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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디자인 오피스] 디멘션 조경설계사무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마음의 창을 디자인하다
    뜻밖의 선물 근 30년의 세월 속에서 우리가 추구했던 설계 철학을 작업으로 정리해 보았다. 1995년, 우리가 개업할 무렵 대구엔 변변한 전문 조경설계사무소가 없었다. 건축설계사무소도 조경설계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다. 시공사나 건설사의 조경 부문에서 시공용의 식재 계획도 등을 컴퓨터가 아닌 수작업으로 그려서 시공하던 시절이라 캐드로 설계하는 것이 획기적인 일이었다. 처음엔 두 소장의 이전 회사 근무 인연 덕분에 건설사의 아파트 설계 전문 건축사무소와 연결돼 주로 아파트 조경설계를 하면서 직원도 늘어나고 차츰 자리를 잡았다. 구·군청과 같은 관광서 프로젝트를 맡아서 수행하기도 했고, 특히 박찬용 교수(영남대학교 조경학과)와 협력해 북구청 관내의 미개발되거나 노후한 공원들을 설계하면서 본격적으로 조경설계사무소의 위상을 높였다. 1998년으로 기억되는 ‘해바라기공원’과 ‘운암지 수변공원’의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는 그 당시 이명규 북구청장의 적극적인 뒷받침과 배려로 완공 다음 해(1999년) 대구 경실련 주최 제1회 도시환경문화상 대상을 공동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그 당시의 공원으로는 획기적인 디자인과 시설들로 주목을 받았다. 지금 그 공원들은 다시금 리모델링을 거쳐 많은 주민에게 인기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밀레니엄과 함께 다가온 기회 새천년의 빛과 정신을 담은 해맞이광장 새천년을 맞이하며 전국적으로 여러 지역에서 밀레니엄 행사가 열렸다. 국가 차원의 새천년 해맞이 행사지로 포항의 호미곶 일원이 지정됐다. 경상북도와 박찬용 교수가 함께 ‘새천년 기념공원 조성 기본 구상도’를 수립했다. 우리는 그 안을 골격으로 2000년 1월 1일 개최되는 ‘한민족 새천년의 해맞이’ 축전을 수용할 수 있는 ‘2000년 해맞이광장’을 설계하는 행운을 얻었다. 해맞이광장은 밀레니엄의 기념성, 2000년 첫 해맞이 행사, 파도, 만남, 화해와 통일 염원 등 다양한 의미와 공간 요구를 충족하면서 바다와 해돋이 장면의 직접적인 조망이 가능토록 동·서 방향 폭 50m, 길이 320m 규모의 직사각형의 장방형 중심축을 설정했다. 이 동서축 공간을 해상 및 해변 해맞이 공간, 기념 조형 공간, 공연 및 관람 공간, 서비스 공간으로 분절했다. 분절된 각 공간의 중심에 상징적인 조형 작품 등을 배치해 시각적 지표성과 상징성을 강조했다. 특히 해상과 광장에 설치된 조형 작품 ‘상생의 두 손’은 김승국 교수(영남대학교 디자인미술대학)의 작품으로, 해맞이광장의 가장 상징적인 오브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조성 당시와 다르게 많은 시설이 새로 설치되면서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이 공간이 주는 역동성과 상징성은 새천년의 기념 정신을 잘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행운처럼 찾아온 기념광장 설계 대구가톨릭대학교 100주년 기념광장 조성사업 실시설계 개교 100주년 기념 공간을 대구가톨릭대학교 캠퍼스 내 대강당 전면 주차장에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엄붕훈 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 조경학과)의 기본 구상안에 우리 사무소의 정성 어린 보완과 수정 작업을 거친 끝에 모두가 만족하는 100주년 기념광장을 완성했다. 대강당 건물 주변에 차도를 두고 광장 북측엔 주차장과 이벤트 마당, 조형 안개 분수와 녹음 군집 식재를 배치해 남측 광장의 빈 공간을 보완했다. 주출입 동선의 남측 광장에 설치한 100주년 기념 원형 문주와 가운데 바닥분수는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됐다. 또한 전체적으로 화강석과 잔디 포장의 격자형 바닥 패턴을 통한 미니멀한 경관을 연출해 기념광장의 상징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주차장 입구 모퉁이 공간에 100주년 기념 조형 작품을 배치해 광장의 시각적 인지성과 상징성을 배가했다. 북측 주차 공간은 기존 녹음수를 최대한 존치하면서 경계 식재를 연출했다. 조형 안개 분수 주변은 대왕 참나무 군집을 식재하고, 기념 원형 문주 광장의 동·서측 가장자리엔 메타세쿼이아를 열식해 광장에 위요감을 불어넣었다. 남측 경사지는 계단식 화계를 조성해 경관성을 도모했다. 공동주택 조경설계 남산그린타운 이 아파트는 대구도시개발공사(이하 대구도시공사)가 발주한 프로젝트였다. 협력사인 환경건축이 수주한 프로젝트로 우리는 하도급 설계를 맡았다. 당시 대구도시공사의 조경 부문 담당자가 비교적 우리의 설계 의도와 공간 디자인에 대한 배려를 많이 해준 덕분에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임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타 아파트에 비해 지상 주차장을 최소화하여 지상 공간에 대부분 광장, 놀이터, 조경 녹지와 산책로, 운동 공간 등을 배치했다. 덕분에 남측 공간이 다소 높았던 2단의 공간에 역동성과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더구나 남·북의 두 광장에 조형성이 높은 게이트형 구조물과 어우러진 분수 시설을 배치해 공간의 상징성과 풍부한 경관성을 부각하면서 원형 및 격자형 포장 등을 적절히 도입하여 독창적인 공간감을 부여했다. 놀이 시설도 그 당시 각광을 받았던 다양한 색상과 기능미, 조형미가 뛰어난 테마형 조합 놀이대를 선정해 어린이들의 모험심과 상상력을 자극시킬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2005년 대구시 조경상 우수상을 받아 대구도시공사로부터도 인정받은 프로젝트였다. 캐슬골드파크 캐슬골드파크는 지금까지도 대구 최대의 재건축사업으로 꼽히는 황금주공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탄생했다. 당시 4,256세대의 거대한 클러스터를 연상시키는 대규모 사업으로 당초 인·허가 설계를 무시하고 우리는 조경 특화설계를 맡게 되어 상당한 부담과 책임감으로 임했다. 물소리·바람소리 어우러지는 정겨운 마을마당, 보행축을 따라 숲이 그려지는 싱그러운 초록 마을이라는 개념 아래 전체 5개 단지별 특징적 공간과 시설물, 식재 기법을 도입하여 차별성을 부여했다. 도시공원 요소를 도입한 열린 가로 공원을 조성하고 단지 주요 공간에 조형 작품을 설치해 생활 속의 예술 공간을 마련했다. 결절 지점에 소광장 및 휴게 공간을 만들었다. 입구의 상징성을 위한 문주 및 조형물, 수경 시설을 배치하고, 지형 극복을 위한 화계 조형 옹벽, 계류, 돌담 등을 조성했다. 다양한 색감의 포장 재료와 패턴으로 시각적, 경관적 흥미를 더하는 화려한 단지 공간을 연출하고자 했다. 공원 리모델링 상록어린이공원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에 위치한 상록어린이공원은 주변의 저층 아파트와 주거 지역으로 둘러싸인 공간으로 유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동네 공원이다. 노후화된 공원을 현 실정에 맞도록 새롭게 재정비해 주민들에게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다. 공원을 둘러보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와 체력 단련 시설, 모험성과 유지 관리성이 우수한 놀이 시설물과 적절한 휴게 시설을 배치하여 통합된 공원의 역할을 부여했다. 기존의 대형 수목을 최대한 보존하고, 하부에 지피류와 화관목을 대량 식재하는 등 다층 식재 구조를 통해 풍부한 식생 경관을 만들고자 했다. 학산공원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에 위치한 학산공원은 10층 규모의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유치원이 있는 오래된 택지개발지구 내의 공원으로 상당히 노후화되어 재정비가 시급했다. 공원 내 기존의 화장실이 얼마 전 리모델링됐고, 오랜 시간 정리가 되지 않았던 기존 수목들은 다소 무질서하게 자란 상태였다. 다만 일부 낙엽수들은 좋은 수형을 가지고 있어 그 자리에 그대로 보전하기로 했다. 공원 외곽에 시설과 수목 사이를 지나는 순환 산책로를 새롭게 만들고, 진·출입 동선은 지형적 한계로 기존의 출입구를 유지하면서 폭과 형태를 보완했다. 진입 동선은 중앙광장과 놀이 공간으로 집중되도록 조정하면서 곳곳에 정자 등 휴게 시설을 배치했다. 음수대도 기존 위치에 새로운 형태로 재설치하여 편의성을 도모했다. 아이들의 놀이 행태를 고려한 산책로, 남측에 모래 놀이터와 놀이 시설은 이곳만의 시그니처가 됐다. 채정공원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에 위치한 채정공원은 시장, 어린이집과 저층 주거지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주택가의 마을 공원으로서 오래된 택지개발지구의 공원 중 하나다. 도시재생 부서의 마을재생 프로젝트공모에 선정되어 재정비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보름달에 꽃비가 내리는 마을마당’의 개념 아래 다음 두 가지를 설계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다. 첫째, 하늘의 보름달처럼 환하고 축복처럼 꽃비가 내려 마을마당이 꽃동산으로 물든다. 둘째, 달빛이 비추는 분수에서 풍요의 결실이 샘솟아 넘쳐흐르고, 채정 마을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한다. 여러 안을 협의하면서 수경 시설 제안과 동선이나 시설물의 위치와 사양들도 여러 번의 수정·보완을 거친 후 결정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설계안을 완성할 수 있었다. 특히 공원 중앙의 테마형 조합 놀이 시설은 안개 분수를 갖추고 있으며, 조형 분수대는 달빛을 연상하는 조명과 커튼처럼 낙하하는 분수가 야간 조명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기존의 양호한 큰 수목들은 존치하면서 계절감과 향기, 질감 등을 잘 나타내는 화관목과 지피류를 집중적으로 도입하여 사계절의 변화감과 풍성한 경관을 느낄 수 있게 식재했다. 아름다운 경관을 꿈꾸며 요즈음 조경업계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발주처의 터무니없는 갑질, 회사 운영을 위한 박리다매 수주,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인 각종 위원회와 트집 잡기 문화, 타 분야에서의 영역 침범, 좋은 인력을 뽑지 못해 발버둥치는 소규모 회사들과 공공 부문과 대기업만 선호하는 전공 졸업생,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 등 이런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조경계 전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조경의 본질은 새로운 경관, 인간을 위한 공간을 꿈꾸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우리들의 보람은 이 꿈과 이상을 현실로 바꾸는 힘과 과정에 있다. 좋은 공간, 아름다운 경관에 대한 상상(꿈, 염원)은 새로운 경관을 만드는 조경 행위를 발생시키는 원동력이다. 더 나은 세상, 더 좋은 삶에 대한 집단적 상상력과 실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현장에 대한 치열한 탐구와 더 좋은 것에 대한 꿈과 비전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좋은 결실을 맺으면 전문가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확신과 믿음에 따른 배려와 대우가 따라주지 않을까. 1995년, 디멘션조경설계사무소는 이동화 소장이 영남대학교 조경학과 1년 후배 김맹곤 소장과 의기투합해 대구에서 거의 처음으로 연 조경설계사무소다. 20여 년간 이어오다 김 소장이 시공사 대표로 독립한 뒤 지금까지 이동화 대표가 이끌고 있다. 좋은 공간, 아름다운 경관에 대한 상상(꿈, 염원)은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원동력이라 믿는다. 서두르지 않는 세심한 디자인으로 모두가 원하는 조경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이동화
  • [모던스케이프] 전원에서 도시로, 한강의 근대 풍경
    지금의 한강은 서울 중심을 동서로 관통하는 대표 경관이지만,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도성에서 족히 4~5km는 걸어 나와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사람이 많아 복잡하고 정신없는 성안과는 달리, 한강 일대는 강 하류 특유의 한적하고 유유자적함이 있었다. 강 하구인 탓에 유속은 느리고 강폭도 약 1km나 됐고 백사장 풍경은 아름다웠다. 도성과도 가까워 예로부터 시인 묵객과 화인 가객이 즐겨 찾았는데, 조선을 방문한 중국 사신들에게도 한강은 꼭 한번은 들러볼 만한 명소였다. 1539년 명나라 사신 화찰(華察, 1497~1574)은 조선을 방문하던 중, 통역사의 권유로 한강을 유람할 기회가 있었는데, 현장의 느낌을 『유한강기(游漢江記)』로 남겼다. “내가 장막을 들어 올리고 보니 남산이 눈앞에 보이고 북악산이 뒤에 있으며 용산과 필운대가 좌우로 어리어 비치고 잠두봉을 비롯한 여러 봉우리가 천태만상으로 들쭉날쭉하여 완연히 그림과 같았다(予搴帷視之, 則見南山在前, 北嶽在後, 龍山弼雲, 映帶左右, 蠶頭諸峰, 起伏萬狀, 宛然如畫).” 양화나루까지 가려던 배가 갑자스러운 바람에 움직이지 못했지만, 그 덕분에 한강의 기가 막힌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풍경에 감동한 화찰은 바로 양화나루행을 취소하고 그 자리에서 연회를 열고 뱃놀이를 즐겼다. 진경산수화의 종주이기도 한 겸재 정선(謙齋 鄭歚, 1676~1759)은 1741년부터 1759년까지 서울 근교의 명승을 그린 그림들을 모아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를 엮었는데, 수록된 33점의 그림 중 무려 20여 점이 한강이 주제가 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1740년부터 1745년까지 양천현령으로 있었던 그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양수리의 전경을 그린 ‘독백탄(獨栢灘)’과 상암 월드컵경기장과 월드컵공원이 들어선 난지도 일대를 묘사한 ‘금성평사(錦成平沙)’, 해 지는 안산(鞍山)(무악산)과 한강의 모습을 담은 ‘안현석봉(鞍峴夕奉)’ 등, 겸재는 한강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경점(景點)들을 우리에게 전승해주었다. 지금의 우리가 한강의 옛 풍경을 감히 상상해 볼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그가 남긴 그림 덕분이다. 한강의 이러한 심미적 가치는 서울의 근대화와 함께 사라지거나 변질됐는데, 그 첫 시작은 한강철교의 건설이다. 1876년 강화도 조약(조일수호조규) 체결 이후 제물포(인천)의 존재감이 급부상했고 급기야 서울과 인천을 잇는 경인선 건설까지 견인했다. 이 철도 건설에는 한강의 이남과 이북을 이어야 하는 난제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것이 한강철교의 건설 배경이다. 나룻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한강에 대규모 철교가 들어서게 된 전례 없는 광경은 보는 이들에게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지금의 한강철교는 총 네 개의 교량으로, 철도와 수도권 전철의 복선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한강철교 건설을 처음 추진했던 대한제국 정부는 선박이 지나갈 수 있는 도개교로 하고 사람들이 보행할 수 있는 보도까지 설치할 것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철도와 교량 부설권이 일본에 넘어가면서 계획은 변경됐고, 1900년 7월 철교 하나를 완공하면서 마무리됐다. 대신 1917년에 인도교 하나를 별도로 가설하는데, 그것이 오늘날의 한강대교다. 한강철교와 인도교는 단순히 한강의 풍경을 근대화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철교 남단의 영등포 일대를 자족의 공업도시로 개발했으며 서울의 행정구역 경계를 확장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환경과조경426호(2023년 10월호)수록본 일부 참고문헌 京城府, 『大正乙丑の水災』, 1925 김종근, “일제하 京城의 홍수에 대한 식민정부의 대응 양상 분석: 정치생태학적 관점에서”,『한국사연구』 157, 2012, pp.291~327. 이국진, “명나라 사신들의 한강 유람과 문학적 형상화”, 『한문고전연구』 25, 2012, pp.7~42. 이영민, “개항 이후 경인지역의 역사지리적 변화와 경인선 철도의 역할”, 『지리교육논집』 49, 2005,pp.285~299. 그림 출처 그림 1. 위키피디아
  • [에디토리얼] 가을 잡지
    가을을 여는 9월호에선 뭔가 가을 냄새가 나야 할 것만 같다. 서걱한 바람에 흔들리는 풀밭 같은 느낌을 지면에 담을 방법이 없을까. 책장 구석에서 김수영을 꺼내 그의 ‘풀’을 다시 읽어본다. 알랭 코르뱅의 아름다운 역사책 『풀의 향기: 싱그러움에 대한 우아한 욕망의 역사』(2020)도 들춰본다. 이리저리 궁리해보지만 뾰족한 아이디어가 없다. 가을 잡지를 마감하는 시점이 무더운 8월 하순이라 그런 거라고 핑계를 찾는다. 입추도, 처서도 지났는데 정말 더워도 너무 덥다. 돌이켜보니 매년 9월호 만들던 때엔 늘 숨이 막혔다. 급기야 2014년 리뉴얼 이후에 나온 『환경과조경』 9월호 아홉 권을 쌓아놓고 짧은 시간 여행에 나선다. 2014년 9월호(317호) 특집은 ‘활자 산책’이다. 책으로 가을을 열자는 호기로운 기획. 네 명의 기자, 편집장과 편집주간, 여름방학 인턴까지 편집부 일곱 명이 출동했다. 9년 만에 다시 읽으니 뜨거웠던 그 여름의 파주가 떠오른다. 당시의 인기 연재물, 고정희의 ‘100장면으로 재구성한 조경사’의 제목은 ‘풍경의 발견’이고, 서영애의 ‘시네마 스케이프’에서 다룬 영화는 ‘프란시스 하’다. 세 달씩 이어가던 ‘그들이 설계하는 법’의 필자는 김아연. 이달의 눈에 띄는 작품은 거버넌스 아일랜드. 예외 없이 더웠던 2015년 9월에는 그해 6월 완공된 경의선숲길 2구간의 설계 과정과 성과를 담았다. 설계자 안계동과 이남진의 원고에 유현준, 조동범, 조한결, 최정한의 글을 함께 실었다. 최이규의 인터뷰 ‘조경의 경계를 넘어, 조경 속으로’에는 로리 올린이 등장한다. 2016년 9월호 표지는 오피스박김의 CJ 블러썸 파크다. 비평문을 쓰기 위해 광교 사이트 답사에 나섰던 그해 8월의 폭염이 아직도 생생하다. CJ 블러썸 파크 외에 오피스박김의 와이시티 공원과 한화데이터센터도 함께 실었고, 이화원의 국립세종도서관, 대통령기록관, GS SHOP 강서타워 옥상정원도 담았다. 당시에는 매달 외고 칼럼이 나갔다는 걸 새삼 깨달았는데, 이 341호의 칼럼은 허대영의 ‘랜드스케이프, 더 비기닝’이다. 잠시 시애틀에 체류하면서 밤낮 바꿔가며 편집자들과 소통하던 2017년 9월, 이달의 지면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건 제14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에서 수상한 학생 작품들이다. 그래서인지 잡지 느낌이 젊다. 꼭 6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잊고 있던 연재물, 설계 디테일을 꼼꼼히 짚는 안동혁의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를 다시 만난다. 2018년 9월호(365호) 주신하의 ‘이미지 스케이프’ 사진은 ‘칠면초의 숲’이다. 이 사진은 후에 두 권의 책 표지에 쓰였다. 그해 여름 화제와 논란을 함께 낳았던 패트릭 블랑의 부산현대미술관 수직 정원도 볼 수 있다. 2014년 리뉴얼부터 2018년까지 유지하던 표지 디자인을 2019년부터 변경했는데, 이 해 9월호 표지는 그룹한의 시흥 배곧한울공원이다. 전속 사진가 유청오가 조감으로 클로즈업한 갯벌 풍경에서 가을 냄새가 물씬 난다. 이달에는 그룹한뿐 아니라 이수, KnL, CA, JWL, 자연감각, 호원 등 여러 국내 조경설계사무소의 근작을 실었다. 후에 단행본으로 출판된 이명준의 ‘그리는, 조경’과 곧 출간될 김충호의 ‘공간의 탄생’이 2019년 가을에 연재되고 있었다. 2020년 9월호(389호)에서 눈을 사로잡는 작품은 요즘 전 세계 조경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태국 조경가 꼿차꼰 보라콤(Kotchakorn Voraakhom)(Landprocess)의 탐마삿 대학교 옥상 농장과 쭐랄롱꼰 대학교 백주년 공원이다. 그녀가 이렇게 핫한 스타 조경가로 뜰 거라는 걸 그때는 정말 몰랐다. 학생들 열독율이 높았던 나성진의 연재 ‘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는 그래스호퍼 연대기를 다룬다. 2021년 9월호(401호) 표지는 세월호의 상처를 치유하는 416 생명안전공원 설계공모 당선작의 평면도다. 표지 오른쪽 윗부분 통권 숫자에 401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전 달 8월호가 『환경과조경』 400호 기념호였던 것. 코로나 시대의 한복판, 2021년 봄과 여름의 지면에는 400호를 맞는 흥분과 부담이 가득했었다. 매달 책 한 권을 소개하는 연재, 황주영의 ‘북 스케이프’는 ‘옴스테드의 첫 영국 여행’을 다룬다. 2022년 9월호(413호) 에디토리얼은 한국 조경 50주년과 세계조경가대회IFLA 2022 광주 개최를 맞아 펴낸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한숲)을 소개한다. 2022년부터 새로 기획한 권두의 작품 소개 및 인터뷰 지면에는 얼라이브어스의 포스코 파크 1538을 담았다. 박희성의 연재 ‘모던스케이프’는 근대기의 동물원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더위를 핑계 삼아 과월호 삼매경에 빠진 사이, 편집부 기자들이 이번 호 마무리 작업을 마쳤나 보다. 김모아 기자의 메시지가 들어왔다. 주간님, 에디토리얼 언제 끝나세요? 열 번째 9월호, 2023년 9월호와 함께 즐거운 가을 맞이하시길.
  • [풍경 감각] 이상하지만
    잠에서 깨면 싱크대를 구경하러 주방으로 간다. 지난밤, 거품을 내서 닦은 접시와 행주가 건조대에 가지런히 놓여 있고, 텅 빈 싱크대는 물기 없이 깨끗하다. 기분이 좋다. 지금 충분히 봐두어야 한다. 밥상을 차리고 커피와 간식을 만들어야 하니, 텅 비고, 말랐으며, 가지런한 싱크대는 지금 뿐이니까. 설거지는 고약한 일이다. 만든 음식은 하나인데 생긴 설거짓거리는 여러 개다. 달걀 프라이 하나를 해도 프라이팬과 뒤집개, 담은 접시, 젓가락까지 네 개의 설거지 감이 나온다. 기름 묻은 그릇을 설거지통에 담그면 다른 그릇까지 자국이 남으니 따로 닦아줘야 한다. 구멍이 송송 뚫린 찜기와 채망은 사이사이 때가 남으니 구석구석 닦아야 하고, 수세미가 닿지 않는 깊은 물병은 청소 솔을 꺼내어 씻는다. 헹군 그릇은 카드로 성을 만들듯, 포개지 말고 공기가 통하도록 공간을 만들어 가며 쌓아줘야 잘 마른다. 깨끗하게 텅 빈 싱크대가 왜 좋을까. 바삭하게 마른 행주와 새것 같은 그릇, 물 자국 없이 매끄러운 싱크대 표면을 만져볼 때마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펼친 기분이 된다. 이상하다. 이해할 수 없지만 오늘 밤에도 설거지를 할 것이다. 내일 아침, 단정한 싱크대를 구경하고 싶으니까.
  • [제도가 만든 도시] 도시의 비움
    근대적 도시 제도는 태생적으로 밀집 포비아 성향을 가진다. 18세기 산업화와 도시 인구의 급격한 증가가 야기한 정주 환경의 악화는 밀집은 죄악이라는 생각을 낳았고, 이를 해소하는 것이 곧 도시계획과 제도의 소명이었다. 그 결과 현 도시 제도는 대체로 ‘채움’을 억제하고 ‘비움’을 강제하는 방향성을 가지며, 채움과 비움의 양과 크기에 대해 비율, 최대·최소의 기준을 제시한다. 우리의 도시 제도 또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제도, 크기를 정하다’(2023년 5월호)에서 언급했듯, 신도시 계획은 수용 인구와 신도시 규모를 기준으로 공원·녹지의 비율을 설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주거 지역에서는 남쪽 대지의 건물이 북쪽 대지에 드는 햇빛을 가리지 않도록 건물 높이에 따라 이격거리를 만족시키는 계획이 필요하다. 크게는 도시 단위에서 작게는 필지 단위까지, 여러 도시 제도는 채움에 대해 최소한의 비움을 확보하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도시 제도가 채움과 비움의 양에 관여하는 것만으로 충 분한 것일까? 채움과 비움의 총량적 비율은 도시의 모습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지만, 채움에 대한 비움의 방식에 의해서도 도시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진다(그림 1). 우리의 도시 제도가 어떤 채움과 비움을 만들어 내는 지 살펴보자. 모아서 크게 혹은 나눠서 여러 곳에, 비움의 배분 근대 도시 제도가 채움에 대해 최소한의 비움을 확보한다면, 그 비움은 도시 내에서 어떻게 배분되어야 할까? ‘그림 1’의 뉴욕과 교외 단독주택지는 밀도와 높이도 매우 다르지만, 비움의 배분 방식도 매우 다르다. 전자는 개별 대지에는 건축물을 거의 꽉 채워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광장과 공원 등 도시에 공동의 비움을 마련하는 것이 우세한 도시를, 후자는 개별 대지 안에 일정 비율의 비움을 확보하는 것이 우세한 도시를 보여준다. 달리 말해, 비움의 배분 방식 매트릭스에서 꽤 극단적인 위치에 해당하는 예다. 채움과 비움의 균형을 실현하는 배분 방식으로 어떤 것이 좋다 혹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도시의 기후는 물론 긴 시간 형성된 해당 사회의 공간 문화를 거스르는 비움의 특정한 배분 방식이 무작정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한 도시 내에서도 중심업무·상업지구냐 외곽의 주거지냐에 따라서, 산이나 하천 등 자연 지형요소의 인접 분포에 따라서, 도시 조직의 특성에 따라서, 채움과 비움의 배분 양태는 달리 평가될 것이다. 우리의 도시에서 채움과 비움의 배분에 관여하는 대표 제도로는 공동의 비움을 확보하기 위한 공원·녹지 설치 기준과 개별 대지 내 비움을 확보하기 위한 건폐율을 들 수 있다. 물론 이 두 제도가 애초에 비움의 배분 방식을 설정하는 짝으로 도입된 것은 아니며 목적한 바가 서로 다르다. 광장 등 다양한 형태를 포괄하는 공원·녹지 설치 기준은 도시민이 도시공원이라는 어메니티를 공평하게 충분히 누리는가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도시 지역 거주 인구 1인당 6m2로1 어디에서나 동일하다. 이는 총량적 접근으로 대개 시 또는 구, 생활권 등의 공간 단위로 달성 여부를 따지게 된다. 건폐율은 대지 내 위치에 관계없이 최소한의 공지를 확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으로 대지면적 대비 건축물이 차지하는 면적의 비율을 용도 지역에 따라 20~90% 이하로 제한한다. 두 제도의 조합이 비움의 배분 방식 매트릭스에서 어디쯤인지, 결과적으로 우리 도시의 비움에서 어떤 방식의 배분이 우세한지를 절대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두 제도가 설정한 기준에서 드러나듯, 도시 공간의 여건에 대응해 공동으로 확보하는 비움과 개별로 확보하는 비움 사이 균형점을 달리 설정하고, 이를 위해 두 제도의 기준을 상호 조율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거주 인구가 아닌 주간 상주 인구가 많고 건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도심지에 공동의 비움을 더 확보할 제도적 근거는 없다. 대지면적이 작은 저층 주거지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이루어진 주거지는 실질적인 건폐율의 차이가 현격하지만 공원·녹지 설치 기준은 동일하게 적용된다(그림 2). 이처럼 현 제도는 도시와 개별 필지라는 양 극단의 단위에서 비움의 양을 정할뿐, 도시 내에 비움이 어떻게 배분되어야 하는가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가 만든 나쁜 비움 도시 제도가 채움을 억제해 얻는 비움은 모두 도시 공간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여러 연구자는 어떤 광장과 공원, 블록의 중정과 건물의 전면 공간이 잘 쓰이는지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윌리엄 화이트(William H.Whyte)는 1970년대 뉴욕에서 여러 외부 공간을 관찰해 어떤 곳이 사람들을 모으고 사랑 받는지 분석했다. 적당한 크기와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 햇빛을 쬐며 앉을 수 있는 벤치, 아름다운 식생과 수공간 등 매력 요소, 핫도그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상 등이 활력 있는 외부 공간을 만드는 인자로 제시된다.2 이런 특징들을 갖춘 ‘좋은 비움’을 만드는 데는 제도보다는 계획과 디자인의 몫이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제도가 현실의 다양한 상황에 맞는 좋은 비움의 조건을 개별적으로 제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이며, 설령 몇몇 지침을 제시하더라도 그 지침을 따르지 않는 좋은 공간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나쁜 비움’도 개별 계획가와 디자이너만의 몫일까? 우리 도시 공간에 존재하는,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주변에 악영향을 미치는 외부 공간에는 도시 제도의 몫이 분명히 있다. 토지 수요가 높은 도시에서 대규모 비움을 확보하는 것은 공공 재원과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조성의 타당성과 목적과 활용을 제도 바깥에 둘 수 없다. 따라서 개별 대지의 비움에 비해 공동의 비움에는 상대적으로 더 구체적인 설치 기준들이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3’ 기사의 사례는 이를 설계한 디자이너의 역량 부족 탓일까? 동인천 광 장은 교통광장 중 역전광장에 해당하며, 관련 법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좋은 비움을 만들기에 충분한지 생각하게 된다. *환경과조경425호(2023년 9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2. William H. Whyte, The Social Life of Small Urban Spaces, Project for Public Spaces, 1980. 유영수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로재와 기오헌에서 건축 실무를 경험했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에서 도시디자인과 사회과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병행했다. 현재는 인천대학교 도시건축학부에서 법, 제도, 현대 도시설계 이론, 스튜디오를 가르치고 있다. 건축과 도시를 아우르는 스케일에서 개별적인 공간 현상과 법제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고, 계획과 디자인의 역할을 확장하기 위한 이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 [어떤 디자인 오피스] 공간이오 식물과 함께 깊이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다
    검이불루 화이불치 정원이 과시의 수단이 아닌 삶의 한 부분으로 스며들면서 정원에 대한 대중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비싼 소나무를 식재하는 정원에서 탈피해 내가 심고 가꾸는 한 그루 나무와 한 포기 야생화에 의미를 담고, 꽃이 피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정원을 즐긴다. 정원은 더 이상 화려할 필요가 없으며 누군가에게 보여주고자 사치스러울 필요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그러나 화려하거나 사치스럽지 않은 담백한 정원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를 지향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정했다. 공간 구조의 단순화 너무 복잡한 공간 구조는 오히려 공간에서의 감흥을 떨어뜨리며 조잡해 보이게 만든다. 특히 정원을 처음 만들거나 너무 많은 것을 한 공간에 담고자 할 경우,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이것저것 욱여넣게 되고 완성 후 시간이 지날수록 조잡해진 공간을 보며 후회한다. 공간을 쪼개는 것보다 절제하고 단순화해 공간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분위기(감흥)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의 감흥이 점점 증폭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자연스러운 식재 우연히 국립수목원을 방문하고 나오는 길에 마주친 주목을 보고 한 대 맞은 사람처럼 머리가 띵하게 울린 적이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주목의 자연스럽게 뻗은 줄기와 거친 질감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봤던 원뿔형 토피어리 주목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인위적으로 뿌리 주변의 줄기들을 잘라 잘 관리하며 키워온 외대로 자란 교목(공사목 스타일)보다는 멋대로 자라난 다간형 교목이나 밑동부터 여러 가지가 나오는 관목은 정원에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더한다. 다간형의 겹쳐진 줄기를 가진 식물은 좁은 정원에서 오히려 깊은 공간감을 느끼게 해주며, 꽃이나 잎의 색깔이 화려하거나 위압적인 소나무가 아니더라도 정원의 감흥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정원 디자인에서 다간형 교목이나 관목을 선호한다. 재료의 물성을 살리는 시설물 과도하게 가공한 시설물의 사용을 지양한다. 그러한 시설물은 재료 본연의 물성이 사라지고 인공적 느낌이 강해지면서 검소하거나 세련된 느낌을 반감시킨다. 최소한의 가공과 디자인으로 나무는 나무로서, 돌은 돌로서, 철은 철로서의 본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을 때, 공간의 편안함과 세련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가급적 돌의 물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두께감과 무게감이 있는 디딤석을 사용한다. 나무는 통나무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트렁크 형태의 벤치를 활용한다. 철로는 날렵하고 차가움을 느낄 수 있는 형태의 시설물을 디자인한다. 콘크리트는 콘크리트답게 무채색의 도시적 세련됨이 돋보이게 연출하고자 한다. 공간의 켜와 시간의 켜 공간의 켜, 깊이를 더하다 이오(異澳)에 담긴 뜻처럼 깊이가 남다른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공간의 켜를 쌓아 깊이를 만들어 공간에서의 감흥을 극대화시킨다. 오태현 소장의 ‘오픈 월 링크드랜드스케이프(Open Wall: Linked Landscape)’(2020년 제2회 LH가든쇼)는 투명한 커튼 월과 돌 담장, 그리고 그 너머의 수목들이 수평적으로 겹치며 시각적으로 공간이 깊어 보이게 했다. 이러한 깊이 있는 공간감을 만들기 위해서 설계 단계부터 3D 작업으로 끊임없이 공간을 분석하며 시뮬레이션한다. ‘청초: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하는 정원’(2020년 제2회 LH가든쇼)은 산단풍의 배식에서 굵은 줄기의 단풍나무를 앞으로 배치하고, 가는 줄기의 단풍나무를 멀리 식재했다. 두꺼운 줄기는 더 두껍게, 멀리 있는 가는 줄기는 더 가늘게 보이도록 착시 현상을 이용해 공간의 켜를 깊어 보이게 연출했다. 산속 나무들을 보면 여러 줄기가 겹치며 깊은 숲속의 공간감을 만드는 것처럼. 게다가 안과 밖에서 보는 풍경 프레임에 자연스럽게 식재가 겹치는 경관은 공간의 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시간의 켜, 즐거움을 더하다 정원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시간의 켜다. 조성한 직후 완성된 모습을 보며 정원의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더욱 풍성한 재미를 맛보려면 꾸준함이 필요한 가드닝이 필수적이다. 정원을 가꾸어 나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이미 많은 이가 공감하고 있다. 사계절로도 부족해 일곱 계절로 정원의 아름다움을 말한 피트 아우돌프가 그랬듯, 정원에 식재된 다양한 관목과 숙근초가 계절마다 변화하는 모습은 다양한 시간의 켜를 만들어 낸다. 한양타워 옥상정원의 여름과 겨울 화단의 모습을 보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정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상록수는 작은 블루스타향나무 5주가 전부다. 겨울의 썰렁한 경관을 보완하기 위해선 상록수가 있어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디자인했다. 우리가 디자인한 정원에 식재된 수십 종의 식물들이 계절마다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들은 시간의 켜를 쌓아가며 정원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디테일한 설계와 시공 디테일이 살아 있는 설계와 시공은 설계와 시공이 모두 가능한 우리의 장점이자 자랑이다. 설계만 하는 설계사무소는 현장의 모든 상황을 100% 예상하며 설계할 수 없어 늘 아쉬움이 있다. 시공사는 남이 설계한 것을 도면에 의존해 재현하다 보니 설계 의도를 100% 표현하긴 힘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설계와 시공을 같이 작업하다 보니 과도한 도면으로 시간과 인력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예상치 못한 현장의 상황으로 부족한 설계를 현장에서 보완할 수 있다. 게다가 정원 디자이너가 현장에 상주해 결정해야 할 사항을 설계 의도와 현장 여건에 맞게 결정한다. 현장 경험이 많은 소장의 경험치가 보태져 섬세한 정원으로 완성되어 간다. 설계는 시공 탓을, 시공은 설계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결과의 책임은 오롯이 우리 몫이다. 현장에서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가 수시로 소통하다 보니 클라이언트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며, 클라이언트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그러다 보니 클라이언트들이 지속적으로 공간이오를 지원하는 정신적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며 우리의 자신감에 힘을 실어 준다. 식재 설계 식재 설계는 우리의 차별점 중 하나다. 일단 수종이 다양하기도 하지만, 도면을 그리는 방법에도 차이가 난다. 특히 초화를 표현할 때 넓은 면적을 하나의 해치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한 포트 한 포트 직접 현장에서 식재한다는 상상으로 도면을 그려 나간다. 이러한 식재 계획은 자연스러움을 통한 편안함, 그리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정원 디자인을 위한 기본요소가 된다. 섬세한 식재를 하기 위해 관목, 초화 식재 공사 때는 전 직원이 현장에 출동한다. 단순한 관리자 역할이 아닌 직접 식재하는 가드너 입장에서 현장에 투입되며, 한 포기 한 포기 정성스럽게 위치와 꽃의 얼굴을 보며 식재한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기에 입사한 직원들은 공간이오의 스타일을 익히는 일종의 트레이닝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모을 땐 모으고 흩어질 땐 흩어지는 공간이오만의 식재 스타일을 구현한다. 식재 계획과 시공이 동시에 이루어지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설물 설계 시설물은 정원의 공간 디자인을 위한 요소로 식물의 섬세함을 돋보이게 해주는 중요한 배경이다. 세밀한 도면으로 계획해 섬세한 시공으로 완성도를 높이려고 한다. 시설물의 디테일한 상세도를 만들어 시공의 완성도를 높이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그 공간만의 시설물을 디자인하고 만들기도 한다. 소재의 종류, 컬러와 마감재 선정은 항상 마지막 발주까지 거듭해서 고민한다. 특히 벽 마감재의 컬러 선정은 면적의 크기에 따라 색감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신중을 기한다. 울산권역 정원드림프로젝트 때 고래의 색을 결정하기 위해 세 가지 핑크색을 구입해 직접 테스트해서 결정하기도 했다. 청초 작업 때도 자연스러운 목재의 느낌을 찾아내기 위해 목재상을 수차례 찾아다녔다. 정원 관리 공간이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정원 관리다. 설계하고 시공한 정원을 모니터링하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다만 정원 관리를 제초 작업이나 교/관목 전지 정도로 인식하는 탓에 아직은 가드너로서 정당한 인건비를 청구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정원 사업이 확장되면 정원 디자이너나 정원 컨스트럭터(constructor)보다 정원 유지·관리를 하는 정원 관리 가드너의 수요가 더 부족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원 관리는 정원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보살피는 중요한 일이며, 우리는 오랜 관리 계약으로 정원을 지속적으로 완성해 가고 있다. 정원 관리의 하이라이트는 정원 조성 후 과도하게 자라난 식물의 분주나 가지치기와 생육에 맞는 환경에 식재되지 못한 식물들의 재배치에 있다. 정원의 방위와 주변 건물들의 그림자를 고려하며 식재했지만, 예상치 못한 그늘이나 물고임 현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속적인 관리계약과 정당한 인건비 책정이 필요하다. 정원 관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관수다. 정원 식물에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양의 물을 공급하는 것이 정원 관리의 기본이다. 우리는 건강한 정원을 만들기 위해 관수 시스템 설치를 권장한다. 물론 초기 비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기후변화로 생기는 봄 가뭄이나 주기적으로 제 시기에 관수를 못해 발생하는 식물 고사를 막을 수 있어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으며, 설치 후 만족도가 높은 아이템 중 하나다. 우리의 프로젝트 중구 빈집 정원 서울 한복판 구도심에 생긴 빈집의 자투리 공간을 정원으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몇 평 남짓한 빈집을 헐어낸 자리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정원을 조성했다. 공사 여건이 열악했지만, 간결하고 절제된 디자인으로 좁고 보잘것없는 공간을 편안하고 세련된 정원으로 만들었다. 카페 정원 2020년 우연히 맡게 된 카페 정원은 LH가든쇼에서 선보인 청초의 확장 버전이다. 늘 관심 가졌던 그늘정원을 구현할 수 있어 뜻깊은 프로젝트였다. 청초에서 시도해 보았던 음지 식물들을 실제로 넓은 면적에 식재할 수 있었다. 음지 식물로 차분하고 편안한 그늘정원을 디자인했다. 단순한 선형의 동선 외에는 이렇다 할 디자인은 없지만, 식재 자체로 공간의 아우라를 만들어 낸 프로젝트였다. 지하 주차장 위의 인공지반이라는 제약으로 인해 교목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고 관목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독립형으로 자연스럽게 자란 관목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정원이 됐다. 돌이켜보면 매순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마다 클라이언트의 결정은 늘 한결 같았다. 전문가 관점에서 결정을 내려 달라고 하다 보니, 대부분의 결정은 디자이너 몫이었다. 결과 또한 디자이너의 책임이었다. 그래서 고민을 거듭했었고, 그 고민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프로젝트라 애착이 많이 간다. 테라스 정원 최근 하이엔드 레지던스가 많이 늘어나며 테라스에서 정원을 즐기는 트렌드가 생겨났다. 최근에 우리도 이러한 테라스 정원 프로젝트를 맡았다. 심플한 느낌의 백색 건물에 경관 중심의 자연스러운 정원과 이용자 중심의 모던한 정원을 디자인했다. 진주 월아산 작가정원 지난해 진주 월아산 작가정원 지명 설계공모에 참여했다. 공간이오가 처음으로 공모를 준비했던 프로젝트였다. 음양오행의 원리를 이용한 자연 복원을 콘셉트로 디자인했고, 고정희 박사의 식물적용학을 기반으로 식재 설계를 했다. 아쉽게 당선작은 되지 못했지만, 첫 공모전 작품이라 애정이 남다른 프로젝트였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생활정원 2020년 평택역, 2021년 용인시장 그리고 2022년 전북대학교 특성화캠퍼스(익산)와 광양시청 앞 광장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발주한 생활정원 프로젝트였다. 정원작가로 참여해 기본계획과 실시설계를 진행했다. 특히 2022년 전북대 캠퍼스와 광양시청 현장은 설계와 시공을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여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밸런싱 네이처 2022년 제3회 LH가든쇼 해외초청작가 앤디 스터전이 설계한 정원 ‘밸런싱 네이처’를 시공할 기회가 생겼다. 사명감을 갖고 시공했다. 초청작가정원 ‘경외원’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 금전을 쏟아부었다. 앤디 스터전의 기본계획만으로 실시설계 없이 현장의 숍드로잉으로 레벨을 파악하는 등 어려움은 많았지만,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주택정원 지난 겨울 동안 설계를 하고 올봄에 시공한 정원이다. 능력을 펼쳐 보일 기회를 준 클라이언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매순간 합리적이며 이유 있는 결정으로 순조롭게 프로젝트가 흘러갈 수 있었던 즐거운 프로젝트였다. 정원의 배경이면서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요소이기도 한 기존의 대형 수목이 공간에 잘 녹아들게 디자인했다. 공간마다 켜를 만드는 데 고민한 프로젝트였다. 공간이오(空間異澳)는 팀펄리 L&G의 플랜팅 디자인 중심 정원설계와 오스케이프 스튜디오의 공간 디자인 중심 조경설계가 만나 디테일이 살아있는 완성도 높은 정원 공간을 설계, 시공하는 정원 스튜디오다. 정원을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이자 삶의 쉼이며 공간을 통해 정서적 감흥을 일으키는 예술로 생각하고 한 땀 한 땀 만들어 나간다. 두 대표의 성인 이(李)와 오(吳)에서 발음을 가져왔지만, 한자는 異澳(다를 이, 깊을 오)를 쓰고, 깊이가 남다른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뜻을 담았다. 미니멀한 디자인을 통해 세련되면서도 정갈한 정원을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 [모던스케이프] 인물을 기념하는 법
    기념과 숭배의 의례는 인류의 오랜 전통으로, 동상은 그 수단이 되었다. 높은 대좌 위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인물 동상은 신전이나 교회에 설치되어 복종 혹은 권위를 상징했다. 이때 동상은 신성한 종교와 같아서 낙서 등의 불경스러운 행동은 용납하지 않았다. 종교와 동일시될 만큼 신성하게 여겨진 동상은 시민 사회의 태동과 함께 국가 권력의 과시용 혹은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상징용으로 전환된다. 대표적 예가 프랑스의 마리안느(Marianne) 동상이다. 마리안느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혁명과 공화정의 가치를 담았던 가상의 여성으로, 도시와 농촌 코뮌 전역에 동상이 확산된 바 있다. 지금은 마리안느 흉상을 설치하지 않은 관공서가 없을 정도니 프랑스의 대표 동상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신생 국가의 경우, 체제의 정당성을 위해 나라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을 동상으로 제작해 이용하기도 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회쇠크 테레(Hősök tere, 영웅 광장)는 헝가리 건국 1,000년의 역사와 위대한 인물을 기념하기 위해 1896년에 조성된 곳이다. 광장 중앙의 대천사 가브리엘 동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회랑이 펼쳐지는데, 이곳에 헝가리 건국에 큰 역할을 한 영웅들을 표현한 청동상을 돌기둥과 나란히 세웠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특별한 장소를 동상을 이용해 기념하기도 했다. 1862년 조성된 오스트리아 빈 시립공원(Stadtpark)에서는 요한 슈트라우스, 슈베르트, 모차르트, 안톤 브루크너 등 빈의 저명한 예술가 동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근대기에 들어서면서 동상은 때로는 사회의 부조리에 맞선 급진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때로는 국가를 위해 기꺼이 희생한 영웅을 기념하고, 또 한편으로는 문화예술 분야의 천재를 기념하며, 공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공간을 압도하는 강렬한 장치로 다채롭게 활용됐다. 한국에서는 동상이 1960~1970년대에 집중적으로 건립됐다. 그 중심에는 1966년 8월 11일에 발족한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愛國先烈彫像建立委員會)가 있다. 1964년 서울 한복판에 세워진 37인 선현 석고상의 착색, 결락 등의 문제가 불거진 것이 위원회 발족의 배경이었다. *환경과조경425호(2023년 9월호)수록본 일부 참고문헌 류기현, “‘애국선열’의 거리 만들기”, 『광화문 앞길 이야기』, 서울역사편찬원, 2021, pp.182~196. 서울특별시 푸른도시정책과, 『공원현황』, 서울시, 2010. 전우용, “서울의 기념인물과 장소의 역사성”, 『서울학연구』 25, 2005, pp.89~122. 정호기, “박정희시대의 ‘동상건립운동’과 애국주의”, 『정신문화연구』 30(1), 2007, pp.335~363. 조은정, “한국 동상조각의 근대이미지”, 『한국근대미술사학』 9, 2001, pp.285~287. 에릭 홉스본 외, 박지향·장문석 역, 『만들어진 전통』, 휴머니스트, 2004. 그림 출처 그림 1~2. 위키피디아 그림 3. 국가기록원 그림 4. 대한뉴스 제468호 장면 캡처, KTV 아카이브
  • [에디토리얼] 조경학 교육인증제, 첫걸음
    이번 달 기획 지면의 출연진은 『환경과조경』 역사상 가장 젊다. 특집 ‘캠퍼스 톡담, 배움을 설계하다’에 여섯 개 대학 조경학과 학부생 여섯 명을 초대했다. 경희대 강다연, 계명대 김은주, 서울대 권효진, 서울시립대 신진호, 전남대 정세영, 한경국립대 안태경은 편집부가 던진 여섯 가지 공통 질문에 이메일로 답을 보내왔다. 공들여 쓴 각자의 답변을 서로 돌려본 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활기찬 토론을 벌이며 생각을 나눴다. 강의, 설계 스튜디오, 커리큘럼, 캠퍼스 일상, 외부 활동, 사회 이슈 등을 둘러싼 이들의 생각이 모든 조경학과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조경 교육의 현실과 문제를 관찰하고 해결 과제의 단서를 파악하게 해주는 생생한 자료로서는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 학생의 이야기는 얼핏 읽으면 평범해 보이지만, 그 행간에는 기성 조경(학)계의 안일한 현실 인식과 틀에 박힌 교육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게 담겨 있다. 특히 서로 다른 성장 배경과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짚고 있는 문제가 설계·시공 실무 현장과 유리된 교육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특집이 조경 교육의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전국의 교수자들에게 많이 읽히기를 기대한다. 한국 조경의 역사와 조경 교육의 역사는 시간적으로 일치한다. 그러나 이 두 갈래의 50년은 과연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선순환을 이뤄왔는가. 별도의 지면에서 면밀하게 검토하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할 주제일 테지만, 그간의 조경 교육이 전문직능(profession)이자 학문분과(discipline)인 조경(학) ‘전문 교육’ 실천의 목표, 체계, 내용 정립에 소홀했다는 점만큼은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학교는 다양성과 다각화를 추구하면서, 또 일부 학교는 학부 중심 교육보다 대학원 중심 연구에 비중을 두면서 조경학과의 중심에서 조경(학) 자체가 흐릿해진 상황이라는 진단도 가능할 것이다. 교수 연구성과의 양은 늘었지만 그러한 성과가 막상 조경 실무의 질적 발전이나 졸업생의 조경 관련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는 역설. 폭넓은 스펙트럼인가, 조경(학) 없는 조경 교육인가. 한국 조경 교육 50년 역사가 배출한 조경가가 과연 몇 명인지 꼽아본다면, 기성의 조경 교육을 교정하고 다음 50년의 새 교육 기반을 구축할 계기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조경의 전문성 자체를 교육의 중심에 두고 전문 교육과 전문 학위, 면허로 이어지는 체계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조경학회는 한국조경협회, 한국조경가협회와 힘을 합쳐 (가칭)‘조경학 교육인증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9월부터 심층 연구와 토론을 시작할 계획이다. 조경학 교육인증제의 필요성과 목적은 대학 조경 교육의 정상화와 정체성 정립, 교육-학위-면허의 연속적 체계 확립, ‘조경사’ 제도와의 연동, 국제적 기준의 조경 교육의 내용과 질 확보, 인구 감소에 따른 조경학과 폐과 위기 대응 등 다양한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조경진흥법’에 기반한 ‘제2차 조경진흥계획’(2022)의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설계 자격 제도 (가칭)‘조경사’의 필요조건은 교육인증을 받은 조경학과 졸업이다. 교육인증제와 조경사 제도가 원활하게 맞물리면 조경 교육과 실무의 유기적 관계가 비로소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조경학 교육인증제는 조경 교육과 실무의 전문성과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경학 교육인증제 추진위원회는 우선 1단계(2023~2024)로 각 학교의 교육 현황(교수, 학생, 교육과정, 성과, 취업, 시설 등)을 조사하고 국내외 사례 연구에 착수하며, 인증 기준과 절차(인증기관, 자격, 교육과정, 인증 평가 기준과 절차 등)에 관한 연구에 나선다고 한다. 2단계(2025~)로는 다양한 형식의 토론과 공론화(워크숍, 세미나, 심포지엄 등), 인증 기준과 절차 심화 연구, ‘조경사’ 자격제와 연계 추진 등을 전개한다고 한다. 본지는 오는 11월호 특집으로 조경학 교육인증제를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환경과조경』의 베테랑 에디터인 김모아 기자가 이번 8월호부터 격월로 인터뷰 지면, ‘오늘의 대화, 어제의 재구성’을 꾸립니다. 김 기자는 “조경의 한복판에서, 혹은 조경의 언저리에서 독특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내밀한 대화까지” 나눌 것이라고 합니다. 첫 인터뷰이는 조경가이자 만화가인 김수린입니다. 새 지면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풍경감각] 버스 유람
    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지하철역이 가까웠던 이전 작업실에서는 붐비고 밀리는 버스로 발걸음이 선뜻 향하지 않았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바닥이 흥건하고 축축한 공기가 유리창을 뿌옇게 가렸다. 그래서 화창한 날씨, 한산한 시간만을 골라 버스에 올랐다. 지금 작업실은 서울답지 않은 한적한 구석. 북한산 자락이고 다다음 정류장이 종점이기에, 창밖은 푸르고 버스 안은 늘 한적하다. 버스 출입문 바로 앞자리에 앉는다. 어쩐지 동승자가 되는 기분이 들어 기사님에게 멋쩍은 인사를 건넨다.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좁은 도로에 햇살이 내리쬐고, 내놓은 플라스틱 화분에 코스모스며 해바라기 따위를 가꾸는 작은 집과 가게를 지난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와 닮은 작은 건물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빌딩이 가득한 곳에 도착한다. 이제 지하철로 갈아타야 한다는 뜻이다. 친구를 만나면 이제는 어디 돌아다니기가 힘들어졌다고 이야기한다. 서울의 가장 바깥으로 옮겨간 만큼 이동 시간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환승을 많이 해야 한다고. 내가 먼 길을 왔으니, 이제 네가 우리 동네 놀러 올 차례라고. 그렇지만 실은 나쁘지 않다. 짧은 버스 유람을 하고 오는 길이니까. 이게 외딴곳에 사는 매력 아닐까.
  • [어떤 디자인 오피스] 듀송플레이스 조경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다
    우리의 디자인 서울에서 제주로 듀송플레이스는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한 조경 디자인 회사다. 조경설계뿐 아니라 시공 및 유지·관리를 한다. 시공과 유지·관리는 듀송플레이스에서 설계한 조경에 한해서 진행하고 있다. 두 소장은 각각 성균관대학교와 경희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조경설계사무소와 건축회사 내 조경설계 부문에서 일했다. 2015년 제주로 이주했고, 제주의 로컬 엔지니어링과 시공 회사에서 일하며 제주의 문화를 익힌 뒤 2017년 듀송플레이스를 개소했다. 설계사무소로 처음 시작했으나, 설계안이 시공사로 전달된 뒤 시공사 수익 등의 이유로 계획안이 변화하는 사례를 겪다 직접 시공을 하게 됐다.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영역의 일을 하는 게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자재와 인력 수급 등 막막하고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차근차근 알아가며 새로운 영역으로 입문하는 점에 매력을 많이 느꼈다. 공사 규모가 작다 보니 세세하게 신경 쓸 일도 많았으나, 그만큼 이윤이 남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설계만 하다가 시공을 하게 되니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는 현장감이 좋았고, 현장에서 생기는 돌발요소를 바로바로 수정했는데 때론 설계안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등 시공에서 받을 수 있는 기쁨이 많았다. 사무실 너머 현장까지 처음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우리가 디자인 회사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평소 이 점에 대해서 늘 고민하지만, 조경이라는 영역이 설계와 시공으로만 이분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본계획부터 실시설계까지 도면화 작업은 인 오피스 디자인(in office design)이라 생각하며, 그것을 현실화하는 것은 비욘드 오피스 디자인(beyond office design)이 아닐까 싶다. 송이슬 소장은 사무실 내부 업무를 책임지고, 김민호 소장은 사무실 외부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공대의 조경학과를 졸업한 송 소장은 꼼꼼하게 정리하는 업무를 더 선호하고, 미대의 조경학과를 졸업한 김 소장은 직접 손으로 만지고 만들어 내는 것을 더 즐겨하기에 그런 것 같다. 업무의 책임을 나누었지만 사실상 두 소장 업무에는 교집합이 더 많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현장 방문을 시작으로 모든 걸 같이 하는 편이다. 현장을 처음 마주할 때의 느낌을 믿는 편이고, 현장에서 나누는 대화와 영감이 디자인에 가장 많이 반영되기에 현장에 가서 느낀 것을 토대로 채우고 비울 곳을 의논해 정한다. 채워야 할 소재도 함께 결정한다. 직접 농장에 가서 가장 어울리는 수형의 나무, 그것과 어울리는 질감의 재료를 같이 고른다. 콘셉트에 따라 배치하는 것을 정리하는 건 송 소장 역할이고, 실제로 구현하는 건 김 소장 역할이다. 디자인의 현실화 프로젝트 시작과 동시에 완성도에 대한 책임감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송 소장은 현장에서 머릿속에 그린 풍경이 하나씩 채워질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상상한 것보다 더 멋진 나무가 심기거나 식물, 재료 등이 배치되는 것을 보면 한편으론 설계로 표현하는 것의 한계를 느낀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배치들은 몇 날 며칠 동안 고심해 탄생한 계획안 안에서 발전하고 변경되는 것을 알고 있기에 설계 단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안전주의인 송 소장과 다르게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김 소장이다. 김 소장은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수종과 재료, 새로운 시공 방식을 제안한다. 시공 초창기에는 이 때문에 의견이 맞지 않았지만,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창조물이 생기고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본 뒤 송 소장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김 소장을 믿고 따르는 편이다. 조경 공사가 시작되면 두 소장은 함께 현장에 머문다. 김 소장은 현장 소장 역할을 하고 송 소장은 현장 감리 역할을 하며 설계와 시공의 균형을 맞추려 한다. 토목 공사부터 마무리까지 두 소장의 손을 꼭 거쳐야 한다는 고집으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러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지 않는다. 특히 식재는 위치 선정과 심는 것을 직접 하고자 한다. 현장에서 돌발적인 사태나 환경, 기후에 따라 수종이나 위치를 변경하기도 하고 직접 흙을 만지며 상태를 살핀다. 흙이 질거나 답압이 심하거나 암반이 나타나면 흙을 치환하거나 식재 위치를 변경할 때도 많다. 공사를 마치면 조경 유지·관리 매뉴얼을 건네고 건축주, 관리 주체와 함께 현장을 둘러본다. 대개 정원을 처음 소유하는 클라이언트가 많아서 기본적인 설명을 하는 데도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초기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준공 뒤에도 많이 소통한다. 살아있는 생명을 관리하는 일인 만큼 조성 후 유지하는 일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나가며 보는 풍경, 자료 조사하다 보는 이미지, 농장에서 보는 나무 수형 등에서 두 소장은 서로 추구하는 이미지가 매번 다르다는 걸 느끼지만 서로 거침없이 좋다 나쁘다는 얘기를 한다. 이유가 있든 없든 의견이 다르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고, 그런 의견을 거침없이 얘기할 수 있는 서로가 있어서 지금의 듀송플레이스가 있을 수 있었다. 앞으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더 많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의 공간 손 안의 작은 정원, 식물집 듀송플레이스 사무실 맞은편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카페 ‘식물집’이 나온다. 식물집은 우리가 만든 브랜드로 제주 내 다양한 화분과 식물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한동안 사무실 내에 식물과 화분 편집숍을 운영하다가, 더 많은 사람이 좋은 공간에서 식물을 경험할 수 있도록 우리 부부가 살던 주택을 리모델링해 카페 겸 플랜트숍 식물집을 만들었다. 처음 식물집을 열었을 때는 수제 토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었다. 사무실의 조그만 공간에 수제토분을 하나둘 모아 비치했고, 업무 시간 동안 그 공간을 오픈했다. 처음 예상 고객은 동네 산책을 하다가 들어오는 동네 주민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났다. 공간이 협소한 탓에 옮겨갈 공간을 숱하게 찾았지만 마땅한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어느 날 문득 주택 정원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식물집과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던 곳을 옮기고 그곳을 지금의 식물집으로 만들었다. 기존보다 공간이 넓어지다 보니 카페도 함께 운영하게 됐다. 뭐 하나 대충하는 걸 싫어하는 둘이라서 커피도 함께 배우고 베이킹도 배우며 공간을 함께 만들어 갔다. 브랜딩과 공간 디자인은 건축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매뉴얼, 레시피 등은 둘이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나갔다. 조경 작업이 외부 공간을 조성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님을 플랜트숍을 운영하며 느꼈다. 야외 정원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은 화분에 식물 하나하나를 심어 키우며 실내에 자신만의 정원을 소유한다. 식물집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식물과 화분을 제안해 이를 심어주는 일 또한 조경의 한 영역이라는 걸 깨달았다. 대표 프로젝트 외부의 자연을 들이다 제주에 있다 보니 제주 프로젝트의 비율이 더 많지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디자인을 한다. 제주 프로젝트는 서울 프로젝트보다 대상지 규모가 크고 주변 시야가 트인 경우가 더 많다. 대상지 내부의 콘셉트도 중요하지만, 외부의 환경도 함께 고려한다. 공간에 들어 갔을 때 받는 느낌은 외부의 환경이 크게 좌지우지한다. 내부의 콘셉트가 따로 있더라도 그 둘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것이 조경의 역할이다. 트믐 스테이와 카페 오른이 바로 그런 경우다. 트믐 스테이 트믐 스테이는 광활한 밭과 들판으로 둘러싸인 공간이다. 대지 바깥의 드넓은 들판의 자연이 건물 내부로 스며드는 콘셉트로 시작했다. 거대한 지붕의 중압감을 외부의 초록 식물들이 중화시킨다. 건물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면 시선과 같은 높이에 바람과 함께 너울거리는 그라스를 감상할 수 있다. 거대한 지붕의 하부 공간 식재를 위해 사계절별 그림자를 분석해 영구양지 구간과 영구 음지 구간을 나누고, 각 면에 서로 다른 수종을 심었다. 건물 주변에 산책로를 조성했는데, 산책로를 거닐며 식재들의 구분이 느껴지지 않게 자연스러운 식재 연출을 했다. 카페 오른 카페 오른은 바닷가 앞에 위치해서 바람과 염분을 고려해야 했다. 수종 선택 시 주변의 식생이 어떻게 자라나고 있는지를 관찰했고, 그동안 쌓아온 경험으로 수종을 선택했다. 옆 부지의 억새밭이 대상지 내부로 들어오고 정원의 그라스들이 이를 중화해 푸른 잔디가 펼쳐진 오픈스페이스를 형성한다. 지형의 단차를 둬 건물 내부에서 입체감 있는 녹지를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건물 뒤편 주차장 겸 드넓은 벌판에 일년초를 파종하는 것을 제안해 매년 다양한 꽃이 피고 지는 경관이 펼쳐진다. 이국적 경관 제주에서 조경할 때 육지와 또 다른 점이 있다면 노지 월동을 할 수 있는 식물이 조금 더 많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수종들을 선택해 육지의 조경과는 조금 다른 경관을 조성한다. 소규모식탁과 오라동 단독주택을 예로 들 수 있다. 제주 오라동 단독주택 오라동 단독주택은 양지바른 전면 언덕에 금잔디를 깔고 언덕 주변은 그라스와 호주아카시아를 심었다. 건물과 높은 나무로 인해 그늘이 드리워진 후정은 제주 곶자왈을 형상화한 이끼, 고사리 정원으로 조성했다. 대문을 열면 제주 자생종인 솔비나무가 크게 자리하고 있고, 우측으로 호주아카시아와 그라스가 만드는 이국적 경관이 펼쳐진다. 소규모식탁 소규모식탁은 기존 귤밭의 일부 공간에 건물을 지어 가족들이 함께 운영하는 식당이다. 귤밭 옆에 어떤 경관이 있으면 좋을까. 밝은 아이보리톤 건물에 영감을 얻어 귤밭과 대비되는 호주아카시아와 그라스를 주요 수종으로 정했고 건물 외부의 색감과 동일한 바닥 포장재를 선택했다. 가게 내부에서 전면 창을 통해 보이는 경관은 호주아카시아와 그라스로 인해 이국적으로 보이는 반면, 후면 창으로 제주의 고사리와 귤나무가 보여 건물 내에서 다양한 경관을 즐길 수 있다. 더 넓은 지역으로 제주의 프로젝트만 소개했지만 육지의 프로젝트도 매년 하고 있다. 서울 프로젝트는 제주 프로젝트와 다르게 작은 공간에 집약해야 하고 좀 더 큰 효과를 줘야 해서 손이 더 많이 간다. 서울에서 첫 프로젝트는 스테이 데이오프였다. 스테이 데이오프 스테이 데이오프는 서촌 체부동에 있는 한옥을 리모델링한 스테이로 가운데에 3평 남짓한 중정이 있다. 한옥 분위기에 맞춰 바닥 포장석은 아이보리 톤의 잔다듬 석재를 사용했고, 그와 대비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녹지에는 검은 돌 소재를 사용했다. 입구의 문을 열면 좌측으로 라일락 계열 낙엽수가 보이도록 심어 봄에는 향이 좋은 꽃이 피고 여름에는 초록의 녹을 제공하는 계절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한옥에세이 한옥에세이는 서촌 누하동에 있는 한옥 스테이로 기역자 건물 형태로 건물 내부 어느 곳에서나 외부 정원이 한눈에 보인다. 정원의 배경은 기단석을 기초로 한 와편담장이다. 정성스러운 담장을 가리지 않으면서 한옥 고유의 색을 담고자 했다. 수형이 아름다운 배롱나무와 단풍이 아름다운 화살나무로 너무 예스럽지 않으면서 세련된 한옥 정원의 큰 틀을 잡아 주었고, 라일락, 치자나무, 맥문동을 심어 사계절 다른 정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봄에는 대문 옆 라일락의 보라색 꽃의 진한 향, 여름에는 배롱나무의 진분홍 꽃, 가을에는 화살나무의 붉은 단풍, 겨울에는 맥문동의 푸른 잎이 사계절 동안 다양한 경관을 자아낸다. 듀송플레이스는 자연 소재를 활용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조경 디자인 설계, 시공 회사다. 현장을 마주하고 콘셉트와 기능, 미적인 것을 고려하여 오롯이 그곳만의 분위기를 설계해 시공하고 유지하는 것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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