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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접 도시를 공작하라! ‘셀프 어반 크래프트십’ 세미나, 연남장
    도시에 사는 일과 도시를 만드는 일은 별개의 일이었다. 도시의 크고 작은 공간은 계획가, 행정가, 자본가가 만든 도면에 충실하게 구현됐고, 사람들은 주어진 환경에 맞춰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재단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살고 싶은 도시를 직접 만들려는 움직임이 곳곳에 나타났다. 자본이 주목하지 않는 소외된 지역에 터를 잡고, 지역 주민과 연대해 독특한 문화를 만들며, 공구를 손에 들고 직접 공간을 개선하는 사람들이 도시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지난 2월 15일 연남장에서 도시재생의 새로운 흐름과 공간 DIY 문화를 공유하는 ‘셀프 어반 크래프트십(Self Urban Craftship)’ 세미나가 열렸다. 정음철물, 한국리노베링, 오롯컴퍼니, 일본의 툴박스(Toolbox)의 대표가 모여 각 사무소의 활동 내용을 소개했다. 행사를 기획한 심영규 대표(정음철물)는 “앞으로 우리 스스로 동네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살펴보고, 혼자 하기 힘든 사람에게 함께하자고 손을 내미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공간 편집권, 전문가에서 사용자에게로 “툴박스의 미션은 일본의 주거 공간을 더 즐겁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다. 공간은 공간을 만드는 전문가가 아닌 사용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공간 만들기에 있어 사용자가 주역이 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자기 공간을 편집하기 위한 도구 상자’라는 뜻의 툴박스는 거주자가 손쉽게 자신의 공간을 구성하도록 돕는다. 히토스기 이오리(툴박스 집행임원)는 툴박스 소개에 앞서 도쿄R부동산(툴박스를 운영하는 기업, 이하 R부동산)을 소개하며 사용자 중심의 공간 문화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일반적인 부동산에서 제공하는 면적, 임대료, 역까지의 거리 같은 기본적인 정보로는 실제 그 집에서의 생활이 어떨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R부동산은 사용자의 취향과 연계된 실질적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전망이 좋은 곳, 주변에 녹지가 많은 곳, 천장이 높은 곳 등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특징으로 공간을 소개해 주거 공간 공급 체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R부동산이 살고 싶은 공간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혔다면, 툴박스는 나만의 공간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실천적 플랫폼을 제공한다. 바닥재, 벽재, 스위치 등의 재료 판매부터 셀프 시공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전달하고,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는 제품 개발에도 힘쓴다. ...(중략)...
  • 호텔이 된 구 서울역사 ‘호텔사회’ 전, 1월 8일부터 3월 1일까지
    호텔은 낯선 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안식을 주는 장소다. 잠시 빌리는 공간이지만, 외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감각은 지친 몸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이제 호텔은 단순한 숙박 장소를 넘어 독특한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호텔에서 자체적으로 투숙객을 위한 여행 콘텐츠를 담은 가이드북을 제작하기도 하고, 주변 지역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한다. 별도의 여행지 없이 호텔 자체를 휴식 장소로 삼는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 역시 진화하고 있는 호텔 문화를 보여주는 한 예다. 그렇다면 과거의 호텔, 한국에 막 입성했을 당시 호텔의 모습은 어땠을까. 지난 1월 8일부터 3월 1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이하 문화역서울)에서 열린 ‘호텔사회’는 근대 철도 교통의 발달과 함께 유입된 호텔 문화의 변천사를 살피는 전시다. 아카이브, 영상, 사진, 설치 작품, 공간 기획, 퍼포먼스, 연계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방식을 통해 호텔 문화가 한국 근현대사에 끼친 사회 문화적 영향력을 조명한다. 구 서울역사가 가진 독특한 공간 구조가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중앙홀은 방문객을 맞이하는 ‘익스프레스284 라운지’로, 서측 복도는 호텔 정원을 재해석한 ‘콜로니얼 가든Colonial Garden’으로, 대합실은 호텔의 야외 수영장을 연상시키는 ‘오아시스.풀·바·스파’와 가상의 ‘여행·관광안내소’로 탈바꿈했다. 객실을 콘셉트로 한 공간에는 호텔을 사용했거나 그곳에서 일한 이들의 사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이외에도 호텔이 선도한 미용 문화, 공연 문화, 식문화 등을 살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호텔, 욕망과 취향의 공간 입구에 들어서면 붉은 계단과 장막이 눈길을 빼앗으며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호텔 로비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다양한 전시 공간을 연결하며 관람객들의 우연한 만남을 촉발한다. 로비 뒤편으로는 호텔 정원에 해당하는 ‘콜로니얼 가든’이 이어진다. 식물, 샹들리에, 정원에서 보이는 도시의 경관 등 호텔 정원의 모티브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우측 벽을 따라 설치된 얇은 천은 이강혁의 ‘나이트 플랜트(Night Plant)’다. 그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서울의 대표 호텔들을 방문 혹은 침입해 내부 조경 사진을 기록하고, 가로 1.5m, 세로 3m 크기의 천에 인쇄해 줄지어 걸었다. 복도를 천천히 거닐며 서울의 야경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호텔 정원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복도 끄트머리에서는 계속해서 들려오던 소리의 정체가 드러난다. 우지영의 작품 ‘라토나Latone: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이하 라토나)에서 솟아 나오는 분수의 물소리다. ...(중략)...
  • [편집자의 서재]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이건 따릉이 타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건 계절 변화를 보여주고… 웨딩 촬영하는 사진은 없나?” 마감을 나흘 앞둔 밤, 편집부는 하나의 모니터 앞에 모여 유청오 작가가 보낸 서울숲 사진을 꼼꼼히 살펴봤다. 백여 장의 사진 중 ‘아카이브(archive)’로 의미가 있을 만한 사진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카이브라 생각하니 사진 속 풍경과 사람들의 행동이 새삼스레 다 의미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달 공원 아카이브 특집에 함께한 최혜영 교수(성균관대학교)는 “도시공원을 ‘이야깃거리’ 즉 ‘문화 콘텐츠’로 바라보지 않는, 공원 문화에 대한 인식의 부재”를 꼬집었다. 조경학과 학생으로 4년, 조경 전문지 기자로 3년. 돌아보면 내게 공원은 누군가 설계한 공간, 주로 설명하고 분석할 대상에 가까웠다. 공원을 기억하고 기록할 대상으로, 이야깃거리로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말하는 특집 지면을 살피다 박완서 작가를 떠올렸다. 그가 일상을 주조하는 방식 때문이다. 보통의 소재를 재료 삼아 쉽고 흔한 표현으로 우려낸 진한 일상의 맛!『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그 맛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짧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 책은 1970년대 도시의 생활 공간을 배경으로 당시 사람들의 연애관, 결혼 생활, 자식을 향한 바람, 내 집 마련에 대한 열망, 이웃 간 사소한 다툼을 담은 48편의 콩트로 구성된다. 작가는 보편적 삶 이면의 내밀한 감정, 유희나 슬픔, 풍자적 요소를 가감 없이 들춰내 보인다. 1970년대는 경제 성장으로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웠지만 급격한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심리적 빈곤을 경험한 시대다. 작가는 이러한 시대의 일면을 예리하면서도 거침없는 문장으로 풀어낸다. ‘마른 꽃잎의 추억’은 엄마 혹은 주부라는 이름으로 삶이 일반화돼버린 중년 여성의 감정적 일탈을 그린다. ‘나’는 남편 몰래 시집에 처녀 시절 구혼한 남자들이 준 꽃을 눌러 간직하고 있다. “그 총각들 중에서 지금의 남편을 선택해서 풍파 없이 살아왔다. 후회는 없다. 그러나 그때 달리 선택할 수 있었던 대여섯 갈래의 다른 삶에 대한 호기심까지 없는 건 아니다.”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남편도 출근시킨 오후, 불쑥 찾아온 공허함과 무료함은 익살스러운 불평을 낳는다. “우리 동네 집들은 모두 집 장사꾼이 지은 집인데 작을뿐더러 너무 편리하다. … 반드시 편리한 집이 좋은 집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밥 잘 먹고 건강한 여자가 잔걸음 좀 치면 어때서 꼭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는 식의 편리한 집에서 살 건 또 뭔가.” 그때나 지금이나 평범한 사람이 착실하게 돈을 모아 강남에 땅을 사는 일은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완성된 그림’의 문규는 결혼 후 알뜰살뜰 모은 오십만 원을 들고 영동 땅을 밟는다. 하지만 백평 정도의 땅을 사려면 백만 원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2년 뒤 백만 원을 만들어 다시 찾은 영동에는 귀부인 차림의 여자들이 몇백 몇천 평의 땅을 흥정하고 있다. 몇 년을 더 투자해 천만 원까지 모아 보지만, 그 사이 허허벌판이던 영동 땅은 “몰라보게 발전해 넓고 기름진 도로가 사면팔방으로 뻗”어 있고 “으리으리한 호화 주택이 들어선 새로운 마을”이 되어 천만 원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그는 “뒤늦게 영동 땅을 포기하고 잠실로, 수유리로, 불광동으로, 화곡동으로 쏘다”니지만 “어디든지 살 만한 땅은 귀부인들이 한발 앞서 차지하고 ‘용용 죽겠지’하는 식으로 그와 그의 천만 원을 얕잡는”다. 책머리에서 박완서 작가는 “방 안에 들어앉아 창호지에 바늘구멍으로 내고 바깥 세상을 엿보는 재미”로 콩트를 썼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이웃과 자신의 내면을 아주 세심히 살폈을 것이다. 꾸밈없는 솔직한 이야기에 막연하고 어렴풋하던 한 시대가 한층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이야깃거리로서의 공원을 마주하는 일은 어떻게 시작돼야 할까. 공원에서 겪은 사소하고 평범한 일을 꼼꼼히 들춰보는 데서 일 것이다. 내게 공원은 꽤나 사적인 공간이다. 중학교 때 체육 수행 평가를 준비한다는 핑계로 밤 늦게까지 놀던 곳이고, 작심삼일 다이어트 도전의 장이었으며, 친구랑 크게 싸우고 엄마 눈을 피해 맘 편히 운 곳이기도 하다. 한강공원에서는 치킨을 시켜 먹으며 대학생 된 기분을 만끽했고, 자전거를 타고 싶은데 따릉이 어플이 실행되지 않아 분통 터질 뻔한 적도 있다. 올 봄 미세 먼지가 없는 날에는 근래 발길이 뜸했던 동네 공원을 찾아야겠다. 잔디 위에 돗자리 펴놓고 앉아 있다 보면 의외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재밌는 발견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귀여운 강아지라도. 하다못해 햇볕 아래 꿀 같은 낮잠이라도 잘 수 있겠지. 각주 1. 박완서, 『나의 아름다운 이웃』, 작가정신, 2019.
  • [CODA] 취향 편집
    지금처럼 바람의 온도가 미지근해질 때쯤 대학을 졸업했다. 그렇게 벗어버리고 싶던 학생 타이틀과의 작별인데, 학사모를 공중으로 던져 올릴 때 마음이 마냥 홀가분하지는 않았다. 졸업장을 책장에 꽂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꽤 오랜 시간 조경을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배운 게 무엇일까 생각하니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한때 인터넷을 떠돌던 곤충대학교 파리학과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우스갯소리는 당신을 파리학과에 갓 입학한 신입생으로 가정한다. 열심히 파리의 앞다리론, 중간다리론, 뒷다리론, 날개론을 공부한 당신은 곧 졸업생이 된다. 취업과 진학의 갈림길에서 대학원을 택하고, 뒷다리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간 배운 게 겉핥기에 불과했다는 걸 깨닫는다. 박사과정에 들어가면 상황은 더 심화된다. 연구 주제는 뒷다리에 난 두 번째 털이다. 물론 뒷다리에는 수만 개의 털이 있고, 어떤 털은 아무도 연구하지 않아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도무지 끝이 날 것 같지 않다. 이처럼 한 학문의 범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넓다. 그렇다면 어떤 학문을 다루는 잡지의 태도는 어때야 할까. 잡지, 그중에서도 전문지는 특정 분야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매체다. 일반 매체에서 얻기 힘든 정보를 제공하고, 주목해야 할 이슈를 선별해 전달하고, 아카이브(archive)로서 기록하는 일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어떤 콘텐츠를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얼마만큼의 깊이로 다룰 것인가. 파리의 모든 것을 담자니 깊이가 얕아지고, 그렇다고 뒷다리의 털들만 들입다 들여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제 자체가 대중에게 친근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아쉽게도 조경은 아직 사람들에게 낯선 존재다. 결국 중요한 건 균형일 테다. 파리를 잘 모르지만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면서도 뒷다리 털 전문가가 보기에도 유치하지 않은 잡지. 지난 2월 6일, 새로운 편집위원과 함께한 회의에서도 대중성과 전문성의 균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잡지가 다루는 콘텐츠의 범주를 확장”하거나 “인접 분야를 적극적으로 다뤄 학제 간의 벽을 허물어” 좀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자는 제안이 있었다. 반면 “오히려 더 깊이 있는 조경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해법일 수도 있다”는 접근도 있었다. 대중성과 전문성은 얼핏 반대되는 개념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 1월 민음사가『 릿터』(문학 잡지)와『 크릿터』 (비평 무크지)에 이어 인문 잡지 『한편』을 새로 선보였다. 초판 3,000부는 출간 일주일 만에 매진됐고, 같은 기간 정기구독자는 천 명을 돌파했다. 나 역시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의 인문학’이라는 슬로건에 홀려 정기구독 버튼을 클릭했다. 일주일에 한 번 발행되는 뉴스레터, 정기구독자는 무료로 참석 가능한 공개 세미나에서 독자와 친밀감을 형성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2월에는 지역성이 담긴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그룹 올어바웃(All About)이『 어바웃 디엠지About DMZ』 시리즈의 창간을 알렸다. 접경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 음식, 지역 제품, 관광 등 여러 키워드로 엮는 기획은 와디즈Wadiz(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펀딩 350%를 달성했고, 발간 기념 이벤트에는 120여 명의 인원이 참여했다. 인문학과 디엠지가 이렇게나 ‘핫’한 주제였나? 결국 대중성이란 파리의 뒷다리든 수많은 털 중 한 가닥이든, 그 소재를 분해하고 군침이 도는 모양새로 다듬어 다시 조합하는 편집 기획이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취향’은 ‘나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 수단이 되었다. 말 그대로의 잡지雜紙(섞일 잡, 종이 지)가 아닌 소수의 취향 공동체를 겨냥한 독립 잡지가 호응을 얻는 현상1역시 취향의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자꾸만 이 현상을 취향을 저격하는 전문성이 곧 경쟁력임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해석하고 싶어진다. 『환경과조경』이 어떤 취향의 상징이 된 모습을 상상해본다. 나만 알고 싶은 잡지가 자꾸 유명해지고 있다고 속상해 하는 열독자들의 투덜거림까지. 각주 1. 이영희, “잡지, 취향과 기호로 부활하다”, 「중앙일보」 2017년 12월 10일.
  • [PRODUCT]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커뮤니티 하우스’ 미세 먼지 알리미와 물안개 분사 시스템을 갖춘 퍼걸러
    미관 향상이나 휴게 공간 제공이 주 목적이던 조경 시설물이 급변하는 도시 환경에 발맞춰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 시설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세인환경디자인이 출시한 ‘커뮤니티 하우스’는 미세 먼지와 폭염에 대응할 수 있는 퍼걸러로, 쾌적한 주거 단지와 공공 공간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퍼걸러 부근의 대기질을 측정해 알려주는 미세 먼지 알리미와 무더운 여름철 기온을 낮춰주는 물안개 분사 시스템을 갖췄다. 미세 먼지 농도 수치가 LCD 패널에 나타나는데, 퍼걸러 내부뿐만 아니라 바깥에서도 대기 오염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양방향 LCD를 설치했다. 물안개 분사 시스템은 작은 입자경의 물방울을 분사해 옷이나 물건 등을 쉽게 적시지 않는다. 또한 주변 온도를 3~5도까지 낮출 수 있으며 미세 먼지를 저감하는 효과를 낸다. 온습도 환기 계수에 따라 물안개 분사량을 조절하고 타이머를 설정할 수 있다. 퍼걸러 외부 형태는 장식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간결하게 구현했으며, 지붕 에지와 기둥, 바닥 에지가 하나로 이어지는 디자인으로 통일감을 주고자 했다. 부드러운 곡선형이 건물이 주는 딱딱한 느낌을 누그러뜨리고 외부 공간의 녹지, 수목과 원만하게 조화된다. TEL. 02-877-8811 WEB. seindesign.co.kr
  • 광장의, 광장에서, 광장으로 나온 예술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전, 국립현대미술관
    지난 120년간 한국 사회는 격동의 장이었다는 데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일제 식민지기부터 한국전쟁, 격변의 1970~1980년대를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은 결코 우리 사회의 움직임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는 한국 근현대 미술통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살펴보는 전시로, 광장이라는 은유를 통해 미술이 사회 전면에서, 혹은 이면에서 소통의 장으로 꾸준히 존재하고 있었음을 반증한다. 덕수궁에 재현된 근대 대한민국의 상흔 전시는 시대별로 1, 2, 3부로 나뉘어 각각 덕수궁관, 과천관, 서울관에서 진행된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1부는 1900년부터 1950년, 즉 20세기 전반부의 작품을 다루고 있으며 크게 사회적 변이의 기록과 그에 대한 미적 대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제1전시실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채용신의 ‘전우 초상’(1920)은 낙향한 우국지사의 초상을 빌려 조선을 지키고자 했던, 서글프지만 강직한 사회를 드러낸다. 제2전시실에는 분위기를 전환하여 조선의 개혁파들이 예술을 통해 계몽을 실천하고자 했던 다양한 기록을 담았다. 우리가 이 지점에서 목도하는 것은 예술에 교육이 접목되어 각종 매체를 통해 다양화되는 현상이다. 예술적 사회 개혁의 씨앗은 프롤레타리아 운동의 추진력을 업고 판화, 연극, 영화 등 대중 예술로 분화하기도 한다. 결국 1부 전시는 20세기 초중반 강제적 세계화의 현실 속에서 사회의 변화와 삶의 전환을 머금은 예술적 태동이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전시 후반 주목할 부분은 한국전쟁 이후 월북하여 한국 미술사에서 쉽게 언급되지 않는 이쾌대의 작품, 국내보다 외국에서 알려졌던 김환기의 작품 등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 근대 회화 중 하나로 주목받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김환기의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한국 근대 예술과 근대 사회의 맥락의 작동이 가시화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다. ...(중략)... *환경과조경382호(2020년2월호)수록본 일부 신명진은 뉴욕 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후 서울대학교 통합설계·미학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근현대 조경을 연구하며 이와 관련된 번역과 집필 활동을 겸하고 있다.
  • 붓으로 기록한 도시의 시간 ‘아카이브 오브 더 선’ 전, 제이슨함
    오래되어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외피가 떨어져 나간 건물, 녹슨 철문과 낙서로 가득한 벽, 가벼운 티셔츠 차림으로 노점상 앞을 활보하는 사람들. 셰이크 은디아예(Cheikh Ndiaye)가 붓으로 포착한 세네갈의 풍경은 이방인들이 막연하게 떠올리는 아프리카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도시와 건물을 사회적 기록으로 간주해 그 속에 담긴 사람과 문화를 예술로 기록, 보존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세네갈 출신 작가 셰이크 은디아예의 개인전 ‘아카이브 오브 더 선(Archives of the Sun)’이 성북동 갤러리 제이슨함(Jason Haam)에서 지난 1월 28일까지 열렸다. 함윤철 대표(제이슨함)는 2018년 폰다지오네 프라다(Fondazione Prada)그룹전을 통해 그의 작품을 만나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작가가 제안한 전시 제목은 세네갈의 일간지인 「르 소레유(Le Soleil)」(영어로 The Sun)에서 모티브를 얻었는데, 프랑스로부터의 독립 후 경제 성장과 도시화로 급격한 변화를 맞은 세네갈의 일상을 기록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세네갈은 19세기부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다 1960년에 독립했다. 독립 직후의 다카르Dakar(세네갈의 수도)에서 태어난 은디아예는 불안한 사회·정치적 기류와 급속한 현대화의 여파를 몸소 경험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1960~1970년대는 다카르에 다양한 근현대식 건물과 공공 공간이 들어섰던 시기였다. 하지만 경제 악화와 정부 결정으로 인해 영화관이나 공원 등의 공간이 폐쇄되거나 본래 목적과 다른 개인 사업 용도로 전환됐다. 오늘날의 다카르에는 이 같은 독립 직후 세네갈의 열정, 이후 찾아온 변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은디아예는 그중 오래된 건물에 주목하는데, 건물의 낡은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 그 공간의 옛 쓰임과 오늘날의 새로운 쓰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중략)... *환경과조경382호(2020년2월호)수록본 일부
  • 예술이 된 텍스트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 전, 국립현대미술관, 7월 5일까지
    현대인은 수많은 텍스트에 둘러싸여 산다. 거리에만 나가도 건물 벽을 빼곡하게 채운 간판, 눈길을 빼앗는 화려한 광고 등 도처에 널린 문자들이 무방비 상태인 우리에게 마구잡이로 쏟아진다. 현대예술가 제니 홀저(Jenny Holzer)는 이처럼 텍스트로 가득한 일상의 풍경을 사회와 개인,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그의 작업은 급격한 사회·문화적 변화가 시작되던 1970년대 후반, 뉴욕의 한 골목에서 출발했다. 짧지만 강렬한 사회 비판 메시지가 적힌 홀저의 포스터는 길을 지나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포스터 일부가 찢기기도 하고, 누군가 자신의 의견을 새롭게 적어 넣기도 했다. 작은 종이 한 장은 금세 대중의 논쟁의 장이 되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며 홀저의 문장은 대형 전광판, 메시지가 적힌 영상을 투사한 건물 외벽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변 맥락과 상관없이 도시 한복판에 등장한 메시지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낯선 경험을 선사하며, 텍스트에 무감각해진 현대인의 각성을 유도했다. 나아가 티셔츠, 엽서 등 일상 사물에까지 침투한 홀저의 문장들은 사회적 문제를 공론화하고,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며 공공 담론의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2019년 11월 23일부터 2020년 7월 5일까지 열리는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 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매년 국제적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낼 작품을 선보이는 ‘MMCA 커미션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40여 년간 홀저가 텍스트를 매개로 펼쳐온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신작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서울박스와 로비, 과천관의 야외 공간에서 선보인다....(중략)... *환경과조경382호(2020년2월호)수록본 일부
  • ASLA Best Books 2019 ‘2019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10권의 조경 서적
    혹시 좋아하는 조경가에게 줄 완벽한 선물을 고르고 있거나 몰입해 읽을 책 한 권을 찾고 있는가. 그렇다면 미국조경가협회(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ASLA)가 발표한 ‘올해의 책ASLA Best Book’을 참고하자. 미국조경가협회는 매년 그해 출간된 환경, 도시, 조경 분야의 도서 중 주목할 만한 도서 10권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2019 올해의 책’을 소개한다. 1 & 2. 나무의 건축 & 트리 북: 조경, 가로 경관, 정원을 위한 나무 셀렉션 Cesare Leonardi, Franca Stagi, The Architecture of Trees , Princeton ArchitecturalPress, 2019. Michael A. Dirr, Keith S. Warren, The Tree Book: Superior Selections for Landscapes, Streetscapes, and Gardens , Timber Press, 2019. 『나무의 건축』과 『트리 북』은 수목을 이용해 디자인하는 방법을 다룬 아름답고 유용한 책이다. 『나무의 건축』은 가구, 조경, 건축 분야를 넘나드는 두 명의 다재다능한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체사레 레오나르디(Cesare Leonardi)와 프란카 스타기(Franca Stagi)의 저서로, 1982년 출간되어 지난해 재판되었다. 212종의 나무를 550개의 삽화에 깃펜으로 묘사했으며, 모두 1:100의 축적으로 그렸다. 『트리 북』은 ‘나무 스승’으로 알려진 마이클 더(Michael A. Dirr)와 나무 농장 프랭크 슈미트 앤드손 J. Frank Schmidt and Son의 제품 개발 책임자인 키이스워런(Keith S. Warren)이 함께 집필했다. 2,400종에 달하는 식물종과 재배종의 사진과 더불어 학명, 보통명, 생육 분포, 기후 적응 능력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2호(2020년 2월호) 수록본 일부 박소영은 태안 천리포수목원에서 식물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식물을 매개로 한 공간 경험에 관심을 두고 있다. 천리포에 머물며 다양한 플랜팅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제5회 대한민국 한평정원 페스티벌 대상, 2018 서울정원박람회 팝업가든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식물원 전시온실에서 가드닝과 함께 식물 관련 전시 및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편집자의 서재] 비밀기지 만들기
    여덟 살 이전의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개중 또렷한 몇 가지는 조금 어둡고 비밀스러운 장소에 관한 기억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박스로 만든 집. 아빠가 어디서 커다란 냉장고 박스를 주워와 거실 한가운데 집을 만들어주었는데, 남다른 손재주로 꽤 그럴듯한 집을 만들었다. 문은 물론 커튼 달린 창도 있었다. 일곱 살의 나와 네 살배기 동생은 그 안에 쭈그려 앉아 소꿉놀이를 하거나 그림책을 만들었다. 또 다른 기억은 의자 밑에서다. 사촌 언니로부터 업라이트 피아노를 물려받았는데, 피아노를 치는 시간보다 피아노 아래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피아노 의자는 다른 의자에 비해 높고 널찍해서 엎드려 인형 놀이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피아노에 대한 흥미가 시들해질 즈음 의자 딸린 식탁이 생겼다. 엄마는 식탁 의자 두 개를 적당히 떨어뜨려 그 위에 젖은 이불을 널어놓곤 했는데, 이불을 걷고 들어가니 또 다른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환한 형광등 빛이 두툼한 이불로 필터링돼서 무섭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어두워 좋았다. 그 후로 한동안 식탁 의자 위에 이불 지붕을 만들고 그 속으로 기어들어가 놀곤 했다. 이외에도 숨바꼭질 할 때 장롱 안이나 긴 커튼 뒤에 몸을 숨기며 숨죽였던 순간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멀쩡한 집과 놀이터를 두고 왜 그렇게 좁고 어두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을까. 장소가 주는 특별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에 설레고, 뭔가 비밀한 일을 벌이는 것 같아 신이 났다. 이제는 옷장 안이나 미끄럼틀 아래로 숨어들지 않지만 카페의 구석진 자리를 찾거나 다락을 선호하는 습성이 그때의 흔적처럼 남아 있다. 이런 사소한 기억을 소환한 것은『비밀기지 만들기』다. 제목은 비장해 보이지만 실은 무진장 귀여운 책이다. 토관과 드럼통 사이에 앉아 멍 때리고 있는 남자애가 그려진 표지를 보자마자 훔치듯 집어들었다. (이 책의 진짜 귀여움은 비밀기지처럼 숨겨져 있다. 책을 구하면 커버를 잘 살펴보시라.) 책의 저자인 건축가 오가타 다카히로는 ‘일본기지학회’라는 단체를 운영하는데, 군사 요새가 아닌 유년 시절의 비밀스러운 놀이 공간을 연구하며 워크숍 등을 진행한다. 이에 관한 책『 비밀기지 만들기』는 비밀기지를 짓기 적합한 장소(주로 데드 스페이스)부터 재료, 위장하는 법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할 만한 (만화책 보기, 숙제 베끼기, 흙장난, 불장난 등 집에서 했다가는 큰 화를 면치 못할) 활동까지 알려준다. 설문 조사를 토대로 누군가 어린 시절 실제로 만들었던 비밀기지를 소개하는데, 소소한 추억을 상기시키는 것부터 진짜인지 믿기 어려운 것도 있다. 아파트 1층 베란다 아래, 우산 세 개를 겹쳐 만든 공간, 나무 위의 집을 보며 피식피식 웃다가 쓰레기봉투를 떨어뜨리는 긴 통로, 영화 ‘괴물’(2006)에서나 봤던 대형 배수로 안을 보고는 설문 응답자의 진실성을 살짝 의심했다. 이런 데서 놀았는데 살아남았다고?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비밀기지에 대한 다카히로의 철학은 분명하다. 비밀기지를 만들며 친구와 힘을 합치는 법, 갖가지 실패를 경험하기에 유년 시절에 꼭 필요한 활동이라는 것. 특히 위험에 둔감한 아이들이 크고 작은 위험을 경험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어른들이 이러한 아이들의 놀이를 (적당히 모른 척하며) 기꺼이 도와주기를 독려한다. 어른에게도 나름 유용한 측면이 있다. 자신만의 공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법이니까. 구본준 건축칼럼니스트의 추천사처럼, 어린이로 되돌아가 꿈꾸던 비밀기지를 짓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게 하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책이다. “비밀기지 만들기는 전혀 재미없어 보이는 풍경 속에서 적당한 틈새를 찾아내고 그 속에 들어가, 그곳에서 익숙한 일상의 풍경을 조망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주변 세상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재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힘이 아닐까.”2돌아보면 언제부턴가 나를 둘러싼 환경을 너무 곧이곧대로만 받아들여 왔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상상 속에서 나만의 비밀기지를 건설했다. 일상으로부터 도망치거나 딴짓거리를 하고 싶을 때 몸을 숨길 수 있는 나만의 은신처! 엉성해 보이지만 꽤 그럴듯하다(부모님도 편집장님도 몰라야 하므로 구체적 장소는 밝힐 수 없다). 이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머리를 집어넣는 순간, 앗. 그새 몸이 너무 커져 버린 걸 잊고 있었다. *각주 정리 1. 오가타 다카히로, 임윤정·한누리 역, 『비밀기지 만들기』, 프로파간다, 2014. 2. 같은 책, p.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