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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IFLA 2022] 세계조경가대회 참가기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대한민국 광주, 2022)를 앞두고 내가 참가했던 제50차(뉴질랜드 오클랜드, 2013), 제53차(이탈리아 토리노, 2016), 제56차(노르웨이 오슬로, 2019) 세계조경가대회의 경험을 몇 가지 키워드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외에도 한중일 국제심포지엄, 유럽조경학교협의회ECLAS(European Council of Landscape Architecture Schools), 국제도시공원 콘퍼런스, 조경교육자협의회CELA(Council of Educators in Landscape Architecture)의 내용도 담았다. 곧 열릴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와 해외 콘퍼런스 참가를 준비하는 독자에게 참고가 되길 바란다.
초록 준비와 등록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학술대회 주제에 맞는 논문 초록을 준비하는 일이다. 제출할 초록이 세부 주제 중 어느 카테고리에 해당하는지, 마감 일은 언제인지 살펴봐야 한다. 초록은 심사를 통해 발표 또는 포스터 전시로 채택되지만, 간혹 심사 결과에 따라 탈락되기도 한다. 발표와 포스터 전시 방식은 개최지마다 조금씩 다르다. 물론 논문을 발표하지 않고 참가만 해도 된다.
현지에 도착한 후에는 행사가 열리는 곳에 가서 현장 등록하고 입장권 기능을 하게 될 이름표를 받는다.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므로 행사 시작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오프닝 세리모니와 기조 연설
메인 홀에서 열리는 오프닝 세리모니는 가장 규모가 큰 행사다. 총회와 개최국 대표의 인사말과 함께 제프리 젤리코 어워드 수상자를 발표하고 특별 강연이 이어진다. 기억에 남는 오프닝은 2019년 오슬로(제56차 세계조경가대회)에서 펼쳐진 재즈 공연이다. 북유럽 감성의 공연이 엄숙한 행사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어 놓았다.
매일 오전에는 기조 연설이 마련된다. 유명 인사의 강의를 접할 기회이므로 프로그램을 보고 관심 있는 강의 일정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발표와 포스터 전시
주제별로 세션 발표가 진행되는 여러 개의 작은 방에서는 발표와 짧은 토론이 진행된다. 대부분 영어로 진행하지만 개최지 특성에 따라 비영어권 참석자들이 있기도 하니 영어가 서툴러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발표 원고를 잘 준비하면 된다.
2016년 토리노(제53차 세계조경가대회)에서는 디지털 방식의 포스터 전시와 짧은 발표가 이루어졌다. 2019년 봄 새크라멘토(Sacramento)에서 열린 CELA는 참가자들이 각자 출력해온 포스터를 현장에서 직접 부착하는 방식이었는데, 서로 다른 개성을 비교하며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환경과조경407호(2022년 3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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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IFLA 2022] 응답하라 1992 IFLA
무척 더웠던 해였다. 어찌나 더웠는지 그 다음해부터 버스에 에어컨이 달렸다. 벌써 30년이 흘렀다. 하지만 1992년 제29차 세계조경가대회 현장 증인의 한 사람으로 그때가 엊그제 같다고 느낀다면 조금 허풍스러울까. 과거라는 단어는 밝은 것보다는 어둠 쪽을 연상하게 하지만 당시의 조경은 미래를 향해 밝게 열린 문 앞에 서 있었다. 좋지 않은 건설 경기와 전 세계가 팬데믹이라는 생소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적어도 1992년 IFLA는 찬란함의 추억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꼰대라고 눈치를 주더라도 당시를 생각하면 ‘왕년에’, ‘나 때는’을 말하고 싶다.
드라마 평론가나 사회학자는 아니지만 ‘응답하라’ 시리즈와 ‘오징어 게임’이 왜 인기 드라마가 되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지난 50~60년을 돌아보면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변화가 큰 국가라고 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온라인 게임으로 바뀌었고, 차범근을 만나려면(지금은 손흥민으로 바뀌기는 했는데 말이다) 전파상에나 가야 했지만 지금은 주머니 속 스마트폰에서 마음대로 꺼내 볼 수 있다. 가슴을 졸이며 몰래 들어갔던 극장도, 구슬치기를 했던 골목길도 지금은 과거의 유물이 됐지만, 내 가슴속에는 지금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화석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그 유물들을 다시 살려냈으니 그 속에 빠져주는 것이 예의일 테다.
에피소드 1. 작품 출품자
나는 이상석 교수(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와 대학원 과정에서 연구한 결과물을 정리해 국제학생작품 공모전에 출품을 했었다. 당시의 연구는 조선의 도읍인 한양의 조성과 발전을 이기론(理氣論)으로 해석하고 그에 따른 관리 방안을 제시한 것이었다. 이제 와서 연구 주제를 되짚는 것이 의미가 있겠냐만,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의 조선 성리학 핵심 개념을 현대 도시에 적용했다는 점이 당시 심사위원에게 좋은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이었던 이규목 교수(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와 양병이 교수(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퇴임한 지도 한참 되었고, 당시 전시분과위원장이었던 진양교 교수(현 홍익대학교 교수)도 올해 퇴임을 앞두었고, 함께했던 이상석 교수는 전임 조경학회장이었으니 오래된 기억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잡지(『환경과조경』1992년 10월호)의 국제학생작품 소개란에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석사과정’으로 잘못 소개되었는데 사실 ‘박사과정’이었음을 짚고 넘어간다.
*환경과조경407호(2022년 3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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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IFLA 2022] 다시 읽는 제29차 세계조경가대회
한국조경학회가 출범하고 20주년을 맞이한 1992년, 서울에서 진행된 개회식을 시작으로 경주에서 나흘간 제29차 세계조경가대회가 열렸다. 한국에서 열린 첫 국제 조경 행사였다. 성공적 개최를 위해 1991년 4월 산림청의 협조를 받아 산림청 내 조직위원회 사무국을 마련하고, 그해 6월 12일에 현판식이 거행되었다. 이사회와 개회식을 제외한 모든 행사는 경주에서 열렸다. 이를 위해 서울 조직뿐 아니라 경주관광개발공사를 중심으로 경주시, 시의회 등이 주축이 되어 경주 조직을 꾸리고 행사를 진행했다.
전통과 창조
제29차 세계조경가대회의 주제는 ‘전통과 창조’였다. 주제를 정하기 위해 여러 절차와 토론을 거쳤다. 학계, 업계, 기타 조경 관련자 6백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조사에서 제안된 주제를 토대로 여러 차례 상의했다. 그 결과 주최국인 한국이 유구하고 깊이 있는 전통 조경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외국에 전혀 소개 되지 않았다는 점과 세계 각국이 그들의 전통을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주제를 선정했다.
전통과 창조는 시간적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주제이기도 했다. 세계 어느 나라든 각국 고유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현대의 조경은 이 전통에 뿌리를 두고 특유한 조경 양식으로 발전해 왔다. 따라서 전통과 창조는 전 세계 조경가가 다 함께 고민하고 연구나 실무를 통해 찾고자 노력해 온 주제다.
*환경과조경407호(2022년 3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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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플래트닝 랜드스케이프
나를 키운 사람들
진양교의 채우기와 비우기 설계 이론과 제임스 코너의 실천적 어바니즘 기반의 간단명료한 디자인에 영감을 받았다. 진양교 소장은 은사이기도 하다. 공원 설계 수업에서 그를 만나 채우고 비우는 설계 방식을 배웠다. 대상지를 빈 공간이 아닌 녹지로 채워진 자연으로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길과 프로그램이 놓일 공간을 비워나가는 방식이다. 난지 하늘공원은 진양교의 설계 방식이 명확하게 드러난 예다. 나는 CA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CA조경)의 창립 멤버로, 유학을 떠나기 전 7년간 그의 밑에서 일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제임스 코너의 수업을 들을 기회는 없었지만 졸업 후 뉴욕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 입사했고 그곳에서 그의 설계 방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코너의 드로잉에는 수목이나 녹지와 포장을 구분하기 위해 칠한 색이나, 포장 패턴이 없다. 오로지 한 가지 색으로 그린 명확한 선만이 존재한다. 그 선들에는 군더더기 없는 개념과 논리가 장착되어 있다. 그 간단명료한 드로잉 과정을 보면서 불필요한 개념과 과도한 디자인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두 조경가로부터 설계의 기본을 배웠고 다양한 실무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해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상기 소장(조경설계사무소 온)으로부터 설계안을 쉽고 편안하게 그리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실무를 막 시작한 디자이너가 하나의 선에서 시작해 설계안을 마무리하기까지 느끼는 부담감은 엄청나다. 프로젝트의 홍수 속에서 계획안을 그리기 위한 시간은 생각보다 넉넉하지 않다. 어깨너머로 본 그의 자세에서 설계안을 그리며 힘을 빼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은 것을 알려준 준 사람은 김재환 소장(CA조경)이다. 오랜 기간 함께 일했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 논리적 설계 전략, 효율적 업무 진행, 발주처와 건축가를 설득하고 협의하는 방식을 그를 통해 경험하고 익혔다. 김 소장은 나에게 설계안을 그릴 많은 기회를 주었고, 설계 개념과 계획안에 대해 열린 태도로 논쟁하는 것을 즐겼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나 역시 홀로 성장한 것이 아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설계 방식을 추구했고, 주변의 좋은 동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지금도 주변에 훌륭한 이들이 많고, 특히 함께 생각을 공유하는 젊은 조경가들이 있다. 그들로 인해 나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사람이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조용준은 서울시립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기본 및 실시설계’를 이끌고 있으며, ‘워커힐 더글라스 정원 기본 및 실시설계’, ‘이스탄불 하천 회복 프로젝트’, ‘종로구 통합청사 설계공모’ 등 국내 외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개인 자격으로 ‘서울시 72시간 프로젝트’ 공동 우수상, ‘서울형 저이용 도시 공간 혁신 아이디어 공모’ 대상을 수상한 그는 즉흥적인 기획, 전시하지 않는 그래픽 작업 등을 즐기기도 한다. 최근 ‘IFLA 2020 World Landscape Architects Summit’에 한국의 조경가로 초청되어 ‘새로운 기술로 변화되는 삶에 대한 조경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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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가지 이야기
1. 플랫랜드
2. 디자인과 툴, 그리고 생각의 확장
3. 조용준, 조제 그리고 제레미
4. 생성적 경계
5. 보이지 않는 깊이
6. 반응하는 표면
01 플랫랜드
우리는 마치 신이 된 것처럼 높은 곳에서 공간을 마주하고 디자인한다. 전지적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2차원적 평면에 불과하다. 하늘 위의 시점은 3차원적인 물리적 공간과 그 공간 이면의 보이지 않는 깊이에 대한 이해를 간과하게 만든다. 관습적으로 학습된 설계 방식은 사고를 고착화하고, 그렇게 만든 공간은 우리의 삶을 단편적으로 만든다.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 새로운 디자인 방식을 탐구해야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조경의 양적 팽창기 시대에 나는 플랫랜드(flatland) 속에서 한눈에 담기지도 않는 거대한 대상지를 수없이 그리며, 고정되어 가는 시각과 무뎌지는 감각을 느꼈다. 이카루스의 날개를 들고 그곳에서 탈출했다. 다행히 다이달로스의 충고는 기억하고 있다.
한국 조경의 양적 팽창기를 지나며
2004년에서 2011년까지 CA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CA조경)를 다니며 한국 조경의 부흥기를 경험했다. 매년 두세 개의 턴키와 크고 작은 여러 설계공모를 진행했고, 덕분에 실무 및 판단 능력이 빠르게 향상됐다. 아파트 외부 공간부터 상가, 공원, 하천, 광장, 대규모 개발 사업, 리조트, 단지 계획 등 조경가가 설계할 수 있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도시 외부 공간의 다양성과 중요성을 체득했다. 하지만 촉박한 일정과 쉴새 없이 쏟아지는 프로젝트는 깊이 있는 사고를 할 틈을 주지 않았다. 유학 준비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는 반성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즐거운 도전 의미 있는 깨달음
2013년 가을 JCFO에 입사했다. 한국의 실무 경험이 도움이 되어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2년쯤 지났을 무렵 ‘잠실운동장 일대 도시재생 구상 국제공모’가 공고됐다. 이곳에서 배운 경험과 지식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주말을 이용해 몇 명의 지인과 작업하기로 했지만, 다들 바빴던 시기라 현실적으로 협업이 불가능했다. 결국 혼자 계획안을 그리고 내용을 정리했다.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개념과 형태를 찾고자 모든 공간을 잇는 슈퍼 스케일의 원을 계획했다. 이 원은 삼성역 일대와 잠실, 한강변을 잇는 PM개인용 이동 수단과 트램을 포함한 순환 교통 시스템이다. 상업, 주거, 문화 및 체육 시설, 공원 등 다양한 기능의 토지와 건축물을 원을 따라 배열했다. 중심에는 탄천과 연계한 거대한 생태 공원을 계획했다. 짧은 시간 동안 홀로 정리하기에 벅찬 내용과 규모였지만, 도시계획은 또 다른 재미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뒤돌아보니 여전히 저 높은 하늘 위 시점에서 JCFO의 방식을 그럴 듯하게 따라하며 계획안을 그렸던 것 같다. 좀 더 깊이 있는 통찰력이 필요했던 프로젝트였다.
02 디자인과 툴, 그리고 생각의 확장
툴(tool)은 디자인을 위한 도구이자 생각의 방식이다. 디자인이 정체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툴을 바꿔보기를 추천한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손 그림을 그리던 시절, 왜 선을 떨리게 그려야 하는지 항상 궁금했다.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한 그 떨림이 과연 실제 공간에서는 어떻게 보일까. 수많은 공간을 펜과 색연필로 디자인하다가 깨달았다. 내가 가장 잘 그리는 곡선과 직선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많은 공간을 비슷하게 그리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파스텔을 써보기도 하고, 연필과 마커만을 이용해 그려보기도 했다. 때로는 모형을 만들었다. 손의 감각을 넘어 컴퓨터 툴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캐드, 포토샵, 마야(Maya), 라이노(Rhino), 스케치업을 손으로 만든 디자인을 재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디자인 수단으로 사용했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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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과 탐구에서 실제 세계의 확장으로
조경가 조용준 인터뷰
조경가가 갖춰야 할 소양, 재능과 노력
-인터뷰를 준비하다가 수상 소식을 전하며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2001년 즈음 『환경과조경』에 소개된 적이 있다는 말이요. 찾아보니 2001년 11월호에 ‘제11회 조경인 체육대회’ 남자 마라톤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실려 있더군요. 인터뷰 포문을 여는 가벼운 질문으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 좋아하세요?
“대학교 3학년 때일 거예요. 서울시립대 캠퍼스를 달리는 코스였는데, 어디쯤에서 어떻게 달리고 언제 치고 나가야 1등을 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든 우승을 할 생각으로 전략적으로 임했죠. 구기 종목은 다 좋아해요. 스트라이커로 뛰며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축구대회에서 건축도시조경학부를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고요. 체격이 왜소하다 보니 빠르고 순발력은 좋은데 체력이나 몸싸움 부분에서 좀 떨어지는 거 같아요. 최근에는 골프를 즐겨 치고 있습니다.”
-골프 코스 설계해본 적도 있나요?
“2007년에 인천청라지구 PF설계를 했는데, 대상지 중 하나가 테마골프 장지구였어요. 그때 진양교 대표(CA조경기술사사무소)가 골프장을 설계하려면 골프를 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죠. 그때 골프를 배웠어요.”
-진양교 대표와 인연이 깊으시죠. 지금은 대표와 직원의 관계지만, 처음 만난 건 학창 시절이라고 들었어요. 젊은 조경가상 지원서를 보니 2002년 대학에서 진양교 교수의 수업을 들었고, 그 영향을 받아 설계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쓰여 있더라고요.
“공원 설계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났어요. 첫 수업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빈 종이를 나눠주고 색연필로 전부 칠하라고 하셨죠. 그다음에 지우개로 색을 지워나가며 입구를 만들고, 길을 그리고, 중앙의 마당을 만들게 했죠. 그게 설계의 전부라고 하면서요. 사실 빈 종이에 설계를 하라고 하면 부담이 생겨요. 길을 그리고, 녹지를 그리고, 패턴을 만들다 보면 디자인이 과해지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미리 녹지를 채워놓고 비워나가는 식으로 설계를 하니 불필요한 선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간결한 디자인을 만드는 ‘채우기와 비우기’ 이론에 감명을 받았어요.”
-본래 설계에 관심은 있었나요? 사실 많은 학생이 전공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수능 성적에 맞춰 입학하기도 하잖아요.
“고등학교 시절을 굉장한 압박감에 시달리며 보냈어요. 아침 7시에 학교에 가서 내내 공부를 하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에 가는 식이었죠. 대학에 입학하니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모든 일을 자의로 결정할 수 있으니, 학교도 가고 싶을 때만 갔죠. 학점이 좋을 리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설계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좋은 평을 들었어요. 성적도 잘 나왔고요. 막연히 나와 설계가 잘 맞는다고 생각한 거죠. 2002년에 장종수 대표가 운영하는 기술사사무소 렛LET에서 인턴을 했어요. 월드컵으로 전국이 들썩거리던 때라 축구를 워낙 좋아하는 저 역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휩쓸렸죠. 그때 크게 혼이 나서 설계는 내 길이 아닌가 고민하기도 했어요. 공무원이나 공사 쪽으로 나아가야 하나 고민하며 영어 공부를 시작할 때쯤, 당시 토문에서 일하고 있던 진양교 대표의 부름을 받았죠. 조경가가 되려면 재능과 노력이 필요한데, 재능은 있어 보이지만 노력을 할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노력을 한다면 분명히 좋은 조경가가 될 거라고 말해주셨죠.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시기였는데 그 말에 용기를 얻었어요. 그때부터 다른 데 한눈팔지 않고 조경설계에 매진하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 한 마디가 조경설계를 하게 된 계기인 셈이죠.”
-그렇게 연을 맺어 CA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CA조경)의 창립 멤버가 된거군요. 6~7년 정도 실무를 하다가 유학을 갔습니다. 일반적인 유학 시기보다는 살짝 늦은 감이 있어요.
“처음에는 유학에 뜻이 전혀 없었어요. 입사 동기인 유지현(SWA)과 친했는데, 어느 날 유학을 간다고 하더라고요. 중학교 때부터 꿈꿨던 일이라면서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동했어요.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않고 우선 주변 사람들에게 유학을 갈 거라고 말하고 다녔죠. 시간이 흘러도 유학을 가지 않으니 주변에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서 떠밀리듯 준비를 시작했어요. 사실 유학을 가기에 토플 점수와 학점이 되게 낮아요. 학점은 3.0도 안 되죠. 하지만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유펜)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할 때 이 얘기를 꼭 해요. 용기를 가져라. 누구나 갈 수 있는 게 유학이다. 정보가 부족해서 못 갈 뿐이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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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보다 더 푸르다
2000년 혹은 2001년 봄학기, 학부 커리큘럼 중 가장 중요한 설계 과목인 ‘공원 설계 스튜디오’의 첫 시간에 한 친구가 늦게 왔다. 그 친구가 눈에 띄었던 것은 첫 강의에 늦는 학생이 흔치 않은데다가 유독 머리색이 노란색이었기 때문이다. 첫 인상이 좋았을 리 없고 강의 내내 수업 태도도 인상적이지 않은 걸로 기억한다. 학기 말에 과제를 제출했을 때 내가 깜짝 놀랐던 걸 보면 말이다. 제출 결과물은 독보적이었다. 무릎을 칠 정도로 내용은 물론 표현도 탁월했다. 몇 년이 지나 학교를 그만두고 토문건축에 잠시 적을 두었을 때, 뽑아야 할 신입으로 제일 먼저 그 친구가 떠올랐고 수소문해서 찾았다. 이후 지금까지 조용준은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2003년 11월, CA조경을 개업할 때도 함께했고 유학을 가기 전까지 CA조경의 여러 설계에 톡톡히 기여했다. 특히 유학 가기 직전 당선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조경설계공모’에서의 맹활약이 기억 속에 생생하다. 좋은 평을 받은 빛가람 호수의 형태와 에지 처리, 여러 디테일은 대부분 조용준의 아이디어에 신세를 졌다. 아깝게 당선을 놓친 ‘파주운정지구 도시기반시설 조경설계공모’의 설계안에서 운정호수공원 에지에 사용한 강력하고 미려한 선형은 솔직히 말해 수원 광교호수공원의 복잡한 교량형 에지보다 멋졌다. 십 여 차례의 디자인 리뷰에서 당시로는 다소 낯선 ‘경계없는 도시와 공원’, ‘물과 공원의 유연한 에지’를 제안하고 고집한 사람이 조용준과 류지현(SWA)이었다. 그걸 내가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에서 슬쩍 ‘모호한 경계(blurred edge)’ 개념으로 가져왔다. 현재는 보편적인 생각이 되었지만 앞서 나간 젊은 정신으로부터 내가 한 수 배웠던 셈이다.
조용준은 유펜(UPenn) 졸업 후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3년간 일을 했다. 이때 활약상은 당시 일했던 팀의 소장인 정재윤(JCFO)이 지금도 좋은 프로젝트를 맡을 때면 종종 작은 부분이라도 참여해줄 수 있는지 조용준에게 문의하는 데서 짐작할 수 있다. 그는 JCFO에서 큰 프로젝트보다 디테일에 대한 안목을 키웠던 것 같다. JCFO를 퇴사하고 CA조경으로 돌아온 조용준은 현재 많은 일을 주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특히 2020년에 완공한 워커힐 더글라스 하우스의 더글라스 정원은 아무도 간섭하지 않은 조용준만의 작품이다. 주변의 자연을 어떻게 정원의 일부로 만들지 뛰어난 판단을 내린 덕에 정원은 원래 있었던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보기 좋게 도드라졌다. 원래 갖고 있던 감각에 JCFO에서 훈련한 디테일에 대한 안목이 균형 있게 합쳐졌다. 게다가 이러한 밸런스와 앙상블을 이제 막 발휘하기 시작했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진양교는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와 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를 겸하고 있다. 주요 설계 작품으로 목천 독립기념관, 둔천 올림픽공원, 상암 월드컵공원 및 하늘공원, 청계천 총괄 복원, 한강 반포공원 등이 있으며, 『청량리의 공간과 일상』, 『기억과 상징으로의 여행』, 『건축의 바깥』을 펴냈다. 경관 알레고리의 재현이 조경가가 땅을 다루며 풀어야 할 최종의 숙제라는 견해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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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세 가지 역량
나는 조용준을 그 누구보다 높게 평가한다. 그는 탁월한 조경가일 뿐만 아니라 조경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도하며 발전시킬 사람이다. 예술적 창의성, 열정, 재능을 두루 고려했을 때 ‘제4회 젊은 조경가’로 선정될 자격이 충분하다.
조용준을 처음 만난 것은 유펜(UPenn)에서 그가 유학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다. 그가 보여준 디자인 작업은 실로 놀라웠다. 그의 디자인은 강력하고 상징적이며 아름답게 발전했고, 수많은 드로잉과 모델, 내러티브를 통해 정교하게 표현됐다. 졸업 후 조용준에게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로스엔젤레스의 퍼싱 스퀘어(Pershing Square), 탕헤르(Tangiers)의 워터프런트 프로젝트, 두바이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밀위키의 새로운 도시 공원을 비롯해 홍콩, 선전, 상하이의 프로젝트에서 JCFO의 핵심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조용준은 세 가지 영역에서 상당한 역량과 창의성을 보여줬다. 첫째, 그는 3차원 모델링과 형태를 다루는 데 재능이 있다. 경관은 종이처럼 평평하지 않다. 높낮이가 있고 울퉁불퉁하며 역동적이다. 그는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대규모 경관을 세련되고 우아하게 구성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갖고 있다. 작품을 연구하고 발표하는 데 필요한 그만의 시각화 기술 덕분에 디자인을 반복적으로 수정함으로써 설계안을 보다 깊이 있게 탐구하고 정제해 발전시킬 수 있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경관 속을 어떻게 가로지르고 이동하는지 깊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관 경험은 시간적이면서 지속적이기 때문에 조형적으로 구성된 경관의 형태를 움직임, 연속적 경험, 전개되는 장면의 관점에서 연구해야 한다.
둘째, 조용준은 경관이 물리적 건축을 토대로 하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선과 평면, 표면, 다양한 요소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으며, 설계안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장 공정, 토양, 식재, 시설물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오늘날 과도한 야심으로 가득한 그래픽 형식주의와 단조롭고 정형화된 작업으로 분열되는 조경 분야의 현실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으므로, 이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훌륭한 디자인과 혁신적 기술이 더해진 실현성이 결합할 때 나타나는 연관성과 상호작용이야말로 조경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데, 조용준은 이런 사실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제임스 코너는 JCFO의 설립자이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디자인스쿨 명예교수다. 전 세계의 복합적 도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강의 활동을 하며 조경과 어바니즘 분야 발전에 기여했다. 대표작으로는 뉴욕의 하이라인, 런던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파크, 산타모니카 통바 파크, 시애틀 워터프런트의 마스터플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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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가 조용준
언플래트닝 랜드스케이프 _ 조용준
여섯 가지 이야기 _ 조용준
관찰과 탐구에서 실제 세계의 확장으로 _ 남기준
쪽빛보다 푸르다 _ 진양교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세 가지 역량 _ 제임스 코너
언플래트닝 랜드스케이프(unflattening landscape)는 조용준 소장의 설계 철학을 보여주는 핵심 키워드다. 하지만 평평하지 않은 게 어디 땅뿐인가. 사람은 누구나 입체적 면모를 갖고 있고, 조용준 소장 역시 그렇다. 그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산처럼 다중의 얼굴을 갖고 있고, 그를 닮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품을 선보인다. 광장처럼 포용력이 있는가 하면, 활기차게 솟는 분수의 물줄기 같은 재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남기준의 인터뷰는 그 다채로운 작품이 꾸준한 관찰과 탐구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호기심 많은 그는 이리저리 손을 뻗어 관찰한다. 그에게 감동을 준 사람을 롤모델로 삼고, 그들의 설계 세계를 끈질기게 탐구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다. 서적, 다큐멘터리는 물론 일상의 사물까지 시선이 닿는 모든 것이 설계 세계를 확장하는 영감이 된다. 여섯 가지 이야기는 분절된 에피소드가 아니다. 플랫랜드에서 출발해 경계, 깊이, 표면에 이르기까지 그만의 설계 어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흐르는 소설처럼 읽을 수 있다. 특집을 닫는 두 편의 에세이에는 스승이자 동료로서 조용준의 작업을 목격해 온 이들이 발견한 그의 역량이 담겨 있다. 2021년 12월 초, 시상식에서 밝힌 수상 소감이 인상 깊었다. “사무소의 대표가 아닌 소장으로서 상을 받아 그 의미가 더 뜻깊다. 좋은 설계를 하고 그 공로를 인정받기 위해 꼭 회사를 차려야 할 필요는 없다”는 그의 말이 더 많은 젊은 조경가를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기를 기대한다.
진행 남기준, 김모아,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조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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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 조경 50
2022년, 한국 조경이 쉰 살을 맞이합니다. 2021년 8월호로 『환경과조경』은 통권 400호를 발행했고, 오는 2022년 7월호는 40주년 기념호입니다. 2021년, 본지는 『환경과조경』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한국 조경의 현대사를 되짚는 다양한 기획 지면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지난 4월 진행한 설문조사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본지는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와 함께 4월 19일부터 5월 21일까지 한국조경학회 회원,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원, 조경설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국 현대 조경을 대표하는 작품이 무엇인지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303명의 전문가가 참여해주었습니다. 2021년의 끝자락, 설문조사 결과 1위부터 50위를 차지한 조경 작품을 소개합니다. 50개 작품에는 당시의 시대상과 경향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지면이 한국 조경의 현재를 반추하고 미래를 가늠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설문조사 결과
1. 경의선숲길
2. 서울숲
3. 선유도공원
4. 청계천
5. 아모레퍼시픽 본사 신사옥
6. 노들섬
7. 화담숲
8. 광교호수공원
9. 순천만국가정원
10. 서울식물원
11. 서울로 7017
12. 광화문광장
13. 올림픽공원
14. 서서울호수공원
15. 베케정원
16. 동대문디자인플라자
17. 북서울꿈의숲
18. 희원
19. 문화비축기지
20. 송도센트럴파크
21. 하늘공원
22. 브릭웰정원
23. 디에이치아너힐즈
24. 길동자연생태공원
25. 경춘선숲길
26. 양재천
27. 오설록 티뮤지엄·이니스프리 제주
28. 덕수궁 보행로
29.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30. 일산호수공원
31. 여의도공원
32. 여의도한강공원
33. 서소문역사공원
34. 경주보문단지
35. 서울어린이대공원
36. 반포한강공원
37. 동탄호수공원
38. 부산시민공원
39. 국립세종수목원
40. 파리공원
41. 미사강변센트럴자이
42. 래미안신반포팰리스
43. 배곧생명공원
44. 여의도샛강생태공원
45. 경주힐튼호텔
46.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47. CJ 블로썸 파크
48. 울산대공원
49. 세종중앙공원
50.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환경과조경404호(2021년 12월호)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