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니 횡거 아키텍트(Giuliani Hönger Architects)와 협업해 리히텐슈타인의 샨(Schaan)에 위치한 전동공구기업 힐티Hilti 본사 건물을 전통적인 산업 부지에서 혁신과 지식의 캠퍼스로 탈바꿈시켰다. 캠퍼스의 오픈스페이스는 만남의 장소로 기능하는 동시에 자연 전이 공간 역할을 한다. 조경설계의 콘셉트는 라인 계곡(Rhine Valley)과 쓰리 시스터즈 마시프(Three Sisters Massif) 산맥의 경관에서 영감을 얻었고, 남동쪽 숲은 공간의 배경 역할을 한다.
그린 파사드 주차장
프로젝트 첫 단계(2017)는 복층 주차장을 조성해 대상지 내 주차 공간을 줄이고, 다양한 조경 공간을 갖춘 캠퍼스를 만드는 것이었다. 공원을 마주하고 있는 주차장 건물 입면을 덮은 10m 높이의 키 큰 덩굴 식물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색과 꽃을 통해 방문객에게 계절감을 선사한다. 녹화된 입면은 공원을 위한 인상적인 배경을 만들며, 공원의 북쪽 끝을 알리는 안내판 역할을 한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통경축은 대상지 너머 인접한 자연 경관까지 확장되며 주변 자연 경관과 통합된다.
공원과 퍼걸러
생태와 디자인적 요구 사항과 더불어 설계의 핵심 콘셉트는 공원과 안뜰에 직원과 방문객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야외 활동의 기회를 만들어내며 기존의 업무 공간을 보완하고자 했다. 울타리와 풍성한 교목 군락으로 구성한 다양한 크기의 장소에서 담소와 회의, 팀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힐티 캠퍼스에서 가장 중요한 오픈스페이스는 퍼걸러다. 오픈스페이스 콘셉트에서 독립적 요소로 기능하는 퍼걸러는 주차장 계단에서 캠퍼스를 가로지르며 오피스 노르드(Office Nord) 건물의 아케이드까지 이어지는 산책로 역할을 한다. 이 퍼걸러는 대상지 내 다른 건물 입면과 맞닿지 않고 북쪽 오피스 건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다양한 녹색과 노란색의 몰딩 유리를 퍼걸러의 콘크리트 지붕 원형 개구부에 설치했다. 원뿔형 채광창은 태양의 위치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반사 효과를 더욱 극대화한다. 퍼걸러는 캠퍼스 공원의 연출 요소 중 하나로 다양한 공간적 확장을 통해 공간을 연결하며 휴식과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한다. 공원 중앙에 위치한 퍼걸러 끝 지점은 파빌리온처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소규모 행사 장소나 북쪽 오피스 건물 이용자들을 위한 야외 다이닝 공간으로 활용 가능하다.
탁 트인 초원 너머 외딴 나무, 숲과 숲 경계 구역은 이용자의 시선에서 보면 경계선이 모호하다. 힐티 캠퍼스는 이러한 주변 자연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퍼걸러는 주변의 식재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시퀀스와 어우러진 매력적인 전망을 선사한다. 숲 근처에는 서어나무, 물푸레나무, 참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군락이 있고, 대상지 동쪽에는 계수나무, 체리나무, 호두나무뿐 아니라 피나무, 아이언우드, 뽕나무, 사과나무와 같은 과실수와 조경수를 볼 수 있다. 공원의 넓은 잔디밭과 다양한 수종의 나무, 다간형 수목은 충분한 야외 활동 공간을 제공한다.
* 환경과조경 442호(2025년 2월호) 수록본 일부
글 Vogt Landschaftsarchitekten
Landscape Architect Vogt Landschaftsarchitekten
Architect Giuliani Hönger Architects
Client Hilti
Location Schaan, Liechtenstein
Area 28,900㎡
Design 2016~2023
Completion 2023
Photograph Vogt Landschaftsarchitekten
보그트(Vogt Landschaftsarchitekten)는 2000년 취리히에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로 베를린, 런던, 파리 등 여러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다. 광범위한 분야와 사무소 간의 물리적 거리라는 한계 속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통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며 끊임없이 성장 중이다. 특히 유럽의 도시 경관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만들고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밀도 높은 담론을 마련하며, 새로운 도시 담론을 이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담론을 토대로 조경가로서 지리학자와 식물학자의 시선을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그 결과를 다양한 프로젝트와 전시, 출판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