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미래는 이미 과거가 되었다
코로나19의 영향력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분야 중 하나는 문화·예술이 아닐까 싶다. 21세기 들어 초연결성을 통해 비약적으로 확장한 현대미술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및 소통의 제한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온갖 아트 페어와 수십, 수백의 갤러리가 문을 닫고 미래를 기약했다.1 미술관, 극장, 영화관, 콘서트홀 같은 장소는 다양한 형태와 방식의 예술이 관객에게 선보여지는, 즉 비로소 존재가 완성되는 지점이다. 코로나19는 이런 예술의 마지막 단계의 필수 요소인 관객을 사라지게 만들었고,2 따라서 문화·예술계가 이미 오랫동안 안고 있던 생존의 문제가 한 차원 심화되었다.
함께 뉴욕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동기 상당수가 졸업 직후 지구촌 이곳저곳으로 흩어졌지만, 지금만큼 분리된 기분이 들었던 적이 없었다. 수십 년간 수백, 수천 명의 예술가와 문화기획자, 큐레이터, (어딘가 누군가의) 어시스턴트, 비평가와 예술 애호가가 만들어낸 미술 시장이 정말 한 번에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것일까? 물론 미술 시장을 미술계와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혹자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예술과 일상의 벽이 상당 부분 허물어지고 예술의 형식이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예술은 여전히 일상과 다른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 심지어 철학자 칸트는 이 부분에 대해 미적 쾌를 앞세우며 예술의 목적을 존재 그 자체에 두기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보다는 좀 더 많은 것들이 예술의 근본에 녹아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공중 보건과 복지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현재, 인간 삶의 연장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여겨지는 분야에는 명분이 요구된다. 즉 예술은 쾌의 향유를 넘어 끝까지―인류의 끝까지― 가치와 목적을 고민해야만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문경원·전준호, 뉴스 프롬 노웨어
2012년 처음 발표되었을 때보다 현재 더 크게 다가오는 작품이 있다. 문경원과 전준호의 작업, ‘뉴스 프롬 노웨어(News from Nowhere)’다. 19세기 말에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가 쓴 동명의 단편 소설을 오마주하고, 모리스의 소설이 지니고 있었던 목적을 재현한다. 하나의 완결적인 작품이 아닌, 확장 가능한 근미래적 세계관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을 이어가는 장기 프로젝트이자, 미래에 대한 집단적collective 고민을 통해 현재를 반성한다. 아이디어와 생각의 공유에 그치지 않고, 홈페이지, 온라인 뉴스레터, 출판,
영상 등 다양한 형태가 결과물로 등장한다...(중략)
각주 정리
1. Andrew Dickson, “Bye bye, blockbusters: can the art world adapt to Covid-19?”, The Guardian 2020. 4. 20. 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20/apr/20/art-world coronavirus-pandemic-online-artists-galleries.
2. 박리디아, “코로나19에 빼앗긴 관객과 다시 만나길”,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0년 5월 4일.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신명진은 뉴욕 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후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통합설계·미학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근현대 조경을 연구하며 이와 관련된 번역과 집필 활동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