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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디자인의 발견] 디자인 개념으로 식물 이해하기(6)
식물, 층의 개념으로 디자인하기
숲에서 배우는 식물 디자인 노하우
정원은 인간에 의해 연출되는 ‘인위적 예술의 공간’ 이다. 때문에 우리의 눈에 어떻게 아름답게 보이는지를 연구하고 그에 따라 식물의 구성이나 배치가 이뤄진다. 그런데 이 ‘우리 눈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기준’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많은 디자이너와 학자들이 이 기준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도 이에 대한 연구와 시도는 끊임없이 지속되는 중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변함없는 것은, 우리의 미적 기준은 결국 늘 지구의 자연환경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살아가며 그 속에서 답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정원에서의 미적 기준은 더할 나위 없이 산 혹은 숲속에서 그 기준을 가져온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식물 디자인을 공부하는 데 있어 자연이 연출한 디자인을 연구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산 혹은 숲에서 배울 수 있는 식물 디자인의 노하우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복합성’을 들 수 있다.
1) 식물 종의 다양성(다양한 종의 식물들)
2) 키에 따른 식물군의 다양성(다양한 식물들의 수직 높이변화)
3) 계절에 따른 식물의 다양성(사계절에 따른 식물의 뚜렷한변화)
우리의 숲과 자연 속의 식물은 절대 한 종류가 무한 반복되는 경우가 없다. 다양한 수종이 서로 이웃하며 혼합돼 있고, 이런 다양한 수종의 식물들은 그 높이, 크기, 모양이 각기 다르지만 어우러짐의 질서가 있다.
로버트 하트의 “7개의 층으로 구성된 식물군”
1990년대 로버트 하트Robert Hart(영국 원예가)는 이른바 자연 스스로 식물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다. 그의 연구는 사람의 지나친 관리와 간섭 없이도 이 지구상의 식물들이 스스로 자라고 열매를 맺고 있다는 데부터 출발했다. 이 연구를 통해 그는 이른바 숲의 생태 체계를 정원으로 활용하는 ‘포레스트 가든Forest garden’의 개념을 만들어 내게 된다.
그의 연구는 우선 숲속에서 식물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됐다. 그는 숲속의 식물들이 수직으로 층을 이루며 조화롭게 살아가고, 이런 층이 식물 각자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예를 들면 가장 키가 큰 그룹의 식물(낙엽수)은 빛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로 구성된다. 키 큰 나무 밑에는 키가 작은 나무가 살고 있는데 이 나무들은 큰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받아낸다. 그리고 그 아래로 관목의 키가 좀 더 작은 식물군이 사는데 이 식물들은 촘촘한 잎으로 부족한 일조량을 잘 이겨낸다. 또 가장 작은 키의 그룹인 초본식물군은 숲속이 연출하고 있는 그늘졌지만 촉촉하고 풍부한 영양 속에서 살아간다.
로버트 하트가 분류한 식물의 층은 총 7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1) 키가 큰 캐노피 나무 그룹(10m 이상의 키): 참나무류Querqus sp, 느티나무Zelkova serrata, 회화나무 Sophora japonica, 은행나무Ginkgo biloba, 자작나무Betula pendula
2) 키가 작은 캐노피 나무 그룹(5~10m 사 이의 키 ): 과실수, 벚나무류Pruns sp, 물푸레나무Fraxinusrhynchophyllus , 주목Taxus cuspidata, 호랑가시나무Ilex cornuta
3) 관목 식물 그룹(2~3m 사이의 키, 촘촘한 잎을 지닌 키가 작은 나무군): 조팝나무 Spiraea prunifolia, 회양목Buxuskorean, 쥐똥나무Ligustrum obtusifolium, 진달래과 Rhododendron sp. 개나리Forsythia koreana, 동백나무Camellia japonica
4) 초본식물 그룹(1m 미만의 딱딱한 줄기가 없는 풀과의 식물): 다년생 일년생 초화류 모두 포함
5) 지면에서 자라는 식물(30cm 미만, 지면을 덮으며 옆으로 번져 자라는 식물): 아이비, 빈카, 잔디, 고사리과 식물
6) 덩굴식물 그룹(다른 식물을 지지대로 삼아 위로 올라타며 자라는 식물): 으아리Clematis terniflora, 인동덩굴Lonicera japonica, 더덕Codonopsis lanceolata, 능소화Campsis grandiflora
7) 뿌리 식물 그룹(땅속으로 줄기나 혹은 뿌리가 자라는 식물군): 칡Pueraria thunbergiana, 각종 뿌리채소
층의 개념으로 식물 디자인 이해하기
최근에는 로버트 하트의 분류법을 좀 더 진화시켜 여기에 두 개의 식물 그룹을 추가하는 사례도 많다. 이때 추가되는 그룹의 식물은 여덟 번째 수생식물군, 아홉 번째 버섯을 포함한 균이다. 7개의 분류법이든, 9개의 분류법이든 중요한 점은 숲이나 산이라는 생태계는 식물들의 복합적인 구성으로 이뤄져 있으며 여기에는 식물의 키 즉 높이에 따른 질서의 디자인이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로버트 하트에 의한 식물이 이루고 있는 층의 개념은 ‘숲 정원Forest garden’ 혹은 자연 농업의 개념인 ‘퍼머컬처Permaculture’로 영국을 비롯한 뉴질랜드, 호주 등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그러나 최근에는 농업의 차원을 넘어 정원 내의 식물을 디자인하는 기법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특히 원래는 숲이었지만 인간의 도시 개발로 숲이 사라져버린 도시 속에인위적이지만 다시 숲의 생태계를 모방한 ‘우드랜드 가든Woodland garden’이 등장하면서 단절되고 깨져버린 숲의 생태계를 이어가려는 노력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최근 식물 디자인의 세계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21세기 전까지만 해도 식물을 매우 인위적인 예술성과 구조적 조화에 초점을 맞춰식물 디자인이 이뤄졌다면 오늘날은 자연의 숲속을 재현하는 층의 개념으로 본 식물 디자인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층의 개념으로 식물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가든 디자이너들은 평면도라는 수평의 개념에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는데, 층의 개념은 평면이 아니라 입면 즉 수직의 디자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정원은 인간이 서고, 앉고, 누웠을 때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느껴지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정원에 심어진 나무의 크기가 우리의 인체 혹은 건물과 비교했을 때 어떤 높이인지가 수평의 공간을 나누고 가르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위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박사 과정 중에 있다.『가든 디자인의 발견』,『정원의 발견』,『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현재 신문,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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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녹화 A to Z] 정원이와 알아보는 옥상녹화의 모든 것(1)
옥상녹화 설계를 위한 기초 지식들
취업을 하다!(들어가며)
그 숱한 어려움 속에서 정원 양이 조경설계회사에 취 업하게 됐다. 정원 양은 옥상녹화설계팀에 배정돼 팀장에게 실무 교육을 받게 됐다. 이제부터 정원 양이 팀장에게 전수받는 ‘옥상녹화에 대한 모든 것’의 좌충우돌기를 시작한다.
기초가 부족하다!
옥상녹화에 대한 정의와 기초 지식
팀장 정원 양! 우리 회사에 입사한 것을 축하해요. 더구나 우리 팀에 오게 된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 회사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회사인데 어려운 경쟁을 뚫고 합격한 것을 보니 학교생활에 성실했던 것 같네요. 맞죠?
정원 저도 이 회사에 입사하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히 관심이 많던 옥상녹화설계팀에서 일하게 돼 기쁘고 설레요. 옥상녹화설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걱정이 많지만 팀장님께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학교 성적은 나쁘진 않았죠. 하지만 성적이 아니라 적극적인 자세가 합격의 비결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팀장 옥상녹화설계는 앞으로 매우 유망한 분야이니 열심히 배워보도록 해요. 특히 옥상녹화에서는 설계의 중요성이 큽니다. 설계를 잘못한다는 것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것과 같은 거예요. 현장에서는 설계도에 따라 정확한 시공을 하게 되는데 잘못된 설계를 하게 되면 잘못된 시공을 하게 되고 결국 많은 문제점이 발생해 옥상녹화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설계를 해야 합니다. 설계 분야에서 다시 세부적인 설명을 하도록 하죠. 조경의 기초적인 것은 학교에서 배웠을 테고, 옥상녹화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 있죠? 옥상녹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혹은 옥상녹화의 장점이나 종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나요?
정원 팀장님, 죄송해요. 옥상녹화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학교에 강좌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서 누구에게 설명할 정도의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팀장님께 하나씩 배워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팀장 알아요. 학교에서 꼭 실무에 맞는 것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라서 실무에 오게 되면 새롭게 배우는 경우가 많죠. 아무튼 솔직해서 좋네요. 그러면 오늘은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설명해주도록 할게요. 그리고 너무 학술적이거나 실무와 동떨어진 내용은 제외하도록 할 겁니다. 나중에 관련된 책들을 알려줄 테니 추가적으로 필요한 사항은 그때그때 책을 참고하면 됩니다.
정원 네, 기초적인 것부터 하나씩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팀장 우선 옥상녹화에 대한 정의와 용어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죠. 옥상녹화와 비슷한 말로는 옥상정원이라는 말이 있어요. 하지만 옥상정원은 옥상에 꾸며진 정원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옥상에 정원을 만드는 것이 정확하게 옥상녹화겠지요. 지붕녹화란 말도 있어요. 느낌으로는 지붕은 경사지붕을 포함하는 단독주택의 지붕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고, 옥상은 주로 평면을 뜻하기 때문에 옥상녹화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해요. 그리고 옥상녹화는 인공지반녹화에 포함된답니다. 영어로는 그린 루프green roof 또는 리빙 루프living roof라고 합니다. 자, 그러면 옥상녹화에 대한 기본적인 용어들을 표로 정리해보도록 하죠. 좀 더 세분화된 용어들은 그때마다 정리해주도록 할게요(표1).
정원 옥상녹화란 개념이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군요.
팀장 맞아요. 그러면 정원 양은 옥상녹화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고 있나요?
정원 메소포타미아문명의 수메르인들이 지구라트에 조성했다는 기록이 있고, 신 바빌론의 공중정원이 유명하다고 조경사 시간에 배웠습니다.
팀장 그래요. 하지만 그것은 역사적인 기록에 있는 내용입니다. 또 다른 의미에서는 유럽에서 추위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시작했답니다. 자, 다음 사진을 볼까요? 앞의 사진은 덴마크의 북 쪽 지방(사진1)이고, 두번째 사진은 스웨덴(사진2)이에요.
정원 정말 이 사진을 보니 지붕에 포근한 이불을 덮어놓은 것 같네요. 에너지 절감에 많은 도움이 될 것같아요.
팀장 하지만 요즘 저런 형식의 집을 본 적 있어요? 없죠? 저런 전통 가옥이 현대의 도시에는 없기 때문에 콘크리트로 건설된 건물 옥상은 다른 방식의 기술이 필요한 거죠. 사람들이 높은 빌딩을 건설하면서 새로운 옥상녹화의 필요성이 생긴 겁니다. 다음 사진은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 있는 록펠러 센터Rockefeller Center 빌딩입니다. 1939년도에 완공된 건물로 꽤나
아름다운 쌍둥이 빌딩(사진3, 4)의 옥상정원으로 유명합니다. 이 옥상정원은 특별한 기술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충분한 토양층을 조성하고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하는 곳입니다.
김진수는 다양한 경험을 거쳐12년 전부터 옥상정원 분야에 전념해 오고 있다.현재(주)랜드아키생태조경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독일ZinCo GmbH사와 기술협약을 맺어 옥상녹화 시스템을 국내에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은 도시 집중화로 인해 지나치게 상승한 땅값으로 새로운 녹지 조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옥상 공간을 가치 있게 재탄생시킴으로써 생태조경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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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생태복원] 도시 자투리 공간의 복원과 활용(1)
자투리 공간의 개념과 유형
최근 도시 자투리 공간이나 공개공지 등에 대한 활용방안을 놓고 다양한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다. 필자가 맨 처음 도시생태복원에 대한 전체 원고를 구상할 때 자투리 공간 부분은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이나 생태놀이터를 중심으로 소개할 계획이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이나 생태놀이터는 상대적으로 면적이 작은 공간들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부의 자연마당 사업이 생기면서 생태계보전 협력금 반환사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소규모 생태계 복원 사업이라는 명칭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은 시행한지 10년이 훨씬 넘어서 많은 독자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업일 것이라는 생각에 생태놀이터를 포함해 우리 생활 주변 공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유형의 자투리 공간들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더불어 도심 공간 내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공간dead space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원고에서는 ▲자투리 공간의 개념과 유형에 대해서 고찰해 보고 ▲자투리 공간의 활용사례를 살펴본 후 ▲마지막으로 자투리 공간의 향후 활용 방안 순으로 연재를 이어가고자 한다.
자투리 공간의 개념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들 대부분은 체계화된 도시계획이나 다른 여러 가지의 공간 계획에 의해서 만들어진 곳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공간을 계획하고 이용하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방치되는 공간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이렇게 도시계획에서 방치와 방기가 만들어 낸 공간을 자투리 공간이라 한다. 이러한 자투리 공간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는존재하고 있으나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활용되고는 있으나 적합하지 않게 쓰이는 공간(김미나, 2008)이다.
한편 도시에서 유휴 공간이란 ‘쓰지 아니하고 놀림’
이라는 뜻으로 도시 속에 위치하고 있지만 활용되지 않거나 적합하게 쓰이지 않는 공간을 말한다(송원경,2013). 유휴 공간은 도시계획이라는 적극적인 개입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으로서 기능과 역할에 대한 수명과 활용이 다하여 생긴 공간이 아니라 그 공간에 대한 방치와 방기에 의해 만들어지는 공간을 의미하기 때문에 도심 속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백나영, 2002). 쉽게 접근하자고 한다면, 자투리 공간은 별 쓰임새 없이 남겨져 있는 작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조동길은1974년생으로,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이사로서 생태복원,조경,환경디자인,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R&D사업을 이끌고 있다.고려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저서로는『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자연환경 생태복원학 원론』(2004)등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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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만나는 조경] 숲을 보다
숲. 이름만 들어도 어딘가 푸근한 느낌입니다. 푸르른 숲은 상상하기만 해도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대상이지요. 숲의 고요한 느낌, 숲속에서 느끼는 시원한 바람, 그리고 숲이 주는 건강함. 우리를 보호해 줄 것 같은 그런 공간이지요. 숲속을 걸을 때 느끼는 상쾌함은 그저 기분 때문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피톤치드라는 물질의 발견으로 산림욕의 생체 효과가 널리 인정되고 있으니까요. 나무들은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휘발성 방향물질을 발산하는데, 이 성분이 인간에게도 유해균을 살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숲은 인간에게 공간적으로, 생리적으로, 때로는 심리적으로까지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역시 인간이 숲에서 진화했다는 이야기에 공감이 가는 대목입니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생활 공간 가까이에서 숲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동네마다 앞산이나 뒷산은 거의 다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최근 도시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도시 주변의 숲들이 많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나무숲이 건물숲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안식처를 잃은 현대인들은 숲에 대한 갈증이 많은 편인 것 같습니다. 주말마다 근교 산에는 등산객들로 늘 붐비고, 휴양림의 숙박 시설은 순식간에 다 예약이 끝나는 걸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집이나 사무실 근처에 괜찮은 공원이라도 있다면 그건 정말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해야할 겁니다.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2014년까지 오하이오주립대학교.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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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1. 지붕에서 자라는식물
오키나와켄 나고시의 민가
본 연재를 통해 지붕에 식물이 자라는 사례를 여러번 소개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것은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큰 식물이 자라고 있는 기왓장 건축물 사례다. 사진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오키나와 나고시沖縄県 名護市에 있는 한 전통 민가의 우진각지붕 기왓장에 굵은 줄기의 피타야 선인장(드래곤 후루츠, Hylocereus Undatus)이 자라고 있었다. 이 건물의 류큐琉球 기와는 상당히 풍화됐고, 피타야 선인장 이외에도 다수의 돌나무과 수종이 기와 틈새로 자라고있었다.
이 건물은 외관상으로 보면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옥 같다. 옆 건물 2층 창문에서 직접 지붕 위로 나올 수 있는 구조라서, 아마도 이 2층 건물에 사는 거주자가 창문 옆 지붕 위에 선인장 화분을 두었던 것이 기원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2층 건물은 도로변에 접해 있는 상점인데, 원래는 이 폐가옥이 본래 집이고 점포를 지어 2층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지붕에관상용 화분을 두었다는 추정이 가장 무리가 없을 것 으로 보인다. 다만 주위를 둘러싼 뿌리분을 아무리 찾아봐도 화분이나 플랜트 박스와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오랜세월 동안 뿌리 등이 팽창해 본래의 식재 기반을 완전히 덮어버린 듯하다. 돌나무류가 이렇게 많이 자랄수 있었던 것은, 선인장의 시든 가지 등 식물 찌꺼기가 식재 기반이나 영양 공급원이 됐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마치 바위산에 뿌리 내린 선인장과 같은 모습이었고, 건물이 무너질 때까지 살아남을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그렇게 간단한 사례가 아니라는 것을 차차 알게됐다.
사진을 찍기 위해 주위를 걸어 다니며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면서 정말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사진에서도 일부 보이는데, 선인장의 굵은 뿌리가 기와 위를 기듯이 아래로 늘어져 자라고 있는 것이다. 피타야 선인장 종류는 콘크리트 등에 붙어서 자랄 때에 부착뿌리와 같은 것을 대량으로 발생시켜 휘감고 올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 변형이 아닐까 싶었다. 이 뿌리는 지붕의 구석구석으로 뻗어서, 거기에서 공중으로 처져 있었다. 그리고 그중 2개 정도는 지면까지 뿌리를 내려 도달해 있다. 이 선인장은 건물 전체를 껴안듯이 뿌리를 계속 뻗었고, 결국 땅바닥까지 닿아 그곳에서 물과 양분을 흡수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지붕 위의 얼마 안 되는 수분으로 장수하고 있었던 기특한 식물이 아니라, 거대한 뿌리로 먼 거리에 있는 땅바닥으로부터 물을 빨아올리는, 괴물 같은 생명력을 과시하는 공포스런 식물이었던 것이다. 분재 기법에 뿌리올림大根上がり이라는 형태가 있다. 나무의 본래 높이나 그 이상의 길이까지 뿌리를 인공적으로 노출시켜서, 그 위태로운 모습을 관상観賞하는 것이다. 지금은 유행하지 않지만, 아마 에도막부말기(1853~1868) 무렵 문인들의 취미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이는 분재 기법이다. 그런데 이 선인장은 뿌리올림을 훨씬 더 초월한 모습으로, 식물 뿌리의 잠재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우리에게 과시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됐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 야마다 히로유키 / 오사카부립대학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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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유랑 인 호주] 리버시티 브리즈번(2)
걷고 싶은 도시, 달리고 싶은 도시
브리즈번 산책 셋. 두발로 걷는 여행, 중심업무지구브리즈번 강으로 경계가 구분되는 브리즈번 중심업무지구CBD, Central Business District 2.2km2는 도시의 중추 기능을 담당하며, 시청사를 비롯한 주요 관공서가 위치해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룬다. 고층 빌딩숲 사이를 걷다보면 독특한 거리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영국 왕족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으로, 동서(여성: Queen, Elizabeth, Ann)와 남북(남성: Edward, George)으로 구분해 방향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흔히 이곳을 보행자의 천국이라 부른다. 차 없는 거리인 ‘퀸 스트리트 몰’, 만남의 장소인 ‘킹 조지 스퀘어’, 지하에 위치한 버스환승센터 등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한 교통 시스템과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10월 15일에는 브리즈번 시정부가 보행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퀸 스트리트 몰에서 센트럴역까지 1.6km 구간에 점자블록을 설치해 시각장애인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우스 뱅크 파크South Bank Parklands와 퀸 스트리트몰을 연결하는 빅토리아 브리지Victoria Bridge를 건너면 오색의 레고블록을 연상시키는 주립도서관과 151m 길이의 브리즈번 스퀘어Brisbane Square, 간결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레다클리프 플레이스ReddacliffPlace를 만날 수 있다. 이 작은 광장은 과거 모턴만연안에 탈옥수를 수용하던 정벌 식민지에서 명명된 것으로, 광장 한 편에 설치된 조형물이 당시의 상황을 가늠하게 해준다. 평상시에는 오피스 근무자들과 퀸 스트리트 몰을 오가는 사람들을 위한 휴게 공간으로 이용되며, 주말에는 벼룩시장으로 활용된다.
브리즈번 쇼핑의 메카 퀸 스트리트 몰은 백화점과 각종 상점이 위치한 보행자 전용 거리다. 대홍수가 발생한 19세기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비포장도로 였던 이 보행자 거리는 브리즈번 연방 경기Brisbane of Commonwealth Game(1982)와 리버사이드 엑스포Riverside Expo 1988가 열린 시기에 맞춰 두 차례 정비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몰 내부로 들어서면 ‘원 스톱 숍One-Stop-Shop’이라는 단어처럼, 수많은 상점과 쇼핑센터, 음식점이 가로변을 점하고 있다. 또한 몰 곳곳에 늘어선 대형목과 나뭇잎을 형상화한 캐노피는 이곳의 강렬한 태양을 가려주며, 중심부에 위치한 야외무대에서는 다양한 패션쇼와 인디밴드의 공연이 펼쳐진다.
윤호준은1982년생으로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를 거쳐 서호엔지니어링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조경 계획 및 설계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현재 북경공업대학교 성시건축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서호엔지니어링 북경지사에서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환경과조경』과『스테이플(STAPLE)』의 해외리포터(중국)로도 활동하고 있다.저서로 지난2012년에 출간한『디자인 유랑 인 유럽』이 있으며,현재『디자인 유랑 인 아시아』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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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 일본의 명원22
에도 시대 중기의 정원(4)
와타나베 가의 정원
와타나베渡辺 가의 초대 당주는 무라카미村上 번주의 가신으로 군봉행郡奉行이 되어 활약한 인물이다. 그는 칸분寛文 5년(1665) 양자에게 가산을 물려주고 계촌桂村에 은거하는데, 2년 후 칸분 7년에는 지금의 저택이 있는 니가타현 이와후네군 세키카와무라新潟県 岩船郡 関川村 시모노세키下関로 거취를 옮기고 대저택을 건축하여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그 후 와타나베 가의 후손들은 이곳을 근거지로 회선업廻船業, 주조업酒造業, 농지 개발 등으로 부를 축적했고, 재정난에 시달리던 요네자와米沢 번에게 돈을 대출해 줘 번주로부터 감정봉행勘定奉行의 예우를 받게 된다. 와타나베 가의 전성기에는 75명의 하인을 거느리며, 약 1000ha의 산림을 경영하였고, 약 700ha면적의 논에서는 1만 석의 소작미를 수확했다고 한다.
와타나베 가의 옥호는 계옥桂屋으로, 이것은 초대 당주가 가쓰라무라에 은거하였던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저택은 3000평 부지에 건평이 500평이나 되는 대단한 규모이다.
와타나베 가의 정원은 와타나베 가의 4대 당주 요시나가善永 시절에 교토로부터 고보리 엔슈小堀遠州의 작풍을 계승한 정원사를 불러와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사실은 메이와明和 6년(1769) 정원 남문 마룻대棟木의 묵서墨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정원은 지천회유 양식으로 건물의 동측 건물을 따라 길게 조성돼 있다. 정원의 중심에는 심자지心字池라는 못이 있으며, 못 후면부에는 남문과 연결하여 축조한 담장으로부터 제1산, 제2산, 제3산으로 불리는 세 개의 산을 축산해 석가산을 만들었다. 제1산 위에는 부동석不動石을 세웠으며, 제1산과 제2산의 사이에는 마른폭포枯滝를 조성해 예의 에도중기의 양식적 특징을 갖추게 된다. 못물은 남측 담장 밖 도로변에 설치한 수로의 물을 담장 밑으로 끌어들여 사용했다.
못의 동측 호안부에는 화장옥석化粧玉石으로 스하마州浜를 만들었으며, 여러 개의 경석을 심어 해안선의 모습을 연출했는데, 특히 남측 호안의 석조는 매우 뛰어난 작법을 보인다. 못에는 접객실 앞에서 제1산으로 연결하는 목조반교와 제1산에서 제2산으로 넘어가는 석교, 제2산과 제3산을 연결하는 토교,2 신 접객실의 다실 앞에서 제3산으로 연결하는 석교, 징검돌飛石(토비이시)을 따라 연결되는 석교 등 도합 5개의 다리를 놓아 못을 한 바퀴 돌면서 정원을 구석구석까지 완상할 수 있도록 했다. 심자지 주변에는 회유를 위해 징검돌을 놓았으며, 첨경물로 대좌부 쪽에 수수발手水鉢을, 주빈에 석등롱을 배치했고, 정원 북측에는 우물덮개를 설치했다. 정원에 사용된 돌은 대부분은 기슈紀州와 쇼도시마小豆島 등 관서関西 쪽에서 옮겨놓은 것인데, 이것은 와타나베 가에서 회선업을 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원의 전체적인 작풍은 대체적으로 역동성이 있으면서도 섬세하게 처리가 되어 뛰어난 심미성을 보여 주는데, 이러한 작법이나 정원의 공간 구성을 보면 교토의 작풍이 여실하여 교토로부터 고보리 엔슈小堀遠州의 작풍을 계승한 정원사를 불러 정원을 조성하였다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님을 확인해 준다.
이처럼 정원문화가 교토나 에도를 벗어나 지방의 민가에까지 침투한 것은 에도 시대에 나타나는 일본정원사의 중요한 현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와타나베 가의 정원은 일본정원사에 기록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작품이 분명하다. 현재 이 정원은 국가지정 특별 사적명승으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경기도 문화재위원, 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 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 현재는 한국 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의 전통조경』, 『한국의 전통수경관』, 『정원답사수첩』 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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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디자인의 발견 디자인 개념으로 식물 이해하기(7)
식물 디자인의 5대 원리
지구의 모든 자연물은 지금도 디자인 중이고 우리도 그 안에서 답을 찾는 중이다. 물론 이런 답을 찾는 일이 디자이너만의 몫은 아니다. 수많은 수학자, 과학자, 예술가들이 자연이 하고 있는 디자인의 원리가 무엇인지, 무엇이 오래도록 살아남게 하는 생존의 키를 쥐고 있는지를 찾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몇 가지 원리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건축가, 디자이너, 미술가 등에 의해 이용되고 있는 황금비율이나 피보나치 수열도 이 중에 하나다. 태풍의 눈은 왜 소용돌이 모양일까? 우주의 은하수가 태풍의 소용돌이와 비슷해 보이는 비유는 무엇일까? 이것이 솔방울의 규칙적인 소용돌이 모양과는 또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묘하게 닮아 있는 형태를 발견하면서 거기에 뭔가 특정 디자인의 법칙이 있지 않겠느냐는 궁금증이 황금비율이나 피보나치 수열의 원리를 밝혀내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이런 수학적 원리만이 아니다. 그 외에도 지구의 자연물들이 하고 있는 디자인에서 묘한 공동 원리가 발견되는데 이 원리를 인류는 자신들이 만드는 상품이나 미술, 건축 등의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원리는 무엇일까? 전문가에 따라 용어를 설명하는 방식이나 세세한 접근법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크게 5가지의 원리가 늘 언급된다.
우선 대비와 조화는 극과 극의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대비와 조화는 우리말로 ‘비슷하다’와 ‘다르다’가 함께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조각 퍼즐을 생각해보자. 퍼즐은 비슷해 보이는 조각들이 모여진 하나의 판이다. 그런데 이 퍼즐의 조각 모양은 각기 다르다. 하지만 다르게 생긴 조각이 모여서 하나의 큰 판 그림을 만드는 조화가 나타난다. 또 다른 예로 패턴을 들 수도 있다. 사막에 바람이 불면 모래에 결이 생긴다. 이 결의 모양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그런데 이게 함께 모여서 하나의 패턴이 생겨나면 이것이 아주 비슷한 하나의 형태가 된다. 결론적으로 대비와 조화는 자석의 남극과 북극처럼 서로 만나지 못하는 반대의 개념이 아니고 ‘다름’이 모여서 하나의 ‘비슷함’을 만들어 내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이때 다름이 지나치게 도드라지고 각양각색이라면 ‘혼동’, ‘어지러움’, ‘난잡’이라는 부정적 효과가 발생하고, 그렇다고 너무 비슷함만을 강조한다면 ‘단조로움’, ‘지루함’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식물 디자인에 있어서도 이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숲을 잘 관찰해보자. 숲에는 모양과 키가 다른 수많은 종류의 식물이 자란다. 그런데 이 각각의 나무들이 모여서 뚜렷한 특징을 만들어 숲의 ‘정체성’을 만든다. 우리는 식물 전문가가 아니어도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노르웨이 숲과 열대우림의 브라질 숲, 또 온대성 기후인 우리나라의 숲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특징도 어느 정도는 머릿속에 쉽게 그려낼 수도 있다. 이 원리가 우리가 하고 있는 식물 디자인에도 반영되어야 한다. 정원은 작게 축소된 숲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좋다. 이 안에는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때로는 홀로, 때로는 뭉쳐서 심어진다. 그런데 이런 다름이 모여서 누구집 정원이라는 큰 의미로 불렸을 때는 뚜렷하면서도 특징적인 주제가 부각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각기 다른 식물을 정원에 배치하고 그걸 다시 비슷함으로 연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즉, 대비와 조화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위틀 칼리지(Writtle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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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기법] 그늘정원 조성 기법(1)
그늘정원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
빛이 차단된 부분을 그늘이라고 한다. 그늘은 무더운 여름철 뜨거운 햇볕을 막아 사람들에게 편안히 쉴 수 있는 안식처를 마련해 준다. 한편으로는 다소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고 말할 때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음습하고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공간으로 인식된다.
정원에서도 그늘은 다소 매력 없는 공간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그늘에서는 색감이 좋은 화려한 꽃을 심기가 어렵다거나, 식물이 웃자라 형태가 망가진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늘정원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부족한 탓일지도 모른다.
자연의 숲을 떠올려보자. 숲은 대표적인 그늘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크기가 다른 잎들이 겹겹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뜨거웠던 햇볕은 잎과 잎 사이를 지나면서 순해지고 바람은 부드럽게 불어 숲을 거니는 사람들을 어우른다. 숲은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 아늑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숲 바닥은 어떠한가. 바스락거리는 낙엽들 사이로 얼굴을 내민 숲의 식물들로 무수하다. 보드라운 질감의 잎을 펼치고 크고 작은 꽃들이 저마다 제각각의 매력을 뽐내며 숲을 장식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하고 맑은 색감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할 것이다.
도시 정원에서도 얼마든지 자연의 숲속 그늘과 같은 정원을 만들 수 있다. 그늘과 그늘식물을 잘 활용하면 자연의 숲이 주는 안락함과 고즈넉함을 정원에서도 느낄 수 있다. 단, 이를 위해서는 숲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하고, 그늘정원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도 요구된다.
잘 만들어진 그늘정원은 도시 공간 속에서 음습하게 여겨졌던 구석진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줄 것이다. 또 바쁜 일상 가운데 새소리,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의 여유를 줄 것이다.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숲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사색과 인식이 시작될 것이다. 정원이 주는 기쁨은 결국 자연에 대한 이해와 그 이해를 바탕으로 겸허해지는 마음이니 그늘정원을 통해 그 기쁨을 만끽하면 좋겠다.
김봉찬은 1965년 태어나,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 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 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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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녹화 A to Z] 정원이와 알아보는 옥상녹화의 모든 것(2)
옥상녹화설계를 시작해 보자
팀장 비오톱은 옥상에 조성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조성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정원음, 비용 문제가 제일 클 것 같아요.
팀장 맞아요. 제일 큰 이유는 비용 문제이고, 다음은 하중에 대한 문제예요. 비오톱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하중 구조가 좋아야 합니다. 수생식물을 인공토에 심을 수는 없기 때문에 비오톱에는 조경토와 물이 필요하고 이것이 하중을 증가시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유지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쉽게 건조해지고 겨울에는 얼어서 관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기의 서식지가 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 이유로 개인 건물에 조성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지요.
정원 비오톱을 조성한다는 것이 어려운 것이군요.벽돌로 조성한 화단은 조금 뜬금없어 보입니다. 그렇게 멋져보이지도 않고요.
팀장 그렇죠?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옥상들은 저런 형태로 화단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조성해 왔답니다. 그리고 많은 곳들이 아직도 저런 형태의 옥상조경을 하고 있답니다. 그 이유가 뭔지 아세요?
정원방수 문제 아닐까요?
팀장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정답이라고는 할 수가 없겠네요. 조금 복합적으로 생각해 볼래요?
정원음, 비용 문제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잘모르겠어요.
팀장 직관적인 관점으로 말하겠습니다. 정원 양이 말한 두 가지의 이유 외에도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하나는 토심이 70cm 이상(지자체에 따라 달랐음) 돼야 조경면적으로 인정받던 시절의 설계가 그대로 답습되는 것이 이유이고요. 또 하나는 화단을 만들어 식재를 하게 되면 설계가 쉬워집니다.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다 없어지는 거예요. 경계재, 배수, 빗물이 옥상 출입구로 역류하는 문제 등 우리가 공부하는 여러 가지 사항들에 대해 몰라도 되는 거죠. 공부를 하지 않는 게으름이 예전의 방식으로 설계를 하게 만드는 겁니다.
정원좀 뜨끔하네요. 저는 실력 있는 설계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팀장자, 오늘 시간이 더 허락됐다면, 인공토와 조경토의 토심과 하중에 대해서도 알아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부족하네요. 오늘 배운 것은 또 열심히 복습하도록 하고 다음 시간에는 오늘 못 나간 진도를 더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어요.
김진수는 다양한 경험을 거쳐 12년 전부터 옥상정원 분야에 전념해 오고 있다. 현재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독일 ZinCo GmbH사와 기술협약을 맺어 옥상녹화 시스템을 국내에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은 도시 집중화로 인해 지나치게 상승한 땅값으로 새로운 녹지 조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옥상 공간을 가치 있게 재탄생시킴으로써 생태조경의 새로운 전형을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