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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 일본의 명원29
메이지 시대의 정원(4)
이스이엔
일본 국가지정 명승 이스이엔依水園은 별도의 구역에 조성된 2개의 정원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에도 시대에 만들어진 전원前園이고, 다른 하나는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진 후원後園이다. 전원과 후원은 못과 계류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각각 정원이 조성된 시대의 양식적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어, 한 공간에서 두 시대의 명원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일본 특유의 의장을 지닌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앞에 산슈테이三秀亭(삼수정)라는 당호를 가진 건물이 나타난다. 이 건물은 엔포延宝 연간年間(1673~1681)에 키요스미 도세이淸須見道淸가 만든 별저別邸이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엔포 4년에 일본 황벽종黃檗宗의 개조開祖 인겐 류키隠元隆琦(은원륭기, 1592~1673)의 법을 이어받아 우지宇治 황벽산黃檗山 만후쿠지万福寺(만복사)의 제2조가 된 목안 쇼토木庵性瑫(목암성도, 1611~1684)가 이곳에 들러서 정원의 배경이 되는 세 개의 산, 가스가야마春日山, 와카쿠사야마若草山, 미카사야마三笠山의 수려한 경관을 보고 즉석에서 건물에 산슈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산슈테이 앞에 조성된 못은 3산을 배경에 두고 2개의 중도中島를 못 안에 배치하였는데, 호안의 석조나 구도龜島를 상징하는 중도, 못 가에 배치한 등롱 등에서 에도 시대의 작법을 볼 수 있다. 산슈테이에서 두 개의 섬을 연결하는 다리는 3산을 향하도록 방향을 잡아 차경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작법 역시 차경효과를 정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에도 시대의 개념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메이지 시대에 들어와 못 상부에 스신테이水心亭(수심정)라는 이름의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본래 의도하였던 차경의 효과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으니 이것은 본래 정원의 개념을 생각하지 않은 탓일 것이다.
후정에서 전정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테이슈겐挺秀軒이라고 이름 붙여진 아담한 규모의 다실이 하나 있다. 이 다실은 엔포 연간에 키요스미 도세이가 건축한 것으로 다실 옆으로 요시키가와宜寸川가 흐르고 있어 맑은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리는 한적한 곳이다. 메이지 시대에 후원을 조성한 세키도 지로関藤次郞는 이 건물을 새로 지은 다실 세이슈안淸秀庵의 대합待合 공간으로 사용하였다고 하는데, 건물 벽면의 원창이나 바닥의 환호丸炉에서 일본 고유의 다실건축의 양식적 특징을 볼 수 있다. 테이슈겐 주변의 다정茶庭은 메이지 33년(1900)에 우라센케裏千家 제12대 종장宗匠 유묘사이又玅斎가 설계하였고, 그가 하나하나 꼼꼼히 감수하여 작정한 것이라고 한다. 이때 작정한 정원은 외정과 내정으로 구성되는데, 편립문編笠門을 기준으로 내정에는 세이슈안이 있고, 외정에는 테이슈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외정과 내정은 후원의 수자지水字池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개울로 인해 공간이 구분된다.
이스이엔이 들어선 이 땅은 도다이지東大寺 앞을 흐르는 요시키가와宜寸川가 통과하는 곳으로, 이 요시키가와의 물은 나라奈良 표포漂布(사라시)의 생산을 위해서는 없어서 안 되는 것이었다. 메이지 시대에 들어오면서 세키도 지로는 표포업을 시작하여 많은 돈을 벌었는데, 그러한 재력에 힘입어 메이지 30년에 산슈테이의 동쪽 편에 새로 산장을 짓고 이름을 스신테이라고 붙인다. 그리고 물 때문에 가업이 성립된 것을 기억하고, 이제 다시 청류淸流에 의지하여 여생을 즐기겠다는 생각으로 산장 전체의 이름을 이스이엔依水園이라고 짓게 된다. 그야말로 함의含意된 뜻이 깊고 풍류적이어서 가히 명원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어 보인다.
이스이엔의 전정은 다실인 산슈테이에 앉아 못과 그것의 배경으로 차경되는 3산의 경관을 관조하는 지천감상식 정원양식과 못에 가설한 다리를 건너고 계류를 따라 형성된 동선을 회유하는 지천회유식 정원양식이 혼합된 정원이다. 산슈테이에 앉으면 못 후면의 언덕과 그 배경으로 3산의 산경山景이 중첩되면서 가시되었을 터인데, 지금은 스신테이가 시각의 전개를 가로막고 있어서 부분적으로 밖에는 차경효과를 얻을 수가 없다.
후원 역시 스신테이에서 수자지水字池의 경관과 후면부에 차경되는 와카쿠사야마若草山를 비롯한 3산과 도다이지東大寺 난다이몬南大門 등을 관조하며 즐기는 지천감상식 정원과 수자지 후면부의 축산과 수자지 그리고 계류를 어슬렁거리며 회유하면서 즐기는 지천회유식 정원이 혼합된 산수정원이다. 이 정원은 교토 우라산케裏千家의 다인인 마에다 즈이세쓰前田瑞雪(1833~1914)의 지도를 받아 하야시 겐베林源兵衛(임원병위)가 작정한 작품이다. 후원은 전원에 비해서 탁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으며, 정원의 면적도 전정보다 넓어 일견 남성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후원의 중심인 수자지의 수원은 정원 옆으로 흐르는 요시키가와에서 끌어들인 물로, 정원 상부 멀리에서부터 물을 도수하여 못 남쪽부에서 폭포형식으로 입수되도록 하고 있다.
수자지 한 가운데에는 중도를 만들었으며, 맷돌臼石로 사와타리沢渡り를 놓았는데, 이것은 후원의 특별한 의장으로 헤이안진구에서 볼 수 있는 와룡교과 유사하다. 중도에는 텐표天平의 초석이 몇 개 박혀 있다. 이것은 이 땅이 본래 도다이지 서남원西南院의 옛 터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땅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후원에는 수자지를 조성하면서 파낸 흙으로 축산을 하고, 후면부의 3산과 도다이지 난다이몬의 차경이 방해를 받지 않도록 주로 관목을 식재하였으며, 잔디로 처리하였는데, 축산의 스카이라인이 후면부 3산과 시각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하였다.
이스이엔은 1939년 해운업으로 성공한 나카무라 가문이 매입하여 전원과 후원을 합해서 정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1975년 정부로부터 국가지정 명승으로 지정을 받았고, 네이라쿠寧楽 미술관이 관리하고 있다.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경기도 문화재위원,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현재는 한국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저서로『한국의 전통조경』,『한국의 전통수경관』,『정원답사수첩』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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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기법] 그늘정원 조성 기법(8)
겨울정원의 백미 만병초원
국내에서 재배되는 정원식물은 수 천종에 이른다. 전통적인 조경수목을 비롯해 꽃과 열매가 좋은 자생식물들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최근에는 원예시장에도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외국의 다양한 품종 도입이 점차 증가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동절기가 비교적 긴 우리나라에서 겨울정원을 위한 좋은 식물은 아직까지도 많이 부족하다. 전문 식물원에서 외국의 겨울정원Winter Garden의 개념을 도입해 정원을 꾸미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이야기다. 여전히 많은 정원에서 겨울은 다소 황량하고 쓸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록교목을 매우 선호한다. 정원에서 소나무를 많이 이용하는 이유 중 겨울철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일 것이다. 더욱이 기후적 요인으로 인해 침엽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록교목들이 제주를 비롯한 남부지역에서만 월동이 가능한 우리나라의 경우 그 희귀성으로 인해 상록수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상록교목이 중심이 되는 정원은 겨울철 볼거리를 위한 대책일 수도 있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다른 계절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정원이기도 하다. 상록교목은 정원을 일 년 내내 변화감이 거의 없는 일률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짙은 그늘은 하부식생을 단순하게 바꿔 풍성한 계절성과 다양한 볼거리를 빼앗아 버린다. 이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상록관목이다.
낙엽교목을 중심으로 정원을 조성해 하층의 식생을풍성하게 연출하고 계절의 변화감을 세심하게 도입하되 부분적으로 상록관목을 이용해 하부에서 단단하게 정원의 골격을 잡아주는 것이다. 단 이때 사용되는 관목은 첫째, 내한성이 뛰어나야 하고 둘째, 꽃이나 잎이 아름다워야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진달래과 식물을 들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마취목으로 불리는 피에리스속Pieris , 다소 생소하지만 일부 마니아층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칼미아속Kalmia, 전문적인 식물원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에리카속Erica 그리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만병초속Rhododendron 등이 있다.
물론 겨울정원을 꾸미는 방법은 다양하다. 잎을 떨구고 마른 가지가 사각거리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소재와 배식디자인을 고민하다 보면 다양한 조성기법이 나올 수 있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는 온대지역은 신의 선물과 같은 것이어서 계절의 세심한 변화감을 잡아내고 표현하는 일은 정원사의 가장 큰 책무일 것이다. 단 필자는 몇 가지 새로운 소재를 활용해 기존의 문제점을 쉽게 개선하고 그늘정원과 연계해 새로운 주제원을 제시하고자 한다.
김봉찬은 1965년 태어나,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 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 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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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녹화 A to Z] 정원이와 알아보는 옥상녹화의 모든 것(8)
옥상녹화설계의 실무: 설계의 체크리스트와 평면도
정원 팀장님!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구의 기후가 변화무쌍해 식물이 생존하기 어려운 여름이었습니다. 장마는 마른장마였고 예년보다 더위가 심각했습니다.
팀장 그래요. 엘니뇨나 라니냐로 인해 그리고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기후가 변동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모두가 몇십 년 만의 이상기후를 경험했고, 극심한 더위와 가뭄, 홍수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죠. 조경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설계하는 우리도 이런 변화를 주시하고 이에 알맞은 설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시작하기 전에 이번 달에 열리는 행사에 관해 설명을 좀 할게요. 9월 26일 서울시청에서 한일 국제 세미나가 진행됩니다. 한국과 일본의 옥상녹화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예요. 참석하면 옥상녹화를 설계하는데 좋은 참고가 될 거예요.
정원 그런 국제세미나에는 꼭 참석해야겠네요. 팀장님도 참석하시나요?
팀장 물론입니다. 제가 이번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와 옥상녹화로 유명해진 세계의 건축물을 설명합니다. 옥상녹화를 통해 생명을 얻고 하나의 걸작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유명한 건축물들을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정원 재미있을 것 같네요. 꼭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팀장 지금까지 설계를 위한 여러 가지 기초적인 지식에 대해 배웠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뉴욕의 조경을 통해 잘 조성된 옥상녹화가 얼마나 많은 경제적, 공간적 역할을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지금까지 배운 것을 토대로 실제 옥상조경을 설계하는 방법을 배워보겠습니다. 우선 작은 상업건물의 옥상을 예로 들겠습니다. 초기 설계의 도면을 보고 문제점을 파악하고 변경된 도면과 실제 시공된 모습들을 보면서 공부하도록 할게요. 먼저 설계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처음에 해야 할 것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정원 알겠습니다. 저도 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실력을 발휘해서 열심히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체크리스트가 무엇인가요?
팀장 옥상조경의 설계를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할 항목입니다. 옥상조경설계뿐만 아니라 일반 건축설계에서도 항목은 다르지만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활용해야 합니다.
정원 그렇군요. 설계를 위한 기본 전제조건도 있지만 설계를 위해 확인하고 파악해야 할 사항들이 더 있다는 거군요?
팀장 그렇죠. 물론 이 체크리스트에 없는 부분들은 별도로 다루도록 할게요. 그것은 이미 지어져 있는 건물에 옥상녹화를 하는 경우와 경사형 지붕에 옥상녹화를 하는 것인데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별도로 설명할게요. 체크리스트를 한 번 볼까요?
정원정말 설계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군요. 알고 있던 것도 있지만 좋은 옥상정원을 만들기 위해 세심한 것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 하네요. 하지만 설명만으로는 혼란스러운 것이 있습니다. 사용용도에 따른 구분이나 방수의 문제 등도 쉽지는 않은 것 같고요. 화단조성도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애매합니다.
팀장 대부분 앞에서 배운 것들이지만 필요한 부분은 추가로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법정면적이나 수목수량은 각 지자체마다, 특정 지구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것은 그때그때 확인을 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일부 지자체는 시에서 정한 수목을 꼭 일정수량 심도록 정해놓기도 합니다. 물론 법적으로 조경 면적이나 수량을 따르지 않아야 하는 건축물도 있고요. 법적 조항은 이전에 배운 대지의 조경이나 생태면적률을 참고하면 됩니다.
정원 그렇군요. 법적 조항을 알아보고 이것을 최소한의 기준으로 삼아 설계를 해야 하는 거네요.
팀장 맞아요. 그리고 사용용도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떤 때에는 법적 최소기준만 맞춰 시공하려는 경우가 있고, 어떤 때에는 옥상을 가든파티나 야외결혼식이나 야외공연까지 가능한 정원을 조성하려는 경우도 있답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많지 않지만 건축물의 용도나 사용하는 사람들의 취향에 알맞은 설계를 해야겠지요. 회사의 사옥을 설계한다면 직원들의 휴게공간, 운동공간, 업무공간 등을 반영하면 되고, 병원의 옥상을 설계한다면 환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해야겠지요. 또 extensive와 intensive의 개념에 대해서는 교육 초기에 설명했지만 다시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extensive라는 개념은 토심을 낮게 하고 관리요구도를 낮춰 이용의 목적이 아닌 생태적 기능에 충실한 녹화를 하는 것입니다. extensive 옥상녹화는 우리나라에서는 옥탑에 조성하거나 특수한 목적을 위해 조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사용을 겸하는 intensive 옥상녹화를 원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정원 저도 extensive 옥상녹화에 관심은 많지만 제대로 된 사례를 국내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김진수는 다양한 경험을 거쳐 12년 전부터 옥상정원 분야에 전념해 오고 있다. 현재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독일 ZinCo GmbH사와 기술협약을 맺어 옥상녹화 시스템을 국내에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은 도시 집중화로 인해 지나치게 상승한 땅값으로 새로운 녹지 조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옥상 공간을 가치 있게 재탄생시킴으로써 생태조경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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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생태복원] 도시의 생태적 공간 증진 방안(3)
생태적 공간 증진을 위한 접근 방법
지난 글에서는 도시에서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생태적 공간을 만드는 방안으로 면적인 공간, 선적인공간, 그리고 점적인 공간으로 나누어 접근해 보았다.
이번 시간에서는 생태적으로 우수한 공간의 보전, 기능이 떨어진 공간의 향상, 훼손된 지역의 복원, 그리고 새로운 지역을 창출해 내는 기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접근방식 역시 도시의 생태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실행하는 방법이 된다. 도시의 생태적 공간을 증진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먼저 생태적으로 우수한 공간의 보전은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접근방법 중 하나이다. 도시차원에서든 택지 차원에서든 생태적으로 우수한 공간은 보전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서 생태적으로 우수하다는 말은 다양한 생물종이 풍부하게 서식한다는것을 말한다. 보전이라는 것은 개발하지 않고 그 기능이 지속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지역은 생태네트워크차원에서 주변의 자투리 공간이나코리더로 생물종을 공급source하는 역할을 한다. 당연히 생태네트워크의 구성항목 중에서 핵심지역이다.
보전가치가 높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보전가치평가가 있다. 생태네트워크를 구성하려는 대상지의특성이나 규모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비오톱가치평가도 1등급 지역, 법정 보호지역 등이 그 대상이 된다. 이러한 곳이없는 지역을 대상으로 할 때는 상대적으로 가장 보전가치가 높은 곳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핵심지역이 되는 곳이 항상 1등급 지역 혹은 법정 보호지역일 필요는 없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내가 계획하려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 상대적 보전가치를 평가하고 접근하면 된다. 따라서 새롭게 만든 공간이거나 복원한 지역도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거나 제기능을 한다면 핵심지역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능이 떨어진 공간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8월 원고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인간중심적이거나생물종이 서식하기 어려운 공간을 생태적으로 만드는 것도 향상의 좋은 방법에 해당한다. 산림의 경우에도 녹지자연도 등급이 낮거나 과거 속성수 혹은 사방용 등으로 외래종 중심으로 식재한 곳도 좋은 대상이 된다.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외래 생물종이 우점하거나 칡이나 환삼덩굴과 같이 다른 생물의 생육에 지장을 주는 곳도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자생종이더라도 한 종이 지나치게 밀식하거나 우점하고 있어 다른 생물종의 서식이나 이동에 장애가 되는 곳도향상의 대상이다.
하천은 인공적으로 정비됐거나 위해성 교란이 심한곳을 생태적인 하천으로 복원하는 것이 있다. 엄격한의미에서 이것은 하천 복원에 해당할 수도 있지만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해서 생물서식능력을 향상시킨다면 생태적 기능의 향상 기법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기능이 떨어진 공간을 향상시키면 당장은 핵심지역으로서 생물종 공급원의 기능이 약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충분히 제기능을 할 수 있다.
세 번째 방식은 훼손된 공간의 복원이다. 이 방식은이 연재에서 다양한 대상을 소개했었다. 폐철도나 폐도로를 복원하거나 도심의 버려진 공간, 훼손되어 불법 경작만 이루어지는 공간 등이 좋은 대상이 된다.버려져있는 습지나 숲을 훼손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도 당연히 이 기법에 해당한다.
잘 복원된 공간이 생태적으로 우수해져서 도시생태네트워크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유럽의 경우훼손됐던 습지를 잘 복원해 람사르 사이트로 등록한곳도 많다.
조동길은1974년생으로, 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이사로서 생태복원, 조경, 환경디자인, 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 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 R&D 사업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자연환경 생태복원학 원론』(2004) 등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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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1. 착생양치류
호주의 열대우림
20여 년 전에 방문했던 호주 케언즈에 그사이 스카이레일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모노레일과 달리 전체길이 7.5km의 장대한 케이블카가 열대우림 위에 끝없이 이어지는 시설이다. 옛날에는 케언즈의 산속 관광지인 큐란다(쿠란다)에 가려면, 모 철도 프로그램의오프닝 영상으로 유명한 등산철도를 이용해야 했다.
물론 이 철도는 지금까지도 인기가 많고 상당히 낭만적이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이와 비교해 스카이레일을 이용하면 큐란다에 도착하는 시간이 절반 밖에 걸리지 않는다.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이긴 하지만, 스카이레일을 처음 승차한 사람들은 도중에 두 개 역에서 내려 열대우림의 보드워크boardwalk 산책을 반강요당한다. 이착생양치류것을 포함하면 1시간 반 정도가 걸려서 철도와 별 차이가 없어진다. 우리는 관광객이기도 해서 가이드의안내를 따라 당연히 보드워크로 향했지만, 되돌아오는 길에 개별 행동이 가능해서 시험해 보았는데, 이역에 있는 관계자에게 “No thank you!”라고 말하고산책 코스를 패스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처음 간 사람들에게 이 보드워크는 놓칠 수 없는체험 포인트다. 이곳은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열대우림의 깊숙한 곳을 부담 없이 산책할 수 있다. 이 근처 삼림에는 가시나무와 같은 날카로운 식물들도 있고, 인간을 죽이기도 한다고 전해지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새인 큰화식조(火食い鳥、食火鶏、학명Casuarius casuarius )가 살고 있어서, 아무것도 모르는아마추어가 산중을 걸어 다니는 것은 자살 행위와도다름없다. 그런 위험한 숲을 산책하는 기분이라니! 이런 것을 새로운 경험으로 여길 수 있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산책로는 요소요소에 설치돼 있으며, 퀸즈랜드주 숲의 왕자, 카우리파인 거목이나 열대우림을 대표하는여러 가지 식물들이 잘 보이도록 효율적으로 배치돼있다. 그 중에서도 제일 놀라운 것은 사진과 같이 수목에 붙어 자라는 거대한 착생양치류이다. 현지인들은 ‘basket fern’이라고 부르며, 학명은 Drynariarigidula, 일본에서는 카고시다カゴシダ라고 한다. 한국어로는 드리나리아 리기둘라(고란초과 드리나리아속)이다. 이런 착생양치류의 동료로는 박쥐란이 유명하다.
고란초과 양치류는 케언즈 주변 숲 속은 물론 거리수목에도 대량으로 착생하고 있는 것이 보일 정도로이곳에서는 대중적인 식물이다. 케언즈 주변 열대우림의 수고가 높은 나무에 높은 빈도로 착생하고는 있지만, 이 정도로 거대하게 자란 것은 드물다. 특히 이수목의 상부에 여러 겹이나 다른 주식이 붙어 있어서수분 무게까지 포함하면 나무가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번역 한규희 _ 어번닉스 대표, 일본 도시녹화기구 연구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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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으로 떠난 청춘 유랑] 홍콩기행(3): 스트리트 퍼니처
거리의 신스틸러, 스트리트 퍼니처
첫 홍콩, 거리에서 만나다
지난겨울 환경과조경 통신원 임기가 끝났다. 시원섭섭함을 느끼고 있을 무렵 우연히 ‘홍콩’에 갈 기회가생겼다. 전문가 자문과 함께 자신만의 ‘테마’를 담은여행기를 글로 만들어 내는 기획 답사였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잠시 고민했지만 뭐가 대수겠는가. 기회가 없어서 문제지 기회만 있다면 생각없이 질러보는 것도 대학생이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여러 경험을 통해내 한계를 깨닫고 발전하는 기회로 삼고 싶어 덜컥도전하게 됐다. 물론 이 부족한 원고를 보게 될 독자분들에겐 죄송하지만 미리 양해를 구한다. 어린 꿈나무가 후학으로 자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너그럽게 봐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평소 여행을 다닐 때 거리의 경관을 유심히 관찰하는편이다. 각각의 장소만의 특징이 묻어나기 때문이다.답사 전, 내가 이해하는 홍콩은 다문화국가로 다채로운 거리경관을 이루는 곳이었다. 그 거리들이 어떤 경관을 이루고 있을지, 각 경관을 형성하는 구성요소는어떤 오브제들이 있을지 좀 더 세부적으로 접근해 보기로 했다.
지난 3월 홍콩에 도착한 나는 설레는 맘으로 3박5일동안 기사에 담을 이야기를 모았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멋진 기회를 주신 관계자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일행들 이름을 서로 언급하는 것은 생략한다. 언니 오빠들이 내 맘을 알아줄 것으로 믿는다.
거리 속에서 보물찾기, 스트리트 퍼니처
우리가 여행을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살고 있는 장소에서 느낄 수 없는 그 장소의 고유한일상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가장 쉬운 방법중 하나는 그 나라의 거리를 걸어보는 것이다. 유명관광지, 오래된 마을, 숙소 앞의 골목 어디든 좋다. 거리는 일상이다. 하루에도 다양한 거리들을 걷고 달린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고, 공간과 공간을 연결해 주는 거리는 도시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있다. 거리의 풍경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가운데‘스트리트 퍼니처’는 시설물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큰 특징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다 만나는 벤치,가로등, 휴지통 등은 보행자의 편의를 위해 도로 위에설치된 시설물을 통칭하는 용어다. 단순히 시설물의역할 뿐만 아니라 지역이 가진 고유의 문화를 설명해주는 작품이 되고, 그 나라의 문화가 되기도 한다.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에서 세계인이 찾는 관광국가로 어떻게 거듭났을까? 거리를 통해 그 과정을 찾아보고 싶었다. 이름이 알려진 수많은 거리 중에서도홍콩의 변화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는 세 곳을 선정해봤다. 과거의 모습 그대로 멈춰있는 타이오 마을, 홍콩에서 서양을 느낄 수 있는 스탠리, 깊숙이 자리 잡은 서양의 모습과 중국의 전통적인 모습이 공존하는센트럴의 거리. 그 안의 의자, 계단, 환경그래픽 순서로 3가지 스트리트 퍼니처가 거리에서 가지는 역할을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각 거리의 전체적인 풍경을바라보는 거시적 관점에서부터 관광객의 측면에서 보는 미시적 관점까지 살펴봤다.
1. 워터프런트(Waterfront) _ 윤호준
2. 습지(Wetland) _ 박성민
3.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 _ 조유진
4. 식재(Planting) _ 김수정
5. 야간 경관(Nightscape) _ 이향지
6. 영화(Movie) _ 백규리
조유진은 1994년생으로 동신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있다.2015년 ‘환경과조경’ 통신원을 맡아 조경 관련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학생이자 조경인으로서 심도 있게 조경을 탐색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가로경관에 대한 관심이 많다. 여행과 도전을 좋아하여 유랑 중인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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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준의 이런 생각, 저런 고민] 식재기능인과 군식
지난 호에서 목도를 조경기능인이 갖춰야 할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장비로 작업을 하니 목도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지고, 새로운 세대는 목도를 배우려 하지 않으며 배울 필요도 없다. 조경기능인이 목도 다음으로 갖춰야 할 기술로는 관목을 군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예전에 삼양동에서 일을 나오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기능인의 군식능력은 신기에 가까웠다. 군식을 하고 나면 거의 전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관목의 높이를 잘 맞추고 모양새를 내 식재를 했다. 나무를 심으면서 도장지는 손으로 분질러 버리니 향후 특별한 전정을 할 필요가 없었고, 심은 후에 흙도 깔끔히 정리하니 관목 사이의 흙속에 자갈이 보이는 법이 없어 관수 후 자갈을 골라내지 않아도 됐다. 심는 속도도 아주 빨라 하루에 1500여 주는 거뜬히 심었다.
하루는 어느 공장을 조경하는데 부지가 아주 넓어 관목을 심을 곳은 많은데 비해 수목의 수량이 부족해 난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기능공은 걱정 말라며 아메바 형태로 심을 자리만 그려주면 철쭉을 멋들어지게 심겠다고 공언했다. 형태를 그려주니 심을 곳을 갈퀴질해 중앙에 해당하는 부분을 약간 볼록하게 잘 정리한 다음, 키가 제일 큰 철쭉을 중앙에 심고 등고선 형태로 30×30cm 규격의 철쭉을 50cm 간격으로 심어 나갔다. 너무 간격이 넓어서 보기 싫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바닥의 흙이 훤히 보이지만 돌이 보이지 않게 잘 정리하면서 심어나가니 깔끔했다. 아메바 형태의 넓은 면적에 150여 주의 철쭉을 조금 거리를 두고 보니 중앙에는 나무가 바로 섰으나 외부로 갈수록 약간 외부로 기울어져 방사선 형태로 심은 군락이 마치 그림 같았다. 관계자들 중 너무 엉성하다든지 양만 늘렸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몇 년 뒤에 그 공장을 갔더니 철쭉이 잘 자라 서로 가지가 붙어서 바닥에 흙도 보이지 않고 탐스럽게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널찍하게 심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 흐뭇했다. 물론 식재 후 가꾸는 사람의 공력이 많이 들어갔겠지만 말이다.
평수가 큰 고급빌라의 조경공사를 맡았을 때, 그 기능공이 군식을 잘 한다고 자랑했더니 담당감독이 그렇게 군식을 잘 한다면 아무리 물량이 많이 들어가도 좋으니 빌라 입구의 10m2 남짓한 공간에 철쭉을 마음껏 모양을 내 심어보라고 했다. 그러자 그 기능공은 물량을 최대한 늘려 심듯 뿌리를 포개 빽빽이 빈틈없이 심었다. 잔가지가 겹치고 정돈되게 올라온 것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군식한 철쭉 위에 고양이를 올려놓아도 나무가 흐트러지지 않게 심었다. 사용된 철쭉은 거의 1000주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른 봄 공사였는데 한 달 후에 철쭉꽃이 피니 잎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꽃만 보이게 심은 것이다. 감독도 소요되는 철쭉의 양을 보고 놀라 두 번 다시는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고 그 기능공이 일을 할 때는 옆에서 웃음을 머금고 지켜만 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 빌라 앞을 지나 갈 때마다 그 철쭉 군식을 본다. 잔가지가 촘촘히 올라온 것이 보기만 해도 ‘잘 된 군식 처리란 이런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한 번은 비탈면에 눈향나무로 피복식재를 하는데 두 사람이 식재에 참여했다. 한 무더기에 40여 주의 눈향나무를 군식 처리했는데, 20여 무더기를 식재한 것으로 기억한다. 식재가 끝나고 나니 ‘갑’이 식재한 눈향나무의 끝이 살아서 머리를 쳐들고 있는 형상이고, ‘을’이 심은 무더기는 두루뭉술하게 처리돼 있었다. 눈향나무의 끝이 살아서 생기가 넘치게 심은 형상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한 그루도 하자가 날 것 같지 않았다. 금세 무성하게 비탈면을 덮을 것 같은 활력을 느끼게 했다. 그 후 두루뭉술하게 식재한 ‘을’도 상당히 실력 있는 기능인이었지만 생기가 넘치게 식재한 ‘갑’에게 항상 오금을 펴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식재를 할 때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어떻게 보고 다루느냐에 따라 똑같은 자재를 주었는데도 이토록 모양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지 놀라움을 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나중에 현장을 가니 식재한 눈향나무의 하자는 비슷하게 났으나 끝이 살아있는 나무의 성장은 훨씬 나아 보였고 몇 년이 지났는데도 실력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철쭉이나 회양목을 군식하라고 하면 그냥 빽빽이 심는다. 그러고 전정기계로 깔끔히 다듬으면서 모양을 잡는다. 군식능력이 별로 필요하지 않고, 실력 있는 군식 처리 기능인도 많지 않다. 자신이 식재한 관목이 어떠한 대우를 받는지 생각하는 기능인이 없는 것 같다. 높게 심은 것이 별로 어울리지 않으면 전정으로 잡으면 되고, 빠른 기간에 많은 물량만 처리하면 되는 시대가 돼 버린 것이다.
이렇듯 조경은 학교에서 첫 수업시간에 배우듯 도면으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예술이다. 기능인의 손끝에서 나오는 솜씨에 따라 아름답게 표현되느냐 아니냐가 결정될 때가 많다. 물론 자재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훌륭해 그냥 던져 놓아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고급자재라면 시공하는 기능인의 능력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므로 이런 솜씨가 좋은 기능인이 필요한 것이다.
처음 조경 일을 하면 삽으로 나무를 심을 구덩이를 파고, 물이나 떠 나르고, 잡일을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조경기능인으로 칼(전정가위)을 차고 다닐 정도로 인정을 받으려면 상당한 숙련이 돼야 한다. 예전에는 목도도 못하고 군식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전정가위를 차고 다니면 기술자들이 핀잔을 주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경밥을 조금만 먹었다 하면 전정가위를 옆구리에 차고 다닌다. 예전에도 전정가위를 차고 다닌다는 것이 뻐길 정도의 자랑스런 직업(?)은 아니었을 것이지만, 조경기능인들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다. 기능인력은 고령화 돼 가는데 신규로 조경 기능을 배울 사람은 없는 현실을 볼 때마다 시공업계의 앞날이 어두워서 걱정이다.
신경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환경조경학과
에서 ‘한국의 아파트 옥외공간 변천과 조경의 시대별 특성’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원조경의 대표이사로 조경과 생태복원에 관한
연구 용역, 소재 개발,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천안
연암대학과 단국대학교에서 조경경영, 조경시공 및 재료, 실내조경, 조
경수목학 등을 강의하였으며, 현재 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
회 운영위원, 서울시 건설기술심의위원, 경기도 공공주택검수위원, SH
공사 건설디자인위원, 서울지방항공청 신공항건설심의위원 등으로 활
동하고 있으며, (사)한국환경계획·조성협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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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만나는 조경] 물이 빛을 만났을 때
일산호수공원 음악분수,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솟아오르는 물이 빛을 만나면 그야말로 형형색색形形色色으로 변합니다. 모양도 색깔도 음악에 맞춰 춤을 춥니다. 한참을 멍하게 보다가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진 찍는 조건으로는 거의 최악에 가깝습니다. 충분한 빛이 부족해서 셔터를 오랫동안 열어둬야 하는데, 피사체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이니까요. 초점이 잘 맞는 정확한 사진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합니다. 대신 빛을 만나 화려해진 분수를 배경으로 흐릿해진 경계의 사람들이 잡히네요. 역시 나쁜 게 있으면 좋은 것도 생기기 마련인가 봅니다. 몇몇 사진은 꽤 그럴 듯한 그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사진은 그렇게 찍은 수 십장의 사진 중의 하나입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좋은 점! 일단 많이 찍고 건질 거 찾아보기. ^^
더운 여름 며칠 째 짜증만 내다가 시원한 분수 사진으로 잠시나마 열대야를 이겨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입니다. 일기예보로는 9월까지 덥다고 하던데, 다들 건강하게 여름 마무리 하시길.(연재글을 쓰다보면 가끔은 미래와 대화하는 기분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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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디자인의 발견] 자크 마조렐
전통과 모던의 만남, 자생식물 디자인의 진수
마조렐 가든의 역사마조렐 가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사람을 잘 알아야 할 듯하다. 마라케시에 마조렐 가든을 만든 사람은 프랑스의 예술가, 자크 마조렐이다. 그는 이 정원의 레이아웃을 잡았고, 이 안에 선인장과 바나나, 야자수, 대나무를 근간으로 하는 자생력 강한 식물 디자인을 완성한 사람이기도 하다. 마조렐은 자신의 정원을 1947년에 일반인에게 공개했고, 이 정원을 즐기러 오는 프랑스인들이 상당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마조렐은 1962년 뜨거운 마라케시의 사막기후로 인해 생긴 풍토병으로 다시 프랑스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그는 비극적으로 1962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그 후유증으로 끝내 마라케시로 돌아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주인을 잃은 마조렐 가든은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원래 모습을 잃고 심하게 훼손돼 갔고 사람의 기억에서도 사라진다.
이 정원이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은 1980년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과 그의 파트너 피에르 베르제Pierre Berge에 의해서였다. 특히 이브 생 로랑은 인근 국가인 알제리 태생으로 마라케시인들과 마찬가지인 베르베르인의 뿌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브 생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는 마조렐가든을 구입한 뒤 정원을 마조렐 시대 그대로의 모습으로 복원할 계획을 세운다.
이때 고용된 사람이 마라케시의 위대한 가든 디자이너이자 민족식물학자인 아브데르작 벤챠바네 Abderrazak Benchaabane였다. 가든 디자이너, 식물학자, 교수, 향수제조자로 다방면에서 활동했던 아브데르작은 마조렐 가든 복원 작업에 임하면서 10년간 철저한 고증의 절차를 밟았다. 그는 마조렐이 심은 식물의 수종에 정확한 학명을 붙여주는 과정을 통해 정원 안에 12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음을 알아냈다.
그리고 본격적인 복원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그는 식물을 325종으로 늘렸고, 여기에 마조렐이 직접 디자인한 물길 시스템을 보완해 새로운 물관리체제를 완성했다. 훗날 아브데르작은 이브 생 로랑의 권유로 자신의 또 다른 전공을 살려 Jardin Majorelle’이라는 향수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복원을 마친 이브 셍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는 이 정원의 이름이 바뀌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마조렐이라는 예술가의 정원을 사랑했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음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들이 한 일은 마조렐이 작업 공간으로 썼던 건물을 ‘베르베르인의 문화와 예술을 보여주는 미술관’으로 개방한 일이다. 지금도 이 정원은 여전히 ‘마조렐 가든’으로 불린다. 2008년 이브 생 로랑이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뒤, 피에르 베르제는 그의 유언에 따라 그의 뼈를 마조렐 가든에 뿌렸고, 그를 기리는 작은 상징물을 세웠다. 마라케시는 이브 생 로랑이 마라케시와 베르베르인의 문화와 자긍심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공을 인정해 정원 앞을 지나는 길에 ‘이브 생 로랑’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마조렐 가든의 교훈마조렐 가든은 마라케시라는 지역을 충분히 고려한 자생이 가능한 식물을 이용한 식물 디자인이 이뤄진 점, 자크 마조렐이라는 예술가의 뚜렷한 예술적 감각이 정원 안에서 강렬하게 부각이 되고 있는 점, 그 지역의 문화를 대변하는 전통 건축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 마지막으로 이 모든 요소가 오래된 틀 속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으로 해석됐다는 점에서 탁월한 가든 디자인, 식물 디자인이 실현된 장소로 여겨진다.
전통의 해석은 두 가지로 가능하다. 하나는 원형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학습하게 하는 복원의 측면이 있다면 다른 하나는 현재진행형으로서 새롭게 재해석된 시도가 있다. 그런데 자칫 전통이라는 것이 처음 의미에만 발목을 잡히게 되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적용돼야 할 전통이 미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마조렐 가든은 전통을 이어받았지만 지금의 의미로 다시 해석한 작품으로, 우리의 현대 전통 정원을 재해석 하는 방법으로 좋은 사례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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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졸업시즌 준비, “뭣이 중헌디?”
보통 졸업 시즌이 되면 학생들은 취업 준비로 바쁘다. 하지만 조경학과 학생들은 졸업작품 준비에 여념이 없다. 조경학과 학생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관문이다. 대개 졸업작품은 한 학기 동안 하나의 대상지를 정해 가상으로 설계를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작품 마감일까지 밤낮 없이 과제에 몰두하고 매 시간 설계와 싸움이다.
졸업작품 대상지와 주제를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등의 공모전에 맞춰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학생들도 있다. 학교와 마을이 연계해 졸업작품을 실제 대상지로 옮기기 위한 작업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학을 다니면서 쌓은 역량을 집중적으로 쏟아내는 작업이 졸업작품이다. 졸업할 준비가 됐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물인 만큼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4학년이 되면 조경기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졸업작품과 자격증 준비라는 두 개의 큰 이벤트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개인에 따라 공모전이나 다른 진로 준비까지 추가로 함께 진행하는 학생들도 있다. 학생들은 졸업작품에 매진하고 자격증 준비를 뒤로 미룰지 졸업작품을 포기하고 시험을 준비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도 한다. 둘 다 성취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많은 학생들이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다.
그런데 조경학과 학생들에 따르면 최근 대학가에는 조경기사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조경기사의 난이도는 다른 관련 자격증에 비해 어려운 데도 실무에서 큰 메리트가 없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채용으로 인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지원하는 데는 다른 자격증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전국 4년제 대학 24개 조경학과 4학년 학생 733명에게 물어본 결과 이 중 조경기사를 취득하겠다는 학생은 391명으로 53% 정도에 불과했다. 국산업인력공단 수험자 동향 데이터에 따르면 조경기사 응시자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산림청은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산림자격 요건에 조경기사를 포함하겠다고 조경분야와 합의했다. 조격자격제도에 개선할 과제들이 아직 산재해 있는데도 이후 조경자격관련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조경계, 도대체 뭣이 중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