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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국 당산숲의 특징과 관리 현황
마을숲 통해 한국의 전통 조경 문화를 세계에 알리다
한국 당산숲의 국제적 소개의 의의
1) 당산숲의 국제적 소개
한국 농어촌 마을의 전통 마을숲인 당산숲에 대한 논문이 세계적 출판사인 스프링거Springer에 실려 당산숲의 실체와 그 아름다움이 국제적으로 소개되었다. 이전까지 주로 비보숲의 관점에서 논해지던 마을숲은 2009년, 두 편의 논문을 통해 그 개념과 실체가 구명되었다(표1 참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1999년부터 농어촌 전통 마을숲 연구에 전념한 이래, 실체 정립에 10년이 걸렸다. 이후 스프링거 책자에 실리기까지 또 5년이 걸렸다. 이 책자는 2011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8차 국제경관생태학회IALE의 ‘문화경관의 생물다양성Biodiversity in cultural landscape’ 심포지엄 분과에서 발표된 논문을 선별해 수록했다. 2012년 3월 스프링거에서 책자를 발간하기로 결정되고, 논문 취합은 2012년 6월경 시작, 수차례의 수정을 거쳐 2014년 6월 완료되었다.
2) 의의
자크 브누아 메샹Jaques Benoist-Mechin(1901~1983)이 정원의 역사에 대해 쓴 책을 보면 일본 정원을 소개하면서 많은 일본 조원造園 전문가 이름과 조성 내력 등을 열거하는 등 그 해박함이 대단하다는 것을 엿볼수 있다. 책에서 일본 정원은 13세기경 가마쿠라 시대, 서로 죽고 죽이는 게 일인 일본인들의 호전성을 억누르기 위한 수단으로 조성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서양인의 눈으로 본 그 책은 일본 정원을 넘어일본인의 문화를 찬탄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편』을 펴내고 한 인터뷰에서(2013) “왜 서양에서는 일본 문화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영향을 받는가”라는 물음에, “100년 전에 이미 『일본의 미학은 무엇인가』 등의 책이 영어로 쓰여 서양인들에게 읽혔고, 중국은 임어당이 중국 문화를 알리는 책을 많이 저술했다. 한국은 한국 문화를 서양에 알릴 국제적 문헌이 없다. 세계적 감각을 갖춘 전문가들이 외국어로 된 책을 내는 등 한국 문화를 알려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 점에서, 서양인들에게 한국 전통 조경 문화를 알리는 데, 스프링거에 실린 당산숲 논문이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재웅은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에서 조경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농촌진흥청국립농업과학원에서 농업연구사로 재직 중이다. 1999년부터 농어촌마을 전통마을숲 연구와 논문 발표에 매진하여, 2009년에 한국 당산숲의 개념·실체를 구명하였다. 당산숲 연구 논문으로 2014년에 세계적인 과학·기술·의약 분야 전문 출판사인 스프링거(Springer)에서 발간한 『Biocultural Laqndscapes』의 집필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한국전통 생태문화경관의 아름다움을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국전통조경학회 기술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국제경관생태학회(IALE)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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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 일본의 명원16
에도 시대 초기의 정원(6)
곤치인 정원
곤치인金地院은 오에이応永 연간(1394~1428) 낙북洛北(라쿠호쿠)의 응봉鷹峯(다카가미네)에 아시카가足利 4대 쇼군인 요시모치義持(의지)가 창건한 사찰이다. 그 후 이 절은 도쿠가와德川 장군가의 깊은 신임을 얻었던 임제종 스님, 이신 스덴以心崇伝(1569~1633)1이 자신의 탑두塔頭로 삼기 위해 난센지南禅寺로 이건하여 재흥再興하였는데, 보청普請2은 칸에이寬永 4년(1627)에 착수한다.
정원은 스덴의 의뢰를 받은 고보리 엔슈小堀遠州의 설계에 의해서 칸에이寬永 9년(1632) 4월 18일에 착공하였고, 대략 1개월 정도 걸려서 공사를 마무리한다. 정원의 주제는 도쿠가와 가문의 영원한 번영을 축수祝壽하는 데 두었고, 그 결과 전형적인 신선봉래사상을 반영한 의장을 갖추게 된다. 엔슈는 정원이 완성될 때까지 현장에서 직접 공사를 지휘하였다고 한다. 정원 공사의 감독은 휘하의 무라세 사죠村瀬左助가, 시공은 작정가 겐테이賢庭가 맡아 진행하였다. 당시 엔슈는 에도성 서환西丸의 정원과 센토고쇼仙洞御所의 작정으로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곤치인 정원의 조성을 위해 본인을 대신하여 무라세 사스케村瀬左介를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田中昭三·サライ編輯部 編, 2012), 곤치인 정원에 대한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스덴의 『본광국사일기本光國師日記』에는 엔슈와 스덴의 교류나 정원에 놓을 돌의 주문과 납품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곤치인 정원의 작정에 고보리 엔슈가 밀접하게 관여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고보리 엔슈는 정원 공사를 착공하는 날 정원에 큰 돌 3개를 놓았다고 하는데, 이 돌은 아마도 학도의 부리석이나 예배석礼拜石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원에 쓰인 돌들은 대부분 이케다池田가와 아사浅野가로부터 기증받은 것이다.
곤치인 정원은 방장의 남측 전면 공간에 자리를 잡게 되는데, 그것은 방장 건물과 동조궁東照宮(도쇼쿠)3과의 상관관계를 고려한 것이다. 정원의 중심은 건물의 중심축선상에 배치한 아주 큰 장방형 예배석4이며, 그것을 기준으로 동측과 서측에 각각 축산과 석조로 구성한 구도와 학도를 배치하고, 예배석 후면에는 봉래석조5를 꾸몄으며, 그 배경에는 영산홍을 전정大刈込(오가리코미)해 놓아 전면부의 정원이 강조되도록 하였다.
학도의 석조에 사용한 부리석은 길이가 2간間, 폭이 4척尺, 높이가 2척이나 되는 큰돌로, 이 돌은 소 17마리가 운반하였다고 한다. 학도의 중심에는 삼존석의 날갯돌羽石을 배치하였으며, 소나무를 심어 장식하였다. 구도 역시 구두석龜頭石으로 큰 돌을 사용하였는데, 중앙에는 줄기가 휘어진 향나무柏槇(백전)가 심어져 있다. 작정 기법이나 재료 측면에서 볼 때 학구봉래를 연출한 고산수정원 가운데에서는 단연 1급에 해당하는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大橋治三·齊藤忠一, 1998).
에도시대 후기의 『도림천명승도회都林泉名勝図会』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고산수의 주요부는 현재와 동일하지만, 당문唐門(가라몬)이 고산수 동단에 있는 구도의 동북쪽에 있으며, 고산수의 서쪽에는 못이 있고, 그 너머에는 개산당이 당문 쪽을 바라보며 배치되어 있어 지금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배치는 방장 건물의 중심을 남쪽으로 연장한 주축선과 이 주축선에 직교하는 부축선의 교차점에 예배석을 두고 다시 부축선의 동서말단부에 건물을 두는 구조다. 이러한 형식은 엔슈의 기하학적인 특질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小野健吉, 2004).
『도림천명승도회都林泉名勝図会』에 그려진 곤치인에 대한 내용은 칸에이 10년(1633)에 그려진 ‘금지원경내지도金地院境內地圖’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 그림에는 ‘경내평수 병 제건물지회도境內坪数 並 諸建物之会図’라는 표제가 붙어 있으며 비교적 상세하게 당시의 건물과 정원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 에도시대 곤치인의 현상을 살필 수 있다. 그림은 평면도와 입면도를 동시에 표현하는 형식으로 그렸는데, 물은 수색水色으로, 나무나 풀은 녹색綠色으로 그렸고, 건물은 입면 형태를 명확하게 그려 사실적으로 묘사를 하고 있다. 그림에서 보이는 위쪽의 건물이 방장이고, 오른쪽 중앙의 어성문御成門과 마주보는 건물이 개산당開山堂이며, 아래쪽 왼편의 건물이 동조궁東照宮이다.6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경기도 문화재위원,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현재는 한국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저서로『한국의 전통조경』,『한국의 전통수경관』,『정원답사수첩』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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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과 정원 활성화 연구] 녹색 식물을 이용한 건강한 도시 환경 만들기
도시에서 정원을 가꿀 때 유용한 추천 식물
식물이 잘 사는 공간에서 사람도 건강할 수 있다
녹색 식물은 우리의 환경을 건강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캐널시티Canal City 건설, 에코 시티Eco City 건설 등 녹색성장이라는 시대적 조류에 힘입어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생태환경복원 계획이 수립·시행되면서 도심지를 중심으로 녹색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또한 친환경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건설 업체들은 ‘그린’ 아파트를 강조하면서 40% 이상의 녹지 조성을 약속하고 있다.
녹지 조성을 위한 많은 제도에서 녹화 식물이 요구되는데, 식물에 의해 도시 환경을 건강하게 만드는 최고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녹화 공간에 맞는 식물이 식재되어야 하고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건강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녹화용 식물은 150종 이하로 몇몇 주요 수종만이 식재되고 있다. 관목류로는 철쭉을 중심으로 회양목, 화살나무, 덩굴장미, 뜰보리수 정도와 초본류로는 구절초, 꽃잔디, 맥문동, 벌개미취, 상록패랭이, 비비추, 매발톱꽃 그리고 세덤류 등이 건물 녹화, 단지 녹화, 수변녹화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도시 녹화용으로 분류되어 제안되고 있으나 현장에서 유통되는 종류는 제한적이다. 그 이유는 식재 및 관리 방법이 정착되지 못하고 지속적인 하자가 발생하여 검증된 식물 이외에는 사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벽면녹화용 식물은 대부분 담쟁이덩굴로 식재되고 있고 줄사철, 능소화, 송악덩굴을 식재한 곳은 등반 보조 재료가 없어 견고 하지 않다. 하부 지피식물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관리가 거의 되지 않아 설계 시 계획한 녹지의 모습이 유지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녹화를 위한 세부 공간별 구체적인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식물의 생장 특성, 관리 방법 등의 기술정립을 통해 각 식물이 오염 환경에서도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식물이 잘 사는 공간에서 사람들도 건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1980년대 중반부터 옥상녹화 기술, 자재 개발, 식생 등에 대한 연구가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간 이루어진 국내의 분야별 주요 연구로는 첫째, 식물 소재 및 식재 기반연구로 옥상 및 벽면녹화에 알맞은 식물 소재 선발, 적합 토양 선발, 식재 기반 구성 등이 있으며, 둘째는 환경적 효용성에 대한 연구다. 생태통로 역할 및서식지 제공, 도시 열섬화 완화, 대기오염 완화, 홍수예방, 녹색 지붕의 냉난방 에너지 절감, 녹화용 식물의 CO2 흡수 등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었다.
셋째는 사회적 효용성 연구로 녹지의 심리적, 심미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효과를 구명했다. 넷째는 옥상녹화의 활성화 방안 연구로 옥상녹화에 대한 시민의식과 선진화 사례 등을 조사했다. 마지막으로 환경친화적인 연구로 구리시트 방근재의 성능 평가 연구 등이수행되었다. 도시 녹화의 주요 사업은 2000년 서울시의 옥상녹화 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옥상부와 벽면의 녹화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관련 기술개발도 증가했으며, 경기 침체로 인하여 2006년부터 녹화 관련 기술 개발이 점차 둔화되었으나 2010년부터 다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는 2010년 도시농업 연구팀으로 시작하여 2015년 5월 도시농업과로 정식 직제화 되었다. 도시농업과에서는 농업 기술을 활용하여 일반 도시민들이 식물을 통해서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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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디자인의 발견] 디자인 개념으로 식물 이해하기(1)
식물, 형태로 이해하기
디자이너 눈으로 보는 식물
어떤 식물을 정원에 심는 것이 좋을까를 고민할 때 우리는 세 가지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식물 자체가 지니고 있는 형태, 색상, 질감의 아름다움 자체를 보는 관점이다. 그러나 정원에서라면 식물이 단독으로 고고하게 있을 확률이 매우 적어진다. 때문에 우리는 식물을 단독으로가 아니라 여러다른 식물들과 함께 했을 때 얼마나 조화롭게 잘 어울려주는가에 대해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예를들면 개별적으로는 매우 아름다운 옷과 핸드백, 구두를 가졌지만 함께 몸에 걸쳤을 때 그 조화가 깨지면 낱낱의 아름다움이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낱낱의 식물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되, 다른 식물들과 모여 있을 때 하나의 덩어리로 연출되는 느낌이 조화로운지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되는 관점은 함께 심어진 식물들이 조화롭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인지에 대한 점검이다. 식물의 디자인은 건물의 인테리어와는 사뭇 다르다. 살아있는 생명을 심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스스로 자생이 가능한지에 대한 생태학적인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아름다운 식물 연출을 했다고 해도 판이하게 다른 서식 환경을 가진 식물을 함께 심었다면 결국 어느 쪽 식물인가는 생존에 실패할 확률이 높기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식물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식물 낱낱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들을 조화롭게 연출하는 법 그리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생태를 고려해주는 종합 구성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식물, 형태로 이해하기의 중요성
식물 디자인의 첫 번째 키워드는 식물을 형태, 색, 질감 등으로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특징을 이용해 조합할 식물을 선택하고, 구조와 배치를 구상한다. 이때 가든 디자이너는 화가가 캠퍼스라는 바탕에 구도를 잡듯이 정원이라는 대지 위에 균형, 대비와 조화, 강조, 반복, 움직임(리듬)의 원리를 이용해 식물을 연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선 디자인적 관점에서 식물의 형태를 이해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형태라는 것은 전체 모양을 말하는 것으로 좀 더 쉽게는 식물의 색감, 꽃, 잎 등이 사라진 일종의 그림자, 실루엣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어스름 저녁 무렵에 짙게 어둠이 내려앉으면 보이는 식물의 실루엣이 그 식물의 형태인 셈이다.
그런데 이 형태는 매우 제각각이어서 쉽게 정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키가 크고 다리가 길고 머리가 작은 인종, 머리가 크고 다리가 짧은 인종 등 으로 어떤 공통점으로 묶이듯이 식물의 경우도 몇 개의 군으로 그 형태가 모아진다.
식물 디자인에 있어 이렇게 식물의 형태를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그 이유는 이 식물의 형태에 의해 정원의 전체적 윤곽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소나무와 같은 형태의 식물이 정원에 들어왔을 때와 목련과 같은 형태의 식물이 들어왔을 때는 정원 전체의 윤곽과 틀이 확연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어떤 나무를 심을 까가 아니라 먼저 어떤 형태의 나무를 심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더 우선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위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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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기법] 수생식물원 조성 기법(5)
산책로 조성과 식재 시 유의사항
수생식물원 산책로 조성
수생식물원의 산책로 역시 일반 정원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소재와 방법으로 계획이 가능하다. 다만 여기에서는 물과 인접하여 연못 위를 지나거나 연못 주변으로 조성되는 데크를 중심으로 정리한다. 물은 사람이 거닐 수 없는 공간이다. 그러나 물이 지닌 매력은 오래전부터 사람을 물가로 이끌었다. 데크는 사람과 연못의 거리를 좁혀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데크를 거닐면서 물과 그 속에 자라는 다양한 생명들을 발견하고 일순간 수서환경 안에 또 다른 구성 요소로서 공존하는 느낌을 얻는다. 유연한 수면과 수생식물 군락 사이에서 단단한 질감과 형태로 공간의 디자인적 미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조성되는 사례를 살펴보면 데크 자체가 과도하게 설계되어 부담스럽거나 연못 중앙을 개념 없이 관통하여 전체 수경관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연못의 지형은 일반적으로 평활한 열린 경관이어서 데크의 형태가 가감 없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다른 어떤 산책로보다도 디자인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데크는 수평의 수면과 평행하게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평면의 수면 위를 지나는 동선에 경사도가 불필요하기도 하지만 애매한 경사도는 수면과 만나면서 불안정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수면의 높낮이가 다른 두 연못을 데크로 연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수면 위로 지나가는 데크는 수면과 평행하게 조성하고 지면에서 경사로를 두거나 계단을 설치하여 처리한다. 지면에서 조성하는 계단은 일반적인 계단 조성과 동일하게 시행한다.
데크는 물가에 조성되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난간이 필요하다. 난간은 가급적 습지 경관에 방해되지 않도록 단순한 형태로 두텁지 않게 조성하는 것이 좋다. 만약 데크 주변의 수심이 30cm 이하라면 난간을 낮게 조성하거나 생략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수심은 연못의 생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마냥 낮게만 할 수는 없다. 때문에 터파기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연못은 수심을 다양하게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심이 낮은 곳으로 데크를 설치해도 수면과 데크 면의 높이 차이가 크면 위험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수면 바로 위로 데크를 설치해도 안 된다. 최소한 연못 가장자리의 방수턱보다 위로 데크면을 조성하고, 방수턱은 최고 수위보다 일반 연못의 경우 30cm 정도, 대형 연못의 경우 50cm 정도 높게 조성한다. 이는 집중 강우 시 많은 양의 물이 한꺼번에 연못에 모여들 경우 원활하게 넘쳐흐를 수 있는 수량을 고려한 것이다.
습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자연에 있는 습지에도 관찰로의 목적으로 데크가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간과하기 쉬운 것이 바로 데크 하부의 환경 변화다. 습지식물은 보통 햇볕이 잘 드는 양지에 서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데크면이 넓게 조성될 경우 햇빛이 차단되는 면적이 넓어져 희귀한 습지식물의 서식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데크면은 최소 두 사람이 왕복할 수 있는 폭 1.2~2.4m가 적당하며 가급적 측면을 막지 않아 광량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용객이 많은 곳은 중간에 참이나 전망대를 두어 이용의 편의성을 높인다.
김봉찬은 1965년 태어나,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 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 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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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인프라·저영향개발] 그린인프라 확산을 위한 인센티브(1)
해외 인센티브 사례를 중심으로
저영향개발LID 그린인프라 시설의 환경적·경제적 기대 효과로 인하여(표1 참조) 미국, 독일, 스웨덴, 일본 등 환경선진국에서는 도시 개발 및 재생 사업에 이를 많이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법이 기존의 하수도시설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사실은 이미 미국 내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환경청이 미국조경가협회ASLA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각종 개발 사업이나 조경 사업에 그린인프라를 적용하는 것이 사업의 전체 비용을 줄여주거나(44.1%) 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31.4%) 것으로 나타났다(www.asla.org 참조).
그러나 초기 단계에는 관련 사업 시행자와 발주처, 시민 등의 인식 부족으로 이러한 시설이 간과되거나, 관련 산업의 미발달 등의 이유로 적용 가능 기술과 제품에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도 고비용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독일, 일본, 미국 등 환경 선진국은 당근과 채찍처럼 인센티브와 규제를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 일전에 소개한 서울특별시 ‘저영향개발 사전협의’ 제도가 규제라 한다면, 오늘 소개할 내용은 인센티브에 해당한다.
인센티브는 빗물요금 감면, 개발 인센티브, 세금·설치비 환급, 지원금 그리고 시상 및 인증제도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으며, 대표적 사례는 <표2>와 같다.
이러한 인센티브를 시행하는 도시들은 대부분 요금 감면 방식을 가장 많이 채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빗물요금 제도를 도입하면 빗물 발생 원인자에게 더 많은 요금을 걷어서, 선의의 시민들에게 그 혜택을 되돌려주게 된다. 이를 통해, 보조금과 같은 추가 비용 없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시행하게 되고, 요금 부과의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
권경호는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을 배우고, 독일 베를린 공과대학교에서 응용수문학·도시물관리 분야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관심 분야는 저영향개발(LID)과 그린인프라(GI), 저개발국 기초식수공급, 독일 통일 전·후의 도시 인프라 계획 등이다. (재)한국먹는물안전연구원 내의 도시물순환연구센터에서 분산형 빗물관리의 도시홍수 방재,물순환,비점오염 저감 효과 측정 및 수문모델링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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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화·생태복원] 두 마리 용의 승천을 기다리는 두웅습지(2)
습지 보전 복원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두웅습지 보전 복원 노력
두웅습지 및 인근 지역의 생태자원과 우리나라 최대 규모로서 보전이 잘 되어 있는 신두리사구를 중심으로 한국 고유의 사구 문화와 연계해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한국형 습지 보전·이용 계획을 수립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한국형 습지 보전 계획의 원형prototype으로서 향후 국내 사구 습지의 보전 및 현명한 이용을 위한 모델을 목표로 하였다.
두웅습지 보전 복원의 비전은 ‘인간과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한국형 사구 습지’로 설정하였다. 구체적인 목표로는 신두리사구 배후습지로서의 독특한 생태자원의 생태적 지속성 유지, 오랜 기간 두웅습지와 신두리사구 및 그 주변의 생태자원과 더불어 살아 온 지역 주민의 문화적 지속성, 두웅습지의 고유성을 회복하고 보전하며 수용능력 범위에서 생태적 형성 과정에 기반을 두고 사람들의 생태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현명한 이용 추구, 계획적 토지 이용과 생태문화자원 네트워크 구축, 민관 파트너십을 통한 자발적 관리체계 구축 등으로 설정하였다.
보전 복원 기본계획
지적도 필지 경계선과 도로선을 기준으로 두웅습지 관리 권역을 핵심·완충·전이지역으로 구분하고, 각 관리 권역별로 다음과 같이 생태 기능 향상을 위한 기본방향을 설정하였다.
1) 핵심지역
① 핵심지역에는 생물종다양성 증진을 위한 서식처를 조성한다. 목표종 및 일반종의 서식처를 조성하고, 목표종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서식 공간을 조성하여 사람들의 인위적인 접근을 차단한다.
•교란종 및 망초, 개망초 군락 제거: 습지보전법 상의 행위 제한으로 인해 귀화식물의 제거가 어려운 상태로, 잠재 환경을 조성해 다른 식생으로 대체하여 자연스럽게 귀화식물 제거를 유도한다.
•황소개구리의 퇴치 및 유입 억제를 통해 습지 내 서식하고 있는 다른 어류, 양서·파충류 및 저서생물을 보호한다.
•일반종을 위한 다양한 서식 환경 조성을 통한 다양성 증진 목표종 선정: 목표종으로 가능한 종은 금개구리, 맹꽁이, 표범장지뱀, 쇠똥구리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두웅습지의 고유성과 문화적 의미를 고려하여 금개구리, 맹꽁이, 표범장지뱀을 목표종으로 설정한다.
•과거 금개구리 서식처를 조성한 바 있으나 현재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구조를 개선하고, 계곡 입구 부들군락지 묵논습지와 북쪽 논습지에 금개구리 대체서식처를 조성한다.
② 지하수위, 강우량, 유사량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 물수지를 분석하고 ‘물순환 체계를 개선’한다. 신두리사구 209개의 지하수 관정 중 생활용수가 약 60%에 이르며, 1일 3,000톤 이상의 지하수가 양수되고 있으므로(국립환경과학원, 2009), 사구 채취나 절토를 억제하고 지하수 양수를 최소화한다.
③ 탐방객 진입은 습지 훼손 요인이 된다. 이에 탐방 데크를 통해 습지 안쪽으로 진입한 방문객이 농경지 제방 쪽으로 순환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며, 장기적으로 습지 안쪽 진입에 의한 환경영향을 조사하여 1일 탐방객 통행량을 수용력 범위에서 조절한다. 두웅습지 북쪽 입구 개활지로부터 논까지 이르는 공간에 ‘관람 및 탐방용 대체데크를 조성’하여 습지 내부 진입을 최소화한다.
④ 유역 내 사유지가 오염 및 훼손 원인을 제공하므로 두웅습지와 인접한 논과 밭 등 사유지를 매입하여, 논은 논습지로서 금개구리 서식처를 조성하는 등 서식처로 유지하고, 밭은 자연식생으로 복원한다.
⑤ 유입부 외곳골 계곡 자연발생 웅덩이 및 수로부 주변에는 농약병이 흩어져 있고 웅덩이 수질이 매우 악화돼있으며 오염원이 그대로 두웅습지로 유입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이에 웅덩이에 수질정화 습지를 조성하고 두웅습지까지 연결되는 생태적 계류를 조성하여 밭과 묵논에서 강우 시 내려오는 오염원 유입을 방지한다.
구본학은1959년 대전 생으로,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계획, 설계, 시공, 관리, 기술 개발 등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였고, 혜천대학을 거쳐 현재는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환경생태, 생태복원 분야에서 설계·시공과 관련된 공학적 이론을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제 규모의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생태문화포럼’을 주관하고 있다. 습지와 생태 문화를 사랑하는 동료들과 함께 해외 중요 생태 문화 자원을 다수 탐방하였으며,『습지생태학』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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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생태복원] 도시 내 대체서식지 조성과 관리(2)
매화마름과 모새달의 국내 이식 사례
지난 원고에서는 대체서식지의 개념과 국내외 제도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대체서식지를 조성·관리한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기존 원고에서도 대체서식지를 조성한 사례(맹꽁이)에 대한 간략한 언급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개발 사업 등에 의해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생물인 매화마름과 산림청지정 희귀식물인 모새달을 이식한 사례를 중점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기에 앞서, 두 식물종의 간단한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매화마름은 논 혹은 논 주변에 자라는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줄기는 속이 비고, 가지가 갈라지며, 50cm까지 자란다. 꽃은 4~5월에피며, 우리나라 서해안과 서해안 섬에 자생한다. 물속에 잠기거나 물 밖에 나와 자라며, 수심에 따른 형태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매화마름은 추수 후 가을갈이를 하고, 겨울에도 물을 담고 있는 논과 같은 습지에서 잘 자란다는 점인데, 최근에 과다한 농약 사용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상대적으로 희귀해져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지정되었다. 모새달은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439호로서 약관심종으로분류된다. 주로 기수지역인 강 하구에 분포하지만 갯벌의 만조선 이후에서도 종종 생육한다. 흔히 갈대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갈대보다 키가 작다. 특히, 갈대와 달리 줄기 속이 비어 있지 않고 꽉 차있는 것이특징이다.
멸종위기종을 이식하고 대체서식지를 조성하게 된 원인이 된 개발 사업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송산그린시티와 관련된 동서진입도로 및 국도 77호선 건설 사업이다. 매화마름이 서식하던 곳은 경기도 화성시 남양동 갱별들 지역이었으며, 모새달 서식지는 경기도 안산시 초지동 공유수면 둔치부 일대였다. 이식을 위한 공사 기간은 매화마름의 생태적 특성, 특히 출현 시기 등을 고려하여 2013년 3월부터 당해연도 6월까지 시행하였다. 물론 이식 이후에는 관련 규정에 의해서 모니터링 사업이 2년간 진행되고 있다.
조동길은 1974년생으로, 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이사로서 생태복원, 조경, 환경디자인, 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 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 R&D 사업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 『자연환경 생태복원학 원론』(2004) 등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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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만나는 조경] 빛으로 그린 자전거
날이 무척 덥네요. 이 무더운 여름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지난달에 스페인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알람브라 궁전을 직접 보고 왔지요. 알람브라 외에도 이슬람 문화의 영향이 가득한 남부 스페인 조경의 진수를 직접 경험하고 왔습니다. 마침 뜻을 같이 한 몇몇 조경가분들과 같이 해서 더욱 더 뜻 깊은 답사였습니다.
남부 도시들도 좋지만, 스페인 도시 중에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곳은 역시 ‘빌바오Bilbao’가 아닐까 합니다. 철강 산업이 쇠퇴하면서 활력이 떨어진 도시를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을 중심으로 ‘문화’와 ‘디자인’이라는 키워드로 되살린 도시재생의 모범사례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히 많은 도시, 건축, 조경 분야 전문가들과 공무원들이 다녀와서 이제는 아주 익숙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사실 빌바오는 스페인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스페인 남부를 주로 볼 계획이었던 이번 답사 일정과는 잘 맞지 않았지만, 한번쯤은 답사를 하고 싶었던 곳이라 무리를 좀 해서 답사 일정에 끼워 넣었습니다. 덕분에 운전을 좀 오래해야 하는 수고를 하긴 했습니다만.
빌바오하면 역시 프랭크 게리Frank Gary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이 가장 유명하지요. 그렇지만 빌바오의 성공은 구겐하임 미술관 하나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랜드마크 건축물 하나가 도시에 들어오면 도시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빌바오 이펙트Bilbao Effect’의 잘못된 환상이지요. 빌바오에는 구겐하임보다 유명세는 덜하지만 도시 경관을 개선하기 위한 많은 공공 프로젝트들이 있습니다. 빌바오 지하철은 국제공모에서 당선된 영국의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의 작품이고, 빌바오 공항은 스페인 출신의 건축가인 산티아고 칼라트 라바Santiago Calatrava의 작품입니다. 네르비온 강Ría del Nervión에 설치된 멋진 보행교인 쥬비쥬리 다리Puente Zubizuri 역시 칼라트라바의 작품입니다. 이 밖에도 많은 도시, 건축, 조경, 공공디자인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전반적인 도시 디자인을 향상시키는 전략을 수행한 결과로 오늘날의 성공이 가능했을 겁니다.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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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1. 록코六甲의녹화지붕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대처법
록코산六甲山 산기슭의 고급 주택가에 새로 지어진 녹화지붕 주택이다. 고급 주택가라고는 하지만, 저택가는 옛말이고 지금은 세세하게 세분화된 토지에 작은 주택들이 빽빽하게 세워져 있다. 이 주택지도 세분화의 일부분으로 보이며 옆 건물까지 녹화지붕이 닿을 듯한 상태다.
지금까지의 녹화지붕 주택은 인접지와의 거리를 충분히 두고 주위에 여유가 있을 때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설계자인 마에다 유리 씨에게 의아해 하며 물었더니, 그 역시 이 집처럼 옆 건물에 가까이 근접해서 설치한 적은 처음이라고 한다. 옆집 2층 창가에서 보면, 남쪽 햇볕이나 서향의 반사를 경감해주는 좋은 지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로 끝나지 않는 듯하다.어디를 가든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 중에는 벌레를 싫어하는 비율이 더 높다. 벌레를 싫어하는 정도도 각양각색이다. “바퀴벌레는 싫지만, 나머지 벌레는 OK”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극히 경증부터 “벌레라는 이름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고 하는 중증까지 다양한 증상의 레벨이 분포하고 있다. 중증자들은 식물이 있는 장소는 벌레가 있기 마련이라며 ‘녹지 자체가 싫다’는 반응을 보인다.
대학에서 녹화 관련 수업을 하면서 ‘벌레가 싫기 때문에 녹지도 싫다’는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주제로 매년 리포트를 작성하게 하고 있는데, 1학년 60명 중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의견을 말하는 학생이 항상 몇 명은 있다. 물론 ‘자신은 시골 출신으로벌레와 놀며 성장해 왔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믿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학생들만 해도 이렇게 반응이 다양하다.
중증자들이 말하는 “벌레가 있을 것 같기 때문에 싫다”는 의견에서 중요한 대목은 “있을 것 같기 때문에”라는 부분이다. 그들에게 실제 벌레가 있는지 없는지는 상관이 없다. “철저히 방충제를 살포하기 때문에 벌레는 전혀 없습니다”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그런 설득으로는 “약제 살포를 하는 시설은 절대 안 된다.
결사코 반대한다”는 엉뚱한 저항에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들에게 도시 녹지는 귀찮은 시설외에 아무것도 아니고, 도시 녹화를 추진하는 것은 주거 환경이 악화되는 정도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극단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녹화=선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앞으로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면 “도시와 녹지를 분리하라”는 도시계획안이 통과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 녹화지붕 주택에도 인근 주민으로부터 이와 비슷한 불만이 제기되어, 급히 가림막을 설치하게 되었다. 도시의 녹화 추진은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