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일은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꽃과 나무 몇 주를 심는 일 조차도 막상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다. 마음으로는 정원과의 동행을 꿈꾸지만, 바쁜 일상과 녹록치 않은 경제적 여건, 식물 관련 지식의 부족에서 오는 막연한 걱정 등 시작을 망설이게 하는 핑계가 많다. 흙을 일구고 식물을 심는 도구인 호미를 정원 조성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쥐여줌으로써 정원 만들기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어주고자 했다.
호미
표준국어대사전은 호미를 “김을 매거나 감자나 고구마를 캘 때 쓰는 쇠로 만든 농기구. 끝은 뾰족하고 위는 대개 넓적한 삼각형으로 되어 있는데 목을 가늘게 휘어 구부린 뒤 둥근 나무 자루에 박는다”고 정의한다. 한국에서 호미는 전통 농기구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몇 해 전,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호미가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농기구를 넘어 정원 도구로서 가치를 높게 평가 받았다. 호미라는 이름 그대로를 알파벳으로 표기하는 등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이런 호미를 정원의 주요 이미지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일상 활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하고자 했다.
공간 구성
정원 가운데 호미 조형물을 설치함으로써 멀리서 보면 마치 호미로 꽃을 심기 위해 땅을 일구는 듯한 풍경을 연출했다. 자갈밭, 연식 의자, 루버형 담장 등을 설치했다. 보행로에 회색 계열의 석재를 사용하고 자연석을 두는 등 색채와 소재를 통해 일관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다.
* 환경과조경 434호(2024년 6월호) 수록본 일부
설계 차용준
시공 스페이스콤마, 다림토탈시스템
차용준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나인브릿지 C.C 생츄어리가든, 한천마을 주민 참여 사업, 판교주택정원, 순천만정원 한평정원 ‘레드 웨이브즈(Red Waves)’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7년 서울정원박람회에서 ‘한강에 돌을 던지다’로 동상을, 2016년 코리아가든쇼에서 ‘첩첩산중’으로 동상을, 2017년 코리아가든쇼에서 ‘B612’으로 우수상을 수상했다.