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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코로나 시대의 생활권 도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논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코로나19가 잦아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검사(testing), 추적(tracing), 치료(treatment)를 중심으로 하는 3T 방역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없다면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공존에 필요한 과제 중 가장 시급한 것은 도시의 재구성이다. 코로나 시대의 도시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나타난 변화에서 도시 재구성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 다행인 것은 바이러스가 ‘강요’하는 도시가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도시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진국에서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공동체 존속을 위해 추진해 온 생활권 도시, 즉 보행이나 자전거만으로 일, 주거, 상업 공간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가 요구된다. 동네 중심의 일상 생활권 도시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원거리 이동의 제한이다. 실제로 원거리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일상이 변했다. 시간을 많이 보내는 장소가 오프라인 공간, 일터, 여행지에서 온라인, 집, 동네로 바뀌었다. 비대면의 필요성과 선호는 자연스럽게 온택트ontact(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를 늘렸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외출을 자제하면서 홈택트hometact(집에서 보내는 시간과 가족과의 접촉)가 증가했다. 또 하나의 변화는 로컬택트localtact(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한 여가 생활과 관계 형성)다. 방역을 지역 단위에서 수행하면서 지역 정부와 주민 간 접촉이 늘어났다. 멀리 갈 수 없으니 사는 동네에서 쇼핑과 여가를 즐기는 사람도 많아졌다. 언론은 온택트 시대의 도래를 선언하지만, 실생활에서는 홈택트와 로컬택트도 온택트만큼 활발해졌다. 온택트, 홈택트, 로컬택트의 동시적 부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모종린은 미국 코넬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조교수를 역임하고 1996년부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경제발전론과 세계화이며, 2008년부터 대학 격차, 외국인 투자, 영어 교육, 이민, 지역 발전 등을 주제로 한국 사회의 다양성과 개방성 제고에 필요한 정책을 연구해 왔다. 저서로는 『한국발전론: 정치경제 불균형 극복의 동학』(2013), 『작은 도시 큰 기업』(2014), 『라이프스타일 도시』(2016), 『골목길 자본론』(2017) 등이 있다.
  • [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미래는 이미 과거가 되었다
    코로나19의 영향력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분야 중 하나는 문화·예술이 아닐까 싶다. 21세기 들어 초연결성을 통해 비약적으로 확장한 현대미술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및 소통의 제한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온갖 아트 페어와 수십, 수백의 갤러리가 문을 닫고 미래를 기약했다.1 미술관, 극장, 영화관, 콘서트홀 같은 장소는 다양한 형태와 방식의 예술이 관객에게 선보여지는, 즉 비로소 존재가 완성되는 지점이다. 코로나19는 이런 예술의 마지막 단계의 필수 요소인 관객을 사라지게 만들었고,2 따라서 문화·예술계가 이미 오랫동안 안고 있던 생존의 문제가 한 차원 심화되었다. 함께 뉴욕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동기 상당수가 졸업 직후 지구촌 이곳저곳으로 흩어졌지만, 지금만큼 분리된 기분이 들었던 적이 없었다. 수십 년간 수백, 수천 명의 예술가와 문화기획자, 큐레이터, (어딘가 누군가의) 어시스턴트, 비평가와 예술 애호가가 만들어낸 미술 시장이 정말 한 번에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것일까? 물론 미술 시장을 미술계와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혹자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예술과 일상의 벽이 상당 부분 허물어지고 예술의 형식이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예술은 여전히 일상과 다른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 심지어 철학자 칸트는 이 부분에 대해 미적 쾌를 앞세우며 예술의 목적을 존재 그 자체에 두기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보다는 좀 더 많은 것들이 예술의 근본에 녹아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공중 보건과 복지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현재, 인간 삶의 연장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여겨지는 분야에는 명분이 요구된다. 즉 예술은 쾌의 향유를 넘어 끝까지―인류의 끝까지― 가치와 목적을 고민해야만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문경원·전준호, 뉴스 프롬 노웨어 2012년 처음 발표되었을 때보다 현재 더 크게 다가오는 작품이 있다. 문경원과 전준호의 작업, ‘뉴스 프롬 노웨어(News from Nowhere)’다. 19세기 말에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가 쓴 동명의 단편 소설을 오마주하고, 모리스의 소설이 지니고 있었던 목적을 재현한다. 하나의 완결적인 작품이 아닌, 확장 가능한 근미래적 세계관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을 이어가는 장기 프로젝트이자, 미래에 대한 집단적collective 고민을 통해 현재를 반성한다. 아이디어와 생각의 공유에 그치지 않고, 홈페이지, 온라인 뉴스레터, 출판, 영상 등 다양한 형태가 결과물로 등장한다...(중략) 각주 정리 1. Andrew Dickson, “Bye bye, blockbusters: can the art world adapt to Covid-19?”, The Guardian 2020. 4. 20. 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20/apr/20/art-world coronavirus-pandemic-online-artists-galleries. 2. 박리디아, “코로나19에 빼앗긴 관객과 다시 만나길”,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0년 5월 4일.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신명진은 뉴욕 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후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통합설계·미학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근현대 조경을 연구하며 이와 관련된 번역과 집필 활동을 겸하고 있다.
  • 디자인 스튜디오 loci
    2007년의 따뜻한 봄, 디자인 스튜디오 로사이(design studio loci)(이하 로사이)가 문을 열었다. 조경설계 서안의 독립 스튜디오로 시작해 현재는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연에 대한 성찰을 엿볼 수 있는 로사이의 작업은 박승진 소장의 삶과 아주 가깝게 맞닿아있다. 로사이의 지난 10년의 작업을 총망라한 『도큐멘테이션』(2018)에서 조경가의 “일과 일상은 자연스럽게 교차”한다고 말한 바 있듯, 박승진은 일상에서 마주한 생각들을 섬세한 형태로 작품에 녹여낸다. 작품 소개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설계 철학과 혜안, 공간과 자연에 대한 진중함을 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신사옥’(2018)이 “단순하지만 뚜렷하고 분명한 곡선, 여기에 마운딩하여 쌓아 올린 유선형의 정원섬”(이명준, “정원섬, 보이는 정원”, 『환경과조경』 2018년 8월호)에 자연의 한 자락을 담았다면, 이번 특집에 소개하는 세 개의 근작은 자연을 다루는 찬찬한 손길을 통해 우리의 감각이 증폭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브릭웰 정원’에서는 비 오는 날 커피 한잔을 즐기며 바라보는 우물의 풍경을,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에서는 쓰임새가 좋을 뿐만 아니라 생명의 순환을 보여주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어퍼하우스 남산 전시관’에서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지 않는 실내 환경의 역설적 경관을 만날 수 있다. 이곳들을 예리한 눈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하며 탐색한 이명준의 글이 지면을 방문한 독자들의 상냥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더불어 2014년 1월호부터 3월호에 박승진이 연재한 ‘그들이 설계하는 법’도 다시 꺼내 볼 것을 권한다. 진행 김모아, 윤정훈 디자인 팽선민
  • [디자인 스튜디오 loci] 브릭웰 정원 Brickwell Garden
    공공의 취향 길을 걷다 보면 공사 현장을 자주 마주친다. 높은 가설 펜스가 설치되고 공사 분진과 소음을 막아줄 가림막도 놓인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궁금증이 유발된다. 친절한 건축주라면 크게 확대한 조감도라도 벽면에 그려 넣지만, 그만그만한 현장에는 일반적인 공사 개요와 현장 소장 연락처 정도로 그친다. 건설 장비가 수시로 드나들고 그로 인한 소음, 공사 분진이 발생하기에 언제나 민원이 들끓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공사 현장을 이웃한 주민들의 고충도 나름 이해가 간다. 통의동이라는 말에 우선 솔깃했다. 몇 해 전 사무실을 옮기고자 시내 곳곳을 알아보던 중, 통의동에 나름 근사한 적산 가옥을 발견하고 계약 직전까지 같으나 결국 무산된 적이 있었다. 집이 되었건 일터가 되었건 한 번쯤은 터를 잡아 보고 싶은 동네였다. 작은 설계사무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일을 가리는 것이 가당치 않겠으나, 관심 있는 동네의 프로젝트는 일단 환영이다. 백송터 앞 대상지는 여느 현장처럼 가설 펜스로 둘러쳐 있었다. 생각보다 비좁은 도로, 사방이 주택으로 둘러싸인 부지 조건이 눈에 들어왔다. 건축 설계는 끝이 났고, 이제 막 시공사가 정해져 공사가 시작된 시점이었다. 백송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다지 크지 않은 건물에서 이웃한 백송터와의 관계는 중요한 것이었다. 오래전에 태풍에 쓰러진 후 육중한 밑둥치만 남은 고목. 마치 고목의 유해를 견고히 호위하듯 둘레에 새로 심어진 젊은 백송 네 그루. 건축주의 생각은 확고했다. 건축물의 공지는 당연히 백송과 연결되어야 하고, 그 지점이 설계의 출발점이 되어야 했다. 건축 설계는 이미 상당한 시간 동안 수많은 대안을 검토했고, 결론은 브릭웰brickwell(벽돌우물)이었다. 행태와 재료의 콘셉트를 한마디로 아우르는 개념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88호(2020년8월호)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 총괄:디자인 스튜디오loci(박승진) 진행:디자인 스튜디오loci(최상민,구보배,장수연,오지훈) 건축 설계SoA(강예린,이치훈) 조경 시공 태극조경(금교식) 건축주 기산과학(강태선) 위치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35-17 설계 기간2018~2019 준공2020. 6. 사진 유청오 박승진은 아직까지 조경 설계라는 마당을 떠난 적이 없으며,이 마당에 맞닿아 살고 있는 다양한 이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고 있다.조경이라는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가치 있고 정교한 작업을 늘 꿈꾸지만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그래도 읽고,쓰고,가르치며,배우는 일상에 감사하고 있다.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 디자인을 공부했고,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조경설계 서안에서 설계 실무를 거쳐2007년 디자인 스튜디오loci를 열었다.
    • 박승진
  • [디자인 스튜디오 loci]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 Amorepacific Botanic Garden
    여름이 왔다. 연일 기온이 삼십 도를 오르내리고 습도 또한 높아 견디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창밖의 나무들이 짙은 녹색의 기운을 씩씩하게 내뿜고 있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불과 두어 달 전만 해도 옅은 어린잎에 불과한 것들이 이제 완전히 자라나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이즈음에는 식물들의 이런 모습에 늘 감탄한다. 작은 씨앗들이 땅에 떨어져 때를 기다리다가 어느새 움을 튼다. 떡잎을 내밀어 제 존재를 드러낸 후에는 날마다 자라고 변신을 거듭한 끝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한겨울을 나목의 상태로 버틴 나무들은 또 어떠한가. 무슨 신호를 받았는지 때가 되면 저마다의 일정으로 잎을 내밀고 빛을 받아들인다.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면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것이다. 한여름 동안 무성하게 자란 잎들은 겨울에 앞서 생장을 멈추고, 후대를 위해 지상으로의 장렬한 낙하를 기다릴 것이다. 성장과 번식이라는 이 오묘한 생명의 순환을 지켜보고 있자면 새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게 된다. 2016년 늦가을 우리 일행은 서둘러 런던으로 날아갔고, 시내에 있는 첼시 약용식물원(Chelsea Physic Garden)으로 향했다. 며칠 후면 시즌이 마감되기 때문에 바쁘게 결정하고 실행한 일정이었다.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가장산업단지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주력 제품을 생산하는 통합 공장(아모레퍼시픽 뷰티 파크)이 자리하고 있다. 2012년에 준공한 이 공장은 당시에도 화장품에 사용되는 원료 식물들을 소재로 일부 조경 공간을 구성했으나, 준공 4년 차를 지나면서 좀 더 본격적인 ‘식물원’으로서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었다. 규모가 비슷한 첼시 약용식물원은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의 중요한 벤치마킹 사례지였다. 이 식물원은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런던의 가장 오래된 식물원이다. 기본적으로 약제의 원료가 되는 식물을 연구하는 곳이기에, 공간의 구성이 식물을 효율적으로 분류하고 관리하기에 적합해야 한다. 방문자들에게 식물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쓰임새를 중요하게 설명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템스 강변의 이 오래된 식물원은 이제 막 새롭게 ‘원료식물원’을 만들려고 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얘기해주고있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88호(2020년8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총괄:조경설계 서안(정영선,박승진) 진행:디자인 스튜디오loci(박승진,최상민,장수연,오지훈) 시공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총괄:한권영) 발주 아모레퍼시픽 위치 경기도 오산시 가장산업단지 내 아모레퍼시픽 뷰티파크 면적 약18,000m2 설계 기간2016~2019 시공 기간2017~2019 준공2019. 7. 사진 양해남 박승진은 아직까지 조경 설계라는 마당을 떠난 적이 없으며, 이 마당에 맞닿아 살고 있는 다양한 이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고 있다. 조경이라는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가치 있고 정교한 작업을 늘 꿈꾸지만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읽고, 쓰고, 가르치며, 배우는 일상에 감사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 디자인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조경설계 서안에서 설계 실무를 거쳐 2007년 디자인 스튜디오 loci를 열었다.
    • 박승진
  • [디자인 스튜디오 loci] 어퍼하우스 남산 전시관 Upper House Namsan Exhibit Hall
    고민 없이 작업 의뢰를 수락하는 경우는 두 가지다. 예상되는 작업량에 비해 현저히 많은 보상이 주어지는 경우와 작업이 까다롭고 보상이 적어도 그 이상의 재미가 보장되는 경우. 하지만 대부분의 작업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일한 만큼 받게 되어 있고, 보상이 클수록 재미는 반감되기 마련이다. 설계 사무실의 많은 작업은 이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래도 가끔은 일탈의 수준을 넘나드는 작업을 상상할 때가 있는데, 어퍼하우스(Upper House)남산 전시관이 여기에 해당됐다.보상보다는 ‘재미’. 이때 재미는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낯선 미적 쾌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용도가 폐기된 넓은 실내는 낯선 공간이다. 바닥과 천장, 벽과 창만 남은 이 단순한 구조체는 2,700m3의 큰 용적을 갖는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사뭇 영화적이다. 사각 틀을 통과한 빛은 거침없이 바닥에 닿고, 서서히 움직인다. 아침의 빛은 가볍고 신선하며 늦은 오후의 빛은 지쳐 있고 농도가 짙다. 실내 공간은 자연을 배척한다. 빛은 제한적이고 공기와 물의 흐름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살아있는 식물은 실내에서 스스로 생육할 수 없다. 실내라는 공간적 한계, 여기에 자연의 일부를 이식한다는 역설에서 이 작업은 출발했다. 3개월 남짓 유지되는 한시적 설치 작업이라는 전제가 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88호(2020년8월호)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 디자인 스튜디오loci(박승진) 조경 시공 태극조경 건축 설계 두마인드오피스(민준기,장별) 발주 어퍼하우스 위치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260.199 면적900m2 준공2019. 6. 사진 장미 박승진은 아직까지 조경 설계라는 마당을 떠난 적이 없으며, 이 마당에 맞닿아 살고 있는 다양한 이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고 있다. 조경이라는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가치 있고 정교한작업을 늘 꿈꾸지만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읽고, 쓰고, 가르치며, 배우는 일상에 감사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에서 조경 디자인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조경설계 서안에서 설계 실무를 거쳐 2007년 디자인 스튜디오 loci를 열었다.
    • 박승진
  • [디자인 스튜디오 loci] 정원의 감각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과 통의동 브릭웰 산책
    잠 못 드는 장마 기간의 밤이다. 여기 안성은 해가 떨어지면 아직은 제법 선선하다. 창문을 열면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축사 냄새와 형언하기 어려운 미묘하게 기분 좋은 자연 내음, 거기에 내 옷의 섬유 유연제 향이 뒤섞여 후각을 적신다. 귀를 기울이면 근처 아파트 예정지의 늪지에서 개구리가 비지엠BGM을 깔고 산책하는 사람들의 속삭임이 이따금 간섭하며, 가까운 소형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피아노와 전자음이 뒤섞인 고요한 음악이 들린다. 여름밤의 ASMR. 보이는 것은 스마트폰 메모 앱의 한글 자모뿐이건만 다른 감각기들이 나를 이 여름밤의 낭만으로 휘감는다. 시각이 사라지니 다른 감각이 깨어난다.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이하 원료식물원)과 브릭웰 정원에 관한 원고를 청탁받고 답사도 다녀왔으나 마감을 앞둔 지금까지도 착상이 떠오르지 않다가 문득, 그곳의 지금, 그러니까 밤 풍경이 궁금해졌다. 식물원이라는 로망 원료식물원의 밤엔 인기척이 없을 것이다. 퇴근 시간이 되면 인적이 드물 테니까. 그런데도 그곳의 밤이 궁금해지는 건 식물원이 내게는 실재보다는 낭만, 말하자면 로망의 영역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여름밤에 요정이 나타나 마술을 부려 동식물과 곤충 그리고 물과 흙, 돌에게도 목소리를 주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지는 않을까.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은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식물을 그러모아 유럽의 식물원 콘셉트로 디자인한 공간이다. 원료식물원은 2012년 오산 아모레 뷰티 파크(이하 뷰티 파크)의 조경을 디자인할 때 이미 조성되어 있었다. 뷰티 파크 정면의 도로와 맞닿은 부지에 마련되었던 원료식물원에 경사면을 평지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뒤 작년에 다시 디자인했다. 듣도 보도 못한 피부 건강에 좋은 식물들로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이자 인플루언서를 초대해 브랜드를 홍보하는 쇼룸의 역할도 한다. 거기에 화장품 원료의 실험, 연구, 대중 교육 기능도 담당하니 지적인 호기심까지 충족시키는 종합 정원 세트인 셈이다. 공원도 그렇지만식물원이라는 콘셉트는 서양, 특히 유럽에서 발명되어 20세기 전후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유명한 창경원 식물원은 한반도에서 보기 힘든 진귀한 식물의 전시장이었고 우리는 이국적인 식물 취미(taste)에 열광했다. 감각하는 자연 식물원에는 자연의 생명이 충만하게 살아 숨 쉬고 우리는 그 기운을 감각기로 받아들인다. 예술가는 자연의 감각을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사랑을 설명하는 데 활용하곤 한다. 루카 구아 다니노 감독의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2017)에서 주인공 소년은 이탈리아의 북부 시골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면서 첫사랑을 만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간다. 여기서 시골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은 낭만으로 적셔진 찬란한 한때, 내가 온전히 살아있었던 그 순간을 비유하는 데 동원된다. 전작 ‘아이 엠러브(I Am Love)’(2009)의 주인공인 상류층 부인은 갑갑한 현실을 벗어나 도시 외곽의 자연을 만끽하며 사랑하는 이와 정사를 나눈다. 육체는 자연과 뒤엉킨다. 우리의 땀과 자연의 내음이 혼재된 이미지. 야생 초화류의 향기와 거기에 도취한 벌의 몸짓과 노래와 함께. 사랑의 편에서 보면 사랑이 자연처럼 싱그럽고 때론 야생적(wild)이라는 의미지만, 자연의 편에서 보면 자연이 우리의 사랑같이 낭만이면서 추억이고 에로틱한 심상마저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고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 풀과 꽃, 흙 향기가 코안을 두드리는 야릇한 청량감, 그런 살아있는 자연의 기운을 감각하며 우리가 살아있(었)음을 느낀다. 움직임-감정의 정원 예술 18세기 후반에 활동한 독일의 정원 이론가 히르시펠트(C.C.L. Hirschfeld)는 정원을 움직임(motion)을 통해 감정(emotion)을 불러일으키는 다감각적 예술 장르라고 설명했다.1 여기서 움직임은 자연의 여러 생명의 생동, 그러니까 나뭇가지와 잎의 흔들림, 그것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잔잔한 물의 파장과 같은 것들을 의미한다. 자연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생동을 우리가 움직이면서 온몸으로 감각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의 정신과 마음을 감동시키는 감정이라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앞의 두 영화에서 사랑을 자연과 동일시하는 건 움직임과 감정이라는 경험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원료식물원은 히르시펠트가 설명한 정원 예술의 정수를 보여 준다. 원료식물원은 뷰티 파크가 공들여 만든 투어 프로그램의 일부다. 큰 틀에서 보면 원료식물원은 아모레퍼시픽의 창업부터현재까지의 기업 문화를 스토리텔링 전시로 구현한 스토리가든과 아모레퍼시픽과 관련한 과거와 현재의 모든 기록을 그러모아 구축한 박물관인 아카이브 사이에 위치한다. 아쉽게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다른 곳은 방문할 수 없었지만, 원료식물원은 아모레퍼시픽이 꼼꼼하게 기획한 투어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면서 경험하는 정원이다. 먼저 기업 문화를 이해하고 식물원을 거닐며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는 식물들을 실제로 만난 뒤 아모레퍼시픽의 사료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마무리하는 여정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88호(2020년8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이명준·배정한, “18~19세기 정원 예술에서 현대적 시각성의 등장과 반영: 픽처레스크 미학과 험프리 렙턴의 시각 매체를 중심으로”, 한국조경학회지 43(2), 2015, p.32.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오랫동안 공부하다가 지난봄 안성으로 이사와 한경대학교 친구들과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꼰대는 되지 말자 노력하면서.코로나19확산으로 봄학기 내내‘집콕’했고 여름 방학에는‘홈캉스’를 즐길 예정이다.간만의 답사 기회를 얻은 데 감사하며,그런 마음을 답사 일기로 전한다.
  • 공모의 한수
    설계공모는 매력적인 경쟁의 장이다. 지난한 시간과 노동이 당선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자신의 설계 능력을 평가받고 나아가 설계안을 실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가 능성은 거듭된 실패에도 다시 공모에 뛰어들게 만드는 힘이 된다. 그런데 가끔 궁금해진다. 당선작은 왜 당선작이 되었을까? 수상작과 낙선작을 결정짓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번 특집에서는 공모의 노하우를 제출 ‘패널’을 통해 엿보고자 한다. 작품의 모든 비밀이 패널에만 녹아 있는 건 아니겠지만, 제출물 중 시각적 우위를 점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각 팀에 던진 여섯 가지 질문을 통해 패널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그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완성된 이미지를 어떤 기준으로 배치했는지, 또 제목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정했는지 탐구했다. 치밀한 분석이 당선을 향해 나아가는 밑거름, 공모에 다시 도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당선작뿐 아니라 낙선작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였다. 심사위원이 눈으로 쓱 훑고 지나간 자리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치명적 한 수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조경가들이 아낌없이 풀어놓은 노하우와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시길. 진행 김모아, 윤정훈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참여 조경가 Lab D+H 한강 코드 바이런 우리들의 한강 HEA 서울 징검다리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리프레싱 코스트(Refreshing Coast) SWA Group 댄스 위드 더 리버(Dance with the River) Fletcher Studio 홀스슈 만(Horseshoe Cove),물의 경계를 포개다 VEGA landskab 그리괴레 해양 센터(Glyngøre Maritime Center) HLD 인건이 기정의 기억과 조망 그람디자인 버티컬 가드닝(Vertical Gardening) 조용준 배스큘러 플랜트(Vascular Plant) Nomad Studio 그로브너 광장(Grosvenor Square), 21세기의 정원 CA 조경+김영민 깊은 표면(Deep Surface) Topotek1 에스비에리 마을 공원(Esbjerg Bypark) POLA Landschaftsarchitekten 모르스브로흐 성 공원(Des Parks von Schloss Morsbroich) 김영민 뮤지엄 루프(Museum Loop)
  • [공모의 한 수] 한강코드
    1 결국 평면에서 모든 것이 드러난다. 조감도나 멋들어진 투시도가 시선을 사로잡고 프로젝트의 인상을 정하지만 결국 설계안의 짜임새를 낱낱이 드러내는 건 평면도다. 왜곡이 가장 적을 뿐만 아니라, 대상지 외부와의 관계성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평면도만큼 명확하고 파급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드로잉은 없다고 본다.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랩디에이치(Lab D+H) 조경설계사무소는 설계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확산하고자 하는 조경 중심의 디자인 그룹이다. 한국, 미국, 중국 등의 문화를기반으로 정원부터 마스터플랜까지 다채로운 성격과 규모의 프로젝트를 다룬다.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되어 현재 한국의 서울, 중국의 선전과 상하이에오피스를 두고 있다. www.dhscape.com
    • 랩디에이치 조경설계사무소
  • [공모의 한 수] 우리들의 한강
    1설계공모에 참가할 때 항상 지침서를 중요히 여기고 따르는 편이다.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 설계공모’의 중요 지침 중 하나는 기존 수영장 시설을 활용해 새로운 물놀이 공간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오랜 장소성의 일부를남길 필요가 있다는 공모의 기본 방향에 공감했고, 세 개의 수조 중 하나를 존치했다. 성인풀 조감도는 기존 수영장을 리노베이션해 활용하는 방식을 잘 보여주는 이미지이며, 우리가 대상지를 바라보는 태도를 잘 드러낸 결과물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바이런(Viron)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공간을 디자인의 영역으로 여긴다. 대상의가능성,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더 좋은 장소를 만들어내는 디자인 그룹이다. 2020년 3월 강아람, 이남진, 김영찬이 만들고 박성준과 손원석의 재능으로 함께 나아가고 있다.
    • 바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