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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9회 올해의 조경인
    학술분야 진양교 _ 홍익대학교 교수 산업분야 김재준 _ 방림이엘씨 대표 정책분야 이강문 _ 한국토지주택공사 도시경관단 단장 특 별 상 조정식 _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본지는 한 해 동안 조경 분야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분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98년부터 본지 독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매년 연말에 ‘올해의 조경인’을 발굴·선정하고 있다. 올해로 20회를 맞이한 ‘올해의 조경인’은 본지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 후 이메일, 팩스, 우편 등을 통해 독자와 관련 단체, 업체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는다. 수상자는 별도의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조경 관련 단체장+역대 올해의 조경인 수상자)’에서 주요 공적을 토대로 선정한다. 제20회 ‘올해의 조경인’은 지난 10월 11일부터 11월 1일까지 후보 추천을 받았으며, 11월 7일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를 개최하여, 최종 수상자로 학술분야에 진양교 교수(홍익대학교), 산업분야에 김재준 대표(방림이엘씨), 정책분야에 이강문 단장(한국토지주택공사 도시경관단), 특별상에 조정식 위원장(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을 선정했다.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에는 김남춘 교수(단국대학교, 15회 특별상), 노영일 대표(예건,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사장, 6회 특별상), 박명권 발행인(환경과조경,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10회 특별상), 서주환 회장(한국조경학회, 경희대학교 교수, 17회 특별상), 신경준 대표(장원조경, 18회 산업분야), 양덕석 처장(K-water 공간환경처, 공공기관조경협의회 회장), 임승빈 원장(환경조경나눔연구원, 7회 학술분야), 홍광표 교수(동국대학교, 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17회 학술분야)가 참여했다. 송년호 특집으로 수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주요 공적과 수상 소감을 들어보았다. 진행 편집부 사진 유청오 디자인 팽선민
    • 편집부
  • 제19회 올해의 조경인상 학술분야 _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배운 게 설계였고, 가르칠 수 있는 게 그것뿐이었다.” 강원대학교에서 4년, 서울시립대학교에서 7년, CA조경기술사사무소를 이끌고 있는 현재에도 홍익대학교 도시건축대학원에서 조경 설계를 가르치고 있는 진양교 교수가 설계 교육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그는 20여 년간 설계를 가르치며 후학 양성에 힘썼고, 『건축의 바깥』(2013), 『기억과 상징으로의 여행』(2010), 『청량리의 공간과 일상』(1998) 등 다양한 저술 활동을 펼쳐 학문적 발전을 도모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는 한국조경학회 편집위원장으로 재임하며, 『한국조경학회지』가 한국연구재단의 우수등재학술지로 선정되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 건축심의위원, 도시·건축공동위원, 공공조경가, 대통령소속국가건축정책위원, 광화문포럼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조경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조경학회지, 우수등재학술지로 선정 1972년에 설립된 한국조경학회는 대한민국 조경을 선도하는 대표 학술 단체로, 조경 분야 연구를 권장하고 격려하기 위해 1973년 10월 『한국조경학회지』를 창간했다. 한국조경학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많은 학회가 학회지를 발간하는데 “학회지 출간은 학회의 주요 활동이며, 학회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 학회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연구재단은 국내 학술지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고자 매년 학술지평가를 진행해 등재후보학술지, 등재학술지, 우수등재학술지를 선정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등재제도 관리지침’(2015)에 따르면 계속 평가(매년 실시)를 통해 등재후보학술지는 등재학술지로, 재인증(3년/5년마다 실시)을 통해 등재학술지는 우수등재학술지로 등급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일정 점수를 얻지 못하면 등재후보학술지에서 탈락하거나 등재후보학술지로 하락하게 되고, 우수등재학술지 역시 재인증을 통과해야만 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제19회 올해의 조경인상 산업분야 _ 김재준 방림이엘씨 대표이사
    “회장 임기 4년이 짧게 느껴졌다.” 김재준 방림이엘씨 대표는 지난 4년 동안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으로서 굵직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그는 조경식재공종 표준하도급계약서 제정, 조경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제정안 마련, 조경식재공사 유지관리비 공사 원가 반영 노력 등 조경 업계의 권익을 대변하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4년의 임기가 짧게 느껴졌다는 말은 그만큼 치열했다는 방증이면서 조경 분야에서 더 큰 그림을 그려가고 싶다는 바람과도 닿아있다. 이런 그가 남긴 발자국은 전환기 조경 분야에 새 기준점으로 회자될 정도로 선명하다. 조경 산업, 소통에서 길을 찾다 김재준 대표의 대표적 업적 중 하나는 서울시 조경식재공사비에 수목 유지관리비용을 반영시킨 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2015년부터 식재 직접공사비 2억 원 이상의 사업에서 식재 후 초기 집중 관리가 필요한 최소 기간인 2년 동안의 유지관리비를 사업비 5% 이내로 책정하고 있다. 이렇게 서울시가 수목 유지관리비용을 반영하게 된 데에는 협의회와 서울시의 ‘푸른서울 상생포럼’(2015년 발족)이 기폭제가 됐다. 협의회와 서울시는 포럼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합의점을 찾아나갔다. 이후 서울시의 사례는 부산시, 울산시, 대구시 등으로 확산됐다.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협의회 운영회의가 도화선이 됐다. 김재준 회장은 16개 광역시도회 대표 회원들과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조경 분야 정책 이슈를 공유하며 대응책을 찾아갔다. 부산과 울산, 대구의 수목 유지관리비용 반영도 이곳에서 공유된 정보로부터 시작됐다. 16개 광역시도회 운영회원들은 회의에서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각 지자체 정책 활동에 참여하며 긍정적 시너지를 내고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제19회 올해의 조경인상 정책분야 _ 이강문 한국토지주택공사 도시경관단 단장
    ‘공공 기관 청렴의 아이콘.’ 제20회 ‘올해의 조경인’ 정책분야 선정 소식을 들은 조경 업계 관계자들이 이강문 단장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인터뷰 자리에서 기자가 전한 말에 이 단장은 쑥스러운 듯 웃었지만, 수상 소식을 들을 때보다 기쁜 기색을 보였다. 최근 5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와중에 1급 처장으로 승진했음에도, 사라진 조경 총괄 부서를 되살리고자 2급 자리인 단장직을 자진한 그다. 이 단장은 이후 1년간 조경 분야에 산적한 여러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이번 수상과 함께 붙은 별명에 대해 그는 “조경 관련 최대 공기업 부서장으로서 노력하는 마음이 전해진 것 같다”며 작은 안도감을 드러냈다. 더불어 “조경 학계와 업계의 파트너로서 더욱 노력하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단 한 건이라도 구제할 것 이강문 단장은 부임 후 연초부터 전략적 계획을 세워 ‘장기미집행공원 특례사업 참여’와 ‘하자제로를 위한 제도 마련’, 새로운 도시 경관 창출을 위한 ‘인문학적 경관방안 수립’, 갑을 관계 개선과 동반 성장을 위한 ‘공정대가 지급’ 등 도시경관단의 ‘처’ 승격을 위해 노력했다. 짧은 기간임에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일을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선제 제도 개선과 LH에서는 최초로 추진하는 사업 등이 내·외부에서 호평을 받자 조심스레 ‘처’ 승격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도시경관단의 처 승격은 LH 조경직의 염원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조경 분야 최대 공기업에 걸맞은 위상을 갖추는 길이란 점에서 조경 분야로서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불과 1~2년 전에 사라졌다가 갓 부활한 부서가 승격되려면 지속적인 성과도 중요하고, 뜸을 들이는 시간도 필요하다. 이 단장은 신규 사업 발굴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과 경관을 담당하는 공원사업부 신설을 통해 조직을 확대하여 처로 승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제19회 올해의 조경인상 특별상 _ 조정식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제20회 ‘올해의 조경인’ 특별상 수상자는 조정식 국토교통위원장이다. 환경ㆍ조경 관련 정책 어젠다를 국회와 정부에 전달하는 소통의 창구로서 역할 했던 공로를 인정받은 것. 국회에서 ‘국토조경 정책 토론회’를 개최해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 설립을 알리고, 도시공원일몰제 해결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조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하기 위한 토론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기여한 것이 선정 이유다. 경기도 시흥을 기반으로 한 4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시흥시을)인 그는 작년 6월 제20대 국회의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직후 “개발과 환경의 조화를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입법 활동을 해왔다”며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삭막한 도시에 자연을 옮겨내는” 조경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흥, 도시공원으로 ‘생명’을 불어넣다 조정식 위원장은 도시공원을 “지역 주민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자연 속의 복합 커뮤니티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고도 성장기 우리 사회는 건설 산업 중심으로 사고하며 도시의 양적 팽창에 매진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 지속가능한 사회,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게 무엇인지 숙고한다면, 그답은 도시공원이다.” 조 위원장의 지역구인 시흥시는 시화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난개발로 인해 주거 환경이 열악했다. “처음 출마했을 때부터, 산업 도시의 여러 문제를 극복하고 보완하기 위해 주요 공약 사업으로 정왕동과 군자동 지역에 다양한 도시공원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해왔다.” 조 위원장이 국회의원으로 첫 발을 내디뎠을 무렵, 군자동에는 제대로 된 공원이 하나도 없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모던 타임즈
    최근 많은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기억의 보존, 역사성 회복, 역사 복원 등의 문구가 흔히 등장한다. 이러한 회복과 재생의 대상 중 개항기부터 일제 식민지기 사이의 근대기에 만들어진 도시 건축과 공간이 적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이 근대기의 도시 공간과 문화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낭만적 환상과 민족주의적 감정이라는 양극단을 막연하게 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의 근대가 구체적으로 어떤 시기에 해당하는지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그러나 개항기부터 일제 식민지기 사이에 우리 사회와 도시 공간이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기차, 증기선, 전기, 사진 등 개항 이후 도입된 문물은 조선 시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유형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여가 생활 혹은 오픈스페이스와 관련해서는 공원이나 유원지, 정원, 박물관과 동‧식물원, 백화점, 극장, 카페, 목욕탕 등이 등장했다. 이 시기에 탄생한 다양한 공간은 기존의 관념과 충돌하기도 했지만, 또 수용되고 새로운 유행을 만들며 우리 사회의 생활 양식을 변화시켰다. 이 시기에 대한 탐사 없이 현재의 도시 공간과 문화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서 공원이 탄생했던 시기를 외면하고 공원법이 만들어지던 1960년대 공원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까? 근대기의 공원에 대한 인식을 살피지 않은 채 그 이후 도시 공원과 공원 문화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다. 그 사이에는 어떤 사회적 변화, 문화적 변동이 있었을까? 최근 국사학이나 건축학 등 몇몇 분야를 중심으로 근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전히 식민지기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이 시기의 평가를 놓고 ‘근대화’와 ‘수탈’ 사이를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최근의 적지 않은 연구는 이 시기 변화를 이끌었던 주체(와 그 의도)가 단일하지 않으며 조선인에게도 민족으로 환원되지 않는 다양한 개인의 삶이 실존했다는 데 주목한다. 고대로부터 문화란 언제나 수입되고 전파되는 것이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이 시기에 등장한 여러 유형의 공간이나 문화 현상을 자생적인지 아니면 이식된 것인지에 따라 옳고 그름의 잣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번 기획에서는 소위 근대라 부르는 시기에 도시 공간에 어떤 변화가 있었고 도시민들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100여 년 전의 삶과 지금 우리의 삶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시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는 여전히 모던 타임즈를 호흡하고 있지 않을까? 기원을 더듬는 일이 바로 오늘을 이해하는 길일 것이다. 진행 김정은, 김모아 디자인 팽선민
  • [모던 타임즈] 왜곡된 근대와 공원의 탄생
    19세기 말, 세계 곳곳에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와 규모의 도시가 출현한다. 이른바 근대 도시라고 규정되는 이 새로운 도시는 도로와 철도, 상하수도, 전기 등의 기반 시설을 바탕으로 자원과 인구를 흡수하여 자본주의 경제를 동력 삼아 성장하였다. 오늘날 도시의 균일성과 보편성도 이러한 도시 성장 방식에 기인한다. 보편성의 측면에서, 공원 역시 근대 도시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도시 시설이다. 그러나 공원은 도시 생성 이후에 불거진 각종 도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고 도시의 생성보다는 도시의 질서 유지에 필요한 일종의 장치였다. 다른 시설과는 시간차를 두고 등장한 공원은 근대의 이미지를 즉물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반反역사성과 공공성, 계몽과 교화, 자유와 민주등의 근대성을 실천하는 공간이었다. 이상이 우리가 근대의 산물로서 이해하고 있는 공원의 요체다. ...(중략)... 박희성은 중국 사대부의 미의식이 어떻게 완성되어 중국 정원 발달에영향을 미쳤는지를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원림, 경계 없는 자연』,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1). 우리엔디자인펌을 거쳐 지금은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에서 동아시아 각국 수도(首都)를 연구하고 있다. 동아시아 전근대 정원 문화와 근대 도시 시설의 도입, 교류, 발전 양상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탐구 중이다. * 환경과조경 354호(2017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 [모던 타임즈] 근대인의 자격, 식물원 소사이어티
    지갑을 열어보니 도서관, 헬스장, 커피숍, 화장품 등 각종 멤버십 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내년이면 식물원 멤버십 카드도 나란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마곡의 ‘서울식물원’에 멤버십 서비스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공립 식물원 중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던가. 이제 막 문을 연 국립백두대간수목원도 멤버십 제도를 갖추고 있지 않다. 약 4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영국의 위즐리 가든Wisley Garden, 개원 1년도 안 되어 2만5천여 명의 회원을 모집한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와 비교해 볼 때, 우리 주변에는 식물원 방문객은 있으나 후원자와 지지자는 보이지 않는다. 김정화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우리엔디자인펌, 조경설계 서안, 서안알앤디 디자인에서 설계 실무를 거쳤다. 2017년 서울대학교에서 우리나라 식물원의 역사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취미, 교육, 위생과 근대기 정원 및 공원의 관계를 드러내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4호(2017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 김정화[email protected] /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 [모던 타임즈] 기차를 타고 도착한 또 다른 세계 유원지의 수용과 여가 문화의 조직
    일상을 떠나, 환상을 찾아 지난 여름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한강몽땅축제의 일환으로 ‘잠수교 바캉스’란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한강 잠수교에 대형 모래사장을 만들어 선베드와 파라솔을 비치하고 대형 워터 슬라이드도 설치해 도심 속에서 바캉스를 즐기도록 기획된 이벤트다. 특히 워터파크에서나 볼법한 워터 슬라이드의 존재는 좀 더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최근 공공 공간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집중호우 등의 이유로 행사는 취소됐지만 ‘한강의 백사장’ 아이디어는 서울 시민의 낭만과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파리 센 강에서 매년 펼쳐지는 행사인 ‘파리 플라주Paris Plage’를 벤치마킹했다지만 불과 4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강에 펼쳐져 있던 백사장은 서민들의 놀이터였다. 특히 뚝섬의 백사장이 인기 있었는데, 1940년대 후반에서야 서울에 편입된 이곳은 일제 식민지기부터 서울 시민들이 바람 쐬러 가는 교외의 유원지였다. 이제 한강은 서울 한복판을 흐르고 있지만, 한강에 모래사장을 만드는 축제는 일시적이나마 복잡하고 고단한 도시의 삶을 벗어나 근사한 해변에 와 있는 듯한 환상을 선사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4호(2017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 [모던 타임즈] 일제 식민지기 풍경 사진의 속내 자연과 인물을 배치하는 방식에 대하여
    일제 식민지기의 포토몽타주 한 장의 이미지. 일제 식민지기에 외국인 관광객, 주로 일본인 관광객에게 판매된 그림엽서로, 경성의 탑골공원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전경에는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걸친 남자가 쪼그려 앉아 공원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 중경에는 한 사내아이가 동생으로 보이는 갓난아이를 포대기로 싸 업은 채 카메라 렌즈가 위치한 우리 쪽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며, 그 뒤편으로 육각당과 원각사지 십층석탑 그리고 그것을 구경하는 조선인들이 배치되어 있다. 우리의 눈은 공들여 채색된 탑골공원의 초창기 풍경에 한동안 머물지만 이내 시선은 엽서에서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전경의 남자에게 되돌아온다.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가슴 아래로 주위 배경 이미지가 잘려 나가 남자가 도드라져 보이고, 이 때문인지 뒤편에 펼쳐진 프레임된 공원 풍경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것처럼 느껴진다. 남자 사진을 공원 이미지 위에 덧붙인 것인지 한 사진에서 남자가 위치한 자리의 배경만을 오려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어떠한 경우든 이 엽서의 제작자는 공원 풍경과 그것을 바라보는 인물을 분리시키고 있다. 말하자면 이 이미지는 여러 사진 재료를 조립해 만들어가는 포토몽타주photomontage와 흡사하다. 식민지기의 시각 문화에 등장하는 포토몽타주, 이 기법의 효과와 의도는 무엇인가. ...(중략)...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 역사와 이론, 비평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고찰하면서 현대 조경 설계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20세기 전후의 우리나라 조경사를 보다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조경비평 봄’의 회원으로도 활동한다. * 환경과조경 354호(2017년 10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