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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25년 2월호

정보
출간일
이매거진 가격 16,000
잡지 가격 22,000

기사리스트

2024 조경비평상 심사평
월간 『환경과조경』이 주최한 ‘2024 조경비평상’에는 여섯 편의 원고가 접수됐다. 지난 1월 15일 본지 세미나실에서 배정한 편집주간, 남기준 편집장, 박승진 편집위원이 열띤 토론을 벌인 끝에 권정삼의 ‘몰링하는 도시생활자’를 가작으로 선정했다. 비평은 대상과 현상을 탐구하거나 조사한 결과를 적는 논문이나 보고서가 아니다. 에세이와도 다르다. 비판적 읽기와 쓰기를 넘나드는 비평은 대상과 현상의 의미를 해석하고 가치를 평가해야 하며, 주장과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비평은 창작보다 더 어려운 글쓰기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조경비평은 조경 행위의 결과물인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공간 또는 문화 현상을 기술, 해석, 평가하는 작업이므로 쉽지 않은 글쓰기 장르다. 논거를 충실히 갖춘 글보다 한 번에 읽히는 글과 이미지가 사랑받는 시대에 여섯 편의 평문이 접수되어 반가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다수의 출품작이 비평의 필요충분한 형식을 갖추지 못했고, 동시대 조경에 의제를 던지거나 기성 담론에 균열을 내는 참신한 주제를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응모자 모두 조경비평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확인한 바, 다음 ‘조경비평상’의 문을 다시 두드릴 것을 권한다. 가작으로 뽑은 ‘몰링하는 도시생활자’는 경쾌한 글쓰기 스타일이 돋보이는 글이었다. 대형 쇼핑몰에서 도시공원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는 참신한 발상을 논리적으로 끌어갔다는 점에서 가작으로 선정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한층 더 압축적으로 논지를 전해 독해의 밀도를 높였다면 어땠을지 궁금하지만, 역으로 길게 풀어쓰는 형식 자체가 장점으로 읽히기도 했다. 출품자 권정삼의 말처럼 대형화된 쇼핑 공간은 일종의 공공 영역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몰링’ 행위는 도시공원에서 경험하는 산책과 유사한 면이 있다. “도시가 대형 쇼핑몰이고 대형 쇼핑몰이 곧 도시”라는 주장, 대형 쇼핑몰이 “유사공원의 지표인 공동공간 커머닝(감각)이라는 속성을 득하게 됨으로써 유사공公원의 위상, 아니 유사공(共)원이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수상을 축하하며, 이번 글쓰기에서 보여준 잠재력이 앞으로의 비평 활동에서 더욱 정련되어가기를 기대한다. 가작 수상작과 함께 최종 토론에 오른 제출작 ‘서사의 발견’은 글의 탄탄한 구조가 돋보이는 평문이었다. 조경에 서사를 담아야 한다는 주장을 세 가지 예를 통해 제시한 점이 안정적이었지만, 조경과 서사를 잇고 엮는 논지가 결론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데 심사 의견이 모였다. 응모자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내년에는 작가론, 작품론을 비롯해 다양한 평문이 도착하기를 기대한다.
[기웃거리는 편집자] 바람 따라 보낸 하루
일요일 아침, 단잠을 깨우는 알람 소리가 울린다. 힘겹게 눈을 떠 잠을 깨우는 녀석이 누구인지 확인해 보면 매주 보던 알림이다. “지난주 스크린 타임은 12% 증가하였으며 하루 평균 기록은 4시간 25분입니다.” 울릴 때마다 알람 소리를 꺼두어야지 생각하지만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당장 울리는 알람 소리 끄기에만 급급해 설정을 바꾼다는 걸 까먹어 매주 만난다. 메시지를 볼 때마다 조금은 반성하게 된다. 증가만 하는 스크린 타임 기록, 줄어드는 일은 손에 꼽힌다.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8시간을 잠을 자고 8시간을 회사에서 지내니 16시간을 빼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8시간. 8시간 중 절반은 핸드폰을 보고 있다는 소리다. 스마트폰 없이는 못 사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계산한 시간을 보니 하루 중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다. 특히 밥 친구로 OTT나 유튜브를 보는 습관이 스크린 타임을 늘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밥 먹으며 보는 몇 가지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 이 중 업로드되면 바로 찾아가 보는 채널이 있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핑계고’다. 유재석이 게스트들과 함께 떠들어 제끼는(이 채널에서 ‘수다를 떤다’는 단어를 ‘떠들어 제낀다’라고 표현한다) 영상으로, 라디오처럼 즐길 수 있어 밥 먹을 때 잘 챙겨 본다. 배우 황정민이 핑계고에 출현해 채널명을 실수로 ‘풍향고’라고 잘못 말해 시작된 스핀오프 시리즈는 내게 색다른 계획을 세우게 했다. 유재석이 풍향고에 ‘바람 따라 떠나는 여행’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정식으로 풍향고가 만들어졌고 유재석, 황정민, 지석진, 양세찬이 함께 베트남으로 떠났다. 베트남으로 떠나면서 조건을 덧붙였는데, ‘애플리케이션 없이 떠나는 여행’이다. 사전에 비행기 표만 예약하고 숙소, 이동 수단, 환전, 음식점 등은 현지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애플리케이션 없이 베트남에서 고군분투하는 출연진의 모습이 웃기면서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어딜 가든 휴대폰을 안 챙긴 적이 없으니 애플리케이션을 쓰지 않고 여행을 간다는 걸 상상한 적이 없다. 애플리케이션 없이 해외여행은 무리인 것 같아 당일치기로 가까운 곳을 다녀오는 걸로 도전했다. 목적지는 경기도 양평의 어느 대형 카페. 첫 장소만 정하고 다음 장소는 도착하면 고르기로 했다. 출발 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수도권만 확대되어 있고 명소가 표기된 종이 지도를 구하는 게 힘들었다. 서점에서 파는 국내 여행 책을 뒤져 원하는 지도를 찾았고, 종이 한 장 들고 떠났다. 최대한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더 집중해서 지도와 표지판을 봤다. 무사히 도착한 카페에서 마신 커피는 더 달달했고, 통창으로 본 남한강의 풍경은 시원하게 뻥 뚫린 기분을 느끼게 했다. 다음 목적지는 딸기 체험 농장. 처음에는 양평의 대표 명소 두물머리를 가려고 했는데, 카페 오다 본 ‘달달한 딸기도 따고 케이크도 먹고’라는 광고 문구가 생각나 농장으로 가게 됐다. 가지고 온 지도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아 기억을 더듬어 왔던 길로 되돌아가며 도착했다. 이미 예약이 다 차 있어서 취소 표가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조금 고민됐지만 하자고 마음먹었으니 기다리기로 했고, 다행히 자리가 났다. 딸기 따고, 딴 딸기로 케이크도 만드는 꽤나 알찬 체험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해 근처에 보이는 한정식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글로 읽을 땐 큰 탈 없이 다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경로 이탈도 많이 하고 목적지 하나 정하는 것도 오래 걸렸다. 카페에서 그냥 집에 갈까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찼지만 이왕 시작한 아날로그를 즐겨 보기로 했다. 어딘가에 앉으면 SNS 게시물을 보는 게 루틴이 되었는데 할 게 없으니 주위를 더 둘러보게 됐다. 특히 동행자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애플리케이션 없이 잘 다녀올 수 있을까 걱정 반, 뭔가 더 재미있을 거 같은 설렘 반으로 바람 따라 떠난 여행은 스스로 쌓아둔 장벽을 무너뜨리게 했다. 뭐든 해낼 수 있는 무모한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새해 버프까지 더해진 자신감은 을사년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결국 편지를 읽어 줄 주인을 찾는 일이지 않을까
정기구독자 수 그래프의 기울기를 들여다보는 시기다. 가슴에 잡지 더미를 쌓아놓은 것처럼 답답해진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래서 떠올린 게 활자라도 내 안에 채우자는 생각이었다. 두꺼운 책은 부담스러웠다. 그렇다면 한손에 쏙 들어오는 127×191mm 판형에, 331g의 가벼운 무게의 책이 좋겠다. 15년간 잡지를 만들어온 베테랑 편집자이자 『보스토크 매거진』 편집자인 박지수의 『잡지 만드는 법』(유유, 2023).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가볍게 휙휙 넘겨 보겠다는 게 얼마나 건방진 생각이었는지 읽다 멈추기를 반복해야 했다. “잡지의 이름에는 뜻과 소리뿐만 아니라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제호가 지닌 모양‧시각성이다. 아무리 뜻과 소리가 좋은 제호라도 표지에서 시각적으로 구현되기 어려운 형태라면 곤란하다.”(『잡지 만드는 법』 28쪽, 이하 책 제목 생략) 친구 Y가 내게 왜 잘 만든 로고를 활용하지 않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표지에 환경과조경의 텍스트 로고 laK를 크게 넣어 디자인 요소로 사용하던 때의 일이라 고개를 갸웃거리니 설명이 이어졌다. 환경과조경이라는 제호는 올드하고 딱딱한 느낌이 강한데, 이 로고는 힙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라크’라고 부르면 안 되냐는 말에 공식 제호가 있는데 굳이 혼란을 줄 필요는 없다고 답했었다. 환경과조경이라는 이름을 먼저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답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Y의 말이 가끔 생각난다. 은밀히 라크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유도해 보라고, 어떤 이름이건 더 많은 사람에게 불리면 좋은 거 아니냐던 그 말이.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킬 것. 표지를 고를 때 가장 유념하는 부분이다.”(157쪽)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독특한 형태의 도면을 표지에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선을 빼앗는 공원의 전경 등 풍경 사진도 좋지만, 조경설계를 다루는 전문지라는 특징을 단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이미지가 도면이라는 데 편집자들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더 감성적이고 화려한 사진으로 표지를 장식할 수 있는 정원, 여행, 라이프스타일 잡지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의미에 무게를 두고 즉각적인 반응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포맷과 폼이 고정되면 단순히 형식만 일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춰 내용이 규격화된다. …… 그렇게 되면 독자에게 편안함과 익숙함을 제공했던 포맷과 폼이 어느 순간 지루함과 정체감으로 다가가기도 한다.”(39쪽) 고백하자면, 2022년 새롭게 시도한 지면을 편집할 때 갑갑함을 자주 느꼈다. 잡지 서두에 배치된 이 꼭지는 프로젝트의 설명글과 더불어 조경가의 인터뷰를 함께 담았는데, 지질을 달리해 촉각적으로도 구분되도록 기획됐다. 접지 제본 방식 특성상 프로젝트의 성격이나 규모에 상관없이 늘 16쪽으로 편집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이 지면에 소개할지 말지 고민이 되는 프로젝트가 생기기도 했다. 종이 위에서 여러 번 멈춰 섰지만, 가장 오래 걸음을 옮기지 못한 곳은 『보스토크 매거진』의 독자 상상도(23쪽)가 그려진 지면이었다. 사진에 관심있는 다양한 영역의 독자 800~1,000명을 중심으로, 사진, 디자인, 미술, 영화, 문학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키워드에서 가지처럼 뻗은 긴 텍스트는 이미지에 관심 있는 디자이너‧학생, 사진 찍는 문인들, 광학기기 이미지에 관심 있는 이들 같이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환경과조경』의 독자 상상도를 그려보려다 다섯 가지 키워드를 떠올리는 데도 실패했을 때는 귓가가 화끈해졌다. 박지수는 이따금 병에 편지를 넣어 바다에 띄우는 일을 떠올린다고 한다. “그 편지는 파도를 헤치고 어딘가에 가닿을 수 있을까, 그 여정은 편지를 띄운 주인을 찾는 일이 아니라, 결국 편지를 읽어 줄 주인을 찾는 일이지 않을까. 어쩌면 갑자기 사라지는 것보다, 온전한 주인이 될 수 없는 것보다 더 외로운 건, 끝내 어느 누군가에게 가닿지 못하는 일, 그것이 무서워 더 이상 바다로 나서지 않는 일인지 모른다고 생각해 본다.”(206쪽) 막연해서 채워 넣지 못했던 2025년 목표에 한 가지 문장은 적을 수 있게 됐다. 편지를 읽어 줄 주인의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해보기. 잡지를 기획할 때 편지를 읽는 그들의 얼굴과 표정을 상상해보기.
[PRODUCT] 옥상과 인공지반 녹화를 위한 GR-엣지 하이퍼
초박형, 경량형에 국한됐던 옥상녹화는 최근 생태면적률 가중치 변화에 따라 혼합형, 중량형 등을 통해 높은 수준의 녹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고려해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는 GR-엣지 하이퍼로 색다른 녹화 공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GR-엣지 하이퍼는 알루미늄 소재의 규격화된 중공형 패널을 조립해 녹지 경계를 만드는 조경 자재다. 각 패널을 조립하듯 쌓아 올려 높낮이를 조절하며, 간편한 설치 방식으로 연장 시공할 수 있다. 설계 형태에 따라 직선은 물론 패널의 밴딩을 통해 곡선 시공까지 가능하다. 세련된 색상으로 도장 마감해 분위기 있는 공간을 연출하고 필요에 따라 원하는 색상으로 변경할 수 있다. 일정 간격마다 견고하게 설치한 서포트는 배부름 현상을 방지하고 구조적 안정성을 높인다. 패널 상단을 곡선 형태로 마감해 이용자의 안전을 도모했다. 넓고 긴 녹지 공간을 포함해 소규모 점형 녹지 공간도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 조립 방식으로 완성되는 제품이라 플랜터형 공간 구성에도 적합하다. 원하는 공간에 손쉽게 설치할 수 있어 포켓 정원, 한뼘 정원과 모바일 정원 등을 만드는 데 최적화된 제품이다. 응용 방식에 따라 도시 농업에 활용할 텃밭 플랜터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GR-엣지 하이퍼는 녹지 공간의 경계를 구성하는 단순 자재를 넘어서 다양한 형태와 높이의 녹지 조성에 필요한 필수 자재가 되었고, 나아가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경 자재로 거듭나고 있다. TEL.02-587-9444 WEB. www.greeninfr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