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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망대해를 함께 항해할 선원을 찾습니다! 『환경과조경』의 새로운 엔진, 뉴스레터와 유튜브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영화 ‘베테랑’에 나온 명대사다. 다소 거친 표현이지만 저 한마디는 베테랑 형사인 서도철이 형사로서 갖고 있는 자부심을 잘 보여준다. 극중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서 형사처럼 환경과조경도 나름 조경계에서 베테랑(?)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긴 세월을 버텨왔다. 『환경과조경』은 50년에 달하는 한국 조경의 역사를 곁에서 지켜보며 동고동락했다. 올해 『환경과조경』은 창간 40주년을 맞이한다. 동시대의 잡지들이 줄줄이 창간과 폐간을 반복할 때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어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고, 앞으로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감히 단언할 수도 없다. 우리가 처한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물성을 가진 책이란 장르가 공급자들에게만 매력적인 장르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돈 주고 잡지를 사서 읽는 일은 독자들에게 매우 낯설다. ‘요새 무슨 책 읽어?ʼ가 아닌 ‘요새 넷플릭스에서 뭐봐?ʼ가 스몰토크의 주제로 오르내린다. 코로나19를 지나는 동안 넷플릭스는 상한가를 친 반면에 국내의 한 대형 서점은 문을 닫았다. 사실 우리는 망망대해에 선 돛단배와 같다. 언제 반파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파도가 언제 닥칠지 예상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파도를 읽지 못하면 파도 타는 법을 배워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많이 넘어져 봐야 비로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모터, 뉴스레터와 유튜브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기 위한 모터를 야심차게 만들고 있다. 하나는 뉴스레터, 다른 하나는 유튜브다. 지난 3월 31일 1호 발송을 시작으로 나무요일 뉴스레터는 한 달에 두 번 구독자의 메일함을 두드린다. 잡지에 소개된 최신 프로젝트와 과월호 연재의 전문을 뉴스레터로 볼 수 있다. 올해 열리는 IFLA 관련 Q&A와 최신 소식, 장면으로 보는 한국 조경의 역사, 설계 도면에서 읽을 수 없는 조경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 어디서 볼 수 없는 콘텐츠도 뉴스레터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개봉을 앞둔 콘텐츠가 편집부의 컴퓨터 속 폴더에서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도 받은 메일함에 뉴스레터가 없다면 링크(page.stibee.com/subscriptions/173067)에 접속해서 구독하기를 누르면 된다. 다음 호를 기다리는 것이 지루한 이들을 위해서 지난 뉴스레터 보기(page.stibee.com/archives/173067)도 제공하고 있다. 영화를 통해서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자고 말했던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처럼 활자의 벽을 뛰어넘고자 유튜브(www.youtube.com/c/환경과조경) 영상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환경과조경ʼ을 통해서 잡지나 책에서 활자로 만나던 인터뷰이와 저자를 소개하거나, 최신호 잡지를 미리 만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IFLA 대학생 서포터즈인 리플러들이 MBTI 여행, 브이로그 답사기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ʼ를 소개하고 있다. *환경과조경409호(2022년 5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식물도
    나무에 하나둘 색이 입혀지고 있다. 출퇴근길 15분 남짓의 버스 안에서 형형색색 풍경을 보면 절로 마음이 들뜬다. 코로나19로 지난 봄들을 집에서만 보냈던 나의 야심찬 첫 번째 계획은 봄나들이였다. 밖에서 놀고 싶어 근질근질했던 몸을 이끌고 친구들과 노들섬으로 향했다. 파워 J인 성향인 나(ESFJ)는 어디든 가기 전 미리 그곳이 어디이고 어떻게 가야하며 무엇을 꼭 봐야 하는지 메모해놓는다. 이번에도 사전 조사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들려야 할 곳은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이다. 노들섬 공식 홈페이지에서 스크롤을 내리다가 ‘식물도’에서 멈췄다. 이 지면의 소재를 고민하던 중 구세주 같이 등장했다. ‘도시 속 나를 위한 작은 식물섬’이라는 뜻의 식물도는 초록 크리에이터와 함께 만들어가는 체험형 식물 문화 공간이다. 식물 컬래버레이션 전시와 식물 상담, 가드닝 수업, 정원 가꾸기, 식물 크리에이터 강연 등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식물도는 식물을 모티브로 향기 작업과 퍼퓸 오브제를 선보이는 작가 공간인 아뜰리에 생강, 식물이 필요한 공간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앤드어플랜트, 누구나 쉽게 식물과 친해질 수 있는 가드닝 편의점 형태의 서울 가드닝 클럽, 꽃과 식물을 이용해 원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우리애그린, 네 개 공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친구들을 만나기 전 식물도에 가보기 위해 약속보다 두 시간 빨리 노들섬에 도착할 계획을 세웠다. 노들역에 내려 한강대교를 따라 걸었다. 아직은 찬 강바람에 휘날리는 긴 머리카락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기를 반복하다 그 틈 사이에서 안녕로를 가로지르는 노들섬이 나타났다. 노들섬은 보통의 공원과 달리 음악을 매개로 한 복합문화기지다. 다양한 복합문화공간 속 식물도에는 초록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길치인 사람도 한눈에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초록색이 가득하다. 도시 속 나를 위한 작은 식물섬이란 콘셉트에 진심인 듯 보였다. 온통 식물로 꾸며져 있어 어디에 눈을 두어도 식물과의 눈 맞춤을 피할 수 없었다. 베테랑 식집사(식물과 집사의 합성어로 반려 식물을 키우며 기쁨을 찾는 사람을 뜻한다)인 부모님을 따라 종종 양재동 꽃시장에 들러 식물을 키워 보았지만 나는 식물 키우기에 영 소질이 없다. 어깨너머 부모님을 따라하기도 하고 블로그나 유튜브로 공부도 해봤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죽기 일쑤였다. 식물도에 있는 많은 식물을 보니 잠자고 있던 식물 심기 욕망이 깨어났다. 식물 씨앗을 하나 살까 고민하던 중 ‘식물 복덕방’(식물 씨의 좋은 집 구하기)이 눈에 띄었다. 이왕 온 김에 씨앗 하나를 사서 집에 있는 빈 화분에 이사시켜주고 싶어졌다. 친구들과 한바탕 수다를 떨고 한 손에는 바질 씨앗이 든 봉지, 다른 한 손에는 식물 이사 준비물이 든 봉투를 흔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에 가는 전철 속에서 바질 키우는 법을 검색하다 다 키운 바질로 샌드위치를 만드는 방법까지 섭렵했다. 아직 화분에 흙을 담지도 않았는데 벌써 바질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문 것처럼 행복해졌다. 식물원을 연상케 하는 카페는 많이 가봤지만 식물을 콘텐츠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식물도는 그 어느 곳보다 신선했다. 집으로 데리고 온 바질 키우기에 한창 재미를 붙였다. 쉬는 날이면 밖에 나가 돌아다녀야 하는 E 성향이 강한 내게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가 생긴 셈이다. 집에서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는 I에게도 꽤나 잘 맞는 취미 활동이지 않을까. 참, 집에 심어둔 바질은 이제 검은 흙을 비집고 싹을 틔우려 한다. 5월호가 나올 시점에는 녹색 줄기가 다 돋아 있기를, 이번에는 죽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email protected]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사랑은 구름 넘어 환상은 아니지만 멍청한 믿음은 좀 필요로 해
    L을 만나러 일 년에 너덧 번 정도 부산에 간다.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부산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아침 해에 빛나는 해운대와 광안리의 바다를 눈앞에 두면 여전히 가슴 속에서 뱃고동이 울리지만, “부산에 왔으면 바다는 꼭 보고 가야지” 생각하는 관광객의 마음가짐에서는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산에 갈 때마다 일정 짜는 게 만만치 않은데,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는 쉽게 정해졌다. 공사를 막 끝낸 부산 롯데월드가 개장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인파가 어마어마하다는 경고를 각종 SNS에서 읽은 터라, 이른 아침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놀이공원으로 직행했다. 일반적인 놀이공원과 달리 테마파크에는 콘셉트가 있기 마련이다. 놀이 기구도 중요하지만, 방문자들을 일상과 동떨어진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세계에 얼마나 깊게 몰입시키는 지가 테마파크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요정의 나라, 마법의 세계 같은 말도 안 되는 설정에 사람들을 푹 빠트리려면 여러 장치가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길고 긴 진입로다. 파스텔톤 페인트로 치장한 실제로 오를 수 없는 성의 입구를 통과한다고 다른 세계가 펼쳐질 리 없다고 생각하는 이를 위한 점진적 환각제다. LA 디즈니랜드는 다리가 아플 정도로 긴 진입로에 20세기 초 미국 교외를 떠올리게 하는 빅토리아풍 건물을 잔뜩 세워 거대한 쇼핑 타운을 조성해 놓았다. 가짜라 생각하기엔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리조트 내 호텔로 향하는 관광객들이 바쁘게 끄는 캐리어 바퀴 소리도 디즈니랜드를 하나의 나라로 느끼게 만드는 데 한몫한다. 서울 롯데월드는 섬이 가진 독특한 특징을 이용한다. 사방을 둘러싼 호수, 오로지 다리를 건너야만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이 놀이공원을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장소로 만든다. 부산 롯데월드에서는 특이하게도 공원으로 향하는 지하철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놀이 공원은 울산 태화강과 부산 부전을 잇는 동해선의 오시리아역에 있다. 지상철이라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의 변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센텀시티와 벡스코를 지나치면 건물과 건물 사이의 간격이 점점 커지고, 낮고 넓은 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도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게 하는 이 짧은 여정과 놀이공원이 들어선 기장은 부산에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곳이라는 L의 설명이 설렘을 더했다. 한창 벚꽃이 만개했을 때라 꽃들이 남긴 분홍 궤적이 창문 아래쪽에서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한껏 달아오르던 마음이 식기 시작한 건 오시리아역에 내려서는 순간부터였다. 먼저 거대한 아울렛이 시선을 빼앗았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모티브로 삼은 건지 모서리마다 푸른색 선을 두른 흰색 등대 형태의 둔탁한 건물이 이제 막 연녹색 잎을 틔우기 시작한 산 앞에 좀 머쓱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오르막이 많은 부산의 특성상 놀이공원의 모습을 바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4차선 도로를 건너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정신 없이 길을 오르다 보면 널찍한 주차장과 외로운 섬처럼 놓인 테마파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공원 주변이 봄기운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황량한 이유는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한 오시리아 관광단지가 아직 전부 완성되지 않은 탓이었다. 남은 1년 동안 테마파크 일대는 아쿠아 월드, 호텔, 복합 쇼핑몰, 골프 리조트를 갖춘 관광단지로 바뀔 예정이란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조감도 속 도로에 둘러싸인 테마파크의 진입로를 보면 볼수록 입안이 텁텁해졌다. 마법의 숲(부산 롯데월드의 주요 테마)과 현실을 잇는 옹색한 다리와 좁디좁은 성의 앞마당. 환상과 현실의 급격한 전환은 다시 이곳에 오고 싶다는 아쉬움보다는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눅진한 피로감을 안겨주었다. 쓸쓸한 숲의 풍경을 뒤에 두고 내려오는 내내 즐겨 듣는 노랫말이 가슴 속에서 뱃고동 대신 둥둥 울렸다. “사랑은 구름 넘어 환상은 아니지만 멍청한 믿음은 좀 필요로 해”(‘용맹한 발걸음이여’, 잔나비) 적당한 강도의 환상에 푹 젖는 경험은 일상을 좀 더 힘차게 견디게 하는 동력이 되곤 한다. 그것이 비록 멍청한 믿음에 기반할지라도 말이다. 이번 달 나의 환상은 환경과조경의 뉴스레터가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는 것, 또 유튜브의 구독자와 좋아요 수가 폭발하는 것이다. 당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면, 지금 당장 세 쪽 앞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email protected]
  • [PRODUCT] 자연을 닮은 모험 놀이터 허니콤과 어드벤처 코스 다양한 조합으로 즐기는 친환경 놀이 시설
    자연은 오감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놀이터다. 자연을 닮은 놀이터가 있다면 어떨까? 아이붐(I-BOOM)은 예건(YEKUN)의 복합 놀이 시설 브랜드로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 놀이터를 제작하고 있다. 여러 놀이 유닛을 다양하게 조합한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흥미로운 모험을 즐기며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각 유닛에 적용된 1~2등급 목재 고유의 따뜻한 색감과 촉감은 아이들의 오감 발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허니콤은 육각형 유닛 구조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여 만드는 놀이 시설이다. 벌집의 육각형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정육각형 구조는 외부에서 가해진 힘을 분산시켜 안정적일 뿐 아니라 견고한 것이 장점이다. 단차가 있는 구조물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대소 근육을 쓰도록 만들고, 이런 활동은 아이들의 신체적 발달을 돕는다. 벌집 구조로 이어진 각 유닛 사이를 이동하는 동선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편안한 느낌의 목재와 무독성 소재를 사용해서 친환경적이다. 스테인리스 망을 통해 언제든지 부모가 아이를 확인할 수 있어 미연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어드벤처 코스는 아이붐 비밀 아지트 시리즈 중 하나로, 10가지 이상의 유닛 구조물을 자유롭게 배열한 놀이터다. 천연 원목이 가진 특유의 곡선을 활용했으며, 아이들이 인위적이고 획일적인 놀이터에서 벗어나 자연친화적이고 창의적인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숲 속에서 뛰어놀듯이 놀이대를 오르내리는 활동은 도심지 어린이들에게 부족한 자연 경험을 채워주며 신체 능력과 창의력도 키워준다. 각 유닛은 개별적으로도 설치가 가능해 소규모 공원이나 개인 정원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TEL. 02-324-0070 WEB. www.iboom.co.kr
  • 공예의 새로운 태도 사물을 대하는 태도
    지구는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땅과 바다가 오염됐고, 공기 속에서 퍼지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존재하는 ‘인류세’와 ‘자본세’의 시대에 살고 있다.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인간과 사물, 자연의 수평적인 관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예에서도 생명 없는 재료로만 취급해온 다양한 사물과 생명체에 대한 존중, 천연 자원의 남획과 인공 재료의 남용으로 인한 환경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인간 중심의 ‘일방적 세계화’와 ‘자본세’에 맞설 공예의 윤리적·사회적 실천, ‘기계적 유기체(AI, 사물인터넷)’와 공존하는 공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시 ‘사물을 대하는 태도’는 현시대에 대응할 새로운 공예와 디자인을 모색하는 동시에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한 공예의 태도와 실천을 보여준다. 인간 중심의 공예에서 벗어나, 재료, 사물, 기계, 환경 등과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추구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인간을 위한 공예도 필요하지만, 인간 이외의 모든 존재들을 함께 존중하는 태도가 이 시대 공예의 새로운 윤리이며 사회적 실천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인류세와 자본세에 포위되어 소외되고 고립된 공예, 작가들의 존재와 가치를 복원하는 길이다. 대지, 생활 그리고 반려까지 ‘사물을 대하는 태도’는 2021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공예를 통해 조망했던 전시로 현지에서 찬사를 받았다. 당시 전시를 개최했던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한국 관객들을 위해 동명의 주제로 이번 전시를 마련했으며, 2021년 밀라노 한국공예전 출품 작품과 더불어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공간에 재구성했다. 공예, 디자인, 사진, 영상 등 참여 작가 38팀의 290여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주제를 다룬다. 1층은 하늘과 땅,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대지의 사물들’, 2층에서는 한국의 다양한 생활문화를 담은 공예 ‘생활의 자세들’, 인간과의 지속적인 삶을 이어가는 소중한 반려로서 공예를 바라보는 ‘반려 기물들’을 이야기한다. 공예는 인간, 사물, 자연이 상호 매개되고 결합된 광범위한 결과물의 총체다. 이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는 결합 과정에서 그 의미가 끊임없이 변화되고 새롭게 생성된다. 공예는 단순히 고정된 물건이 아니라 인간, 사물, 재료, 기계 등과 결합과 배열을 통해 새로운 상징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전시는 ‘대지의 사물들’을 통해 전통과 현대, 공예와 예술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공예의 사물성을 보여준다. 또한 코로나19와 관련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한선주 작가는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을 위로하고, 일상의 아름다움을 회복하길 고대하며 화려한 색감의 대형 직물 ‘봄날은 온다’ 시리즈를 1층 중앙홀에서 선보였다.
  • 자연과 기술이 공존하는 도시를 꿈꾸며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 울산시립미술관 개관 특별전
    미래형 미술관을 꿈꾸는 울산시립미술관 조선 후기 울산도호부 관아의 흔적인 남은 울산 동헌, 그 옆으로 울산 최초의 공공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지난 1월 6일 개관한 울산시립미술관은 미디어 아트 중심의 ‘미래형 미술관’을 표방한다. 울산만의 지역 특색을 바탕으로 “시대적 변화에 맞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제시”하고 자연과 기술, 산업과 예술의 조화를 모색하는 전시와 사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개관을 기념해 ‘블랙 앤드 라이트: 알도 탐벨리니’, ‘대면_대면 2021’, ‘노래하는 고래, 잠수하는 별’, ‘찬란한 날들’,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의 5개 전시를 마련했다. 17개국 70명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를 통해 평면, 입체, 설치, 공연, 디지털 미디어 아트까지 최첨단 미술을 경험할 수 있다.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 개관 특별전으로 기획된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을 나누어 온 우리의 이분법적 시각을 되돌아보게 하는 전시다. 후, 뒤, 다음을 뜻하는 포스트(post)와 자연을 뜻하는 네이처(nature)를 결합한 ‘포스트 네이처’는 먼 미래에 도래한 세계를 의미하는 단어다. 단순히 인류가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생태를 넘어 역사와 문화, 정치가 얽힌 복잡한 감각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을 통해 “함께 연대하며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다층적 계기를 제공하고자 했다. 프랑스, 미국, 루마니아,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16인의 영상, 설치, 퍼포먼스, 프로그램 등이 마련됐다. *환경과조경408호(2022년 4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별 볼 일 있는 사람
    잊을 수 없는 밤이 있다. 고향의 동네는 하루에 버스가 다섯 대밖에 오지 않는 시골이다. 산 아래에 자리 잡은 우리 집은 나름 배산임수(?)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5분이면 정상을 찍을 수 있는 야트막한 구릉이 병풍처럼 서 있고, 실개천이 집 앞에 졸졸 흐른다. 명당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민망하지만, 탁 트인 시야 덕분에 밤하늘을 감상하기엔 아주 좋다. 우리 가족은 여름날 은하수가 뜨는 밤이면 평상에 오순도순 누워 반짝이는 별들을 구경했다. 산 바로 아래 집이라서 여름밤이라도 공기가 차가웠던 탓에 우리는 크고 얇은 여름 이불을 다 같이 덮은 채로 누워서 밤하늘을 보며 수다를 떨었다. 유성우가 떨어지는 날엔 다 같이 손을 모아 소원을 빌기도 했다. 별이 유난히 빛났던 그 밤들은 한 이불을 덮는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줬다. 먼 우주를 매일 올려다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천체물리학자를 꿈꿨다. 밤하늘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름 자체가 어려워 보여서 뭔가 특별해 보였던 것 같다. 어릴 때 경찰, 소방관, 드라마 PD, 흉부외과 의사 등 장래희망 칸에 썼다 지운 직업이 수두룩했는데, 천체물리학자의 꿈은 오랫동안 간직했었다. 스티븐 호킹처럼 우주 분야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천체물리학자가 되겠다는 야심도 있었고, 호주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연구하고 있을 미래의 나를 그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뼛속부터 문과생이었던 탓에 수학의 벽을 넘지 못했고, 꿈은 블랙홀에 빠져버린 인공위성처럼 사라졌다. 함수에게 꿈을 도둑맞았다.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린 것은 지난 3월호에 소개했던 단 로세하르더(Daan Roosegaarde)의 시잉스타(Seeing Star) 덕분이었다. 시잉스타는 도시의 모든 조명을 소등함으로써 도시에서 보지 못했던 별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든 프로젝트다. 로세하르더와 협업했던 네덜란드 유네스코 의장 카틀레인 페리르(Kathleen Ferrier)는 “모든 사람은 오염되지 않은 밤하늘을 통해 별을 볼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차가 있었다면 그 권리를 실천하기 위해서 당장 고향집으로 달려가거나 근사한 천문대를 찾아갔겠지만, 무면허의 뚜벅이었고 코로나19는 조금 무서웠다. 멀리 갈 용기 대신, 약간의 오기를 발휘해 도시에서 별을 볼 수 있는 궁리를 하다가 우연히 과학 동아 천문대를 알게 됐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천문 교육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일일 관측 프로그램은 어른도 참여가 가능했다. 서울에 천문대가 있는 것도 신기한데, 위치가 용산 전자상가 부근으로 나와서 더 흥미로웠다. 전자상가 인근의 천문대는 국회의사당 지붕에 산다는 태권V 전설처럼 낯설고 신기했다. 가족 단위로 온 이들이 많았는데, 프로그램 가이드 앞에서 각자의 별자리 지식을 뽐내는 혈기왕성한 꼬맹이 틈바구니에서 같이 별을 구경했다.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으리으리한 천문대는 아니지만 건물 옥상에서 소박하게 별을 구경할 수 있는 천체 망원경과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야광별이 달린 돌림판을 보면서 별자리를 손으로 그려보고, 한쪽 눈을 찔끔 감고 천체 망원경을 통해 별을 구경했다. 아득하게 멀지만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별이 좋지만, 망원경으로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별도 좋았다. 오랜만에 목이 뻐근할 정도로 올려다보면서 별자리를 찾아보고, 아이들을 보면서 대한민국 과학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느끼며 소소한 밤하늘의 추억을 하나 쌓고 왔다. 집에 오는 길에 시잉스타의 서울 버전을 한번 꿈꿔봤다. 불 꺼진 거리에서 뭇별을 오롯이 볼 수 있을까? 아니면 항의로 인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서버가 폭발할까? 둘 중 어느 것을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가끔은 별을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삶이 별 볼 일 없을 만큼 시시하더라도 종종 땅 대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별을 세고, 별자리를 이어 보는 것이다. 카틀레인 의장의 말처럼 별을 보는 건 우주라는 한 이불을 덮고 있는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일지도 모른다. 별 볼 일이 있는 사람. 잃어버렸던 꿈을 새롭게 다시 써본다. [email protected]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한때의 기억으로 평생을 사는 사람도 있다
    과천에 사는 K는 평생 그 동네를 떠나지 않을 작정이다. 걷기 좋은 천변과 길고양이도 넉넉하게 품는 공원이 가까이 있어 좋다는 이유다. 무엇보다 그곳에는 전시와 공연을 사랑하는 K를 단번에 과천국립현대미술관과 예술의전당으로 데려다주는 버스가 오간다. 중학생 시절 성악을 배운 K는 여전히 클래식을 즐겨 듣는다. 먼 훗날 그의 오빠(?)인 슈베르트 묘가 있는 젠트랄프리드호프(Zentralfriedhof)를 방문하고, 겸사겸사 오스트리아 빈을 여행하는 것이 꿈. 어느 순간 내가 그 여행의 동반인으로 결정되어 있었는데, 슈베르트와 나란히 베토벤이 묻혀 있고(베토벤의 팬인 슈베르트는 그와 가까이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다) 멀지 않은 곳에 K의 또 다른 오빠인 모차르트의 가묘가 있어 꽤 오랜 시간 둘러볼 계획인 것 같았다. 아는 것도 많고 그 지식을 재미있게 풀어낼 줄 아는 K 덕분에 알아두면 좋을 이야기들을 공짜로 얻어듣곤 한다. 가끔은 꼬드김에 넘어가 공연을 본다. 봄을 앞두고 느닷없이 눈이 내리던 날에 함께 예술의전당에 갔다. 1부는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Op.43, 2부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9번 e 단조 Op.95 ‘신세계로부터’. 입문자를 위한 공연이라 연주에 앞서 지휘자가 간단히 곡 설명을 해주었는데, 2부 전에 들려준 드보르자크의 말이 너무 괘씸했다. “기관차를 내가 발명할 수 있었다면 내가 쓴 교향곡 전부를 포기해도 좋을 텐데.” 그런데 지휘자의 설명에 따르면 드보르자크는 엄청난 기차 마니아였다고 한다. 아홉 살이 되었던 해, 그가 살던 프라하 교외의 넬라호제베스(Nelahozeves)에 기차역이 들어섰다. 희뿌연 증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거대한 기관차에 온 마음을 빼앗긴 그는 매일 아침 기차역에 찾아가 열차 번호와 특징을 수첩에 기록했다. 새로 개발된 기차를 관찰할 시간이 부족하자 제자인 요세프 수크(Josef Suk)를 보내 기관차 제조 번호를 적어 오게 한 일화를 듣고 나니, 그에게는 기차 마니아보다는 기차광이라는 수식어가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를 향한 애정은 그의 음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영화 ‘죠스’에서 긴장감을 돋웠던 신세계로부터 4악장의 도입부를 다시 떠올려보자. 점층적으로 커지는 오케스트라는 명백히 점점 속력이 붙는 육중한 기차의 바퀴 소리와 웅장한 경적을 연상시킨다. 드보르자크가 작곡한 피아노 소품 7번 ‘유모레스크’ 역시 레일 위를 구르는 기차 바퀴의 리듬에서 힌트를 얻은 곡이다. 연주를 듣는 내내 그가 처음 마주친 기차의 모습이 궁금했다. 한적한 강가의 작은 마을, 푸줏간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드보르자크에게 철도 위를 쏜살같이 달리는 기차는 넓은 세계의 상징 같았을 것이다. “다양한 부품이 수많은 부분을 구성하는데 그 모두가 제각기 중요하잖아. 부품 모두가 각기 있어야 할 위치에 있지. 작은 레버를 움직이면 큰 지렛대가 움직이기 시작해. 크고 육중한데도 토끼처럼 재빠르게 움직이잖아.”1 그가 기차를 사랑하는 까닭은 꼭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여러 악기를 떠오르게 한다. “한때의 기억으로 평생을 사는 사람도 있다.”(@days4tripper/twitter) 드 보르자크가 음악을 선택한 이유와 결국 만들고자 했던 것 모두가 기차는 아니었을까. 자꾸 그의 마음을 짐작하게 된다.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에게 한때의 기억은 유년시절 가족을 따라 여행했던 뉴잉글랜드와 뉴욕 북부 등지의 풍경일 테다. 특집을 매만지는 내내, 드보르자크의 기차를 상상하듯 어린 옴스테드의 눈 앞에 펼쳐졌을 전원 풍경을 그려볼 수밖에 없었다.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풍경을 도시 한복판에 구현한 “옴스테드식 공원은 이후 수없이 복제되고 확대 및 재생산됐다. 어쩌면 아직도 전 세계의 공원은 옴스테드의 우산 아래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조경진, 46쪽) 유진 하그로브(Eugen C. Hargrove)는 이러한 도시공원을 저급한 자연의 모조품이고 상상을 통해 인간의 결함을 감추는 설계된 자연이라고 비판했지만, 신세계로부터를 떠올리면 자연을 모사한 공원들을 잠시 변호해주고 싶어진다. 물론 새로운 형식과 가능성을 가진 도시공원이 필요하지만, 옴스테드를 답습하고 있는 도시공원의 풍경은 공원 설계가가 어딘가에서 맞닥뜨린 ‘한때의 기억’일 테니 말이다. 게다가 조경의 재료 대부분은 자연이다. 본래 같은 재료로 더 좋은 것을 만들기 어려운 법이다. [email protected] 각주 1. 유윤종, 드보르작 “내가 쓴 교향곡 모두 포기하겠다” 말한 이유는?, 동아일보 2020년 9월 7일.
  • [PRODUCT] 나노 탄소 면상발열 온열의자 맞춤 디자인에 따뜻함을 더한 쉼터
    추운 겨울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따뜻하게 보낼 수는 없을까. 겨울철 버스 정류장을 이용하는 승객을 위해 넥스트원은 나노 탄소 면상발열 온열의자를 만들었다. 탄소 나노 튜브Carbon Nano Tube(이하 CNT)는 탄소 원자로 구성된 매우 작고 얇은 물질로 벌집 모양이 특징이며, 다양한 복합 소재 분야에서 활용된다. 넥스트원의 온열의자는 CNT 신소재와 강화 유리를 접목했으며, 전통의 구들장을 재해석하여 전통 발열 방식으로 재연한 제품이다. 최소 전력으로 열을 내는 방식으로 기존 발열 제품의 20~30% 정도 전력만 소비해도 벤치가 따뜻해진다. 보일러 방식을 사용한 제품은 데우는 데 보통 1시간 이상이 소요되지만, 이 벤치는 30분 이내에 넓은 면 전체에 열이 쉽게 전달된다. 영하 30도 환경에서도 40도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대리석의 8배 강도를 가진 강화 유리를 이중으로 사용해서 내구성이 좋다.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원격 제어를 통해 전원이나 시간 및 온도 설정을 할 수 있다. 현재는 서울 서초구, 노원구 등 전국 20여 개 이상 지자체에서 활용 중이다. 로고, 패턴을 입혀 앉음부를 디자인할 수 있어 광고면으로 쓸 수 있다. 세라믹 인쇄 공정을 택해 디자인이 탈색되거나 변색되는 현상을 예방했다. TEL. 055-293-8411~2 WEB. www.nextview.co.kr
  • 쓸모없는 건축과 유용한 조각에 대하여 ( ) 펑션 김사라 다이아거날 써츠 대표 인터뷰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난 자연 속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있다. 자연 속 미술관으로 진입하는 관문인 ‘버스 정류장’을 하나의 전이 공간으로 설정하고 새로운 시선과 관점을 부여한 ‘쉼터’로 만든다면 그 여정이 좀 더 즐겁지 않을까. 국립현대미술관MMCA(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의 ‘MMCA 과천프로젝트’는 과천관의 특화 및 야외 공간 활성화를 목표로 2020년부터 시작됐다. 올해는 미술관 방문 및 관람 경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공간 재생 프로젝트로 확장해 진행하는데, 공간 재생의 첫 번째 대상으로 과천관의 도입부이자 관람객을 맞이하는 얼굴이 되는 ‘버스 정류장’을 선정했다. 새롭게 변모한 버스 정류장를 통해 순환버스를 이용하는 관람객에게 생태적 실천에 대한 환대, 자연 속 미술관으로 향하는 즐거운 숲길의 여정, 미술관에서 자연과 예술을 즐기고 그 여운을 누리는 장소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번 ‘MMCA 과천프로젝트 2021: 예술버스쉼터’에 최종 선정된 건축가 김사라(다이아거날 써츠 대표)는 과천관 순환버스 정류장 세 곳에 ‘쓸모없는 건축과 유용한 조각에 대하여 ( ) 펑션function’을 제안했다.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김사라 대표와 이메일 인터뷰 를 진행했다. 버스 정류장은 버스를 타기 위해 잠깐 머무는 공간이다. 자칫 스쳐지나갈 수 있는 공간인데, 이러한 특성을 어떻게 풀어냈는가. 보통 도시의 버스 배차 간격이 5~7분이라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순환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20분이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님을 감안해 사용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버스를 기다리고 머무는 모습을 상상했다. 3개 순환버스 정류장(대공원역, 미술관 정문과 후문)에는 미술관 관람객뿐 아니라 미술관 직원, 지역 주민, 등산객, 서울대공원을 비롯한 근처 여러 시설을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녀간다. 이러한 점이 도시 한복판의 정류장과 달리 여러 층위의 공간을 보다 기능적이고 예술적으로 생성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심의 숲 속에 위치한 미술관 내 시설물이기에 평범한 일상과 또 다른 일상을 연결하는 입구 역할을 하는 동시에 구조물 자체가 예술의 형태로 자립할 수 있는 지점을 고민했다. 사람들이 버스 정류장을 이용하는 모습과 기다림의 장소라는 특성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는가. 보통 짧은 시간 버스를 기다릴 때 사람들은 앉거나 서게 된다. 하지만 과천관 순환버스는 길면 20분이나 기다려야 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이야기를 넣고자 했다. 등산객이 버스를 기다리면서 스트레칭을 하고, 관람객이 미술관에서 나와서 하늘을 보며 사색을 하고, 누군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 몸을 이리저리 흔들고, 어떤 학생은 구조물의 한 기둥에 기대어 커피를 마시는 등 여러 자세가 보다 자연스럽게 구조물 안에 담길 수 있도록 했다. 각 동작의 형태와 크기를 고려해 직선, 사선, 반원, 타원 등의 조형들을 활용하여 버스 정류장을 설계했다. 조형들은 앉거나 기대어 쉴 수 있고 잠시 짐을 둘 수 있는 공간의 역할을 하게 된다. *환경과조경407호(2022년 3월호)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