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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뇌헤타] 라 크루아제트 칸 워터프런트 La Croisette
    매년 5월,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라 크루아제트(La Croisette)로 이어지는 칸(Cannes) 해안을 따라 칸 국제 영화제가 열린다. 라 크루아제트와 그 일대는 1960년대에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1800년대만 해도 농업과 수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작은 마을이었다. 1830년대 영국의 대법관 브로엄 경(Lord Brougham)이 우연히 방문해 칸 해안의 아름다움을 목격하고 정착하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브로엄을 따라 귀족들이 하나둘 별장을 지었고, 시간이 흘러 라 크루아제트는 아름다운 해안도로에서 오늘날의 번화한 거리로 극적인 변화를 이루어냈다. 도시 중심부에는 고급 상점과 궁전,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해안가는 공공 해변, 궁전과 연결된 사적 해변으로 이어져 있다. 공공 공간 아르데코(Art Deco)의 영감을 받은 칸 궁전을 참고해, 대상지의 독특한 위치를 부각하며 거리를 개선하고자 했다. 더 푸르고, 더 개방적이며, 더 접근하기 쉬운 공간으로 변화를 꾀하고 새로운 편의 시설과 안락함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워터프런트의 둥근 형태를 따라 해안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배치해, 지중해 해안을 향하는 매혹적이고 감각적인 리듬을 만들어냈다. 계단이 형성하는 둥근 형태는 만을 감싸고 도시와 바다, 사람들을 서로 연계한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글 Snøhetta Landscape Architect Snøhetta Partner Architect L’Atelier d’urbanité Roland Castro Engineering Firm WSP Client City of Cannes Location Cannes, France Area 2.6km Timeline Phase 1: 2025, Phase 2: 2027, Phase 3 & 4: 2028 Photograph A’U Roland Castro & Snøhetta / M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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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뇌헤타] 타임스퀘어 Times Square Redesign
    타임스퀘어 재건축 프로젝트는 맨해튼 중심 10,117m2 규모의 혼잡한 보행 공간을 세계적인 광장으로 바꾸었다. 섬세한 설계로 보행 공간을 확장하는 동시에 지상과 지하의 주요 시설과 인프라스트럭처를 개선 및 통합함으로써 보행자들이 편안하게 광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 안전 도모, 대기 질 상승, 지역 경제 활성화를 비롯해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낸 이 프로젝트는 도시 경관이 사람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고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창출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역 사회와 세계 커뮤니티에 신체적·심리적·경제적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친 성공 사례로 꼽힌다.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광장은 공공 생활의 역동성을 보여 주는 동시대의 대표적 장소이자 뉴욕의 중심인 타임스퀘어를 되살리고 있다. 보행자를 위한 공간 매일 평균 약 33만 명이 타임스퀘어를 지나간다. 공간에 활기를 부여하기 위해 대상지를 방문하는 군중의 규모와 동선 패턴을 파악해야 했다. 대상지의 나비넥타이 형태를 고려한 정돈된 보행 공간과 야외 무대를 디자인함으로써 응집력 있고 영구적인 보행 광장을 조성했다. 조성 후 광장의 보행자 공간은 2000년보다 두배 더 넓어졌다. 47번가와 브로드웨이 남쪽 도로가 폐쇄되기 이전에는 남북으로 통행하는 차량이 많았고, 브로드웨이 교차로가 만나는 지점에 병목 현상이 발생해 보행자와 차량 간 사고 위험이 높았다. 좁고 붐비는 보행로는 보행자가 차도로 나오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혼잡한 차량 공간을 시민을 위한 공공 공간으로 재편했다. 그 결과 보행자 부상은 40% 감소했고, 교통사고는 15% 줄었으며 전반적인 범죄율이 20% 감소했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글 Snøhetta Architect and Landscape Architect Snøhetta Landscape Architect Mathews Nielsen Landscape Architects Broadcast Engineering Bexel Structural Engineering Buro Happold Security Consulting Ducibella Venter and Santore Lighting Design Arup, Leni Schwendinger Light Projects Security Design Review Rogers Marvel Architects Civil Engineering, Traffic Engineering, Utilities ThorntonTomasetti Weidlinger Transportation Practice Security Engineering Thornton Tomasetti Weidlinger SecurityEngineering Practice MEP Engineering Wesler Cohen Client NYC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 NYC Department ofDesign and Construction Location Times Square, New York, USA Size 25,000m2 Completion 2017 Photograph NYC DOT, Michael Grimm, Snøhe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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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뇌헤타] 550 매디슨 정원 550 Madison Garden and Revitalization
    550 매디슨 애비뉴 41층, 면적 85만m2에 달하는 550 매디슨 애비뉴는 1984년 준공되어 통신 및 미디어 회사인 AT&T가 단독 입주해 사용했던 건물이다. 최근 뉴욕의 역사적 랜드마크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라얀(Olayan) 그룹은 6년 여간 이 건물의 웰니스를 향상하고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프로그램과 편의 시설로 재구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건물 내부에 마련된 550 매디슨 정원(Madison Garden)도 그중 하나다. 550 매디슨 애비뉴 재활성화 프로젝트는 공공 공간에 개방감, 경이로움, 자유로움을 불어넣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 일련의 뉴욕 미드타운 프로젝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는 정원 설계를 통해 건물 내부를 주변 도로에서 접근이 용이하며 풍부한 식물을 만나볼 수 있고 눈에 띄는 공공 공간으로 바꾸어놓았다. 로비의 창문과 상업 시설은 기존 건물을 설계한 필립 존슨(Philip Johnson)의 안을 존중해 새롭게 디자인했다. 정원 550 매디슨 정원은 파 이토(Phyto), 더트컴퍼니(The Dirt Company), 사이트웍스(SiteWorks), 아럽(Arup), 애덤스 건축 사무소(Adamson Associates Architects)와 협력해 만든 정원이다. 550 매디슨 애비뉴와 인접하고 폐쇄되었던 건물 내부의 통로에 만들어졌다. 정원에는 종 다양성을 고려해 48그루의 교목, 200그루의 관목, 6,300개의 구근 식물을 식재하고, 나무 아래 하층에는 1,000개의 초본류를 배치했다. 휴게 공간과 공공 화장실,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는 키오스크도 있다. 정원은 지역 주민뿐 아니라 노동자와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정원은 21,300m2 규모로 기존 공공 공간보다 두 배 정도 넓은 크기다. 고요한 수공간과 서로 다른 구조물을 중심으로 다섯 개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업랜드(Upland), 로우랜드(Lowland), 휴식처 등 독특한 구역도 찾아볼 수 있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글 Snøhetta Landscape Architect Snøhetta Landscape Architect of Record SiteWorks Architect of Record Adamson Associates Architects Horticulturalist Phyto Studio Lighting Designer Arup Client Olayan Group Location New York, USA Area 21,300m2 Timeline 2017 ~ ongoing Photograph Snøhe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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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뇌헤타] 트라엘비코센 경관로 Traelvikosen Scenic Route
    바쁜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이 바쁨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우리는 사람들이 자연과 많이 접하고 더불어 살아가며 얻는 신체적 효과와 중요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트라엘비코센(Traelvikosen) 프로젝트에서는 독특한 것에 주목했다. 세부 요소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높이는 설계를 통해 멀리서 지켜보거나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방문자가 자연에 몰입하고 경험하도록 유도했다. 방문자가 속도를 늦추고, 관찰하고, 배우고, 경험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감지하도록 의도적으로 공간을 설계했다. 이는 자연 그 자체와 자연을 어떻게 돌봐야하는 지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촉발한다. 아름다운 길 30여 년간 노르웨이 공공도로공사는 아름다운 노르웨이 경관로(Norwegian Scenic Routes)를 세계적 명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여행자가 편리한 시설뿐 아니라 혁신적 건축과 절경 속에서 영감을 자극하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2022년 우리는 아름다운 경관로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통된 11개 길 중 하나인 트라엘비코센을 설계했다. 해안과 피오르(Fjords) 강, 산과 폭포를 따라 보이는 독특한 자연 경관을 관통하는 트라엘비코센은 노르웨이 주요 도로의 대안으로 고안됐다. 이 프로젝트는 관광 산업의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할 뿐 아니라 덜 알려진 지역을 대중에게 알리고, 탐험하고, 경험하고 즐길 수 있게 할 것이다. 목표 트라엘비코센은 노르웨이 소도시 브뢰노위순(Brønnøysund) 북쪽에 있는 피오르 강 하구에 위치한다. 우리는 2018년 12월, 처음 대상지를 방문했다. 무성하게 자란 풀에 뒤덮인 바위 등 지리학적 관점으로 접근할 만한 풍부하고 다양한 특성을 발견했다. 거대한 규모의 모래 바닥에는 다양한 종이 자라고 있었다. 얕은 강 하구는 큰 조수 간만 차로 인해 하루 종일 색다른 모습을 띄고 있었다. 자연을 경험하도록 휴식 공간과 주차장, 시설물을 만드는 것을 프로젝트의 목표로 설정했다. 조수 간만 차를 활용한 시설물을 만들기 위해서 기초에 대한 연구와 충분한 테스트가 필요했다. 네 개의 돌을 활용해 1년 동안 테스트한 결과, 기초를 타설하지 않고 쇄석으로 마감하는 것이 안정성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속에 놓인 55개의 디딤돌 트라엘비코센의 시설물은 자연으로 걸어 들어가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물속에 놓인 55개 디딤돌은 자연의 부드러운 형상과 대비를 이룬다. 디딤돌은 해변에서 모래 바닥을 가로질러 보이는 작은 섬과 토르그하텐(Torghatten) 산을 향해 놓여 있다. 디딤돌이 썰물일 때는 완전히 보이고, 밀물일 때는 사라지는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해안이 지닌 작은 디테일부터 웅장한 풍경까지 경험하고 나아가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물이 밀려들고 나감에 따라 새로운세부 요소와 풍경이 조금씩 드러난다. 불필요한 동선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섬세한 계획을 세웠다. 시공 과정에서 바닥에 건성용 매트를 깔아 기계의 출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했다. 디딤돌은 현지에서 조달했고, 노르웨이 보되(Bodø)에 있는 채석장 에젠 그라니트(Evjen Granitt)에서 조각하고 가공했으며 배로 운반했다. 밀물과 썰물, 그리고 자연 요소 트라엘비코센의 모래 바닥에는 자세히 들여다볼 때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 요소가 있다. 갯지렁이가 만든 작은 피라미드, 이동하는 달팽이의 자국, 독특한 형태를 가진 둥근 돌, 구불구불 흐르는 강의 모습 등, 이 요소들은 하루 종일 변하고, 주변 환경 또한 끊임없이 달라진다. 맑고 푸른 물로 덮이기 전인 썰물 때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지만, 물이 조금씩 밀려오기 시작하면 시간이 멈춘 듯 느껴진다. 글 Snøhetta Landscape Architect Snøhetta Client The Norwegian Public Roads Administration Location Traelvikosen, Norway Completion 2022 Photograph Ivar Kvaal, Snøhe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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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뇌헤타] 페르스펙티벤베그 전망로 Perspektivenweg
    노르트케테(Nordkette) 케이블카 운행 구간에 조성한 페르스펙티벤베그–전망로P(erspektivenweg-Path of Perspectives)는 고산을 등반하는 파노라마 트레일 코스를 따라 10개의 연속된 건축적 요소를 보여준다. 코스에 조성된 구조물에서 인스부르크(Innsbruck) 노르트케테 산맥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노르트케테는 인스부르크의 티롤 지방(Tyrolean) 북부 석회암 알프스에서 가장 큰 카르벤델 산맥(Karwendel) 중 최남단에 위치한다. 훙게르부르크(Hungerburg)와 노르트케테의 산악 기차 푸니쿨라(Funiculars)를 타면 도심에서 해발 1,905m에 위치한 제그루베(Seegrube) 케이블카 정류장까지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이곳에서부터 알프스의 드넓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로가 펼쳐진다. 2.8km의 험준한 파노라마 트레일 코스에 새롭게 조성한 건축 요소들은 방문자들이 고도의 변화를 체험하며 산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전망대 길을 거닐다 마주치는 구조물은 장엄한 경관과 매끄럽게 어우러지며, 고산 위의 다양한 시점에서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벤치에서 전망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는 등반 코스의 분기점 역할을 하며, 만남의 장소로 이용할 수 있다. 마치 지형을 뚫고 지상으로 자라난 것처럼 보이는 전망대는 경관의 가장 자리 너머로 우아하게 뻗어 나오며 지형 변화를 강조한다. 전망대에 선 방문객들은 아래쪽에 있는 로어 인 밸리(The Lower Inn Valley)의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고, 발 아래의 금속 격자는 마치 지형 위에 떠 있는 기분을 선사한다. 수목 한계선에서 소나무 식생으로 변하는 지점에 설치된 계단을 거닐며 식생 변화를 알아 차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글 Snøhetta Landscape Architect Snøhetta Partner Allan Janik Client Innsbrucker Nordkettenbahnen Location Innsbruck, Austria Area 2.8km Completion 2018 Photograph Christian Flatscher, Innsbrucker Nordkettenbahnen, Lea Hajner, Patrick Lüth, Quirin Müller, Snøhe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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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뇌헤타] 적응과 진화, 경계와 대화의 조경
    설계와 시공의 디지털화 스뇌헤타의 조경 프로젝트 중 처음 주목한 작품은 맥스 IV 연구소의 랜드폼(landform)이었다. 원형 건축물을 구심점 삼아 펼쳐지는 물결 패턴의 지형을 보면서, 자연물의 프랙탈(fractal) 패턴이 모티브일 것 같기도 하고 얼핏 보면 마야 린(Maya Lin)의 웨이브 필즈(Wave Fields)가 연상되기도 한다고 생각하며 그 지형의 탄생 배경을 나름대로 유추해보려 했다. 맥스 IV 연구소 랜드폼의 설계 콘셉트와 시공 방식은 매우 놀라웠다. 인근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연구소의 초대형 원심 분리기 실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동을 흡수할 수 있는 파장의 형태를 조경 설계에 적용했다. 기발함을 넘어서 경외감이 느껴졌다. 건축물 자체도 원심 분리기의 형태와 기능을 그대로 반영한 도넛 형태다. 기능적 건축과 기능적 조경의 완벽한 합체다. 맥스 IV 연구소의 지형은 단순히 시각적 강렬함을 넘어서 건축물의 환경 적응력을 극대화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조경을 통한 공간의 진화를 추구하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설계와 시공의 디지털화다. 프로젝트의 핵심 지형은 컴퓨테이셔널 설계를 통해 진동을 최소화하고 절성토 균형을 최적화하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설계됐다. 3D 모델의 좌표를 GPS로 제어되는 불도저 장비에 입력해, 마치 CNC 밀링(milling)(회전축에 고정한 칼날로 공작물을 절삭하는 기계)으로 모델을 깎아내고 3D 프린팅으로 쌓는 것처럼 거대한 지형의 물결을 소조했다. 내가 알고 있는 작품 중 알고리즘 설계를 지형에 적용한 가장 성공적 사례가 아닐까 한다. 경계와 대화의 직관적 구현 환경조각 작품 같은 페르스펙티벤베그 전망로와 트라엘비코센 경관로. 이 두 프로젝트는 스뇌헤타의 설계 철학인 ‘경계’와 ‘대화’를 직관적으로 구현한다. 페르스펙티벤베그의 숨이 막힐 듯 아름다운 경치를 관망할 수 있는 유려한 곡선의 전망대는 매우 인위적인 구조물인데도 자연과 이상하리만큼 어우러진다. 마치 오래전부터 있었던 바위나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쉬어가듯 등산객은 주변 경관에 부합하는 위장 색을 띤 코르텐 스틸, 콘크리트 벽, 목재 데크로 만든 쉼터에서 자연을 감상하며 물아일체의 시간을 보낸다. 트라엘비코센의 디딤돌은 자연과 자아를 연결하는 길이다. 물 위를 걷는 사람은 믿음을 갖고 발을 내딛으며, 보이는 경계와 보이지 않는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자연과의 대화를 시작한다. 사회적 지속가능성, 스뇌헤타 인터뷰 주로 미국에서 조경 실무를 했던 내게 오슬로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스뇌헤타의 작품 세계는 신비로운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스뇌헤타의 조경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조경가인 제자가 스뇌헤타 인스브루크 스튜디오에서 일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호 특집을 기회로 스뇌헤타 조경 팀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유미(이하 미) 조경가 중에는 스뇌헤타를 잘 모르는 사람도 많고 주요 건축 작품 정도만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특집을 통해 스뇌헤타의 조경 프로젝트가 한국에 소개되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설계 철학에서 건축물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목적인 ‘백그라운드 조경’이 아니라 인간이 점유한 건축물과 주변 경관을 연결하는 조경의 역할을 강조한 부분에 크게 공감했어요. 스뇌헤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설계를 진행해왔는지, 설계 과정에서 조경 팀의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스뇌헤타 조경 팀(이하 타) 보통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조경에처음부터 비중을 두고 조경가가 설계에 참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그런데 스뇌헤타는 확실히 조경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어요. 이번 호에 실린 설계 철학처럼, 자연과 건축물의 문지방을 허무는 것이 조경의 역할이라고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경가가 핵심 멤버로 처음부터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하죠. 초기 콘셉트를 정하는 부분에서부터 시작해 건축의 볼륨 스터디에도 조경가가 참여해 프로젝트의 전체방향을 정하게 되는 경우도 많죠. 다수의 건축물을 포함하는 마스터플랜의 경우, 조경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져요. 건물을 어떤 식으로 대상지에 배치할 것인지 등 마스터플랜의 구조를 짜는 일을 조경이 주도합니다. 미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같은 스뇌헤타의 건축 작품은 그자체가 랜드마크적이고 상징적인 느낌입니다. 그에 반해, 트라엘비코센이나 페르스펙티벤베그의 랜드마크 요소는 대자연이고 조경은 최소한의 개입만으로 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게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그런데 조금 비판적으로 본다면 건축에 비해 조경의 색이 잘 안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스뇌헤타 내에서 건축과 조경의 설계 철학이 조금 다른가요? 타건축과 조경을 아우르는 스뇌헤타의 설계 철학은 특정한물리적 형태나 스타일보다는 적응력이 높은 공간을 추구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조경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때는 설계적인 특징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 있죠. 이번 특집에 수록한 설계 철학을 쓰면서도 가장 고민한 부분이었어요. 스뇌헤타의 주요 건축 프로젝트는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도서관 같은 문화 공간이다 보니 그 특징상 랜드마크 성향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같은 건축물은 도시 아이콘의 성격이 강한데, 조경의 경우에는 자기 주장을 강하게 펼치기보다 설계 콘셉트가 전체 문맥과 내러티브에 녹아 있는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물리적 공간이 주인공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경험을 주인공으로 삼으니까요. 미 공간이 아닌 경험이 주인공이라는 말이 적확한 표현이겠네요. 맥스 IV 연구소에서 지형 설계가 단순히 시각적 강렬함을 위한 것이 아니라 건축물의 환경 적응력을 극대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우리 연구실 이름이 ‘이볼빙 랜드스케이프 랩(Evolving Landscape Lab)’인데, 환경에 적응하면서 계속 진화하는 조경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거든요. 스뇌헤타의 조경은 건축물이 대상지와 만날 때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엮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타‘적응adaptation’이라는 키워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작품에서 이 적응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어요. 주변 경관에 같이 녹아들어가는 시각적 적응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영향을 최소화하는 환경적 적응으로 해석하기도 하죠. 친환경 콘셉트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그린워싱(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가장하는 위장환경주의)이 되지 않도록, 블루–그린 인프라스트럭처와 물 관리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게 될지 꼼꼼히 살피고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요. 건축에 최대한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하려고 하는 건 당연하고요.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회적 지속가능성(social sustainability)’이에요. 설계한 물리적 공간이 어떻게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갖게 될지 팀원들과 항상 묻고 답하죠. 미 공간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은 한국에서도 점점 부각되고있는 개념이에요. 포용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접근하기도 하고요. 이런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프로젝트 사례가 있을까요? 타이번 특집에는 완공 프로젝트 위주로 소개하느라 포함하지 못했는데,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사우스게이트 마스터플랜의 경우, 학생 주거시설을 어떤 식으로 배치할지, 조경이 단지를 구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게 할지 결정할 때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거듭 확인했어요. 설계 핵심은 매립으로 만들어진 옛 공업 지역을 기존 워터프런트를 기준으로 절개해 블루–그린 인프라스트럭처를 중심으로 한 수변 공원을 조성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수로를 뚫어서 완전히 섬처럼 잘라내려고 했는데, 이미 여러 인프라스트럭처가 지나고 있어서 실현하지는 못했죠. 렌더링을 보면 반대편 강 건너 공원 전체가 물을 정화하기 위한 생태 도랑(bio swale)이에요. 원래 하수 처리 시설에서 물을 끌어와 공원을 통해 정화해 강으로 흘려보내려 했는데, 여러 가지 현실적 조건이 여의치 않아 강물을 들여와 정화해 다시 내보내는 방향으로 수정했어요. 결국 조경에서의 설계 접근이 마스터플랜의 가장 핵심이자 근간이 되었죠.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이 부다페스트의 워터프런트가 전부도로에 막혀 있어 수변으로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에요.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실제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워터프런트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계획대로 완공된다면 부다페스트에서 수변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워터프런트가 될 겁니다. 미 마지막으로 해외 설계사무소에서 일하기 원하는 학생과 젊은 조경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았다면요? 타조경가는 건축가, 엔지니어와 항상 협업해야 하니까 동등한 위치에서일하려면 조경 지식은 물론이고 건축이나 토목 등 관련 분야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아야 대화가 되는데, 이에 부합하는 인력을 찾기가 힘들어요. 소프트웨어 스킬만 봐도 전문적인 3D 툴을 다룰 수 있는 조경 인력이 많지 않아요. 마스터플랜에서 건물을 배치하면서 설계하는 조경과 작은 광장을 만드는 조경은 굉장히 다르잖아요. 규모가 다른 스케일을 오갈 줄 알아야 하는데 포트폴리오를 보면 한 가지 스케일의 프로젝트에만 특화된 사람이 많아요. 여러 규모의 프로젝트에서 2D와 3D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고, 건축과 토목 등 관련 분야의 기본 지식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함께 토론하며 설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조경가를 원하는 사무소가 얼마든지 해외에 많이 있어요. 미 2D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은 국가를 불문하고 조경가에게 주어진공통적인 숙제인 것 같네요. 앞으로도 좋은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하고 종종 소개해주세요. 먼 곳에서 늦은 시간까지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습니다. 이유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하그리브스 어소시에이츠, 마사 프라이(Martha Fry), 켄 스미스(Ken Smith) 등의 조경설계사무실에서 10년간 실무 경력을 쌓았다. 2010년부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현 환경설계학과)에 부임해 조경 설계를 가르치며 이볼빙 랜드스케이프 랩(Evolving Landscape Lab)을 운영 중이다. 확장 현실과 BIM, 컴퓨테이셔널 설계 등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수업에 접목하고, 2020년에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는 조경 시공과 스마트 건설기술 솔루션을 개발하는 에스엘즈를 공동 창업해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 [제도가 만든 도시] 제도의 한계: 제도는 효율적인가?
    지난 첫 연재에서는 제도를 정당화하는 가치인 ‘공공의 이익’이 어떤 한계를 지니는지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적 측면에서 제도의 형식과 실행 방식이 가지는 한계를 우리 도시의 여러 사례를 통해 짚어 보려고 한다. 제도는 효율적인가? 형식의 경직성 어떤 도시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이 의도한 바를 실현하는 여러 방안 중 가장 적절하여 그 적용의 강제가 납득되는 경우, 그 제도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의 공간 이슈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확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좁은 길에서는 보도와 차도를 구분해 디자인하는 게 보행자에게 더 안전할까, 반대로 경계를 뚜렷하지 않도록 만들어 자동차의 서행을 유도하는 게 더 안전할까? 산을 가리고 늘어선 아파트 높이를 계단식으로 만들면 도시 경관이 나아질까? 작은 부정형 필지, 좁은 골목길은 없어져야 할까? 도시 제도는 이런 질문들에 확정적인 형식으로 존재한다. ◯◯◯ 지침, ◯◯◯에 관한 규정, 표준 ◯◯◯ 등은 보편적으로 최소의 수준을 보장할 수는 있지만, 제도가 최적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에런벤–조셉(Eran Ben-Joseph)이 말하는 바처럼 경직된 기준에 근거를 더하는 노력보다는 궁극적으로 제도가 목적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다른 대안들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1 그렇다면 제도의 유연성과 포용성을 저해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여기서는 다양하고 복잡다단한 도시 공간을 다루는 제도가 취하고 있는 형식에서 오는 한계를 들여다보려고 한다. 단속적 제도 공간 vs. 연속적 현실 공간 모든 도시 공간 제도의 작동 형식은 제도가 적용되는 대상을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도시기본계획, 공원녹지기본계획, 지구단위계획 등 소위 ‘구역계’라든가 용도지역·용도지구·용도구역 등은 도시 공간 안에 확정적 구획을 그려 해당 제도가 적용되는 범위를 구분 짓는다. 또한 2층 이상 건축물에 적용되는 내진 설계나 대지 면적 200m2 이상일 때 확보해야 하는 대지 안의 조경과 같이 각종 법규는 확정적 숫자를 기준으로 적용 범위를 설정한다. 이러한 공간적 범위와 양적 범위를 가르는 선과 수치는 실제의 연속적 도시 공간이나 연속적 공간 현상 속에서는 실체가 없으며 임의적이다. 물론 도시 제도뿐 아니라 모든 제도는 그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매번 적용의 당위를 다퉈야 한다. 제도라는 사회적 장치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연속적 공간과 이를 임의적으로 구분하려는 도시 제도의 본질적 차이가 도시 공간에 야기하는 파열과 부조리가 있다는 점만큼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연속적 공간을 불연속적으로 다루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도로를 기준으로 구획하는 것이다. 물론 도로는 공간을 구획하는 경계로서 근거가 단순하고 인지와 운영이 용이하다. 그러나 고속도로가 아닌 이상 도시의 일반적인 도로는 도시 가로로 활성화되어 있을수록 사람들이 양측을 빈번하게 오가고 도로 양측의 기능적·공간적 특성이 해당 도시 가로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이때 도로는 그 지역의 중심이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편의 상 도로를 구획의 경계로 삼기 때문에 실제 도시 공간의 인식적 구분과 제도의 운영이 어긋나게 된다. 자주 거론되는 예로 서울시의 강남대로는 두 행정구역(서초구, 강남구)의 경계이자 두 지구단위계획구역(서초로 구역, 테헤란로 제2지구 구역)의 경계다. 따라서 강남대로 양측은 두 지자체의 도시 공간 관련 조례부터 도시설계 지침, 가로의 경관 디자인까지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그림 2). 예전에 일했던 사무실 앞 성북로는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인데, 한편은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어서 술을 팔 수 있는 일반 음식점이 가능했고 반대편은 제1종 전용주거지역이어서 불가능했다. 도로를 기준으로 용도지역을 가르다 보면 이런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Eran Ben-Joseph, The Code of the City: Standards and the Hidden Language of Place Making , Cambridge: The MIT Press, 2005. 유영수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로재와 기오헌에서 건축 실무를 경험했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에서 도시 디자인 및 사회과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병행했다. 현재는 인천대학교 도시건축학부에서 법, 제도, 현대 도시 설계 이론, 스튜디오를 가르치고 있다. 건축과 도시를 아우르는 스케일에서 개별적인 공간 현상과 법제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고, 계획과 디자인의 역할을 확장하기 위한 이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 유영수
  • [모던스케이프] 죽음이 이르는 곳
    죽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게 될 일이지만 이를 대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특히 장례 문화는 종교와 사상, 신분, 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형성되기 때문에 문명권마다 특징적인 고유의 장례 형식이 있다. 씨족사회의 전통을 가진 한국은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선산을 두고 후손들이 정성껏 가계 묘를 관리하는 게 오랜 관습이었다. 비공식적으로 음택 풍수의 이치를 따져 길吉한 묫자리를 찾아 몰래 매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반면 비천한 신분이나 무연고자처럼 개인 묘지를 가지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혹여 질병이나 자살 등 불경한 이유로 사망했다면 사정은 더 나빴다. 시신은 집장지集葬地라고 부르는 매장처에서 표식도 제대로 없이 처리됐는데, 사람들은 이곳을 북망산北邙山이라고도 불렀다. 집장지는 지금으로 치면 공동묘지 같은 시설이다. 서울은 예로부터 인구가 많은 탓에 도성 주변에 집장지가 여럿 있었다.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곳은 한양 도성 동남쪽의 광희문 밖 집장지다. 광희문의 별칭이 ‘시구문屍柩門(시체가 나가는 문)’이었을 정도니, 이곳 분위기는 문물 교류, 송별 연회 등 활기 넘치고 번잡했던 사대문 주변과 사뭇 달랐을 것이다. 도성 밖 집장지와 산자락 여기저기에 자리 잡은 묫자리가 문제로 떠오른 건 식민지기에 이르러서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1910년대에 이미 도성 주변에 19개소의 집장지가 있었다고 조사된 바 있다. 이들 외에도 이 산 저 산에 산소가 많이 있었을 터인데, 근대 도시로 전환하는 데 있어 마구 없애기도 뭣한 애매한 장애물이 아닐 수 없었다. 국유 임야를 개인이 사유화해 묫자리로 쓰고 권리를 행사하는 방식도 문제였다. 국가 토지를 관리하는 총독부, 경성부와 가족묘를 지키려는 이들의 대립은 첨예해졌고, 결국 전통적인 한반도의 장례 문화는 여러 면에서 위기를 맞게 된다. 1912년 조선총독부는 ‘묘지·화장장·매장 및 화장 취체 규칙’을 공포하고 주요 도시부터 묘지를 정비하기 시작한다. 묘지 정리의 명분은 위생과 미관이었다. 다만 조선인의 오랜 관습을 건드릴 때 발생할 수 있는 격렬한 저항과 분쟁을 고려하여 천천히 진행했다. 1914년 경성부에서는 경성부 일대의 19개소 집장지를 미아리, 신당리, 아현리, 이태원리, 신사리(응암동), 수철리(금호동) 여섯 곳으로 정리하고 공동묘지라는 이름으로 공식 운영하기 시작한다. 기존 집장지 등에 있던 묘지는 이장이나 화장하는 방식으로 정리하고, 새로 운영하게 된 공동묘지에서는 화장과 매장의 원칙을 정하여 묘지 구획, 묘지 사용료 등의 규칙을 갖추었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참고문헌 이향아, “공동묘지, 식민지 경성을 잉태하다: 식민지 경성 공동묘지의 정치경제학”, 『한국공간환경학회 추계학술대회』, 2014, pp.347~357. 다카무라 료헤이, “공동묘지를 통해서 본 식민지시대 서울: 1910년대를 중심으로”, 『서울학연구』 15, 2000, pp.131~165. 이의성, 『근대도시계획과정에서 나타난 공동묘지의 탄생과 소멸: 서울 사례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21 유홍준, “망우리 별곡”, 「중앙일보」 2022년 5월 12일. 정재정, “망우역사문화공원과 근현대사 탐방”, 「서울신문」 2022년 11월 30일. “이태원공동묘지 이장공사 착수”, 「동아일보」 1936년 4월 9일. “무연분묘삼만기 망우리로 이장”, 「조선일보」 1936년 10월 10일. 망우역사문화공원 manguripark.or.kr 박희성은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중 문인정원과 자연미의 관계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역사 연구자들과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면서 근현대 조경으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했다. 대표 저서로 『원림, 경계없는 자연』이 있으며, 최근에는 도시 공원과 근대 정원 아카이빙, 세계유산 제도와 운영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 여섯 가지 빌드업 ‘제5회 젊은 조경가 최윤석’ 온라인 토크쇼
    지난 2월 14일, 그룹한빌딩 2층 환경과조경 세미나실에서 제5회 젊은 조경가 최윤석 소장(그람디자인)의 온라인 토크쇼 ‘여섯 가지 빌드업’이 개최됐다. 유튜브 생중계 형식으로 열린 토크쇼는 1부 강연, 2부 토크쇼 순으로 진행됐다. 강연은 토크쇼 제목에 얽힌 이야기로 시작됐다. “‘조경가 최윤석’(『환경과조경』 1월호) 특집을 준비하면서 적었던 원고 중 하나인 여섯 가지 빌드업의 내용을 요약하고 글에 담지 못했던 내용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디자인 빌드, 경계, 스토리텔링, 쓸모, 장면, 사람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디자인 빌드를 하는 이유에 대해 “클라이언트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가격, 품질, 속도,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지만 이를 가능케 하기는 어렵다”며 “세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빌드를 한다”고 설명했다. 최윤석은 ‘문화역서울284 기획전시’,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과 ‘서울식물원 기획전시’ 등 전시·기획 영역의 일을 하기도 한다. 그는 조경 설계의 영역에 한계가 없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사례로 ‘식물극장’(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을 소개했다. “도면을 그리고 3D 모델링을 활용하는 게 설계라고 생각했는데, 조경을 이용한 전시회, 정원 시설물 조성 등을 다양하게 하다 보니 영상을 연출하고 글자 크기와 모양에 대해 고민하는 것 또한 설계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는 ‘무너진 경계’라는 디자인 언어를 만든 계기가 됐다. 최 소장은 “조경 설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쓸모에 대해 고민하는 것과 조경가의 입장이 아닌 일반인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조경가들은 경관과 가치에 대해 생각하지만, 일반인들은 하나의 장면을 중시한다. 즉, 장소에 대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을 남겨줄지 생각하며 공간을 설계해야 하고, 사람들이 순수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 사진으로 그린 한 폭의 그림 마이아트뮤지엄, ‘프랑코 폰타나: 컬러 인 라이프’ 전
    ‘사진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사진’이란 표현은 흔히 좋은 작품을 빗대는 수사로 자주 쓰인다. 이 수사가 붙은 작품은 사진과 그림이란 장르가 추구하는 전형성에서 벗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컬러 사진의 선구자로 평가 받는 이탈리아 사진작가 프랑코 폰타나(Franco Fontana)는 그림 같은 사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폰타나는 인테리어 쇼룸을 운영하면서 틈날 때마다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며 지인으로부터 빌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체코 여행 도중 우연히 도심에서 선명한 빨간색이 인상적인 빈티지 차량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 작품이 바로 ‘프라가 1967’로 폰타나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폰타나는 이 작품을 찍으면서 사진작가로서 운명을 직감적으로 느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색에 대한 고찰을 시작했다. 1960년대 초반의 사진가들은 주로 흑백 사진을 찍었는데, 폰타나는 당시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고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의 투명도를 과소 노출해 한폭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기존의 관행과 고정관념을 뒤집는 그의 스타일은 이탈리아 사진 역사에 큰 변화를 불어 넣었고, 뉴욕 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갤러리에서 전시를 선보였다. 페라리, 베르사체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명성을 쌓으며 이탈리아 대표 사진작가로 거듭났다. 폰타나의 작품과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2022년 9월 30일부터 2023년 3월 1일까지 열렸다. 이번 전시는 폰타나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고찰하는 예술적 주제이자 그의 인생 철학이 담긴 삶의 풍경 122점을 선보였다. 랜드스케이프, 어반스케이프, 휴먼스케이프, 아스팔토로 이어지는 네 개 섹션은 자연과 도시, 인물 등이 등장하는 일상적 풍경을 여러 각도에서 포착한 작품을 소개한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수평과 수직의 선과 그림자, 자연의 장엄한경관 속 선명한 색과 패턴의 조화는 마치 회화를 보는 기분을 선사한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