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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웃거리는 편집자] 반경 안의 아름다움
    어린 시절 처음으로 마주한 서울의 아파트는 신기하면서도 조금 무서웠다. 최초의 영화라 불리는‘열차의 도착’에 나오는 증기 기관차 영상을 보고진짜 기차가 오는 줄 알고 도망갔다는 관객들처럼,초록의 시골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콘크리트 덩어리인 아파트의 위세에 기가 눌렸던 것 같다. 그러나서울 생활 십 년 차에 접어든 내게 이제 아파트는이정표나 다름없다. 행선지를 묻는 택시 기사에게주소지를 읊는 대신 집 근처 아파트 이름을 말하고, 고향집에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동서울버스터미널을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를 보며 서울을 실감하는 동시에 이상하게 안도감이 든다. 고향보다 서울이 익숙해진 것이다. 어느 때는 아파트를 보고 시간을 가늠해보기도한다. 옛날에 살던 동네를 우연히 지나다 한창 공사 중이던 재건축 아파트가 완공된 모습을 보면서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헤아리기도 하고, 집 앞아파트 벽면을 날마다 영롱한 연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을 보며 하루의 끝을 깨닫는다. 그 끝이아쉬워 연신 셔터를 눌렀는데 그럴 때마다 여의도진주아파트를 포함한 서울 아파트의 벽면을 사진으로 찍어서 남겼던 스웨덴 사진가 지넷 하글룬드(Jeanette Hagglund)의 심정을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오롯이 아파트를 관찰자 시점으로 보는 나와달리, 아파트 안의 주인공인 주민들의 삶에 주목한 영화와 잡지가 있다. 영화 ‘집의 시간들’은 입주민 시점으로 아파트의 삶을 다룬다. 재건축을 앞둔 둔촌주공아파트 주민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에게 아파트에서의 시간은 무엇이었는지 묻는다. 비온 다음 날 안개가 낀 오솔길, 정전을 알리는 오래된 등,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베란다에 비치는 햇살, 날마다 들리는 새소리와 계절마다 달라지는 우거진 숲의 풍경. 그들의 마음에 새겨진 장면과 추억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다시 이런 아파트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대답이었다. 도시에서 보기 드문 우거진 숲이 만드는 녹지 공간의 매력과 오랫동안 같은 터전에 자리 잡고교류했던 이들과 함께했던 순간은 그곳의 삶을 지탱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실제로 오래된 아파트 특성상 잦은 단수와 정전, 녹물 등 크고 작은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다른 하나는 한 대형 건설사의 웹매거진 ‘비욘드아파트먼트’다. 학군, 역세권, 공세권, 수세권 등 카탈로그에 등장하는 막연한 용어 대신 담백하게 해당 아파트 입주민의 일상을 인터뷰로 보여준다. 조깅은 어디로 가고, 단지의 영화관은 어떤지, 창밖의 소나무 정원을 보는 낙에 산다는 등 돈으로 환산되는 아파트의 경제적 가치보다 일상 속 아파트의 모습에서 생활의 가치가 읽힌다. 아울러 건축가와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설계 철학이나 지향했던가치, 완성되기 전까지 했던 고민의 과정을 보여주고 아파트 베이 변천사처럼 누구나 궁금해 하는 지식을 알려준다. 두 가지 콘텐츠에서 입주민이 공통적으로 꼽은좋은 순간은 안이 아니라 밖에 있었다. 물론 휴게공간, 주민 간의 유대, 편리한 공간 구조 등과 같은장점을 꼽는 이도 있었지만, 대개는 자연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만들어내는 장면을 최고의 순간으로꼽았다. 매일 조깅하는 산책로, 비 온 다음 날의 안개 낀 오솔길, 창밖의 소나무와 같이 일상에 깃든초록의 자연이 선사하는 장면이 그들의 삶에서 오래 기억되고 있었다. 최근 아파트 조경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실무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제주도에서 어렵게공수해 온 팽나무로 만든 숲에 애정이 깊다며, 지금보다 내일을 더 기다린다고 했다. 먼 훗날 지금보다 더 울창해진 팽나무 숲을 거닐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그리면서 한 주 한 주 심었다는 그의 선한표정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어쩌면 경치를 만든다는 뜻을 가진 조경의 본질은 인간의 가장 가까운 반경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만드는일 아닐까. 그 역할을 제대로 된 아파트 조경이 해낸다면 어떨까. 부의 증식이라고 여겨지는 아파트가 미의 증식이 되는 것은 너무 헛된 바람일까.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광장은 다수의 군중을 위해 존재하지만, 외로운 도시 산책자를 외면하지 않는다
    어른 말 들어서 나쁠 것 하나 없다. 뒤이어 쏟아질잔소리를 예고하는 말이지만, 그래도 이만한 진리가 없다. 날 위한 조언을 귀찮은 간섭으로 받아들였다가 낭패를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요새는 선크림을 꼭 챙겨 바르라는 엄마의 말을 대충 넘겨들었던 걸 실컷 후회하고 있다. 쉽게 푸석푸석해지는피부를 보며 이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선크림을 바르고, 모자를 쓰고, 성가시다고 눈길도 주지 않던양산 좌판 앞에서 서성거리기까지 한다. 그런데 열심히 온몸을 꽁꽁 감싸도 뙤약볕의 위력을 피할 수없는 곳이 있다. 열기를 흡수해 신발 밑창에 쩍쩍달라붙는 아스팔트, 녹음을 찾아볼 수 없는 회색공간, 햇빛을 그대로 반사하는 석재 포장, 고층 빌딩에 둘러싸여 도로의 열기를 밖으로 방출하지 못하는 도시의 섬. 이 모든 조건이 교차하는 지점에광화문광장이 있다. 그리스의 아고라, 로마의 포럼에서 출발한 광장은 고대 민주 사회의 기틀을 만든 공간이다. 중세에는 종교 행사를 열고 권력가의 힘을 내뿜는 공간으로 쓰였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상업 시설이들어서기 마련이고, 유럽의 도시는 자연스럽게 광장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아직 유럽 땅 끄트머리도밟아보지 못한 내게 광장은 미디어가 만든 낭만적필터가 덧씌워진 곳이다. 분수대와 그 주변을 평화롭게 거니는 작은 새, 사이사이에서 제각각의 활동을 펼치는 예술가, 각기 다른 모양이지만 하나의결로 읽히는 차양을 단 카페와 레스토랑. 내부에는사람이 있고, 둘레에는 그들을 심심하지 않게 해줄 콘텐츠들이 가득했다. 친구들의 SNS를 보면 유럽 여행은 광장을 가로질러 광장으로 향하는 일처럼 읽혔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비롯한 모든 핫플레이스로 이어지는 여정에 으레 광장이 있었다. 그런데 광화문광장은 좀 다르다. 크기나 형태에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광장이 놓인 도시의 맥락이상이하다는 말이다. 유럽의 광장이 높지 않은 건축물이 내려준 적절한 그늘에서 바투 붙은 각종 상점에 오가는 사람과 소통한다면, 광화문광장은 높은 빌딩을 성벽처럼 두른 거대한 도로 한복판에서사방을 달리는 차량이 뿜는 열기, 매연, 소음과 다투고 있다. 그 혼잡함을 뚫고 6차선 도로를 기꺼이 건너기에 이순신과 세종대왕의 동상, 작은 잔디밭이 충분히 매력적인지는 늘 논쟁의 대상이 된다.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편의와 콘텐츠를 제공하지못하고, 정치 집회나 시위가 일어날 때만 그 존재를 느낄 수 있다는 광화문광장을 향한 지적은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달 새롭게 태어난 광화문광장은 장소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방향으로 확장되어 조성됐다. 넉넉하게 마련된 녹지는 사람들을끌어들이겠다는 듯 맞닿은 건물과 골목으로부터뻗어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바닥분수에서 실컷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은 도시공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한결 활기차진 광장을 보니 즐거운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 이곳이 짊어진 부담감이느껴져 안타깝기도 했다. 넓게 비운 터는 무엇이든담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곳이지만, 항상 모든것을 담고 있어야 하는 곳은 아니다. “광장의 공간감은 의외로 모든 활동들이 소거된 ‘빈 광장’일 때잘 드러난다. 나무의 아름다움도 모든 잎이 다 지고 난 겨울 나목裸木일 때 더욱 운치 있게 보이는 것처럼, 광장이라는 공간 또한 떠들썩한 행위들이 모조리 사라진 그때가 아름답다. …… 아무도 없는이른 새벽에 빈 광장을 홀로 걷는 일은 즐겁다. 광장은 다수의 군중을 위해 존재하지만, 외로운 도시산책자를 외면하지 않는다. 어쩌면 도시에 더 많은광장이 필요한 이유다.”1 길과 마당의 문화를 곁에 두고 자란 우리는 아직광장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충분히 영글지 못한문화를 바탕으로 모두의 요구를 담은 완벽한 광장을 만들 수 있을까. 계속해서 옮겨지고 뜯겨진 광장이 이번에는 오래 살아남아 새로운 시대의 다양성을 담는 실험 장소가 되고, 그 과정에서 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새로운 광장이 발굴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광화문광장도 이곳에서만 펼칠 수 있는행위에 충실할 수 있을 테니까. 광화문광장 산책을 계획하고 있다면 나서기 전 『환경과조경』 2017년 3월호 ‘광장의 재발견’ 특집을 훑어보기를 권한다. 광장 한복판에서 일독하고 싶다면 나무 그늘과조각보 문양의 바닥 패턴을 즐길 수 있는 열린마당을 추천한다. 각주 1.박승진, “아고라포비아”, 『환경과조경』 2017년 3월호,p.19.
  • [PRODUCT] 야외용 필라테스 운동 기구 BA시리즈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야외용 운동 기구
    필라테스가 유연성과 근력을 기를 수 있고, 몸의 교정과 재활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큰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필라테스를 실내에서 하는 운동으로 생각하지만 적절한 기구만 있다면 야외에서도 즐길 수 있다. 디자인그룹 그린나래의 BA시리즈는 기존 야외용 운동 기구와 다른 특징을 갖는 야외용 필라테스 기구다. 기존 운동 기구는 기구에 의지하기보다는 본인의 근력과 몸의 에너지를 최대한 발휘할 때 신체를 강화시킬 수 있다. BA시리즈는 기구에 지지해 신체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몸의 균형을 잡아줄수 있게 돕는다. 또한 다양한 지형 위에 설치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연령대의 폭이 넓다는 점이 장점이다. 레더 체결 구조를 통해 공간을 활용한 자유로운 배치가 가능하고, 모듈이 다양해 지형에 맞추어 20종 이상의 기구를 설치할 수 있다. 5~60kg 가량의 미세한 무게 조절로 실내용 헬스 기구처럼 체계적인 운동이 가능해 모든 나이대가 함께 즐길 수 있다. BA-PL01 전신 이완 운동 기구는 필라테스 실내 기구 중 하나인 레더 바렐을 야외에서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됐다. 레더 바렐은 몸의 유연성을 늘려주는 기구로서 필라테스의 바렐 동작 시 이용한다.레더 바렐과 마찬가지로 이 제품은 둥근 부분을 이용해 척추에서 코어까지 바른 자세를 만들어주는데 도움을 준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중심으로 동작을 할 수 있어 부상 방지는 물론 재활 필라테스기구로 활용할 수 있다. TEL. 031-721-5311 WEB. gnare.co.kr
    • / 그린나래
  • [COMPANY] 자인 SNS를 통해 대중적 브랜드를 꿈꾸다
    조경 시설물 업체 ‘자인(ZAIN)’이 최근 발표한 홍보 동영상에는 조경 시설물이 없다. 산과 들, 바다, 광활한 초원과 따스한 햇살 뒤에 로고 ‘ZAIN’이 등장하며 끝난다. 멋지긴 한데 조경 시설물 홍보 영상이 맞나 싶다. 자인의 자매 브랜드인 놀이 시설물 ‘키젯’의 홍보 영상에도 놀이 시설물은 없다. 귀여운 캐릭터 ‘키젯보이’가 하늘을 날고 곤충을 채집하고 고래와 함께 바닷속을 여행하더니 ‘플레이 위드 아트(PLAY with ART)’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끝을 맺는다. 조경 시설물 시장은 대부분 B2C 거래가 아니라 기업과 기업 간에 거래되는 B2B 시장이다 보니 홍보 대상이 매우 명확하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지 않아서 보통 업체들은 홍보 영상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지금까지 시설물 광고는 잡지 지면이나 인터넷상에 제품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치중해 왔는데, 시설물을 뺀 광고 영상이라니 과감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홍보 영상을 제작한 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최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kizet_playground)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주현 대표(자인)를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트렌드를 담다 박 대표는 최신 트렌드를 홍보 영상에 담아봤다고 말한다. 그가 주목한 최신 트렌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감성이고 다른 하나는 SNS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의 저변이 워낙 확장돼 있다 보니 이를 통해 감성적 교감이 이뤄진다. 카페에 가더라도 그냥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공간인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멋진 공간의 감성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제품’보다는 ‘공간’을 소비하는 SNS 트렌드에서 착안해 시설물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홍보 영상에서 ‘시설물’보다 ‘캐릭터’에 집중한 것이다. 조경 시설물 업체가 공유한캐릭터와 홍보 영상이 SNS에서 얼마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을까. 박 대표는 이번 시도로 SNS에서 적지 않은 반응을 확인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팔로우가 늘면서 캐릭터의 대중적인 확장성을 확인했고,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도 세우게 됐다. 새로운 홍보가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홍보 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한 지 얼마 되지않아서, 아이들과 부모들이 많이 접속했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키젯을 통해 유치원이나 가게, 아니면 개인 집 마당에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소품과 놀이터를 구상하고 있다.” 자인과 키젯, 숨겨두기 아까운 ‘콘셉트’와 ‘캐릭터’올해 자인의 디자인 콘셉트는 생명체(bio), 사랑(philia), 생각(idea)을 합성한 바이오필리디어(Bio-Philidea)로, 자연과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의미한다. 자연과 인간을 위한 환경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물론 제품 하나하나에 열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키젯은 어린이 놀이 시설물 브랜드답게 탐험가를 꿈꾸는 키젯보이의 판타지 스토리를 콘셉트로 새로운 여행과 모험으로 즐거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모든 디자인은 예술적 영감에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아트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자인과 키젯의 창의적인 콘셉트를 아는 고객은 많지 않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 무한한 상상력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드는 데는 매년 꽤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지만, 조경 시설물 시장의 특성상 부각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제품보다 브랜드 이미지에 집중한 동영상을 선보인 것은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에 들인 정성이 그냥 사장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점도 한자리하고 있다. “특히 키젯은 자세히 보면 매우 재미있는 로고다. 어린이가 행성을 여행하는 콘셉트로 ‘키즈’와 ‘플라넷’을 합성해 이름을 지었는데, 주인공인 ‘키젯보이’가 기린과 부엉이 등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는 스토리로 매년 다른 장소에서 다양한 놀이를 진행하면서 많은 컬렉션이 생기고 있다.” 조경 시설물 너머 대중적인 브랜드 가능성을 보다지금까지 자인과 키젯은 조경적인 측면에서 B2B 형태의 큰 구조의 놀이 시설물만 구상해왔는데, 조경만이 아닌 어린이 가구, 소품, 놀이, 교구 등 B2C 시장으로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것은 사업적으로 의미가 크다. 이러한 확장성을 고민할 수 있었던 데는 SNS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공간과 시간 제약 없이 매일 일기장 같이 쓸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은 소통과 홍보의 공간으로 펼쳐져 있다. 소통의 개념이 바뀐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박 대표는 “옛날처럼 각본을 읽는 드라마나 예능보다는 오히려 각본 없이 일상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요즘 추세다.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좋으면 좋다고 하고 자랑하고 싶으면 자랑하고, 굳이 감추지 않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은 비단 연예인만 실천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기업이 고객들과 소통하는 방식에도 녹아 있다”고 말했다. 사실 자인이라는 이름은 애초부터 인ㆍ아웃도어 분야를 아우르는 대중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 현재는 생활환경 디자인 그룹으로 아웃도어 쪽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인도어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해서 본래의 가치를 완성해 나갈 계획이었다. 이것이 현재 자인과 키젯의 확장성을 고민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다. SNS의 시대, 감성의 시대가 조경 시설물 캐릭터의 확장성과 자인의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궁금해진다. 글 박광윤 자료제공 자인(www.dezain.co.kr), 키젯(www.thekizet.com)
    • 박광윤
  • 탄천 공공정원 천변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다
    천변의 사계절은 보통 연녹색과 짙은 초록을 띠다 갈색 빛으로 저문다. 잘 정비된 산책로가 있다 하더라도 무릎 높이까지 자란 수변 식생과 큰 나무 정도가 서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성남시 탄천 변에서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정원을 만나볼 수 있다. 지난 6월 탄천 공공정원이 개장했다. 성남시는 탄천 금곡교와 신기교 사이 고수부지의 1만2천m2 규모의 땅에 지지력이 있는 그라스와 사초를 기본 틀로 삼아 매년 꽃을 피우는 숙근초화로 조성한 정원형 공간을 만들었다. 오래 머물고 싶은 천변 금곡교와 신기교 사이의 고수부지는 정자역과 가까워 진입이 편하고, 업무 단지와 주택 단지, 5개의 초등·중학교에 둘러싸인 인구 밀도가 높은 분당의 중심지로 잠재적 활용도가 높은 곳이다. 탄천 공공정원이 조성되기 전에도 많은 사람이 걷기 좋은 산책로와 잘 다듬어진 자전거길을 찾아 이곳을 방문했다. 하지만 식생이 단조롭고 노후화된 보도블록과 잡초가 우점한 잔디밭과 쉴 자리 한 곳 없는 천변은 시민들에게 위안이 되어 주지 못했다. 스치듯 식물과 강변 풍경을 바라보며 길을 지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잔잔하게 흐르는 하천과 울창하게 자라 주변 풍경을 가리는 나무가 가득한 고수부지는 도시의 바쁜 삶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도심 휴게 공간의 잠재력을 가진 곳이다. 시는 코로나로 인해 내 집 앞도 편히 산책할 수 없는 시민들에게 위로가 되어줄 정원형 공간을 선사하고자 했다. 씨앗을 품은 식물을 형상화한 정원 일렁이는 하천의 물결과 닮은 부드러운 산책로와 그 옆을 따라 흐르는 정원은 긴 선형 공원을 이룬다. 공공정원 설계 및 계획에 자문으로 참여한 김승민(더봄 대표)은 탄천의 물줄기에서 영감을 받아 곡선형의 정원과 산책로를 디자인했다. 곳곳에 놓인 둥근 화단은 풀잎에 맺힌 물방울을 떠올리게 한다. 유속이 빠른 탄천의 범람을 고려해 언덕을 만들고 흙을 잡아줄 그라스와 사초 사이사이에 다년생 초화를 식재했다. 특히 중부 지역에서 잘 생육하며 향과 밀원이 풍부해 곤충을 유인할 수 있는 초화를 선정했다. 먹이를 찾아 날아든 나비와 벌은 정원에 생동감을 더하고 아이들이 자연 생태에 흥미를 갖게 한다. 정원에 대한 고정관념 중 하나는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은 매우 짧으며 꽃이 지면 단조로운 풍경만이 남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탄천 공공정원에는 초장(지표에서 잎의 선단까지의 길이)이 길고, 각기 다른 시기에 꽃을 피우는 식물이 적절히 섞여 자란다. 꽃이 다 진 겨울에도 다채로운 질감의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따스한 모습을 연출한다. 부드러운 곡선형 동선은 자연스러운 보행감을 느낄 수 있으며 침수에도 대비할 수 있는 견고한 황토콘크리트로 포장했다. 데크에는 벤치를 비롯해 주변 유치원생이 산책하고 자연을 공부하다 쉬어갈 수 있도록 파라솔을 설치할 예정이다. 넓은 그늘을 드리우는 대형목은 하천 범람 시 위험할 수 있어 식재하지 않았다. 금곡교 부근에 다다르면 크고 붉은 잎이 가득한 색다른 정원이 나타난다. 본래 빈 공간이었으나 김승민 대표가 대도심 아열대 기후에 적용 가능한 여름철 식재 모델을 제안하며, 묘종 종자칸나 15종 1,000본을 기증 받아 시민들과 식재해 만든 정원이다. 시원시원하게 하늘로 높이 뻗은 줄기와 커다란 잎사귀는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 뿐 아니라 청량한 분위기를 자아내 여름의 뜨거운 햇빛을 잊게 한다. 칸나 정원 주변에 만든 조형 언덕은 성남시의 지방정원 조성에 대한 염원을 담은 ‘볼수록 탄천’ 로고를 꽃봉오리로 형상화한 곳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홀로 산책을 즐기기 좋은 길이 언덕 사이로 이어지며, 동선과 잔디가 만나는 지점에서 정원이 끝나고 울퉁불퉁 잡초가 무성해 걷기 불편한 불정교로 이어진다. *환경과조경412호(2022년 8월호)수록본 일부
  • 전시의 여운을 누리는 쉼의 장소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 시간의 정원
    갑갑한 건물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다. 1986년 완공된 과천관은 너른 대지 위에 펼쳐진 산세와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과천관을 설계한 김태수(TSKP 스튜디오 파트너)는 능선 위에 단과 3개의 둥근 기하학적 요소를 놓아 산과 조화를 추구한 건축물의 구조뿐 아니라 미술관 진입로에서 건물 입구까지 걸어가는 과정에서 자연과 마주하는 경험을 중시했다. 이러한 경험은 미술관의 최고층인 옥상에서 절정에 이른다. 과천관 옥상은 미술관 내외부 공간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장소다. 중심부에서 2층의 원형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탁 트인 외곽부로 과천의 수려한 자연 풍광이 펼쳐진다. MMCA 과천프로젝트는 자연 속에 자리한 과천관의 특수성을 살리고 야외 공간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공간 재생 프로젝트다. 2021년 과천관 세 곳의 순환 버스 정류장에 조성된 ‘예술버스쉼터’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인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은 미술관의 옥상정원을 새로운 경험의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옥상 공간을 예술·생태적으로 재생해 주변 자연을 즐기고, 미술관에서의 미적 경험을 야외 공간의 자연 속 다양한 감각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예술적 장소로 탈바꿈시켰다. 시간의 정원 국내 디자인 및 건축, 미술 관련 학계 등을 통해 18팀의 작가를 추천받아 1차 심사를 거쳐 정해진 다섯 팀 중 이정훈(조호건축)의 ‘시간의 정원(Garden in Time)’이 옥상정원 프로젝트 설치작으로 선정됐다. 시간의 정원은 직경이 39m에 이르는 열린 캐노피 구조의 대형 설치 작품이다. 지붕과 옆면의 경계에 위치한 4개의 원형링이 서로 다른 각도로 교차하며, 입구에서 멀어질수록 자연 풍광이 오롯이 드러난다. 일정 간격으로 늘어선 수많은 파이프의 배열은 공간에 리듬감을 더하며, 점점 높아지는 구조물이 만든 공간감을 따라 관람객을 가장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곳으로 유도한다. 이 곳까지 걸어가는 과정에서 관람객은 다양한 조각적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시간의 정원은 과천관을 둘러싼 드넓은 자연을 더욱 극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관람객의 시야를 조율하는 시각적 장치로 작동한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정원에 투영되는 빛과 그림자의 변화는 ‘자연의 순환’, ‘순간의 연속성’, ‘시간의 흐름’ 등을 시각화하며 자연의 감각과 예술이 공명하는 시공간을 펼쳐낸다. 작가는 최소한의 물리적 구조물로써 비물질적인 자연의 감각을 현현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새롭게 빚어냈다. 자연을 눈으로 감상하는 것에서 나아가 빛, 바람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정원은 빛, 그림자, 바람 등 공감각적 요소의 변화가 관람객과 조우하여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리듬을 담은 공간화된 시간이자 시간을 품은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는 공간을 걸어 다니는 관람객 행위의 시간도 더해진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옥상정원은 의미와 가치를 지닌 경험의 장소로 변모한다. 미술관 초입부에서 입구까지 이르는 길의 감각, 작품 감상 후의 여운, 좁은 나선형의 램프 길을 돌아 마주하는 탁 트인 전경의 느낌 등이 옥상정원을 거니는 동안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미술관에 머물었던 시간의 층위가 쌓이고, 장소의 경험이 겹쳐진다. *환경과조경412호(2022년 8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일곱 빛깔의 무지개를 향하여
    인터뷰란 장르를 좋아한다. 상대를 칼 없이 칼자루만으로 손쉽게 제압하는 무사처럼 내공을 갖춘 인터뷰어의 질문과 눈을 감은 채로 상대를 감지하고 급소를 찌르듯 깊은 철학과 사유가 돋보이는 인터뷰이의 대답이 오가는 인터뷰는 그 어떤 영화보다 재밌다. 사무라이 영화에서 서로에게 칼을 겨눌 때 미묘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느린 화면처럼 마음이 동해 잠시 읽는 것을 멈추게 만드는 문장은 일종의 화룡점정에 가깝다. 독자로서의 즐거움도 있지만 때때로 활자(?) 노동자로서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을 찜해두는데, 최근 발견한 인물은(가상 인물이라서 불가능하겠지만) 바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다.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이름이 같은 우영우 변호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로서 서울대학교와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으며, 현재는 대형 로펌 한바다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중이다. 읽었던 모든 것을 기억할 정도로 영민하고, 하루 종일 고래에 관해서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고래를 좋아한다. 쌩쌩 돌아가는 회전문을 통과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혼자서 생수병의 병뚜껑 따는 것을 어려워한다. 다소 엉뚱하고 조금 부족한 면도 있지만 변호사로서의 태도는 누구보다 진지하다. 돈보다는 법 앞에서 진실을 규명하고자 노력하고 의뢰인의 심정과 상황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변호사다. 이런 인물이 실존한다면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서사보다 그가 직업인으로서 가진 귀한 마음가짐에 주목하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채널 ‘미션잇(Missionit)’을 알게 됐다. 이 채널의 미션잇 인사이트 인터뷰 시리즈는 휠체어 댄서, 역사 교사, 발레리나, 유튜버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장애인을 인터뷰한다. 영상을 통해 그들의 직업에 대한 관점과 철학을 비롯해 장애에 관한 통찰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짧은 인터뷰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인터뷰이들은 공통적으로 장애라는 특성에 주목하는 대신 자신에 가진 강점에 집중하고, 업에 대해서 누구보다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고 있었다. 인터뷰이 중 한 명인 유튜브 채널 ‘함박TV’ 운영자 함정균은 휠체어 이용자로서 직접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환승하는 모습을 촬영해서 보여줌으로써, 장애인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알려주는 동시에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는 환승역 엘리베이터 위치 등 유용한 정보를 전달한다. 시각 장애인 역사 교사 류창동의 장애에 대한 명쾌한 해석도 인상적이었다. “장애인을 낯선 사람, 나와 다른 세계, 다른 생각, 다른 이상을 사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장애로 인해 방법이 다를 뿐 결국 방향은 똑같은 사람이다.” 이번 호에 소개한 모두의 놀이터 원고를 읽으며 저 문장을 떠올렸다. 결국 통합놀이터의 본질은 다른 방법을 가진 이들을 같은 방향으로 모으는 일인지도 모른다. 물론 여전히 한계도 있다. 현실적으로 아직 모든 장애 유형의 어린이가 놀기에 부족한 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김연금 소장이 주장했던 것처럼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 환경을 도시적으로 구축하는 일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놀이터가 조성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놀이 환경을 만드는 동시에 놀이터의 본질을 바라보는 다양한 언어가 생겨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런 세상이 온다면 굳이 통합이란 단어를 쓰지 않아도 놀이터에서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노는 게 낯선 게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비 온 후 모습을 드러내는 무지개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한 가지 색깔만이 빛날 때가 아니라 일곱 가지 색깔 모두가 함께 빛날 때다. 무지개 끝에 도달하면 보물이 있다는 전설처럼 부디 미래에는 어린이들이 차별 없이 뛰어놀 수 있는 아름다운 무지개 같은 놀이터에서 재미라는 보물을 찾을 수 있기를 꿈꿔본다. [email protected]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사람들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L과 함께한 3일 중 반나절을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데 썼다. 사실 거짓말이다. 실제로 문답을 나눈 건 세 시간이 채 못 된다. 적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글이 아닌 경우, 이런 식으로 약간의 부풀림과 허영을 섞어 쓰곤 한다. 더 극적이고 흥미롭게 읽히니 말이다. 늘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라고, 풍미를 더하는 조미료 같은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이날의 대화도 비슷했다. 우리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실패를 이겨낸 경험이 있나요. L의 답변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교묘히 오갔다. 면접 준비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평범해 보이는 일련의 물음에 답할 때는 몇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두 번째 질문을 예시로 들면, 장점은 무엇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단점은 신중히 골라야 하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설명하는 데서 그치면 안 된다. 어떻게 극복하려고 애쓰는지가 핵심이다. 일을 마감까지 미루다 한꺼번에 해치우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계획표를 짜고 그 과정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같은 식으로. 실패를 이겨낸 경험담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넓지 않은 세월의 밭에서 적당한 소재를 골라 도마 위에 올려놓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재미없어 보이는 부분을 자르고 양념해 조리하다 보면, 조별 과제 분투기가 건국 신화처럼 거창해지기 일쑤다. 공장처럼 자기소개서를 찍어내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열 편 정도는 회사 특성에 맞춰 공을 들여 썼지만, 낙방이 거듭되니 계속 이 작업을 반복하다간 정신이 고장나겠구나 싶었다. 취업 시장에서 높게 평가하는 틀에 맞추어 내 이야기를 다듬고 깎아내다 보면 어느새 나와 닮았지만 똑같진 않은 제2의 인물이 글 속에서 활보하고 있었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 속 인물처럼 직업의식이 투철하고 매력적이었지만, 들여다보고 있자면 발가벗겨진 채 길 위에 서 있는 기분에 빠지게 했다. 그 수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국 만능 ‘자소설’(자기소개서와 소설의 합성어)을 하나 만들고, 때에 따라 조금씩 바꿔 썼다. 좋은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마음은 덜고됐고, 90퍼센트의 진실에 10퍼센트의 거짓을 더한 글은 나를 지금 이곳으로 데려다주었다. 자소설은 이제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뜻을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익숙한 단어가 된 지 오래다. A4 한 장 반도 채 안 되는 이 지면을 채우려고 추악한 옛 자기소개서를 꺼내 봤다. 얼굴이 홧홧해지겠지 싶어 열을 식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와 심호흡을 두어 번 한 후 글을 읽어 내려가는데 생각보다 덤덤했다. 거기에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조금은 더 나은 나, 언젠가 꼭 닿고 싶은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었다. 거짓의 농도를 조절하려 애쓴 흔적을 발견하면 좀 창피하기는 했지만 웃음이 났다. 영화 ‘만추’의 대사 “왜 남의 포크를 써요?”를 인용하며 사람들이 오랫동안 가슴 속에 묻어온 외침을 터트리게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는 구절에서는 이때가 좀 그립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에 다다르자 조금 씁쓸했다. 자소설 속 나의 모습은 아무 의미 없는 가짜일 뿐인가. 며칠 뒤 TV에서 흘러나온 대사 때문에 휴대폰 액정에 머무르던 시선을 브라운관에 빼앗겼다. “사람들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드라마 ‘안나’) 마음속에 적어둔 질문에 대한 마땅한 답은 아니지만, 이 문장이 위로처럼 다가왔다. 자전적 소설을 써온 필립 로스의 책을 다수 번역한 정영목은 “그는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려고 소설을 쓴다. 뒤집어 말하면, 소설로 쓰지 못한 일은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1이라고 말한다. 자소설 쓰는 일 역시 자기 성찰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 늘 부족하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나의 행동에서 의미를 찾고 서사를 부여하는 일은 내가 추구하고 싶었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고 잊고 있던 바른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휘청거리는 나를 바로 세워준다. 또 가끔 허상에 기대는 일은 지친 몸을 일으키는 힘이 되어주기도 하니까.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골똘히 들여다본 내 안의 이야기와 이를 정리한 글이 서류 탈락의 고배에도 나를 성장시키는 작은 발판이 되었다고 믿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고백하자면, 이 글에도 90퍼센트의 진실과 10퍼센트의 거짓이 섞여 있다[email protected] 각주 1. 정영목,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 문학동네, 2018, p.25.
  • [COMPANY] 다원녹화건설 조경의 경계를 넘어 끝없는 진화를 꿈꾸는 기업
    다원녹화건설은 1992년 설립되어 비탈면 녹화 공사, 보강토 옹벽 공사 등 생태 환경 복원을 통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국토를 만드는 데 힘써왔다. 특히 2007년 개발한 ‘코매트(Co-mat)’는 성토와 절토로 인해 생긴 비탈면을 친환경적 방식으로 녹화하는 법을 제시했다. 자연 분해성 섬유를 이용해 기반재의 응집력과 근계 발달을 유도하는 이 공법은 건설신기술 제461호, 환경신기술 제158호에 등록되어 다원녹화건설의 기술력과 가치를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고, 수익성이 높아 회사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녹화 사업은 조경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은 편이다. 김용각 회장(다원녹화건설)은 현재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했고,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김대중 대표를 불러들였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전략기획실을 꾸려 현재를 점검하고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일이었다. 다원녹화건설의 역량과 강점, 시장 환경 등을 분석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조경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객관적인 눈으로 회사를 바라보게 했다. 6개월에 걸친 수차례의 검토 끝에 내놓은 답은 신사업으로의 확장이었다. 김대중 대표는 “기존의 환경 복원 사업이 조경과 맥이 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 확장을 결심했다. 더불어 기존 시공 중심의 사업 영역에서 밸류체인(value chain)을 어떻게 넓힐지 고민했다. 방법은 크게 조경 시공의 전 단계로의 확장과 후 단계로의 확장으로 나뉜다. 특히 전 단계로의 확장은 원자재 생산에 해당된다. 그런데 조경은 살아 있는 식물을 다루는 분야다. 식물이 정해진 규격에 맞춰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다 보니 농작물처럼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변동이 심하다. 넓은 수목 농장과 수목을 관리하는 시스템, 노하우를 보유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목을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구매력을 갖추는 편이 효율적이라 판단했다. 매출 규모 자체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꾀하고, 구매 협상권을 갖추는 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사업 확장 이후 다원녹화건설은 매출과 규모 면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이에 주변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수목 하자에 대한 염려가 많았다. 김대중 대표는 “보통 완공 뒤 2~3년 지난 시점까지 하자에 대한 의무가 주어진다. 2018년에 본격적으로 주택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는데, 2020년부터 하자가 발생한 현장이 누적되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현장 수가 상당히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유지·관리에 미리 신경을 써둔 덕분에 그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다원녹화건설에는 나무의사와 경력이 많은 소장급의 직원 8명으로 구성된 CS팀이 있다. 이들은 건설사, 관리사무소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뿐 아니라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힘쓴다. 현장을 직접 오가며 하자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직원들을 훈련시키고, 이를 매뉴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지 않지만, 하자가 발생한 후 수습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사업을 확장하고 급격하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던 이유는 낮은 하자율 덕분이다.” 김대중 대표는 다원녹화건설의 가장 큰 강점으로 ‘사람’을 뽑는다. 그는 “최근 조경학과를 졸업한 학생도 조경 일을 하지 않으려하고, 조경으로 진로를 결정한 사람들도 시공 회사를 제일 후순위에 두곤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다원녹화건설을 택한 직원들을 귀하게 여기고, 열심히 훈련시켜 우리만의 색을 입히고자 노력한다.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들어 성장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직원 개개인의 특성을 깊이 파악하고, 어떤 면이 장점이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정확히 지시해주려고 노력한다. 더불어 고정된 팀을 운영하는 대신 서로 부족한 면을 보완할 수 있는 직원들로 구성된 팀을 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한다. “책이나 매뉴얼로는 공부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프레젠테이션 능력, 현장에서의 지휘력, 건설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등을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체득할 수 있도록 팀구성을 조율하고 있다.” 지난 7월 15일 다원녹화건설은 창립 30주년을 맞이해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열어 다원녹화건설을 함께 만들어 온 임직원과 그 걸음에 함께해준 협력 업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성공을 거둔 만큼 쉬어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김대중 대표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그는 “틀을 깨는 것을 좋아한다. 세상에 나를 맞추기 보다는 세상을 바꾸는 데 더 쾌감을 느낀다. 그만큼 어려운 일들을 겪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얻는 성취감이 더 크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개발 사업을 차츰 진행하고 있다. 늘 건설업에서 맨 마지막 단계에 진행되는 조경 시공을 하며 겪은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이 사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발주처가 무시할 수 없는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추고자 한다. 현재 신사업을 기획 중인데, 조경뿐 아니라 더 넓은 범위에서 그 대상을 찾고 있다. 업의 영역과 틀을 깨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글 김모아 사진 다원녹화건설 TEL. 02-539-8344 WEB. dawonland.co.kr
  • [PRODUCT] 무장애 통합형 야외 운동 기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쓰는 야외 운동 기구
    비장애인에 초점을 맞춘 야외 운동 기구는 장애인들이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디자인파크의 무장애 통합형 야외 운동 기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공원 BF인증 기준에 부합해 야외 운동 기구에 소외됐던 장애인에게 운동의 기회를 제공한다. 비장애인도 함께 이용할 수 있으며 장애인용 운동 기구와 함께 일반형 운동 기구를 조합해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무장애 통합형 야외 운동 기구는 휠체어 규격에 맞춘 설계로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 재활자 등 휠체어 이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주요 색인 파란색은 물체를 가볍게 인식하게 만들어 운동의 부담을 덜어주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운동 기구와 연결된 포스트 양쪽에는 안내판이 부착되며, 포스트 측면의 PC패널에 다양한 문양, 로고 등의 이미지를 삽입할 수 있다. 안내판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위치와 문구를 설정했다. 또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주변이 어두워지면 포스트 상부의 LED가 점등되도록 했다. TEL. 1577-0343 WEB. www.designpark.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