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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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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리스트

니콜라이
Nicolai 1850년대부터 성 니콜라이 학교(Nicolai School Centre)는 체육관과 운동장을 포함한 전통적인 덴마크 학교로서 가졌던 모든 것을 지속적으로 재생, 변화시키고 있다. 이곳은 새로운 기능을 가지게 될 5개의 예술극장과 함께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문화단지로 거듭나, 새로운 상징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역사적인 해석에 치중하기 보다는 서로 다른 기능의 결합, 보다 즐거운 운동장을 위한 자유로운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공간의 중심으로서의 운동장이 되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즉, 영화, 문학, 어린이, 장인정신 및 음악과 같은 서로 다른 건물 프로그램의 본거지로 창조되는 운동장인 것이다. 서쪽을 따라 연속되는 코르텐강의 벽은 두 개의 테라스와 무대 옆으로 조성되었고, 강단도 코르텐강으로 제작되었다. 그에 더해 동화의 정원, 도시 정원, 시장광장과 Katrinegade쪽으로 개방되는 플라자 같은 다양한 외부 활동공간들이 운동장에 더해졌다. 운동장의 경사진 지형은 극복되었고, 새로운 검은색 아스팔트의 포장이 펼쳐졌으며 열가소성수지와 페인트로 문양이 그려졌다. 아스팔트는 전체 운동장을 덮는 재료로 작용하며, 밝은 하얀색 열가소성수지는 각 건물들 간의 연결을 만들어준다. 이 하얀색 점들은 사람들이 점에서 점으로 걷도록 하거나, 단지 아스팔트 위에 직접 그림으로써 만들어보도록 유도한다. 오렌지색 코르텐강은 다양한 건물들을 하나로 연결하며 둘러싸는 벽이 되어 준다. 이외에도 테라스나 무대 같은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공간도 코르텐강으로 조성되었다. 정원에 쓰인 파랑, 노랑, 그리고 붉은색은 모래상자, 수반 같은 놀이를 위한 요소로서 사용되었다. Designer _ Arkitekt Kristine Jensens Tegnestue, DenmarkCollaborators _ Dorte Mandrip ArkitekterClient _ The Municipality of KoldingLocation _ Kolding, DenmarkArea _ 3,800㎡Design period _ 2003~2007Cost _ 1mill. euroCompletion _ 2007. 10
바로다 가든
Baroda Garden 조경은 강한 공간감을 창조하는 힘을 갖고 있다. 1955년 건축가인 퀸시 존스(A. Quincy Jones)와 조경가인 가렛 에크보(Garrett Eckbo)는 연기자인 게리 쿠퍼(Gary Cooper)의 집을 설계하기 위해 함께 일했다. 그들의 아이디어는 모던할 뿐만 아니라 전망이 좋은 실내외 겸용의 생활공간을 창조하는 것이었는데, 특히 주변의 훌륭한 숲과 계곡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했다. 모던하고 기하학적인 조합은 주거건물의 건축 형태로부터 대상지로 연결되었고, 인테리어 재료들은 외부공간에 놓였으며, 석물 같은 조경요소들은 실내공간으로 반입되었다. 조각품처럼 모던한 건축, 대상지 주변의 아름다움, 그리고 거주하기 좋은 장점이 현재의 소유주가 이 토지를 구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유주는 지난 몇 년 동안 두 개의 인접한 토지까지 구입하였고, Rios Clementi Hale Studios(이하 리오스 스튜디오)의 디자인 지침 아래 현재와 같은 5에이커 면적의 정원으로 포함시켰다. 리오스 스튜디오는 대상지 공간을 통합하고, 소유주와 방문객들의 포괄적인 체험을 위한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현저한 지형의 변화, 동선의 순환, 포장 공간, 식재 등을 두루 검토하였다. 이 정원에 대한 착상은 주택의 모던한 형상과 건물이 대상지에 잘 보이도록 자리 잡은 방식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기하학적 형태와 최소한의 식재 색조(palette)로 표현되는 모던한 정원언어는 입구와 주택의 접근로 부분에 반영되었다. 뒤편의 잔디정원은 이 현대식 정원을 대상지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적인 배경과 통합되는 절정을 보여준다. 계곡의 아래, 그리고 새로운 토지 부근의 자연적인 풍경은 점점 증폭되며, 방문자들은 확장된 규모에 빠져들게 된다. Landscape Architect _ Rios Clementi Hale StudiosOriginal Architect of house _ A. Quincy JonesRenovation / Restoration Architect of house _ Rios Clementi Hale StudiosClient _ David BohnettLocation _ Beverly Hills, California, USA
킴 윌키의 그레이트 포스터스
킴 윌키(Kim Wilkie)는 현재 영국을 대표하는 조경가 중 한 명으로 평범하지 않은 이력의 소유자이다.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난 킴은 8살 때 이라크의 바그다드로 이주하였는데, 당시에 그가 경험한 사막 기후와 사막 속의 많은 고대 유적들은 그의 경관 이미지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후 영국에서 교육을 받은 킴은 옥스퍼드에서 역사를 전공하였고 언어학 분야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1980년대 남미 여행 도중 발생한 사고로 투병을 하던 중 괴저병에 걸려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기도 하였다. 기적적으로 다리 절단의 위기에서 벗어난 그는 보다 가치 있고 즐거운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조경학을 공부하였다. 이곳에서 그는 스코틀랜드 출신 교수인 마이클 로리(Michael Laurie(1932-2002)) 밑에서 공부하면서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는다. 킴은 로리 교수에게서 일에 대한 명확한 사고적 작품의 합리적 아름다움도 영향을 받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인간적 성품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회고한다. 1984년 영국으로 돌아온 킴은 토지이용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1989년 그의 이름을 딴 킴 윌키 어소시에이츠 (Kim Wilkie Associates)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조경가로서 활동을 시작한다. 회사 설립 직후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담당하였는데 그중 1990년대 초 런던을 관통하는 템스강에 대한 100년 정비계획인 템즈 랜드스케이프 스트레티지(Thames Landscape Strategy)가 대표적이다. 또한 써리(Surrey)의 에그햄(Egham)에 위치한 그레이트 포스터스(Great Fosters)정원의 복원 작업이 유명하다. 그레이트 포스터스 정원은 무려 14년 동안 그가 심혈을 기울인 정원으로 역사정원의 복원과 현대의 수요를 위하여 조성된 새로운 공간과의 적절한 조화, 그리고 역사정원 복원에 있어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정원이다. - 중략 - 서클리프(Sutcliffe) 집안으로 저택의 소유가 넘어간 후 이곳은 호텔로 개조되어 1930년 새로이 문을 열었다. 당시에 그레이트 포스터스는 호텔로서 명성을 이어갔다.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1889-1977))은 언제든지 본인이 이곳을 이용하기 위하여 스위트룸을 영구적으로 예약해 놓기도 하였다. 호텔로 개조된 뒤에도 정원은 잘 유지되어 오다가 1970~1980년대의 고속도로 건설과 1987년 있었던 대폭풍으로 인하여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다. 하지만 대폭풍으로 인한 심각한 훼손은 오히려 정원에게 있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계기가 되었다. 호텔의 소유주인 서클리프 집안이 1990년 정원 복원을 킴에게 의뢰하면서 그가 그레이트 포스터스 정원 복원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의 복원 작업 중의 하나는 로매인워커 시대의 정원을 복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복원 계획은 20세기 초반의 정원 형태로 단순히 회귀하는 것 보다 더 의욕적으로 계획되었다. 킴은 이 복원작업을 위하여 깊이 있는 사회역사적 연구를 수행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1년이 넘는 시간을 단지 그레이트 포스터스에 관련된 정보를 찾는데 보냈다. 그는 장식화단을 복원하면서 현대적 가치를 결합시키기도 하였다. 정원의 주 동선은 본래 저택에서 라임나무 가로수 길의 시각 축과 같았다. 하지만 킴은 원래대로 복원을 할 경우 정원 전체의 동선이 너무 단순해지고 방문자들을 장미정원이나 다른 정원으로 이끄는데 저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기존의 시각축선상에 있던 다리를 없애고 다리가 있던 곳에는 조망 테라스를 설치하였다. 대신 동선은 장식화단에서 일본식 다리를 지나 장미정원을 통하여 라임나무 가로수 길에 이르도록 조정되었다. 장미정원과 장식화단의 복원과 함께 킴은 저택의 남쪽 면에 작약원 등 여러 개의 새로운 정원을 첨가하였다. 또한 서클리프가를 설득하여 인근의 버려진 땅 46에이커(약 5만 6천평)를 매입하여 호수와 연못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옛 윈저 숲의 한 부분으로 가치를 가지도록 재조성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새로 조성된 공간들 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곳이 원형극장이다. 라임나무 가로수의 끝부분, 즉 저택에서 바라보이는 시각 축의 맨 끝부분, 고속도로에 인접하여 위치한 원형극장은 잔디를 활용해 계단식으로 만들었다.
일시적인 것, 사라지면서 존재하다
A temporary thing, exist while disappearing 크리스토 & 장 끌로드는 정말 독특한 작가들이다. 포장 예술가라고 해야 할까? 프랑스의 퐁네프 다리나 독일의 의회건물 라이히스탁과 같은 건축물부터 강의 물줄기나 해안가의 절벽과 같은 자연지형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불가능해보이는 대형 스케일로 사물을 덮어 씌운다. 때론 섬을 빙 둘러 싸기도 하고, 계곡을 가로막기도 할뿐 아니라, 마치 만리장성처럼 보이는 끝없는 펜스를 설치하기도 한다. 공통점이 있다면, <Wrapped Trees>처럼 직설적으로 랩핑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무엇인가를 덮거나 감싸거나 가린다는 점이고, 그 규모가 매머드급이며, 특히나 천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거대 규모는 그들의 작품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덮어씌움으로써 역설적으로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리고 천은 그 재질의 특성상 나무나 철과 달리, 덮어씌운 사물의 형상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무엇을 덮었는지를 알려주면서도 정작 그 안에 숨겨진 대상의 정확한 디테일은 감추어, 익숙하고 낯익은 대상의 정확한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저건 분명히 퐁네프 다리인데, 다리의 난간은 어떠했더라,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그들 작품의 목적이 이러한 갸웃거림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정재윤 씨 원고의 마지막 대목인“물리적인 공간의 변화가 아닌 기억을 통해 반추되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이 여러가지 의도 중의 하나이겠지만, 그들의 작품을 보며 정작 그 안에 감추어진 익숙하고 낯익은 것의 상세가 어떠했더라 하는 궁금증이 떠올랐다. 이른바 낯설게 하기(일상화되어 친숙하거나 반복되어참신하지 않은 사물이나 관념을 특수화하고 낯설게 하여 새로운 느낌을 갖도록 표현하는 것 _ 네이버 백과사전) 효과를 느낀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도 한 적이 있다. 6년여간 다녔던 대학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숱하게 드나들었던 마로니에 공원이건만, 그곳에 어떤 조각품이 있는지는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었다. 어떤 조각이 있기는 했었나 싶었는데, 2003년 전시회(‘공원 쉼표 사람들전’) 취재 때문에 찾은 마로니에 공원에는 제법 많은 조각작품들이 ‘나 여기 있으니 좀 보아 달라’는 투로 서있었다. 그 넓지 않은 공원의 곳곳에 그렇게 조각작품들이 있었는지, 한마디로 놀라웠다. 그날의 조각작품들은 형형색색의 얼룩무늬 천을 뒤집어 쓰고 있었는데(박용석 作, <공공조형물을 위한 추상적인 옷>), 작가는 일반적으로 무엇인가를 감추고자 할 때 사용하는 위장무늬천으로 조각작품을 뒤덮어, 장소와 아무런 관련도 없고 의미도 알 수 없는 작품들이 그저 무덤덤하게 공원 내 자리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드러내었다(월간 <환경과조경> 2003년 10월호, p.119 참조). 공원 내 작품과 설치물에 무심한 사람들의 무관심을 질책하고자 한 것일 수도 있을텐데, 알록달록한 천으로 덮이기 전까지 익숙하고 평범한 배경에 불과하던 추상조각이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 나는 더 새로웠다. 전시회가 끝나고 조각에 입혀졌던 다양한 색깔의 천은 벗겨졌고, 적벽돌로 지어진 건물 외벽을 수놓았던 색색의 스트라이프 무늬(각종 문화 예술 관련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 놓은 양주혜 作, <소요>)도 사라졌지만, 이후로 마로니에 공원을 찾게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당시에 천을 뒤집어쓰고 있던 조각들에 눈길을 주고, 스트라이프 무늬의 외벽이 있던 모습을 떠올리곤 했었다(물론 어쩌다 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막상 천이 벗겨지자 감추어졌었던 조각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이제는 부재중인 형형색색의 천 조각이 눈에 아른거렸다. 배경처럼 뒤로 물러나 있던 조각들은 예전처럼 다시 무대 아래로 사라졌는데, 정작 눈앞에서 없어진 일시적인 것들이 머릿속에 남아 버린 것이다. 무엇인가를 환기시키는 힘이 있는 경우에 더욱 그렇겠지만, 이처럼 익숙하고 낯익은 공간에 일시적으로 출현하는 어떤 새로운 요소는 제법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마로니에의 경우처럼 조각작품과 같은 오브제가 아니라, 센트럴파크를 무대로 한 크리스토 & 장 끌로드의 작품처럼 공원이나 광장, 가로와 같은 공간을 무대로 한 일시적인 것들은 공간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새롭게 해주고, 무엇보다 공간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또 익숙한 풍경을 뒤흔드는 유쾌한 파열음은 일상을 보다 풍요롭게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Temporary Landscape - 더 게이츠
The Gates 총 4,799톤의 철재 기초, 96.5km의 특수 제작 비닐관, 각각 15,006개씩의 상단 구조 지지대·기둥 연결관·철재 바닥판·비닐 볼트 덮개, 165,132개의 볼트와 자동 잠금 너트, 총 연장길이 187,311km에 달하는 주황색 실 등. 에펠탑 제작에 사용된 재료들이 아니다. 단 16일 동안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서 전시된 크리스토 & 장 끌로드(Christo and Jeanne-Claude)의 “The Gates”에 사용된 재료들의 양이다. 사실, 총 4,799톤의 철재 기초의 중량은 파리의 에펠탑 건설에 들어간 전체 철재의 중량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거대한 양이다. “The Gates”는 한날한시에 태어난 부부 예술가, 불가리아 출신의 Christo Vladimirov Javacheff와 모로코 출신의 Jeanne-Claude Denat de Guillebon에 의해서 뉴욕 센트럴 파크 내 산책로를 따라 2005년 2월 12일부터 2월 27일까지 16일 동안 전시된 설치미술 작품을 말한다. 무관심과 관리소홀로 인해 센트럴 파크가 가장 쇠잔한 시기를 겪고 있던 1979년 센트럴 파크 재정비 사업과 더불어 공원의 중흥 노력의 일환으로 작품의 기본 개념, 설치 세부 계획이 뉴욕시에 제출되었으나, 시의 허가를 받기까지 무려 2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2003년 1월 22일,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뉴욕시장이 이 작품의 실현에 동의했고, 2005년 1월 3일 마침내 크리스토 & 장 끌로드 커플의 오랜 숙원이었던 ‘더 게이츠’프로젝트가 뉴욕 센트럴 파크에 설치되기 시작했다. 2005년 2월 12일, 공식명칭 “The Gates, Central Park, New York, 1979~2005”, 5m 높이에 총연장거리 37㎞에 달하는 총 7,503개의 주황색 게이트가 3.65m 간격으로 공원 전체의 산책로에 설치되었고, 2월 27일까지 16일 동안 대중에 공개되었다. 현란한 색상의 역동적인 직물 판넬은 공원 산책로의 구불구불한 유기적인 형태를 부각시켰으며, 게이트의 사각형 틀은 격자형의 독특한 도시구조를 닮아있었다. 낙엽이 진 수목들의 가지 사이로 The Gates의 황금빛 물결은 출몰을 반복하며 장관을 이루었다. “The Gates”의 특징 중“, 일시성”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작품의 일시성은 작품을 보다 가치있게 하고‘일정 기간 동안만’이라는 제한을 통해 사람들을 조급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사람들을 직접 현장에 오게끔 독려하며, 현장에서는 최대한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작품을 즐기는 동안 사람들은 다음에 방문할 때는 이 작품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한다. 한 예술작품을 통한 공간에 대한 경험의 변화, 즉 물리적인 공간의 변화가 아닌 기억을 통해 반추되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이 예술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Temporary Landscape - 파리 플라쥬
Paris Plage ‘플라쥬(Plage)’는 프랑스어로 ‘해변’이라는 뜻이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극작가인 장 콕토(Jean Cocteau)가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의 소리를 사랑한다(Mon Oreille est un Coquillage, qui aime le bruit de la mer)”라고 노래한 것처럼 바다에 대한 향수는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본성과도 같다. 파리는 지리적으로 바다에서 약 200km 떨어져 위치하므로 여름이 되면 파리 시민들은 바다를 찾아 북쪽의 노르망디(Normandie)나, 서쪽의 브로타뉴(Bretagne), 남쪽의 지중해 부근으로 바캉스를 떠난다. 매년 7월 초면 바다로 향하는 고속도로들은 주말마다 북적대고, 파리는 눈에 띄게 한산해 진다. 그러나 파리 시민 10명 중 3명은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다고 한다.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은 안정된 직장을 다녀서 보장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직장 생활을 불안하게 이어가는 사람들이거나 혹은 직장이 없는 실업자들이다. 2001년에 파리 시장으로 당선된 좌파 출신 베르트랑 들라노에(Bertrand Delano)는 우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2년부터 이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파리 플라쥬’이다. 이 프로젝트의 내용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되어 있는, 아름답고 볼 것 많은 센 강변을 해변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에 파리시는 2002년부터 약 한 달 동안 강변도로를 모래사장이 펼쳐진 진짜 해변처럼 꾸미는 ‘파리 플라쥬’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대상 지역은 루브르에서 쉴리교(Pont Sully) 부근까지 약 3.5km에 이르며, 파리 시청 앞 광장 역시 이 기간 동안 해변가로 변한다. 이후 2006년 처음으로 센 강에 배처럼 떠 있는 수영장이 개장하면서 13구의 국립도서관 부근이 대상 지역에 포함되고, 2007년에는 19구에 위치한 라빌레뜨 운하(Bassin de La Villette) 주변까지 확대되었다. 2006년부터는 파리 중심부 지역과 13구 수영장을 오가는 유람선이 운행되는 등 ‘파리 플라쥬’는 이제 센 강변에 한정되지 않고 전 파리 시민이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파리 플라쥬’의 공간 구성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해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3천 톤의 모래를 사용하여 노트르담다리(Pont Notre-Dame)에서 아르콜다리(Pont D’Arcole)까지 700㎡에 이르는 모래사장을 설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샹쥬다리(Pont au Change) 부근에 600㎡의 녹지 공간과 퐁네프다리 부근에 500㎡의 나무널판으로 짜인 휴식 공간을 마련하였다. 이 외에도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과 암벽 등반을 위한 공간, 안개처럼 물을 뿜는 샤워 공간, 콘서트를 위한 무대, 책을 빌릴 수 있는 간이 도서관, 파리 시청 앞의 비치발리볼 경기장 등이 조성되었다. 이들 공간에는 시민들이 편안하게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안락의자와 해먹(hammock), 파라솔 등이 설치되었다.
Temporary Landscape - 뉴욕 인공폭포
Temporary Water Fall 문화의 중심지 뉴욕 로어 맨해튼(New York Lower Manhattan) 이스트 강가(East River)의 또 하나의 볼거리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었다. 브루클린 다리(Brooklyn Bridge) 주변을 거닐다보면 언뜻 보아선 번지점프대처럼 보이는 몇 개의 철골 구조물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맨해튼의 한여름의 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었던 Olafur Eliasson의 Temporary Water Fall이다. Temporary Water Fall(이하 인공폭포)은 이스트 강가 브루클린 다리 주변에 만들어진 크고 작은 4개의 인공폭포이다. 인공폭포는 브루클린 교각 하단부, 브루클린 하이츠 서쪽 프로미나드의 브루클린 피어, 맨해튼 다리 북쪽 피어, 그리고 북쪽 해안가 거버너스섬에 위치해 있다. 크기는 대략 90~120피트로, 가장 큰 폭포는 stand를 제외한 자유의 여신상과 비슷한 크기이다. 인공폭포는 이스트강이 주된 수원이 되어 폭포를 이룬다. 이스트강은 허드슨강(Hudson River)으로부터 흘러오는 강물과 대서양으로부터 들어오는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다양한 동식물이 살 수 있는 서식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2백여 종의 물고기가 살고 있다. 인공폭포의 구조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작동원리는 첫째, 이스트강으로부터 끌어올린 물은 물밑에 감추어져 있는 “intake filter pools”에 모이게 된다. 둘째, 펌프가 pools에 있는 물을 끌어당기는데 이때 물고기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낮은 속도를 유지한다. 셋째, 펌프에 의해 물은 scaffolding의 꼭대기에 있는 파이프로 끌어 올려진다. 넷째, 물은 trough를 밀고 내려오면서 폭포를 이루며 강으로 떨어진다. 이때 사용되는 물의 양은 1분당 3만5천 갤론, 시간당 2백1십만 갤론이며, 인공폭포가 작동되는 동안의 모든 전력은 100% 재활용된 전력이다. 이렇게 떨어진 물은 다시 처음 과정을 거쳐 재순환된다.
Temporary Landscape - 쇼우부르흐플레인
Rotterdam 암스테르담이 오랜 역사를 가진 네덜란드의 대표도시라고 한다면, 로테르담은 다른 유럽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젊은 도시입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건축박람회장이라고 해도 될만큼 유명 혹은 신진 건축가들이 다양하고도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제법 유명한 Cube House와 Pencil House도 바로 이 곳, 로테르담에 있고, 네덜란드 건축교육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NAi(Netherlands Architecture Institute)도 이 도시에 있습니다. Schouwburgplein 쇼우부르흐플레인은 이러한 로테르담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로테르담 중앙역에서 남동쪽으로 약 500m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광장 주변으로 극장인 파스 시네마(Pathe Cinema)와 둘렌 콘서트홀(Doelen Concert Hall)을 비롯해서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들로 둘러싸여진 곳입니다. ‘쇼우부르흐플레인(Schouwburgplein)’이란 말도 네덜란드어로 극장을 뜻하는 ‘Schouwburg’와 광장을 뜻하는 ‘Plein’이 합쳐진 말이라는군요. 아마도 주변의 극장과 공연장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모양입니다. 이렇듯 이 광장은 지리적으로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명실상부한 도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 광장은 50m×140m 규모로 직사각형 형태의 빈 공간입니다. 조금 더 엄밀히 말하면 광장이라기 보다는 아주 높이가 낮은 무대라고 하는편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공간이 주변 도로보다 30~40cm 정도 높게 조성되어 있어서 주변공간과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바닥포장재로는 목재데크, 철재 타공판, 고무, 에폭시 등의 인공적인 재료들이 사용되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조경적인 처리와는 사뭇 다른 방식인 것이 특징입니다. 길 건너편에 있는 가로수를 제외하고는 풀 한 포기도 볼 수 없는 매우 건조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Temporary Landscape 국내 사례
Temporary Landscape는 일상적 공간을 재구성함으로써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활용도를 높여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어 공간활용적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앞장에서 살펴본 해외 사례 이외에 국내에서는 Temporary Landscape가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몇몇 사례를 통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ㆍ잔디가 있는 푸른광복로ㆍ서울광장 스케이트장ㆍ광복절 및 건국 기념 서울시청사 모뉴먼트ㆍTheGarden of Temporary Gardensㆍ청계천 “Air Joy”ㆍ광화문 복원사업 가림막 “광화에 뜬 달” / 서울시청사 아트펜스
동탄2 신도시 커뮤니티 시범단지 마스터플랜 현상설계공모
한국토지공사는 수도권 최대 신도시로 건설되는 화성 동탄2 신도시를 추진함에 있어 신도시의 첫 이미지를 결정짓는 ‘커뮤니티 시범단지’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지난해 10월 마스터플랜 현상공모를 내고, 1월 15일 당선작을 선정하였다. 도시 커뮤니티 회복 및 한국형 주거단지의 새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열린 이번 공모전에서는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소통하는 열린 주거단지’, ‘한국적 도시이미지와 정체성을 회복하는 주거단지’,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하는 환경친화적 주거단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안전한 주거단지’가 설계지침으로 제시된 가운데, (주)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와 (주)디에이그룹 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의 공동제출안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당선작 _ Landed City (주)삼우종합건축(손명기, 조성찬, 이형일)+(주)디에이그룹(김현호)+(주)동심원조경(안계동) 조경설계참여자 _ (주)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대표 안계동, 최정민 소장, 김동준, 이세영, 김준석, 안원영, 강아람)건축설계참여자 _ (주)삼우종합건축(김동기, 강동완, 김기호, 김지선, 장동진, 김기수, 선우영진, 박종대, 최성진, 원부림, 박영철)+(주)디에이그룹(조원준, 이승조, 성기수, 김제시, 손성환, 한정희, 류정렬, 김재삼, 강혜민) 계획개념 동탄2 신도시는 전체 부지의 57%가 구릉지로 구성되었다. 한국적 신도시는 바로 구릉지에 대한 해법에서 출발한다. 땅의 형상(Topography)을 살펴 보존할 땅과 이용할 땅을 구분하고 능선과 능선 사이에 마을을 자리했다. 마을과 자연, 사적영역과 공적영역, 길과 마당은 서로 얽히고 맞물려(Zipping) 다의적이고 풍부한 일상을 담아낸다. 도랑을 따라 유기적 형태(Organic)의 고샅길을 내었으며 고샅길 주변으로 우물, 서당, 제 등 주민공동시설을 배치하였다.이러한 도시는 서구적 도시 즉, 평탄한 땅(Flat) 위에 용도를 구분(Zoning)하고 격자형(Grid)으로된 도시에 비하면 보다 인간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주환경이라 할 수 있다. 건축면적 _ 97,624.64㎡ | 연면적 _ 1,366,126.38㎡ | 건폐율 _ 19.06% | 용적률 _ 194.65% | 녹지율 _ 48.00% | 주차시설 _ 11,339대 | 전체세대 _ 8,576세대(계획인구 21,440명) 주요시설 _ 학교시설 7개소(초등학교 3, 중학교 2, 고등학교 2), 복합커뮤니티센터, 복합문화센터, 경찰지구대, 실험주택 제안
한국도로공사 본사 이전사옥 건립 설계경기
한국도로공사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책에 부응하고, 공사의 위상제고와 업무 효율성 증대를 위해 김천혁신도시 내 건립될 본사 이전사옥을 급변하는 사회여건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가변성, 융통성 있는 공간구성과 경제성 및 주변환경과의 조화, 상징성·예술성을 갖춘 사옥으로 건립하고자 지난해 8월 29일 설계공고를 내고, 2월 30일 (주)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의 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에 본지는 당선작을 조경계획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주)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손명기, 김관중, 한종률)+(주)디자인로직(대표 오형석)+김아연+박희성+정경진 조경설계참여자 _ (주)디자인로직(대표 오형석, 이동훈, 유선근, 김종민, 전규원, 정일태, 한송이, 신준호, 위시인)+김아연(서울시립대 교수)+박희성(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정경진((주)이자인 대표) 건축설계참여자 _ 이상화, 허연, 김형철, 유재홍, 오수민, 주영준, 황현철, 백강욱, 서윤원, 김창주 외부공간 계획개념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교통의 중추기관으로, 지역공동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성, 주변 환경과 일체감을 형성하는 친환경성을 지니는 공공기관이다. 본 설계는 물리적, 정서적으로 주변지역과 밀접하게 소통하고, 시간적, 환경적으로 이전의 가치가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국도로공사의 미래상을 그려보았다. 이는 길의 네트워크와 다양화를 통해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외부공간을 제공해주며, 이전 농경지와 구릉이 가져다주는 생태적, 경관적 가치의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경관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이다. 특히, 농경문화를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프로그램에 주목하여, 지역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화훼와 작물을 기를 수 있는 원예농장, 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나무농장을 마련하였다. 이 커다란 원예정원은 다양한 식물을 체험하고 자연적 감수성을 자극하며, 이웃과 혹은 가족과 함께 기르는 경작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새로운 외부공간이 될 것이다. 위치 _ 경상북도 김천시 남면, 농소면 일원(김천혁신도시 내) | 대지면적 _ 139,000㎡ | 건축면적 _ 29,544.64㎡ | 조경면적 _ 40,004.23㎡(28.78%) | 연면적 _ 112,254.11㎡ | 건폐율 _ 21.25% | 용적율 _ 80.76% | 주차대수 _ 1,028대(지상 249, 지하 779대) | 규모 _ 지상 26층, 지하 2층
국립해양박물관 BTL 건립공사
국토해양부는 국립해양박물관 건립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주)태영건설이 대표회사로 참여한 가칭 ‘해양문화주식회사’ 컨소시엄을 지정했다고 밝혔다. 국립해양박물관은 해양 문화ㆍ역사ㆍ과학ㆍ산업 등을 총 망라하여 청소년을 비롯한 시민들에게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해양 비전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양 클러스터로 개발되며 부산광역시 영도구 동삼동 혁신도시 부지내에 들어서게 된다. 국토해양부는 올해 하반기 공사에 착공, 2���012년 6월까지 준공,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_ 편집자주 당선작 _ The Ocean Patform ((주)태영건설 + 정림건축 +(주)서인조경) 조경설계참여자 _ (주)서인조경(대표 한선아, 장귀환, 이효상, 김시인, 고혜정, 민재승, 유경희, 이현정, 노정수, 곽승현, 오혜옥, 송민주, 윤지승, 오준철, 정은혜) 위치 _ 부산광역시 영도구 동삼동 1125번지(동삼동 혁신도시개발예정지구내 일부)|면적 _5,444.00㎡|연면적 _ 4,386.46㎡|조경면적 _ 3,342.00㎡(29.36%)|용도 _ 문화 및 집회시설 중 전시장(박물관)|규모 _ 지상 4층 우리의 대상지는 부산시 동삼동 매립지에 위치한다. 대상지의 자연환경을 고려하여 조류 및 소생물을 유입하기 위해 육생비오톱을 조성하고 대상지 주변의 다양한 수경요소를 도입해 수체계를 연결해주며 기후 및 해양경관을 이용한 시설을 도입하고자 한다. 고대시대의 동삼동패층이 발견된 것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가져오고 근대의 국마장이었던 대상지의 특성에 따라 넓은 초원을 형상화하도록 하였다. 경관을 바라보는 전망대의 역할을 하며 해양문화의 랜드마크적인 공간이 되도록 조성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본지 2009년 3월호(통권 251호) 142~147면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거대 공원, 셸비 팜스 공모전
Master Plan Design Competition for Shelby Farms Park 시작하며 설계의 ‘이즘(ism)’이란 한 개념의 죽음을 고하는 종결적 낙인이다.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고착화될 때 그 생명력을 상실하여 박제가 되어버려야 하는 설계 이론의 태생적 숙명은 저주이자 동시에 축복이다. 하나의 설계 개념이 성공적일수록 그 개념은 더욱 큰 전복의 가능성을 안게 된다. 따라서 실천적 설계 개념은 이론으로 정립되는 순간 스스로를 폐기하며 또 다른 불확실한 영역으로 계속해서 미끄러져간다. 자기부정을 통한 무한한 진화만이 설계의 이론이 그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다. 모순적이게도 이러한 이유로 이 시대의 설계 이론은 이론을 통해서 파악될 수 없다. 동시대의 설계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실천적 성공과 실패를 추적하는 것뿐이다. 앞으로 10편의 원고를 통해 국내에서 많이 소개되지 않은, 혹은 이미 소개가 되었더라도 충분히 검토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10개의 해외 공모전을 소개하고자 한다. 공모전은 특수한 형태의 설계 프로젝트이다. 제한된 시간 동안 고도로 집약된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 공모전은 대부분 극도의 시간적, 물리적 제약 속에서 행해진다. 대신 공모전에서는 개념적 제약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한 면에서는 극도의 제약이 가해지며 또 다른 면에서는 제약이 전무하다시피 한 공모전이라는 과제는 설계가의 극한을 시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실 공모전의 과정은 그다지 우아하지 못하다. 한달 동안 발전시킨 개념이 마감 일주일전에 폐기될 수도 있으며, 하나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새로운 두 개의 결함이 발생하기도 한다. 새로움에 대한 강박 관념은 치명적인 독으로 발전되어 설계 자체를 망상의 수준으로 전락시키며 곳곳에서 아집과 독선이라는 함정이 도사린다. 이렇게 설계가가 한계의 벽에 부딪힐 때 비로소 그는 과거의 그를 만들었던 개념적 체계를 부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공모전은 그 어떠한 설계 프로젝트보다도 혁신적인 사고의 방향을 제시하며 주어진 질문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해답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설계가의 경험과 이념을 집약시켜 디자인의 형태로 발현시켜야 하는 공모전은 동시대의 설계 흐름을 드러내는 가장 효율적인 척도가 된다. 이제 소개될 10편의 원고의 목적은 단순히 각 공모전의 설계안들을 검토하고 장단점을 비평하고자 하기 위함이 아니다. 이 글들의 또 다른 목적은 공모전이라는 과정 속에서 생성된 설계 개념들을 통해 오늘날 조경과 또는 그와 관련된 건축과 도시 분야, 더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가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새로운 시선으로 생각해보고자 함에 있다. 따라서 각 글들은 공모전의 객관적인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 공모전이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중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글을 쓰기에 앞서 우선 밝혀두고 싶은 것이 있다. 우선 여기에 소개되는 설계 작품들은 대부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최종 경쟁작에 선정된 설계안들이며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검증된 안들이다. 각 원고는 특정한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안들을 바라보기 때문에 내가 비판적 의견을 개진한다고 하여 반드시 그 안이 다른 안들에 비해 결코 모자라거나 열등하다고는 볼 수가 없다. 부정적 평가를 받은 설계 전략이 다른 관점에서 볼 때 성공적으로 판가름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또한 이곳에서 개진되는 비평과 의견들은 나의 개인적인 소견임을 밝혀두고자 한다. 여기에 소개되는 공모전의 대부분은 학교에서 나를 지도했던 스승들, 함께 수업을 들었던 동료들, 그리고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선후배들의 노력의 결과이다. 이들의 노력을 감히 비평하기에 나는 경험과 학식이 한없이 부족하다. 나는 학계의 저명한 이론가도 아니며 풍부한 실무 경력을 가진 대가도 아니며, 아직 스스로 조경가라고 부르기에도 부끄러운 설계가일 뿐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글들은 아직 조경을 배워가는 과정에 있는 한 초보 설계가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조경가들, 혹은 조경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솔직한 생각과 이야기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한다. 셸비 팜스(Shelby Farms) 셸비 팜스는 미국 중남부 테네시(Tennessee)의 대도시 멤피스(Memphis)에 위치하고 있다. 19세기 중반 사회 개혁가인 프란시스 라이트(Frances Wright)는 현재 셸비 팜스에 흑인 노예 해방 운동을 위한 자치 단체를 설립하여 문화적, 직업적 교육을 통해 흑인들의 미래를 준비하고자 했었다. 그 뒤 1928년부터 1964년까지 셸비 팜스는 셸비 카운티4 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한 농장으로 사용된다. 본래 도심지에서 멀리 떨어져있던 셸비 팜스는 20세기 중반 도시 지역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도심 지역 내로 편입된다. 이에 따라 셸비 카운티는 이 곳을 상업, 주거, 업무지구 건설을 위한 부지로 변경하여 매각하고자 하나, 이미 셸비 팜스를 공원으로 이용하고 있었던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다. 결국 셸비 카운티는 1975년 셸비 팜스를 공원화할 계획을 세우고 당시 가장 유명한 조경가 중 하나였던 가렛 에크보(Garret Eckbo)에게 설계를 의뢰하지만 이 계획은 결국 실현되지는 못한다. 그 뒤 1천에이커의 부지에 농업 연구와 교육을 위한 연구소가 설립되고 테네시 주의회에서 자연보호구역을 설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셸비 팜스에 대한 특별한 이용 계획은 마련되지 못하다가 2001년 셸비 팜스의 보존 및 관리 계획이 수립되면서 공원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재기된다. 그리고 2007년 그 동안 셸비 팜스의 상업적 개발을 지속적으로 반대해오던 비영리 단체가 셸비 팜스를 공원으로 관리할 행정 주체로 인정받아 2008년 셸비 팜스 파크 공모전을 주최하게 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셸비 팜스가 행정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공원화되기 이전부터 주민들에 의해 공원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전문가가 전반적인 설계를 하지 않았을 뿐 이미 셸비 팜스에는 각종 지역 단체가 마련한 산책로, 놀이터, 승마시설, 공연장, 뱃놀이 시설 등 공원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며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실제로 오늘날 공원의 연간 이용객은 백만 명으로 추정된다. 자연히 이 자생적인 공원에 대하여 굳이 다시 공원화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것에 대한 의문과 기존의 시설이 사라지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이용자들로부터 제기 되었다. 또 다른 주목해야 할 점은 현재 현행 법규상 셸비 팜스의 대부분의 토지 이용은 녹지로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부지의 남서 쪽에는 이미 사용되지 않는 매립지가 있으며, 에어리어 10으로 불리는 북서쪽 부지에는 교도소와 관공서 등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와 있다. 즉, 형태적으로 셸비 팜스는 단일한 부지이지만 프로그램 상으로는 공업 시설에서부터 농업 부지까지 이질적인 프로그램들로 분할된 일종의 모자이크와 같다. 결국 공원화 계획을 맡은 조경가들은 공원화 이전에 이미 공원이 되어 버린 모순된 프로그램들이 공존하는 이 부지를 하나의 공원으로 다시 만들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출발해야 했다.
박명권,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시작하며조경가 인터뷰의 발단이 되었던『봄, 디자인 경쟁시대의 조경』에 썼던 글 중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그룹한=아파트조경’이란 세간의 인식은 박명권 대표에게 약일까, 독일까? 잘 할 수 있는 것, 지금 하고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사이에 괴리가 있진 않을까? 공간을 테마로 풀어내는 걸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생태적이라는 수식은 어디까지 붙일 수 있을까?” 사실 그룹한 어소시에이트(이하 그룹한)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펴낸 작품집을 보며 어느 정도의 궁금증은 해소된 터였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짐작일 뿐이었기에, 거기에 몇 가지 새로운 궁금증을 더해 박명권 대표를 만나러 길을 나섰다. 그룹한은 2008년 12월호에 실린 영종하늘도시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조경현상설계공모와 지난달 잡지에 실린 의정부민락(2)지구 도시기반시설 조경설계공모의 당선자이다. 둘 모두 동인조경 마당(대표 황용득)과의 공동작업이었는데, 영종은 동인조경 마당이 대표 설계사였고, 의정부민락은 그룹한이 대표 설계사였다. 또 그룹한은 광교 호수공원 국제설계공모에서 필드 오퍼레이션스(대표 제임스 코너)와 함께 “8경”이란 작품을 출품해 2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대 규모의 설계사무소 내비게이션의 화살표만 쳐다보며 핸들을 돌리다보니, 어느새 이수역 부근. 내방역과 이수역 사이의 눈에 잘 띄는 언덕에 위치한 그룹한 사옥의 외관에는 리모델링 전에는 없던 “그룹한”이란 큼지막한 사인물이 내걸려 있었다. 2000년대 초반에 사옥을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그 건물이 그룹한 사옥인지 알 수 있는 사인물은 어디에도 없었다. 명함에도 번지수와 층수만 기재되어 있을 뿐, 그룹한빌딩이란 표시는 없었다. 당시에는 아무래도 주변의 이목이 부담스러워 일부러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그룹한은 언제부터인가 분야 내에서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그 관심과 호기심은 대략 두 가지 방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 설계사무소의 규모다. 사옥의 3개층을 쓰고 있는 서울 본사와 부산지소, 그리고 미국 뉴욕과 보스턴지소의 임직원을 모두 합하면 무려 직원수가 103명에 달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조경설계사무소인 것이다. 더구나 그룹한을 제외하고는 50명을 넘는 설계사무소가 1곳 정도에 불과하고, 30명 이상인 설계사무소도 채 열 곳이 되지 않을 정도로 국내 조경설계분야에는 대규모 오피스가 많지 않다보니(엔지니어링 제외), 그룹한의 규모는 이래저래 주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른 한 가지는“아파트 조경과 테마공간”이라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다루기로 하고, 우선 대형 디자인 오피스 이야기부터 들어보았다. 사실 아뜰리에 형태의 소규모를 지향하는 설계사무소가 있는가 하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를 진행해나가는 대형 디자인 오피스가 공존하는 상황은 국내만의 추세가 아니다. 1939년 가렛 에크보 등에 의해 설립된 EDAW는 세계 각국에 36개의 사무소와 1천7백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매머드급 디자인 오피스이고, 히데오 사사키가 설립한 사사키 어소시에이츠 역시 보스턴 본사에만 약 240명,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 약 4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또 최근 잇따른 ASLA Award 수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의 Turenscape는 1998년 3명의 직원으로 출발해 10여년만에 300여명의 디자이너가 근무하고 있는 중국 최대의 디자인 오피스로 성장했다. 이에 반해 최근 국내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발모리 어소시에이츠는 2005년 특집을 진행할 당시 직원이 11명에 불과했고, 필드 오퍼레이션스 역시 직원이 10명을 넘지 않은 창업 초기에도 이슈가 되는 작품들을 다수 발표했었다. 대규모와 소규모 설계사무소에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터인데, 그룹한은 어떻게 대형 디자인 오피스로 커나가게 되었을까? 이것이 첫 번째 궁금증이었다. 박명권 _대학 시절, 전국조경학과학생연합회 회장을 했었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보다 업계 사정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당시의 조경계는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종합 조경업체도 11곳 밖에 없었고, 조경설계사무소는 한림을 비롯해서 극소수에 불과했다. 설계사무소와 협회를 비롯해서 여러 곳에서 인턴을 해보았는데, 특히 건축이나 토목분야와 비교했을 때 조경업의 위상이 너무 낮았다. 이건 조경계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 내 자신이 조경에 대한 비전을 갖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학부생 시절에 설계를 무척 좋아하고 적성에도 잘 맞는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고민이 컸다. 조경설계가 좋긴 한데, 도무지 미래가 보이질 않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학 선배들도 대부분 관공서나 공기업, 대기업 혹은 학계로 진출했지, 조경업체에 취직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래서 전조련 학생회장을 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게 된 후배들과 대학 졸업 전에 실내조경 회사를 창업했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했던 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선배가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서 설계실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는데, 현업에서 겪어본 조경설계업의 현실은 더 충격적이었다. 건축, 토목과의 격차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한이 생겨서, 이 조경에 대한 ‘한’을 좀 풀어보자는 각오로 그룹한을 창업했다.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룹한이란 이름은 그래서 짓게 된 것이다(웃음).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설계사무소로 ‘크게’ 키워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중의적으로 그룹‘한’이라고 지은 것이다. 또 조경설계는 다른 예술분야와 달리 개인 보다는 팀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룹’을 붙였다. 아무튼 초기의 열악한 상황 때문에, 회사를 설립하면서 조경설계의 사회적 인지도를 높여서 우리 사회에 조경설계에 대한 인식을 뿌리 내리고, 후배들에게 조경설계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솔직히 처음에 시작할 때는 큰 규모의 설계사무소 사례를 보질 못했다. 국내에는 조경설계사무소 자체가 많지 않았고, 해외와는 교류가 적어서 해외 업체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뜰리에 규모로 하겠다’ 혹은 ‘큰 규모로 하겠다’란 생각 자체가 없었다. 다만 ‘조경설계를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생각만 가지고 일을 해나가다보니 어느새 직원이 30명이 되었는데, 그때까지는 그냥 일만 열심히 하면 됐었다. 그런데 30명에서 50명으로 늘어날 때, 특히 50명이 넘어가면서는, 이를테면 작가적인 마인드만 가지고는 오피스를 끌고 갈 수 없었다. 100명에 육박해가면서 더 키워나갈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을 때, 와튼스쿨 최고경영자 과정을 다니게 되었는데, 그 시간동안 차분히 큰 회사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경영이론도 습득하게 되어, 그룹한은 대기업은 아니지만 조직구성이나 시스템을 조금씩 개편하면서 대규모 디자인 오피스로의 성장을 꾀할 수 있게 되었다.
스튜디오 101, 설계를 묻다(3) 정체성: 개성, 전통 그리고 한국성
미처 준비되지 않은 질문 어느 대학의 특강을 마치고 질문을 받았다. 필자의 작업이 우리 전통과는 어떻게 연결이 되냐고... 기하, 콜라주와 다이어그램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파워포인트 이미지들이 made in Korea라고 하기엔 석연찮다고 생각했나보다. ‘난 전통조경을 어떻게 구사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내 작업을 하는 동안 전통을 염두에 둔 적은 없다’가 솔직한 대답이었겠지 싶다. 필자가 지금까지 수행한 작업들이 전통적 측면과 밀접하다고 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통이라는 키워드가 작업의 주된 주제도 아니었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템적 요소-예를 들면, 꽃담, 팔각정, 전통문양-위주의 소품적이고 평면적인 전통의 구사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어쨌든 당시의 대답은 한국인에 의해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와 사고를 바탕으로 발현된 것이므로 그것이 전통문양이나 청사초롱을 달지 않았다고 해도, 혹은 직선적인 기하로 치우친 평면이라고 해도 한국성을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뭐 이랬던 것 같다. 별로 흔쾌하지 않은 대답이었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해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작업을 하면서 항상 머릿속에 전통을 되뇌지 않았다고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조경이 동시대의 우리 문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분야이면서 주변 맥락과 밀접하게 교감해야하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맹목적이고 직설적인 전통의 구현은 오히려 시공간상의 엇박자적 분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어쨌든 그 질문이 머릿속 어딘가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상황에서, 혼용되고 있는 다양한 단어들-전통, 한국성, 이즘, 태도, 경향-을 ‘정체성identity’이라는 키워드로 포괄하는 것으로 정리를 시작한다. 정체성: 개성, 전통 그리고 한국성 설계에서의 정체성은 작업의 본질적인 이유이며, 나와 남을 뚜렷하게 구별시키는 어떤 것이다. 좀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조경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개인 혹은 설계사무소의 고유성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다. 정체성은 개인의 스케일에서 논의될 수도 있고, 국가나 민족적 스케일에서 다뤄질 수도 있다. 개인의 스케일에서는 설계가로서 구별되는 개성personality이나 태도attitude로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 하지만 국가나 민족의 스케일에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우선 구성원 간의 특질적 공감이 드러날 때 정체성에 대해 논할 수 있다. 국가 혹은 민족 정체성national identity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우리는 조경의 전통성tradition과 한국성Koreaness을 거론해 볼 수 있다. 개념적으로 전통성이 동일성에 치우친 것이라면, 한국성은 동일성과 차이를 모두 수용하는 개념이다. 전통성이 영토화 과정이라면, 한국성은 재영토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전통은 구성원에 의해 과거로부터 계승된 양식일 뿐 아니라 국가나 민족에 의해 고급문화high culture로 지정되어 민족의 우수성을 알리는 공식적인 대외 홍보기능도 담당한다는 점도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찬란한 문화, 역사를 자랑하는 과거를 갖고 있으며, 이들 시대의 문화는 계승할 가치가 있는 대표적인 전통으로 주목받는다. 따라서 그 시대의 아이템들이 구현되거나 그 당시의 이론과 사상을 바탕으로 한 공간을 재현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통조경으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한국성은 보다 포괄적인 개념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전통과 한국성을 시각적으로 살펴보려면 새벽에 TV방송을 마무리하는 애국가의 배경이미지를 보면 될 것 같다. 우리의 자연, 전통문화와 더불어 역동성, 한류, IT강국 등 지금의 우리를 잘 설명해주는 매체들이 등장한다. 한국성은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묘사되고 표출되고 있지만, 한국성과 조경설계의 연관성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명쾌하게 설명된 기억은 희미하다. 이 글을 통해 필자가 시도하고자 하는 것은 작게는 개별 설계가들의 개성의 구현과 크게는 조경설계의 한국적 동시대성 구현에 대한 논의를 정체성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하여 전개해보는 것이다. 진지하게 필자의 설계에 대한 궁극적인 이유와 의미를 찾기 시작하는 작업으로서, 그리고 가능하다면 우리 조경설계의 정체성에 대한 체계적인 고민으로서 이 글을 구성하고자 한다.
우연한 풍경은 없다(2)
빠이(Pai), 하이(Hyperlink, Hybrid 그리고 Hi)의 장소성 만국인이 ‘멍’ 때리는, 유토빠이 빠이는 유토빠이(UtoPai)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유토피아라는 것이다. 치앙마이의 한국인 민박집에서 만난 한 배낭여행자는 빠이의 홍보대사를 자처해, 만나는 모든 이에게 ‘빠이 방문’을 권했다. “ 그곳의 무엇이 좋으냐? 어떤 곳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요즘 말로 ‘멍 때리는 곳’이라고 간단히 정의한다. 다른 말로 하면 휴식하는 곳, 게으름 피울 수 있는 곳, 빈둥거리는 곳, 그냥 죽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영어로는 ‘killing time’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별 이유 없이 길을 서성이고 강가에 누워 책을 보고, 인터넷 서핑을 하고. 그렇게 각종 인종이 멍 때리기를 하는 곳이 빠이, 유토빠이다. 맴돌면서 ‘Hi’ 그런데 이곳 사람들이 무엇보다 즐기는 일은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20분이면 충분한 마을의 길을 맴도는 것이다. 네모난 마을의 처음과 끝이 따로 없이 연결되어 있는 길을 그냥 맴도는 것이다. 길을 맴돌면서 길거리 음식으로 아침을 먹고 점심도 먹고, 좌판 물건을 구경하고 잠깐 잠깐 길에서 펼쳐지는 공연도 구경하고. 돌 때마다 다른 노점상이 나타나고 다른 이벤트가 있어 맴도는 것이 지루하지 않다. 계속 맴을 돌다보니 보는 이들을 계속 보지 않을 수 없다. 영어로 ‘하이(Hi!)’ 태국어로 ‘싸왔디 캅(카)!’. 그러면서 서로의 얼굴을 익히고 통성명도 하게 된다. “또 만났네”, “그런데 너는 얼마나 빠이에 있을 거야?”, “다음 여행지는 어딘데?” 물론 “Where are you from?”도 잊지 않는다. 그러다 관계가 더 발전되면 수다를 떨기도 한다. “오늘은 뭘 하면서 하루를 보냈어?”, “어제는 왜 안 보였는데? 궁금했잖아”, 어떤 이는 맴을 돌다 친해진 노점상의 옆에 주저앉아 장사를 돕기도 한다. 이곳을 안내하는 많은 정보들이 ‘프렌드리(friendly)’를 자랑거리로 내세우는데, 그럴 만도 하다. 겔Jan Gehl은 우연한 만남이 거듭되다보면, 눈인사를 하게 되고 그러다 친구가 되기도 한다고 했는데 그의 이론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이 곳이다. 2008년 봄, 우연히 찾은 빠이의 매력에 빠져 네 달에 한 번씩은 찾고, 올 때 마다 보름 이상은 머문다는 한국 여자 분은 길에서 만난 미국인에게 “언제 다시 왔어?”라고 정말 ‘프렌드리’하게 인사를 한다. 그들은 이웃이다. 혼자 여행을 하는 이들은 모두가 이방인인 이곳에서 자신의 안부를 묻는 이를 만나고 다정함을 느끼고 소속감을 갖는다. 모두가 혼자이기 때문에 섞이는 것이 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틀 머물려고 했던 계획을 바꾸어 2주일, 2주일만 머물겠다는 계획을 바꾸어 2개월, 2개월만 머물겠다는 계획을 바꾸어 2년. 그리고 그냥 주저앉기도 하면서 빠이오니어(paioneer)가 된다. 프랑스인, 미국인, 영국인이 아니라 파리지앵, 뉴욕커, 런더너이듯이 말이다. 민족과 국가를 초월해 그냥 그 장소의 일원으로 정체성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것도 멍 때리면서. 하이퍼링크(Hyperlink)는 하이브리드(Hybird)를 부르고 신기하지 않은가? 수많은 발길이 잠깐 멈추어 이곳을, 이곳의 오묘한 장소성을,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그것도 산속 오지에다 말이다. 하이퍼링크의 시대이기에 가능한 하이브리드의 장소성이라고 감히 정의해본다. 인터넷과 로밍한 전화와 ATM은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을 또 세계 각지로 하이퍼링크 시킨다. 이들이 묻혀온 다양한 문화는 ‘Hi’를 매개체 삼아 서로 뒤섞여 빠이를 만들었다. 근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비평적 지리학자 마세이(Doreen Massey, 2003, The conceptualization of place(in place in the world))의 “이 세상 어디에도 원주민은 없다”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글로벌 시대의 장소와 장소성이라는 시대적 화두에, 뿌리내림이나 고착성과 같은 장소성에 대한 전통적 이해 방식에서 벗어나 흐름, 이동, 연결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답한다. 또 최정민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2008, 현대 조경에서의 한국성에 관한 연구)에서 한국성이라는 것도 어떤 운명적인 자연이나 전통이 아니라 발견적이고, 생성적이고 전략적인 것이라면서 열린 태도를 강조했는데 ‘한국성’을 ‘빠이성’이라고 치환해보면 그의 진의가 보다 쉽게 다가온다.
고성왕곡마을
Wanggok Folk Village 고성왕곡(高城旺谷)마을은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봉 1리에 182,112.7㎡ 면적을 가진 양근(陽根)함씨와 강릉(江陵)최씨의 동족부락으로, 고려말 두문동 72인 중의 한 명인 홍문박사(弘文博士) 함부열(咸傅烈)의 자손인 함치원(咸致遠)이 입향한 이후, 19세기를 전후하여 북방식 전통가옥들이 집촌을 이뤘다. 입지적 측면에서 보면, 오음산, 두백산, 공모산, 순방산, 제공산 송지호 등의 주변 봉우리와 호수를 중심으로 성황당, 비보숲, 주거지, 경작지 등에서 음양의 대칭성 및 자연과 인공이 화합하는 순응의 미학을 공간적·지형적·환경미학적으로 연계시키면서, ���현재 47동의 민가와 6동의 공공건물이 위치하고 있다. 2001년 1월 7일, 중요민속자료 235호로 지정되었다. 造營 _ 왕곡마을은 강원도 동해안 송지호에서 0.5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의 수려한 자연환경 속에서 취락을 이루고 있는 전통마을로, 강릉 함씨와 강릉 최씨, 용궁 김씨 등의 집성촌으로 고려말 함부열이 조선왕조의 건국에 반대하여 간성(杆城)에 은거한 것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는 신분을 숨기기 위해 양근 함씨로 본관을 잠시 바꿔 살았는데, 그 후 그의 차남인 치원이 이주해 자리를 잡고 마을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임진왜란으로 폐허화된 후 150여년에 걸쳐 형성된 마을이다. 19세기를 전후하여 건축된 북방식 전통가옥들이 집촌을 이루어 원형대로 보존되고 있으며, 현재는 적동마을을 연결하는 안길을 축으로 윗마을에는 양근 함씨, 아랫마을에는 강릉 최씨를 중심으로 하는 동족마을을 이루고 있다. 立地 _ 왕곡마을은 풍수형국상 행주형(行舟形)으로 주거지를 경사지에 위치시켜, 물은 모두 마을 밖으로 흘러나가며, 마을 뒤의 서낭당이 뱃머리에 해당된다. 주산인 오음산(五音山)이 북현무를, 좌측산인 두백산(頭伯山)과 공모산(拱帽山)이 좌청룡을, 우측산인 순방산(脣放山)과 제공산(濟孔山)이 우백호를 이루고 있어 마을의 위요감을 형성한다. 또한 앞쪽으로 멀리 펼쳐진 안산인 호근산(湖近山)이 남주작을 이루고 있고, 그 앞에 송지호가 펼쳐져 개방적 공간을 형성함으로써 마을전체의 경관구조는 폐쇄감과 개방감을 동시에 가진다.
연속기획: 조경업, 위기를 기회로!(3)-설계분야, 불황 극복의 실마리를 찾다!
경제전반으로 불황을 겪고 있지만 설계분야는 기실 불황의 여파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 1회에서의 체감경기지수 진단에서도 그러했던 것처럼, 아직까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으며 한쪽에선 오히려 일손이 모자랄 정도로 일이 많아서 걱정이라는 이야기마저 들려온다. 다만,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부 민간건설시장 위주로 사업을 꾸려온 소규모 사무소들의 경우 시장 위축에 따른 자금 회전이 원활하지 못해 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으나, 설계시장 전반에서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대해 한 중견 설계사무소의 대표는 경기 침체기에는 민간 소비 시장은 위축되지만, 정부주도의 기반시설확충사업은 상대적으로 대폭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민간 아파트 조경시장 물량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지만 조경설계 시장을 전체적으로 볼 때 신도시나 뉴타운, 공원, 하천정비사업 등 공공사업의 규모가 훨씬 크고 물량 또한 적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영역이 골고루 다각화 되어 있는 설계사무소의 경우 별다른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리어 불황을 통해 경쟁력 있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를 걸러낼 수 있으니 거꾸로 생각하면 불황이 업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즉, 지금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관점에서 기회로 이용할 줄 아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열쇠는 기업 내부에 있다고 한다. 무너지는 기업들은 다만 그것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는데…, 그래서 조경설계분야가 이 난관을 극복할 열쇠는 무엇인지, 나아가 미래를 밝혀줄 우리 내부의 잠재력은 무엇이 있을지, 몇 가지의 키워드를 가지고 생각해보려고 한다. (중략)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진부하지만‘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이 있다. 위기의 이면에는 기회가 도사리고 있다는 말이다. 오늘의 현실은 치열하지만 그와 동시에 미래를 위한 가능성 역시 열려있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조경설계분야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불황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지금도 일하기에는 충분한 물량이 있다고 해서, 아직은 국내시장에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해서, 어차피 우리의 영역이 아니라고 해서, 굳이 사회와 소통하지 않아도 망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여기서 가만히 안주해 있는다면 조경설계분야에 보장된 미래는 불투명하다. “어설프게 행동하는 것, 주저하는 것, 그리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모르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로알 아문센『, 아문센 마인드』중에서 모든 분야가 불황에 힘겨워할 때 그나마 불황을 덜 느끼고 있다는 건 우리에게 주어진 분명한 행운이다. 이를 잘 활용해 조경분야의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경설계분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성장동력은 무엇인지에 대한 글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기존의 조경영역으로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지속적 조경의 발전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조경분야에 새로운 추진력과 활기를 불어넣기 위하여는 기존의 영역에 더하여 이 시대의 새로운 키워드인 기후변화, 녹색성장, 녹색인프라, 국토경관, 도시경쟁력, 도시를 만드는 조경, 장소성, 명품경관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시대를 앞서 나가야 하겠습니다. 조경분야의 새로운 영역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방향정립을 통하여 조경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립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임승빈, 한국조경신문 제38호. ‘새로운 성장동력 확립하는 해가 되기를’중에서
텍사스 주립 아시아 박물관
Asian Garden of Texas State Museum of Asian Culture & Education CenterClient _ Richard Bowers(The President of Museum)Location _ Corpus Christi, Texas, U.S.A. 이문화(different culture)를 체험하는 장소가 바로 박물관이다 박물관 중에서도 아시아 박물관! 아시아 박물관 중에서도 미국에서의 아시아 박물관의 조경설계를 의뢰받고 아시아의 조경을 미국 사회에 소개할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상당한 부담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국제박물관의회(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1998))에 의하면 “박물관”은 사회적 서비스 안에 있는 영구적인 기관으로서 교육, 학업, 즐거움을 위해 유ㆍ무형의 유산이 전시되며, 이러한 것들이 서로 소통하고 보존되어지는 공적으로 개방된 곳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아시아 박물관의 정원을 어떻게 설계해야 보편적으로 정의되고 있는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까? 더불어 동양인과 서양인의 자연스런 어울림은 무엇일까? 지역주민의 활발한 문화교류지로서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아시아 박물관의 조경은 건물 외부 공간을 통해 아시아 문화를 알리고 그 문화 속으로 들어와 멋진 소통이 어우러지게 해야 하지 않은가! 간략하게 박물관(Texas State Museum of Asian Culture(이하 TSMAC))이 있는 도시를 소개하자면, 텍사스 남부의 코퍼스 크리스티라는 도시로 박물관은 이 도시의 다운타운 내에 자리잡고 있고, 주변에는 컨벤션 센터, 과학과 역사박물관, 콜럼버스배로 꾸며진 모험의 세계관, South Texas 미술 연구소 등이 위치하고 있다. 인구 약 286,000명이 살고 있는 도시로서, 동양인 인구가 약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한국인은 약 0.2%를 차지하고 있다. 즉, 이번 조경설계는 미국 내 소수민족을 존중하고 지역주민에게 다양한 문화를 제공하려는 의미있는 배려라고 볼 수 있다. 박물관 측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TSMAC는 텍사스 주 안에 있는 유일한 아시아 박물관이며 미국에 있는 다섯 곳의 아시아 박물관 중의 하나라고 한다.
조경설계사무실과 카페
숨 가쁘게 돌아가는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비가 내리는 날이면 창가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를, 바람 부는 날엔 사무실 앞 조그마한 마당 한 켠의 대나무 소리와 창밖에 걸린 풍경의 경쾌한 울림소리에 자연을 느끼며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 여기에 아래층 카페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선율과 그윽한 커피향에 흠뻑 취해 감상에 젖어들 수 있는 곳. 바로 약 1년여 전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안스디자인의 사무실이다. 안스디자인은 최근 사무실 1층 공간을 직원들에겐 자연을 닮은 설계를 추구하는 조경인으로서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삭막한 도시환경에 지친 도시민들에겐 자연을 느끼며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고자 Allee라는 이름의 카페로 꾸몄다. Allee는 불어로 가로수가 있는 골목길, 산책로를 뜻하는 말로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자연을 꿈꾸는 공간이 되게 하고자 한 안영애 소장의 작은 소망을 담아 붙인 이름이다. _편집자주 과연 우리는 진정한 환경디자인의 주역인가? 녹지가 풍부한 쾌적한 도시, 인간친화적인 도시, 지속가능한 환경, 우리의 자연, 인문환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환경설계를 추구하면서도 정작 집, 사무실의 환경은 어떠할까? 1평, 0.1평의 공간에서도 우리는 자연을 느낄 수 있으며 그 공간에 환경적, 사회적 책임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어느 CG회사를 방문했을 때 책상 위에 만든 한 접시의 수경식물, 자그맣다 못해 앙증맞은 야생초를 보면서 우리 조경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양적, 질적으로 어떻게 자연을 만들고, 느끼면서 환경을 설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리적으로 널찍한 사무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땅 냄새, 바람소리, 눈 내리는 소리, 낙엽 떨어지는 모습 등 자연을 느끼고자 예건산업(주) 노영일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리모델링을 하였습니다. 비가 올 때면 창가에 부딪히는 빗방울, 바람 부는 날이면 사무실 한편에 심겨진 대나무에서 후드득거리는 빗소리, 글자 그대로 우후죽순을 절절히 느끼는 봄의 대나무 새순, 창가 풍경의 딸랑거리며 내는 경쾌한 금속성 소리, 눈이 내리면 직원들과 함께 눈을 치우는 등 바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스스로 도시경관에서 문제가 되는 간판을 전체 건물매스에 맞게 단순하고 아름답고 자극적이지 않은 색으로 만들고, 친환경적인 LED조명으로 에너지절감을 실천하고 외벽에 내구성이 있는 부분 조명등을 설치함으로써 도시야간경관을 고려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