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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로 만나는 조경] 빛으로 그린 자전거
    날이 무척 덥네요. 이 무더운 여름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지난달에 스페인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알람브라 궁전을 직접 보고 왔지요. 알람브라 외에도 이슬람 문화의 영향이 가득한 남부 스페인 조경의 진수를 직접 경험하고 왔습니다. 마침 뜻을 같이 한 몇몇 조경가분들과 같이 해서 더욱 더 뜻 깊은 답사였습니다. 남부 도시들도 좋지만, 스페인 도시 중에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곳은 역시 ‘빌바오Bilbao’가 아닐까 합니다. 철강 산업이 쇠퇴하면서 활력이 떨어진 도시를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을 중심으로 ‘문화’와 ‘디자인’이라는 키워드로 되살린 도시재생의 모범사례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히 많은 도시, 건축, 조경 분야 전문가들과 공무원들이 다녀와서 이제는 아주 익숙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사실 빌바오는 스페인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스페인 남부를 주로 볼 계획이었던 이번 답사 일정과는 잘 맞지 않았지만, 한번쯤은 답사를 하고 싶었던 곳이라 무리를 좀 해서 답사 일정에 끼워 넣었습니다. 덕분에 운전을 좀 오래해야 하는 수고를 하긴 했습니다만. 빌바오하면 역시 프랭크 게리Frank Gary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이 가장 유명하지요. 그렇지만 빌바오의 성공은 구겐하임 미술관 하나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랜드마크 건축물 하나가 도시에 들어오면 도시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빌바오 이펙트Bilbao Effect’의 잘못된 환상이지요. 빌바오에는 구겐하임보다 유명세는 덜하지만 도시 경관을 개선하기 위한 많은 공공 프로젝트들이 있습니다. 빌바오 지하철은 국제공모에서 당선된 영국의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의 작품이고, 빌바오 공항은 스페인 출신의 건축가인 산티아고 칼라트 라바Santiago Calatrava의 작품입니다. 네르비온 강Ría del Nervión에 설치된 멋진 보행교인 쥬비쥬리 다리Puente Zubizuri 역시 칼라트라바의 작품입니다. 이 밖에도 많은 도시, 건축, 조경, 공공디자인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전반적인 도시 디자인을 향상시키는 전략을 수행한 결과로 오늘날의 성공이 가능했을 겁니다.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 주신하[email protected] /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 / 2015년08월 / 84
  • [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1. 록코六甲의녹화지붕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대처법 록코산六甲山 산기슭의 고급 주택가에 새로 지어진 녹화지붕 주택이다. 고급 주택가라고는 하지만, 저택가는 옛말이고 지금은 세세하게 세분화된 토지에 작은 주택들이 빽빽하게 세워져 있다. 이 주택지도 세분화의 일부분으로 보이며 옆 건물까지 녹화지붕이 닿을 듯한 상태다. 지금까지의 녹화지붕 주택은 인접지와의 거리를 충분히 두고 주위에 여유가 있을 때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설계자인 마에다 유리 씨에게 의아해 하며 물었더니, 그 역시 이 집처럼 옆 건물에 가까이 근접해서 설치한 적은 처음이라고 한다. 옆집 2층 창가에서 보면, 남쪽 햇볕이나 서향의 반사를 경감해주는 좋은 지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로 끝나지 않는 듯하다.어디를 가든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 중에는 벌레를 싫어하는 비율이 더 높다. 벌레를 싫어하는 정도도 각양각색이다. “바퀴벌레는 싫지만, 나머지 벌레는 OK”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극히 경증부터 “벌레라는 이름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고 하는 중증까지 다양한 증상의 레벨이 분포하고 있다. 중증자들은 식물이 있는 장소는 벌레가 있기 마련이라며 ‘녹지 자체가 싫다’는 반응을 보인다. 대학에서 녹화 관련 수업을 하면서 ‘벌레가 싫기 때문에 녹지도 싫다’는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주제로 매년 리포트를 작성하게 하고 있는데, 1학년 60명 중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의견을 말하는 학생이 항상 몇 명은 있다. 물론 ‘자신은 시골 출신으로벌레와 놀며 성장해 왔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믿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학생들만 해도 이렇게 반응이 다양하다. 중증자들이 말하는 “벌레가 있을 것 같기 때문에 싫다”는 의견에서 중요한 대목은 “있을 것 같기 때문에”라는 부분이다. 그들에게 실제 벌레가 있는지 없는지는 상관이 없다. “철저히 방충제를 살포하기 때문에 벌레는 전혀 없습니다”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그런 설득으로는 “약제 살포를 하는 시설은 절대 안 된다. 결사코 반대한다”는 엉뚱한 저항에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들에게 도시 녹지는 귀찮은 시설외에 아무것도 아니고, 도시 녹화를 추진하는 것은 주거 환경이 악화되는 정도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극단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녹화=선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앞으로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면 “도시와 녹지를 분리하라”는 도시계획안이 통과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 녹화지붕 주택에도 인근 주민으로부터 이와 비슷한 불만이 제기되어, 급히 가림막을 설치하게 되었다. 도시의 녹화 추진은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 야마다 히로유키[email protected] / 오사카부립대학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 / 2015년08월 / 84
  • [디자인 유랑 인 호주] 항구도시 시드니(2) 버려진 도시 인프라의 재생
    시드니 산책 셋, 시드니 올림픽 파크 1) 그린 올림픽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그린 올림픽Green Olympic’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지난 2000년 9월 15일 열린 시드니 올림픽의 슬로건으로, 과거 쓰레기 매립장 지역을 환경친화적인 경기장으로 조성하면서 붙여진 애칭이다. 올림픽이 열리던 당시만 하더라도 시드니에서 가장 오염되고 지저분하다는 홈부시 베이Homebush Bay가 ‘지상 최대 축제의무대’로 변모했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공원을 거닐어보니 잠시나마 고민했던 흔적이 괜한 우려로 여겨질 만큼 수려한 풍경이었다. 세월의 흐름 때문일까? 브라운관을 통해 생중계되던 장면보다 한층 더 풍성해진 이 공원은 지금으로부터두 세기 전만 하더라도 호주 토착민인 어보리진의 삶의 터전이자 맹그로브숲이 무성한 습지였다. 하지만 유럽인들의 정착과 함께 농경지로 개간되었고, 그로부터 머지않은 시점에 지역 최대 규모의 도살장과 매립지로 변모되면서 이 일대는 오염의 상징으로 각인되고 말았다. 그리고 매립이 끝난 1990년, 환경복원을 통해 밀레니엄 올림픽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려던 공원 계획은 개성 넘치는 건축물과 소규모로 분산된 옥외 공간의 부조화로 난항을 겪게 되었다. 환경맥락적 설계로 정평 난 조지 하그리브스George Hargreaves에 의해 새롭게 계획된 올림픽경기장 마스터플랜은 전체를 하나의 맥락으로 통합하고 올림픽 취지를 살리기 위한 설계 개념으로 재구성되었다. 또한 가변식으로 설계된 주경기장Telstra Stadium을 비롯하여 공기의 흐름을 고려한 스탠드 계획, 빗물과 폐수를 정화시켜 선수촌의 중수로 활용하는 수질 정화관리 시스템은 환경 올림픽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요소로 손꼽힌다. 2) 벽돌 채취장 관찰대 시드니 올림픽 파크에서 주경기장과 반대 방향으로 십 분쯤 거닐다 보면 벽돌 채취장 관찰대Brickpit Ringwalk를 만날 수 있다. 말끔하게 정돈된 올림픽 파크와는 달리 다듬어지지 않은 물웅덩이와 관찰대가 전부인 이곳은 20년 만에 다시 나타난 희귀종 개구리 때문에 예정되었던 테니스 코트를 이전하고 개구리 서식지로 복원한 지역이다. 과거 모래와 자갈이 퇴적되어 형성된 트라이아스기Triassic Geological Period의 암석 지대였던 이 일대가 지금처럼 움푹 패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11년 시드니의 거주자가 늘어남에 따라 부족한 건축 자재를 공급하기 위한 채석장이 들어서면서부터다. 1930년대에 이르러 주 정부의 주도 아래 경영되던 벽돌 공장The State Brickworks은 이윤이 감소하고 사유 기업으로 이전되면서 잠정적으로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찾아온 건설 호황으로 연간 3백만 장에 달하는 벽돌을 생산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였다. 그러나 감소하는 수요와 급증하는 생산 비용으로 1988년에는 영구적인 폐쇄에 이르렀다. 그리고 시드니 올림픽 개최 장소의 부지 정비가 진행되었는데, 채석장 바닥에서 그린골든벨개구리Green and Golden Bell Frog의 개체군이 발견되어 서식처 복원을 위한 생태연못으로 새롭게 조성되었다. 윤호준은 1982년생으로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를 거쳐 서호엔지니어링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조경 계획 및 설계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북경공업대학교 성시건축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서호엔지니어링 북경지사에서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 『환경과조경』과 『스테이플(STAPLE)』의 해외리포터(중국)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지난 2012년에 출간한 『디자인 유랑 인 유럽』이 있으며, 현재 『디자인 유랑 인 아시아』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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