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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만나는 조경] 물이 빛을 만났을 때
일산호수공원 음악분수,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솟아오르는 물이 빛을 만나면 그야말로 형형색색形形色色으로 변합니다. 모양도 색깔도 음악에 맞춰 춤을 춥니다. 한참을 멍하게 보다가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진 찍는 조건으로는 거의 최악에 가깝습니다. 충분한 빛이 부족해서 셔터를 오랫동안 열어둬야 하는데, 피사체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이니까요. 초점이 잘 맞는 정확한 사진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합니다. 대신 빛을 만나 화려해진 분수를 배경으로 흐릿해진 경계의 사람들이 잡히네요. 역시 나쁜 게 있으면 좋은 것도 생기기 마련인가 봅니다. 몇몇 사진은 꽤 그럴 듯한 그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사진은 그렇게 찍은 수 십장의 사진 중의 하나입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좋은 점! 일단 많이 찍고 건질 거 찾아보기. ^^
더운 여름 며칠 째 짜증만 내다가 시원한 분수 사진으로 잠시나마 열대야를 이겨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입니다. 일기예보로는 9월까지 덥다고 하던데, 다들 건강하게 여름 마무리 하시길.(연재글을 쓰다보면 가끔은 미래와 대화하는 기분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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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디자인의 발견] 자크 마조렐
전통과 모던의 만남, 자생식물 디자인의 진수
마조렐 가든의 역사마조렐 가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사람을 잘 알아야 할 듯하다. 마라케시에 마조렐 가든을 만든 사람은 프랑스의 예술가, 자크 마조렐이다. 그는 이 정원의 레이아웃을 잡았고, 이 안에 선인장과 바나나, 야자수, 대나무를 근간으로 하는 자생력 강한 식물 디자인을 완성한 사람이기도 하다. 마조렐은 자신의 정원을 1947년에 일반인에게 공개했고, 이 정원을 즐기러 오는 프랑스인들이 상당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마조렐은 1962년 뜨거운 마라케시의 사막기후로 인해 생긴 풍토병으로 다시 프랑스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그는 비극적으로 1962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그 후유증으로 끝내 마라케시로 돌아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주인을 잃은 마조렐 가든은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원래 모습을 잃고 심하게 훼손돼 갔고 사람의 기억에서도 사라진다.
이 정원이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은 1980년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과 그의 파트너 피에르 베르제Pierre Berge에 의해서였다. 특히 이브 생 로랑은 인근 국가인 알제리 태생으로 마라케시인들과 마찬가지인 베르베르인의 뿌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브 생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는 마조렐가든을 구입한 뒤 정원을 마조렐 시대 그대로의 모습으로 복원할 계획을 세운다.
이때 고용된 사람이 마라케시의 위대한 가든 디자이너이자 민족식물학자인 아브데르작 벤챠바네 Abderrazak Benchaabane였다. 가든 디자이너, 식물학자, 교수, 향수제조자로 다방면에서 활동했던 아브데르작은 마조렐 가든 복원 작업에 임하면서 10년간 철저한 고증의 절차를 밟았다. 그는 마조렐이 심은 식물의 수종에 정확한 학명을 붙여주는 과정을 통해 정원 안에 12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음을 알아냈다.
그리고 본격적인 복원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그는 식물을 325종으로 늘렸고, 여기에 마조렐이 직접 디자인한 물길 시스템을 보완해 새로운 물관리체제를 완성했다. 훗날 아브데르작은 이브 생 로랑의 권유로 자신의 또 다른 전공을 살려 Jardin Majorelle’이라는 향수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복원을 마친 이브 셍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는 이 정원의 이름이 바뀌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마조렐이라는 예술가의 정원을 사랑했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음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들이 한 일은 마조렐이 작업 공간으로 썼던 건물을 ‘베르베르인의 문화와 예술을 보여주는 미술관’으로 개방한 일이다. 지금도 이 정원은 여전히 ‘마조렐 가든’으로 불린다. 2008년 이브 생 로랑이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뒤, 피에르 베르제는 그의 유언에 따라 그의 뼈를 마조렐 가든에 뿌렸고, 그를 기리는 작은 상징물을 세웠다. 마라케시는 이브 생 로랑이 마라케시와 베르베르인의 문화와 자긍심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공을 인정해 정원 앞을 지나는 길에 ‘이브 생 로랑’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마조렐 가든의 교훈마조렐 가든은 마라케시라는 지역을 충분히 고려한 자생이 가능한 식물을 이용한 식물 디자인이 이뤄진 점, 자크 마조렐이라는 예술가의 뚜렷한 예술적 감각이 정원 안에서 강렬하게 부각이 되고 있는 점, 그 지역의 문화를 대변하는 전통 건축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 마지막으로 이 모든 요소가 오래된 틀 속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으로 해석됐다는 점에서 탁월한 가든 디자인, 식물 디자인이 실현된 장소로 여겨진다.
전통의 해석은 두 가지로 가능하다. 하나는 원형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학습하게 하는 복원의 측면이 있다면 다른 하나는 현재진행형으로서 새롭게 재해석된 시도가 있다. 그런데 자칫 전통이라는 것이 처음 의미에만 발목을 잡히게 되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적용돼야 할 전통이 미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마조렐 가든은 전통을 이어받았지만 지금의 의미로 다시 해석한 작품으로, 우리의 현대 전통 정원을 재해석 하는 방법으로 좋은 사례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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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사업의 현황과 과제
저성장시대, 도시재생에서 길을 찾다
도시재생 정책의 과정 및 사업추진 현황우리나라의 도시재생 정책의 추진 과정은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도시재생법)’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서 살펴볼 수 있다. 도시재생법 제정 이전에도 도시활력증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돼 오던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소도읍 육성사업, 농촌마을 종합개발 사업 등 다양한 소규모 지원사업이 있었다.한편 2007년부터 추진되어 오던 ‘건설교통 R&D 혁신로드맵’에 의한 10대 중점 전략 프로젝트 중 도시재생사업단 연구의 결과물로서 본격적인 도시재생정책의 필요성 제기와 창원, 전주 테스트베드 사업을 통한 시범적 모델의 운영 등을 통해서 도시재생법이 제정됐다.
이 특별법의 특징은 사업법이 아닌 지원법적 성격을 띠며, 현장 중심의 협력적 운영체제를 통해서 재생정책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이 지원법적성격을 갖고 있다는 의미는 도시재생활성화지역 내 각종 사업은 기존 사업법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이 법에서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국가적 공모사업과 협업적 지원체계를 명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법을 근거로 2014년 선도사업 지역으로 도시경제 기반형 2개소(부산 동구, 충북 청주시), 근린재생형 11개소(일반규모: 서울 종로구, 광주 동구, 전북 군산시 등 6개소, 소규모: 대구 남구, 강원 태백시, 충남 천안시 등 5개소) 등 총 13개소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은 4년 간 국고지원 250억 원,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사업은 재생사업의 규모에 따라서 4년간 60~100억 원의 국고를 지원하고, 지자체 재원으로 같은 비율의 금액을 마련하여 해당 지역의 재생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마중물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2015년에는 일반지역이라는 이름으로 도시경제기반형 5개소, 근린재생형(중심시가지형 9개소, 일반형 19개소) 등 총 33개 사업지를 선정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새뜰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을 국고지원 50억 이내(국고지원 비율 70%)로 2015년 85개소, 2016년 66개소를 선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 정책의 단계별 추진 전략국토부가 작성한 ‘도시재생 기본방침’에 의하면, 우리나라 도시재생 정책은 3단계로 나누어 도입기(2014~2017년), 성장기(2018~2021년), 성숙기(2022년 이후)로 구분하고 있다. 도입기에는 선도사업을 대상으로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지원해 성공모델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향후 성장기, 성숙기에 지자체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도록 계획하고 있다. 이것은 도입기인 초기 단계에는 아직 지자체의 도시재생 인식과 경험이 부족하므로 국가가 중심이 되어 도시 재생사업 지원을 위한 재원을 확충하고, 부처별 협업사업의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또 도시재생지원기구 및 R&D 연구단의 적극적인 실증연구를 통해서 성공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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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에 있어서 조경가의 역할
저성장시대, 도시재생에서 길을 찾다
역할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내는 것‘도시재생에 있어서 조경가의 역할’은 어느 차원에서의 도시재생을 말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도시 관리 패러다임 변화로서의 도시재생인지,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 관리 정책과 사업으로서의 도시재생인지에 따라 논의의 초점은 다르다. 전자는 다소 추상적으로 논해져야 할 것이다. 반면 후자에 대한 논의는 한국 사회에서 도시재생사업이 갖는 사회·경제적 의미와 함께 조경가의 사회적 위상, 분야 간의 힘겨루기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먼저 후자의 경우, 쉽지 않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저성장 기조라는 경기 흐름 속에서 건설시장은 작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분야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많은 다른 분야에서 조경가가 다루는 외부공간과 경관을 넘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조경가가 아니면 안 된다고 내밀 수 있는 카드도 강력하지 않다. 도시재생사업이라고 다를 바 없다. 2013년 12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후 각 지자체는 새로운 지역개발모델로서 도시재생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게 됐고, 비전과 전략 수립, 실행사업 수립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런데 계획 수립을 진행할 업체 선정의 입찰기준이 대형 엔지니어링 업체에 맞춰져 있다. 사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로 하는 전문분야는 도시계획과 건축설계다. 사업을 총괄하는 MP들도 주로 도시계획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서울형 도시재생 선도모델 사업에서 광역 차원일 경우 MP와는 별도로 도시재생지원센터에 센터장을 두는데, 몇 곳에서는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이 센터장을 맡고 있다.
도시적 차원의 사업이다 보니 도시계획분야의 전문가는 당연히 필요하고 도시를 이루는 주요 구성요소인 건축물에 대한 전문가도 필요하다. 그리고 재생사업에서는 다양한 주체들이 교류하는 공론장의 활성화, 시민참여가 중요하므로 현장에서 주민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근력을 키워 온 이들도 필요하다. 그런데 조경가는? 경관을 다룬다고 하지만 경관을 관리하는 제도적 수단을 명확하게 갖고 있지 않다보니, 큰 그림을 짜는 단계에서 조경가의 필요성이 그리 크지 않다. 한국사회에서 조경분야가 일궈 낸 시선과 언어, 사람은 가치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경가가 발 디디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계획 수립 이후 실행사업에서는 조경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서울형 도시재생 선도모델 사업의 하나인 ‘동작구 상도4동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안)’을 보더라도‘어린이집 중심 골목공원 조성’, ‘역사테마 둘레길 조성’, ‘양녕대군 묘역개방 및 주민 이용 지원’, ‘옥상텃밭, 한평상자텃밭 등 도시텃밭 조성’같은 사업은 조경가의 손길을 요구한다. 그러나 공사의 내용이 정비 수준이라 공사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설계비도 현재 제도에 따라 공사비에 근거해 산출하다 보니 작다. 시공하는 이들에게나 설계하는 이들에게나 그리 실리적 이지 않은 셈이다. 그러니까 도시재생사업의 큰 흐름을 잡는 데 있어서나, 실행에 있어서나 조경가는 살짝 비켜 서 있다.
그렇다면 전자의 경우는 어떠한가? 당연히 조경가의 역할은 중요하다. 어렵게 말하면 개념적 차원이고, 편하게 말하면 말하는 건데 무슨 말을 못하겠는가. 문밖의 보이는 것 모두가 조경의 대상이 아니던가. 조경학개론에 나열돼 있는 조경가의 특성에 따르면 조경가는 재생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적임자다.
그런데 말은 말로 끝나기 쉽다. 이렇게 전자건, 후자건 조경가의 역할에 있어서 낙관적이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리 낙담하지는 말자.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 아직 가야할 좌표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가능성은 있고 답이 흐릿하다면 문제를 바꾸면 된다. ‘조경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조경이 어떻게 역할을 만들어낼 수 있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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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맥스를 이용한 조형가벽
가벽 속 숨은 이야기
인간과 자연을 생각하는 기업 (주)디자인 가교가 개발한 ‘지오맥스 Geomax’는 탄소배출량이 높고 산업폐기물이 발생되는 시멘트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서, 천연골재와 마사토 등 자연소재를 주성분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GRC(glass fiber reinforced cement), FRP(fiber reinforced plastics) 공법을 대체하는 차세대 친환경 기술이다.
기존의 GRC공법은 시멘트를 이용한 기술로서 공해가 심하고 균열이 쉽게 일어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디자인 가교에서는 기존 공법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여 지오맥스를 이용한 새로운 조경시설물 소재를 개발했다.
지오맥스는 천연 미네랄과 세라믹 분말을 이용하여 개발한 바인더로서 시멘트보다 우수한 물성을 발휘하고, 비료의 성분과 유사한 성분 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토양 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소재다.
•주성분: 천연골재(모래 포함), 마사토, 바인더(GP, MB 바인더)•형태: 천연의 흙과 바인더 분말을 혼합하여 성형하므로 원하는 모든 형태의 성형이 가능
조형가벽조경공간에서의 가벽은 공간과 공간을 구분 짓는 차폐 기능은 물론 미적 조형 언어를 손쉽게 전달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휴게의 기능과 포토존의 역할로도 자주 도입돼 다기능적 집합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토리텔링 story telling특화된 공간의 스토리 구성에 사용할 수 있는 ‘스토리 가벽’은 ‘스토리story’의 설명과 이야기의 서사적 기능을 기본으로 텔링telling을 언어voice가 아닌 조형성을 갖춘 형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야기 속 공간으로 이끌려 그 속에서 정서적 감응을 교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된다.‘지오맥스 조형가벽’은 규격화되거나 동일한 형태의 제품은 없으며, 놓여지는 공간과 테마에 맞게 새롭게 디자인하고 여러 형태로 연출하여 제작한다. 순수한 자연그대로의 물질로만 구성돼 있어서 누구나 만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미적 형태와 기능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조경시설물이다.
문의: T. 02-564-3680, www.gagyo329.com
- 디자인 가교www.gagyo329.com / 디자인 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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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디자이너, 큰물에서 놀자”
한국정원의 세계화, 서울정원박람회의 세계화
야노 티 가든디자이너
“톱디자이너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은 나 자신을 아는 것이다.”
일본의 가든디자이너 야노 티 작가는 세계적인 가든디자이너가 되려면 ‘한국인으로서의 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은 디자이너의 내면을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노 티 작가는 “나를 있게 한 국가, 사회, 문화, 역사 등에 대한 공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형성된 정체성이 세계의 가든디자이너와 경쟁할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정원의 세계화를 위해 가든디자이너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야노 티 작가는 오랜 고민 끝에 “이질적인 것과 만나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정원을 만드는 사람끼리 머리를 맞댈 것이 아니라 정원을 모르는 일반인과 학생을 작업에 참여시키라고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풍토라는 고유색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바람과 흙이 만나서 풍토가 된다. 여기서 흙은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이고 바람은 지나가는 외부인이다. 이 두 개를 더해야 풍토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야노 티가 만드는 정원의 지향점은 ‘이용’이다. 그는 가든디자이너도 보여지는 정원을 만드는 사람과 이용하는 정원을 만드는 사람, 이렇게 두 부류로 나뉜다며 본인은 후자에 속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환경과 교육 영역에서 정원과 가든디자이너의 역할을 강조했다.
“내가 만든 정원은 ‘파란하늘 교실’이라고 부르고 있다. 정원이라는 공간에서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가든디자이너는 마을만들기같은 넓은 차원의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그는 정원을 통해서 가든디자이너가 진출할 수 있는 영역, 환경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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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의 작은 정원
Nan-E’s Small Garden
조경시공 난이수목원(대표 이재균), 동백조경공사(대표 김인태), 청풍농원(대표 천인용)위치 충청북도 단양군 단성면 가산리 일원면적 약 2000m2
‘난이의 작은 정원(이하 난이 정원)’은 한 조경인이 아내에게 바치는 세레나데다. 정원 이름인 ‘난이’도 아내의 아명兒名이다. 정원 한쪽 비석의 문장에도 아내에 대한 애정이 담겼다. 그 마음은 그대로 정원에서 보여진다. 손수 정원을 만든 이 집의 주인은 나무 하나를 심고, 돌 하나를 쌓는 데 정성을 실었다. 난이 정원은가족애가 투영된 행복한 정원이다.
난이 정원은 충북 단양의 도락산 자락에 있다. 도락산은 소백산과 월악산 중간에 있는 964m 높이의 바위산으로, 우암 송시열 선생이 ‘깨달음을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또한 즐거움이 뒤따라야 한다’라는 뜻에서 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정원에서는 단양팔경인 사인암舍人岩, 상·중·하선암下仙岩과 병풍처럼 펼쳐진 월악산의 산세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주변의 절경까지 정원 속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지형적 장점 살린 2개의 정원난이 정원은 전체 면적 2000m2 규모의 경사지를 평탄화한 다음 앉힌 개인 정원이다. 정원 구성도 주택과 접한 상단과 중심정원이 있는 하단으로 구분된다.
정원의 상단과 하단 사이를 오르내리기 위한 목재계단도 설치돼 있다. 목제계단과 트렐리스는 주변 녹지에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도록 중저채도의 녹색으로 표면처리했다. 목제계단과 접하는 주변의 단 차이는 암석 배치와 돌틈식재로 자연의 모습과 닮도록 했다. 경사지 한쪽에 폭포와 연못을 조성해 지형적 이점까지 적극 활용했다.
전문가 3인의 협업시스템이 정원의 또 다른 특징은 설계와 도면 없이 오로지 개인의 감각과 경험만으로 만든 정원이라는 점에 있다. 정원의 주인이 오랜 시간 동안 조경시공에 몸을 담가온 전문가였기 때문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었다.
여기에 정원에 어울리는 다양한 소재를 보유한 전문가와 자연의 형태를 연구하고 이것을 정원에 적용시켜 온 전문가가 있었다. 이런 3인의 협업이 감각적인 예술 정원을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전체 시공은 정원의 주인인 이재균 난이수목원 대표가 진행했고, 식재공사와 시설물설치공사는 김인태 동백조경공사 대표가 맡았다. 김 대표는 이 정원에 식재된 수목을 농장에서 직접 키우고 수형을 가꿔온 장본인이다. 나무와 암석을 배치하는 등 정원에 디테일을 입히는 작업은 천인용 청풍농원 대표가 도맡아 했다. 그는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모사하기 위해 산과 계곡을 직접 찾아다녔다.이재균 대표에 따르면 설계도가 있는 일반 정원이었으면 한 달이면 족히 조성까지 마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이 정원을 만드는 데 2년의 세월이 걸렸다.
사실 지금의 모습은 처음 조성했던 것을 1년 전에 한번 갈아엎은 다음에 만들어진 그림이다. 정원의 주인이자 작정자인 나 자신이 만족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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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만 스타일이 있나? 조경에도 스타일이 있다!
래미안 가든 스타일을 만든 이유
유혜인
삼성물산주택PM팀 차장
“철따라 바뀌는 꽃을 보면서 애착을 가지게 되면 잘 관리하려는 마음도 절로 생기지 않을까요”
아파트 외부 공간도 ‘정원’이 트렌드다. 개인주택이 아닌 공동주택에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정원을 조성하는 게 과연 적합하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미 정원은 아파트에서도 대세가 됐다. 정원의 향기가 물씬 나는 각종 초화류와 고급스런 소품들이 아파트 외부 공간을 과감하게 점령하고 있다. 삼성물산도 최근 ‘래미안 가든 스타일’을 새로운 아이템으로 선보였다.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1위 래미안의 신 조경전략, 18가지의 가든 스타일에 숨겨진 차별화 전략에 대해 삼성물산 주택PM팀 유혜인 차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유혜인 차장과 인터뷰를 진행한 곳은 ‘래미안 가든 스타일’이 처음 적용된 ‘래미안 신반포팰리스’였다. 테이블과 의자 등 고급 소품들을 적용해 마치 집안의 거실을 외부에 옮겨놓은 듯한 프라이빗한 느낌의 고급스런 정원이 ‘이것이 바로 래미안의 가든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번에 개발한 ‘래미안 가든 스타일’은 아파트에 적용하는 가든을 18가지 스타일로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크게는 모던 쉬크modern schick 스타일, 에코 내추럴econatural 스타일, 레트로retro 스타일 등 3가지 스타일로 나눠볼 수 있는데, ‘모던 쉬크’는 정형적인 스타일로 직선형의 식재 패턴 및 바닥 포장 등이 특징이며, ‘에코 내추럴’은 자유곡선 스타일로 곡선형의 바닥 패턴과 부정형의 판석 등이 특징이다. 또한 ‘레트로’는 혹뚜기 마감, 차경, 평상 등 한국적 정원소재를 현대정원 스타일로 풀어낸 것이다. 이렇게 3가지 스타일 안에 휴식과 감상, 모임과 담소, 교육과 참여 등 6가지 행동 테마를 적용해 총 18가지의 가든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18가지 정원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앞으로 현장별 여건에 맞게 도입해 간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공간을 보면 이해가 쉽다. 우선 인터뷰를 진행한 곳이 리빙룸 가든이다. 리빙룸 가든은 집안에 있는 거실을 밖으로 옮겨 놓은 것이 콘셉트로 ‘담소’를 테마로 ‘모던 쉬크’ 스타일의 디자인이 적용된 정원이며, 각 동마다 배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외 다이닝 가든에는 피크닉 테이블과 텃밭이 있고, 에코 가든에는 아이들의 체험을 위한 새집, 텃밭, 환경해설판 등이 도입돼 있다. 아뜰리에 가든에는 소규모 작업이 가능한 공방 스타일의 테이블이 있어서 집에서 하기 힘든 작업들을 밖에 나와서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유혜인 차장은 앉아서 쉽게 개발한 상품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첼시플라워쇼와 쇼몽가든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정원박람회와 휴양단지 등을 다녀와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삼았다.
“스타일 자체가 없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스타일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래야 조경도 패션처럼 매년 달라지는 스타일을 개발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스타일을 만들어야 조경도 할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래미안 가든 스타일을 만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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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공무원의 연결고리는 바로 나!”
예비 조경가가 꿈꾸는 ‘모두의 공원’
권순형
서울형뉴딜일자리 경의피플 홍보디자인담당
“공원의 콘텐츠를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전문가는 조경가라고 생각한다. 조경가를 꿈꾸는 조경학과 전공자로서 공원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해 보는 건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다.”
배재대학교 원예조경학부를 졸업한 권순형 씨는 조경설계가의 꿈을 갖고 있다.조경학과 학생으로 공부를 하고 졸업시즌을 맞이했을 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 더 공부를 하려던 차에 서울뉴딜일자리 기회를 얻게 됐다. 권 씨는 앉아서 하는 작업뿐만 아니라 설계를 통해 만들어진 공원에서 어떤 행위가 일어나는지,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지 프로그램을 다뤄 봄으로써 설계자가 됐을 때 다르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생겼다고 자부했다.
학교에서의 공부만으로는 실무를 맡기에 부족하다는 갈증을 느낀 그는 실제 공원의 이용 행태와 프로그램, 관리 등 공원 내에서 다뤄지는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며 공부할 방법을 찾아봤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원관리 뉴딜일자리사업을 알게 됐고, 때마침 경의선숲길을 담당할 팀에서 조경 전공자가 필요해 권순형 씨가 ‘경의피플’ 팀에 합류하게 됐다.
뉴딜일자리는 시민을 위한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사업종료 뒤 민간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공공일자리를 말한다. 공원뉴딜일자리는 공원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처리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담당한다.
권순형 씨는 경의선숲길을 담당하는 경의피플 팀에서 공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사업을 제안해 직접 진행하는 일을 함께 하고 있다. 가족이나 연인, 개인 등 방문객 단위별 계획, 공원 내에서 할 수 있는 역사해설 등의 프로그램을 만든다.지난 5월 열린 경의선숲길 3단계 개원식의 준비와 운영도 참여했다.
공원에서의 프로그램 진행은 팀원들이 모두 함께 하지만 홍보를 위한 포스터와 책자 등을 디자인하는 작업은 권 씨의 몫이다. 공원 운영 및 관리에 활용되는 모든 디자인 작업을 도맡아 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고.
“실제적인 디자인 작업을 많이 했는데 조경설계와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있겠지만 공원이란 공간에서 디자인을 해봄으로써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실제 적용하는 디자인에 대해서 나름의 연습하는 시간이 됐다.”
권 씨는 조경의 대상지를 관리하는 데 참여한 경험은 조경설계가로서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계사무소를 목표로 하는 이로서 아쉬운 점도 있긴 하지만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계약이 끝나는 연말까지 공원을 주제로 하는 디자인 패키지를 만들어서 본인만의 스토리로 연결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우리는 시민과 공무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조경도 자연과 사람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일을 하면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설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공무원도 만족하고 일반인도 만족하는 그런 공원을 만드는 게 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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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신사업, ‘산에서 내려온 케이블카’
도심 연결하는 친환경 교통수단, 공공성 따지면 잠재력 무궁
김인관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사업부 상무
케이블카사업이 조경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 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케이블카를 단순히 관광레저용으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도시 내 교통수단으로서의 활용가치가 높은 미래전략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다.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사업부에서는 케이블카 설치를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케이블카를 도시의 교통수단으로 개발해 이용자 편의성을 증진한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다. 관련 사업을 육성하면 도시를 연결하는 효율적인 대체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김인관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사업부 상무의 설명이다.
김인관 상무에 따르면 노선 길이, 지주 위치 및 높이, 지질, 환경적 영향, 경관적 특성 등을 검토해서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과정을 종합적으로 계획하고 설계하는 일을 조경이 맡는다.
한국종합기술은 지난 4월 27일 세계 3대 케이블카 관련 기업 BMF와 MOU를 체결해 케이블카의 기계설비까지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궁극적으로 플랜트와 기계설비까지 자체적으로 가능하도록 설계능력을 배양할 계획을 갖고 있다.
김인관 상무는 케이블카사업은 공공적인 측면에서 접근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치적인 논리로 추진되다 보니 다른 잠재가치가 사장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제성이나 환경성을 떠나서 공공의 목적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보다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쟁점이 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인관 상무는 케이블카가 문화자원, 천연기념물, 경관 등을 보존하면서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게 하는 ‘현명한 이용’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자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용가능하게 함으로써 그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산지쓰레기의 점적관리가 가능해 오히려 환경 훼손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적으로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공법이 관건이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법에는 크게 가설삭도공법, 수십 미터 상공으로 헬기를 띄워 시공하는 방법, 케이블크레인공법 등이 있다. 가설삭도공법은 자연 훼손이 심해 관계부처에서 반대하는 입장이고, 헬기를 이용한 방법은 가장 친환경적이지만 국내에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조종사가 없다고 한다. 이에 한국종합기술은 친환경적 설치방법으로 케이블크레인 공법을 개발했고 이 공법으로 특허를 내 향후 공사에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자연공원의 케이블카 조성계획 수립 시 우려되는 환경과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생태계 수용력을 넘지 않는 동시 체류객 한정 ▲생태계 영향을 주지 않도록 지상에서 2~3미터 이격된 전망공간 조성 ▲이용가능 공간 제한 ▲안전기준 충족하는 난간 설치 ▲기상악화에 대비한 전원공급 이원화 등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케이블카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의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교통수단으로서 환경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에서만 논의가 돼 왔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환경적으로 민감한 곳에만 주목하면서 놓치고 있던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