌓인 경험과 노하우가 훨씬 값지기 때문이다. 북성로 서쪽 끝 지점은 유서 깊은 달성공원이다. 대구의 종가집이라 할 달성 서씨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일제가 신사와 동물원으로 바꾸었다. 한강 이남의 창경궁 정도가 되겠다. 지금은 이용자의 대다수가 노인들이라 탑골공원의 분위기를 풍기는데, 역시나 매일 새벽에는 도로변과 인근 골목에서 장터가 열린다. 오전 4시부터 상인들이 좌판을 펼치기 시작하는데 어둑어둑한 길에서 생선이나 채소를 파는 모습이 이채롭다. 차량 통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도로는 사람들로 붐벼 널찍한 프롬나드를 방불케 한다. 이런 곳을 돌아다니는 전문 상인들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작은 소쿠리에 담아 파는 할머니들도 볼 수 있다. 뱀파이어처럼 새벽 시장은 해가 뜨면 파장 분위기가 된다. 주변 상권에는 아침부터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소주를 들이키곤 한다. *환경과조경426호(2023년 10월호)수록본 일부 최이규는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과 환경관리학을 전공하고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내외 설계사에 근무했으며, 현재 계명대학교 공과대학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식물벤처기업 에어리 대표를 맡고 있다.
    • 최이규
  • [대구의 도시 문법, 조경 문화로 읽다] 대구 원도심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먼저 말하고 싶은 것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그래서 원도심은 재생되었을까? 막대한 예산이 집행된 도시재생 사업의 결과와 효과가 ‘참으로’ 궁금하다. 이렇게 질문하니 원도심이 사업 방식으로 재생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원도심 재생이라는 표현은 어쩌면 관료, 공무원, 지식인 그룹의 상상속에서 존재하는 판타지적 기호가 아닐까. 과연 원도심은 재생될 수 있을까? 다른 지자체 사정은 어떨까? 대구 외의 여타 지역은 이전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도시재생 사업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결론을 말하자면, 대구 원도심은 재생되지 않았다. 아니 재생될 수 없었다. 애초에 원도심 재생을 기대한 게 무리였다. 이제는 말할 수 있겠다. 원도심은 재생될 수 없다고 말이다. 사람이 재생될 수 없는 것처럼. 원도심은 사업 방식으로 인위적으로 재생되는 게 아니다. 원도심은 진화한다. 원도심은 단지 오래된 거리, 골목, 집 그리고 원주민을 뜻하지 않는다. 원도심은 오래된 거리, 골목, 집, 원주민을 포함하여 유입자,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커뮤니티가 종횡으로 엮인 복잡 생태계다. 또한 원도심은 과거‘들’과 현재‘들’의 서로 다른 시간이 교차하는 복잡 생태계다. 놀라운 사실은 이 복잡 생태계가 진화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진화의 표정은 한 가지로 그려지지 않는다. 대구의 대표적인 원도심인 북성로. 북성로 거리에는 여전히 공구 가게가 성업 중이다. 도시재생 사업을 계기로 더 주목받은 북성로 공구 가게. 이 가게들의 몰락을 예고한 리뷰와 언론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문닫은 가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아직 이 거리의 주인공은 공구 가게들이다. 북성로 거리와 달성공원의 교차 지점 도로에는 여전히 새벽마다 번개 장터가 열린다. 토요일, 일요일 번개 장터는 인파로 가득하다. 향촌동 골목 콜라텍에는 어르신들이 출입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원도심의 풍경이다. 달라진 풍경도 있다. 북성로 입구에 고층 주상복합건물이 여러 동 신축되고 있다. 올해 내로 입주 예정이라고 한다. 달라진 풍경이 더 있다. 청년 사장이 영업하는 레트로 카페들이 원도심에 입점하고 있다. 더 놀라운 풍경도 있다. 대구 교동시장과 인근은 지역의 ‘힙’한 청년들이 즐겨찾는 거리로 탈바꿈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2023년 가을의 대구 원도심은 불변과 가변이 뒤섞인 진화의 풍경을 연출한다. 말하고 싶은 것은 이렇다. 불변과 가변이 혼재된 대구 원도심의 진화는 도시재생 사업과는 무관하게 전개된 풍경이거나 일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풍경과 일상은 그 자체로 선이거나 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풍경과 일상은 대구 원도심의 풍경과 일상이며 우리는 이 풍경과 일상을 선입견 없이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원도심을 재생 대상으로 간주한 원도심 초보자였다. 수제화 골목에 ‘스토리텔링 공방 북성로대학’을 만들 정도로 원도심 마니아를 자처하며 도시재생 사업의 예산을 지원받아 이런저런 일을 주도하거나 관여했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원도심은 재생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을 게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원도심은 재생되는 어떤 대상이 아니었다. 원도심은 사업 대상이 아니라는 반성과 원도심은 스스로 진화하는 생태계라는 성찰을 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원도심은 사업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임을 깨달았다. 원도심 진화의 풍경을 조망하고 인정하는 너른 사랑이 내게는 부족했다. 정말 말하고 싶은 건 대구에 교동시장이 있다. 교동시장은 대구역 정문에서 그리 멀지 않다. 교동시장의 교동은 고유명사가 아니다. 향교가 문을 연 마을은 대개 교동으로 불린다. 교동마을이 전국에 산재한 이유이다. 대구도 그렇다. 본래 교동시장 인근에 대구 향교가 있었다. 현재 대구 향교는 남산동에 있다. 1932년 일제 총독부는 대성전, 명륜당 등을 남산동으로 이전한다. 이리하여 대구 향교의 역사가 남산동에서 새로이 시작한다. 향교는 이전했으나 마을 이름은 바뀌지 않는다. 도깨비시장으로 불리던 교동시장은 한국전쟁기에 탄생한다. 교동시장의 인기 품목은 미군 PX 군수품이었다. 이렇게 문을 연 교동시장은 여타의 재래시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다른 재래시장에서 찾기 어려운 구제 의류, 일제 상품, 전자 제품, 시계 가게 등이 교동시장에는 흔하다. 그런데 교동시장이 언제나 호황을 누릴 수는 없었다. 교동시장은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도시재생 사업의 대상으로 지목된다. 그런데 교동시장을 청년들의 레트로 거리로 바꿔낸 주역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지역 청년들이다. 도시재생 사업의 결과가 아니다. 교동시장과 인근의 오래된 집과 건물, 거리, 골목은 전형적인 원도심의 표상을 연출한다. 그런데 이 거리가 ‘힙’한 청년들의 아지트로 변모하고 있다. 교동의 변모는 인근 동성로와는 비교될 만한 현상이다. 대구 대표 상권 동성로는 터주 역할을 하던 대구백화점이 문을 닫으며 부진을 겪고 있다. 교동은 그렇지 않다. 교동시장과 그 인근에는 터주 역할을 하는 고급 브랜드가 없다. 고층 건물도 없다. 높아야 2층, 3층 게다가 구축이다. 골목은 미로 같다. 임대료는 교동이 동성로보다 저렴하다. 그런데 이런 원도심의 여건이 교동을 살린다. 교동이 대구 레트로의 성지로 변모하고 있다. 교동의 진화는 누가 의도한 게 아니다. 정책 당국자들은 더욱이나 아니다. 누가 의도하였다 하여 이렇게 교동이 바뀔 일이 아니다. 지자체마다 앞다퉈 개업한 청년몰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 주된 이유가 거리 생태계와 무관한 청년몰의 개업이다. 반면에 교동은 그렇지 않다. 교동은 진화의 여건이 충분하다. 시장, 구축 건물, 거리, 골목이 교동을 청년들의 레트로 거리로 바꿀 진화 토대다. 교동의 예기치 않은 진화를 반기는 마음이 컸다. 그리고 그와 함께 원도심의 진화를 초래하는 청년들의 더 많은 관여와 상상력을 응원하는 마음이 컸다.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도 그렇다.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도 진화할 수 있고 진화해야 한다. 원도심이 진화할 수 있는 생태계라면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도 그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가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이론이거나 주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 역시 충분히 진화할 수 있으며 어쩌면 더 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는 박제화된 담론이지 않아야 한다. 만약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가 박제화된 담론처럼 이야기된다면 청년 세대들에게 환영받기 어렵다. 아니 청년 세대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환영받기 어렵다. 이는 대구 원도심도 해당한다. 대구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는 재발견, 재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재구성될 수 있다. 대구 원도심이 식민지 근대를 경험하며 탄생한 배경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한 예로 대구 원도심에는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이 있다. 대구를 포함한 경상도 지역에 위안부 강제 연행을 겪은 어른들이 있는 까닭이다. 물론 위안부 강제 연행이 비단 대구와 경상도에 한정하여 일어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위안부 할머니를 기억하는 역사 관은 지역에 인권과 평화라는 인문학적 가치를 파급한다는 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인권 문제로 현재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 또한 인문학적 가치의 진화이다. 대구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는 필요하다. 그런데 이 논의 과정에서 청년 세대의 참여가 긴요하다. 그런데 청년 세대 의 참여는 언어적 이론으로 피력될 이유는 없다. 청년 세대의 참여는 놀 이와 퍼포먼스, 축제의 방식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매년 5월이면 대구 중구 일대에서 거리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름하여 ‘파워풀대구페스티벌’. 적어도 페스티벌이 열리는 날은 거리의 주인공이 시민이다. 차로를 막고 개최된 여러 행사 중에 유독 돋보였던 것은 K-POP 커버 댄스 경 연이었다.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청년들이 저렇게 신나게 춤을 추는 한, 이 나라에 희망이 있구나 싶었다. 저 청년들의 춤이 저 세대들의 언어이구나 싶었다. 그들은 그들의 언어로 원도심 거리에서 자기를 표현했다. 인문학적 가치라는 게 뭘까? 인문학에서의 ‘문’을 나는 꼭 글로 해석하지 않는다. 나는 ‘문’을 ‘무늬’로 더 해석한다. 인문학의 ‘인문’은 ‘사람 의 무늬’라는 말이다. 그 무늬는 우리들의 노래일 수도 율동일 수도 호흡 일 수도 있다. 지역 원도심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기록하는 청년 들을 인문학의 새로운 주체로 보고 싶은 마음이 각별하다. 또 다른 예를 들고 싶다. 해마다 10월이면 대구 향촌동 골목에서 독 립출판작가들의 북페어가 열린다. 2022년 10월 22일부터 23일, 이렇 게 이틀 ‘아마도 생산적 활동’이라는 슬로건으로 북페어가 열렸는데, 8회를 맞이해 대구의 대표적인 독립출판서점 더폴락과 인근의 어울리커피클럽에서 진행됐다. 이 북페어가 열리는 장소는 향촌동 골목이다. 향촌동은 ‘향기로운 마을’이라는 뜻을 가졌다. 향촌동의 유래는 식민지 대구로까지 소급된다. 대구에서 향촌동 골목은 한국전쟁 전시 문화의 본산으로 기억된다. 그럴 이유가 있다. 한국전쟁 때 대구는 경향 각지 피난민들의 집결지였다. 서울에 이어 대전을 잃은 한국군은 대구에 사령부를 차린다. 대구가 반격의 거점이었다. 서울의 내로라하는 시인, 소설가, 음악가, 화가들이 대구로 피난 왔다. 그들은 향촌동 골목에서 우정과 돌봄의 후일담을 남겼으니 그 주역이 구상 시인이다. 독립출판작가들의 북페어는 향촌동 골목에 또 다른 기억을 입히는 작업이다. 과거의 전시 기억만이 아니라 독립출판작가들의 현재의 기억 이 입혀진 향촌동 골목. 골목은 이처럼 여러 기억을 보유할 때 빛나는 인문학의 자산으로 탄생한다. 그래서 이 북페어가 좋았다. 대구 독립출 판작가들의 북페어는 향촌동 골목을 청년들의 골목으로 바꿔내는 놀이 였고 축제였고 사건이었다. 향촌동 골목이 전시 문화의 본산으로 기억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향촌동 골목이 전시 문화의 본산으 로‘만’ 기억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향촌동 골목이든 원도심의 어떤 골 목이든 기억의 중첩을 거듭하며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를 갱신해야 한다. 독립출판작가? 서울과 부산에 비하자면 그 수가 많지 않다. 그리고 독립출판서점도 서울과 부산에 비하면 그 수가 많은 게 아니다. 그러나 대구에서도 어느새 ‘아마도 생산적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북페어가 열리고 있다.북페어 참여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즐거웠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책을 몇 권 샀다. 그러는 사이에 졸업한 제자를 북페어 현장에서 반갑게 만났다. 나는 그날 책을 산 게 아니다. 나는 그날 청년들이 새롭게 일궈낸 대구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를 산 것이다.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이렇다. 대구의 인문학적 가치, 좀 젊게 가자는 말이다. 그래야 대구 원도심이 인문학적 자산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구 원도심이 특정 시기의 기억만을 보유하지 않게 하자는 말이다. 대구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가 과거 회귀나 회고에 머물지는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하고 싶은 건 대구 원도심 진화의 풍경은 다양하다. 교동은 청년들의 레트로 거리로 진화하고 있다. 식민지 대구의 표상인 북성로 입구에는 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우람하게 세워지고 있다. 어르신들은 콜라텍 출입을 계속하실 것이다. 청년 사장이 개업한 카페는 더 늘어날 추세다. 또 다른 한편으 로는 북성로 도시재생 사업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마무리될 상황이다. 어떤 풍경은 반가움으로, 어떤 풍경은 우려로, 또 어떤 풍경은 아쉬움으 로 나에게 남는다. 그런데 반가운 풍경, 우려의 풍경, 아쉬움의 풍경 모두 원도심 진화의 풍경이다. 대구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도 그럴 것이다. 대구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도 다양하게 진화할 수 있다. 원도심을 지배하는 권위적이고 절 대적인 인문학적 가치는 애초부터 없다. 또한 최고의 가치도 없다. 진화 하는 원도심의 풍경처럼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도 진화할 수 있다. 예 를 들면 이렇다. 틈틈이 들르는 극장이 있다. 대구 오오극장이다. 정확 한 명칭은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오오극장이다. 오오극장 은 대구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를 견인하는 독립영화 전용관이다. 시 설은 롯데시네마나 CGV와 같은 멀티플렉스를 따라갈 수 없다. 그렇더 라도 나는 틈틈이 오오극장에 들른다. 8월의 대구는 ‘덥다’라는 말이 무색하다. 습기까지 더해져 8월의 대구는 사람을 완전히 지치게 한다. 8월 대구에서 오오극장 중심으로 ‘대구단편영화제’가 열린다. 올해로 24회째다. 국내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유일한 전국 규모의 경쟁영 화제가 바로 ‘대구단편영화제’다. 그런데 이 영화제를 아는 대구 시민들이 많지 않다. 전주와 부산만 영화제가 있는 게 아니다. 대구 원도심에서도 개성적인 영화제가 열린다. 이 영화제에서 재현되는 대구는 어른 들이 경험한 대구와는 또 다른 대구다. 이 대구에는 지역 청년들의 삶이 다양하게 재현된다. 그들은 영상으로 그들의 대구를 이야기하고 있었 다. ‘대구단편영화제’ 때문에 8월의 대구가 뜨거웠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다시 말하고 싶은 것은 이렇다. 대구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가 고여 있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이상화, 현진건만 말할 게 아니다. 국채보상운 동의 의의만을 말할 게 아니다. 지금 여기, 특히 청년들이 만들어 내는 인문학적 가치도 이야기하자는 말이다. 대구 원도심의 장소를 밀어내고 신축 아파트는 완공되고 있다. 원도심의 오래된 거리와 골목, 집들은 사라지거나 철거되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교동은 청년들의 레트로 거리로 탈바꿈했다. 대구 오오극장은 ‘대구단편영화제’를 거행했다. ‘아마도 생산적 활동’이라는 이 름의 북페어는 올해에도 개최되리라. 롤러커피처럼 대구를 전국적인 커피 명소로 이끌 청년 커피 장인들은 계속 등장할 것이다. 골목 책방들은 폐업과 개업을 반복하리라. 그리고 청년들은 계성중학교에서 춤을 춘 뉴진스처럼 어딘가에서 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이들의 활약이 대구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를 견인하는 몸짓이 아 닐까? 대구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가 원도심 골목과 거리에서 영화를 찍고 글을 쓰고 춤을 추는 청년들에 의해 진화하기를 응원한다. 그럴 수 있고 그렇게 가야 한다. 느리더라도 꾸준히 그렇게 가야 한다. 그래야 원도심의 인문학적 가치가 죽지 않고 지역도 소멸의 오명을 피할 것이다. 양진오는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했다. 현재는 대구대학교 문화예술학부에서 학생들에게 지역 문화, 스토리텔링 창작을 강의하고 있다. 대구 수제화 골목에 스토리텔링 공방 북성로대학을 만들어 마을 인문학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 양진오
  • [대구의 도시 문법, 조경 문화로 읽다] 편집부가 꽂은 대구 책갈피
    이번 특집 의도 중 하나는 한 권의 잡지를 후루룩 훑어보는 것만으로 대구를 궁금하게 하는 것이다. 대구라는 도시의 역사와 특징을 완벽하게 읽어내지는 못하더라도, 한 번쯤 가보고 싶어지게 만들고 여행의 큰 틀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지면을 꾸리고자 했다. ‘편집부가 꽂은 대구 책갈피’는 『환경과조경』에 실렸던 대구와 관련한 기사를 정리해 소개한다(1982년~2020년). 모든 장면을 포착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구의 조경사에서 중요한 지점 몇몇을 이어 변화의 궤적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글의 제목, 발행년월을 표기해 언제든 궁금해지면 책갈피가 꽂힌 책장을 열어볼 수 있도록 했다. 참고로 환경과조경은 2014년 이전에 발행한 잡지를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단, 가입은 필수. 지방도시의 녹지행정: 대구직할시의 녹지 행정 이재환, 1989년 3월호 산업화의 여파로 자연이 점점 사라지고 지방자치제가 활성화되는 시기에 지방 도시의 바람직한 녹지 정책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피는 특집을 기획했다. 서울특별시와 당시 직할시였던 대구, 인천, 광주를 다뤘다. 당시 대구직할시 도시계획국 녹지과장 이재환이 글을 썼다. 대구시 녹지 공간의 현황 및 이용 실태, 대구 공원 정책의 기조 및 공급 지표, 개발 계획의 문제점 및 개원방향, 녹지 공간 창출에 대한 의견이 주요 내용이다. 당시 대구는 급격한 인구 증가에 따라 도시의 과밀화를 겪고 있었다. 더불어 소득 증대에 따른 여가 선용 기회가 확대되며 시민들은 공원, 녹지 공간의 확충과 시설의 수준 향상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에 부응해 대구는 1982년 ‘제1차 5개년 공원, 유원지 개발계획’(1982~1986)을 수립해 두류공원과 범어공원을 비롯해 8개소의 도시공원을 개발 조성했다. 이어 ‘2차 5개년 공원, 유원지 개발 계획’(1987~1991)을 수립해 팔공산 자연공원을 활용해 개발 광역관광권을 형성하는 데 힘쓰고 있었다. 녹지 공간이 집중적으로 개발되었지만, 절대적인 녹지 공간이 부족해 유지·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그 비용이 막대하게 들고 있다는 사실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캠퍼스 조경: 경북대학교 김용수, 1990년 11월호 전국 대학교의 캠퍼스 조경을 살펴보는 연재 꼭지에 경북대학교를 소개했다. 당시 경북대 조경학과 교수 김용수가 글을 썼다. 경북대학교는 1946년 대구사범대학, 대구의과대학, 대구농과대학을 모체로 문리과대학과 법정대학을 신설해 1952년 국립종합대학교로 개편됐다. 당시에는 25만평 규모의 부지에 12개 단과대학 87개 학과와 6개 대학원의 154개 학과를 갖추고 있었다. 경북대학교 캠퍼스는 본래 산격동과 북현동 일대의 야산이었고, 지반 대부분은 청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게다가 극한 극서로 유명한 대구의 기후 특성으로 인해 식생 생육의 기반이 좋지 못했다. 교육 기능의 역할을 초월해 더 큰 스케일의 단지 혹은 도시로서의 질을 겸비한 활기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 부적절한 식생 기반과 기후 악조건을 고려해 쾌적한 환경 조성에 역점을 두었다. 이를 통해 국내 최초 꽃시계를 비롯해 일청담, 지도못, 야외 박물관, 교시탑과 시계탑, 야외 공연장, 장미원, 운동 공간, 학생회 관할 광장, 다목적 강당 앞 광장, 본관 앞 광장 등이 조성됐다. 태창철강 성서공장 1992년 12월호 1992년 도시환경문화상 조경부문 수상작 중 하나로, 설계·감리는 녹지환경연구소가 맡았다. 일반적으로 공장 조경은 공장의 본래 기능인 생산 기능에 치중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태창철강 성서공장의 경우 토지이용계획단계에서부터 인공적이고 딱딱한 공장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나아가 종업원의 후생 복지, 지역 사회에서의 봉사 등 여러 측면에서 조경에 보다 많은 역할을 부여해 정원의 위치와 면적을 결정했다. 공장은 부지 안쪽으로 배치하고 길이 120m, 폭 40m의 정원을 과감하게 대로변에 접하도록 조성했다. 대로를 따라 높이 3m 정도로 계획했던 옹벽은 1m 이하로 낮춰 경사면으로 처리했다. 더불어 투시형 담장을 설치함으로써 외부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개방된 정원을 전개시킨 것이 핵심이다. 대구광역권 녹색플랜과 환경보전전략 이석희, 1996년 5월호 특집 ‘지방자치단체 녹색플랜과 환경보전’의 두 번째 시리즈에 수록된 글이다. 당시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지역개발실장 이석희가 글을 썼다. 주요 내용은 대구의 입지 특성과 개발 여건, 환경 오염 실태, 녹지자연도, 환경 보전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등이 다. 당시 대구는 ‘지방의제 21’의 제정과 환경도시 선포를 앞두고 있었다. 이에 대기, 수질, 생활환경의 오염을 적극 예방하고, 기존에 실시하고 있는 각종 환경 사업과 연계해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1차, 1996~2006)을 진행했다. 11년간 천만 그루의 나무 심기를 목표로 추진해 1,093만 그루를 심었으며, 그 성과로 한국조경학회가 주관하는 2001년 제1회 한국조경대상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어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 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기초단체, 연구 기관 등에서 110회에 걸쳐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2차 사업(2007~2011)은 담장 없는 열린 문화 실현, 일상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생활권 녹지 및 공원 확대 조성, 시민과 함께하는 쾌적한 숲의 도시 실현을 목표로, 3차 사업(2012~2016)은 양적 목표 달성을 넘어서 디자인 질을 높이는 녹화 사업으로 추진됐다. 2017년부터는 미세 먼지 절감과 도시 열섬 현상 완화를 목표로 4차 사업이 진행 중이다. 실험적 도시가로 테마공원: 들샘공원 1999년 2월호 대구시 북구 동북로 229에 위치한 공원으로, 박찬용 교수(영남대학교 조경학과)와 디멘션 조경설계사무소가 설계했다. 대상지는 예부터 맑은 샘물이 솟아나 농사가 잘 되었다고 해서 ‘물새미’라 불리던 곳이다. 북구의 ‘휴먼도시 북구 창조’ 발전 계획에 따라 테니스장으로 활용되고 있던 부지를 도시가로형 테마공원으로 새롭게 바꾸었다. 공원법상으로는 어린이 공원에 해당하지만, 지역의 상징성을 지녔으며 접근성이 좋다는 점을 고려해 어린이 이용 중심의 단편적인 기능을 위주로 하기보다 지역 주민의 정서와 문화 행사를 담는 복합 용도의 공동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공간감과 인지성을 높인 주진입광장, 중앙수변광장, 휴게광장, 조형벽체, 놀이 공간과 가로 공간으로 구성된다. 한국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 사옥 1999년 9월호 한국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 사옥의 조경은 조경과 박수미가 설계하고 감독했다. 토목 공사 일정이 늦어지며 식재 공사 물량의 80%를 식재 부적기인 혹서기(6~7월)에 시공하게 되었는데, 여러 노력을 기울여 하자 발생률을 최소화한 과정을 담은 기사다.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생육 기반 조성 공종을 조경 공사 설계 단계부터 적극 반영해야 한다. 둘째, 조경용 보조 약품의 국산화 및 사용 기준의 명확한 설정이 필요하다. 셋째, 수목의 대형 용기(컨테이너) 재배가 정착되어야 한다. 넷째, 식재 공사에 유지·관리비를 적극 반영해 철저한 사후 관리를 꾀한다. 다섯째, 부적기 시공의 경우, 적기 시공과 시공 단가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현장감독 박수미와 함께 확장 구간을 감독한 이흡 과장(한국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 조경과)은 “조경 관리는 사후 관리만이 아닌 공사의 시작 단계부터 고려되어야 하며 공사의 엄연한 과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암지 수변공원 1999년 10월호 대구시 북구 구암동 349에 위치한 공원으로, 박찬용 교수(영남대학교 조경학과)와 디멘션 조경설계사무소가 설계했다. 당시 대구의 여러 저수지는 도시개발로 인한 농지 감소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대상지 역시 농지가 택지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매립될 저수지였으나, 조경가의 강력한 권유와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으로 수변공원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완성된 공원에 많은 시민이 찾아와 대구 경실련이 실시하는 도시환경문화상에서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설계 주안점은 자연성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였다. 기존 저수지 보존을 원칙으로 하되, 저수지 동쪽 일부 밭으로 이용되고 있는 평지를 집약적으로 개발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동쪽에 전망데크, 계류, 놀이 시설, 체력 단련 시설을 설치했다. 전망데크 주변에 무대 개념을 도입해 친수 공간의 이용성을 함께 도모했다. 반면 자연학습장으로의 기능을 위해 수변에는 목재 데크를 조성해 저수지와 사람의 관계를 더욱 밀착시켰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1단계 완공 1999년 10월호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의 1단계 구역이 완성됐다.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인 대구에 나라 사랑 정신을 기리고자 49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계획했다. 1만3천여 평 중 1단계 구역에 해당하는 2천 7백여 평에 종각과 광장, 진입로, 조형 분수, 산책로 등이 조성됐다. 광장에는 달구벌대종이 설치된 종각이 들어섰는데, 종각 후면부에 조성될 잔디밭과 함께 대규모의 행사장으로 쓰이도록 계획했다. 광장의 바닥 포장에는 종의 울림을 상징하는 곡선을 반영했다. 진입부에서 시작하는 산책로에는 단풍나무를 열식하고, 그 아래 아이비와 옥잠화, 맥문동, 원추리를 군식해 숲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공원의 일부를 완성해 개장했음에도 하루 1천여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정도로 호응이 좋았고, 특히 동성로와 가까워 젊은 층의 유입이 활발했다. *환경과조경426호(2023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대구의 도시 문법, 조경 문화로 읽다] 대구 도시 공간 10선
    편집부는 이번 특집을 위해서 주목할 만한 대구 도시 공간 10곳을 선정해 안내한다. 대구라는 도시가 궁금해서 방문했는데, 막상 어디로 가야할지 감이 안 잡히는 이들을 위해서 준비했다. 유서 깊은 공원부터 새롭게 떠오르는 복합문화공간까지 다채로운 공간을 잡지로 미리 둘러보며 대구가 가진 매력을 살펴보자. 두류공원 대구광역시 달서구 공원순환로 36 대구의 중심에 위치한 도시공원. 산자락에 조성된 공원을 가로지르는 두류공원로를 중심으로 두류산 권역과 금봉산 권역으로 나뉜다. 두류산 권역에는 대구의 대표 랜드마크 83타워, 이월드 등이 있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금봉산 권역에는 성당못 수변길, 분수대 등 자연 친화적인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최근 기존의 두류야구장을 리모델링해 시민광장으로 조성했다. 시민광장에는 넓은 잔디광장, 피크닉 공간, 전망대 등 시민들이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오픈스페이스를 마련했다. 사유원 대구광역시 군위군 부계면 치산효령로 1150 태창철강 유재성 회장이 그동안 수집하고 가꾸었던 바위, 소나무, 배롱나무, 모과나무 등을 활용해 팔공산 자락에 조성한 수목원. 축구장 4개에 달하는 면적에 알바로 시자, 웨이량, 정영선, 승효상 등 세계적 건축가, 조경가, 서예가 등이 조성한 공간과 산책길이 펼쳐진다. 팔공산을 조망할 수 있는 소대, 한국 전통정원을 구현한 유원, 108그루의 모과나무로 조성한 정원인 풍설기천년 등 계곡과 능선을 가로지르는 산책길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은 사색과 명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금호꽃섬 대구광역시 북구 노곡동 665 금호꽃섬은 대구시 북구 팔달교와 노곡교 사이에 위치한 금호강 하중도로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섬이다. 강변 안에 있는 들이라는 뜻으로 ‘갱부내들’로 불린다. 원래 농가에서 버린 폐비닐과 쓰레기로 인해 악취가 나던 버려진 땅이었는데, 테마공원 등이 조성되면서 많은 시민이 찾는 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봄에는 유채꽃과 보리,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메밀을 심어 계절별로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하류에는 물억새를 심어 하천 정화를 꾀했다. 금호강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과 자전거길이 있어 대구 나들이 명소로 손꼽힌다. 대구 삼성 창조캠퍼스 대구광역시 북구 호암로 51 대구 삼성 창조 캠퍼스는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제일모직 부지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벤처창업존, 문화 체험을 위한 문화벤처융합존, 삼성의 역사를 담은 삼성존, 그리고 주민생활편익존 등으로 구성된다. 부지 내 기존 수목과 기숙사 외벽 담쟁이를 보존해 부지의 역사성을 반영한 특색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대상지 앞 호암로 특화설계를 통해 대형 수목 식재 및 조형 가벽을 조성해 도시 경관 개선을 꾀했다. 특히 넓은 잔디광장에 야외무대, 바닥분수 등 지역 주민이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었다. 디아크 대구광역시 달성군 다사읍 강정본길 57 디아크는 낙동강과 금호강 합수 지점에 위치한 강 문화관으로 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를 선보인다. 건축가 하니 라시드(Hani Rashid)가 설계했는데, 물고기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순간과 물수제비가 물 표면에 닿는 순간의 파장을 건축물의 형상으로 표현해 조형미와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3층 규모로 갤러리, 전망데크 등은 시민들의 휴식과 다양한 문화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3층 전망데크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노을과 수시로 변하는 디아크의 조명은 대구 야경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대구광역시 중구 국채보상로 670 1907년 대구에서 비롯된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기리며 조성한 공원이다. 넓은 잔디광 장과 주위에 심은 1,000여 그루의 수목과 곳곳에 벤치를 배치해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도심의 오픈스페이스로 기능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겨울에 는 공원 주변 곳곳의 루미나리에, 은하수 길을 통해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야경을 선 사한다. 22.5톤의 달구벌대종이 있어 해마다 제야의 종 타종식을 거행하며, 대구 시 민의 도심 내 휴식 공간으로 각종 전시회와 공연장으로 활용된다. mrnw(미래농원) 대구광역시 북구 호국로 300-22 소나무 농원 부지에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카페, 전시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 길 수 있어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장소로 거듭났다. 건축물 앞 기존의 소나무 밭을 가로지르는 메탈 브리지는 숲속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내며 입체적 보행 경험을 선 사한다. 크기와 형태뿐 아니라 모든 식재 수종이 동일하게 구성된 쌍둥이 중정은 건 물에 들어온 이용자들로 하여금 순간적으로 방향 감각을 잃게 함으로써 건물 내부가 거친 숲 한가운데 놓여 있다는 착각을 들게 만든다. 건축설계는 SoA, 조경설계는 디 자인 스튜디오 loci가 맡았다. 더 상세한 내용은 본지 415호(2022년 11월호)에서 볼 수 있다. 동성로 대구광역시 중구 용덕동 12 대구를 대표하는 상징 거리로 편리한 교통, 백화점, 쇼핑센터, 학원가, 공원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문화와 쇼핑의 중심지다. 2007년부터 시작된 ‘동성로 공공디자인 사업’은 동성로 거리 정비는 물론 역사, 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상인, 시민, 지자체, 전 문가 등과 함께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길 한복판을 가로질러 설치됐던 배전반을 땅에 묻고, 붉은 점토 블록의 보행자 전용 도로를 만들어 걷기 좋은 거리를 조성했다. 거리 구간마다 벤치를 설치하고 목백합과 대왕참나무 40여 그루를 심어 자연 친화적 경관을 만들었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대구광역시 중구 대봉동 6-11 대구 출신 가수 고 김광석을 기리며 조성된 길. 명칭은 김광석의 앨범 ‘다시 부르기’에 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그를 그리워(miss)하면서 그리다(draw)라는 중의적 의미가 담겼다. 2010년 쇠락해 가던 방천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수성교부터 송죽미용실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김광석의 모습을 담은 조형물, 벽화 등 을 조성했는데, 전국적 명소로 거듭나면서 방천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현재는 버스킹, 벼룩시장, 공방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아양기찻길 대구광역시 동구 해동로 82 2013년 금호강 위를 지나던 ‘아양철교’를 리모델링해 산책로, 전망대, 카페 등을 갖 춘 도심 속 여가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아양철교는 2008년 2월 대구선이 폐선되기 전까지 70여 년 동안 대구시의 산업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근대 산업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있는 아양철교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일부 구간의 바닥을 유리 로 마감해 이전까지 사용했던 철길과 그 아래로 흐르는 금호강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동촌유원지 등 주변의 관광 명소들과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좋고, 중앙 유리 구조물 안의 카페와 전망대 등에서 금호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 제20회 환경조경대전
    네이처(The) Nature 주최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협회, 한국조경가협회 주관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운영위원회, 환경과조경 후원 늘푸른 심사위원장 박명권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심사위원 김준연 STOSS 디렉터 박소현 코네티컷대학교 교수 오화식 사람과나무 대표 이영주 국토교통부 녹색도시과 사무관 정홍가 쌈지조경 대표 최혜영 성균관대학교 교수 대상 에이비언 엑소더스 앳Avian Exodus at GMP_김아윤·김도연(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금상 타이들스케이프Tidalscape: 대지의 주름, 자연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관_최준영·신재호·백지웅(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은상 티핑Tipping –3℃_신아영·권가령·양찬희(동아대학교 조경학과) 둠벙_김현우·김한빈·박초현·안민지·김지응(청주대학교 조경도시학과) 동상 시간의 메타포: 세 개의 숲_민세린·박나리·정인주(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브레이킹 더 월Breaking The Wall_Ke Fangni(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과정), Mai Haotian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조경학과 석박통합과정 탈바꿈: 경사지를 복원하다Metamorphosis: Restore a Slope_이희수·이민서·권용조·최민 배재대학교 조경학과
  • [제20회 환경조경대전] 공모 경과와 심사평
    지난 9월 13일, 수원시 대유평공원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111CM 라운지에서 ‘제20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의 시상식이 개최됐다. 공모에는 104개 팀이 접수했다. 공모 주제인 네이처라는 큰 키워드 아래, 자연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이해 그리고 응용을 통해 어떤 해법을 제시했는지에 주안점을 두고 심사가 진행됐다. 그 결과 본상 수상작 7작품과 장려상 및 입선 수상작 15작품이 선정됐다. 전시는 시상식이 개최된 111CM 라운지에서 9월 17일까지 열렸다. 공모전 주제와 심사 총평을 수록하고, 대상부터 동상까지의 수상작을 소개한다. 주제: 네이처 네이처(The) Nature는 일반적으로 ‘자연’을 의미하고 더불어 ‘본질’이라는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 조경은 자연으로부터 시작하여 급속한 현대 문명의 발전 속에서 상실되어가는 자연성을 지켜주고 이어주는 중요한 균형자 역할을 해 왔다. 최근의 급격한 환경 파괴는 더 이상 지구와 인류가 버티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고, 자연 스스로 치유하거나 유지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조경은 이러한 위태로운 상황과 문제를 대면하며 자연 속에 숨겨진 수많은 지혜를 찾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이는 과거 익숙하게 여겨왔던 자연의 보전과 이용이라는 행위와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새로운 조경과 자연에 대한 관계와 접근법을 고민할 수 있다. 자연과 조경에 대한 관계를 되돌아봄과 동시에, 조경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경제적 양극화, 고령화, 공동체 해체, 도시 소멸, 탄소 중립, 재난 재해 등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문제에 대한 표피적 해결책을 제시하기 이전에 대상의 본질을 보다 섬세하게 가독하는 참가자들의 시선 또한 엿보고자 한다. 조경의 시작점이었던 자연성을 다시 돌아보고 그 속에 숨겨진 지혜와 관계를 재발견해 보고자 한다. 더불어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본질적 가치를 살핌으로써 참가자들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상상력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환경과조경426호(2023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제20회 환경조경대전] 대상: 에이비언 엑소더스 앳 GMP
    공항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버드스트라이크 발생률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새들이 한국에서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고 항공기 운항률이 높아지며 증가하는 추세다. 버드스트라이크는 비행기 조종사가 가장 기피하는 사고이며 피해액도 전세계적으로 연간 약 1조억 원에 달한다. 사고의 경중에 상관없이 버드스트라이크가 일어나면 비행기는 회항해야 하며, 최악의 경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간 조류로 인해 비행기가 추락하는 대참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김포공항은 국내 공항 중 버드스트라이크 발생률이 가장 높다. 한강 하류와 굴포천, 아라뱃길 같은 수계공간과 새들의 좋은 먹이원이 많은 대장동 농경지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공항은 24시간 새들을 모니터링해 연간 비행 경로와 이동 패턴을 빅데이터로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신도시 개발로 인해 새들의 취식지인 대장동 농경지가 사라질 경우, 혼란을 겪은 새들이 흩어지고 예측 불가능한 동선으로 움직이며 버드스트라이크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목표 동물의 시각에서 자연을 설계하고자 했다. 대장동 농경지를 개발하기 전, 새들에게 미리 한강 근처에 안전한 서식처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버드스트라이크 발생 위험을 효과적으로 예방한다. 밤섬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하중도를 설계했다. 새들이 선호하는 하중도의 특징을 고려해 섬의 형성 과정을 계획하고, 빠르게 형성될 수 있도록 소형 테트라포드를 사용했다. 목표종 분석 큰기러기와 흰뺨검둥오리의 경우, 취식지인 대장동 농경지에서 휴식지인 한강 본류와 굴포천으로 이동하는 도중 활주로 14 지역 상공에서 비행기와 충돌할 위험이 높다. 여름 철새인 황로와 왜가리는 공항 근처 산에서 번식한다. 번식처와 취식지, 한강을 오가다 비행기와 마주할 확률이 높다. 설치류를 먹는 황조롱이는 농경지와 한강을, 중부리도요는 장항습지를 많이 오가며 비행기와 맞닥뜨리게 된다. *환경과조경426호(2023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김아윤·김도연(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 [제20회 환경조경대전] 금상: 타이들스케이프(Tidalscape): 대지의 주름, 자연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관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일대는 8,000년에 달하는 긴 시간에 걸쳐 형성된 송도 갯벌이 있던 곳이다. 풍부한 해안 생태계가 형성된 생명의 터였지만, 행락지가 개발되며 32헥타르의 갯벌이 간척되었고 송도유원지가 조성됐다. 송도 해상 신도시 개발이 시작된 후 기존 갯벌의 절반 이상이 간척되었고, 대상지의 일부도 콘크리트로 매립됐다. 그 과정에서 도시 한가운데 위치하게 된 송도유원지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줄어들었고, 결국 폐장되어 현재는 중고차 수출단지로 이용 중 이다. 2020년부터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해 유원지 용도 구역이 해제되었고, 난개발이 우려되어 2023년까지 개발행위허가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상황이다. 도시와 자연 난개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과연 보편적인 도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옳은 방향일까. 대상지가 속한 연수구가 대도시로 성장함에 따라 기존의 개발 논리보다 더 고양된 방향성이 필요하다. 송도 갯벌의 원형 경관 복원과 해안 서식처의 회복은 중요한 과제다. 다만 도시 개발의 속도는 자연적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빠르다. 자연이 온전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자연의 섭리 속에서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연수구는 문명의 혜택을 누린 시간만큼 자연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공동의 기억과 도시의 성숙 구 송도유원지 일대는 도시의 문화적 장소였지만, 콘크리트 복개로 인해 장소성이 소멸하고 그 기억의 흐름도 끊어졌다. 옛 기억과 공동이 만들어 가는 기억으로 도시는 점차 성숙해간다. 기억의 흐름을 다시 연결하면 대상지는 사람들의 기억과 개성, 자부심 있는 연수구 시민들을 키워낼 것이다. 갯벌, 송도유원지,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기억이 중첩되며 대상지는 함께 배우고 만들어가는 원도심과 송도 국제도시의 화합의 장이 된다. *환경과조경426호(2023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최준영·신재호·백지웅(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 [제20회 환경조경대전] 은상: 티핑(Tipping) –3℃
    감전동 사상공업단지는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공업 지역으로 성장했다. 조립 금속 등 제조업 비중이 큰 산업 단지였지만, 1990년대 이후 단지의 전통적 주력 사업이 쇠퇴했다. 이후 방치된 노후 건물이 늘어나고, 각종 소음과 악취가 발생하는 지역으로 전락했다. 그 중 대상지가 위치한 학장동은 공업 지역으로 인근 상업 지역과 주거 지역에 비해 대기 중금속 농도가 각각 7.3배, 5.6배 정도 높았다. 대상지 반경 2km 이내에 산과 수변이 있어 생태적 이점이 있지만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부산시 녹지 부족 지역으로 선정될 정도로 그린 인프라가 몹시 부족하다. 바람길 도시의 공업화는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공업화로 인해 뜨거운 공기가 도시 안에 갇히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그린 인프라 단절, 찬 공기 유입 차단, 폭염 지속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외에도 빌딩 숲, 자동차 매연, 산업 단지 등으로 인한 열섬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도시 내 오염 물질의 분산이 필요하다. 다양한 형태의 숲을 통해 도심과 외곽 녹지를 연결하는 바람길에 주목했다. 바람길은 도시 외곽 산림과 도심 속 숲을 연결해 차가운 공기를 도심으로 끌어들인다. 이를 통해 공기 순환을 촉진하고, 미세 먼지 등 대기 오염 물질과 뜨거운 열기를 도시 외부로 배출한다. 티핑포인트 대상지 일대에 다양한 숲을 조성해 그린 인프라를 구축하고, 바람을 끌어들여 공기의 순환으로 온도를 낮추고자 한다. 흔히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는 작은 변화들이 기간을 두고 쌓여, 더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하는 단계를 일컫는다. 우리는 공단에 일종의 티핑포인트를 만들고자 했다. 공단 내의 온도 3도 감소를 목표로 점·선·면적 녹지로 바람길을 계획했다. 3도라는 변환점을 통해 공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장기적으로 바람이 불어올 수 있는 환경을 구상했다. *환경과조경426호(2023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신아연·권가령·양찬희(동아대학교 조경학과)
  • [제20회 환경조경대전] 은상: 둠벙
    선조들의 지혜, 둠벙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는다. 전라남도 신안군 암태도에 위치한 신기마을은 매년 극심한 가뭄으로 생업을 위협받고 있다. 과거의 연평균 강수량을 고려해 만든 관개 시설은 현재 적합하지 않을 뿐더러 직렬로 연결되어 있어 교체가 어렵다. 누수가 일어나거나 부식되어 파이프가 터져야만 수리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상수도 의존도가 높은 오늘날 이러한 문제는 여러 경제적 손실을 불러오고, 지역 주민의 일상생활 영위를 힘들게 하고 있다. 비교적 연 강수량이 낮고 지형 특성상 대규모의 댐을 만들 수 없는 남부 지역, 그중에서도 특히 규모가 작고 갯수마저 적은 댐에 의존해 사는 섬 지역 주민은 장마철 전봄에 극심한 가뭄을 겪는다. 이러한 문제를 자연적이고 본질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선조들의 지혜를 빌렸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주로 벼농사를 지어왔다. 비와 지하수에 의존했던 과거에 선조는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둠벙이라는 수리 시설을 고안해 이용했다. 이러한 둠벙을 색다른 방식으로 재탄생시켜 농작물 관개 방식을 향상시키고, 각종 생물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고자 한다. 정화하고 모아주는 방지턱 둠벙 암태도의 신기마을은 지반이 암석으로 이루어진 척박한 환경에 자리 잡고 있다. 가파른 경사의 산에 둘러싸여 있고, 일직선 형태의 물길은 우수를 그저 흘려보낼 뿐 토양에 제대로 침투시키지 못한 채 바다로 보낸다. 이 때문에 저수지 아래로 흘러가버린 물을 다시 펌프로 퍼 올려 저수지에 저장해 사용하고 있다. 여러 방면에서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방지턱 둠벙은 강수 시 빠르게 유실되는 물의 유속을 낮추어 지하수를 모아주는 동시에 방지턱을 통해 물을 정화해 주는 둠벙이다. 덕분에 집수한 물을 농업용수뿐 아니라 생활용수와 식수로도 사용할 수 있다. 방지턱 둠벙에 물이 모이며 형성되는 둠벙은 다양한 생물의 삶의 터전이 되어, 가뭄을 겪고 있는 동물에게도 해갈을 선사한다. *환경과조경426호(2023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김현우·김한빈·박초현·안민지·김지응(청주대학교 조경도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