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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생태복원] 도시 자투리 공간의 복원과 활용(2)
생태놀이터와 자투리 공간의 활용 사례
도시 내에서 방치된 공간들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그 가운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지난 원고에서도 제시했던 지나치게 폭이 넓은 보행자 도로이다. 여기서 지나치게 폭이 넓다는 것은 이용자가 많지 않은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 공간을 대상으로 실개천을 만들거나 가로 녹지대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빈번히 만들어지고 있는 게릴라 정원도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아주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옥상 공간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폐쇄해 방치하기 보다는 소규모라도 비오톱 형태의 공간으로 만든다면 옥상은 하늘을 나는 생물종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쉼터가 될 것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사례들은 좀 더 협소한 공간에 식물을 도입하거나 생물 서식처를 만들고자 한 영국의 사례이다.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정말 생물이 서식할 수 있을까?’라고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다양한 생명체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비오톱의 개념을 정립했던 독일에서는 아파트 베란다 앞에 내놓은 화분조차도 하나의 비오톱으로 인지해 세분류 유형에 포함시키고 있다. 사진에서 제시한 공간들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새들이 찾아오고, 곤충들이 서식하며, 나비를 불러들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생명체를 도입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공간들도 자투리 공간으로 보고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 시간에는 남겨진 문제점과 고려사항, 발전 방안 등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조동길은 1974년생으로, 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하였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이사로서 생태복원, 조경, 환경디자인, 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 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 R&D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양대학교와 한경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 『자연환경 생태복원학 원론』(200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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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만나는 조경] 새들의 노래
사진 찍는 일은 저에게는 주로 기록이 목적입니다. 답사를 다니면서 본 것을 기록을 해 놓아야 다음에 강의를 하거나 글을 쓸 때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기억을 대신해 주기도 하고 말이죠. 제가 많이 보고 느껴 봐야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 거라는 게 제 생각이기도 합니다. 하여간 그래서 사진은 주로 기록이 목적인 셈이죠. 그런 면에서 디지털 카메라는 제게 축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셔터 누를 때 부담감이 전혀 없잖아요. 마구 찍어도 필름 값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요.
그런데 사진을 찍다 보면 가끔은 뭔가 의미 있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도 있습니다. 기록이 가장 기본적인 목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더 멋지게 보이고 싶고, 뭔가 의미를 담고 싶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표현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기더란 말이지요. 거창하게 표현하면 이 순간이 바로 예술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해 봅니다.
미국 출장을 갔을 때였습니다. 해외 사례 조사를 목적으로 리버워크Riverwalk를 보기 위해 미국 샌안토니오를 방문하게 되었죠. 리버워크는 원래 홍수 조절을 위해서 만든 수로였는데, 지금은 수로 주변에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 판매점 등 각종 시설들이 가득 들어서서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 넣는 매력적인 장소가 된 그런 사례였습니다. 낮은 수심에도 관광객을 가득 태운 유람선이 수로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수변공간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제 눈에는 아주 신기해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2014년까지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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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1.5월 태풍에 의한수목 피해
비정상적 수목 피해 원인은?
2011년 6월 초순 오키나와沖縄를 방문했을 때, 섬 도처에 해풍 피해를 입은 식물들을 보았다.앞서 5월 28일 오키나와 본도 북부를 통과한 제2호 태풍SONGDA은 나하시那覇市 5월 관측 사상 가장 강한 최대순간풍속 55.3m의 강풍을 기록하며, 본도 전체를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게 했다.
필자는 태풍이 통과한 지 1주일 정도가 지나서 이곳을 찾았다. 수목 뿌리에는 낙엽이 층층이 쌓여 있었고 수관은 다 벗겨져 민둥 상태가 되어 있는 것도 많았다. 텔레비전과 라디오 뉴스는 이런 내용을 다루며, 낙엽 뒷정리가 큰일이라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보도했다. 원래 오키나와의 식재 수목은 태풍 피해 상황 등을 고려해 선정된 것이기 때문에, 해풍에 강한 수종이 대부분이다. 실제 8월과 9월 사이 태풍 시즌에 오키나와를 방문한 일도 몇 번 있었지만, 이렇게 심한 피해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상아화Erythrina variegata, 열대아몬드Terminalia catappa 등 대표적인 식재 수목들은 일제히 발가숭이가 되어 있었다. 이른 봄의 난꽃을 떠올리는 가련한 핑크색 꽃을 가득 피우는 명주솜나무Ceiba speciosa도 모든 잎이 떨어져 있었다. 오키나와 자동차도로의 긴金武 IC 부근에는 선별된 명주솜나무가 열식됐지만, 이 수목들도 겨울철 낙엽수처럼 앙상했다. 그중 몇 그루는 주간부가 꺾이거나 뿌리 부분부터 쓰러져 있는 것도 있었다.
북부 본부 반도에 있는 국립오키나와기념공원에서도 공원 주위에 있는 남양삼나무Araucaria의 윗부분들이 날아가 버렸고, 식물원 내 거대한 바오밥나무Adansonia digitata L.도 세 그루가 넘어져 있었다. 바오밥나무 부근 콘크리트로 만든 각주를 등반하는 장대한 끈선인장Disocactus flagelliformis (L.) Barthlott은 매번 사진 찍는 즐거움을 안겨주었지만, 이것 역시 모두 떨어져 나갔다.
물리적 피해로서도 2호 태풍은 근래에 찾아볼 수 없었던 강력한 것임이 확실하다. 그렇더라도 복나무Garcinia subelliptica와 잔디류 이외의 거의 모든 식물들이 해풍에 피해를 받는다는 것은 다소 비정상적이다. 우선 5월 태풍이라는 계절적인 영향을 하나의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8월과 9월의 잎은 성숙해져 있어서 염분에 대한 내구성 역시 높겠지만, 5월에는 그러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태풍 통과 후 날씨의 영향이다. 5월29일부터 31일까지는 오키나와의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았고, 일조 시간도 매우 길었다. 하지에 가까운 이 시기에는 날씨가 좋을 때는 일사량이 8월이나 9월보다도 많다. 이 영향으로 식물에 부착한 염분이 씻겨 내려가지 못하고, 농축됐을 가능성이 높다. 6월 1일과 2일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그러나 이미 시기가 지난 잎들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식물들은 이미 다음 새싹을 내고 있었고, 섬 태생의 믿음직스러움을 느끼게 해 준 것이 그나마 위로가 됐다. 덧붙이면 복나무가 거의 피해를 받지 않았던 것은 이 수종이 내염성에 특히 강하기 때문이며, 예전부터 해안가의 방풍 방조림으로서 활용되어 온 특성이 충분히 발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있으며,『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연구 노트2012』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1967년생으로,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그락크(CLAC)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특히 도시의 공원녹지5개년 계획의3차, 4차를 담당했다.일본 도쿄도 코토구‘장기계획 책정회’위원,서울시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번역 한규희 _ 어번닉스 대표, 일본 도시녹화기구 연구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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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유랑 인 호주] 해변의 도시, 골드 코스트
공원과 워터프런트의 조화로운 동거
골드 코스트 풍경 읽기
호주의 6번째 도시이자 인구 40만 명의 골드코스트는 퀸즐랜드의 주도인 브리즈번에서 남동쪽으로 약 7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과거 원주민인 어보리진이 해변에서 바다의 평온을 축원하는 제사를 지내던 이 일대는 북쪽의 사우스 포트로부터 시작해 서퍼스 파라다이스, 벌리헤즈, 쿨랑가타 등 4개의 시로 이뤄진 연합 도시다.
호주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법한 이 도시는 세계 각지의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휴양지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골드 코스트는 지명 그대로 황금빛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연평균 기온 24도, 연중 온화한 아열대기후가 300일 이상 지속될 정도로 화창한 날씨와 티끌하나 없는 깨끗한 도시경관은 이곳의 가장 큰 매력 요소다.
그 가운데서도 골드 코스트를 세계적 관광지로 만든 해변은 북쪽의 사우스 포트South Port에서 메인 비치Main Beach,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 브로드 비치Broad Beach, 벌리 헤즈Burleigh Heads로 이어지며 퀸즐랜드 주와 뉴 사우스 웨일즈 주에 인접한 남쪽의 쿨랑가타Coolangata까지 약 24km에 달한다.
게다가 5개의 강이 해변과 연결돼 아름다운 운하와 수변 공간이 조성돼 있고, 가장 오래된 해안 도시인 사우스 포트를 기점으로 사방으로 이어져 있는 수로 덕분에 해양스포츠의 중심지가 됐다.
바다와 도심 사이로 얇은 금띠를 두른 듯 이어지는 황금빛 모래사장과 이를 따라 늘어선 고층 건물은 자연 그대로의 멋을 유지하며 사람과 공존하는 골드 코스트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기회가 허락된다면 대자연의 품에 안겨 다양한 활동을 즐겨보길 바라며, 도시 풍경과 문화적 감성을 동시에 만끽해보길 바란다.
윤호준은년생으로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를 거쳐 서호엔지니어링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조경 계획 및 설계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현재 북경공업대학교 성시건축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서호엔지니어링 북경지사에서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STAPLE)의 해외리포터중국로도 활동하고 있다저서로 지난년에 출간한디자인 유랑 인 유럽이 있으며현재디자인 유랑 인 아시아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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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여주 황학산 한반도 멸종위기 식물종 서식처 복원사업
황학산수목원(국립수목원 등록 제 2013-4호)은 2012년에 정식 개원된 이후 다양한 수목과 지피식물이 식재되고, 습지 및 관련 시설이 조성되면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여주시의 명소로 발전하고 있는 곳이다. 황학산 수목원은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약 1562종류(목본 669종류, 초본 893종류)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구생산시설(연구용 온실, 재배용 하우스, 묘포장), 수집전시시설(양화소록원, 전시정원, 산야초원), 산림체험시설(산열매원, 생활지혜길, 야외학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규 수목원은 다른 수목원과 마찬가지로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곳도 2008년 이후 도로 신설과 주거지 확장, 골프장 건설로 인해 산림 가장자리 주변의 훼손이 발생했고, 산림 서식지가 나뉘어 서식지가 단절돼 고립·축소되고 있는 상태였다. 사업 대상지인 수목원의 상부 산지에서는 비점오염원이 유입되고 절개지가 노출되고 웅덩이가 방치돼 집중호우 시 수목원 내 하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태였다.
환경부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본 사업은 대상지 계류의 유속을 조절하고 수계 정비와 수질 정화를 통해 생물 서식 환경 개선을 유도하며, 종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 의의를 두었다. 더욱이 이곳은 유전자원을 증식할 수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멸종위기 식물종을 증식하는 복원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주변 현황을 분석한 결과, 주변에 건강한 서식지가 남아 있었다. 이에 따라 황학산수목원의 전문 연구인력과 연계해 식물종의 증식과 연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할 수 있었다. 생태적 가치를 증진시키는 계획을 통해 지역의 녹지축 강화가 필요했으며, 다양한 식생 도입에 유리한 지형 조건이나 수위와 유속 조절도 요구됐다. 산림 및 수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유형의 서식처 조성을 통해 중장기적인 조성과 관리계획도 수립할 수 있었다.
시행자여주시 산림공원과 황학산수목원관리팀
설계자일송지오텍(주)
시공자일송지오텍(주)
위치경기도 여주시 황학산수목원길 73(황학산수목원 일원)
부지면적9,900m2
사업비약 6억 원
사업기간2012.11.~2013.12.
주요사업내용소생태계 조성사업
박현경은 조경을 전공하고 현재 일송지오텍(주)기술본부에서 자연환경보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만큼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과 자연마당 등자연환경보전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다양한 경력을 쌓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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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 일본의 명원23
에도 시대 말기의 정원(1)
개요
칸세이寛政 원년(1789)부터 케이오慶応 4년(1868)까지를 에도 시대 말기로 편년한다. 에도 시대 중기부터 부농富農, 호상豪商, 촌장村長 등을 중심으로 정원 문화가 형성되던 분위기는, 에도 시대 말기가 되면 더욱 두드러져 서민층에 이르기까지 정원 문화가 대유행을 하게 된다. 그야말로 에도 시대 말기는 일본 정원사에서 정원 문화가 가장 극성을 보였던 시대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에도 시대 말기의 정원은 중기의 정원과 마찬가지로, 석조石組의 규모가 작아지고 식재를 중심으로 하는 정원이 지속적으로 유행한다. 그러나 역으로 특별히 석조가 중심이 되는 호화로운 정원이 조성되는 특별한 경우가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지방에 조성된 정원 가운데에서 아주 뛰어난 석조조형과 공간의 구성이 우아한 정원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정원에 대한 관심이 대중적으로 더욱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에도 시대 말기에 들어서면서 작정비전서의 편집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편집된 작정서의 보급이 한층 더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중에서 아키사토 리토秋里籬嵨는 칸세이 11년(1799)에 『都林泉名勝図会(도림천명승도회)』를, 분세이文政 11년(1828)에는 『築山庭造伝後編(축산정조전후편)』을 출판해 전국적으로 유포했다. 전자는 140장 이상의 삽화가 실려 있고, 소개된 정원만 해도 약 90여 개에 달하는데, 료안지龍安寺 정원과 로쿠온지鹿苑寺 정원 등 유명한 정원을 대체로 망라해 소개하고 있다. 후자는 정원을 우선 축산築山과 평정平庭으로 구분하고 그것을 각각 진真·행行·초草로 분류했으며, 여기에 다정茶庭, 즉 노지露地 정원을 포함해 상세히 도해하고 있다. 이러한 책들이 정원을 만드는 안내서로 광범위하게 출판·보급되었기 때문에 그 시대의 정원 문화는 보다 융성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키사토 리토는 분세이文政 10년(1827)에 『石組園生八重垣伝(석조원생팔중원전)』도 저술했는데, 이 책에서는 정원에 도입되는 각종 시설물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리토는 작정서의 저술에 주력함으로써 에도 시대 말기에 작정기술의 보급을 위해 커다란 공적을 쌓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西桂, 2005).
이 시대에 들어와 기존에 있었던 다이묘의 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수리가 많았던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에도의 작정가들이 지방에 내려와 특색있는 유파를 형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센다이仙台의 시미즈 도칸淸水道竿, 아이즈会津의 메구로 죠죠目黒浄定, 타지마但馬의 이와사키 키요미츠岩崎淸光, 이즈모出雲의 사와 겐탄沢玄丹, 분고豊後의 이시타쓰石龍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이 시대의 대표적인 작정 사례를 보면, 치란후모토知覧麓정원군(가고시마현), 고모이케안古茂池庵정원(효고현), 도카이안東海庵정원(교토시), 요스이엔養翠園(와카야마시), 곤고린지金剛輪寺정원(시가현), 미토 가이라쿠엔水户偕楽園(이바라키현 미토시), 칸쇼우지観正寺정원(효고현 도요오카시) 등이 있다(西桂, 2005).
정원 문화의 융성기를 맞이한 에도 시대 말기에 특히 주목되는 지역이 있다. 바로 류큐琉球지방인데, 이곳에 만들어진 정원은 일본의 정원 양식과는 또 다른 류큐의 독자적인 양식을 보인다. 과거 류큐 지방에 해당되는 오키나와현沖縄県에는 현재 국가지정명승 또는 특별명승으로 지정된 정원이 4건이나 있다. 특별명승으로 지정된 정원은 나하시那覇市의 시키나엔識名園이며, 명승으로 지정된 정원은 나하시의 이에돈치伊江殿內정원, 이시가키시石垣市의 이시가키 씨石垣氏정원과 미야라돈치宮良殿內정원이다. 이정원들은 하나같이 류큐산호석회암琉球珊瑚石灰岩을 사용하고 있어 특별한 경관을 보이며, 에도 시대의 일반적인 정원들과는 작법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류큐의 정원문화는 15세기에 시작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것은 류큐 지방에서 15세기 이전의 유구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류큐 지방에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정원유구는 15세기 말에 창건된 엔카쿠지円覚寺앞의 원감지円鑑池유구이다. 그 후 칸세이 10년(1798) 류큐의 쇼온왕尙溫王이 시키나엔을 조영하였고, 분세이 2년(1819)경에는 이시가키 섬의 이시가키 저택과 미야라돈치에 정원이 만들어진다(西桂, 2005).
혼마 씨 별저정원
혼마가本間家는 데와出羽에서 으뜸가는 부농으로 전후 농지해방 당시 논밭이 1600여 정보에 이를 정도로 부자였다고 한다. 겐로쿠元禄 2년(1689) 분가해 니가타야新潟屋라는 상호를 가진 잡화상을 경영한 혼마 모토미쓰本間原光는 분가한 혼마가의 초대 당주로 재력에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분수에 맞게 그리고 바른 도리를 가지고 사회에 그것을 환원하라는 유훈을 남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초대 당주의 유훈을 지키고자 혼마가는 대를 이어 흉년이 들거나 홍수로 피해를 입은 곤궁한 시절에 번藩과 농민들을 위해 사재를 털어 헌금을 봉납했다고 한다. 특히 3대 미쓰오카光丘는 사카이酒井 번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 이를 넘길 수 있도록 여러 차례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번 재정의 입직立直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상인이면서 500석을 받는 무사이기도 하였고, 쇼군將軍의 직속 무사에게나 주어졌던 2000석 규모의 대저택을 지닐 수 있도록 묵인되었다고 하니, 당시 사카이 번에서 혼마가의 입지가 어떠하였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大橋治三·齊藤忠一, 1998).
혼마가에서는 4대 고도(光道, 1757~1826) 대인 분카文化 10년(1813)에 하마하타浜畑에 별장을 짓는다. 고도는 이 별저에 속한 정원을 만들면서 일부러 겨울철에 조성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실업대책으로 선대의 유훈을 생각한 처사였다. 이때 조성한 정원은 5대 고키光暉대인 분세이文政 10년(1827)에 지금과 같은 지천회유 양식으로 개조된다. 그는 분큐文久 3년(1863)에 별장에 은거하여 차를 벗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大橋治三·齊藤忠一, 1998).
정원은 한 가운데 섬을 둔 굴곡이 심한 못을 중심으로 사방에 축산을 한 지천회유 양식을 보인다. 정원의 구성은 멀리 동북 방향에 자리 잡고 있는 초카이산鳥海山이 중심에 들어오도록 의도했다. 못 서측에 지은 청원각淸遠閣역시 초카이산을 차경할 수 있도록 건물의 남북축을 동쪽으로 30도 정도 틀어놓아, 방에서 응시할 때 동북쪽에 있는 초카이산이 정면에 들어오도록 했다. 지금도 날씨가 좋으면 건물의 중심이 되는 응접실에서 푸른 산과 만년설에 덮인 흰 산봉우리가 잘 보인다. 이 건물의 이름을 청원각이라고 한 것은 멀리에 있는 초카이산의 맑은 기운을 받고자 하는 염원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원은 곡지曲池를 중심으로 하는 디자인을 보인다. 못의 북측에는 마른 폭포가 깊은 계곡을 이루며 길게 못과 닿아 있고, 서측에는 못에 널다리板橋를 놓아 청원각 쪽으로 동선을 유도한다. 중문을 들어서서 축산에 조성한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가면 지그재그식 다리가 나타나 학이 내려와 춤을 춘다는 섬, 학무도鶴舞島로 인도하는데, 섬에서 주변을 살피며 서성거리다 보면, 위로 청원각 건물이 있어 자연스럽게 널다리를 건너 청원각으로 향하게 된다. 못의 동남쪽으로는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수로를 따라 못으로 들어오도록 되어 있으며, 이 수로에도 다리를 놓아 회유정원을 완성하고 있다.
정원에는 북전선北前船으로 실어온 사도佐渡의 적옥석赤玉石과 이요伊子의 청석靑石같은 명석들이 이곳저곳에 배치돼 있어 특이한 암경岩景을 보여준다(大橋治三·齊藤忠一, 1998). 특히 중도에는 이러한 명석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으며, 다양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어 에도 시대 정원으로서의 품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암경과 더불어 식생경관 또한 훌륭해 봄이 되면 초목에서 움트는 녹색의싹, 초여름 철쭉의 화려한 색, 가을철의 울긋불긋한 단풍, 겨울의 백설이 연출하는 경관은 외지에서 가져온 암석과 조화를 이루어 사계의 풍경으로 나타난다.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경기도 문화재위원, 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 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 현재는 한국 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의 전통조경』, 『한국의 전통수경관』, 『정원답사수첩』 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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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디자인의 발견] Case Study: 거트루드 지킬
색, 질감의 초본식물 화단 디자인
아트 앤 크래프트와 거트루드 지킬
오늘날과 같은개념의 식물 디자인 세계를 구축한 사람을 꼽으라면 역시 영국의 거트루드 지킬(1843~1932)을 꼽게 된다. 그녀 이전의 유럽 가든 디자인은 분명 식물이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녀를 기점으로 식물 자체가 지니고 있는 색, 질감, 형태를 이용한 식물의 예술적 심기, 즉 식물 디자인의 세계가 펼쳐졌다.
물론 거트루드 지킬이 이런 독창적 식물 디자인의 영역을 단독적으로 일궈낸 것은 아니다. 당시의 시대 상황과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 낸 철학가, 예술가들과의 합동 작업이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거트루드 지킬의 식물 디자인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먼저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녀는 1843년에 태어나 1932년으로 생을 마쳤다. 그때의 유럽은 이미 산업혁명(1760~1824)이 휩쓸고 간 직후로 사람들은 일종의 획일적인 대량생산의 경제 논리에 회의감을 가지면서 옛것으로의 회귀가 문화·사회적으로 재조명됐던 때다. 그리고 이 회귀를 이끌었던 가장 큰 문화의 축이 바로 아트 앤 크래프트 운동(Art & Craft Movment,1880~1910)이라고 볼 수 있다. 아트 앤 크래프트는 간단히 축약하면 모든 생활용품들을 장인의 예술 감각에 의해 한정품으로 만들던 중세 시대의 공예 예술 감각을 다시 회복하자는 운동이다. 거트루드 역시 이때의 아트 앤 크래프트 운동에 적극적이었던 예술인으로 가든 디자인에 있어서도 공예 예술성을 무척 강조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정원의 아름다움을 논하는 관점이 인위적 예술성보다는 ‘식물의 아름다움’으로 변화가 찾아왔다는 점이다. 거트루드가 살았던 바로 전 시대 17세기의 유럽 정원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서처럼 한 치의 어김없는 형태와 기하학적 패턴, 정교함, 인위적인 예술성이 극치에 달했다. 그러던 것이 18세기로 접어들면서 17세기의 풍을 완벽하게 깨는 자유로움, 자연스러움, 낭만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영국 풍경화식 정원의 등장이다. 그리고 거트루드가 살았던 19세기 초가 되면서 다시 새로운 철학이 등장하는데 그것을 일깨운 사람이 바로 저널리스트이면서 원예가였던 윌리엄 로빈슨(William Robinson,1838~1935)이다. 그는 ‘식물 자체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정원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최고급아름다움’임을 강조하면서 지나치게 통제적인 17세기의 바로크 정원과 식물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풍경연출에만 급급했던 영국 풍경화식 정원을 동시에 비난한다. ‘식물의 자연적 아름다움’을 강조한 이 로빈슨의 철학적 배경을 가든 디자인의 세계로 구체화시킨 사람이 바로 거트루드 지킬인 셈이다.
독창적인 다년생 초본식물 화단 디자인의 탄생
거트루드 이전의 정원 속의 식물 디자인은 대부분 교목, 관목을 이용해 특정한 패턴을 만들거나 구조적인 형태를 만들고, 혹은 캐노피를 연출해 자연스러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 수준이었다. 거트루드는 이런 상황 속에서 이른바 초본식물(단단한 줄기와 캐노피를 지니고 있지 않은 다년생 혹은 일년생 풀)을 이용한 화단 디자인을 선보이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초본식물의 꽃의 색을 이용한 화단 디자인은 사실 거트루드 이전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크게 유행했다. 그러나 이때의 디자인은 식물의 종류가 매우 단조로웠고, 단순히 극단적인 색상의 꽃을 대비시키는 획일적인 방식이었다. 이에 대해거트루드 지킬은 “이런 방식의 디자인은 식물 고유의 아름다움보다는 지나친 화려함만이 있을 뿐이다(The Gardener’s Essential Gertrude Jekyll , Colour Scheme, 2009)”라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디자인 기법을 제시했다. 그것은 식물의 색채를 차가운 색감에서 뜨거운 색감 그리고 다시 그레이 색감 등으로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지금까지도 식물을 색으로 디자인하는 중요한 노하우로 여겨지고 있다.
NOTE
- ‘화단(Border)’은 담장이나 생울타리 등의 배경이 있는 길쭉한 형태의 식물을 심을 수 있는 별도의 구획된 공간을 말한다.
- 거트루드 지킬이 권장한 화단의 형태는 그 길이가 60m, 폭이 4.2m에 달하는 길쭉한 직사각형이다. 이런 형태의 화단은 이후 ‘롱 보더(Long border)’라는 용어로 불렸고, 거트루드 이후 많은 후배 디자이너에 의해서 활발히 만들어졌다.
거트루드 지킬의 색의 연출 노하우
1) 색의 조합이란?
색의 조합이란 단순히 어떤 식물을 어떤 식물과 함께 심었을 때 아름답게 보이는가를 보는 작업이 아니다. 전체의 화단을 생각하고, 이 화단을 어떤 연속되는 색의 배열로 연출할 것인지, 그리고 이 연출이 어떤 그림을 만들어 내는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2) 색의 배열 노하우
① 화단의 시작은 차가운 느낌(cool colour scheme)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연분홍, 파랑, 흰색, 연노랑으로 시작을 하고
② 그 옆으로 조금 더 진한 색감의 노랑, 빨강, 주황의 색감이 배열되고,
③ 그 옆으로 가장 진한 색상의 진빨강을 넣되, 여기에 조금은 부드러운 빨강, 어두운 주황을 함께 연출하고,
④ 그 옆으로는 다시 앞서의 진행을 역순으로 완화된 노랑, 빨강, 주황을 넣어주고,
⑤ 다시 보라, 연분홍 등으로 구성을 하되, 맨 끝 가장자리 즈음에서는 라벤더와 백묘국과 같이 잎의 색상에 흰빛을 띄고 있는 식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3) 차가운 색감의 중요성
차갑고, 연한 파스텔 톤(연한 분홍, 보라, 파란색, 흰색이 가미된 초록의 잎)의 색감은 아직은 색상이 뚜렷해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 눈에 준비 작업을 시킨다. 여기에 먼저 우리의 눈길이 머물게 한 뒤 뜨겁고 강렬한 색감(빨강, 주황, 노랑)을 보게 되면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거트루드 지킬의 가든 디자인 따라잡기
“식물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색의 연출이다. 그리고 색의 연출은 식물들이 지니고 있는 색상에 대한 시각적인 효과에 대한 공부와 연습을 통해 가능하다.”
“가장 좋은 가든 디자인은 식물의 자리를 잘 잡아주는 것이고 이게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이다.”
“화단은 하나가 아니라 다양한 크기로 여러 개를 만드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각각의 화단은 특별한 계절에 하이라이트 효과를 내도록 구성하고, 하나의 화단에 시간차를 두고 두 번의 절정이 나타날 수 있도록 안배할 수도 있다(Double border의 개념)”
“식물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식물의 꽃, 잎을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방법으로 연출하는 것이다.”
“색의 정원은 무엇보다 같은 색이지만 다양한 톤의 연출에 그 디자인의 완성이 달려 있다.”
거트루드 지킬은 자신의 가든 디자인 철학을 1000편이 넘는 글을 통해 남겼다. 그 안에는 그녀가 지니고 있었던 정원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은 물론이고, 디자인에 대한 철학도 잘 담겨 있다. 지금도 많은 연구자들이 그녀의 디자인 원리를 공부 중이고, 이를 바탕으로 좀 더 발전되고 진화된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기도 한다. 그녀는 단순히 식물을 심는 장소인 ‘화단’의 개념을 화가의 그림 그리기로 바꾸어 놓았다. 인상주의 화가인 클로드 모네가 거트루드 지킬의 화단 구성법을 그대로 따라 자신의 정원 지베르니 정원을 조성했고, 이 정원을 화폭에 담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이기도 하다.
그녀의 화단 디자인의 가장 큰 특색은 ‘색’의 연출이다. 그녀는 자연 상태의 식물이 피워내는 꽃과 잎의 색상에 관심을 가졌고, 이 색을 이용해 ‘그레이 가든’, ‘골든 가든’, ‘블루 가든’, ‘그린 가든’ 등을 연출했다. 그러나 거트루드 지킬을 단순한 화단 식물 디자이너로만 여길 수는 없다.
그녀는 건축물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식물 디자인의 연출 세계를 끊임없이 제시했다. 건물의 가장 앞에 자리하는 테라스 가든을 단순한 공간적 기능에서 정원 연출의 요소로 탈바꿈시킨다. 계단 틈에 식물을 심고, 테라스 가든을 받치고 있는 벽체에 식물을 심어 정원의 요소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또 정원을 가르는 수로길, 연못 등의 물의 공간 디자인을 연출하고, 여기에 심겨야 할 수생식물 디자인을 선보였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위틀 칼리지(Writtle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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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기법] 그늘정원 조성 기법(2)
그늘식물의 생태와 경관
음지(full shade)에 서식하는 식물을 그늘식물 또는 음지식물(full shade plants)이라고 한다. 자연에서 음지식물은 대부분 숲 속에 분포하는데 그중에서도 음수림의 식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숲은 기후대에 따라 다른 천이과정을 보이는데 여기서는 온대림의 음수림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음수림은 대표적인 음지다. 키가 큰 교목들이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어 숲은 늘 그늘이 진다. 단풍이 지는 늦가을부터 새순이 나오기 전인 이른 봄까지를 제외하면 숲 안으로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시간은 거의 없다. 햇빛은 겹겹이 놓인 나뭇잎 사이를 거치면서 점차옅어지고 순해진다.
식생의 천이과정에서 보면 음수림은 가장 마지막 단계에 있다. 천이란 일정 지역 내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식생의 변이과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식물이 존재하지 않는 나지에서 시작해 음수림에서 완성된다.
극상림 또는 원시림으로 불리는 이 숲은 또 다른 교란으로 계속되는 순환과정을 밟아 나가지만 천이과정 중 가장 안정적인 완성형의 구조를 지닌다.
음수림의 가장 큰 특징은 과도한 경쟁 구조가 아닌 생물 간의 안정적인 공존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음수림의 식물들은 생존에 필수적인 햇빛과 유기물ㆍ수분 등을 나눠 쓰는 지혜를 터득했고 자기가 처한 위치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킬 만큼의 분량 그 이상을 탐하지 않는다. 숲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 간의 관계 맺기 속에 보이지 않는 규율과 질서가 있고 이로 인해 조화로운 균형을 만들어 낸다.
음수림의 이러한 특징은 형태적으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선 잡목림이나 양수림에 흔히 나타나는 공격적인 덩굴성 식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서로 치열하게 우위를 다투며 비슷한 크기로 성장하는 경쟁적인 모습이 아닌 뚜렷한 식생의 층위 구조를 보인다.
숲 내부는 교목층, 아교목층, 관목층, 초본층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며 그 안에서 지나치게 도드라지게 성장하거나 근경을 길게 뻗어 과감하게 영역을 확장하는 식물은 없다.
음수림 내부에 들어서면 우리는 다른 시간대의 숲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숲 안은 형용하기 어려운 평온함과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하고 오래된 나무는 선각자가 지니는 경외감 같은 것을 주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가 음수림 내부의 엄중한 질서 즉 생태적 균형(Ecological Balance)을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숲 안으로 들어서면 사람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대부분은 나무의 수간부(Trunk)다. 음수림에는 무성하게뻗어나는 잡목들이 없고 시간이 더해지면서 나무는 일정한 굵기 이상으로 커진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적당한 간격이 유지되고 간격이 주는 여백 안에서 멀고 가까운 곳에서 겹쳐지며 만들어 내는 선의 형상은 그 어떤 동양화보다 깊이 있는 울림을 준다.
숲 내부는 바람의 영향이 적어서 습도가 높다. 오랜 시간 퇴적된 낙엽과 유기물들은 풍성한 부엽토층을 형성하고 있다. 가지각색의 이끼와 버섯, 수많은 양치식물이 지천으로 가득하고 1000여 종이 넘는 숲 속 야생화가 숲 이곳저곳에서 자라고 있다.
숲 속 야생화들은 그늘정원에 이용되는 대표적인 음지식물이다. 단아한 형태와 부드러운 질감의 잎, 맑고 은은한 색감의 꽃은 때로는 순수하고 때로는 고귀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화려한 꽃은 그 아름다움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손을 뻗어 꺾도록 하지만 숲 속의 꽃들은 시공간이 멈춘 것처럼 멍하니 서서 한참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우뚝 솟아난 나무기둥 사이로 이른 봄 눈밭을 뚫고 피어난 바람꽃과 복수초가 무리지어 있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극상의 음수림은 없다. 그러나 깊은 산이나 계곡 사이로 산불이나 벌채 등의 영향을 적게 받은 원시림에 가까운 음수림이 제한적으로 나타난다. 정원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숲을 찾아가 숲이 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직접 보고 체험하기 바란다.
숲의 생태와 경관을 익히면 그늘정원을 만드는 일은 아주 간단해질 수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부대끼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생물들이 삶의 지혜와 순리를 익혀 나누고 공존하는 숲의 미덕을 느껴보길 권한다.
그늘음지식물의 특징
음지식물은 수목과 초본의 경우 그 특징이 조금 다르다. 수목의 경우 음지식물 즉 음수라고 부르는 나무들은 발아부터 초기 성장기까지는 음지에서 서식하지만 성목이 된 이후에는 대부분 양지에서 자란다. 여기서는 다 자란 이후에도 교목층 아래 놓이는 초본층과 관목층을 중심으로 음지식물의 특징을 정리한다.
1) 잎과 줄기가 부드럽다
숲 속은 강한 바람이 없고 공중 습도가 높다. 직사광선도 거의 없고 초식동물에게 공격을 받는 일도 드물다. 때문에 음지식물의 잎과 줄기는 연약할 만큼 부드럽다. 이것은 양지식물에서는 볼 수 없는 중요한 형태적 특징이다. 만약 식물에 대한 정보가 없고, 잎과 줄기가 부드럽다면 강한 바람과 뜨거운 오후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곳에 식재하기를 바란다.
2) 지나치게 커지지 않는다
음지식물은 적은 양의 빛 아래에서도 효율적으로 나눠 쓰는 데 적응한 식물군이다. 따라서 이웃하는 식물과 경쟁하며 보다 높게 자라기 위해 무리하게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무성하게 자라고 번져가는 양지식물과 달리 음지식물은 제자리를 고수한다. 화단에 앵초를 심어 몇 해가 지나도 앵초는 그 자리에서 분얼 숫자만 늘릴 뿐 위로 커지거나 주변으로 확대되는 일이 없다. 배식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이러한 성장 속도나 특징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3) 땅속 뿌리줄기(근경)가 없거나 짧다
식물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동물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식물도 영역을 확장하거나 보다 나은 서식지로 이동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뿌리줄기다. 뿌리줄기는 땅속으로 자라는 줄기를 말하는데 양지식물의 경우 뿌리줄기를 길게 뻗어
더 나은 환경(특히 광조건)을 탐색하고 적합한 서식지를 찾으면 그곳에서 새잎을 내서 성장한다. 그러나 안정된 숲 속 생태에 적응한 음지식물은 이러한 뿌리줄기가 필요 없다. 설령 그 형태가 남아 있다고 해도 매우 짧게 나타난다. 단 조릿대(Sasa) 종류는 예외적으로 근경이 발달하는 식물임에도 음지에서의 적응력이 뛰어나 때로는 음지식생을 장악하여 문제가 되기도 한다. 조릿대 종류를 식재할 때는 독립적인 화단에 단일수종으로 식재하거나 식재지 하부에 시트를 설치해 근경이 뻗어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4) 비교적 천천히 자라며 여름철까지 크기 변화의 폭이 작다
원추리와 같은 양지식물은 여름철이 되면 키가 더욱 커지면서 무성해진다. 그러나 맥문동(Liriope)이나 둥굴레(Polygonatum) 등의 음지식물은 봄에 순이 나와 성장하고 나면 그 후 크기의 변화가 거의 없다. 간혹 이러한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고 양지식물과 음지식물을 혼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성장 후 크기가 맞지 않거나 양지식물이 음지식물을 뒤덮어 미관을 해칠 우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5) 발아 후 꽃이 피는 성묘가 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걸리는 종류가 많다
일반 야생화의 경우 발아에서 개화까지 약 1~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얼레지, 복수초, 바람꽃류, 앉은부채, 복주머니란, 연영초 등과 같은 음지의 다년생 초본식물은 최소 4~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또한 극상림의 안정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6) 털이 거의 없다
식물의 잎이나 줄기에 나는 털은 혹독한 건조나 추위, 바람, 염분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한 기관으로 숲 속에 자라는 식물에게 필요하지 않다. 다만 앵초 등과 같이 일찍 피는 봄꽃이면 식물 전체에 털이 나 있기도 하지만 성장하면서 점차 없어진다.
김봉찬은 1965년 태어나,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 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 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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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녹화 A to Z] 정원이와 알아보는 옥상녹화의 모든 것(3)
옥상녹화설계를 위한 지식들
정원 와, 독일의 사례는 옥상녹화와 연못이 한 폭의 그림 같네요. 킬 하세(Kiel Hassee)는 독일의 어디에 있나요?
팀장 다녀온 지 10년 정도 되었네요. 독일의 최북단이에요. 함부르크에서도 더 올라간 바닷가의 작은 마을입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모아 생태마을을 조성한 유명한 단지입니다. 설계를 한 사람도 직접 거주하고 있고요. 언젠가 생태마을에 대해 이야기해 줄 기회가 있으면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도록 할게요. 그리고 안내판은 너무 간단하지만 비오톱에 대한 개념을 잘 설명하고 있어요. 육생비오톱은 잘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위의 사례에서는 참나무 종류를심고 나뭇가지와 돌무더기를 쌓아 곤충들이 서식하기 좋은 공간을 만든 것입니다. 물론 곤충이 많아지면 새도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겠죠. 봄이 되면 멋진 사진을 찍어 보여주도록 할게요. 수생비오톱도 마찬 가지로 산에서 흐르는 물을 모아 연못을 조성해 새나 수서곤충들이 살 수 있도록 조성했습니다. 특히 새가 와서 쉴 수 있도록 횃대도 만들었습니다. 여기도 좋은 사진을 나중에 보여주도록 할게요. 지금은 너무 썰렁하답니다.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것을 비오톱이라고 합니다. 도시에서는 이런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옥상에 비오톱을 조성하면 생물다양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되겠지요.
물론 옥상이라는 한계 때문에 이렇게 체계적이고 커다란 비오톱을 만들지 못하지만 작은 공간도 나름대로의 역할을 한답니다.
정원 이제야 정확하게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옥상에는 어떤 방식으로 조성해야 하나요?
팀장 조성 방법은 설계 단계에서 배울 수 있을 거예요.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연못이 아니라 습지를 만들어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어느 정도 물만 있으면 수서생물과 새들이 알아서 모여든답니다. 비오톱이 없더라도 종로성당의 옥상정원에 주변에서 메뚜기가 날아온 것도 관찰되었답니다. 도심의 옥상에 메뚜기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건강한 자연환경이 생겼는지 가늠하는 척도가 됩니다. 추가적인 것은 실제 설계에서 도면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겁니다.
정원 알겠습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이 또 있습니다. 옥상의 배수구는 위치와 형태가 건물마다 다를 것 같은데 배수로와 점검구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건 가요?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처음부터 강조한 부분 중에 하나가 방수 문제이고 방수 문제는 배수로와 배수구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했지요. 그래서 더 자세하게 설명이 필요한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다른 여러 가지 사항과 마찬가지로 나중에 설계를 배울 때 각 상황에 알맞은 도면을 가지고 설명을 해 주도록 할게요.
정원 역시 다른 생각이 있으셨군요. 도면을 보면서 공부를 하면 훨씬 더 쉽게 배울 수가 있겠네요. 그렇다면 포장이나 포장 재질 그리고 디딤석 등의 여러 가지 재료들에 대한 궁금함도 있는데 그때까지 참아야겠죠?
팀장 하하! 당연히 그렇죠. 지금은 용어를 집중적으로 배우는 시간이니 다음 단계에서는 더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나도 철저하게 공부를 해야겠네요. 다만 궁금하다니 몇몇 사진(사진4~7)을 가볍게 보고 가죠.
정원 감사합니다. 역시 사진을 보며 공부하니 훨씬 쉽게 배울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러면 이제 기본용어에 대한 공부는 다 끝난 건가요?
옥상녹화 설계의 기본지식들을 배우다!
팀장맞아요. 지난 시간에는 설계의 기본자세에 대해 짧게 공부했고요, 기본용어 외에 설계를 위해 알아야 할 지식들이 추가로 더 있답니다.
정원실제 설계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기초지식들이 의외로 많네요.
팀장그렇죠. 기초지식이 풍부한 설계자가 좋은 설계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기초지식들에 대해 많은 시간을 내서 설명을 하는 거구요. 아까 배수불량의 사례 사진을 보았죠? 또 다른 옥상녹화의 실패 사례를 볼까요?
정원 역시 설계가 중요하네요. 특히 경사지붕에서는 쉽게 수분 부족 현상이 생기는 것 같아요.
팀장 그렇죠. 물을 저장할 공간과 토심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경사지붕의 옥상녹화는 나중에 별도로 다루기로 할게요. 다시 한 번 설계 실패의 원인을 짚고 넘어가죠!
TIP1
왜 옥상녹화설계를 실패하고 실패를 계속 반복하는가?
- 심사숙고하지 않은 설계
- 지식의 부족
- 설계 후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함
정원 반복하시는 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니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도전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는 거울삼도록 해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팀장 훌륭한 다짐입니다. 정원 양이 훌륭한 설계가가 되리란 믿음이 듭니다. 자, 이제 설계에 필요한 용어들에 이어 설계를 위해 알아야 할 지식들이 추가로 있으니 한번 살펴보도록 할까요? 우선 세 부분으로 나눠서 설명할게요.
표1. 옥상녹화 설계를 위한 기본지식
- 옥상의 허용하중
- 옥상의 토양
- 옥상의 토심
- 방수와 방근
- 배수
팀장 우선 <표1>은 지난번에 가볍게 다룬 것이지만 중요한 부분이라서 별도로 분류했고, 실제 설계를 배울 때 각 항목별로 추가로 설명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다음은 <표2>입니다. 이 부분은 설계에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사항입니다.
표2. 옥상녹화설계의 주요 고려사항
- 관련 법규
- 건물의 종류 및 건축주의 의향
- 사용목적 및 옥상녹화 효과에 대한 기대치(건축주나 발주자의 성향)
- 옥상녹화 종류의 결정
- 조성지역의 기후 특성
- 조성 금액
- 유지관리 및 급수의 문제
- 조명
- 조망권
- 안전
- 설계에 필요한 자료들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 기타 설계에 필수적인 추가사항은 있는지 파악
정원 역시 법규가 우선 나오는군요.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팀장 당연하죠. 관련 법규에 어긋나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만든 것과 마찬가지랍니다. 그리고 <표3>은 옥상조경에서 추가로 다룰 사항들입니다.
표3. 옥상녹화설계 시 추가로 알아둘 사항
- 평지붕과 경사지붕의 문제
- 옥상도시농업
- 치유정원
- 신축건물과 기존건물의 옥상녹화 차이점
- 벽면녹화
- 비오톱 조성
정원 비오톱 조성을 별도로 둔 것은 왜인가요?
팀장 중요한 사항이기는 하지만 보통 비오톱이라고 하면 연못이나 습지를 조성해야 하는데 옥상에 그런 것을 조성하는 것이 쉽지 않아 개인적으로 그다지 권장하지 않아 별도로 뺐어요. 나중에 비오톱의 조성이 어려운 이유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설명하도록 할게요.
정원 알겠습니다. 머리가 복잡해지네요. 가만 생각을 해 보면 학교에서 배워 알고 있는 것도 있고, 일부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누구나 알 것 같은 사항들인데도 이렇게 정리해 놓으니 더 복잡하고 심각한 사항들 같네요.
팀장 사실 차분하게 생각하면 가장 상식적인 사항들이기는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늘 놓치는 부분이죠. 기초만 튼튼하고 약간 섬세하기만 해도 옥상녹화 설계의 중간은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디자인과 기능의 문제를 더 첨가하면 고급스럽고 독창적인 설계가 되겠지요.
김진수는 다양한 경험을 거쳐 12년 전부터 옥상정원 분야에 전념해오고 있다. 현재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독일 ZinCo GmbH사와 기술협약을 맺어 옥상녹화 시스템을 국내에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은 도시 집중화로인해 지나치게 상승한 땅값으로 새로운 녹지 조성이 어려운 상황에서옥상 공간을 가치 있게 재탄생시킴으로써 생태조경의 새로운 전형을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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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생태복원] 도시 자투리 공간의 복원과 활용(3)
자투리 공간의 활성화를 위하여
지난 두 차례의 원고에서는 자투리 공간의 개념, 형성, 유형 그리고 생태놀이터를 포함한 자투리 공간을 생태적으로 활용한 사례들을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자투리 공간에 남겨진 문제점과 활성화를 위해 함께 고민할 것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 원고의 말미에서 언급했듯, 자투리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첫걸음은 자투리땅을 보는 시각을 변화시키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자투리 공간을 가능성의 공간으로 봐야 한다. 많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과연 자투리 공간이 생태적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그럴 때 필자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말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오톱(biotop)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비오톱은 소생태계로 해석하고 있고, 자연환경보전법에도 담겨 있는 용어이다. 용어를 처음 만든 독일의 생물학자 Dahl은 1908년에 비오톱을 ‘생물공동체의 서식처(Lebensstaette von Biozoenosen)’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 말은 비오톱을 면적의 개념으로 보는 것보다는 생물 구성원들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오톱을 소생태계(小生態系)로 해석하면서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엄격하게 그 유형을 분류하는 것을 보면, 대규모 산림과 같이 대단히 넓은 면적도 하나의 비오톱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경관생태학의 위계에서도 비오톱과 지오톱(Geotop)의 합은 에코톱(Ecotop)의 구성인자가 된다. 여기서 지오톱이 물리적인 환경인자라면, 비오톱은 생물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면적의 크고 작음은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생물체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독일 베를린은 아파트 베란다에 놓은 화분도 비오톱의 유형 중 하나로 구분하고 있다. 화분 안에 식물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토양에서 자랄 것이며, 그 토양에는 수많은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리고 화분 안의 식물 또한 나비나 벌들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화분 하나가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는 것이다. ‘화분 하나가 무슨 생물서식공간이 될 수 있겠는가’라는 부정적인 의문을 지워버리길 바라는 마음이다.
비오톱의 개념을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여 주제를 벗어난 느낌은 있으나 자투리 공간의 중요성 그리고 이를 보는 관점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는 과하지 않다고 본다. 모쪼록 교통섬이든 작은 규모의 정원이든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생명체들이 서식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두 번째는 자투리 공간의 유형별 환경특성을 분석하고 그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자투리땅은 다른 일반적인 공원이나 녹지와 같이 넓은 면적을 확보할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특수한 환경조건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주제의 첫 번째 원고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투리 공간은 쓸모없는 땅이거나 버려지기 쉬운 땅이 된다. 무엇보다 자투리 공간은 생물종들이 서식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빛이나 물, 바람과 같은 기반환경이 악조건에 놓인 곳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투리 공간의 유형별로 가진 환경특성을 잘 파악하고, 좋지 않은 환경요건을 고려해 적절한 서식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가도로의 하부는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그늘에 노출되거나 음지로만 존재하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서 고가도로에서 모이는 우수를 별도로 처리하 지 않으면 도로면에 있던 각종 오염물질이 빗물에 쓸려서 하부에 모이기도 한다. 이런 공간은 음지에 강한 식물들을 이용하는 동시에 수질정화의 기능을 함께 할 습지나 실개천들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통섬의 경우에도 자동차의 통행량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항상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노출돼 있어야 하고, 상대적으로 열려 있는 공간이면서 바람이 많아서 건조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렇게 특수한 상황에 적합한 비오톱 도입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에 많이활성화되고 있는 저영향개발기법(LID)의 한 유형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도로변 완충녹지대와 자연배수로 등도 마찬가지이다.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다가 평상시에는 건조한 환경에 노출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공간에 잔디를 식재하거나 자갈로 두는 경우가많았지만, 가급적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조동길은 1974년생으로, 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하였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이사로서 생태복원, 조경, 환경디자인, 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 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 R&D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양대학교와 한경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 『자연환경 생태복원학 원론』(200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