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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가 여전히 가로와 광장이 공공을 위한 영역이라는 생각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공을 위한 영역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요.(각주 1)쇼핑은 인류 공공 활동의 마지막 남은 형식일 것입니다.”(각주 2) 1. 몰링하는 도시생활자 나는 아침 청소와 빨래를 마치고 대형 쇼핑몰을 산책하고 있다.(각주 3) 아쿠아리움 주변은 학생들로…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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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이 주최한 ‘2024 조경비평상’에는 여섯 편의 원고가 접수됐다. 지난 1월 15일 본지 세미나실에서 배정한 편집주간, 남기준 편집장, 박승진 편집위원이 열띤 토론을 벌인 끝에 권정삼의 ‘몰링하는 도시생활자’를 가작으로 선정했다. 비평은 대상과 현상을 탐구하거나 조사한 결과를 적는 논문이나 보고서가 아니다. 에세이와도 다르다. 비판적…
- 남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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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단잠을 깨우는 알람 소리가 울린다. 힘겹게 눈을 떠 잠을 깨우는 녀석이 누구인지 확인해 보면 매주 보던 알림이다. “지난주 스크린 타임은 12% 증가하였으며 하루 평균 기록은 4시간 25분입니다.” 울릴 때마다 알람 소리를 꺼두어야지 생각하지만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당장 울리는 알람 소리 끄기에만 급급해 설정을 바꾼다는 걸 까먹어 매주…
- 이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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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구독자 수 그래프의 기울기를 들여다보는 시기다. 가슴에 잡지 더미를 쌓아놓은 것처럼 답답해진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래서 떠올린 게 활자라도 내 안에 채우자는 생각이었다. 두꺼운 책은 부담스러웠다. 그렇다면 한손에 쏙 들어오는 127×191mm 판형에, 331g의 가벼운 무게의 책이 좋겠다. 15년간 잡지를 만들어온 베테랑 편집자이자…
- 김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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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박형, 경량형에 국한됐던 옥상녹화는 최근 생태면적률 가중치 변화에 따라 혼합형, 중량형 등을 통해 높은 수준의 녹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고려해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는 GR-엣지 하이퍼로 색다른 녹화 공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GR-엣지 하이퍼는 알루미늄 소재의 규격화된 중공형 패널을 조립해 녹지 경계를 만드는 조경 자재다. 각 패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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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합리와 몰상식을 초월한 광기와 폭거,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가 시민들을 다시 차디찬 광장으로 불러냈다. 안온한 일상을 빼앗긴 겨울, 45년 전으로 퇴행한 이 도시의 정치적 풍경 앞에서 여느 해 1월호처럼 새해의 잡지 편집 방향을 희망차게 전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17일,…
- 배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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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기대했던 지난해 겨울, 난데없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대한민국은 또다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이했다. 놀란 시민들은 국회로 한달음에 달려가 완전 무장한 특수부대 계엄군과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냈다. 국회에서 어렵사리 계엄 해제가 의결되고 진통 끝에 탄핵안이 가결되는 순간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민주주의의 회복을 열망하는…
- 박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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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뻗어 나온 줄기가 발걸음에 걸려서 화분이 쏟아지고 말았다. 무성한 모습이 좋아 일부러 가위를 대지 않았는데. 아깝게 부러진 잎사귀를 주워 모은다. 투명한 유액에 검은 흙먼지가 엉긴다. 뭉개진 자국에서 시린 풀냄새가 난다. 줄기를 잘 보고 발을 디뎠다면, 베란다가 조금만 더 넓었다면, 크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 텐데. 쏟아진…
- 조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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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조경. 이 말은 다소 모호하고 모순적일지도 모른다. 조경이라는 장르는 보이는 걸 구현하고, 그래서 결국 보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조경이란 무엇이며, 이를 추구하는 보이지 않는 조경가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조경가 원종호는 자신을 드러내는 데 재주가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이름을 적극 알리는 걸 한사코 마다하는 대신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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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의 설계를 설명하는 단어는 ‘보이지 않는 조경가의 보이지 않는 조경’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디자이너는 각자의 생각과 일상을 표출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신의 작업을 홍보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시대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다. 조용히 작업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고 작업물을 홍보할 재주도, 적극성도 부족하다. 나�…
- 원종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