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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 스케이프]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정원을 보여주는 법』
    책을 읽는 방법은 많고 많지만, 묘사된 바로 그 장소에서 그 책을 읽는 ‘현장 독서’는 단연코 최고다.1 여행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현장에서 읽으며 묘사된 분위기를 공감각적으로 느끼고 나면 그 책은 이전과 다른 존재가 된다. 정원 답사 길에 현장 독서를 하면서 그 시절 사람들의 뜻을 좇아 보려 했는데 아직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읽을거리가 마땅찮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내 능력이 못 미치거나 하는 등의 이유다. 교토에서는 무소 소세키夢窓 疎石의 『몽중문답夢中問答』을 읽고 사이호지西芳寺를 거닐었지만 과문한 탓에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호가유금원기扈駕遊禁苑記’를 스마트폰에 담아 창덕궁에 갔는데, 해설사를 따라 정해진 코스를 조금 빠르다 싶게 다녀야 하니 강세황이 감탄했던 후원의 풍취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베르사유에서도 현장 독서를 시도해보았다. 워낙 당대의 기록이 많아 읽을거리를 고르는 것부터 큰일이었다.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과 정원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절대 왕정 체제를 강화하려 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성의 2층 중심에 위치한 왕의 침실에서 시작해 무한을 향해 뻗어 나가는 중심축과 태양빛처럼 방사선으로 뻗은 알레allee는 강력한 왕권을 시각화하고, 정원 곳곳에는 태양왕을 암시하는 도상이 가득하다. 이 복잡하고 방대한 권력의 극장을 이해하는 일은 당시에도 어려웠는지 여러 인물들이 정원을 거니는 법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전제 군주의 행보는 일거수일투족 모두 주시의 대상이 되고, 그(녀) 또한 이를 통치 수단에 활용했다. 그들에게는 정원 산책이라는 여가 활동도 중요한 정치적 활동이었다. 언제 누구와 어느 정원에 가는지가 중요하다. 이 활동의 무대가 되는 정원, 특히 르네상스 및 바로크 시대 정형식 정원의 축을 통한 ‘정치적 풍경’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루이 14세는 이러한 공간 통제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베르사유 정원 산책 경로를 소개하는 안내서를 직접 집필했다. 『Maniere de montrer le jardin de Versailles베르사유 정원을 보여주는 법』은 제목은 거창하지만 실제로는 몇장짜리 문서에 가깝다.2 하지만 조원가나 정원을 방문한 이의 기록이 아니라 정원의 주인인 왕이 작성한 정원 안내서로는 (아직까지) 유일무이하고, 한 번도 아니고 여섯 번이나 수정을 거듭할 정도로 루이 14세가 관심을 기울였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후략) 1. 앤 패디먼, 정영목 역, 『서재 결혼시키기』, 지호, 2001. 2. 후대 사람들이 편집하고 삽화를 덧붙여 만든 책(Manière de montrer les jardins de Versailles par Louis XIV, Art Lys eds, Collectif, 2013) 등은 베르사유 궁의 기념품점이나 프랑스 내 대형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환경과조경397호(2021년 5월호)수록본 일부 황주영은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 팝니다, 숲 ‘숲, 가게’ 전, 도만사에서 5월 30일까지
    1kg에 960만원. 100g에 1,024만원. 500cc에 324만원. 성수동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어느 가게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의 가격이다. 가격대만 보면 보석이라도 박힌 진귀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지만 이곳은 사람이 만든 물건은 취급하지 않는다. 진열대에 놓인 제품은 명품 가방, 시계, 귀금속 따위가 아닌 어디에나 있는 것들. 잘게 바스러진 돌, 콩알만한 잡초가 난 축축한 흙, 메마른 나무 껍질과 같은 숲의 잔해다. 숲을 셈하다 숲의 값어치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짧은 질문에서 출발한 ‘숲, 가게’는 독특한 역발상이 돋보이는 전시다. 이 가게는 철저히 시장의 셈법을 따라 자연물에 가격을 매겼다. 원리는 간단하다. 상품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새로 덧붙여진 가치, 즉 부가 가치를 판매 가격에 포함하는 것. 숲을 이루는 부산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부터 생태계에서의 역할, 심지어 사람에게 소소한 즐거움과 감성을 전달하는 점까지 부가 가치로 매겨 가격을 산정했다. 모든 상품은 자연으로부터 얻은 것이기에 기본 가격이 1원으로 같지만, 여러 항목이 곱해져 최종 가격이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상식 밖의 가격에 의문을 갖는 손님들을 위해 전시장에는 친절하게 제품 안내서를 구비해 놓았다. 팸플릿에 적힌 상품별 부가 가치 내역을 읽다 보면 막연하게만 알던 숲의 가치가 차차 이해된다. (후략) * 환경과조경 397호(2021년 5월호) 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월간테라
    회사 앞에서 대표님을 만났을 때 자동으로 굽는 나의 허리와, 집에 온 아빠를 향해 누워서 손을 흔드는 나를 한데 떠올리다 생각했다. 한 사람 안에는 다양한 자아가 있기 마련이라고. 상황에 따라 여러 개의 페르소나가 만들어진다면 그중 하나는 ‘쓰는 자아’가 아닐까. 글을 쓰다 스스로가 낯설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내게 쓰는 자아는 별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인격이다. 한 쪽짜리 글을 쓰는 데도 온종일을 징징댈 정도로 엄살이 심하고, 시도때도 없이 진지해져서 부담스럽다. 하지만 직업이 이렇다 보니 종종 꺼내 살살 달랠 수밖에. 물론 도움을 받기도 한다. 때때로 애매한 생각을 또렷하게 갈무리해주고, 쓰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나의 어떤 면면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면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주르륵 늘어놓은 글자들을 눈으로 짚다보면, 글 너머 누군가의 내밀한 생각과 복잡한 사정을 알게 되니까. 수면 위로 잠시 떠올랐다 사라질 뻔한 생각을 박제한 게 글이라고 한다면 읽는 행위가 꽤 숭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거창한 이유로 남의 글 읽기를 좋아하고 필요하다고 여긴다. 특히 ‘내 것이 아닌’ 이야기, 나로선 쓸 수 없는 글 앞에서는 기꺼이 독자가 되곤 한다. 조경을 콘텐츠로써 다루기 때문일까. 조경 잡지를 만들고 있지만 가끔 (어쩌면 자주) ‘진짜’ 조경에서는 멀찍이 떨어진 기분이 든다. 문학 편집자와 소설가 사이의 간극 정도, 어쩌면 더 클지도. 어쨌든 이 간극을 메우고자 하는 의지 반, 호기심 반으로 종종 ‘월간테라’에 기웃거린다. 스튜디오 테라 홈페이지1에 달마다 업로드되는 에세이로, 조경설계 연구실을 거쳐 실무에 뛰어든 이들의 단상을 엿볼 수 있다. 조경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사람, 살짝 빗겨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 멀찍이 떨어져 전혀 다른 길을 걷는 사람 등 필자 유형은 다양하다. 자발적인 듯 보이지만 실은 약간의 강제성이 있어서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필자에게 “월간테라를 쓰세요”라는 하달이 떨어진다고), 대부분의 필자는 글 도입부터 쓰는 일의 부담감을 호소한다. 뭐, 사정은 딱하다만(?) 보는 사람은 유익하다. 쓰이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었을 상황, 문장이기에 더 흥미롭게 와닿는 표현을 읽는 재미가 있다. 여러 가지의 설계 프로그램을 수족처럼 다뤄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농담이라던지, 학교에서 배운 조경과 실무 사이의 서늘한 간극처럼. “(포토샵은) 윈도우에 그림판을 탑재한 빌 게이츠를 멋쩍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조경 작업에서 생산되는 스틸컷의 마침표를 찍어준다. 경쟁 프로그램이 없으며, 현실에서 이루지 못할 꿈을 마지막으로 보여준다. 다만 한 번 이 판에 빠지면, 무엇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없어진다. 팽이를 돌려도 알 수가 없다. 시간은 쫓아오고 마감은 남지 않았다면 집착하지 말고, 포토샵을 켜라. … (루미온은) 너무나 직관적이고, 쉽다. 마스터가 되기까지 24시간이면 충분하다. 결과물을 뽑아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타 프로그램 대비 압도적이다. 가히 효율성의 끝판왕이다. 다만 결과물이 지구 반대편 우루과이 사람과 같을 뿐….”(최진호, “도구”) “설계의 이론적 의미는 대상지의 가능성과 문제점을 파악하여 실용적이면서 미적인 공간을 형태화하는 과정이지만, 실무를 겪으며 느낀 설계는 여러 가지 제약 조건 속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 타 분야의 계산 실수로 갑자기 반으로 줄어든 예산에 맞춰 수많은 고민의 결과물들을 들어내야 하기도 하고, 공사 입찰 직전 하달된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디자인을 근본부터 흔들어야 하기도 한다. 때로는 ‘생태면적률 40% 이상’과 같은 무심히 정해졌을 지침의 수치만으로 허탈감을 맛보기도 한다.”(이세희, “2020년을 마감하며”) 사실 모두가 안다. 글 같은 건 안 읽어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라는 걸. 글쓰기는 좀체 쉬워지지 않고, 대가 없는 공력이 너무 많이 든다. 소설가 한강도 이런 말을 했더랬지. “저에게 지금도 숙제는 그거에요.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이 뭔지? 그러므로도 아니고, 그리고도 아니고. 글을 쓰기 어렵게 만드는 수없이 많은 것들이 있는데 그런데 글을 써야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2 비슷한 물음을 곱씹게 된다. 쓰는 일에 무슨 유익함이 있을까. 어떤 동력이 되어줄 수 있을까? 모르겠다. 답은 결국 각자의 쓰는 자아들만이 어렴풋하게 알겠지. 1.www.studiosterra.com 2.안선정, “소설가 한강, ‘글을 쓴다는 것’의 원동력, 결국글을 읽는 것”, 「독서신문」 2016년 12월 25일.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제대로 말 걸고 싶으니까
    종이책을 만드는 편집자지만 요즘은 작업 영역이 지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새로운 달이 시작될 무렵 잘 마름질된 잡지가 손에 쥐어지면 또 다른 소소한 편집이 시작된다. 도구는 포토샵과 학창 시절 익힌 얄팍한 디자인 기술. 서투른 솜씨로 인스타그램을 채울 콘텐츠를 다듬기 시작한다. “디자인 전문 월간지의 편집”이 “기획, 조사, 취재, 인터뷰, 작품 섭외, 필자 섭외, 교정과 교열, 사진 촬영, 편집 디자인, 마케팅이 한 번에 뒤섞여 돌아가는 도전적인 작업”(이번 호 ‘에디토리얼’)이라면, 잡지의 내용을 각종 SNS에 올릴 콘텐츠로 매만지는 일은 마케팅 정도로 분류될 것이다. 기껏해야 손바닥만 한 공간을 채우는 일인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 책 편집과는 한참 다르고, 얕보고 뛰어들었다가 한나절을 몽땅 빼앗긴 적도 있다. 인터넷 속 세상은 한계를 알 수 없는 넓은 세계라는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눈길을 빼앗기 위해 내가 쓸 수 있는 공간은 턱없이 작게 느껴진다. 짧은 시간에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니, 되도록 매력적이고 호기심을 동하게 하는 사진을 골라 올린다. 이 과정에서 ‘매력적’이라는 형용사를 어떻게 해석할지 고민한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인증샷’을 남기고 싶은 사진이 좋을지, 조경 전공자의 구미를 당길만한 독특한 디테일을 담는 것이 좋을지. “요즘 시대가 자연을 소비하기만 하잖아요. 특히 인스타그램 같은 이미지 매체를 통해 자연이 그냥 사진 찍기 좋은 배경 이미지로만 소비되죠.”(배정한, “조경가 김아연 인터뷰: 생태학적 상상력과 풍경의 디자인”, 2019년 5월호) 지금처럼 봄바람이 불던 날 나눈 대화에서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던 김아연 교수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하다. 머뭇거리다가 프로젝트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경 사진을 대표 이미지로 설정한다. 경쟁에서 탈락한 사진은 화살표를 누르면 넘겨볼 수 있도록 함께 올린다. 아주 조금의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발견할 수 있도록. 글귀가 주인공이 되어야 할 때도 있는데, 확장된 선택지 앞에서 더 긴 고뇌에 빠진다. 짧지만 강렬한 보물 같은 문장은 기왕이면 독자들이 스스로 찾게 하고픈 욕심이 생기고, 길고 유려한 문장을 꼽았다가 너무 구구절절한 것 같아 망설인다. 2020년 리뉴얼과 함께 사라진 꼭지 ‘이달의 텍스트’를 꾸릴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가까스로 사용할 구절을 정한 후에도 디자인이라는 한 가지 고비가 더 남아 있다. 메시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보기에 예쁘지 않으면 다른 콘텐츠에 쓸려나가기 일쑤다. 갖은 노력 끝에 정돈된 피드를 보고 있으면, 『잡스 1. 에디터』의 인터뷰 한 구절이 떠오른다. 누구든지 플랫폼에 글과 이미지를 올려 전파할 수 있는 “누구나 에디터가 될 수 시대”.1 ‘○○○님이 회원님의 게시물을 좋아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알림이 울리기 시작하면, 독자와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아 즐겁다가도 조금 씁쓸해진다. 싸이월드 시대에는 ‘퍼가요~♡’라도 남았는데, 좋아요 버튼은 너무 많은 것을 생략해버린다. 고백하자면 한때 인스타그램의 댓글창에서 여러 의견이 오가는 모습을 꿈꾼 적이 있다. 플랫폼의 속성을 잘못 이해한 데서 기인한 헛된 기대였다. 정신을 차리고 요새는 잡지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정문정 작가의 말처럼 “냉면은 놋그릇에 담고 설렁탕은 뚝배기에 담아야 먹음직”2스러운 법이니까. 『잡스 1. 에디터』의 에세이 꼭지를 통해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2018)을 펴낸 정문정이 본래 잡지를 만들던 에디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잡지 에디터에서 브랜드 저널리즘의 에디터로, 유튜브와 페이스북용 콘텐츠를 만드는 디지털 콘텐츠의 총괄 에디터로, 비슷한 듯 전혀 다른 일을 하며 겪은 일화들이 나를 자꾸만 불안감에 빠트렸다. 포기하지 않고 읽어가다 뜻밖의 위로를 받았다. “에디터로서 내가 익힌 기술 중에는 세계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토대로 타인을 설득하는 최적의 방식과 시기를 찾아내는 일도 있었다. 제대로 말 걸고 싶으니까. 에디터는 백 번 듣고 한 번 말한다.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이 넘치는 세상에서 꿋꿋하게.”3 잡지가 다른 인쇄 매체와 구분되는 지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정해진 날짜에 반드시 찾아간다는 약속일 테다. 보통 정기 구독이 끝나는 시점은 연말, 아직 일곱 번이나 대화의 기회가 남아 있다. 1. 『잡스 1. 에디터』, 레퍼런스 바이 비, 2019, p.28. 잡스는 매호 하나의 브랜드를 다루는 잡지 『매거진 B』가 새롭게 선보이는 단행본 시리즈다. 브랜드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직업인과 나눈 대화를 인터뷰집 형식으로 전달한다. 2. 같은 책, 정문정, “에디터는 백 번 듣고 한 번 말한다”, p.176. 3. 같은 책, 정문정, “에디터는 백 번 듣고 한 번 말한다”, p.179.
  • [PRODUCT] 나무에 둘러싸인 아늑한 쉼터 ‘우드세움’ 친환경 규화제를 사용해 원목의 보존 수명 향상
    남양주시 청솔공원 수변에 독특한 형태의 원목 구조물이 들어섰다. ‘우드세움Woodseum’은 친환경 건축 자재 전문 기업 케이디우드테크가 출시한 휴게 시설물로, 움막의 형태에서 착안한 원통형 디자인이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드세움의 가장 큰 특징은 목재 시설물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유지 관리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목재 시설물은 일반적으로 매년 오일 스테인으로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케이디우드테크의 목재는 친환경 성분의 오르가노우드 규화제가 도포되어 보존 성능이 최대 40년에 달한다. 인체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빛을 발한다는 장점도 있다. 특수 처리된 목재는 햇빛과 빗물이 닿아도 부패하지 않고 더 단단해지며, 점차 회색빛으로 변하면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콘크리트 혹은 플라스틱 같은 인공 자재보다 열섬 현상의 영향을 적게 받고 나아가 이산화탄소 흡수에도 기여한다. 구조물 바닥에 모래를 깔아 아이들을 위한 모래 놀이 아지트로 만들거나, 내부에 의자를 비치해 그늘 쉼터로도 쓸 수 있다. 강가 혹은 습지에서는 조류 관찰대로도 사용 가능하다.
  • [에디토리얼] 잡지의 얼굴, 표지 탐닉
    봄, 바람이 분다. 모처럼 서울 도심에서 약속이 있다면 한두 시간 먼저 출발해 덕수궁에 들르시길 권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2021. 2. 4.~5. 30.)는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시와 그림이 탄생했던 근대기의 풍요로운 문화적 토양으로 우리를 이끈다. 시대의 전위를 꿈꾸며 함께 활동한 시인 정지용, 이상, 김기림, 김광균, 소설가 이태준, 박태원, 그리고 화가 구본웅, 김용준, 최재덕, 이중섭, 김환기 등의 교유와 연대를 그들의 글과 그림을 통해 한 호흡으로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화가와 시인이 만나 빚어낸 자유로운 화문畵文의 세계를, 그들의 지적, 미적 수준의 결정체인 아름다운 책들을 탐닉할 수 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백석의 『사슴』,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같은 시집들의 원본도 영접할 수 있다. 잡지 편집자와 디자이너라면 전시장 곳곳에 펼쳐진 근대기 잡지 표지들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당대의 현실과 이상을 고스란히 담은 자화상. 잡지를 편집하는 여러 단계의 과정에서 가장 고민되는 순간은 표지를 결정할 때다. 표지는잡지의 얼굴이다. 잡지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해야 한다. 해당 호의 콘텐츠를 간결한 이미지와 텍스트로 전달해야 한다. 독자의 상상력을 허용하는 여백의 미도 필요하다.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도 표지의 중요한 역할이다. 표지의 힘을 단적으로 예증하는 잡지로 『뉴요커The New Yorker』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1925년부터 계속 간행되고 있는 이 잡지는 사실의 전달보다는 해석과 비평을 중심으로 뉴욕의 문화와 시사 이슈를 다룬다. 설명적이거나 선동적인 문구 한 줄 없이 지적이고 유머 넘치는 일러스트레이션과 제호만으로 표지를 디자인한다. 무려 100년 가까이 지켜온 전통이다. 『뉴요커』 표지만 순서대로 모아도 미국 현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1982년 7월부터 2021년 3월까지 『환경과조경』의 역사에는 395장의 표지가 쌓였다. 396번째책을 내며 이달에는 그간의 표지를 기록하고 전시하는 특집, ‘표지 탐구’를 마련한다. 오는 8월 출간될 통권 400호를 기념해 『환경과조경』의 발자취를 다각도로 되돌아보는 여러 기획 중 하나다. 2021년의 미감으로 보면 어설프고 촌스러운 표지도 있지만 놀라울 정도로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표지도 있다. 한군데 모은 표지들의 이미지와 텍스트를 훑어보기만 해도 한국 조경이 그려온 지형의 주요 지점을 조감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만난 옛 친구처럼 반가운 표지가 많은 독자라면 모처럼 추억 여행에 나선 기분이 들지도모르겠다. 표지 대부분이 낯선 젊은 독자라면 봉인된 한국 조경사의 타임캡슐을 열어보고 싶은 탐구심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꼼꼼히 살펴보지 않더라도 표지의 제호와 디자인이 몇 차례 크게 바뀐 걸 발견할 수 있는데, 언제, 무엇이, 어떻게, 왜 변했는지 추측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표지 이미지들과 함께 배치하는 해설이 추측의 재미를 안내한다. 길지 않은 해설 텍스트에는 김모아, 윤정훈 편집자와 팽선민 디자이너가 꼽은 주목할 만한 표지와 그 선정 이유가 담겨 있기도 하다. 독자 여러분의 시선을 멈추게 한 표지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표지가 있다면 책장에 무심히 쌓인 과월호를 뽑아 옛 사연을 살짝 들춰보시길. 창간호부터 2013년 12월호까지는 환경과조경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보실 수도 있다. 특집 뒷부분 ‘책등 탐구’에는 396권의 책등 중 몇몇을 모아 배치한다. 도서관 서가 사이를 산책하면서 나란히 꽂힌 과월호 잡지들의 책등을 넉넉한 리듬으로 훑는 것 같은 즐거움이 이번 달 지면에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참, ‘웃프게도’, 출판계의 편집자와 디자이너 중 책등을 책등이라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로 ‘세네카’라는 전문 용어(?)가 쓰이는데, 얼핏 라틴어 느낌이 나는 이 말은 등, 뒷면, 뒤 등을 뜻하는 일본어 세나카せなか(背中)에서 왔다고 한다. 이번 396번째 표지의 주인공은 세네카들이다. 역대 『환경과조경』의 세네카 변천사를 한눈에 감상해 보시길. 반팔 차림이 어색하지 않을 5월의 특집 지면은 ‘편집자들’(가제)이다. 반가운 이름 김진오, 조수연, 백정희, 손석범, 김정은, 양다빈, 조한결. 추억 속의 OB 편집자들이 출연 예정임을 넌지시 알려드린다.
  • [풍경 감각] 안녕하세요, 감사해요, 잘 있어요, 다시 만나요
    “안녕하세요, 감사해요, 잘 있어요, 다시 만나요.” 이 문장을 읽으며 어떤 멜로디를 떠올렸다면 나와 같은 시기에 유년을 보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중학생 때 방과 후 TV를 틀면 만화 채널에서 애니메이션 ‘아따맘마’의 주제가가 흘러나왔다. “아침 해가 뜨면 매일 같은 사람들과또다시 새로운 하루 일을 시작해”로 이어지는 가사를 들으며 매일 같은 사람들을 보는데 하루가 새로울 게 뭐가 있겠냐고 시큰둥해 했다. 매일 보는 사람 중엔 그 애도 있었다. 가무잡잡한 탓에 다른 애들이 외국인 같다고 놀리면 곧잘 웃어넘겼는데, 가끔은 정말 그렇냐고 물었다. 같은 학교와 학원을 다닌 우리는 운동장 구석에서 자주 빈둥대곤 했다. 언제부터였을까. 매일 보는 그 애와 보내는 날들이 새로운 하루가 된 건. …(중략) *환경과조경396호(2021년 4월호)수록본 일부 조현진은 조경학을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다. 2017년과2018년 서울정원박람회,국립수목원 연구 간행물『고택과 어우러진 삶이 담긴 정원』,정동극장 공연‘궁:장녹수전’등의 일러스트를 작업했고,식물학 그림책『식물문답』을 출판했다.홍릉 근처 작은 방에서 식물을 키우고 그림을 그린다.
    • 조현진
  • [『환경과조경』 400호 돌아보기] 언제나 지금만 같길 바라
    필자가 이력서에 쓰는 세부 전공은 ‘동아시아 조경의 역사와 이론’이다. 짧게는 몇백 년, 길게는 천여 년 전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공간을 상상하는 일을 십수 년 하다 보면, 동시대 조경의 이야기가 딴 세상의 것처럼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 조경을 공부하는데 조경과 한참 멀어졌음을 발견할 때,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켜 준 것이 『환경과조경』이었다. 그렇다고 『환경과조경』의 열렬 독자냐.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일부러 열심히 찾아 읽은 적도 있지만, 원하는 것만 보거나 의무감에 보기도 하고, 그냥 지나친 적도 허다했다. 그런데 이런 ‘변덕스러운’ 독자가 비단 나뿐일까. 부침이 있는 독자들을 두고도 한결같이 제자리에서 조경의 주요 이슈를 제공하는 『환경과조경』이 대견하고 고맙다. 21세기 한국 조경, 세계로, 세계로! 이번 ‘『환경과조경』 400호 돌아보기’에서 다룰 순서는 151~200호, 2000년 11월부터 2004년12월까지다. 2000년의 밀레니엄 시대를 지나 21세기로 접어드는 시기로, 조경계에서는 확실히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었다. 그리고 이 변화는 151~200호의 『환경과조경』에서도 잘 드러난다. 먼저 외형과 구성부터 살펴보자. 지금까지 몇 차례의 리뉴얼이 있었는데, 151~200호 사이에도 변화의 지점들이 있다. 특히 21세기 들어 처음 출간한 153호(2000년 1월호)에서 형식은 물론 내용까지 큰 변화를 꾀했다. ‘편집자에게 & 편집실에서’라는 코너를 빌어 변화의 주요 지점을 안내하고 있는데, 변화의 목적이 “알차고 내실 있는 정보의 적극적 제공, 우리나라 조경 분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주된 내용을 몇 가지 꼽아 보면, 첫째, 1985년부터 표지에 사용했던 한글 제호 ‘환경과조경’의 크기를 줄이고 영문 제호 ‘ELAEnvironmental & Landscape Architecture of Korea’를 전면에 내세웠다. 둘째, 표지에 영문 제호를 강조한 것에 이어, 영문 요약 소개 이외에 별도로 한 코너에서 한영문 병기를 시도했다. 셋째, 웹페이지 주소를 변경하면서 업로드 콘텐츠를 확충했다. 21세기를 맞이해 해외 소식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독자의 요구에 맞는 국내 조경 소식을 촘촘하게 전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자 하는 『환경과조경』의 새로운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이후 눈에 띄는 또 하나의 큰 변화는 과감한 광고 배치다. 2002년 8월호(172호)부터는 잡지의중간에 상당량 배치했던 각종 광고가 앞뒤로 빠지는 변화를 보였다. 맥락 없이 요란한 디자인의 광고 묶음이 잡지 중간중간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데 그 이미지가 너무 강력해서 『환경과조경』의 디자인 콘셉트와 어울리기가 쉽지 않았다. 광고를 정리하니 목차부터 마지막까지 기사 내용에 집중할 수 있어 훨씬 간결하고 깔끔한 잡지로 탈바꿈했다. 섹션 구성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사실 『환경과조경』은 태생부터 조경계의 유일무이한 잡지라는 정체성이 분명했는데 그 바람에 다뤄야 할 내용이 너무 많다는 애로사항이 따랐다. 게다가 조경은 범주 자체도 광범위해서 전문지로서 개성을 드러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esign+Planning’과 ‘Technology & Practice’, ‘Feature’, ‘Reports’, ‘Reader’s Information’의 섹션 구성에서 2003년 3월호(179호)부터 ‘Technology & Practice’를 덜어내고1 『환경과조경』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 조경설계의 새로운 지형과 조경이론 형식의 변화는 언제나 내용의 변화를 수반한다. 새롭게 단장한 2001년 1월호(153호)부터 해외 작품과 해외 조경 업체, 해외 대학교, 해외 주요 웹사이트, 해외 잡지의 주요 기사 등에 대한 소개를 보완해 국외 소식과 정보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물론 이전에도 해외 작품 소개 코너가 없지는 않았다. 당시 3인 체제로 운영되었던 편집부에서 갑자기 늘어난 콘텐츠의 스펙트럼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싶다. 단지 ‘21세기의 출발’이 이 모든 부담스러운 일을 시작하게 하는 명분은 아니었을 것이다. 2000년대 변화의 근원지였던 인터넷 환경이 정보 경쟁력을 부추겼을 것이고, 조경계 ‘핫’한 해외 소식은 『환경과조경』을 통해 속속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기사 하나가 153호에서 발견된다. 현재 『환경과조경』 편집주간으로 있는배정한 교수의 “조경설계의 새로운 지형”으로, 이 글은 향후 같은 필자의 연재 ‘동시대 조경이론과 설계의 지형’과 함께 한국의 조경설계와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중략) *환경과조경396호(2021년 4월호)수록본 일부 박희성은 오랜 시간 동아시아 역사와 이론을 연구하며 한·중·일의 자연미를 꾸준히 탐색했고, 최근에는 근대 동아시아 조경과 역사 도시 경관에 주목하고 있다. 한중 정원과 문인, 자연미의 관계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동아시아 각국 수도 연구’를 수행하고 현재 ‘근대기 서울 주택정원 연구’를 진행중이다. 자연미와 정원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를 넘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제도와 운영, 한국 근현대 도시·조경사 등 조경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연구와 더불어 서울대학교와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박희성
  • 표지 탐구
    표지는 잡지의 얼굴이다. 책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이 닿는 곳으로, 매력적인 표지는 서점 매대를 지나는 사람의 발목을 잡아채 기어이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콘텐츠를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하기 위해, 표지에 해당 호의 주요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핵심 이미지를 담기도 하고 도면의 일부를 확대해 실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가로 폭과 세로 높이에 따라 정해지는 판형은 잡지를 소비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잡지는 들고 다니며 읽기 편하고, 커다란 잡지는 휴대는 어렵지만 사진을 시원시원하게 담기에 좋다. 올 8월 맞이할 통권 400호를 기념해, 39년 동안 독자들을 마주했던 396가지 『환경과조경』의 얼굴들을 소개한다. 표지 변화상은 물론 편집자들이 애정하는 표지와 디자이너의 의도도 살펴볼 수 있다. *환경과조경396호(2021년 4월호)수록본 일부
    • 편집부
  • 책등 탐방
    책꽂이에서 꺼낼 때 가장 먼저 손에 잡히는 부분, 두께를 가늠하게 하는 책등은 종이책의 물성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서가에 나란히 꽂힌 책등을 보는 것만으로도 독서가 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손끝으로 가볍게 책등을 주르륵 훑듯 1982년부터 2020년까지의 『환경과조경』을 빠르게 지나 보자. *환경과조경396호(2021년 4월호)수록본 일부
    •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