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 주택 정원
Bundang Garden
산그늘, 구름 아래 뜰
이 정원을 만들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일까? 잎의 질감과 색감, 지나치게 원색적인 색을 지닌 식물과 흔히 쓰이는 수종을 최대한 배제하고 주요수종을 선택해나갔다. 그리고 시간時間과 시간示間의 조율에 나섰다.
식물들의 미묘한 변화는 늘 감동을 준다. 이른 봄, 새싹이 돌기처럼 돌돌 돋아 연초록으로 빛나는 조팝나무의 잎눈이며, 조롱조롱 열리는 히어리의 꽃이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그 다음으로 줄줄이 이 나무 저 풀이 너도나도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다. 주체할 수 없는 계절의 힘은 온 정원 그득 이들의 기지개로 시끌벅적하다.
식물들의 소담스런 잡담이 늦가을까지 반복되도록 식물을 구성한다. 이렇게 식물을 키우는 시간時間이 주는 미묘한 변화와 이 친구들이 피고 지는 사이示間의 조율만 잘 한다면 하루가 다르고, 한 주가 다르게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짓는 이 친구들의 정겨운 잡담이 늘 풍성한 정원이 되어줄 것이다.
이 주택은 주변의 자연 경관이 매우 우수한 남서울 골프장 후면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는데, 대지 면적이 약 800여 평에 이르는 저택이다. 골프장 서측에 전원주택 단지로 조성되어 있는 이 마을은 흡사 강원도의 풍경을 닮았을 뿐 아니라, 겨울의 기온이 아랫동네 판교와 약 5도 이상 차이 나는 것 또한 강원도 산간 마을과 닮아있다. 짧은 기간에 많은 종의 봄꽃이 피고, 여름엔 녹음이 짙고, 가을엔 단풍이 맑다. 물론 겨울의 온도가 많이 낮아 시내의 정원보다 더욱 꼼꼼한 식물의 월동준비가 필요하다.
입구 정원
담장 밖은 겹벚꽃나무와 계수나무를 대표 수목으로 심어 봄과 가을의 정취를 살리도록 했다. 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면 오래뜰(대문이나 중문 안에 있는 뜰)이 손님을 반긴다. 작은 물소리가 들리고, 오죽이 심겨있어 좁은 공간이 풍성하게 느껴지는 입구 정원이다. 옆집의 정원이 그대로 노출이 되어 에메랄드그린으로 차폐 식재를 하여 보더 가든border garden으로 마감했다.
앞마당
건축주는 주변 자연이 좋고 넓은 이 땅을 마지막까지 살 곳으로 정했다. 최대한 넓은 잔디 마당을 원했다. 이에 주변의 시선을 가리면서 자연 경관을 조망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주변의 집 중 이 집만 정남향으로 앉아 있어 옆집 2층에서 이 집의 마스터 룸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는데, 시선을 막기 위해 수목을 구입하기 전 실제 크기의 작대기를 세워보고 나무 크기를 정했다. 입구 정원에 심긴 에메랄드그린을 앞마당의 낮은 부분까지 확장하는 형식으로 식재했고, 높은 곳은 초대형 백송과 소나무를 배식했다.
앞마루
식당과 바로 연결된 앞마루는 차를 마시거나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분위기 좋은 곳이다. 깔끔하면서도 자연미를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연출이 관건이었다. 자줏빛 코르텐스틸 화단 위로 빈카마이너를 늘어뜨리고, 황금눈주목과 무늬병꽃나무를 열식해 공간의 질서를찾으면서 자연스러움을 주었다. 물이 흐르는 작은 수로와 단조로운 화단의 직선을 자연석으로 살짝 비틀었더니 만족스러운 느낌이다.
조경 설계 조경디자인 린, 라이브스케이프
조경 시공 조경디자인 린
건축 설계 상지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 시공 위드건설
면적 2,644m2
완공 2013
조경디자인 린은 땅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긴다. 땅의 의미와 그 이면에 숨겨진 가치를 찾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그 땅에서의 행복한 쉼을 고민하며, 새로운 가치를 지닌 땅을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디자인 그룹이다. 이재연 소장은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조경설계 서안을 거쳐 조경디자인 린을 설립했다. 윤영조 소장은 강원대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강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설계 서안과 삼성에버랜드를 거쳐 이재연 소장과 함께 2006년 조경디자인 린을 설립했다.
-
타슈켄트 서울공원, 서울별서別墅
Tashkent Seoul Park, Seoul Byeolseo
까레이스키(고려인)의 삶의 애환
우즈베키스탄Uzbekistan, 타슈켄트Tashkent, 나보이Navoiy. 이제는 더 이상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이 아니다. 자원 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중앙아시아와의 활발한 교류로 어느덧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한국인이 러시아로 처음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1863년(철종 14년)이다. 대부분 농업 이민이었고, 이후에는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망명 이민도 있었다. 옌하이저우沿海州에 거주하던 그들은 스탈린의 이른바 대숙청 당시 유대인ㆍ체첸Chechen인 등 소수 민족들과 함께 가혹한 분리ㆍ차별 정책에 휘말려 1937년 9월 9일부터 10월 말까지 우즈베키스탄 지역으로 강제 이주되었다. 이때부터 17만 까레이스키의 삶의 애환과 슬픔이 시작되었다.
우즈베키스탄 또한 한국만큼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지배를 받았다. 페르시아 제국의 침략,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 서 돌궐 제국과 아랍 세력의 침입, 몽골 제국의 점령, 러시아 제국의 점령 등 파란만장했던 우즈베키스탄 침략의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와 흡사한 면이 많다. 이러한 시대적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하는 공간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조성되는 한국 정원은 의미가 있다하겠다.
서울별서는 타슈켄트 국제 공항에서 시내 외교 단지방향 3.8km 위치에 조성되었다. 주변에는 니자미 사범대학의 대학로가 있고 북쪽에는 혼인신고센터가 위치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서쪽에는 외교 단지와 인접해 한국 정원을 홍보하기에 유리한 지역이다.
타슈켄트에 조성한 한국 정원의 가치
광복 이후, 근대화와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세계 여러 도시와 자매도시, 우호 협력 도시 등의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외국과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도시들은 단지 명목상의 협력 관계가 아닌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강구하여 단발성 행사보다는 해당 도시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사업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중 하나가 비교적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한국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한국 정원을 자매 도시에 조성하는 것이다.
서울별서는 대한민국과 수도 서울의 이미지를 쉽게 알릴 수 있도록 한국 전통 조경의 아름다움과 독창성을 반영한 설계안을 작성하고자 하였으며, 우즈베키스탄 경관과는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현지인에게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계획안을 도출하고자 했다. 또한 17만 고려인들이 정착했던 과정을 설계에 반영하여 옛 고려의 문화와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했다.
마스터플랜 및 공원 설계 서안알앤디 디자인
건축 새한건축
토목 설계 한국지오컨설턴트
전기 설계 전설테크
설비 한강워터테크
발주 서울특별시 동부녹지사업소
시공 창성그린개발, 이오씨
위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바부르공원 일원
면적 8,000m2
완공 2014. 5.
신현돈은 한국의 ‘정(情) 문화’에 관심이 많다. 사람 사이에도 정이 있는 한편 사람과 사물 사이, 사람과 땅 사이에도 정이 오간다고 말한다. 최근 브라질 한국 정원 설계공모에 당선되어 남미에 우리의 공원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도초면 한국 정원, 그랑서울 조경 설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소개된 장사도해상공원, 타슈켄트 서울공원 등이 완공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IFLA 디자인 1등상, ASLA Professional Awards‘Honer Awards’, Junior Grand Prix 등을 수상했으며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
율수원
Yulsuwon
조경가라면 누구나 전통적인 조경 공간을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어 하지만 그 기회는 흔치 않다. 우연한 기회에 맡게 된 율수원 프로젝트는 이미 건물이 다 지어지고 담장까지 쳐져 있는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900평이 넘는 집터에 9채의 한옥이 풍수지리 원리에 따라 배치되었고, 최대한 전통에 충실하면서 실용성을 겸비할 수 있게 계획된 곳이다. 영남 지방의 양식을 기본으로 하되 화려한 서울 양식을 더했는데, 이곳은 누가 보아도 정말 ‘잘 지은 한옥’이었다.
“전통 조경을 제대로 구현해 보자”라는 발주처의 강한 의지에 고무되어 과업의 시작에 앞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사례 조사에 착수했다. 발주처도 이 한옥을 짓기 위해 몇 해 전부터 일명 ‘고택 공부 팀’을 만들어 여러 곳을 답사하고 공부를 한 상태였다. 발주처에서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 한옥을 새로 짓게 된 배경에 있다.
이 터는 재능교육 박성훈 회장의 생가다. 그의 부친의 손길이 묻어있는 오래된 고택으로, 박 회장은 자식된 도리로 이곳을 허물고 새로 짓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천 년 가는 한옥을 지어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살아간다면 그것 또한 큰 보람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율수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한국 전통가옥의 원형을 갖춘 한옥으로 조성하여 민속자료로 후세에 길이 남기고, 일반인에게 관람 및 숙박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하여 전통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설계 개념
첫째, 건축주가 어려서 살았던 생가이므로, 옛 기억과 정취를 살리고자 했다. 기존 주택의 공간적 틀을 유지하여 건물과 마당의 위치를 잡고, 집 안에 있던 나무와 돌을 남겨 활용했다.
둘째, 비보 개념을 도입하여 택지의 풍수적 기운을 좋게 만들고자 했다. 동북쪽의 허한 곳에 수림을 조성하고 동측 하천 방향으로 연못을 만들어 생기와 음기를 보완했다.
셋째, 좋은 경관을 끌어들이는 차경과는 반대로, 집 주변의 불량 경관을 적절히 차폐하여 경관의 질을 개선하고자 했다. 커다란 교회 벽면, 보기 안 좋은 방앗간, 측면의 노후한 주택들을 시각적으로 덜 드러나게 완화하는 식재를 했다.
조경 설계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조경 시공 동심원조경건설
건축 설계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발주 재능교육
위치 경상남도 산청군 신등면 단계리
면적 2,580m2
완공 2013
사진 유청오, 김재욱, 재능교육
안계동은 서울시립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서인환경, 두산개발을 거쳐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를 설립했다. 평화의 공원이나 서울숲, 난지한강공원처럼 굵직한 작품부터 사도감어린이공원, 대현공원처럼 소규모의 작품까지 다양한 층위의 프로젝트를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김재욱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전통조경학을 전공했다. 율수원의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였으며, 안계동 대표를 도와 현장에 상주하면서 관리 감독을 담당했다.
-
오설록 티뮤지엄 및 이니스프리 제주 하우스
Osulloc Tea Museum & Innisfree Jeju House
오설록 티뮤지엄은 제주도 중산간 지역 중에서 비교적 낮은 곳에 위치한 차나무 재배지 서광다원 영역에 만들어진 녹차 박물관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운영하는 이 녹차 전시장은 1970년대부터 녹차 밭을 개간한 역사를 소개하고 녹차와 관련된 내용을 전시한 곳이다.
이와 함께 관광객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카페의 기능을 겸하는 상업 공간으로 활성화된 곳이다. 서광다원의 면적은 약 24만평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원래 이 장소는 박물관과 카페 기능, 그리고 전망대를 포함한 건축물과 그 외부의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약간 떨어진 위치의 현재 이니스프리 하우스 주변에는 직원이 사용하는 박물관의 부속동이 있었다. 늘어나는 방문객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면적이어서 시설의 증축이 불가피했고, 서광다원 전체 영역에 대한 마스터플랜 수립 차원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수차례의 기본계획 조정 과정을 거쳐 2011년에 티뮤지엄과 이니스프리 하우스에 대한 조경 설계를 진행했다.
티뮤지엄의 카페 영역 일부를 증축하고 기능 없이 방치된 파빌리온 영역에 차 문화 교육과 발효차 관련 전시를 담당하는 티스톤 하우스를 신축했다. 부속동이있던 곳에는 이니스프리 제품 홍보와 카페 기능을 담당하는 이니스프리 제주 하우스와 부속동을 신축했다.건축물 한 동의 증축과 세 동의 신축은 매스스터디스의 조민석 소장이 맡았다. 이 계획은 주변을 아우르는 조경 공간의 재정비를 포함하고 있다.
조경 설계에는 몇 가지 난제가 포진하고 있었다. 먼저 전면 도로의 확장이다. 티뮤지엄에 접근하는 도로가 주변 여건의 변화로 기존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되었고, 자전거 도로까지 포함하면 그 폭이 무려 세 배정도 넓어진 것이다. 이는 티뮤지엄과 녹차 밭을 완전하게 갈라놓을뿐 아니라, 소음을 유발하는 문제도 심각했다. 두 번째는 밀려드는 관광객을 수용할 주차장을 확장하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녹차 밭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데, 녹차 밭은 이곳의 가장 중요한 경관 자원이기도 하며, 넓은 주차장은 그만큼 경관적으로 부정적인 요소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미 외부 정원에는 수많은 조경적 장치가 빼곡히 들어차있었기 때문에 이 장치를 어느 선에서 정리할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조경 설계 정영선(조경설계 서안),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 loci)
조경 설계 담당 디자인 스튜디오 loci(강영걸, 윤일빈, 김수민, 장수연)
조경 감리 디자인 스튜디오 loci
조경 시공 이은귀(대산조경)
건축 설계 조민석(매스스터디스)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면적 10,000m2
완공 2012
- 박승진 / 조경설계 서안 + 디자인 스튜디오 loci
-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클럽하우스와 호텔
Southcape Owners Club, Clubhouse & Hotel
남해南海라는 말은 늘 어떤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서울이나 그 언저리에 둥지를 튼 사람이라면 한참을 달려가야 하는 멀리 있는 바다를 떠올리고, 그만큼 맑고 청정한 바다와 작열하는 태양, 짙푸른 상록활엽수의 반질반질한 이파리들을 쉽게 연상한다. 도시의 짜증 나고 살벌한 풍경과는 정반대의 지점에 있으므로, 남해는 마땅히 무작정 달려가서 투명한 바닷물에 온몸을 내던져야 하는 그런 곳이다.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은 적어도 위치적으로 그 남해 바다의 정점에 있다.
그냥 막연한 남해 바다가 아니라, 행정구역상으로도 남해군에 속한다.
우리 팀이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로 결정하고 현장을 방문한 것은 2012년 한여름이다. 차로 무려 다섯 시간을 달려 도착한 현장은, 우리가 꿈꿔왔던 남해가 아니라 그냥 거대한 공사장이었다. 18홀의 골프 코스는 이미 가운영 상태였으므로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고 있었지만, 정작 우리가 설계를 진행할 클럽하우스와 호텔동 주변은 흙먼지가 날리는 공사 현장일 뿐이었다. 아직 준공을 일 년여 남기고 있었으니 현장 상태가 어떠했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터이다. 조경 설계라고 하는 것이 보통은 공사 개시 이전에 현장도 보면서 거기에서 설계의 실마리를 찾는 것인데, 이번의 경우는 공사가 한참 진행된 상태이다 보니, 그럴 여유가 없었다. 참 난감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럽하우스나 호텔동에서 바라다보는 바다 조망은 최상이었다. 지형적으로 섬의 돌출된 부분에 있었기 때문에, 대체로 사방으로 개방된 바다 조망을 확보하고 있었다. 건축계획 역시 이러한 조망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당연한 논리겠지만 조경에서 만드는 공간이나 경관적인 장치역시 이 조망에 대한 배려가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지가 설계의 관건이 되는 것이다.
조경 설계 정영선(조경설계 서안) +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 loci)
조경 설계 담당 디자인 스튜디오 loci(강영걸, 윤일빈, 김수민, 장수연)
조경 감리 김미연
조경 시공 이은귀(대산조경)
클럽하우스 건축 설계 조민석(매스스터디스)
호텔동 건축 설계 조병수(조병수건축연구소)
위치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
조경 면적 약 33,000m2
완공 2013. 11.
박승진은 아직까지 조경 설계라는 마당을 떠난 적이 없으며, 이 마당에 맞닿아 살고 있는 다양한 이웃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고 있다. 조경이라는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가치 있고 정교한 작업을 늘 꿈꾸지만 그것도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읽고, 쓰고, 가르치며, 배우는 일상에 감사하고 있다. 1965년 서울 생으로, 성균관대학교와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 디자인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조경설계 서안에서의 설계 실무를 거쳐, 2007년에 디자인 스튜디오 loci를 열었다.
- 박승진 / 조경설계 서안 + 디자인 스튜디오 loci
-
제천한방엑스포공원 한방생명과학관
Jecheon Oriental Medicine-EXPO Park Oriental Medical Life Science Center
재정리
이 프로젝트는 아주 우연하게 시작되었다. 설계 대상은 제천시에서 주관하는 한방엑스포 시설 중 대상지 전체가 아닌 한방생명과학관의 광장과 그 주변이었다. 이미 다른 회사에서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납품한 상태에서 건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엑스포 관계자와 시장의 의견으로 어떠한 경위를 통해 우리 회사가 계획안을 보완하게 되었다.
일을 맡게 되면서 세 가지 전제가 있었다. 첫째, 과학관 주변의 거울 못과 계류는 부분적인 형태 조정 외에는 없애거나 위치를 변경하기 어렵다. 둘째, 생태 연못은 이미 시공 중이라 변경이 불가하다. 셋째, 엑스포기간이나 혹은 이후라도 제천시 야외 행사를 고려한 잔디 마당을 오픈스페이스로 확보해야 한다.
세 가지 대안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그 첫 번째는 숲으로 둘러싸인 원형의 잔디 마당 계획안이고, 둘째는 원형의 잔디마당을 둘러싸는 링 형태의 입체적 수 공간 계획이다. 마지막 안은 약초 전시장과 경계의 관계를 정리한 계획안이었는데, 두 번째 안으로 결정되어 진행했다.
지반보다 낮은 건축물
기존 설계 도면을 들고 현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약초 전시관이 도로 레벨보다 심각하게 낮게 배치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전시관과 도시와의 관계 및 전시관과 대상지의 레벨에 대한 핸디캡을 극복하고 정면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입체적 공간을 계획하게 되었다. 원형의 잔디 공간과 전시관 전면에 개방감 있는 공간을 연출하고, 이 두 공간이 연속성을 갖도록 하여 행사 시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조경 설계 기술사사무소 아텍플러스(이준석 소장, 안상철소장, 신이철 부소장,
송태수 부소장, 이태훈, 김승인, 이동준, 정다운)
조경 시공 제일조경(변용섭)
위치 충청북도 제천시 한방엑스포로 19
대지 면적 23,000m2
준공 2010.9.
-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Incheon Asiad Main Stadium
지난 9월 19일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막을 열었다. 개회식이 치러진 주경기장은 지난 2009년 진행한 설계공모에 당선된 설계안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최우수작으로 당선된 희림건축의 작품은 빛과 바람, 춤을 콘셉트로 인천의 상징을 형상화했고, 건축물의 선이 대지로 이어지며 주변으로 흐름이 확장되도록 설계했다.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이하 인천 주경기장)은 인천의 새로운 녹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역 통합 연계의 뼈대
인천 주경기장 계획의 주안점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주변 사업과의 연계성, 생태적인 안정성, 경기장의 기능성 확보가 공모 당시 요구된 주요 고려 사항이다. 당초 주경기장 부지를 포함한 130만m2의 대규모 근린공원(연희공원)이 계획되어 공원 부지로 지정되었으나 오랫동안 미집행되었다. 그러던 차에 연희공원 부지 일부에 인천 주경기장이 건립되면서 주변 지역이 연계되어 개발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에 주경기장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통합하는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각 지역에 커뮤니티 가든, 에코 가든, 스포츠가든, 컬처 가든, 페스티벌 가든이라는 테마를 부여해 공간을 연계했다.
일반적으로 경기장은 필드를 스탠드가 둘러싸고 사면이 지붕으로 막힌 형태로 건립된다. 반면 인천 주경기장은 타원형의 지붕 양쪽이 뚫려 있다. 지붕이 곡선을 그리면서 지상으로 이어지고, 녹지의 흐름이 주변의 산으로 이어지도록 대상지 양쪽에는 숲을 조성했다.
건물이 만들어낸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동선이 형성되고 숲과 산으로 연결된다. 경기장의 열린 구조를 통해 주변과 연결되는 것이 설계의 골자다.
인천 주경기장과 주변 지역을 매개하는 또 다른 요소는 두 개의 지하 통로다. 인천 주경기장과 연희공원 사이에는 큰 찻길(봉수대로)이 있어 공간이 단절되는데, 지하 통로가 두 공간을 서로 이어준다. 이 통로는 기존에 이용하던 굴다리로 경기장 조성을 위해 부지가 성토되어 통로보다 높은 지형 여건을 살려 기존 통로 전이 공간에 선큰 형태의 광장을 조성해 연결 통로의 활용성을 높였다. 연희공원 조성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인천 주경기장이 완공되었고 연희공원 일부에 도시 생태 휴식 공간 조성을 위한 자연마당 사업(환경부 주관)이 진행되면서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공사 관계자들은 연희공원이 하나씩 채워지면 인천 주경기장 내에 존치한 연결 통로가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경설계 (주)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설계 (주)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주)상지건축사사무소, POPULOUS
구조설계 (주)동양구조안전기술
시공 (주)현대건설
기계설계 (주)한일엠이씨
전기/통신설계 (주)나라기술단
토목설계 동남이엔씨(주)
인테리어 (주)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조명설계 (주)피투엘이디큐브
음향설계 (주)오에스디엔지니어링컨설팅
소방설계 (주)융도엔지니어링
CM/감리 (주)삼우건축사사무소
발주 인천광역시
위치 인천광역시 서구 연희동 봉수대로 806
대지면적 622,810m2
건축면적 74,948.26m2
완공 2014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는 1970년에 설립된 종합건축서비스 회사로 건축설계, 건설사업관리(CM), 감리(CS)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단독 해외 진출에 성공했으며 베트남, 아제르바이잔, 아랍에미리트, 방글라데시, 이라크 등 8개 지역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
MBC 상암 신사옥
New MBC Sang-am HQ
세계로 열린 창, 자연의 감성을 담다
디지털미디어시티(이하 DMC) 내에 위치한 MBC 상암 신사옥은 여의도와 일산으로 이원화되어 있던 MBC를 통합하는 새로운 터전이다. 신사옥은 ‘세계로 열린 창’을 모티브로 하여 외부로 열린 형태로 설계되었다. 보행자전용도로Digital Media Street가 MBC 신사옥을 십자형으로 가로지르는데, 외부 공간을 이와 연계하여 계획함으로써 도심형의 복합 엔터테인먼트 센터Urban Entertainment Center로서 역할을 하도록 했다.
DMC는 상암 새천년 신도시 개발을 목표로 방송, 영화·애니메이션, 게임, 음악, 디지털 교육 등 미디어 산업 및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술을 연구 개발하거나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첨단 디지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클러스터다. DMC가 위치한 상암동은 업무 중심 지구이기도 하지만, 한강의 강바람, 하늘공원의 억새, 평화공원의 숲, 매봉산, 봉산, 멀리 북한산에 이르기까지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풍성한 자연 요소와 접할 수 있는 명소이기도 하다.
최첨단과 풍부한 자연의 상충된 이미지를 공유하는 MBC 신사옥의 조경은 인간, 곧 사용자 중심으로 계획하고, 최첨단 디지털을 향유하는 인간이 섬세한 자연의 힘(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숲 등)을 발견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고자 했다.
한류 열풍과 문화의 중심인 DMC 방송센터의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을 살리고, 방문객(관광객)을 위한 판매 공간과 야외 공간, 쾌적한 근무 환경 제공을 위한 옥상공간으로 구분되는 공간의 층위별로 각기 다른 테마를 적용하는 조경 계획을 수립했다.
MBC 건물군은 방송 전반의 업무를 수행하는 공간과 라디오 스튜디오, 데이터 센터를 배치한 ‘경영센터’, 제작 스튜디오, 보도국, 판매 시설, MBC라운지(아트리움)가 있는 ‘방송센터’, 방송 통신 시설 및 다목적 공개홀로 구성된 ‘미디어센터’가 있으며, 야외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시카고의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를 연상시키는 독립 판매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건축설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시공 현대산업개발
발주 MBC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267
대지면적 34,270m2
건축면적 18,448m2
완공 2013
그룹한(대표 박명권)은 1994년 창립 이래, 경제 발전의 피로에 찌든 도시인에게 자연과 호흡하는 아름다운 삶의 방식을 제시해 왔다. 그룹한의 디자인은 삭막한 주거 환경의 한복판에 고향에 대한 향수와 어린 시절의 추억, 그리고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가치를 구현해 왔으며, 여유와 즐거움이 넘치는 문화 환경을 헌정해왔다. 글쓴이 하태우는 1975년생으로 전남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에 그룹한에 입사하여 신도림 대림 한타 아파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조경설계 및 계획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
엔씨소프트 R&D 센터
NC Soft R&D Center
얼마 전 친구와 술 한잔 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학교에서 다양한 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강의했던 이 친구는 요즘 학생들과 함께 국내의 실제 사례 답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공간들을 돌아보며 우리가 진정성 있는 조경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지 의문이라는 얘기를 했다. 조경 공간이 실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좋은 감흥을 끌어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지 못하겠다는 얘기를 나눴다.
조경가들이 너무 새로운 것, 놀라운 것, 유행을 따르는 것 등을 지향하면서 정작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의 눈높이는 간과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욕심 아닌 욕심에 취해 정작 공간을 이용할 사람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감흥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이 건물의 외부 공간을 설계하면서 우리가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비록 놀라운 설계 어휘를 쓰지는 않았지만 진심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이 공감하고 정 붙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애쓴 이야기를 여기 풀어놓고자 한다(이 멘트는 도둑이 제 발 저린 연막일 수도 있다)
첫 만남과 재설계
이 공간은 오래전의 PF사업자 공모로부터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설계는 그 훨씬 이후인 2008년도에 착수했다. 그러나 시작은 썩 좋지 않았다. 처음 건축과 함께 설계를 시작했을 때 외부 공간은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 좁았고, 층층이 잘게 나뉘어 있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수시로 변경되는 건축 기능과 외관때문에 조경 공간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왜 그런 경우 있지 않나? 입에 넣었는데 삼켜지지 않는 음식 같은 프로젝트. 평면을 놓고 끄적이고는 있는데 이게 뭘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클라이언트가 확실하게 원하는 게 무어라고 말해주지도 않는 참으로 답답한 설계가 진행되었다. 클라이언트 측에서 요구한 것은 ‘분명한 개념’이었지만 그 분명한 개념이라는 게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그렇게 잘 잡히더니 왜 이 공간에서는 잡히지 않는지…. 그렇게 첫 설계를 매끄럽지 않고 아주 힘들게 마무리 지었다. 당연히 클라이언트도 썩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지만 그냥 무난한 정도로 받아주었다.
조경설계 디자인 엘
건축설계 DMP종합건축사무소
시공 GS건설
조경시공 금강조경
발주 엔씨소프트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68번지 외 2필지
대지면적 11,531.10m2
조경면적 3,242.09m2
완공 2013
-
한국동서발전 신사옥
Korea East-west Power
경사진 대지를 만났을 때 두 가지 반응이 떠오른다. 난감하거나 기쁘거나. 대지가 넓고 건물이 차지하는 면적이 작으면 기쁘다. 그러나 대지는 작은데 거기에 앉아야 하는 건물이 거대하면 난감하다. 동서발전 프로젝트는 후자였다. 게다가 건물이 모나게 생겼다.
동서발전 사옥은 비교적 대지의 크기도 작았고, 크게 보면 삼각형에 가까운 형상을 가지고 있었다. 두 면은 도로에, 그리고 한 면은 인접 부지에 접한 대지였다. 거창한 설계 개념을 떠올리기 전에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 해결이 과제의 전부였다. 물론 설계라는 행위 자체가 문제 해결의 과정이긴 하지만, 이 경우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수준이었다.
경사진 땅에 앉은 날카로운 건물
한국동서발전은 발전소를 건설·운영해 전기를 만들어 내는 일을 담당하는 곳이다. 그래서 에너지가 튀어 나올 듯한 형태로 건물이 만들어졌다. 물론 모양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기능과 태도가 역동적인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또한 이 에너지를 국민들이 이용하는 것인 만큼 건물 또한 주민들에게 많은 부분을 열어주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동서발전 사옥은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한쪽으로 기울어진 모양을 가진 날카로운 이미지의 건물이다. 그 평면 형태 또한 역동성 있는 평행사변형을 기본 형태로 가지고 있어서 땅과 만나는 방식이 매우 격정적이다. 우리는 이 다이내믹한 평면 형태가 대지를 온전히 지배하기를 바랐다. 좁은 공간이기 때문에 사선의 형태를 완화하려는 노력은 자칫 이 공간의 정체성을 오히려 뭉그러뜨리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선이 지배하는 형태를 디테일에까지 철저하게 적용하고자 했다. 건물에서 시작된 사선의 형태는 이 땅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흐름을 방향 삼아 끊임없이 뻗고 꺾였다.
조경설계 디자인 엘
건축설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시공 현대산업개발
조경시공 현디자인
발주 한국동서발전
위치 울산광역시 중구 북정동 222-2 일원(우정혁신도시 내)
대지면적 30,323.0m2
조경면적 7,702.12m2
완공 2014
디자인 엘은 분당에 사무실을 둔 조경설계사무소다. ‘LinkLandscape with Life’를 사무실 작업의 모토로 삼고 그 첫글자를 따 이름 지었다. ‘엘’은 10여명 내외의 설계가들이 모여 작업하고 있으며, 현재 박준서 소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올해로 설립 10년째를 맞이하는 ‘엘’은 그림으로만 존재하는설계, 지어지지 않는 설계를 지양하고 실체적으로 구현될 수있는 설계를 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설계 해법을 찾고 그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경관과 공간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