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기웃거리는 편집자] 두가마를 기억하며
    내게는 오랜 동반자 ‘두가마’가 있다. 얼핏 이름만 들으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축구 선수 같아 보이지만, 사실 전혀 상관없다. 사물을 의인화해서 부른다는 것이 조금 민망한 일이지만, 두가마는 나의 필름 카메라인 오토보이의 이름이다. 이 카메라에 이름을 붙인 건 나름의 사연이 있다. 전쟁을 겪은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가보처럼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 형제가 태어날 무렵, 여행과 사진 찍기를 좋아했던 아버지가 우리 형제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서 사셨다고 했다. 당시 쌀 두 가마니를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그 카메라가 우연히 내게 쥐어졌을 때 그 사실을 알게 됐고, 두가마란 거칠고 투박한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필름 카메라의 이름을 그렇게 정해버렸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꽃이 된다고 어느 시인이 말하지 않았나. 아버지의 고장 난 카메라를 구태여 고쳐 쓴 것은 일종의 작은 도피였다. 당시 졸업을 앞두고 자기소개서를 수십 번 고쳐가며 회사에 원서를 넣었는데, 힙합 오디션의 래퍼들처럼 합격 목걸이를 척척 받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가진 것 중에 유일하게 고쳐서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필름 카메라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물론 제한된 컷 수 때문에 셔터를 신중하게 눌러야만 하고, 인화한 사진을 보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불편함도 있었다. 그래도 정말 맘에 드는 장면을 찾아가는 재미, 할당된 컷 수를 다 채웠을 때 필름이 감기며 돌아가는 소리, 상상 이상으로 잘 나온 사진을 받았을 때의 쾌감이 참 좋았다. 수전 손택의 표현을 빌리자면, 필름 카메라는 당시 내게 세상의 모든 걸 잊고 떠나게 할 수 있는 우주선과 같았다. 서툰 솜씨로 사진을 찍다 보니,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궁금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잡지 『지큐』에서 소개된 사진가 한영수의 작품을 보고 속으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1세대 광고 사진가였던 그는 6·25전쟁 이후의 도심을 흑백 사진으로 담았다. 전쟁이 남긴 폐허의 상흔 속에서도 활기차게 뛰어노는 거리의 아이들, 젊고 당당한 신여성, 중절모의 멋쟁이 신사까지 다양한 피사체를 세련된 방식으로 다루며 거리의 희망을 환기했다. 절망의 폐허가 짓누르는 고통 가운데 옥상의 민들레꽃처럼 버티고 있는 희망을 사진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동시대의 거장과 비견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깔끔한 구도는 덤으로 좋았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그의 작품을 소개했던 장우철(당시 지큐 에디터, 현재는 사진작가)의 사진 전시에서 한영수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감흥을 느꼈다. 스텝을 밟는 유도선수의 발을 찍은 사진은 고요한 호수와 같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은 폭발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강렬했다. 이에 대해서 황인찬 시인은 “식물은 꿈틀거리는 것처럼 찍어놓고, 인간은 한없이 정물에 가깝게 담는다”라고 표현했다. 이후 어느 행사에서 우연히 만난 장우철에게 어떻게 작품을 찍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사진은 피사체에 가하는 폭력일 수 있어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하고, 자연스러운 그림이 나올 때까지 충분히 기다리며, 결과는 비명처럼 폭발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라고 답했다. 두가마를 고쳐서 쓸 때만 해도 이처럼 사진을 찍거나 보는 게 낙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필름 사진 찍기를 취미로 이렇게 오래 할 줄 정말 몰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필름 카메라의 매력과 걸출한 두 명의 사진가를 알려준 두가마를 얼마 전 불의의 사건으로 잃어버렸다. 그는 쌀 두 가마의 값어치를 톡톡히 한 후 이름을 따라서 코트디부아르(?)로 돌아갔는지, 좋은 곳으로 소천했는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사라진 그를 떠나보내며 이렇게 긴 글을 써봤다. 앞으로 사진을 더 열심히 찍어 그에게 받은 은혜를 갚고자 한다. 그래서 새로운 카메라를 물색 중이고, 이미 카메라의 이름도 정해두었다. 바로 구방심救放心이다. 이름에 담긴 뜻처럼 흩어진 마음을 모아서 희망찬 마음으로 봄에는 출사를 나가려고 한다. 잃어버린 두가마와 함께했던 추억을 기억하며.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사람들은 다 노래가 되기 위해 살아요
    지구는 둥글고 태양 주변을 천천히 공전하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니까. 특정 시간에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은 둥그렇게 한정된다. 내가 이쪽 동그라미에서 한낮을 살고 있을 때 반대편의 세계는 빛 없는 어둠에 빠진다는 거다. 과학 시간에 배웠기에 믿고는 있지만 사실 이 시차의 존재를 체감할 때는 많지 않다. 지구 건너편에서 월드컵, 올림픽 같은 세계적 축제가 열리기도 하지만 잠이 더 중요한 내 겐 별 의미가 없다. 가끔 친구의 닦달에 못 이겨 어둑한 새벽에 눈부시게 환한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축구를 보기도 했는데, 카메라가 푸른 하늘과 작렬하는 뙤약볕을 비춰줘도 좀처럼 실감이 안 났다. 스크린 속 세상은 꼭 영화나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나와는 동떨어진, 더 과장해 말하면 다른 차원의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같았다. 그런데도 가끔 나와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이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해외에 있는 사람과 교류하며 메일을 주고받을 때다. 메일 도착 시간에 업무 중이라고 보기에는 터무니없는 숫자(보통 해뜰 기미도 없는 새벽이다)가 찍혀 있는데 첫인사가 “퇴근 후 즐거운 저녁 보내길 바란다”이거나, 나는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는데 저쪽은 눈이 쌓여 출근에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한다든가. 수많은 시간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이 둥근 구체를 하나의 지구라 여겨도 되나 궁금해지고, 대지의 표면을 따라 흐르는 시간의 축을 상상하면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스뇌헤타 특집을 진행하면서는 나보다 여덟 시간 뒤를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내가 퇴근할 무렵이면 그들이 막 사무실에 도착하기 시작했고, 특집 기획을 논의하고 확인하는 메일이 이어달리기의 배턴처럼 오갔다. 그 시차가 처음에는 매우 신기하게 느껴졌는데, 퇴근길 휴대폰에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뜨면 다른 시간대에서 함께 일하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나는 건 스뇌헤타 인스부르크 스튜디오의 이슬과 함께한 줌 회의다. 이슬은 이번 특집 기획을 더 풍성하고 재미있게 꾸릴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뿐 아니라 오슬로 스튜디오와의 원활한 소통에 큰 도움을 주었는데, 줌 회의 또한 그의 제안이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일은 글로 대화하는 것과 너무 달랐다. 통신의 문제였겠지만, 조금씩 끊어지는 영상과 싱크가 살짝 어긋난 오디오는 오스트리아와 한국의 거리를 가늠하게 했다. 당시 이슬은 마이크가 달린 헤드폰을 쓰고 커다란 목재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그 장면이 뭐라고 이슬이라는 이름이 구체적인 배경과 사연을 가진 사람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회의가 끝난 후 문득 궁금해져 인스부르크 스튜디오의 주소를 검색해 주변 사진을 찾아봤는데, 어느새 붉은 벽돌 건물이 가득한 길을 거닐며 일상을 보내는 인스부르크 스튜디오 직원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무엇이 궁금해지는 순간, 호기심을 갖게 되는 장면은 참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구나. 스뇌헤타의 프로필과 설계 철학 지면에 사무실 풍경과 연례행사로 산을 오르는 직원들의 모습을 실은 게 뿌듯해졌다. 이번 호를 매만지는 내내 두 사진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강 한가운데 섬을 향해 물 위를 고요히 걷는 사람의 뒷모습(트라엘비코센 경관로)과 산에서 마치 나뭇가지가 자라듯 뻗어 나온 전망대(페르스펙티벤베그 전망로). 강과 산, 전혀 다른 대상지를 다루고 있지만 두 작품은 닮았다. 지형을 조작하거나 나무를 가득 심거나 거대한 시설을 배치하는 대신, 그 자체로 완벽한 주변의 경관을 둘러볼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작은 장치들을 삽입했다. “문화와 물성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희석하는 도구이며, 현재에 과거를 녹이고 존재하는 것에 존재하게 될 것을 녹아들게”(22쪽) 하 는 조경의 힘이 절절히 느껴진다. 허연 시인이 말했다. “사람은 다 노래가 되기 위해서 살아요.”1 그는 그래서 그 노래를 받아 적기 위해 애쓰며 시를 쓴다. 조경이 해낼 수 있는 것 중 가장 멋진 일이 노래가 되지 못한 경관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 아닐까. 앞의 문장을 썼다 지웠다 반복한 이유는 “조금 비판적으로 본다면 건축에 비해 조경의 색이 잘 안 보이는 것 같기도”(102쪽) 하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돋보이기보다 다른 것을 더 드러내기 위해 한걸음 물러난 것은 눈에 띄지 않기 마련이고, 우리는 너무 쉽게 그 존재들을 잊는다. 각주 1. 유희경, “사람들은 다 노래가 되기 위해 살아요 그 노래를 받아 적고 싶었어요”, 『쿨투라』 2021년 2월호, p.23.
  • [PRODUCT] 사계절을 즐길 수 있는 물놀이터, 아쿠아포레 환경 감수성을 높이는 자연 친화 놀이터
    빌딩 숲이 들어선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물과 자연을 접하기 쉽지 않다. 아이들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놀이터에서 물과 자연을 친숙하게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가이아글로벌의 아쿠아포레(Aqua-fore)는 아까시 원목을 활용한 물놀이 시설로 물과 자연을 놀이터에서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 아쿠아포레는 사계절 내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물놀이 시설이다. 보통 물놀이 시설에는 습윤 환경에서의 내구성 등을 고려해 철재와 HPL 등 합성 소재를 사용하는데, 상대적으로 차가운 느낌 때문에 겨울철 이용률이 떨어진다. 반면 아쿠아포레의 아까시 원목은 공간에 따뜻한 분위기를 불어 넣으며 물놀이 설비가 가동되는 여름 외에도 놀이터를 즐길 수 있게 한다. 또한 아까시 목재는 특별한 가공을 거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어린이의 흥미와 모험심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아이들의 환경 감수성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2050 탄소중립선언’에 따라 목재 제품의 활용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까시 목재는 탄소 상쇄 효과가 높아서 지구의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 악어, 물고기, 야자수 등 다양한 동식물과 자연환경을 놀이터에 구현함으로써 아이들의 환경 감수성을 높인다. 대표 제품인 악어 조합 놀이대(게으른 악어)와 아기 물고기 조합 놀이대(아기 물고기의 바닷속 여행)는 2022년 11월에 준공한 성남 금광동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에 설치됐다. TEL. 02-521-3875 WEB. gaiaglobal.co.kr
    • 가이아글로벌
  • 오후 4시에 머물러 있는 집 프로젝트 스페이스 ㅁ(미음), ‘오후 4시’ 잉고 바움가르텐 개인전
    오후 2시는 점심을 먹은 뒤 졸린 시간이고, 3시는 일하는 시간, 5시는 퇴근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오후 4시는 어떤가. 잉고 바움가르텐(Ingo Baumgarten)은 4시를 어떤 조짐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무엇이 일어난 뒤도 아니다. 바움가르텐은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건축물들이 오후 4시에 머물러 있음을 표현한다. ‘오후 4시’ 전에서 다룬 건축물들은 한국이란 공간에 있는 집이다. 사물화된 공간에 사는 존재들은 그 사물성에 지배 받아 사물화된다. 모든 공간은 시간의 영향 아래 있다. 그의 시각을 빌리자면 인간은 어디에 살고 있든 오후 4시의 공간 속을 표류하고 있다. 공간을 주제로 그리는 독일인 작가 바움가르텐은 1964년 서독에서 태어나 독일 카를스루에(Karlsruhe) 국립미술대학교에서 미술 학위를 받고 도쿄 예술대학원에서 미술 석사를 받았다. 그 후 프랑스 파리, 영국 노리치(Norwich)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바움가르텐은 가까운 주변 환경으로부터 모티브를 얻는데, 일상생활에서 가장 가까운 것이 건축물이라 생각한다. 건축물들은 문화의 현상, 징후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건물을 단순한 공간이 아닌 인간의 일상, 도시의 문화, 사회 이념이 투영된 사회적 구조물로 여긴다. 이러한 점에서 바움가르텐이 그려낸 건축물은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욕망과 소망, 생활과 환상을 어우르는 표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도시의 풍경을 관찰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사람들의 욕망의 변화를 건축물의 외곽으로 드러냈다. 작업 순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집과 빌딩, 학교, 지하철역, 교량 등 다양한 건축물 사이에서 자신의 심미안을 자극하는 것들을 선택한다. 대칭과 비대칭의 구조, 다양한 건축 자재와 색감이 만들어내는 조화와 리듬 등 조형적 요소들을 일차적으로 주목한다. 동시에 건축 스타일이 나오게 된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며 심미적 표피 속에 숨겨진 의미와 가치들을 발굴하고 총체화해 작품으로 표현한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 어제로 미래를 묻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어제의 미래’ 전
    비바 마젠타(Viva Magenta)는 팬톤이 정한 올해의 색이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이 색은 용기와 패기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 색과 어울리는 사진작가를 꼽는다면, 바로 마리아 스바르보바(Maria Svarbova)일 것이다. 마리아는 무표정한 인물과 정교한 구도, 따뜻한 색감이 절묘하게 조화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사진작가다. 2010년부터 활동한 그는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30인 중 한 명이며, 2018년 핫셀블라드 마스터 아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초상화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사진 스타일은 국제적 찬사를 받으며 특히 『보그』, 『포브스』, 『가디언』 등 전 세계 출판물의 특집 기사로 소개됐다. 국내에서도 SNS 등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유년시절부터 예술가를 꿈꾸며 목조 조각 복원 등을 했지만, 창작자로서 한계에 봉착하며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으로부터 받은 DSLR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며 사진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현재는 전 세계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작가가 됐다. 정규 사진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시각적 표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차갑지만 정교한 구도, 따뜻한 색감 그리고 신구(新舊)의 적절한 결합이다. 제대로 겪어본 적 없던 공산주의 시절 슬로바키아의 향수와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국내에서도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어제의 미래’는 그의 실험적인 작품 스타일을 조명한다. 174점의 주요 작품을 노스탤지어(Nostalgia), 퓨트로 레트로(Futuro Retro), 스위밍 풀(The Swimming Pool), 커플, 로스트 인 더 밸리Lost in the vally 다섯 개 섹션으로 나누어 한눈에 감상할 수 있게 구성했다. 다섯 개 섹션은 작가의 예술적 경험과 개인적 경험을 다룬다. 대표작인 스위밍 풀 시리즈 외에도 기업과 협업한 작품 및 최신 작품까지 선보이며 현재와 과거를 총망라한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알아두면 쓸데 있는 사전 지식
    밸런스 게임을 해보자. 지금 우울하다면, ‘집에서 쉬며 우울함에서 벗어나기’ vs ‘밖에 나가 사람들과 함께(혼자 나가도 된다) 우울함 탈피하기.’ 나는 무조건 후자다. 우울할 때 집에만 있으면 끝없이 기분이 가라앉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있거나 바깥 공기를 마시며 침울한 감정에서 빠져 나오려 한다. 우울한 날뿐 아니라 쉬는 날도 종종 밖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나가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다 보니 점차 이동 반경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뻗어나갔다. 입시의 굴레에서 벗어나 갓 스무 살 되던 해에 갔던 대만은 여행의 매력을 알게 해주었다. 패키지 상품처럼 여행사가 짜놓은 경로를 쫓아다니는 여행이 아닌 순수 직접 모든 걸 예약하며 알아보고 간 여행이라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인천공항의 새벽 공기, 긴장한 눈빛으로 대만 공항을 나서던 기분, 혹여 예약이 잘못되었을까 조마조마하며 체크인하던 호텔 로비, 예류Yeliou 지질공원행 버스에서 본 풍경. 사소한 것도 다 기억난다. 처음 주도한 여행이 대성공을 거둬 그 뒤로도 일정을 직접 짜는 자유 여행을 선호하게 됐다. 여행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변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몇 날 며칠 밤새우며 과제를 반복하던 대학 생활에 잠시나마 쉼을 주고자 휴학을 했을 때다.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친구들과 동유럽 여행을 갔다. 한 나라를 한 명씩 맡아 그 나라의 가이드가 되어 숙소부터 일정까지 알아서 진행하기로 했다. 나는 오스트리아 담당이었는데, 대표적인 관광지, 인스타그램 감성을 자극할 포토 스폿, 꼭 먹어봐야 하는 맛집 위주로 계획을 짰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가봐야 할 곳을 조사하던 중, 유명한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의 배경 장소를 알게 됐다. 영화는 수도원에서 생활하던 마리아가 트랩 소령의 자식들의 가 정교사가 되면서 전개된다. 경직된 가정 환경으로 인해 무뚝뚝하고 표정이 없던 아이들에게 마리아는 음악을 가르치며 생기를 선물해준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자주 보았던 터라 ‘도레미 송’이 곧장 떠올랐다. 도레미 송은 마리아와 아이들을 끈끈하게 엮어주는 도구 역할을 하는 동시에 영화를 대표하는 곡이다. 정원 가운데 있는 분수대 뒤에서 아이들이 한 명씩 나오며 퍼걸러 주위를 뛰어다니고, 입구에 위치한 계단 위로 마리아와 아이들이 함께 올라와 정원을 등지고 도레미 송을 부르는 장면. 바로 그 장소가 미라벨 궁전 앞에 펼쳐진 미라벨 정원(Mirabell Garten)이다. 미라벨 정원과 더불어 마리아와 트랩이 함께 춤을 추며 사랑을 키워 나간 정자가 있는 헬브룬 궁(Schloss Hellbrunn)도 빼놓지 않고 들렀다. 잘츠부르크 다음 도시는 빈이었는데, 이 도시에서도 미라벨 정원, 헬브룬 궁 같은 곳을 발견했다. ‘비포 선라이즈’(1996)는 빈을 낭만적인 도시로 그린 대표적 영화다.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셀린과 제시, 목적지는 달랐지만 서로를 향한 이끌림에 함께 빈에 내려 하루를 보내며 사랑에 빠진다. 셀린이 제시에 대한 호감을 친구에게 전화하듯 고백하던 카페 슈페를(Sperl), 함께 지낸 하루가 꿈만 같다고 이야기하던 테라스가 있는 알베르티나(Albertina) 박물관도 필수 방문 코스에 넣었다. 이곳들에서 영화 장면의 구도처럼 사진을 찍고 싶었기에 다른 그림 찾기 하듯 꼼꼼히 대조하며 공간을 둘러봤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이 인스타그램용으로 찍은 사진들보다 왠지 더 정감이 간다. 이제는 반대로 영화 제목을 보면 여행지에서의 일들이 떠오른다. 어딜 가게 되면 먼저 그곳의 숨은 정보를 찾아본다. 여행 도중에 새로운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도 매력이지만, 사전에 지식을 쌓고 가는 여행도 꽤나 흥미롭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는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 말했다. 긴 인생을 산건 아니지만 짧고 굵직한 여행 경력을 가진 내 방식대로 고쳐 써본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식을 쌓고 떠나는 것.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모든 폐허는 저마다 찬란한 번성과 비참한 쇠락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축소된 제국이다
    공간은 짓는 데 시간이 걸리기에 계획안을 만든 때와의 시차를 갖게 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 유행처럼 번졌던 공간 유형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비슷한 조건의 대상지를 바탕으로 한 엇비슷한 그림들이 쏟아지고 나면, 기억 속 조감도와 그에 대한 기대감이 희미해진 후에야 실제 공간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다보니 정작 완성된 공간에는 설계안을 향해 쏟아지던 관심만큼의 열기가 들끓지 않기도 한다. 그 대표적 공간 중 하나가 고가다. 빌딩과 도로로 포화된 도심에서 기능을 잃은 고가의 잠재력은 뉴욕 하이라인(Highline)을 통해 이미 증명됐다. 빌딩 숲을 색다른 높이에서 거닐고, 킬로미터퍼아워(km/h)를 위한 도로를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는 일은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게다가 낡았지만 여전히 단단한, 한때 도시의 번영을 도왔던 고가는 찬란한 페허로 불리기에도 충분하다. “모든 폐허는 저마다 찬란한 번성과 비참한 쇠락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축소된 제국이다.”1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고가의 균열은 사람들의 낭만적인 멜랑 콜리를 충족시킨다. 다리 위는 새로운 나 들이 장소로 적격이지만, 그 아래 공간의 여건은 다르다. 그늘은 어둠 외에도 많은 것을 불러들인다. 축축한 습기, 습기를 좋아하는 곰팡이와 벌레들. 병균과 해충을 피해 발 길이 뜸해진 곳에는 숨기고 싶은 행위를 벌이는 사람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그렇게 고가 하부는 비어 있지만 땅을 가르는 무형의 경계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스페이스를 향한 갈증은 다리 아래의 땅도 바꾸기 시작했다. 토론토의 언더패스 파크(Underpass Park), 암스테르담의 A8ernA를 비롯해 버려졌던 다리 밑 공간이 공원, 커뮤니티 공간, 예술가들의 작업 및 전시 장소로 재탄생했다. 한동안 뜸했던 고가 하부 프로젝트 소식이 2022년부터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도쿄의 미야시타 공원(Miyashita Park)(『환경과조경』 2022년 2월호, 이하 발행연월만 기재), 철도 인프라를 주차장, 상업 시설, 호텔과 엮어 시대에 부응하는 다층의 공원으로 만들었다. 옥상이 주요 공간이지만 지상과 상부를 연결하는 거대한 계단을 만들어 하부의 답답함을 덜어내는 동시에 야외 스탠드로 활용하는 영민함을 보였다. 스톡홀름의 셰르토르프스 센트룸(Kärrtorps Centrum)(2022년 9월호)은 지역의 오래된 광장이다. 광장 가장자리를 지나는 지하철 고가 밑에 날씨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체육 시설, 그네,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함으로써 활기찬 입구의 역할을 부여했다. 같은 호의 상하이 차오양 백주년공원(Caoyang Centennial Park) 대상지는 폭 10~15m, 길이 1km의 화물 철도다. 기존 철도 인프라에 지하층과 2층을 더하는 복층화 전략으로 부족한 부지를 확보했다. 날렵한 형태의 고가는 지상에 넉넉한 양의 빛을 내린다. 덕분에 식물이 무리 없이 자라고, 농구장의 아이들은 콘크리트 천장 대신 하늘을 보며 운동을 한다. 빛이 들지 않는 지하는 예술가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했다. 마이애미의 언더라인(Underline)과 뭄바이의 원 그린 마일(One Green Mile)(2023년 1월호)은 조건은 조금 다르지만 일종의 ‘방’을 만들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는, 같은 전략을 사용한다. 이때 고가의 형태 자체가 둔중한 원 그린 마일은 녹색의 가벽을 세우고 내부에 언덕 놀이터, 테이블과 의자를 두어 아늑한 공간을 만든다. 말 그대로 투과성을 갖는 방을 만든 셈이다. 반면 언더라인의 방은 행위를 담는 개념적 그릇이다. 위요된 공간이라기보다 탁 트인 야외라는 느낌이 훨씬 강하다. 서울시도 2017년 고가 하부를 도심 속 쉼터로 바꾸는 시도를 했다. ‘고가하부공간 활용사업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6개의 사업 대상지(옥수, 이문, 한남, 종암사거리, 금천, 노원역)를 선정했다. (비)일상의 수목원(한남1고가), 지붕마당(이문)을 제외한 다른 고가에는 모두 작은 건축물 형태의 실내 공간이 들어섰다. 이미 콘크리트 구조물로 한차례 감싸인 공간을 또 한 번 박스에 가둔 모양이다. 고가 하부는 열린 듯 닫혀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지 않나, 미세먼지 같은 이슈를 피할 수 없었나, 들어서야만 내부를 볼 수 있는 실내 공간은 찬란한 폐허와 다른 속도로 낡아가지 않을까. 아무래도 직접 가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테니, 날이 풀리면 잊지 않고 이곳들을 찾아갈 요량이다. 비행기 티켓 값은 버거워도 지하철 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각주 1.리처드 하퍼, 『세상이 버린 위대한 폐허 60』, 예담아카이브, 2018
  • [PRODUCT] 무장애 도시 환경을 위한 퍼걸러와 놀이터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인 BF 디자인
    무장애 도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BF 디자인의 휴게 시설과 놀이 시설이 필요하다. 자인의 퍼걸러는 장애인의 이동 동선을 고려한 유려한 곡선의 벤치 디자인과 깨끗한 화이트 톤이 특징이다. 평상을 곡선 형태로 디자인해 휠체어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서 간이 테이블을 설치했다. 필요에 따라서 USB 충전 등이 가능한 멀티 콘센트도 설치가 가능하다. 타원형 입체 채광창이 있는 지붕은 공간에 개방감을 불어넣는다. 가장자리의 바 테이블에서는 다양한 이용자들이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키젯의 아키블럭은 무장애 통합 놀이 시설로 다양한 이용자들이 사회적 평등과 균형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이들의 감성적 발달과 시각적 흥미를 돋우는 다양한 색채와 패턴을 디자인에 활용했다. 휠체어, 유모차 등 다양한 유형의 이용자도 불편하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 놀이터에 접근이 쉽도록 램프 구조의 데크로 구성했다. 색약 등 사회적 약자의 이용에 초점을 맞춰 핸드 레일을 노란색으로 칠했고, 중앙 메인 타워 아래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회전 공간을 만들어 놀이 시설 내부에서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TEL. 02-6289-5100 WEB. dezain.co.kr
  • ASLA Best Books of 2022 ‘2022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12권의 조경 서적
    연말연시 연휴, 역사와 디자인, 환경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고 영감을 불어넣어 줄 책을 탐독해보는 건 어떨까. 좋아하는 조경가에게 줄 완벽한 선물을 찾고 있는 당신에게, 지적 모험심을 자극해줄 책을 찾고 있는 당신에게 미국조경가협회ASLA가 선정한 2022년 최고의 책 열두 권을 소개한다. 1. 미국 어바니스트: 윌리엄 와이트는 어떻게 틀에서벗어난 아이디어로 공공장소를 바꾸었을까 (Richard K. Rein, American Urbanist: HowWilliam H. Whyte’s Unconventional WisdomReshaped Public Life, Island Press, 2022) 주간 뉴스레터 「U.S.1」의 설립자이자 기자인 리처드 레인(Richard K. Rein)이 쓴 이 책은 어바니스트이며 사회학자, 저널리스트, 그리고 공공 공간에서 사람들의 행태를 근접 관찰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윌리엄 와이트(William H. Whyte)의 삶과 아이디어를 조명한다. 와이트의 대표 저서인 『작은 도시 공간의 사회적 삶(The Social Life of Small Urban Spaces)』(2001)과 『도시: 중심의 재발견(City: Rediscovering the Center)』(2009)을 포함해, 그의 여러 저서와 연구는 인간 중심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주목과 공공 공간의 가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능케 했으며 세대를 거쳐 전 세계 조경가에게 영향을 미쳤다. 2. 비트릭스 패런드: 정원 예술가, 그리고 조경가 (Judith B. Tankard, Beatrix Farrand: GardenArtist, Landscape Architect, The MonacelliPress, 2022) 3. 예술로서의 정원: 덤바턴 오크스의 비트릭스패런드 Thaisa Way, Sahar Coston-Hardy, Garden as Art:Beatrix Farrand at Dumbarton Oaks, DumbartonOaks Research Library and Collection, 2022) 조경사학자 유디트 탠카드(Judith Tankard)가 쓴 『비트릭 스 패런드: 정원 예술가, 그리고 조경가』는 조경가 비트릭스 패런드의 삶을 기록한 전기로, 아름다운 사진을 가득 담고 있다. 같은 인물을 다룬 『예술로서의 정원: 덤바턴 오크스의 비트릭스 패런드』는 워싱턴 DC에 위치한 덤바턴 오크스의 경관·정원 연구 책임자인 테이사 웨이(Thaïsa Way, FASLA 회원)의 저서다. 토마스 볼츠 (Thomas Woltz, FASLA 회원)의 에세이와 사진작가 사하 코스턴하디(Sahar Coston-Hardy)의 사진을 더해, 비트릭스 패런드가 설계한 걸작의 마법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4. 정원 너머: 자연 시스템과 결합한 주택 경관 설계 (Dana Davidsen, Beyond the Garden: DesigningHome Landscapes with Natural Systems ,Princeton Architectural Press, 2022) 샌프란시스코 서피스 디자인(Surface Design)의 시니어 조경가이자 전 ASLA 인턴 다나 데이비슨(Dana Davidsen)은 생태 디자인의 발전을 가져온 미국과 영국의 아름다운 도시 경관, 교외 경관, 농촌 지역 주거 경관 18곳을 모아 큐레이션했다. 서문에서 『LAM(Landscape Architecture Magazine)』의 편집자인 티모시 슐러(Timothy A. Schuler)는 이 책이 “오래도록 지속가능하게 설계된 주거지 프로젝트를 통해 어떻게 토지와의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5. 포괄적 계획: 21세기를 위한 지속가능하고회복탄력적이며 공평한 커뮤니티 (David Rouse, Rocky Piro, The ComprehensivePlan: Sustainable, Resilient, and EquitableCommunities for the 21st Century, Routledge,2022) “과거의 관행적 계획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기에 부적합하다.” 미국조경가협회 조경가 및 계획가인 데이비드 라우즈(David Rouse), 콜로라도 주 지속가능한 어바니즘 센터의 상임이사이자 덴버 시 전 총괄계획가 로키 파이로(Rocky Piro)의 선언이다. 이 책은 수백 가지의 포괄적 도시계획안을 검토하고,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 및 형평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21세기형 계획 모델을 제시한다. 6. 옴스테드 경험하기: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의 북미 풍경, 계속되는 유산 (The Cultural Landscape Foundation, Experiencing Olmsted: The Enduring Legacy of Frederick Law Olmsted’s North American Landscapes , Timber Press, 2022)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 탄생 200주년을 맞아, 문화경관재단(TCLF) 이사장 찰스 번바움(Charles Birnbaum, FASLA 회원), ASLA 명예회원이자 조경사학자 알린 레비(Arleyn A. Levee), 역사보존주의자 디나 타세–윈터(Dena Tasse-Winter)가 책을 구성했다. 이 책은 옴스테드와 그의 회사, 그의 뒤를 이은 여러 후임자가 설계한 200곳 이상의 공공·교육·민간 경관을 개괄한다. 지면을 꽉 채운 옴스테드의 계획안과 드로잉을 통해 민주적인 공공 공간에 대한 옴스테드의 비전 뒤에 숨겨진 작업들을 살펴볼 수 있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손은신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부 및 대학원을 졸업했고, ‘기억 경관’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축공간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조경과 건축, 도시의 경계에서 새로운 연구자들을 만나고 외연을 넓히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손은신
  • 한국 조경의 어제를 읽고 미래를 쓰다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 북토크
    지난 12월 16일 선유도공원 이야기관 강연홀에서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 북토크가 열렸다. 1부는 강연, 2부는 토크쇼와 청중과의 대화로 진행됐다. 책을 엮은 한국조경학회를 대표해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는 오랜 시간 노력해온 필자들의 노고에 대해서 감사 인사를 전하며 ‘한국 조경 50년 기념전’과 ‘IFLA 한국 개최 성과전’이 개최된 선유도공원 이야기관에서 북토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의미가 깊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도시와 경관, 지역과 환경, 삶과 문화의 틀과 꼴을 직조해온 조경 50년사의 주요 담론과 작품을 기록하고 해석했다. 중성적 아카이브나 백서보다는 해석적 비평서에 가깝다. 1부에서는 한국 조경의 전반적 지형과 풍경에 대한 해석을 담았으며, 2부에서는 주요 단면에 대한 클로즈업으로서 50년의 역사에서 주요한 주제를 포착하고 설명한다. 3부에서는 조사 결과를 통해 선정된 ‘한국 현대 조경 50’의 작품을 소개한다. 한국 조경 50년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담론을 실제 사례에 녹여 조경을 알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조경 담론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참고서, 조경 산업 종사자에게는 한국 조경과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안내하는 안내서, 조경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에게는 조경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와 함께 읽는 한국 조경 1부는 박희성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임한솔 연구원(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남기준 편집장(환경과조경)의 강연으로 이뤄졌다. 박희성 교수는 ‘개발 시대의 조경, 그 결정적 순간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전국토공원화운동, 서울시 공원녹지 확충 5개년 계획, 신도시 건설 등 한국 조경의 주요한 변곡점이 조경에 미친 영향을 살펴봤다. 아울러 정원도시 담론, 오래된 신도시 중앙 공원의 유지 및 관리 등 미래 조경을 위한 과제와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어서 임한솔 연구원이 ‘살아있는 과거, 전통의 재현’에 대해서 발표했다. 한국 조경의 역사에서 전통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를 시대별로 살펴보는 동시에 내적 원리의 재현, 창발적 변용 등 전통을 이용한 설계의 유형에 대해서 소개했다. 임한솔 연구원은 “설계에서 전통은 수동적으로 살아남은 것이 아닌 살아 있는 과거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하며 설계에 있어서 전통과 한국성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연의 마지막 순서로 남기준 편집장이 ‘텍스트로 읽는 한국 조경’을 주제로 50년의 역사를 조경 도서로 조망하며 조경 도서의 가치에 대해 논했다. 고정희 대표(써드스페이스베를린)의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를 읽고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결정했다는 순천시장의 일화를 소개하며, 조경 도서는 조경의 역사적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동시에 조경가들이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바탕이라고 말했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