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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짜끼띠 공원
Benjakitti Forest Park
  • Turenscape
  • 환경과조경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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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rrick

 

담배 공장에서 도심 공원으로

태국 방콕 시내의 중심 클롱 또이(Khlong Toei) 지역에 있는 대상지는 태국 재무부 소유의 담배 공장이었다. 1991년 12월, 지방 정부가 공장 이전을 승인하고, 빈 부지에 20만m2 규모의 워터파크와 9.8만m2(2004년 완공)의 벤짜끼띠 공원(Benjakitti Forest Park)(2016년 완공)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태국 시리낏 왕비(Queen Sirikit)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벤짜끼띠 공원 2단계 설계(2021년 6월 완공 목표)를 위한 공모전을 개최했다.

 

대상지는 밀도 높은 주거지로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벤짜끼띠 공원은 인근에 거주하는 약 25만 명의 주민과 수천 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공 녹지 공간으로 구상됐다. 공모에 6개 국제 디자인 팀을 초청했으며, 투런스케이프(Turenscape)+아르솜실프 커뮤니티 및 환경 건축(Arsomsilp Community and Environmental Architect) 팀의 제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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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한 자연’을 담은 습지가 새롭고 역동적인 미학을 보여준다. ©Pier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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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수목을 보존해 중심에 둔 나무 섬은 모듈식 설계를 통해 조성했다. 습지 시스템이 자연스러운 연속성을 만들어 낸다. ©Turenscape and Arsomsilp Community and Environmental Architect

 

대상지의 현재와 과제

차오프라야 강(Chao Phraya River) 삼각주에 위치한 방콕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로 1,05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연평균 강수량은 1,500mm 가량으로 몬순 기후에 속한다. 본래 대부분의 도시 지역이 습지였으나, 농업 관개를 위해 운하를 설치하고 지하수를 활용하며 점점 육지화가 됐다. 과도한 지하수 추출은 심각한 지반 침하 현상을 초래했고, 지구 온난화와 부적절한 도시 배수 인프라의 영향이 더해지며 홍수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방콕에는 공공 공원이 세 곳 뿐이었고, 녹지 공간은 고도로 파편화되어 활용도가 낮은 상태였다. 방콕의 복잡한 생태 환경과 문화적 맥락도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서쪽의 고속도로는 대상지와 인근 커뮤니티를 단절시켰다. 동쪽에는 인공호수, 남쪽에는 병원, 호텔, 시리낏왕비국립컨벤션센터가 있다. 북쪽 배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은 도시 유출수와 하수로 오염된 상태였다. 대상지는 단층 창고와 포장면으로 덮여 있으며, 네 개의 건물을 제외한 모든 구조가 철거되면서 대량의 건설 폐기물이 발생했다. 대상지에는 91종, 865그루의 나무가 있었다. 수목 대부분이 보행로를 따라 자라고 있었는데, 그중 무늬벤 자민고무나무의 단단한 뿌리가 포장면 안쪽을 파고 들고 있었다. 이 나무를 보존하면서도 계획에 맞는 기능 적 특징을 살리는 계획이 필요했다. 프로젝트 감독인 태국 왕립 육군이 조경 프로젝트를 관리해본 경험이 적다는 것을 고려해 가급적 시공하기 쉬운 설계를 해야 했다. 예산이 넉넉지 않아 벤짜끼띠 공원 1단계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 2단계 공원 부지의 유지·관리 비용을 줄이는 방법도 고안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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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예산과 짧은 공사 기간에 대응하는 자연 기반 해법

 

목표 

대상지와 밀집된 도시 환경에 야기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체적인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중앙 공원을 구상했다. 변화하는 몬순 기후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갖출 수 있도록 공원이 197,500m3의 우수를 저류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덕분에 공원은 도시 하수도 시스템으로 우수를 배수하지 않고도 10년 주기 홍수를 견딜 수 있게 된다. 더불어 5등급 물을 3등급 물로 정화할 수 있는 여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숲, 풀, 습지로 구성된 생태계를 조성해 토착종과 야생 동물의 서식처를 마련했다. 문화 서비스 증진을 위해 시민들이 일상적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대규모 공공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전략 1. 모듈형 다공성 스펀지 습지 

습지는 홍수와 가뭄 예방, 토양과 수자원 보존, 생물 다양성 유지, 휴양과 관광 등에 기여하는 중요한 시스 템이다. ‘다공성’을 강조한 설계로 경관생태학 원칙에 입각해 회복탄력성이 있고 물과 섬이 얽힌 스펀지 습지 시스템을 구축한다. 우선 간단한 절토와 성토를 통해 수백 개의 나무 섬으 로 구성된 네 개의 호수(습지)를 조성했다. 습지는 얕은 계단식 연안을 가진 호수와 좀 더 깊은 코어 영역을 가 진 호수로 나뉜다. 기존 식생에 공사가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섬의 직경을 대상지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는 수목 캐노피인 6m, 12m, 25m를 섬의 직경 으로 설정하고, 각 섬의 중앙에 나무를 그대로 보존했다. 표준화된 공사는 단단한 점토 표면의 토양을 일련의 촉촉한 해면질 생물 서식지로 바꾸었고, 물은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을 촉진하는 매개체가 됐다. 이 호수 는 우수를 저류할 뿐 아니라 수위 변화에 따른 다채로 운 수생 서식지를 형성한다. 얕은 계단식 연안은 공원 북쪽과 서쪽 가장자리를 따라 놓인 L자형 선형 습지와 연결되는데, 이곳에서 운하의 물이 유입되어 정화되는 일일 정화 용량은 8,152m3다. 전처리된 오염수는 L자형 표층 유수 습지 와 지하 유수 습지로 유입되어 표고 차에 의해 동쪽에 서 서쪽으로, 또 북쪽에서 남쪽으로 흘러간다. 폭기(산소 공급을 통한 정화), 정수 식물 및 수중 식물에 의한 정화, 미생물 분해, 생물학적 포식 등 일련의 정화 과정을 거 쳐 물 속 오염 물질의 농도가 크게 감소하게 된다. 질소와 인 등 물속에 든 부영양화 물질은 비료로 흡수되어 습지 작물과 농작물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자급자족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몇몇 창고는 스포츠 센터와 에코 팔레트 아일랜드로 재설계해 울창한 녹색 건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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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창고로 가득했던 부지가 다공성 스펀지 습지로 거듭났다. ©Pier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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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섬 습지 서쪽의 원형 극장 ©Turenscape and Arsomsilp Community and Environmental Architect

 

 

전략 2. 적은 공사비와 유지·관리 비용을 고려한 ‘지저분한 자연’ 

적은 예산과 짧은 공사 기간을 고려해 기존 고속도로를 공원 동선 시스템의 골격으로 활용하고, 기존 수목과 지하 공간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했다. 또한 구조물을 철거하면서 발생한 콘크리트 잔해를 나무 섬의 기슭과 경사면 또는 공원 포장도로에 사용하는 등 대상지의 기존 자재를 공원 설계에 활용했다. 이러한 모듈형 설계안은 굴삭기 한 대로도 쉽게 시공할 수 있고, 숙련된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그늘을 드리우는 토착 수종을 주요 수목으로 정해 나무 섬 식재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했다. 다양한 미시적 환경을 갖춘 지형에 씨앗을 뿌리고 묘목을 심어 유지· 관리가 적게 이루어지더라도 반자연적 식물 군락으로 진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공원은 장마철 동안 우수를 최대 20만m3까지 저류할 수 있어 건기에 최소한의 관개와 유지·관리만으로 토착 식물 군립이 자립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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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나무를 모두 보존해 여름철 그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Turenscape and Arsomsilp Community and Environmental Architect

 

전략 3. 접근성 및 몰입형 여가 경험 개선 

공원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공원과 주변 커뮤니티, 녹지 공간의 연결성이 강화되도록 나무 캐노피 사이를 관통하는 스카이워크를 놓았다. 스카이워크는 수십 년 동안 도로로 인해 단절됐던 공원을 하나로 이어줄 뿐 아니라 야생 동물에 대한 교란을 줄이고, 열대우림 속에서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주요 도로를 보존하고 재사용했는데, 도로 중앙에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를 분리하는 투수성 생물 습 지와 화단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본래 트럭 통행을 위해 설계된 넓은 도로가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규모의 길로 바뀌었다. 인공 습지에서 도시의 자 연을 몰입감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습지 가장자리를 따라 다양한 산책로를 설계했다. 공원 중심부의 넓은 잔디밭과 원형 극장, 개조된 박물관 옆의 논, 다수의 지하 공간은 방콕 시민과 방문객의 다양한 여가 활동을 위한 무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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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이 다니던 넓은 도로를 자전거 도로와 녹지를 갖춘 보행로로 탈바꿈시켰다. ©Turenscape and Arsomsilp Community and Environmental Architect

 

성과와 반성 

벤짜끼띠 공원은 매우 촉박한 일정으로 조성됐지만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 여름 방콕의 많은 지역이 홍수로 침수됐지만, 이 공원과 인근 지역은 물에 잠기지 않았다. 수질 정화 습지가 잘 작동하고 있으며, 건기까지 습지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다양한 조류와 야생 동물이 공원에 서식한다. 가장 놀라운 성과는 이 자연 재생 시스템을 갖춘 녹지가 방콕 도심 의 가장 큰 공원이 되어 매일 수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벤짜끼띠 공원은 조깅, 자전거 타기, 가족 모임, 학교 입학식, 피크닉, 데이트, 웨딩 촬영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공 장소이자 태국 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다.  

 

글 Turenscape


Landscape Architecture Turenscape

Team & Partners Arsomsilp Community and Environmental Architect of Thailand

Client Finance Ministry of Bangkok, Thailand

Location Khlong Toei, Bangkok, Thailand

Area 52.7ha

Completion 2022

Photograph Turensape & Arsomsilp Community and Environmental Architect, Pierrick


투런스케이프(Turenscape)는 1998년에 위쿵젠(Yu Kongjian)이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500여 명이 조경설계, 건축설계, 도시설계, 환경설계,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스케일과 범주의 프로젝트에서 최신 기술과 친환경적 설계를 결합하는 혁신적이고 회복탄력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자연, 인간, 영혼의 통합은 투런스케이프의 기저를 이루는 설계 철학이다. 투(tu)는 흙, 땅 또는 대지를 런(ren)은 사람, 인간 또는 인류를 의미한다. 즉 투런(turen)은 땅과 사람, 그리고 대지와 인간 사이의 관계를 뜻한다. 설계 철학과 사명에 담긴 의미를 바탕으로 대지와 인간의 조화를 창조하고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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