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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올인빌딩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자연과 교류하려는 선천적 욕구가 있는데, 윌슨은 이를 바이오필리아biophilia(생명애, 녹색 갈증)라고 지칭한다. 첨단 도시에 사는 현대인조차도 정원, 가로수, 공원이라는 형태로 자연을 도시 속에 녹여내 일상에서 자연과 교감하고자 한다. 2019년 겨울의 끝, 코로나19는 순식간에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며 모두에게서 봄을 빼앗고 평범한 일상을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바꿨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하에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었다. 팬데믹이라는 유례없는 세계적 재난 상황에도 경제의 톱니바퀴만은 여전히 작동해야 했고, 그동안 착실히 쌓아온 IT 기술 발전이 이룩한 온라인에서의 효율적 연결을 통해 경제 활동은 그나마 유지될 수 있음이 증명됐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의 물결 위에서 순항하던 언택트 및 온라인 컨택트 사회라는 배는 코로나19라는 강력한 바람을 만나 반 강제적으로 도시의 깊숙한 곳까지 도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정책은 집에서 사무, 운동, 쇼핑 등 자연과의 교감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올인홈all in home’으로 주거 공간을 변화시키고 있다. 도시 속 자연은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문 밖에 있지만 사회는 더 이상 인간이 외부로 나가 자연과 만나는 일에 관대하지 않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조경 및 도시 디자인 사무소 엘피스케이프(LP SCAPE)는 여러 나라의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조경의 경계를 넘어 융복합 시대에 순응하며, 확장된 조경 디자인으로 미래 사회에 대응하는 공간을 구현한다. 공동 대표 이윤주, 박경의는 한국, 미국, 독일, 영국에서 수년간 실무 경험을 쌓아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와 전문 지식을 활용한 세련되고 차별화된 디자인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이 지면에 실린 글과 그림은 박경의, 이윤주, 김호영이 공동으로 작업했다.
  • [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공원에서 정원으로
    일상의 상실 8월 30일.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경험했다. 마치 연출된 것처럼 저녁 아홉 시가 되면 모든 식당과 커피숍이 문을 닫고, 번화가도 인적 드문 을씨년스러운 풍경으로 변했다. 비현실적 현실의 일상화라고 해야 할까. 당연하게 집 밖에서 했던 많은 활동을 집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달라진 우리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공원에서의 일상을 들 수 있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한 초기만 하더라도 밀폐된 공간을 벗어나 공원을 찾아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자연에 둘러싸이고 탁 트여 있는 공원은 바이러스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그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사람들은 갈 곳을 잃은 듯하다. 코로나19 이후의 집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우리의 주거 공간은 주택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효율이 높은 형태로 바뀌어 왔다. 그러나 이런 공간들은 사람들이 외부와 단절된 채 장시간 머물기에 적합한 형태는 아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강제적 고립 상태를 겪으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집에서 해야 하는 활동이 늘어났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오현주는 안마당더랩의 공동 소장이다.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에서 조경을 전공하고,기술사사무소 렛과 그람디자인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6년부터 조경 지식을 기반으로 외부 공간을 기획, 설계, 시공하는 디자인 작업실 안마당더랩을 이끌고 있다. 인간 중심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공간을 삶의 배경으로 만들고자 한다. 예술성과 대중성의 중간 지점에서 새로운 환경을 제안하는 것이 목표다.
  • [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불확실성의 뉴노멀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시대를 구분 짓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1세기 벨 에포크를 이야기하는 걸 듣고 있으면, 우리 사회가 격동기를 지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하지만 주의 환기를 넘어 사람 질리게 하는 지자체별 재난 문자, 사려 없이 쏟아져 나오는 어설픈 코로나19 극복 방법과 기회주의적 기획을 보고 있다 보면, 지금의 유난이 과연 위기감에 대한 성찰에서 온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엄청나게 생산, 소비되고 있는 소독제와 한강에 흩날리는 마스크 쓰레기를 보고 있으면 더더욱 그렇다.사회적 거리를 두는 등 새로운 생활 규칙으로 자리잡은 규범적 뉴노멀은 주변의 눈총 때문에라도 쉽게 따르지만, 담담한 마음으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불편을 감수하며 미래 대책으로서의 뉴노멀을 고민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느낀다. 전염병과 환경 위기가 요구하는 뉴노멀의 ‘노멀’을 ‘외부 효과1가 대체로 내부화되어 형평성 있게 지속할 수 있는 균형 상태’ 또는 ‘그에 필요한 공간적 규범’으로 정의해 본다. 도시 공간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예측은 아니지만, 유난스러운 호들갑을 떨쳐내고 차분하게 대책으로서의 뉴노멀 시티스케이프에 필요한 몇 가지 미래를 떠올려 본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이해인은 도시와 조경을 공부했고, 2015년부터 ‘설계를 통한 주창과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HLD를 이끌고 있다.
  • [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도시, 새 출발
    사라지는 공간들 미세 먼지가 서울을 덮친 2019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마시던 공기의 소중함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로나19와 함께하는 2020년,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동네 공간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도 문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새삼 고마울 따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가 불안에 떨기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꽤 자연스럽게 원격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좀처럼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슈퍼 대신 새벽 배송을, 식당 대신 배달 앱을, 백화점 대신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다. 그 결과 도시의 밀도는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사람들을 피해 걸어야 했던 주요 도심지는 허무할 정도로 한산하고, 빼곡하던 상점들도 하나둘 비워져 임대 현수막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도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뉴스에서 매일 이야기하는 비대면 기술과 서비스만이 우리의 미래일까? 비대면 서비스가 지금의 시급한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순 있겠지만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장기적인 시선으로 도시의 미래를 내다보고 더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비대면이라는 현상에 몰입하기보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중심으로 오프라인의 방향성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홍주석은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에서 문화기술학을 공부했다. 개성 있는 도시 콘텐츠가 자생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을 만들고자 어반플레이를 설립했다. ‘아는 동네’ 미디어와 ‘연희 걷다’ 등을 통해 동네 콘텐츠 발굴 및 육성에 힘쓰고 있으며, 연남동과 연희동을 기반으로 연남방앗간, 연남장, 연희회관, 연희대공원, 기록상점 등 여러 실험적인 공간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큐레이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 [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언택트와 온택트, 그래서 빅블러
    전염병은 일종의 도시병이다. 병원체는 가까운 숙주를 노리고, 숙주는 도시에 모여 산다. 오설리번(Arthur O’Sullivan)은 도시화의 원인을 집적 경제에서 찾았다. 사람과 산업이 좁은 장소에 모이면 생산 비용이 낮아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찾아와 엄청난 비용을 유발하는 전염병을 계산에 포함시켜도 집적 경제가 유효한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앞에서 말이다. 21세기까지 와서 도시는 위기를 맞이한 걸까? 전염병에 맞서는 중요 수단으로 언택트(untact)가 강조되고 있다. 사실 언택트는 도시성의 포기와도 같다. 집적을 위해 모여 놓고 만나지 말자니? 그러나 지금 우리가 외치는 언택트는 과거의 그것과 다르다. 천연두나 흑사병이 창궐하던 예전의 도시에서 언택트는 멈춤이었다. 반면 지금의 도시에서 언택트는 지속이다. 온라인에서 만남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온택트(ontact)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건 위생이 아닌 정보 통신의 발달에 힘입어 도시는 살아남을 것인가? 과거의 모든 전염병이 그랬던 것처럼 코로나19도 언젠가 잊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암울하지만 언택트와 온택트가 일상이 된다면, 도시는 어떻게 변할까? 그래도 우리는 모여서 살 것이다. 도시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말이다. 일상의 많은 부분을 온라인으로 해결하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집적의 효과를 향유하기 위해 기왕에 만들어놓은 도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의 모습은 많이 바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구 밀도, 건물의 기능, 오픈스페이스의 역할, 대중교통의 위상 등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그중 부동산의 관점에서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나는 ‘공간의 빅블러(big blur)’를 선택하겠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민성훈은 1994년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조경설계 서안에서 2년간 일했다. 그후 경영학(석사)과 부동산학(박사)을 공부하고 개발, 금융, 투자 등 부동산 분야에서 일했다. 2012년 수원대학교로 직장을 옮기기 전까지 가장 오래 가졌던 직업은 부동산 펀드 매니저다.
  • [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도시의 안녕인가, 도시여 안녕인가
    2020년, 코로나19와 우리 어느덧 2020년 9월이다. 가을 하늘이 유독 더없이 맑고 파랗다.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와 함께 올해의 3/4을 보냈다. 세계사 책에서나 나올 듯한 인류의 위기 한복판에서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소독제로 손을 씻고, 서로에게서 멀어지며 지금껏 지내왔다. 이제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넘어 초연함과 함께 살아가는 것 같다. 다만 내가, 내 가족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에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기만을 소망할 뿐이다. 안녕(安寧)이라는 말은 정말로 오묘하다. 본래 안녕은 개인적으로는 편안便安(comfort)을, 사회적으로는 평안平安(peace)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한국에서는 만나고 헤어질 때 모두 안녕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다시 말해, 안녕은 영어로 하자면 헬로우(hello)이자 굿바이(goodbye)인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도시에 우리는 어떤 의미의 안녕이라는 말을 써야 할까? 오늘날의 도시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많고, 건물이 많으며,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이 같은 도시에 대해, 여전히 도시의 안녕hello을 위해 노력해야 할까. 아니면 이제 그만 도시에게 안녕(goodbye)을 고해야 할까? 익숙한 데자뷔 필자는 작년 한 해 동안 『환경과조경』에 “공간의 탄생, 1968~2018”을 연재했다. 그 대단원의 마무리로 대한민국 공간의 미래를 다뤘다. 당시 다가올 2020년을 내다보며, 초등학생 시절 본 공상 과학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이하 원더키디)를 떠올리며 다음과 같은 말로 논의를 시작했다. “원더키디에서 서기 2020년은 인구의 폭발적 증가, 자원 고갈의 위기, 환경오염의 문제 등으로 인류가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는 시기로 묘사되었다.”1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지난 9개월은 원더키디에서 그려진 지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이제 원더키디에서처럼 지구를 버리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야 할 때가 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바로 현실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도시의 안녕(peace)”과 “도시여 안녕(farewell)”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와 직면한 우리는 매일 실시간 뉴스를 듣고, 하루에도 수차례 확진자 관련 문자 메시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는 역사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전파됐으며,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전 세계에서 고르게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자타 공인 세계 최강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코로나19에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의 이름으로 신문 1면을 도배한 2020년 5월 24일 「뉴욕타임즈」는 제2차 세계대전에 죽은 미군 전몰자의 2배를 상회하는 사망자 수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2 마치 1981년 마야 린Maya Lin이 설계한 워싱턴 D.C.의 베트남 참전 용사 메모리얼Vietnam Veterans Memorial을 연상하게까지 한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이후 계속 늘어서 현재는 20만 명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3 ...(중략) 각주 정리 1.김충호, “대한민국 공간의 미래는”, 공간의 탄생, 1968~2018,『환경과조경』 2019년 12월호, pp.104~105. 2.조현지, “美, 코로나19 사망자 10만명 돌파… 제2차 세계대전전사자 2배 수준”, 「쿠키뉴스」 2020년 5월 28일. 3.‘COVID-19 Dashboard’, Johns Hopkins University,coronavirus.jhu.edu/map.html, 2020년 9월 10일 접속.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김충호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설계 전공 교수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 대학교 도시설계·계획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우설계와 해안건축에서 실무 건축가로 일했으며,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 중국의 쓰촨 대학교, 한국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했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건축,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해석과 현실적 대안을 꿈꾸고 있다.
  • [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빅데이터로 본 코로나 시대의 도시 서울
    코로나19의 확산은 전 세계의 경제 활동과 일상 풍경을 뒤흔들고 있다. 견고해 보이던 사회 인프라와 의료·보건 체계는 감염병 창궐 앞에 때론 무기력했다. 여러 사람과 서비스를 끈끈하게 이어주던 도심 속 대중교통, 콜센터, 광장, 클럽, 어린이집, 종교 시설, 방문 판매 업체, 물류 센터는 바이러스 증식과 확산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국내외 폭발적 감염 확산의 중심이 된 ‘슈퍼 전파 거점(super-spreading hotspots)’은 거의 예외 없이 다수의 사람이 밀접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대도시에 있다.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 한 식료품점을 매개로 발생한 183명 집단 감염이나 국내 이태원발 감염이 7차 연결 고리를 따라 전국 65개 시군구 277명 확진자로 이어진 것이 그 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일어난 감염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8월 초까지 20~30명 이내였던 서울의 신규 확진자 수가 15일 150명, 29일 166명까지 치솟았다. 387명의 신규 확진자를 기록한 8월 23일에 서울과 경기도 내 확진 비율은 전국의 67.7%였다. 이러한 높은 비율은 서울의 사회·경제적 위상과도 비례한다. 전국 대학교의 19.2%, 법인 수의 31.2%, 법인세의 43.2%, 은행 예금의 51.4%, 항공·육상 운송업 매출의 54.4%가 서울시 한 곳에 집중되어 있다.1 대도시는 높은 밀도의 경제 활동으로 막대한 가치를 창출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에는 취약한 곳이 되고 말았다. 특히 사람을 매개로 퍼지는 전염병에 대해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동안 서울 어디에서 많은 확진자가 나왔고 그에 따른 도시 활동 위축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국내 다른 도시보다 서울은 사람 간 접촉 시간이 길고, 대면 거리가 짧고, 고밀도 실내 공간이 많다. 이러한 맥락에서 코로나19 충격과 도시 행태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자 올해 4월부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이 ‘코로나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2 매주 비대면으로 만나 대중교통, 생활 인구, 고용·산업 세 분야를 탐구 중이다. 그중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중교통과 생활 인구 관련 연구의 일부를 공유하고자 한다.3 집이냐 직장이냐 연구진이 가장 궁금했던 점 중 하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집과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어떻게 변했는가다. 최근 ‘집콕 생활’, ‘랜선 라이프’, ‘비대면 근무’ 문화가 널리 확산했지만, 그 구체적인 모습은 국가마다 다르다. 사람들이 일터에서 보낸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한국, 일본, 스웨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국가별 업무 지역에서 집계한 생활 인구데이터가 있다. 등록 인구와 달리 생활 인구는 조사 시점 당시 특정 영역에 있는 모든 사람의 수를 합한다. 그 사람이 일을 했든 잠을 자든 관계가 없기 때문에 현주 인구(de facto population)라고도 한다. 이를 이용해 코로나19 확산 전후의 일별 생활 인구 변화를 그래프로 그렸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6개 국가 모두에서 업무 지역 생활 인구가 감소했다. 하지만 나라별 감소폭은 큰 차이를 보였다. 주민 이동과 영업 활동 일체를 전면 봉쇄한 영국이나 락다운(lockdown)자체는 없었지만 탄력 근무가 자유롭고 몸이 아프면 진단서 없이도 2주간 병가가 가능한 근로자의 천국 스웨덴에서는 7월 말을 기준으로 평소 절반 이하의 인원만이 일터에서 관측되었다. 그에 반해 감염 위협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터로 돌아온 의지의 국민은 누구일까? 예상대로 한국인이다. 그래프를 보면 한국에서 5월 중순 이후 일터에 나온 생활 인구는 평상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물론 여기서의 회복은 사무실 근무만이 아닌, 업무 지역 전반의 사회 활동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김세훈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미국 하버드 GS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로서 도시설계연구실(Urban Studies and Design Lab)을 이제승 교수와 함께 운영 중이고, 2018년 다섯 명의 동료와 어반랩 도시기획협동조합을 공동 창업했다. 『도시에서 도시를 찾다』(한숲, 2017) 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 [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코로나와 교통의 미래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0개월이 다 되어간다. 올해 2월부터 본격화된 각국 정부의 격리 조치,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정책으로 경제 활동과 글로벌 공급망이 급격히 위축되며 세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 사태는 감염병이 단순히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해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는 점을 알게 해주었다. 감염으로 죽는 것보다 굶어 죽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공포가 저소득층과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규모 감염병 발생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어 중장기적 대비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교통 부문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으며 또 어떻게 변화할지 살피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수행해야 할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코로나19 전후 도시와 교통의 변화 구글이 올해 5월 발표한 ‘코로나19 지역사회 이동성 보고서(COVID-19Community Mobility Report)’에 따르면,1 코로나19 발생 후 한국에서 상업 및 여가 활동, 대중교통 이용과 직장 주변 활동은 감소한 반면, 식료품 및 약국, 공원 방문, 주거 지역 활동은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공원 방문은 최대 158%까지 증가했다. 한편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조사에 따르면,2 국내 직장인 62%가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경험했고 대기업일수록 그 비율이 높았다. 경험자의 71%는 코로나 종식 후에도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재택근무로 생산성이 유지 또는 향상됐다는 응답이 68%로 미국의 60%보다 높게 나타났다. 앱마인더(Appminder)리포트도 유사한 조사 결과를 보여주는데,3 코로나19 발생 초기 1~2월 사이에 배달과 온라인 쇼핑 앱의 사용은 증가한 반면 대중교통과 영화관 예매 앱의 사용은 감소했다. 한편 집에서 가족들과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료품 배달, 동영상 콘텐츠 및 홈쇼핑 이용이 많이 늘었고, 라면같이 집에서 쉽게 요리할 수 있는 간편식, 전자 제품, 집수리 관련 DIY 제품의 수요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4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1월 3주 차와 3월 1주 차 사이 지역 간 교통량 조사 결과를 보면 항공 수송 실적이 80% 가까이 가장 많이 감소했고 고속버스도 70% 감소했다.5 반면 고속도로 교통량은 15% 정도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한때 항공 여객 수요가 너무 많이 감소해 항공사들이 줄도산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화물 수송이 늘면서 경영의 어려움을 서서히 탈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자동차 통행량은 3월 첫째 주에 1월 대비 7.2% 감소해 대중교통에 비해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많이 적었으며, 감염 우려로 인해 개인 교통수단을 선호한 결과로 추정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유 자전거 따릉이의 경우 전년 대비 70% 가깝게 이용이 증가했고, 전동 킥보드 이용자도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나눔 차량 공유도 1월 대비 21% 증가했다.6 한편 BBC의 조사에 따르면,7 전 세계의 주요 도시의 교통량이 전년 대비 대부분 감소해 5월 일평균 혼잡이 예외 없이 대폭 줄었고 그 결과 대기 오염도 많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와 교통의 미래 코로나19는 20세기 이후 인류가 경험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재확산 공포와 2차 감염 우려의 확산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과거 추세선에 따라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대안으로 세 가지 도시계획 시나리오에 기반해 교통의 미래를 전망한다...(중략) 각주 정리 1. 구글의 ‘코로나19 지역사회 이동성 보고서’, www.google.com/covid19/mobility, 2020년 5월 2일 접속. 2. 잡코리아X알바몬,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현황’, 2020년 5월 2일. 3. 앱마인더 리포트, www.appminder.co.kr/reportList.html, 2020년 5월 6일 접속. 4. 황기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시와 교통 환경 및 변화 전망”, 한국ITS학회 춘계학술발표회 발표 자료, 2020년 6월 15일. 5. 한국교통연구원, www.koti.re.kr/main/covid19, 2020년 5월 2일 접속. 6. 4번 글 7. BBC, “Traffic flows in selected cities”, 2020년 5월.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황기연은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다.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오리건 대학교와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도시계획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연구원 청계천복원지원연구단장, 한국교통연구원장, 홍익대학교 부총장을 역임했으며, 한국공학한림원 회원이다. 혼잡함, 사고, 대기 오염 없는 도시를 꿈꾸는 계획가다.
  • [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재난 완충 지대, 공원의 가치
    ‘포스트코로나, 생활권녹지체계·바람길 등 주목’(「라펜트」 2020년 5월 13일), ‘집콕에 오픈 공간 중요’(「서울경제」 2020년 6월 3일), ‘공원과 녹지에 대한 접근이 정신 건강에 중요한 이유’(Inner Self). 분야를 막론하고 대도시의 대표적 오픈스페이스인 공원이 팬데믹 극복을 위한 도시 공간적 디자인 해법임을 주장하고 있다. 근거가 없다고 볼 수도 없다. 구글이 매일 업데이트하는 ‘코로나19 지역사회 이동성 보고서(COVID-19 Community Mobility Report)’에 따르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2020년 3월 22일부터 기준치 대비 공원 이용이 꾸준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계절적, 정책적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거주지나 기타 여가 시설에 비해 공원 이용률이 예전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음은 분명하다. 최근 국내외 사례를 통해서도 도시공원이 팬데믹 사태에 지친 도시민의 많은 기대와 신뢰를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공원, 공중 보건의 최전방 공원과 팬데믹의 실증적 인과 관계는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코로나19와 공원 간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기보다, 공원에 연관된 신체적·환경적 조건―비만율, 어린이 건강, 미세 먼지 등―이 전염병과 인과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팬데믹 상황에서 공원의 실질적 가치에 대한 물음을 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구글 자료와 같이 우리가 전염병에서 벗어나고자 공원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다. 역사를 거슬러 보면 도시공원의 확산은 공중 보건 및 위생의 발전과 한 궤에 놓여 있었다. 공중 보건과 도시 경관의 형성을 연구한 조경가 사라 J.칼에 따르면, 19세기 전후 병원균으로 인한 도시 질병 확산의 설계적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인구 밀도를 완화하고 공기를 여과하는 ‘도시의 허파로서 공원’ 개념이었다.1 거리 위생을 위한 도시 인프라스트럭처 및 행정 시스템이 이제 막 자리잡던 시기에, 전염병의 확산은 악취와 오염물의 온상인 과밀된 노동자 거주지와 연관되었다. 뉴욕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는 특히 인구 과밀, 도시 위생, 공중 보건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도시공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교외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일반 도시 노동자의 보건 복지 차원에서 도시공원의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신명진은 뉴욕 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후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통합설계·미학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근현대 조경을 연구하며 이와 관련된 번역과 집필 활동을 겸하고 있다.
  • [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코로나 시대의 생활권 도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논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코로나19가 잦아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검사(testing), 추적(tracing), 치료(treatment)를 중심으로 하는 3T 방역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없다면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공존에 필요한 과제 중 가장 시급한 것은 도시의 재구성이다. 코로나 시대의 도시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나타난 변화에서 도시 재구성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 다행인 것은 바이러스가 ‘강요’하는 도시가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도시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진국에서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공동체 존속을 위해 추진해 온 생활권 도시, 즉 보행이나 자전거만으로 일, 주거, 상업 공간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가 요구된다. 동네 중심의 일상 생활권 도시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원거리 이동의 제한이다. 실제로 원거리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일상이 변했다. 시간을 많이 보내는 장소가 오프라인 공간, 일터, 여행지에서 온라인, 집, 동네로 바뀌었다. 비대면의 필요성과 선호는 자연스럽게 온택트ontact(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를 늘렸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외출을 자제하면서 홈택트hometact(집에서 보내는 시간과 가족과의 접촉)가 증가했다. 또 하나의 변화는 로컬택트localtact(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한 여가 생활과 관계 형성)다. 방역을 지역 단위에서 수행하면서 지역 정부와 주민 간 접촉이 늘어났다. 멀리 갈 수 없으니 사는 동네에서 쇼핑과 여가를 즐기는 사람도 많아졌다. 언론은 온택트 시대의 도래를 선언하지만, 실생활에서는 홈택트와 로컬택트도 온택트만큼 활발해졌다. 온택트, 홈택트, 로컬택트의 동시적 부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모종린은 미국 코넬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조교수를 역임하고 1996년부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경제발전론과 세계화이며, 2008년부터 대학 격차, 외국인 투자, 영어 교육, 이민, 지역 발전 등을 주제로 한국 사회의 다양성과 개방성 제고에 필요한 정책을 연구해 왔다. 저서로는 『한국발전론: 정치경제 불균형 극복의 동학』(2013), 『작은 도시 큰 기업』(2014), 『라이프스타일 도시』(2016), 『골목길 자본론』(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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