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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졸업 작품을 추억하며
바람과 햇살이 잔잔해지는 봄이면 색색의 마커로 꾸민 벽보가 붙었다. 눈길 한 번 두었다 가는 개강 총회 알림 벽보와 달리 전지 크기의 종이 앞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머무르곤 했는데, 도우미로서 반년의 시간을 함께할 졸업 작품 팀을 정하기 위해서였다. 삼분의 일 지점을 세로로 가르는 선 왼편에는 당시 유행한 영화나 노래의 제목, 지금 쓰면 늙은이 취급을 받을 줄임말 등 각양각색의 팀명이 적혀 있었다. 나름대로 정체성을 표현한 팀도 있었지만, 졸업 작품과 상관없이 웃기려는 의도가 다분한 팀이나 남들도 다 하니 우리도 팀명 하나는 있어야겠다 싶어 적당히 구색을 맞춘 팀이 대부분이었다. 개강 총회 다음날이면 어떤 팀의 홍보 전략이 가장 효과적이었는지 드러났다. 팀명 옆 공란에 가장 많은 이름이 적힌 팀이 승자였다. 이름의 수는 모델링 작업을 도와줄 손길(=밥을 사줘야 할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지표였다. 어쭙잖게 자리 잡은 품앗이 정신으로 도우미끼리 다음엔 내가 도우미가 되어주마 하는 약속을 주고받아, 도우미가 되지 못한 학생들이 불안에 빠지기도 했다. 기껏해야 우드락 자르기나 철사와 스펀지로 나무 모형 만들기 따위의 일을 했지만 꽤 즐거웠고, 이는 대학 생활의 골칫덩이로 손꼽히는 팀플에 대한 몇 안 되는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꾸역꾸역 밀려드는 과제를 해결하다 보니 삼 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이었다. 졸업 작품은 그간의 설계 스튜디오와는 출발점부터 그 무게가 달랐다. 우선 대상지를 직접 선정해야 했다. 줄곧 타인이 정해준 시간표만 받아들다 갑자기 수강 신청시스템을 맞닥뜨린 신입생이 된 기분을 다시 맛봤다. 우리 팀의 대상지는 회현 제2시민아파트, 각종 예능이나 영화 촬영지로 사용되어 일명 남산시민아파트라 불리며 유명세를 탄 곳이다. 이미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은 건물 곳곳에 출입과 사진 촬영을 금한다는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덕분에 가뜩이나 새가슴인 나는 답사 내내 쫓기는 듯한 기분에 시달려야 했다. 몇 차례의 답사로 조금 익숙해진 뒤에는 경비 아저씨와(박카스 한 박스로) 안면도 트고, 생전 내본 적 없는 용기로 인터뷰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대상지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느꼈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내가 만든 도면 위에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선 하나 긋기가 쉽지 않았다.
집에 모셔둔 트레이싱지와 제도용 샤프를 버린 지도 오랜데, 가을이면 졸업 작품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 『환경과조경』이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이하 환경조경대전)을 공동 주최하며 접수와 심사 준비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접수 문의 전화를 받고 있노라면 졸업 작품을 공모전의 취지에 맞게 마름질하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2년 전만 해도 접수 마감 날이면 패널과 모형을 든 학생들이 사무실 문을 두드리곤 했는데, 공모 요강이 바뀌며 그 풍경도 조금 변했다. 지난 2017년, 환경조경대전은 지방에 있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고자 온라인 접수로 출품 방식을 바꾸었다. 패널을 뽑아 폼보드에 붙이고 기차에 올라타는 대신,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작품 접수가 완료된다. 패널보다야 작지만 버스나 지하철에 들고 타기 버겁던 모형(80×50×60cm)은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영상으로 대체되었다. 최근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설계 환경을 반영해 새로운 설계 매체를 다루게 하려는 의도다. 여러모로 출품 방법을 간소화했으니 접수에 드는 수고로움을 조금은 덜 수 있겠다고 착각을 했다. 저녁 6시, 마감 시간이 가까워져 오면 편집부는 전화기 앞을 떠날 수가 없다. 작품 접수가 완료되었는지 확인하려는 전화 응대에 쉴 틈이 없다. 차가 막힐 일도 길을 잃을 리도 없으니 마감 시간을 여유롭게 앞두고 모든 작품이 접수될 것이라는 기대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출품작의 삼분의 일가량이 마감 한 시간 전부터 접수되기 시작했다. 5시 59분에 작품을 보낸 직후, 접수 확인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도 있다. 오랜 시간을 쏟아 부은 작품이 무사히 접수되었는지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모든 제출 자료가 공모 요강을 따랐는지 검토한 뒤 출품 완료 문자를 보내야 하는 기자들의 마음은 더 타들어 간다.
심사 준비 역시 만만치 않다. 파일 형식으로 작품을 접수한 김에 출력물 대신 노트북으로 심사를 진행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패널 크기가 가로 90cm, 세로 180cm에 달하니 아무리 커봐야 15인치를 넘지 않는 노트북 모니터로는 설계 내용을 한 번에 파악할 수가 없다. 결국 플로터가 고생이다. 크기를 줄여 출력된 패널들을 벽에 붙이고 있으려니 의아해졌다. 디지털 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현재 과연 패널은 작품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수단인가. 또 일반적으로 조경 설계공모에서 요구하는 90×180cm, A0, A1 등의 규격은 적당한가.
궁금함에 최근 소개한 해외 설계공모의 지침을 살펴보니, 총 3단계로 진행된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환경과조경』 2018년 7월호 pp.12~57 참조)의 경우 공모 1단계에서 설계 콘셉트를 담은 2~4쪽 분량의 제안서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비전과 접근법을 다룬 3~5분 정도의 동영상을 요구했다. 참여 팀의 역량을 파악하는 단계이긴 하지만 이를 동영상으로 평가하는 점이 신선하다. ‘영국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국제설계공모’(『환경과조경』 2018년 3월호 pp.82~89 참조)의 제출물은 A1 크기의 디자인 보드와 모델, 설계 설명서였다. 단, 프로젝트에 대한 접근 방식과 디자인 콘셉트를 보여줄 수 있는 25장 내외의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별도로 제출해야 했다. 패널의 목표는 심사위원 또는 클라이언트에게 작품의 콘셉트와 의도를 사진이나 그림 자료를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데 있다.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인쇄물보다 전자 기기를 통해 작품을 설명하게 되지 않을까? 그에 따라 공모전에 제출하는 자료 역시 달라져야 하지 않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번 환경조경대전 시상식은 10월 말 마포 문화비축기지 T2 전시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대한민국 조경문화제’와 함께 진행되어 풍성한 볼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으니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전시된 패널과 더불어 상영되는 수상 팀이 제출한 동영상을 감상하며 앞으로 바뀌어 나갈 공모전의 풍경을 그려 보시길, 또 환경조경대전에 제안할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 『환경과조경』의 문을 두드려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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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도심 속 안락한 쉼을 선사하는 ‘그네형 퍼걸러’
디자인 퍼걸러와 흔들의자를 결합한 아이디어 제품
조경 시설물, 조합 놀이대, 실내외 운동 기구의 제조·생산부터 공급과 사후 관리까지 진행하는 오리온햄프로orionhampro는 독자적인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품질이 좋은 헬스·레저·스포츠 용품을 만드는 데 앞장서 왔다. 운동 시설물을 결합한 퍼걸러형 종합 운동 기구, 목재와 철제의 조화가 돋보이는 디자인 퍼걸러, 자연을 테마로 한 조합 놀이대, 소음 및 동결 현상을 보완한 먼지떨이기 등 야외에서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디자인 퍼걸러에 흔들의자를 결합한 ‘그네형 퍼걸러’는 나뭇잎의 잎맥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한 지붕이 특징적이며, 덩굴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구조물을 더한 친환경적 제품이다. 자외선과 습기에 강한 소재로 제작되어 내구성이 높고 유지·관리도 용이하다. 야외 공간에서 안락하게 쉴 수 있도록 돕는 이 제품을 통해 도심 속에서 여유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TEL. 02-2602-5750 WEB. www.ehampr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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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도시를 건축하는 조경
긴 방학을 마무리하는 주에는 늘 개강 증후군이 밀려온다.내가 가을 학기를 맞을 때 겪는 스트레스의 중심에는‘서양조경사’가 있다.제법 경험이 쌓여 이제는 서양조경사15주 강의에 밀도가 생기긴 했지만,고백하건대 나는 내 강의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대 정원에서 시작해 중세 정원,이탈리아 르네상스 정원, 17세기 프랑스 형식주의 정원, 18세기 영국 풍경화식 정원 순으로 살펴오다 종강이 다가올 무렵에야19세기 도시공원의 발명과 조경의 탄생을 다루는 나의(그리고 대다수 학교의 통상적인)조경사 구성에는 모순이 적지 않다.
근대 산업 도시의 사회 문제를 공간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전문 직능(profession)이자 학문 분과(discipline)로‘새롭게’시작된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의 역사를 왜 전근대의 정원 프레임으로 읽어야 하는가.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는 랜드스케이프 가드닝과의 절연을 선언한 명명이자 전근대의 공간 질서를 거부한 시대정신의 산물이었다고 주장하면서,정작 우리는 왜 정원 양식과 문화를 중심에 놓고 조경사를 배우나요?”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몇 년 전부터 학기 초반에 조경 태동기의 도시사회사를 먼저 다루고 이 근대기의 정신을 틀로 삼아 고대부터 현재까지 도시,경관,공원,광장,가로,공공 공간,정원의역사를 각론으로 편성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지만,이번 방학에도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고 벌써 개강이 코앞이다.
자주 인용되는,옴스테드가 파트너 보에게 쓴 편지한 구절이다. “…이 비극적 명명 때문에 늘 괴롭다.…랜드스케이프는 좋은 단어가 아니다.아키텍처도 좋지 않다.둘의 조합도 마땅치 않다.가드닝은 이보다 더 못하다.”여러 문헌과 자필 서신에 기록되어 있듯,옴스테드는 새로운 직능명‘랜드스케이프 아키텍트’를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경관과 건축을 함께 묶은 명칭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조경의 초기 주창자들은 왜 이 신조어를 받아들인 것일까.아직 여러 논쟁이 진행되고 있지만,랜드스케이프‘가드닝/너’의 전통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대정신과 도시의 변혁에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랜드스케이프‘아키텍처/트’에서 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조셉 디스폰지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옴스테드는 프랑스어에서 이미19세기 초부터 도시 공간과 구조의 개선을 담당하는 전문 직능 명칭으로 쓰인 아르시텍트 페이자지스트(architecte paysagiste)(영어의landscape architect에 해당)를 알고 있었고,그 직능의 역할과 정체성이 뉴욕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환경과조경』2015년3월호, 2016년4월호 에디토리얼 참조).찰스 왈드하임은“옴스테드는 건축의 권위를 차용하는 것이 일반 대중에게 새로운 분야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고 또 이 새로운 분야가 주로 식물이나 정원과 관련된다고 오해되는 경향을 완화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이런 맥락에서 보자면,탄생기의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곧 조경의 사명은‘도시(의 공원,경관,공공 공간,인프라)를 건축’하는 것이었다. ‘도시를 건축하는 조경’이다.
8월 말,본지 박명권 발행인이 지은『도시를 건축하는 조경』(도서출판 한숲)이 출간됐다.지난25년간 한국 조경 설계의 도약기를 이끌며 다듬어 온 조경 이론과 실천에 대한 일곱 가지 생각을 펼친 책이다.자연과 인간,과학과 예술,도시와 건축,디자인과 문화,공간과 시간,채움과 비움,전통과 한국성이라는 묵직한 주제가 저자의 설계 작업들과 함께 엮여 전개된다.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부분은 매력적이면서도 논쟁적인 책 제목이다.출간 기념 북토크 준비를 위해 조금 먼저 책을 접한 몇몇 사람들은 하나 같이 도시,건축,조경을 동시에 배치한 제목이 흥미롭고 탁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이 제목에 대한 이들의(그리고 예상되는 여러 독자의)반응 이면에는 아마도 이런 질문이 담겨 있을 것이다.도시를 건축하는 조경,그것은 현실인가 당위인가 지향인가?
‘도시를 건축하는 조경’을 하나의 문장으로 바꾼다면‘조경은 도시를 건축한다’일 것이다. ‘해야 한다’는 당위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현실 아니면 지향일텐데,이 문장이 지금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조경은 도시를 건축한다’는 지향은 동시대 조경에 적합한 것일까?책의 뒤표지에 들어갈 짧은 추천사를 부탁받고,나는 고심 끝에 네 줄짜리 짧은 글의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그는 조경의 새로운 좌표,곧‘도시를 건축하는 조경’의 문을 연다.”이 문장에서 고민거리는 형용사‘새로운’이었다.옴스테드의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부터 이미 조경은 도시를 건축하는 사명을 자임했다. 150년 묵은 이 지향점이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사촌 분야와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영역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불안감과 영토를 넓혀야 한다는 피로감으로 이중의 우울증을 겪고 있는 동시대 조경의 정체성 때문이다.이른바 위기론의 틈바구니에서 가드닝으로 회귀하는 현상마저 감지된다.이러한 시대 착오적 상황에서‘도시를 건축하는 조경’에 대한 토론은 새롭고,중요하다. 150년 전 옴스테드의 시대와 다른,새로운 좌표로서의‘도시를 건축하는 조경’을 두고 열띤 논쟁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 최재혁 소장(스튜디오 오픈니스) 편이 이번호로 막을 내린다. 석 달간의 큰 수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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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가장 식물적인 것이 가장 예술적이다
“빌바오 효과”라는 말을 낳은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프랑크 게리라는 유명 건축가의 브랜드 마케팅을 통한 지역 재생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된다.건축물 자체가 예술 작품인 수많은 미술관을 떠올린다면 새롭게 문을 여는 부산현대미술관이 부산 서부 지역의 부족한 문화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지는 못할 것이다.그래서 부산현대미술관이라는 건축물이 그 모습을 공개했을 때 쏟아진 여론의 질타와 대중의 실망감 역시 어렵지 않게 납득할 수 있다.얼굴이 메시지이자 자본인 시대에,공공 턴키 발주 방식으로 탄생한 대형 마트 같은 겉모습은 미술관의 품격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그렇다면 미술관다운 건축물의 모습은 대체 무엇일까?미술관의 조건에 겉모습은 어때야 한다는 조항이 어디에 있단말인가?미술관은 건축물이라는 매질媒質을 통해 반드시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가?겉모습에 대한 못마땅한 반응은 쉽게 나오지만 미술관이 어때야 한다는 규범적 대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개관전에 초대된 작가들은 저마다 이 미술관스럽지 않은 신상新商미술관을“미술관스럽게”만들어야 하는 부차적인 숙제를 떠맡은 듯 보인다.부산현대미술관은 미술관 자체에 대한 해석을 요청하는 하나의 기이한 장소특정성을 작가들에게 작품 설치의 조건으로 던져준 셈이다.패트릭 블랑(Patrick Blanc)의 수직 정원은 이렇게 스스로는 성격을 드러내지 못하는 중성적 공간에 대한 도발적 대안을 제시한다.
을숙도라는 섬,그리고 미술관
섬은 땅과 물의 중간자다.물이 차면 사라지고 빠지면 드러나는 대지의 유동성은 비옥한 토지를 만들고 철새를 포함한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처를 형성한다.그러나 안정성이 없는 대지라는 이유로 밑바닥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점유할 수 있는 변방의 땅이기도 하다.많은 영토 분쟁이 섬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유도 섬은 경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속하기 힘든 중간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섬을 주제나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이 많다는 사실도 고립된 지형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지정학적,생태적,사회적 풍경 때문일 것이다.시대와 국경을 초월하여 섬이라는 대지의 변화와 불확실성이 초래하는 긍정적,부정적 가능성은 예술가에게 마르지 않는 영감을 주었다.을숙도를 주제로 한 시와 소설이 많은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이러한 의미에서 부산현대미술관이 을숙도라는 섬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오래된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을숙도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하구에 위치한 모래톱으로,원래 일웅도와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변화의 땅이었다. 1980년대 낙동강 하굿둑이 건설되면서 담수와 해수가 자유롭게 넘나들던 흐름이 끊기고 천혜의 자연 생태계가 심각한 변화를 겪게 된다.그 후로 쓰레기 매립지,준설토 적치장,분뇨 해양 처리장,명지대교(을숙도대교)등이 들어서면서 섬의 원시성은 사라지고 을숙도는 인간의 필요에 따라 조각나고 재구성된 어정쩡한 자연으로 남았다.이 섬은 우리나라가 근대화와 국토 개발 과정에서 취해 온 자연에 대한 태도를 그대로 기록한 오픈 아카이브이기도하다.부산현대미술관은 바로 이 하굿둑이 섬을 가로지르며 만든 도로에 면해 있어 달리는 자동차에서 바라보면 미술관의 파사드가 거대한 광고판처럼 보인다.민물과 바닷물을 가르는 대규모 토목 구조물에 붙어 있는 부산현대미술관은 입지적 특성 때문에 본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섬의 얼굴 역할을 하는 대표성을 가지게 되었다.하굿둑,생태 공원,체육 시설,문화 회관,피크닉 광장,에코센터,미술관,매립지,체험장 등 저마다의 땅따먹기로 조각난 이 섬은 매력적인가?부산현대미술관이 이러한 섬의 역사와 무관하게 간판 역할을 할 수 있을까?미술관은 섬의 역사를 끌어안고 새로운 정체성을 세울 수 있을까? ...(중략)...
각주 1. 2018년6월 서울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나온 패트릭 블랑의 발언에서 따온 제목이다.
*환경과조경365호(2018년9월호)수록본 일부
김아연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동대학원 및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조경 설계 실무와 설계 교육 사이를 넘나드는 중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국내외 정원,놀이터,공원,캠퍼스,주거 단지 등 도시 속 다양한 스케일의 조경 설계 프로젝트를 담당해 왔으며 동시에 자연과 문화의 접합 방식과 자연의 변화가 드러내는 시학을 표현하는 설치 작품을 만들고 있다.자연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아름다운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조경 설계라고 믿고,이를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일을 중요시 한다.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이자 스튜디오 테라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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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일상의 혁명을 위한 작은 무대
청출어람
서울이 이제는 세계적인 문화의 도시라고 내세워도,다른 나라에서 서울을 배워 갈 정도로 우리의 역량이 커졌다고 자찬을 해도,우리는 여전히 선진국의 멋진 사례를 동경했고 갖고 싶었다.우리의 현실에 맞게 제대로 소화하기도 전에 외국의 사례들이 우리 도시의 정책이 되었다.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도 그런 복제품 중 하나다.그런데6년 뒤 한때 많은 매체의 주목을 받았던 원래의 프로그램은 다른 나라에서 더 이상 열리지 않게 되었고,그 취지는 유일하게 서울에서만 살아남았다.정책적 카피로 출발한 프로그램은 원래 기획의 맥을 잇는데 그치지 않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원본을 뛰어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한다.이제 이 기묘한 기획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맥락에 최적화된 형태로 진화하여 매년 도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고 실현하고 있다.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72시간 어반 액션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이하72시간 프로젝트)의 모태는‘72시간 어반 액션(72 Hour Urban Action)’(이하72 HUA)이라는 이벤트다. 72 HUA는2010년 이스라엘의 텔아비브Tel-Aviv인근의 소도시 바트얌에서 열린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비엔날레(Bat-Yam International Biennale of Landscape Urbanism)의 한 행사로 처음 실행된다.시장은 비엔날레를 계기로 도시가 자유로운 아이디어의 실험실이 되기를 원했고,두 명의 젊은 건축가가 특이한 형태의 공모전을 제시한다.주어진 시간은72시간, 3일 밤과 낮.참가자들은 한정된 기간 안에 한정된 예산으로 도시의 공간을 변화시킬 아이디어를 제시할 뿐 아니라 프로젝트를 실제로 만들어야 했다.주어진 예산은2000유로에 불과했고 모든 법적 제약과 인허가 절차를 피하기 위해30cm이상의 지반 공사도 불가능했다.과연 누가 참여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열악한 조건의 프로젝트에 전 세계40개국에서450개의 지원서가 제출되었다.기획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이었다.건축가와 디자이너는 지역 주민과 협력해 도시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과정은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72 HUA는 극한의 조건을 둔 일종의 건축적 게임이자 도시적 실험이었다.그러나 이 이벤트는 흥미진진한 게임과 실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72 HUA의 제안자인 케름 할브레트(Kerem Halbrecht)와 길리 카예브스키(Gilly Karjevsky)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1“대개 도시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돈,행정적 절차가 필요하다.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의 생각과 의지로 무엇인가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오늘날 도시를 변화시키는 일은 전문가와 행정가,정치가 등 소수에게만 주어진 특권이 되어 버렸다. 72 HUA는 이러한 불가능성에 반기를 든다.그리고 시민이 스스로 일상의 공간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자 한다.과연 누가 공공의 공간에 개입할 권리를 갖는가?삶의 질을 결정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당연한 권리를 금지된 것으로 만드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이 기획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이 순간,여기에서 활동가가 되고 반란군이 되라고 요구한다.여기에는 단 하나의 선언만이 존재한다. ‘내가 살고자 하는 현실을 내가 만들 권리가 있고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메시지는 마지막 아방가르드라고 불렸던 상황주의자 인터내셔널(Situationalist International)의 실천적 저항 정신을 계승하며,2건축의 권위를 건축 스스로가 부정하고 제도적 테두리를 넘어서려 한다는 점에서 무정부주의적 태도를 취한다.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적 건축에 저항하여 가장 낮은 위치에서 건축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시게루 반(Shigeru Ban)3의 생각과 맥락을 같이하며,대학살,전쟁,재난과 같은 인간성 자체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건축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는 아키텍처 포휴머니티(Architecture for Humanity)4와 공동의 전선을 펼치는 듯 보인다.그러나72 HUA가 이러한 움직임과 근본적으로 차별화되는 지점은 놀이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놀이는 정치적 투쟁의 심각함을 거부한다.일시적이고 즉흥적이다.무엇보다도 재미있어야 한다. 72 HUA은 거시적 담론이 힘을 잃은 지금의 시대에 실천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가벼워야 한다는 점을,그리고 일상의 리듬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그 때문에 큰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2년 뒤, 2012년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서 두 번째72 HUA가 열린다.전 세계에서 수많은 참가자가 지원해 도시 곳곳을72 HUA의 상징색인 주황색으로 물들였고SNS와 유튜브를 통해 첫 이벤트를 뛰어넘는 주목을 받는다.같은 해가 지나기도 전에 세 번째72 HUA가 이탈리아 테르니Terni에서 열린다. 2013년의 네 번째72 HUA는 덴마크의 로스킬레(Roskilde)에서 열린다.국제 음악 페스티벌과 연계한 이 행사는 예년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되는 팀으로 진행되었다.그리고2014년 독일 비텐(Witten)에서 열린 다섯 번째 행사를 마지막으로72 HUA는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중략)...
**각주 정리
1.도무스(Domus)의 인터뷰를 참조했다(https://www.domusweb.it/en/architecture/2011/07/27/72-hour-urban-action.html).
2.상황주의자 인터내셔널은1957년부터1972년까지 아방가르드 예술가와 지식인이 모여 활동한 그룹으로,전통적인 마르크시즘에 반기를 든 반자본주의적 사회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스펙터클의 정치에 반대하여 일상의 삶과 대상에서 사회적 의미를 발견하고자 했으며,문학,시각 예술,건축 도시 분야의 이론과 접목된다.
3.시게루 반은 일본의 건축가로2014년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수상자다.종이를 건축 소재로 실험적으로 사용하여 주목 받았으며,종이 같은 값싼 재료를 재난 상황에서의 건축에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지속적으로 재난 상황에서 건축의 역할을 강조했으며 실제 고베,쓰촨,동일본,네팔 대지진 당시 임시 구조물을 현장에서 설계하여 제공했다.
4.아키텍처 포 휴머니티는 재난,전쟁 등의 극한 상황에서 건축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결성된 비영리 단체로,자급자족적이고 협력적인 가치를 제시하며 전 세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여 왔다.
*환경과조경365호(2018년9월호)수록본 일부
김영민은1978년생으로,서울대학교에서 조경과 건축을 함께 공부했고 하버드GSD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미국의SWAGroup에서6년간 다양한 조경 설계와 계획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USC건축대학원의 교수진으로 강의를 했다.동시대 조경과 인접 분야의 흐름을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읽어내는 데 관심이 있으며,설계와 이론을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을 펴나가고 있다.『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번역했으며,설계 방법론을 다룬『스튜디오201,다르게 디자인하기』를 썼다.『용산공원』등 다수의 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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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자투리땅을 살려라!
지난 7월 19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2018년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의 시상식이 진행됐다. 본래 한 팀에게 최우수상(상금 1,000만원)을 수여할 예정이었으나, 작품의 우열을 가릴 수 없어 한 점으로 예정된 우수작(상금 500만원)에 아하모먼트(AHA Moment)팀의 ‘정류원’과 어반그라데이션(Urban Gradation)팀의 ‘도시를 바꾸는 점적인 변화’를 선정했다. 본래 한 팀에게 줄 예정이었던 장려상(상금 300만원) 역시 인에이(In_A)팀의 ‘송파의 기억을 들추다’와 함께 팀의 ‘참한터’ 두 작품에 수여했다. 입선(상금 50만원)에는 이터널선샤인(E;tunnelSunshine)팀의 ‘창3동과 205분의 19승강장’, JHA 팀의 ‘향림원(香琳源)’, 호케스트라(Horchestra)팀의 ‘사랑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죠’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단은 창의성, 내구성, 조화성, 성실성, 유지·관리 측면에 주안점을 두어 심사를 진행했으며, 박준호 심사위원장은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가 서울을 바꾸는 첨병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을 조성하는 72시간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며 심사평을 밝혔다.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72 Hour Urban Action’을 벤치마킹한 프로젝트로, 지난 2012년 ‘Take Urban in 72 Hours’라는 이름으로 서울에서 시작됐다. 2013년에는 시민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이하 72시간 프로젝트)로 명칭을 바꾸었으며, 2014년부터는 한화와 서울시가 공동 주관하는 프로젝트로 매년 추진되어 왔다. 올해 7회를 맞은 72시간 프로젝트는 ‘자투리땅을 살려라!’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지난 6월 4일 공모를 통해 선정된 7개 팀은 도시재생 사업지 내 주민 생활 공간 두 개소,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 인근 가로 쉼터 세 개소, 도시 번화가 두 개소 등 노후화된 공간을 시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시켜야 했다. 작품 설치 비용으로는 1,500만원(부가세 포함)이 지원됐다. 한화와 서울시가 공동 주관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서울시 단독 주관 자치구 보조금 사업으로 프로젝트 성격이 바뀌어 진행되었다. 따라서 참여 팀은 보조금 관리 시스템을 통해 보조금을 집행하고 정산해야 했는데, 방법과 기준이 까다로워 어려움을 겪는 팀이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72시간 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위한 서울시의 노력은 계속됐다.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텍스트와 이미지를 결합한 카드 뉴스 형태의 이미지를 게시해 정보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려 했다. 주민 참여를 유도하고자 모바일 투표와 현장 투표를 통해 선정하는 ‘특별상’을 신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이 투표 진행 사실을 알지 못하며, 참여 팀이 지인을 동원해 투표하기 때문에 팀원이 많은 팀이 유리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도시재생 사업지 내의 자투리땅을 대상지로 선정함으로써 조경의 영역을 넘어 도시재생본부와의 협업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내년에는 서울시의 중요한 정책 사업과 연계할 방안을 탐색 중이라는 72시간 프로젝트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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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앤드 시크
Hide and Seek, MoMA PS1 YAP 2018
1998년을 시작으로 올해 19회를 맞이한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이하 MoMA)의 영 아키텍츠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이하 YAP)은 재능 있는 신인 건축가에게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모 프로그램이다. 공모에서 당선된 건축가는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그늘과 휴식, 물을 제공하는 독창적인 임시 야외 설치물을 선보여야 한다.
지난 6월 26일, 2018년 YAP의 당선작 ‘하이드 앤드 시크(Hide and Seek)’가 MoMA PS1(MoMA의 분관)에서 그 모습을 공개했다. 드림 더 컴바인(Dream the Combine)의 제니퍼 뉴섬(Jennifer Newsom), 탐 캐러더스(Tom Carruthers)와 아럽(Arup)의 클레이턴 빙클리(Clayton Binkley)가 함께 만든 ‘하이드 앤드 시크’는 MoMA PS1 중정 전체에 걸쳐 설치된 여덟 개의 요소가 끊임없이 반응하고 움직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야외 음악 프로젝트 ‘웜 업Warm Up’의 임시 배경이 되었으며, 9월 3일까지 MoMA PS1 중정에 전시되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
Principals and Lead Architectural Design Jennifer Newsom and Tom Carruthers(Dream the Combine)
ProgrammingMikki Heckman
Structural EngineeringArup(Clayton Binkley, Kristen Strobel, Alex Reddihough, Vaidas Razgaitis)
Lighting Design Arup(Yuliya Savelyeva, Janelle Drouet, Brian Stacy, Susheela Sankaram)
Canopy FabricHunter Douglas Architectural
Linear Lighting Fixtures Q-Tran
Lighting Rep Agency Enterprise Lighting Sales
Lighting and Misting Control System ETC
Flood Lights Insight
Misting SystemBiogenesis THE FOG SYSTEM
Hammock Netting InCord
Mirror Installation Complex Metal and Glass
Mirror Kings Glass
LocationMoMA PS1, New York, U.S.A.
Installation 2018. 6. ~ 2018. 9.
Photographs MoMA PS1, Pablo Enriquez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 위치한 드림 더 컴바인(Dream the Combine)은 예술가이자 건축가인 제니퍼 뉴섬(Jennifer Newsom)과 탐 캐러더스(Tom Carruthers)가 운영하는 설계사무소다. 엔지니어 클레이턴 빙클리(Clayton Binkley) 등 여러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이분법적 개념에서 탈피해 실재와 환상 사이의 경계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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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Serpentine Gallery Pavilion 2018
영국 켄싱턴 가든(Kensington Gardens)에 자리한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는 매년 여름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건축가를 초빙해 파빌리온 조성을 의뢰하고, 이를 미술관 앞 부지에 전시한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매번 새롭고 독창적인 모습으로 만들어지는데, 초청 건축가가 영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약 300 제곱미터의 파빌리온은 전시 기간 동안 카페, 모임 공간, 포럼 장소, 야간 행사장 등으로 활용된다. 2000년에 시작된 서펜타인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현대 건축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할 수 있는 건축가를 발굴하고,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건축물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미술관 앞 푸른 잔디밭은 미술관 공공 프로그램 실현의 장이자 건축적 실험의 국제적 무대로 의미 있게 활용되고 있다.
18번째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설계는 멕시코 건축가 프리다 에스코베도(Frida Escobedo)가 맡았다. 그는 역대 참가자 중 가장 젊고, 자하 하디드에 이어 두 번째로 초청된 여성 건축가다. 에스코베도의 파빌리온은 시간의 흐름을 건축적으로 보여 주면서 멕시코와 영국 건축 간의 절묘한 조화를 이끌어 냈다. 기술 자문 위원인 데이비드 글로버(David Glover)는 에스코베도의 파빌리온이 “빛, 그림자, 반사를 영리하게 이용해 공간을 연계하고 공원으로의 시각적 연결성을 유지했다”고 평했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아트 디렉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와 서펜타인 갤러리의 CEO 야나 필(Yana Peel)은 “빛과 본초 자오선을 따라 빚어진 살아있는 시계(timepiece)가 공원 한가운데 마련되었으며, 멕시코와 영국 양국으로부터 받은 영감이 조화롭게 녹아든 이 작품은 반영과 만남의 공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
Pavilion Architect Frida Escobedo
Pavilion Architectural Team
Project Leader: Matthew Kennedy
Team: Jose Maria Gomez de Leon, Federica Lombardi,Andres Harvey, Hector Arce, Carlos Hernandez, MarioGonzalez, Elisa Herrera
Technical Consultant David Glover
Technical Advisor AECOM
Construction Stage One Creative Services
Location Kenshington Gardens, London, UK
Overall Site Area 541m2
Gross Internal Area 233.3m2(including pool area), 194m2(excluding pool area)
Heights 3.24m (Max. overall height), 3.24m (Max. internalceiling height), 2.6m(Min. internal ceiling height)
Installation 2017. 6. 15. ~ 2017. 10. 7.
Photographs Iwan Baan, Matt Brown
프리다 에스코베도(Frida Escobedo)는 멕시코 시티에 설립한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설치 미술부터 가구 디자인, 개인 주택, 공공 건물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건축을 통해 버려진 것의 가치를 찾거나 일상의 틈에서 중요한 의미를 발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도시 공간을 되살리고 있다. 뉴욕 젊은 건축가 포럼 어워드(New York’s Young Architects Forum Award, 2009), 아키텍처럴 리뷰 신진 건축가 상(Architectural Review Emerging Architecture Award, 2016) 외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컬럼비아 건축 대학원, 하버드 GSD, 런던 AA 스쿨, 버클리 대학교 등의 객원 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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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수직 정원
Museum of Contemporary Art Busan Vertical Garden
미술관
2018년 6월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은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위치한다. 을숙도는 낙동강 하구에 토사가 퇴적되어 형성된 하중도河中島(곡류 하천의 유로가 바뀌면서 하천 가운데 생긴 퇴적지)로, 갈대와 수초가 무성하고 어패류가 풍부하여 한때는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였다. 대부분이 저지대에 위치한 습지로 홍수 때는 수몰될 위험이 컸기 때문에 섬 크기에 비해 주민이 적었다. 그러던 중 윤중제輪中堤(섬의 둘레에 쌓은 제방)가 축조되고 경지 정리 사업이 진행되어 많은 주민이 입주했고, 을숙도는 부산의 원예 작물 공급지 역할을 하게 됐다. 그러나 1987년 4월 낙동강 하굿둑의 완공으로 섬 전역이 공원화되면서 갈대밭이 훼손되고,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자 철새가 줄어드는 등 생태계가 빠르게 파괴되었다. 이에 부산시는 을숙도 일대를 핵심보전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을숙도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을숙도는 여전히 50여 종, 10만여 마리의 철새가 쉬어가는 철새의 낙원으로, 세계적 희귀조인 재두루미, 저어새, 흰꼬리수리 등이 날아와 겨울을 나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이러한 입지적 배경이 가지는 장소의 상징성과 그 환경적 이슈에 주목했다. 단순히 주어진 건축 공간을 통해 예술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 자연과 예술, 인간이 동화되어 공존·공영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의 역할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예술가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은 식물학자다. 또한 수직 정원의 창시자이며 수직 정원을 예술의 한 분야로 정착시킨 예술가다. 패트릭 블랑의 수직 정원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8년 파리의 라빌레트 과학산업관(Cite des Sciences et de L’industrie)에서 개최된 전시에서 수직 평면에 여러 식물을 설치한 작품을 소개하면서였다. 식물을 이용한 이 유기적 설치 작품은 지금의 수직 정원의 기술적·개념적 모체가 되었다. 부산현대미술관의 수직 정원은 패트릭 블랑의 국내 최초 대규모 실외 설치 작업이다. 봄 정원, 여름 정원, 가을 정원, 겨울 정원으로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살아 있는 작품이다. 관람객들은 수평적으로 펼쳐진 을숙도 자연 환경 안에서 수직의 정원을 발견하고 미술관이라는 특정 장소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며 자연과 교감하게 될 것이다. 패트릭 블랑은 단순히 식물을 벽에 설치한 것이 아니라 식물의 생태를 연구하여 상호 자생이 가능한 식물을 연결해 배치한다. 더불어 시각적 아름다움을 부각하는 작업을 통해 식물의 본성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표현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
전시명2018년 부산현대미술관 개관전 ‘수직 정원: Vertical Garden’
전시 작가 패트릭 블랑
전시 기획 류소영 학예연구사(부산현대미술관)
위치 부산시 사하구 낙동남로 1191 부산현대미술관 외벽
면적1,300m2
설치2018. 3. 6. ~ 2018. 4. 16.
완공2018. 6.
사진 부산현대미술관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은 파리에서 태어났고, 여전히 파리에서 살고 있다. 수족관을 조성해 애완용 열대어를 키우며 10대의 대부분을 보냈는데, 수족관 물을 여과하기 위해 필로덴드론 뿌리를 사용한 것이 그의 첫 수직 정원이었다. 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Centre National de la Recherche Scientifique)에서 열대 우림 하층 종의 적응 전략을 연구해 1993년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의 식물학상을 받았으며, 1988년과 1996년에는 수직 정원 개념을 발전시켜 특허를 취득했다. 대표작으로는 파리 카르티에 재단 현대미술관의 수직 정원이 있다.
류소영은 파리 1대학 공간장소전시네트워크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동대학원 디자인과에서 미디어 석사 과정을 마쳤다. 파리 8대학에서 동시대 미술이론을 수료했으며, 파리의 갈리 피에르-알랭 샬리어(Galerie Pierre-Alain Challier)와 대구미술관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부산현대미술관의 학예연구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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뎃퍼드 마켓 야드
Deptford Market Yard
런던에 마차와 기차가 공존하던 시절, 뎃퍼드(Deptford)의 캐리지 램프(Carriage Ramp)는 기차역과 연결된 마차용 진입로였다. 런던 최초의 기차역을 따라 세워진 역사적 구조물이지만 도시가 발전하면서 점차 사람들에게서 잊히고 방치된 램프를 따라 주변 환경도 점점 낙후되었다. 하지만 2008년 ‘뎃퍼드 타운 중심지구 재개발 계획(Deptford Town Centre Regeneration)’이 수립됨에 따라, 뎃퍼드 역의 역사 자원을 복원하고 재활용하며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공공 공간과 주거지를 제공하는 ‘뎃퍼드 프로젝트(The Deptford Project)’가 시작됐다.
뎃퍼드 프로젝트는 건축, 조경, 소상공인 유치 전략을 아우르는 종합 계획으로, 본격적인 공사 전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작은 파일럿 프로젝트가 선행됐다. 1960년대 사용했던 객차를 이색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임시로 개조해 스타트업을 유치하거나 주민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다. 이후 캐리지 램프와 인접한 위치에 독특한 외관의 아파트인 옥타비우스 하우스(Octavius House)가 신축되어 약 120세대를 위한 주거 공간이 마련됐으며, 기존의 낡은 세인트 폴 하우스(St Paul’s House)도 리모델링됐다. 외부 공간 계획은 PTE(Pollard Thomas Edwards) 건축사무소와 협업해 진행했다. 대상지는 오랜 시간 방치됐을 뿐만 아니라 역사 유산, 기차역, 길거리 시장으로 둘러싸여 상당히 복잡한 곳이었다. 먼저 안전 문제로이용할 수 없었던 캐리지 램프를 중점적으로 복원하고 활용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Farrer Huxley Associates
Architect Pollard Thomas Edwards
Structural EngineerPEP Group
M&E Consultant AECOM
Sustainability Consultant AECOM
ContractorBower Contracting
Local Authority London Borough of Lewisham
ClientU+I and London Borough of Lewisham
Location Deptford, London, UK
Construction Cost £3.4 million
Area 3,700m2
Design 2012~2014
Completion2016
Photographs The Deptford Project, Farrer Huxley Associates
패러 헉슬리 어소시에이츠(Farrer Huxley Associates)는 사회적이고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조경이 큰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식재 디자인부터 환경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공간 설계까지 폭넓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사람 중심의 디자인 방식을 추구한다. 지역 커뮤니티를 설계 프로세스의 중심에 배치함으로써 지역 참여 및 활성화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조경 설계를 통해 개인과 커뮤니티 간의 조화를 구현해 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