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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한 놀이터 ‘거점형 창의어린이놀이터 조성 지명설계공모’ 당선작
    서울시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어린이공원 131개소를 대상으로 노후한 놀이 시설을 개선하는 ‘창의어린이놀이터 재조성사업(이하 창의놀이터 사업)’을 추진해왔다. 2021년 새롭게 추진하는 ‘거점형 창의어린이놀이터 조성사업’은 지역별 소규모 시설 개선 위주로 진행되던 기존의 창의놀이터 사업을 개선 및 발전시킨 것이다. 다양한 연령의 어린이들이 좀 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대상지의 특성을 반영한 콘셉트, 규모,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 구성 등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해 놀이터를 만들고자, 지난 4월 28일 ‘거점형 창의어린이놀이터 조성 지명설계공모’를 개최했다. 대상지는 한강공원 광나루지구 놀이터와 주변 유휴 공간(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351-1 일대)으로 면적이 약 6천m2에 달한다. 2010년에 조성된 기존의 놀이터는 전체적으로 시설이 노후해, 사람들의 이용률이 높은 주차장, 한강드론공원, 광나루 수영장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지명초청된 김연금(조경작업소 울), 황용득(기술사사무소 동인조경마당), 이수학(아뜰리에나무)은 이곳을 숲, 모래, 물 등 주변 자연물을 활용해 지속가능하고 자유로운 창의·모험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했다. (후략) *환경과조경399호(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 도시를 엮는 별자리 ‘미래서울 도시풍경’ 전
    지난 6월 8일부터 20일까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갤러리 아워에서 25년 후 서울의 공간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미래서울 도시풍경’은 기후변화, 초고속정보 기반 기술 환경, 재택근무, 새로운 교통 수단 등 다가올 사회적 변화에 대응해 근미래 서울의 도시 풍경을 구상한 전시다. 급격한 성장기를 거친 서울을 되돌아보며 기존의 녹지와 가로, 크고 작은 공공 공간을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재편하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서울은 양적·질적으로 급속히 성장한 도시다. 도시가 발전하는 가운데 다양한 공공 시설과 오픈스페이스가 확충됐고, 사람들의 삶의 질과 도시 공간의 수준은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정교한 구상이 아닌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공간을 나누고 이어 붙이는 식이었기에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도시 안쪽까지 깊숙이 뻗어 있던 산맥과 강줄기는 밀집한 건물들의 등 뒤로 밀려났고, 공원, 주차장, 여가 시설, 복지 시설 등의 생활 기반 시설은 일부 지역에 편중됐다. 전시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제각기 흩어진 공간들을 연결함으로써 미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도시별자리’ 전략을 제안했다. 도심 내 활용 가치가 높은 공간을 찾고 그 가치를 밝혀 단절된 공간을 별자리처럼 잇는 개념으로, 공간 규모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동네 생활 시설이나 소규모 녹지와 공지 등을 포함하는 ‘마을별자리’, 서울 내 역세권이나 수도권 환승 거점과 같이 지역과 마을을 연결하는 ‘거점별자리’, 서울 전역에 걸친 보행 및 물길 네트워크에 해당하는 ‘서울별자리’다. 세 가지 개념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한 서울의 도시 풍경을 시민들에게 공유하고자 했다. (후략) * 환경과조경 399호(2021년 7월호) 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뉴락
    “이게 인천까지 갈 일이냐고.” 주말 아침 1호선에 올라타며 혼자 투덜거렸다. 내가 사는 서울 북쪽 끄트머리 동네에서 인천까지는 지하철로 1시간 반. 드넓은 서해를 보러 가는 것도, 차이나타운에 놀러가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쓰레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매달 나에게 할애되는 이 지면에 쓸 글감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기도 했지만(재주가 없다면 발품이라도 팔아야 한다), 이 기회에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조금은 특별한 쓰레기들을 말이다. 전시장1에 오브제처럼 고이 놓여 있는 쓰레기에 대한 첫인상은 뭐랄까, 어울리는 수식어는 아니지만 ‘아름답다’였다. 냄새나고 지저분한 물체가 아니라 파도와 바닷바람에 깎여 오묘한 형태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작가 장한나는 이것들에게 ‘뉴락(new rock)’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돌처럼 보이지만 돌이 아니다. 암석은 물리적 혹은 화학적 작용으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뉴락은 끊임없이 부유하는 존재다. 그곳이 깊은 바다 속이든, 고래 배 속이든, 인간의 몸 속 어딘가든. 아무리 잘게 쪼개져도 사라지지는 않는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인천, 양양, 강릉, 제주, 울진 등 국내 곳곳의 해변에서 채집된 각양각색의 쓰레기들의 옛 쓰임을 추측하는 일은 놀이 같기도 했다. ‘이건 페트병이고, 이건 스펀지, 이건 스티로폼이었네, 마른 해초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초록색 그물이고, 동그랗게 생긴 이건… 부표다!’ 한 때 바다 한가운데 떠 있던 부표에는 홍합과 굴, 따개비 껍질 따위가 붙어 있었다. 스크린을 통해 나오는 영상에서는 새우 같은 작은 해양 생물체가 하얀 플라스틱 조각에 자꾸만 몸을 갖다 대고 있었다. 집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먹이? 난생 처음으로 그 누구도 아닌 ‘쓰레기의 생애’가 궁금해졌다. 그것들의 탄생, 도구로 사용되며 사람 손의 땀이 배어 있던 시절과 앞으로 쓰레기로서 보낼 시간, (있을지 모르겠다마는) 종래에 당도할 종착지까지. 이때만큼은 눈 앞의 쓰레기가 오래된 유물처럼 보였다. 어쩌면 폐허가 된 고대 로마의 유적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플라스티글로머리트(plastiglomerate).2 결국 최후의 증인은 이런 쓰레기들이 되지 않을까? 화석을 통해 인간이 백악기 시대를 알아낸 것처럼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몇천 혹은 몇만 년 후에, 그러니까 문서나 영상 등 인류를 말하는 모든 것이 사라진 후에도 플라스틱은 지구의 새로운 지층으로 남아 이곳에 인류가 살았음을 말해줄 것이다. 알다가도 모르겠는 게 예술이지만 가끔은 정말 흥미롭다. 잔뜩 일그러지고 변색된 스펀지 하나가 매주 아파트 단지에 산더미처럼 쌓이는 재활용쓰레기들보다 더 크게 다가올 줄이야. 작가가 바란 건 쓰레기 문제에 대한 반성보다 “신기하고 아름다운데 좀 이상하다는 느낌”3이었다. 작가가 내게 남긴 여운에서 이상함을 넘어서는 섬뜩함이 느껴진다. 이제 내게 쓰레기는 두려운 존재다. 1년에 20만 톤.4 그중 딱 손바닥 한 줌만큼의 쓰레기를 따라가 보기로 한다. 파도에 마모되어 독특한 형태를 갖춘 녀석은 운 좋게 전시장에 놓일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떨어져나간 파편들은? 언젠가 한 인터넷 뉴스에서 봤던 한 사진이 불현 듯 떠올랐다. 내장이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로 가득 차 있는 앨버트로스의 사체가. 어느 맑은 날 미드웨이섬 위를 날다 돌연 바닥에 툭 떨어졌을 그 새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천적의 습격을 받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평소와 다른 날이 있었을 것이다. 배불리 뭔가를 먹었는데 도무지 기운은 나지 않고, 숨은 조금씩 가빠지는 날들이. 한 가지 바람을 안고 전시장을 나섰다. 이런 죽음도 있고 저런 죽음도 있겠지만 적어도 마지막 순간에 내가 왜 죽는지 알면서 죽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물론 아무도 장담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각주 정리 1.‘간척지, 뉴락, 들개와 새, 정원의 소리로부터’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7월 25일까지 열리는 전시다. ‘뉴락’을 비롯해 비인간 존재와의 공생을 말하는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2.녹은 플라스틱과 암석, 모래 등이 섞여 만들어진 새로운유형의 지질학적 물질. 과학자들은 이 플라스틱 돌덩이가 인류세를 식별하는 지표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3.유지연, “돌인데 돌이 아닌…해변에 나타난 ‘뉴락’의 정체”, 「중앙일보」 2020년 12월 20일. 4.2020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발간한 ‘해양 유입 하천쓰레기 관리체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연간 약 99만 톤의 하천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그중 70%는 나무와 풀이고 플라스틱은 20% 안팎으로 추정한다. 매년 약 20만톤 정도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는 셈이다.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독자 없는 글을 쓰는 이들이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도 읽으려 하지 않았고, 여자가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인정해주지 않으려 했기에 ‘로렐라이 언덕’ 문학회는 누구도 읽지 않는 잡지를 만들게 되었다. 뮤지컬 ‘레드북’ 이야기다. 신사의 나라 영국이 가장 보수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 과학의 발전과 산업혁명으로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번영을 누리던 시기지만, 주인공 ‘안나’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철창이 세워진 감옥 같은 곳이었다. 안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아내, 좋은 어머니가 되는 일에는 흥미가 없다. 끊임없이 숙녀다움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성가시다. 관심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잘하는 일은 자신이 느끼는 바와 원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안나를 이상한 여자라고 부른다. 로렐라이 언덕만이 안나를 받아들인다. 문학회를 창립한 로렐라이는 안나에게서 반짝이는 재능을 본다. 솔직해서 흥미롭고 귀 기울이고 싶어지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 수 있는 능력. 인기 없는 잡지 『레드북』의 발행인으로서 반드시 붙잡아야 하는 인재였다. 에디터의 심정으로 무대를 보며 속으로 외쳤다. ‘절대 놓치지 마!’ 쓰는 안나는 자유롭다. 자아를 투영한 소설 속 주인공은 정글을 탐험하고 때로는 괴도가 되고 마음껏 사랑한다. 안나는 자신이 슬퍼질 때마다 했던 야한 상상까지 모조리 소설에 담는다. 무려,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시대에(그냥 손, 발 따위도 말할 수 없었다)! 사회적 통념으로 정제되지 않은 진솔한 이야기는 금방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고 『레드북』은 완판된다. 하지만 ‘레드북’은 안나가 직업적 꿈을 성취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천박한 내용으로 사회 분위기를 흐렸다는 이유로 『레드북』은 폐간 위기에 처하고, 안나는 정신이 온전치 않아 이 미친 소설을 썼다고 인정하지 않으면 추방당할 상황에 놓인다. 대체 안나가 뭘 잘못했지? 철창 안에 웅크린 안나를 바라보며 함께 슬퍼하고 있을 때, 노래가 시작된다. 그순간에도 안나는 자신에 대해 말한다. 긴 시간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가족에게 버림받으면서도 놓지 않았을 나의 존재에 대한 고민, 그 결론이 담긴 노랫말에 눈물이 찔끔 났다.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내가 나라는 이유로 죄가 되고 내가 나라는 이유로 벌을 받는 문제투성이 세상에 하나의 오답으로 남아. 내가 나라는 이유로 지워지고 나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티 없는 맑은 시대에 새까만 얼룩을 남겨, 나를 지키는 사람…….” 결국 안나는 스스로를 구한다. 바깥이 원하는 모습에 맞추어 자신을 재단하지 않고, 내가 누군지 스스로 묻고 그렇게 살고자 끊임없이 말하고 쓴 결과다. 시나리오를 집필한 한정석 작가가 쓰고 싶다던 ‘인간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 어쩌면 나를 말하는 삶인지도 모르겠다.1 무언가에 대해 말하는 일은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는 일을 동반한다. 탐구하고 가정하고 그 가정을 의심하며 다시 스스로 묻고 답하기를 끝없이 반복해야 한다. 쓰는 일은 그 과정에서 꼬여버린 타래를 풀어 정돈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다. 물론 말을 하고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야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그 때문에 부끄러울 수도 있다는 걸 안다(‘싸이월드’가 부활한다는 소식에 불안해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말하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세상에 아무런 의미 없는 기록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로렐라이 언덕 문학회의 다른 회원들은 어떤 소설을 썼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불쑥 치민 궁금증에 휴대폰 인터넷 창을 열었다. 머릿속에서 벌써 가물가물해진 그들의 대사를 검색어로 적어 넣다가, 이렇게 호기심을 유발하고 이를 추적할 수 있도록 돕는 덫과 힌트가 잡지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호 특집을 매만지며 지나간 연재들을 그저 지나간 글로 두기에는 아깝다는 마음이 계속 생겼기에 더욱 그랬다. 종종 옛 연재를 읽고 좋은 문장을 이 지면에 소개해볼까. 이번 특집을 훑어보며 읽고 싶은 연재가 생겼을지도 모르는 독자를 위해 한 가지 팁을 남기자면 환경과조경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2014년 이전에 발간된 잡지들을 무료로 볼 수 있다. 단, 가입은 필수다! 각주1.장지영, “뮤지컬 <레드북> 콤비의 온도”. 문화공간 175,2018년 2월 13일
  • [PRODUCT] 다채로운 구성이 돋보이는 야외 가구 시리즈 ‘큐보’ 다양한 야외 공간에 대응하는 조경 휴게 시설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실내보다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예건의 신제품 ‘큐보Cubo’는 정원, 테라스, 옥상과 같은 일상 속 야외 휴게 공간에 놓기 적합한 크기와 구성이 돋보이는 야외 가구 시리즈다. 큐보는 정육면체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정갈한 사각 프레임을 기본 형태로 디자인되어 어떤 장소에든 잘 어우러진다. 일반적인 야외 테이블 세트는 원형 혹은 사각형 테이블 하나에 서너 개의 의자로 구성된다. 이러한 정형적 구성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큐보 시리즈는 벤치, 1인용 의자, 테이블, 협탁 및 스툴 등 다양한 종류의 가구를 선택지로 마련했다. 가볍고 얇은 철재 테두리는 목재 부분을 둘러싸 깔끔한 인상을 주고, 모서리가 둥글게 처리된 벤치 등받이는 이용자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군더더기를 최소화한 디자인으로 개별 가구를 어떻게 조합해도 무난한 경관을 연출할 수 있다. 제품에 사용된 이로코 목재는 고급 목재인 티크와 비견될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다. 충분한 유분을 함유하고 있어 고온다습한 환경과 해충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 때문에, 오일이나 바니시로 관리하지 않아도 되어 친환경적이다. TEL. 031-943-6114 WEB. www.yekun.com
  • 도시는 단단하지만 우린 물렁하니까 ‘솔리드 시티’ 전, 세화미술관에서 8월 31일까지
    전시장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이 괴생명체는 무엇인가. 천장까지 닿는 커다란 덩치에, 몸통엔 여러 개의 다리가 덕지덕지 붙어 있으며, 숨이라도 쉬는 듯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이병찬은 검은 비닐을 라이터로 지져 붙이고 그 속에 공기를 주입해 풍선처럼 부푼 조형물을 만들었다. 조형물에 딸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공기가 빠지며 힘없이 축 늘어지고, 문을 닫으면 다시 탱탱해진다. 팽창과 붕괴를 반복하며 호흡하는 ‘불쾌한 골짜기’에는 도시 공간이 가진 모순과 불안정성이 함축되어 있다. 묵직한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이루어진 도시에 내가 정착할 곳은 없고, 한 장의 로또가 누군가의 인생을 역전시킨다. 이렇듯 도시의 질량은 자본을 중심으로 왜곡되어 있다. 맞은편에 놓인 ‘파티클’은 화려한 모양새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싸구려 플라스틱 재료로 만들어진 과대 포장 상품일 뿐이다. 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부동산을 은유했다. 세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솔리드 시티(Solid City)’는 도시의 단단한 외피 이면을 주목하는 전시다. 도시를 이루는 단단하고 반짝이는 정육면체들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지만 공간과 개인의 서사를 쉽게 가려버린다. 하지만 도시의 생명력은 팍팍한 생활 속에서 일상을 일구는 사람들에 의해 유지된다. 도시가 하나의 큰 건축물이라면 내부를 채우는 것은 결국 사람, 공간, 그리고 산재하는 현실의 이야기다. 전시의 주 무대는 서울.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 반세기만에 집약적 성장을 이뤘지만 끊임없는 발전 강박에 시달리는 도시이기도 하다. 전시는 “낡고 상처투성이인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건강한 도시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예술가들을 초대했다. 자본의 논리가 낡은 서울을 파헤치고 다시 세우며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동안, 도시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도시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기억하는지 공유하고자 했다. *환경과조경398호(2021년 6월호)수록본 일부
  • 보통의 존재, 잡초 ‘식물일기’ 전, 5.12.~5.18.
    도시에는 사람만큼이나 많은 식물이 산다. 길 가장자리를 따라 선 가로수, 높은 건물 앞을 치장한 정원, 창문 밖으로 옹기종기 내어놓은 화분들까지 그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보도블록 틈바구니나 갈라진 벽 사이를 비집고 자란 이름 모를 풀에 유독 오래 시선을 두게 된다. 누군가의 계획에 따라 심어지지 않아 고운 손길로 관리 받지 못한, 머무를 곳을 스스로 정해자라난 잡초는 꼭 이리저리 부딪치며 살아가는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을 닮았다. 김제민은 이처럼 주변에 아무렇게나 크고 있는 식물을 캔버스에 옮기는 작가다. 그는 대학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하다가 박재동 화백의 시사만화에 마음을 빼앗겨 동네 화실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불어난 미술에 대한 애정은 김제민을 서울대학교 서양학과에 입학시키기에 이르렀다. 지난 5월 12일부터 18일까지 갤러리도스에서 이 김제민의 식물 그림을 모은 전시 ‘식물 일기’가 열렸다. 그는 무성하게 자란 풀숲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섬세하게 묘사하기도 하지만, 작은 풀포기를 하나의 캐릭터로 의인화해 익살스러운 정경을 담기도 한다. 김제민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는 식물들 의 이미지는 실은 모두 나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고 “그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대변자이며, 나의 분신이며, 자화상”이라고 밝혔는데, 그래서일까 화폭을 넌지시 들여다보고 있으면 꼭 작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기분에 빠져든다. 리모컨을 옆에 두고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풀포기를 그린 ‘TV 좀 작작 보고’ 아래에는 “TV 좀 작작 보고 운동 좀 해라, 이 화상아!”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작가가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말로보이는데, 어찌나 친근한 상황인지 관객도 쉽게 저 게으른 식물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후략) *환경과조경398호(2021년 6월호)수록본 일부
  • 2020 코리아가든쇼 주광춘의 ‘초대장’ 대상 선정
    지난 5월 4일 ‘2020 코리아가든쇼’가 순천만국가정원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코리아가든쇼(이하 가든쇼)는 작년 10월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5월로 연기됐다. 산림청이 주최하고 국립수목원, 전라남도, 순천시가 공동 주관한 이번 가든쇼는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공간, 정원’을 주제로 10개의 정원을 선보였다. 작년 10월 한 달간 진행된 공모를 통해 10명의 작가를 선정했으며, 면적 70m2 내외의 정원 설치 비용으로 개소당 4,000만원(설계비 500만원, 시공비 3,500만원)을 지원했다. 조성을 마친 정원을 대상으로 최종 심사를 진행한 결과 주광춘의 ‘초대장(Invitation to Nature)’이 대상작(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상금 700만원)을 차지했다. 최고작가상(산림청장상, 상금 500만원)은 황신예의 ‘정원의 속도’에게, 2020년의 작가상(전라남도지사상, 상금 300만원)은 강희원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위한 정원’에게 돌아갔다. 순천 이 주목한 작가상(순천시장상, 상금 100만원)에는 권아림의 ‘유리투정원You Can Live Here, Too’과 이현승의 ‘차경: 자연을 얻는 방법’이, 코리아가든쇼 작가상(국립수목원장상, 상금 100만원)에는 심준보의 ‘클라우드 룸’, 임우성의 ‘이누이트의 새로운 겨울’, 정성희의 ‘일상풍경’, 정홍가의 ‘링’, 최윤정의 ‘리틀포레스트’가 선정됐다. 대상작은 두 개로 구획된 공간에 자연 본연의 모습과 사람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정원을 표현했다. 정원 안에 투영되는 자연의 모습과 사람들에 의해 파괴되거나 왜곡된 현실의 이미지를 담아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표현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인호 교수(신구대학교,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장)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 식물 배치가 자연스럽고 정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작품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설명했다. (후략) *환경과조경398호(2021년 6월호)수록본 일부
  • 서울국제정원박람회 만리동광장, 손기정체육공원, 중림동 일대에서 5월 14일부터 5월 20일까지
    회색 건물숲이 가득한 도심에서 세계 각국의 특색 있는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렸다. 본래 작년 10월 개막을 목표로 준비되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지속되면서 개최가 2021년 5월로 연기되었다. 아직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피로감이 누적된 시민에게 정원박람회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선사하고자 했다. 서울시와 서울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환경과조경이 주관한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의 주제는 ‘정원을 연결하다, 일상을 생각하다(Link Garden, Think Life)’다. 단절된 도시 공간을 정원으로 연결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정원을 통한 물리적 생태계의 연결, 심리적 커뮤니티의 연결, 이를 통한 도시 환경 개선과 공동체 회복을 목표로 전 세계 조경가와 정원 디자이너들과 함께 서울시만의 정원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했다. 도심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정원 5월 14일 손기정체육공원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일주일간 손기정체육공원, 만리동광장, 중림동 일대에서 오프라인 전시가 펼쳐졌다. 앤드류 그랜트(Andrew Grant)(그랜트 어소시에이츠 대표)가 선보이는 해외 초청정원(1개소, 남대문로문화공원), 6개국의 조경가가 참가하는 작가정원(5개소, 손기정체육공원), 중림동 동네정원사가 만든 ‘동네정원’(16개소, 중림동 일대), 학생들이 꾸린 ‘학생정원’(5개소, 만리동 및 손기정체육공원 일대), 영화와 카페를 모티브로 한 팝업가든(10개소, 만리동광장과 손기정체육공원), 서울에 사는 외국인 가족이 만든 ‘세계가족정원’(20개소, 만리동광장)이 조성됐다. 해외 초청정원과 작가정원, 동네정원, 학생정원은 정원박람회 기간이 끝난 후에도 존치되어 시민들의 녹색 쉼터로 쓰인다. 해외 초청정원을 설계한 앤드류 그랜트는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를 설계한 세계적 조경가다. 그가 남대문로문화공원에 조성한 ‘덩굴의그물망(The Vine’s Web)’은 도시와 정원 사이의 뗄 수 없는 공생 관계를 덩굴을 형상화한 구조물로 표현한 정원이다. 매년 조경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작가정원 부문은 국제공모를 시도해 변화를 꾀했다. 정원박람회 주제에 맞게 상생의 메시지를 전하는 정원을 조성하고자 했다. 19개국 80팀(국내 50팀, 해외 30팀)이 참여했으며,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프랑스, 한국, 홍콩 등 6개국에서 참여한 5팀이 최종 선정됐다. 금상은 테오 히달고 나체르(Teo Hidalgo Nacher)(스페인)와 데이비드 바르디(David Vardy)(영국)의 ‘분홍섬(The Pink Island)’이 차지했다. 만리재로에서 손기정체육공원으로 올라가다 보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이 정원은 두 개의 고리를 통해 자연과 인공의 무한한 순환을 은유한다. 은상에는 이반 발린(Ivan Valin)(홍콩)과 나탈리아 에체베리(Natalia Echeverri)(홍콩)의 ‘기층+꿰다’, 동상에는 제허르 달렌베르흐(Zeger Dalenberg)(네덜란드)와 캉탱 오브리(Quentin Aubry)(프랑스)의 ‘공감의 정원’, 원종호와 박태영의 ‘기억을 걷는 시간’, 홍광호의 ‘결승선, 자연의 위로’가 선정됐다(자세한 내용은 48~73쪽 참조). (후략) *환경과조경398호(2021년 6월호)수록본 일부
    • 편집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식물성 도산
    이것저것에 관심(만) 많은 D는 종종 자신의 사업 아이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날의 주제는 텃밭이 딸린 자급자족 식당. “매장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수확해서 그 자리에서 신선한 요리를 만들어주는 거지.” 큰 흥미를 못 느낀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농사가 쉽 냐?”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난 얼마 전, 직접 키운 채소로 음료와 디저트를 만든다는 카페가 생겼다는 소문을 듣고 D와 함께 압구정을 찾았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카페의 이름은 ‘식물성 도산’. 여기에서의 ‘성’은 별성星, “지구와 화성 사이에 위치한 신선함의 별”이라는 뜻이란다. 식물로 이루어진 싱그러운 행성이라니. 일단 콘셉트는 합격이다. 간판은 없다시피 하고 외관은 메탈 소재로 마감돼서 멀리서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큰 창을 통해 보이는 실내 수직 농장이 눈길을 끌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신기한듯 한 번씩 쳐다봤다. 종종 지하철 역사에서 보던 (보라색 조명이 왠지 모르게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수직 농장과는 달랐다. 하얀 프레임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채소들이 백색광 아래서 싱그럽게 웃고 있었다. 알고 보니 한 스마트팜 스타트업에서 운영하는 카페였다. 즉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쇼룸이었던 것. 디자이너가 누군지 몰라도 일단 ‘콘셉트에 진심인 편’인 건 분명해 보였다. 곳곳에 식물성이라는 콘셉트가 녹아들어 있었다. 우선 제조 음료 대부분은 식물성植物性이다. 나는 두유가 들어간 식물성블랙(라테)을, D는 매장에서 직접 기른 바질로 만든 바질파인소르베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니 카운터에서 보딩(boarding)쿠폰을 주었다. 지구에서 식물성으로 가는 우주선 탑승권처럼 디자인된 작은 종이였다. 유치하게 뭐 이런 걸……. 대수롭지 않게 받았지만 속으론 엄청 좋았다(참고로 난 콘셉트에 약하다). 카운터 옆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물속에 뿌리가 잠긴 여러 개의 화분이 마치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처럼 레일을 따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카페를 가로지르는 긴 테이블 위쪽의 절반가량은 화산석으로 빼곡하게 채워 행성의 거친 표면을 표현했다(지독한 콘셉트 같으니라고!). 음료를 기다리며 ‘풀멍’(풀을 멍하게 보는 것)하다 시선을 돌리니 매장에서 수확한 야채 상품과 수경 재배 키트가 보였다. 로메인 등의 엽채류가 신선해 보이도록 뿌리를 자르지 않은 채 포장했고, 작은 박스형의 수경 재배 키트는 모듈식이어서 개당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쓸만해 보이고, 흙은 최소한만 필요해서 키우는 데 품이 덜 들 것 같았다. 포장된 채소와 수경 재배 키트를 한참 눈으로 만지작거렸다. 급기야 제품을 검색해보기에 이르렀는데, (지금의 지갑 사정으로는 불가능 하지만) 3단 프레임을 사면 매달 5kg의 채소를 얻을수 있다는 말에 소비심이 흔들렸다. 정교하게 설계된 공간이 내 안의 잠자는 도시 농부를 깨우고 있었다. 공간, 경험, 브랜딩 이 삼박자에 놀아났다는 생각이 드는 차, 주문한 음료가 나왔음을 알리는 진동벨이 울렸다. 여담이지만 커피보단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야금야금 뺏어 먹다 결국 스푼을 하나 더 받아왔다). 한 입 먹을 때마다 파인애플 섞인 시원한 바질 향이 기분 좋게 밀려들었다. 바질을 보면서 먹어서 그랬나. “저 키트 하나 사볼까? 아니면 스마트팜 관련주는 어때?” D에게 물으니 시큰둥한 답이 돌아왔다. 라면 물 올리기도 귀찮아하는 네가 퍽이나 잘 하겠다며. 그리고 차기 식품 산업의 미래는 배양육에 있다나? 그러거나 말거나. 초록빛 행성이던진 미끼를 물어버린 나는 통통하게 물오른 바질 잎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상상에 빠져들고 있었다.
    • 윤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