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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15년 6월

정보
출간일 2015년 6월
이매거진 가격 9,000

기사리스트

홍티문화공원
홍티둔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며 ‘도시공원 예술로 부산 홍티둔벙 프로젝트’라는 다소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공원이라는 장소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가들의 작품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지는 부산광역시 사하구의 장림공단 내에 있다. 장림공단은 서부산 지역의 최대 공단인 사상공단과 사하공단에 걸쳐 있는 한 부분이다. 이 공단 내에 공원 부지가 공터로 남겨져 있었다. 앞으로는 낙동강 하구의 홍티포구와 인접해 있고, 뒤쪽으로는 아미산이 배경으로 펼쳐져 있다. 아미산에 올라가면 강과 바다가 만나는 낙동강 하구의 퇴적된 모래톱과 철새, 낙조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공주, 함양, 계룡에서 진행되었던 ‘도시공원 예술로’ 프로젝트가 기존의 공원에서 예술 행위를 기획하고 작품들을 전시했다면, 부산의 경우는 달랐다. 공원 부지는 체육공원으로 인가만 나 있었을 뿐, 실상 인근 공장들의 화물 적치장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이전에는 부재했던 장소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가 되었다. 공단 근로자들이 쉬고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공원이라기보다는, 당시 공사 중이던 홍티아트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는 예술 플랫폼을 제안했다. 프로젝트의 제목은 ‘사구둔벙’이라는 간단한 이름이었는데, 낙동강 하구의 아름다운 모래톱의 이미지를 어떻게 사람들이 땅의 예술을 통해 경험하게 할 수 있을 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사구’란 모래언덕을 뜻하고, 둔벙은 예전에 농사를 짓기 위해 물을 가두어두었던 물웅덩이를 지칭한다. 여기서는 모래언덕을 가두고 있는 사각형의 공간이 된다. 그리고 그 사각형의 공간들 사이에 ‘두렁길’을 두어 사람들이 모래 공간을 여기저기 누빌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본래 의도였던 부산시 및 사하구와 몇 번에 걸친 협의 끝에 사구둔벙의 개념은 잔디와 나무에 둘러싸인 공원의 모습으로 점차 변화되었다. 기획자와 부산시가 프로젝트의 본래 취지나 행정 사항, 실행 방법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하다 보니, 실행과정에서 정작 현재 주민의 삶을 찬찬히 관찰하고 그것들을 공공예술의 영역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이 많이 미흡했다. 올 봄에 프로젝트를 보러 부산에 내려간 평론가들의 일침도 기껏 예쁘게 만든 장소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계절이 바뀌면서 다행히 공원 곳곳에 녹음이 우거지고, 근처의 노동자들이 일과 중 휴식을 취하기 위해 두렁길을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손몽주 작가의 ‘바람의 드로잉’에는 공단 근로자들과 워크숍을 한 결과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지난 늦가을에는 인근 다대포에 거주하는 작가들이 부산문화재단과 함께 ‘SAHA 沙下’전을 시작했다. 크지는 않지만 작은 움직임들이 좀 더 활발하게 홍티둔벙을 채우고 있다. 고립된 입지이기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홍티아트센터가 홍티둔벙을 앞마당처럼 잘 사용하여, 이 프로젝트의 결과는 성공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건축가의 시각을 가진 기획자의 장점은 땅의 가능성을 잘 살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기획자로서 이리저리 이끌려 다니며 부대끼면서 초기의 의도가 변경된다 하더라도, 건축가라는 ‘종’은 일말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건축가가 뛰어난 ‘종’이라서가 아니라, 건축 프로젝트가 건축가를 단련시킨다). 여기서의 가능성은 낙동강 하구의 자연생태계, 아미산 전망대와 이어지는 산책로, 이전에 이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아트팩토리인 다대포의 작가들 그리고 홍티아트센터다. 이 프로젝트는 부산 ‘홍티문화공원’의 공사가 끝나서 완성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기획 장영철·전숙희(와이즈 건축) 조경설계 윤성융(서호엔지니어링) 자문 강영조(동아대학교 조경학과) 시공 대덕조경 예산지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부산광역시 위치 부산광역시 사하구 다대동 1608번지 대지면적 6,787.1m2 건축면적 754.84m2 작품설치면적 5,700m2 완공 2014 장영철은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수학했다. 이로재, 스티븐 홀 아키텍츠(Steven Holl Architects), 라파엘 비뇰리 아키텍츠(Rafael Vinoly Architects)에서 실무를 하고, 현재는 전숙희와 함께 와이즈 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파주 출판단지 마스터플랜 디자인 가이드라인 매뉴얼 작성, 링크드 하이브리드(LinkedHybrid in Beijing), 브루클린 어린이 박물관(Brooklyn Chidren’sMuseum in New York)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전숙희는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린스턴 대학교(Princeton University)에서 수학했다. 이로재, 과스메이 시겔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GwathmeySiegel & Associates Architects)에서 실무를 하고, 현재는 장영철과 함께 와이즈 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웰콤사옥, 3 Trees House, 에반스 레지던스(Evans Residence), 마이애미 현대미술관(Museum ofContemporary Art in Miami) 등에 참여했다. 윤성융은 1975년생으로, 동아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하고 우대기술단조경사업부에서 실무를 시작했다. 중국 베이징 공업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디알에이디자인그룹 베이징사무소를 시작으로 설계사무소를 설립해 현재는 서호엔지니어링의 대표로 베이징, 서울, 부산에 사무실을 열고 활동하고 있다. 이후 동아대학교에서조경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 대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중국 탕산테마파크, 충칭 선녀산 테마파크, 베이징 삼성타워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한국을 비롯한 해외 각지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조경을 통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CODA] 잃어버린 낙원, 원명원
낙원paradise은 ‘여기here’가 아닌 ‘또 다른 세계another world’를 의미한다. 지금 내가 발붙인 곳이 아닌 어딘가 다른 곳을 의미하는 낙원이란 말에는 이미 상실의 정서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니 잃어버린 낙원이란, 우리의 상실감을 자극해 ‘낙원’에 대한 그리움을 한층 애틋하게 만든다. 원명원은 중국의 원림 예술이 이미 무르익었던 명·청 원림의 성과를 집대성한 제왕의 궁원이다. 강희제가 ‘최초 원명원’을 옹정제에게 내려준 이래로, 청나라의 전성기인 소위 ‘강건성세’(강희, 옹정, 건륭 134년에 걸친 시기)를 지나 중국이 서구 열강과 충돌하는 도광제, 함풍제 재위기에 이르기까지 원명원은 끊임없이 조영되었다. 청조의 다섯 황제는 500에이커(약 61만 평)가 넘는 땅 위에 100여 개의 전당과 정자가 이루는 ‘낙원’의 풍경을 창조했다. 그러나 원명원은 1860년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약탈당하고 불살라졌으며, 동치제가 그 일부를 복구했으나 다시 8개국 연합군에 의해 훼손되었다. 중화민국 이래로는 도시화와 현대화에 따른 파괴가 이어졌다. 원명원 약탈은 1970년대 원명원 복원의 움직임이 시작되고서야 비로소 멈추게 된다. 『잃어버린 낙원, 원명원』(도서출판 한숲, 2015)은 지금은 폐허로 남은 원명원을 중국의 원림사와 문화사, 근현대 정치사를 넘나들며 글로 복원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인 왕롱주는 중국에서 태어나 타이완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가르치는 역사학자다. 이 책의 초판은 미국에서 영어로 먼저 출간되었고, 이후 타이페이와 중국에서 중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애초에 저자가 영어로 책을 썼다는 것은 다분히 서구의 독자들을 겨냥한 저술 의도가 있었다고 추측하게 한다. 이 책에는 서구 제국주의에 휘말린 원명원의 운명에 슬픔과 분노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제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물론 역사적 사실의 선택과 배치에서 우리는 저자의 메시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예를들어 화친이 맺어진 날에도 방화가 여전히 계속되었음을 논증한다거나,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원명원을 약탈한 것을 정의의 이름으로 비판했던 빅토르 위고가 원명원의 ‘약탈품’을 소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술하는 장면에서는 서구의 패권주의와 이중적 태도에 대한 냉소를 느낄 수 있다. 서태후(자희 태후)에 대한 기술도 흥미롭다. 함풍제와 서태후의 유명한 로맨스도 원명원에서 시작된다. 청나라를 40년간 지배했던 그녀는 아편전쟁 이후 파괴된 원명원을 재건하려는 욕망을 억누를 수 없었다. 서태후는 군함을 구매하기 위한 자금을 가로채 청의원 보수를 위한 경비로 충당했다. 물론 그녀가 세계사의 거대한 조류 속에서 중국의 운명을 홀로 바꾸기는 어려웠겠지만, 자신의 향락과 원명원에 대한 애정으로 중국을 더 큰 위험에 빠뜨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의 아이러니는 현재 중국의 대표적인 정원으로 이화원을 남겼다. “크게 보면 이화원은 청의원을 보수한 것이지만, 청의원 본래의 설계를 개선하여 모든 건물과 풍경을 극도로 세밀하게 일치시켜 전체적인 공간의 완전성을 추구했다. 정원의 바위는 예술적으로 쌓아올렸고, 그림 같이 자연스런 배경과 시적 상상력을 자아내는 인공 건축은 정교하게 안배했다. 그것이 지금의 이화원이다.” 원명원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욕망과 일상에 대한 묘사는 지금은 없는 이 낙원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원명원이란 문화 유적을 둘러싼 중국 학계의 논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0년대 한껏 고양된 애국심은 원명원의 대대적인 복원에 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과연 복원을 해야 하는지부터 복원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고 합의를 끌어내기 어려웠다. 그때 왕즈리란 인물이 “원명원의 건축 역사에서 설계의 변동은 늘 있었던 일”이라고 일깨우며, 전체 포국은 유지하면서 “낡은 건축을 현재의 필요에 알맞게 리모델링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시대와 생활에 맞게 설계 변동이 있었던 역사 유적이 비단 원명원뿐은 아니리라. 우리도 파괴되고 훼손된 전통 건축을 복원하는 것이 좋은지, 복원한다면 어떤 시점을 원형으로 삼아 복원하는 것이 좋은지, 또 한 시점의 복원을 위해서라면 이후의 역사적 흔적은 없애는 것이 옳은지 늘 논쟁거리다. 원명원의 복원뿐만 아니라 재현의 문제도 떠올랐다. 중국 저장성에 이번 달 실물크기의 복제 원명원, ‘원명신원圓明新園’이 문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이 원명신원이 처음 계획될 당시부터 반대했다는 실제 원명원 측은 “원명원은 문화유산 자원으로 유일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복제가 불가능하다”면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한다.1 원명원을 재현(복제)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홍콩부근의 도시 주하이는 서양루, 구주청안, 방호승경을 모방하여 원명신원을 지었다. 그리고 이 원명신원의 첫해 수입은 1.6억 위안이 넘었다. 이러한 상업적 성공은 새로운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 제왕 궁원을 완전하게 복원할 수 있는가? 아니면 불가능한가” 복원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역사가나 건축가 할 것 없이 모두현대화 속에서 어떻게 본래 유적을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 『잃어버린 낙원, 원명원』의 저자 왕롱주는 강한 목소리로 말한다. “전통 건축과 원림 공예의 최고 수준의 기술은 이미 알 수 없게 되었다. 비록 자금이 충분하면 언제라도 잃어버린 궁원을 다시 세울 수 있지만, 잃어버린 기예는 다시 되찾을 수 없다.” 저자는 원명원 유적 공원이든 복제 원명원이든 상업주의의 위협에 맞서 완전하게 예술적 품위를 재현할 수 없다면 차라리 지금 상태를 온전히 보존할 것을 주장한다. 그것이 역사가인 저자가 제시하는 역사와 대면하는 진정한 방식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도서출판 한숲에서 직접 편집한 첫 번째 단행본이란 의미가 있다. 편집자는 책의 첫 번째 독자다. 지난 몇 달간 원명원이라는 커다란 세계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반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건축물과 사람들의 이름에 편집의 속도를 내지 못하기도 하다가, 원명원이 중국의 근현대사와 맞물리는 부분에서는 원명원의 운명 속으로 빠져들면서 서구의 침탈에 함께 분노하기도 했다. 때로는 중국식 한자의 벽 앞에서 좌절(!)을 느끼기도 했지만, 우리에게도 익숙한 문화의 원형을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책 한 권을 오래도록(?) 붙잡고 있는 느린 편집자를 진득하게 기다려준 디자이너와 편집장님, 번역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지금은 한동안 함께 했던 원고를 인쇄소에 보내놓고, 새로운 독자 품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마치 잠시 맡아 기르며 정붙인 아이를 입양 보내는 심정이랄까. 부디 두루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편집자의 서재] 경관의 미래
여기 이상한 도구를 뒤집어쓰고 있는 우리의 꼬맹이가 있다. 꼬맹이는 지금 굉장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오른손에 설치된 카메라는 개미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을 촬영하고 있으며, 왼손의 카메라는 지면의 풀과 나뭇잎, 작은 모래알 등을 촬영한다. 이 모든 이미지가 한 화면으로 조합되고 꼬맹이의 머리를 덮고 있는 빨간 헬멧으로 전송된다. 조금 전 꼬맹이의 손은 1cm 남짓 움직였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마치 10m를 이동한 것 같다. 굉장히 느린 걸까, 굉장히 빠른 걸까(그림1). 눈속임에 불과할지 모르는 이러한 ‘인지력 확장 기술’이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랜드스케이프…, 그게 도대체 뭐야”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1년 남짓 조경 잡지사에서 근무했다는 놈이 질문 수준하고는….’ 근데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해보자. “이거야!”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답은 많은 사람의 동의를 구할 수 있을까? 그나저나 이 랜드스케이프란 단어, 참 여기저기 잘 붙어 다닌다. 어떤 미드를 보니, (물론 맥락이 참 많이 다르다) 살인 현장을 설명할 때도 이 단어를 쓰더라. 『환경과조경』에서도 이 단어가 등장할 때, 나를 포함한 몇몇이 긴장하기도 한다. 과연 이 단어를 ‘경관’이라고 번역해도 되냐는 문제에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지금 이 책의 제목을 저렇게 번역해 놓아도 될까 싶다. 랜드스케이프든 경관이든 참… 애매~하다.조금 다른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조경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이 “뭐하고 먹고 살지”라는 고민을 내뱉는 이유의 하나가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 4년 (본인 역시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지만) 이 경관이란 것에 뚜렷한 실체가 없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 해당 분야에 대한 접근 자체를 망설이게 된다고나 할까 그러던 중, 제프 마노Geoff Manaugh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다빈 씨, 혹시 아주 미묘하고 오묘한 방식으로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렌즈나 필터, 디바이스, 혹은 중간 다리 격의 도구가 기존의 공간설계(경관 디자인 혹은 조경)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적 있어요?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지 않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말이죠.” 책 속의 여섯 가지 인터뷰에 공원이나 정원 같은 조경의 주요 대상지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우리가 흔히 경관(조경)이라 부르는 눈앞의 공간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떤 ‘물리적 눈’을 가지고 세상을 볼 수 있느냐가 미래의 경관을 구성하는 요소이자 경관의 미래 자체가 될 수 있다. 인지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경이의 디바이스devices of wonder’ 자체가 ‘랜드스케이프’의 범위가 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가 그런 시각적 능력의 변화를 최소 한두 번은 겪게 된다. 갓난아이는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사실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면 처음으로 색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안경 속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훨씬 넒은 화각으로 같은 세상을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다. 이젠 그것도 성에 차지 않는지, 새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싶어 여기저기서 드론을 통해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영화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2008)’에 나온 건물이나 도시 구조를 스캔하는 3D 소나sonar 기술은 ―사실 많이 과장되었지만― 도시 복원과 관련된 몇몇 설계 및 리서치 분야에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조금 더 과장을 해보면, 오실로스코프, 굴절 매체, 지진계, 광학 간섭계 등의 디바이스로 분석된 도시의 모습이 네트워크화 되어 시각적 정보로 재구성되는 가상의 도시 또한 가능하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묻기에 앞서, 이러한 도시에서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을 볼 수 있는가에 앞서 ‘얼마나 볼 수 있느냐’에 그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네덜란드의 텐케이트TenCate 사에서 개발한 지오디텍트GeoDetect 기술은 공간 설계가의 눈이 아닌 ‘경관의 눈’으로 작동하는 ‘생각하는 경관’을 꿈꾸게 한다. 환경에 대한 자발적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이 인텔리전트-지오텍스타일intelligent-geotextile 기술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따라 최적의 공간 및 지형 구조로 자기 자신을 변형시키는 AI 그라운드 플로어의 개발을 예측하게 한다. 내 집 앞 공원이 자체적으로 수북이 쌓인 눈을 털어내고, 폭우에 대처해 최적의 배수로를 구성했다가 다시 당신의 아이가 뛰어 놀 수 있는 잔디 광장으로 되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언젠가 아키텍트를 대신해 AI 경관의 보수를 담당하는 공간 땜장이spatial tinkerer라는 직업이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을 보느냐, 얼마나 볼 수 있느냐를 넘어 최적의 공간만을 보게 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내용이 실제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고, 여기 소개된 내용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주어진 경관에 대한 이해의 차이, 그리고 그 차이를 가져오는 기술과 도구, 디바이스, 건축적 발명들이 가득한 세상. 당신의 눈이 경관의 미래, 나아가 미래의 경관 그 자체인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도시재생 아이디어 공모전
고가산책단은 지난 4월 용산구에 위치한 카페고가에서 두 번의 고가포럼을 열었다. 첫 번째 포럼은 ‘고가를_묻다’란 제목으로 4월 7일부터 9일까지 72시간 연속특별기획으로 치러졌다. 서울역 고가와 관련해 논란이 되는 ‘고가와 노숙인’, ‘고가와 관광’, ‘고가와 교통’, ‘고가와 시민주도 운영 방안’, ‘고가와 사회적 경제’, ‘고가와 남대문, 봉제 산업’이라는 6개 주제로 현실과 대책을 진단하고 지향점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4월 28일 진행된 두 번째 포럼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해 다루었다. 이날은 다양한 분야에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고 연구해온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재개발 지역이 새로 형성된 고소득 계층에 의해 대체되고 원래의 거주민들이 비자발적으로 이주하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역 고가를 보행로로 전환하고 북부역세권 개발이 계획됨에 따라 서울역 일대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생할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공익형 알박기 프로젝트 조경민 대표(고가산책단, 조반장)는 고가산책단이 조사한 지역의 현황을 먼저 소개했다. 서울역 고가 도로와 인접한 중림동은 개발에 대한 욕구를 키워왔다. 특히 2005년 이전에는 부동산 가격이 평당 300~500만 원이었는데, 북부역세권 개발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이후 부동산 가격이 10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개발 사업은 시행되지 않았고,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가 이 지역에서 대거 빠져나갔다. 더 이상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대규모 개발에 대한 욕구가 사라졌다. 이로 인해 최근까지 부동산 매매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으나 서울역 고가란 이슈를 통해 외부에서부터 부동산 시장이움직이고 있다. 고가산책단은 서울역 고가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활동 플랫폼으로서 ‘서울역 7017 프로젝트’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서울역 근처인 용산구 서계동에 거점(카페고가)을 마련했는데, 조 대표는 “학술적 연구가 아닌 지역 문제의 실제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밝혔다. 고가산책단은 서울역 인근 주민이 되어 젠트리피케이션을 극복하는 ‘공익형 알박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서울역 고가 공원화로 우려되는 주변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 이어 젠트리피케이션은 개별 대응으로 풀리지 않는 숙제다. 서울역 고가라는 이슈를 시작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해법을 마련하고 담론이 형성되길 기대한다”며 포럼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홍대, 그 많던 예술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박태원 교수(광운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한 문제 인식’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젠트리피케이션은 지역 불균형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슬럼화된 노후 주택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중산층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나지자체는 정책적 수단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이용하기도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인구 유입을 위한 대책이라는 것인데, 그 수혜자는 과연 누구일까? 젠트리피케이션의 사례로 홍대가 많이 언급된다. 과거 홍대 인근은 예술인들로 넘쳐났다. 예술인들을 찾는 문객이 늘어나면서 상권이 활성화되었는데, 상권이 살아나자 임대료가 인상되어 예술인들은 홍대를 떠나게 되었다. 여러 지역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사람이 유기체처럼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으면 다른 장소와의 경합에서 승리하고 그 곳은 명소가 된다. 홍대의 경우 예술인들이 만든 문화가 지역을 명소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 문화적 산물을 즐기고자 명소를 찾지만, 명소가 되면 그 주역들은 자신들이 가꾼 터전에서 밀려난다. 박 교수는 “그렇다면 오른 땅값은 전부 땅주인의 몫인 걸까”란 물음을 던지며 “고래가 살기 위해서는 플랑크톤이 필요”하듯 어느 한쪽만의 독식으로는 지속가능한 생존이 어렵다고 경계했다. 지난 4월 30일, 서울시가 ‘잠실운동장 도시재생 구상국제공모’를 공고했다. 이번 공모전은 코엑스에서 잠실종합운동장까지 이어지는 지역 일대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개발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대상지는 한강과 탄천을 포함한 잠실종합운동장 주변으로 총 95만m2 규모다. 공모 대상지인 잠실종합운동장은 1984년 완공 이후,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연달아 개최하는 등 대한민국 스포츠사와 서울의 도시 개발사에 있어 상징성과 역사적 의미가 큰 장소다. 한강과 탄천으로 둘러싸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는 도심 속 수변 공간으로서 잠재력이 큰 장소이며, 공항 접근성(김포공항 30분대 직결)이 좋고 철도 교통 요충지(KTX 동북부 연장, GTX 타당성 검사 진행, 신분당선 등)로 점쳐지는 등 교통 인프라 중심지로서의 가능성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잠실종합운동장은 시설이 노후화되어매년 100억 원 규모의 유지·관리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또한 올림픽대로와 탄천 동·서로가 대상지 내외를 단절시켜 시민들이 수변 공간으로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고립된 공간은 대부분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 9월 ‘2030서울플랜’을 발표하고, 역사·문화 도심인 한양 도성, 국제금융 도심인 여의도·영등포와 더불어 삼성역과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포함한 강남을 국제업무 도심으로 설정했다. 2014년 4월에는 이를 구체화하는 ‘서울 경제비전 2030’의 일환으로 수립된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통해 이 일대를 네 가지 핵심 산업(국제업무, MICE1, 스포츠, 문화 및 엔터테인먼트)이 융합된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공모를 통해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의 가치와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도시 미래상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어, 이를 향후 ‘국제교류 복합지구’ 조성에 활용할 것이라 밝혔다. 5월 6일 확정·공고된 ‘잠실운동장 도시재생 구상 국제공모’의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도시·건축·조경·부동산 개발·경영·관광·문화 등에 관련된 전 세계의 모든 개인이나 법인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참가할 수 있다(최대 5인). 공모의 공간적 범위는 한강, 탄천을 포함한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로 필요 시 범위를 확대하고 주변 지역과의 연계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올림픽대로 및 탄천 동·서로 지하화, 동부간선도로 램프와 주차장 이전, 보행 브리지 연결 등을 전제하고 있다. 이번 구상은 잠실종합운동장을 중심으로 코엑스, 탄천, 한강 지역과 적극적인 연계를 유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시설별 계획(안)은 주경기장을 제외한 운동장 시설을 재배치하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여유 공간을 MICE 복합기능 집적지로 사용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주경기장은 그 역사성을 고려해 리모델링을 통한 경관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그 외의 시설은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필수 기능과 그에 따른 각 시설의 최소 규모(야구장: 25,000석 내외, 전시·컨벤션 시설: 전용면적 15,000m2 이상, 수영장: 관중석을 제외한 1급 공인수영장 기능 수행 등)에 따라 새로운 위치로 재배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단, 조성 기간 동안 야구, 수영 등의 체육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서울시는 올림픽도로 지하화에 따라 야구장과 같은 주요 체육 시설이 한강 지역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안은 탄천과 한강을 연결하는 공중 보행로의 도입과 현 야구장과 학생 체육관 부지를 코엑스 일대와 연계한 MICE 복합 기능 집적지로 개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현 예시안의 시설별 위치와 규모 등은 향후 국제공모의 결과와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서 조정될 예정이다. 참가 등록은 6월 2일까지이며(http://www.jamsil-idea.org), 작품 접수는 8월 11일~12일 양일간 진행된다. 시는 9월 1일~2일 양일간의 작품 심사를 통해 9월 4일 당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심사위원단은 구자훈 교수(한양대학교), 닐 커크우드Niall G. Kirkwood 교수(하버드 대학교), 김영준 대표(김영준도시건축),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Alehandro Zaera-Polo 대표(AZPML), 김남춘 교수(단국대학교), 오동훈 교수(서울시립대학교), 롤랑 빌링어RolandVillinger 대표(McKinsey & Company), 김갑성 교수(연세대학교, 예비 심사 위원)로 구성되었다. 서울시는 우수작 3팀(각 1억 원), 가작 5팀(각 3,000만 원)을 선정할 것이라 밝혔으며, 수상 팀이 향후 진행될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리모델링 설계공모’를 추진할 경우 지명초청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시는 공모 결과를 반영해 오는 10월까지 ‘국제교류 복합지구’ 마스터플랜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사업과 관련해 기존 ‘종합무역센터주변지구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2009)’을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변경·확대를 확정했다. 또한 사업 대상지 내 민간 영역 개발 방안으로 도시계획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에서 진행하는 사업 내용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택했으며, 관련된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코엑스 부지 등 민간 부지 사업 추진에 대한 사전 협상이진행 중에 있으며, 지난 13일에는 제7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옛 한전 부지를 이번 사업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확정지었다. 사전 협상에 따른 ‘공공 기여’ 방안과 관련해서는 ‘도시관리계획변경(용도 지역 상향 등)으로 인한 토지가치 상승분 이내’, ‘증가되는 용적률의 6/10에 해당하는 토지면적(제3종일반주거를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 시 40% 내외)’ 등의 공공 기여량에 대한 기준이 정해졌으며, 그 제공 범위, 방법, 제공 시기 등은 아직 조율 중에 있다. ‘국제교류복합지구’의 총 사업 규모는 2조~3조 원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서울역 고가를 넘어올까?
악순환의 고리, 문화백화현상 김남균 회장(맘편히장사하고픈 상인모임)은 ‘문화백화현상’을 소개하며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은 결국 공멸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문화백화현상은 김회장이 제안한 개념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어떤 공간에 예술가들이 이주해 터를 잡는다. 이후 예술인들과 교류하는 사람들이 유입되는데,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 자본이 투입되기 시작한다. 이후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합세하면서 임대료가 올라가며 집값에도 영향을 미쳐 감당하기 어려운 예술가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된다. 프랜차이즈가 상가를 점령하면서 문화의 다양성과 소비의 매력이 떨어져 30대 이상의 구매력 있는 연령층의 이탈이 발생한다. 포화 상태에 이른 상점들은 팔아도 이윤이 남지 않게 되며 프랜차이즈는 철수하고 유동인구는 감소한다. 빈 점포가 늘어나 건물주들의 부도로 이어진다.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상황에 이른다. 김 회장은 법 제도를 보완함으로써 이러한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법은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화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면 일정한 수준의 임대료는 보호되지만 오히려 임대료가 높은 세입자는 보호되지 않는다. 건물주가 바뀔 때 기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는 환산보증금액(보증금+월세×100)이 일정 수준 이하(서울은 4억 원, 수도권과밀억제권역은 3억 원, 광역시는 2억 3천만 원)인 임차인에게만 5년 계약 갱신 요구권을 인정해주었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높은 임대료를 거둬들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개선하는 안을 담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5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개정안은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최초 임차 시기부터 5년간 영업 기간을 보장하는 조항을 넣었다. 또한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지 못하게 손해배상 규정도 추가했다.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수수하는 행위’,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으로 하여금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한 경우’,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에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계약 체결을 거부한 경우’를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 시 임차인은 임대차 종료 후 3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임차인이 방해 행위를 입증하고, 감정평가액 산정과 변호사 선임 비용도 부담하도록 규정해 실제로 권리를 보호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임차인이 다음 임차인을 고를 수 있고, 계약이 끝난 후 2개월간 유예기간을 두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하지만 보호 기간이 5년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과 재건축의 보상 범위가 없다는 맹점이 있다. 김 회장은 이를 두고“최소 법으로 10년은 보호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진 이사(동림피앤디)는 “어떤 규제도 완벽하지 않다”며 규제에 앞서 의식 변화를 위한 캠페인을 제안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여러 도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에 대해 김남균 회장은 “의식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법이 의식을 만들기도 한다”며 법 제도를 정비하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되고, 건물주도 앞에서 언급한 문화백화현상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공동체는 있는가 남기범 교수(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는 “도시의 변화 관점에서 볼 때, 자본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상을 일부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도시재생 전략의 하나로 다양한 마을공동체사업이 시행되고 있는데, 사업의 주역으로 나선 공동체가 부동산 임대료 상승으로 내몰리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런데 남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상이 진짜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졌다. 그에 따르면 폐쇄적이지만 중산층이 오히려 공동체의 형태를 잘 형성하고 있다.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항력을 키우자는 주장들이 제기되지만, 지역 공동체가 그들만의 문화를 도시 전체에 적용하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남 교수의 생각이다. “나만 주장하는 문화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문화를 통한 도시의 경쟁력이 시각적으로나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인정받을 수 있는 형태냐를 따져볼 일이다.” 설재우(서촌지역활동가)는 “지역의 변화가 단순하게 경제적 논리로 변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실 “상인들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기 때문에 쫓겨나는 것”이라며 변화의 맥을 달리 봤다. 그에 따르면 본인의 장사나 활동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나 주변에 주는 피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주변 환경을 돌아보지 않는 상인이나, 친한 사람끼리만 모인 공동체가 그 지역의 주민들과 소통하지 않으면서 이해만을 바란다는 건 모순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상이 되는 공동체 혹은 개인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지역과 정보를 공유하는 최소한의 노력은 하는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꽃(문래동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413)도 지역과의 관계 맺기가 중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보탰다. 건축가 홍윤주(진짜공간)는 문화예술인들이 마을 사람을 쫓아내기도 한다고 지적했는데, 삶터에 대한 배려가 없는 도시에서의 예술을 무조건 ‘선善’이라 규정하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잡히지 않는 해법, 함께 풀어갈 숙제 이날 포럼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많은 이야기오갔는데, 화두를 던지는 정도로 일단 마무리 되었다. 시리즈로 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니 차후 더 많은 담론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여러 관점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몇 가지 대안도 제시되었다. 법 제도의 정비와 캠페인을 통한 인식 제고, 세입자의 지역 사랑, 관계 맺기 등이 문제 해결의 단서가 되었다. 그런데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이나 정부 관계자가 관조하는 입장이 아닌 주체가 되어야 실행 가능성이 보이는 일도 있고, 여러 이해당사자가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는 특정되지 않는다. 연관된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서울역 고가를 매개로 논의를 진행했지만, 이는 고가만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문제다. 유기체로서 도시의 구성원이 함께 풀어갈 숙제다. 고가산책단이 제시할 새로운 모델도 기대된다.
고가 위에서 즐기는 피크닉
서울의 중심부, 고층 빌딩 숲 사이로 노란 파라솔이 펼쳐지고, 차도와 철로 위 지상 17m 높이의 고가에 녹색인조 잔디가 길게 깔렸다. 시민들은 파라솔 아래에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나눠 먹고 몇몇은 선베드에 누워 한낮의 오수를 즐기기도 했다. 잔디 위에서는 DJ가 틀어주는 흥겨운 비트의 음악이 울렸다. 영상 24도의 초여름 날씨에 고가 위에 설치된 커피 매대와 아이스크림 트럭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사갔다. 축제와 같은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피크닉이 벌어졌다. 미리 체험하는 서울역 고가의 미래 지난 5월 10일 서울 중구 서울역 고가 도로에서 서울시가 주최한 서울역 고가 시민 개방 행사 ‘고가에서 봄’이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14년 10월, 44년 만에 보행자에게 개방되었던 첫 번째 시민 개방 행사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었다. 이날 고가에는 폭 6m, 길이 400m의 인조 잔디밭이 조성되고 그늘막, 매트, 의자 등이 비치되어 앞으로 공원으로 조성될 고가의 모습을 시민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연출되었다. 다양한 부대 행사도 마련되었다. 남대문시장 쪽에서 진입하는 구간에는 서울역 주변 지역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한 사진전이 펼쳐져 서울역 고가에 얽힌 역사를 돌아볼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고가 중앙 구간에서는 인디밴드 12팀의 공연이 열려 오가는 사람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또한 전 구간에 총 4개의 ‘할말 부스’를 설치해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과 이날 행사에 대한 소감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시민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었다.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이동 도서관이 고가 위에 올라 왔다. 시민들은 1만 권의 도서를 비치한 이동 도서관에서 햇살을 즐기며 책을 읽는 여유를 만끽했다. 한편, 서울역 고가 아이디어 시민공모전에서 1위를 한 ‘도보환승센터’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도입해 운영하기도 했다. 서울역 고가 주변을 관광 동선으로 만들어 안내자와 함께 걸으며 골목의 역사와 문화를 돌아보는 ‘산책버스’를 두 가지 코스(남산방향, 청파동 방향)로 선보였다. 만리동 초입과 연결되는 구간에서는 금호타이어에서 지원하는 가족 화분 만들기 체험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체험에 참여한 시민들은 한 손에는 꽃 모종을 다른 손에는 삽을 쥐고 저마다 개성 있는 화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서울역 고가의 전 구간은 행사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행사에는 총 4만8천여 명(서울시 추산)의 시민들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1만3천여 명이 다녀간 지난 2014년 첫 개방 행사 때보다 약 3배 이상 많은 인원이다. 12시께 고가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역 고가는 도심 속 새로운 휴식 공간이될 것”이라며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의 긍정적 효과를 홍보했다. 고가 아래에선 ‘불통 시장’ 외쳐 한편 남대문 시장 쪽 고가 아래에서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대한 대규모 반대 시위 집회가 열렸다. 서울 남대문시장 상인회와 중구 일대 주민 약 150여 명이 모여 공원화 사업 반대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소통 시장인 줄 알았더니 불통 시장”이라며 반대 구호를 외쳤다. 이날 반대 시위에 참석한 이충웅 대체도로건설 범시민대책위원장은 “우리의 입장은 제일 먼저 대체 도로를 확보하라는 것”이라며 “대체 도로가 확보되어야지만 지역 경제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고가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은 하루에 약 4만6천여 대로 추산된다. 따라서 고가 도로가 보행자만 통행할 수 있는 공원으로 바뀌면 남대문 시장으로 유입되는 동서간선 차량이 우회할 수밖에 없어 교통체증이 유발되고 이에 따라 손님이 줄어 지역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대문 상인들의 우려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이날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을 빠르게 추진하겠다. 코레일 및 여러 민자 사업자들과 협의해서 대체 도로도 함께 만들겠다”며 새로운 경제 활력을 창출하고 교통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반대하는 상인과 주민들은 박 시장이 등장하자 항의의 표시로 고가도로에서 행진을 하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서울역 고가 행사에 참여한 동대문구 주민 최희금 씨는 “서울역 고가 위에 올라와서 보니 사방이 탁트여 있어서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서울의 중심지인데다가 주변에 역사 깊은 건물과 랜드마크와 연결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아 올 수 있는 도심 휴식처가 될 것 같아 이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았다”면서도 “옆에서 상인들이 시위하는 것을 보고 궁금한 마음도 들었다. 그들이 왜 이 사업에 대해 반대하는지, 사업이 시행되면 얼마만큼의 피해가 생기는지,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이 자리에서 들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행사에 참가한 소감을 말했다.
‘서울 수목원’, 서울역 고가의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다
지난 5월 13일, 서울시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의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4월 27일 기술 심사에 이어 본 심사가 29일 진행되었으며,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심사위원장)를 포함해 국내외 건축·도시·조경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평가에 참여했다. 심사 결과 최종 당선작으로 네덜란드 건축가인 비니 마스Winy Mass(MVRDV)의 ‘서울 수목원The Seoul Arboretum’이 선정되었다. 2, 3등작은 조성룡(조성룡도시건축)의 ‘서울역고가: 모두를 위한 길The Seoul-Yeok-Goga: Walkway for All’과 조민석(매스스터디스)의 ‘흐르는 랜드마크: 통합된하이퍼 콜라주 도시Continuous Landmark: Unified Hyper-Collage City’가 수상했다. 이번 공모전은 국제 지명 초청 공모의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수상작 3팀을 비롯해 후안 헤레로스Juan Herreros(estudio Herreros), 마르틴 라인-카노Martin Rein-Cano(Topotek 1), 창융허Chang Yung Ho(Atelier FCJZ), 진양교(CA 조경기술사사무소) 등 총 7팀이 참가했다. 최종 심사 결과 발표에 앞서 5월 10일에는 산책과 소풍 장소로 서울역 고가를 개방하는 ‘고가에서 봄’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서울역 고가 도로, ‘사람길’을 제안하다 당선작인 비니 마스의 ‘서울 수목원’은 서울역 고가를 대상지 주변 17개의 보행길과 연계된 하나의 공중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설계안을 제안했다. 서울시에 식재되어 있는 수목을 가나다순으로 심고, 그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를 유도해 지역 활성화를 촉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승효상 심사위원장은 “서울역 고가를 넘어선 지역으로 녹색 공간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점과 시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프로세스를 중시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폭 넓은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역 고가의 가장 큰 문제로지적되었던 안전성을 개선하는 데에서 다른 작품보다 높은 디테일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비니 마스는 같은 날 진행된 인터뷰에서 “설계 개념인 수목원은 목적이 아닌 다양한 맥락을 이어주는 도구로 제시한 것으로 파편화된 도시 맥락을 연결하고 그 과정에 시민의 소통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매개체로 기능할 것”이라고 당선작을 설명했다. 2등작인 조성룡의 ‘서울역 고가: 모두를 위한 길’은 고가를 따라 놓인 주요 도시 거점에서 비롯된 7개의 공간(이야기)을 제안하고 이를 기존 고가 위아래로 중첩되며 이어지는 3개의 보행로로 엮어 내겠다는 안을 선보였다. 김영준 MP(김영준도시건축)는 “로컬 디자이너로서 시간에 따른 지형과 서울역 일대의 변화에 대한 리서치와 면밀한 분석 내용이 두드러졌으며, 이를 기반으로 제시한 비용 절감과 운영·관리의 방식이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이 오히려 안전성과 운영·관리라는 근시안적인 필요성만을 충족시키는 다소 소극적인 제안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리서치 내용과 서울역 고가가 갖는 문제에 대한 분석력이 두드러진 것에 비해 최종적으로 제시된 설계안이 구체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3등작인 조민석의 ‘흐르는 랜드마크: 통합된 하이퍼 콜라주 도시’는 서울역 고가의 서쪽 끝부터 동쪽 끝까지 이어지며 8개의 공간 개념(산의 재구축, 환영광장, 평범한 산책길, 흐르는 랜드마크, 도시등불, 도시마당, 3차원 역사 복원, 서울성곽 연결)을 통해 마치 콜라주처럼 각 공간의 경험을 하나의 시퀀스로 이어준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기본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구조 보강과 관련된 내용을 균형감 있게 선별하여 부분적인 고가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유용한 부분만을 활용하자는 안이었다. 김영준 MP는 “7개 작품 중 가장 완결적인 형태를 제안한 안이었다. 서울역 고가의 문제를 구체적인 디자인을 통해 잘 풀어내었으나, 기존 고가의 상당 부분을 철거하거나 변형한다는 점이 역사성을 존중하자는 공모의 의도와 상충되었다”고 전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먼 ‘서울 수목원’ 승효상 심사위원장은 “현재 1등작으로 선정된 비니 마스의 작품도 서울역 고가의 확정적인 미래상이 아니며, 그 모습을 찾기 위한 밑그림으로 기능할 것”이라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프로젝트가 완료될 때까지 지역 주민 설명회, 분야별 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며 당선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라 밝혔다. 덧붙여 “설계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한 후 6월 중으로 비니 마스와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 전했다. 조성일 본부장(서울시 도시안전본부)은 “본격적인 구조 보강작업은 10월부터 시작되고 작업 진행 상황에 따라 구간별로 단계적 시공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향후 사업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덧붙여 “모든 구간을 2017년까지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으며, 2017년 3월까지 전체 사업 대상지 중 일부 구간만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아직 전체 구간의 완공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 당선작 발표에 앞선 지난 5월 7일, 교통 문제 해결과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담은 ‘서울역 일대 종합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구조 보강 작업 시 실시될 교통 통제에 따라 발생할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한 우회경로 확보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시는 동서 간선 도로 보강, 숭례문 서측 교차로 신설 등 주변 16개 교차로에 대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모든 공사는 교통 통제가 이루어지는 시기인 10월 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조본부장은 “교통 개선 계획에 따른 공사가 완료되고 서울경찰청과 교통 통제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면 서울역 고가에 대한 전면 교통 통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시는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을 앞당기는 계획을 통해 서울역 고가 도로의 대체 교량을 건설하는 사업이 최대한 이른 시기에 실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북부 역세권 개발 계획은 서울역 옆 철로 부지에 대형 컨벤션 센터와 호텔 등을 짓는 사업으로, 지난 2008년부터 민간 사업자 공모를 진행했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서울시는 용적률이나 인센티브 등 규제 완화를 통해 빠르면 오는 9월 사업 공모에 나설 계획이라 밝혔다. 하지만 사업자를 찾더라도 ‘서울역 7017 프로젝트’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대체 교량 설치가 어려울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역 7017 프로젝트’는 노후화된 서울역 고가를 녹지·문화·소통의 공간으로 재생하고 쇠퇴한 공간에 활력을 불어 넣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 나가기 위한 시도”라며 이번 공모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날 비니 마스는 “좋은 프로젝트에는 항상 복잡한 상황과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그만큼 잡음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잡음이 더 많은 가능성과 논의를 일으킨다는 것도 분명하다”며 ‘서울 수목원’이 많은 사회적 참여를 유도하는 촉매로 기능하길 기대했다. 그러나 당선작 발표 소식을 들은 일부 시민들은 “사업 계획에 대한 계약을 확정하기에 앞서 얼마나 많은 의견 수렴이 가능할지”, “완공 후 유지·관리비는 어떻게 충당할지”, “서울역 고가 수목원 조성에 따른 교통 체증은 어떻게 해결할지” 등 이번 사업에 대한 의문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본지는 다양한 가능성과 현실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분석하고 향후 ‘서울 수목원’과 서울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슈를 되짚어보고자 『환경과조경』 327호(2015년 7월호)에 지명 초청작 7작품과 비평을 수록할 예정이다.
Waterlicht
‘우주쇼space show’라는 이름의 다양한 천체 현상이 지구인의 눈앞에 펼쳐진다는 뉴스를 간간히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천체 현상은 자주 일어나지도 않고, 관측환경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날씨가 좋아도 한 지점에서 길게는 수 시간, 짧게는 몇 분에 불과한 시간동안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희소성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이유이지 않을까. 지난 2월 말, 네덜란드의 라인Rijn 강과 에이설IJssel 강 사이에 위치한 베스터보르트Westervoort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빛의 쇼가 펼쳐졌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두 시간 반. 4헥타르의 땅에 펼쳐진 물빛이라는 뜻을 가진 푸른빛의 양탄자, ‘바터리히트Waterlicht’가 바로 이번쇼의 주인공이다. 150분의 마법, 바터리히트 바터리히트를 디자인 한 단 로세가르데Daan Roosegaarde(스튜디오 로세가르데 대표)는 “최신 LED 조명 기술이 접목된 빔을 사용하여 사람들에게 가상의 홍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며 “제방 위를 따라 걷다가 방수로 flood channel에 다다르면 마치 심해에 빠져 있는 듯한 느낌에 젖어들 것”이라고 이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바터리히트에 적용된 기술은 기본적으로 ‘스모그 프리파크Smog Free Park’ 프로젝트에 사용했던 방식과 동일한 것으로, 빛이 공기 중의 입자에 부딪혀 산란되는 효과를 발전시킨 것이다. 조명과 날씨 그리고 시간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광대한 대지 위에 펼쳐진 푸른빛은 다수의 LED 조명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중첩시킨 강력한 세기의 빔이 산란된 것이다. 대상지 주변부를 따라 여러 개의 프로젝터를 놓아 기기마다 뿜어내는 빔이 공기 중에서 서로 교차하도록 했다. 프로젝터에 설치된 전동기는 주기적으로 빔의 방향을 변화시켜 이러한 효과가 더욱 배가되도록 했다. 조명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날씨와 시간이었는데, 땅과 수면의 온도 변화에 따라 수증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에 맞춰 빛을 쏘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광경을 볼수 있는 시간은 저녁 7시 반부터 열시까지, 단 두 시간반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 이전은 충분히 어둡지 않고, 그 이후에는 공기 중의 수증기 입자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사회적 디자이너 로세가르데 바터리히트를 만든 로세가르데는 패션에서 건축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디자이너다. 그는 ‘일단 저지르고, 직감을 따를 것Just do it and follow your intuition’이라는 그의 신념처럼 자유분방하고 직관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법과 소재를 적용한 프로젝트를 선보여 왔다. 그럼에도 바터리히트처럼 로세가르데의 작품을 설명할 때 반드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빛’이다. 그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아무런 조명이 없는 도로를 달리는 야간 주행 차를 위한 녹색 빛의 ‘글로잉 라인스Glowing Lines’, 자동차의 움직임에 반응해 빛이 나는 조명을 설치한 ‘스마트 하이웨이Smart Highway’, 오래된 암스테르담 중앙역의 전면부를 무지갯빛 디스플레이로 새롭게 단장한 ‘레인보우 스테이션Rainbow Station’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세련된 빛의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로세가르데는 자신의 작업을 ‘시적 테크놀로지technopoetry’라 부르며,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단순히 예쁜공간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고 말한다. 최첨단 기술의 적용과 인식의 변화라는 두 가지 요소 사이를 오가는 작품을 선보이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가 ‘2015년 네덜란드 100대 친환경 리더’의 5위권에 오르고,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창조적 변화를 이끄는 100대인사’에 선정되기도 한 데에는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공헌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목표 의식이 있다. 그렇다면 이 푸른빛의 양탄자는 어떨까? 대지 예술, 그 이상의 메시지 이번 프로젝트에서 파트너십을 구성한 라인 강과 에이설 강을 관리하는 수자원협회의 헤인 피에페르Hein Pieper 회장은 작년 발간된 OECD 리포트를 언급하며, “네덜란드의 제방 설계와 시공 능력의 수준은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그래서인지 네덜란드 해안가를 둘러싼 제방 너머의 물이 갖고 있는 파괴적인 힘을 인지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대지 예술로서 기획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바닷물을 막고 있는 제방에는 문제가 없다. 국민의 인식 부족이 이러한 홍수 예방 문제에 있어 가장 큰 적”이라며 사람들에게 네덜란드의 상당 부분이 해수면 아래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피부로 느끼게 하고 이러한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물에 잠긴 도시를 경험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단했으며, 바터리히트는 5월 초 이 프로젝트의 국가적 파급력을 눈여겨 본 ING 그룹과 라인 박물관Rijnmuseum의 후원을 받아 암스테르담 박물관 광장Museumplein Amsterdam에 설치되기도 했다. 피에페르 회장은 “물의 예술(제방)에 대한 관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갖는 의의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랐다. 사람들이 하루 동안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정보의 80%이상이 이미지 기반의 시각적인 효과에서 비롯된다고한다. 우주쇼에 등장한 여러 행성과의 눈 마주침이 천문학적 지식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바터리히트는 수천만 원 규모의 광고나 인터넷 배너보다 이러한 직간접적 경험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시네마 스케이프] 버드맨
서울역 고가 현상설계 프레젠테이션 당일 새벽, 최종 발표 자료와 함께 제출할 모델을 마무리 중이다. 한편에서는 모델 사진 촬영을 위해 조명 세팅이 한창이다. 새로 만들 건물과 기존 건물을 어떻게 구분하여 표현할지, 나무는 철사로 만들지 아니면 이쑤시개로 만들지 시험하고 있다. 메이플로 제작된 베이스는 무게도 엄청날 뿐더러 크기도 3m가 넘어서 어떻게 운반할지도 걱정거리였다. 24시간 영업하는 분식집에서 사온 떡볶이를 안주 삼아 맥주를 한 잔 걸치니 지난 몇 달간의 작업이 몇 시간 후면 끝난다는 설렘에 곧 다가올 긴장도 잠시 잊게 되었다. “설마 비 오는 건 아니겠지”라고 누군가 우스갯소리를 한 것 같은데 아침이 되자 거짓말처럼 비가 왔다. 부랴부랴 덮개가 있는 용달차로 변경하고 계획보다 한 시간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고정해서 이동시키기 힘든 고가와 건축물 모델을 미리 포장해서 시청에 먼저 도착했다. 심사장 주변에 화물용 엘리베이터로 올라올 모델 운반 동선을 파악하고 마무리 작업할 공간을 확보해 두었다. 다행히 늦지 않게 모델이 도착했고 막내 스태프는 칼과 본드가 든주사기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찰나에 오래전 잠원동에서 족구하던 막내 시절이 생각났다. 담배 연기로 자욱한 사무실에서 밤새도록 연필 가루와 본드 냄새에 빠져 지내면서 서른 살이 되기 전에 각혈하며 장렬하게 전사할 것 같아 불안하던 시절이었다. 동기들은 ‘조경’하고 있는데 나는 왜 여기서 칼과 본드를 들고 스티로폼을 자르고 창문틀이나 붙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 후로 징그럽게 오랜 시간동안 ‘조경’하며 살게 될지 그 짧았던 시절에는 몰랐다. 이제 심사장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여러명이 힘을 모아 육중한 모델을 옮긴다. 드디어 그동안 들인 노력에 대해 평가 받는 시간이 되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 과정이 중요하다는 판에 박힌 표현이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 과연 적합할까? 누구나 인정받기 원하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고 싶지 않은가. 서영애는 ‘영화 속 경관’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겨레 영화 평론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조경을 제목으로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영화를 삶의 또 다른 챕터로 여긴다. 영화는 경관과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관계 맺는지 보여주며 인문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텍스트라 믿고 있다.
한국조경사회, 다수공급자계약제도 세미나
지난 5월 14일 한국조경사회(회장 황용득)는 ‘조경시설물 디자인 침해 및 다수공급자계약 세미나’를 푸르지오밸리에서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디자인권 보호와 침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만들고, ‘다수공급자계약제도’의 탄력적 운영에 관해 조경계 각 부문의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조달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수공급자계약제도’에 관해서는 설계·시공·자재 등 각 부문의 입장과 개별 기업의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진다. 건강한 조경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세 부문이 고르게 생존·성장해야하며, 이를 위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이번 세미나 참여자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종합토론 시간 플로어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토론회로 끝내지 말고 향후 위원회를 구성해서 실행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적극적인 의견도 개진되었다. 본지는 문제의식을 폭넓게 공유하기 위해 이번 세미나에서 다뤄진 ‘다수공급자계약제도’와관련된 내용을 지면에 옮긴다. MAS의 이해 발표 김성환 조달청 쇼핑몰기획과 사무관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란? 다수공급자계약제도Multiple Award Schedule(이하 MAS)란“공공기관의 다양한 수요 충족을 위해 품질ㆍ성능ㆍ효율 등이 같거나 유사한 물품을 2인 이상의 공급자와 계약하는 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해 공공기관을 위한 온라인 쇼핑몰이다. 수요기관은 민간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나라장터 쇼핑몰을 통해 직접 물품을 선택해 구매한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TV, 냉장고, 컴퓨터 등 민간에서도 흔히 거래되는 상용 제품 위주로 계약이 체결되어 있었는 데, 최근에는 조경시설물 등으로 그 대상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계약 대상의 기본 요건은 ‘상용화’ 및 ‘경쟁성’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품질 요건을 충족하는 물품이어야 한다. 일례로 조경시설물 중 퍼걸러는 계약 업체가 100여 개로 상당히 많은 업체의 제품이 등재되어 있다. 어떤 품목을 새롭게 MAS에 등재하려면 신규 계약 공고를 내는데, 연간 거래 실적이 3천만 원 이상인 기업이 3개사 이상이 있고, 공통 상용 규격 및 시험 기준이 존재하는 물품을 대상으로 한다. 상용 규격은 대개 단체표준을 따르는데, 만약 없다면 조달청에서 정한 규격이 있는 품목을 그 대상으로 한다. 표준 규격이 없는 경우는, 경쟁이 어렵기 때문에 수의계약과 비슷한 형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달청에서는 납품실적이나 경영 상태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자를 대상으로 가격 협상을 통해 연중 단가 계약을 체결한다. MAS의 특징은 공급자 중심의 단일 기업이 조달하는 방식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다수 업체에서 조달받는 방식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조달물자의 다양화로 수요기관의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장점이 있다. 일정 금액미만의 경우 수요기관이 바로 납품을 요구하게 되지만, 일정 금액 이상이면 7개사가 경쟁해 평가한 뒤 납품을 요구하게 된다. 조달 업체에는 일정한 요건(신용평가등급 B- 이상, 납품실적 3건 이상)을 충족하는 경우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일정한 요건이란 가격, 품질, 기술인증 등 기본적인 수준의 조건이며, 그 수준을 완화하는 중이므로 좀더 많은 업체의 참여가 가능해질 것이다. 조달 업체에 진입한 후에도 계약 이행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가격인하, 할인행사, 2단계 경쟁 등)으로 경쟁이 실시된다. 조달청은 MAS를 확대하기 위해 작년 신규 물품을 크게 확대했으며, 앞으로 품목을 계속 늘려갈 예정이다. 2014년 기준 5,568개의 업체와 계약을 맺었는데, 이 가운데 중소기업이 98%를 차지한다. 2단계 경쟁 제도 MAS 2단계 경쟁은 중소기업의 물품의 경우 1억 원 이상은 의무적으로,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은 선택적으로 이루어진다(대기업 물품의 경우 5천만 원 이상부터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수요기관이 5개 대상 업체를 선정하면 종합쇼핑몰시스템이 추가 2인을 제안요청 대상자로 자동선정하게 된다. 대상 업체의 제안서 평가 기준은 가격, 적기납품, 품질검사 등이다(종합평가 또는 표준평가를 활용). 조달 업체가 제안서를 제출할 때 제안가격은 제안요청 시점의 쇼핑몰 계약단가 이하로 가능하다. 단 중소기업간 경쟁물품은 계약가격의 90%까지만 허용하는 가격 하한선이 있다(즉, 현재 계약단가의 10% 초과 인하 불가).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은 때는 쇼핑몰 계약가격을 제안한 것으로 간주된다. 조달청과 계약을 하는 순간, 납품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제안요청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다. 만약 납품업체로 선정되었는데 납품을 하지못하면 계약불이행이 되어 제약이 가해진다. 따라서 2년간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계약관리 측면에서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2015년 주요 제도 개선 내용 MAS와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적격성평가 신청 시 납품실적, 원산지 표시 등의 서류를 잘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종 단체 표준이 없는 경우 규격서가 세밀하게 작성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주의해야 한다. 2015년 제도를 개선하면서 그간 많은 민원이 제기되었던 납품실적 제출 요건이 완화되었다. 사회적 약자 기업에 대한 납품실적이 3건에서 2건으로 완화되었고, 재계약에 대한 납품실적 인정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확대되었다. 더불어 공공기관 납품실적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MAS 업무처리규정을 개정하면서(2015년 3월 1일 시행) 계약가격 비교시스템을 구축해 우대가격(민간 거래 가격과 동일하거나 낮은 가격) 위반을 시스템으로 자동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거래정지나 환수를 진행하게 된다.
[100 장면으로 재구성한 조경사] 파리, 혁명 전야
#48 오 샹젤리제 - 앙투안 와토 바다 물거품에서 솟아오른 비너스가 육지에 첫 발을 디딘 곳은 펠로폰네소스의 키테라Cythera 섬이었다. 프랑스 로코코 화가 앙투안 와토Antoine Watteau (1684~1721)는 ‘키테라 섬으로 가는 길’ 혹은 ‘키테라 섬의 순례’ 등의 제목으로 비슷한 그림을 세 번 그렸다. 포구에 정박한 배와 배를 타고 순례를 떠나려는 듯 여행복을 입고 지팡이를 든 남녀를 그린 것이다. 첫 번째 그림은 초기작이었던 까닭에 인물들의 동작이 다소 경직되어 있다. 미술사적으로 보면 나중에 그린 원숙한 그림들이 훨씬 흥미롭겠지만 조경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바로 이 첫 번째 그림에 관심이 간다. 그림의 배경에 희미하게 보이는 구조물 때문이다. 이 구조물은 실존하는 것으로 파리 센 강변에 있는 생 클루Saint Cloud 정원의 캐스케이드 난간이다.1 문제는 그림의 해석이다. 그림을 보는 사람은 ‘그림 속 인물들이 배를 타고 멀리 그리스의 키테라 섬으로 순례를 가려나 보다’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어쩌면 바로 센 강을 건너서 맞은편의 생 클루 정원으로 가려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비너스의 섬 키테라는 ‘사랑의 섬’이라고도 불린다. 파리 역시 사랑의 도시인데 파리를 키테라 섬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굳이 그리스까지 갈 필요가 있나. 강 건너 아름다운 생 클루 정원으로 가면 되는 것을. 그림 속 인물들이 실제로 어디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소위 사랑의 정원으로 일컬어지는 곳이 목적지이니 여행자체가 사랑을 찾아가는 길에 대한 비유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아니면 현실도 아니고 상상의 세계도 아닌, 단순하게 연극 무대를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키테라 섬의 순례’라는 연극의 한 장면을 그린 것일 수도 있다. 인물들의 화려한 여행 의상이 그런 분위기를 암시하고 있다. 오히려 무대 의상에 더 어울린다. 이렇게 모호한 그림이 탄생할 수 있었던 까닭은 당시 사회를 들뜨게 했던 연극과 연회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17세기는 유럽 연극의 중심지가 이탈리아에서 파리로 옮겨간 시대이기도 했다. 과시욕이 무척 강했던 무대 체질의 루이 14세에 의해 연극이 크게 번성 했다. 그는 대단한 연출가이기도 했다. 궁정 생활 자체가 연극이 되어 갔다. 아침에 기침하는 순간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일거수일투족, 대화 하나 하나가 각본에 의해 움직였다. 베르사유 궁과 정원은 궁정 생활이라는 연극을 종일 공연하는 거대한 무대였다. 앙투안 와토는 바로 이런 루이 14세 시대를 살았던 화가였다. 와토의 삶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작품처럼 신비한 인물이었다. 그는 네덜란드 국경 지방의 발랑시엔 출신이었다. 내성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으로 사람들 속에 섞여 살지 못했으므로 다른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고 그 덕에 현실과 연극, 가면과 얼굴 사이에 큰 차이가 없음을 간파했다. 18세에 활동을 시작하여 만 35세에 결핵으로 숨을 거둘 때까지 불과 15년 남짓 작품 활동을 했으나 그 짧은 시간 동안 새로운 장르를 창출해냈다. 1717년, 와토는 파리의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 등록하기 위해 그림을 한 점 제출했다. 그것이 ‘키테라 섬의 순례’ 시리즈 중 두 번째 그림이었다. 첫 번째 그림이 너무 연극 무대 같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왕립 아카데미에서 요구하는 형식에 맞추어 다시 그렸다. 그럼에도 심사위원들은 이 출중한 그림을 어느 분과에 소속시켜야 할지 판단을 하지 못했다. 역사화도 아니고 전쟁화도 아니며 신화를 소재로 한 것도 아닌데 다가 초상화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렇다고 풍경화로 분류하기에는 등장인물이 너무 많았다. 논의 끝에 ‘품격 있는 야외 연회를 그린 그림fête galante’이라고 정의내렸고 이것이 새로운 장르로 확립되어 갔다. 이 그림을 연회 장면으로 해석한 것은 그림 속 등장인물 대부분이 제목과는 달리 배 타러 온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선착장에서 떨어져 남녀 한 쌍씩 짝을 지어 풀밭에 눕거나 앉아 있는데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포즈가 아니다. 오히려 야외에서 벌어지는 연회 장면을 연상시킨다. 물론 그림 왼쪽에서 배에 올라타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어딘가 행선지를 향해 떠난다기보다는 물놀이를 하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돛대 주변을 분주히 날아다니는 큐피드와 어린 천사들, 그리고 오른쪽에 서 있는 비너스 동상은 굳이 사랑을 찾아 먼 곳으로 떠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이곳이 바로 사랑의 섬인 것이다. 사랑의 연회는 이미 시작되었다. 앙투안 와토의 ‘품격 있는 야유회’ 작품 중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그림이 또 한 점 있다. 1719년경에 그린 샹젤리제Champs-Élysées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샹젤리제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명품 상점이 즐비한 파리의 대로를 떠올리게되지만 실은 그 길 양쪽으로 펼쳐져 있는 샹젤리제 정원을 말하는 것이다. 샹젤리제는 엘리시안의 들Elysian Field, 즉 그리스 사람들이 사후에 가는 극락이다. 그러니 샹젤리제 정원은 파리 사람들의 지상 낙원일 것이다. 이 샹젤리제 정원 역시 루이 14세의 조경가 앙드레 르 노트르André Le Nôtre(1613~1700)가 1667년에 디자인한 것이다. 원래 농경지였던 곳인데 튈르리 정원의 축을 연장하여 넓은 가로수 길을 내고 길 양쪽에 숲을 만들었다. 가로수 길에는 느릅나무를 두 줄로 심고 길이 끝나는 곳을 원형 광장으로 마무리했다. 이 광장이 지금은 열두 개의 도로가 방사형으로 모이는 원형 교차로가 되었으며 가로수 길 역시 폭도 넓어지고 길이도 연장되어 지금의 샹젤리제 거리가 되었다. 샹젤리제의 숲은 바로크의 원칙에 따라 질서 정연한 격자형으로 조림되었고 숲 한가운데에 긴 육각형의 공터를 만들어이를 샹젤리제라 불렀다. 비록 격자형으로 나무를 심었다고는 하지만 나무 사이의 공간이 넉넉하므로 세월이 흐르면서 숲 속에 수많은 사각형의 공간이 형성되었다. 여기에 파리지엔들이 모여들어 품격 있게 야외 연회를 즐겼다. 앙투안 와토의 그림은 바로 이런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여인들의 비단옷, 등을 보이고 있는 신사의 한 쪽 어깨에 걸친망토와 실크 스타킹, 이들의 우아한 포즈와 토실하게 살이 오른 아이들로 미루어 보아 상류층의 야유회임에 틀림이 없다. 높은 대 위에 잠들어 있는 여신상이 장면의 한가로움을 더욱 강조해 준다. 그런데 나무가 자라고 있는 양상을 보면 격자형의 질서가 많이 흐트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물론 사실과 다르다. 앙투안 와토가 화가적 재량을 발휘하여 르 노트르의 디자인을 ‘수정’한 것이다. 그것이 우아한 야유회의 분위기에 더 적합하다 여겼을 것이다. 그로부터 약 오십 여년 후, 이 그림을 보고 지금의 우리처럼 “어, 여기가 샹젤리제야”했던 인물이 있었다. 클로드앙리 와틀레Claude-Henri Watelet(1718~1786)라는 재력가 겸 미술 수집가였다. 그는 와토의 그림을 보며 이런 식으로 르 노트르의 질서를 약간 흩트리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라 여겼다. 그의 책상 위에는 루소의 저서, 영국의 훼이틀리와 챔버스 등이 발간한 정원 책이 쌓여 있었다. 센 강변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그는 수년 전부터 그곳에 정원을 조성하면서 계속 아이디어를 모으는 중이었다. 챔버스의 중국풍 영국 정원이라는 것에 관심을 두고 중국식 목교도 만들어 세웠으며 훼이틀리가 제안한 방식대로 장식 농장을 만들기 위해 물레방아, 낙농장, 양봉장 등 농업과 관계된 스타파주를 넣었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풍경을 만들고자 하니, 바로크의 후예로서 자연을 그대로 모방하는 데 거부감이 느껴졌다. 이 때 앙투안 와토의 그림이 해답을 주는 듯했다. 정형적 원칙을 그대로 둔 채 조금만 어지럽힌다면 적절한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파리의 풍경화식 정원은 이렇게 조심스럽게 시작되었으며, 정치적 이념이 아니라 사랑과 놀이와 아름다움을 담고자 했다. 고정희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머니가 손수 가꾼 아름다운 정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느 순간 그 정원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유년의경험이 인연이 되었는지 조경을 평생의 업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를 비롯 총 네 권의 정원·식물 책을 펴냈고,칼 푀르스터와 그의 외동딸 마리안네가 쓴 책을 동시에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베를린 공과대학교 조경학과에서 ‘20세기 유럽 조경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베를린에 거주하며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이 꿈꾼 도시, 우리가 사는 도시] 걷고 싶은 도시, 질주의 도시
난폭 운전자가 본 보행 친화 도시 15년 전, 처음 자동차 주행 연습에 나선 날이었다. 차에 동승한 베테랑 강사는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내 안에 잠재된 난폭 운전자의 자질을 발견하고야 만다. 이와 함께 방어 운전이 중요하며 한국에서는 특히 오토바이를 조심하라는 진심 어린 조언도 해 주었다. 늘 이 말을 가슴에 품고 살아서인지 아직 난폭 운전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린 적은 없지만, 문득 ‘잠재적 난폭 운전자’의 눈으로 본 현대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특히 이들이 보기에 보행 친화적인 도시는 대단히 억압적이고 불편한 장소가 아닐까? 최근 조사에서 미국 도시 중 가장 좋은 보행 환경을 가진도시 3위로 선정된 보스턴이 적절한 예다.1 잠재적 난폭 운전자에게 보스턴은 아주 불편한 장소다(그림1). 우선 차선의 폭이 통상 10피트(약 3m)로 국내 3.2~3.5m 기준보다 좁고, 차선 우측에 있는 자전거 도로와 그 옆의 가로 주차 공간에 출입하는 자전거와 저속 주행 차량에 대해 늘 신경을 써야 한다. 더욱이 도심에서는 무단 횡단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좁은 폭의 일방통행로가 많아서 고속 주행 자체가 어렵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격자형 가로망이 드물어 방향감각을 잃기 쉽고, 주차 요금이 비싸기도 하거니와 빈 공간의 주차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미숙한 운전자—여기서의 미숙함은 운전 경력과는 관계가 없다—는 거의 예외 없이 자가 운전자가 된 지 얼마지나지 않아 주차 위반 고지서나 견인 통지서를 받는다. 잠재적 난폭 운전자에게 보행 친화 도시는 곧 무덤이다. 도로는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난폭 운전이 결코 바람직한 행태는 아니므로 보행 친화 도시에 대한 이와 같은 불편함은 응당 감수해야 할 몫이다. 그럼에도 이 대목이 흥미로운 이유는 보행자, 혹은 최단 경로를 따라서 가로를 자유롭게 횡단하려는 사람jaywalker과 자동차 운전자, 특히 고속 주행을 즐기는 조이 라이더joyrider 사이에 종종 갈등 관계가 형성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난폭 운전자에게 보행 친화 도시가 불편한 것처럼 보행자에게 자동차 중심 도시는 불만족스럽기 때문에 다양한 계획 기법을 통해 보행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근·현대 도시에 대한 비판은 이미 20세기 초에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버지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 피터 노튼Peter D. Norton 교수에 따르면 적어도 미국에서는 이미 1910~1920년대 이후 ‘돼지 같은 난폭 운전자road hog’나 ‘미친 속도광speed demon’ 같은 용어가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운전자를 비난할 때 널리 쓰이게 되었다.2 같은 시기 보행 중 교통사고 사건을 다루는 법정에서는 대체로 보행권을 옹호하는 판결이 우세했으며, 이에 따라 자동차의 속도를 제한하고 운전자를 계몽해야 한다는 주장이 널리 퍼졌다.3 도로라는 공간을 합법적으로 활보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느냐라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이용자 간의 신경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시카고에서 옐로우 캡Yellow Cab Company이라는 택시 회사를 설립한 헝가리 태생의 사업가 존 헤르츠John Hertz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우리는 자동차의 시대motor age에 살고 있다. … 이에 따른 교육이 필요하며 자동차 시대에 맞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4 여기서 말하는 책임감에는 아마도 보행자의 안전이 중요한 것처럼 운전자가 신속하게 주행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 역시 포함될 것이다. 헤르츠에 따르면 차량의 주행 공간인 차도에 예고 없이 보행자가 걸어 들어오는 것은 범죄 행위이므로 자동차에 대해 일방적으로 속도 제한을 요구하거나 교통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도시에서 점차 확고해진 자동차의 우월적 지위에 대한 반성과 비판은 지속되었다. 이를테면 1960년대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는 자동차가 다른 저속 이동 수단 모두를 대체해야 한다는 잘못된 이념에 따라 많은 도로가 도시의 시공간을 집어 삼켜버렸다고 표현했다. 이와 함께 그는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그럴듯한 예시를 덧붙인다. “만약 도로에 차가 없다면 보스턴 역사 지구의 인구 모두가 걸어서 한 시간 이내에 보스턴 공원에 모일 수 있다. 만약 모든 사람이 자동차를 이용한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 영영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5 국내에서도 자동차 중심 도시에 대한 비판은 예외가 아니다. 강병기 전 도시연대 대표는 “(현대) 도시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아스팔트 정글로 바뀌었고, 자동차는 정글의 맹수처럼 엄청난 사람을 살상하고 있다. … 자동차라는 문명의 이기는 … (사람을) 소외시키며 왜소하게 만들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6 가해자와 피해자 이처럼 가해자로서의 ‘자동차’와 잠재적 피해자로서의 ‘보행자’ 혹은 ‘도시민’을 대립 구도로 보며 보행 친화 도시로 의 전환을 주장하는 입장은 오늘날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소위 “보행삼불步行三不의 도시”—보행이 불안(不安)하고, 불편(不便)하며, 불리(不利)하다—라고 일컬어지는 서울의 가로를 한번 관찰해 보자.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서서 언제 길을 건너야 할지 노심초사 기다리는 노약자, 배달 음식을 싣고 횡단보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이를 보며 아이에게 선 주행 후 보행의 슬픈 현실을 알려주는 부모는 물론, 프루인John J. Fruin이 제시한7 보행자 인체 타원만큼의 공간은 고사하고 서로 몸을 완전히 밀착한 상태로 달리는 만원 버스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승객을 흔히 목격할 수 있지 않은가. 김세훈은 197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GSD에서 도시계획학 석사와 박사 학위(DDes)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설계 이론과 스튜디오 수업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신흥도시 개발 모델』, 『도시형태변화분석방법론노트』, 『도시와 물길(A City and Its Stream)』 등이 있으며,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의 도시 연구와 설계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 전문가의 품격
13 The Buck Stops Here 클라이언트와의 만남 약속 시간보다 30분에서 한 시간 전에 도착해 있다. 차가 막혀서, 내비게이션이 거지 같아서, 길눈이 어두워서, 사무실에 있기 싫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긴 시간이었다, 을로 산 것이…’라는 생각이다. 클라이언트와의 교류 클라이언트(대형 건축설계회사, 회장님, 친구들)는 순수한 영업의 대상인가? 비즈니스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그림이 아닌 술과 골프로 일을 따내야 하나? 그 해답이 이젠 조금 보이는 것 같다. 요즘은 고령화 현상으로 외로운 독거 노인이 많이 생기는 나이 60이 넘어서도 이들과 친구로 지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공유한 적이 있었으니 친구 되기에 더 쉽지 않을까? 클라이언트의 두 타입: 정신적으로 독립심을 주는 부류와 업무적으로 독립심을 주는 부류 정신적 독립심을 필요로 하는 요구 사항 “드라마틱하고 다이내믹한 그런 거 있잖아요” “뭐랄까…, 싸면서도 임팩트 있고 사람들의 눈을 확 사로잡는 그런 공간” “이 예산으로 10배 아니 100배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어야 전문가 아닌가요” “이걸 내가 할 줄 알고 결정할 줄 알면 왜 전문가한테 맡깁니까” “뭐라고 말씀 드리긴 뭐한데, 그냥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오늘 회의 내용 반영해서 내일 다시 봅시다.” “제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요? 기억이 안 나는데요.” 때려치우고 싶은가? 아니면 그냥 때리고 싶은가? 디자이너라면 흔들리면 안 된다.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선禪에 입문이라도 해야 한다. 인간의 진정한 힘은 관점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데 있지 아니한가. 재빨리 클라이언트로 ‘변신’해서 다시 바라봐야 한다. 클라이언트는 잘 모른다. 우리도 우리가 뭘 하는지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잘 모르는데 클라이언트는 오죽하겠는가.헌데 놀라운 사실은 (솔직히 다 아는 사실이지만) 말이 하나도 안 통하는 외국인도 자기 욕하는 건 느낄 수 있듯이, 일을 잘 모르는 순수한 클라이언트도 우리가 대충하는거 다 안다는 거다.이런 클라이언트는 프로젝트 진행에 따라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서 마감 시간에 대해 어느 정도 관대해지는 편이다. 자신이 초기에 잘 모르고 한 일에 대해어떤 보상을 하고자 하는 심리가 아닐까? 어쩌면 클라이언트도 디자이너의 관점을 점차 이해하게 되는 것일 수도…. 업무와 관련된 독립심을 필요로 하는 요구 사항 “내가 원하는 결과물의 이미지는 ‘이것’이고 ‘이런’ 분위기가 나왔으면 합니다.” “이 예산 안에서 당신이 만들 수 있는 대안을 보여주십시오.” “당신이 전문가이니까 당신이 알아서 하십시오.” “내가 결정할 것이 무엇입니까” 이런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계획은 명확해진다. 시작과 끝이 있으며, 소위 ‘수정’이 상대적으로 적다.단,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으며 시간에 대해 엄격하다(클라이언트의 관대함은 프로젝트 초기에만 기대하는 것이 좋다. 특히 시간을 엄수하지 않으면 다음 기회는 없다). 이렇게 아주 상반된 두 클라이언트의 공통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쉬운 선택은 클라이언트가 하고, 어려운 선택과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디자이너가 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의 선택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실현 가능한 범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줘야 한다.왜? 책임은 디자이너가 모두 지게 되므로. 디자이너라면 언제나 다음의 문구를 염두에 둬야 한다. “THE BUCK STOPS HERE(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의 집무실 책상에 쓰여 있는 말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이다).” 14 무너지는 경계 요즘 클라이언트는 도시·조경·건축·인테리어 등 유관 분야를 분야별로 접근한다거나 별도의접촉을 취하지 않는다. 일 자체의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면 무기(분야)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분야의 구분은 무의미함’을 전제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건축가에게 외부 공간을 의뢰하고, 조경가에게 건축에 대한 조언을 받는다. 그러다 어떤 분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나타나면, “당신의 능력으로 해결해 줘요”라는 주문을 듣게 된다. 여기서 능력은 ‘당신의 인맥을 총동원하고, 가능한 모든 역량으로 주변 분야를 섭렵하여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 내라’는 의미다.조경 설계 역시 업무 범위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에 업무 역량을 일반화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래도 조경 분야와 밀접한 디자인 문제 해결 능력과 함께 인접 분야―도시, 건축, 토목, 인테리어, 친환경기술, 경관―와 코웍collaboration work하는 스킬은 반드시 요구된다. 오형석은 새로운 조경 문화를 고민하던 젊은 조경가 7인과 의기투합해만든 프로젝트 그룹을 기반으로, 2005년도에 디자인로직을 설립했다.만 10년 동안 디자인로직을 이끌며 새로운 외부 환경에 대한 실험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으며, 또 다른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을 갈구하고 있다.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 후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환경조경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서인조경과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LH 조경 부문 자문위원,인천시 도시디자인 자문위원, 코레일 조경 심의위원을 역임했고, 한국도로공사 사옥, 한남더힐 설계공모전에서 당선되었으며, 세종문화회관예술 정원, 호텔 롯데 제주, 용현 SK VIEW 등을 설계했다.
[조경의 경계를 넘어, 조경 속으로] 캐서린 구스타프슨
오늘날의 조경은 캐서린 구스타프슨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30년이 넘는 실무 경력을 통해 그녀가 현대 도시의 공적 경관에 지난 세기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감수성의 지평을 열었음을 부정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프랑스 쉘 본사Shell Petroleum Headquarters의 물결치듯 아름답게 흘러내리는 조형적 사면은 모든 조경가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그녀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왕성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점토 모델을 이용한 디자인 과정, 원예 전문가와의 협업, 3D 밀링머신 CNC, 바닥 분수, 스크림scrim 사용 등 조경 디자인에 있어서 방법론적 혁신을 주도했다. “하늘로 열린 모든 것은 조경가의 영역The sky is mine. For all landscape architects, anything under the open sky is a landscape architecture issue”이라는 그녀의 강렬한 매니페스토는 그녀야말로 세계 조경을 이끌어갈 실력과 담대함을 가진 리더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한다. 최근 대표작인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아메리칸아트 뮤지엄 중정이 보여주는 섬세함과 고상함의 깊이는 놀랍다. 1,000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공간은 완전히 비워졌을 땐 ‘스크림’에 의해 더욱 풍부하고 아름답게 빛난다. 스크림이란 마치 투명한 막과 같이 얕은 물을 포장면 위에 흘리는 기법이다. 2000년 뉴욕 자연사 박물관 정원에 처음 도입된 이후,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스미스소니언에서 네 곳에 배치된 0.25인치 깊이의 수막은 공간에 통일적인 느낌을 구축하는 한편, 행사가 있을 때에는 마른 포장면이 되어 복합적인 용도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신발에 묻은 물이 갤러리 입구에 진입하기 전에 마르도록 거리까지 계산하는 철저함도 보였다. 건물의 역사와 기능을 깊이 연구하고 원예 전문가와 협업해 온실과 같은 공간임에도 난대성 식물이 아니라 워싱턴의 온대성 기후에 어울리는 식물로 공간을 구성해 중정의 성격을 지켜냈다. 아이코닉한 조경 공간을 조성하는 디자이너의 대표 주자로 알려졌으면서도 고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상지의 특수성과 개성에 부합하는 디자인을 주장하는 구스타프슨은 개념적인 면에서 조경 설계의 앞선 이론을 개척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는 뉴욕 패션기술대학교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FIT)에서 패션을 전공하고 파리에서 활동했다. 프랑스에서 조경이라는 분야에 눈을 뜬 그녀는 베르사유에서 조경을 공부하고프랑스에서 17년간 설계가로 활동했다. 이후 영국 런던과 미국 시애틀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지금까지 실무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영미권과 프랑스어권 문화와 역사에 두루 해박한 보기 드문 경력을 지녔다. 그녀에 의하면 디자인의 참신함과 신선함은 사회적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할 때 가능하다. 구스타프슨의 디자인에서 언제나 휴먼스케일과 강한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Q. 당신과 같이 섬세한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워싱턴 주 야키마Yakima 출신이라는 점이 좀 의외였다. A. 내가 조경가로 전환하기 전 패션 디자이너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종종 나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매끄러운 곡선의 지형을 직물의 결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패션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내 작업의 영감은 고향인 야키마의 풍경에서 온 것이다. 그곳의 언덕은 마치 물결치듯 흐르면서 매우 조형적인 형태를 띠는데 나에게 공간을 이해하는 방식을 가르쳐주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고원의 사막에서 자랄 수 있는 식물은 오직 세이지브러쉬 뿐이며 얼마 되지 않는 빗물은 수로망을 통해 모여 관개에 이용된다. 야키마 밸리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과 산지로서, 이 지역은 물을 저장하고 집약적으로 활용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나의 작업들이 물을 세심하게 통제하는 것은 야키마의 인공적인 수자원 활용에서 배운 것이며 땅을 하나의 형상form으로 이해하는 방식 또한 고향에서 자라며 습득한 것이다. Q. 당신의 작업에는 ‘기억’이라는 요소가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A. 약 1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기억에서 디자인의 영감을 얻어왔다. 기억이란 대상지에 대한 역사를 주조해내며 사람들이 그 장소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뜻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당신의 부모님장미를 키우는 데 각별한 정이 있었다면, 당신은 장미 화단을 걷거나 장미의 냄새만 맡아도 과거에 일어났던 풍경과 사건들을 회상하게 되고, 그것들이 지금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많은 식물이 그런 역할을 한다. 일례로, 미국 동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례는 단풍나무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 집 주위나 동네를 물들였던 붉고 노란 색의 변화를 기억한다. 그래서 그와 비슷한 조건이 조성되면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낀다. 개인사에서 어떤 변하지 않고 지속하는 것들에 관한 것이다. 영국 런던의 한 정원 프로젝트에서 나는 소위 ‘기억의 식물’이라는 식재 계획을 세웠다. 영국의 평범한 농가에서 흔히볼 수 있는 초화류나 관목들로 구성한 것이다. 그때 이용한 식물은 블루벨bluebells, 수국, 동백 등이다. 할머니와 함께 차를 마시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Q. 패션에서 조경으로 전환한 계기는 무엇인가? A. 나는 베르사유의 프랑스 국립조경학교Ecole Nationale Superieure du Paysage in Versailles를 다녔는 데, 그것은 순전히 학교가 루이 14세의 채소 정원에 있었기 때문이다. 르 노트르Le Nôtre의 걸작 한가운데 있는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였다. 나는 패션 디자인 일을 하면서 조경이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이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이라는 단어를 말했을 때, 순간적으로 그것이 나의 길임을 직감했다. 이 꼭지를 연재하고 있는 인터뷰어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뉴욕 오피스를 이끌며 10여 차례의해외 공모전에서 우승했고, 주요 작업을 뉴욕시립미술관 및 소호, 센트럴파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지의 갤러리에전시해 왔다. 저서로 『시티 오브 뉴욕』(공저)이 있다.
[재료와 디테일] 불의 아들, 화강석
지구는 거대한 돌덩이다. 우리는 어디서든 돌을 볼 수 있다. 돌과 함께 한 인류의 역사는 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석과 돌무덤 등 기념비적 이용부터 시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석조 건조물에 이르기까지 석재 문화는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로마의 판테온, 중세의 교회 건축 등 석조 건조물에는 그 시대와 민족의 생활 양식과 풍토가 표현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불교문화의 산물인 신라의 석굴암과 다보탑, 백제의 미륵사지 석탑 등이 있다. 석재 기술은 기념비를 넘어서 일반 서민의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맷돌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 도구에서부터 돌확, 석등 등 정원 점경물과 교량의 상판과 기둥, 화단의 마감벽 등 구조재를 포함해 그 종류가 다양하다. 서양 문화의 수입과 경제 발전을 겪으며 이러한 장식재로서의 쓰임이 더욱 본격화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석재의 대부분을 이루는 화강석의 강도가 워낙 강해서 실용성이 높다는 점이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강화했을 것이다. 가공이 어렵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근래에는 특유의 장중함과 미려함을 살릴 수 있는 가공 기술의 발달로 인해 석재의 이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던 돌이 고급 재료의 가능성을 보여주게 되면서 구조재 보다는 장식재로 더 많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돌은 그 생성 기원에 따라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조경용으로 쓰이는 대표적인 석재는 화성암의 일종인 현무암과 화강암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화강석(화강암)이다. 현무암은 마그마가 땅 위로 분출되거나 지표 부근에서 빠르게 굳어서 생긴 암석인데 반해, 화강암은 땅 속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서서히 굳어져 생긴 암석으로 그 결정 입자가 현무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고 강도 역시 높다. 또한 문양으로 나타나는 결정 입자의 크기나 모양 또는 구성 물질이 다양하다는 측면도 화강석이 자재로서 갖는 장점이다. 이 화강석을 쓰임에 알맞게 쪼개어 가공하는 방법에는 돌눈에 따라 구멍을 일렬로 파고 쇄기를 박아서 쳐내는 방법과 기계톱으로 얇게 켜내는 방법이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결의 무늬는 시간을 거스르는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돌 자체가 갖고 있는 생성과정의 유구함이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대영은 여기저기 살피고 유심히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작고 검소하며 평범한 조경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영남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우대기술단과 씨토포스(CTOPOS)에서 조경의 기초를 배웠다. 조경설계사무소 스튜디오엘(STUDIO L)을 시작하고 작은 작업들을 하고 있다. www.studio89.co.kr
[공간 공감] 석파정
흥선대원군의 별서로 잘 알려져 있는 석파정石坡亭은 개인 소유의 서울시 유형문화재다. ‘석파정’이라는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거대한 암반 비탈의 자연 경관을 적극적으로 감상 요소로 끌어들인 공간이다. 소재가 석파정이다보니 한국 전통 공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서술로 흐르기 십상이지만, 그러한 관점은 다른 글에서도 많이 볼 수 있으니 자연과 인공 간의 균형감을 중심에 놓고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자연스러움’은 한국의 조경가에게 부여된 의무 같은 덕목이다. 자연 소재를 활용하는 설계 분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경관이라는 공공재를 다루는 분야이다 보니 억지스러움을 피해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공간의 자연스러움을 어떤방식으로 구현하고 있을까? ‘자연은 직선을 싫어한다. Nature abhors a straight line’는 명제는 18세기의 한 영국인이 처음으로 제시했지만, 우리 설계 동네의 가이드라인처럼 통용되고 있다. 이 문구는 조금 더 확장되어 자연과 인공, 곡선과 직선의 이분법적 인식에 대한 토론을 생산하기도 하였다. 흥미로운 건 은연중에 곡선이 자연 혹은 자연스러움의 대변인의 지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직선과 정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곡선이 자연과 밀접하다는 인식은 논리적으로 명쾌하지 않다. 정욱주는 이 연재를 위해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글쓴이 외에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의 김아연 교수 등 다섯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했고,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광교신도시 C1블록
광교신도시는 수원시와 용인시에 걸쳐 조성되는 행정 복합 자족 신도시로, 2018년 경기도청이 입주하면서 도시가 완성될 예정이다. 광교 C1블록은 주상 복합용지로 경기도청 부지와 이웃하고 있으며, 신분당선인 경기도청역(2016년 개통)에 맞닿은 광교신도시의 중심 지역이다. 제일모직은 특화설계와 시공을 통해 호반건설의 세 가지 브랜드인 호반베르디움(아파트), 메트로큐브(오피스텔), 아브뉴프랑(상업 시설)이 복합된 단지에 유럽풍이라는 동일한 이미지를 계획했다. 단지 구조 단지 북쪽에는 호반베르디움 아파트 7개동이 입지하고 있으며, 남쪽에는 스트리트 몰 형태의 아브뉴프랑Avenue France과 메트로큐브Metrocube 오피스텔 2개 동이 위치해 있다. 광교신도시 중심 상업 지구와 경기도청을 연결하는 중심 보행축이 단지의 활력을 도모할뿐만 아니라, 광교산으로부터 흘러내려오는 수류 순환망을 단지 내의 수로와 연못, 벽천으로 연결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단지를 형성했다. 호반베르디움 C1블록의 베르디움Vertium은 ‘정원’을 모티브로 아늑한 주거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로툰다, 정원 소품 및 수경 요소를 활용했고, 식재의 경우 한국적 감성을 녹여 고전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접근했다. 높은 건물과 좁은 인동 간격 때문에 항상 그늘지는 부분에는 음지에 강한 수목을 심었다. 더불어 암석 정원, 조각 정원, 초화 정원 등 여러 테마의 정원을 도입해 다양한 경관의 주거단지로 계획했다. 로툰다 정원: 베르디움 단지의 가장 중심이 되는 커뮤니티 지역으로, 근린생활시설 전면에서 바라볼 때 시각적 프레임이 되는 공간이다. 로툰다와 무대, 여신상정원 소품, 초화원 등을 통해 유럽 정원의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잔디 공간에는 대형 팽나무(R120)를 심고 다양한 높이의 주목과 계수나무를 심어 경관성을 높였다. 또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마운딩을 조성하는 등 높낮이를 조율해 한 폭의 회화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다. 암석 정원 & 초화 정원: 아브뉴프랑과 연결되는 진입부로, 많은 통행이 예상되는 공간이다. 차량 동선 때문에 생긴 녹지섬과 건물에 의해 발생한 음지로 인해 조경 공간 조성에 제한이 컸던 지역이다. 이에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경관석을 활용하고 소나무와 보리수, 화살나무, 초화류를 심어 녹지섬을 암석 정원으로 조성함으로써 건물로 위요된 수직감을 완화했다. 이 공간을 바라볼 수 있는 음지 지역에는 초화 정원을 조성해 휴식과 즐거움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조각 정원: 베르디움 아파트와 옥상 정원이 연계되는 전이 공간은 단지 동쪽 지역의 중심 휴게 공간으로 조성했다. 정원의 배경을 장송, 다간형 청단풍, 배롱나무 및 하부 지피, 관목 식재로 계절감을 부여했으며, 가제보와 봄의 여신상, 토피어리 등을 통해 유럽의 감성을재현했다. 호반베르디움 옥상 정원: 조경 공간이 부족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가의 옥상을 정원으로 조성했다. 단지 내부에 1개 층 정도의 높이로 3단 화계를 도입하고 소나무, 배롱나무, 산수유나무, 공작단풍 등을 식재해 한국적 경관미를 구현했다. 또한 옥상 정원은 퍼걸러, 앉음벽, 운동 시설, 산책로 등 독립 정원으로 조성해 편의성과 활용도를 더했다. 시공 호반건설 조경시공 제일모직 리조트·건설 부문 건축 및 조경설계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특화설계 제일모직, 더 시스템 랩 건축사사무소(중심상가지역) 위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택지개발지구 C1블록 대지면적 38,570.00m2 조경면적 9,156.52m2 준공 2015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은 1955년 조경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산업시설, 주거단지, 공공시설, 상업 오피스등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국내 조경의 역사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해 오고 있다. 전문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의 식물 연구소를 비롯해 디자인, 영업, 소재 조달, 시공, 조경 관리 등 조경 사업 관련 전 조직이 구축되어 있어, 외부 공간의 가치를끌어내기 위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린다는 것, 만든다는 것
대담 김용택·이홍선 소장 “조경설계사무소 소장 두 분을 한 자리에 모셨다”라고 썼다가 지웠다가, 다시 썼다. 두 분 모두 설계뿐만 아니라 시공과 관리까지, 마치 원스톱 서비스처럼 제공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별도의 시공팀도 꾸리고 있고, 한 분은 가식장까지 갖고 있다. 사무실 풍경은 다른 설계사무소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두 분의 동선은 사뭇다르다. 특히 현장이 한창 바쁘게 돌아가는 봄부터 가을까지의 동선은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보다 현장에 있을 때가 더 많고, 나무를 구하러, 새로운 소재를 찾으러 전국을 누빈다. 주말도 따로 없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아침 6시 30분부터 현장이 돌아간다. 그 여파로(?) 이번 대담을 위한 답사도 토요일 오전 7시부터 시작되었다(사실은 개인 정원이다 보니 집 주인의 일정에 맞춰 토요일에 방문했다). 게으른 에디터에겐 꼭두새벽에 가까운 아침 7시에 만난 까닭은 길에서 버리는 시간을 줄여보고자 한 것. 그렇게 분당에서 출발해 가평을 거쳐 판교로, 다시 분당으로 돌아와 대담이 마무리된 시간은 오후 3시. 정원 두 곳을 둘러보고 식사도 하고 대담도 2시간여 진행했지만, 해는 아직도 중천에 떠 있었다. 김용택 소장은 다음날 여주 주택정원에 심어야 할 나무를 사러가야 한다며 대담이 끝나자마나 과천 쪽으로 차를 몰았다. 이른바 ‘디자인-빌드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는 설계사무소 소장의 일과를 엿볼 수 있는 하루였다. 이번 대담은 잡지에 연재되고 있는 ‘공간 공감’이 촉매가 되었다. ‘공간 공감’ 멤버(김아연, 김용택, 박승진, 이홍선, 정욱주)들의 답사를 몇 차례 따라간 적이 있는데, 두 분의 설계관이 비슷한 듯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미묘한 ‘차이와 다름’의 실체가 궁금해진 것이다. 회사 설립 이후, 설계한 곳을 직접 시공하는 원칙을 지켜나가는 공통점도 있어서 대담자로 적격이었다. 특히 김용택 소장은 정영선 대표의 조경설계 서안에서 10년을, 이홍선 소장은 이교원 대표의 이원조경에서 18년을 근무하고 독립한 점도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이원조경과조경설계 서안에서의 경험이 지금과 같은 시스템의 디자인 오피스를 만들게 된 가장 큰 원인이었을 터. 더구나 이교원·정영선 대표는 인구에 회자되는 뚜렷한 작품을 남긴 조경가이니 만큼 그에 얽힌 이야기도 궁금했다.1 담백하다 vs 단단하다 남기준(이하 남): 김용택 소장님이 설계·시공한 가평주택정원(이하 가평)과 이홍선 소장님이 설계·시공한 운중동 주택정원(이하 운중동)을 둘러보았다. 먼저 가평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 그동안 ‘공간 공감’ 답사를 여러 차례 같이 다니셨지만, 서로의 작품을 보신 적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홍선(이하 이): 건축과 정원의 조화가 돋보였다. 세컨드하우스로서의 장소성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건축 설계도 주변과 잘 어울렸다. 정원을 소개해주시면서 김 소장님이 ‘설렁설렁 했다’고 하셨는데, 꽉 채우려하지 않고 절제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담백하고 공간감이 좋은 정원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과하게 채우려 했다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됐을 것이다. 여러 디테일에서 여백이 느껴지도록 한 점이 경관을 확장시킨 효과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식재 패턴이다. 컬러나 높이, 질감의 조화가 좋고, 무엇보다 심플한 점이 매력적이다. 남: 장점만 이야기하는 것은 반칙이다. (웃음) 아쉬웠던 점은 없었나? 이: 주차장과 주택 사이에 꽤 단차가 있는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동선에서 (건축가의 의도도 있었겠지만) 자작나무가 심긴 화단 때문에 약간의 중압감이 느껴졌다. 그 부분을 좀 감추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리고, 아쉬운 점은 아니지만 나와 스타일이 좀 다르다고 느낀 곳은 건축 전면부다. 만약 내가 설계했다면, 건축 매스가 작은 편이 아니니까 건물 앞에 나무를 대서 좀 가렸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단풍나무나 산딸나무, 벚나무 등 의 교목이 적절히 자리 잡고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제스처를 썼을 것 같다. 물론 건축가들은 굉장히 싫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나무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들 때면 설득을 한다. 김용택(이하 김): 건축가들과 작업 할 때, 미리 조심하는 부분도 있다. 건축가가 좋아할만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전체 공간의 조화다.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작은 디테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성향 탓이 더 클 것이다. 좀 더 돋보이고강하게 연출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작업을 하다보면 늘 줄이게 된다. 이: 그래서인지, 건축과의 호흡이 좋아 보인다. 예를 들어, 노출 콘크리트 가벽이 정원에서 오브제 역할도 해주고 적절히 외부를 가려주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건축 설계가 정원을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 느낌도 든다. 건축가와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는지가 궁금하다. 김: 가평 정원을 함께 한 건축가 같은 경우, 첫 프로젝트는 꽤 힘들었다. 건축가는 별 말이 없었는데, 직원들이 미리 걱정을 해서 대안 요구를 상당히 많이 했다. 하지만 첫 번째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온 후로는 전적으로 내게 맡기고 있다. 지금은 건축주만 설득이 되면 내 의견이 거의 반영된다. 그리고 건축가라고 해서 모두가 건축물 앞에 나무 심는 걸 꺼려하는 것도 아니다. 단독 주택에 살고 있는 건축가들은 특히 그렇다. 설계자가 아니라 생활인으로서 주택에 살아보면, 집 가까이 있는 나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일도 건축가의 집 바로 앞에 나무를 심으러 가야 한다. 이 소장님이 ‘적극적인 제스처’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그렇게 프레임을 강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요즘은 많이 든다. 최근에 경기정원박람회나 세종시 푸르지오의 작가정원, 국립수목원 내의 정원 등 공공적인 성격의 정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그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다. 건축과 별개의 공간에 정원만 자리 잡는 경우인데, 임팩트 있는 디테일이나 프레임이 없으제스처를 썼을 것 같다. 물론 건축가들은 굉장히 싫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나무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들 때면 설득을 한다. 김용택(이하 김): 건축가들과 작업 할 때, 미리 조심하는 부분도 있다. 건축가가 좋아할만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전체 공간의 조화다.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작은 디테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성향 탓이 더 클 것이다. 좀 더 돋보이고강하게 연출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작업을 하다보면 늘 줄이게 된다. 이: 그래서인지, 건축과의 호흡이 좋아 보인다. 예를 들어, 노출 콘크리트 가벽이 정원에서 오브제 역할도 해주고 적절히 외부를 가려주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건축 설계가 정원을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 느낌도 든다. 건축가와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는지가 궁금하다. 김: 가평 정원을 함께 한 건축가 같은 경우, 첫 프로젝트는 꽤 힘들었다. 건축가는 별 말이 없었는데, 직원들이 미리 걱정을 해서 대안 요구를 상당히 많이 했다. 하지만 첫 번째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온 후로는 전적으로 내게 맡기고 있다. 지금은 건축주만 설득이 되면 내 의견이 거의 반영된다. 그리고 건축가라고 해서 모두가 건축물 앞에 나무 심는 걸 꺼려하는 것도 아니다. 단독 주택에 살고 있는 건축가들은 특히 그렇다. 설계자가 아니라 생활인으로서 주택에 살아보면, 집 가까이 있는 나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일도 건축가의 집 바로 앞에 나무를 심으러 가야 한다. 이 소장님이 ‘적극적인 제스처’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그렇게 프레임을 강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요즘은 많이 든다. 최근에 경기정원박람회나 세종시 푸르지오의 작가정원, 국립수목원 내의 정원 등 공공적인 성격의 정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그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다. 건축과 별개의 공간에 정원만 자리 잡는 경우인데, 임팩트 있는 디테일이나 프레임이 없으면 영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건축적인 요소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 또 그동안 상당히 많은 정원을 디자인했는데, 대부분 비슷한 패턴으로 하다보니까 내 정원이 스스로 식상해지기도 했다. 이 소장님은 건축을 전공하셔서 그런지 나와는 스타일이 꽤 달라 보인다. 이: 반대로 내가 만드는 정원에는 잔잔한 터치가 부족한 점이 항상 아쉽다. 다양한 요소를 활용한 연출 방식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김 소장님과 작품을 함께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느슨하고 비어보이지만, 소재와 물성의 믹스가 자연스럽고 거기서 나오는 공간감이 좋다. 가평 정원을 보면서 부족한 점을 많이 배웠다.
운중동 주택정원
이곳은 판교 운중동에 위치한 34세대로 이루어진 타운하우스 중 한 세대다. 모든 설계가 그러하겠지만 특히 나 정원에서는 주변 환경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 타운하우스는 단지 전체를 금토산이 감싸고 있지만 각 세대 건축물의 육중한 매스가 앞과 뒤,옆으로 가지런하게 배치되어 있어 시원하게 트인 공간감이 없고 활용할 만한 경관도 부족하다. 이 세대 역시 정원 전면을 앞집의 거대한 매스가 벽처럼 막고 있다. 그나마 동측 면이 조금이나마 금토산과 닿아 있어 정원과 산의 시각적인 연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클라이언트 또한 산과 바로 맞닿아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세대를 구입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정원설계의 주요 개념은 금토산과의 시각적 연계와 숲과 같은 밀도 있는 연출을 통해 앞집의 벽면을 가리는 것이 되었다. 후정에 해당하는 본 정원은 거실 전면의 출입창과 연결된, 옆으로 길다란 형태의 공간이며, 건물 옆면을 따라 주 출입구와 이어지는 좁은 통로가 있다. 클라이언트와 정원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부부가 정원에 대해 매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편은 낙엽이 뒹구는 자연스럽고 운치 있는 분위기를 선호하고 텃밭을 가꾸는 것을 좋아했는데, 아내는 디자인을 전공해서 그런지 정원도 매우 세련되고 깔끔하게 정돈된 스타일을 원했다. 이러한 클라이언트 부부의 성향과 길쭉한 공간의 형태를 고려하여 정원의 중앙에 넓은 잔디 마당을 두고 양측에 서로 상반되는 분위기를 가진 두 개의 테라스를 만들었다. 조경설계·시공 factory L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대지면적 492m2 조경면적 237m2 이홍선은 건축을 전공하고 조경 분야에 입문했다. 새로운 공간 인식을 바탕으로 건축과 조경이 어우러진 공간창출을 시도해 왔으며, 디자인과 시공을 연계하여 작품을 실제로 구현하는 데 가치를 두고 있다. 이원조경에서 오랜 기간 실무 경력을 쌓은 후 독립하여 factory L을 창립하였다. 홍익대학교 건축학부에서 ‘조경 및 환경디자인’을 강의하였으며, 현재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에서 ‘정원 및 외부공간 설계스튜디오’를 맡고 있다.factory L은 2006년 설립 이래 SK 판교 아펠바움, SK논현 아펠바움, 용인 보정동 루시드 에비뉴, 국순당 사원동, 용인 아란유치원, 오뚜기 게스트 하우스, 카페 안도(ANDO), 목동 SBS 등 다양한 유형과 스케일의 외부공간을 조성해 왔다. 설계, 시공, 관리를 함께 진행하여한 장의 그림에 그치지 않는 완성도 높은 실제 공간을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평 주택정원
두 친구의 집 건축가의 소개로 가평의 한 마을에 자리한 두 집의 정원을 동시에 설계하게 되었다. 두 집의 건축주는 친구사이로 한 건축가와 같이 집을 짓고 있었다. 건축주들은 서울에서 사업을 하며 거주하고 있으면서 가평에 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 집을 지었다. 그러나 두 건축주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한 사람은 완벽한 조건을 갖춘 주택을 원했고, 다른 한 사람은 건물의 규모도 작게 하고 정원도 기본 골격만 갖춘 채 조금씩 만들어 가는 개념을 선호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정원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어, 나름 공부도 하며 이상적인 정원의 모습을 꿈꾸고 있었다. 조금씩 건축주들과 의견을 조율하며 정원을 만들어 갔다. 정원이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자 누구보다 행복해 하는 건축주들 덕분에 나 역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정원 일의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한 프로젝트였다. 한 건축주는 프로젝트 시작 전에 정원에 심고 싶은 식물 리스트를 준비해서 보여줄 정도로 열성이었고, 또 다른 건축주도 별도의 농장을 가꾸며 여러 가지 식물을 직접 재배하고 있는 중이었다. 해외 정원 책자를 보여주며 이런 스타일의 정원을 원한다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만큼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건축 이미지와의 조화를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다소의 조정 과정을 거쳤다.전원 주택은 기본적으로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 좋은 풍광을 가지고 있으면 정원에 많은 공을 들이지 않아도 훌륭한 정원을 연출할 수 있다. 두 집 모두 주변 경관이 훌륭했다. 특히 멀리 보이는 산세의 실루엣이 매력적이 었다. 윗집은 드라마틱했고 아랫집은 평온했다. 가평 윗집 조경설계·시공 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 건축설계 경영위치 건축사사무소 대지면적 1,095m2 조경면적 418.71m2 가평 아랫집 조경설계·시공 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 건축설계 경영위치 건축사사무소 대지면적 965m2 조경면적 335.94m2 김용택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환경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조경설계 서안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2001년부터 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부암동 반계별서와 평창동 정원 등 정원 작업을 주로 하고 있으며, 조경 작품이 주변 환경에 동화되도록 장소의 특성에서 얻은 모티브를 구체화하는방식으로 설계를 하고 있다. 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는 다양한 유형의정원과 공원, 각종 건축 옥외공간을 조성해 왔다. 설계에만 그치지 않고공사와 감리까지, 설계된 모든 부지를 실제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양수리 주택을 시작으로 다수의 주택 정원과한국 정원, 치료 정원, 주제 정원 등을 조성하였고, 공원 조성 및 마을만들기 등 공공 영역의 조경 프로젝트도 수행하였다. 생태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풍경 만들기를 추구하고 있다.
우에야스 아르테스
산티아고의 중심지인 우에야스 아르테스Huellas Artes에 흩뿌려진 화려한 색조의 향연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산티아고 시의 예술적 궤적으로 탈바꿈시켰다. 시민과 관광객들은 산티아고 다운타운의 활력 있는 문화 지구인 베야스 아르테스Bellas Artes 지하철역을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며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우에야스 아르테스는 바로 이러한 인파를 바탕으로 가동되는 문화적 엔진이자 완전히 개방된 외부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기 위한 매개 공간이다. 이 프로젝트는 특별한 기능이 없던 지하철역 광장에서 추진되었다. 지하철역으로 끊임없이 몰려드는 인파 속에서 광장을 다양한 행위를 유도하는 일종의 촉매로 재생시키는 것이프로젝트의 핵심 아이디어였다. 프로젝트에 사용된 재료는 폴리에틸렌으로 코팅된 다양한 크기와 색상의 면 테이프밖에 없다. 이 재료는 의복, 즉 이미 존재하던 공간 위에 덮이며 주어진 구조의 새로운 공간적 가능성을 열어 보이는 광장의 옷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새로 제시된 공간에는 셀카 월selfie wall과 예술가를 위한 곳이 있고 노점 자리, 화살표, 벤치 등 다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만남의 지점들이 있다. Design 100architects Client Metro Cultura Santiago Location Merced Rd. Mosqueto Rd. Santiago, Chile Area 744m2 Completion 2014. 5. 22. Photographs Ines Subtil(subtilography.com) 100아키텍츠(100architects)는 2013년 중국 상하이에 설립된 건축도시설계사무소로 마르시알 헤수스(Marcial Jesus), 마달레나 살레스(Madalena Sales), 파블로 후이카(Pablo Juica)가 공동 대표로 있다. 현재는 상하이와 칠레의 산티아고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가로 설계와 도시적 개입에 중점을 둔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으며 사람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역동적 공공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디자인과 리서치 중심의 실무를 넘어 완공된 프로젝트에서 벌어지는 활동을 촬영하고 이를 온라인 방송 시스템을 통해 공유하며 아이디어를 나누는 활동도 하고 있다.
인비저블 반
인비저블 반Invisible Barn은 롱아일랜드시티Long Island City의 소크라테스 조각 공원Socrates Sculpture Park 내에 위치해 있다. 기존 조각 공원에 새로운 맥락을 부여하고자 헛간 형상의 목조 건물을 도입했고 반사 필름으로 표면을 덮어 마무리했다. 공원 속 작은 숲의 한복판에 설치된 이 폴리folly는 전면이 거울처럼 마감되어 주변 환경을 반사한다. 즉, 다양한 나무와 식물, 하늘, 대지, 대상지의 계절적 변화 등에 따라 시시각각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다. 주위가 차단된 숲 내부에 위치한 건물 표면이 자아내는 반사 효과 덕분에 인비저블 반은 자연과 무난한 조화를 이룬다. 구조물 주위에는 비슷한 크기의 자작나무 십여 그루가 똑같은 간격으로 식재되어 있었다. 인비저블 반은 이러한 숲의모습을 반사해내며 그 자취를 감춘다. 반사해 낸 경관이 헛간 너머의 실제 경관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인비저블 반은 나무가 촘촘히 식재된 숲 사이에서 절묘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가늘고 긴 형태의 평행사변형 구조를 갖는다. 넒은 면으로는 일반적인 건물의 문과 창문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크기의 구멍 여섯 개가 뚫려 있다. 방문객은 액자·통로·벤치 등으로 이용되는 개구부를 통해 구조물 표면에서 비롯되는 시각적 효과를 보다 극적으로 느낄 수 있다. 개구부 테두리에는 반사 필름이 사용되지 않아 틀 속에 담긴 경관이 한층 부각되어 보이고, 마치 숲 속에 전혀 다른 경관이 둥둥 떠다니고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만들어 낸다. 방문객은 이러한 효과를 통해 실제와 반사된 경관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하게 되며, 숲의 깊이감과 대상지에 산재되어 있는 다른 예술 작품과의 관계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Design stpmj(Seung Teak Lee, Mi Jung Lim, Andrew Ma) Special Credits Sagehen Creek Field Station / UC Berkeley Location Sagehen Creek Field Station, Truckee, CA, US Dimension 24x3x12(ft) Budget $8,000 Proposed Year 2014 Estimated Completion 2015. 6. Photographs stpmj stpmj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건축설계사무소로 이승택과 임미정이2009년 설립했다. 매번 새로운 관점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공간 구성요소와 더불어 시대적 사회·문화 현상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하나의 완성된 상품이 아닌 프로세스 전체라고 생각하며 매번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도발적 리얼리즘(provocative realism)을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
메타모포스
2012년 12월, 밴쿠버의 한 부부가 사유지에 발생한 지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폴 상하 조경설계사무소Paul Sangha Landscape Architecture를 찾았다. 이 부부의 집은 브리티시 컬럼비아British Columbia 주의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는데, 당시 해안으로 밀어닥친 강력한 파도에 제방의 상당 부분이 유실되어 안전상의 조치가 필요했다. 바다 가까이에 콘크리트 벽을 세우는 방식이 해안의 침식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되었기 때문에 통상적인 방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했다. 해양 엔지니어링 업체인 밸런스드 인바이런멘탈Balanced Environmental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유실된 해안선을 복원시키는 동시에 기존 지반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코르텐 스틸corten steel을 사용한 제방을 제안했다. 이 제방의 형태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새터나 아일랜드Saturna Island에서 발견되는 사암이 배열된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다. 이 추상적 구조는 제방 내부를 강화하는 숏크리트shotcrete 공정에 필요한 거푸집이 된다. 코르텐 스틸 벽이 갖는 추상적 형태는 예술적인 가치를 지닐 뿐만 아니라 기능적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해변을 따라 놓인 반들반들한 바위와 함께 파도의 힘을 소멸시키게 된다. 이는 파도와 함께 몰려 온 모래의 퇴적 현상을 촉진시킴으로써 침식에 저항할 수 있게 해 주고, 나아가 동식물의 서식지를 조성해 준다. Design Paul Sangha Landscape Architecture(Paul Sangha, Vikas Tanwar, Jazmin Cedeno, Lara Davis, Tina Lu) Landscape Contractors Fossil Project Services Metal Fabricator Drabek Technologies Shoreline & Habitat Enhancement Professionals BalancedEnvironmental Geo-Technical & Structural Engineers Geo PacificConsultants Ltd. Client Private Client Location Vancouver, BC, Canada Size 6×12×200(ft) Completion 2014 Photographs Tim Swanky, Paul Sangha LandscapeArchitecture 폴 상하(Paul Sangha Landscape Architecture)는 캐나다 밴쿠버를기반으로 활동하는 조경설계사무소다. 작은 문의 설계나 개별 식물의 선택부터 대규모의 마스터플랜을 구성하는 도시 기반 요소를 다루는 과정까지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사회·경제적 트렌드에 알맞은 설계 전략을 구사하고자 한다. 더 나은 설계를 위해서는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교육 과정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노보 노르디스크 네이처 파크
코펜하겐 북쪽의 박스베어드Bagsværd 시에 있는 노보 노르디스크 사는 새로운 사옥을 세웠다. 다국적 제약 회사인 노보 노르디스크의 최고 경영진과 1,100명의 직원은 혁신과 지속적인 발전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일하고 있다. 따라서 노보 사의 직원을 위해 공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데 주력했다. 두 동의 새로운 건물 사이에 직원들의 휴식을 위한 녹지 공간을 조성해 사람들이 교류하고 지식을 공유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게 했다. 공원의 전반적인 설계 개념은 산책을 하면서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킨 키에르케고르나 니체와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실내에 있을 때보다 야외에 있을 때 사람들의 행동이 훨씬 더 자유롭고 정신이 이완되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한다. 특히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자연속을 거닐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구불구불한 산책로가 여러 갈래로 교차하고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비오톱이 무성하게 조성된 거친 자연 공원이 만들어졌다. 이 길들은 공원의 다양한 여러 자연 요소를 구획하며 그 사이를 누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빛과 그림자, 향기, 색채, 소리와 같은 여러 감각의 변주를 최대한 감상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조성되었다. 산책로는 공원의 지형을 따라 위 아래로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며 공간의 다양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오톱 사이를 누비고 있다. 이 길은 공원의 진입로일 뿐만 아니라 한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이동하는 경로도 된다. 또한 길은 직원들이 동료를 만나고 산책을 하며 야외 회의를 하기에 편리하도록 조성되었다. 길의 동선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의 최단 거리를 잇지 않고 오히려 비오톱 사이를 굽이굽이 누비도록 되어 있다. 직원들이 산책하는 동안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긴 여정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야생의 자연, 구부러진 나무, 동료와의 우연한 조우, 지저귀는 새소리 등 이 모든 것은 노보 노르디스크의 일상적인 업무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Landscape Architect SLA Collaborators Henning Larsen Architects(building architect), Orbicon(climate adaption engineer), Alectia(engineer), Skælskør Anlægsgartnere(landscape contractor), UrbanGreen(biotopes) Client Novo Nordisk Location Bagsværd, Denmark Area 31,000m2 Design Period 2010~2011 Realization 2011~2014 Photographs Torben Petersen & SLA Architects (SLA owns thecopyright to all the photos) SLA는 현대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창조하는 조경설계사무소다. 코펜하겐과 오슬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다학제간 연구를 통해 도시 문제에도전하고 설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하고 민주주의적인 도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설계 과정에서 시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베이치자 디스트릭트
대상지는 베이징 시의 창핑昌平 지구에 위치한 테크놀로지 비즈니스 지구의 한 구역이다. 이 프로젝트는 베이치자 테크놀로지 비즈니스 디스트릭트Beiqijia Technology Business District 개발 계획의 첫 단계 시범 사업으로, 이 시범 구역을 포함한 전체 면적은 약 60만m2이다. 전체 대상지는 주거, 업무, 상업을 아우르는 복합 용도 구역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대상지 전역은 LEED 골드 인증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효율적인 물 사용, 포장 면적의 감소와 녹지 면적 증대를 통한 도심 열섬 현상 경감, 미기후에 대한 고려 등이 주요한 특징이다. 또한 겨울의 북서 계절풍은 최대한 막고, 여름의 남동 계절풍은 대상지 남부에 위치한 대형 수경 시설 위를 지나면서 냉각되도록 설계했다. 대상지는 상업·쇼핑, 센트럴 파크, 주거 등 크게 세가지 성격의 구역으로 구성된다. 상업·쇼핑 지역에는 본부, 업무 시설 중정, 퀴베이 산책로Qui Bei Road Promenade, 생태 구역Eco Zone Area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대상지의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선형의 생태구역은 대상지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빗물을 수집·흡수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이 중습성mesic의 생태서식처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과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며 대상지 내의 녹색 심장, 즉 센트럴 파크로 사람들을 인도한다. Landscape Architect MSP Architect RTKL Client Beijing Ningke Real Estate Location Beijing, China Area 600,000m2 Completion 2016 (demonstration zone completed 2013) Photographs Terrence Zhang
반케 센터
반케 센터Vanke Center는 중국 선전Shenzhen, 深圳에 위치한 중국 최대의 부동산 개발 기업인 차이나 반케China Vanke Co., Ltd.의 본사 건물이다. 반케 센터는 미국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버금가는 규모로, 아파트와 업무 공간, 호텔 등으로 이루어진 주상 복합 단지다. 이 대규모 복합 단지는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여러 개의 작은 건물들이 조합된 구조가 아니다. 대신 하나의 거대한 건물을 35m의 고도 제한선까지 최대한 띄워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8개의 기둥이 건물 전체를 떠받치는 특징적인 구조와 그 아래의 굴곡진 지형의 모습은 마치 풍랑이 일다가 잔잔해진 바다 위로 거대한 건물이 떠오르는 형상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공간 설계 방식은 바로 대상지 주변의 고도가 낮은 지역 너머로 중국 남해의 풍경이 보이는 전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이는 지상 공간에 시민들을 위한 녹지를 최대한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어졌다. 이 수평적 마천루horizontal skyscraper 아래로는 대규모의 정원이 조성되었으며, 거대한 공공 녹지의 하층부에는 컨퍼런스 센터, 스파 시설, 지하 주차장 등의 편의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외부 공간에서 이용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주상 복합 단지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공공 및 사적 기능을 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여러 개의 언덕으로 구성된 기존 경관의 구조적 요소들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 ‘군도archipelago’라는 설계 개념을 제안했다. 또한 전체 개발 대상지의 경관 경험을 다양하게 만들어 줄 여러 식재 전략을 채택했다. 건축물 서쪽에 해당하는 업무 구역에는 지역 자생 잔디와 상록 관목 한 종류만을 사용해 조형적 성격을 강화했다. 그에 반해 건물 동쪽 호텔구역은 화려한 꽃이 피는 장식적 식물을 식재해 특징있는 경관을 만들고자 했다. 그 중간에 위치한 아파트구역에는 연간 변화하는 경관의 시간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계절 정원을 조성했다. Landscape Architect MSP Architect Steven Holl Architects Client China Vanke Location Shenzhen, China Area 520,000m2 Completion 2013 Photographs Terrence Zhang 마사 슈왈츠 파트너스(Martha Schwartz Partners)는 런던을 기반으로활동하는 도시조경설계사무소로 35년 이상 세계 20여 개국에서 다양한규모와 성격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도시 경관이 지속가능한 공간의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생각을 중심으로 도심 활성화 및 재생 프로젝트에 집중해 왔다. 복잡한 도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조경은 물론, 건축·도시계획·원예·시공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으며,항상 로컬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려고 한다.
[칼럼] 남귤북지, 서울역 고가
2014년 10월 12일. 서울역 고가는 무척 부산했습니다. 1970년 준공 이후 무려 44년 만에 처음으로 보행자에게 고가 도로를 개방했기 때문이었지요. 저도 이런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사진기 가방을 메고 서울역 고가로 향했습니다. 자동차가 주인이던 도로를 걷고 있자니 왠지 모를 ‘통쾌함’ 같은 것도 느껴졌습니다. 걷다보니 자동차 안에서 스쳐보기만 했던 주변의 건물들이 하나하나 자세히 눈에 들어오더군요. 역시 도시는 걸으면서 느껴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더 걸어 나가니 예전 서울역사건물이 시원스럽게 ‘내려다’ 보였습니다. 이런 건물을 내려볼 수 있는 기회라니! 옆으로는 길게 뻗은 한강대로의 모습도 보이고. 고개를 조금 더 옆으로 돌리니 세종대로 옆 고층 건물들 사이로 남대문도 볼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에게 내준 17m 높이의 고가 도로에는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아주 멋진 경관이 숨어 있었던 것이지요. 서울을, 그것도 서울의 가장 중심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좋은 전망 장소로 충분한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달 다시 고가 개방 행사를 진행할 때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이 프로젝트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크게 반대하는 분들은 주변의 상인들입니다. 특히 남대문 시장을 중심으로 중림동과 회현동 일대의 상인들은 고가 도로를 공원화할 경우 차량 유입이 중단되면서 상권이 위축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고가 도로 인근의 12,000여 개의 상가에서 일하고 있는 약 4만여 명의 생계가 이 프로젝트와 직결되어 있는 만큼 당장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 개최하려고 했던 고가 도로 활용에 관한 전문가 토론회는 주변상인들이 대체 도로 우선 논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여러 이해당사자가 관여된 프로젝트에서는 항상의견 조율이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프로젝트의 진행을 통해 이익이 생기는 그룹과 손해를 보는 그룹간의 갈등은 매우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러한 갈등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충분한 논의 과정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이에 대해서는 『환경과조경』 2014년 11월호를 참조). 그리고 논의 과정에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프로젝트의 방향을 잡는 초기 과정에서 주변 상인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반대 의견을 낳은 큰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당사자를 제외시켰다는 것에 대한 허탈감 같은 것이 반대 의견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이런 프로젝트에서는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제부터라도 좀 더 여러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담아야 합니다. ‘서울의 하이라인’ 혹은 ‘한국판 하이라인’은 서울역 고가 공원화 프로젝트를 소개할 때 흔히 붙이는 제목입니다. 도심의 고가 도로(하이라인의 경우 고가 철도 였지만)를 공원처럼 만들겠다는 공통점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런 비유인 셈이지요. 게다가 서울시가 당당히 하이라인을 ‘벤치마킹’했음을 내세우고 있고 박원순 시장이 미국 방문 때 이르면 2016년까지 뉴욕 하이라인과 같은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두 프로젝트의 연관성은 더 확고해졌습니다. 그러나 정말 서울역 고가 도로가 서울의 하이라인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 되어야 할까요? 우선 하이라인과 서울역 고가 도로는 상당히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뉴욕 하이라인의 경우는 고가 철도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던 주변 공업용 건물의 구조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서 현재의 하이라인도 주변 건축물들과 물리적으로 잘 엮일 수 있는 구조입니다. 태생적으로 하이라인 철도는 주변 건물과 일체화하기 유리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역 고가 도로의 경우는 차량 통행을 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주변 건축물들과 분리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주변 건물과의 관계를 새로 맺는다는 게 현재로서는 상당히 불리한 상태입니다. 이런 차이로 인해 뉴욕의 하이라인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시민의 일상적인 이용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서울역 고가도로 위를 많은 사람이 걷기를 희망한다면 하이라인과는 전혀 다른 이유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조건에 맞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과거 ‘서울숲’을 조성할 때에도 ‘서울의 센트럴 파크’를 지향했던 적이 있었지요. ‘서울숲’ 이전의 많은 신도시에도 ‘중앙공원’이 양산됐습니다. 브랜드를 빌려오면서 얻게 되는 이득이 분명히 있습니다. 일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데에는 이만한 방법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브랜드를 수입해야 할까요? 이제 우리도 우리 브랜드를 자신있게 내 놓을 수 있어야 하지않을까요? 지난 5월 13일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의 당선작으로 MVRDV의 비니마스Winy Maas의 제안을 선정했습니다. ‘서울수목원The Seoul Arboretum’. 서울역 고가도로 전체를 나무에 비유하여 인근 지역으로 뻗어가는 유기적인 디자인을 취하고 있습니다. 고가 위에는 국내의 다양한 나무를 가나다순으로 심어 수목원을 만들고, 사업에 반대하고 있는 지역 상권과 연계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네요. 우선은서울의 하이라인을 꿈꾸고 있지 않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남귤북지南橘北枳’는 귤이 강을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강남에 심었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서로 다른 기후와 풍토 때문에 탱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즉, 주위 환경에 따라서 같은 인재라도 달라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제아무리 하이라인이라고 한들 태평양을 건너왔는 데 뉴욕의 하이라인이 서울에서도 같을 수는 없지않을까요? ‘프롬나드 플랑테’가 대서양을 건너 새로운 ‘하이라인’으로 성공한 것처럼, 태평양 건너 새로운 ‘서울역 고가’로 거듭나길 기대해 봅니다.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는 오하이오 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에디토리얼] 열린 디자인
당위성, 목적, 효과 모든 면에서 논란을 가득 안은 채 강행된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13일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결과를 발표했다. 4월 29일의 심사 다음 날 당선작을 공개한다고 예고한 일정과 달리 선정 결과 발표에 2주의 긴 시간이 흘러서 『환경과조경』 편집부에는 때 아닌 비상이 걸렸다. 이미 세 달 전에 서울역 고가를 이번 호 특집으로 정하고 60쪽에 가까운 지면을 할애해 놓았으니월간지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공식 채널로 제출작들의 패널과 설계 설명서를 구해 발표 전에 미리 편집을 해놓는 무리수를 두느냐, 발표 때까지 인내한 후 사나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느냐로 고심을 거듭하다 대책 회의 장소를 근처의 치킨집으로 옮겼다. 공모전 출품작을 지면에 담는 일에는 생각보다 많은 공이 들어간다. 우선 에디터가 작품을 충분히 해석한 후 잡지에 실을 다이어그램, 도면, 이미지, 텍스트를 선별한다. 동시에 내부에서 직접 번역을 하거나 외주를 맡긴다. 이런 1차 작업이 끝난 원고가 디자이너에게 넘어가 편집 디자인된 초고가 나오고, 수정과 교정 작업이 세 차례 정도 이어진다. 그래서 공모전을 잡지에 싣는 달이면 (출품자들의 수고에야 못 미치겠지만) 편집부 모두 의욕 과잉과 심신 탈진을 동시에 경험하곤 한다. 특히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세 편의 비평을 붙이기로 했던 편집 계획이 문제였다. 오래 전에 섭외한 비평자들이 단 사흘안에 작품을 읽고 평문을 쓰기란 사실 불가능했다. 대책 회의의 소품이었던 맥주잔이 점차 쌓여가자 마침내 단순 명쾌한 해법이 나왔다. 한 달 연기! 역시 계획은 유연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환경과조경』은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의 당선작을 비롯한 모든 출품작을 7월호에서 보다 섬세하고 정교하게 다룰 것을 약속드린다. 다음 달에 실릴 출품작과 비평을 안주 삼아 많은 토론 생산하시길. 당선작으로 발표된 비니 마스Winy Maas(MVRDV)의 ‘서울수목원The Seoul Arboretum’을 두고 페이스북을 비롯한 여러 SNS 매체에서는 이미 다양한 견해가 쏟아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처음 구상된 작년 후반기와 다를 바 없이, 사업 자체의 당위성에 대한 의구심, 정치적 목적에 대한 의혹, 주변 상인들의 반대와 서울시의 소통 부족, 설계공모의 과정과지명 초청 방식 등에 대한 의견과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당선작 발표 후에는 비니 마스의 안에 대한 촌평도 꼬리를 물고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은 적절한 논증이 없는 단순한 취향 고백이거나 인상 비평이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관점도 눈에 띈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불투명한 설계 환경에 대처한 전략적 작품, 일견 유치한 키치kitsch로 보이지만 서울의 도시 환경을 단도직입적으로 비판한 작업, 콘크리트 환경에 가장 쉽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제안이라는 반응도 있고, 여러 각도의 혹평도넘쳐난다. 한 지인은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를 두고 “세상에서 가장 큰 어항”이라고 비판했던 어느 외국 전문가의 말을 패러디해서 이번 당선작을 “세상에서 가장 긴 화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 조경가는 여러 일간지에 실린 분홍빛 식물로 가득한 당선작의 이미지 컷을 두고 “어느 기독교 이단 종파의 선교 책자 표지 같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다음 달 『환경과조경』에서는 당선작과 여러 출품작은 물론 공모 지침과 과정을 아우르는 보다 심층적인 분석을 만나실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자체의 비전과 실천성에 대한 평가는 다음 달로 미루지만, 이 지면에서 간단하게나마 먼저 짚어 보고자 하는 쟁점은 앞으로의 ‘과정’이다. 당선작 ‘서울수목원’은 공중 보행로를 수목원으로 조성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서울역 고가를 하나의 큰 나무로 설정한 후 퇴계로에서 중림동까지의 고가 구간에 ‘가나다’ 순으로 국내 수목을 심는다는 구상이다. 심사위원회는 ‘서울수목원’을 당선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서울역 일대를 녹색 공간화하는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 점”과 “다양한 시민 및 주체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프로세스를 중시한 점”이라고 밝혔다. ‘녹색’과 ‘확장’은 다른 제출작에서도 거의 공통적이므로 결국 당선작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시민 및 주체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프로세스”인 셈이다. 그런데 과연 그 프로세스라는 건 무엇인가? 다음의 세 가지 단서를 통해 애써 짐작해 볼 수 있다. 비니 마스는 공식 인터뷰에서 “여러 시민이 참여하는 연합 프로젝트로 진행할 것”이며 “서울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선택하고 관리하는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심사위원을 겸했던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이번 당선작이 지니는 가치와 장점을 구현하기 위해선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운영되어야 하며, 특히 당선작이 지향하는 ‘열린 디자인’의 정신이 프로젝트 전개 과정에서 잘 구현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서울시의 보도 자료를 보면 “이번 당선작은 확정된 설계안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주민설명회, 분야별 전문가 소통을 통해 설계를 구체화할 것”이라고 한다. 함께 만드는 프로세스, 열린 디자인, 참여, 거버넌스 등은 명확한 의미로 쓰였다기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겠다는 일종의 다짐으로 읽힌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번 프로젝트를 과정 중심적으로 끌어갈 것이라고 신뢰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번 설계공모 과정이 열린 과정보다는 닫힌 결과를 위한 하나의 절차였기 때문이다. 전문가 그룹조차도 침묵하고 지나갔지만, 이번 지명 공모전은 통상적인 지명 방식인 RFQRequest for Qualification(자격 심사)나 RFPRequest for Proposal(제안서 심사)도 생략한 채 기형적으로 진행되었다. 마치 재벌오너가 사옥을 지을 때 자신의 목적과 취향에 맞는 건축가들을 초청해 경쟁시키는 방식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경우, 과정은 빠른 결정과 진행의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다. 만일 비니 마스의 당선작이 과정 중심적인 ‘열린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고 서울시가 열린 디자인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과정을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몇 차례 주민 설명회와 전문가 자문 회의를 거친다고 해서, 홍보 이벤트를 몇 번 더 연다고 해서 참여와 소통과 과정을 존중하는 열린 디자인이 완성될 리 없다. 공모전 당선작 발표를 일주일 앞두고 주변 상인들의 반대에 대한 대응책으로 대체 고가도로 건설 계획을 내놓은 게 지금 서울시가 생각하는 ‘과정’의 단면이다.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에 열린openended디자인이 필요하다면, 서울시의 계획과 일정 자체가 열려 있어야 한다. 토건시대를 연상시키는 속도전을 통해 박원순 시장의 임기 내에 완공하는 게 목표라면 열린 디자인은 적합한 방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