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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올해의 조경인
The 21th Landscape Architects of the Year
본지는 한 해 동안 조경 분야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분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98년부터 본지 독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매년 연말에 ‘올해의 조경인’을 발굴·선정하고 있다. ‘올해의 조경인’은 본지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 후 이메일, 팩스 등을 통해 독자와 관련 단체, 기관, 업체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고, 수상자는 별도의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조경 관련 단체장+역대 올해의 조경인 수상자+본지 자문위원)’에서 주요 공적을 토대로 선정한다.
올해로 21회를 맞이한 ‘올해의 조경인’은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학술·산업·정책·특별상 등 4개 부문에 걸쳐 관련 단체 및 독자의 추천을 받아 해마다 네 명의 ‘올해의 조경인’을 선정했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단 한 명의 ‘올해의 조경인’을 선정하여 그 공적을 더욱 뜻 깊게 기리고자 했다. ‘제21회 올해의 조경인’은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8일까지 후보 추천을 받았으며, 11월 13일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를 개최하여, 최종 수상자로 최종필 회장(한국조경협회)을 선정하였다.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에는 박명권 발행인(『환경과조경』,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10회 특별상), 오순환 회장(올조회, 11회 정책분야), 임승빈 원장(환경조경나눔연구원, 전 한국조경학회장, 7회 학술분야), 조세환 명예교수(한양대학교, 전 한국조경학회장, 13회 학술분야), 한승호 대표(한설그린, 전 인공지반녹화협회 회장, 6회 산업분야)가 참여했다. 송년호 특집으로 수상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주요 공적과 수상 소감을 들어보았다.
진행 편집부 사진 유청오 디자인 팽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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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올해의 조경인 _ 최종필 한국조경협회 회장
The 21th Landscape Architects Award of the Year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한편으로는 혼자가 아닌 한국조경협회 운영진과 함께 이루어낸 결실이기에, 이 영광을 공유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고 미안하다.” (사)한국조경협회(구 한국조경사회)회장으로서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최종필 회장은 겸손한 수상 소감을 전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2017년 한국조경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조경 감리 제도를 개선하는 데 힘써 왔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조경감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청원서 모집을 진행하고, 6월에는 ‘조경감리자 간담회’를 개최해 조경감리 법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량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조경 공사업의 권익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조경인으로 선정되었다. 최근에는 ‘조경문화제’의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국민들에게조경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알리는 데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경감리 제도개선을 고민하다
“감리 제도란 건설 공사가 관계 법령이나 기준, 설계도서 등에 따라 적정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이를 관리하고 시공관리·품질관리·안전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는 건설사업관리 업무다. ‘건축법’, ‘건축사법’, ‘주택법’, ‘건설기술진흥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부실 공사를 근원적으로 방지하고, 품질 향상과 공공 복리 증진, 국민 경제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시행한다.”1토목이나 건축의 경우 감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무소가 있을 뿐 아니라 설계, 시공과 더불어 감리가 주요 업종 중 하나다. 반면 조경은 감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무소가 거의 없으며, 몇몇 종합 엔지니어링 사무소가 감리단을 두어 조경감리를 수행하고 있지만 일감이 부족해고용 환경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유독 조경감리 분야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부실한 제도 탓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건설 업종은 토목공사업, 건축공사업, 산업환경설비공사업, 조경공사업으로 구분되며,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총공사비가 200억 원 이상인 건설 공사는 공사 분야별 감리원이 감리를 시행해야 한다. 공동 주택의 경우 300세대 이상의 규모일 때 감리를 시행하게 되어 있는데, 하위 법령인 ‘주택법’에서는 조금 다른 기준을 발견할수 있다. ‘주택건설공사 감리자지정기준’에서 1,500세대 이상의 공동 주택의 경우에만 조경감리원을 배치하고 있는데, 하위 법령인 ‘주택법’에서는 조금 다른 기준을 발견할 수 있다. ‘주택건설공사 감리자지정기준’에서 1,500세대 이상의 공동 주택의 경우에만 조경감리원을 배치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중략)...
각주 1. (사)한국조경협회 ‘조경감리 제도개선 청원문’ 참조
* 환경과조경 368호(2018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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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젊은 조경가
The 1st Young Landscape Architects Award
본지는 ‘한국 조경의 내일을 설계하는 젊은 조경가’를 발굴하여 그들의 작품과 생각을 널리 알리고자, 2018년을 마무리하며 ‘젊은 조경가’ 공모를 새로 제정했다. 참가 대상은 만 45세 이하의 조경가로 ‘올해의 조경인’과 달리 공모 방식을 택했다. 본지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 후 10월 29일부터 11월 8일까지 지원서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를 접수 받았고, 11월 13일에 ‘젊은 조경가 선정위원회’를 개최하여, 김호윤(조경설계 호원 소장)과 이호영·이해인(HLD 소장)을 ‘제1회 젊은 조경가’ 최종 수상자로 선정했다. ‘젊은 조경가 선정위원회’에는 노환기 대표(조경설계 비욘드, 한국조경협회 차기 회장), 박명권 발행인(『환경과조경』,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 『환경과조경』 편집주간), 최원만 회장(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신화컨설팅 대표)이 참여했다.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과 인터뷰, 주요 작품 등은 다가오는 2019년 1월호(김호윤)와 2월호(이호영·이해인)특집 지면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할 예정이어서, 이번 호에는 선정 결과만을 소개한다. 참고로, 조경가 김호윤, 이호영·이해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는 ‘토크쇼’는 2019년 2월 28일(목)에 개최될 예정이다.
진행 편집부 사진 유청오 디자인 팽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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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젊은 조경가 _ 김호윤
The 1st Young Landscape Architects Award
김호윤은 청주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를 받았다. 기술사사무소 아텍과 삼성에버랜드 디자인 그룹에서 조경가로서 영업, 설계, 공사의 관계를 조율하며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이후 조경설계 호원을 설립·운영하며 설계 대상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을 통해 현실 조경과 이상 조경 간의 간극을 좁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howondesign.com
*월간 『환경과조경』 2019년 1월호는 ‘조경가 김호윤’ 특집으로 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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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젊은 조경가 _ 이호영·이해인
The 1st Young Landscape Architects Award
이호영은 고려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으며, 조경설계 서안, 미국 에이컴AECOM, 오피스 maoffice ma에서 조경과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해인은 서울대학교와 UC 버클리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하버드 GSD에서 조경 설계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에이컴과 파퓰러스POPULOUS의 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다양한 조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HLD는 이들이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로, 광범위한 분석과 접근 방법을 통해 대상지의 공간적 가치를 향상시키고, 그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인문·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법을 제공한다. www.hldgroup.net
*월간 『환경과조경』 2019년 2월호는 ‘조경가 이호영·이해인’ 특집으로 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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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느슨한 연대를 실천하다
다른 방식의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뭉치면 산다’를 지향하지 않는다. 전체를 위해 개체가 연합하는 형식이 아니다. 공통의 지향 혹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함께 연대하지만 각자의 활동은 존중된다. 기존의 영역이나 기성의 틀에 얽매이기보다 유연하게 경계를 넘나들며 실천적으로 협력한다.
이번 호『 환경과조경』은 조경의 경계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따로 또 같이’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그룹을 소개한다. 최근의 이러한 움직임은 전통적인 회사, 협회나 단체, 그리고 미디어와는 다른 역할과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느슨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연대하고 있는 이들의 비전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진행 김정은, 김모아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각 그룹
1. 꽃길사이
2. 빅바이스몰
3. 얼라이브어스
4. 자연감각
5. 정원사친구들
6. 조경이상
7. 팀 동산바치
8. 하루순
대안적 그룹에게 던진 공통 질문
1. 그룹을 만들게 된 계기 혹은 이유
2. 지금의 구성원들과 함께 하게 된 이유
3. 그간 해온 일들
4. 앞으로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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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꽃길사이
따로 또 같이, 느슨한 연대를 실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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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퇴사 후,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을 찾고 있던 이동복 디렉터의 눈에 팟캐스트라는 매체가 들어 왔다. 평소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팟캐스트를 즐겨 듣던 그는 문득 조경 관련 팟캐스트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아직 국내에는 조경을 다루는 팟캐스트가 없었다. 조경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경 전공자나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쉽게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팟캐스트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고 기획안 작성에 돌입했다.
녹음 장소 대여, 대본 작성, 녹음, 편집 등은 혼자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 관계가 넓지 않을 뿐더러 첫 회 초대 손님으로 누구를 섭외해야 하는지도 걱정이 됐다. 혼자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재미까지 없을 것 같아 지속해서 함께 할 고정 패널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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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이라는 주제로 한두 시간가량 방송을 이어나가려면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구성원을 찾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윤호준(이하 윤팀)을 소개 받았다. 윤팀과 첫 만남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조경인들이 경관, 정원, 생태 복원, 환경 계획, 도시재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대중은 나무를 심는 분야 정도로만 알고 있어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렇게 윤팀이 꽃길사이의 일원이 되었다.
인터넷 방송 인기의 절반은 재미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듯이 진지한 이야기보다 재미가 있는 방송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을 잘하고 재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회사에 다닐 때 제이드가든 수목원의 가드닝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때 교육 담당자가 노회은 과장(이하 가드노)이었다. 교육 진행도 잘 할 뿐만 아니라 유머와 재치를 겸비한 분이라 생각했다. 방송 출연 경험도 있기에 고정 패널 자리의 적임자라 생각했고, 가드노는 평소 팟캐스트에 흥미가 있었고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며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가드노는 애드리브 능력이 좋고 방송 중에 웃음이 끊이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팬이 많다.
마지막으로 학생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초대 손님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윤팀이 박혜진 학생(이하 혜진양)을 섭외해주었고, 오랑쥬리의 주례민 대표를 초대한 2회 방송 녹음에 혜진양이 처음 참여했다. 본래 매회 학생 초대 손님을 새로 섭외하려 했지만, 혜진양이 방송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 고정 패널로 합류시켰고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중략)...
* 환경과조경 361호(2018년 5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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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빅바이스몰
따로 또 같이, 느슨한 연대를 실천하다
‘빅바이스몰(Big by Small)’은 ‘사단법인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도시연대) 커뮤니티디자인센터의 크고 작은 작업에서 맺은 인연으로 시작되었다. 이 인연의 연장선상에서 여러 가지 작은 공동 작업과 생각의 공유를 지나 현재 공통의 미래상을 갖게 되었다. 작은 만남의 연결로 오늘의 관계에 이른 그룹 구성 자체가 빅바이스몰의 다른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건축, 도시설계, 조경, 커뮤니티 디자인 등 각자 다른 배경과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도시의 미래를 함께 꿈꾸고자 2015년 ‘노들꿈섬 운영구상(1차) 공모’를 통해 모이게 되었다. 작업을 시작할 즈음 김연금과 문정석은 대한민국 서울의 프로젝트 최일선에서 땀을 훔치고 있었고, 박혜리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도시설계사무소에 근무 중이었으며, 박영석은 독일 뮌헨에서 학업을 잇고 있었다. 노들꿈섬 운영구상 공모 준비를 위해 8,000km, 7시간의 시차를 넘어, 매일 같이 인터넷 화상 회의를 하고 인스턴트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처럼 공간적 한계를 넘어 1차 공모에 당선되었고, 이어진 ‘노들꿈섬 운영계획·시설구상(2차) 공모’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얻은 유무형의 자산을 어떻게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도시’로 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1호(2018년 5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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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얼라이브어스
따로 또 같이, 느슨한 연대를 실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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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으로는 선택적 지인들의 모임이고, 각 개인에게는 상호 수요를 바탕으로 한 호혜적 연합이며, 그룹 전체는 구성원 각자가 지향하는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공통 브랜드로 구축되었다. 따라서 물리적 나이보다는 서로의 가치관과 생활 습관의 유사함을 더 중요시하며, 완결성 높은 독립적 개인보다는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그래서 재능의 교류와 보완이 필요한 사람들이 더 어울리는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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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보완 가능한 다양한 탤런트의 조합-강한솔(어바니즘과 조경) + 김태경(현대적 가드닝) + 나성진(컴퓨테이셔널 디자인) + 오승환(건축 설계와 시공)-이 새로운 스타 건축가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지금 시대에 더 어울리는 대응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대부분의 디자인 소스는 공개됐고 정보의 접근성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졌으며, 교육 기회와 문화의 불균등에 기인한 지역성(locality)도 그 의미가 약해졌다. 우리 세대도 경험했다. OMA와 JCFO 같은 회사가 새로운 이념과 디자인 스타일을 경쟁적으로 내보이던 그 재미있던 시대를. 하지만 (아마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느끼고 있다. 세계대전과 전후 진보의 시대를 이미 두 번이나 겪었고, 냉전과 이념의 시대도 희미해졌으며, 포스트모던에 대한 문화적 기대감도 소원해졌다. 심각한 건축 담론보다 비아르케 잉엘스(Bjarke Ingels)의 인스타그램(Instagram)이 더 즐겨 소비되는 시대다.
소재는 고갈됐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이 복잡한 도시에 대응 가능한 ‘완결성’을 한 명의 개인이 달성하기 어려워졌다고 생각하게 돼 버렸다. 그보다는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의 능력을 높이는 것이, 1990년대식 보물찾기보다는 전문가의 협업을 통한 디자인의 진보를 기대하는 것이, 우리 시대를 직시하는 나름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얘기다. 따라서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자각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우선되었다. 그리고 내가 이 그룹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나를 제외한 다른 구성원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방식과 관계로 함께 상생(相生)하고 상승(上昇)할 수 있는지. 어려운 인과론적 고민이 잇달았다....(중략)...
* 환경과조경 361호(2018년 5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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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자연감각
따로 또 같이, 느슨한 연대를 실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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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던 조경가 세 명이 모이게 된 건 우연이었다. 김대희와 백종현은 하버드 GSD에서 함께 공부했지만, 졸업 이후 활동하는 나라가 달라지면서 연락이 뜸해졌다. 최재혁 역시 백종현과 선후배 사이지만 주 무대가 달랐기에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중 2016년 겨울 동문 모임에서 김대희와 백종현이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날 둘은 조경, 건축 등 공간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그룹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눴고, 2017년 봄 이번에는 백종현이 한강예술공원에 한강예술쉼터를 조성하고 있던 최재혁과 마주했다. 때마침 최재혁과 김대희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그룹에 대한 가벼운 대화는 진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이후 셋은 더 길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2017년 여름 각자의 일을 존중하며 때로는 함께 자연을 만들어가는 그룹 ‘자연감각’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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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조경가가 함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서로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걸어온 길이 다르기에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었고, 기질과 성향이 다르기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시선으로 새로움을 모색할 수 있었다. 서로 ‘존중’하는 서로 ‘다름’을 하나의 선택과 실천으로 모으는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그때 발생하는 많은 자극과 경험이 차곡차곡 축적되어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또한 다양한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동력이 되어, 조경을 전공했지만 관심사가 각기 다른 사람이 자연감각에 모이기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조경가, 건축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협업했고, 기존 조경의 범위를 확장해 공간 기획 및 운영, 인테리어 및 플랜테리어, 제품 및 서비스 기획 등의 영역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각자의 일은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이전과 다른 점은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응원하며, 따로 또 같이 일한다는 점이다. 익숙함과 신선함이 교차하고, 때로는 하나의 회사이며, 때로는 유연하고 모호한 그룹이라 지루하지 않다. 재미가 있다. 자연감각은 여전히 서로 다름에 귀 기울이며, 동시에 합리적이고 세심하며, 감각적인 자연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인 그룹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1호(2018년 5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