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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오프라야 스카이 파크 Chao Phraya Sky Park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 성행하는 가운데 방콕 시정부는 차오프라야 스카이 파크(Chao Phraya Sky Park)(이하 CPSP)를 개장했다. 약 40년 동안 방치됐던 공간이 태국 최초로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에 조성된 선형 공원으로 탄생했다. 이 다리는 방콕에서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지역에 위치하며,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의 마을과 현대적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소다. CPSP는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 공공 녹지가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우리는 방치된 기존 도시기반 시설을 활용해 시민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건강한 도시 환경을 재구축하고자 했다. 방콕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평행한 도로와 다리 양쪽 끝에 있는 기존 공원들을 연결해 공공 녹지를 넓히고, 보행 편의성을 높였다. 버려진 기존 도시 기반 시설을 재활용해 공사 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 도시에 새롭게 생긴 녹지 공간은 시민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 유휴 공간의 개선 가능성을 높이고, 미래 도시 공간 조성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미완성의 꿈을 마무리하다 1984년 방콕 시민들은 동남아시아 최초로 스카이 트레인을 건설한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라발린 스카이 트레인(Lavalin Skytrain) 철도는 차오프라야 강(Chao Phraya River)을 가로지르며 문화 유산 지구를 거쳐 통근자들을 실어 나를 예정이었다. 철도는 8.5m 간격을 두고 280m 길이로 건설된 프라포클라오 브리지(Phrapokklao Bridge)의 두 개 도로와 하중을 나눠 갖는 식이었다. 프라포클라오 브리지 구조물 완성 후 정치적 간섭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교착 상태에 빠졌고, 정부도 프로젝트를 방치하면서 결국 실현되지 못한 채 구조물만 남겨졌다. 40년 동안 완성되지 못한 거대 기반 시설은 방콕의 미완성 꿈이자 빛을 보지 못한 채 남겨진 상실을 의미한다. 대도시로 발전한 방콕에서 라발린 스카이 트레인의 구조물은 도시 경관 한복판에서 시민들에게 잊힌 건축물이 됐고, 불완전한 구조물인 데다가 접근할 수 없어서 ‘사판 두안(Saphan Duan)’ 또는 ‘절단된 다리’로 불렸다. 2015년 방콕시 산하의 도시 계획 및 개발부, 쭐랄롱꼰 대학교(Chulalongkorn University)의 쭐라 유니서치(Chula Unisearch) 및 도시 디자인 개발 센터(Urban Design Development Center)는 방콕의 중심가 활성화를 위해 방콕 250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의사 결정 과정에 대중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여러 차례의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라발린 스카이 트레인의 구조물을 강 건너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한 보행로로 만들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를 계기로 지역 주민들은 도보로 강을 건널 수 있는 권리를 요구했다. 지역 주민들은 새로운 공공 녹지 공간의 필요성과 미완성의 꿈으로 남은 라발린 스카이 트레인을 통해 도시를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결과적으로 이 다리는 도시의 선형 공원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됐다. 과거와 현재를 잇다 도시의 중요한 역사 구역 한가운데 절단된 채 남겨진 구조물은 태국의 기념물 메모리얼 브리지(Memorial Bridge) 옆에 있었다. 이 브리지는 차오프라야 강을 가로지르는 최초의 차량용 교량으로 현 태국 왕조의 초대 국왕 라마 1세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으며 사판 푸트(Saphan Phut)로 불린다. 메모리얼 브리지의 여러 요소에서 모티프를 얻어 새 구조물 대신 기존의 구조물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진행했다. CPSP는 메모리얼 브리지의 곡선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해 기존 구조물의 경사면과 방콕의 스카이라인을 조화롭게 만들었다. 한 세기 동안 메모리얼 브리지는 관광객과 시민들이 차오프라야 강이 흐르는 방콕의 전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였다. CPSP에서 바라봤을 때 메모리얼 브리지가 시야의 한 부분에 걸리도록 경관을 조성했다. 보행자들은 메모리얼 브리지의 전경을 감상하며 아룬 사원(Wat Arun), 왓 포(Wat Po), 위차이 프라싯 요새(Wichai Prasit Fort) 등 방콕 기념 엽서에 등장하는 유명 랜드마크를 조망할 수 있다. 차오프라야 강 너머로 방콕의 360도 파노라마 전경을 감상할 수 있어 방콕이란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입체적 보행 경험 CPSP는 다리 양쪽 끝의 공원을 서로 연결한다. 강을 가로지르는 두 도로 사이에 남겨진 8.5m 폭의 공간에 두 개의 엇갈리는 동선을 만들어 공간의 분할을 꾀했다. 동선을 중심으로 분리된 공간의 형태는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산책 등 다양한 속도의 보행 경험을 가능하게 만든다. 안전한 보행 환경을 구축하고, 교통 소음 등 각종 공해를 줄이기 위해 모든 구조물은 양쪽 차도보다 높게 설치했다. 두 방향으로 나뉜 길이 만나는 중간 지점에는 오르내릴 수 있는 언덕과 같은 곡선 지형을 조성해 입체적인 보행로를 만들었다. 보행로에서 다리의 끝점이 보이지 않도록 끝나는 구간에 계단을 조성해 마치 탐험하는 기분이 드는 입체적인 보행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계단식 좌석 공간을 설치해 휴식을 취하거나 각종 공연 및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무대로 활용되도록 했다. 공원에서는 방콕의 역사적인 경관과 현대적인 스카이라인을 모두 감상할 수 있고, 강 위에서 일출과 일몰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단차의 보행로를 통해 선형 공원의 선을 강조하고, 열린 공간을 조성해 보행 환경의 안정성을 높였다. 또한 누구나 안전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승강기, 휠체어 경사로 등 배리어 프리 시설을 설치했다. 한계를 극복하다 40년 동안 방치되고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스카이 레일에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과업이 아니었다. 현장 조사가 어려워 추정에 기반한 설계를 진행해야 했다. 중량 제한으로 인해 토양의 깊이와 추가 구조물 설치는 설계에서 중요한 사안이었다. 두 개의 도로 사이 공간에 자리 잡은 CPSP는 설계뿐만 아니라 시공 과정에서도 양쪽에서 이루어지는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가로막아서는 안 됐다. 시공간의 제약 때문에 프리캐스트 GRC 블록의 모듈 시스템을 이용해 모든 구조물을 설치했다. 덕분에 공기를 줄이고 비용을 절약했다. GRC 블록으로 설치한 벽, 플랜터, 좌석 등은 공원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전체적 보행 경험을 만들어낸다. 바람도 설계에서 주요 고려 요소였다. 토양이 덜 필요하고 바람과 태양에 저항력이 높은 다양한 저관리 식물과 보행과 운전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가지와 형태가 넓게 퍼지지 않는 식물로 식재를 구성했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은 계절에 따라 색을 바꾸며 도시에 새로운 활기를 더할 것이다. 토착종을 식재해 곤충을 위한 미기후와 서식처를 제공하고 도시의 생물 다양성에 기여하고자 했다. 유휴 공간의 재발견 CPSP는 방콕의 첫 번째 팬데믹 봉쇄 시기에 개장했다. 기후위기와 함께 공중 보건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공공 녹지의 필요성과 회복 탄력성을 갖춘 도시의 필요성이 커졌다. 설계를 구현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온갖 역경이 있었지만, 건축가, 엔지니어 등과의 긴밀한 협업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친환경적 도시 환경을 위한 솔루션으로 기존 구조물을 재활용해 시공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CPSP는 보행 편의성을 갖춘 공원으로 도시의 공중 보건과 기후 회복 탄력성에 기여할 것이다. 미완성의 꿈을 완성한 CPSP는 우리의 이웃, 그리고 우리의 환경과 건강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기후 변화, 팬데믹 등 앞으로 닥쳐올 불확실한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려면 한정된 자원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필요가 있다. 버려진 기반 시설 등 도시의 유휴 공간을 재발견해서 활용한다면 더 나은 미래 도시 환경을 구축해 나갈 수 있다. Landscape Architect Kotchakorn Voraakhom Architect Chakdao Navacharoen Project Leader City Planning and Urban DevelopmentDepartment(BMA) / Chula Unisearch, Chulalongkorn University Urban Designer Urban Design DevelopmentCenter(UDDC), Chulalongkorn University Civil Engineer Pisitsak Serklin, Sukkawich Thepchana Structural Engineer Thummanuun Susumphao Project Contractor SGR Enterprise Company LimitedCommunity Participation Cultural Tourism Community Kadi Chin-Klong San Client Bangkok Metropolitan Administration(BMA) Location Bangkok, Thailand Area 3,800m2 Completion 2020 Photograph Landprocess, Panoramic Studio, Stargazer Club 랜드프로세스(Landprocess)는 2011년 꼿차꼰 보아콤(Kotchakorn Voraakhom)이 설립한 방콕의 조경설계사무소다. 땅과 사람의 조화를 꾀해 미래의 불확실한 기후에 대응하며, 옥상 녹화,도시 숲, 습지, 공원과 같이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경관을 보존하고 확장하고자 한다. 대상지와 그곳의 환경, 사람들과 대화하는 과정의 힘을 믿으며 현지 문화와 역사, 땅의 맥락을 존중하는 설계를한다.
    • Landprocess
  • 부천 일루미스테이트 Bucheon Illumistate
    부천 일루미스테이트는 여러 아파트 브랜드가 함께 만든 단지다. 보편적 단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가장 빛나는 곳에서 머물다’라는 콘셉트를 설정했다. 콘셉트를 바탕으로 네 개 블록을 대표하는 세 가지 빛의 보석을 통해 세련되고 여유로운 리조트의 분위기를 담고자 했다. 단지를 하나로 묶는 통일감 있는 경관 대상지는 단차로 인해 생긴 벽면으로 조망이 제한되고, 대규모 단지지만 도로로 인해 공간이 분절된다. 이를 고려한 외부 공간과 중정 형태의 구조로 분리된 공간을 연결하는 계획이 필요했다. 현대적인 풍경의 ‘현대’, 조명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두산’, 여가 활동을 지원하는 ‘코오롱’의 브랜드 정체성을 적절히 살리면서도 서로 잘 어우러지고 일관성이 있는 디자인을 담고자 했다. 1블록은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여가 공간으로, 소규모 단지인 2, 3블록은 통합해 정원으로, 4블록은 숲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숲 공간으로 특화해 조성했다. 사파이어 힐 - 1블록 사파이어 힐은 하늘빛 언덕길을 따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복합 여가형 블록이다. 세 개의 단을 하나로 잇는 블루로드, 소규모 공간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주변 공원과 커뮤니티 시설을 연계한 아웃도어 그라운드를 계획했다. 복합문화공간인 아웃도어 그라운드는 세 종류다. 사파이어 그라운드는 소나무와 높낮이가 다른 세 개의 석가산으로 연출한 입체적 공간이다. 원형 티하우스에 앉아서 석가산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청량함을 즐길 수 있다. 주변에 수형이 아름다운 팽나무를 식재해 숲 경관을 연출했다. 어린이집 근처에는 놀이터 역할을 겸하는 스카이 그라운드를 조성했다.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해 실제 규모보다 두 배 넓은 공간을 쓰는 효과를 내고, 놀이형 셸터를 설치해 어린이 놀이터와 유아 놀이터가 하나의 공간으로 느껴지도록 했다.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는 액티브 그라운드는 순환형 트레이닝 공간과 휴게 시설을 접목한 복합형 운동 공간이다. 운동 시설 주변에 부족한 그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대형 수목을 식재했다. *환경과조경421호(2023년 5월호)수록본 일부 글 라모디자인그룹 사진 유청오 조경 특화설계 라모디자인그룹 시공 현대건설(정한조경/조경사N&C/디자인파크), 두산건설(에코밸리),코오롱글로벌(그린에이드) 발주 계수범박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장: 정진성) 위치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계수·범박동 일원 규모 4,254세대 대지 면적 148,604m2 조경 면적 64,750m2 준공 2023. 2. 라모디자인그룹의 ‘라모’는 랜드스케이프와 모자이크의 합성어(landscape+ mosaics)로 우리의 삶을 채우고 있는 많은 경관의 조각의 조합을 의미한다. 2003년에 설립되어 마스터플랜부터 조경 및 도시계획, 주거 등 다양한 규모와 유형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대지가 들려주는 소소한 속삭임, 사회적 요구, 변화하는 삶을 담아낼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설계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 라모디자인그룹
  • 시화MTV 90호 문화공원 설계공모
    시화MTV는 시화호 북측 간석지에 조성 중인 미래형 복합산업단지로 자연환경과 첨단 산업이 함께 공존하는 단지를 지향한다. 각종 첨단 시설과 물류 시설을 조성해 첨단, 벤처 업종 등 지식 기반 산업을 중심으로 연구 개발, 유통 등을 지원하며 관광, 휴양 등 여가 기능이 더해진 복합단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또한 시화호 수변을 활용한 휴식 공간, 공원 녹지 등으로 쾌적한 도시 환경을 구축해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시화MTV 반달섬 특별계획구역 내에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시화호MTV 90호 문화공원 설계공모’를 진행했다. 이 특별계획구역에 레지던스, 상업 시설 등 다양한 여가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상지는 사석 호안으로 둘러싸인 폭이 좁고 긴 형태의 수공간이다. 시화호의 조력 발전에 따라 수위가 변하며, 수위가 낮아지면 펄이 드러난다. 남측으로는 연결 녹지, 상업 시설, 반달섬공원(문화공원)이 인접하며 북측은 경관 녹지와 연결된다. 공모 목표는 대상지의 특별한 지형 조건을 활용해 차별화된 녹지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시민들이 일상적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인근의 반달섬 특별계획구역의 개발 방향 및 주변 지역과 기능, 경관 측면에서 조화를 이루는 계획이 요구됐다. 모든 시설물은 휴먼 스케일을 고려해야 하며, 야간 경관을 위한 조명 계획도 제시해야 했다. 이를 통해 아름답고 세련된 도시 경관을 연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다. 대상지는 갯벌을 매립한 지역이기 때문에 경제성과 공사 기간을 고려한 합리적인 매립 방법을 제안하되, 매립 시 연약 지반 처리 계획을 포함해야 했다. 수공간 계획 시에는 시화호 및 대상지 수위의 변동 폭과 주기, 대상지 내부의 퇴적 및 준설 필요 여부, 물의 염분 및 수질 등을 고려해야 하고, 수질 및 수량의 지속적인 유지 관리가 요구됐다. 대상지 내 모든 시설과 동선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했다. 재해, 범죄, 사고 등으로부터 안전하도록 동선을 구성하고, 구조적 안정성이 확보된 시설물을 설치해야 했다. 대상지와 인근 도로 간의 단차를 활용해 입체적 공간으로 조성하되,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이용자가 안전하게 보행자 진출입로와 차량 동선을 이용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했다. 설계공모는 제한공개공모로 이뤄졌으며, 신화컨설팅+동일기술공사의 ‘얼라이브 파크: 3 프롬나드’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2등작은 본시구도+그람디자인의 ‘상호적인 경계’가 차지했다. 3등작은 HLD의 ‘어반 프리즘파크’, 4등작은 지오조경기술사사무소의 ‘유연한 풍경’이 수상했다. 당선작은 수위 변화에 따른 다양한 도시 문화 공간을 잘 제시했다. 세 가지 프롬나드를 통해 주변과의 조화를 꾀하고, 타이드 브리지 등으로 동선을 연결하고 부분 매립 공간을 통해 공원의 이용성을 높인 점이 높게 평가됐다. 2등작은 전통 어로 시설 석방렴을 모티프로 한 동심원형태의 설계가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석방렴 조성 계획이 구체적이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3등작은 다양한 그리드로 구분한 특색 있는 프로그램과 짜임새 있게 구성한 내·외부 동선이 높이 평가됐다. 다만 캐스케이드 유지·관리, 식재 기반토 침하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였다. 4등작은 커뮤니티 데크, 스탠드 등 다양한 요소로 공원 내 접근성을 높이고 갯골 등 고유 경관의 회복을 시도한 점이 우수했다. 다만 동일한 재질의 데크로 인한 단조로운 경관이 다소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다. 당선작 얼라이브 파크: 3 프롬나드 Alive Park: 3 Promenade 신화컨설팅+동일기술공사 2등작 상호적인 경계 Interactive Border 본시구도+그람디자인 3등작 어반 프리즘 파크 Urban Prism Park HLD 4등작 유연한 풍경 Serpentine Tidal Park 지오조경기술사사무소 주최 K-water 공간경관처 위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 858번지 남측 일원 면적 16,818m2 방식 제한공개공모 예정 공사비 38억2천만원 설계 용역비 4억2천4백만원 공모 참가자 보상비 4천2백만원 예정 사업 기간 31개월 시상 당선작: 시화MTV 90호 문화공원 설계공모 기본 및 실시설계권 부여 2등작: 1,680만원 3등작: 1,260만원 4등작: 840만원 심사위원 김용석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조경) 박기홍 (K-water 시화사업본부 송산사업단, 조경) 박준원 (K-water 낙동강유역본부 포항권지사, 토목 시공) 박필구 (K-water 한강유역본부 한강사업계획처, 토목 시공) 이시영 (배재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조경)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K-water 공간경관처, 수상팀
  • [시화MTV 90호 문화공원 설계공모] 얼라이브 파크: 3 프롬나드
    새로운 도시 수변 문화 하루 두 번 수변과 갯벌로 바뀌는 대상지의 독특한 수변 경관은 시화호 생태계 회복 지표이며, 시화MTV의 랜드마크 반달섬 특별계획구역을 형태적 ‘섬’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매립으로 만든 녹색 도시공원이 아닌 다양성을 품은 수변에 대한 존중, 수위 변화에 따른 시간적·계절적 경관 변화, 전통 호안 기법의 현대적 해석, 도시 문화와 사람의 소통 등 친수도시의 수변 문화를 담는 새로운 문화공원을 계획했다. 세 개의 프롬나드를 통해 물녘을 품고, 물가로 스며드는 도시 수변 문화를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공원을 제안한다. 물과 도시로 확장되는 그린 프롬나드 사석 호안인 대상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시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수변의 확장을 꾀했다. 도시에서 물가로 이어지는 7개의 정원은 풍부한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7개의 포켓 테라스는 각각 고유한 개성을 가진 도시형 오픈스페이스로 계획했다. 정원과 포켓 테라스가 이어지며 만들어진 수변 프롬나드는 배후의 경관 녹지, 연결 녹지와 연계되어 역동적이고 활기찬 수변 문화 플랫폼을 만드는 틀이 된다. 호안의 일부만 확장하는 계획은 자연에 순응하고, 수변의 경관적 잠재력을 존중하는 동시에 효과적으로 수변을 활용하기 위한 접근법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집약적인 공간 계획은 땅의 장소성을 보전하고 효율적인 공사비 운용을 가능하게 만든다. 물가의 작은 수변 공간들은 도시와 만나 확장되며 사람들이 모이고 즐기는 커다란 수변 문화 플랫폼으로 완성된다. 자연과 일상을 품은 블루 프롬나드 시화호와 연동된 수공간의 잠재력을 활용해 차별화된 세 가지 수경관을 계획했다. 특별계획구역을 연결하는 보행축이 있는 공원의 중앙부를 물과 시민이 함께하는 랜드마크형 도시 친수 경관으로 만들었다. 동측은 자연적인 수위 변화에 따른 풍경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갯벌 원형 경관으로 구성했고, 서측은 수위 조절을 통해 수경관을 오래 유지하고 서정적 물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해안 수변 경관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4개의 보행교는 양측 수변과 도시 보행축을 연결한다. 바닥이 투명한 클리어 브리지와 반달을 형상화한 반달 브리지는 도시 보행축을 연결하는 색다른 보행교로 계획했다. 파빌리온과 정원을 품은 라운지 브리지는 수경관을 조망하는 장소이자 물 위 문화 쉼터가 된다. 수위변화에 따라 모습을 드러냈다가 숨겨지는 타이드 브리지는 갯벌 위에 놓인 예술적 조형물이자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징검다리다. 역동적인 문화 공간, 컬처 프롬나드 7개의 정원과 포켓 테라스를 통한 수변의 확장, 세 가지 특징적 수경관과 4개의 보행교로 만든 수변 공간의 틀은 도시 문화를 품으며 역동적인 워터프런트로 완성된다. 도시의 하루를 품은 일상적 공원 문화뿐만 아니라 일시적 행사와 이벤트도 유연하게 수용해 도시 수변 문화를 만나는 문화 플랫폼이자 다양성이 공존하는 시화MTV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했다. 색다른 풍경을 만나는 수변 전통 정원 호안 조성 기법을 재해석한 디자인과 재료, 다양한 정원과 포켓 테라스들이 어우러진 색다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수변은 사람과 자연, 도시와 문화가 만나는 도시 수변 문화의 중심지이자 독특한 수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시와 수공간을 연결하는 정원과 포켓 테라스는 단조로운 수변에 리듬감을 더하고 시야의 개방과 차단을 통해 작은 수공간에 깊이감을 불어 넣는다. 수위 조절을 통해 일정하게 유지되는 수공간은 도시 속 아름다운 배경이 되는 수변을 보여주며, 미기후를 조절하고 생물 서식처를 제공하는 등 공원을 친환경적 공간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일상의 즐거움을 담는 수변 특별계획구역을 연결하는 중심 보행축과 이어진 수변에는 일상의 즐거움을 담았다. 시민들이 물을 직접 마주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도시형 친수 공간으로 특별계획구역의 중심 공간이 되는 랜드마크형 수공간이다. 투명한 바닥과 반달을 형상화한 아치 형태로 특화한 두 개의 보행교는 이색적이며 즐거운 보행 경험을 제공한다. 캐스케이드를 따라 자연스럽게 물 속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열린 친수 공간은 일상에 즐거움을 더하는 신나는 물놀이장이자, 시화호의 수경관이 이어지는 시각적 효과를 통해 자연과 동화되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감성적 자연을 품은 수변 대상지의 독특한 경관을 보전하고 계절과 수위의 변화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화 고유의 수변 풍경을 예술과 감성의 매체로 활용하는 도시 속 감성 수변 공간을 계획했다. 수위 변화에 따라 하루 두 번 모습을 드러내는 갯벌 위에 소박하게 놓인 징검다리 타이드 브리지는 서정적 물가 풍경을 떠올리는 매개체이자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형물이다. 라운지 브리지, 오픈 테라스 등 물가의 열린 공간은 반짝이는 갯벌과 노을이 지는 수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서정적 감성을 채울 수 있는 장소다.
    • 신화컨설팅, 동일기술공사
  • [시화MTV 90호 문화공원 설계공모] 상호적인 경계
    상호적인 경계 우리가 지향하는 비전인 상호적인 경계interactive border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부분 매립의 공원이다. 반달섬의 경계에 조성되는 90호 문화공원을 통해 반달섬을 섬답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섬다운 장소성을 위해 조수 간만이 그대로 드러나는 수공간을 지닌 공원을 만들고자 했고, 현재 시화호에 물이 드나드는 모습을 그대로 수용하는 부분 매립 방식의 공원을 제안했다. 이는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다루는 방식이다. 자연과 도시가 상호 교류하고 반응하는 경계로서의 공원을 지향한다. 둘째는 물이 만드는 경관이다. 조수 간만의 차는 자연이 만드는 극적인 수경관이다. 만조에는 도시와 풍경이 수면에 담긴다. 물이 빠지며 드러나는 암석과 조형물, 그에 더한 미디어아트 요소가 남북으로 펼쳐진 거대입면의 건축물 사이에서 숨통을 틔어주며, 시민에게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된다. 셋째, 시민이 만드는 풍경이다. 조수 간만의 차에 따라 시민들의 행태가 달라진다. 물이 차오르면 친환경 레저 활동으로 RC 보트 경주를 즐기기도 한다. 조형적으로 배열된 암석과 그에 투사된 조명은 지역 문화를 담아내 주변 상가와 시민이 자발적으로 이벤트와 여가 활동을 하도록 독려한다. 상대적으로 큰 오픈스페이스인 반달섬공원과 대비되는 또 다른 문화공원으로서의 매력을 부여하고자 했다. 문화와 자연, 인문·지역성을 담고자 갯벌의 특성인 갯고랑과 시화호의 생태, 석방렴의 역사성을 모티브로 사용했다. 석방렴 그리고 갯고랑 공원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한 전통 어업 문화인 석방렴을 모티프로 구현된 공원은 시간에 따른 변화, 자연과 사람의 상호 교차와 중첩이 일어나는 공간을 보여준다. 다양한 동심원 형태로 구현된 공원의 주 재료는 호안에 사용되어온 암석들이다. 자연 소재를 인위적으로 쌓되, 수위 변화에 따라 드러나는 모습으로 천연의 풍경에 동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대상지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옛 어촌마을(안산 별망 어촌마을)이 있던 곳이다. 선조의 지혜와 땅의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전통 어업 방식에서 사용한 15물(한물~한조금)의 의미를 계획에 적용했다. 물의 드나듦이 중요한 요소인 만큼, 보행교의 안정성을 위해 최소한의 매립을 진행하고 도시민의 주된 이용 공간은 갯벌의 경계에 배치했다. 전략 물의 변화가 만드는 경관: 시시각각 일어나는 갯벌 수면의 표면적 변화는 공원의 핵심 경관 요소다. 만조 때는 주변의 빛과 풍경을 비추는 거울연못으로 기능하고, 간조 때는 서서히 물이 흘러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이 빠져나가면 수면 아래 숨겨져 있던 암석의 형상이 나타나고 미디어아트와 조명이 어우러진 경관의 변화를 선보이게 된다. 시민들이 만드는 문화 풍경: 반복적인 수위 변화는 공원의 이용 방식에도 다양한 영향을 준다. 조수 간만의 차에 따라 드러나는 공간 규모가 달라지는데,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체험, 관찰, 전시, 놀이 등 여러 행태를 유발하는 다양한 공간을 마련했다. 지역 활성화와 연계성을 고려한 열린 공원: 남북으로 펼쳐진 고층 상업 시설은 선형 연결 녹지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이 지역을 연결할 필요가 있었다. 새로운 공원을 통해 기존 도시 구조를 고려한 보행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여가 공간으로 활용되는 반달섬 일원의 수로형 공공 오픈스페이스의 기능을 강화하고자 했다. 반달섬 공원과 연결 녹지의 프로그램을 고려해 각 공간의 기능을 존중하되 상호보완적이며 독창성을 갖는 열린 공원을 계획했다.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한 수변 공원: 경계부 위주의 공간을 이용하려면 안전사고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보행 약자를 위한 동선 확보, 안전 장치, 수위 변화와 연계된 조명 계획 등을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수변 공원을 계획했다. 회복탄력적 수질 환경을 보여주는 바로미터: 부분 매립 방식으로 드러난 갯고랑은 시화호의 수질과 시화호 전역의 생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생태적이고 쾌적한 해양레저도시를 꿈꾸는 MTV의 지향점과 맞닿아있다. 갯벌에서 보이는 생명체들은 시화호 생태의 상징적 바로미터가 되어준다. 남북 녹지에 더해진 두꺼운 사면의 식생은 비점오염원에 대응할 것이다. *환경과조경421호(2023년 5월호)수록본 일부
    • 본시구도, 그람디자인
  • [시화MTV 90호 문화공원 설계공모] 어반 프리즘 파크
    대상지의 맥락을 살펴보면 주변 도시의 중앙 공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도시 구조상의 환경을 갖고 있다고 말하긴 힘들다. 공모 지침서에 적힌 ‘독특한 공원 대상지 여건을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특색 있으면서도 주변 지역과 조화를 이루는 참신한 공원 조성 아이디어를 도출’하라는 공모 목적을 읽어보면, 이 대상지의 잠재력이 우연히 발견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경우 도시와의 유기적 연결을 얼마나 강력하게 할 것인가가 공원의 쓸모를 좌우한다. 대상지 주변 도시에는 40~50m 간격의 그리드를 따라 대형 상업 시설, 업무 시설, 숙박 시설, 주차 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370m 길이의 대상지에 도시의 그리드를 연장하면, 아홉 개의 룸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문화, 어울림, 도시 활력, 물, 녹음, 놀이와 같은 도시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담을 수 있게 된다. 아홉 개 룸 도시의 그리드를 확장해 만든 아홉 개 룸은 지나치게 광활해 휴면 스케일을 벗어나는 주변 경관과 달리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될 뿐 아니라 다양한 여가 선택지를 제공한다. 공간의 형태는 테라스, 스탠드, 사면 등으로 다양화하고, 잔디, 석재, 목재, 고무칩, 물 등의 바닥재료로 변화를 줬다. 여기에 교목과 관목의 위치와 밀도를 조절하면서 공간의 스케일에도 다양성을 부여했다. 그 결과 열린–잔디–사면, 그늘진–잔디–사면, 관목으로 위요된–잔디–사면, 목재–테라스, 나무 그늘 아래–석재 테라스, 캐노피가 있는–테라스, 잔디–스탠드, 콘크리트–스탠드, 워터–캐스케이드 등과 같이 공간 형태, 재료, 식재 밀도의 조합이 다른 다채로운 공간 유형이 탄생했다. *환경과조경421호(2023년 5월호)수록본 일부
    • HLD
  • [시화MTV 90호 문화공원 설계공모] 유연한 풍경
    흐르는 물의 에너지가 사행meander을 만들어내듯 시화호의 반복되는 밀물과 썰물의 조력 에너지는 갯골과 갯등이 교차되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인접 녹지와 결합한 유연한 곡선serpentine을 형성한다. 회복된 생태 환경과 자연의 에너지는 시화호 갯벌의 고유한 풍경을 만들어내며, 인접 도시 구조와 결합한 워터프런트는 상권 활성화와 함께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사회적 회복탄력성을 도모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조력 에너지에 의한 환경 변화와 갯벌의 잠재력으로부터 감성을 자극할 디자인을 고민했다. 물과 갯벌이 만나고 언덕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선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미학을 느낄 수 있고 일상의 쉼과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는 문화공원인 ‘유연한 풍경’을 제안한다. 세 가지 과제와 비전 현황 분석을 토대로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첫째 설계 지침에서 요구한 필수 시설 조성에 필요한 부대 공사를 실시한다. 둘째 연약한 지반을 고려하고 토공량에 대한 부담을 줄인다. 셋째 수위 변화에 따른 사석 호안의 친수성을 강화하고 생물 다양성을 확장한 다. 한정된 공사비에서 최적의 안을 도출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설계 전략이 필요하다. 갯골 풍경의 유연한 진화를 위한 비전을 세웠다. 수변 문화 활동 공간으로서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 상권과 공동체를 결합한 사회적 공간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기존의 연결 수로 기능과 구조를 느슨하게 하고, 구불구불한 형태의 갯골 생태계로 천이를 유도해 블루 카본과 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제고 한다. 설계 전략과 공간 구조 지역 사회의 참여와 연대를 통한 지속가능한 관리와 협력을 실현하기 위한 설계 전략을 세웠다. 상부(1.5m 레벨)는 인접 지역에서 쉽게 접근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상부의 북측에는 경관 녹지와 연속되는 완만한 선형의 언덕을, 남측에는 상업 시설과 연계한 직선형의 열린 테라스를 조성해 도시와 물, 녹지를 잇는 열린 플랫폼을 만들었다. 하부(-0.5m 레벨)는 사석제의 높이를 일부 낮추고 물과의 접촉면을 확장해 수변 데크를 만들어 다양한 친수 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식재 지반과 갯골, 갯등 염습지의 생물 서식 환경을 개선해 고유의 경관을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공간을 조성했다. *환경과조경421호(2023년 5월호)수록본 일부
    • 지오조경기술사사무소
  • [제도가 만든 도시] 제도, 크기를 정하다 1
    우리는 어떤 크기의 공간에 살고 있는가. 크게는 초중고 학생이 배정되는 범위인 학군, 공공 서비스 시설이 설치되는 기준인 생활권부터 작게는 내 방의 창문 크기, 창문 너머로 마주한 앞 동까지의 거리, 아파트 단지 나무의 굵기, 도로의 연석 높이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 공간의 범위와 그 공간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는 그 길이(높이, 거리, 두께, 너비, 둘레)와 면적의 최소 또는 최대 한계를 규정한 제도를 따른다. 더 넓게 도시 단위를 생각해 보자. 이른바 ‘과학적’ 도시계획은 제도화1된 프로세스로 독립 변수인 인구수를 입력하면 해당 인구가 살아갈 주택용지, 상업용지, 산업용지, 공원 및 녹지로 구성된 도시의 면적을 결정해준다(그림 1). 우리는 ‘제도의 크기’ 에 살고 있다고 하겠다. 대다수의 세부적 크기 기준은 일상 공간의 안전과 최소한의 환경적 쾌적함 등 실용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많은 경우 설계와 시공이 해당 목적을 적정 수준으로 달성했는지 효율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확정적 수치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거주 공간에 최소한의 채광과 통풍을 확보하기 위해 창문 크기를 방 면적의 최소 1/10 이상으로 규정한 것이 그런 예라 하겠다. 그러나 현대 도시 제도가 규정하는 크기의 기준이 ‘과학적으로 계산하여 산출된, 객관적 값’으로 사회적 차원에서 가치 중립적이며 실제 도시 공간에서 공정하게 작동할까?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크기에 관여하는 제도에 대해 다룰 두 차례의 글 중 이번 호에서는 제도가 규정하는 크기 제한의 의미를 곱씹는다. 제도와 크기의 열망 사이: 최저 높이 제한과 최고 높이 제한 더 넓고 더 높은 건물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과 제도가 맺은 관계들을 살펴보자. 1960년대 뉴욕에서 시작된 현대 도시계획의 높이 규제는 가로 공간이나 주거지에서 입체적으로 일정 수준의 공간적 개방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의 높이를 제한한다.2 높이 규제는 시대와 장소, 대상에 따라 절대 높이를 규정하거나 높이에 따라 건물을 뒤로 물리는set-back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행된다. 한국에서도 용도지역별 최고 층수, 가로구역별 최고 높이를 절대적으로 설정하거나, 주거지역에서는 일조를 위해 절대 높이와 각도 기준이 절충된 방식으로 높이를 제한한다(그림 2). 역사유적 주변으로는 시각적 인지와 역사 경관 보존을 위해 주변 건물 높이를 앙각 27도 사선 밑으로 제한하기도 한다. 높이가 아닌 면적에 대해서도 대지 면적을 제한해 옛 도시 조직의 스케일을 유지하기 위한 최대 개발 규모 규제 등이 운영되고 있다. 채광과 통풍 같은 실용적 목적이든 공간의 정성적 가치 구현을 위해서든, 크기에 대한 제도의 관여는 주로 최대와 최고를 설정해 더 넓고 더 높은 건물을 짓고자 하는 사적 열망을 억누르고 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그렇다면 공간 제도는 이렇게 더 큰 규모의 열망을 제한하는 방향으로만 관여할까? 그렇지 않다. 반대로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강제하기도 한다. 주요 도로변을 따라 최저 높이 또는 최저 층수를 설정했던 ‘최저고도지구’나 대지를 일정 규모 미만으로 분할하는 것을 금지하는 건축법 등이 이에 해당한다. 주요 간선도로변과 역세권에서 소규모 인접 대지 간 공동 개발을 권장 또는 강제하여 개발 규모가 커지도록 유도하기도 한다(그림 3). 물론 이러한 최저·최소 규모 규제는 입지가 양호한 도시 내 토지, 즉 도로, 지하철 등 공공 투자의 수혜를 입은 땅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이유에 근거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최저·최소 제도를 특정 간선도로 등 일부 구역에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바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는 크기에 대한 사회적 열망을 제도화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저 높이와 층수를 강제하는 제도는 일제식민지기 도쿄 중심지 주요 가로변에 먼저 적용된 뒤 경성에도 도입된 것이 그 시작이다. 도쿄에서 최저를 규정하는 제도가 운용된 이유와 한국에서 광복 이후에도 이 제도가 존속된 이유는 같다. 지금 기준에서 보자면 초라한 수준인 4층 또는 3층의 최저 높이 규제는 도쿄에서는 근대화를, 서울에서는 전쟁 후 국가 재건과 경제 개발을 주요 노선변 ‘고층화’를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그림 4). 달리 말해 도시가 번영한 결과로 고층화를 이룬 것이 아니라 번영하고자 하는 열망을 특정 영역에서 건물의 높이로 ‘미리’ 보여주고 싶은 목적의 산물이었다. 1960년대 김포가도(김포공항~영등포구청)에 ‘준미관지구’를 지정했던 것이나 1980년대 초,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마포로에 면한 한 켜를 철거하고 재개발을 실행한 사례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3 건물 높이 또는 층수의 최저 한도를 설정하는 ‘최저고도지구’는 2017년에 이르러서야 관련 법에서 완전히 삭제되었다. 전후 1960년대까지는 세종로나 종로와 같은 중심지 주요 도로변에서도 최저 5층이 어려워 4층으로 완화를 해야 할만큼 당시 민간의 자본 규모와 공간 수요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중심지는 물론 변두리 주거지역에도 이미 4~5층 건물이 빼곡한 지 오래인 상황에서 도시의 번영을 상징하는 ‘고층화’라는 애초의 목적은 전혀 유효하지 않다. 그럼에도 서울은 물론 주요 대도시 구도심 여러 곳에 최저고도지구가 지정되어 남아 있었다. 그중 노후 건물을 다시 짓지 못하거나 나대지가 방치되어 최저 층수 규제가 작동하지 않는 곳도 일부 있었다(그림 5). 이미 도시의 번영을 상징할 ‘고층화’가 충분함에도 최저 규제가 저이용 구도심의 개발을 유도할 수단이라는 잘못된 관성이었다고 하겠다. **각주 정리 1. 국토교통부의 ‘지속가능한 신도시 계획기준’, ‘도·시·군 기본계획수립지침’, 법제처의 ‘혁신도시 계획기준’과 ‘기업도시 계획기준’ 등이 이에 해당하며, 주거 밀도 및 주택 유형별 인구 배분 기준을 제시하여 인구수에 근거, 도시의 면적부터 주택의 평형별 세대수까지 산출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2. 높이 규제는 용적률이 도입되기 전까지 도로 등 기반 시설 용량 대비 토지이용 강도를 규제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3. 박일향·전봉희, “1950-1970년대 도시미화를 위한 서울 간선도로변 고층화제도의 사적 고찰”, 『대한건축학회 논문집 - 계획계』 35(10), 2019, pp.41~52. *환경과조경421호(2023년 5월호)수록본 일부 유영수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로재와기오헌에서 건축 실무를 경험했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에서 도시디자인 및 사회과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병행했다. 현재는 인천대학교 도시건축학부에서 법, 제도, 현대 도시 설계 이론, 스튜디오를 가르치고 있다. 건축과 도시를 아우르는 스케일에서 개별적인 공간 현상과 법제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고, 계획과 디자인의 역할을 확장하기 위한 이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 유영수
  • [어떤 디자인 오피스]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조경 본연의 가치를 퍼트리는 구심점
    네 개의 동심원 우리는 안계동 대표 휘하 네 개 오피스가 모인 공동체다.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동심원조경)는 3개 설계실(설계1실, 설계2실, 설계3실)과 동심원건설로 구성된다. 어느 실은 실시설계를 주로 맡고, 어느 실은 계획을 주로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우리는 동심원이란 이름하에 네 개의 회사처럼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본인이 속한 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물론 같은 회사 구성원으로서 함께할 때도 있고, 때론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각 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막내들에게 동심원조경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유연한 1실 강하고 매콤한 멤버들이 모여 있다. 기본구상부터 실시설계, 모델링, 현장 답사 등 설계의 전 과정에서 손발을 맞춰 움직인다. 그냥 이것저것 다 해보면서 정신없이 배우는 중이다. 1실의 매력은 ‘유연함’으로, 다양한 변수에 맞춰 빠르게 대처하고 업무 집중도를 높여 야근을 줄이려 노력한다. 매년 5월 전통 정원 답사를 다니고 있는데, 언젠가 1실의 전통 정원 답사기를 쓰고 싶다. (김혜빈) 섬세한 2실 깐깐하고 까다로운 멤버들이 모여 있다. 작은 실수도 용서되지 않고 높은 완성도를 위해 철저한 검토 과정을 거친다. 디자인도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게 까다롭게 작업해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예리함’과 ‘섬세함’을 무기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팀이다. (이우근) 갓생의 3실 모든 멤버가 ‘갓생’(god+생)을 살고 있다. 설계는 물론이고, 일 외의 시간에서도 열정적으로 저마다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매 프로젝트를 매우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워라밸이 환상적인 팀이다. 높은 업무 집중도와 공간에 대한 열린 사고방식으로 설계를 구현할 수 있고, 갓벽(god+완벽)한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송재안) 동심원건설 동심원건설은 현재 한창 현장에서 바쁘게 시공 중이라 차마 소개 글을 요청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치열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상급자 혹은 각 실에 대한 찬양에 가까운 칭찬을 가급적 배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다들 은연중에 본인이 소속한 실을 최고라 표현했다. 지금까지 100여 명의 직원이 동심원조경을 거쳐 갔고 현재 20년 근속기념 금메달 가진 사람 5명, 10년 근속 기념 황금열쇠(10돈)를 가지고 있는 사람 10명을 포함해 총 25명이 근무 중이다. 회사에 고인물(?)이 좀 많은 편이지만, 우리를 거쳐 간 이들은 조경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설계사무소를 운영하거나 교수로 활동하며 조경 분야에서 한가락 하는 중이다. 동심원의 만듦새 동심원에서 일해요 조경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동심원에서 일해요’라고 말하면 ‘유치원에서 일하세요?’라고 묻지만, 조경하는 사람들은 ‘아, 동심원’이라고 답한다. 회사 역사가 오래됐고, 알려진 작품이 많다 보니 조경계에서는 아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슬쩍 (내가 하지 않았지만) 유명한 프로젝트를 말하며 ‘이런 것도 저희가 했어요’ 하며 약간의 자랑도 가능하다. 유명한 작품이 꽤 있다 보니, 동심원조경이 많은 설계공모에 당선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울숲, 춘천 캠프페이지 등 유명한 당선작들이 있지만, 당선작 개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리도 설계공모에서 숱하게 떨어졌다. 설계공모 당선의 문턱을 기웃거리지만, 우리의 설계에는 약점 아닌 약점이 있다. 화려하지 않고, 기능에 충실하며, 대상지 이외 주변까지 연결하는 실질적 문제에 매달리며 설계를 하지만, 잘 포장(?)하는 것에 약하다. 대신 당선작으로 선정돼서 만들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질적 문제를 거듭 고민하기 때문에 설계공모에서 계획했던 플랜과 최종 플랜이 거의 다르지 않다. 그리고 오래 사랑받는다. 만듦새를 위한 원칙 동심원조경은 설계의 일관된 원칙이 있다. 첫째 지형과 땅이 가진 특성을 꼼꼼하게 읽어내는 땅에 대한 책임감, 둘째 변화하는 삶을 담아내는 진화하는 유연함, 셋째 과도한 디자인과 낭비적 디자인을 경계하는 실용과 절제, 넷째 시공 과정을 이해하고 현장에 적합한 해법과 디테일을 중시하는 실천적 새로움이다. 이런 원칙을 토대로 설계를 진행하다 보니 설계 26년 차인 나도 아직 대표에게 디테일에 대한 검토와 지적을 받는다. 우리의 프로젝트 동심원조경은 지금까지 500여 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단지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가 적을 뿐 대표작은 손에 꼽기가 어려울 정도로 너무 많다. 난지 한강 공원, 서울국제금융센터, 서울시청, 노들섬, 화담숲 2차 설계,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 골프 코스와 빌라, 래미안 신반포팰리스 등 시간과 지면만 주어진다면 계속 늘어놓을 수 있지만 특별히 엄선한 대표작부터 작년에 준공한 최신작까지 시간순으로 살펴본다. 월드컵 평화의공원(2002) 서울 월드컵경기장 대회 시설의 일부로 주변의 난지공원, 하늘공원 등과 차별화된 문화 활동 중심의 도시공원으로 조성했다. 월드컵경기장의 축과 직교하며 호수변을 따라 원호 형태로 조성한 광장에서는 수변음악회, 정원박람회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 율수원(2013) 경상도 사대부가 고헌 고택을 확장, 개축한 전통 한옥 숙박 공간이다. 전통 조경을 제대로 구현해보자는 목표 아래 설계부터 시공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다. 전통 사상과 관습을 토대로 식재 수종을 선정하고 방위에 따라 배식, 전통적 소재와 기법을 사용한 포장, 첨경물 등을 설치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2014)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유기체적 건축물의 형태와 외부 공간이 잘 어울리도록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에 초점을 두었다. 지상에서부터 건축물의 옥상까지 공원의 흐름이 이어진다. 경의선숲길(2015) 경의선 복선화 사업으로 생긴 유휴 철도 부지를 공원화한 선형 공원으로 풍부한 녹음을 제공한다. 도시와 단단하게 연결되어 시민들의 편리한 접근도 가능하다. ‘연트럴파크’라고도 불리는 공원은 활기찬 도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시민 휴식 공간이다. 부산 래미안 장전(2017) 부산에서 드문 평지형 단지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시원하게 뻗은 통경축을 확보한 선형 공원을 조성했다. 구간별로 잔디광장·숲·야외카페·멀티폰드를 설치해 다채로운 여가 활동이 일어나는 일상적 공간으로 만들었다. 성문안 CC 클럽하우스(2022) 2022년 9월 준공했으며 클럽하우스 주변 및 암벽면 설계와 시공을 진행한 현장이다. 깊은 계곡 속 와일드 가든이라는 콘셉트로 건축물과 야트막한 돌산에 둘러싸인 지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계획했다. 우리의 공간 대형 공원 첫 당선작, 서울숲 2000년대 초 밀레니엄 공원 기본계획 및 설계와 평화의 공원 설계를 진행했지만, 대형 공원 설계공모 첫 당선작인 서울숲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다. 2002년 마침 성수동으로 사무실을 옮겼고, 이듬해 설계공모에 당선되며 설계를 진행했다. 꼬맹이 시절이라 설계에 대한 참여는 적었지만 시공 담당자와 친한 덕분에 공사 전 부지를 자주 드나들며 시공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근처에서 일하며 서울숲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봐왔다. 세월이 흐르며 지켜본 서울숲에서는 공간이나 시설의 물리적 변화보다는 사람들의 공원을 활용하는 방법, 문화가 변하는 것이 보인다. 유튜브 영상에서 어떤 댄서가 춤추는 걸 보면서 ‘저거 서울숲에서 찍었네!’ 하며 소릴 질렀다. 아직도 이런 장면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만든 지 20년 훌쩍 넘은 공원이 성수동의 힙한 문화와 함께 하는 모습은 설계자들에게 큰소리칠 기회가 된다. 동심재와 푸르너스 우리만의 특별한 직원 복지도 있다. 하나는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커피다. 원래 동심원조경 사옥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카페로 활용 중인 푸르너스에서 직원들은 하루 한 잔의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점심 식사 후 푸르너스에서 내린 커피를 들고 서울숲을 거쳐 사무실로 돌아오는 건 동심원조경 직원들의 소소한 점심 루틴이다. 다른 하나는 춘천호 근처에 동심원조경 직원들의 휴양소 ‘동심재’가 있다. 직원들은 한 달에 한 번 사용 신청을 할 수 있다. 주말은 언제나 예약이 꽉차기 때문에 잽싼 예약이 필요하다. 필요한 시설은 다 갖춰져 있어, 주변 풍광 아름다워, 사람 없어, 캠핑이 이에 비할까. 꽃놀이, 겨울철 빙어 잡이, 불멍 등 계절별로 모든 종류의 휴식이 가능하다. 게다가 보트를 타거나 낚시도 할 수 있다. 주변 사람의 방해 없이 놀 수 있다 보니 언제나 인기 만점이다.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는 땅이 가지고 있는 힘을 충실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과도한 수사적인 디자인을 경계하고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 삶을 담아내는 설계를 지향한다. 더 나은 삶의 문화를 이끄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 [모던스케이프] 공공의 정원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개막했다. 이번 박람회는 2013년 첫 개최 이후 10여년 만에 이루어진 것인데, 그 사이 정원은 대중에게 상상 이상으로 가까워졌다. 대한민국 국민의 주거가 아파트 일색이 되면서 정원은 그저 중장년의 노스탤지어가 될 것이라 여겼는데, 그 예상 또한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다만 지금의 정원이 과거와 다른 건 개인 주택의 부속 공간을 넘어 대중이 함께 향유하는, 이른바 공공 정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 정원으로 직역할 수 있는 퍼블릭 가든(public garden)은 새로운 용어가 아니며, 도시의 공공 공원(public park)만큼이나 오래된 개념이다. 정원이론가 황주영은 왕실과 귀족 소유의 정원(garden)과 파크가 대중에게 개방되어 공원이라는 도시 시설로 치환되는 과정은 물론, 도시의 다양한 녹지 공간의 발전 양상을 문화사 시선으로 통찰한 바 있다. 스퀘어, 산책로, 공동묘지, 위락 정원 등의 공원·녹지가 도시에 탄생하고 진화하며 궁극에는 근대 도시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장치가 되기까지 그 흐름을 사회와 문화의 콘텍스트로 설명하는 그의 글을 읽고 나면, 정원과 공원이 유럽의 근대화 과정에서 얼마나 복잡하게 분기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유럽의 현상과 형식을 학습하며 도시 근대화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조선은 동아시아의 여느 국가처럼 근대 도시 시설의 이식 과정이 비교적 단순했다. 공원과 공공 정원이 함께 들어왔지만, 우리는 기능과 성격을 구별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식민지기를 맞이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후, 대한제국의 지식인들은 여러 경로로 유럽, 중국, 일본, 미국으로 넘어가 다양한 신문물을 경험했다. 그들은 서구 공원을 방문하고 시민, 자연, 공공, 위생에 관한 생각을 기록으로 남겼다. 더 나아가 서재필, 윤치호 등은 독립협회를 결성하고 독립공원 조성을 시도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계획대로 만들지는 못했다. 이후 단체마저 해체됐기에, 도시 녹지의 성격을 어떻게 규명하고 실천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반면, 외지인은 허락된 구역 안에 곧바로 도시 녹지를 조성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퍼블릭 가든이었다. 1883년 상하이를 거쳐 조선에 입성한 러시아 건축·토목기술자 사바친(Afanasy Ivanovich Seredin-Sabatin, 1860~1921)은 1888년 ‘대한조선인천제물포각국조계지(大朝鮮仁川濟物浦各國租界地)’ 계획도를 작성했고, 러시아인, 독일인, 일본인, 영국인 거류 구역 사이에 퍼블릭 가든을 구획했다. 지금은 자유 ‘공원’이 됐지만 계획 당시 개념과 이름은 퍼블릭 가든이었다. 퍼블릭 가든은 외교관이자 의료선교자였던 미국인 알렌(Horace Newton Allen, 1858~1932)이 작성한 서울 정동의 조계도에도 등장한다. 정동극장 자리에 있던 퍼블릭 가든은 테니스 코트로 사용됐다. 참고문헌 이시카와 미키코 저, 이용태 역, 『도시와 녹지』, 도서출판 현진기획, 2004. 황주영, 『근대적 발명품으로서 도시공원: 19세기 후반 런던과 파리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4. 조선총독부, 『재조선각국거류지평면도(在朝鮮各國居留地平面圖)』, 1911. 인천부, 『인천부사』, 1933. 그림 출처 1. 인천부, 『인천부사』, 1933. *환경과조경421호(2023년 5월호)수록본 일부 박희성은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중 문인정원과 자연미의 관계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역사 연구자들과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면서 근현대 조경으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했다. 대표 저서로 『원림, 경계없는 자연』이 있으며, 최근에는 도시 공원과 근대 정원 아카이빙, 유네스코 세계유산 제도와 운영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