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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상상력을 키우는 ‘안녕! 보노보노 조합 놀이대’
만화 속 주인공들과 함께 뛰어놀다
어린이 놀이터는 인지 및 언어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사회 정서 및 신체 발달을 위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그래서 놀이터는 어린이가 맘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될 필요가 있다. 조경 시설물 브랜드 ‘미소’는 기존 놀이터 디자인에서 탈피해 친근하고 창의적인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불러일으키고, 아이들에게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놀이 시설물을 선보이고 있다.
미소의 ‘안녕! 보노보노 조합 놀이대’는 애니메이션 ‘보노보노’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해당 애니메이션 주인공 보노보노가 사는 숲을 놀이터로 재현했다. 커다란 트리하우스와 자연 소재를 활용한 놀이 시설물 등은 보노보노가 사는 숲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곳곳에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조형물로 설치해 찾아내는 재미를 제공하고, 캐릭터 조형물과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어 일종의 포토존 역할을 한다. 트리하우스 안 반원형 곡선의 계단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어 어린이의 신체 능력 향상과 더불어 인지 발달에 도움을 준다. 2층에는 원통형 슬라이드를 설치해,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며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주요 놀이 공간인 트리하우스 내부에 아이들이 여름철의 뜨거운 햇빛을 피해 휴식할 수 있도록 놀이 테이블 세트를 설치했다.
TEL. 070-7797-8344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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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 현대건설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다
김용대·이한희·이정열·최승현 인터뷰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은 현대건설이 추구하는 일상의 곳곳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다채로운 삶의 경험을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적용한 단지다. 블루밍 아일랜드, 다이내믹 필드, 그랜드 포레스트로 단지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차별화된 방향성을 제시했다.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의 조경 시공을 담당했던 김용대 현장 소장(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이한희 매니저(현대건설 익스테리어팀), 이정열 차장(장원조경), 최승현 부장(조경사엔앤씨)을 만나 조성 과정의 뒷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자연, 사람, 쉼
김용대 소장은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을 ‘자연’, ‘사람’, ‘쉼’이란 키워드로 설명했다.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인천의 자연을 담고 입주민들에게 여유로움과 쉼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고자 했다. 뛰어 놀고 운동하는 동시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동선을 만들었다.” 이는 김소장의 시공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학교, 회사 등에서 열심히 달리고 다시 돌아오는 곳이 집이다. 집은 편안하고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는 집뿐 아니라 단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쉼과 여유를 더 크게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아파트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공들인 공간 중 하나로 어린이 놀이터를 꼽았다. “삼각형 형태의 대형 정글짐이 있는 어린이 놀이터를 조성했다. 처음에는 어린이들이 이 놀이터를 좋아할지 의문이 있었다. 특히 다른 놀이터와 달리 규모가 크고 높이가 높아 어린이들이 잘 놀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오픈하니 다른 동네 아이들까지 놀러와 즐겨주었다. 한 아이가 꼭대기까지 과감하게 올라가니 다른 아이들도 따라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시작은 두렵지만 한 발짝씩 나아가는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환경과조경422호(2023년 6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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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메타버스로 보고 듣고 즐기기
“I’m on the Next Level……” 케이팝을 자주 듣는 사람이라면 이 가사에 한쪽 팔을 꺾어 ㄷ자를 만들 것이다. 에스파의 ‘Next Level’로, ㄷ자 춤과 함께 유행을 선도했던 노래다. 에스파는 지금까지 의 아이돌과 다른 독특한 콘셉트와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메타버스를 결합한 아이돌이다. 그룹명 에스파(aespa)는 아바타(avatar)와 경험(experience)의 앞 글자를 딴 ae와 양면이라는 뜻의 aspect를 결합한 명칭이다. 3D를 기반으로 창조된 가상 세계인 플랫(FLAT)에서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 아이ae를 포함한 8인조(인간 멤버 4명+ 아바타 멤버 4명)로 활동하고 있다.
에스파의 데뷔 티저 영상은 꽤나 충격이었다. ‘아바타가 멤버라니, 메타버스가 콘셉트가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적잖이 놀랐다. 영화나 드라마에 실제와 혼동하기 어려울 정도의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이 적용되는 것에 적응하고 있던 찰나인데, 아이돌의 활동 방식에까지 기술의 여파가 미치다니, 심지어 아바타가 실제 사람과 대화하고 춤을 추다니. 이런 기술은 볼 때마다 놀랍다.
사실 메타버스를 처음 접한 건 중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때 가입자가 3,6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플랫폼인 싸이월드다. 집에 돌아오면 컴퓨터를 켜 싸이월드에 접속했다. 내 취향을 엿볼 수 있는 1평도 안 되는 미니홈피와 아바타. 미니홈피에 들어가면 어젯밤에 누가 어떤 말을 남겼을까하는 기대감으로 먼저 방명록과 일촌평을 확인했다. 한 명도 방문하지 않은 날도 있었고, 꽤 많은 지인이 찾아온 적도 있었다.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친구들과 서로의 미니홈피를 하루에 열 번씩 방문하자는 딜(?)을 하기도 했다. 싸이월드에선 현금 역할을 하는 도토리가 있었는데, 명절에 받은 용돈의 3분의 1로 이 견과 전자 화폐를 샀다. 배경음악BGM을 사는 데 대부분의 도토리를 투자해 내 심정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으로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곤 했다. BGM보다 공을 들인 부분은 일촌명이다. 일촌명은 일촌을 맺는 사람 이름 앞에 수식어처럼 적히는 것인데, 드립력(?), 창의력 혹은 그 사람과의 관계성을 엿볼 수 있었다. 새로 일촌을 맺는 사람과는 사전에 몇 가지 후보를 가지고 어떤 일촌명으로 설정할지 꽤 진지하게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싸이월드와 많은 시간도 보내고 추억도 쌓았는데, 이 미니홈피가 메타버스의 일종이라는 건 최근에 알았다. 당시는 메타버스라는 단어도 생소했고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다. 나에겐 방과 아바타를 꾸미고 BGM을 고르는 하나의 재미였다. 그래서 인지를 못했던 것 같다. 최근에 들어서야 인공지능AI, CG, 메타버스 등이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자주 쓰는 용어가 됐다.
4월 1일,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이하 순천만박람회)가 개최됐다. 취재 차 순천만박람회에 방문했다. 자료 조사하던 중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바로 메타버스로 순천만박람회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기해서 바로 메타버스 박람회에 접속했다. 아바타에 별명을 설정하면 입장 준비 완료. 그린아일랜드를 걸으며 박람회장인 순천만국가정원으로 들어간다. 박람회장 곳곳을 둘러봤는데, 여러 공간 중 경관정원과 노을정원에서 아바타를 조작하던 손가락을 멈췄다. 그래픽으로 구현된 노을과 화려한 꽃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직접 가보니 오천그린광장과 그린아일랜드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 메타버스로 담지 못하는 광활함과 청량감이 나를 반겼다. 오천그린광장 잔디밭에 앉아 광장을 살펴보았다. 건물 속 꽉 막힌 풍경과 달리 뻥 뚫린 이곳은 편안해 보였다. 돗자리를 깔아 피크닉을 즐기고, 자전거로 동천을 내달리고, 그린아일랜드를 산책하는 모습들은 메타버스가 아닌 그곳에 직접 가야 만끽할 수 있는 풍경이란 걸 깨달았다.
수많은 메타버스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 가볼 수 없는 곳을 체험해보기도 만나기 어려운 이를 접하기도 한다. 『환경과조경』도 메타버스로 보는 상상을 해봤다. 소개되는 공간을 그래픽으로 구현해 둘러보고, 필자들을 화상으로 만나는 등 잡지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구절을 형광펜으로 밑줄 긋는, 이미지를 오려 따로 보관하는, 종이를 넘기면서 읽는 그 특유의 책 맛을 메타버스로는 재현하긴 어렵지 않을까. 책으로 펼쳐보는 상상력은 무한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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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만약 아무도 묻지 않는다면 나는 알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여러 동네를 쏘다닌 결과를 바탕으로 나만의 지도를 만들고 있어야 했다. ‘우리가 행동하면, <모두가이동할지도>’를 발견한 4월 중순부터, 미리 계획을 세웠더랬다. 모두가이동할지도는 기부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 하나로, 이동 약자를 위한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 경사로가 설치된 곳, 매장 입구에 턱이 없는 곳의 사진을 찍어 카카오맵에 업로드하면 참여가 완료된다. 인증된 장소에는 카카오맵 내에 ‘이동약자접근’이라는 표시가 생긴다. 설계공모 지침과 설계 설명문에서 배리어프리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보며 내 일상 속 장소가 얼마나 이동 약자에게 친화적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건 예상과 달리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슈퍼항체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로 인해 어그러졌다. 2023 순천만박람회를 다녀온 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목이 따끔거린다 싶더니 확진이었다. 격리를 마치고 나니 마감이 코앞, 멍한 머리로도 이대로 글감을 찾지 못하면 망하는 상황이라는 건 인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초조한 내 앞에 구원자처럼 나타난 게 바로 『조경개념사전』(123쪽 참조)이었다.
세상엔 수많은 종류의 책이 있지만, 사전은 유독 특별하게 느껴진다. 어떤 단어를 찾기 위해 책장을 뒤적이고 넘기는 행위 자체를 포함한 개념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얇은 종잇장을 넘기면 나던 바스락대는 소리와 오래된 종이 특유의 냄새를 떠올리게 하는, 내게는 그 어떤 인쇄물보다 단연코 아날로그적인 대상이다. 갑자기 무슨 사전이냐 할 수 있는데, 2022년은 한국에 조경이라는 학문이 들어온 지 5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를 기념하며 여러 행사와 사업이 진행됐는데, 『조경개념사전』 편찬 작업도 그중 하나였다. 의아했던건 조경용어사전이 아닌 조경개념사전이라는 점이었는데, 서문에서 “단순한 용어 정의나 낱말 풀이식의 책이 아닌 하나의 용어에 담겨 있는 다중적인 가치와 미래 전망을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책”으로 집필 방향을 설정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향점에 따라 『조경개념사전』은 조금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됐다. 우선 차례가 두 개다. 가나다순 차례 뒤에, 영역별 차례라는 독특한 형태의 목록이 있다. 여섯 개의 영역은 조경학의 기본 갈래에 따라 설정되어 있어서, 영역별 목차를 따라 읽으면 조경의 한 분야를 가볍게 훑어볼 수 있다. 보통 사전이 단어의 뜻과 예문, 유의어, 반대어 등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이 사전은 길게는 8쪽에 달하는 긴 글과 참고 이미지로 단어를 설명한다. 필요에 따라 다른 사전에서 정의한 단어의 뜻을 적어 놓기도 했다. 읽을거리가 꽤 되다보니 찾는다는 표현보다 그야말로 읽는다는 표현이 훨씬 어울리는 사전이다. 시집처럼 마음 내킬 때 꺼내어 손 가는 지면부터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사전에 담긴 단어의 수는 총 126개다. 차례에서 호기심을 일게 했던 단어는 조경과 큰 관련이 없어 보이거나 품고 있는 뜻이 너무 방대해 어떻게 해설했을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 일반 명사들이 었다. 그중 하나가 ‘맥락’이었는데, 펼쳐본 지면에 쓰인 설명이 꽤 근사했다. “맥락(context)은 라틴어(contexere)에서 유래했다. 조경 디자인이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는 절대 없다. 조경이 다루는 외부 공간을 둘러싼 환경이 항상 존재한다. 조경 재료와 패턴, 공간의 형태와 활동은 맥락 안에서 직조되고, 이는 다시 주변 환경의 일부가 된다.”
물론 이 사전은 조경이 무엇인지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건 조경이 무엇인지 묻는 행위를 계속할 수 있는 유형의 작업물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다. 시간이 무엇이냐 묻는 질문에 아우구스티누스가 내놓았던 답이 떠올랐다. “만약 아무도 묻지 않는다면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누가 설명을 하라면 나는 알지 못한다.” 뒤늦게 전염병에 시달리다 막 빠져나온 탓일까, 마주치는 모든 문장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싶어진다. 우리가 조경을 모르는 까닭은 누군가 묻고 있기 때문이다. 조경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이 다양해진다면 더욱 좋겠다. 개정판, 확장판, 애장판 등 답할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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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햄프로
건강하고 밝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
햄프로는 보다 밝고 건강한 사회를 꿈꾸는 기업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장영 대표(햄프로)는 우선 주변을 세심히 둘러봤다. 출생률이 낮아지면서 아이들의 발길이 뜸해진 어린이 놀이터, 반면 갈 곳이 없어 골목을 전전하다 근린공원의 작은 벤치에 장기판을 펼치고 앉은 노인들이 보였다. 눈에 띄지 않아 안부가 궁금해지는 이들도 있었다. 2020년 기준, 전체 인구 대비 등록장애인 수는 약 5.1%다.1 국민 20명 중 1명이 장애인 인구에 해당하는데, 이들을 쉽게 볼 수 없다는 건 장애인이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뜻과 같다. 출생률이 더 낮아지거나 현상을 유지한다면, 어린이 놀이터는 아이들이 찾는 순간에만 빛나는 공간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동네 놀이터와 운동 공간이 여러 세대와 다양한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함장영 대표의 상상은 새로운 제품 출시로 이어졌다.
‘웰라이프 놀이터’는 특정 사용자를 위해 특화한 기구가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 어린이의 놀이 욕구를 해소하는 놀이 기구(어린이용), 체력 단련을 위한 일반 운동 기구(일반용), 시니어에게 적합한 기구(시니어용)를 모두 갖춘 제품군이다. 목적이 다른 제품을 섞어 설치해도 잘 어우러지도록 회색 스틸과 목재를 공통적으로 사용해 디자인했다. 어린이용의 경우, 아이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일반용, 시니어용과 같이 간결하게 디자인하되 산뜻한 색상과 동물 그래픽을 더했다. 함장영 대표는 “일반적인 운동 공간이나 놀이터의 경우, 특정 이용층만 쓸 수 있는 기구로 이루어져 있어 활용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러 기업의 제품이 섞여 있으면 유지·관리가 어려울 뿐 아니라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체계적 시스템을 갖춘 제품군을 개발해, 한 장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 유지·관리가 용이하도록 했다. 특히 어린이용 놀이 기구는 친환경적이고 인체에 무해한 소재를 사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따라서 제품을 디자인하고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소재를 선택한 후 그 소재에 맞게 제품을 구성하고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웰라이프 놀이터의 기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운동 기구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퍼걸러와 운동 기구를 접목해 일석이조 효과를 꾀한 ‘퍼걸러형 종합운동기구’가 있는가 하면, 실내 운동 기구처럼 중량을 조절할 수 있는 숄더프레스와 벤치프레스 기구도 있다. 시니어용 운동 기구도 가볍게 신체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운동 기구 등을 포함한 웨이트 기구까지 그 구성이 다채롭다.
다양한 운동 기구를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햄프로가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조경 시설물뿐만 아니라 건강 관련 운동 기구를 생산해온 덕분이다. 운동 기구의 경우 실내용과 야외용으로 세분해 통합적인 개발을 해왔으며, 유아용부터 어린이용, 중/장년층용, 시니어용, 장애인용 등 전 국민이 체계적으로 각자의 체형과 매커니즘에 맞게 운동할 수 있는 기구를 개발해 보급해왔다. 그 노하우와 조합 놀이대를 결합한 결과물이 ‘공감 놀이터’다. 공감 놀이터는 세대와 장애를 넘어 모두가 함께 어울려 놀이와 운동을 즐기는 공간으로 계획됐다. 어린이 전용 놀이 기구로 구성된 ㄷ자, ㄱ자 형태의 놀이대가 기본 틀을 형성하고, 벽면과 주변에 ‘스텝건너기’, ‘링 작게 움직이기’, ‘앉았다 일어나기’ 등 시니어와 어린이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놀이 기구가 결합되어 있다. 여러 시뮬레이션을 통해 휠체어 이용자나 신체 약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보행 동선을 놀이 기구 사이에 마련했다. 함장영 대표는 앞으로도 노인 세대와 장애인을 위한 공간을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어린이 인구는 줄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기보다 다양한 세대와 여러 사회 약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재개발 지역이나 신규 조성 단지에 ‘어린이 놀이터’뿐 아니라 이처럼 다양한 사람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감 놀이터’가 설치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독일에는 CCTV보다 더 좋은 감시 효과를 가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다는 말도 있지 않나. 한 장소를 여러 세대가 즐기게 되면 서로를 보듬어주며 소통할 수도 있고,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햄프로는 앞으로 그간 쌓아온 경험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세대별 맞춤형 운동 기구를 스마트화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햄프로의 연구개발팀은 사용자의 생체 리듬을 파악하고 점검할 수 있는 기구를 연구하고 있다. 더불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탄소 발생량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자체 활용하는 친환경 조경 시설물을 개발할 예정이다. 기존 시스템을 점검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박차를 가한다. 함장영 대표는 “A/S 체계를 개편해 햄프로의 제품에 이상이 생길 경우, 서울·경기 지역은 24시간 이내, 그 외 지방은 2~3일 내에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크지 않은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자리에서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 덕분이다. 특히 햄프로는 연구개발팀을 격려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기본적 근태 상황 외에는 간섭하지 않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전시회, 견학, 세미나 등에 참석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 그 덕분인지 연구개발팀 직원의 근속년수가 상당히 높다. 햄프로와 같이 색다른 아이디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기업이 더 많이 생겨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글 김모아 자료제공 햄프로
각주1. 한국장애인개발원, 『2020 장애통계연보』,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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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숲 속의 무장애놀이터
자연과 미로 속에서 모험심을 키우다
자라나는 어린이는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특히 놀이터는 어린이들이 꿈과 상상력을 키우는 공간으로, 어린이라면 누구나 제약 없이 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안디자인은 이러한 아이들이 작은 공간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와 연결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인다.
아이안디자인의 무장애놀이터는 모든 어린이가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특히 부엉이 조합 놀이대는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부엉이 형상을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으며, 자연 소재 등을 활용해 풀냄새가 가득한 숲 속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을 자아낸다.
부엉이 조합 놀이대의 주요 놀이 공간은 세 개의 층으로 구성된다. 1층 놀이 공간은 데크가 없어서 휠체어를 탄 어린이도 자유롭게 드나들며 놀이를 즐길 수 있다. 2층은 바닥을 로프로 만들어 아이들이 모험심을 키울 수 있도록 했고, 3층에서는 대형 슬라이드를 설치해 어린이들이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며 스릴을 맛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주요 놀이 공간 주변에 조성한 다양한 높낮이의 언덕과 미로 시설물은 아이들의 활동성을 키운다. 뜨거운 여름철에는 아이들이 해를 피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선셰이드 그늘막을 설치했다.
TEL. 02-2069-2422 WEB. www.aiandesi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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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으로 읽는 조선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조선, 병풍의 나라 2’ 전
흔히 전통 혼례, 제사 등 엄숙한 행사의 배경으로 사용되는 병풍은 때론 중심이 되지 못하고 희미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을 비유할 때 쓰인다. 하지만 병풍은 예로부터 족자, 화첩, 두루마리 등과 같이 한국의 회화장르 중 하나였으며, 조선은 병풍의 나라로 불릴 만큼 병풍으로 제작된 회화 작품이 많다.
조선시대의 병풍은 한옥에서 유용한 인테리어 요소였다. 온돌 구조의 난방을 사용하는 한옥은 특성상 벽에 윗바람이 들 수밖에 없는데, 병풍은 이 윗바람을 막는 가림막 역할을 했다. 또한 접었다 펼 수 있어 파티션처럼 공간을 쉽게 분할할 수 있다. 기능성과 함께 미감을 갖춘 병풍은 마치 현시대의 미드 센추리 모던 양식의 소품처럼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인테리어 소품이었다.
보통 전통 회화 전시는 화가나 작품에 집중하지만,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린 ‘조선, 병풍의 나라 2’는 병풍이란 장르에 집중했다.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전시에서는 15개 기관 및 개인이 소장한 50여 점의 병풍을 모아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사용 및 제작 주체에 따라 나눈 민간 병풍과 궁중 병풍, 제작 시기에 따른 근대 병풍을 소개해 조선 병풍의 계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민간 병풍에서는 개성 넘치는 미감과 자유분방한 형식을 느낄 수 있고, 궁중 병풍은 조선 왕실의 권위와 품격을 드러내며, 전통을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계승한 한국 근대 화단의 일면을 병풍으로 보여준다.
개인과 나라, 시대적 변화를 읽다
민간 병풍의 자유분방한 표현 방식에서는 양반, 서민 등 다양한 개인들의 소망과 취향, 그리고 개성이 읽힌다. ‘평생도8폭병풍’은 문관으로 급제한 상류층 사대부 양반의 일생을 그린 병풍으로 과거 시험 급제, 결혼, 관직 생활, 노후 등 전형적인 삶의 통과 의례를 다루며 관료의 성공적인 삶에 대한 염원을 담아냈다. 다양한 동·식물이 조화롭게 그려진 ‘백납도10폭병풍’과 원숭이, 코끼리 등 이국 동물을 포함해 다양한 동물을 그린 ‘백수도10폭병풍’에는 당시 유행한 박물학의 영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외에도 효·제·충·신 등 유교의 핵심 가치를 드러내는 문자를 타이포그래피처럼 병풍에 그려 넣거나, 『구운몽』이나 『삼국지연의』처럼 인기 소설의 내용을 묘사한 그림을 병풍에 그려 독특한 개성을 보여줬다.
*환경과조경421호(2023년 5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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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통신원, 함께 내딛은 첫 걸음
제39기 환경과조경 통신원 간담회
제39기 환경과조경 통신원 간담회가 4월 8일 그룹한빌딩에서 개최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온라인으 진행되다가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돼 그 의미가 남달랐다. 환경과조경 통신원은 지난 1985년부터 39년간 이어져 온 전국 최대 규모의 조경 관련 대학생 네트워크로, 각 대학 소식과 지역 정보를 월간 『환경과조경』, e-환경과조경을 통해 전달해왔다. 또한 선후배 간의 교류를 통해 조경 관련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설렘과 열정 가득한 첫 만남
환경과조경은 매년 통신원 임기를 시작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선·후배 통신원들이 모이는 오리엔테이션으로서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1부 공식 행사와 2부 선배 통신원들과 함께하는 커리어 데이로 진행됐다.
박명권 발행인(환경과조경)은 축사를 통해 “통신원은 환경과조경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반자며, 중요한 소통 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조경의 성장 신화를 기록하고 조경의 새로운 영역과 쟁점을 발굴하고 그 경계를 확장해 나가는 데 통신원의 참여가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활발한 활동을 당부했다.
39기 통신원은 총 23개 학교에서 34명의 학생이 선발됐으며, 전국 기장에는 서유석(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과 심우진(강원대학교 생태조경디자인학과)이 선출됐다. 서유석은 “코로나19로 줄어들었던 통신원 내 다양한 활동을 활성화시키며 이를 지원하는 지주 같은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심우진은 “1985년부터 이어져 온 유서 깊은 통신원 활동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활동에 임하고, 다양한 조경 활동과 공간을 탐구해 나가는 통신원이 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지역 기장에는 서울·경기·강원 지역에 김기태(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와 김아윤(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이, 경기·충청 지역에 정혜인(한경대학교 조경학과)과 한나라(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가, 영남 지역에 차인영(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과 이지은(부산대학교 조경학과)이 각각 선출됐다.
*환경과조경421호(2023년 5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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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도시는 길고 인생은 짧다
만약 무인도에서 들을 수 있는 곡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고르고 싶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마지막 황제’(1988) 등 국내외 수많은 영화의 OST를 제작한 영화 음악의 거장이다. 그의 음악을 선택한 이유는 내적 평화가 필요할 때 들으면 마치 힘겹게 올라간 산 중턱에서 마주치는 산바람처럼 마음에 큰 위로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열정이 남달랐으며 자연의 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들었다. 비 오는 날 양동이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빗소리를 듣거나, 두꺼운 빙하 사이를 흐르는 물소리를 채집하기 위해서 직접 극지방에 방문하는 등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악을 만들었다. 심지어 쓰나미가 지나간 후 폐허가 된 현장에서 발견된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쓰나미란 자연이 조율한 악기를 통해 자연 본연의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는 이유로 사람의 조율을거치지 않은 폐허의 잔해 속 날것의 피아노를 그대로 연주했다.
그가 폐허 속 악기에 음을 붙여 자연의 언어를 복원했던 것처럼, 서울의 쇠락한 골목길에 도시재생을 통해 새로운 도시의 언어를 만드는 곳이 생겼다. 힙스터의 성지로 거듭나기 이전의 성수동이 갖고 있던 고즈넉한 골목의 정취가 아직 남아 있는 송정동에 ‘1유로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이 생겨났다. 1유로 프로젝트는 유럽의 도시재생 모델 중 하나로 방치된 공간을 1유로로 대여해 주는 프로젝트인데, 임차인들의 리모델링을 통해 변신한 공간은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처럼 송정동 1유로 프로젝트는 미래 가치에 투자한 임대인과 좋은 라이프스타일이 좋은 도시와 세상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브랜드들이 모여 탄생했다. 도시의 달리기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는 ‘런더풀’, 음식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이욱정 PD가 운영하는 푸드 콘텐츠 브랜드 ‘요리인류’, 공유정원으로 경험하는 정원 문화를 전파하는 ‘서울가드닝클럽’ 등 입점한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과 행사 등을 각 브랜드가 직접 리모델링한 공간에서 경험하고 즐길 수 있다. 빌라로 쓰였던 기존 공간을 활용해 옛날 복도형 아파트처럼 긴 복도를 중심으로 각 브랜드를 배치한 덕분에 공간을 탐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리모델링 이전의 사진을 비치해, 기존 공간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공간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공간을 둘러보며 이번 호의 차오프라야 스카이파크(52~63쪽)가 떠올랐다. 차오프라야 스카이 파크는 방콕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동안, 구현되지 못한 채 도시의 흉물로 남아버린 스카이 트레인 철도를 새로운 도시공원으로 탄생시킨 프로젝트다. 기존 구조물을 단순히 폐허로 여겼다면 재개발의 논리에 따라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상지를 미완성의 꿈으로 바라보며 기존 구조물을 존중하는 방식의 디자인을 택했고, 이는 방콕의 도시재생에 새로운 가능성과 미래를 안겨다 주었다.
사랑했던 자리마다 폐허라고 한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도시는 필연적으로 사랑과 이별을 오가듯 폐허와 재개발을 오간다. 도시가 남긴 폐허는 첫사랑의 추억처럼 돌이킬 수 없는 기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류이치 사카모토가 폐허 속에서 피아노를 통해 노래를 들려주고, 방콕에서 도시 한복판에 놓인 흉물의 가치를 재발견해 새로운 선형 공원을 탄생시키고, 송정동의 야트막한 골목에서 새로운 도시재생의 빛을 쏘아 올리고 있는 것처럼 폐허를 허무는 대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다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 돌아갈 수는 없지만, 추억은 영원한 첫사랑처럼.
평소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문장을 좋아했던 류이치 사카모토는 대중의 마음에 오래 남을 음악을 남긴 채 얼마 전 짧은 인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사람은 늙고, 도시는 노후할 수밖에 없다. 모든 노인을 꼰대로 여기면 안 되는 것처럼 모든 도시의 요소를 자본과 개발의 잣대로만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리학자 에드워드 렐프가 “장소는 본래 의미의 중심으로서 삶의 경험으로부터 구축된다. 장소에 의미를 불어넣음으로써 개인과 집단과 사회는 공간을 장소로 만든다”라고 말했듯, 도시에는 장소가 필요하다. 맥락과 의미를 존중하는 장소를 만드는 도시재생이 필요하다. 도시는 길고, 인생은 짧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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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그리고 확실한 리듬이 없다면 사람들은 그 글을 계속 읽어주지 않겠지
매대 앞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진다. 무항생제 계란, 동물복지 특란, 신선한 왕란. 여러 문구들 속에서 고심하다 가장 저렴한 것을 집어 들 때면 자꾸 이 지면의 값을 생각하게 된다. 올해 초 잡지 가격을 인상하며, 꽤 깊이 고민했다. 물가와 인건비 상승 등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권당 2천 원이면 1년에 2만4천 원이나 된다. 500원 차이에도 동물복지 같은 단어를 포기해 버리는 나를 떠올리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2만2천 원을 지면 수로 나누면 한 쪽에 약 135원이다. 꼭지마다 성격이 다르니 모든 지면이 같은 값을 가질 순 없다. 특히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은 정보 전달에 주력하는 지면도 아니고, 머리 식히며 가볍게 읽기 좋은 덤 같은 꼭지다. 50원 정도의 값을 매기려다 주말 오전에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내가 가여워져 100원 정도는 쳐주자고 혼자 정했다. 웃기게도 그 순간부터 또 이 지면이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길어야 2분이면 후루룩 읽어버릴 수 있는 이 글이 100원을 받고 팔만 한 것일까.
“같은 돈 내고 더 오래 보면 가성비가 좋은 것 아닌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던진 질문이다. 아직도 보지 않았지만,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캐릭터 생김새와 상영 시간 때문에 일었던 논란은 잘 알고 있다. 13년 만에 나온 아바타 2편의 러닝타임이 무려 190분이나 되었던 것. 캐머런은 인물 관계와 감정에 초점을 맞추느라 길어졌다고 설명했지만, 190분을 꼼짝없이 의자에 앉아 스크린만 쳐다봐야 하는 관객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불만이 계속 일자 캐머런은 자신의 아이가 OTT에서 한 시간짜리 에피소드를 다섯 번 연속으로 보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러니 자신의 영화는 가성비가 좋은 게 아니냐는 거다.
관람 방식이 전혀 다른 OTT 콘텐츠와 영화를 비교하고 영상의 길이와 티켓 가격을 연관시키는 게 이상하지만, 그만큼 자기 영화에 자신 있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가벼운 해프닝인 줄 알았는데, 이후에 일어난 논란들이 재미있다. 아바타의 투자 배급사 뉴NEW의 양지혜 이사는 “재미있게 잘 만 들었다면 핵심 관객은 기꺼이 시간과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적 경험보다 OTT를 더 선호하는 관객까지 잡아당길지는 물음표”라며 확신하지는 못하는 투였다. 영화시장 분석가 김형호는 “관건은 긴 러닝타임이 아니다. 에피소드를 빨리 전환해 한 영화를 마치 여러 번 체험하도록 해준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는 영화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오히려 OTT 콘텐츠와의 차별화를 위해 더 긴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1 캐머런이 러닝타임이 9시간에 달하는 아바타 3편의 가편집본을 넘겼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하나의 주제를 여러 번 체험하게 하는 것이 긴 영화의 성공 요인이라는 대목에서 잡지를 생각했다. 형식이 꽤 비슷하다. 잡지의 상영 시간은 어떻게 될까. 먼저 장편 소설 읽을 때의 내 모습이 어떤지 생각해봤다. 책 읽는 시간은 일상 패턴과 연관된다. 아무래도 여유가 있을 때 읽는다. 시간을 내 읽기도 하지만, 내가 원할 때 그 흐름을 끊을 수 있다. 반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30분만 읽고 일어나야지 다짐해도 너무 흥미진진하면 책장을 덮지 못한다. 책갈피가 이동하는 속도는 내 여유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일상이 바쁘고 고되면 한자리에서 잘 움직이지 않는다.
잡지는 소설과 달리 읽어야 하는 순서가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한 꼭지를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 영원히 펼치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같다. 여러 성격의 콘텐츠를 담아야 할 뿐 아니라, 일상에 녹아 호흡하기 위해서는 지치거나 질리지 않게 해줄 리듬감도 필요하겠구나. 잡지에 읽어야 할 글이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는 리뷰를 만나면 서운하기도 했는데, 숨 쉴 틈을 달라는 부탁이었구나 깨닫는다. “음악이든 소설이든 가장 기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리듬이다.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그리고 확실한 리듬이 없다면 사람들은 그 글을 계속 읽어주지 않겠지. 나는 리듬의 소중함을 음악에서 (주로 재즈에서) 배웠다”는 하루키의 말은 잡지에도 적용된다. 그래서 일상의 리듬을 좀 더 흥겹게 해줄 새로운 꼭지를 준비하고 있다는 예고를 슬쩍 흘려본다. 한 달 동안 잡지에 꽂힌 책갈피가 이리저리 바쁘게 옮겨 다니길, 매대 앞에 선 당신이 ‘조경 문화 발전소’라는 문구를 포기하지 않길 바라며.
각주1. 손효주, ““상영 시간 3시간 10분”…‘쇼트폼’ 대세 역행하는 ‘길고 긴 영화’들이 온다”, 「동아일보」 2022년 1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